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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9일 목요일

[사설]‘평화의댐’에 또 막대한 혈세 투입하는 의도 뭔가


이글은 경향신문 2012-08-08일자 사설 '[사설]‘평화의댐’에 또 막대한 혈세 투입하는 의도 뭔가'를 퍼왔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임기 후반 갑자기 추진한 평화의댐 보강공사가 다시 논란을 빚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지난해 10월 평화의댐을 2003년부터 진행해온 댐 치수능력증대사업 대상에 뒤늦게 포함시키고 1650억원의 사업비를 배정했다. 평화의댐은 북한 임남댐이 200년 내 최대 강수량(하루 378㎜)에 붕괴될 수 있다는 가정하에 건설·보강한 대응댐이다. 그런데 1만년 빈도의 홍수를 의미하는 극한강우(하루 587㎜)에도 견디도록 기존 댐의 하류사면을 콘크리트로 보강하겠다는 것이다. 1만년 빈도의 홍수와 임남댐 붕괴가 동시에 일어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고 댐 경사면 포장에 1650억원을 투입하는 것 또한 과도한 예산 배정이라는 게 당시 논란의 요체였다. 국토부가 이런 의문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 없이 오는 11월 공사 시작을 목표로 입찰 사전심사와 현장설명회를 연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한 것이다.

평화의댐은 이미 크게 두 차례에 걸쳐 3800억원에 이르는 국민 성금과 세금을 들여 건설 및 보강공사를 한 바 있다. 지금 돈 가치로 따지면 조 단위의 혈세가 투입된 셈이다. 댐 건설의 명분으로 삼았던 북한의 수공 위협과 2단계 보강공사의 빌미가 됐던 임남댐 붕괴 우려 등은 뒷날 그 근거나 정당성이 미약한 것으로 밝혀져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비난을 사기도 했다. ‘정치적 목적에 의한 5공 정권의 유물’이자 ‘불신과 낭비의 기념비적 상징물’이라는 평화의댐이 이번에는 기후변화를 이유로 세 번째 공사를 벌이며 또다시 논란에 휩싸인 것이 묘하고 얄궂다.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환경단체는 이번 공사가 1억년에 한 번 발생하는 희귀한 상황을 가정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오히려 댐 좌안에 있는 터널로 강한 수압이 작용해 그쪽이 먼저 붕괴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한다. 설사 국토부의 말이 맞다고 하더라도 1650억원에 이르는 비용은 과도하며 그 5분의 1로 가능한 대안이 있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이런 의문을 투명하게 해소하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국토부에 두 차례에 걸쳐 공개토론회 개최를 공식적으로 제안하기도 했다.

국토부 홈페이지에 가면 ‘투명하고 깨끗한 국토해양부’라는 구호가 있다. 평화의댐을 또다시 불신과 낭비의 상징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국토부는 이런 의문에 투명하게 답해야 한다. 공개토론회마저 외면하고 임기말에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한다면 사업의 정당성 확보는 고사하고 의혹만 더욱 증폭될 뿐임을 알아야 한다.

2012년 7월 27일 금요일

[세상 읽기] 서울에 온 미국의 ‘안보장사꾼’ / 김종대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9-26일자 기사 '[세상 읽기] 서울에 온 미국의 ‘안보장사꾼’ / 김종대'를 퍼왔습니다.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유달리 국내 방위산업체들에 무기 수출을 독려하는 이명박 정부에 미국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둔 적이 없다. 미국 정부는 국내 방산업체의 명품 무기로 알려진 청상어·홍상어 어뢰는 미국제 하푼 대함미사일의 기술을 베낀 것이고, 신궁 휴대용 대공미사일도 역시 미국제 스팅어 미사일의 기술을 도용한 것이라는 심증을 키워왔다. 외형과 적용 기술이 미국제 무기와 똑같다는 것이다. 그러던 중 2009년에 국내 한 방위산업체가 독자개발한 F-16 전투기의 전파방해장비(ALQ-200)를 파키스탄에 수출한다고 하자 미국 정부는 “알카에다가 있고, 중국제 전투기를 사용하는 파키스탄에 미국 기술이 적용된 것으로 의심되는 장비를 판매하겠다는 거냐”며 한국 정부를 강하게 압박했다. 적성국 무기 수출을 규제하는 바세나르 체제까지 들먹이며 야단치는 미국 정부를 달래느라고 우리 업계 관계자는 진땀을 빼야 했다. 특히 중국 전투기에 미국 장비가 부착된다는 심각한 문제제기에 우리는 “파키스탄 수출은 포기하겠다”는 약속까지 덧붙였다.그러던 중 지난해 8월에 미국으로부터 도입한 F-15K 전투기의 센서인 타이거아이의 봉인을 한국 공군이 무단으로 뜯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즉시 미 국무부 수석부차관보가 이끄는 11명의 일행이 서울에 들어와 당시 을지프리덤가디언 군사연습 기간임에도 한국의 관계자를 불러내 거의 막말에 가까운 언사를 구사하며 소동을 부렸다. 서슬 퍼런 미국의 태도에 우리 쪽은 한-미 공동조사를 약속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해명을 믿지 않은 힐러리 국무장관이 김성환 외교부 장관에게 한국의 무단 기술도용을 기정사실화한 항의서한을 보낸 때가 10월이다. 마침 서울을 방문한 리언 파네타 국방장관은 김관진 국방장관과 2시간30분의 회담 중 1시간을 타이거아이 의혹을 따지는 데 할애하면서 “한국의 불법 방산기술 유출을 방지하는 대책을 수립하라”는 훈수까지 늘어놓았다.이렇게 미국이 한국 정부를 다그치던 지난해 10월 미국 언론은 “미국 정부가 파키스탄에 전파방해장비(ALQ-211)를 4900만달러어치 판매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우리에게 위험한 국가라고 지목한 파키스탄에 한국 기업이 수출을 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넣은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한국 기업의 수출물량을 가로채서 미국 기업에 주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패권적이고 이중적인 미국의 태도에 속을 앓던 방위사업청은 올해 7월 기술통제관이라는 직위를 신설했다. 방사청은 기술통제관을 우리 방산기술 유출을 보호하기 위해 신설했다고 말하지만 작년에 타이거아이 사건을 통해 미국에 약속한 후속 대책의 일환이라는 점을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최근 수출이 추진되는 한국 무기를 보면 독일과 협력하여 제작한 잠수함이라든지, 유럽 회사와 협력한 헬기 등 주로 유럽 방산기술들이다. 반면 미국과 협력하면 온갖 설움을 다 받고 수출도 봉쇄된다. 오직 한-미 동맹 강화라는 명분으로 합리화될 뿐이다. 미사일 주권, 원자력 주권도 빼앗기고, 방위산업 자립도 물건너가는 마당에 현 정부는 미국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정권 말기의 대규모 미국제 무기 도입이 추진될 모양이다. 더군다나 미국 정부는 유달리 자신들에게 협조적인 이명박 정부가 끝나기 전에 무기 판매 계약을 서두르고 있고, 주한미군 기지 이전,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약속도 받아내려고 몹시 바빠졌다. 지금 서울에 와 있는 미 국방부의 애슈턴 카터 부장관은 김관진 장관과 회담을 마치고 평택, 오산의 미군기지로 달려갈 예정이다. 그런 카터 부장관에 대해 ‘안보 장사꾼’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이 확산되는 중이다.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2012년 7월 9일 월요일

대통령 권한 놔두고 공영방송의 독립성 확보한다고?


이글은 미디어스 2012-07-09일자 기사 '대통령 권한 놔두고 공영방송의 독립성 확보한다고?'를 퍼왔습니다.
[한수경의 미디어의 세계, 세계의 미디어]

이명박 정부의 방송 및 언론장악을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며 파업에 나선 KBS, MBC, YTN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지상파 방송, 특히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된다는 논의가 계속되어 왔다. 이름뿐인 공영방송이 이명박 정부의 하수인 노릇을 해온 것이야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를 개선해야 된다는 점은 언론계, 학계 및 시민단체들의 그간의 노력으로 가시화 되었다. 얼마 전 새누리당도 문제가 된 방송사장의 낙하산 논란을 막을 법안 발의를 논의 중이라는 소식이 언론에 전해지면서 정부 여당도 대책마련을 하는듯한 인상을 심어 주었다. 대선이 다가오니 뭔가 해결하는 시늉은 해야 할 것이다.
다른 한편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과 방송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 미디어커뮤니케이션네트워크를 통해 학계, 시민단체와 정치권이 함께 논의한 노력의 결과물로 소위 ‘낙하산 사장 근절’ 법안이 발의됐다는 소식이 7월6일자 미디어스를 통해서도 전해졌다.

▲ 7월 6일, 공영방송 이사를 여야가 동수로 추천해 낙하산 사장을 근절토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민주통합당 배재정 의원이 해당 법안을 대표발의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미디어스

마치 이 ‘낙하산 사장 근절’ 법안이 통과되면 KBS 김인규 사장이나 MBC 김재철 사장 등 낙하산 사장들이 사라질 것처럼 보이지만 이 법안도 상당히 미비해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방송의 공적역할은 확보되기는 쉽지 않다. 아니 결국 국가권력의 입김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것이 불을 보듯 분명하다. 그 이유는 공영방송의 사장을 임명하는 권한을 갖고 있는 ‘분’이 바로 국가원수인 문제의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방송법 제50조 2항에 따르면, “사장은 이사회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아무리 법안의 세부적인 내용을 개선한다 할지라도 대통령의 권한이 방송지배구조의 처음부터 마지막 임명권에 이르는 현행 방송법이 유지되는 한 방송의 독립성 확보는 소리만 요란했지 그야말로 도로아미타불이다.
현재 공영방송 KBS 지배구조와 선임과정을 예로 한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 KBS 이사를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KBS 이사는 11명으로 여당 측 7명과 야당 측 4명으로 구성되며, 사장 선임은 이사회의 공모나 사장추천위의 추천으로 이사회에서 과반수 찬성표를 얻은 후보가 추천되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여기서 KBS 이사를 추천하는 방송통신위원회는 대통령 부속기구이다. 이러한 구조 때문에 ‘낙하산 사장’이 등장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방송통신위원회의 기능을 한번 살펴보자. 2008년 2월 29일 시행된 ‘대한민국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제8867호)’ 총칙 제1조(목적)에 따르면, “이 법은 방송과 통신의 융합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여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및 공익성을 높이고 방송·통신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며 방송통신위원회의 독립적 운영을 보장함으로써 국민의 권익보호와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이 듣기 좋은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및 공익성(...) 방송통신위원회의 독립적 운영을 보장(...)“ 등의 문구와는 달리 방송통신위원회(약칭 방통위)는 전혀 독립적인 기구가 아님을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와 임명에 관한 구체적인 법조항을 살펴보면 금방 드러난다.
제3조(위원회의 설치) (1) 방송과 통신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대통령 소속으로 방송통신위원회(이하 "위원회"라 한다)를 둔다.
제5조(임명 등) (1) 위원장 및 위원은 방송 및 정보통신 분야의 전문성을 고려하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한다.” (중략)
(2) 위원 5인 중 위원장을 포함한 2인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3인은 국회의 추천을 받아 제1항에 따른 임명을 한다. 이 경우 국회는 위원 추천을 함에 있어 대통령이 소속되거나 소속되었던 정당의 교섭단체가 1인을 추천하고 그 외 교섭단체가 2인을 추천한다.
이처럼 KBS 이사를 추천하는 방송통신위원회가 대통령의 손아귀에 있으니 이 방통위를 없애야한다는 요구가 있는 것이다. KBS 이사회 구성을 동등한 비율로 바꾸어 설사 야당 추천인사가 사장 후보가 된다 하더라도 방송법에 따라 사장 임명권을 또 대통령이 쥐고 있는 상태이다. 결과적으로 크게 달라질 것이 무엇이겠는가?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또 ‘독립성’을 방송통신위원회란 대통령 직속기구를 통해 실현시키려는 대통령님의 방송을 사랑하는 마음이 방송의 곳곳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으니 이 얼마나 감탄할 일인가! 
방송통신위원회(Korea Communications Commission: KCC)는 미국의 연방통신위원회(Federal Communications Commission: FCC)를 모델로 설립한 것으로 약칭 ‘방통위’ KCC는 한국의 FCC인 셈이다. 특히 MB의 마음에 든 것이 대통령의 권한일 것이다. 미국을 사랑하는 마음을 다양한 방식으로 심어두고 있으니 ‘뼈 속까지 친미주의자’란 말이 그냥 나온 말은 아니다.     
일부에서는 미국과 영국의 BBC를 예를 들며, 지배구조가 정치권력으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형태가 아니라도 공영방송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한국 공영방송의 임명권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 공영방송이 민주주의가 발달한 서구국가들이 아닌 바로 민주주의가 성숙하지 못한 한국에서의 공영방송이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그 말은 시민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의식수준과 정치시스템이 다르기 때문에 공영방송이 선진국과 동일한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한국에서는 여전히 문제가 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대통령제이지만 연방공화국으로 중앙집권제인 한국처럼 대통령의 권한과 영향력이 막강하지는 않고, 또 규모면에서도 한국처럼 서울에서 MB가 재채기하면 제주도 시민이 감기에 걸릴 정도로 작은 곳이 아니다. 물론 부시와 같은 폭군이 나오기도 하지만 말이다. 또 공영방송인 PBS는 비영리기구로 수신료가 아닌 거의 60% 정도를 개인회원들의 후원 등으로 재원을 마련하고 있어 수신료로 운영되는 방송시스템과는 전혀 다른 형태이다. 물론 정부의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통제나 압력은 허용되지 않아 신뢰도는 높지만, 그 위상이 그리 높지 않다는 얘기다. 미디어시장이 크고 극도로 상업화된 미국의 미디어환경에서 PBS의 영향력을 한국의 공영방송과 비교할 수도 없다. 또한 영국이나 독일의 공영방송 차지하는 높은 위상과도 비교할 수 없다. 왜 미국의 공영방송시스템을 모델로 삼는 나라가 없는지 짐작이 갈 것이다. 영국의 경우 왕실칙허장이 문제가 되기도 하지만 한국처럼 통치자에게 이렇게 과도한 권한을 부여하여 방송을 장악하게 하는 경우는 선진화된 민주국가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굳이 뽑으라면 베를루스코니가 언론을 장악하고 휘두르는 이탈리아를 뽑을 수 있을게다. 한국과 닮은꼴이다.    
의회입헌군주제인 영국의 경우 총리는 왕/여왕이 임명하고, 드문 경우지만 언제든 해임시킬 수 있으며, 의회에서 신임을 받지 못하면 권력을 유지하지도 못한다. 즉, 한국에서처럼 국민이 직접 선출한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는 ‘대통령’이 아니다.
한국의 대통령은 아무리 소통불능의 ‘불도저’라도 의회가 재신임을 물어 마음대로 퇴출시킬 수는 없다. 이명박 정부처럼 나라를 엉망으로 만들어 국민들의 원성이 높아도 쿠데타가 일어나지 않는 한 그를 ‘권좌’에서 끌어내릴 방법이 거의 없다. 총선에 승리해 여소야대 정국을 만들어 정권을 약화시킬 수 있을 뿐이며, 아니면 그냥 임기가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방송과 언론을 장악한 세력이 또다시 정권을 잡을 가능성도 높아 그에게 책임을 묻는 것도 쉽지 않다.

▲ 2011년 1월 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 ⓒ 청와대

더욱이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언론인들은 ‘스스로 기는’ 모습을 보이며 하수인 노릇을 자처하는 것이 한국의 언론현실이 아닌가? 대통령이 막강한 힘이 없다면 언론인들이 자존심을 구기는 그러한 비열한 행태는 최소한 보이지 않을 것이다. 물론 강력한 보수언론에 대통령이 휘둘리는 사례가 있기도 하지만, 중앙집권제인 한국에서 대통령의 권한은 다른 나라 총리나 수상들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래서 대통령의 임명권을 그대로 두고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노래한다는 것은 그저 공염불에 불과하다. 대통령이란 직분은 그 자체로 정치권력이기 때문에 공영방송이 확보해야할 최우선 과제인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은 허망한 꿈인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송통신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이 아닌 총리 직속으로 하자는 제안도 있다. 하지만 이 제안 역시 하나마나한 결과를 낳는다. 왜냐하면 한국에서의 총리가 무슨 힘이 있다고 대통령의 의중을 거스를 것이며, 총리 또한 정치권력이기 때문에 공영방송의 독립성 확보라 말할 수 없다. 단지 문제를 다른 곳으로 옮겨 놓는 것일 뿐이다.
많은 일반 사람들이 공영방송을 국영방송으로 이해하고 있어 정치권력이 방송에 깊숙이 들어와 있어도 문제의식을 심각하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 또한 심각한 문제다.    
다시 ‘낙하산 사장 근절’ 법안의 내용으로 돌아가 지배구조를 바꾸겠다는 내용을 한 번 보자. 늘 문제가 되었던 것이 KBS 이사회 구성처럼 여당 추천인사와 야당 추천인사의 비율이 7:4로 불균형적인 형태이다. 이를 추천인사 1명을 더해 총 12명으로 늘리고, 여야 추천인사 비율을 6:6으로 대등하게 하자는 것인데, 기존의 불균형적인 구성과 비교하면 혁신적인 듯하다. 하지만 결국 이들은 여당과 야당의 추천인사들, 즉 정치의 입김이 100% 담긴 권력의 산물이다. 설사 시민단체들이 원하는 인사가 추천되었다 하더라도 결국 정당이 추천한 인물일 뿐이며, 또 임명권은 대통령이 쥐고 있다. 말하자면 정치권력이 이사진을 100% 추천하고 그 우두머리가 임명하는, 즉 정치권력이 북치고 장고치는 격이다.
일반인들은 아마도 이러한 법안이 통과되면 낙하산 사장을 근절할 수 있다고 믿을 수 있겠지만, 알고 보면 그 밥에 그 나물일 뿐이다. 김인규가 아니라 정연주가 다시 KBS 사장에 복귀된다 할지라도, 또 MBC 사장 김재철이 물러난다고 해서 방송의 자유와 독립성이 보장되진 않는다. 방송의 독립성을 확보하려면 우선 대통령과의 관계를 절단시킬 수 있는 보다 혁신적인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하며, 정당의 입김도 3분의 1이하로 낮추고 사회의 다양한 계층이 참여할 수 있는 실질적인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로 바꾸어야 할 것이다.  
신경민 전 앵커이자 현 민주통합당 국회의원의 말처럼 공영방송 구조를 영국의 BBC와 독일의 공영방송시스템을 종합해 한국에 맞는 공영방송 모델을 구상해야 할 것이다. 선진국들의 공영방송시스템과 지배구조 및 법적 제도장치에 대한 연구는 이미 다양하게 진행되어 왔다. 공영방송의 법적 제도장치에 관한 연구는 사실상 언론학자들보다 오히려 법학자들이 상세히 연구해 놓았다. 공영방송의 제도를 개선할 기초 연구들이 존재함에도 언론학계에서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몇몇 좀 알려진 학자들에 의해 별 실효성 없는 제안이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물론 이 ‘낙하산 사장 근절’ 법안은 현행법과 비교하면 훨씬 개선된 모습이지만, 이것으로 만족할 수는 없다. 정당의 영향력을 축소하지 않고, 또 대통령의 권한을 방송에서 제거하지 않는 한 공영방송의 독립성은 확보될 수 없을 것이다.

한수경 언론학 박사··마이그린뉴스 발행인  |  webmaster@mediaus.co.kr

2012년 6월 10일 일요일

하루 아침에 범법자 된 남북경협사업자


이글은 경향신문 2012-06-09일자 기사 '하루 아침에 범법자 된 남북경협사업자'를 퍼왔습니다.

검찰, 5·24 조치 이전 관행이던 대북송금에 벌금형 논란

“하다못해 공공장소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을 잡아 벌금을 물릴 때도 시행에 앞서 계도기간이라는 것을 갖습니다. 최소한의 법집행 절차를 지키는 것이 국가가 아닙니까. 남북경협 사업자들은 하루 아침에 벌금형을 받고, 범법자가 됐습니다.”(남북경협 관계자)

이명박 정부의 5·24조치로 존폐의 기로에 서 있는 경협업체들이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남북교류협력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대거 벌금형을 부과 받고, 일부는 이에 불복해 힘겹게 소송을 벌이고 있다. 통일부는 지난 2010년 5월 24일 천안함 사태에 따른 보복조치의 일환으로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경협 및 교역을 전면 중단하는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정부는 경협업체들에 파산선고나 다름없는 교역의 전면 중단 조치를 내린 데 이어, 무차별적인 수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경찰은 경협업체들이 북한으로부터 반입하는 물품 등의 대금으로 보낸 대북송금 관련 서류를 샅샅이 뒤졌다. 경찰이 제3국을 통한 대북송금을 현행법(남북교류협력법) 위반으로 보고, 증거 확보에 나선 것이다. 한 경협업체 대표는 “5·24조치 이후로 경협업체들이 경찰서 보안부서에 불려가서 대북송금 문제와 관련해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부분이 중소기업인 경협업체들이 경찰에 불려가면 위축된 상태에서 조사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수사 결과를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은 이를 바탕으로 약식기소 형태로 벌금형을 부과했다. 

남북경협 관련 전문가들이 6월 1일 국회도서관에서 개최된 ‘5·24조치 2년, 남북경협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남북경협활성화추진위원회 제공

한국은행 승인 받은 송금 문제된 적 없어

경협업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200여개의 업체가 북한에 현금을 송금한 혐의로 100만∼800만원의 벌금을 부과 받았으며, 대북송금 규모가 큰 업체의 경우 불구속 상태에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경협업체들은 이런 사법당국의 조치에 반발하고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 초기(5·24조치 이전)까지 관행화됐던 대북송금 문제를 지금에 와서 사법당국이 벌금형을 부과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법당국은 대북송금을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으로 해석하고 있다. 남북교류협력법 13조 1항은 (북한에) 물품 등을 반출하거나 반입하려는 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물품 등의 품목, 거래 형태 및 대금결제 방법 등에 관하여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남북교류협력법은 대북송금과 관련해 애매한 규정을 담고 있다. 같은 법 13조 4항은 1항에 따라 반출이나 반입을 승인할 때는 물품 등의 품목, 거래 형태 및 대금결제 방법 등에 관한 일정한 범위를 정하여 포괄적으로 승인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여기서 말하는 포괄승인 품목이란 통일부 고시에 따라 물품을 북한에 반출·반입할 때 건별로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을 필요가 없는 품목을 말한다. 물품의 반입·반출시 건별로 승인 받을 필요가 없으니, 업체들은 대금을 지급할 때도 통일부 장관의 승인 없이 그동안 송금을 해왔던 것이다. 

이에 따라 한 번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은 경협업체들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는 물론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9년 초까지 북한에 무역대금을 제3국을 통해 송금했다. 다만 업체들은 외국환관리법에 따라 한국은행의 승인을 받아 송금했다. 포괄승인 품목의 경우 통일부 장관 승인 없이 대북송금이 관행화됐었기 때문에 통일부도 이에 대해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5·24조치 이후 사법당국은 경협업체들의 자금 흐름을 수사하게 됐고, 이 과정에서 포괄승인 품목을 반입한 대가로 제3국을 통해 대북송금을 한 것을 문제 삼아 남북교류협력법(13조 1항)과 통일부 고시(4조, 2008년 1월 제정)를 근거로 200여개 업체에 벌금형을 부과했다. 정부는 5·24조치 이전에는 모래, 농수산물 등 대부분의 남북경협 품목을 포괄적 승인품목으로 지정했으나, 5·24조치 이후에는 포괄승인 품목을 개별승인 품목으로 바꾸었다. 개별승인 품목이란 물품을 북한으로부터 반입 또는 반출시에 건별로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돼 있다.

경협업체인 A사의 경우 현재 이와 관련해 재판이 진행 중이다. A사는 포괄승인 품목을 북한으로부터 반입하면서 5·24조치 이전까지 대북송금을 정기적으로 해왔다. 특히 A사는 외국환관리법에 따라 대북송금과 관련해 한국은행의 승인을 받을 때 한국은행 직원과 통일부 직원이 통화를 하도록 해 송금에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검찰은 남북교류협력법과 통일부 고시 위반을 근거로 이 업체 대표를 기소했다. 현재 A사 대표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사법당국은 이 업체가 한국은행의 승인을 받아 송금했기 때문에 외환관리법에는 문제가 없지만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으로 보고 있다.

개성공단에서 북측 노동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B기업도 가벼운 벌금을 받는 것으로 끝났지만 경찰에 불려 다니며 수사를 받는 등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았다. 경찰로부터 내사를 받고 여려 차례 전화로 출석요구를 받는 등 시달렸다고 기업 관계자들은 전했다.

C기업은 경찰의 수사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해 ‘혐의 없음’ 판정을 받아냈다, 이 기업의 대표는 경찰의 출석요구에 불응하며, 처음부터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정식으로 출석요구서를 보냈고, C기업의 대표는 해당 경찰서에 출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경찰은 대북송금과 관련해 집중적으로 신문했다. 이와 함께 경찰은 교역계약서, 대금송금 증명서, 사업자 증명서 등 각종 관련 서류도 제출토록 했다. 

이에 대해 주무부서인 통일부는 미온적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오히려 통일부는 이 사건과 관련, 경협업체들의 불찰로 돌리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관련 규정(남북교류협력법, 통일부 고시)에 대해 과거의 교역업체들이 규정을 잘 몰랐거나 오인해서 대금결제 방법에 대해서 통일부의 승인을 받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며 “그래서 이러한 사항에 대해서 수사기관들이 수사를 진행하고 일부 업체에 대해서 약식기소 형태로 벌금을 부과했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현금송금이 문제가 되면 대신 현물로라도 북측에 지급할 수 있게 해달라는 업체들의 요구에도 5·24조치 해제 이후에 논의할 얘기라며 답변을 피하고 있다.

경협업체들은 5·24조치의 장기화와 대북송금에 따른 벌금형 부과로 대북사업에서 아예 손을 떼고 있다. 남북경협활성화추진위원회 정범진 정책위원장은 “남북경협업체들이 경영 외적인 피해로 인해 대북사업을 더 이상 할 수 없는 처지에 있다”며 “이런 상태라면 남북의 정치상황이 호전되어도 경협을 하겠다고 나서는 업체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2012년 5월 11일 금요일

[사설] 새누리당, 방송장악의 ‘공범’임을 자인하나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5-10일자 사설 '[사설] 새누리당, 방송장악의 ‘공범’임을 자인하나'를 퍼왔습니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어제 인터뷰에서 언론 대파업에 대한 의견을 내놨다. 파업은 불법이며 정치파업의 성격이 강해 동조할 수 없다는 게 요지다. 원내대표의 말이니 새누리당의 공식적인 의견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파업이 100일을 넘기는 등 언론 대파업이 국가적 중대 현안으로 부각된 상황에서 왜 파업사태가 빚어졌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 발언이다. 새누리당의 안이하고 무책임한 인식에 유감을 금할 수 없다.
언론 대파업 사태의 본질은 간명하다. 이명박 정부 4년여 동안의 방송장악에 대한 언론노동자들의 저항이다. 청와대가 내려보낸 ‘낙하산’ 사장이 권력을 견제·감시하는 보도에 재갈을 물리고 권력 편향적 편파보도를 일삼는 것을 제자리로 돌리려는 몸부림이다. 공정방송만이 민주주의의 토대가 될 수 있다는 신념의 표현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새누리당이 여태껏 입을 다물다 결국 ‘불법·정치 파업’이라고 밝힌 것은 이명박 정부와 사태 인식이 완벽하게 일치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언론노동자들의 공정방송 의지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이자, 이 정부의 방송장악 구도를 지속시키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새누리당이 이제 엠비정부 방송장악의 ‘공범’임을 스스로 시인하는 것인가.
이 원내대표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감싸고 돈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 이 원내대표는 “(박 위원장이 파업 문제에 개입하는 것은) 순리가 아니고, 특정인이 뭘 다 풀고 이렇게 하면 얼마나 옛날 방식이냐”고 말했다. 방송 파업이라는 뜨거운 현안과 박 위원장 사이에 거리를 두려는 뜻일지 모르겠으나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집권여당의 강력한 대선후보인 박 위원장은 국민적 관심사에 분명한 견해를 밝히는 것이 정치인으로서 책임 있는 태도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지금의 방송이 공정한지에 대한 박 위원장의 분명한 인식이다. 이를 제대로 알아야 공동체의 미래를 맡길 소양과 의지가 있는지 판단할 수 있다. 진정한 민주주의자라면 그 토양인 언론의 공정성이 권력에 의해 훼손되는 것을 그저 지켜보거나 이용하려 들지 않아야 한다.
이 원내대표가 공정방송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사장선출제도의 개선 필요성 등을 거론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하지만 제도 개선 역시 파업의 원인이 된 ‘낙하산 사장’의 퇴진이 선행되지 않는 한 그 의지도 실효성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그저 시간을 끌려는 꼼수로만 비칠 뿐이다.

2012년 5월 7일 월요일

MBC를 뼛속까지 사랑한 남자의 눈물


이글은 프레시안 2012-05-07일자 기사 'MBC를 뼛속까지 사랑한 남자의 눈물'을 퍼왔습니다.
[인터뷰] 정영하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장 "승리 외엔 돌아갈 길 없다"

김재철 사장 퇴진과 공정보도 시스템 확립을 외치며 지난 1월 30일 시작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정영하)의 파업이 8일로 정확히 100일을 맞는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만 다섯 번 파업에 나선 MBC 노조는 이미 사상 최장 기간 파업 기록마저 깼다. 현 정부 들어 공영 언론이 얼마나 망가졌는가를 보여주는 생생한 예시다.

파업은 사측만 곤혹스럽게 하는 게 아니다. MBC 조합원들은 석 달째 월급을 받지 못하고, 무수한 징계를 받으며 회사와 싸우고 있다. 이근행 전 위원장은 해고된 지 700일이 넘도록 여전히 복직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고, 정영하, 이용마, 정지웅 등 집행부 간부들도 해고된 지 최소 한 달 이상이 됐다.

그리고, 김재철 사장은 그 사이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친정체제를 확고히 했다. 김 사장의 임기는 여전히 2년 반 이상이 남았다. 4.11 총선이 여당의 승리로 돌아가자 일각에서는 파업에 나선 언론사 노조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탈출구가 보이지 않게 됐다는 우려 때문.

정영하 노조위원장은 그러나 여전히 "우리는 공영방송사에 들어왔지, 청와대에 들어온 게 아니"라며 파업을 끝낼 생각이 없다고 했다. 우려와 달리 그는 "노조의 길이라는 게 원래 일어서야 길이고, 걸어가야 열린다. 우리는 열리는 길로 가고 있다"며 승리를 자신했다.

승리의 이유로 그는 국민들의 불만이 들끓고 있고, 특히 "대선 국면"이 다가오면서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결국 언론사 파업 문제 해결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강조했다.

긴 시간이 지났음에도 정 위원장은 여전히 조합원들 사이에 파업에 대한 회의나 두려움, 후회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 사장의 개인 비리가 줄줄이 드러나고 있고, 특히 회사가 강경한 대응책으로 일관하면서 조합원들의 단결도 더 강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집행부가 조합원들의 업무 복귀를 막고 있다'는 회사 측 주장에 대해서는 강하게 반발하며, 임원진을 고발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경영진이 이렇게 나오는 이유로 정 위원장은 "이런 식의 흔들기라도 안 하면 체제 유지가 안 된다는 위기감"을 경영진이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파업 100일을 맞아 MBC 노조는 이번 주 중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김현석)와 함께 여의도 광장에 '희망텐트'를 치는 등 대국민 홍보전을 강화한다. 지난 3일 저녁 8시 30분, 다양한 파업 프로그램을 준비하느라 분주했던 MBC 노조 사무실에서 정영하 위원장을 만났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 일답. (편집자)


▲정영하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장. ⓒ프레시안(최형락)

"아직 안 지쳤다. 승리 외에 돌아갈 길 없다"

프레시안 : 8일로 파업 100일이다. 지치지 않았나?

정영하 : 조합원들이 제일 생생하다. 취재하는 기자들이 지친다고 하더라. 하하. 여기(MBC)는 100일이고, 저기(KBS)도 두 달이 넘어가는데, 계속 엄청난 얘기들이 나온다. 여기는 법인카드 사용에, J씨에, 저기는 사찰 터지고…. 지칠 수가 없다.

프레시안 : 로비에서 조합원들과 간담회를 하더라. 매일 저녁 이런 일정 반복되나?

정영하 : 우리가 지난주부터 노숙농성에 들어갔다. 매일 저녁 5시부터 한 시간 반 동안 퇴근하는 간부들 상대로 퇴근투쟁을 한다. 그리고 저기(로비)에서 자고, 다음 날 아침7시 출근투쟁을 하고 귀가한다. 나는 투쟁 후 간담회에 참석한다. 위원장이 조합원들과 스킨십을 강화해야지.

프레시안 : 위원장이 되고나서 처음 맞은 파업인데, 공교롭게 MBC 역사상 최장기 파업이다.

정영하 : 그렇게 됐다. 집행부 들어와서 파업은 이미 경험해봤다. 우리가 이명박 정권에서만 다섯 번 파업했다. 이전에 미디어법 파업을 세 번 했는데, 그 중 두 번을 사무처장으로 경험했다. 당시 벌금형도 받았네.

프레시안 : 당시와 분위기 달라진 게 있나?

정영하 : 같은 정권이지만 그래도 다른 게 있다. 당시는 정권 초기였잖나. MBC가 이렇게 망가지진 않았었다. 당시만 해도 보도부문이 살아있었다.

프레시안 : 그러고 보니 미디어법 파업 당시만 해도, 아나운서 조합원들이 파업에 나서기 전 마지막 방송에서 시청자들에게 '파업에 참가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참여했다. 이런 의사 표시가 허용됐던 셈이다.

정영하 : 그렇다. 당시만 해도 간부들이 우리가 파업에 들어간다고 하니 '우리 회사 문제를 떠나서 이건 보도해야 한다'는 정도의 개념은 있었다. 이번 파업은 그런 여유도 없는 상황에서 일어났다. 대놓고 편파방송을 하잖나. 마지막 에너지를 끌어낸 것이다.

프레시안 : 총선이 지나면서 분위기 더 어려워진 것 같은데 '안 지쳤다'고 하니 못 믿겠다. 새누리당이 승리하고, 곧바로 이어진 MBC 조직개편을 통해 김재철 사장 친정체제가 완료됐다.

정영하 : 당연히 외부에서 그런 걱정을 한다. 그런데 우리 입장에서 보면 이제 돌아갈 곳이 없지 않나. 그래서 더 명쾌하다. 승리 외에는 답이 없다.

약간의 기대감이라도 있을 때가 더 힘들다. 사람은 애매한 상황에서 고민한다. 우리가 파업 시작한 지 한 달 정도 된 시점에 보도국장 인사가 있었다. 만일 그 때 뉴스가치를 아는 사람이 신임으로 들어왔다면 구성원들이 흔들렸을 거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구성원들은 더 단호해질 수밖에 없다. 이 상태로 어떻게 복귀하나. 이대로 복귀한 다음, 설사 정권이 바뀌었다 치자. 또 그 정권 따라갈 것 아닌가. 그러면 우리 정체성은 어디로 가나.

프레시안 : 결과적으로 파업 목표로 내건 김재철 사장 퇴진은 지난 100일간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시간에 아쉬움은 없나?

정영하 : 아쉬움 없다. 다시 싸워도 이렇게 못 싸운다. 지난 100일간 우리 구성원들이 너무나 잘 싸웠다.

100일의 싸움은 지도부의 영도력으로 가능한 게 아니다. 조합원들이 국면마다 화제를 만들어냈다. 노제, 프리 허그, 으랏차차, 법인카드 문제, J씨 문제…. 한 조합원이 농담 삼아 지난 파업 기간이 '미드 보는 것 같았다'고 하더라. 시리즈가 끝나나 싶은데 또 새로운 이야기가 나온다고. (웃음) 다들 후련하게 싸웠다고 한다.


▲지난 3일 저녁 MBC 로비. 정영하 노조위원장이 퇴근투쟁을 마친 조합원들과 간담회를 했다. 조합원들은 순번을 짜 매일 저녁부터 아침까지 농성을 이어간다. ⓒ프레시안(최형락)

"박근혜 침묵 못할 것"

프레시안 : 4.11 총선 당시 '미디어 진영이 무너져서 야당이 졌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그런 비판은 어떻게 생각하나? 잠시라도 파업 풀고 올라가서 보도투쟁했다면 더 나아졌을까?

정영하 : 조합원 일부가 총선일 개표방송 때문에 (파업을 잠시 풀고) 올라갔다. 개표방송은 시청자의 알권리를 위해서 필요했으니까.

그런 점에서 반쪽 소임은 했다고 본다. 다만 총선 전에 파업에서 승리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은 있다. 미디어 지형에 대한 비판은 우리가 백퍼센트 소임(총선 전 승리)을 못한 데 대한 지적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설사 우리가 올라가서 총선 보도를 했다고 한들, 지금 체제에서 편파방송 말고 뭘 할 수 있었겠나.

프레시안 :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간 것 아닌가?

정영하 : 맞다. 국회가 나서야 한다. 한국의 공영언론사들이 일제히 파업하고 있다. 군사정권 때도 이러진 않았다. 국회가 제 할 일을 안 했다.

현재 한국에서 표현의 자유, 언론 자유 문제는 집권자의 의지에 달렸다. 특히 현 정권은 집권자가 이상한 의지를 가지면 언론이 어떻게 무너지는가를 잘 보여줬다. 또 이런 정권이 나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반드시 법의 테두리에서 보완해야 한다. 법 개정만으로 문제가 끝나는 것도 아니다. 문제가 있으니 법을 보완하는 거잖나. 그러면 국회가 그 문제(낙하산 사장)도 심판해야지.

이제 대선 국면이니 달라질 것이라고 본다. 여야 상관없이 목소리를 낼 것이다.

프레시안 : 민주당의 경우 언론사 파업 문제에 신경을 덜 쓴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제 대선체제 돌입하느라 정신없는 상황인데, 앞으로도 신경 안 쓰면 어떡하나?

정영하 : 19대 국회의원들이 언론사 파업 문제를 일순위로 얘기하도록 만들 것이다. 김현석 위원장(KBS 새노조 위원장)과 19대 국회 전체에 여든 야든, 언론사에 간섭하지 마라고 요구하기로 했다. 여든 야든, 이게 맞다고 볼 것이다.

프레시안 :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도 그렇게 생각할까? 박 비대위원장은 아직까지 언론사 파업 문제에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

정영하 : 타이밍 문제 때문에 침묵하는 것 같다. 다만 우리가 300명 당선자 전체를 상대로 설문조사도 돌리고 했으니 우리 상황이 전달은 됐으리라 본다. 얘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으로 만들어야지.

프레시안 : 어떻게 압박할 건가?

정영하 : 여론을 움직이는 수밖에 없다. 국민들이 들끓으면, 유력한 대권 주자라면 결국 자기 입장을 내놔야 한다. 박 비대위원장이 총선 전 사회 전반에 '쇄신'이란 단어를 갖다 붙였는데 언론 쇄신 얘기만 쏙 빼더라. 그러나 대선 국면에서도 침묵한다면 결국 현 정부와 궤를 같이 하는 것 아닌가.

좀 노골적으로 말해서 이게 현 정권의 언론 장악 결과지, 새누리당의 언론장악은 아니잖나. (웃음)

프레시안 : 박 비대위원장이 법안 교체에는 동의한다손 쳐도 '사장 임기는 채워야 한다'고 특유의 '원칙론'을 들이밀면 어쩌나? 박 비대위원장이 두 카드를 모두 받을 것 같진 않은데?

정영하 : 그러면 법은 왜 바꾸나. 법을 바꾼다는 건 현 정권의 언론장악에 문제가 있었다는 걸 인정하는 것 아닌가. 자연히 그 문제의 핵심(사장)도 바꿔야지. 반대 상황 역시 마찬가지다. 김재철 사장을 치울 정도면 이런 상황이 안 일어나도록 법의 문제를 개정하는 게 맞다. 하나 주고 하나 받는 식의 해결책으론 이 문제 해결 못한다. 물론 정치인이다 보니 자기에게 유리한 게 있어야 움직이겠지.

프레시안 : 박 비대위원장이 압박감을 느끼게 하기 위해 국민 여론이 들끓어야 한다고 했는데, 어떻게 대국민 홍보를 유지할 건가? 새로운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나?

정영하 : 다음 주(인터뷰는 지난 주에 이뤄졌다. 편집자.) 중 MBC, KBS 파업 조합원들이 여의도광장에 '희망캠프' 텐트를 친다. '으랏차차' 규모의 콘서트는 못 하더라도 매일 저녁 현 정권 언론장악에 대해 국민이 가진 감정을 듣는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일단 사람이 모이는 장이 서야 한다. 민심을 제대로 담기만 하면 봇물 터지듯 열기가 쏟아져 나올 것이다. 5월의 파업 국면은 나쁘지 않다고 본다.

프레시안 :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일각에선 구속 우려도 나온다.

정영하 : 정권이 집행부 구인 카드를 만지작거리다가, 광우병 사태가 다시 터지는 바람에 눈치보고 있다는 소문이 돌더라. 우리를 구인하면 호재다. 날이 다시 따뜻해졌다(집회하기 좋아졌다). 하하.

이근행 전 위원장이 말한 대로 '적설의 상황은 길지만 해빙은 순간'이다. 우리도 모르게 해빙이 올 것이다.

"흔들리는 경영진이 파업 도와"


▲MBC 노조사무실에는 '질기고 독하고 당당하게'라는 글귀가 걸려 있다. 이번 파업에서 MBC 노조는 이 글귀를 파업 정신으로 새겼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김재철 사장을 포함한 MBC 임원 10명이 2일 실명으로 특보를 내 '집행부가 조합원들의 업무 복귀를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조합원이 집회에 늦은 다른 조합원을 폭행했다고도 했다. 사실인가?

정영하 : 경영진의 불안함이 느껴지더라. 지난 주(현재 시점으로는 2주 전) 김재철이 속리산에서 신임 사장단 회의를, 본사에서 임원 회의를 연달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나온 얘기를 들어보라.

사장단 회의에서 '정영하 위원장이 사람은 참 괜찮다. 그런데 정치파업에 발을 잘못 들였다. 내가 정영하한테 총선 전에 복귀하면 해고자(이근행 전 위원장) 문제 해결하겠다고 얘기했다. 그리고 8월 방문진 법 바뀌면 나간다고 얘기했다. 그런데 집행부가 이걸 안 받아서 조합이 흔들린다'고 했다.

임원 회의에서는 '노사 물밑협상이 진행 중이다', '징계문제는 협상할 수 있다. 그런데 국장추천제니 하는 공정방송 관련 조항은 일고의 협상 가치도 없다'고 했다.

이런 식으로 답답해하는 임원진을 다잡고, 조합을 상대로 흔들기를 시도한 것이다. 이제 이런 식의 흔들기라도 안 하면 체제 유지가 안 된다는 위기감을 느끼는 것 같다.

파업하면 사측에서 우리 대화를 다 녹음해 정보 보고한다. 특보가 나온 후 노조 총회에서 내가 사장을 겨냥해 이렇게 말했다. '나 몰래 물밑협상 한 사람이 누구냐, 누가 조합을 붙잡느냐. 당신(김재철 사장) 그렇게 자신이 없냐'고 했다.

노조가 다음 주(이번 주) 중 임원진을 고발할 것이다. 노조 파업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임원진이 특보를 통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 폭행한 자가 누군지, 누가 조합을 이렇게 세게 막은 건지 임원진이 말해라.

프레시안 : 임원진 주장이 거짓이라면 왜 그런 주장을 폈을까?

정영하 : 조중동 받아가라고 특보를 낸 거지. 그런데 안 받아가더라. 종편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여기(공중파 방송사) 파업이 오래 가면 자기들에게 유리하리라 판단했겠지.

이 집단이 조용해 준 것도 어쩌면 호재다. 이 집단이 매도하고 나섰으면 결국 언론 파업이 진보-보수 프레임에 갇혀버리잖나.

프레시안 : 그러고 보니, 파업 초기 '경영진이 노조파괴 전문 노무법인과 계약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정영하 : 사측 J 변호사라는 사람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이 분이 그간 노조 몇 곳을 문 닫게 한 변호사다. 그런데 이 분이 이전 일반 제조업체에 적용했던 모델을 MBC에도 그대로 적용한 모양이다. '징계 때리고 겁주면 노조가 흔들린다'는 식이었던 것 같다. 오히려 이런 전략 덕분에 김재철이 우리 파업의 일등 공신이 됐다.

프레시안 : 사측의 강경한 태도가 노조 단결을 도왔다?

정영하 : 맞다. 언론사 노조라는 게 직업 특성이 있어서 자존심이 좀 세다. 소위 말하는 '~쟁이'들이 많잖나. 자기 세계관이 뚜렷한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보니, 옳고 그름에 대한 가치가 분명하다. 특히 이 정권은 애매하게 안 하고 확실하게 장악했잖나. 누가 봐도 쪽팔리는 상황에서 들고 일어난 것이다. 끝을 볼 때까지 갈 수 있는 힘이 충분하다.

프레시안 : 재일동포 무용가 J씨 문제는 노조가 지금도 취재 중인가?

정영하 : 그렇다. 왜 이전에는 이 문제가 안 터졌나 했더니, 이 양반(김재철)이 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이 자기 사람 심기였다. 그 작업이 지난해 단협 해지되는 과정에서 완료됐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이때부터 (마음 놓고) 여러 가지 사업을 벌렸다. 자기 사람을 사업부문에 앉혀놨으니 문제가 안 새어 나간 거지.

이런 부문에 전문가가 아니라 워낙 이상한 사람들이 가다보니, 노조가 이 부분을 뒤졌다. 이 과정에서 이상한 건이 여러 건 나왔고, 특히 J씨 건이 가장 많았다.

'공정방송' 요구하며 노조 이끄는 음향 엔지니어

프레시안 : 파업 이탈자 없나?

정영하 : 서울 조합원 1000여 명 중 750~770명 정도를 계속 유지한다. 처음 550명 수준에서 시작한 이 대오가 김재철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이 공개된 후 불어났다. 구성원들이 '으랏차차 콘서트'에서 자신감을 얻었고, 법인카드 내역을 보고 '말도 안 된다'는 공감대를 가졌다. 그 후 6주간 이 대오(750명 규모)가 유지되고 있다.

프레시안 : 석 달째 월급이 안 나온다. 생활 어렵지 않나?

정영하 : 두 달째가 고비더라. 한 달이야 그냥 버티는데, 월급쟁이들이다보니 두 달째 위기가 온다. 그런데 그 국면에 징계가 속출하고, 법인카드 문제, J씨 문제가 터졌다. 아까 말했듯 김재철이 우릴 도와줬다. 하하.

석 달째 되니 이제 대출받아야 살 수 있더라. 그래서 조합원들이 대출을 받기 시작했다. 워낙 많이들 몰리니 은행에서 조합을 상대로 특판을 만들더라.

프레시안 : 가족들은 어떤 반응 보이나?

정영하 : 집사람이 많이 마음 아파했다. 집사람도 내가 위원장 되는 것 보고 파업하면 해고되겠거니 생각은 했는데, 막상 잘리는 것 보니 내가 좋아하는 일을 못하게 돼 보기 안 좋았나 보더라. 내가 93년 음향 엔지니어로 입사하고 2년 뒤 결혼했다. 당시 회사를 좋아하던 내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하더라(이 대목에서 정 위원장의 목소리가 떨리고, 눈에 눈물이 맺혔다. 인터뷰 내내 단호한 모습을 유지하던 그가 처음으로 고개를 돌렸다. 편집자.).

프레시안 : 전자공학을 전공했는데 음향 엔지니어가 된 이유가 있나?

정영하 : 음악을 정말 좋아한다. 4살 때부터 피아노를 쳤는데, 어릴 때는 더 치기 싫어해서 공부로 방향을 틀었다. 대학에 간 뒤 음악에 푹 빠졌다. 팝송은 예전부터 워낙 많이 들었고. 마침 취업할 때가 됐는데 전공자들이 많이들 가는 대기업은 가기 싫더라.넥타이 매는 것도 싫고 9시에 출근하는 것도 싫고. 마침 방송사가 눈에 띄더라. 그래서 MBC 왔다.

▲"MBC에 다닌다는 자부심 강하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음악 좋아해서 MBC에 입사했다. 노골적으로 얘기하자면 '공정방송'이 위원장 본인에게도 중요한 문제인가? 파업에 이렇게 나서야 할 이유가 있나?

정영하 : 노조위원장이니 당연히 나서야지. 회사 내에서 내가 어떤 일을 하느냐와 노조 활동은 별개 문제다. MBC 노조의 특징이라면 특징인데, 노조원으로서 해야 할 역할이 있다는 생각은 직종을 가리지 않고 공감한다. MBC 노조 조합원이라는자부심이 있다. 노동조합이 부르면 시키는 일을 해야 한다. 이런 생각을 가진 선배들 덕분에 MBC가 더 좋은 방송이 됐고, 이런 선배들을 통해 조합원으로서의 의무감을 배웠다.

프레시안 : 그래서 일각에서 'MBC는 노조가 장악한 회사'라고도 한다.

정영하 : 김재철이 장악한 것 아닌가? (웃음) 우리도 보통의 노조와 같다. 인사권도 없고 회사를 경영하지도 않는다. 다만 조합원들이 'MBC에 다닌다'는 자부심은 강하다. 우리가 젊은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는 건 그만큼 제작자율성이 살아있기 때문이고, 이는 노조의 힘이었다. 이런 문화가 내리물림 됐기 때문에 부문 간 돌아가면서 노조위원장하는 전통도 만들어졌다. 그런 걸 두고 '노조가 장악했다'고 해버리면, 할 말 없지, 하하.

"노조의 길은 일어서야 생겨"

프레시안 : 지난 인터뷰에서 김 사장이 안 물러가면 '대선까지도 간다(파업을 안 푼다)'고 했다. 그 생각은 변함없나?

정영하 : 당연하지. 대선 끝나고 (야당이 승리한 후) 그 힘으로 우리 문제를 해결한다는 게 아니라, 바뀌는 게 없다면 그때까지 간다는 것이다. 지금 올라가버리면(파업을 끝내면) 여태껏 쌓아놓은 진정성마저 다 잃어버리게 된다. 김재철이 나가고 안 나가고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공정방송을 만들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극단적인 표현이지만 우리는 이렇게 방송 할 거면 '회사 문 닫아라'고 한다. 우리는 공영방송사에 들어왔지, 청와대에 입사하지 않았다.

프레시안 : 앞으로도 다른 언론사 노조와 파업 연대를 계속 이어가나?

정영하 : 그럼. 특히 총선 이후부터 김현석(KBS 새노조 위원장) 위원장과 더 자주 연락하고 있다. 같이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에 맞춰야 할 의견이 많다. 지금 파업에 나선 언론사 대부분이 똑같은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바꿔야 할 문제도 같다. KBS만 해도 8월이면 우리와 마찬가지로 이사가 바뀐다.

밖에서 보시기엔 출구 없는 길을 가는 것 같다는 생각 하실 수 있지만, 노조의 길이라는 게 원래 일어서야 길이고, 걸어가야 열린다. 우리는 열리는 길로 가고 있다.



/이대희 기자

2012년 5월 3일 목요일

“‘수입중단’ 약속해 놓고 미국 찾아가 애걸했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5-03일자 기사 '“‘수입중단’ 약속해 놓고 미국 찾아가 애걸했다”'를 퍼왔습니다.
[현장] 촛불 4주년, 다시 모인 시민들 “광우병 쇠고기 수입 중단하라”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수입중단하겠다’던 이명박 정부가 그 약속을 4년 만에 뒤엎자 시민들이 다시 촛불을 들었다.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며 촛불을 들었던 지난 2008년 5월 2일로부터 4년이 흐른 2일 청계광장은 화난 목소리로 “수입중단”을 외치는 연인원 만여 명(경찰 추산 1500명)의 시민들로 가득 찼다. 
집회가 시작되는 오후 7시 전부터 청계광장은 4년 전 그날의 풍경이 그대로 재연됐다. 일이 끝나고 모인 회사원들, 어린 아이 혹은 고등학생 아들의 손을 잡고 온 부모님, 앳된 얼굴의 여고생들이 듬성듬성 서 있었다. 3~4개월 동안 이어진 지난 2008년의 촛불 현장을 꾸준히 지켜낸 ‘아고라’, ‘안티이명박’, ‘8·15평화행진단’ 등의 깃발도 모였다. 대한민국 헌법1조를 노래로 만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가 울려퍼졌다. 


2일 오후 8시께 서울 청계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중단'을 외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명박 대통령으로 분장한 사람이 가수 김추자씨의 노래인 ‘거짓말이야’를 틀며 나타나 한 중년 여성은 그의 어깨를 때리며 “이명박 왜 그랬어? 진짜 때려주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달라진 건 하나였다. 광우병이 발생했음에도 수입중단은 커녕 검역중지조차 하지 않고 허울뿐인 조사단을 미국에 보내는 것으로 사태를 수습하려는 현 정권에 대해 시민들의 분노가 더욱 커졌다는 것이다.
올해 고등학생 3학년인 아들과 함께 나온 최진희(여·49)씨는 “이명박 대통령은 탄핵이 아니라 감옥에 보내야 한다.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불도저처럼 밀고 나가기만 하니 국민이 다시 모여서 촛불을 들어야 한다”며 격한 발언을 쏟아냈다.
대학생 정모(여·23)씨는 “4년동안 정권이 바뀐 게 없다”며 “MB정권은 뭐라고 해야 하나. 국민을 기만하는 정부? 딱 그것인 것 같다”고 꼬집었다.
무대에 오른 문성근 민주통합당 대표 권한대행은 “광우병이 발견되면 수입중단하겠다고 광고한 정부는 그 즉시 미무역대표부를 찾아가 이 광고에 대해 공식적으로 이의 제기하지 말아달라고 애걸했다. 미 버시바우 대사는 박근혜 의원을 만나서 광우병이 발견돼도 수입중단할 수 없다고 차분히 설명했다”며 “이명박, 새누리당 정권은 그때부터 수입중단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새빨간 거짓말을 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4년 전 아버지와 함께 나왔다는 고등학생 안희중(17)군은 “고등학생이지만 뭐가 옳고 그른지, 상식인지 아닌지 정도는 안다”며 “언론은 공정해야 하고 정부는 국민을 속이면 안 된다”고 말해 참가자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http://www.youtube.com/watch?feature=player_embedded&v=89g_JcZVOQU

안군은 “전 앞으로 90년 동안 이 나라에서 살아가야 한다”며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선거권 있으신 여러분께 부탁한다. 미래 세대를 위해 참여해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시민들은 이런 문제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은 언론에 대해서도 불만을 터트렸다. 한 중년여성은 집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방송 다 나가라. 다 필요없다”고 항의했다. 취재중인 YTN 카메라를 향해서는 "야! 배석규 쫓아내고 일하러 나와라!" 하는 시민들도 있었고, 종편 취재진을 향해서도 취재거부와 항의가 잇따랐다. 
이에 대해 파업중인 언론인들은 언론으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미안한 마음과 함께 공정방송 회복을 약속했다. 이 자리에는 전국언론노동조합에 소속된 MBC, KBS, 연합뉴스 노동조합원들이 함께 촛불을 들었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파업중인 MBC 조합원들이 '김재철 사장퇴진' 피켓을 들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MBC (PD수첩)에서 광우병 문제를 다뤘다가 명예훼손으로 기소당하고 사측으로부터 중징계당한 이춘근 PD는 “왜 우리가 다시 촛불을 들어야 하나”며 안타까움과 분노를 함께 드러냈다.
이 PD는 “당시 (PD수첩)으로 인해 촛불이 일어났고 재협상도 이끌어냈을 때 보람도 있었다”면서도 “그 뒤 민간인 사찰을 하고 정치검찰을 동원해 모든 방법을 동원해 제작진을 괴롭히며 지금 수입중단을 하지 않는 것을 보면서 정말 대국민 사기극이란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이 PD는 기자들을 향한 시민들의 냉소에 대해 “진실을 전달하고 언론인으로서의 양심을 지키기 위해서는 현장에 복귀하고 싶은데 지금 상태로 돌아가면 달라지는 것을 없다”며 “조중동은 정확한 사실을 전달하지 않고 진실을 호도한다. 저로서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4년 전 광우병 문제로 ‘KBS스페셜’을 제작했던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은 “지금 TV에 나오는 말은 미 농무부 관계자들의 말을 한국 관료들이 그대로 받아서 말하고 관변 학자들이 곡학아세하며 조중동이 그대로 받아쓰고, KBS, MBC의 썩은 기자들이 또 전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강택 위원장은 또 “허위가 넘쳐나는 것은 언론이 장악됐기 때문이다”며 “광우병 문제조차 보도되지 않는 현실은 언론 노동자가 여기서 물러설 수 없게 한다. 언론파업 물러서지 않을테니 국민들이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http://www.youtube.com/watch?feature=player_embedded&v=45A8V9-TSEk

한편 이날 경찰은 집회 사회를 맡을 예정이던 전국등록금네트워크 김동규 팀장을 지난해 6월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을 위반한 혐의로 연행했다가 다시 풀어줘, 실적 올리기와 과잉충성이라는 비난을 샀다. 경찰은 신고된 집회임에도 집회 내내 불법 집회라고 해산방송을 반복해 시민들로부터 빈축을 사기도 했다.

조수경 박새미 기자 | jsk@mediatoday.co.kr  

[사설] 한-중 FTA, 실제 협상은 다음 정부에서 하라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5-02일자 사설 '[사설] 한-중 FTA, 실제 협상은 다음 정부에서 하라'를 퍼왔습니다.
우리나라와 중국이 어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협상 개시를 공식 선언했다. 이로써 한국은 세계 3대 경제권인 미국과 유럽연합에 이어 중국과의 에프티에이 체결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됐다. 하지만 기대보다 불안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한-중 에프티에이는 미국이나 유럽연합과의 에프티에이보다 국내 산업에 끼칠 영향이 훨씬 더 클 뿐 아니라 시기도 적절치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임기가 1년도 안 남은 시점에 협상 개시를 선언한 것부터 그렇다. 우리 정부는 두 나라가 이미 7년간의 충분한 준비기간을 거쳤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정부에서 체결된 한-미, 한-유럽연합 에프티에이의 효과에 대한 검증이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유럽연합과는 에프티에이 체결 뒤 무역수지 흑자폭이 줄었고, 미국과의 에프티에이도 발효된 지 한달이 지났지만 수출 증가세는 오히려 둔화됐다. 거대 경제권과의 에프티에이 체결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서둘러 협상 개시를 선언한 것은 유감이다.
더욱이 한-중 에프티에이가 체결되면 국내 농업은 괴멸 상태에 빠지게 될 게 뻔하다. 국산 곡물류나 과일·채소류의 값이 중국보다 5~7배나 비싼 상태에서 중국산이 밀려들어올 경우 국내 농업 기반은 와해될 수밖에 없다. 아무리 민감품목으로 지정해 관세 감축기간 연장 등의 보호장치를 마련한다고 해도 농업 파탄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어쭙잖은 피해대책 몇 개 내놓고 농심을 달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이런데도 정부가 농민들과 충분한 대화 없이 한-중 에프티에이 체결을 밀어붙이려 해선 안 된다.
협상 개시를 선언했더라도, 구체적인 협상은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추진해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특히 이 기간에 협정 체결로 직간접 피해를 보게 되는 국내 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 한-미, 한-유럽연합 에프티에이 체결 과정에서는 국내 업계의 실태와 요구가 제대로 반영됐다고 볼 수 없다. 국익이라는 관점에서 국내 업계의 이익을 최대한 관철할 수 있도록 철저하고 꼼꼼하게 사전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러려면 실질적인 협상은 다음 정부에서 하는 게 낫다고 본다. 임기가 1년도 남지 않은 이명박 정부에서 협상이 시작될 경우, 내년에 들어설 새 정부의 정책과 연속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또 이 정부는 온갖 비리사건에 휘말려 국민 신망을 잃은 지 오래다. 국민 신뢰를 잃은 정부가 추진하는 협상은 동력을 받기도 어렵다.

2012년 5월 2일 수요일

정운천 당시 농식품부 장관 “광우병 땐 수입 중단 발표, 촛불 막으려고 내가 주도”


이글은 경향신문 2012-05-02일자 기사 '정운천 당시 농식품부 장관 “광우병 땐 수입 중단 발표, 촛불 막으려고 내가 주도”'를 퍼왔습니다.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58·사진)이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즉각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2008년 5월8일 정부 발표와 일간지 광고 게재를 자신이 주도했다고 밝혔다.

정 전 장관은 지난 4월30일 밤 경향신문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시 촛불집회를 막기 위해 누군가 나서야 할 상황이었고, 그래서 내가 총대를 멨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그때(2008년 5월)는 계속 촛불이 점화되고 정신이 없었다. 5월7일 국회 청문회가 있었다. 그 전인 5월2일 보건복지부 장관을 만나 논의했다”고 발표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또 “당시는 이명박 정부 초기였는데 미국산 쇠고기 문제를 다룰 ‘컨트롤 타워’가 없었다”며 “지금처럼 체계가 잡힌 상태에서 보면 정말 이해가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당시 결정에) 책임져야 한다면 책임져야지”라고 말했다. 그는 ‘광우병 발생 시 쇠고기 수입 중단이 가능하다고 당시에 생각했느냐’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하지 않았다.

정부는 이미 그해 4월18일 미국에서 광우병이 추가로 발생하더라도 국제수역사무국(OIE)이 미국의 ‘광우병위험 통제국’ 지위를 낮추지 않는 한 쇠고기 수입을 중단할 수 없다는 내용으로 협상을 마무리한 상태였다.

정 전 장관은 “정부 일을 하다보면 국민도 생각하고, 국익도 생각하고, 전체를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결정하는 데 한계가 있어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데 모든 걸 바치다시피 했는데 (이렇게 돼서) 답답하다”고 말했다. 

최근 경향신문 인터뷰를 통해 ‘정부가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즉각 수입 중단키로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밝힌 것(경향신문 4월27일자 1면 보도)과 관련해서는 “전직 공직자로서 용기를 낸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2008년 2월 이명박 정부 초대 농식품부 장관에 임명됐으나 미 쇠고기 파동의 책임을 지고 6개월 만인 그해 8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오창민 기자 riski@kyunghyang.com

2012년 4월 28일 토요일

"쇠고기 수입중단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거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4-27일자 기사 '"쇠고기 수입중단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거다"'를 퍼왔습니다.
[인터뷰] 서울대 우희종 교수 “굴욕적인 교역조건, 조사권한도 없어… 재협상이 근본 해법”

미국에서 광우병 사례가 발생했지만 우리 정부는 검역중단 조처를 위하기 않아 검역주권을 포기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27일 “미국에서 보내온 답변서를 검토한 결과 검역중단 조처를 내릴 이유가 없다”며 검역물량을 50%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5월 8일 주요 일간지에 광고를 내어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견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며 “이미 수입된 쇠고기를 전수조사하겠다” 등 4가지 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했다. 이 말을 뒤집은 셈이다.
여인홍 농림수산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도 앞서 “이번에 광우병이 발생한 미국 소는 30개월령 이상 된 젖소이고 치매와 비슷한 비정형 광우병이어서 그 위험도가 굉장히 낮다고 판단한다”고 말한 바 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협상 때부터 끊임없이 광우병의 위험성을 지적해온 서울대 우희종 수의학과 교수는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을 반대한 촛불시위 때문에 당장은 안전하지만 현 정권이 한미FTA를 타결함으로써 그나마 촛불로 지킨 안정이 흔들리는 시점이다”며 “정부의 말대로 지난 4년 간 30개월 이상 쇠고기도 수입했다면 우리는 ‘광우병 패닉’에 빠졌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 교수는 “외국 언론도 한국정부가 검역중지할 것이라고 예상했음에도 검역강화로 마무리한 것은 검역당국이 바보라서가 아니라 수입중지하거나 검역중지할 권리가 없기 때문”이라며 검역강화 조치에 대해서도 “단지 쇼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우 교수는 보수언론에 대해서도 “(정부 인사들이 전면 수입을 주장했던 건) 언론매체가 악역을 도맡아했기 때문이었다”며 “이런 상황은 이명박 씨에게도 책임이 크지만 그 당시 종합편성채널 때문에 국민의 안전을 완전히 도외시하고 정권에 아부했던 언론들부터 이번 기회에 정신 차려야 한다”고 일갈했다.
다음은 26일 오후 서울대에서 만난 우 교수와의 일문일답.
-미국산 쇠고기 수입 4년 만에 광우병에 걸린 소가 발견됐다. 이런 상황을 예상했나.“그렇다. 광우병에 관한 연구가 가장 많이 진행된 곳이 유럽인데 광우병을 관리하고 통제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학문적으로 정립돼 놨다. 이 관점에서 봤을 때 미국이 가진 ‘광우병 통제국’이라는 지위는 형식일 뿐이지 실질적으로는 매우 취약한 나라다. 반드시 광우병에 걸린 소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청와대는 국민의 건강이 위험에 처해지면 수입제한 조치를 취한다는 입장이다. 또 인터넷 괴담을 퍼뜨리지 말라고 했다.  “정부가 또 말장난을 하는 것이다. 국민 안전이 위협에 처할 때라고 전제조건을 달았는데 그 여부를 정부가 조사하고 확인해야 한다. 근데 하지도 않으면서 그런 이야기를 한다. 그러면 조사를 할 수는 있는가보면 그렇지 않다. 2008년도 미국과 타결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광우병이 발생하지 않은 수입국임에도 미국을 조사할 권리가 없다.”
-타결조건에 조사권이 아예 명시가 돼 있지 않았던 것인가.“그런 셈이다. 외국 언론도 한국정부가 검역중지할 것이라고 예상했음에도 검역강화로 마무리한 것은 검역당국이 바보라서가 아니라 수입중지하거나 검역중지할 권리가 없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는 검역중지 혹은 수입중단을 할 수 있는 조건을 두 가지로 한정했다. 광우병 통제에 관한 미국의 지위가 변화하거나 WTO가 정한 위생협약조건에 의해 국민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할 권리가 있다고 한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광우병 통제국 지위가 변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OIE(국제수역사무소)는 광우병에 관해 국가 등급을 청정국, 통제국, 미확인국 세 가지로 매기는데 캐나다에서 광우병이 발생해도 지위가 격하된 적이 있었나. ‘통제국’에서 격하된다고 해서 ‘미확인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격하되려야 될 지위가 없는 것이다. 근데도 정부는 지위가 격하되면 재협상하겠다고 말장난을 쳤다.두 번째, WTO 역시 조치를 취한다는 것도 아니고 권리가 있다고 했는데 기본적으로 WTO는 통상을 장려하는 입장이다. 수입을 안 하겠다는 측이 수입하지 않는 이유를 증명해야 한다. 근데 우리에게는 현지조사 권리조차 없기 때문에 미국산 쇠고기가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없다. 일본은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미국과의 협상 당시 현지조사 권리를 명시했다.”
-검역을 강화하면 광우병 쇠고기가 걸러지긴 하나.“국제적으로 광우병의 위험성을 관리하고 통제하기 위해 검역 비율은 3%에서 10%로 늘린다던지 하는 것이 광우병 방역에 유효하다고 학술적으로 입증된 적이 없다. 이건 단지 쇼일 뿐이다. 수입중지도 할 수 없고 검역중지도 할 수 없는 입장에서 하는 제스처이지 실효성은 없다.”
 -이번 사태는 당시 쇠고기 협상이 얼마나 엉터리였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우리 정부가 얼마나 비겁하냐면 이번 광우병은 고령우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30개월 미만만 수입하는 우리나라는 안전하다고 한다. 그러면 우리 정부의 입장이 30개월 미만만 수입하는 것이냐? 아니다. 정부는 2008년 당시 30개월 이상의 미국산 쇠고기와 내장은 안전하고 이것이 국제적이고 과학적인 기준이라고 주장했다. 그 조건으로 미국과 공식적으로 협상했고 촛불시위가 일어나자 ‘한시적으로’ 30개월 미만 쇠고기를 수입하고 있다. 즉, 30개월 미만 쇠고기이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하는 것은 2008년에 했던 주장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그 동안 촛불시위는 비과학적이고 선동된 적이고 정치적으로 ‘좌빨’이라고 비난했던 정부가 촛불시위로 얻은 성과를 마치 자신들의 업적인냥 이용하면서 자신들의 책임은 회피하고 있다."


▲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연합뉴스

- 정부와 보수언론은 30개월 미만 쇠고기만 수입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위험하지는 않다고 말한다. “정부가 앞으로도 30개월 미만 쇠고기만 수입한다면 당장 위험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미FTA를 타결하면서 미국이 공헌한 것이 있다. 한국이 미국과 맺은 협약에 따라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도 요구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당장은 촛불 때문에 안전하지만 현 정권이 한미FTA를 타결함으로써 그나마 촛불로 지킨 안정이 흔들리는 시점이다. 만약 2008년 정부가 주장한대로 30개월 이상의 쇠고기도 수입했다면 지금 우리나라는 광우병 공포로 대혼란이 일어났을 것이다. 지금 4만 마리를 검사했을 때 1마리 나온 것인데 나머지 소들에게서 얼마든지 광우병이 발생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4년간 안전하다고 했던 30개월 이상의 저가 쇠고기를 수입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많았다. 그렇다면 이번 사태에서 우리는 광우병 패닉에 빠졌을 것이다.”
-보수언론들은 일본이나 유럽도 수입중단하지 않으니 우리도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한다.“전형적인 물타기 논법이다. 일본은 20개월 미만 쇠고기만 수입한다. 멕시코는 미국이 동물사료 강화 조치가 실현한 뒤인 2009년 미국으로부터 30개월 미만만 수입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이번 사태와 상관없다. 캐나다는 자국에서도 계속 광우병이 발견되는데 무슨 문제가 되겠나. EU는 제소당하면서도 성장호르몬을 문제삼아 일부 소량만 수입하지 대부분의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고 있다. 즉, 다른 나라들은 이미 정부가 자국민의 안전을 위해 엄격한 조건을 설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 상황이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30개월 이상도 안전하자는 입장이고 또 그런 조건으로 협상했으며 FTA 이후 미국으로부터 추가 개방 압력을 받고 있다. 다른 나라와 똑같이 왜 우리가 가만히 있어야 하나.”
-조선일보는 4년 전 정부는 광우병 발생 즉시 수입 중단을 약속했지만 여야 합의로 정부에 재량권을 주는 식으로 바꿨다고 보도했다. 사실인가.“이명박 정부가 그 당시 미국산 쇠고기는 무조건 안전하다며 주변 나라도 다 우리처럼 수입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위키리크스에 공개된 외교 문서에는 이 발언은 버시바우 대사가 한국 관리에게 이야기했던 말이고 한국관리는 국민들에게 앵무새처럼 이 말을 반복했다. 당시 미국은 한국을 완전개방한 후 주변국에도 이를 강요할 예정이었다. 다른 나라가 우리보다 더 엄격한 조건으로 협상하면 재협상을 요구하겠다고 여야합의한 것은 맞지만 대만이 우리보다 더 나은 조건으로 협상을 타결했을 때 어떻게 했나. 한국 관료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킬 생각은 안하고 미국 대사관을 찾아가 이렇게 되면 재협상 요구가 나오니 제발 대만에 압력을 넣어달라고 애원했다. 비참한 얘기다.”
-이번 광우병 사태가 암시하는 바는 뭔가.“30개월 미만 수입은 한시적일 것일 뿐 공식 협정은 30개월 이상 쇠고기와 내장 모두 수입하게 돼 있다. 이번 발견이 고령우에서 나왔다고 하지만 4만 마리 중에서 한 마리 나왔다는 것은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수입할 때 미국산이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 정부는 앵무새처럼 미국의 입장만 대변할 것이 아니라 2008년의 주장이 비과학적이었고 그것에 의해 맺은 협상 조건이 광우병 사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수입조건이었기 때문에 반드시 개정해야 한다.”
-이번 사태에 대해 정부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나.“재협상해야 한다. 내장을 제외한 30개월 미만의 쇠고기만 수입해야 하고 미국 현지에 가서 광우병 위험을 조사하고 제재·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요구해야 한다. 돈을 내고 사는 입장이기 때문에 당연하다. 2008년 협상은 모든 것을 개방하고 권리까지 미국에 다 내줬고 뭐든지 미국의 말을 따라야 하는 것이었다.” 
-이번 사태를 보도하는 보수언론의 태도도 짚어봤으면 한다. “정부의 주장을 지지하던 자신들이 먼저 반성해야 한다. 어떻게 뻔뻔하게 그렇게 말하나. 지금 와서 30개월 미만은 괜찮다고 말하는 것은 촛불의 주장을 그대로 말하는 것이다. 그에 대한 반성이나 재협상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고 촛불에 의해 얻어진 요구를 표절하고 있는 셈이다.”
-보수언론은 2008년 당시에도 광우병에 대한 우려를 비과학적인 주장이라고 매도했다.“쇠고기 수입협상의 주무자인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이번 총선 기간 중 전주에서 ‘자기가 한 쇠고기 협상은 너무나 잘한 것이며 촛불시위는 잘못된 주장을 했다’고 말했다. 이런 사람의 이야기가 먹힐 수 있었던 건 언론매체가 악역을 도맡아했기 때문이었다.  조중동이 무조건 미국의 주장이 옳다고만 했다. 만약 이들 언론이 과학적으로 지적해 수입협상이 제대로 됐다면 우리는 광우병 소가 나와도 태평했을 것이다. 이런 상황은 이명박 씨에게도 책임이 크지만 그 당시 종합편성채널 문제로 자신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국민의 안전을 완전히 도외시하고 정권에 아부했던 언론들부터 이번 기회에 정신 차려야 한다.”
-조중동이 그렇게까지 미국산 쇠고기를 전면 수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이유는 뭐라고 보나.“사주의 이해관계 때문이라고 본다. 초기에는 종편을 특정 언론사에만 주지 여러 군데에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진출 의사가 있는 언론사들이 모두 정부에 목매단 것이다. 조선일보의 한 전문기자가 당시 나에게 ‘자기는 솔직히 양심적으로 쓸 수 없다. 양심적으로 쓰면 편집국에서 안 받아준다’며 아예 관련 기사를 쓰지 않았다. 중앙일보의 한 전문기자 역시 내가 ‘제대로 써야지’ 하면 반응이 ‘그렇게 하면 회사에서 싣지 않을 것이다’고 말하더라. 다 사주 방침이 정해졌다는 말이다. 종편사업자로 선정되기 위해 온 몸을 던진 것이 시작이었으며 그것이 회사의 입장으로 굳어진 것이 아닌가 한다. 보수언론에 있는 기자들 중에서도 나름대로 갈등했거나 침묵한 기자도 있고 적극적으로 사주의 이해관계에 가담한 기자들도 있는 것 같다.”

조수경 기자 | jsk@media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