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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9일 목요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흐름에 역행하는 총액인건비제...문제는?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3-05-08일자 기사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흐름에 역행하는 총액인건비제...문제는?'을 퍼왔습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요구.ⓒ뉴시스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의 역할이 커짐에 따라 공공부문의 고용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마련한 총액인건비제가 오히려 공공부문의 인력 고용 과정에서 여러가지 부작용을 낳고 있어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총액인건비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인건비 총액 안에서 조직 정원 관리와 인건비 배분을 기관 특성에 맞게 운영하도록 각 기관에 조직.보수.예산 상의 자율권을 부여하고 기관별 특성을 살려 성과 중심으로 조직을 운영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이는 안전행정부 소관이며 대통령령으로 규정돼 있다.

도입 취지만 보면 합리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면밀히 따져보면 2007년부터 각급 지자체와 공공기관에서 추진되고 있는 공공부문 고용 안정화 계획에 역행하고 있는 제도라는 점이 확연히 드러난다.

공공부문 일자리 늘리면 비정규직으로 환산되는 이상한 구조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한 지난 2010년 이후 각급 지자체는 서울시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흐름에 자극받은 듯 대대적인 비정규직 전환 계획을 내놓고 있지만 실제로는 계획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달 노동부가 발표한 2012년 공공부문 비정규직 실태조사에 따르면 당초 목표로 했던 2만2천914명의 96.3%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으나, 전체 고용인원 중 6.3%를 차지하고 있는 간접고용 노동자는 대부분 제외됐다. 이에 따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지 않은 비정규직은 25만여명이나 됐다.

또 전체 고용인원 중 50%도 못 미치는 인원을 전환하거나 아예 한명도 전환하지 않은 곳이 중앙행정기관 3곳, 지자체 36곳, 공공기관 55곳, 교육기관 5곳에 달했다.

이처럼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방침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공공부문 인력 고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총액인건비제라는 정부 규정 때문이다. 

경기도는 이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대표적인 지자체 중 하나다. 지난해 비정규직 정규직화 비율이 낮았던 지자체 중 한 곳인 경기도의 경우 직접고용 비정규직 456명 중 30명, 26개 산하기관 비정규직 593명 중 114명에 불과했다. 

경기도청에서 무기계약.기간제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기획담당관실 관계자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때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국고보조사업에 종사하는 무기계약직의 경우 국비보조가 끊기면 인건비로 지출하는 예산이 막혀버린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총액인건비제도다. 총액인건비가 정해져 있는데 무기계약직을 늘리게 되면 총액인건비를 초과하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 많다"고 말했다. 총액인건비제를 초과할 경우 해당 지자체는 이듬해 총액인건비 산정에 불이익을 받는다.

이 관계자는 "경기도의 경우 생활폐기물 처리 등 대규모 상시 인력이 필요한 영역이 대부분 기초단체가 관장하기 때문에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이 많지 않다"고 했으나, 정작 기초단체들은 지난해 무기계약직 전환 계획을 내지 않거나 10명 내외 전환 계획을 밝히는 데 그쳤다. 그나마 성남시는 정규직 전환 대상 123명 중 122명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켜 99%의 목표 달성률을 보였다.

총액인건비제는 또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종진 연구위원은 "안행위에서 할당된 총액인건비 내에서 무기계약직 전환 비용을 활용해야 하는데, 제도적으로 기간제 계약직이나 간접고용은 총액인건비 T.O(정원)에 안 잡혀 있다"며 "그렇게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기간제나 간접고용으로 필요한 인력을 활용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올해 경기도에 총액인건비로 100억원이 책정돼 있고, 고용된 인력에 들어가는 인건비가 98억원일 경우 나머지 2억원을 무기계약직 전환 예산으로 사용할 수 있다. 만약 경기도가 추가로 필요한 인력에 대한 비용이 10억원이라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수 있는 총액인건비 2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인건비 8억원에 해당하는 인력을 비정규직으로 고용한다.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구호가 자칫 비정규직 양산의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는 셈이다. 

김 위원은 "우리나라 공공부문은 1990년대 이후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으로 구조조정과 효율화 방침에 의해 다양한 업무들이 민간위탁이라는 형태로 외주화됐다"며 "이로 인해 주로 청소, 경비, 식당 조리배식 등 업무는 파견용역과 같은 간접고용으로 활용됐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구조는 곧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 문제로 연결된다. 지자체와 공공기관은 간접고용을 할 경우 하청업체의 이윤과 일반관리비, 부가가치세 등 순용역원가가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비용절감 효과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는 그만큼 간접고용에 따른 인건비가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소하고자 정부 관계부처들은 지난 1월 총액인건비와 무관하게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합동 지침을 마련했다. 하지만 지자체별 의지에 따라 이 같은 지침에 대한 인식 정도가 다르다. 말 그대로 지침에 불과해 법적 강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홍연아 통합진보당 경기도의원은 "서울시 같은 경우는 적극적으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적극적으로 하면 일단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지침의 시한이 명확하지 않고 법제화되어 있지 않아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무원 정원과 충돌...결국 무기계약직 전환에 소극적일 수밖에

지자체의 경우 총액인건비제가 비정규직의 무기계약직 전환과 공무원 정원이 충돌하는 요인이라는 점도 공공부문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방침에 소극적인 이유다.

공무원보수규정에 따르면 안행부에서 하달되는 총액인건비에 공무원 인건비와 무기계약근로자 보수가 함께 포함돼 있어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때 드는 비용 만큼 공무원 인건비나 무기계약직 보수에 영향을 미친다. 무기계약직 보수를 기존 대로 유지하려고 하면 공무원의 인원이 감축되고, 공무원 정원을 유지하려고 하면 무기계약직 보수를 대폭 감축해야 하는 딜레마가 생기는 것이다.

이에 따른 부작용의 대표적 사례가 경상남도 진주시 방문간호사 사태다. 정부가 지난해 말 지방자치단체에 공문을 보내 방문간호사는 무기계약 전환 대상이라고 밝혔으나, 진주시는 총액인건비제를 이유로 방문간호사 13명에 대해 계약만료 통보를 했다.

당시 경남도 보건행정과 관계자는 "행정안전부의 '총액인건비 제도 '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데 주요 걸림돌"이라며 "무기계약직 근로자가 늘면 그만큼 공무원 정원은 준다. 일반직 공무원과 달리 이들은 한시적이거나 한정적인 업무만 맡아 이들이 늘어나면 인력 운용을 하기 곤란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시의 경우 상황이 조금 다르다. 총액인건비제의 부작용을 우려해 안행부에서 책정하는 총액인건비에 따른 기준 인력보다 적은 인력을 배치해놓고 무기계약직을 적시에 배치하는 방법을 이용하고 있다.

서울시 기획조정실 조직기획팀 관계자는 "서울시 같은 경우 안행부에서 잡아준 총액인건비에 어느 정도 여유를 둔다. 그렇지 않고 총액을 꽉 채워서 인력을 배치해놓으면 향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시의회에 의견을 내 매년 조례를 통해 행안부에서 잡아준 기준 인력보다 낮게 정원을 재조정한다"고 말했다.

결국 총액인건비제로 인해 발생되는 부작용들은 개선된 지침의 법적 강제성 여부나, 해당 지자체나 공공기관의 의지에 따라 충분히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홍 의원은 "무기직 전환시 총액인건비 부담이 없도록 한 정부 지침이 법제화되면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는 문제들"이라며 "국회 논의를 통해 제도화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경훈 기자 qwereer@vop.co.kr

2012년 10월 26일 금요일

“공공부문 노동자 5만여명 파업, 반노동정책 끝내겠다”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10-25일자 기사 '“공공부문 노동자 5만여명 파업, 반노동정책 끝내겠다”'를 퍼왔습니다.
철도노조 등 31일 총궐기 시작, 내달 9일부터 전면파업

철도, 가스 등 공공부문 노동자 5만여명이 전면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공공운수노조·연맹은 25일 오전11시 서울 중구 정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15층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민영화저지, 획일적인 노동조건에 대한 지침폐지와 개정, 비정규직 처우개선과 정규직화를 목적으로 10월말부터 11월초에 걸쳐 전면파업 등 총궐기 투쟁을 벌인다고 밝혔다.

이들은 "공공부문은 정부의 통제를 직접 받는 부문으로 이명박 정권시기 정부의 반(反)노동 정책에 직접적인 희생자가 됐다"면서 "정부는 '공공기관 선진화'라는 명목으로, 공공성을 훼손하는 민영화를 확대하고 비정규직을 증가시켰으며 노조파괴를 위해 단체교섭에 개입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은 "이명박 정부는 임기가 끝나가는 마당인데도 이런 정책을 중단하거나 반성할 의지가 없다"며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이명박 정권의 반노동정책, 반공공성정책을 심판하고 차기정부의 공공부문에 요구하는 총궐기·전면파업 투쟁에 돌입한다"고 전했다.

공공부문 노동자 5만여명, 해고자복직과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 두고 '총궐기투쟁' 돌입

ⓒ민중의소리 공공운수노조·연맹은 25일 오전11시 서울 중구 정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15층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면파업 등 총궐기 투쟁에 돌입하겟다고 밝혔다.

공공운수노조·연맹의 총궐기·전면파업 투쟁에는 산하 조직인 철도본부(전국철도노조), 전국사회보험지부, 국민연금지부, 한국가스공사지부, 전회련학교비정규직본부 등에서 5만1천여명이 참여할 계획이다. 

전국철도노조는 현재 수서발 KTX 민영화 저지, 철도역 및 차량 기지 환수 등 중단,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에 따른 5천115명 정원감축 원상회복 등을 쟁점으로 정부와 대립하고 있다. 이들은 27일 1차 경고파업을 시작해 31일 2차 경고파업, 내달 3일 3차 경고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며, 이 과정에서 성과가 없다면 내달 9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전국사회보험지부와 국민연금지부는 의료민영화저지, 사회보험 국고지원 통한 수급권 확대, 정년차별 철폐, 실질임금 쟁취 등을 요구하고 있으며 오는 31일부터 전면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한국가스공사지부는 현재 가스산업의 공공성 사수·민영화 저지, 축소된 복지제도 복원 등을 주장하고 있으며, 오는 31일 1차파업 후 전면파업 진행 여부를 검토중이다.

전회련학교비정규직본부는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를 꾸려 24일부터 국회 앞에서 단식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호봉제 실시, 교육공무직으로 정규직화, 교육감·교과부장관 교섭 참여 등을 요구하고 있으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내달 9일 전면파업에 들어가겠다고 전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해고자복직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을 주장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 지난달 기획재정부와 두차례에 걸쳐 논의했지만 뚜렷한 대책을 얻지 못했고 현재 기재부 장관과의 면담을 요청한 뒤 답을 기다리고 있다.

"공공부문 노동자 노조는 있지만 교섭내용은 전혀 없어"

ⓒ민중의소리 공공운수노조·연맹은 25일 오전11시 서울 중구 정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15층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면파업 등 총궐기 투쟁에 돌입하겟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상무 공공운수노조·연맹 위원장은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경우 정부가 일방적으로 예산편성지침에 따라 모든게 결정되기 때문에 노조가 있지만 임금 교섭내용이 없다"면서 "그런 과정을 수년간 경과하면서 288개 공공기관에 임금 양극화가 심화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정부는 일률적으로 동결 인상 말하지만 각 기관마다 차이가 발생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만드는게 공공운수의 요구"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의 일방적 예산편성지침이라는 것이 공공기관에 악영향을 끼치고 잘못된 것이라는 걸 파업을 통해 알리고 바꿔낼 것"이라며 "이 기회를 통해 공공기관을 제대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양성윤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 가장 어려운 곳이 노동부분이었다. 임기말까지 철도 민영화하고 인천공항 민영화하려고 얼마나 노력하고 있냐"면서 "(이번 투쟁으로)공공노동자가 중심이 되서 사회적 권리 되찾아 새로운 반격의 계기를 삼자. 민주노총 80만 조합원들은 공공노동자들과 함께하는 투쟁을 힘있게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공운수노조·연맹의 10월말~11월초 총궐기투쟁에는 보건의료노조 근로복지공단 의료지부, 한국노총 공공연맹 산하 국민건강보험 직작노조, 근로복지공단노조, 기업별노조인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노조,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전국여성노조 등도 합류해 예정된 인원인 5만여명을 훨씬 웃돌것으로 보인다.

공공운수노조‧연맹은 이날 기자회견 이후로 조직별 투쟁에 돌입하며 오는 31일 여의도에서 '2013년 예산편성지침 요구안 쟁취! 대정부교섭쟁취! 사회공공성강화!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동자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파업에 돌입하지 않은 공공기관 노조도 참가할 예정이며, 공공운수노조‧연맹은 각 대선후보들에게 참석을 요청한 상태다. 

ⓒ민중의소리 공공운수노조·연맹은 25일 오전11시 서울 중구 정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15층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면파업 등 총궐기 투쟁에 돌입하겟다고 밝혔다.

ⓒ민중의소리 공공운수노조·연맹은 25일 오전11시 서울 중구 정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15층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면파업 등 총궐기 투쟁에 돌입하겟다고 밝혔다.

전지혜 기자 creamb@hanmail.net

2012년 9월 30일 일요일

추석 맞은 우체국 비정규직 "15년차 임금 알바생 수준"


이글은 프레시안 2012-09-29일자 기사 '추석 맞은 우체국 비정규직 "15년차 임금 알바생 수준"'을 퍼왔습니다.
정부·정치권, 공공부문 비정규직 처우 개선안 내놨지만…

추석을 닷새 앞둔 25일 아침 서울 광진구 동서울우편집중국에서 만난 송찬수(가명) 씨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밤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밤샘노동을 하는 송 씨는 명절 때 가장 바쁘다. 과일상자와 추석선물세트 등이 쌓여있는 작업장을 두고 그는 "그나마 어제 밤새 일해서 물량이 많이 빠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작업장 뒤편에는 아직 분류되지 않은 택배가 가득했다.

송 씨는 지식경제부 산하기관인 우정사업본부(우체국) 소속 비정규직이다. 400~500㎏에 달하는 소포를 얹은 화물수레를 끌어 나르는 일을 한다. 한 번에 두 개씩 1톤 무게의 수레를 하루 100여 차례 나르다보니 몸 성할 날이 없다. 명절 때는 12~14시간까지 일하지만 그는 정규직이 받는 명절 상여금도 받지 못한다.

공공기관 비정규직이라고 해서 근무조건이 사기업보다 나은 편은 아니다. 이들은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거나 그보다 더 힘든 업무를 떠맡고도 정규직의 절반도 안 되는 임금을 받는다. 우편집중국에서 일하는 노동자 대부분이 40~50대로 생애주기에서 가장 돈이 많이 필요한 연령층이지만, 비정규직이 받는 월급은 주간조의 경우 80~90여만 원, 야간조는 1.5배인 120~130여만 원으로 최저임금 수준이다. (☞관련 기사 : "500kg 우편물 하루 150번 실어나른 대가가 130만 원") 

▲ 추석을 앞둔 동서울우편집중국. 우편집중국에서는 택배와 우편물을 분류한 뒤 전국 각지로 배송하는 작업이 이뤄진다. 전날 밤부터 다음날 오전까지 밤샘노동을 한 송찬수 씨는 "그나마 어제 밤새 일해서 물량이 많이 빠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프레시안

"공공부문이 노비 양산했다" 

'질 낮은 일자리'를 만드는 데는 공공부문도 예외가 아니었다. IMF 사태 이후 우정사업본부는 정년퇴직과 정리해고 등으로 감소하거나 새로 필요한 일자리 수요를 비정규직이나 특수고용직 등으로 채웠다. 그 결과 동서울우편집중국에서 관리직(행정공무원)을 제외한 노동자 570여 명 가운데 비정규직은 420여 명으로 74%에 달한다. 이들은 임금, 휴게시간, 복리후생 등에서 정규직보다 차별받는다.

동서울우편집중국에서 13년째 최저임금 남짓한 금액을 받고 비정규직으로 일한 김진숙 씨는 "예전에는 밑바닥에서 시작해서 정규직이 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지만, IMF 이후로 한 번 비정규직은 영원한 비정규직"이라고 체념했다.



"우리끼리 농담으로 이런 말을 해요. 여기에는 세 계급이 있다. 양반(행정공무원), 중인(정규직), 노비(비정규직)."

"우체국 무기계약직, 20년차여도 알바와 임금 비슷"

김 씨를 비롯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처음부터 체념만 했던 것은 아니다. 2007년부터 2년 이상 일한 계약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한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다. 2007년부터 우정사업본부가 법을 이행하며 2년 이상 일한 비정규직 6177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을 때 이들은 처우 향상에 대한 일말의 기대감을 가졌다. 현재 동서울우편집중국에는 전체 비정규직 가운데 무기계약직이 65%에 달한다.

지난 1월에는 고용노동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고 이들의 처우를 개선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당시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은 안양우편집중국을 방문한 뒤 "공공부문이 먼저 나서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시정하겠다"며 "공공부문에서 분위기를 조성하면 민간기업 비정규직의 처우도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간제법 그러나 무기계약직 전환 5년, 노동부 발표 후 7개월이 지난 현재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 무기계약직 6년차인 김 씨는 "무기계약직은 무늬만 정규직이지 2년차이든 15년차이든 여전히 아르바이트생 수준의 기본급을 받고 있다"며 "차이라고는 6개월, 1년마다 계약 갱신을 하지 않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무기계약직은 '무기한 비정규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그래서인지 우편집중국에는 '단기 아르바이트생'은 있어도 젊은 직원은 드물다. 김 씨는 "여기서 일하는 절반 이상이 50대로 물러날 데가 없는 사람들"이라며 "젊은 아르바이트생이 오면 젊었을 때 다른 좋은 직장에 취직하라고 권한다"고 씁쓸해했다.

그는 "여긴 2년차나 20년차나 근속수당이 없어서 희망이 없다"며 "우리가 왜 최저임금만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프레시안(김윤나영)

"처우 낮출 땐 '공무원 규정' 적용, 처우 개선은 '비정규직이라 안 돼'"

정치권에서도 '공공부문 비정규직 철폐' 공약을 앞다퉈 내놓았지만 막상 당사자들은 냉소적이다. 앞서 새누리당은 2015년까지 공공부문의 상시업무에서 비정규직을 전부 정규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안을 19대 총선공약으로 내걸었다. 민주통합당은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뿐만 아니라 '기간제법 사용사유 제한'을 통해 2017년까지 비정규직 비율을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이미 65%가 현행법에 따라 무기계약직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은 어떨까. 2년차 비정규직인 이기범(가명) 씨는 "우리는 공무원이 아닌데도 우정사업본부는 임금을 깎는 등 처우를 낮출 때는 '공무원 규정에 의거'한다면서 처우 개선은 비정규직이라서 안 된다는 식"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예전에는 연장근로를 10분이라도 하면 1시간 시급을 줬는데, 최근에는 30분 시급인 2500여 원만 준다"며 "우편집중국에 이유를 물었더니 '공무원 보수 규정에 의거해서'라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 고용노동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의 일환으로 우정사업본부가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도 30만 원짜리 복지포인트를 지급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우정사업본부는 비정규직을 '우체국 실손형보험'에 강제로 가입시키고 민간 실손보험에 가입한 비정규직은 13만5000원짜리, 가입하지 않은 비정규직은 6만5000원의 보험료를 차감한 금액을 복지포인트로 지급했다. 비정규직은 "우체국 영업실적을 올리기 위해 벼룩의 간을 빼먹는다"고 반발했지만, 당시 우정사업본부는 "정규직인 공무원의 기준에 준해서"라고 해명했다.

지난해 8월 비정규직노조인 '공공운수노조 전국우편지부'를 만든 이들은 "정규직과 달리 비정규직 가운데는 식사시간이 정해지지 않은 경우도, 물 한 모금 마실 시간이 없는 경우도 있다"며 비정규직의 인권문제를 알리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어릴 때 학교에서 편지를 배달하면 '우체부 아저씨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라고 배우잖아요. 전국의 우편 비정규직 노동자 1만 명이 얼마나 참담한 노동과정을 거치는지 알리고 싶습니다."

  /김윤나영 기자

2012년 7월 26일 목요일

재벌을 위한 공공부문 민영화, 브레이크를 걸자


이글은 프레시안 2012-07-26일자 기사 '재벌을 위한 공공부문 민영화, 브레이크를 걸자'를 퍼왓습니다.
[누구를 위한 민영화인가·下] 공공서비스 기본법 제정을 제안한다

임기 말을 맞은 이명박 정부가 논란이 되어온 공공부문 민영화를 끝까지 밀어붙이고 있다. 의료민영화 정책에 이어, 정부는 '경쟁도입'이라는 명분으로 KTX(철도)·가스·공항·면세점, 안전성평가와 KS인증등 민영화 정책 목록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이에 반대하는 여론도 커지고 있다. 공공운수노조는 최근 추진 중인 공공부문 민영화의 성격을 살펴보고 노조와사회운동이 제시하는 대안을 소개한다.  

정부는 왜 민영화를 추진하는가?

최근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있다. "도대체 왜 민영화를 한다고 합니까? 민간이 하면 효율적이거나 무슨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것 아닐까요?"

공공적인 투자가 필요한 이유는 초기 투자비가 크고, 장기투자가 필요하며, 단시간에 이윤을 남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가자본, 즉 국민의 혈세를 투여할 수밖에 없는 것이 공공부문이다. 철도, 항공, 항만, 도로, 가스, 전력 등 국가기간산업-산업발전을 위해 급속히 국가자본에 의해 구축되어야만 했던 인프라-에 지난 수십 년 동안 막대한 국민 혈세가 투입되었다.

삼성이 제 아무리 큰 기업이라 해도, 한전과 철도 등의 자산을 한꺼번에 매입할 수 없고, 운영할 능력도 없다. 잘나간다 하는 재벌기업 혹은 초국적 자본이라도 공항 일부를 매입하거나 공항의 운영권을 탐낼 수는 있어도 공항 인프라 전반을 소유할 수 없고, 필요도 없다. 한전의 송·변전망, 철도의 하류부문인 레일, 가스의 인수기지와 주배관망 등은 그 자체로는 이윤을 남기지 않는다.

그런데 장기간의 투자와 운영 과정에서 비로소 이윤이 창출될 '공간'이 열렸다. 철도의 KTX 수서-평택 혹은 경부선 라인, 가스의 신규 도입·도매 부문, 전력의 복합화력에서 이제는 석탄화력까지, 그리고 인천과 제주공항.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민영화는 장기간의 투자로 이제 비로소 재정적 안정에 도달한 영역 중 "딱 돈이 되는" 일부 영역을 경쟁도입이라는 이름으로 민영화 즉 사유화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왜 민영화를 하냐는 물음에 대한 답은 분명하다. 비로소 돈이 되니까 민간자본이 탐을 내는 것이고, 그러한 민간자본의 요구에 부응해 온 것이 역대 정부와 현 MB 정부의 민영화·사유화 정책이다.

 
ⓒ철도노조

사유화 정책, 도덕적·합법적·사회적 시비를 가려야 할 때이다

1998년 IMF 이후 정부가 성공시킨 공기업 민영화의 결과는 무엇인가? 정부가 항상 민영화 성공사례로 내세우는 한국중공업, 한국통신, 포항제철의 민영화를 보자. 한국중공업은 3조4000억 원에 이르는 기업을 8000억 원대에 경영권 매각 방식으로 두산중공업에 넘겼다. 매각 과정에서 단행한 수많은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했다. 헐값-특혜-폭력적 민영화의 전형이다.

한국통신 민영화는 국민주 방식이었다. 민영화와 경쟁의 결과로 인해 날로 치솟는 통신요금은 별론으로 하자. 현재 KT는 투기적 금융자본의 주요 서식지가 되어 배당성향이 90%가 넘는 기업이 되었다. 배당성향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재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KT를 비롯한 세 통신사들의 재투자 기피, 높은 배당성향과 현재의 이익률은 향후 통신산업의 블랙다운을 가져올 것이다.

포스코 역시 외국인 지분률이 50%가 넘는 초국적 자본이 되었다. 노조말살 정책으로 무노조 회사이자, 이산화탄소 배출 10위권안의 기업이다. 단일 기업으로 전기사용 1위 -낮은 산업용 전기요금으로 인해 엄청난 특혜를 받는-다. 그야말로 공해산업인데, 국가의 규제는 전무하고 특혜만 받는다.

정부가 주장하는 민영화 성공 '신화'는 세 기업을 통해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투기적 금융자본의 잠식, 높은 이윤과 고배당, 재투자 기피, 공해산업, 노조 탄압 정책으로 재벌과 해외자본만 득보는 것이 민영화의 실체이다. 이 밖에도 사례는 많다. 헐값에 대한항공을 인수한 한진그룹, 석유 정제와 판매부분인 유공을 인수한 선경(현재의 SK)은 급성장했다. 하지만 이들은 항공사의 요금정책, 석유 가격에 대한 규제 등 정부의 개입에 대해 '개풀 뜯어먹는 소리'로 취급하고 있다.

국민의 돈으로 세우고 만든 회사를, 정부가 마음대로 민영화ㆍ사유화하는 것은 우선 도덕적으로 적합하지 않다. 국민의 돈으로 구축한 산업을 일부 재벌의, 초국적 자본의 소유로 누구 맘대로 넘겨줄 수 있었는지, 이제 그 시비를 가려야 한다. 일부 정치인ㆍ관료들의 무분별한 공기업 민영화는 명백한 비리이자 심각한 월권행위이다. 이제 도덕성ㆍ합법성 여부를 가리고 따져보아야만 할 때가 되었다. 민영화ㆍ사유화 정책을 추진하려거든 국민의 의사를 묻는 사회적 동의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만 한다.

민영화·사유화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차단조치가 필요하다

MB 정부 말기, 끝까지 챙길 것은 챙기자고 나선다. 그런데 한미 FTA 발효로 인해 민영화 정책은 되돌릴 수 없는 강을 건넌다. 소위 래칫, 역진방지조항으로 인해 시장화된 영역을 공공적으로 회복할 수가 없게 되었다.

그렇다면 정부의 민영화 정책에 근본적으로 제동을 걸고, 한미 FTA의 모든 개방 효과를 방지할 수 있는 법ㆍ제도적 대안이 필요하다. 물론 법과 제도의 재편은, 현재와 같은 보수적인 사회문화 속에서 설령 추진된다할지라도 한계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법ㆍ제도 개편에 대한 고민을 시작으로 민영화ㆍ사유화 정책을 막아내고 또한 공공성을 지켜낼 수 있는 다양한 제도적ㆍ사회적 방어벽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사회공공연구소와 공공운수 법률원, 그리고 민변이 모인 우리가 제안하는 공공서비스기본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철도, 도로, 전기, 가스 등 국민의 기본적 생활 수요 해결과 국민 생산 활동의 토대가 되는 사회기반시설 공공서비스(인프라 서비스)를 무분별하게 사유화 또는 사영화(민영화)하여 국민의 공공복지보다 기업의 영리와 특혜 대상으로 만들려는 것에 대응하는 것이다. 둘째, 이와 같은 공공서비스의 공공성을 법적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무분별한 사유화 또는 사영화를 규제하는 제한적 사유를 규정하고, 이를 절차적으로 통제하는 것이다. 셋째, 불가피한 사유화 또는 사영화시의 고용 보장, 재공영화 절차 추진 등 사유화 또는 사영화로 인한 폐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사회기반시설 공공서비스기본법 주요 내용

(1) 사회기반 시설 공공 서비스의 공공성과 국민의 서비스 접근권을 일차적 가치로 규정하며, 영리와 특혜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을 규정(안 제 4조 제 2항)

(2) 취약 계층의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한 이용 요금 특례를 경영상의 적자로 처리하지 않도록 함(안 제5조 제2항).

(3) 무분별한 사회기반시설 공공 서비스의 사유화와 사영화를 제한함(안 제 6조 제 2항, 제 3항)

(4) 예외적으로 사유화와 사영화를 허용하는 경우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등에 의해서는 국민의 기본적 생활 수요 해결을 위해 필요한 정도의 공급을 국민에게 제공할 수 없는 경우로 한정함(안 제 7조 1호)

(5) 사유화 또는 사영화로 인한 독점 이익 발생을 방지하도록 함(안 제 9조 제 2항)

(6) 사유화 또는 사영화 계약시 재공영화 절차와 조건을 미리 포함하도록 함(안 제 9조 제 3항)

(7) 기존 법률에 근거하여 진행 완료된 사유화 사영화에 대한 추가적 사유화 사영화 금지 조항에 대해선 재산권 침해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2년의 유예기간을 둠(부칙 1조) 공공서비스의 대상은 우선 철도, 전력, 가스, 수도, 도로, 항만 등 주요 인프라 산업으로 출발하였다. 의료, 교육 등 사회서비스 전반에 대해서는 향후 과제로 남겨둔다. 무분별한 사유화와 사영화를 제한해 미래에 대응하는 것과 더불어 기존에 사유화된 영역에 대한 재공영화 즉 재국유화를 가능하도록 하였다. 즉 사유화 및 사영화의 제한조건만이 아니라 재공공화ㆍ재공영화를 위한 절차와 조건을 명시하여 공공서비스의 공공성을 방어하고 확장ㆍ강화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전력산업의 수직통합과 공공성 강화

2001년 4월 2일 한국전력의 발전부문이 한전으로부터 1개 원자력회사와 5개 화력회사로 분할되었다. 오로지 민영화와 매각 대금을 맞추기 위해 분할한 것이 전력산업 민영화ㆍ구조개편의 실체다. 발전분할과 함께 한전의 배전ㆍ판매 부분 분할도 검토되었으나, 2004년 노사정위원회의 중단 결정으로 현재까지 보류됐다. 그러나 전력거래소가 만들어져 발전부문 -공기업과 15% 이상을 차지하는 민간기업-만이 입찰을 하는 기형적 전력거래제도가 만들어졌다. 경쟁체제하에서 발전회사들은 경영효율성 향상 수치를 맞추기 위해 원가절감, 인원감축, 정비기간 단축을 앞다투어 추진하였다. 이로 인한 발전설비의 불안정성은 잇따른 사고를 낳고 있다. 급기야 2011년 9월 15일, 한국사회 초유의 정전사태까지 불러왔다. 반면 민간기업들은 전력거래소의 거래 형태와 조건 -완전 민영화를 위해 설계한 거래시스템- 덕분에 땅 짚고 헤엄치기식으로 큰 수익을 얻는다. 한전의 누적적자가 8조원인데도, 민간발전회사들은 일반상장기업의 수준을 훨씬 상회하는 수익을 얻고 있다. 안정적인 전력공급, 전력산업의 공공성을 위해 전력거래시스템은 중단되어야 한다.

전력산업의 수직적 통합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를 위해 신규 법안인 「전력산업 통합에 관한 법률」과 함께 「전기사업법」 개정, 「사회기반시설에대한민간투자법」 개정 등 3가지 법률의 신설과 개정을 하고자 한다. 「전력산업 통합에 관한 법률」은 오로지 민영화를 위해서 그리고 급박한 발전산업의 민영화를 위해서 추진해온 「전력산업민영화촉진에관한특별법」-효력 만료된 법안- 에 대한 대응이다.「전기사업법」은 전력산업 민영화를 위한 근간이 되어온 핵심 법안이다. 특히 전기위원회, 전력거래소 등 현 제도가 공공성을 위축시키고 민간자본의 이윤추구 논리의 기반이 되어 왔다는 점에서 전면적인 개정을 해야 한다.「사회기반시설에대한민간투자법」의 경우 발전부문 및 전력산어베 전반에 대한 민간기업 허용에 대한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

시장진입 허용 방식의 가스산업 도입ㆍ도매 민영화 정책 중단

1990년대 후반 전력산업과 마찬가지로 민영화의 대상이었다. 가스산업 역시 분할 매각 정책은 중단되었지만 2004~2005년 포스코와 SK가 직접 도입을 하도록 허용함으로써 시장개방 정책으로 선회하였다. 2008년 MB 정부는 가스산업 선진화 정책을 통해 가스산업 민영화 정책을 재추진하고 있다. 도-소매의 수직계열화 즉 에너지재벌에 대한 시장진입 방식의 민영화 정책은 아직 유효하다. 최근 GS가 보령에 천연가스 인수기지를 건설하는 것을 시작으로 직도입 정책을 통한 가스산업 전반의 민간잠식의 길이 열렸다.

가스산업과 관련해서 역시 세 가지 법안이 개정되어야 한다. 우선 「도시가스사업법」의 전면 개정을 통해 직도입을 원척적으로 방지해야 한다. 천연가스의 도입ㆍ도매 직도입은 사실상 시장개입 방식의 민영화 정책이다. 철도의 수서-평택 경쟁도입과 유사하다. 직도입을 가능하게 하는 전제와 조건을 원천적으로 삭제하여 천연가스 도입ㆍ도매의 공공성을 우선 확보해야 한다. 다음으로 전력산업과 마찬가지로 「사회기반시설에대한민간투자법」 중 민간으로 개방된 가스산업 부분의 내용을 삭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외국인투자촉진법」중 소매도시가스 부분에까지, 적어도 도매부분과 마찬가지인 30% 제안 조치 신설을 추진할 것이다.

KTX 민영화 저지와 철도 산업 공공성 강화

철도산업과 관련해서도 크게 세 가지 법안의 개정이 필요하다.「철도산업발전기본법」은 2004년 12월 제정되었다. 기존의 철도청에서 철도공사와 철도시설관리공단으로 분할하는 전제가 된 법이자, 철도산업의 구조개편과 경쟁도입을 목적으로 신설된 법이다. 철도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법이 아니라 철도산업의 경쟁촉진과 사유화를 위한 법에 불과하다. 「철도산업발전기본법」 개정을 통해 철도산업에 도입된, 경쟁창출과 이윤추구 논리를 벗고 비로소 공공성 확보를 최우선으로 하는 산업으로, 제자리를 찾게 해야 한다. 다음으로 「철도사업법」개정을 통해 안전, 유지보수 등 제반 사항에서의 공공성을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이 두 법안을 통해 철도의 소유와 운영을 철도공사가 공공적으로 맡아야 하며, 오로지 민영화를 위해 분할한 철도공사와 철도시설공단의 중장기적 통합이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사회기반시설에대한민간투자법」중 철도부문의 경쟁도입 조항이 삭제되어야 한다.

공공부문에 대한 '국민의' 권리, 애정 그리고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행동

철강, 항공, 도로, 항만, 철도, 전기, 가스, 상수도는 국민의 혈세로 만들어졌다. 국민의 의사도 묻지 않고 사유화하는 것은 도덕적으로도 적합하지 않다. 물, 전기, 가스, 철도는 국민의 것!이라는 촛불의 외침은 여전히 살아있다. 민영화해야 한다는 정부의 호도에 끌려다닐 것이 아니라, 우리의 것을 지키는 마땅한 권리 행사가 필요하다. 법ㆍ제도 개편은 권리 행사의 첫 걸음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공공부문을 공공부문으로, 공공성을 담지하는 공공의 영역으로 지키기 위한 국민의 애정과 행동에 있다.

*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송유나 사회공공연구소연구위원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정책연구실장

2012년 6월 19일 화요일

정규직 고용할 이유를 없애는 악마의 법안


이글은 프레시안 2012-06-19일자 기사 '정규직 고용할 이유를 없애는 악마의 법안'을 퍼왔습니다.
[사내하도급법 해부·②] 파견업종 확대·노조 무력화·비정규직공장 양산

지난 6월 15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의 '새누리당 사내하도급법 입법 추진 규탄대회'에 100여명의 노동자들이 모였습니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비롯해 기아차, 한국지엠 등 사내하청 노동자들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동국대 시설관리 등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참가했습니다.

새누리당이 19대 국회 개원일인 5월 30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보호한다며 '사내하도급 근로자 보호등에 관한 법률'을 100일 내에 입법화하겠다고 밝힌 지 보름이 지나서야 처음으로 열린 집회였지만 별다른 항의도 없이 40분 만에 끝나고 말았습니다. 더구나 이날 집회에서 민주노총 정규직 노동자들의 얼굴을 찾아보기가 어려웠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새누리당의 사내하도급 법안이 불법파견을 은폐하고 불법고용에 면죄부를 주는 '정몽구 보호법'이며, 현대차 사내하청은 정규직이라는 대법원 판결을 무력화시키는 법안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 법안은 정규직과는 상관없는 법일까요?

▲ 지난 15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의 '새누리당 사내하도급법 입법 추진 규탄대회'에 100여명의 노동자들이 모였다. ⓒ박점규

사내하도급법 반대는 비정규직만?

이는 이명박 정부와 노동부가 지난여름에 한 일을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재벌들의 오랜 염원이었던 파견법의 파견 대상을 제조업, 건설업, 운수업 등 전 산업으로 확대하고, 파견 기간을 연장하며, 고용의무 조항을 완화하는 '국가고용전략 2020'을 추진했습니다.

그러다 2010년 7월 22일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는 불법파견이므로 정규직으로 간주한다는 대법원 판결과 그 해 11월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25일 점거파업으로 인해 사내하청 문제가 사회적 의제로 떠오르자, 노사정위원회에서 사내하도급법을 추진했고, 2011년 7월 새누리당의 사내하도급법과 비슷한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습니다.

이어 2011년 12월 노동부는 기아자동차,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한국지엠 등을 '가이드라인 준수 우수기업'으로 선정해 발표했습니다. 대법원에서 불법파견 판정을 받아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있는 현대차를 빼고 완성차 업체 모두에게 합법적으로 사내하도급을 사용하고 있다고 발표한 것입니다.

불법파견 사업장이 노동부의 사내하도급 우수기업?

노동부는 기아자동차에 대해 "생산라인 중 의장(조립) 등은 원청노동자가 일하는 곳에 하청노동자를 사용하지 않아 불법파견 관련 법적 분쟁을 원천적으로 차단"했고, "사내하도급 노동자 처우도 비교적 합리적으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지엠에 대해서는 "2003년부터 2011년까지 1400여 명의 사내하도급 근로자를 직접고용"했고,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에 대해서는 원청의 정규직 노동자 성과급의 70%를 사내청 노동자에게 지급하거나 임금인상을 많이 했기 때문에 '우수기업'이라고 했습니다.

기아자동차는 2005년 10월 화성공장 44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노동부로부터 불법파견 판정을 받았고, 500여 명의 노동자들이 법원에 기아차 정규직이라는 '근로자 지위확인소송'을 낸 상태입니다. 한국지엠의 창원공장은 2010년 12월 23일 항소심 판결에서 불법파견이라고 판결했고, 조선소 사내하청 노동자들도 법원에 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0년 7월 22일과 올해 2월 23일 내려진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은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이라는 자동흐름방식으로 생산되는 제조업 생산과정은 합법도급이 아니라 파견노동이기 때문에 정규직이라고 판정한 것입니다.

그런데 노동부는 공정이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불법파견이 아니라고 자의적인 판단을 하고, '합리적인 처우'를 해주면 '사내하도급 우수 기업'으로 인정해준 것입니다. 즉, 노동부의 '사내하도급 가이드라인'을 법으로 보장하는 새누리당의 사내하도급법이 통과되면 모든 제조업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이 아니라 합법적인 사내하도급이 되는 것입니다.

이제 이 법이 통과되고 2013년 7월 1일 시행되면 현대, 기아, 한국지엠 등 자동차 완성사,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삼성중공업 등 조선소, 포스코, 현대제철 등 철강회사, 삼성전자, 엘지전자 등 모든 제조업의 재벌회사들은 정규직 노동자들을 사용할 이유가 전혀 없어지게 됩니다.

정규직을 사용할 이유를 없애는 사내하도급법

현대자동차에는 4만5000명의 노조원을 가진 힘 있는 노조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회사가 곧바로 정규직을 정리해고하고, 그 자리를 '합법적인' 사내하도급으로 채우는 것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회사는 1차적으로는 시트나 변속기 등의 업무부터 블록화, 외주화, 분사화를 시도할 것입니다.

하지만 10년 후에는 어떻게 될까요? 현대차는 2020년까지 1만 명 이상이 정년퇴직으로 공장을 떠납니다. 그 자리는 사내하도급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대단히 높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내하도급 노동자는 늘어나고, 정규직의 조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회사와 협력적인 노조가 있는 사업장이나 노조가 없는 회사는 이 법안이 통과되면 엄청난 태풍이 몰아칠 것입니다. 회사는 유럽발 경제위기를 핑계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요구할 것이고, 그 자리는 '합법적인' 사내하도급으로 채워질 것입니다. 고용이 불안한 상황에서 감히 임금인상의 요구도 함부로 꺼내기 힘들어질 것입니다.

기아자동차 모닝공장, 현대모비스 11개 공장 중 8개 공장, 현대중공업 군산공장,STX중공업, 현대위아 3개 공장 등 정규직은 관리자들뿐이고, 모든 생산 공정은 합법적인 사내하도급 노동자들이 일하는 야만적인 공장이 전국에서 들불 번지듯 번져나갈 것입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공공, 병원, 서비스 등 모든 영역으로 확대

더욱 끔찍한 것은 사내하도급법안이 제조업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노동부의 '가이드라인 준수 우수기업'에는 서울성모병원, 롯데백화점, 조선호텔 등 공공부문과 서비스 산업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

노동부는 시설, 경비, 주차, 안전, 청소, 계산원, 식품, 전기A/S, 객실정리, IT, 주차관리, 기획광고, 경호, 응급수납 등 많은 업무들을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을 '우수'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철도공사는 '경영혁신'과 '비핵심업무'라는 이유로 역무, 차량정비, 보선, 승차권발매,레일교환, 전산정보 등 수많은 업무를 외주화해 왔고, 철도노조는 이를 막아내기 위해 힘겨운 투쟁을 해왔습니다.

이제 새누리당의 사내하도급법이 통과되면 주변업무 뿐만 아니라 핵심업무까지 합법적인 사내하도급으로 전환될 것입니다. 노동조합은 무력화될 수밖에 없고, 정규직의 일자리는 빠르게 비정규직으로 채워질 것입니다.

정년을 1~2년 앞두고 있는 노동자가 아니라면, 새누리당과 재벌이 추진하는 사내하도급법의 총구를 비켜나갈 정규직 노동자는 많지 않을 것이고, 이제 안정적인 정규직 일자리는 어디에도 찾아보기 어렵게 될 것입니다.

사용자단체와 보수언론의 짜고 치는 쇼

새누리당의 사내하도급법안이 경영에 부담을 준다며 사용자단체와 보수언론, 경제신문들이 이 법안에 반대하는 듯한 '짜고 치는 쇼'를 하고 있고, 중립적이라고 주장하는인사들이 대타협을 하라며 장단을 맞추고 있습니다.

경총은 "기본적으로 사내하도급 근로자는 협력업체의 정규직 근로자이고 원청기업 근로자와 사내하도급 근로자는 서로 다른 회사의 근로자로 비교대상 자체가 될 수 없다"고 반발하는 듯한 논평을 냈습니다.

그러나 5월 24일 대한상공회의소가 기업의 인사노무 부서장 3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19대 국회가 고용활성화를 위해 우선 추진해야 할 노동정책'으로 대기업은 무려 42.6%가 '비정규직. 사내하도급 사용에 대한 규제 완화'를 꼽았습니다.

즉, 이 법안이 재벌들이 오랫동안 꿈꾸던 파견업종 전면확대와 기간 연장, 고용의무 완화라는 3대 과제를 완벽하게 해결해주고, 정규직노조를 무력화시키고 합법적인 비정규직 공장을 양산하는 법이라는 사실을 그들 스스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정규직 노조는 알고 있는가?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는 지난 6월 5일 노조소식지를 통해 "이름만 희망이지 실제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희망을 걷어차고 자본가들에게 주는 불법파견 면죄부에 불과하다"며 "새누리당 사내하청 확산법안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사내하도급 법안이 누구의 심장을 향하고 있는지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대공장 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충분히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많은 민주노조에서 매주 발행되는 소식지에 새누리당의 사내하도급법이 어떤 내용인지 실리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사회 고용구조의 대대적인 지각변동을 불러와 정규직 고용을 무너뜨리는 악마의 법안을 새누리당이 100일 안에 통과시키겠다고 장담하고 있는데, 사내하청 노동자들만이 외롭게 맞서고 있고, 민주노총과 정규직노조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의 사내하도급 법안이 정규직의 안정된 일자리를 겨누고 있습니다.

 /박점규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집행위원 금속노조 전 비정규국장

2012년 6월 1일 금요일

"'재벌과 투기자본, 뭐가 더 나쁜가?"


이글은 프레시안 2012-06-01일자 기사 '"'재벌과 투기자본, 뭐가 더 나쁜가?"'를 퍼왔습니다.
['한국경제와 복지국가' 강연] 이종태 "복지국가냐, 주주자본주의냐"

"민영화는 나쁘다. 그 중에서 공공부문이 외국 투기자본에 넘어가는 경우는 최악이다. 그나마 국내 재벌기업에 넘어가는 것은 차악이다. 그런데 일부 진보진영에서는 '재벌기업 민영화'는 극렬히 반대하면서 '투기자본 민영화'에는 침묵한다."

정승일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연구위원이 한 말이다. 국내 재벌들이 적어도 '지속가능한 기업경영'을 고려하는 것과는 달리, 기업의 존폐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주주의 이익에만 봉사하는 투기자본은 국내 사회·경제에 최악의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다. 정 연구위원이 재벌개혁보다는 주주자본주의 규제를 강조하는 이유다.

'금융자본주의와 주주자본주의'라는 주제로 30일 서울 마포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교육실에서 강연한 이종태 (시사IN) 기자는 정 연구위원의 문제의식에 살을 덧붙였다. 정 연구위원과 함께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이하 (선택))의 공저자이기도 한 이종태 기자는 최악의 민영화의 예로 최근 요금 인상 논란을 불러일으킨 서울시 메트로 9호선을 꼽았다.


"메트로 9호선이 수익 낼 수 없는 이유? 주주 탓!"

이 기자는 "아무리 지하철 요금을 올려줘도 메트로 9호선의 경영 상황은 절대 개선될 수 없다"면서 "메트로 9호선의 부실기업화는 주주자본주의의 필연적 귀결"이라고 주장했다. 메트로 9호선의 수익이 주주의 이익에 반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메트로 9호선은 자본금인 1671억 원보다 3배가량 많은 5000억 원을 대출받았고, 적게는 6%에서 많게는 15%에 달하는 고금리 이자를 물면서 '부실기업화'의 수순을 밟았다. 2009년 개통 이후 메트로 9호선이 기록한 순손실 1634억 원 가운데 대출 이자비용은 무려 1000억 원에 이른다.

메트로 9호선이 '울며 겨자 먹기'로 고금리 이자를 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메트로 9호선의 금융계 주주가 곧 채권자들이기 때문이다. 메트로 9호선의 주주인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사, 신한은행 등은 메트로 9호선 운영에 필요한 자본금 5000억 원을 '투자'하는 대신 고금리로 '빌려주기'로 결정했다.

주주들이 메트로 9호선의 순이익을 늘리는 데 관심이 없는 이유에 대해 이 기자는 "메트로 9호선에서 순수익이 발생하면 주주들은 법인세를 제하고 줄어든 배당을 받아야 한다"며 "반면에 적자라면 수익이 없는 만큼 메트로 9호선은 법인세를 낼 필요가 없고, 주주들은 고금리 대출이자를 통해 메트로 9호선이 내지 않은 법인세를 포함한 더 많은 수익을 챙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뉴시스

이 기자는 "문제는 이처럼 기업의 지속가능성에는 관심이 없는 주주자본주의가 전 세계가 돌아가는 법칙으로 받아들여진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기업 입장에서 투자자들은 그저 외부인이었지만 1970년대 후반 이후부터 기업의 주인은 주주라는 분위기가 광범위하게 확산됐다"고 말했다.

이전까지 고용창출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중시했던 분위기도 1970년대를 전후로 오로지 주주에 대한 봉사만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 결과 한국에서도 비정규직 확산, 기업 인수합병 시장의 활성화, 외주화 증대 등 신자유주의적인 변화가 이뤄졌다고 이 기자는 지적했다.

"신자유주의가 태양계라면, 금융자본주의는 태양"

주주자본주의 규제보다는 재벌개혁을 강조한 김상조 한성대 교수, 정태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과 이병천 강원대 교수는 의 저자들과 '신자유주의'에 대한 진단을 어떻게 달리할까.

이 기자는 "정태인 원장, 이병천 교수는 금융자본주의를 신자유주의 현상의 단지 일부로만 간주하는 것 같다"며 "하지만 나를 비롯한 (선택)의 저자들은 신자유주의의 핵심을 주주자본주의, 혹은 (금융자본이 경제를 지배하는 현상인) 금융자본주의라고 본다"고 말했다.

"신자유주의가 태양계라면 금융자본주의는 태양계의 핵심인 태양이다. 노동시장 유연화, 공기업 민영화, 시장 개방 등의 현상은 태양을 둘러싼 행성들이다. 그런데 정태인 원장은 (금융자본주의가 아니라) 노동시장 유연화, 공기업 민영화, 시장 개방 등의 현상을 묶어 신자유주의라고 본다. 그러면서 '재벌 규제 방안'으로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조 설립, 최저임금 인상, 하청기업의 집단교섭권 부여, 공정거래위원회 강화, 소비자권리 강화 등을 제시한다. 그러나 우리는 정 원장이 제시한 '재벌 규제 방안'조차 금융자본주의를 규제하지 않고는 해결할 수 없다고 본다."

다시 말해 금융자본주의를 규제하지 않고는 다른 사회·경제적인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는 (선택)의 저자들이 주주가치에 기반을 둔 운동인 '소액주주 운동'에 비판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소액주주 운동이 금융자본주의 체제에 기여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쟁과 관련해 정태인 원장은 (프레시안) 기고에서 "금융세계화와 주주자본주의가 양극화의 근원이라는 점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원장은 "(선택)이 재벌의 경영권 보호를 제시하고 있을 뿐"이라며 "과연 경영권을 보호해주면 재벌들이 배당금을 줄여서 투자를 늘리고 하청단가도 올려주며 노동자 임금도 끌어올릴까"라고 반문했었다.

정 원장은 또 "한 국가에서 (주주자본주의를 규제하는) 효과를 낼 뾰족한 정책은 별로 없다. (다만) 동아시아 국가들의 공조와 세계적인 금융규제 강화의 진행에 맞춰 주주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시정해야 한다"며 "동아시아가 공동의 환율정책, 외환보유고 관리 정책을 사용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이러한 발언을 소개하며 이 기자는 "동아시아가 공동의 환율정책을 쓰는 것은 자본통제보다 어렵고 시간도 더 걸린다"며 "동아시아 공동 환율정책이 이뤄질 때 주주자본주의를 규제하자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말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정 원장을 비판했다.

"1주10표제 도입해 '창업자 프리미엄' 주자"

강연이 끝나자 청중의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주주자본주의 규제' 방안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나오자 답변에 나선 정승일 연구위원은 기업을 안정적으로 꾸릴 만한 경영자나 창업자에게 이를테면 '1주10표'를 주자고 제안했다.

"우리나라는 1주 1표밖에 허용이 안 된다. 반면에 미국에서는 1주 1000표인 주식도 발행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페이스북이 상장하기 전 주식을 발행할 때, 창업자인 마크 주커버그가 20% 지분을 갖더라도 의결권을 60% 넘게 행사할 수 있게 하는 제도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러면 주커버그는 60%의 의결권에 대한 주식을 시중에 매각하지 않고 1주 1표짜리만 매각하면 된다. 창업자 프리미엄이 발동하는 것이다."

정 연구위원은 삼성그룹을 예로 들며 "삼성의 주주 중 80%가 마음만 먹으면 주주총회에 와서 이건희 회장을 몰아낼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이건희 회장이 대주주 행세를 하면서 주가를 올리고 주주들의 배당금을 높여줬기 때문"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1주 10표제가 법률로 허용되면 이건희 회장은 주주들의 눈치를 볼 필요 없이 배당을 많이 하지 않아도, 자가 주식을 매입하지 않아도 된다"며 "이런 식으로 금융자본주의를 제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종태 기자가 언급한 '메트로 9호선' 사례에 대해서도 정 연구위원은 "오스트리아나영국에서처럼 민영화하더라도 황금주 제도를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금주란 단 1주를 갖고도 적대적 인수합병 등 주요 경영사항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식으로, 주로 정부가 보유한다. 그는 "황금주 제도를 도입하면 서울시가 주식을 많이 안 가져도 메트로 9호선에 대한 의결권을 50% 넘게 만들 수 있다"며 "한국에도 이런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국제 기준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종태 기자는 "대기업 계열사 해체와 약화에 반대하는 의 입장을 재벌 옹호로 오인해서는 안 된다"며 "(선택)의 문제의식은 주주자본주의와 재벌 중에서 양자택일하라는 것이 아니라, 주주자본주의와 복지국가 중에서 양자택일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기업 계열사들을 해체해서 국내 대기업에 대한 주주자본주의의 영향력을 높인다면, 친노동·친중소기업·복지 정책들은 실행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 복지국가소사이어티, '한국경제와 복지국가' 강연 시리즈

① "최악의 공황이 온다…우린 정말 재수 없는 세대"  

 /김윤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