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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29일 수요일

낙하산, 그리고 겸임 사장…MBC 지역사가 술렁이는 이유

이글은 미디어스 2013-05-28일자 기사 '낙하산, 그리고 겸임 사장…MBC 지역사가 술렁이는 이유'를 퍼왔습니다.
MBC노조 "낙하산·겸임사장, 개선해야"…여당 이사 "지역사 전반적 비효율"


▲ 김종국 MBC 사장 ⓒMBC 제공

김종국 MBC 사장이 본부장, 국·부장급 인사에 속도를 내며 24일까지 MBC 본사 인사를 끝마쳤다. 지금까지는 백종문 편성제작본부장, 권재홍 보도본부장, 김장겸 보도국장 등 김재철 전 사장 체제에서 일정 부분 역할을 담당했던 인물들이 유임됐거나 승진해 '김재철 시즌2'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사 논란 속에서 김종국 사장은 지역사와 관계사 임원 인사를 남겨두고 있다. MBC 지역사 내부 구성원들은 이와 관련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 사장은 오는 30일 방송문화진흥회(아래 방문진·이사장 김문환) 여·야 이사들과 사전 협의 과정을 거친 뒤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누가 새 사장이 될까?…MBC 지역사 '술렁'

지역 MBC 가운데 6곳(부산, 안동, 여수, 울산, 청주·충주, 포항) 사장 임기(3년)는 올해로 끝난다. 김 사장이 대전 MBC 사장이었기 때문에 대전 MBC 사장 자리도 공석이 됐다. 김 사장이 각 지역사 사장의 일괄 사표를 받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김 사장의 인재풀이 협소하다는 점과 그의 임기가 1년이 채 못 된다는 점은 전폭적 인사에 있어 큰 한계로 꼽힌다.
MBC 지역사 관계자는 27일 (미디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김종국 사장이 사석에서 '지역사 인사만큼은 자신의 뜻대로 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며 "이 말은 본부장 및 국·부장 인사는 방문진의 영향력 아래에 있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지역사 인선에서는 이보다는 김 사장의 의지가 더 반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럼에도 임기가 짧은 김 사장이 자신의 색을 강하게 드러낼 수 없을 것이라는 게 현 분위기"라며 "김재철 전 사장이 지역사·관계사 인사로 해임 의결이 된 만큼 김종국 사장 역시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일 것 같다. 7개 지역사 사장 중 일부를 새롭게 임명하거나 유임하는 방식을 통해 인사를 단행하는 데 그칠 것 같다"고 말했다.
지역사의 노동조합들도 사장 선임을 앞두고 분주해진 모습이다. 언론노조 MBC본부 부산지부(지부장 김홍식)는 지난 23일 성명을 통해 "자격 없는 김수병 부산 MBC 사장의 연임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김수병 사장은 불공정방송 행위, 각종 인사 전횡 등의 문제가 있는 인물이다. 그가 아닌 자격 있는 사장이 임명되는 것이야말로 부산 MBC 부활의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재철 인사들이 지역사에?…"겸임 사장 임명도 주목해야"

MBC 내부에서는 이우용 미래전략실 국장과 안광한 전 MBC 부사장, 황용구 전 보도국장 등 김재철 체제 아래서 큰 역할을 했던 인물들의 거취를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김종국 사장이 24일까지 내린 인사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들이 '낙하산'으로 지역사 사장에 임명될 가능성을 부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MBC 보도국 내 한 기자는 "그동안 김종국 사장의 인사를 분석해 보면, 지역사·관계사 사장 선임에서도 김재철 체제 인사들이 영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며 "김 사장이 이들의 자리마저 챙겨 주게 된다면 김재철 체제와 전혀 다를 바가 없게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성주)도 27일 성명을 통해 "김 사장이 '김재철의 잔재들' 처리의 몫을 지역사에 떠넘긴다는 얘기까지 공공연히 돌고 있다"며 "지역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무참히 짓밟았던 김재철 체제의 악몽이 부활하는 것을 바라보고만 있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낙하산 인사뿐 아니라 겸임사장제가 지속될 지도 쟁점이다. 김 사장이 2010년 3월 진주·창원 MBC 겸임사장을 맡은 이후 두 지역사의 통폐합을 주도한 전력이 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MBC 내부선 겸임 사장 임명을 통폐합의 신호탄으로 간주한다.
김 사장은 3일 취임사에서 "지역 계열사는 광고매출하락에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 숫자의 우위가 이제는 약점인 시대로 바뀌고 있다. 시대변화에 맞춰 계열사 스스로 자구책을 찾도록 독려하겠다"며 광역화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또 다른 지역사 관계자는 "김재철 체제에서 문제가 됐던 사람들, 이를 테면 이우용, 안광한과 같은 사람이 지역사 사장으로 내려오는지도 주시해야 하지만 충주·청주 등에 겸임 사장이 임명되는지도 중요한 문제"라며 "겸임 사장이 오게 되면 강제 통폐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도 "김종국 사장이 진주-창원 강제통폐합의 실무자를 특보로 발령해 곁에 두고 있는 것이 심히 우려스럽다"라며 "백번을 양보해, 지역MBC가 외부 환경에 취약한 구조를 가졌다 할지라도 강제통폐합이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강릉·삼척과 충주·청주에 적용되고 있는 겸임사장제는 즉각 폐지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 2011년.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이 진주-창원 MBC 통합에 반대하며 농성에 나선 모습 ⓒ언론노조

노조, "사장 추천위원회 도입"…현실적으로는 어려울 듯

언론노조 MBC본부 등 각 노동조합들은 지역사 자율경영 제고를 위해 지역사 사장 '추천위원회' 도입이나 MBC 정관 개정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낙하산 사장'과 '겸임 사장'과 관련한 방문진 여당 이사의 생각은 이와 다르다. 현 정권 하에서 방문진 여당 이사들의 영향력이 강하다는 것을 고려하면 노조의 주장이 쉽게 받아들여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여당 추천 김광동 이사는 28일 (미디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역사의 경쟁력이 매우 떨어져 있다. 부산이나 경남의 경우 경쟁사인 KNN의 시청률을 따라가지고 못하고 있다"며 "이는 MBC 지역사의 독점적 지위가 오래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이사는 '겸임사장'에 대해 "MBC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가능하면 통합으로 가야 한다는 의견이 줄기차게 나왔다"며 "KBS와 SBS 경우에는 강원도에 지역사가 딱 하나 있을 뿐이다. MBC는 춘천, 강릉, 삼척 등 지역사가 너무 많다. 임명돼야 하는 자리가 너무 많고 전반적으로 비효율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김 이사는 "김재철 사장과 함께 일했다는 이유만으로 배제하는 것을 옳지 못하다"라며 "그와 특수한 관계로 승진하거나 이익을 본 사람이 아니라면 배제할 이유가 없다. 이는 MBC노조의 프레임"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언론노조 MBC본부는 "낙하산 논란을 불식하기 위한 지역 MBC 사장 '추천위원회' 도입이나 자율경영을 가로막는 정관 개정 등을 요구하는 동시에 사측이 생각하는 경영합리화 방안이 과연 합리적인지 객관적으로 검토할 자세가 돼 있다"며 "그러나 지금까지와 같은 서울 사측의 태도로는 대화가 어렵다. 지역사를 네트워크의 동반자가 아니라 털고 싶은 부담으로만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도연 기자  |  riverskim@mediaus.co.kr

2012년 4월 20일 금요일

[사설] 언제는 ‘몸싸움 방지법’ 필요하다더니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4-19일자 사설 '[사설] 언제는 ‘몸싸움 방지법’ 필요하다더니'를 퍼왔습니다.
여야가 오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한 ‘국회법 개정안’은 국회 폭력사태 근절을 위해 정치권이 오랫동안 고심한 끝에 내놓은 방안이다. 그런데 이 법안 통과가 눈앞에 닥치자 보수언론 등을 중심으로 갑자기 우려의 목소리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소수당이 지연작전을 펼칠 경우 미합의 쟁점들의 단독 처리가 어려워져 국회가 비능률·비효율의 늪에 빠질 것이라는 게 비판의 요체다.
이런 주장은 몇 가지 중대한 허점을 내포하고 있다. 이 법은 국회 폭력사태의 원인인 다수의 횡포와 소수의 극렬한 저지를 막자는 것이 근본 취지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제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 제도 도입, 질서 파괴 의원에 대한 징계 규정 등은 이를 위해 여야가 오랫동안 머리를 짜낸 결과다. 그런데 뚜렷한 대안 제시도 없이 다수당이 마음대로 법안 통과도 못하게 됐다고 푸념하는 것은 ‘강행 통과 옹호론’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국회가 의안 처리 기능이 마비돼 식물국회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기우일 뿐이다. 사실 겉보기로는 국회가 언제나 폭력과 무질서로 얼룩진 것처럼 비치지만 실제 대부분의 사안은 여야 합의를 통해 통과되고 있다. 지난 17대 국회의 경우 국회 본회의에서 심의한 법안의 95% 이상이 여야의 참여 속에 절대다수의 찬성으로 통과됐다는 통계도 있다. 문제는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5%의 쟁점인데, 이런 사안은 시간 다툼에 매달리기보다는 국민의 의사를 종합적으로 물어 가장 합리적인 대안을 도출하는 것이 진정한 효율이고 능률이다. 법안 날치기 통과 뒤 우리 사회가 치러온 막대한 비용을 생각하면 무엇이 국회의 진정한 효율성인지는 더욱 분명해진다.
다수당이 과반수를 차지하고서도 의안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걱정도 마찬가지다. 과거 국회 역사를 보면 여당이 막강한 다수를 점했던 때보다 13대 국회 여소야대 시절에 오히려 상임위원회의 의안 처리가 2.47배나 늘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문제는 활발한 대화와 타협이지 다수당의 의석수가 아님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국회법 개정안 하나만으로 국회 선진화가 저절로 이뤄지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의원들의 자유의사를 아랑곳하지 않고 당론으로 속박하는 구조, 대통령이 야당을 설득하기보다는 여당에 법안 통과를 지시하는 풍토, 합리적 토론과 대화보다는 비타협 강경노선이 득세하는 분위기 속에서 국회 선진화는 요원하다. 국회법 개정안을 계기로 정치인들의 의식과 정치문화 자체에 큰 변혁의 바람이 일어야 한다.

2012년 4월 17일 화요일

15조원 국민 혈세, 재벌에게 통째로 넘기자고?


이글은 프레시안 2012-04-17일자 기사 '15조원 국민 혈세, 재벌에게 통째로 넘기자고?'를 퍼왔습니다.
[기고] "KTX 민영화의 역습, 시작일 뿐이다"

총선이 새누리당의 승리로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청와대와 정부가 입장을 발표했다. 청와대는 차질 없이 정부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이에 화답하듯 국토부는 KTX 민영화를 위한 사업자 선정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여당의 총선승리로 사회적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사업들을 자신 있게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간사업자가 운영하는 지하철 9호선의 기습적인 요금인상 공고는 시민사회에 민영화에 대한 문제를 환기시키는 사건으로 떠올랐다. 만약 국토부가 지하철 9호선의 요금인상 방침을 사전에 알았다면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 달라"라고 지하철 9호선을 말렸을 것이다. 지하철 9호선 측은 '총선이 끝난 마당에 정치적 고려에 따른 요금인상 계획 연기 방침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이미 계획하고 있었던 요금인상안을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가 눈여겨 봐야할 지점은 따로 있다. 당장 지하철 9호선의 요금인상 방침에 따른 논란이 아니라 그동안 진행되어온 민간투자방식이 이대로 지속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에 사회적 관심을 쏟아야 할 때다.

정부와 기업이 말하는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 도입은 그 취지와 명분에서 사회전반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사업에 정부의 재정부담을 완화해주고 민간의 효율성을 바탕으로 한 비용절감은 결과적으로 시민들의 부담을 줄여 정부, 기업, 시민이 모두 윈윈하는 정책이라고 정부는 말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사업이 집행되는 과정에서 민간자본의 수익창출이 최고의 목표로 전환되면서 민자사업은 재앙으로 전이되고 있다. 특히 사업추진 과정에서 편법과 비리가 횡행하고 정부재정을 눈 먼 돈으로 착각하고 이권에만 매달린 사람들의 카르텔이 견고하게 형성되어 사회의 중요한 축을 훼손시키는 일이 점점 더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사회간접자본(SOC)은 일반 시장경제의 흐름과 상당히 다른 패턴의 재정운용 방식을 갖고 있다. SOC 부문이 그동안 공공부문의 책임으로 건설되고 유지되었던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시장경제의 논리와 방식으로 투자와 이윤확보가 시도될 경우 인천공항철도에서 보여지듯이 민간재벌이 단물만 빼먹고 엄청난 적자를 공기업에 떠넘기거나 지하철 9호선처럼 과도한 요금으로 시민들을 압박할 것이다.

SOC 부문, 특히 철도산업은 초기에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사업이다. 선로나 역사, 차량 등의 기본시설과 운용장비에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고 이 비용은 장기적인 운용과정에서 회수되는 특징을 갖는다. 때문에 철도의 건설과 운영에 관한 합리적인 재원의 분담방식이 요구된다.

철도관련 SOC에 대한 투자에 대비되는 두 가지 방식이 있는데 하나는 '일본형'이고 다른 하나는 '유럽형'이다. 일본과 유럽의 철도요금은 상당히 높은 수준인데 각각의 사회가 갖는 사회문화적 특성으로 인하여 그 지원 방식의 차이가 존재한다. 그러나 대비되는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시민사회가 감당하는 교통요금의 바탕에는 시민들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일본 기업, 편의점 알바생에게도 교통요금 지원 

일본의 경우 철도 민영화의 성공사례로 알려지고 있고 실제로 철도산업에서 흑자를 내고 있는 몇 안 되는 나라 중의 하나이다. 철도 전문가들은 철도산업의 특성상 흑자를 내는 것이 쉽지 않고 또한 이런 문제를 단순히 흑자나 적자의 논리가 아니라 철도의 사회경제적 필요성과 역할, 철도가 창출하는 사회경제적 가치를 고려하는 것으로 경영상의 문제를 탈피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럼에도 일본의 일부 민영철도가 흑자를 달성하고 있는 것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일본 사회의 특징은 에도시대를 거쳐 메이지 유신을 거치며 현재에 이루기까지 사적이면서 가부장적인 문화를 유지하고 있다.

근대 유럽이 시민사회로 발전하면서 사회적 공동체의 중앙기관인 국가의 역할이 강조된 반면 일본은 백성의 생활을 보장하는 단위로서 국가보다는 사적공동체가 그 책임을 맡았다. 일본의 근대화와 전후 복구과정에서 기업들은 일본국민들의 생활을 보장하는 기본 단위가 되었고 이것이 신자유주의가 도입되기 전까지 '가족 같은 직장, 정년까지의 고용보장' 등으로 일본사회를 지탱하는 힘이 되었다. 이런 문화 속에 일본 철도는 민영화된 일반 철도의 시스템으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한다. 일본의 철도요금은 국민소득수준을 감안해도 상당히 높다. 그런데 이렇게 높은 철도요금이 사회적 저항없이 유지되는 비결은 무엇인가? 그것은 국가의 보조금이 아니라 기업이 교통요금의 상당부분을 부담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사적인 이용이 아닌 생산활동을 하기 위한 모든 철도요금을 기업이 부담하고 있다. 편의점에서 임시직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더라도 시간당 임금 외에 교통요금이 지불되고 있다. 이렇게 지원되는 교통요금은 이용한도가 차면 개인이 추가분을 지불해야 하는 정액제 시스템이 아니라 실제 이용한 만큼 보전되는 것으로 상당히 파격적인 제도다. 만약 이러한 기업보조가 이뤄지지 않으면 일본사람들의 교통이동권은 심각하게 침해 받을 것이다. 이렇게 처리된 기업의 교통 보조금은 연말에 기업에 대한 세제혜택 등을 통해 정부지원이 이루어진다.

이런 상황에서도 일부 이용자가 많은 철도회사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적자를 못 면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와 같이 일본은 기업이 공적부조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에 철도투자에 대한 다양한 방식이 존재한다. 특히 일본은 철도회사의 자립채산과 이윤확보를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환경 속에서 운임수입을 통하여 자본비와 운영비뿐만 아니라 적정이윤을 확보하는 설계를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도 정부는 각종 철도투자기구를 설치하여 막대한 보조금을 지불하고 있는 사실을 놓쳐서는 안 된다.

유럽 학생은 열차버스 무료, 직장인은 정액제로 무제한 이동 보장 

유럽의 경우에는 철도를 공공재로 분류하여 공적보조와 적자의 보전을 기본으로 하는 공공수송정책을 취하고 있다. 네트워크 인프라의 특성상 어느 특정 부분의 부실이 결국은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한계비용운임결정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이것은 철도의 사회적 역할과 사회경제적 효과를 반영하는 것으로 교통혼잡비용과 환경오염비용 등 도로교통 대비 사회적 기여도가 높은 철도의 특성을 반영하여 투자원칙을 정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직장인은 월6-8만 원 정도의 교통비를 지불하고 서울에서 평택정도의 통근 거리를 통근열차와 버스에 대해 제한 없이 이용하고 있다. 또한 이 비용 중 취업자들은 회사에서 50%를 지원해주고 있다. 독일은 프랑크푸르트 대학의 예만 보더라도 통학을 하는 학생들은 열차와 버스를 무료로 이용하고 있다. 사실 무료라기보다는 최근 인상된 연간 300유로(한화 47만원)정도의 대학 등록금에 포함되어 있는 학생회비에 교통비가 포함되어 있다. 이처럼 공공교통은 국가가 정책적으로 시민들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것으로 정착돼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현실은 어떠한가? 절대적으로는 교통요금이 선진국들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 상대적으로는 높은 교통요금을 시민들이 부담하고 있다. 통근이나 통학을 하는 시민들의 교통비는 고스란히 이용자들의 몫이다. 사회공공재에 대한 시민권적 인식이 부재하고 이를 위한 재원마련에 정부나 기업이 손을 놓고 있는 실정에서 국민소득수준에 비해 높은 교통요금을 지불하고 있다. 심각한 일은 이런 상황에서도 문제가 개선될 여지가 보이기는커녕 더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중심에 철 지난 대안인 민영화가 있고 그 추진 방법의 일환인 민간투자사업이 존재한다.



ⓒ철도노조

민자사업, 비효율 높이고 폭리 취해…국민 부담 증가 

한국의 민간투자사업은 어떤 방식인가? 실상은 말만 민자사업일 뿐 공공투자재원으로 진행되고 있다. 시행사업자의 자기자본비율이 30%에 불과하고 재정지원 30%와 정부보증으로 빌린 자금을 합하면 70%에 이른다. 더 큰 문제는 민자투자사업의 실행원가가 총공사비의 60%에 불과해 사업시행자는 거의 자기 돈을 들이지 않고 사업을 수행하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민간투자사업이 토건자본의 무한이윤 창출을 보장하는 창구로 전락한 것이다.

민간 건설사들의 자체원가대비 실행원가 비율을 보면 협약서 공사비의 56% 수준의 실제 공사비가 지출되어 공사비에서 엄청난 폭리를 취하고 있다. 게다가 민간이 하면 효율화되어 비용이 더 낮아진다는 정부의 설명이 무색하게 고속도로의 경우만 보더라도 KM당 평균 건설단가는 민간투자 사업이 약 220억 원으로 국가가 담당했을 때의 157억 원보다 40% 이상(KM당 63억 원) 높다. 수의계약에 의한 사업자 선정과 발주처와 사업자 또는 사업자간 담합을 할 수 있는 구조가 아직도 고쳐지지 않고 있다. 게다가 민자 고속도로의 이용료는 도로공사가 관할하는 고속도로보다 훨씬 높게 책정되어 있다.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사회기반시설에 최근 십수년간 엄청난 민간투자사업이 시행되었다. 이것은 SOC분야의 광범위한 민영화로 한국 사회기반시설의 뿌리를 통째로 흔들어 놓을 만한 일이다. 특히 시장우선과 민간투자 활성화, 규제완화와 공기업의 민영화를 나아갈 지표로 삼고 있는 정책담당자들과 토건자본의 강력한 결합은 한국의 SOC발전에 크나큰 해악으로 작용하고 있다. 각종 수치의 왜곡과 장미 빛 전망을 양산하며 나중에 문제가 발생해도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2007년 한국개발연구원은 정부보조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수요예측이 민간투자 사업의 경우 50%이상 과다 측정되었다고 밝혔다. 정부와 토건자본은 사업 타당성을 확보하고 향후 운영수입을 안정적으로 챙기기 위해 수요예측을 부풀린다. 이런 수요예측 부풀리기는 업체의 입맛에 맞게 용역보고서를 작성해주는 한국교통연구원과 같은 전문용역기관의 몫이다. 이들이 일반적으로 쓰는 방식은 업체의 투자수익률을 산정해 놓고 교통수요예측을 역산하는 것인데 결과적으로 국민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전가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의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정책부재와 재벌 편들기가 극에 달한 것이 현재 추진되고 있는 KTX 민영화다.

정부는 15조 원 투자, 알맹이는 재벌이 챙기나?

정부가 밝히고 있는 KTX 민영화의 내용은 지금까지의 민자투자사업과는 완전히 다르다. 그 이유는 애초 수서발 KTX는 철도공사가 갖고 있는 구조적 적자문제를 해결하고 철도산업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기획되어 있었다. 때문에 민간투자사업 대상도 아니었고 당연히 국가가 세금으로 기반시설 건설을 맡게 된 것이다. 그러나 토건재벌과 외국자본의 입장에서 영구적인 수익을 보장할 수 있는 황금알을 낳는 공적기반시설이 갖는 매력은 그 무엇보다 클 수밖에 없다. 더욱이 건설경기의 침체 속에서 안정적인 수익창출과 역사주변의 개발이권까지 챙기게 될 경우 얻는 막대한 수익을 생각해볼 때 토건재벌의 입장에서는 사운을 걸고라도 도전해 볼만한 일이다. 더욱 유리한 것은 비즈니스 프랜들리를 자처하며 기업에 모든 것을 넘겨줘도 아깝지 않아 하는 대통령과 정부가 있는 지금만큼 유리한 시기가 없는 것이다. 결국 이런 사정 속에 15조 원의 국민세금이 투자될 시설을 아예 통째로 재벌에 넘기는 일이 시도되고 있는 중이다.

철도시스템은 그 필요성과 중요성이 점점 더 확대되고 있다. 경부선 철도나 서울시 지하철이 하루라도 운행을 중단하는 일이 벌어질 경우 벌어질 사회적 혼란은 이제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그 만큼 시민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이런 기반시설은 무엇보다 먼저 그 사회적 역할에 따른 공적 시스템이 확고하게 유지되는 바탕에서 수익성이나 적자구조 개선의 문제가 논의 되어야만 한다. 사회적 자산의 무분별한 민영화가 불러오는 것은 비단 재벌들이 특혜를 가져가는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의 양극화를 촉진시키고 민주주의마저 훼손시키는 결과를 낳아 빈익빈 부익부 시스템을 고착화시키는데 있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철도와 같은 사회기반시설이 계층과 소득에 무관하게 시민들이 자유롭게 접근하고 이동할 수 있는 기본권에 속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간선철도망을 특정 재벌에 넘기려하고 있는 현실은 절망적이다.

더군다나 불도저라는 별명에 걸맞게 사회적 반대여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임기를 1년도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KTX민영화를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정권의 속내는 무엇인가? 지금이라도 한국 철도의 바람직한 발전전망에 대하여 정부와 의회, 철도전문가 시민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여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철도를 만드는 노력을 경주할 때이다.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소 철도정책객원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