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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27일 수요일

부당 소득공제·역외탈세·늑장 납부… 고위직에게 탈세는 ‘기본’


이글은 경향신문 2013-03-26일자 기사 '부당 소득공제·역외탈세·늑장 납부… 고위직에게 탈세는 ‘기본’'을 퍼왔습니다.

ㆍ부총리·국세청장 등 경제 수장들도 예외 없어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한 고위 공직자 가운데 세금 탈루 의혹을 받지 않은 인물은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다. 사회지도층의 조세 정의에 관한 인식이 그만큼 희박하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작게는 부당 소득공제부터 크게는 역외탈세까지 탈루 형태도 다양하다. 장관 내정을 전달받은 뒤 세금을 늑장 납부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입각세’ ‘장관 통과세’와 같은 조롱섞인 신조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특히 세원을 발굴하고 세금을 걷어 그 돈을 집행하는 역할을 하는 경제 부처 수장들의 세금 탈루 의혹은 이번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세금 회피 문제는 역외탈세 의혹으로 사퇴한 한만수 전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박근혜 정부에서 탈세 의혹을 받는 고위 공직자가 속출하면서 세금 탈루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에 있는 국세청 본청. 이상훈 선임기자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장관 지명 다음날인 지난달 18일 그동안 내지 않았던 장남의 금융자산 증여세 485만1000원을 납부했다. 누락된 종합소득세 32만370원과 지방소득세 3만2040원도 갑자기 납부했다. 세테크 기법인 ‘부담부 증여’로 증여세 부담을 낮추기도 했다. 현 부총리는 1989년 구입한 서울 반포동 아파트를 2005년 딸에게 증여하면서 이 아파트를 담보로 받은 2억8000만원의 채무를 함께 넘겼다. 부동산 가액을 낮춰 약 5000만원의 증여세를 줄였다. 언론 기고문, 강연비 등 4억원 이상의 사업소득을 낮은 세율의 기타소득으로 신고해 소득세 6700만원을 줄이기도 했다.

국세행정 책임자가 될 김덕중 국세청장 후보자도 탈·절세 의혹을 받았다. 김 후보자는 2005년 6억원대에 매입한 경기 안양의 아파트를 3억여원으로 신고해 취득·등록세를 덜 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2004년 경기 과천의 아파트를 사고팔 때 실거래가의 7분의 1에 불과한 거래금액으로 다운계약서를 작성해 양도소득세와 취득·등록세를 회피한 의혹이 일었다.


낙마한 김병관 전 국방장관 후보자도 여러 수단을 동원해 세금을 피했다. 1986년 장인으로부터 경북 예천군 임야를 당시 8세였던 장남 명의로 증여받으면서 공직자 재산신고에서 누락했다. 2011년 서울 노량진 아파트를 장·차남에게 증여하기 20일 전 이 아파트를 담보로 1억원을 대출받아 부담부 증여로 세금을 줄이기도 했다.

미국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보유한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자녀들에게 증여한 예금의 증여세 324만원을 후보자 발표 직전에서야 납부했다. 서승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아파트 구입 과정에서 증여세 탈루 의혹을 받았다.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과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은 상속세와 종합소득세를 내지 않았다가 장관 내정 전후에 완납했다.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은 2008~2011년 정치후원금을 당 경선 기탁금으로 내고 공제를 받은 부당 환급금 1200여만원을 다시 납부했다.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도 같은 방식으로 1000여만원의 세금을 부당하게 환급받았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연소득이 3500만원에 불과한 장남이 아파트 전세를 3억원에 계약해 편법 증여 의혹이 제기됐다.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수입이 있는 배우자를 소득공제 대상에 올려 이중공제를 받았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과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다운계약서 작성으로 세금을 탈루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2013년 3월 26일 화요일

“성접대·역외탈세·무기상…잘 나간다는 분들 죄다 이러냐”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3-25일자 기사 '“성접대·역외탈세·무기상…잘 나간다는 분들 죄다 이러냐”'를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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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마 정부’ 시민들 개탄“고위직에 범법자만 임명”“이제 누가 열심히 살겠나”

회사원 김아무개(42)씨는 스마트폰이 고장난 줄 알았다. 속보로 쉼없이 날아오는 ‘낙마’ 소식들 때문이다. 김씨는 대기업 해외지사에서 6년간 근무하다 올해 초 귀국했다. “김용준(국무총리 후보자), 김종훈(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김병관(국방부 장관 후보자), 황철주(중소기업청장 후보자), 김학의(법무부 차관), 한만수(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등 누가 누군지도 모르겠는데 하도 낙마 소식만 들어와서 눈을 의심했습니다.”대한민국이 분노를 넘어 허탈감에 빠져들고 있다. 하루하루 성실히 살아가는 평범한 서민들은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지식인들은 ‘국가적 위기’까지 걱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박근혜 정부 내각 후보자들의 낙마를 통해 드러나는 이른바 우리 사회 고위층·기득권층의 도덕성 붕괴현상 탓이다. 이명박 정부 때의 위장전입이나 부동산 투기는 이제 시시할 정도다. 이번 장차관 후보자들은 낯설고도 충격적인 국외 비자금 조성, 외국무기 로비스트, 성접대 등의 의혹으로 벌써 7명이나 낙마했다.“허탈하죠. 우리 같은 사람들한텐 그저 충격이에요. 이제 누가 열심히 살겠어요?” 고종순(50·서울 마포구)씨는 25일 여느 때와 다름없이 재래시장 방앗간에서 아침 장사를 준비하다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낙마 소식을 접했다. 고씨는 “대통령이 국민통합, 국민행복을 그리 강조하길래 그래도 내심 기대했는데 국민 정서를 너무나 모른다”며 아쉬워했다. “내가 열심히 살면 애들도 열심히 살겠지 했는데, 입신양명했다는 분들이 죄다 탈세니 비리니 저 모양이니 애들한테 뭐라고 해야 하나….” 곁에서 말린 고추를 다듬던 고씨의 아내는 “아무 정보가 없어서 (탈세도) 못하는 우리가 손해”라고 거들었다. 고씨 부부는 지난 10년간 하루 12시간씩 일해왔다.불신은 사회 저변으로 급격히 번져가고 있었다. 서울 마포 망원시장에서 20여년 동안 옷가게를 운영해온 서정래(51)씨는 한숨부터 쉬었다. “국민 한명 한명은 하루하루 지킬 것 지키며 최선을 다해 사는데, 기득권 있는 고위층은 성접대에, 재산 빼돌리기에… 이제 우리도 대충 살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서씨는 “국민의 의식 수준은 높아졌는데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층은 자기들끼리의 세상에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걱정도 컸다. “정부가 빨리 자리를 잡아야 어려운 경제도 살릴 텐데, 사회 지도층에 대한 믿음이 바닥난 상황에서 국정이 국민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지 정말 불안해요.”평범한 서민들의 분노와 허탈감의 뿌리는 전 정부보다 나아지기는커녕 갈수록 심각해지는 공직 후보자들의 비리와 부패에 있었다. 이명박 정부를 통틀어 남주홍(통일부)·박은경(환경부)·이춘호(여성부)·신재민(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와 김태호 국무총리 내정자 등 모두 9명이 낙마했다. 부동산 투기나 위장전입 등이 사유였다. 노무현 정부 5년 동안 낙마한 7명의 후보자 중에선 4명이 부동산투기·위장전입·탈세 등을 이유로 자진 사퇴했다. 이밖에 윤성식 감사원장 후보자는 인수위 참여 논란으로,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소장 취임을 위해 미리 헌재 재판관직을 사임한 것이 문제가 됐다. 이에 견주면 최근 불거진 내각 후보자들의 추문은 ‘부패의 진화’라고 할 만하다. 서민들은 이를 접하며 ‘있는 분’들과의 괴리감을 더욱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이 때문에 “정권이 바뀔수록 점점 더 수위가 높은 범법자들만 고위 공직자로 임명하려고 하는 이유가 뭐냐?”고 항변하는 시민도 많았다. 직장인 박가영(35)씨는 “과거 어떤 경우보다 이번 정부 공직 후보자들은 비리의 수위가 세고 원색적인 것 같다. 갈수록 더 심해지니 병역비리나 위장전입은 이제 화젯거리도 못 된다. 최소한의 검증이라도 거쳤는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에서 자영업을 하는 주윤상(54)씨도 “일반인 같으면 최소한 벌금, 제대로 했으면 감옥은 갔어야 할 인물들 아니냐”고 소리를 높였다. 그는 “무원칙, 무대포 인사다. (박근혜 대통령이) 아버지처럼 밀어붙이면 된다고 믿는 것 같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의 한 지방자치단체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최아무개(40)씨는 “공직생활 십수년 하면서 이렇게 체계 없는 정권은 처음 본다. 동주민센터 인사도 이런 식으로 안 한다”고 말했다.구직난에 시달리는 젊은이들의 허탈감은 더욱 컸다. 대학원생 강아무개(30)씨는 “비리의 스케일이 너무 커졌다. 재산을 해외에 은닉하다니, 듣도 보도 못한 비리다. 내각 꾸리다 1년 다 가겠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아무개(23)씨는 “영화 속에서나 있을 법한 일들을 벌인 사람들이 고위 관료를 하겠다니, 여기가 무슨 할리우드냐”고 꼬집었다.지식인들은 좀더 근본적인 문제를 짚었다. 1970년대 이래로 사익만 추구해온 보수진영 인사들의 시대착오적 가치관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철학자 강신주씨는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1970년대 유신시대에 대학을 다니고 독재시대 때 고시를 보고 육사를 다녔다. 공동체를 고민해본 적이 없고 사리사욕만 추구하며 살아온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공직에 나가려니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세대의 특징으로 봐야 한다. ‘기득권층’이 ‘지도층’이 되려다 실패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도정일 경희대 교수(후마니타스칼리지 학장)는 ‘국가적 위기’로 진단했다. 도 교수는 “지금 상황은 청와대 또는 정부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전체, 나라 전체의 위기상황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계속 이대로 가면 국민들의 불만이 일시에 터져 나올 수도 있다. 지금이라도 훨씬 더 신뢰할 수 있는 엄정하고 정확한 인선이 이뤄져야 한다. 박 대통령이 이를 무엇보다 깊게 인식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도 교수는 “더 근본적인 문제는 지금 한국 사회의 보수진영 인사들이 너무도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게 드러난 것이다. 그간 자기 이익을 챙기는 데는 민첩했을지 모르지만, 한국 사회를 어떤 사회로 만들어가야 할지, 국정운영 철학과 비전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엄지원 한승동 안선희 기자 umkija@hani.co.kr

2013년 3월 23일 토요일

고위직 도덕성 몰락 ‘공직기강’ 붕괴… 검경 암투설에 경찰 상하 내분설도


이글은 경향신문 2013-03-22일자 기사 '고위직 도덕성 몰락 ‘공직기강’ 붕괴… 검경 암투설에 경찰 상하 내분설도'를 퍼왔습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 접대 동영상 의혹은 공직사회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고위 공직자들의 상식을 벗어난 일탈과 이를 걸러내지 못한 검증 시스템, 오히려 검증을 가로막은 권력기관 간 권력 암투 조짐 등 하나같이 충격적이다. 국가관은커녕 공직자로서 자부심과 도덕심을 거론하기조차 어려운 수준으로 공직사회가 몰락한 것이다. 전례 없는 공직기강 해이 사례에 “이명박 정부 이후 공직기강이 더 후퇴한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성 접대 동영상 파문의 경우 김 전 차관 이외에도 여러 전·현직 고위 공무원들 이름이 거론된다. 당사자들은 모두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성 접대 의혹의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이들이 일개 건설업자에게 쥐락펴락 당한 점에서 그 자체로 부적절한 처신은 물론 공직기강이 사실상 해체상황이었음을 보여준다. 이 건설업자는 공사 수주 과정에서 불법행위를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공무원과 사회지도층 인사들과 부정의 결탁을 맺은 사실이 불거질 가능성도 크다. 

특히 김 전 차관 의혹은 그가 대전고검장 재직 중일 때의 일이다. 사정기관 고위 공직자가 전과 기록도 상당한 건설업자와 친분 관계를 유지하고 추문에 연루됐다는 사실만으로도 공직자 자격에 의문이 제기된다.

동시에 성 접대 동영상 파문 이면에선 검찰과 경찰의 갈등설도 흘러나온다. 경찰이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을 의식하고 검찰을 공격하기 위한 ‘실탄’으로 준비해뒀다는 설이다.

또 일각에서는 김 전 차관 임명 직전 청와대가 경찰로부터 ‘문제없다’는 보고를 받았다는 점에서 경찰 고위층과 일선 수사 라인에서 내분이 있지 않았겠느냐는 설도 나온다. 경찰 고위층에서는 일찌감치 이 사건을 무마하려고 했지만 일선에서 반발하며 내사를 확대한 것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어느 경우든 청와대는 검증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검증 책임론이 불거지자 “민정 라인에서는 군대를 갔는지, 세금을 제대로 냈는지 이런 영역을 조사하는 것이지 사람의 뒷조사까지 하고 다닐 수는 없다”고 말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그러나 지난 1월 말부터 김학의 당시 대전고검장이 등장하는 동영상이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즈음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가 김 전 차관을 총장 후보 3인에서 배제했을 때에도, 한 고검장 출신 인사는 “추천위원들 논의 과정에서 김 전 차관이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할 만한 개인적인 문제가 나와서 제외됐다고 한다”고 전했다. 검찰총장후보추천위에서 제외되고, 경찰에 첩보가 입수돼 내사가 진행 중인데도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민정 라인의 책임이 큰 이유다.

임지선·조미덥 기자 visio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