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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8일 화요일

KTX 민영화가 효율적? 신분당선 기본요금 1750원!


이글은 프레시안 2012-05-07일자 기사 'KTX 민영화가 효율적? 신분당선 기본요금 1750원!'을 퍼왔습니다.
[기고] 지하철 동일요금체계 깨는 민영화

지하철 9호선이 발화시킨 민간투자사업의 문제는 껍질을 벗기면 벗길 때마다 그 참혹한 실상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고통 없이 서서히 몸을 갉아먹는 암세포처럼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 사회 전반에 탐욕의 블랙홀이 뚫려 버렸다. 권력과 의회와 자본이 하나가 되어 합법적으로 진행된 서민 주머니 털기가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아무 탈 없이 진행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의 자정기능과 능력이 형편없이 소진되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리라. 특히 민간투자사업의 실행과정에서 주도하는 측의 장밋빛 전망을 담은 보도자료만 앵무새처럼 공표했던 일부 언론이 이제 와서 심판관의 역할을 자처하는 것을 보면 안타까움은 더욱 커진다.

공공부문의 몰락은 사회 양극화의 급행열차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의 가장 큰 특징은 경쟁을 통한 효율화이다. KTX 민영화를 줄기차게 주장하는 국토부의 관료들도 경쟁을 통해 독점의 폐해로부터 철도를 구원하겠다는 것을 가장 큰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경쟁을 통한 효율화의 결과는 결국 독점으로 귀결된다. 경쟁에서 탈락하는 기업이 몰락할수록 승자는 더 힘이 세지고 과점과 독점으로 이어져 시장경제의 효율성을 좀먹는 괴물이 되어버린다. 때문에 국가는 시장경제체제의 효율성을 살리는 경쟁을 강조하면서도 그 결과로 나타나는 독점의 비효율을 막아야만 하는 이율배반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했다. 이에 따라 경쟁을 촉진하는 장치들을 마련하는 것 외에 카르텔이나 독점의 방지를 위한 여러 법적 제도적 장치들을 나라마다 두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산업자본주의시대는 기업활동을 촉진시키는 사회적 인프라를 국가의 몫으로 정하고 사회적 비용을 들여 구축했다. 사회간접자본(SOC)이라 불리는 기반시설들은 거대한 투자비와 그 사회적 성격으로 인해 국가가 감당해야 할 부분으로 인식됐고 경제를 활성화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SOC분야는 경제성장을 촉진 시키는 것 외에 국가 구성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사회에서 꼭 필요한 교육, 에너지, 이동권 등을 보장하는 장치로서 기능했다.

그러나 반복적으로 진행되는 자본주의 경제의 위기와 이에 따른 이윤율 하락은 기업들에게 새로운 이윤 창출 창구를 요구했고 마침내 사회기반시설부분의 장악을 통한 이윤확보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여기에 거대하게 성장한 산업금융복합 자본들은 충분한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능력과 자신감으로 정부의 역할 축소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게 되었다. 신자유주의의 기본 테마인 '작은 정부', '민영화(사유화)'의 회오리가 전 세계에 자본주의를 구할 유력한 대안으로 제시되었고 영국의 대처리즘과 미국의 레이거노믹스가 그 깃발의 선두에 섰던 일을 우리는 알고 있다.

대안은 없다며 폭력적으로 진행된 영국과 미국의 신자유주의 정책은 바로 공공부문의 해체를 통해 구현되었다. 산업전반에 대한 구조조정과 노동조합의 분쇄, 경쟁을 통한 승자 독식의 패러다임이 진행되는 동안 눈에 보이는 실물 경제지표의 반짝 효과와 단기 호황은 신자유주의 정책의 정당성을 보여주는 증거가 되었고 사회는 이미 대세로 굳어진 신자유주의 흐름에 밀려 갈 뿐이었다.

신자유주의를 통해 자본은 위기를 극복하고 일부 기업들은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어냈으며 국가의 경제지표도 향상되었다. 그러나 그 성장의 열매는 국가의 구성원 중 극히 일부의 거대자본에 집중되었고 어두운 그림자는 대다수 사회 구성원의 몫이 되었다.복지혜택의 축소, 실업, 물가고 등으로 사회전체는 급격하게 양극화의 물살을 탔다. 20:80의 사회라고 불리던 것이 10:90으로 마침내 1:99라는 상징적 슬로건으로 자리 잡았다. 무너지는 공적 시스템과 그에 비례해서 확장되는 사적 이윤체제는 이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좀먹는 가장 큰 해악으로 변해가고 있다.

민간투자사업으로 위장한 민영화

한국에서 민간투자사업이 시작된 것은 1994년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민간자본 유치 촉진법'이 처음으로 제정 되면서였다. 이에 따라 인천공항고속도로가 최초의 민자사업으로 추진되었고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니 메니지먼트(PM)니 등의 생소한 용어들이 새로운 경영기법인 것처럼 등장했다. 민자사업은 민영화의 위장잠입(UNDERCOVER)형태이다. 민자사업은 그 대상을 사회간접자본으로 삼아 광범위하게 추진되었다. 포항제철처럼 완결적 구조의 공기업을 민간에 매각하는 전통적인 민영화 방식이 아니라 소유권은 국가가 갖고 운영권만 확보해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로 진행됐다. 이런 이유로 민자사업은 사적기업의 이윤창출 도구로 기능하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국가가 관리하고 민간기업의 효율성을 도입하여 사회에 기여하는 것처럼 여겨졌다. 여기에 가장 큰 함정이 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사회기반시설 전반에 걸쳐 사회적 자산이 사적 수익 창출의 도구로 변한 것이다. 이런 현상은 조용하고 서서히 진행되었는데 정부가 촉진하고 법이 보장하면서 당연하고 자연스런 국제적이고 사회적인 현상처럼 보이게 했다. 이것은 끓는 물에 닿은 개구리가 놀라 탈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서서히 온도를 높이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사회 구성원 전체에 부담을 전가했고 그 결과 오늘 날과 같은 숨 막히는 민영화의 압박에 노출되게 된 것이다.

KTX 민영화를 추진하는 국토부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수서발 KTX는 절대 민영화가 아니고 민간경쟁체제 도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5월 4일까지 약 8일간 걸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여러분께서는 수서발 KTX운영을 외주화 할 경우 수서발 KTX의 운임이 인하되고 서비스가 좋아질 거라 생각 하십니까?"라며 아예 질문항목을 외주화로 바꾸어 버렸다. 어떻게든 민영화란 프레임을 바꿔보려는 몸부림이다.

철도민영화의 폐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나라 영국의 현재 모습이 국토부가 추진하는 민영화 방식이다. 기반시설은 국가가 소유하고 민간이 일정기간 운영권을 갖고 재계약 여부에 따라 사업을 지속하는 것이다. 국토부의 논리라면 영국의 철도는 민영철도가 아닌 셈인데 이런 주장은 국제적 웃음거리 밖에 되지 않는다. 영국철도는 민영화 초기 시설과 운영을 모두 민간에 매각했다. 이런 사실을 들어 지난 2002년 국토부(당시 건교부)가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한국철도의 민영화 모델은 실패한 영국의 모델이 아니라고 강변했다. 그러나 영국철도는 민간에 매각했던 시설부분을 정부가 인수하면서 재공영화 되었고 지금 국토부가 추진하는 방식의 구조로 자리잡았다.

철도 민영화와 구조개편 방안을 제출 했던 세계은행은 민간 참여의 방법으로 9가지를 제시했는데 "국가소유 기업에서 운영분야의 개방, 사업권 분할, 서비스 공급계약, 경영위탁계약, 사업권 승인" 등 국토부가 추진하고 있는 내용들을 보면 세계은행이 말하는 민영화의 핵심요소들을 모두 담고 있다. 민자사업처럼 가면을 쓴 채 민영화란 맨얼굴을 보이지 않겠다는 것인데 이미 국민들은 진실을 알고 있다.


 ⓒ철도노조

공기업의 비효율을 민간의 효율로 극복한다고?

국토부가 입만 열면 강조하는 '민간의 효율성'이란 말은 언뜻 보면 당연한 명제인 것 같지만 근본주의적 한계를 갖고 있다. 종교적이든 경제적이든 근본주의의 가장 큰 문제는 무오류주의이다. 우리가 항상 옳다는 신념은 결국 상대에 대한 폭력적 제압을 정당화시키는 기제로 작용하기까지 한다.

그렇다면 민간은 정말 효율적인가? 정부의 주장대로라면 효율적인 민간은 망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그러나 IMF 경제위기를 몰고 온 것은 누구인가? 문어발식 확장, 부당한 내부거래, 무리한 인수합병, 탈세와 위장 증여 등 온갖 불법과 탈법의 주범은 바로 민간 기업이 아닌가? 게다가 민자사업 전반에서 드러난 민간기업의 행태는 최소한의 도덕성까지 팽개쳐버리고 있다. 정부의 막무가내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과 민간의 탐욕이 만났을 때 민간이 효율적이란 말은 얼마나 허망한 신기루인지 최근의 사태가 잘 보여준다.

민간의 효율성에 대응하는 말이 공기업의 비효율이다. 공기업은 근본적으로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는 정부당국의 주장은 이제 신앙에 가깝다. 그러나 공기업은 정말로 비효율적인가? 시민의 관점에서 보면 공기업은 그 특성상 내재적인 효율성을 이미 담지하고 있다. 투자자와 관리자가 납세자인 시민의 대행자인 정부나 지자체이기 때문에 여기에서 발생하는 이익이나 효용은 모두 시민들의 몫으로 환원되게 되어있다. 특정한 사적인 투자자나 주주 분의 수익을 보장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공기업의 비효율은 관리 대행체제를 맡은 정부로부터 기인하고 있다. 낙하산 인사, 4대강 사업 같은 공기업 본연의 임무를 방기한 채 정권의 치적을 위해 강요당하는 사업시행, 퇴임 후 고위 관료들의 노후 보장수단, 심지어는 민간기업의 부실 떠안기 등 공기업의 제 기능을 방해하는 거의 모든 일들이 정부에 의해 자행되고 있다. 게다가 이런 문제를 감시하고 제어할 시스템을 만들자는 시민사회의 요구는 정부가 끈질기게 거부하고 있다. 세계은행 부총재를 지낸 스티글리츠 박사나 노엄 촘스키 같은 석학도 입을모아 공기업을 민영화하는 정부의 부패와 무능을 지적하는 것은 모두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네트워크에 침투한 악성 바이러스, 민영화

지하철9호선과 수서발 KTX의 공통점 중의 하나는 거대 네트워크망의 일부분이고 또 그 부분만 최초로 들어온 민간기업이라는 점이다. 서울지하철의 중요성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서울시의 필수 교통수단이다. 여러 개선할 지점에도 불구하고 이 지하철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지하철 노선 전체가 단일한 체계로 연결되었다는 점이다. 서울시와 관계된 지하철 시스템은 5개의 운영기관이 있음에도 상호간 연계와 환승이 가능하고 동일한 요금체계로 시민들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민간이 들어온 부문만 9호선처럼 요금인상 압박을 하거나 신분당선은 아예 비싼 요금(기본요금 1750원)을 받고 있다. 궤도교통의 다른 대체제가 없는 필수 기반시설에 대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일부 특정 시민들만 더 높은 요금을 부담해야 한다면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이런 일이 한시적이거나 불가피한 일이 아니라 기업들의 수익보전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면 민자사업이나 민영화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네트워크 산업의 특징 중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전체가 연결되어 상호 영향을 주는 시스템이기에 어느 특정 부분의 성과나 손실이 전체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다. 비교적 잘 운영되고 있는 네트워크망의 일부에 심각한 폐해를 일으킬 수 있는 악성 바이러스가 침투했고 이것이 전체를 감염시키려 하고 있는 게 지하철 9호선이고 KTX 분할 민영화의 본질이다. 이 문제를 치료할 백신은 분명하다. 지하철 9호선은 시민의 것으로 환수하는 것이고 수서발 KTX의 민영화 추진을 당장 중지시키는 것이다.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소 철도정책객원연구위원

2012년 4월 29일 일요일

토건금융 재벌 대 시민, '쩐의 전쟁'? 현대판 봉이 김선달, '민자' 전성시대


이글은 레디앙 2012-04-23일자 기사 '토건금융 재벌 대 시민, '쩐의 전쟁'?현대판 봉이 김선달, '민자' 전성시대'를 퍼왔습니다.
[기고] 박원순, 9호선 투쟁 지지를…민주 후보 공약에 경악

1994년 8월 3일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민간자본 유치 촉진법'이 처음으로 제정된다. 이것이 현재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른 지하철 9호선 사태로 주목 받게 된 '사회기반시설에 관한 민간투자사업법'의 모태이다. ‘민자유치촉진법’에 따라 1995년 한국 최초의 민자 사회간접자본 사업으로 추진된 것이 이른바 “영종도 신공항 고속도로 프로젝트”였고, 이에 따라 지금의 인천공항고속도로가 건설됐다. 신공항의 민자사업 추진 이후 사회간접자본(SOC)에 대한 민간투자 유치는 대폭 확대된다.

▲지하철 9호선 요금인상 반대, KTX 민영화 중단 촉구 기자회견.(사진=공공운수노조)

'민자'의 전성시대
한국경제는 중공업, 중화학공업과 전기전자 분야의 눈부신 발전으로 경제적 도약을 끊임없이 이뤄왔다. 그러나 SOC 분야에 대한 투자 부족은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위한 토대를 만드는데 걸림돌이 됐다. 특히 경부고속도로의 성공 신화와 자동차산업의 급격한 발달로 인한 도로건설 위주의 정책은 균형적인 국토 발전과 산업 발전의 장애요소로 다가왔다. 특히 1980년대 중반까지 SOC 분야 시설 규모는 선진국 대비 45%의 수준이어서 매출액 대비 10%에 불과한 선진국보다 높은 19%에 달하는 물류비는 한국기업들의 국제경쟁력까지 떨어뜨렸다.
이런 상황에서 용량 한계에 다른 철도 수요를 감당할 고속철도의 건설, 포화 상태에 이른 김포공항을 대체할 국제공항의 신설, 내륙 곳곳의 고속도로망 확충 등 광범위한 SOC 투자 사업이 계획되거나 진행됐다. 이에 따라 엄청난 국가재정이 필요했다.
결국 국가재정의 부담을 완화한다는 명목으로 국내 대기업들의 자본 유치를 촉진하는 법이 만들어져 민간사업이 추진되었으나 1997년 IMF 외환위기는 민간자본 유치사업의 전망을 어둡게 한다. 결국 민간의 투자유치를 더욱 촉진시키는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외국자본 유치의 제약을 없앤 새로운 전면개정 법률인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이 탄생한다.
이후 민간투자 사업은 중앙정부와 전국의 지자체가 앞다투어 추진하는 사업이 됐다. 민간투자가 활성화되면서 도입된 재정조달 기법이 ‘프로제트 파이낸싱(PF)’으로 장기자금의 조성과 위험 분산을 위해 국제금융부문에서 사용되어온 방식이다.
PF란 특정 프로젝트로부터 발생 가능한 미래의 현금 흐름(cash flow) 수익을 담보로 해당 프로젝트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기법을 총칭한다. 이 방식은 민간 사업주의 현재 물적 가치나 신용 등을 고려치 않고 가상의 미래가 담보하는 수익에 기초하기 때문에 현재 논란이 된 ‘최소운영수입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땅 짚고 헤엄치는 민자투자 사업
예비 타당성 조사에서부터 사업자 선정과 건설 과정 등 실제 운영되기 전까지의 모든 과정에서 사업자의 수익 보전을 위한 과도한 수요 예측을 일상화시키게 되고, 이를 근거로 PF로부터 투자금을 지원받는다. 결국 손실은 최소운영수익 보장제에 의해서 보존받아 손해보지 않는 민간투자사업으로 설계가 이뤄졌다.
현재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이라는 이름으로 법적 기반을 갖고 있는 민간 투자 사업은 그동안 정부의 끊임없는 민간투자 확장 방침에 따라 잦은 개정을 반복해 시민사회의 반대 여론을 무시하고 학교, 복지, 보건의료 영역까지 포괄하는 광대한 사적 자본의 이윤보장 제도로 자리잡았다.
국공유 재산의 무상임대 및 처분 혜택, 토지취득 및 보상에 대한 혜택, 각종 지원제도 등 기업 입장에서는 민간투자사업은 그 어떤 투자 대상보다도 리스크가 적고 고수익을 보장하는 완벽한 투자 사업이 됐다.
결국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사회 전체적으로 공적으로 유지되어야 하는 필수적인 사회기반시설에 공공적 영역이 감소하고 사적 이윤체제로의 전환이 지속적으로 이뤄어졌다. 이명박 정부는 2009년 기획재정부의 발표를 통해 “정부재정지출 효율화를 위해 민간투자사업을 계속 확장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민간 투자 사업에 대한 여러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음에도 재벌을 위한 정책을 지속하겠다는 정권의 선언이었다.
사실 지하철 9호선 문제가 발생하기 전부터도 민자사업에 대해 시민들의 불만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최초의 민자사업인 인천공항고속도로는 당시 공항으로 가는 대체 수단이 없는 유일한 필수 공공시설임에도 민자사업으로 진행해 이용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높은 이용 요금을 물을 수밖에 없었다.
시민들이 ‘요금인하 대책위’까지 만들어 헌법소원까지 냈으나 뱃길도 대체도로일 수 있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코미디 같은 판결로 토건재벌의 손을 들어줬다. 시민들은 이에 대항해 ‘톨게이트에서 동전보따리로 통행료 내기’ 같은 저항으로 민자고속도로의 횡포를 고발했던 사실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인천공항철도 다시 공영화된 사연
현재 진행중인 KTX 민영화 추진 논리와 같이 민간경쟁체제 도입을 통한 효율적 경영으로 새로운 철도경영의 모델을 보여주겠다던 인천공항철도는 더욱 심각한 문제를 노출시켰다. 예측 수요의 7%라는 경이적인 이용률을 보이며 세계 최고의 한적한 철도라는 조롱을 받았던 인천공항철도는 결국 1조2천억의 적자를 철도공사에 떠넘기며 다시 공영화되었다.
그런데 이 공영화 과정에서 자칫하면 엄청난 시민들의 세금이 또 낭비될 뻔했다. 2009년 3월 30일 국토부는 “인천공항철도 민간투자사업 합리화 대책마련”이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한국철도공사가 출자지분을 인수하기로 하는 협상에 나서겠다는 발표를 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 보도자료에서 밝히고 있는 인천공항철도의 대주주인 현대컨서시엄의 행태다. 현대는 매각대금을 챙기고 인천공항철도사업에서 손을 떼는 수준에서 민자사업과 관계 규정에 따라 금융권에 지분매각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2007년 5월 현대는 정부 승인을 전제로 한국인프라투융자사 등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고 2008년 4월 국토부에 승인을 신청한다. 국토부는 전문기관 연구 및 기재부와의 협의를 거쳐 현대의 승인 요청을 거부하고 인프라투융자사에 매각하려 했던 기존 건설사 출자 지분을 공기업인 한국철도공사가 매입하는 것으로 결정한다.
금융권에 지분 매각 이후에는 정부에서 근본적인 대책 강구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당시 국토부가 밝힌 이유였다. 만약 이때 현대의 의도대로 인천공항 철도가 민간 투융자사에 넘어갔다면 시민들이 감내해야 할 고통은 상당했을 것이다.
정치권력과 토건금융족 유착
이처럼 민간투자 관련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었지만 사회적 문제가 되지 않고 은폐되거나 외면됐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정치권력이 토건족이나 금융자본과 밀접히 유착되어 있고 이들의 이익을 대변하는데 너무나 익숙했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박원순 시장이 지난 선거에서 당선되지 않았다면 서울시측에서 ‘지하철 9호선의 경영위기를 설명하는 보도자료를 내면서 요금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시민들을 설득했을 것이다. 이번 지하철 9호선의 문제는 시민 우선 정책을 시정의 제1로 삼는 박원순 시장 체제가 아니었으면 유야무야 끝났을 일이었다.
토건금융권력과 시민권력과의 한 판 싸움이 시작됐다.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의 정치인들이 장악한 정치지형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민주통합당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새누리당과 같은 취급을 당하는 것이 억울할지도 모르겠지만 민주통합당 출신 일부 지자체장의 추진 정책이나 특히 지난 총선 때 수도권 출마 후보들이 공동 공약으로 경인선 지하화를 약속하면서 민간투자법에 의한 재정조달 방안을 내세우는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민간투자사업의 실상을 모르고 공약했다면 그만큼 정책 능력이 부족한 것이고, 알고 그랬다면 이권을 나누는 무리와 한 통속이라는 것을 증명할 뿐이다. 민주통합당이 차기 대선에서 진정으로 민심을 얻으려면, 그리고 진정으로 99%의 국민들을 위한다면 현재 박원순 시장이 시민들로부터 받고 있는 지지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 꼼꼼히 돌아봐야 한다.
지하철 9호선의 문제로 한 발 더 들어가 보자. 그동안 최소운영수익보장제나 주주사의 높은 이자비용 챙기기 같은 문제는 많이 다루어 졌으니 지하철 9호선의 사업구도를 분석해 보자. 그러면 효율적인 민간경쟁체제의 진면목이 보인다. 



적자 노선에도 재벌 높은 순익 보장
서울시는 이명박 대통령이 시장으로 재직하던 2005년 Metro 9호선 주식회사와 ‘실시협약’을 체결한다. 9호선 사업권의 총괄 주체가 된 ‘Metro 9호선 주식회사’는 ‘9호선 운영주식회사’와 9호선 운영과 유지보수 협약을 체결한다. 대주주인 현대 로템은 베올리아사와 협약을 맺고 함께 운영회사에 출자한다. 베올리아사가 대주주인 ‘9호선 운영주식회사’는 현대로템을 주축으로한 특수목적법인(SPC)과 유지보수 계약을 체결한다.
위 표와 같이 중층적 다단계로 서로 얽히고 설킨 채 일반 시민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구도의 운영체제를 구축해 놓았다. 그러나 9호선 운영체제의 핵심은 자신들이 뽑아낼 수 있는 수익은 다 뽑아 가면서 책임은 면하는 교묘한 시스템을 만들어 놓았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세후 실질사업 수익률을 8.9% 보장한다"는 협약에 따른 최소수익 보장분과 공공할인 분으로 ‘Metro 9호선 주식회사’에 2009년부터 2011년 까지 715억 원을 지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1년 감사원 보고자료에 따르면 지하철 9호선은 수백억원의 손실을 보았다.
물론 대부분의 손실분이 대주주 금융사가 챙겨가는 이자부분으로 밝혀졌지만, 지하철 9호선은 심각한 적자를 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런 가운데 운영사는 만만치 않은 수익을 챙기는 것으로 드러났다. 운영사는 2009년 개통 이후 72억의 순이익을 챙겼다. 운영사 지분을 8:2로 나눠갖고 있는 베올리아와 현대는 각각 8억과 2억을 투자해서 불과 2년 만에 35억 2천만원과 8억 8천 만원의 배당 수익을 챙겼다. 투자액 대비 엄청난 수익을 창출해냈다.
또 이런 수익에 대해 법인세조차 단 한 푼도 걷을 수 없는 제도상의 맹점까지 활용하는 선진기법을 보여준다. 깨알같이 알뜰하게 시민의 세금을 챙겨가는 효율적 경영시스템속에 이용 시민들은 환승할인 혜택도 못 받고 혼잡시간 증차 요구도 묵살 당하면서 요금은 더 내라는 협박을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 세금으로 재벌 이익 챙겨주는 블랙홀
지금까지 민간투자사업은 국민들의 세금을 빨아들여 재벌들의 이익을 챙겨주는 블랙홀 역할을 하고 있었다. 민자사업과 관련해 수많은 공청회나 학술회의가 열렸지만 화려한 프리젠테이션과 수학공식과 경제학 이론속에서 민자사업으로 고통받고 있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나 수십 년만에 처음으로 시민의 입장에서 시정을 바라보는 시장이 들어서면서 이제까지 화려한 껍데기에 가려져 있던 민간투자사업의 곪고 곪은 상처가 터졌다. 박원순 시장이 ‘시민의 뜻을 물어 9호선의 재 공영화를 추진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서울시민에게는 커다란 선물이 될 것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서울시에서 지하철 9호선을 매입해 공적운영 체제로 유지하는 것이 서울시민들에게 훨씬 이로운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 같은 메트로폴리탄의 필수적 기반시설인 지하철은 선진경영기법이라는 미명아래 겉으로는 손실을 보는 척 하면서 속으로는 세금을 빨아들이는 민영화는 올바른 정책이 아니다.
특히 서울시 지하철은 일본 동경도 등의 경우처럼 독립적 단일 노선이 많은 게 아니라 모든 노선이 서로 환승이 가능하고 전체가 일원적 네트워크로 묶여 있으므로 이 망의 균질적 발전이 가장 효율성을 담보하는 길이다. 
과도한 혜택, 감시의 부재
지하철 9호선 사태로 우리는 두 가지 숙제를 부여 받았다. 하나는 민간투자법과 민간투자사업에 대하여 어떤 수술을 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현재와 같은 민간투자사업은 당장 중지되어야 한다. 과도한 혜택과 감시기능의 부재, 준비, 시행, 운영과정에서의 투명성 확보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특히 민자사업의 대상에 대한 조정도 반드시 필요하다. 대도시 지하철이나 국가 간선 철도망, 고속도로 망 등 필수기반시설의 민영화나 민간투자유치는 법적으로 제한을 두는 방법도 모색될 수 있겠다.
남은 하나는 도시철도 망에 대한 장기적 정책 추진 방향이다. 서울시를 중심으로 수도권 광역도시 철도는 철도공사, 서울메트로, 도시철도공사, 9호선 운영사, 신분당선 등 여러 운영기관이 있다. 이들 다양한 운영기관의 효율적 통합도 고려해볼 시점이 됐다.
9호선과 신분당선은 민간투자법에 의한 민영회사로서 도시철도 네트워크의 공동망에 연결되어 있으면서 이질적인 환승 및 요금체계를 만들게 된 요인이다. 따라서 이들 민영 지하철회사의 재공영화나 공공적 역할의 강화는 서울시의 교통체계를 시민친화적으로 만드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앞으로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토건금융족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민을 위한 지하철을 만들기 위한 장정에 나선 박원순 시장과 서울시를 시민들이 격려하고 지켜줘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지하철은 재벌의 것이 아니라 시민의 것이기 때문이다.

 박흥수 / 사회공공연구소 철도정책 객원연구소

2012년 4월 17일 화요일

15조원 국민 혈세, 재벌에게 통째로 넘기자고?


이글은 프레시안 2012-04-17일자 기사 '15조원 국민 혈세, 재벌에게 통째로 넘기자고?'를 퍼왔습니다.
[기고] "KTX 민영화의 역습, 시작일 뿐이다"

총선이 새누리당의 승리로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청와대와 정부가 입장을 발표했다. 청와대는 차질 없이 정부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이에 화답하듯 국토부는 KTX 민영화를 위한 사업자 선정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여당의 총선승리로 사회적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사업들을 자신 있게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간사업자가 운영하는 지하철 9호선의 기습적인 요금인상 공고는 시민사회에 민영화에 대한 문제를 환기시키는 사건으로 떠올랐다. 만약 국토부가 지하철 9호선의 요금인상 방침을 사전에 알았다면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 달라"라고 지하철 9호선을 말렸을 것이다. 지하철 9호선 측은 '총선이 끝난 마당에 정치적 고려에 따른 요금인상 계획 연기 방침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이미 계획하고 있었던 요금인상안을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가 눈여겨 봐야할 지점은 따로 있다. 당장 지하철 9호선의 요금인상 방침에 따른 논란이 아니라 그동안 진행되어온 민간투자방식이 이대로 지속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에 사회적 관심을 쏟아야 할 때다.

정부와 기업이 말하는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 도입은 그 취지와 명분에서 사회전반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사업에 정부의 재정부담을 완화해주고 민간의 효율성을 바탕으로 한 비용절감은 결과적으로 시민들의 부담을 줄여 정부, 기업, 시민이 모두 윈윈하는 정책이라고 정부는 말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사업이 집행되는 과정에서 민간자본의 수익창출이 최고의 목표로 전환되면서 민자사업은 재앙으로 전이되고 있다. 특히 사업추진 과정에서 편법과 비리가 횡행하고 정부재정을 눈 먼 돈으로 착각하고 이권에만 매달린 사람들의 카르텔이 견고하게 형성되어 사회의 중요한 축을 훼손시키는 일이 점점 더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사회간접자본(SOC)은 일반 시장경제의 흐름과 상당히 다른 패턴의 재정운용 방식을 갖고 있다. SOC 부문이 그동안 공공부문의 책임으로 건설되고 유지되었던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시장경제의 논리와 방식으로 투자와 이윤확보가 시도될 경우 인천공항철도에서 보여지듯이 민간재벌이 단물만 빼먹고 엄청난 적자를 공기업에 떠넘기거나 지하철 9호선처럼 과도한 요금으로 시민들을 압박할 것이다.

SOC 부문, 특히 철도산업은 초기에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사업이다. 선로나 역사, 차량 등의 기본시설과 운용장비에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고 이 비용은 장기적인 운용과정에서 회수되는 특징을 갖는다. 때문에 철도의 건설과 운영에 관한 합리적인 재원의 분담방식이 요구된다.

철도관련 SOC에 대한 투자에 대비되는 두 가지 방식이 있는데 하나는 '일본형'이고 다른 하나는 '유럽형'이다. 일본과 유럽의 철도요금은 상당히 높은 수준인데 각각의 사회가 갖는 사회문화적 특성으로 인하여 그 지원 방식의 차이가 존재한다. 그러나 대비되는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시민사회가 감당하는 교통요금의 바탕에는 시민들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일본 기업, 편의점 알바생에게도 교통요금 지원 

일본의 경우 철도 민영화의 성공사례로 알려지고 있고 실제로 철도산업에서 흑자를 내고 있는 몇 안 되는 나라 중의 하나이다. 철도 전문가들은 철도산업의 특성상 흑자를 내는 것이 쉽지 않고 또한 이런 문제를 단순히 흑자나 적자의 논리가 아니라 철도의 사회경제적 필요성과 역할, 철도가 창출하는 사회경제적 가치를 고려하는 것으로 경영상의 문제를 탈피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럼에도 일본의 일부 민영철도가 흑자를 달성하고 있는 것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일본 사회의 특징은 에도시대를 거쳐 메이지 유신을 거치며 현재에 이루기까지 사적이면서 가부장적인 문화를 유지하고 있다.

근대 유럽이 시민사회로 발전하면서 사회적 공동체의 중앙기관인 국가의 역할이 강조된 반면 일본은 백성의 생활을 보장하는 단위로서 국가보다는 사적공동체가 그 책임을 맡았다. 일본의 근대화와 전후 복구과정에서 기업들은 일본국민들의 생활을 보장하는 기본 단위가 되었고 이것이 신자유주의가 도입되기 전까지 '가족 같은 직장, 정년까지의 고용보장' 등으로 일본사회를 지탱하는 힘이 되었다. 이런 문화 속에 일본 철도는 민영화된 일반 철도의 시스템으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한다. 일본의 철도요금은 국민소득수준을 감안해도 상당히 높다. 그런데 이렇게 높은 철도요금이 사회적 저항없이 유지되는 비결은 무엇인가? 그것은 국가의 보조금이 아니라 기업이 교통요금의 상당부분을 부담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사적인 이용이 아닌 생산활동을 하기 위한 모든 철도요금을 기업이 부담하고 있다. 편의점에서 임시직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더라도 시간당 임금 외에 교통요금이 지불되고 있다. 이렇게 지원되는 교통요금은 이용한도가 차면 개인이 추가분을 지불해야 하는 정액제 시스템이 아니라 실제 이용한 만큼 보전되는 것으로 상당히 파격적인 제도다. 만약 이러한 기업보조가 이뤄지지 않으면 일본사람들의 교통이동권은 심각하게 침해 받을 것이다. 이렇게 처리된 기업의 교통 보조금은 연말에 기업에 대한 세제혜택 등을 통해 정부지원이 이루어진다.

이런 상황에서도 일부 이용자가 많은 철도회사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적자를 못 면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와 같이 일본은 기업이 공적부조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에 철도투자에 대한 다양한 방식이 존재한다. 특히 일본은 철도회사의 자립채산과 이윤확보를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환경 속에서 운임수입을 통하여 자본비와 운영비뿐만 아니라 적정이윤을 확보하는 설계를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도 정부는 각종 철도투자기구를 설치하여 막대한 보조금을 지불하고 있는 사실을 놓쳐서는 안 된다.

유럽 학생은 열차버스 무료, 직장인은 정액제로 무제한 이동 보장 

유럽의 경우에는 철도를 공공재로 분류하여 공적보조와 적자의 보전을 기본으로 하는 공공수송정책을 취하고 있다. 네트워크 인프라의 특성상 어느 특정 부분의 부실이 결국은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한계비용운임결정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이것은 철도의 사회적 역할과 사회경제적 효과를 반영하는 것으로 교통혼잡비용과 환경오염비용 등 도로교통 대비 사회적 기여도가 높은 철도의 특성을 반영하여 투자원칙을 정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직장인은 월6-8만 원 정도의 교통비를 지불하고 서울에서 평택정도의 통근 거리를 통근열차와 버스에 대해 제한 없이 이용하고 있다. 또한 이 비용 중 취업자들은 회사에서 50%를 지원해주고 있다. 독일은 프랑크푸르트 대학의 예만 보더라도 통학을 하는 학생들은 열차와 버스를 무료로 이용하고 있다. 사실 무료라기보다는 최근 인상된 연간 300유로(한화 47만원)정도의 대학 등록금에 포함되어 있는 학생회비에 교통비가 포함되어 있다. 이처럼 공공교통은 국가가 정책적으로 시민들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것으로 정착돼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현실은 어떠한가? 절대적으로는 교통요금이 선진국들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 상대적으로는 높은 교통요금을 시민들이 부담하고 있다. 통근이나 통학을 하는 시민들의 교통비는 고스란히 이용자들의 몫이다. 사회공공재에 대한 시민권적 인식이 부재하고 이를 위한 재원마련에 정부나 기업이 손을 놓고 있는 실정에서 국민소득수준에 비해 높은 교통요금을 지불하고 있다. 심각한 일은 이런 상황에서도 문제가 개선될 여지가 보이기는커녕 더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중심에 철 지난 대안인 민영화가 있고 그 추진 방법의 일환인 민간투자사업이 존재한다.



ⓒ철도노조

민자사업, 비효율 높이고 폭리 취해…국민 부담 증가 

한국의 민간투자사업은 어떤 방식인가? 실상은 말만 민자사업일 뿐 공공투자재원으로 진행되고 있다. 시행사업자의 자기자본비율이 30%에 불과하고 재정지원 30%와 정부보증으로 빌린 자금을 합하면 70%에 이른다. 더 큰 문제는 민자투자사업의 실행원가가 총공사비의 60%에 불과해 사업시행자는 거의 자기 돈을 들이지 않고 사업을 수행하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민간투자사업이 토건자본의 무한이윤 창출을 보장하는 창구로 전락한 것이다.

민간 건설사들의 자체원가대비 실행원가 비율을 보면 협약서 공사비의 56% 수준의 실제 공사비가 지출되어 공사비에서 엄청난 폭리를 취하고 있다. 게다가 민간이 하면 효율화되어 비용이 더 낮아진다는 정부의 설명이 무색하게 고속도로의 경우만 보더라도 KM당 평균 건설단가는 민간투자 사업이 약 220억 원으로 국가가 담당했을 때의 157억 원보다 40% 이상(KM당 63억 원) 높다. 수의계약에 의한 사업자 선정과 발주처와 사업자 또는 사업자간 담합을 할 수 있는 구조가 아직도 고쳐지지 않고 있다. 게다가 민자 고속도로의 이용료는 도로공사가 관할하는 고속도로보다 훨씬 높게 책정되어 있다.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사회기반시설에 최근 십수년간 엄청난 민간투자사업이 시행되었다. 이것은 SOC분야의 광범위한 민영화로 한국 사회기반시설의 뿌리를 통째로 흔들어 놓을 만한 일이다. 특히 시장우선과 민간투자 활성화, 규제완화와 공기업의 민영화를 나아갈 지표로 삼고 있는 정책담당자들과 토건자본의 강력한 결합은 한국의 SOC발전에 크나큰 해악으로 작용하고 있다. 각종 수치의 왜곡과 장미 빛 전망을 양산하며 나중에 문제가 발생해도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2007년 한국개발연구원은 정부보조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수요예측이 민간투자 사업의 경우 50%이상 과다 측정되었다고 밝혔다. 정부와 토건자본은 사업 타당성을 확보하고 향후 운영수입을 안정적으로 챙기기 위해 수요예측을 부풀린다. 이런 수요예측 부풀리기는 업체의 입맛에 맞게 용역보고서를 작성해주는 한국교통연구원과 같은 전문용역기관의 몫이다. 이들이 일반적으로 쓰는 방식은 업체의 투자수익률을 산정해 놓고 교통수요예측을 역산하는 것인데 결과적으로 국민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전가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의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정책부재와 재벌 편들기가 극에 달한 것이 현재 추진되고 있는 KTX 민영화다.

정부는 15조 원 투자, 알맹이는 재벌이 챙기나?

정부가 밝히고 있는 KTX 민영화의 내용은 지금까지의 민자투자사업과는 완전히 다르다. 그 이유는 애초 수서발 KTX는 철도공사가 갖고 있는 구조적 적자문제를 해결하고 철도산업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기획되어 있었다. 때문에 민간투자사업 대상도 아니었고 당연히 국가가 세금으로 기반시설 건설을 맡게 된 것이다. 그러나 토건재벌과 외국자본의 입장에서 영구적인 수익을 보장할 수 있는 황금알을 낳는 공적기반시설이 갖는 매력은 그 무엇보다 클 수밖에 없다. 더욱이 건설경기의 침체 속에서 안정적인 수익창출과 역사주변의 개발이권까지 챙기게 될 경우 얻는 막대한 수익을 생각해볼 때 토건재벌의 입장에서는 사운을 걸고라도 도전해 볼만한 일이다. 더욱 유리한 것은 비즈니스 프랜들리를 자처하며 기업에 모든 것을 넘겨줘도 아깝지 않아 하는 대통령과 정부가 있는 지금만큼 유리한 시기가 없는 것이다. 결국 이런 사정 속에 15조 원의 국민세금이 투자될 시설을 아예 통째로 재벌에 넘기는 일이 시도되고 있는 중이다.

철도시스템은 그 필요성과 중요성이 점점 더 확대되고 있다. 경부선 철도나 서울시 지하철이 하루라도 운행을 중단하는 일이 벌어질 경우 벌어질 사회적 혼란은 이제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그 만큼 시민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이런 기반시설은 무엇보다 먼저 그 사회적 역할에 따른 공적 시스템이 확고하게 유지되는 바탕에서 수익성이나 적자구조 개선의 문제가 논의 되어야만 한다. 사회적 자산의 무분별한 민영화가 불러오는 것은 비단 재벌들이 특혜를 가져가는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의 양극화를 촉진시키고 민주주의마저 훼손시키는 결과를 낳아 빈익빈 부익부 시스템을 고착화시키는데 있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철도와 같은 사회기반시설이 계층과 소득에 무관하게 시민들이 자유롭게 접근하고 이동할 수 있는 기본권에 속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간선철도망을 특정 재벌에 넘기려하고 있는 현실은 절망적이다.

더군다나 불도저라는 별명에 걸맞게 사회적 반대여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임기를 1년도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KTX민영화를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정권의 속내는 무엇인가? 지금이라도 한국 철도의 바람직한 발전전망에 대하여 정부와 의회, 철도전문가 시민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여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철도를 만드는 노력을 경주할 때이다.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소 철도정책객원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