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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월 20일 금요일

[사설] 언제는 ‘몸싸움 방지법’ 필요하다더니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4-19일자 사설 '[사설] 언제는 ‘몸싸움 방지법’ 필요하다더니'를 퍼왔습니다.
여야가 오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한 ‘국회법 개정안’은 국회 폭력사태 근절을 위해 정치권이 오랫동안 고심한 끝에 내놓은 방안이다. 그런데 이 법안 통과가 눈앞에 닥치자 보수언론 등을 중심으로 갑자기 우려의 목소리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소수당이 지연작전을 펼칠 경우 미합의 쟁점들의 단독 처리가 어려워져 국회가 비능률·비효율의 늪에 빠질 것이라는 게 비판의 요체다.
이런 주장은 몇 가지 중대한 허점을 내포하고 있다. 이 법은 국회 폭력사태의 원인인 다수의 횡포와 소수의 극렬한 저지를 막자는 것이 근본 취지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제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 제도 도입, 질서 파괴 의원에 대한 징계 규정 등은 이를 위해 여야가 오랫동안 머리를 짜낸 결과다. 그런데 뚜렷한 대안 제시도 없이 다수당이 마음대로 법안 통과도 못하게 됐다고 푸념하는 것은 ‘강행 통과 옹호론’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국회가 의안 처리 기능이 마비돼 식물국회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기우일 뿐이다. 사실 겉보기로는 국회가 언제나 폭력과 무질서로 얼룩진 것처럼 비치지만 실제 대부분의 사안은 여야 합의를 통해 통과되고 있다. 지난 17대 국회의 경우 국회 본회의에서 심의한 법안의 95% 이상이 여야의 참여 속에 절대다수의 찬성으로 통과됐다는 통계도 있다. 문제는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5%의 쟁점인데, 이런 사안은 시간 다툼에 매달리기보다는 국민의 의사를 종합적으로 물어 가장 합리적인 대안을 도출하는 것이 진정한 효율이고 능률이다. 법안 날치기 통과 뒤 우리 사회가 치러온 막대한 비용을 생각하면 무엇이 국회의 진정한 효율성인지는 더욱 분명해진다.
다수당이 과반수를 차지하고서도 의안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걱정도 마찬가지다. 과거 국회 역사를 보면 여당이 막강한 다수를 점했던 때보다 13대 국회 여소야대 시절에 오히려 상임위원회의 의안 처리가 2.47배나 늘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문제는 활발한 대화와 타협이지 다수당의 의석수가 아님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국회법 개정안 하나만으로 국회 선진화가 저절로 이뤄지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의원들의 자유의사를 아랑곳하지 않고 당론으로 속박하는 구조, 대통령이 야당을 설득하기보다는 여당에 법안 통과를 지시하는 풍토, 합리적 토론과 대화보다는 비타협 강경노선이 득세하는 분위기 속에서 국회 선진화는 요원하다. 국회법 개정안을 계기로 정치인들의 의식과 정치문화 자체에 큰 변혁의 바람이 일어야 한다.

2012년 2월 7일 화요일

[사설]약사법 개정 반대 의원은 공천에서 빼라


이글은 경향신문 2012-02-06일자 사설 '[사설]약사법 개정 반대 의원은 공천에서 빼라'를 퍼왔습니다.
가정 상비약을 약국 외에서 팔 수 있도록 하는 약사법 개정안이 2월 임시국회에서도 처리가 불투명하다고 한다. 여야 구분없이 대부분의 의원이 대한약사회의 입장을 두둔하면서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약사법 개정안이 이달 임시회에서 통과되지 않는다면 법안 처리는 18대 국회에서는 물건너간다. 국민 여론조사에서 절대 다수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난 약사법 개정안을 국회가 거부하는 것은 국민을 철저히 무시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국회의원이 국민의 뜻을 거스르고 이해집단인 약사회 편을 든다면 국민이 나서서 응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난달 지역구 약사회 분회 정기총회에 참석해 약사법 개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노골적으로 밝힌 국회의원은 수십명에 이른다. 약사회 기관지인 ‘약사공론’이 소개한 국회의원의 발언을 보면 참으로 가관이다. “약사회가 동의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약사들의 생존과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정책이다” “2월 국회에서 약사법 개정안 상정을 반드시 막겠다” “총선에서 다수당이 되면 법안을 폐기시키겠다” 등 국민 편익보다 약사 권익에 앞장서는 ‘충성 발언’으로 가득하다. 김진표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지난 4일 경기지부 정기 대의원총회에서 “정부가 조급하게 추진하는 것 같다”며 “약사법 개정안이 18대를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의원들은 약사법 개정에 반대하는 이유로 약품의 오·남용 방지와 국민의 안전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약사법 개정안이 약국외 판매를 허용하는 약품은 감기약과 소화제 등 국내외적으로 안전성이 입증된 22개 품목에 한정되는 만큼 의원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그보다는 응집력이 강한 약사 6만여명의 표를 의식했기 때문으로 볼 수밖에 없다. 약사법 개정 논란을 20년 가까이 지지부진하게 끌어온 것도 의원들이 약사회의 압력에 굴복한 결과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국회의원은 약사회의 대변자가 아니라 국민의 대표다. 국민 70~80%가 찬성하는 약사법 개정안을 처리하지 않고 무산시킨다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먼저 여야 공천심사위가 국민의 뜻을 거역하는 의원은 공천대상에서 빼야 마땅하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유권자가 총선에서 심판에 나설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때마침 오늘 국회 보건복지위가 열린다고 한다. 약사법 개정안이 보건복지위에 상정되고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