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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23일 목요일

뉴스타파를 '한 인터넷 언론'이라며 자존심 세운 KBS의 수준


이글은 미디어스 2013-05-22일자 기사 '뉴스타파를 '한 인터넷 언론'이라며 자존심 세운 KBS의 수준'을 퍼왔습니다.
[비평]방송뉴스가 뉴스타파 조세피난처 특종을 다루는 방식의 '쪽팔림'

▲ 뉴스타파 기자회견장에 붙어있던 공고문. 출입이 금지된 언론사 기자들은 기자회견장 밖에서 발을 구르기도 했다고 한다. 오늘 지상파 방송 뉴스를 본 뉴스타파 구성원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지금, 종편의 보도와 지상파의 보도는 얼마나 다른 것일까?

생긴지 1년도 안된 대안언론 뉴스타파. 시청료 받아가며 광고로 수익 챙기는 KBS, MBC, SBS와 같은 공중파에서도 알아내지 못한 특종을 했다. 좋은 기사는 돈이 필요하지만 돈이 좋은 기사를 만들지는 못한다는 방증인 듯.(@doax)
한 트위터리안의 촌평이다. 위 맨션처럼 한국 저널리즘의 역사에 중요한 한 페이지가 넘겨졌다. ‘탐사 저널리즘’을 표방하는 작은 대안 언론 ‘뉴스타파’가 그 어떤 메이저 언론도 해내지 못한 엄청난 특종을 발굴해냈다. 뉴스타파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의 공동취재 를 통해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보이는 245명의 한국인 명단을 공개했다.
발표하자마자 엄청난 파장이 일었다. 22일 오후 2시 뉴스타파의 기자회견 이후 뉴스타파는 오후내내 검색어 순위 1위를 지켰고, 조세피난처 역시 검색어 순위 상위에 오르는 등 오후 내내 관련 소식이 인터넷과 SNS를 도배하다시피 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해직된 언론인들이 주축을 이룬 뉴스타파가 이런 엄청난 '개가'를 올린 상황에 대해 네티즌들은 규모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비판적 문제의식과 성실한 열정으로 세상의 진실을 열어젖힌 언론인들의 의지에 찬사와 경탄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 엄청난 ‘뉴스 이벤트’에 대해 방송 뉴스는 어떠한 보도를 했을까. 뉴스타파 팀은 다른 언론의 인용보도를 위해 특히 의제 장악력이 큰 방송 뉴스 보도를 감안해 세심하게 폭로 방식을 고민한 모습을 보였다. 뉴스타파를 통해 특종 보도를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앞서 ‘기자회견’을 마련해 관련 내용을 공개했다. 언론 경험이 오랜 뉴스타파 구성원들은 방송 뉴스가 군소매체의 보도를 인용 보도해야 하는 상황을 피해주며 기자회견 취재를 통해 독자적으로 뉴스를 구성할 수 있도록 충분히 배려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그리고 그 기자회견장 입구에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TV조선, JTBC, 채널A의 출입을 금합니다’라는 공고문을 붙이기까지 했다.
뉴스타파의 이러한 조치는 이미 앞서 국정권 직원 댓글 사건 특종을 단독 보도했지만, 이후 주요 언론들이 이를 제대로 받아주지 않은 것을 감안한 조치였던 동시에 특종의 성과를 독점하지 않고 여러 매체에 전파해 사건의 파장과 의미를 확산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덧붙여 ‘언론악법’을 통해 탄생한 종편 채널들과 이 채널들을 소유한 보수언론을 원천적으로 정보에서 배제함으로써 자신들의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웅변하며 언론환경의 부조리함을 폭로하는 효과적인 전략이기도 했다.


▲ 뉴스타파를 '한 인터넷 언론 매체'라고 폄훼한 KBS는 그러나 홈페이지 뉴스 화면에서는 뉴스타파의 보도를 대문짝만하게 걸어놨다. 이 괴리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하지만 뉴스타파의 이러한 세심한 배려와 선의에 방송 뉴스는 전혀 부합하지 못했다. 그나마 SBS만이 체면치레를 했을 뿐, 뉴스타파 구성원들을 내쫒은 공영방송 KBS와 MBC는 속된 말로 ‘차려진 밥상도 제대로 받아먹지 못하는 칠푼이’의 모습을 보였다. 방송 뉴스 가운데서는 오직 SBS만 해당 소식을 헤드라인으로 편성하고 2꼭지에 걸쳐 보도했을 뿐, KBS와 MBC는 관련 보도를 한 꼭지로 편성 뉴스 중반부에 배치하는 축소 보도를 택했다. 특히, KBS는 보도에서 아예 뉴스타파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은 채, ‘한 인터넷 언론 매체’라고만 언급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방송 3사는 모두 뉴스타파의 폭로와 이름이 거론된 당사자 및 기업의 해명을 병렬 배치하는 방식의 ‘기계적 형평성’을 기본으로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는 정도의 분석을 덧붙이는 정도의 무난한 보도를 구성했다. 이는 기본적으로 뉴스타파 기자회견에 쏠린 관심의 의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축소된 시각이었다. 다만, SBS의 경우 ‘페이퍼 컴퍼니’의 성격과 활용방법에 대한 별도의 ‘해설보도’를 편성했다. SBS는 ‘조세피난처로 유명한 버진 아일랜드’의 풍경을 배경화면으로 사용하며 앵커 멘트를 통해 “무슨 회사를 세워서 비즈니스 할 분위기가 아니다”며 조세 피난처는 곧 “탈세의 온상”이라는 돌직구를 던졌다. SBS는 이어 “금융실명제가 없고 부동산 실명제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돈에 꼬리표가 붙어있지 않아서 자금세탁이 상대적으로 쉽습니다”는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의 코멘트를 통해 이러한 행위가 어떤 목적을 갖고 진행되는 것인지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 MBC는 상대적으로 뉴스타파가 지목한 조세 회피자들의 해명을 듣는데 주력한 리포트를 선보였다. 뉴스 순서 역시 헤드라인급은 아니었다. 하지만 KBS와 마찬가지로 인터넷 뉴스 화면에선 뉴스타파의 기자회견을 가장 크게 배치했다.

반면, KBS와 MBC의 경우 해설보도는커녕 뉴스타파의 주장과 관련 당사자 및 기업의 해명을 균등하게 배분하며 기술적인 ‘물타기’를 하는데 주력하는 모솝이었다. 편성 순서 역시 뉴스의 가치를 축소하기 위한 의도적 미루기라고 보일 정도였는데, KBS는 8번째, MBC는 6번째에 해당 보도를 배치했다. KBS의 경우 앞서 말했듯 뉴스타파란 이름을 거론하지 않은 채 ‘한 인터넷 언론 매체’라고 지칭해 보도의 신뢰도와 정보의 정확성을 스스로 낮추었고, MBC의 경우 상대적으로 당사자의 해명을 최대한 반영하는 구성으로 문제를 ‘아직 좀 더 두고봐야 하는 것’이라는 뉘앙스로 전달했다.
뉴스 타파의 폭로 내용을 감안했을 때, 방송 뉴스는 응당 ‘조세회피’(tax avoidance)란 무엇이고 ‘조세피난’(tax escape)이란 또 어떤 의미인지를 자세히 분석하며 이러한 행위가 사회 정의의 어떤 측면에서 문제가 되는 것인지를 심층적으로 조명할 필요가 있었다. 또한 뉴스타파의 보도 이전에 이미 한 해외 언론을 통해 최소 800억 이상의 한국 돈이 조세피난처에 투자되었던 상황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집중 분석해야 마땅했다. 그리고 언론 간의 경계가 아닌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더 중요한 가치라고 한다면 당사자들의 해명이 아닌 뉴스타파의 취재 경위를 자세히 취재하고, 향후 이 사건의 전개와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 것인지에 대한 전망을 내놓는 것이 합당했다.


▲ 공영방송의 퇴행이 워낙에 강렬하고 지속적이다보니 상대적으로 SBS의 선전이 자주 돋보이는 형국이 반복되고 있다. SBS는 지상파 방송 뉴스 가운데서는 유일하게 뉴스타파의 기자회견을 헤드라인으로 배치했고, 해설보도를 편성했다.

하지만 방송 뉴스는 이 모든 것을 가뿐히 포기했다. 오로지 이미 떠들썩한 사실은 대중의 관심과 순식간에 집중된 이슈를 아예 외면하긴 힘드니 딱 '면피'만 가능한 수준에서 최소한으로 보도했을 뿐이다.
KBS 출신으로 뉴스타파 팀에 합류한 최경영 기자는 트위터에 취재 후일담을 밝히며 “KBS에선 무려 3팀, 조선, 중앙 등도 직접 국제탐사보도연맹에 찾아갔습니다. 청탁하지 않은 국내 메이저 언론사가 없었단 소식. 그들은 왜 이 작은 신생매체 뉴스타파에 조세피난처의 한국인 정보를 공유했을까요? 믿음은 거대함이나 기득권으로부터 나오진 않나봅니다.”는 맨션을 남겼다. KBS가 국제탐사보도연맹에게 거절당한 이유가 무엇인지는 길게 설명하지 않더라도 22일 KBS 보도를 보면 단박에 알 수 있다. 국제탐사보도연맹은 아마도 ‘국가 보도직 공무원’에 가까워진 KBS 기자들에게 사회의 밑동을 흔들 수 있는 엄청난 ‘팩트’를 줘봤자, 그들이 타당한 언론 행위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지 못했을 것이다.
뉴스타파의 엄청난 특종은 언론이 무엇으로 존재하고, 언론인이 어떻게 기능해야 하는 것인지를 분명하고 정확하게 보여줬다. 그리고 이에 대한 방송 뉴스의 보도는 역설적으로 한국의 언론 환경이 얼마나 단출하고 부실해졌는지를 명징하게 입증했다. 뉴스타파는 앞으로 매주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갖고 있는 이들의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그 일주일마다 이제 방송 뉴스는 무엇을 할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공영방송의 자존심이 뉴스타파를 ‘한 인터넷 언론매체’라고 표기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점이다. 누가 더 사실에 다가섰느냐 혹은 다가서기 위해 노력했느냐에 의해 언론의 존재 이유와 언론인에 대한 평가는 결정된다. 어쩌면 다음 주에는 뉴스타파의 기자회견장 앞에 "KBS, MBC는 제대로 보도하지도 않을 거 '베껴쓰기'나 하든가 말든가' 하는 공고문이 붙을 지도 모르겠다.
한 가지 재밌는 것은 해당 보도를 앞 선에 배치하지 않은 KBS와 MBC가 뉴스 인터넷 화면과 모바일 뉴스 페이지에서는 뉴스타파 관련 리포트를 대문짝만하게 실었단 점이다.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그들도 이 사건의 뉴스 가치가 얼마나 큰 것인지 충분히 알고 있다. 다만, 겸연쩍을 뿐이다. 속된 말로 쪽팔릴 뿐이다. 그러나 공영방송 뉴스가 이 정도 사안을 이 정도로 밖에 보도하지 못하는 상황이야 말로 겸연쩍을 뿐이다. 한국 언론의 쪽팔림은 뉴스타파가 그런 특종을 했다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실력도 없는 공영방송이 그나마 뉴스 가치를 임의로 조율하면 여전히 의제 설정의 ‘갑 질’을 계속 할 수 있다는 수준의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단 점이다.


김완 기자  |  ssamwan@gmail.com

2013년 3월 25일 월요일

방송뉴스, ‘원세훈 도피’보다 ‘꽃샘추위’가 더 중요?


이글은 미디어스 2013-03-25일자 기사 '방송뉴스, ‘원세훈 도피’보다 ‘꽃샘추위’가 더 중요?'를 퍼왔습니다.
시민들까지 ‘감시활동’ 나섰으나 주말 내내 단신 1건 보도

국정원 국내 정치 개입 의혹의 당사자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도피성 출국을 감행한다는 소식으로 주말 내내 시끄러웠으나, 방송3사 뉴스는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오마이뉴스) (한겨레) 보도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출국 소식이 알려진 이후, 야권은 23일 성명과 논평을 통해 출국금지를 요구했다. 출국 예정일로 알려진 24일에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국내정치 개입 의혹을 제기한 진선미 의원을 비롯해 시민들이 인천공항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출국을 감시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국가 정보기관의 수장이 국내정치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도피성 출국 계획이 알려지며 원세훈 전 국정원장 뉴스는 말 그대로 ‘뜨거운 감자’였다. 전날 TV조선 단독보도로 출국금지 소식이 전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다음날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출국 저지’를 위해 공항에까지 나온 시민들의 움직임은 이 사건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하는 것이었다.

‘출국금지 단독 보도’ TV조선, ‘인천공항 취재’ 뉴스타파·발뉴스

종편 가운데서는 TV조선이 가장 적극적으로 보도했다.

▲ TV조선은 23일 메인 뉴스에서 검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는 소식을 '단독'으로 보도했다. (TV조선 주말뉴스 토일 화면 캡처)

TV조선은 23일 6시에 방영되는 (주말뉴스 토일)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 출국금지를 가장 빨리 보도했다. 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 소식을 1, 2부 톱으로 배치했고, 1부 6번째 리포트로 출국금지 사실을 전했다. 다음날에도 ‘이슈추적’과 ‘집중취재’라는 코너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 뉴스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순서도 3~6번째로 앞에 배치됐다.
jtbc와 채널A도 24일 비교적 앞 꼭지인 8번째에 원세훈 전 국정원장 출국금지 뉴스를 배치하긴 했으나, 23일에는 관련 보도가 하나도 없었고 총 보도 건수도 각각 1건에 불과했다.
이 밖에 (뉴스타파)와 (발뉴스)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미국 출국 예정일로 알려진 24일, 인천공항에 직접 나가 취재에 나섰다.
(발뉴스)는 오후 2시부터 트위터로 공항 상황을 중계했다. (발뉴스)는 자사의 취재기뿐 아니라 출국금지를 위해 공항에서 밤을 지샜다는 시민들의 이야기도 전달했으며, 당일 열린 기자회견 및 시민들의 모습을 담아 기사로 내보냈다. (뉴스타파) 역시 미국행 마지막 비행기 출국 시간(오후 5시 30분, 샌프란시스코행)까지 공항에 머무르며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아직 국내에 있음을 알렸다.

따뜻한 봄 날씨에 밀린 원세훈 보도

하지만 방송 3사 메인뉴스는 주말 내내 관련 소식을 각각 1건만 단신으로 보도하는 데 그쳤다.

▲ 지상파 3사는 지난 주말 원세훈 전 국정원장 관련 뉴스를 각각 15, 19, 20번째에 보도했으며 그마저도 단신으로 처리했다. (MBC 뉴스테스크, SBS 8뉴스 화면 캡처)

KBS (뉴스9)는 해당 뉴스를 23일 ‘민주, “원세훈 前 국정원장 출국금지해야”’라는 단신으로 처리했다. 전체 23꼭지 중 15번째였고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검찰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는 것이 아닌, 민주통합당의 출국금지 조치 요구가 중심 내용이었다. 24일에는 관련 보도가 없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보도를 내보냈던 23일 KBS (뉴스9)는 따뜻해진 봄 날씨 관련 보도를 톱뉴스와 2번째 꼭지로 배치했다. 북한의 위협 발언, 고위층 성 접대, 청와대 인사시스템 관련 보도 등 주요 소식을 두루 다루긴 했지만,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에 쏠린 높은 관심을 감안했을 때 지나친 축소 보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MBC (뉴스데스크)는 24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검찰이 출국금지를 내렸다는 뉴스를 단신(19번째)으로 보도했다. (뉴스데스크)는 앞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민주노총, 전교조 등에 고발당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전국 다시 꽃샘추위‥출근길 '쌀쌀' 동해안 '펑펑'’ (10번째), ‘달라지는 실손보험‥나에게 유리한 상품은 뭘까?’(13번째) 등의 리포트보다도 훨씬 뒤에 배치됐다.
SBS (8뉴스)도 24일 ‘서울지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출국금지’라는 단신(20번째)을 내보냈다. 서울지검의 출국금지 조치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고발 건을 언급한 MBC 뉴스와 같은 구성이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보도는 ‘지리산 반달가슴곰 새 식구 탄생…야생 출산’(17번째), ‘2013 통영국제음악제…개막작 세멜레 워크’(19번째)에 밀렸다.

김수정 기자  |  girlspeace@mediaus.co.kr

2012년 12월 5일 수요일

생중계로 본 현실과 달라도 너무 다른 KBS, MBC의 대선TV토론 보도


이글은 미디어스 2012-12-05일자 기사 '생중계로 본 현실과 달라도 너무 다른 KBS, MBC의 대선TV토론 보도'를 퍼왔습니다.
방송뉴스가 사는 '좋은 박정희 vs 나쁜 노무현'의 세상

4일 밤 있었던 대선후보 TV토론에는 그동안 언론에서 전혀 언급되지 않았던 ‘사실’들이 많이 등장했다. 토론이 끝난 이후에도  ‘다카키 마사오’가 계속 검색어 순위 1위에 올라있다는 건 많은 시사점과 고민을 던진다. ‘다카키 마사오’는 결국, 언론의 실패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 토론 중계가 끝난 직후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순위.

그간 제대로 된 보도가 없어, 많은 사람들이 ‘다카키 마사오’를 잘 몰랐고 검색을 해봐야 할 만큼 생소한 것이다. 한 트위터리안은 “공중파 방송에서 ‘다카키 마사오’라는 이름이 나왔을 때 전율을 느꼈다‘는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공식 선거운동 개시 이래 언론은 ‘박정희 VS 노무현’ 구도에서 대선을 바라보고 있지만 그러나 정작 박정희의 창씨개명 이름인 ‘다카키 마사오’ 같은 문제는 제대로 보도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는 지금껏 언론의 구도가 기울어져 있었다는 점을 그대로 폭로한다. 지금까지의 구도는 말하자면 ‘좋은 박정희 VS 나쁜 노무현’의 교묘한 편향 위에 서 있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전두환 등 신군부로부터 6억 원을 받았단 사실도 그렇다. ‘정치개혁’이 대선의 화두로 등장했단 점에서 이 사실은 매우 폭발력 있는 이슈임에 틀림없다. 구악 정치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부터 박 후보가 이유가 어찌되었건 출처를 알 수 없는 돈을 받았단 점은 매우 논쟁적인 이슈이다. 하지만 입만 열면 ‘정치개혁’을 말하고 ‘측근비리’ 근절을 설파하는 언론은 정작 후보들의 정치적 역사성에 대해선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거나 혹은 일부러 외면해왔다. 이는 왜 정치개혁이 되어야 하는지 언론이 제대로 추적조차 하지 않았었단 사실을 드러냄과 동시에 수사로 존재하는 정치개혁의 깃발에서 언론 또한 함께 개혁되어야 할 존재라는 점을 보여준다. 
유통법 개정안 통과 무산 문제도 마찬가지다. 이정희 후보는 박근혜 후보가 ‘대형마트 규제’를 공약으로 내걸었으면서도 정작 국회에서 할 수 있는 ‘유통법 개정안’ 통과에는 반대했다는 사실을 거론하며 ‘말 따로 행동 따로’의 문제를 집중 공략했다. 실제, 박 후보의 공약 가운데 상당수가 이러한 상황이다. 다수당인 새누리당이 의지만 있으면 언제든지 현실화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척되지 않거나 혹은 아예 노골적으로 새누리당이 반대하고 있어 처리되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이 모순된 상황에 대해서 그러나 언론은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유통법 통과 반대 문제만 하더라도 알 만한 사람만 알 뿐, 토론을 시청한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별나라 이야기’처럼 들렸을 것이다. 방송 뉴스 역시 유통법 통과 무산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었다. 

▲ 대선 TV토론 관련 KBS 뉴스9 화면 캡쳐.

그렇다면, 4일 대선 TV토론을 보도한 방송 뉴스들에는 이러한 내용이 뒤늦게나마 반영되어 있었을까? 기대하지 않았지만, 소문난 잔치가 된 TV토론을 방송 뉴스들은 어떻게 보았을까?
한 마디로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방송 3사 모두 어제 토론의 열기와 오고간 쟁점들을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았다. 박근혜 후보와 관련해 드러난 사실들은 모두 프레임 바깥으로 밀려났고, ‘당연한 말씀 감사합니다’ 수준의 원론적인 언급들이 ‘팽팽한 긴장감’, ‘날선 공방’ 수준의 수사적 차원에서 나열됐을 뿐이다.
우선, 방송 뉴스에서 ‘다카기 마사오’ 발언이 인용된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SBS의 경우 토론에 앞서 뉴스가 시작돼 논외로 한다지만, 토론 이후 뉴스를 편성한 KBS와 MBC의 경우 이정희 의원의 맹공에 대해 박근혜 후보가 우물쭈물하는 화면 자체를 아예 내보내지 않았다.
KBS와 MBC는 그 대신 어제 토론의 분위기를 지지율 1, 2위 후보 간의 ‘공방’으로 정리했다. KBS가 뽑은 토론의 쟁점들은 각각 ‘정치 쇄신안, 권력형 비리 근절 방안, 대북 정책, 전 정부/현 정부 책임론, NLL’ 정도였다. 쟁점만 보면 얼핏 중립적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공통 주제를 제외하면 모두 박근혜 후보 측이 제기한 쟁점이란 걸 알 수 있다. 특히, KBS 뉴스의 경우 노골적으로 박근혜 후보가 공세적으로 질문을 하고 이에 대해 문재인 후보가 방어적인 답변을 하는 장면으로 화면이 구성됐다.

▲ 대선 TV토론 관련 MBC 뉴스데스크 화면 캡처.

MBC의 경우 아예 ‘대북정책’을 별도의 리포트로 정리했다.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 간의 가장 공방적인 주제가 그것이었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지만 이 역시 KBS와 마찬가지로 박 후보가 주로 제기한 쟁점이었다. 어제 토론에서 박 후보가 ‘임팩트’ 있는 어록으로 남긴 것이 이른바 “가짜 평화, 진짜 평화” 정도일텐데, MBC는 이를 놓치지 않고 별도 리포트로 만드는 ‘기민함’을 보였다. MBC의 리포트는 KBS에 비해서도 훨씬 더 박 후보가 공세적이고 단호하게, 문 후보는 수세적이고 흐릿하게 묘사된 점이 눈에 띄었다. MBC는 특히 참여정부의 기조를 문제삼은 박 후보의 발언을 크게 부각했는데, 이는 새누리당이 ‘참여정부 심판론’으로 선거를 끌고 가고 있는 상황과 앙상블을 이루는 태도였다.
TV토론 직후 트위터와 인터넷 포털 사이트 등에서 나온 평가와 방송 뉴스의 온도차는 확연했다. 아니 확연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서로 다른 것을 본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달랐다.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일까? TV토론이 끝난 직후 현직 기자인 김용진 전 KBS 탐사보도팀장은 "토론을 다룬 KBS와 MBC 뉴스에 이정희는 없다. 버벅대는 박근혜도 없다. 이게 언론이 재구성하는 현실이다. 우리가 생중계로 직접 본 현실과 방송뉴스가 재구성하는 현실은 이처럼 전혀 다른 세상”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방송 뉴스엔 ‘다카기 마사오’가 없다. 이정희 후보가 말한 ‘참여정부 삼성 장학생’도 없다. 아니, 아예 이정희 자체가 부각되지 않았다.
단 한 번 했을 뿐이지만, 벌써부터 TV토론 무용론이 나오고 있다. 보수 언론은 지지율 1%도 안 되는 후보가 TV토론을 장악했다며 문제를 삼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짐짓 중립적인 포지션으로 ‘TV토론이 지지율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물론, 둘 다 맞는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TV토론 무용론을 말하기에 앞서 전 국민이 시청한 TV토론조차도 지들 입맛대로 재구성해내는 언론의 기가 막힌 ‘연출력’을 나무라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TV토론에서 등장한 이슈들을 전혀 잡아내지 않는 방송 뉴스의 ‘편파성’을 문제 삼아야 하지 않을까? 다음 3자 TV토론은 12월 10일이다. 

김완 기자  |  ssamwan@gmail.com

2012년 9월 14일 금요일

"방송뉴스, '박근혜 인혁당 발언' 물타기 축소보도"


이글은 미디어스 2012-09-13일자 기사 '"방송뉴스, '박근혜 인혁당 발언' 물타기 축소보도"'를 퍼왔습니다.
'끝내 사과 거부' 아닌 '당내 혼선' 프레임…KBS는 '특별감찰관제' 띄우기

'최악의 사법 살인'이라고 불리우는 인혁당 사건에 대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발언을 놓고 방송뉴스가 의도적으로 축소보도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12일 KBS <뉴스9>는 4번째 리포트를 통해 "반복되는 대통령 측근들의 비리를 없애기 위해서 새누리당이 막강한 권한의 특별 감찰관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며 새누리당의 특별감찰관제 도입을 중점적으로 전달한 뒤, 리포트 중간에 인혁당 발언 논란을 잠깐 언급하는 데 그쳤다.

박근혜 후보가 2007년 '무죄' 판결을 받은 인혁당 사건에 대해 "대법원 판결이 두 가지로 나오지 않았나"라고 발언한 시점은 지난 10일. 박근혜 후보는 10일 오전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인혁당 사건 피해자들에게 사과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법원 판결이 두 가지로 나오지 않았나. 그 부분에 대해서도 앞으로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를 두고, 민주통합당은 "박근혜 후보가 역사적 사실과 그에 대한 올바른 평가를 회피 또는 부인하는 것은 헌법의식의 부재를 반증하는 것이자, 역사관을 의심할 만한 문제"라고 비판하는 등 비난 여론이 빗발쳤으나 10일 저녁 방송3사 메인뉴스에서는 관련 내용이 전혀 보도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민언련은 브리핑을 통해 "유신체제를 정당화하는 박 후보의 역사인식과 과거사에 대한 무책임한 태도, 나아가 법적 판결까지 뒤집고 보는 사법체계에 대한 이해부족의 문제 등 박 후보의 미흡한 점을 보여준 사례"라며 "대선후보에 대한 정책이나 공약 검증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한 나라를 이끌 대통령 후보의 '역사인식'임에도, 방송3사는 관련 보도를 내지 않음으로써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후보가 "조직에 몸담았던 분들의 최근 다른 증언을 감안해 역사 판단에 맡겨야 한다"(오전) "대법 판결(재심 판결)은 존중한다"(오후)고 했던 11일에도 방송 메인뉴스의 보도는 '여야 공방' 프레임으로 처리됐다.
분노한 유족들이 새누리당을 항의방문 하고, 홍일표 새누리당 대변인의 '사과브리핑'이 번복된 12일 저녁에는 어땠을까. 12일 논란의 핵심은 박근혜 후보가 홍일표 대변인의 브리핑에 대해 "홍 대변인과 그런 이야기를 나눈 적 없다"고 하고, 밤 늦게 이상일 대변인을 통해 "과거 공권력에 피해입은 분들의 아픔을 깊이 이해하고 진심으로 위로의 말을 드린다"고 밝히면서 끝까지 '사과'를 거부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방송뉴스의 프레임은 '박근혜의 사과 거부'보다 '새누리당내 혼선'에 맞춰졌다.
MBC (뉴스데스크)는 12일 톱 (朴 인혁당 평가 '사과' 당내 혼선)에서 "새누리당이 박근혜 대선후보의 인혁당 평가 발언을 놓고 내부 혼선을 빚고 있다"고 보도했으며, SBS (8뉴스) 역시 톱 (새누리 "朴 인혁당 표현 사과"..혼선)에서 "새누리당이 박근혜 후보의 인혁당 발언을 놓고 혼란에 빠졌다. 인혁당 사건 유족들의 사과요구에 대해서 당과 후보 측이 서로 엇박자를 냈다"고 전했다. 박근혜 후보의 '사과 거부'에 대한 비판은 "새누리당이나 박근혜 후보 모두 유가족과 희생을 두번 죽이는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는 민주통합당 대변인 발언을 통해 SBS에서 간략히 언급되는 데 그쳤다.
이날 방송3사 보도 가운데 특히 심각한 것은 KBS다. KBS (뉴스9)는 4번째 리포트를 통해 "반복되는 대통령 측근들의 비리를 없애기 위해서 새누리당이 막강한 권한의 특별 감찰관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대가성이 없더라도 금품을 받으면 엄벌하고 신규 공직 진출과 승진도 제한된다"며 특별감찰관제 도입을 중점적으로 전달했으며, 인혁당 발언 논란은 이 리포트의 중간에 언급되는 정도다. 박근혜 후보의 퇴행적 역사인식을 드러내는 심각한 문제는 뒤로 빼고 측근 비리 근절을 위한 새누리당의 노력을 한껏 띄운 것이다.
해당 리포트는 "박근혜 후보는 과거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는 우리 현대사의 아픔으로 피해자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진심으로 위로한다고 밝혔다"는 문장으로 끝나는데, 이 리포트만 보면 박근혜 후보가 이날 끝까지 인혁당 사건에 대한 사과를 거부했음을 도무지 알 수가 없다. KBS는 이날 방송3사 가운데 유일하게 유족 기자회견을 전혀 다루지도 않았다.
김동찬 언론연대 기획국장은 "어제 인혁당 발언을 둘러싸고 벌어진 일의 핵심은 '끝까지 박근혜 후보가 사과를 거부했다'는 것인데, '혼선이 빚어졌다' 정도로만 보도하는 것은 사태의 본질을 비껴가는 것 아닌가. 유력 대선후보의 역사인식을 검증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정치공방' 정도로만 보도하는 것 역시 부적절하다"며 "특히 KBS는 박근혜 후보가 끝까지 사과하지 않았다는 핵심적이고도 중요한 정보는 드러내지 않고 교묘하게 감추는 의도적인 축소보도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지호 언론노조 정책실장도 "인혁당 사건은 재심 판결을 통해 최종적으로 무죄판결을 받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대법원 판결이 2개 있다'고 한 것 자체가 한국의 사법제도와 전체적인 민주주의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 것"이라며 "방송뉴스가 누락, 축소, 물타기 등 3가지 방식을 통해 의도적으로 '박근혜 띄우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곽상아 기자  |  nell@media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