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시민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시민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13년 3월 25일 월요일

방송뉴스, ‘원세훈 도피’보다 ‘꽃샘추위’가 더 중요?


이글은 미디어스 2013-03-25일자 기사 '방송뉴스, ‘원세훈 도피’보다 ‘꽃샘추위’가 더 중요?'를 퍼왔습니다.
시민들까지 ‘감시활동’ 나섰으나 주말 내내 단신 1건 보도

국정원 국내 정치 개입 의혹의 당사자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도피성 출국을 감행한다는 소식으로 주말 내내 시끄러웠으나, 방송3사 뉴스는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오마이뉴스) (한겨레) 보도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출국 소식이 알려진 이후, 야권은 23일 성명과 논평을 통해 출국금지를 요구했다. 출국 예정일로 알려진 24일에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국내정치 개입 의혹을 제기한 진선미 의원을 비롯해 시민들이 인천공항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출국을 감시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국가 정보기관의 수장이 국내정치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도피성 출국 계획이 알려지며 원세훈 전 국정원장 뉴스는 말 그대로 ‘뜨거운 감자’였다. 전날 TV조선 단독보도로 출국금지 소식이 전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다음날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출국 저지’를 위해 공항에까지 나온 시민들의 움직임은 이 사건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하는 것이었다.

‘출국금지 단독 보도’ TV조선, ‘인천공항 취재’ 뉴스타파·발뉴스

종편 가운데서는 TV조선이 가장 적극적으로 보도했다.

▲ TV조선은 23일 메인 뉴스에서 검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는 소식을 '단독'으로 보도했다. (TV조선 주말뉴스 토일 화면 캡처)

TV조선은 23일 6시에 방영되는 (주말뉴스 토일)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 출국금지를 가장 빨리 보도했다. 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 소식을 1, 2부 톱으로 배치했고, 1부 6번째 리포트로 출국금지 사실을 전했다. 다음날에도 ‘이슈추적’과 ‘집중취재’라는 코너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 뉴스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순서도 3~6번째로 앞에 배치됐다.
jtbc와 채널A도 24일 비교적 앞 꼭지인 8번째에 원세훈 전 국정원장 출국금지 뉴스를 배치하긴 했으나, 23일에는 관련 보도가 하나도 없었고 총 보도 건수도 각각 1건에 불과했다.
이 밖에 (뉴스타파)와 (발뉴스)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미국 출국 예정일로 알려진 24일, 인천공항에 직접 나가 취재에 나섰다.
(발뉴스)는 오후 2시부터 트위터로 공항 상황을 중계했다. (발뉴스)는 자사의 취재기뿐 아니라 출국금지를 위해 공항에서 밤을 지샜다는 시민들의 이야기도 전달했으며, 당일 열린 기자회견 및 시민들의 모습을 담아 기사로 내보냈다. (뉴스타파) 역시 미국행 마지막 비행기 출국 시간(오후 5시 30분, 샌프란시스코행)까지 공항에 머무르며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아직 국내에 있음을 알렸다.

따뜻한 봄 날씨에 밀린 원세훈 보도

하지만 방송 3사 메인뉴스는 주말 내내 관련 소식을 각각 1건만 단신으로 보도하는 데 그쳤다.

▲ 지상파 3사는 지난 주말 원세훈 전 국정원장 관련 뉴스를 각각 15, 19, 20번째에 보도했으며 그마저도 단신으로 처리했다. (MBC 뉴스테스크, SBS 8뉴스 화면 캡처)

KBS (뉴스9)는 해당 뉴스를 23일 ‘민주, “원세훈 前 국정원장 출국금지해야”’라는 단신으로 처리했다. 전체 23꼭지 중 15번째였고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검찰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는 것이 아닌, 민주통합당의 출국금지 조치 요구가 중심 내용이었다. 24일에는 관련 보도가 없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보도를 내보냈던 23일 KBS (뉴스9)는 따뜻해진 봄 날씨 관련 보도를 톱뉴스와 2번째 꼭지로 배치했다. 북한의 위협 발언, 고위층 성 접대, 청와대 인사시스템 관련 보도 등 주요 소식을 두루 다루긴 했지만,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에 쏠린 높은 관심을 감안했을 때 지나친 축소 보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MBC (뉴스데스크)는 24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검찰이 출국금지를 내렸다는 뉴스를 단신(19번째)으로 보도했다. (뉴스데스크)는 앞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민주노총, 전교조 등에 고발당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전국 다시 꽃샘추위‥출근길 '쌀쌀' 동해안 '펑펑'’ (10번째), ‘달라지는 실손보험‥나에게 유리한 상품은 뭘까?’(13번째) 등의 리포트보다도 훨씬 뒤에 배치됐다.
SBS (8뉴스)도 24일 ‘서울지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출국금지’라는 단신(20번째)을 내보냈다. 서울지검의 출국금지 조치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고발 건을 언급한 MBC 뉴스와 같은 구성이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보도는 ‘지리산 반달가슴곰 새 식구 탄생…야생 출산’(17번째), ‘2013 통영국제음악제…개막작 세멜레 워크’(19번째)에 밀렸다.

김수정 기자  |  girlspeace@mediaus.co.kr

“정보기관 수장이 국외도피라니” 시민들 공항 출동 ‘부릅뜬 눈’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3-25일자 기사 '“정보기관 수장이 국외도피라니”  시민들 공항 출동 ‘부릅뜬 눈’'을 퍼왔습니다.

행방 묘연한 전 국정원장 불법적으로 국내 정치에 개입한 혐의로 고발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도피성 출국’을 막기 위해 태블릿피시에 원 전 원장의 사진을 담아 온 시민이 24일 오후 인천공항 출국장 앞에 서 있다. 인천공항/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출국금지 못믿겠다” 감시 활동
온라인선 원세훈 수배전단까지
국격 훼손·정보유출 위험 지적

24일 인천국제공항에서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출국을 막으려는 시민들이 직접 감시 활동을 벌이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정보기관 수장이 퇴임 직후 ‘도피성 출국’을 시도한 것도 이례적이지만, 이를 막으려 시민들이 공항에 진을 친 것은 전례 없는 일이었다.국가정보원의 국내정치 개입을 지시한 원세훈 전 원장이 미국으로 출국할 예정이라는 보도(▷ 원세훈, 24일 미국행…도피성 출국 의혹)가 나온 23일 저녁부터 법무부가 원 전 원장을 출국금지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이미 출국한 것 아니냐”, “출국금지 보도를 믿을 수 없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 진보정의당 등 야권은 23일부터 일제히 성명과 논평을 내어 법무부에 즉각적인 출국금지를 요구했다.24일 오후 2시, 인천국제공항에는 진선미 민주통합당 의원과 참여연대 회원 및 일부 시민들이 3층 국제선 출국장에 모여들었다. ‘원 전 원장이 출국한다면 몸으로라도 막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원 전 원장이 예약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 캘리포니아행 항공기는 이날 오후 4시부터 5시 사이에 몰려 있었다.이들은 트위터 등으로 공항 소식을 실시간으로 전하며 출국 게이트별로 조를 나눠 감시 활동을 벌였다. 원 전 원장의 사진을 태블릿피시에 저장해 인천공항에 나온 시민 윤수만(40)씨는 “트위터에서 오늘 원 전 원장이 출국할 수도 있다는 얘길 듣고 도피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달려왔다”고 말했다.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비롯한 온라인에서는 원 전 원장에 대한 시민들의 ‘자체 수배전단’이 돌았다. 한 트위터 사용자(@Bohemi****)는 “미국으로 도주하려는 전 국정원장 원세훈을 찾습니다”라고 자신의 트위터에 적은 뒤 원 전 원장의 사진을 내걸었다. 이밖에 많은 누리꾼들이 ‘원 전 원장의 모습이 공항에서 보이면 즉시 신고해 달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민감한 국가 기밀을 다뤄온 국정원장이 퇴임 직후 장기간 국외에 머물 계획을 한다는 것 자체가 비상식적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전직 국정원 고위 관계자는 “국가안보와 관련한 정보를 다루는 정보기관장이 퇴임 직후 출국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매우 부적절한 일”이라고 못박아 말했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원 전 원장의 이번 시도는 국격을 떨어뜨리는 창피한 일이다. 국가의 정보를 담당한 수장이 퇴임 뒤 서둘러 국외로 가게 되면, 국내 고급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결국 원 전 원장은 이날 공항에 나타나지 않았다. 여론의 악화와 출국금지 조처로 결국 미국행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원 전 원장의 행방은 주말 내내 묘연했다. 가 23일 찾은 원 전 원장의 서울 관악구 남현동 자택은 굳게 닫힌 채 정적에 휩싸여 있었다. 이웃 주민들은 “지난주에 이미 탑차(이삿짐차)가 와 짐을 몇 트럭씩 싣고 갔다”고 말했다.출국금지 조처가 내려진 사실은 이날 오후 늦게야 확인됐다. 원세훈 전 원장의 행방을 둘러싸고 주말 내내 이어진 성토와 소동은 국정원의 파행 운영과 불법 행위가 연출한 슬픈 코미디였다.

정환봉 최유빈 기자 bonge@hani.co.kr

2013년 3월 8일 금요일

중구청, ‘대한문 농성장 철거’ 일시 중단.. 전태삼씨 등 병원 이송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3-03-08일자 기사 '중구청, ‘대한문 농성장 철거’ 일시 중단.. 전태삼씨 등 병원 이송'을 퍼왔습니다.
노동자·시민 강력 반발, 여성 등 3명 구급차로 옮겨


8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문 분향소에 대한 서울시 중구청의 행정대집행이 강행된 가운데 중구청 직원들과 대치하며 몸싸움을 벌이던 전태일 열사의 동생 전태삼씨가 후송되고 있다.ⓒ이승빈 기자

덕수궁 대한문 앞 쌍용차 해고노동자 농성장 및 희생자 분향소 철거를 강행하던 서울 중구청이 노동자와 시민들의 반발에 잠시 중단했다.

중구청 측은 8일 오전 8시 40분 “철거를 막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지금은 철거를 멈추겠다”며 “철거를 안하는 것은 아니다. 오늘 중에 다시 오겠다”고 말한 뒤 행정대집행에 투입된 직원들을 서울광장으로 일단 이동시켰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현장에 배치됐던 경찰 200여명도 현장에서 물러났다.

중구청은 이날 오전 7시 50분쯤 직원 150여명을 동원해 대한문 농성장 철거를 위한 행정대집행을 시작했다. 중구청 측은 농성장 앞에서 철거를 시작한다는 내용의 계고장을 읽은 뒤 농성장 안으로 직원들을 진입시켰다. 

중구청 직원들이 철거에 나서자 이를 막으려는 노동자 시민 등 40여명은 농성장 진입을 막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과정에서 쌍용차지부 조합원과 시민 20여명이 밀려 넘어졌고, 전태일 열사의 남동생 전태삼씨와 여성 1명 등 3명이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다.

중구청 측은 노동자와 시민들을 밀어붙이며 몇 차례 철거를 시도한 뒤 철거 일시 중단을 선언하고 직원들을 현장 밖으로 이동시켰다.

중구청 가로환경과 관계자는 “(지난 3일 새벽 일어난)대한문 농성장 화재로 인한 덕수궁 보수공사를 하려면 가림막을 철치해야 하는데 농성장 천막 때문에 설치가 어렵다”며 “오늘 안에 철거하겠다”고 밝혔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관계자는 “이번 행정대집행은 법적 근거 없다”며 “철거를 계고했던 천막이 사라졌기 때문에 다시 철거를 하려면 행정 절차를 밟아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화재로 천막 2동이 붙에 탔고 남은 것은 쌍용차 정리해고 희생자 분향소이기 때문에 법적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쌍용차지부 측은 “서울시, 중구청 등과 대화를 통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뜻도 덧붙였다.


8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문 분향소에 대한 서울시 중구청의 행정대집행이 강행된 가운데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과 분향소를 지키기 위해 연대한 사람들이 중구청 직원들과 대치하며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이승빈 기자


8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문 분향소에 대한 서울시 중구청의 행정대집행이 강행된 가운데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과 분향소를 지키기 위해 연대한 사람들이 중구청 직원들과 대치하며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이승빈 기자


8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문 분향소에 대한 서울시 중구청의 행정대집행이 강행된 가운데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과 분향소를 지키기 위해 연대한 사람들이 중구청 직원들과 대치하며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이승빈 기자


8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문 분향소에 대한 서울시 중구청의 행정대집행이 강행된 가운데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과 분향소를 지키기 위해 연대한 사람들이 중구청 직원들과 대치하며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이승빈 기자


8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문 분향소에 대한 서울시 중구청의 행정대집행이 강행된 가운데 스크럼을 짜고 중구청 직원들을 막던 한 사람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이승빈 기자

전지혜 기자

황금색 매화라니! 여왕이 나셨다


이글은 대자보 2013-03-06일자 기사 '황금색 매화라니! 여왕이 나셨다'를 퍼왔습니다.
[정문순 칼럼] 전제군주 박근혜 시대, 시민은 없고 신민만 있나

전통적으로 한국 대통령의 상징 문장은 봉황 한 쌍이 마주보는 대칭 무늬이다. 고 육영수 씨의 서거가 있던 1974년 광복절, 박정희가 경축사를 읽다가 총탄을 피한 곳도 방탄 장치가 된 봉황 무늬 연단이었다. 이런 청와대의 전통이 잠시나마 깨어진 것은 17대 대통령 취임식 때였다.

취임식 즈음 봉황 문장이 권위적이라는 말이 청와대에서 슬슬 나오더니, 당일 봉황은 오간데 없고 나팔, 항아리, 횃불의 낯선 문양으로 바뀌어 있었다. 성경에서, 기드온이 이끈 무리들이 항아리에 횃불을 숨기고 나팔 불며 이교도와 싸운 이야기로 보는 해석이 유력하다. 새 대통령의 취임식 날 머리에 떠오른 것은 5년 전 수모를 당한 영물의 안부였다. 특정 종교에 치우친 분이 아니라면 봉황이 돌아왔을 테니 다행이구나 싶다가도, 봉황의 상징이 왕이라는 데 생각이 미치자 봉황과 신임 대통령의 조합이 심상찮다는 생각에 입맛이 씁쓸해졌다.

취임식 때 복장을 보면 박 대통령은 무임승차 공주 인생의 종결판인 여왕의 등극을 선포한 것이나 다름없다. 조촐한 한복이 아닌 두루마기 차림은 겨울이니 그렇다 치고, 붉은 바탕색과 매화 무늬만큼은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전제 군주의 상징물인 매화를 쓴 것이 노골적이라면 붉은 색을 쓴 것은 교묘하다고 할 수 있다. 붉은 색도 왕가의 표상이다. 조선은 황제국이 아니니 천자의 표상인 노란 색을 쓸 수 없어서 왕은 그 아래 격인 붉은 색 옷을 입었다. 자연에서 붉은 염료를 구하기가 무척 어려워 희소가치가 높은 탓도 있었다. 조선 왕도 못써 본 찬란한 금빛은 새 여왕이 걸친 두루마기의 매화에서 빛을 발했다.

복장과 속마음이 따로 놀지 않듯 여왕은 언행도 군주에 걸맞은 수준을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본디 왕은 자신이 내뱉은 말을 책임질 필요가 없다. 하늘을 걸고 맹세해도 마음이 바뀌면 그만이다. 임금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물러나라고 다그치는 백성도 없다. 박 대통령이 상대 후보보다 앞서거나 눈에 들어오는 복지 공약으로 대선에서 재미를 보더니 이제는 손도 써보지 않고 입을 닦아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것은, 퍼스트레이디 시절 노인들을 불러놓고 충효를 가르치던 시절 익힌 대로 국민을 발 아래 백성쯤으로 보는 사고의 일환이다.

박 정권 인사들이, 국민이 오해했다고 설레발치는 4대 중증 질환의 의료비 전액 지원은 박 대통령이 TV토론회 당시 자기 입으로 철석같이 손가락 걸었던 약속이다. 기초연금으로 이름을 바꾼 기초노령연금의 경우도 대선 때는 모든 노인들에게 조건 없이 월 20만원을 주겠다고 하더니 난데없이 국민연금과 연동시켰다. 국민연금 가입 여부와 소득을 기준으로 기초연금을 차등 지급하겠다는 말은 대선 당시 어디에서도 나온 적이 없다.

여왕이 그나마 공약을 그대로 지킨 건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소득 하위 70%의 노인에게만 한정되고 있다. 노인들은 절반 가량이 빈곤층이니 그녀의 공약에 뒤통수를 맞는 경우는 드물 것이다. 지금 열심히 국민연금을 납부하고 있는, 장차 노인이 될 장년층과 앞길이 구만리 같은 청년들만 죽을 맛이다.

공약 파기의 와중에도 ‘집토끼’인 노인들 비위를 거스르지 않으려는 여왕의 눈물겨운 모습을 보면, 무슨 욕을 들어먹든 포항·기독교·고려대 출신만 챙겼던 어떤 분과 판박이로 닮았다. 반값 등록금 공약을 떡하니 내놓고도 선거 때 무슨 말인들 못하겠냐고 한 MB정권의 표리부동 행태와도 쌍둥이처럼 흡사하다.

국민들은 포스트 이명박 정권에게 어디까지나 공약을 보고 표를 주었다. 공약은 목숨을 걸고서라도 지켜야 하며, 지킬 생각이 없다면 정권을 내놓을 각오를 해야 한다. 신뢰와 원칙으로 살아왔다고 자부하는 대통령이라면, 정권 획득의 근간을 제 손으로 허물 경우 대통령 자리에 연연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불행히도, 박 정권의 공약 파기에 대해 무리를 해서라도 공약을 지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여론도 있는 듯하다. 국민들이 착해빠졌으니 사탕발림 공약으로 민심을 현혹하고 권력을 장악한 후 표변하는 권력자가 나올 수 있고, 대통령이 전제 군주 짓을 하더라도 제어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언제부터 대한민국 시민은 일개 신민으로 추락했나. 여왕 전하 만세다.

정문순

* <대자보> 편집위원, 문학평론가로 [한국문학의 거짓말- 2000년대 초기 문학 환경에 대한 집중 조명](작가와 비평, 2011)의 저자입니다.

2012년 11월 23일 금요일

"시민이 촛불 들어야 하나", 단일화 결렬 공포 확산


이글은 뷰스앤뉴스(Views&News) 2012-11-22일자 기사 '"시민이 촛불 들어야 하나", 단일화 결렬 공포 확산'을 퍼왔습니다.
진보인사들, 文-安 담판 결렬에 "양김 분열 되풀이돼선 안돼"

야권후보단일화의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문재인-안철수 후보간 22일 오전 담판이 결렬되자, 진보진영에서는 이러다가 후보단일화가 물건너가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이 급확산되고 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이날 오후 트위터를 통해 "문.안 회동 결국 결렬. 두 사람의 후보등록으로 갈 상황"이라며 "그것을 막기 위한 또 다른 방안이 없는지 함께..."라며 극한 위기감을 나타났다.

그는 특히 안철수 후보를 향해 "시간은 더 이상 안철수의 편이 아니다. 단일화가 일단 결렬되면 안철수에게 지금 이상으로 나은 환경은 앞으로 없다. 선거운동기간 돌입하면 무슨 수로 무소속이 민주당과의 경쟁에서 당해낼 수 있겠는가. 계속 밀리게 되고 사퇴압박을 받게되어 있다"며 "단일화 성사를 통한 정권교체를 위해, 그리고 안철수 개인을 위해서도 지금 여론조사 방식에서 대타협을 하고 승부를 걸어야 한다"며 적극적 협상 자세를 주문했다.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도 트위터를 통해 "시민이 촛불을 들어야 하는지..."라며 위기감을 나타냈다.

한인섭 서울대 법대 교수 역시 "'필생즉사 필사즉생'를 인용하곤 하지만 이순신 님을 따르기란 실로 어렵도다"며 "'필사'의 각오로 상대 안을 먼저 받겠다는 쪽을 국민이 '즉생'시킬 것. 국민을 믿으시라"고 협상 타결을 호소했다.

그는 이어 "필생한다며 즉사한 게 1987년 YS/DJ의 분열. 4자필승론이니 하는 황당한 주문도 그때 나왔었지. 필사의 각오로 즉생한 게 2002년의 노무현. 역사적 경험도 이 정도면 충분"이라며 1987년 양김 분열의 전철을 밟지 말 것을 경고했다.

파워블로거인 '레인메이커'는 "오늘 저녁까지 단일화 협상이 안되면 그냥 국민이 보는 앞에서 가위바위보 하십시오"라고 탄식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도 트위터에 "단일화 협상. 이제까지 중립을 지켜왔는데, 저녁까지 기다려 보고, 타결이 안 되면 한 마디 하렵니다"라고 경고했다.

최병성 기자

2012년 10월 26일 금요일

생존권 외치는 시민을 범법자 만드는 국가


이글은 프레시안 2012-1`0-26일자 기사 '생존권 외치는 시민을 범법자 만드는 국가'를 퍼왔습니다.
[김재명의 '월드 포커스'] (下) 제주해군기지와 평화권

10월 19일에 서울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서강대학교법학연구소 인권법센터, 서울지방변호회, 평화권 연구모임이 공동 주최한 평화권 원탁 워크숍 '평화권의국제적 논의와 한국에서의 수용 가능성'은 한국에서는 아직은 사람들 사이에 익숙하지 않은 개념인 '평화권'을 주제로 한 작지만 의미 있는 모임이었다.

평화운동의 건강성

평화권 워크숍 참석자들이 '평화권'을 놓고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8시간 동안 지켜보면서 받은 인상은 한마디로 진지함과 건강한 도덕성이었다. 돌이켜 보면 한국의 시민사회는 지난 몇 년 동안에 SKY(쌍용, 강정, 용산) 사태를 겪으면서 국가권력이 보여온 답답하리만큼의 완고함과 무지막지한 폭력으로 말미암아 스트레스와 분노, 그리고 때로는 좌절감마저 느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를 발전적으로 승화시켜 '평화권' 논리를 한국사회에 접목시키려는 워크숍에서 평화운동의 건강성이 느껴졌다.

그렇다고 분노를 거둔 것은 아니다. 마무리 토론시간에 참석자 가운데 한 사람인 송강호 (강정마을 평화활동가)는 "안보사업이라는 이유로 국가는 마을 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해도 사법부는 전혀 주민들의 의사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 어려서부터 정들고 기억 속에 간직되어온 고향마을을 있는 그대로 지키려는 마음은 전혀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국가권력의 폭력성을 질타했다.

강정마을 활동가의 외침

강정마을에 해군기지가 들어서는 것을 온몸으로 막으려다 6개월 동안 옥고를 치르고 나온 그는 다음과 같이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정부는 군사기지를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국가를 위해 고통과 피해를 감수하는 것이 국민으로서의 의무임을 강조한다. 국가는 평화를 원하는 이들에게 애국심이 부족할 뿐 만 아니라 종북 좌파라는 사회적인 낙인까지 찍는다. 이들은 평화를 잃고 국가보안법의 희생자가 될 지도 모른다는불안감까지 느끼게 된다"

평화권 워크숍 토론의 사회를 맡은 박주민 변호사의 다음과 같은 말은 평화권 논의의확대를 통해 이 땅에 평화가 뿌리내리길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하다. "평화는 우리의 권리다. 우리는 인권으로서 평화를 본다. 우리가 평화권을 이야기하는 순간 국가가 독점하고 있는 안보 논리들이 깨지고, 그 안보 담론에 민중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그렇기에 계속 평화권을 논의해나가고 공론화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프레시안)은 평화권 워크숍에서의 주요 발제 내용을 모두 3회에 걸쳐 다루고 있다. 이미 소개한 △평화권이란 무엇인가?(세션 1) △평화권 및 평화운동 해외 입법 및 판례(세션 2)에 이어 △제주해군기지와 평화권, 평화운동(세션 3)에서 그동안 제주 강정마을 현장을 거듭 오가며 해군기지 건설을 막는데 힘써온 3명의 평화활동가들이 발제한 내용을 간추려 본다.

▲ 제주해군기지와 평화권을 주제로 한 워크숍 발제자들. 왼쪽부터 하승우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운영위원, 이대훈 성공회대 NGO대학원 연구교수, 최정민 전쟁없는세상 활동가, 박주민 변호사(사회). ⓒ김재명

■ 민주주의 관점에서 바라본 시민불복종운동(하승우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운영위원)

"이제는 한국사회에서 법은 왜 존재하고 시민들은 왜 법을 지켜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때가 된 듯하다. 왜냐하면 법의 제정과 집행, 해석이 사회의 상식과 일치해야 하는데, 그것과 어긋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법 앞에서 시민의 생명과 평온, 자유를 논할 기회도 계속 제한을 받고 있는데, 이것은 법을 어기는 문제가 아니라 법과 법이 충돌할 때 내가 어떤 기준과 원리를 따를 것인가라는 문제이다"

박은식과 함석헌이 남긴 말씀

▲ 하승우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운영위원 "제 몫을 하지 않는 입법, 행정, 사법부가 헌법정신을 파괴하고 있다. 헌법정신을 살리는 건 시민불복종이다.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막기 위한 평화운동도 이런 관점에서 해석되어야 한다." ⓒ김재명

"한국에서는 법이 상식을 반영하지 않을 뿐 아니라 법이 상식을 규정하고 금지하기도 한다. 사람들의 생명이 위협받고 재산을 침해당하며 자유를 위협받고 있다. 더구나 기득권층은 법망을 이리저리 피해 다니며 부정을 저지르고 범죄가 드러나고 대부분 사면을 받는다. 사법부는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라 시민의 상식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있고 사법부의 정치화 경향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어 왔다"

"역사학자 박은식(朴殷植)은 1919년 3ㆍ1운동을 '세계 혁명사의 신기원'이라 칭했고, 사상가 함석헌(咸錫憲)은 3ㆍ1운동 이전이 '정치가의 역사, 지배자의 역사, 영웅주의의 역사'였다면, 그 이후는 '씨의 역사다. 자주(自主)하는 민(民)의 역사'라고 말했다. 우리의 헌법정신이 3ㆍ1운동을 따른다면 그것이 포괄하는 정치의 규칙은 '질서'가 아니라 '자유'이고 '준법'이 아니라 '정의'이다. 일상 속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불의에 저항하는 것이 새로운 정치이고, 그런 정치를 펼치면서 시민들이 공적인 자유와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야말로 권력의 임무이다. 3ㆍ1운동을 뒤따르는 4ㆍ19이념도 마찬가지이다"

"사법부의 정치화 경향이 문제"

"제주해군기지에 대한 반대도 공무집행방해나 퇴거 불응, 집단재물손괴, 일반교통방해, 공동주거침입, 집시법위반과 같은 개별 법률이 아니라 헌법정신에 따라 평가되어야 한다. 불의한 지배와 결정에 맞서 자치권을 실현하려는 운동, 공개적으로 자유와 정의를 지향하는 운동, 자신의 주권을 실현하려는 저항운동은 개별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없고, 헌법을 기준으로 공론화하는 과정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도 왜 법률이 헌법정신의 실현을 가로막고 외려 헌법정신을 실현하려는 다양한 활동들을 처벌하고 있을까? 첫째, 입법부가 제 역할을 못하기 때문이다. 입법활동 과정에 시민들의 의견보다 오히려 행정부의 입장을 반영하고 있다. 둘째, 행정부가 헌법정신을 고려하지 않는다. 2009년 10월 2002년 9월부터 2009년 7월까지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을 내린 87개의 법률 중 44건을 정부가 제안했다. 이는 의원입법 위헌 비율(13건)보다 3배나 많다. 셋째, 사법부의 정치화 경향이다. 국가보안법 개폐 문제, 이라크 파병, 양심적 병역거부 판결이 그러하다. 이처럼 제 몫을 하지 않는 입법, 행정, 사법부가 헌법정신을 파괴하고 있다. 헌법정신을 살리는 건 시민불복종이다.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막기 위한 평화운동도 이런 관점에서 해석되어야 한다"

장애인들의 생존권

2001년 7월, 장애인들이 '장애인도 버스를 타고 싶다'란 문구를 걸고 서울역, 대학로, 광화문에서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버스를 타기 위해 장애인들은 버스에 몸을 묶고 전경과 몸싸움을 벌여야 했다. 이동권이 생존권이라는 장애인들의 처절한 목소리는 직원과 경찰의 손에 가로막혔고, 장애인들은 재판정에 서야 했다. 검사는 징역형을 구형했고 판사 역시 전동차 운행을 방해했다며 유죄판결을 내렸다. 주장은 정당하지만 방법이 틀렸다는 사법부의 판결이다. 하지만 만약 장애인들이 이동권을 외치며 거리로 나서지 않았다면, 버스와 철도에 몸을 묶고 싸우지 않았다면, 누가 장애인의 이동권에 관심을 가졌을까?"

"한나 아렌트나 위르겐 하버마스 같은 학자들도 법치국가라면 시민불복종을 필수적인 정치문화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독일의 헤센주나 브레멘 주, 베를린의 헌법 등은 헌법을 어기며 행사된 공권력에 저항하는 것이 개인의 권리이며 의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시민불복종은 예외적인 상황에서 시민이 일시적으로 가지는 권리가 아니라 민주사회의 핵심적인 정치권리이다. 특히 한국처럼 권위주의에서 민주주의로 이행하는 사회에서는 시민불복종의 권리가 더더욱 중요하다.

"시민불복종을 처벌하는 것은 심각하게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일이다. 한국사회의 문제점인 정치의 사법화 현상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시민불복종은 정치적인 운동인데, 정치의 사법화는 사건에서 운동의 의미를 제거하고 개인의 행동만을 문제 삼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그런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그것을 통해 드러내려 했던 공공성을 다루지 않고 행위의 준법성만을 재단하는 법원은 시민불복종의 의미를 이미 평가절하 한 상태에서 판결을 내리기 때문이다"

평화권 파괴하는 경제논리

"한편으로, 한국 사회에서 평화로운 삶을 파괴하는 전쟁을 정당화시키는 근거는 더 이상 질서나 안보가 아니라 경제이다. 전쟁국가의 명분도 경제이고 그 결정이 옳다고 믿는 우리의 명분도 경제이기 때문이다. 이런 전쟁이 이명박 정부의 등장을 가능하게 했고 4대강 사업을 가능하게 했다. 우리가 자랑스러워하도록 세뇌 당해온 '한강의 기적'이야말로 평화를 파괴하는 근원이다. 공장의 착취와 억압, 생태계의 파괴는 전쟁과 무관하지 않다. 토건국가의 다른 이름이 바로 전쟁국가이다"

"제주해군기지를 둘러싼 논쟁 역시 안보의 형식을 취했지만 실제로는 지역개발을 둘러싼 막대한 이권과 무관하지 않다. 관련된 정보들이 처음부터 충분히 공개되고 지속적인 논의과정을 밟았다면, 즉 민주적인 과정을 밟았다면 시민불복종이 등장할 가능성은 낮아졌을 것이다. 정부가 그런 과정을 밟지 않았기에 발생한 문제이고, 시민들의 저항은 법을 어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유와 정의를 실현하기 위함이었다. 지금처럼 법원의 일방적인 결정이 내려진다면, 시민의 상식을 더욱 벼랑 끝으로 몰아붙이고 더 이상 설 자리를 없게 만든다. 그러면 남은 건 법원이 가장 두려워할 질서의 철저한 붕괴 밖에 없다. 시민불복종은 그 최후단계를 예방하는 마지막 보루이다"

■ 제주 해군기지 건설과 강정마을 시민/주민들의 평화권 (이대훈 성공회대 NGO대학원 연구교수)

"강정 해군기지 건설저지투쟁에서 강정 주민들과 평화를 기원하는 시민들은, 정부의 부당한 결정, 부당한 절차, 폭력적 강행을 저지하고자 노력해왔다. 여기서 강정 주민들과 일반 시민이 국가도 군도 지방정부도 침해할 수 없는 어떠한 기본적 권리를 갖고 있는가를 분명히 해야 할 필요가 제기되었다. 그렇게 한다면 이러한 노력과 요구의 정당성이 갖는 인권적 기반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이와 비슷한 국내와 국외의 비슷한 처지에 있는 많은 사람들과 더 깊이 연대하는 근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연대와 국제연대의 출발점

▲ 이대훈 성공회대 NGO대학원 연구교수 "해군기지 건설을 밀어붙이는 정부의 매도와 공격은 강정 주민들과 마을공동체에 이차, 삼차 피해를 입히고 지속적인 트라우마를 남기는 것으로서 법과 인권에 기초해야 하는 민주국가에서 너무나 부당하고 충격적인 일이다." ⓒ이대훈

"이미 지금까지 주민들과 평화운동가들의 목소리로 수없이 표현되고 요구된 것 속에서 현재 국제적으로 형성중인 평화권의 근거와 요소가 어떤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를 보다 분명하고 통합적인 인권의 언어로 표현한다면 더 큰 정당성과 효력을 기질 뿐만 아니라, 향후 국가의 잘못된 행위를 통제하는 기본규범으로서 형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분명치 않은 국가안보 주장을 명분으로 시민의 권리를 마음대로 헤치는 국가와 군의 전횡을 막는 민주적 통제의 원리로서 정립할 수 있을 것이며, 또 더 확산된 국내적 연대, 그리고 더 높은 수준의 국제연대를 가능케 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1970년대 말에서 1980년대 초반까지 국제인권기구를 포함한 다양한 유엔 기구에서는 이른바 평화-인권-개발(발전)의 삼각주제에 대한 논쟁이 지속되었다. 일반적으로 서방진영은 자유권적 인권을 핵심 의제로 삼는데 동의했으며, 사회주의 국가들은 국제평화 문제를 그리고 이른바 남반부 개도국들은 개발(발전)이 핵심 의제라고 주장했다. 공동체가 임의로 침해할 수 없는 불가침의 가치를 권리로 규정하려는 시도가 인권의 접근이기 때문에 평화-인권-개발(발전)이 삼각주제에 관한 논쟁은자연스럽게 발전권(right to development)과 평화권(right to peace)에 관한 논의로 이어졌다"

강정주민의 말과 행동이 평화권의 근거


"2012 생명평화대행진의 일환으로 지난 10월 4일 제주 강정마을에서 열린 '공감 Talk' 주민간담회에서 제기된 강정 주민의 목소리와 행동 속에서 평화권의 근거와 요소를 파악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의미를 갖는다. △현 시기 평화운동의 주요 당면과제인 제주 해군기지건설 저지운동과 연관시켜, 구체적 실천에 기초하여 주민과 시민의 권리를 인권규범화 △인권으로 규정된 평화의 권리는 국가와 군의 안보관련 행위를 시민이 통제하는 이정표 △평화권이 국내외에서 평화권 논쟁에 개입하면서 이를 국내적으로도 또 국제적으로도 보편적 인권의 하나로 정립될 수 있도록 기여 △전쟁, 전쟁준비, 군사와 안보의 과잉을 통제하는 평화를 위한 사람들 간의 연대 등이다"

"강정마을 강동균 마을회장을 비롯한 마을 주민 약 20여명이 참석하는 '공감 Talk' 간담회에서는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된 논란과 공방에서 주민들이 가장 부당하게 또는 폭력적이라고 느낌 점과 강정 마을에서 평화롭게 살기 위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이 무언인지를 두고 의견 교환이 있었고, 이러한 경험과 생각을 권리로 표현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자리에서 먼저 권리로 표현된 것은 다음과 같다. △후손들에게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주는 것이 강정마을의 권리이다. △ 옛날 모습, 일강정을 지켜내고, 자연환경과 사람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모습, 사람과 사람뿐만 아니라 자연환경과 어우러져 사는 모습이 우리의 권리이다. △국민을 탄압하지 말고 협상문화를 키우는 것이 우리의 권리이다. △주민들의 동의를 받는 것이 인권이다. △주민 동의 없이 무리한 국책사업을 공권력으로 해결하려는 게 문제다. △법과 원칙이 바로 서야 인권이 보장된다. △국가에서 추진하는 모든 일은 모든 국민이 다 만족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반대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반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의 작은 외침을 외면하지 말라. △법 없어도 살아갈 수 있는 저희들을 종북좌파로 몰지 않는 것이 인권이다"

살던 대로 평화롭게 살 권리


"이 발언들을 '인권의 언어'로 번역해 보면, 살던 대로 평화롭게 살 권리, 전쟁에 휩쓸리지 않을 권리, 기본적 존엄성과 권리를 인정받고 보호받을 권리, 주민들이 스스로 결정하는 바에 따라 살 권리,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와 피해를 구제받을 권리, 부당한 공권력 행사를 통제하고 저항할 권리, 국가안보의 명분과 정책이 인권의 기준에서 조절되고 제약되어야 할 필요, 공동체의 문화와 전통을 유지할 권리, 공동체 주변 환경을 보존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살 권리, 경제활동과 권리를 침해받지 않을 권리, 의사표현의 자유, 결사집회의 자유, 행복추구의 자유 등이다. 현재 국제적으로 논의되는 평화권의 주요 내용이 거의 대부분 표현되고 주장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해군기지 건설에 대해 당사자 그리고 다른 시민들이 갖는, 침해할 수 없는 보편적 인권의 맥락에서 어떤 권리를 향유해야 하는지 밝히는 것은 현재 주민들이 겪은 심각하고 체계적인 인권 침해를 구제하고 보상하기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앞으로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국가와 사회의 폭력화를 미연에 예방하기 위해서이다"

"정부와 군이 부당한 결정, 부당한 절차, 폭력적 방법으로 제주 강정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려는데 대해, 주민들은 이러한 사안이 주민의 의사에 기초하여 결정해야 하며 법과 민주주의 원리에 기초한 정당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생각하여 평화적인 방법으로 정당하게 반대의 뜻을 표시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정당한 노력과 의사는 체계적으로 무시되었으며 심지어 그 의견을 듣고자 노력하기도 전에 국책과 안보를 해치는 매국적인 또는 파괴적인 기도로 매도되고 공격당하는 일이 너무나 많았다"

"이러한 매도와 공격은 주민들과 마을공동체에 이차, 삼차 피해를 입히고 지속적인 트라우마를 남기는 것으로서 법과 인권에 기초해야 하는 민주국가에서 너무나 부당하고 너무나 충격적인 일이다. 이러한 국가 폭력은 현재 적절히 통제되지 않고 있으므로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민주적 절차와 합의과정보다 이러한 매도와 폭력적 진압이 앞서는 사회에는 미래가 있을 수 없다. 평화의 권리를 보호하고 이행하는 것은 정부의 중요한 의무이다. 정부가 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시민의 안전과 권리 즉 인간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야기된다"

인간안보 바탕으로 국가안보 추진해야


"공동체의 운명을 그 구성원 스스로 결정할 권리는 가장 고결한 인권에 속한다. 전쟁에 휩쓸리지 않을 평화적 생존권은 전쟁준비와 위협 생성에 관련된 일에 휩쓸리지 않을 권리를 포함한다. 그러므로 주민들은 주민들과의 사전 협의 없는 일방적 군사기지 건설과 같은 전쟁준비와 그로 말미암을 안보 위협에 휩쓸리지 않을 권리가 있다. 이는 다른 인권침해를 미연에 예방하는 인권이다. 평화적 생존권을 인권으로 지켜야 하는 이유는 시민의 안위, 즉 인간안보를 바탕으로 국가안보를 추진해야 하는 시대에 당연한 것이다"

"국가안보를 이유로 시민의 알 권리를 제약하고 정보를 조작하는 일은 지난 시대의 유물이며 인권 침해의 일환이다. 폭력과 전쟁을 예방하고 평화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시민이 진실된 정보를 접할 권리를 가지며, 강정 주민 역시 정당한 알 권리를 행사하기 위하여 그리고 민주적 의사결정을 위하여 해군기지 추진과 관련된 진실된 정보에 접할 권리를 가진다. 알 권리는 시민의 평화권의 중요한 일부이다"

"특히 평화의 권리에서 갈등을 예방하기 위한 무분별한 군비증강에 시민의 평화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권리 보장이 중요하다. 이는 평화권의 일환으로서 군축의 권리이다. 제주 해군기지 추진과 같이 인근 국가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군비증강 사안에 대해서 시민은 불복종할 권리를 가진다"

■ 전쟁범죄에 저항하려 법률 어기는 행위는 정당화될 수 있는가 (최정민/전쟁없는세상 활동가)

"오늘 나는 이 자리에서 제주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투쟁이 어떤 인류애를, 오랜 논의 끝에 이뤄낸 우리의 어떤 원칙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는지 설명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 원칙을 방어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어떤 불복종 행동을 했는지 그리고 얼핏 민주주의적으로 보이는 우리 사회에서 무엇이 결여되어왔는지, 따라서 우리의 행동이 세상을 어떤 혼란에 빠뜨리려는 것이 아니라 보다 나은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행동이었다는 것을 주장할 것이다"

"제주해군기지 건설은 환경적인 부분, 안보부분, 경제부분, 외교부분, 절차적 민주주의를 해치는 부분 등 많은 지점에서 사회적 논란을 가져왔고 현재 그 출구가 보이지 않을 만큼 대단히 복잡한 상황에 처해 있다. 하지만 이 국책사업에 반대하는 우리들이 느끼는 정부 측의 주장은 생각보다 간단하며 시민들의 동의를 얻기에는 대단히 허술하다는 것이다"

제주가 하와이 같이 된다?

▲ 최정민 전쟁없는세상 활동가 "하와이가 제주의 미래라고 한다면 거짓말이다. 하와이의 물은 해군기지에서 방출한 수많은 발암물질과 방사성 폐기물로 되돌릴 수 없을 만큼 오염되었다. 제주가 하와이처럼 되면 지하수를 비롯한 처참한 환경파괴가 따를 것이다." ⓒ김재명

"몇 달 전 새누리당 박근혜 씨는 '만약 우리가 민군복합항으로 제주에 해군기지를 건설한다면 15만 톤 크루즈가 드나들 수 있게 되어 제주가 하와이같이 될 수 있다'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전, 현직 고위 관료들과 생각을 같이 하고 있는 것으로 마치 하와이가 기지 덕분에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 살기 좋은 섬이 될 수 있었다는 주장으로 들린다. 하지만 이 발언에 열 받아 제주를 방문한 하와이의 활동가들이 들려준 하와이의 진실은 이와는 전혀 다른, 실로 충격적인 것이다"

"그 가운데 몇 가지를 인용해 보겠다.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하와이의 비극이 바로 지하수가 완전히 오염되었다는 사실이다. 하와이 사람들은 강정처럼 되길 원한다. 하와이 사람들은 다시 깨끗한 물을 갖길 바라고 있다. 하와이의 물은 해군기지에서 방출한 수많은 발암물질과 방사성 폐기물로 되돌릴 수 없을 만큼 오염되었다"

"하와이는 오염지역, 수영도 못한다"

"과거에는 진주항이 오아후 섬 전체의 훌륭한 식량공급처였다. 많은 강줄기들이 아주 잔잔한 진주만으로 흘러 들어왔다. 깨끗한 민물이 잔잔한 바닷물과 만나는 지점은 풍부한 해산물 공급처가 되었다. 강정마을의 구럼비 해안이 깨끗한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 보기 드문 다양한 생태계를 만든 것과 비슷하다. 과거 진주항에는 굴과 해산물이 넘쳐났다. 그러나 오늘날 진주항 부근 바다와 육지에는 749개의 오염지역이 산재해 있다. 이는 미해군 발표내용이다. 만일 진주항에서 수영을 했다가는 병에 걸릴 것이다. 아직 물고기가 조금 남아 있기는 하지만 그것을 먹었다가는 병에 걸릴 것이다"

"하와이가 제주의 미래라고 한다면 결국 우리 손으로 뽑은 정부 고위관료들은 우리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다. 제주가 하와이처럼 되면 관광산업이 부흥할 수도 있지만 그것의 대가는 지하수를 비롯한 처참한 환경파괴가 될 것이고 그나마 그 수입도 대부분 그 섬에 살고 있는 지역주민들이 아니라 대기업에게 돌아가게 된다는 것이 기지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전 세계 민중들과의 연대를 통해 저희가 파악하고 있는 진실이다"

"제주 해군기지, 사실상 미군기지로 활용"

"지금까지 정부가 줄기차게 부인해왔던 제주 해군기지는 미군기지와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는 한국과 미국이 맺고 있는 한미상호방위조약 제4조 '상호 합의에 의하여 미합중국의 육군, 해군과 공군을 대한민국의 영토 내와 그 부근에 배치하는 권리를 대한민국은 이를 허여하고 미합중국은 이를 수락한다', 제10조 1항 '합중국에 의하여, 합중국을 위하여 또는 합중국의 관리 하에서 공용을 위하여 운항되는 합중국 및 외국의 선박과 항공기는 대한민국의 어떠한 항구 또는 비행장에도 입항료 또는 착륙료를 부담하지 아니하고 출입할 수 있다'에 의거하여 제주 해군기지는 사실상 미군기지로 활용될 것이 분명하다"

"얼마 전 대정부 질의를 통해 민주통합당 장하나 의원실은 흥미로운 자료를 한 가지 제시하였다. 지난 2010년 해군에서 발간한 '08-301-1 시설공사 공사시방서'에 따르면 제주해군기지는 애초 설계단계부터 그 기지를 이용하게 될 대상선박을 한국군이 보유하지도 않은 핵추진항공모함(CVN-65급)을 전제로 하였고, 이러한 설계적용은 주한미군해군사령관(CNFK)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이는 지금까지 평화옹호자들이 주장했던 내용에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정부가 내세웠던 안보상의 근거나 제주 경제발전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는 설득이 애초부터 거짓이었음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

"특히 핵항공모함이 드나들 목적으로 애초부터 기획되었다는 것은 매우 치명적이다. 북한이 살 길은 스스로 핵무기를 포기하고 개혁·개방을 통해 국제사회와 협력하는 것"이라며 북한의 핵개발에 가스통을 들고 분개하는 한국이 미군의 핵무기를 우리 집 앞마당에 들여놓는 것을 두 팔 벌려 환영하는 것은 무슨 경우인가. 비핵 확산의 허브를 자처하며 핵안보 정상회의를 개최했던 것 아니었던가"

"현행법 불복종은 정부와 사법부 탓"

"제주 해군기지 건설은 국제법적, 헌법적, 그에 따르는 수많은 국내법적 가치와 절차를 훼손하고 있으며, 이를 가만히 지켜보는 것은 고의로 법을 어기거나 조롱하려는 위정자들에 협조하고 그들에게 위선을 행할 수 있는 근거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이런 판단 아래 우리는 처음부터 비폭력적인 원칙을 가지고, 정부의 판단은 한국 시민들의 동의를 얻어내지 못한 비민주적인 결정이며 평화의 시대에 역행하는 처사라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 활동하였다. 우리가 최종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공사를 막기 위해 현행법에 불복종하는 단계까지 이르게 됐다"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저지하기 위한 시민들의 행동은 불법이 아니다. 민주주의 국가 시민으로서 주어진 권리를 행사한 것이다. 법은 기본적이고 자연적인 정의와 도덕의 기초 하에 세워져야 합니다. 그렇지 못했을 때 그 합법성, 법에 대한 존경심을 상실하는 것은 그 어느 누구의 책임도 아닌 사법부 자체의 책임이다"

 /김재명 프레시안 기획위원, 국제분쟁전문기자, 성공회대 겸임교수

2012년 9월 24일 월요일

정준길 거짓말…수많은 시민 집단 지성 앞에 무너져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9-23일자 기사 '정준길 거짓말…수많은 시민 집단 지성 앞에 무너져'를 퍼왔습니다.
[미디어현장] 김보협 한겨레 정치부 기자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 캠프에 특수부 검사 출신 아무개씨가 있다고 치자. 그가 어느 날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일하는 대학 동창 정준길씨에게 전화를 건다. “준길이냐? 너 박근혜랑 친하냐? 그럼 이렇게 전해. 우리가 조사해서 다 알거든? 뇌물 준 거랑, 최근까지 만난 남자 있는 거. 박근혜가 대선 후보 등록하는 순간 죽어. 다 죽는다. 꼭 전해!”

정준길씨는 이런 전화를 받고 이틀을 고민한 끝에 기자회견을 한다. 문재인 후보 쪽이 박근혜 후보 불출마를 종용하며 협박했다고. 통화 당사자로 지목된 아무개씨는 통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준길이와는 친한 친구 사이로 농담을 한 거다. 기자 여러분들도 운전하다가 갑자기 친구 생각이 나면 전화하기도 하지 않느냐”고 반박한다. 협박이 아니라는 얘기다. 문재인 후보도 여기에 가세한다.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친구 사이 대화를 정치 쟁점화하는 것은 구태 정치의 전형”이라며 오히려 새누리당을 공격한다. 사실과 진실은, 협박과 농담 사이에서 모호해지고 주장만 남아 날카롭게 대립한다.

그런데 문 후보 쪽 아무개씨와 박 후보 쪽 정준길씨의 통화를 들은 이가 나타난다. 낮말도 듣고 밤말도 듣는 택시기사다. 정씨와 통화하던 아무개씨를 태운 기사다. 대화의 텍스트 뿐 아니라 통화 당시 맥락과 분위기 등 콘텍스트를 다 아는 그가 언론에 자신이 듣고 본 사실을 증언한다. 아무개씨는 처음엔 자가용을 이용했다며 목격자의 존재를 부인한다. 생방송도 펑크 낸 뒤 ‘셀프 사고’를 내고 잠적한다. 언론의 집요한 추적 끝에 아무개씨는 “착각했다”며 택시 이용 사실‘만’을 시인한다. 목격자 택시기사 증언의 핵심인 ‘박근혜 후보 불출마 종용’에 대해서는 아무개씨도, 문재인 후보도 아무 말이 없다. 

낯익은 스토리이다. 주인공들만 바꾼 설정이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정준길씨와,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은 어떻게 대응했을까. 민주당 문재인 후보 쪽의 공작정치가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문 후보가 책임을 지고 대선후보직을 사퇴하라는 요구까지 하지 않았을까. 문제의 언론이 조중동 가운데 하나였다면 어땠을까. 과연 그것이 아무개씨 혼자만의 단독 범행이었겠느냐고 의혹을 제기하면서 집요하게 문 후보의 책임을 추궁하지 않았을까.

©연합뉴스

한겨레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을 보도했다. 잠적한 정씨가 통화 당시 “우리가 조사해서 다 안다”라는 표현을 썼기 때문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약점을 찾기 위한 팀이 움직였거나 정보기관의 도움을 받았을 수도 있다. 취재를 통해 사실로 확인된 부분은 아직 없다. 

하지만 사실관계가 분명하게 드러난 부분은 있다. 책임 있는 정치인들이라면 그에 대해 답을 해야 한다. 목격자의 증언을 통해, 안 원장 쪽 금태섭 변호사의 기자회견 내용이 공방이 필요 없는 사실이며 정 위원이 협박에 가까운 고압적으로 말했다는 점이 확인된 만큼, 금 변호사의 기자회견을 “구태 정치”라고 비난했던 박근혜 후보는 해명을 해야 한다. 정준길 위원으로부터 허위 보고를 받았다거나 안 원장 쪽을 구태 정치라고 비난한 것이 잘못이라거나, 하다못해 택시기사의 증언을 믿기 어렵다거나.

자칫 본격적인 대선 국면까지 진실 공방으로 이어질 뻔했던 새누리당 정준길 공보위원의 ‘안철수 불출마 협박 사건’은 한 택시기사의 양심적인 제보로 밝혀졌다. 지난 10일 처음 만난 택시기사 이아무개(54)씨의 증언은 매우 구체적이었고 그가 언론에 거짓말을 해서 얻을 실익이 없다는 점에서 진실에 가깝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물증이 필요했다. 택시 블랙박스는 메모리카드 용량이 적고 새 영상이 앞의 것을 덮어쓰는 방식이어서 복원이 어려웠다. 몇 차례 이씨에게 정 위원의 말을 복기해달라고 부탁했고 운행 중 정씨가 서울 광진구 자양사거리에서 “좌회전, 좌회전”이라고 말한 대목을 기억해냈다. 전화기 저편의 금 변호사에게도 같은 작업을 부탁했다. 정씨가 자가용을 이용했다는데 혹시 특이한 대목이 없었느냐고 묻자, 그도 “좌회전”이란 말을 들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보협 한겨레 정치부 기자
그 뒤 정준길 위원의 집과 사무실 주소를 파악해 택시의 동선과 맞춰보니 윤곽이 드러났다. 해당 시각 이동 경로 부근의 폐쇄회로텔레비전(CCTV)과 택시의 운행기록장치(태코미터) 자료만 확인하면 게임은 끝이라고 판단했다. 한겨레가 운행기록을 확보해 보도한 12일, KBS는 CCTV를 확보해 보도했다. 정준길씨는 결국 자신이 착각했다며 두 손을 들었다. 기자는 그날 밤 전문가에게 의뢰한 택시의 블랙박스 메모리카드 복원작업을 중단했다. 

택시기사 증언 보도 이후 기자의 이메일과 트위터, 페이스북으로 제보가 쏟아졌다. 대부분 정씨의 거짓말을 밝힐 비책에 관한 것이었다. ‘안철수 불출마 협박 사건’ 이후 이를 덮으면서 물타기하려는 시도는, 용기 있는 한 시민의 제보와 수많은 시민들의 집단지성 앞에서는 힘을 쓸 수 없었다.

김보협 한겨레 정치부 기자 | media@mediatoday.co.kr  

2012년 9월 3일 월요일

[사설] 애먼 시민을 ‘나주 성폭행범’으로 몬 범죄 상업주의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9-02일자 사설 '[사설] 애먼 시민을 ‘나주 성폭행범’으로 몬 범죄 상업주의'를 퍼왔습니다.

(조선일보)가 ‘나주 성폭행범’ 고아무개(23)씨의 얼굴이라며 평범한 시민의 사진을 게재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국민의 알권리를 빌미로 흉악범 사진을 일삼아 공개해온 ‘범죄 상업주의’와 무리한 특종 경쟁이 빚어낸 참사다. 이번 오보 사태를 계기로 피의자 얼굴 공개가 과연 알권리에 해당하는지, 범죄 예방에 실질적인 효과가 있는지 등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이뤄져야 한다.조선일보가 지난 1일치 서울판 1면에 실은 고씨 사진은 개그맨을 꿈꾸는 한 20대 대학생의 얼굴이었다. 이 대학생의 친구가 1일 오후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제 친구가 성폭행범으로 알려져 욕설과 비난을 듣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고, 조선일보 쪽은 뒤늦게 잘못을 확인해 2일 온라인판에 사과의 글을 실었다. 하지만 그 사이 인터넷 등을 통해 잘못된 얼굴 사진이 무수히 퍼져 성폭행범으로 오인된 대학생은 “죽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고통을 겪고 있다.현재 피의자 얼굴 공개는 ‘최대한 공익과 공공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전제 아래 언론사 자율에 맡겨져 있다. 지난 2009년 ‘강호순 사건’으로 반인륜적 범죄에 대한 비난 여론이 커지면서 신문윤리실천요강이 고쳐진 결과다. 그 이전까진 ‘인권침해를 우려해 현행범과 공인이 아닐 때 당사자의 동의 없이 사진을 보도해선 안 된다’는 규정이 지켜져왔다. 실천요강이 바뀐 뒤 보수 성향 매체들은 조두순, 김길태 등 흉악범의 얼굴을 경쟁적으로 공개했다.물론 얼굴의 비공개가 보도의 절대적인 원칙이 될 수는 없다. 흉악범이 붙잡히지 않은 경우, 체포나 추가 피해 예방 등 수사상 필요에서라면 공개가 합리적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를 제외한 흉악범의 얼굴 공개는 흥미를 자극하는 선정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 지나친 경쟁 속에서 엉뚱한 피해자를 낳는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조선일보는 “1일 새벽 1시까지 경찰, 고씨의 얼굴을 아는 사람 등 10명한테서 ‘고씨가 맞다’는 증언을 확보해 서울 일부 지역 최종판에 게재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역설적으로 얼굴 사진에 얼마나 매달렸는지 보여주는 자기 고백이나 다를 바 없다.흉악범 얼굴 공개는 피의사실 공표 금지처럼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옳다. 고씨가 성폭행범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의 주변 사람들이 입게 될 피해나 피의자에게도 보장돼야 할 보편적 인권 등을 고려할 때 얼굴 공개가 결코 능사는 아니다. 무엇보다 무고한 사람이 하루아침에 흉악범으로 둔갑하는 엄청난 부작용까지 낳지 않았는가.

2012년 8월 12일 일요일

고리1호기 재가동? 시민들 투쟁, 재발동한다!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8-11일자 기사 '고리1호기 재가동? 시민들 투쟁, 재발동한다!'를 퍼왔습니다.
[기고]부․울.경 시민 배제한 ‘고리1호기 재가동’ 결정 무효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이 지난 8월6일 안전문제로 5개월간 가동을 멈춘 ‘고리원전1호기’를 재가동했다. 이는 기장군 장안읍 주민과 지식경제부(지경부) 및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합의한 ‘고리1호기 원자로 압력용기 건전성 전문가 T/F 조사단’의 최종 보고서에서 고리1호기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에 의한 조처다. 그러나 5백만 부산.울산.경남지역 주민들은 지경부의 고리1호기 재가동 결정을 결코 인정할 수 없다.

ⓒ민중의소리 부산 기장군 장안읍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 현장

342만 부산, 울산, 경남 주민 배제한 조사단 구성

우선 이번에 구성된 ‘고리1호기 원자로 압력용기 건전성 전문가 조사단’은 수백만 부울경 지역주민의 동의없이 지경부와 한수원, 그리고 원전 인근주민들만의 합의사항임을 분명히 밝히고자 한다. 

누구나 알다시피, 핵발전소 사고가 발생하면 그 피해는 인근 지역에만 머물지 않는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의 경우, 반경 30km이내의 지역은 사람이 출입할 수 없는 죽음의 땅이 되었고 수백km 떨어진 지역에도 방사능 피해가 심각하게 발생함을 보았다. 현재 고리1호기 반경 30km 이내에는 부울경 주민 약342만명이 살고 있다. 그럼에도 수백만 시민과 직접 관련돼 있는 고리1호기 안전문제에 대해 부울경 지역주민을 제외한 원전 인근 주민들만 참여하는 조사단 구성은 출발부터 잘못된 것이었다. 

부산시민 74.7%, "원전집중 불안하다" 응답 

또 이번 조사결과는 조사단이 8월1일부터 6일까지 약5일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이 제출한 서류만 심사한 것으로 근본적으로 내용이 부실한 조사이다. 특히 고리핵발전소 1호기 안전성 논란의 핵심사항인 ‘원자로 압력용기’내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감시시편에 대한 어떤 추가적인 조사도 시행되지 못했다. 원자로의 건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현재의 감시시편은 접근도 하지 못한 채, 과거에 이미 사용한 감시시편 자료들만 검토 분석한 것을 가지고 ‘원자로 압력용기’의 건전성을 말하는 것은 상식을 벗어난 비과학적 행동이다.

지난 7월 초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고리1호기의 재가동 결정한 직후, 김제남 의원실에서 실시한 부산지역 여론조사에서 부산시민의 72.4%가 고리1호기 재가동에 불안을 느끼고, 66.9%가 폐쇄하라는 의견을 나타냈다. 

또한 7월말 부산환경운동연합 부설 전문기관에서 조사한 부산시민 원전 안전의식조사에서도, 부산인근 지역에 원전이 집중되는 것에 대해 ‘불안하다’가는 응답이 74.7%로 압도적이었고, 노후한 고리1호기를 폐쇄 여부를 묻는 설문에서도 ‘낡고 오래된 원전이므로 시민 안전을 위해 폐쇄해야 한다’가 71.5%에 달했다.

최근 전국적으로 전력부족을 얘기하고 있지만, 부산지역은 전기소비량 대비 약3배에 가까운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전국 전력생산량 대비 1%, 국내 원전사고의 20%를 차지하며 고장1호기로 불리고 있는 고리1호기는 부산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해 꼭 폐쇄되어야 한다. 

비록 ‘고리1호기가 재가동’되었지만, 시민들의 ‘고리1호기 폐쇄운동’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정부와 한수원은 국민의 소리를 외면하고 성공한 정권은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서토덕 반핵부산시민대책위원회 사무처장

2012년 8월 10일 금요일

서울시 “수돗물 끓여 먹으라”…시민들 “이젠 정수기 물도 찜찜”


이글은 경향신문 2012-08-19일자 기사 '서울시 “수돗물 끓여 먹으라”…시민들 “이젠 정수기 물도 찜찜”'을 퍼왔습니다.

ㆍ한강 조류주의보 발령에 ‘수돗물 불안’ 확산
 ㆍ시, 근본 대책 없이 “안전”… 1주일 새 생수 판매 급증

서울시는 “정수처리를 강화하고 있어 안심하고 수돗물을 마셔도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한강이 이렇게 녹색으로 변한 모습은 처음 본다”며 불안해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앞으로 녹조가 더욱 빈번해질 것인 만큼, 정수처리 대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근본적인 녹조 대책 매뉴얼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서울시 “수돗물 안심해도 돼”, 시민들 “이젠 정수기도 못 믿겠다”

9일 남조류 때문에 녹색으로 변한 한강물이 경기 남양주시 와부읍 덕소취수장 취수구로 흘러가고 있다. | 홍도은 기자

서울시는 9일 조류주의보가 발령됨에 따라 조류발생 비상근무태세를 상황실체제에서 행정2부시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본부체제로 격상하고 조류 측정, 정수처리 대책 등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조류주의보가 발령됐지만 상수도에서 정수처리를 충분히 하고 있기 때문에 안심하고 수돗물을 먹어도 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현재 분말활성탄을 투입, 흙냄새를 유발하는 지오스민을 제거하고 있다. 정수과정을 거친 수돗물의 지오스민 농도는 환경부 권고기준 이하(20ppt)로 관리되고 있다. 서울시는 향후 20일분의 분말활성탄도 비축해놓은 상태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까지 아나톡신이나 마이크로시스틴 같은 맹독성 물질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만약 검출된다 하더라도 정수과정에서 완전히 제거된다”고 말했다. 김병하 서울시 도시안전실장은 이날 “만약 남조류가 분말활성탄 처리용량을 넘어선다 하더라도 물을 끓이거나 차게 식히면 냄새가 휘발된다. 한강 수상레저 활동은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이제 “정수기 물도 불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첫아이를 임신 중인 주부 송모씨(30)는 “집에 있는 정수기로도 안심이 되지 않는다”며 “더워서 물 끓이기도 곤욕이지만, 아무래도 끓여 마셔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혜진씨(35)도 “경기도 일대에 사는 지인들이 냄새가 심해 수돗물로 양치질도 못하겠다고 하던데 서울도 곧 그렇게 되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했다. 경기 구리시에 사는 주부 ㄱ씨(37)는 “녹조 때문인지 근처 마트에는 생수가 품절돼 멀리 있는 대형마트에서 겨우 생수를 구입해 먹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한강 녹조 확산으로 ‘수돗물 불안’이 커지면서 생수 판매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 녹조 대책 문제없나 


서울시는 “당분간 비소식이 없어 지금 상황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점차 기온이 낮아질 것이라 조류주의보가 경보로 발전될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취수장은 이미 조류경보 수준에 근접해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주의보에서 경보로 격상될 경우 한강에서 잡은 어패류는 식용을 자제해야 한다.

한강 서울 구간에 조류주의보가 발령되자, 전문가들은 “정수처리에만 신경쓸 것이 아니라 이 기회에 녹조 대책 매뉴얼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먼저 조류특보 발령 기준 시점을 단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 명예교수는 “조류는 일주일 단위로도 개체수가 급속히 증가하는 등 번식 속도가 매우 빠르다”며 “그 속도에 비해 현재의 발령 기준은 2주의 시차를 두기 때문에 너무 늦다. 주기를 단축해 빨리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조류특보는 매주 수요일 조사 시점 수치를 기준으로 2주 연속 기준치를 넘어야만 발령된다. 따라서 설령 다음주 초에 시민들의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조류경보 상황이 된다 하더라도, 앞으로 2주 동안은 계속 조류주의보가 유지될 수밖에 없다.

특히 남조류는 북한강 상류인 춘천 의암호와 청평댐을 거치면서 악화된 상태로 한강에 유입되고 있어 정수처리시설을 강화한들 상류의 수질관리가 선행되지 않으면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민경석 경북대 교수는 “북한강 상류에서까지 녹조가 발생하는 것은 댐의 수량조절과 그에 따른 유속 저하와 깊은 관계가 있다”며 “그러나 댐의 수량은 현재 전력생산 측면에서만 관리되고 있을 뿐 댐과 하천 관리 시스템이 일원화되지 않아 녹조에 효과적으로 대비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유진·김여란·남지원 기자 sogun77@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