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특종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특종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13년 5월 29일 수요일

‘뉴스타파’ 이름 가리고 ‘해명 받아쓰기’ 급급

이글은 PD저널 2013-05-28일자 기사 '‘뉴스타파’ 이름 가리고 ‘해명 받아쓰기’ 급급'을 퍼왔습니다.
조세피난처 특종 축소하는 언론

인터넷 독립 언론 (뉴스타파)가 ‘조세피난처’에 유령회사를 차린 한국인 명단을 공개하며 연일 파장을 일으키고 있지만 이를 전하는 다른 언론의 태도는 뜨뜨미지근하다.
조세피난처에 유령회사를 설립한 12명의 실명이 공개된 이후 (뉴스타파)가 제기한 역외 탈세와 비자금 조성 의혹을 추적하는 보도를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뉴스타파)  보도 성과를 축소하거나 명단에 포함된 ‘기업 감싸기’에 급급한 언론이 태반이다.
버진 아일랜드, 쿡아일랜드 등 ‘조세피난처’의 존재가 처음 알려진데다 역외 탈세와 비자금 조성이 의심되는 한국인의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뉴스타파) 보도의 여파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KBS와 MBC의 보도를 보면 (뉴스타파)가 제기한 역외 탈세 의혹과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선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조세피난처’ 2차 명단이 공개된 지난 27일 MBC (뉴스데스크)는 이 소식을 16,17번째로 배치했다. 가수 싸이의 ‘인종차별’ 논란과 ‘자동차 급발진’을 다룬 뉴스에도 밀렸다.
(뉴스타파) 2차 공개 명단 내용에 이어진 ‘조세피난처와 선 긋기…’개인적인 일, 회사와는 무관‘에선 한진해운과 대우·한화그룹의 입장을 상세하기 실었다. “한화그룹은 외국 고객 접대와 해외 부동산 투자를 위해 회사 차원에서 페이퍼 컴퍼니 설립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며 '사적이든 공적이든' 페이퍼컴퍼니가 탈세와 비자금 조성 수법으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세무조사 등 향후 미칠 파장에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기업의 입장을 충실하게 전달했다.


▲ 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타파’ 의 김용진 대표(왼쪽)와 최승호PD가 22일 오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언론노조 대회의실에서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한 국내 인사를 공개하고 있다. ⓒ노컷뉴스

KBS (뉴스9)도 이날 다섯번째로 ‘재벌 오너 등 조세회피처 2차 명단 7명 공개’을 보도하면서 (뉴스타파)가 제기한 의혹보다 거론된 기업의 해명을 싣는 데 중점을 뒀다. 리포트에선 “그룹이 조세 회피처에 서류상의 회사를 만들었다‘는 사실만 알릴뿐 조세회피처에 회사를 설립한 게 왜 문제가 되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설명도 빠뜨렸다. SBS (8뉴스)는 1차 명단이 나온 지난 22일에 이어 27일에도 이 소식을 톱뉴스로 전했다.
(뉴스데스크)와 (뉴스9) 보도에선 (뉴스타파)와의 껄끄러운 관계가 엿보이기도 했다. (뉴스9)는 지난 22일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와 최승호 앵커가 참석한 기자회견을 자료화면으로 쓰면서 최승호 앵커만 나오는 그림을 뉴스에 내보냈다. KBS 탐사보도팀장을 지낸 김용진 대표는 ‘보복인사’논란을 겪다가 지난 2월 KBS에서 나와 (뉴스타파)로 자리를 옮겼다. KBS (뉴스9)는 지난 22일에도 (뉴스타파)라는 명칭을 언급하지 않고 ‘한 인터넷 언론 매체’라고 지칭하며 (뉴스타파)의 ‘주장’이라고 소식을 전달했다.
신문도 방송과 크게 다르지 않다. 명단에 거론된 기업들이 조세회피처에 유령회사를 설립한 경위와 회사를 어떤 목적으로 활용했는지에 대한 추가 취재와 기업의 해명을 반박하는 보도는 거의 없다.
보수신문에선 ‘뉴스타파’ 보도를 폄하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조선일보)는 지난 23일 1차 공개 소식을 보도하면서 (뉴스타파)를 ‘좌파 성향의 독립 인터넷 언론’이라고 소개해 (뉴스타파) 취재진이 불쾌한 심기를 표출하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지난 22일에 이어 27일에도 부제에 한국인 명단을 공개한 주체를 적시하지 않고 ‘인터넷 매체’라고만 표현했다. 경제지들은 (뉴스타파) 보도로 재계에 불똥이 튀진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는 “(뉴스타파) 보도 전에 관련 자료를 공개한 이유는 다른 매체에서 명단에 포함된 기업들이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전후 시기의 내막 등을 함께 취재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후속보도가 적어 아쉽다“며 ”보도 이후 기업들이 내놓는 해명이 타당한지 검증하는 것도 필요한데 (기자들이) 단순히 해명만 받아쓰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그동안 기업을 담당하는 기자들과 매체들이 대부분 홍보성 기사들을 주로 써왔기 때문에 이번 조세피난처 건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기자들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박수선‧최영주 기자 susun@pdjournal.com

2013년 5월 23일 목요일

조선·동아, ‘뉴스타파’ 이름 가리기 ‘급급’


이글은 PD저널 2013-05-23일자 기사 '조선·동아, ‘뉴스타파’ 이름 가리기 ‘급급’'을 퍼왔습니다.
[미디어클리핑] 조세피난처 특종, 독립언론이기에 가능했다

23일자 아침신문들의 1면 머리기사는 온통 대기업 오너들의 재산도피와 탈세를 둘러싼 의혹과 논란으로 가득하다. 한국 재벌들의 부도덕한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아침이다.
이런 풍경은 비영리 독립언론인 (뉴스타파)가 지난 22일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공동 취재한 ‘조세피난처 프로젝트 1차 결과’를 발표한 데서 비롯했다. (뉴스타파)는 이날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의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서류로만 존재하는 유령회사)를 운영해온 한국인은 245명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유령회사 명의로 개설된 해외 은행계좌에서 외화 밀반출이나 탈세 등의 불법행위가 적발될 경우 파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 <경향신문> 5월 23일 1면

(경향신문) 1면 머리기사에 따르면 (뉴스타파)는 22일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인 245명이 해외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 가운데 전 경총 회장인 이수영 OCI 회장 부부와 조중건 전 대한항공 부회장의 부인 이영학씨, 조욱래 DSDL(옛 동성개발) 회장과 장남 조현강씨 등이 포함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뉴스타파)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이수영 OCI 회장과 부인 김경자 OCI 미술관장은 2008년 4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리치몬드 포레스트 매니지먼트’라는 회사를 설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중건 전 대한항공 부회장의 부인 이영학씨는 2007년 6월 버진아일랜드에 유령회사인 ‘카피올라니 홀딩스’를 설립한 것이 확인됐다. 발행주식은 단 1주였다. 조욱래 DSDL 회장과 장남도 2007년 3월 버진아일랜드에 ‘퀵 프로그레스 인베스트먼트’라는 유령회사를 만들었다. 이영학씨와 조욱래 회장은 해외에서 고가의 부동산 거래를 한 내역도 함께 밝혀졌다.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는 “공개한 3명 외에도 다각적 방법을 통해 현재까지 20여명의 신원을 추가 확인했다”며 “특히 245명 중에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재벌 총수와 총수 일가 등 각계의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뉴스타파는 오는 27일 재계 임원 등이 포함된 2차 명단을 발표하고 매주 한두 차례씩 조사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조선·중앙·동아, 조세피난처 특종 ‘뉴스타파’ 이름 가리기 급급?

23일자 아침신문들의 대다수가 (뉴스타파)의 조세피난처 특종을 1면에 배치한 가운데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만이 각각 6면과 2면에 해당 기사를 배치했다. 특히 (동아일보)의 경우 2면에 3단 기사로 해당 소식을 짧게 전했을 뿐으로, 이날 모든 아침신문들이 기사와 사설을 통해 (뉴스타파)의 특종 내용과 함께 대기업 오너 등의 탈세 의혹들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한 것과도 차이가 있었다. 대신 (동아일보)는 22일자 신문 1면 머리기사와 3면 전면을 CJ그룹 비자금 관련 소식으로 채웠다.
(뉴스타파)의 특종임에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제목에서 (뉴스타파)의 이름을 가리는 데 급급한 듯한 모습도 보였다. 먼저 (동아일보)의 경우 기사 본문에선 (뉴스타파)가 공개한 내용이라는 점을 적시하긴 했지만, 부제에선 ‘인터넷 매체’라고 표현했다.
(조선일보)는 (뉴스타파)와 공동 작업을 한 ‘국제탐사보도언론인協 조사’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ICIJ가 자료를 제공한 사실만을 부각시킨 것이다. 하지만 방대한 자료의 분석을 맡았던 것은 (뉴스타파)이며, 왜 ICIJ가 (뉴스타파)를 한국 쪽 파트너로 선택했는지에 대한 의미 등은 전혀 짚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 시절 해직된 PD·기자들이 주축인 (뉴스타파)의 성과를 축소하려는 것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반면 (경향신문)은 2면 기사에서 “(뉴스타파)가 공개한 한국인 명단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 설립을 대행해주는 회사인 ‘포트컬리스 트러스트 넷(PTN)’과 ‘커먼웰스 트러스트(CTL)’의 내부 자료에 담긴 13만여명의 고객 명단과 12만2000여개의 페이퍼컴퍼니 정보를 분석해 작성된 것으로, (뉴스타파)는 지난 4월부터 국제탐사보도협회와 함께 ‘조세피난처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한국 관련 공동취재를 해왔다”고 전했다.
기사에 따르면 (뉴스타파)는 방대한 분량의 자료 분석을 위해 취재진 3명을 미국으로 보내 국제탐사보도협회 인력과 함께 작업을 진행했다. 한 달여간 미국과 한국에서 10여명이 데이터 분석에 매달린 결과 245명의 명단이 추려졌다. (경향신문)은 최승호 (뉴스타파) PD의 말을 인용, “원자료를 가진 국제탐사보도협회 쪽이 장기간 독립적으로 탐사보도에 전념할 수 있는 비영리 언론이라는 점에서 (뉴스타파)를 파트너로 선정했다”고 전했다.


▲ <조선일보> 5월 23일 1면

검찰, CJ 이재현 회장, 이미경 부회장 남매 출국금지

검찰이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이미경 CJ E&M 총괄부회장 남매, 그리고 CJ그룹에서 비자금 관리 업무를 맡았던 전현직 임원 3명 등을 출국금지 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금된 전현직 임원은 비자금을 관리한 것으로 알려진 현직 부사장급 성모 씨, 전직 고위 임원 신모 씨, 전 재무팀장 이모 씨 등이다. (동아일보) 1면 기사다.
기사에 따르면 검찰은 CJ그룹이 홍콩의 스위스계 은행 비밀계좌에 숨겨 둔 해외 비자금을 버진아일랜드 등 조세피난처와 홍콩의 특수목적법인에 투자하는 등 여러 단계의 자금세탁을 거쳐 국내로 들여온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해외비자금 조성과 국내 반입 등 전 과정에 이 회장과 이 회장의 누나인 이 총괄부회장이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 회장이 2008년 거액의 차명 재산이 드러나자 1700억 원가량의 세금을 납부한 것과 관련해서도 그 이전에 고의적으로 세금을 포탈했을 개연성이 높다고 보고 수사하고 있다.

TV조선, 5·18 왜곡 사과 방송은 했지만…

5·18 광주 민주화운동 때 북한군이 대규모로 침투했다는 내용을 방송해 거센 비판을 받았던 (조선일보) 계열의 종합편성채널 TV조선이 해당 방송 내용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하지만 왜곡보도에 대한 진정성 있는 반성보다는 “검증이 필요했던 일”이라며 정당화를 시도해 또 다시 비판받을 여지를 남겼다. (한겨레) 9면 보도다.
기사에 따르면 TV조선 (뉴스쇼 판)은 22일 ‘북한군 침투설’을 내보낸 자사의 시사 프로그램 (장성민의 시사탱크)진행자를 등장시켜 “진실과 거리가 먼 내용이 방영되어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 유족, 관련단체 여러분께 마음의 상처를 드린 데 대해 깊은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장성민의 시사탱크)의 방송내용을 포함해 ‘북한군 침투설’에 대해 6~7개 꼭지를 할애한 대대적인 심층 보도를 내보냈는데, 여기서도 ‘북한군 침투설’이 사실무근의 루머라고 밝혔다. 그러나 애초 사실무근의 낭설을 방송으로 내보낸 것 자체에 대한 반성보다는 “검증이 필요한 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일례로 패널로 출연한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탈북자들 중심으로 퍼진 ‘북한군 개입설’은 황당한 사실무근의 낭설”이라면서도 “그동안 기자, 5·18 희생자, 정부 당국 등 반박했어야 할 사람들이 반박하는 데 충분치 않았다. TV조선이 이 문제를 제기하고 검증에 나선 건 잘한 일”이라고 말했다.

민주 “TV조선-채널A, 5·18 폄훼 프로그램 폐지” 주장

민주당은 종합편성채널 채널A와 TV조선에 ‘5·18 북한군 개입설’을 방송한 프로그램 폐지를 요구했다. 또 인터넷 사이트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 광주 민주화운동 폄훼글을 올린 이용자들을 형사 고소하는 등 법률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12면 기사에 따르면 민주당 5·18 민주화운동 왜곡 대책위원회(위원장 강기정 의원)는 22일 두 종편 방송사를 방문해 “5·18에 대한 역사 왜곡과 날조가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이런 일은 대한민국 국기를 흔드는 일이고 정체성을 부정하는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강 의원은 이날 방문에서 채널A (김광현의 탕탕평평), TV조선 (장성민 시사탱크) 폐지와 프로그램 기획자 및 진행자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 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철저한 심의를 촉구하는 한편 민주당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법적대응 하겠다고 밝혔다.

이경재 “EBS채널 의무재송신, MMS 우선권”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이 22일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가 EBS의 채널을 의무 재전송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MMS)를 허용하면 다른 지상파보다 EBS에 우선권을 주겠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전자신문) 6면 기사다.
기사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이날 EBS 서울 도곡동 본사를 방문해 업무현황 보고를 받은 뒤 이 같이 말했다. 이 위원장은 “사교육 경감에 큰 도움을 주는 EBS 채널들을 의무 전송 하도록 법이나 시행령 개정을 모색해보겠다”며 “학생들이 교육 방송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방통위에서 연구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SO와 위성방송사업자는 공익채널 분야별로 한 개 이상 채널을 의무적으로 송출해야 한다. 법은 한 개 이상이지만, 대부분 유료방송사업자들은 채널 편성에서 분야별 한 개 채널만 의무 송출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EBS가 교과목 부문·수준별로 프로그램을 늘리고 맞춤형 교육을 제공할 수 있게 채널을 확대해야 한다”며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MMS) 방식으로 3~4개 가용 채널이 나오는데, 다른 지상파보다 EBS에게 우선권을 주겠다”고 말했다.
수신료 인상에 대해선 “국가 지원 방송임에도 불구하고 수신료가 지난해 매출액 대비 6.4%밖에 안 된다”며 “현행 2500원에서 70원씩 받고 있는 수신료 비중도 키우고, 수신료 자체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남기 靑 홍보수석 사표수리…후임 언론인 출신 관측

박근혜 대통령은 22일 청와대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사건으로 사의를 표명한 청와대 이남기 홍보수석의 사표를 수리했다. 이 수석이 지난 10일 방미 수행을 마치고 귀국해 물러날 뜻을 밝힌 지 12일 만이다. 새 정부 청와대 수석으로서는 2월18일 임명된 지 94일 만에 ‘1호’로 중도하차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세계일보) 5면 기사다.
기사에 따르면 청와대 김행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이 수석은 정권 출범 초기 멤버였기 때문에 사표 수리에 시간이 좀 걸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수석 사표 수리 후 더 이상의 책임을 묻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 수석이 허태열 비서실장에게 직접 윤 전 대변인의 상급자로서 책임을 져야 하고 (홍보수석직을 수행하지 못한) 업무 공백으로 박 대통령에 부담을 줘선 안 된다며 사표 수리를 거듭 건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호남(전남 영암) 출신에다 39년간 방송 예능분야 프로듀서(PD) 경력을 지닌 이 전 수석은 기자 출신이 주로 맡던 홍보수석에 임명돼 주목을 받았으나 ‘윤창중 사건’ 대응에서 드러났듯 ‘정무감각’ 부재로 낙마를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그런 만큼 후임 홍보수석은 정무감각을 갖춘 중량감 있는 인사가 돼야 한다는 주문이 안팎에서 나온다. 최근 청와대가 중시하겠다고 언명한 ‘평판 검증’을 통과한 언론인 출신 중에서 낙점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4주기 추도식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4주기를 맞아 공식 추도식이 23일 오후 2시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대통령묘역에서 열린다. (한겨레) 6면 기사다.
기사에 따르면 추도식엔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씨와 아들 노건호씨 등 유족을 비롯해, 한명숙·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 문재인 의원, 이병완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참여정부 인사들이 참석한다.
김한길 대표와 전병헌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와 조준호 진보정의당 공동대표 등 야권 인사들과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송영길 인천시장 등 지방자치단체장들도 참석할 예정이다. 여권에선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참석한다.
추도식 사회는 명계남 노무현재단 상임운영위원이 맡는다. 추도식은 애국가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고영구 전 국정원장의 추도사, 추모 영상 상영, 유족 인사말, 추모시 낭송, 참배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추도식은 ‘사람 사는 세상’ 누리집(www.knowhow.or.kr)과 팩트TV를 통해 생중계된다. 


김세옥 기자 kso@pdjournal.com

뉴스타파를 '한 인터넷 언론'이라며 자존심 세운 KBS의 수준


이글은 미디어스 2013-05-22일자 기사 '뉴스타파를 '한 인터넷 언론'이라며 자존심 세운 KBS의 수준'을 퍼왔습니다.
[비평]방송뉴스가 뉴스타파 조세피난처 특종을 다루는 방식의 '쪽팔림'

▲ 뉴스타파 기자회견장에 붙어있던 공고문. 출입이 금지된 언론사 기자들은 기자회견장 밖에서 발을 구르기도 했다고 한다. 오늘 지상파 방송 뉴스를 본 뉴스타파 구성원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지금, 종편의 보도와 지상파의 보도는 얼마나 다른 것일까?

생긴지 1년도 안된 대안언론 뉴스타파. 시청료 받아가며 광고로 수익 챙기는 KBS, MBC, SBS와 같은 공중파에서도 알아내지 못한 특종을 했다. 좋은 기사는 돈이 필요하지만 돈이 좋은 기사를 만들지는 못한다는 방증인 듯.(@doax)
한 트위터리안의 촌평이다. 위 맨션처럼 한국 저널리즘의 역사에 중요한 한 페이지가 넘겨졌다. ‘탐사 저널리즘’을 표방하는 작은 대안 언론 ‘뉴스타파’가 그 어떤 메이저 언론도 해내지 못한 엄청난 특종을 발굴해냈다. 뉴스타파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의 공동취재 를 통해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보이는 245명의 한국인 명단을 공개했다.
발표하자마자 엄청난 파장이 일었다. 22일 오후 2시 뉴스타파의 기자회견 이후 뉴스타파는 오후내내 검색어 순위 1위를 지켰고, 조세피난처 역시 검색어 순위 상위에 오르는 등 오후 내내 관련 소식이 인터넷과 SNS를 도배하다시피 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해직된 언론인들이 주축을 이룬 뉴스타파가 이런 엄청난 '개가'를 올린 상황에 대해 네티즌들은 규모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비판적 문제의식과 성실한 열정으로 세상의 진실을 열어젖힌 언론인들의 의지에 찬사와 경탄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 엄청난 ‘뉴스 이벤트’에 대해 방송 뉴스는 어떠한 보도를 했을까. 뉴스타파 팀은 다른 언론의 인용보도를 위해 특히 의제 장악력이 큰 방송 뉴스 보도를 감안해 세심하게 폭로 방식을 고민한 모습을 보였다. 뉴스타파를 통해 특종 보도를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앞서 ‘기자회견’을 마련해 관련 내용을 공개했다. 언론 경험이 오랜 뉴스타파 구성원들은 방송 뉴스가 군소매체의 보도를 인용 보도해야 하는 상황을 피해주며 기자회견 취재를 통해 독자적으로 뉴스를 구성할 수 있도록 충분히 배려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그리고 그 기자회견장 입구에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TV조선, JTBC, 채널A의 출입을 금합니다’라는 공고문을 붙이기까지 했다.
뉴스타파의 이러한 조치는 이미 앞서 국정권 직원 댓글 사건 특종을 단독 보도했지만, 이후 주요 언론들이 이를 제대로 받아주지 않은 것을 감안한 조치였던 동시에 특종의 성과를 독점하지 않고 여러 매체에 전파해 사건의 파장과 의미를 확산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덧붙여 ‘언론악법’을 통해 탄생한 종편 채널들과 이 채널들을 소유한 보수언론을 원천적으로 정보에서 배제함으로써 자신들의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웅변하며 언론환경의 부조리함을 폭로하는 효과적인 전략이기도 했다.


▲ 뉴스타파를 '한 인터넷 언론 매체'라고 폄훼한 KBS는 그러나 홈페이지 뉴스 화면에서는 뉴스타파의 보도를 대문짝만하게 걸어놨다. 이 괴리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하지만 뉴스타파의 이러한 세심한 배려와 선의에 방송 뉴스는 전혀 부합하지 못했다. 그나마 SBS만이 체면치레를 했을 뿐, 뉴스타파 구성원들을 내쫒은 공영방송 KBS와 MBC는 속된 말로 ‘차려진 밥상도 제대로 받아먹지 못하는 칠푼이’의 모습을 보였다. 방송 뉴스 가운데서는 오직 SBS만 해당 소식을 헤드라인으로 편성하고 2꼭지에 걸쳐 보도했을 뿐, KBS와 MBC는 관련 보도를 한 꼭지로 편성 뉴스 중반부에 배치하는 축소 보도를 택했다. 특히, KBS는 보도에서 아예 뉴스타파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은 채, ‘한 인터넷 언론 매체’라고만 언급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방송 3사는 모두 뉴스타파의 폭로와 이름이 거론된 당사자 및 기업의 해명을 병렬 배치하는 방식의 ‘기계적 형평성’을 기본으로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는 정도의 분석을 덧붙이는 정도의 무난한 보도를 구성했다. 이는 기본적으로 뉴스타파 기자회견에 쏠린 관심의 의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축소된 시각이었다. 다만, SBS의 경우 ‘페이퍼 컴퍼니’의 성격과 활용방법에 대한 별도의 ‘해설보도’를 편성했다. SBS는 ‘조세피난처로 유명한 버진 아일랜드’의 풍경을 배경화면으로 사용하며 앵커 멘트를 통해 “무슨 회사를 세워서 비즈니스 할 분위기가 아니다”며 조세 피난처는 곧 “탈세의 온상”이라는 돌직구를 던졌다. SBS는 이어 “금융실명제가 없고 부동산 실명제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돈에 꼬리표가 붙어있지 않아서 자금세탁이 상대적으로 쉽습니다”는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의 코멘트를 통해 이러한 행위가 어떤 목적을 갖고 진행되는 것인지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 MBC는 상대적으로 뉴스타파가 지목한 조세 회피자들의 해명을 듣는데 주력한 리포트를 선보였다. 뉴스 순서 역시 헤드라인급은 아니었다. 하지만 KBS와 마찬가지로 인터넷 뉴스 화면에선 뉴스타파의 기자회견을 가장 크게 배치했다.

반면, KBS와 MBC의 경우 해설보도는커녕 뉴스타파의 주장과 관련 당사자 및 기업의 해명을 균등하게 배분하며 기술적인 ‘물타기’를 하는데 주력하는 모솝이었다. 편성 순서 역시 뉴스의 가치를 축소하기 위한 의도적 미루기라고 보일 정도였는데, KBS는 8번째, MBC는 6번째에 해당 보도를 배치했다. KBS의 경우 앞서 말했듯 뉴스타파란 이름을 거론하지 않은 채 ‘한 인터넷 언론 매체’라고 지칭해 보도의 신뢰도와 정보의 정확성을 스스로 낮추었고, MBC의 경우 상대적으로 당사자의 해명을 최대한 반영하는 구성으로 문제를 ‘아직 좀 더 두고봐야 하는 것’이라는 뉘앙스로 전달했다.
뉴스 타파의 폭로 내용을 감안했을 때, 방송 뉴스는 응당 ‘조세회피’(tax avoidance)란 무엇이고 ‘조세피난’(tax escape)이란 또 어떤 의미인지를 자세히 분석하며 이러한 행위가 사회 정의의 어떤 측면에서 문제가 되는 것인지를 심층적으로 조명할 필요가 있었다. 또한 뉴스타파의 보도 이전에 이미 한 해외 언론을 통해 최소 800억 이상의 한국 돈이 조세피난처에 투자되었던 상황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집중 분석해야 마땅했다. 그리고 언론 간의 경계가 아닌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더 중요한 가치라고 한다면 당사자들의 해명이 아닌 뉴스타파의 취재 경위를 자세히 취재하고, 향후 이 사건의 전개와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 것인지에 대한 전망을 내놓는 것이 합당했다.


▲ 공영방송의 퇴행이 워낙에 강렬하고 지속적이다보니 상대적으로 SBS의 선전이 자주 돋보이는 형국이 반복되고 있다. SBS는 지상파 방송 뉴스 가운데서는 유일하게 뉴스타파의 기자회견을 헤드라인으로 배치했고, 해설보도를 편성했다.

하지만 방송 뉴스는 이 모든 것을 가뿐히 포기했다. 오로지 이미 떠들썩한 사실은 대중의 관심과 순식간에 집중된 이슈를 아예 외면하긴 힘드니 딱 '면피'만 가능한 수준에서 최소한으로 보도했을 뿐이다.
KBS 출신으로 뉴스타파 팀에 합류한 최경영 기자는 트위터에 취재 후일담을 밝히며 “KBS에선 무려 3팀, 조선, 중앙 등도 직접 국제탐사보도연맹에 찾아갔습니다. 청탁하지 않은 국내 메이저 언론사가 없었단 소식. 그들은 왜 이 작은 신생매체 뉴스타파에 조세피난처의 한국인 정보를 공유했을까요? 믿음은 거대함이나 기득권으로부터 나오진 않나봅니다.”는 맨션을 남겼다. KBS가 국제탐사보도연맹에게 거절당한 이유가 무엇인지는 길게 설명하지 않더라도 22일 KBS 보도를 보면 단박에 알 수 있다. 국제탐사보도연맹은 아마도 ‘국가 보도직 공무원’에 가까워진 KBS 기자들에게 사회의 밑동을 흔들 수 있는 엄청난 ‘팩트’를 줘봤자, 그들이 타당한 언론 행위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지 못했을 것이다.
뉴스타파의 엄청난 특종은 언론이 무엇으로 존재하고, 언론인이 어떻게 기능해야 하는 것인지를 분명하고 정확하게 보여줬다. 그리고 이에 대한 방송 뉴스의 보도는 역설적으로 한국의 언론 환경이 얼마나 단출하고 부실해졌는지를 명징하게 입증했다. 뉴스타파는 앞으로 매주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갖고 있는 이들의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그 일주일마다 이제 방송 뉴스는 무엇을 할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공영방송의 자존심이 뉴스타파를 ‘한 인터넷 언론매체’라고 표기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점이다. 누가 더 사실에 다가섰느냐 혹은 다가서기 위해 노력했느냐에 의해 언론의 존재 이유와 언론인에 대한 평가는 결정된다. 어쩌면 다음 주에는 뉴스타파의 기자회견장 앞에 "KBS, MBC는 제대로 보도하지도 않을 거 '베껴쓰기'나 하든가 말든가' 하는 공고문이 붙을 지도 모르겠다.
한 가지 재밌는 것은 해당 보도를 앞 선에 배치하지 않은 KBS와 MBC가 뉴스 인터넷 화면과 모바일 뉴스 페이지에서는 뉴스타파 관련 리포트를 대문짝만하게 실었단 점이다.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그들도 이 사건의 뉴스 가치가 얼마나 큰 것인지 충분히 알고 있다. 다만, 겸연쩍을 뿐이다. 속된 말로 쪽팔릴 뿐이다. 그러나 공영방송 뉴스가 이 정도 사안을 이 정도로 밖에 보도하지 못하는 상황이야 말로 겸연쩍을 뿐이다. 한국 언론의 쪽팔림은 뉴스타파가 그런 특종을 했다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실력도 없는 공영방송이 그나마 뉴스 가치를 임의로 조율하면 여전히 의제 설정의 ‘갑 질’을 계속 할 수 있다는 수준의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단 점이다.


김완 기자  |  ssamwan@gmail.com

2013년 4월 14일 일요일

국정원 추적 100일 ‘원세훈을 잡아라’


이글은 2913-04-12일자 한겨레신문 기사 '국정원 추적 100일 ‘원세훈을 잡아라’를 퍼왔습니다.

참여연대 회원들이 3월24일 오후 인천공항에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해외도피'를 막기 휘ㅐ 서 있다. 원 전 국정원장은 해외로 출국하려 했으나, 법무부가 출국금지 조처를 내렸다. 인천공항/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토요판/특집]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3개월 취재 뒷이야기
경찰 외면 속 특종의 8할은 ‘정의로운 취재원들’


대선 직전 수서서 기자회견
기자들은 서장 입만 바라봤다
“게시글·댓글 쓴 적 없다”
경찰은 의심스러운 정황은 덮고
밝혀진 사실들엔 침묵했다
불신은 점점 깊어졌다


3개월간의 추적이 시작됐다
실마리를 잡기는 어려웠다
수사팀은 철통보안을 자랑했고
사건 관련자들은 말을 아꼈다
가장 큰 걸림돌은 ‘공포’였다



기자 40여명과 방송카메라 10여대가 김광석 서울 수서경찰서장의 입만 바라보고 있었다. 김 서장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씨가 대선 후보에 대한 비방·지지 게시글이나 댓글을 게재한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한 기자가 물었다. “추가 수사를 통해 중간 수사 결론이 바뀔 가능성이 있나요?”

김 서장은 주저 없이 답했다. “저는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김씨의 하드디스크를 분석한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도 “온갖 방법으로 다 조사했지만 정치 쪽으로 댓글 달거나 올린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17일 오전 9시 김 서장의 기자회견은 전날 밤 기습 발표와 다르지 않았다. 경찰은 이미 12월16일 밤 11시 ‘국가정보원 직원의 대선 여론 조작 의혹’에 대한 중간 수사 결과를 기습적으로 발표했다. 대선 최대 현안 중의 하나로 떠올랐던 ‘국정원 여직원’ 사건에 대한 경찰의 발빠른 대응이었다. 김 서장의 브리핑이 있고서 이틀 뒤인 12월19일, 18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다.

대선이 끝나자 경찰 수사는 조용히 이뤄졌다. 보름이 지나고 올해 1월3일에야 경찰은 다시 한번 국정원 사건의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국정원 직원 김씨가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오늘의 유머’(오유)에서 게시글 추천·반대 활동을 했다. 직접 쓴 글도 있지만 대선·정치·시사와는 무관한 개인적인 내용이다”라고 밝혔다. 국정원 직원이 진보 성향의 누리집(웹사이트)에서 ‘추천·반대’의 의견을 표명했다는 내용이었지만, 정치와 무관하다는 점에서 이전 발표와 다르지 않았다. 경찰은 다시 침묵하기 시작했다. 한달 가까이 어떤 수사 결과도 내놓지 않았다. 국정원도 다르지 않았다. 1월9일 (한겨레)와 ‘5분17초’ 동안의 전화 통화에서 국정원 대변인은 4차례나 김씨가 글을 쓴 적이 없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글을 쓴 건 한 건도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경찰과 국정원의 발표로 인해 ‘국정원 직원’ 사건에 대한 파장은 가라앉기 시작했다. 국정원 직원 김씨가 정치적인 글에 ‘추천·반대의 의견을 개인적으로 표명한 것이 문제가 되느냐’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국정원 사건은 그렇게 진실과 멀어지고 있었다.
싸늘히 식은 ‘캡’의 목소리…동아줄을 붙잡다


대선 이후 국정원 사건에 대한 취재는 쉽지 않았다. 수사팀에서는 한마디도 새어나올 기미가 없었고, 사건 관련자들을 만나기도 어려웠다. 이 와중에 서초경찰서에서는 성추문 검사 사건의 피해여성 사진유출 사건이 배당됐다. 서울 강남·서초·수서경찰서를 출입하는 강남라인 기자들은 더 바빠졌다. 기자들 세계에서 무림의 고수들이 모인다는 강남라인에서 물을 먹는 것은 피할 수 없어 보였다. (조선일보)가 “국정원 김씨가 오늘의 유머 누리집에서 게시글 추천·반대 활동을 했다”고 단독 보도했고, (중앙일보)마저 “김씨의 국정원 업무는 종북성향 글을 추적하는 것이었다”고 보도했다. 캡(사건취재팀 팀장)의 목소리가 싸늘하게 식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어떻게든 만회하려고 안절부절못하며 돌아다니다 우연히 동아줄 하나를 붙잡았다. 국정원 직원 김씨가 쓴 글을 확인할 단서가 생긴 것이다. 취재원 보호를 위해 취재 과정을 구체적으로 드러내긴 어렵다. 다만 밝힐 수 있는 건, 김씨의 글을 보도할 수 있었던 공의 8할이 ‘정의’라는 단어에 고개를 끄덕였던 취재원들 덕분이었다는 점이다. 나머지 2할은 평범한 시민들을 실체도 불확실한 ‘종북’이라고 낙인찍어온 국정원과, 사건의 실체를 숨겨온 경찰의 기여였다.

취재를 하면서도 또 하나 신경 쓰이는 것이 있었다. 국가 최고 정보기관인 국정원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국정원의 전신이 고문과 미행, 도청 등을 자해하던 중앙정보부와 국가안전기획부가 아니던가. 이런 두려움과 철통보안을 뚫고서 건져올린 ‘사실’은 사건의 본질을 바꿔버렸다.

(한겨레)가 국정원 직원 김씨가 쓴 글의 내용을 보도하기 전까지 국정원 직원에 대한 논란은 ‘특정 글을 추천·반대한 것이 공직선거법 위반이냐’에 초점이 맞춰졌다. 경찰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 법률 검토를 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수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질 가능성은 희박해 보였다.

경찰 수뇌부는 이미 사건에 대한 결론을 내린 것처럼 보였다. 김용판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은 ‘김씨의 컴퓨터 분석 결과 혐의를 찾을 수 없었다’는 한밤중 수사 결과 발표를 자신이 주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은 당시 수사 결과를 발표할 때에도 김씨의 의심스러운 활동 정황을 이미 알고 있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김씨의 노트북에서 지워진 메모장 파일 하나를 발견했다. 그 파일을 복원하자 20개의 ‘아이디’와 20개의 ‘닉네임’이 나왔다. 김씨가 노트북에서 열람한 인터넷 검색기록은 31만여건에 달했다. 김씨가 지난해 8월 국정원으로부터 노트북을 지급받았기 때문에 하루에 4000건씩 인터넷 검색을 한 셈이다. 이는 일반인의 한달 인터넷 검색량을 뛰어넘는다.

서울청은 이런 내용을 확인하고도 12월16일 밤 11시 중간 수사 결과 발표를 주도했다. 보도자료의 핵심 내용을 작성한 주체도 수서경찰서가 아닌 서울청이었다. 다음날 오전 수서경찰서장이 기자들 앞에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할 때까지 서울청은 하드디스크에 대한 상세한 분석자료를 수서경찰서에 넘기지 않았다. 하드디스크에서 나온 20개의 아이디와 20개의 닉네임을 수서경찰서가 받게 된 시기는 다시 하루가 지난 18일 오후 4시께였다. 수서경찰서의 줄기찬 요청 끝에 서울청이 분석자료를 보내준 것이다.

경찰은 국정원 여직원이 정치적인 글을 게시하지 않았다고 발표했지만, 의심스러운 정황은 남아 있었다. 단서는 ‘20개씩 발견된 국정원 직원의 아이디와 닉네임’이었다. 경찰이 알려준 것은 이게 전부였다. 국정원 직원이 실제 무슨 아이디와 닉네임을 사용했는지는 직접 밝혀내야 했다.

결국 올해 1월31일 (한겨레) 보도로 김씨가 작성한 91개의 글이 세상에 공개됐다. 대북 업무를 담당하는 국정원 3차장 산하의 심리전단 직원인 김씨가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통령 후보를 비난하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의 금강산 관광 재개 공약을 비판하는 글을 쓴 것 역시 고스란히 드러났다. “김씨가 정치적인 글은 쓴 적이 없다”는 국정원과 경찰의 거짓말이 탄로났다.

보도가 나오자 경찰은 부리나케 기자회견을 열었다. 변명은 궁색했다. 경찰은 1월31일 “게시글이 정치, 시사 등과 관련 없다고 한 것은 그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탓이다. 글도 판단에 따라 대선 관련성이 있다고 볼 수도 있고, 없다고 볼 수도 있다”고 해명했다. 국정원은 김씨의 활동이 “종북세력을 추적하는 국정원 직원의 고유 업무”라고 주장했다.

여론 조작에 참여한 인물은 국정원 직원인 김씨만이 아니었다. (한겨레)가 2월4일 ‘국정원 직원의 아이디 5개를 제3의 인물이 썼다’고 보도하자, 새로운 국면이 시작됐다. 경찰과 국정원은 더 이상 김씨 개인의 행동으로 사건을 무마할 수가 없었다. 이는 곧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대선에 개입했다는 단서이기도 했다.



이씨 찾기 위한 수백번의 클릭


‘제3의 인물’을 찾기 위한 취재 과정은 지난했다. 처음 확인된 것은 제3의 인물 성이 ‘이씨’라는 것뿐이었다. 이씨의 정체는 오리무중이었다. 신분은 물론 나이와 이름조차 확인되는 것이 없었다. 다만 이씨가 국정원 직원 김씨와 유사한 활동을 한 것은 확실했다. 경찰 수사 결과, 이씨가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아이디는 30개가 넘었다. 이 아이디들은 160여개의 게시글을 작성하고 2000회가 넘는 게시글 추천·반대 활동을 하는 데 사용됐다. 국정원 직원 김씨보다 이씨가 더 적극적으로 활동한 셈이다.

단서는 뜻밖의 곳에서 나왔다. 2월8일 (에스비에스)(SBS) 8시 뉴스는 이씨가 머물렀다는 고시원을 찾아 보도했다. 영상에는 ‘고시원’이라고 적힌 간판의 일부만 담겼다. 이 유일한 실마리밖에 붙잡을 게 없었다.

어려울 땐 단순하게 가는 게 좋다. 인터넷에서 ‘고시원’을 검색했다. 서울 시내 등록된 고시원이 3000개 가까이 나왔다. 실제 거리를 볼 수 있는 인터넷 지도 서비스를 이용해 같은 간판이 있는지 하나씩 확인했다. 설 연휴가 이어진 터라 시간은 충분했다. 첫날 400여개를 검색했지만 같은 간판은 없었다. 다음날 취재를 통해 고시원이 강남구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검색 범위를 좁힐 수 있었다. 결국 이틀 만에 방송에서 나온 간판이 달린 고시원을 찾을 수 있었다.

이씨의 구체적인 신원은 국정원 사건을 함께 취재한 최유빈 기자가 밝혀냈다. 최 기자는 며칠 만에 비밀투성이였던 이씨의 나이와 출신 학교를 알아냈고, 2004년 당시 한나라당의 한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운동을 했다는 사실까지 확인했다. 문제는 2004년 이후였다. 10명이 넘는 이씨의 지인들에게 전화를 돌려봤지만, 이씨의 최근 행적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고시 공부를 하던 이씨가 선거운동을 한 뒤 어떤 과정을 통해 김씨를 만났는지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존재로 국정원이 대선 여론 조작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은 더 확실해졌다. 이씨의 정체가 밝혀진 뒤 민주당은 이씨를 국정원 직원 김씨의 공범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씨는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신분이 전환됐다. 경찰의 소환을 피해 잠적했던 이씨는 결국 여론과 경찰 수사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2월22일 수서경찰서에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새로운 정황이 속속 드러났지만, 경찰 수사는 여전히 더디기만 했다. 사건을 수사해왔던 권은희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은 2월4일 서울 송파경찰서로 발령을 받았다. 권 과장은 사건에 관계된 경찰 중 유일하게 믿을 만한 사람이었다. 권 과장은 1월23일 “경찰 역사상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잖아요. 이 사건의 수사기록에는 수사관의 이름이 남습니다. 그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수사할 것입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런데 서울경찰청은 “1년 이상 과장으로 일했던 모든 경찰 간부를 인사이동한다”는 이례적인 방침을 이유로 인사를 강행했다. 경찰 안팎에서는 권 과장을 이번 사건에서 손 떼게 하려고 내놓은 고육책이라는 이야기까지 돌았다.

경찰 수사에 대한 불신은 더욱 깊어졌다. 국정원과 조금이라도 관계있는 사람들을 만나보는 수밖에 없었다. 전·현직 국정원 직원과 국회 정보위원회 관계자 등을 두루 만나 취재를 벌였지만 모두들 국정원에 대한 이야기를 꺼렸다. 현직들은 “회사를 오래 다녀야 한다”는 이유로 접촉 자체를 꺼렸다. 전직들은 “원세훈 원장 취임 이후 현직 직원을 만나는 것이 금지됐다. 동기들마저 만날 수 없다”며 한탄했다. 국회의원도 “질의를 보내면 ‘비밀이다’는 내용만 돌아온다”며 답답해했다. 의미있는 성과는 2월 말에야 나왔다.



‘제3의 인물’ 이씨 찾으려
인터넷 지도 서비스 통해
고시원 수백개 일일이 확인하고
‘원장님 지시 말씀’ 검증에
기자 3명이 매달렸다


고소·고발 이어지는 가운데
조용히 퇴임한 원세훈 전 원장
해외 출국 소식 듣고
밤늦게 그의 집을 찾았다
초인종 눌러도 개만 짖었다
그는 지금 어디에 있는걸까



리트위트로 남은 원장님 지시말씀


원 전 원장이 직접 직원들에게 정치 개입을 지시한 내용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포착했다. 국정원 내부망에 ‘원장님 지시 강조 말씀’(지시말씀)이라는 게시판이 있고 한 달에 한 번꼴로 다양한 지시사항이 올라오는데 이 중 상당수가 ‘부적절한 지시’라는 것이었다.

혼자서 취재를 더 진행하긴 힘들었다. 진선미 민주통합당 의원실과 지시 말씀의 정체를 찾아 나섰다. 자세한 과정을 밝힐 순 없지만 2주간의 노력 끝에 결국 관련 내용을 입수했다. 25개의 지시사항은 정부·여당의 정책을 옹호하고 이를 반대하는 세력을 종북으로 낙인찍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었다.

국정원 직원 김씨가 속한 심리전단이 2010년 보고한 ‘젊은층 우군화 심리전 강화 방안’이라는 문서에 대해 원 전 원장은 “바로 우리 (국정)원이 해야 할 일”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이후인 2011년 11월18일 지시말씀에는 “인터넷 여론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라”는 내용까지 담겨 있었다. 4대강 사업, 세종시 문제, 대통령의 해외 순방 칭송 등 정부 여당을 일방적으로 편들라는 지시 내용도 다수였다. 원 전 원장의 지시말씀은 국정원 직원 김씨가 젊은층들이 자주 모이는 ‘오유’ 등 누리집에서 작성한 글의 주제와 일치했다. 김씨의 게시글이 국정원 차원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점은 한층 더 분명해졌다.

문제는 문서의 진위였다. 검증이 필요했다. 기자 3명이 검증 작업에 매달렸다. 우선 국정원 내부망에 원장님 지시 강조 말씀이라는 게시판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10여명에 이르는 전·현직 국정원 직원들을 통해 게시판의 존재를 확인했다. 또 원 전 원장이 취임한 뒤로 이 게시판이 더 활발하게 사용됐다는 내용도 확인됐다.

이후 ‘지시말씀’에 거론된 내용들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한 가지 확실한 단서를 찾았다. 원 전 원장이 지난해 11월23일 지시한 내용 중 일부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트위터에 올라온 사실이다. 그 글을 쓴 사용자는 이미 탈퇴했지만, 다른 사람이 리트위트를 한 흔적이 남아 꼬리가 밟혔다.

원 전 원장의 지시말씀에는 “최근 IAEA(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이 ‘한국과 같이 자원 없는 나라가 원전 활용하는 것은 현명, 관리도 잘한다’고 호평한 내용을 원전 지역 주민들에게 홍보할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 같은 내용을 거의 똑같이 트위터에 올린 사람 2명이 확인됐다. 하지만 이 발언은 허위였다. 실제 발언을 한 사람은 국제원자력기구가 아니라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사무총장이었다. 원 전 원장이 실수를 한 것이다. 하지만 국정원 직원은 이 실수마저 그대로 옮겨 트위터로 전파했다.

국회에서는 국정원에 질의를 보내 ‘지시말씀’에 거론된 ‘젊은층 우군화 심리전 강화 방안’이라는 문서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문서의 진위가 확인된 이상 보도를 미룰 이유는 없었다. 진 의원실과 협의해 보도 날짜를 잡았다. 그리고 3월18일(한겨레) 1면 머리기사와 두 면에 걸쳐서 ‘지시말씀’이 공개됐다.



원세훈 전 원장집엔 개 한 마리뿐
3월24일 오전 서울 관악구 남현동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집 안에서 개 한마리가 밖을 쳐다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원 전 원장의 지시말씀이 공개되자 파장은 컸다. 지시말씀에서 ‘종북세력’으로 거론된 민주노총과 전교조는 원 전 원장을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했다. 고소 대열에는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시민단체와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도 합류했다.

원 전 원장은 자신에 대한 고소·고발이 이어지던 3월20일 저녁 몇몇 간부만 모아놓은 자리에서 조용히 퇴임식을 열었다. 수사기관이 석달 넘도록 끌어온 국정원 사건의 배후로 그가 지목되는 시점이었다.

3월22일 저녁, 다급한 제보가 왔다. 원 전 원장이 일요일인 3월24일 해외로 출국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미 국정원 안팎에서는 원 전 원장이 퇴임 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원으로 간다는 소식이 널리 퍼져 있는 상황이었다. 금요일 밤 기사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밤 10시께 기사를 마무리하고, 출국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서울 관악구 남현동에 있는 원 전 원장의 집으로 향했다. 불은 모두 꺼져 있었다. 초인종을 눌렀지만 대답은 없었다.

다음날 낮 다시 찾은 원 전 원장의 자택에는 여전히 인기척이 없었다. 10여차례 초인종을 누르고 “잠시만 만나 달라”며 소리도 질러봤지만 개가 대답할 뿐이었다. 진돗개와 수십개의 동작감시센서, 폐회로카메라(CCTV)가 집을 지켰다.

이웃들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해 원 전 원장의 집 수리가 일년 내내 진행됐다고 한다. 국정원 관사를 떠나 집으로 돌아오기 위한 준비로 보였다. 하지만 3월20일 퇴임식이 있기 일주일 전께 이삿짐차가 원 전 원장의 짐을 한가득 싣고 나갔다. 다른 곳으로 거처를 옮겼거나 이미 국외로 나갈 준비를 마친 것이라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남현동 자택에서는 끝내 원 전 원장의 자취를 찾을 수 없었다.

출국 소식이 전해진 뒤 원 전 원장에 대한 여론은 급속도로 나빠졌다. 일부 시민들은 출국을 막아야 한다며 3월24일 직접 인천국제공항에 나가기까지 했다. 여당 안에서도 “전직 국정원장이 퇴임 직후 해외로 출국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결국 법무부는 원 전 원장에 대한 출국금지 조처를 내렸다. 이후 원 전 원장은 지인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미국으로 출국할 의도는 없었다”, “일본으로 잠시 여행을 갈 계획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번도 직접 출국 논란에 대해 해명한 적은 없다. 그리고 지금 어디에 머물고 있는지도 알 수 없다.

100일이 넘는 취재 과정 내내 ‘보이지 않는 손’이 발목을 잡았다. 그만큼 이번 사건의 실체를 감추려는 이들이 많았던 탓이리라 짐작한다. 하지만 진실을 말하고 싶어하는 취재원들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그들은 항상 ‘정보기관의 그림자가 뒤를 따르지 않을까’ 걱정하면서도 앞으로 나아가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이번 사건의 실체가 이만큼 밝혀진 것은 모두 그들의 용기 덕분이었다. 이제 그 용기에 걸맞은 대답이 필요하다. 경찰과 검찰의 몫이 여기 있다. 경찰과 검찰이 진정 국민을 위해 일하는 국민의 ‘공복’이라면.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2012년 11월 19일 월요일

주류 언론, 특종 깔고 뭉개던 시대는 지났다


미국에서 신문사들이 다음날 아침 신문에 실을 기사를 온라인에 먼저 싣게 된 계기는 1998년 1월,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그의 비서 모니카 르윈스키의 불륜 스캔들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온라인에서 기사를 공짜로 읽을 수 있다면 누가 신문을 사보겠나 하는 두려움이 컸다. 그런데 매트 드러지라는 헐리우드 선물가게 점원이 익명의 정보원을 인용해 이 사건을 처음 인터넷에 알렸다. 뉴스위크가 취재를 끝내놓고도 보도하지 않고 있는 사정도 알려졌다. 

“클린턴-르윈스키 사건은 저널리즘 운영의 근본을 변화시켰다. 만약 전통적인 미디어가 어떤 이야기에 대해 보도하지 않으면 로스엔젤레스의 한 아파트에 앉아있는 개인이 할 수 있게 됐다. 독립검사 케네스 스타가 445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의회 웹 사이트에 올렸을 때, 보고서가 배포된 지 48시간 동안 2천만명이 이 보고서를 내려 받아 읽었다. 스타 보고서는 웹에는 하나의 전환점이 됐지만 저널리즘 관점에서는 어려운 과제를 안겨줬다.”

그해 타임은 매트 드러지를 세상을 움직이는 100명 가운데 한 명으로 선정했다. 드러지는 “이제 모뎀을 가진 누구나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추적할 수 있고 또 보도할 수 있다”고 선언했다. “중간자도 빅 브라더도 없다. 그리고 나는 이것이 모든 것을 변화시킨다고 생각한다.” 2003년 5월 드러지 리포트는 하루 640만명이 방문하는 사이트로 성장했다. 그가 이 사이트 운영에 들인 비용은 컴퓨터 한 대와 인터넷 접속 서비스가 전부였다. 

그러나 올드 미디어의 변화는 더뎠다. 뉴욕타임즈 발행인인 아서 설츠버거는 “뉴욕타임즈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첫 번째 신문이 될 필요는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새로운 기술이 기회를 제공할 때 뛰어들 준비만 하고 있으면 된다”면서 “현재로서는 나는 아주 많은 돈을 잃는 많은 방법을 목도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종이신문의 미래가 없다는 건 명확했지만 온라인에서 수익모델 또한 모호하고 암담하긴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엘리엇 킹 미국 로욜라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가 쓴 ‘무료뉴스’는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발전과 저널리즘 양식의 변천사를 시대별로 고찰한 책이다. 킹 교수는 특히 온라인 뉴스가 뉴스 생산과 이용의 민주적인 확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파고든다. 킹 교수는 “언론 자유의 철학의 기본적인 원칙 가운데 하나는 진실이 다양한 의사 표현을 통해 구현된다는 것이고 온라인 저널리즘은 이런 믿음을 시험할 수 있도록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의 상황도 마찬가지지만 아직 이런 믿음이 완전히 구현된 것은 아니다. “주요 뉴스가 온라인을 통해 제공되고 온라인 저널리즘이 이미 공공의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온라인 뉴스의 영향력은 주류 언론의 확성기 역할을 통해 이뤄진다. 아직까지 주류 언론에 의해 선택된 뉴스만 전국적인 이슈가 되는 것이 현실이다. 온라인에 먼저 보도된 뉴스가 확성기 미디어를 통해 알려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사람들이 블로그의 가능성에 주목하기 시작한 건 2001년 9·11 테러 때였다. 전통적인 뉴스 미디어가 24시간 내내 사건을 보도했지만 사람들의 호기심을 모두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했다. 샌프란시스코이그재미너의 칼럼리스트 제프 자비스는 사건이 일어나던 그날 쌍둥이 빌딩의 구덩이 속에 갇혀있었다. 그가 블로그를 개설하자마자 다른 블로거들이 링크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는 “매우 훌륭한 대화에 참여한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고 말했다. 

1999년 100개 미만이던 블로그가 2002년에는 50만 개로 불어났다. 테크노라티에 따르면 2004년에는 7.2초마다 하나의 블로그가 생겨나 하루 1만2000개 씩 늘어났다. 2004년에는 400만 개 이상의 블로그가 생겨났다. 2005년 미군 특수부대 출신의 마이클 욘은 자신의 경험을 글로 쓰기 위해 한달 체류 일정으로 이라크에 건너갔다가 3년을 머물면서 블로그에 자극적이고 생생한 글을 올렸다. 어느 다른 저널리스트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이라크에서 보냈다. 

블로그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주류 언론과 충돌을 빚는 일도 늘어났다. CBS는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베트남 전쟁 기간에 텍사스 방위군에 복무하면서 특별 대우를 받았다는 폭로성 보도를 했는데 보수 성향의 블로그 프리리퍼블릭이 의문을 제기했고 CBS의 앵커 댄 래더를 비난하는 래더게이트닷컴까지 만들어졌다. 결국 CBS가 입수한 문건이 위조된 것으로 드러났고 래더는 책임을 지고 은퇴했다. 

상원의원 트렌트 로트의 인종차별적 발언이 논란이 된 적 있었다. ABC만 이를 잠깐 보도했는데 전직 저널리스트 조지 미카 마셜이 운영하는 블로그 토킹포인츠메모가 이 사건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블로거들은 이 사건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기자들을 비판했고 주류 언론도 비판의 대열에 합류했다. 로트는 결국 사임했다. 블로거들이 가장 먼저 보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야기를 살려내 정치적으로 중요한 결과물을 도출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ABC 기자 출신의 피어 샐린저가 미국 해군이 실수로 여객기를 격추시켰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국방부가 발칵 뒤집혔지만 샐린저는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를 인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CNN도 같은 문건을 확보했지만 보도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블로그 초창기에 명성을 드높였던 드러지 리포트는 이런 확인되지 않은 뉴스를 퍼뜨리는 걸로 악명이 높다. 

킹 교수는 “저널리즘에서 블로그의 풍부한 가능성은 단순히 어떤 주제에 대해 사람들의 의견 교환을 가능하게 하면서 나아가 공공의제를 형성하는 능력을 넘어선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블로거들은 어디에나 존재하기 때문에 단일 뉴스 매체가 발견할 수 없는 전국적인 이슈를 찾아낼 수 있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에 운동 방식을 저널리즘에 적용함으로써 블로그 커뮤니티가 전통적인 뉴스 매체보다 더 나은 보도를 할 수 있었다.” 

“블로고스피어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채널로 부상하면서 많은 학자들은 블로그가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목소리가 지배해 온 라디오 토크 프로그램에 대한 진보진영의 대항마가 될 수 있다고 인식했다. 전통적인 뉴스 미디어와 인터넷이 제공하는 새로운 가능성이 상호 결합된 상태를 반영했다. 인터넷에서는 저널리스트와 전문가, 유명인사, 비평가, 그리고 이용자들에게 얻어낸 취재보도, 정보수집, 개인적인 발언 등을 결합한 새로운 양식이 가능했다.” 

 

공상과학 소설가 마이클 크라이튼의 지적도 흥미롭다. “뉴스는 믿을 수 없고 요란하고 화려하기만 하고 또 품질보증도 없이 판매되고 있다.” 크라이튼이 말하는 주류 언론이 몰락하는 요인은 첫째, 소비자들이 더욱 더 높은 정보의 질을 요구하고 있고, 둘째, 테크놀로지가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인 접근을 제공하고 있으며, 셋째, 전통적인 미디어의 정보 독점이 깨졌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저널리스트가 뉴스를 생산하고 공중이 비용을 지불했다. 그러나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 올드 미디어가 뉴미디어의 콘텐츠와 조직, 비즈니스 모델을 추종하는 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게 킹 교수의 분석이다. 주류 언론의 영향력이 한동안 지속되겠지만 콘텐츠의 혁신과 차별화 없이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거라는 절박한 문제의식이 필요할 때다. 

제프 자비스 미국 뉴욕시립대 언론학과 교수는 이 책의 서문에서 “나는 저널리즘이 더 이상 시장에서 단일한 제품을 생산하는 일부 회사의 독점물은 아닐 거라고 믿는다”면서 “미래의 저널리즘은 다수의 모델 아래 여러 동기들을 가진 다수의 주체들이 결합한 생태계에 기반을 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로운 뉴스 회사는 아주 거대한 뉴스 네트워크를 지원하는 플랫폼으로 그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무료 뉴스 / 엘리엇 킹 지음 / 김대경 옮김 /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이정환 기자 | black@mediatoday.co.kr

2012년 11월 17일 토요일

단독 보도한 MBC… “청와대 눈치보기로 특종 날렸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11-16일자 기사 '단독 보도한 MBC… “청와대 눈치보기로 특종 날렸다”'를 퍼왔습니다.
MB 아들 이시형씨 전세자금 출처 취재하고도 축소 보도

MBC가 이명박 대통령 아들 이시형씨의 또다른 불법증여 의혹이 있는 전세자금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이를 축소보도해 논란이 일고 있다. 
MBC노동조합 민주방송실천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4일 MBC는 (뉴스데스크)를 통해 (특검 '6억 출처' 미궁, 법외수사 논란…남은 의혹들?)라는 리포트에서 "특검팀은 또 시형 씨가 지난 2010년 전세 6억4천만 원에 계약한 강남의 한 아파트를 확인하고 자금 흐름을 추적했다"면서 의혹이 제기된 아파트 현장을 찾아 특검팀이 수사를 했다는 정황을 전했다.
또한 MBC는 "김윤옥 여사의 측근인 설 모 씨가 아파트 전세 계약 무렵 수천만 원을 시형 씨 측에 송금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특검팀은 시형 씨의 전세값 6억여 원도 증여의 성격이 짙다고 보고, 국세청에 과세 통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MBC의 보도는 내곡동 사저와는 다른 이시형씨의 전세자금 출처 의혹을 제기한 것으로 가장 먼저 '단독'으로 보도한 것이다. 민실위는 하지만 최종 기사 송고 과정에서 기사가 수정되고 축소되면서 결국 "정권 눈치에 특종을 날려버렸다"고 지적했다.
민실위에 따르면 해당 기사는 MBC 법조 출입기자가 단독 취재한 것으로 "수사 기간 연장을 두고 청와대와 특검이 충돌한 핵심 이유가 사실은 '대통령 아들의 전세자금 문제' 때문"이라고 보고했다.

지난 14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 화면 캡처.

MBC의 취재 결과, 내곡동 사저 특검에서 이시형씨의 증여세 포탈혐의가 포착됐는데, 이씨의 아파트 전세금 6억4천만원 증여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총 추징세액이 5억원을 넘어 이명박 대통령 일가가 형사처벌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었다. 특히 청와대가 특검 기간 연장을 반대한 이유가 이씨의 전세자금 불법 증여의혹 때문이라면 정권 차원에서 특검의 수사를 방해했다는 비난여론도 예상된다. 뉴스 가치로 볼 때도 충분히 별도의 꼭지로 리포트를 작성하고 '단독 타이틀'를 붙일만 했다.
하지만 오정환 사회1부장은 보고를 받고 '남은 의혹들'이란 제목으로 내곡동 사저 자금 출처 의혹과 묶어 작성하라고 지시했다.
기사에서는 또한 "특검팀이 이 사건과는 관련이 없는 시형 씨의 전셋값 등을 수사한 것으로 확인돼 특검법의 대상을 넘어섰다는 논란도 예상된다", "특검이 내곡동 부지와 무관한 자금 추적으로 특검법의 수사범위를 넘었다는 반발과 논란도 예상된다" 등 철저히 청와대의 입장을 전하는 인상을 주면서 '단독 취재'라는 말을 무색케했다.

특히 최종 기사 직전 예민할 수 있는 단어를 삭제하고 수정한 것으로 드러나 정권 눈치를 본 게 아니냐는 지적도 예상된다.
당초 기사는 "전세자금 6억4천만 원이 청와대에서 나온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돼 있었지만 "전세 6억4천만 원에 계약한 강남의 한 아파트를 확인하고 자금 흐름을 추적했다"고 바뀌었다. 자금 출처가 '청와대'라는 것을 쏙 뺀 것이다. 또한 "김윤옥 여사의 최측근 설 모씨"라는 표현도 "김윤옥 여사의 측근인 설 모씨"로 수정됐다.
민실위는 "설씨(58)는 오랜 세월 김 여사의 수행비서 겸 운전기사로 일해와 김 여사의 비밀을 낱낱이 알고 있는 사람 중 한명으로 꼽힌다"면서 "그러니 '최측근'이란 단어를 굳이 '측근'이라고 바꿀 이유가 없다. 청와대 눈치 보기가 아니라면 말이다"라고 지적했다.
결국 MBC는 가장 먼저 이씨의 전세자금 의혹을 보도하고도 관련 기사를 축소 보도하면서 다른 언론사에 단독 타이틀을 빼았기는 수모를 당했다. 다음날 15일 (시사인)은 단독 타이틀을 달고 "이시형 숨겨진 재산 또 있다"이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6억4천 만원의 출처를 추적하고 청와대의 특검 기간 연장 거부가 이씨의 전세자금 의혹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민실위는 "단독취재라는 타이틀을 리포트 앞에 붙이지도 않았고, 앵커가 단독 보도라고 소개하지도 않았다"며 "특종 기사의 파장을 키우는 방향으로 기사를 작성하고 뉴스를 편집해도 모자랄 판에, 파장을 줄이는데 급급했던 모양새"라고 비판했다. 

미디어오늘은 담당부장인 오정환 사회1부장과 홍보실 등 MBC측에 해당 내용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청했지만 MBC측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재진 기자 | jinpress@mediatoday.co.kr

2012년 8월 18일 토요일

장준하 단신처리… 한겨레 특종이라 안 베껴쓴 건가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8-18일자 기사 '장준하 단신처리… 한겨레 특종이라 안 베껴쓴 건가'를 퍼왔습니다.
[김종철 칼럼] 장준하 타살 의혹과 언론의 직무유기

광복 67주년 기념일인 지난 15일 아침 (한겨레) 신문을 본 사람들이라면 모두가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1면 머리에 ‘장준하 선생 두개골서 6cm 뻥 뚫린 구멍··· 타살 의혹 재점화’라는 기사와 함께 1975년 8월 22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장례식 사진이 크게 실려 있었기 때문이다. ‘유신 맞선 재야 대통령의 죽음··· 37년만에 진실 밝혀질까’라는 기사가 2면 전체를 차지했고, 3면도 관련기사로 도배되어 있었다. 


1975년 8월 17일에 일어난 민주·통일운동가 장준하 선생 의문사는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기에도 진상이 가려지지 않아 ‘역사의 무덤’ 안에서 잠자고 있었다. 이번에 고인의 유해를 이장하는 과정에서 서울대 의대 법의학과 이윤성 교수가 유골을 검증한 결과 둔기로 두개골을 타격 당해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8월 17일 장준하기념사업회가 공개한 그의 두개골 사진은 참으로 끔찍했다. 누가 보아도 산길에서 발을 헛디뎌 추락한 사람의 머리뼈라고 볼 수는 없었다. 


37년만에 ‘타살 의혹’을 결정적으로 뒷받침하는 물증이 드러난 이상 언론은 마땅히 심층취재를 통해 신속한 보도를 해야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을 앞두고 독도를 방문하는가 하면 8월 15일 ‘경축사’에서 일본의 과거 잘못에 대해 사과를 요구한 것을 신문과 방송이 크게 보도하는 일이야 논란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고 치자. 그러나 ‘장준하 타살 의혹’은 긴 안목으로 보면, 정치적 곤경에 빠진 ‘레임덕 대통령’의 일회성 이벤트에 비하면 훨씬 중대한 문제였다. 


‘장준하 타살 의혹’을 단독으로 보도한 한겨레 기사가 나온 뒤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거의 모든 신문과 방송은 직무유기를 저지르거나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다. 그 실태를 짚어보기로 하자.(이하는 각 언론사의 공식 누리집에 실린 자료이다)


조선일보사는 한겨레 기사가 나간 뒤인 8월 15일 오후에 (조선닷컴)을 통해 ‘장준하 타살 의혹 재점화’에 관한 기사 2건을 내보냈다. 17일에는 종이신문 2면에 2단으로 ‘유골 사진’을 실었다. 중앙일보사는 8월 15일 정오 조금 지나 ‘타살 의혹 재점화’ 기사를 (조인스닷컴)에 실었다. 동아일보는 17일자 a8면에 ‘장준하 선생 타살 의혹···사실 땐 박 물러나야’라는 기사를 3단으로 올렸다. 경향신문은 16일자 12면에 2단으로 ‘타살 의혹’ 기사를 내보낸 뒤 17일자 2면에 두개골 사진을 실었다. 다른 신문과 다른 점은 17일자에 ‘장준하 선생 타살 의혹 정부가 재조사해야’라는 제목의 사설을 내보낸 것이었다. 한국일보는 17일자 10면에 ‘장준하 선생 유골 사진·소견서’라는 제목의 3단 기사와 함께 두개골 사진을 조그맣게 실었다.


방송도 신문과 마찬가지로 이 사건을 주요뉴스로 다루지 않았다. KBS는 8월 17일 오전 11시56분에 ‘민주, 고 장준하 선생 사망원인 규명 촉구’를, 오후 1시 7분에 ‘고 장준하 선생 추모공원 제막···타살 의혹 제기’를 올린 것으로 되어 있다. MBC는 16일 저녁 5시 뉴스에서 ‘민주, 고 장준하 의문사 진상조사위 구성’을 내보낸 뒤 17일 오전 11시 5분에 ‘민주당 장준하 진상조사위원회 설치’를 방송한 것으로 나와 있다. SBS는 16일 오후 3시5분, 17일 낮 12시 37분, 17일 오후 3시23분에 민주당의 진상조사위 구성, 박근혜에 대한 공세, 그리고 ‘유골 사진과 검사소견서 공개’를 각각 올린 것으로 되어 있다. YTN은 16일 오후 5시41분에 ‘민주, 고 장준하 의문사 진상조사위 구성’을, 17일 오전 2시8분에 같은 기사를 다시 내보냈다. 


위의 자료에서 명확히 드러나는 것은 한겨레 말고 거의 모든 신문과 방송이 ‘장준하 타살 의혹’을 단신(短信)처럼, 또는 시간이 흐르면 잊혀질 사건처럼 다루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언론인은 물론이고 보통사람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문제는 오는 12월 19일의 대통령선거 때까지만이 아니라 그 이후에도, 진상이 밝혀지기까지 아주 민감한 사안으로 존속할 것이기 때문이다. 


장준하가 실족사 했는지, 아니면 타살 당했는지를 가려내는 작업은 1961년부터 1979년까지 18년 동안 국정 운영을 맡은 박정희의 행적을 바르게 평가하고, 그 시기에 청와대에서 5년이 넘게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공식으로 했던 박근혜가 대통령이 될 자격이 있는가를 판단하는 데 필수적인 일이다. 


장준하선생기념사업회가 발표한 ‘유골 검증 결과’를 보면 그의 죽음은 결코 실족사가 아니라는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그와 함께 야당에서 일한 인연이 있는 김용환이라는 사람이 몇 해만에 ‘버스 안에서 장준하 선생을 만나 산행에 동행하면서’ 40여 명의 일행을 제쳐두고 단 둘이 험한 봉우리를 오르게 된 사연은 무엇일까? ‘고도의 특수기술을 가진 복수의 전문가들’이 그에게 치명상을 가한 뒤 죽음을 확인하고 암벽에 버렸다는 해묵은 추리에 대해 민주통합당이 자체 조사로 결론을 내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것이 공권력의 범행이든 아니든, 정부와 새누리당은 마땅히 진상을 밝히는 일에 협조해야 마땅하다. 그 결과 당시 사건에 정보기관의 개입이나 특수기관의 가담이 없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좋은 일이고 대선에 나설 박근혜 후보에게도 바람직한 현상이 될 것이다. 


나는 이번에 ‘장준하 타살 의혹’에 관한 언론의 직무유기를 보면서 그 원인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첫째, 선의로 보면 진보 또는 중도를 표방하는 신문들은 경쟁상대인 한겨레가 대대적으로 독점보도를 한 이 사건을 ‘받아쓰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언론사의 편집·제작 간부들은 물론이고 일선 기자들은 다른 매체의 ‘특종’을 따라가기를 생리적으로 싫어한다. 패배의식과 자존심 때문이다. 그러나 1972년에 일어난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에서 보았듯이, 워싱턴포스트의 봅 우드워드와 칼 번스틴이 ‘딥 스로트’의 제보를 받아 터뜨린 독점기사를 받지 않고 미적거리던 매체들은 대통령 닉슨의 사퇴를 부르기까지 한 그 심각한 사건을 나중에 허겁지겁 따라가느라고 진땀을 흘렸다. 이번의 ‘장준하 타살 의혹’이 ‘타살 확실’로 드러나는 사태가 벌어지면 처음부터 어정쩡한 자세를 보이던 언론은 어떻게 해야 할까?


둘째, ‘장준하 타살 의혹’을 단신으로 다루는 보수신문들과 ‘관영화한 상업방송’인 KBS와 MBC, 실질적으로 관영방송의 성격이 짙은 YTN의 경영진은 현재 집권세력뿐 아니라 그들이 지지하는 ‘미래권력’에 불리한 사실은 아예 묵살하거나 축소하는 것을 철칙처럼 지키고 있다. 이것은 장기 파업을 끝내고 일터로 돌아간 세 방송사의 노조원들이 쉽사리 넘어설 수 없는 철옹성이나 마찬가지이다. 


셋째, 자유언론과 공정방송은 특출한 개인의 힘으로 이루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확고한 의지를 가진 언론인들이 조직을 바탕으로 우애를 다지면서 끈질기게 싸워야만 성취할 수 있는 막중한 과업이다. 

김종철·언론인(전 연합뉴스 사장) | cckim99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