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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26일 화요일

“성접대·역외탈세·무기상…잘 나간다는 분들 죄다 이러냐”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3-25일자 기사 '“성접대·역외탈세·무기상…잘 나간다는 분들 죄다 이러냐”'를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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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마 정부’ 시민들 개탄“고위직에 범법자만 임명”“이제 누가 열심히 살겠나”

회사원 김아무개(42)씨는 스마트폰이 고장난 줄 알았다. 속보로 쉼없이 날아오는 ‘낙마’ 소식들 때문이다. 김씨는 대기업 해외지사에서 6년간 근무하다 올해 초 귀국했다. “김용준(국무총리 후보자), 김종훈(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김병관(국방부 장관 후보자), 황철주(중소기업청장 후보자), 김학의(법무부 차관), 한만수(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등 누가 누군지도 모르겠는데 하도 낙마 소식만 들어와서 눈을 의심했습니다.”대한민국이 분노를 넘어 허탈감에 빠져들고 있다. 하루하루 성실히 살아가는 평범한 서민들은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지식인들은 ‘국가적 위기’까지 걱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박근혜 정부 내각 후보자들의 낙마를 통해 드러나는 이른바 우리 사회 고위층·기득권층의 도덕성 붕괴현상 탓이다. 이명박 정부 때의 위장전입이나 부동산 투기는 이제 시시할 정도다. 이번 장차관 후보자들은 낯설고도 충격적인 국외 비자금 조성, 외국무기 로비스트, 성접대 등의 의혹으로 벌써 7명이나 낙마했다.“허탈하죠. 우리 같은 사람들한텐 그저 충격이에요. 이제 누가 열심히 살겠어요?” 고종순(50·서울 마포구)씨는 25일 여느 때와 다름없이 재래시장 방앗간에서 아침 장사를 준비하다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낙마 소식을 접했다. 고씨는 “대통령이 국민통합, 국민행복을 그리 강조하길래 그래도 내심 기대했는데 국민 정서를 너무나 모른다”며 아쉬워했다. “내가 열심히 살면 애들도 열심히 살겠지 했는데, 입신양명했다는 분들이 죄다 탈세니 비리니 저 모양이니 애들한테 뭐라고 해야 하나….” 곁에서 말린 고추를 다듬던 고씨의 아내는 “아무 정보가 없어서 (탈세도) 못하는 우리가 손해”라고 거들었다. 고씨 부부는 지난 10년간 하루 12시간씩 일해왔다.불신은 사회 저변으로 급격히 번져가고 있었다. 서울 마포 망원시장에서 20여년 동안 옷가게를 운영해온 서정래(51)씨는 한숨부터 쉬었다. “국민 한명 한명은 하루하루 지킬 것 지키며 최선을 다해 사는데, 기득권 있는 고위층은 성접대에, 재산 빼돌리기에… 이제 우리도 대충 살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서씨는 “국민의 의식 수준은 높아졌는데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층은 자기들끼리의 세상에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걱정도 컸다. “정부가 빨리 자리를 잡아야 어려운 경제도 살릴 텐데, 사회 지도층에 대한 믿음이 바닥난 상황에서 국정이 국민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지 정말 불안해요.”평범한 서민들의 분노와 허탈감의 뿌리는 전 정부보다 나아지기는커녕 갈수록 심각해지는 공직 후보자들의 비리와 부패에 있었다. 이명박 정부를 통틀어 남주홍(통일부)·박은경(환경부)·이춘호(여성부)·신재민(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와 김태호 국무총리 내정자 등 모두 9명이 낙마했다. 부동산 투기나 위장전입 등이 사유였다. 노무현 정부 5년 동안 낙마한 7명의 후보자 중에선 4명이 부동산투기·위장전입·탈세 등을 이유로 자진 사퇴했다. 이밖에 윤성식 감사원장 후보자는 인수위 참여 논란으로,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소장 취임을 위해 미리 헌재 재판관직을 사임한 것이 문제가 됐다. 이에 견주면 최근 불거진 내각 후보자들의 추문은 ‘부패의 진화’라고 할 만하다. 서민들은 이를 접하며 ‘있는 분’들과의 괴리감을 더욱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이 때문에 “정권이 바뀔수록 점점 더 수위가 높은 범법자들만 고위 공직자로 임명하려고 하는 이유가 뭐냐?”고 항변하는 시민도 많았다. 직장인 박가영(35)씨는 “과거 어떤 경우보다 이번 정부 공직 후보자들은 비리의 수위가 세고 원색적인 것 같다. 갈수록 더 심해지니 병역비리나 위장전입은 이제 화젯거리도 못 된다. 최소한의 검증이라도 거쳤는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에서 자영업을 하는 주윤상(54)씨도 “일반인 같으면 최소한 벌금, 제대로 했으면 감옥은 갔어야 할 인물들 아니냐”고 소리를 높였다. 그는 “무원칙, 무대포 인사다. (박근혜 대통령이) 아버지처럼 밀어붙이면 된다고 믿는 것 같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의 한 지방자치단체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최아무개(40)씨는 “공직생활 십수년 하면서 이렇게 체계 없는 정권은 처음 본다. 동주민센터 인사도 이런 식으로 안 한다”고 말했다.구직난에 시달리는 젊은이들의 허탈감은 더욱 컸다. 대학원생 강아무개(30)씨는 “비리의 스케일이 너무 커졌다. 재산을 해외에 은닉하다니, 듣도 보도 못한 비리다. 내각 꾸리다 1년 다 가겠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아무개(23)씨는 “영화 속에서나 있을 법한 일들을 벌인 사람들이 고위 관료를 하겠다니, 여기가 무슨 할리우드냐”고 꼬집었다.지식인들은 좀더 근본적인 문제를 짚었다. 1970년대 이래로 사익만 추구해온 보수진영 인사들의 시대착오적 가치관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철학자 강신주씨는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1970년대 유신시대에 대학을 다니고 독재시대 때 고시를 보고 육사를 다녔다. 공동체를 고민해본 적이 없고 사리사욕만 추구하며 살아온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공직에 나가려니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세대의 특징으로 봐야 한다. ‘기득권층’이 ‘지도층’이 되려다 실패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도정일 경희대 교수(후마니타스칼리지 학장)는 ‘국가적 위기’로 진단했다. 도 교수는 “지금 상황은 청와대 또는 정부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전체, 나라 전체의 위기상황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계속 이대로 가면 국민들의 불만이 일시에 터져 나올 수도 있다. 지금이라도 훨씬 더 신뢰할 수 있는 엄정하고 정확한 인선이 이뤄져야 한다. 박 대통령이 이를 무엇보다 깊게 인식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도 교수는 “더 근본적인 문제는 지금 한국 사회의 보수진영 인사들이 너무도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게 드러난 것이다. 그간 자기 이익을 챙기는 데는 민첩했을지 모르지만, 한국 사회를 어떤 사회로 만들어가야 할지, 국정운영 철학과 비전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엄지원 한승동 안선희 기자 umkija@hani.co.kr

2012년 10월 26일 금요일

생존권 외치는 시민을 범법자 만드는 국가


이글은 프레시안 2012-1`0-26일자 기사 '생존권 외치는 시민을 범법자 만드는 국가'를 퍼왔습니다.
[김재명의 '월드 포커스'] (下) 제주해군기지와 평화권

10월 19일에 서울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서강대학교법학연구소 인권법센터, 서울지방변호회, 평화권 연구모임이 공동 주최한 평화권 원탁 워크숍 '평화권의국제적 논의와 한국에서의 수용 가능성'은 한국에서는 아직은 사람들 사이에 익숙하지 않은 개념인 '평화권'을 주제로 한 작지만 의미 있는 모임이었다.

평화운동의 건강성

평화권 워크숍 참석자들이 '평화권'을 놓고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8시간 동안 지켜보면서 받은 인상은 한마디로 진지함과 건강한 도덕성이었다. 돌이켜 보면 한국의 시민사회는 지난 몇 년 동안에 SKY(쌍용, 강정, 용산) 사태를 겪으면서 국가권력이 보여온 답답하리만큼의 완고함과 무지막지한 폭력으로 말미암아 스트레스와 분노, 그리고 때로는 좌절감마저 느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를 발전적으로 승화시켜 '평화권' 논리를 한국사회에 접목시키려는 워크숍에서 평화운동의 건강성이 느껴졌다.

그렇다고 분노를 거둔 것은 아니다. 마무리 토론시간에 참석자 가운데 한 사람인 송강호 (강정마을 평화활동가)는 "안보사업이라는 이유로 국가는 마을 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해도 사법부는 전혀 주민들의 의사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 어려서부터 정들고 기억 속에 간직되어온 고향마을을 있는 그대로 지키려는 마음은 전혀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국가권력의 폭력성을 질타했다.

강정마을 활동가의 외침

강정마을에 해군기지가 들어서는 것을 온몸으로 막으려다 6개월 동안 옥고를 치르고 나온 그는 다음과 같이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정부는 군사기지를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국가를 위해 고통과 피해를 감수하는 것이 국민으로서의 의무임을 강조한다. 국가는 평화를 원하는 이들에게 애국심이 부족할 뿐 만 아니라 종북 좌파라는 사회적인 낙인까지 찍는다. 이들은 평화를 잃고 국가보안법의 희생자가 될 지도 모른다는불안감까지 느끼게 된다"

평화권 워크숍 토론의 사회를 맡은 박주민 변호사의 다음과 같은 말은 평화권 논의의확대를 통해 이 땅에 평화가 뿌리내리길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하다. "평화는 우리의 권리다. 우리는 인권으로서 평화를 본다. 우리가 평화권을 이야기하는 순간 국가가 독점하고 있는 안보 논리들이 깨지고, 그 안보 담론에 민중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그렇기에 계속 평화권을 논의해나가고 공론화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프레시안)은 평화권 워크숍에서의 주요 발제 내용을 모두 3회에 걸쳐 다루고 있다. 이미 소개한 △평화권이란 무엇인가?(세션 1) △평화권 및 평화운동 해외 입법 및 판례(세션 2)에 이어 △제주해군기지와 평화권, 평화운동(세션 3)에서 그동안 제주 강정마을 현장을 거듭 오가며 해군기지 건설을 막는데 힘써온 3명의 평화활동가들이 발제한 내용을 간추려 본다.

▲ 제주해군기지와 평화권을 주제로 한 워크숍 발제자들. 왼쪽부터 하승우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운영위원, 이대훈 성공회대 NGO대학원 연구교수, 최정민 전쟁없는세상 활동가, 박주민 변호사(사회). ⓒ김재명

■ 민주주의 관점에서 바라본 시민불복종운동(하승우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운영위원)

"이제는 한국사회에서 법은 왜 존재하고 시민들은 왜 법을 지켜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때가 된 듯하다. 왜냐하면 법의 제정과 집행, 해석이 사회의 상식과 일치해야 하는데, 그것과 어긋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법 앞에서 시민의 생명과 평온, 자유를 논할 기회도 계속 제한을 받고 있는데, 이것은 법을 어기는 문제가 아니라 법과 법이 충돌할 때 내가 어떤 기준과 원리를 따를 것인가라는 문제이다"

박은식과 함석헌이 남긴 말씀

▲ 하승우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운영위원 "제 몫을 하지 않는 입법, 행정, 사법부가 헌법정신을 파괴하고 있다. 헌법정신을 살리는 건 시민불복종이다.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막기 위한 평화운동도 이런 관점에서 해석되어야 한다." ⓒ김재명

"한국에서는 법이 상식을 반영하지 않을 뿐 아니라 법이 상식을 규정하고 금지하기도 한다. 사람들의 생명이 위협받고 재산을 침해당하며 자유를 위협받고 있다. 더구나 기득권층은 법망을 이리저리 피해 다니며 부정을 저지르고 범죄가 드러나고 대부분 사면을 받는다. 사법부는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라 시민의 상식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있고 사법부의 정치화 경향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어 왔다"

"역사학자 박은식(朴殷植)은 1919년 3ㆍ1운동을 '세계 혁명사의 신기원'이라 칭했고, 사상가 함석헌(咸錫憲)은 3ㆍ1운동 이전이 '정치가의 역사, 지배자의 역사, 영웅주의의 역사'였다면, 그 이후는 '씨의 역사다. 자주(自主)하는 민(民)의 역사'라고 말했다. 우리의 헌법정신이 3ㆍ1운동을 따른다면 그것이 포괄하는 정치의 규칙은 '질서'가 아니라 '자유'이고 '준법'이 아니라 '정의'이다. 일상 속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불의에 저항하는 것이 새로운 정치이고, 그런 정치를 펼치면서 시민들이 공적인 자유와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야말로 권력의 임무이다. 3ㆍ1운동을 뒤따르는 4ㆍ19이념도 마찬가지이다"

"사법부의 정치화 경향이 문제"

"제주해군기지에 대한 반대도 공무집행방해나 퇴거 불응, 집단재물손괴, 일반교통방해, 공동주거침입, 집시법위반과 같은 개별 법률이 아니라 헌법정신에 따라 평가되어야 한다. 불의한 지배와 결정에 맞서 자치권을 실현하려는 운동, 공개적으로 자유와 정의를 지향하는 운동, 자신의 주권을 실현하려는 저항운동은 개별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없고, 헌법을 기준으로 공론화하는 과정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도 왜 법률이 헌법정신의 실현을 가로막고 외려 헌법정신을 실현하려는 다양한 활동들을 처벌하고 있을까? 첫째, 입법부가 제 역할을 못하기 때문이다. 입법활동 과정에 시민들의 의견보다 오히려 행정부의 입장을 반영하고 있다. 둘째, 행정부가 헌법정신을 고려하지 않는다. 2009년 10월 2002년 9월부터 2009년 7월까지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을 내린 87개의 법률 중 44건을 정부가 제안했다. 이는 의원입법 위헌 비율(13건)보다 3배나 많다. 셋째, 사법부의 정치화 경향이다. 국가보안법 개폐 문제, 이라크 파병, 양심적 병역거부 판결이 그러하다. 이처럼 제 몫을 하지 않는 입법, 행정, 사법부가 헌법정신을 파괴하고 있다. 헌법정신을 살리는 건 시민불복종이다.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막기 위한 평화운동도 이런 관점에서 해석되어야 한다"

장애인들의 생존권

2001년 7월, 장애인들이 '장애인도 버스를 타고 싶다'란 문구를 걸고 서울역, 대학로, 광화문에서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버스를 타기 위해 장애인들은 버스에 몸을 묶고 전경과 몸싸움을 벌여야 했다. 이동권이 생존권이라는 장애인들의 처절한 목소리는 직원과 경찰의 손에 가로막혔고, 장애인들은 재판정에 서야 했다. 검사는 징역형을 구형했고 판사 역시 전동차 운행을 방해했다며 유죄판결을 내렸다. 주장은 정당하지만 방법이 틀렸다는 사법부의 판결이다. 하지만 만약 장애인들이 이동권을 외치며 거리로 나서지 않았다면, 버스와 철도에 몸을 묶고 싸우지 않았다면, 누가 장애인의 이동권에 관심을 가졌을까?"

"한나 아렌트나 위르겐 하버마스 같은 학자들도 법치국가라면 시민불복종을 필수적인 정치문화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독일의 헤센주나 브레멘 주, 베를린의 헌법 등은 헌법을 어기며 행사된 공권력에 저항하는 것이 개인의 권리이며 의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시민불복종은 예외적인 상황에서 시민이 일시적으로 가지는 권리가 아니라 민주사회의 핵심적인 정치권리이다. 특히 한국처럼 권위주의에서 민주주의로 이행하는 사회에서는 시민불복종의 권리가 더더욱 중요하다.

"시민불복종을 처벌하는 것은 심각하게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일이다. 한국사회의 문제점인 정치의 사법화 현상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시민불복종은 정치적인 운동인데, 정치의 사법화는 사건에서 운동의 의미를 제거하고 개인의 행동만을 문제 삼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그런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그것을 통해 드러내려 했던 공공성을 다루지 않고 행위의 준법성만을 재단하는 법원은 시민불복종의 의미를 이미 평가절하 한 상태에서 판결을 내리기 때문이다"

평화권 파괴하는 경제논리

"한편으로, 한국 사회에서 평화로운 삶을 파괴하는 전쟁을 정당화시키는 근거는 더 이상 질서나 안보가 아니라 경제이다. 전쟁국가의 명분도 경제이고 그 결정이 옳다고 믿는 우리의 명분도 경제이기 때문이다. 이런 전쟁이 이명박 정부의 등장을 가능하게 했고 4대강 사업을 가능하게 했다. 우리가 자랑스러워하도록 세뇌 당해온 '한강의 기적'이야말로 평화를 파괴하는 근원이다. 공장의 착취와 억압, 생태계의 파괴는 전쟁과 무관하지 않다. 토건국가의 다른 이름이 바로 전쟁국가이다"

"제주해군기지를 둘러싼 논쟁 역시 안보의 형식을 취했지만 실제로는 지역개발을 둘러싼 막대한 이권과 무관하지 않다. 관련된 정보들이 처음부터 충분히 공개되고 지속적인 논의과정을 밟았다면, 즉 민주적인 과정을 밟았다면 시민불복종이 등장할 가능성은 낮아졌을 것이다. 정부가 그런 과정을 밟지 않았기에 발생한 문제이고, 시민들의 저항은 법을 어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유와 정의를 실현하기 위함이었다. 지금처럼 법원의 일방적인 결정이 내려진다면, 시민의 상식을 더욱 벼랑 끝으로 몰아붙이고 더 이상 설 자리를 없게 만든다. 그러면 남은 건 법원이 가장 두려워할 질서의 철저한 붕괴 밖에 없다. 시민불복종은 그 최후단계를 예방하는 마지막 보루이다"

■ 제주 해군기지 건설과 강정마을 시민/주민들의 평화권 (이대훈 성공회대 NGO대학원 연구교수)

"강정 해군기지 건설저지투쟁에서 강정 주민들과 평화를 기원하는 시민들은, 정부의 부당한 결정, 부당한 절차, 폭력적 강행을 저지하고자 노력해왔다. 여기서 강정 주민들과 일반 시민이 국가도 군도 지방정부도 침해할 수 없는 어떠한 기본적 권리를 갖고 있는가를 분명히 해야 할 필요가 제기되었다. 그렇게 한다면 이러한 노력과 요구의 정당성이 갖는 인권적 기반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이와 비슷한 국내와 국외의 비슷한 처지에 있는 많은 사람들과 더 깊이 연대하는 근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연대와 국제연대의 출발점

▲ 이대훈 성공회대 NGO대학원 연구교수 "해군기지 건설을 밀어붙이는 정부의 매도와 공격은 강정 주민들과 마을공동체에 이차, 삼차 피해를 입히고 지속적인 트라우마를 남기는 것으로서 법과 인권에 기초해야 하는 민주국가에서 너무나 부당하고 충격적인 일이다." ⓒ이대훈

"이미 지금까지 주민들과 평화운동가들의 목소리로 수없이 표현되고 요구된 것 속에서 현재 국제적으로 형성중인 평화권의 근거와 요소가 어떤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를 보다 분명하고 통합적인 인권의 언어로 표현한다면 더 큰 정당성과 효력을 기질 뿐만 아니라, 향후 국가의 잘못된 행위를 통제하는 기본규범으로서 형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분명치 않은 국가안보 주장을 명분으로 시민의 권리를 마음대로 헤치는 국가와 군의 전횡을 막는 민주적 통제의 원리로서 정립할 수 있을 것이며, 또 더 확산된 국내적 연대, 그리고 더 높은 수준의 국제연대를 가능케 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1970년대 말에서 1980년대 초반까지 국제인권기구를 포함한 다양한 유엔 기구에서는 이른바 평화-인권-개발(발전)의 삼각주제에 대한 논쟁이 지속되었다. 일반적으로 서방진영은 자유권적 인권을 핵심 의제로 삼는데 동의했으며, 사회주의 국가들은 국제평화 문제를 그리고 이른바 남반부 개도국들은 개발(발전)이 핵심 의제라고 주장했다. 공동체가 임의로 침해할 수 없는 불가침의 가치를 권리로 규정하려는 시도가 인권의 접근이기 때문에 평화-인권-개발(발전)이 삼각주제에 관한 논쟁은자연스럽게 발전권(right to development)과 평화권(right to peace)에 관한 논의로 이어졌다"

강정주민의 말과 행동이 평화권의 근거


"2012 생명평화대행진의 일환으로 지난 10월 4일 제주 강정마을에서 열린 '공감 Talk' 주민간담회에서 제기된 강정 주민의 목소리와 행동 속에서 평화권의 근거와 요소를 파악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의미를 갖는다. △현 시기 평화운동의 주요 당면과제인 제주 해군기지건설 저지운동과 연관시켜, 구체적 실천에 기초하여 주민과 시민의 권리를 인권규범화 △인권으로 규정된 평화의 권리는 국가와 군의 안보관련 행위를 시민이 통제하는 이정표 △평화권이 국내외에서 평화권 논쟁에 개입하면서 이를 국내적으로도 또 국제적으로도 보편적 인권의 하나로 정립될 수 있도록 기여 △전쟁, 전쟁준비, 군사와 안보의 과잉을 통제하는 평화를 위한 사람들 간의 연대 등이다"

"강정마을 강동균 마을회장을 비롯한 마을 주민 약 20여명이 참석하는 '공감 Talk' 간담회에서는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된 논란과 공방에서 주민들이 가장 부당하게 또는 폭력적이라고 느낌 점과 강정 마을에서 평화롭게 살기 위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이 무언인지를 두고 의견 교환이 있었고, 이러한 경험과 생각을 권리로 표현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자리에서 먼저 권리로 표현된 것은 다음과 같다. △후손들에게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주는 것이 강정마을의 권리이다. △ 옛날 모습, 일강정을 지켜내고, 자연환경과 사람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모습, 사람과 사람뿐만 아니라 자연환경과 어우러져 사는 모습이 우리의 권리이다. △국민을 탄압하지 말고 협상문화를 키우는 것이 우리의 권리이다. △주민들의 동의를 받는 것이 인권이다. △주민 동의 없이 무리한 국책사업을 공권력으로 해결하려는 게 문제다. △법과 원칙이 바로 서야 인권이 보장된다. △국가에서 추진하는 모든 일은 모든 국민이 다 만족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반대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반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의 작은 외침을 외면하지 말라. △법 없어도 살아갈 수 있는 저희들을 종북좌파로 몰지 않는 것이 인권이다"

살던 대로 평화롭게 살 권리


"이 발언들을 '인권의 언어'로 번역해 보면, 살던 대로 평화롭게 살 권리, 전쟁에 휩쓸리지 않을 권리, 기본적 존엄성과 권리를 인정받고 보호받을 권리, 주민들이 스스로 결정하는 바에 따라 살 권리,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와 피해를 구제받을 권리, 부당한 공권력 행사를 통제하고 저항할 권리, 국가안보의 명분과 정책이 인권의 기준에서 조절되고 제약되어야 할 필요, 공동체의 문화와 전통을 유지할 권리, 공동체 주변 환경을 보존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살 권리, 경제활동과 권리를 침해받지 않을 권리, 의사표현의 자유, 결사집회의 자유, 행복추구의 자유 등이다. 현재 국제적으로 논의되는 평화권의 주요 내용이 거의 대부분 표현되고 주장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해군기지 건설에 대해 당사자 그리고 다른 시민들이 갖는, 침해할 수 없는 보편적 인권의 맥락에서 어떤 권리를 향유해야 하는지 밝히는 것은 현재 주민들이 겪은 심각하고 체계적인 인권 침해를 구제하고 보상하기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앞으로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국가와 사회의 폭력화를 미연에 예방하기 위해서이다"

"정부와 군이 부당한 결정, 부당한 절차, 폭력적 방법으로 제주 강정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려는데 대해, 주민들은 이러한 사안이 주민의 의사에 기초하여 결정해야 하며 법과 민주주의 원리에 기초한 정당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생각하여 평화적인 방법으로 정당하게 반대의 뜻을 표시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정당한 노력과 의사는 체계적으로 무시되었으며 심지어 그 의견을 듣고자 노력하기도 전에 국책과 안보를 해치는 매국적인 또는 파괴적인 기도로 매도되고 공격당하는 일이 너무나 많았다"

"이러한 매도와 공격은 주민들과 마을공동체에 이차, 삼차 피해를 입히고 지속적인 트라우마를 남기는 것으로서 법과 인권에 기초해야 하는 민주국가에서 너무나 부당하고 너무나 충격적인 일이다. 이러한 국가 폭력은 현재 적절히 통제되지 않고 있으므로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민주적 절차와 합의과정보다 이러한 매도와 폭력적 진압이 앞서는 사회에는 미래가 있을 수 없다. 평화의 권리를 보호하고 이행하는 것은 정부의 중요한 의무이다. 정부가 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시민의 안전과 권리 즉 인간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야기된다"

인간안보 바탕으로 국가안보 추진해야


"공동체의 운명을 그 구성원 스스로 결정할 권리는 가장 고결한 인권에 속한다. 전쟁에 휩쓸리지 않을 평화적 생존권은 전쟁준비와 위협 생성에 관련된 일에 휩쓸리지 않을 권리를 포함한다. 그러므로 주민들은 주민들과의 사전 협의 없는 일방적 군사기지 건설과 같은 전쟁준비와 그로 말미암을 안보 위협에 휩쓸리지 않을 권리가 있다. 이는 다른 인권침해를 미연에 예방하는 인권이다. 평화적 생존권을 인권으로 지켜야 하는 이유는 시민의 안위, 즉 인간안보를 바탕으로 국가안보를 추진해야 하는 시대에 당연한 것이다"

"국가안보를 이유로 시민의 알 권리를 제약하고 정보를 조작하는 일은 지난 시대의 유물이며 인권 침해의 일환이다. 폭력과 전쟁을 예방하고 평화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시민이 진실된 정보를 접할 권리를 가지며, 강정 주민 역시 정당한 알 권리를 행사하기 위하여 그리고 민주적 의사결정을 위하여 해군기지 추진과 관련된 진실된 정보에 접할 권리를 가진다. 알 권리는 시민의 평화권의 중요한 일부이다"

"특히 평화의 권리에서 갈등을 예방하기 위한 무분별한 군비증강에 시민의 평화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권리 보장이 중요하다. 이는 평화권의 일환으로서 군축의 권리이다. 제주 해군기지 추진과 같이 인근 국가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군비증강 사안에 대해서 시민은 불복종할 권리를 가진다"

■ 전쟁범죄에 저항하려 법률 어기는 행위는 정당화될 수 있는가 (최정민/전쟁없는세상 활동가)

"오늘 나는 이 자리에서 제주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투쟁이 어떤 인류애를, 오랜 논의 끝에 이뤄낸 우리의 어떤 원칙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는지 설명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 원칙을 방어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어떤 불복종 행동을 했는지 그리고 얼핏 민주주의적으로 보이는 우리 사회에서 무엇이 결여되어왔는지, 따라서 우리의 행동이 세상을 어떤 혼란에 빠뜨리려는 것이 아니라 보다 나은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행동이었다는 것을 주장할 것이다"

"제주해군기지 건설은 환경적인 부분, 안보부분, 경제부분, 외교부분, 절차적 민주주의를 해치는 부분 등 많은 지점에서 사회적 논란을 가져왔고 현재 그 출구가 보이지 않을 만큼 대단히 복잡한 상황에 처해 있다. 하지만 이 국책사업에 반대하는 우리들이 느끼는 정부 측의 주장은 생각보다 간단하며 시민들의 동의를 얻기에는 대단히 허술하다는 것이다"

제주가 하와이 같이 된다?

▲ 최정민 전쟁없는세상 활동가 "하와이가 제주의 미래라고 한다면 거짓말이다. 하와이의 물은 해군기지에서 방출한 수많은 발암물질과 방사성 폐기물로 되돌릴 수 없을 만큼 오염되었다. 제주가 하와이처럼 되면 지하수를 비롯한 처참한 환경파괴가 따를 것이다." ⓒ김재명

"몇 달 전 새누리당 박근혜 씨는 '만약 우리가 민군복합항으로 제주에 해군기지를 건설한다면 15만 톤 크루즈가 드나들 수 있게 되어 제주가 하와이같이 될 수 있다'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전, 현직 고위 관료들과 생각을 같이 하고 있는 것으로 마치 하와이가 기지 덕분에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 살기 좋은 섬이 될 수 있었다는 주장으로 들린다. 하지만 이 발언에 열 받아 제주를 방문한 하와이의 활동가들이 들려준 하와이의 진실은 이와는 전혀 다른, 실로 충격적인 것이다"

"그 가운데 몇 가지를 인용해 보겠다.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하와이의 비극이 바로 지하수가 완전히 오염되었다는 사실이다. 하와이 사람들은 강정처럼 되길 원한다. 하와이 사람들은 다시 깨끗한 물을 갖길 바라고 있다. 하와이의 물은 해군기지에서 방출한 수많은 발암물질과 방사성 폐기물로 되돌릴 수 없을 만큼 오염되었다"

"하와이는 오염지역, 수영도 못한다"

"과거에는 진주항이 오아후 섬 전체의 훌륭한 식량공급처였다. 많은 강줄기들이 아주 잔잔한 진주만으로 흘러 들어왔다. 깨끗한 민물이 잔잔한 바닷물과 만나는 지점은 풍부한 해산물 공급처가 되었다. 강정마을의 구럼비 해안이 깨끗한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 보기 드문 다양한 생태계를 만든 것과 비슷하다. 과거 진주항에는 굴과 해산물이 넘쳐났다. 그러나 오늘날 진주항 부근 바다와 육지에는 749개의 오염지역이 산재해 있다. 이는 미해군 발표내용이다. 만일 진주항에서 수영을 했다가는 병에 걸릴 것이다. 아직 물고기가 조금 남아 있기는 하지만 그것을 먹었다가는 병에 걸릴 것이다"

"하와이가 제주의 미래라고 한다면 결국 우리 손으로 뽑은 정부 고위관료들은 우리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다. 제주가 하와이처럼 되면 관광산업이 부흥할 수도 있지만 그것의 대가는 지하수를 비롯한 처참한 환경파괴가 될 것이고 그나마 그 수입도 대부분 그 섬에 살고 있는 지역주민들이 아니라 대기업에게 돌아가게 된다는 것이 기지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전 세계 민중들과의 연대를 통해 저희가 파악하고 있는 진실이다"

"제주 해군기지, 사실상 미군기지로 활용"

"지금까지 정부가 줄기차게 부인해왔던 제주 해군기지는 미군기지와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는 한국과 미국이 맺고 있는 한미상호방위조약 제4조 '상호 합의에 의하여 미합중국의 육군, 해군과 공군을 대한민국의 영토 내와 그 부근에 배치하는 권리를 대한민국은 이를 허여하고 미합중국은 이를 수락한다', 제10조 1항 '합중국에 의하여, 합중국을 위하여 또는 합중국의 관리 하에서 공용을 위하여 운항되는 합중국 및 외국의 선박과 항공기는 대한민국의 어떠한 항구 또는 비행장에도 입항료 또는 착륙료를 부담하지 아니하고 출입할 수 있다'에 의거하여 제주 해군기지는 사실상 미군기지로 활용될 것이 분명하다"

"얼마 전 대정부 질의를 통해 민주통합당 장하나 의원실은 흥미로운 자료를 한 가지 제시하였다. 지난 2010년 해군에서 발간한 '08-301-1 시설공사 공사시방서'에 따르면 제주해군기지는 애초 설계단계부터 그 기지를 이용하게 될 대상선박을 한국군이 보유하지도 않은 핵추진항공모함(CVN-65급)을 전제로 하였고, 이러한 설계적용은 주한미군해군사령관(CNFK)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이는 지금까지 평화옹호자들이 주장했던 내용에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정부가 내세웠던 안보상의 근거나 제주 경제발전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는 설득이 애초부터 거짓이었음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

"특히 핵항공모함이 드나들 목적으로 애초부터 기획되었다는 것은 매우 치명적이다. 북한이 살 길은 스스로 핵무기를 포기하고 개혁·개방을 통해 국제사회와 협력하는 것"이라며 북한의 핵개발에 가스통을 들고 분개하는 한국이 미군의 핵무기를 우리 집 앞마당에 들여놓는 것을 두 팔 벌려 환영하는 것은 무슨 경우인가. 비핵 확산의 허브를 자처하며 핵안보 정상회의를 개최했던 것 아니었던가"

"현행법 불복종은 정부와 사법부 탓"

"제주 해군기지 건설은 국제법적, 헌법적, 그에 따르는 수많은 국내법적 가치와 절차를 훼손하고 있으며, 이를 가만히 지켜보는 것은 고의로 법을 어기거나 조롱하려는 위정자들에 협조하고 그들에게 위선을 행할 수 있는 근거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이런 판단 아래 우리는 처음부터 비폭력적인 원칙을 가지고, 정부의 판단은 한국 시민들의 동의를 얻어내지 못한 비민주적인 결정이며 평화의 시대에 역행하는 처사라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 활동하였다. 우리가 최종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공사를 막기 위해 현행법에 불복종하는 단계까지 이르게 됐다"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저지하기 위한 시민들의 행동은 불법이 아니다. 민주주의 국가 시민으로서 주어진 권리를 행사한 것이다. 법은 기본적이고 자연적인 정의와 도덕의 기초 하에 세워져야 합니다. 그렇지 못했을 때 그 합법성, 법에 대한 존경심을 상실하는 것은 그 어느 누구의 책임도 아닌 사법부 자체의 책임이다"

 /김재명 프레시안 기획위원, 국제분쟁전문기자, 성공회대 겸임교수

2012년 7월 31일 화요일

농부로 남으려면 범법자가 돼야만 합니까?


이글은 프레시안 2012-07-31일자 기사 '농부로 남으려면 범법자가 돼야만 합니까?'를 퍼왔습니다.
[두물머리, 꼭 그래야 합니까 ·②] "건설사 이익 돕는 공권력 행사"

마지막 4대강 사업 지역인 팔당 두물머리에 행정대집행 영장이 발부됐다. 오는 8월 6일 집행 예정이다. 정부는 유기농지로 사용돼 온 두물머리에 자전거도로와 공원을 만든다며 이곳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들에게 나가줄 것을 요구했다. 이미 다섯 차례 계고장을 보냈다. 몇 차례 충돌도 빚어졌다.

하지만 이미 30년 넘게 이곳에서 농사를 지어온 농민 입장에선 정부의 일방적인 요구가 답답하기만 하다. 생활 터전을 이루고 살던 곳에서 하루아침에 나가라고만 하는 정부의 방침을 받아들이긴 어렵다.

몇 차례 정부와 대화도 요구했고, 절충안도 제시했지만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되레 무단으로 토지 점유했다며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견디다 못한 11가구 농가 중 7가구가 대체부지와 저리 융자를 받고 떠났다. 나머지 4가구만이 이곳에서 농사를 짓게 해달라며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물론 이들만 싸우고 있는 건 아니다. 이들 싸움에 오랫동안 지지와 연대를 보내온 천주교 신부들과 생협 조합원들, 시민이 함께 이곳을 지키고 있다. 일반 시민은 이곳에 직접 자신들의 텃밭을 가꾸고 있다. 불복종 운동이다.

이런 이들이 30일부터 두물머리에 유기농 텐트촌을 시작한다. 두물머리 행정대집행 하루 전인 8월 5일에는 전야제를 열고 행정대집행이 진행되는 6일 새벽 6시에는 두물머리에서 유기농지 행정대집행 저지를 위한 행동에 돌입한다. 이후 오후 2시에는 두물머리 신양수대교 11번 교각 밑에서 '4대강 회복과 두물머리 보존을 위한 전국 집중 생명평화미사'를 진행한다. (바로가기 ☞ : 두물머리 유기농지 보존작전(두유작전))

이 과정 속에서 종교인, 학자, 일반 시민, 활동가 등이 (프레시안)에 글을 보내왔다. 왜 두물머리에 유기농지가 필요한지, 일방적인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릴레이 기고글이다. (프레시안)은 30일부터 연속해서 이들의 글을 순차적으로 싣는다. (편집자)

1"국공유지를 불법 점유한 유기농민 4명과 두물머리를 '최후의 보루'로 삼은 일부 좌파단체 앞에서 국가 공권력이 무기력하게 멈춰 서 있다."

지난 6월 23일 (동아일보)(인터넷판)에 실린 '한강1공구 양평 두물지구'의 상황을 묘사한 기사의 한 대목이다. '한강1공구 양평 두물지구'라는 표현만큼이나 참 을씨년스러운 문장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무얼 하라는 것일까. 농민 넷뿐인데 그냥 밀어버리지 왜 그렇게 무기력하게 있냐고? 아마도 철거민들이 용산 남일당 망루에 올라가 우리 말 좀 들어달라고, 우리를 이런 식으로 내쫓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을 때, 저 높은 분도 그렇게 말했을지 모르겠다. 법을 어기고 공권력 조롱하는 거 아니냐고. 왜 그렇게 공권력이 무기력하냐고. 그래서 그들은 결국 법을 구현했고 우리는 시신들을 안아야 했다.

따지고 보면 법(lex)도 일종의 언어(lexicon)이다. 그러나 그것은 '대화어'라기보다는 '명령어'다. 언어의 본질은 소통에 있지만 '법'을 맨 앞에 내세운다는 것은 언어의 중단, 즉 더 이상 대화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이야기를 나누지 않고 말을 독점하는 것, 듣기 없이 말하기만 하는 것. 이 정부는 출범 때부터 '법치'를 귀 따갑게 떠들었는데 아마도 처음부터 '불통'을 자임했던 게 아닌가 싶다. 그러나 생각해 볼 일이다. 언어가 언어 즉 소통이기를 중단하고, 정부와 공권력이 사람들을 추방하며 공동성의 중단을 내비칠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말이다.

 
▲ 두물머리. ⓒ프레시안(허환주)

2두물머리에서 철거명령을 거부한 채 농사를 짓고 있는 농부들이 지금 '불법경작자'인 것은 맞다. 하지만 어떤 점에서 이들은 불법을 저질렀다기보다 불법을 당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들의 농사는 합법이었다. 이들은 당국이 부여해준 '토지 점용권'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정부가 문제의 '4대강 개발'을 명목으로 이 '점용권'을 간단히 취소해버렸다. 농부들이 아무 짓도 하지 않은 채 '불법자'가 된 사연이다. 이처럼 범법자가 된 사연은 참 간단하지만, 이들이 거기서 합법적으로 농사를 지어온 역사는 그리 간단치가 않다.

두물머리 농지는 팔당댐을 만들면서 국가에 토지를 강제수용당한 농부들이 댐 건설 이후 새로 생겨난 토지를 가꾸면서 정부와 힘겹게 싸워서 얻어낸 것이다. 그들은 그렇게 합법적 경작권을 얻어냈다. 그리고 거기서 이 나라 근대 농업 역사상 처음으로 유기농업을 집단적으로 시도했다. 지금의 네 농부가 이어받은 것은 그 농부들의 권리이고, 그 농부들의 농사이자, 그 농부들의 싸움이다. 이것은 이제 4년이 된 정권이 자전거 도로로 간단히 덮어버릴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다.

미국에서 '월가점거시위'를 목격하고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나는 두물머리를 찾은 적이 있다. 그때 밭에 꽂혀 있는 푯말에서 인상적인 문구를 보았다. '불법경작단.' 전체 11가구 중 지난 해 7가구가 정부의 회유와 압박을 이기지 못해 떠났을 때, 두물머리 농부들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불법경작자'를 자임하며 그 땅에 상추를 심고 고추를 심고 토마토를 심은 것이다. "그들이 농부들을 불법경작으로 고발한다면, 우리 모두가 무수하고도 무고한 '피고'가 되자." 지난 4월에 '두물머리밭전위원회'가 출범했을 때 시민들이 선언한 문장이다.

이 무도하다 못해 불쌍하기까지 한 지금의 정부는 그 상추와 고추, 토마토를 심는 '불법적 행동'이 얼마나 무서운 의미를 갖는지 이해를 못하는 것 같다. '하천점용권'에 대한 법원 소송이 엎치락뒤치락 하는 가운데 대법원의 판결을 앞둔 상황에서 행정대집행을 지금 꼭 해야 하느냐는 물음에 당국자 중 한 사람은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농민들이 하천점용 소송에서 승소한다면 그때 가서 별도로 손해보상 소송을 내면 될 것이다." (경향신문)

'우리는 지금 철거할 거고, 너희가 법원에서 승소하면 그때 보상받으면 될 거 아니냐'는 식의 답변을 천연덕스럽게 내뱉을 수 있다는 게 정말 놀랍다.

3두물머리에서 기꺼이 '불법경작자'를 자임하며 상추를 심고 고추를 심고 토마토를 심는 사람들을 보았을 때, 나는 작년 11월 17일 뉴욕에서 보았던 한 시위 장면이 생각났다. 뉴욕시 당국이 월가 점거 운동의 상징적 장소인 '리버티스퀘어(주코티공원)'를 기습 철거했을 때 이틀 뒤 수만 명의 뉴욕시민들이 맨해튼 거리로 뛰쳐나왔다. 평소 리버티스퀘어를 점거하고 있던 사람들은 수백 명에 불과했고, 정부는 이들 소수의 점거자들이 전체 시민들의 안전하고 쾌적한 공원 이용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정작 시민들은 정부의 철거에 분노를 터뜨리며 도심으로 쏟아져 나왔다. 그날 밤 경찰이 설치한 대형전광판에는 도로에 내려선 사람을 연행하겠다는 문구가 번쩍였고 무장경관들은 수갑을 내비치며 시민들을 위협하고 있었다. 그때 예닐곱의 시민들이 천천히, 경찰에게 보라는 듯 도로에 내려섰다. 한 시민이 도로에 내려서면 그는 인도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나면 또다른 시민이 뛰어와 그 손을 잡고 도로에 내려서고 다시 인도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렇게 해서 그날 수백 명의 시민이 연행되었다.

시민 불복종이었다. 언뜻 보면 그들은 도로교통법을 위반한 '불법보행자들'에 불과하다. 하지만 시민불복종은 개별 법조항을 넘어서 더 근본적인 것에 대한 항의 행동이다. 앞서의 (동아일보) 기자는 '무력한 공권력'이라고 했지만, '공권력', '법의 힘'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가라는 물음을 우리는 던져 볼 필요가 있다. 법전에 써 있는 문장들은 그 '힘'을 어디서 가져오는 것일까. 그것은 그 법들을 떠받치고 있는 그 '무언가'로부터 나온다. 그 '무언가'를, 철학자 조르지오 아감벤은 '권위(auctoritas, authority)'라고 했다. 법에 '힘'을 줌으로써 법을 법(실정법)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그 법을 떠받치는 '권위'이다.

고대 로마에서는 원로원이 그런 힘을 가졌다. 원로원은 나라가 위험에 처할 때 '법을 중단시키는' 힘을 합법적으로 소유했다. 아감벤에 따르면 이렇게 비상사태에 처했을 때, 법의 효력을 멈추면서까지도 행사될 수 있는 이 권위가 평상시 '법의 힘'을 가능케 하는 근간이다. '권위'를 가진 사람을 로마에서는 '아욱토르(auctor)'라고 했는데, 이들은 딴 데서 힘을 빌어 오는 자들이 아니라, 스스로 힘을 창출할 수 있는 자들을 뜻했다(이 말들의 어원인 '아우게오(augeo)'는 '증가시킨다'는 뜻이다). 그들이 바로 최고권력자, 즉 주권자였다. 로마에서는 원로원이나, 그 이름이 각별한 아우구스투스 황제 같은 이들이 그랬다. 이 권위로부터 그 힘을 빌어 오지 못하면 법은 효력을 잃어버리고 정무관은 그 직위를 박탈당했다.

근대 사회는 시민들을 주권자로 내세우는 체제이자 시민들의 복종에 의존하는 체제이다. 그러므로 법에 대한 시민 불복종은 표면상으로는 개별적인 법조항 하나를 어기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법의 근간이 되는 권위에 대한 인정의 철회를 의미하는 것이다. 물론 법의 권위에 대한 인정을 철회해도 공권력이 행사하는 물리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권위를 박탈함으로써 공권력이 갖는 외견상의 힘은 그대로 있다. 경찰봉과 방패의 힘도 그대로이고 공사용 굴착기의 힘도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사라지는 것은 공권력이 가진 '공적 성격'이다. 그런데 그것이 사라진다면 우리는 공권력과 사적폭력을 구별할 수 없게 된다. 앞서의 뉴욕 시민들은 리버티스퀘어의 철거를 단행한 뉴욕시 당국의 행동에서 공적 성격을 박탈한 것이다. 경찰에 끌려가지만 그 철거를 공무집행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을 불복종을 통해 선언한 것이다. 그런데 공적 성격이 부인된 공권력이란 조폭 등 사적 패거리들이 휘두르는 폭력과 다르지 않다.

4몇 주 전에 밀양에 갔을 때 주민들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송전탑 설치를 강행하는 한전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정부를 향해 한 노인은 내게 말했다. '이 정부가 제 나라 국민을 침략하고 있다'고. 용산의 철거민들도, 쌍용자동차의 노동자들도, 강정의 사람들도 마찬가지 심정일 것이고, 그들의 고통을 깊이 공감하는 많은 시민들 또한 그럴 것이다. 한 나라의 많은 시민들이 그런 감정을 느끼고 있을 때에도 정부가 '법'과 '공권력'에 대한 복종만을 요구한다면, 사람들은 정부에 부여된 '공공성'을 박탈하게 될 것이다. 즉 법에 힘을 주는 권위에 대한 인정을 철회할 것이다. 그 순간 정부는 형식상으로만 정부이고 실제로는 더 이상 정부가 아니게 된다. 시민들에게는 정부가 정부라기보다 제 집단의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일개 패거리로 비치는 것이다.

두물머리에서 나는 이것을 느낀다. 농부는 농부로 남기 위해 법을 어기는데 공동체와 생태라는 공공의 가치를 구현하는 것처럼 보이고, 정부는 법을 지키기 위해 공권력을 행사하는데도 건설업자들의 사적 이해에 복무하는 것 같은 느낌말이다. 지난 40년 간 합법적 점용권을 갖고 친환경 농사를 고민한 사람들에게 그 '점용권'을 간단히 빼앗아 범법자로 만들고, 그런 권리가 마구 허용될 수 없는 것임에도 마치 여기를 허용하면 전국적으로 난리가 날 것처럼 떠들어대는 것(그런 난리가 났을 거면 지난 40년간 이미 무수히 났을 것이다). 게다가 이곳 농부들만이 아니라 여러 시민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음에도, 자전거 도로와 잔디공원을 반드시 이곳에 깔아야 한다고, 그것도 조금의 우회조차 할 수 없다고 고집하는 것. 35억이라는 예산을 지금 당장 쓰지 않으면 이 나라에서 사라지는 듯 법석을 떠는 것(이 공사에 쓰지 않으면 국고로 들어가 다른 곳에서 시민들을 위해 쓰일 수도 있고, 최소한 예산을 아끼는 일이라도 될 터인데 말이다). 내 눈에는 이 모든 것들이 올해 임기가 끝나는 특정인과 이 사업에 관여하는 특수한 이해당사자들을 위한 것으로만 보인다.

정말 안타깝게도 이 정부는 법을 집행하면서 법의 근간을 허물고 공권력을 휘두르면서 그 공공성을 잃어가고 있다. 점차 많은 시민들이 그 권위를 부인해 가는데, 정작 정부와 법의 토대가 무너져 가는데, 그 위에서 칼춤을 추고 삽질을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두물머리의 네 농부는 비록 '합법적 점용권'을 잃고 '불법경작자'가 되었지만 여전히 농부로 남을 수 있다. 그러나 법의 이름으로 힘만을 과시하는 정부가 있다면 그 정부는 더는 정부로 남지 못할 것이다.

 /고병권 수유너머R 연구원

2012년 7월 12일 목요일

사법부의 정점, 대법관 후보가 범법자?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07-11일자 기사 '사법부의 정점, 대법관 후보가 범법자?'를 퍼왔습니다.
김병화, 위장전입·세금탈루에 저축은행 로비까지…SNS"역시 MB정부"

 
▲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현재 인천지검장인 김 후보자는 위장전입과, 세금탈루 의혹을 받고 있다. 2012.7.11/뉴스1 ⓒ News1 이종덕 기자

위장전입과 세금탈루, 아파트 투기 등 각종 불법 행각으로 논란이 된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제일저축은행 로비 의혹까지 새롭게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11일 인사청문회에서 '제일저축은행 유동천 회장(구속)과 유동국 전무가 박 모 재경태백 시민회장을 통해 김 후보자에게 로비를 벌인 것이 아니냐'고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상황의 요지는 유 회장이 유 전무와 함께 제일저축은행 비리수사를 막기 위해 박 씨를 통해 김 후보자에게 로비할 것을 요청했고, 그 명목으로 2천만 원을 건넸다는 것. 또 저축은행 합동수사단 제일저축은행 조서에 김 후보자의 이름만 39번이 나오고, 김 후보자는 고양지청에서 박 씨가 수사 때 수십 차례 통화했음을 지적했다.
이같은 상황은 김 후보자가 의정부 지검장일 때, 고양터미널 사건을 수사에 착수하자 제일저축은행 측에선 고객 1만 4천여 명의 명의를 도용해 1,400억 원대 불법대출과 퇴출저지 로비 등으로 범법 행위로 수사가 확대돼는 것을 막기 위해 로비를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최초 "(공소장 내용을) 몰랐다"라고 대답했지만, 계속되는 추궁에 "공식공소장은 어제 봤지만, 박 씨가 구속됐고, 제 이름이 나온다는 이야기는 2월, 3월경에 들었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자 박영선 인사청문위 민주당 간사는 "후보자가 대법관 후보자로 제청됐다는 이 사실만으로도 굉장히 가슴이 아프다"라면서 "우리나라가 제대로 된 나라라면 후보자에게 내부 검증해서 공소장에 등장하는데 소명자료를 내라고 하는 게 정상적 나라다. 그것을 전혀 몰랐다? 이게 통과될 수 있다고 보나"라면서 강하게 질타했다.
특히 이날 민주당 의원들은 김 후보자가 안고있는 수많은 의혹에 대해 집중적으로 포격을 가했다.
앞서 김 후보자는 울산지청 근무 시절 부인 명의로 부산의 아파트를 사는 등 두 차례의 위장전입 의혹과 2번의 다운계약서 작성·세금탈루 의혹을 받고 있다. 또 공익근무요원이었던 아들이 서울중앙지법에서 근무했다는 점에서 병역특혜 의혹까지 제기됐다.
이를 본 트위터리안들 역시 김 후보자의 자질 문제를 두고 강하게 질타하고 있는 상황. 특히 논란이 된 후보자를 추천한 사람이 이명박 대통령임을 지적하면서 "현 정부에 걸맞은 인물을 뽑았다"고 조롱하기도 했다.
위장전입, 세금포탈, 아파트 투기의혹에 저축은행 비리의혹까지 받는 자가 대법관으로 추천되는 게 정상인가? 하긴 비정상투성이인 MB정권이니 말해서 뭣하랴!(하종*, ‏@es***)
이런 대법관이 재판정에 앉아 있으면 국민이 어떤 눈으로 볼 것인가. 대법관을 피고로 보지 않을까 무섭다(언론인 이기명, @kmlee36)
대한민국은 국민의 등골을 빼는 인물이 정상적으로 대법관 후보가 이상한 나라(백찬홍 씨알재단 운영위원, ‏@mindgood)
이번 대법관은 누가 추천했나? MB냐?! 경찰청장, 검찰청장, 국무위원에 이어 대법관 후보자까지. 도대체 MB정부는 도덕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걸까?(트윗세계에.. 또..***,‏ @Silver***)
강호동은 세금탈루 의혹으로 방송도 못 하고 있는데, 사법부 그것도 대법관 후보는 세금탈루·증여세 탈세·부동산 다운계약서 작성·아들 병역비리다 저축은행 비리까지 온갖 비리는 다 했네. 대법관은커녕 법복 벗겨야 하는 거 아닌가요?(미제***, ‏@Angel****)
앞서 박 의원은 지난 10일 MBC 과의 인터뷰에서 "김 후보가 대법관이 된다면 지금 법 위반 상태에 있는 대법관이 모두 6명이 됩니다. 모두 MB정부에 임명된 분"이라고 맹비난한 바 있다.
한편, 오는 12일은 자신의 수필집에 "일본 지진은 하나님의 경고"나 재판장에서 피고와 원고에게 기도하라는 등의 행동으로 '종교편향' 논란을 일으킨 김신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예정됐다. 민주당 측은 최소 김신·김병화 후보자를 겨냥해 '낙마 대상'으로 지목한 바 있다. 그렇기에 민주당 측의 어떤 파상공세를 펼칠지를 두고 여론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김경환 기자  |  1986kkh@pressbyple.com

사법부의 정점, 대법관 후보가 범법자?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07-11일자 기사 '사법부의 정점, 대법관 후보가 범법자?'를 퍼왔습니다.
김병화, 위장전입·세금탈루에 저축은행 로비까지…SNS"역시 MB정부"

 
▲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현재 인천지검장인 김 후보자는 위장전입과, 세금탈루 의혹을 받고 있다. 2012.7.11/뉴스1 ⓒ News1 이종덕 기자

위장전입과 세금탈루, 아파트 투기 등 각종 불법 행각으로 논란이 된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제일저축은행 로비 의혹까지 새롭게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11일 인사청문회에서 '제일저축은행 유동천 회장(구속)과 유동국 전무가 박 모 재경태백 시민회장을 통해 김 후보자에게 로비를 벌인 것이 아니냐'고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상황의 요지는 유 회장이 유 전무와 함께 제일저축은행 비리수사를 막기 위해 박 씨를 통해 김 후보자에게 로비할 것을 요청했고, 그 명목으로 2천만 원을 건넸다는 것. 또 저축은행 합동수사단 제일저축은행 조서에 김 후보자의 이름만 39번이 나오고, 김 후보자는 고양지청에서 박 씨가 수사 때 수십 차례 통화했음을 지적했다.
이같은 상황은 김 후보자가 의정부 지검장일 때, 고양터미널 사건을 수사에 착수하자 제일저축은행 측에선 고객 1만 4천여 명의 명의를 도용해 1,400억 원대 불법대출과 퇴출저지 로비 등으로 범법 행위로 수사가 확대돼는 것을 막기 위해 로비를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최초 "(공소장 내용을) 몰랐다"라고 대답했지만, 계속되는 추궁에 "공식공소장은 어제 봤지만, 박 씨가 구속됐고, 제 이름이 나온다는 이야기는 2월, 3월경에 들었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자 박영선 인사청문위 민주당 간사는 "후보자가 대법관 후보자로 제청됐다는 이 사실만으로도 굉장히 가슴이 아프다"라면서 "우리나라가 제대로 된 나라라면 후보자에게 내부 검증해서 공소장에 등장하는데 소명자료를 내라고 하는 게 정상적 나라다. 그것을 전혀 몰랐다? 이게 통과될 수 있다고 보나"라면서 강하게 질타했다.
특히 이날 민주당 의원들은 김 후보자가 안고있는 수많은 의혹에 대해 집중적으로 포격을 가했다.
앞서 김 후보자는 울산지청 근무 시절 부인 명의로 부산의 아파트를 사는 등 두 차례의 위장전입 의혹과 2번의 다운계약서 작성·세금탈루 의혹을 받고 있다. 또 공익근무요원이었던 아들이 서울중앙지법에서 근무했다는 점에서 병역특혜 의혹까지 제기됐다.
이를 본 트위터리안들 역시 김 후보자의 자질 문제를 두고 강하게 질타하고 있는 상황. 특히 논란이 된 후보자를 추천한 사람이 이명박 대통령임을 지적하면서 "현 정부에 걸맞은 인물을 뽑았다"고 조롱하기도 했다.
위장전입, 세금포탈, 아파트 투기의혹에 저축은행 비리의혹까지 받는 자가 대법관으로 추천되는 게 정상인가? 하긴 비정상투성이인 MB정권이니 말해서 뭣하랴!(하종*, ‏@es***)
이런 대법관이 재판정에 앉아 있으면 국민이 어떤 눈으로 볼 것인가. 대법관을 피고로 보지 않을까 무섭다(언론인 이기명, @kmlee36)
대한민국은 국민의 등골을 빼는 인물이 정상적으로 대법관 후보가 이상한 나라(백찬홍 씨알재단 운영위원, ‏@mindgood)
이번 대법관은 누가 추천했나? MB냐?! 경찰청장, 검찰청장, 국무위원에 이어 대법관 후보자까지. 도대체 MB정부는 도덕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걸까?(트윗세계에.. 또..***,‏ @Silver***)
강호동은 세금탈루 의혹으로 방송도 못 하고 있는데, 사법부 그것도 대법관 후보는 세금탈루·증여세 탈세·부동산 다운계약서 작성·아들 병역비리다 저축은행 비리까지 온갖 비리는 다 했네. 대법관은커녕 법복 벗겨야 하는 거 아닌가요?(미제***, ‏@Angel****)
앞서 박 의원은 지난 10일 MBC 과의 인터뷰에서 "김 후보가 대법관이 된다면 지금 법 위반 상태에 있는 대법관이 모두 6명이 됩니다. 모두 MB정부에 임명된 분"이라고 맹비난한 바 있다.
한편, 오는 12일은 자신의 수필집에 "일본 지진은 하나님의 경고"나 재판장에서 피고와 원고에게 기도하라는 등의 행동으로 '종교편향' 논란을 일으킨 김신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예정됐다. 민주당 측은 최소 김신·김병화 후보자를 겨냥해 '낙마 대상'으로 지목한 바 있다. 그렇기에 민주당 측의 어떤 파상공세를 펼칠지를 두고 여론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김경환 기자  |  1986kkh@pressbyple.com

2012년 6월 10일 일요일

하루 아침에 범법자 된 남북경협사업자


이글은 경향신문 2012-06-09일자 기사 '하루 아침에 범법자 된 남북경협사업자'를 퍼왔습니다.

검찰, 5·24 조치 이전 관행이던 대북송금에 벌금형 논란

“하다못해 공공장소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을 잡아 벌금을 물릴 때도 시행에 앞서 계도기간이라는 것을 갖습니다. 최소한의 법집행 절차를 지키는 것이 국가가 아닙니까. 남북경협 사업자들은 하루 아침에 벌금형을 받고, 범법자가 됐습니다.”(남북경협 관계자)

이명박 정부의 5·24조치로 존폐의 기로에 서 있는 경협업체들이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남북교류협력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대거 벌금형을 부과 받고, 일부는 이에 불복해 힘겹게 소송을 벌이고 있다. 통일부는 지난 2010년 5월 24일 천안함 사태에 따른 보복조치의 일환으로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경협 및 교역을 전면 중단하는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정부는 경협업체들에 파산선고나 다름없는 교역의 전면 중단 조치를 내린 데 이어, 무차별적인 수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경찰은 경협업체들이 북한으로부터 반입하는 물품 등의 대금으로 보낸 대북송금 관련 서류를 샅샅이 뒤졌다. 경찰이 제3국을 통한 대북송금을 현행법(남북교류협력법) 위반으로 보고, 증거 확보에 나선 것이다. 한 경협업체 대표는 “5·24조치 이후로 경협업체들이 경찰서 보안부서에 불려가서 대북송금 문제와 관련해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부분이 중소기업인 경협업체들이 경찰에 불려가면 위축된 상태에서 조사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수사 결과를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은 이를 바탕으로 약식기소 형태로 벌금형을 부과했다. 

남북경협 관련 전문가들이 6월 1일 국회도서관에서 개최된 ‘5·24조치 2년, 남북경협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남북경협활성화추진위원회 제공

한국은행 승인 받은 송금 문제된 적 없어

경협업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200여개의 업체가 북한에 현금을 송금한 혐의로 100만∼800만원의 벌금을 부과 받았으며, 대북송금 규모가 큰 업체의 경우 불구속 상태에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경협업체들은 이런 사법당국의 조치에 반발하고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 초기(5·24조치 이전)까지 관행화됐던 대북송금 문제를 지금에 와서 사법당국이 벌금형을 부과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법당국은 대북송금을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으로 해석하고 있다. 남북교류협력법 13조 1항은 (북한에) 물품 등을 반출하거나 반입하려는 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물품 등의 품목, 거래 형태 및 대금결제 방법 등에 관하여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남북교류협력법은 대북송금과 관련해 애매한 규정을 담고 있다. 같은 법 13조 4항은 1항에 따라 반출이나 반입을 승인할 때는 물품 등의 품목, 거래 형태 및 대금결제 방법 등에 관한 일정한 범위를 정하여 포괄적으로 승인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여기서 말하는 포괄승인 품목이란 통일부 고시에 따라 물품을 북한에 반출·반입할 때 건별로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을 필요가 없는 품목을 말한다. 물품의 반입·반출시 건별로 승인 받을 필요가 없으니, 업체들은 대금을 지급할 때도 통일부 장관의 승인 없이 그동안 송금을 해왔던 것이다. 

이에 따라 한 번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은 경협업체들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는 물론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9년 초까지 북한에 무역대금을 제3국을 통해 송금했다. 다만 업체들은 외국환관리법에 따라 한국은행의 승인을 받아 송금했다. 포괄승인 품목의 경우 통일부 장관 승인 없이 대북송금이 관행화됐었기 때문에 통일부도 이에 대해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5·24조치 이후 사법당국은 경협업체들의 자금 흐름을 수사하게 됐고, 이 과정에서 포괄승인 품목을 반입한 대가로 제3국을 통해 대북송금을 한 것을 문제 삼아 남북교류협력법(13조 1항)과 통일부 고시(4조, 2008년 1월 제정)를 근거로 200여개 업체에 벌금형을 부과했다. 정부는 5·24조치 이전에는 모래, 농수산물 등 대부분의 남북경협 품목을 포괄적 승인품목으로 지정했으나, 5·24조치 이후에는 포괄승인 품목을 개별승인 품목으로 바꾸었다. 개별승인 품목이란 물품을 북한으로부터 반입 또는 반출시에 건별로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돼 있다.

경협업체인 A사의 경우 현재 이와 관련해 재판이 진행 중이다. A사는 포괄승인 품목을 북한으로부터 반입하면서 5·24조치 이전까지 대북송금을 정기적으로 해왔다. 특히 A사는 외국환관리법에 따라 대북송금과 관련해 한국은행의 승인을 받을 때 한국은행 직원과 통일부 직원이 통화를 하도록 해 송금에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검찰은 남북교류협력법과 통일부 고시 위반을 근거로 이 업체 대표를 기소했다. 현재 A사 대표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사법당국은 이 업체가 한국은행의 승인을 받아 송금했기 때문에 외환관리법에는 문제가 없지만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으로 보고 있다.

개성공단에서 북측 노동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B기업도 가벼운 벌금을 받는 것으로 끝났지만 경찰에 불려 다니며 수사를 받는 등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았다. 경찰로부터 내사를 받고 여려 차례 전화로 출석요구를 받는 등 시달렸다고 기업 관계자들은 전했다.

C기업은 경찰의 수사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해 ‘혐의 없음’ 판정을 받아냈다, 이 기업의 대표는 경찰의 출석요구에 불응하며, 처음부터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정식으로 출석요구서를 보냈고, C기업의 대표는 해당 경찰서에 출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경찰은 대북송금과 관련해 집중적으로 신문했다. 이와 함께 경찰은 교역계약서, 대금송금 증명서, 사업자 증명서 등 각종 관련 서류도 제출토록 했다. 

이에 대해 주무부서인 통일부는 미온적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오히려 통일부는 이 사건과 관련, 경협업체들의 불찰로 돌리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관련 규정(남북교류협력법, 통일부 고시)에 대해 과거의 교역업체들이 규정을 잘 몰랐거나 오인해서 대금결제 방법에 대해서 통일부의 승인을 받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며 “그래서 이러한 사항에 대해서 수사기관들이 수사를 진행하고 일부 업체에 대해서 약식기소 형태로 벌금을 부과했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현금송금이 문제가 되면 대신 현물로라도 북측에 지급할 수 있게 해달라는 업체들의 요구에도 5·24조치 해제 이후에 논의할 얘기라며 답변을 피하고 있다.

경협업체들은 5·24조치의 장기화와 대북송금에 따른 벌금형 부과로 대북사업에서 아예 손을 떼고 있다. 남북경협활성화추진위원회 정범진 정책위원장은 “남북경협업체들이 경영 외적인 피해로 인해 대북사업을 더 이상 할 수 없는 처지에 있다”며 “이런 상태라면 남북의 정치상황이 호전되어도 경협을 하겠다고 나서는 업체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