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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13일 토요일

진보진영-야당 "朴대통령, 옳은 결정했다"


이글은 뷰스앤뉴스(Views&News) 2013-04-12일자 기사 '진보진영-야당 "朴대통령, 옳은 결정했다"'를 퍼왔습니다.

대북대화 제안 환영, (조선일보) 진영 "북한 공갈에 굴복하나"


박근혜 대통령이 11일 밤 북한과 대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 진보시민사회와 야당에서 "옳은 결정"이라며 지지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전우용 역사학자는 트위터를 통해 "대통령이 북한에 대화를 제의했군요. 자기들은 살 날이 얼마 안 남았으면서 앞날이 창창한 젊은이들 목숨을 담보로 '전쟁불사'를 외치던 일군의 양아치들과는 선을 그었네요"라며 "옳은 결정이고, 일단 다행한 일입니다"라고 환영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도 "박근혜 정부의 대북 대화 제안. 이미 실기한 느낌이 있어 효과는 의심스럽지만, 그래도 전향적 조치라는 면에서 평가합니다"라며 "강경 일변도의 대응에서 신뢰구축을 위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정책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기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북관계는 인내심을 요합니다"라며 "수많은 부침이 있겠지만, 그때그때 포퓰리즘에 따라 감정적 대응을 하는 것보다는 우리의 원칙을 분명히 한 후, 일관되고 안정된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정권의 교체에 관계없이 지속될 일관된 대북정책에 관한 합의가 있어야"라고 덧붙였다.

문희상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도 12일 오전 비대위 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 대화 제의를 "높이 평가한다"며 "북한 당국도 진지하게 응해달라"고 말했다.

설훈 비대위원도 "박근혜정부 들어서 저는 한 번도 박근혜정부가 잘했다고 얘기를 한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오늘은 잘했다는 말을 해야 할 것 같다"고 가세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도 트위터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께서 대북 대화를 제의! 김정은의 화답을 기대하며 늦기 전에 미리 미리 하면 좋겠습니다"라며 북측의 화답을 주문했다.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 역시 트위터에서 "개성공단 문제를 대화로 해결하자는 오늘 류길재 통일부장관 성명은 늦었지만 적절했습니다"라며 박 대통령 입장 표명에 앞서 나온 류 장관의 성명을 지지한 뒤, "하지만 공식 대화 제의는 아니라고 말한 것은 궁색했습니다. 통 크게 풀어 나가길 바랍니다"라고 주문했다.

반면에 (조갑제닷컴)에는 "박근혜 대통령도 북한 공갈에 굴복하는가?", "주적개념없는 류길재式 항복선언" 등 박근혜 정부를 비난하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으며, (조선일보)도 12일 1면 팔면봉에 "류 통일장관, '북, 대화의 장으로 나오라'고. 그런 말 따를 북한이면 벌써 따랐지"라고 힐난하는 등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영섭 기자 

2012년 11월 27일 화요일

[사설]주목되는 진보진영의 북한인권 인식 변화


이글은 경향신문 2012-11-26일자 사설 '[사설]주목되는 진보진영의 북한인권 인식 변화'를 퍼왔습니다.

대북 포용정책을 지지하는 진보진영 인사들이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그간의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 시절 남북 화해·협력정책을 주도했던 인사들이 모인 한반도 평화포럼이 지난 주말 창립 3주년에 즈음해 발표한 ‘2013년 체제를 위한 제언’을 통해서다. 제언은 남북관계의 특성을 고려해 북한인권에 대한 문제 제기 자체를 꺼려온 그간의 입장에 대해 국민여론이 공감하지 않고 있다는 성찰에서 출발, 새로운 정책방향을 모색할 필요성을 인정했다. 나아가 북한 주민의 인권(자유권) 신장과 생존권적 기본권 보장이라는 양 갈래의 인권 문제에 대해 등가의 문제의식을 갖고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전향적인 접근과 상시적인 대북 인도적 지원을 추진할 것을 다짐했다. 이를 위해 유엔 인권결의안에 찬성을 표하고 필요시 북한인권 상황에 우려를 표시하겠다는 것이다. 정치권이 이분법적 진영논리를 탈피해 북한인권 문제에서 공감대를 찾을 것을 주문해온 우리는 진보 인사들의 이 같은 변화 모색을 환영한다.

진보진영의 제안은 북한의 수용 정도에 따라 착근하기까지 녹록지 않은 조정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유럽연합과 인권대화를 가져온 북한으로서도 전혀 생뚱맞은 것은 아니다. 북한이 그동안 외부의 인권 문제 제기에 과민한 반응을 보인 것은 자존심을 중시하는 체제의 특성과 함께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기저에 체제붕괴라는 정치적 목적이 있다는 경계심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북한 당국의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권 문제를 정치적, 이념적인 문제와 분리시켜야 한다. 북한의 인권 상황이 결정적으로 악화된 것은 1990년대 중반 만성적인 식량난에 시달리면서부터다. 남측이 상시적인 인도적 지원과 함께 북한인권에 대한 우려를 지속적으로 제기한다면 개선될 수 있는 여지를 갖고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최근 이례적으로 주민들에 대한 일선 인민보안원(경찰)들의 인권유린 행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는 조선중앙통신 보도는 북한 당국 역시 인권침해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유화·강경의 이분법적 접근에서 벗어난 균형잡힌 대북정책의 추진을 공약했다.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대북 인도적 지원을 투명하게 추진할 것도 다짐했다. 하지만 보수진영에서 북한인권 문제를 과도하게 이념화, 정치화하는 한 진보진영과의 공감대 도출은 물론, 북한인권 개선이라는 본연의 목표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박 후보는 인도적 지원과 마찬가지로 북한인권 문제에서도 탈정치화 원칙을 적용해야 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 5년간 북한인권 문제는 최근의 대북 전단 보내기 소동과 같이 일부 소란스러운 반북단체의 정치적 퍼포먼스로 전락했다. 이번 한반도 평화포럼 제안을 진보와 보수가 담을 허무는 계기로 삼을 것을 주문한다.

“진보진영, 북한인권 문제 중시해야” 한반도평화포럼, 전향적 입장 변화 제언


이글은 경향신문 2012-11-27일자 기사 '“진보진영, 북한인권 문제 중시해야” 한반도평화포럼, 전향적 입장 변화 제언'을 퍼왔습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참여했던 대북 포용·화해론자들이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찬성 등 북한인권 문제에 전향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주장하면서도 자유권 등 북한인권 문제에는 내정간섭 또는 북한을 자극한다는 이유로 언급을 자제해온 데서 태도를 전환한 것이다. | 관련기사 4면

한반도평화포럼(공동이사장 임동원·백낙청)은 지난 23일 포럼 창립 3주년을 맞아 낸 ‘2013년 체제를 위한 한반도평화포럼의 제언’에서 “이제 국민 상당수가 북한 눈치를 보느라 북한인권 문제를 등한시한다는 보수세력의 비판에 동의하는 상황”이라며 “민주진영도 새로운 정책방향 모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임동원(왼쪽)·백낙청

포럼은 “기본방향은 북한 주민의 자유권 신장과 생존권적 기본권 보장이라는 두 인권 문제를 동시에 중시하는 것”이라며 “(진보진영도) 북한인권 문제에서 일정하게 전향적 태도를 보이며, 동시에 상시적인 대북 인도주의적 지원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포럼은 구체적으로 정부가 유엔 총회의 북한인권결의안에 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권은 인류 보편적 가치로서 우리가 북한인권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기본 의무이므로 이에 합당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북한의 핵실험 직후인 2006년을 제외하고는 유엔 결의안에 모두 기권했다. 

포럼은 “다만 북한이 인권 문제를 내정간섭으로 간주하는 상황에서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점을 고려해 신중하게 문제제기할 필요가 있다”며 이명박 정부처럼 유엔 결의안에 공동제안국으로까지 참여하지는 않는 것이 좋다고 했다. 

또 북한인권 향상과 인도주의적 지원, 이산가족·국군포로 문제 등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포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북한인권 문제에는 북한주민의 자유권 문제와 북한주민의 기아 극복을 위한 인도주의적 지원 문제, 국군포로·납북자 문제, 이산가족 문제 등 분단으로 발생한 비인도주의적 상황이 있기 때문에 이 문제들을 ‘하나의 북한인권 패키지’로 해결하자는 것이다. 

포럼은 북한에 대한 비료지원, 식량지원, 의약품지원을 상시화하며, 인도주의 정신에 맞게 정세에 영향받지 않고 일관되게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인권법에 대해서는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 등이 제출한 법은 사실상 ‘반북단체 지원안’의 성격을 갖고 있어서 반대하고 민주통합당의 북한인권증진법안을 보완하는 데 찬성하는 입장을 밝혔다. 

한반도평화포럼은 문재인·안철수 후보 단일화 이전에 두 후보에게 제언하기 위해 이 자료집을 만들었다. 

한반도평화포럼에는 공동이사장인 임동원 전 통일부장관과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를 비롯, 정세현·이재정·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 등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 담당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포럼의 이 같은 입장은 최근 경향신문이 보도한 ‘북한인권, 진보와 보수를 넘어’ 기획 등과 함께 북한 인권에 대한 진보 진영 내 새로운 접근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손제민 기자 jeje17@kyunghyang.com

2012년 11월 5일 월요일

정수장학회 논란 진보 진영의 KO승


이글은 시사IN 2012-11-05일자 기사 '정수장학회 논란 진보 진영의 KO승'을 퍼왔습니다.
박근혜 후보가 정수장학회 기자회견에 나서면서 트위터 여론이 폭발했다. 진보 성향 트위터러의 메시지 파급력이 더욱 강화되는 흐름이 두드러졌다. 진보가 평균 1만 독자를 얻은 반면, 보수는 2만 독자를 잃었다.

역사관 문제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최대 아킬레스건이다. 박 후보가 한때 이사장을 맡기도 했던 정수장학회는 그 전신인 부일장학회 강탈 여부나, 문화방송과 부산일보 지분 매각 이슈와 맞물리며 범야권의 주된 공격 소재가 되고 있다. 

트리움의 소셜미디어 분석 솔루션 ‘심플(SimPL)’을 활용해 10월8일부터 23일까지 ‘정수장학회’ 키워드를 포함해 작성된 트윗 13만2871개를 수집하고 이 중에서 리트윗을 20건 이상 유발한 트윗을 따로 분류해 의미망 분석(Semantic Network Analysis) 및 관계망 분석(Social Network Analysis)을 수행했다.

<그림> 정수장학회 관련 트윗의 확산 분포도

결과를 보면 ‘정수장학회’ 이슈는,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 간의 대화가 공개된 10월12일부터 4000건 이상의 일일 트윗양을 기록하면서 본격적으로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민주통합당의 공세가 본격화된 10월15일부터는 1만 건을 돌파했으며, 다소 주춤하다가 10월21일 박근혜 후보 본인이 직접 정수장학회와 관련해 기자회견에 나서면서 일일 트윗양이 4만110건을 기록하는 등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논란 진화에 실패한 기자회견

최근 트위터에서의 정치 이슈 확산 과정을 보면 보수 성향 트위터러들의 밀집 현상이 거의 모든 이슈에서 나타난다. 보수 성향의 트윗은 트윗의 양이나 총 리트윗양에서는 대부분의 경우 열세이지만, 평균 리트윗양에서는 진보 성향 트윗보다 적게는 50%에서 많게는 2배 이상 우위를 보이고 있다. 확산 네트워크의 조밀함을 나타내는 ‘밀도(density)’에서도 3~4배 이상의 우위를 보인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에게 읽힐 가능성을 나타내는 ‘평균 노출량’ 지표에서는 진보에 비해 적게는 절반, 많게는 3분의 2 이상 뒤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시사IN 이명익 10월21일 박근혜 후보가 정수장학회 강탈 논란에 대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즉, 보수 성향 트위터러 사이에 밀접한 상호 리트윗을 통해 리트윗 순위를 높이지만, 리트윗이 높다고 트윗이 더 많은 사람에게 읽히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폐쇄적인 동질집단(clique) 안에서만 리트윗이 유발될 뿐 외부로 확산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오른쪽 (표 1)에서도 확인된다. 보수 트윗은 진보 트윗보다 트윗양, 리트윗양, 평균 노출량에서 뒤지는 반면, 평균 리트윗양은 거의 2배 이상 많다. 또한 트윗 확산 네트워크의 밀도는 진보 진영이 0.0115, 보수 진영이 0.0445로 밀도 차가 4배에 이른다. 이런 밀도 차는 왼쪽 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10월21일 박근혜 후보의 기자회견 이후 보수 여론의 파급력이 약해지고, 진보 성향 트위터러들의 메시지 파급력이 더욱 강화되는 흐름이 확인된다. 보수 성향 트윗양이 60% 이상 증가했지만, 진보 트윗의 평균 리트윗이 30%가량 증가한 반면 보수 트윗의 평균 리트윗은 약 5% 감소했다( [표 1]참조).

무엇보다 평균 노출량 지표에서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진보 트윗은 평균 노출량이 1만가량 증가하였지만, 보수 트윗은 평균 노출량이 2만가량 감소하였다. 이는 개별 트윗당, 보수 트위터러들의 박 후보 옹호 메시지가 평균적으로 2만명의 독자를 상실했으며, 진보 트위터러들의 정수장학회 관련 공세에 1만명 이상의 독자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의미이다. 박 후보 캠프로서는 뼈아픈 부분이라 하겠다. 


질적인 면에서도 여론의 악화가 확인된다. (표 2는 기자회견 이전과 이후의 트윗들 속에서 의미망을 뽑아내고, 그 안에서 속의미 키워드 랭킹을 도출한 결과이다. 10월21일 이전에는 주된 행위자 및 주체들에 대한 언급(‘박근혜’ ‘정수장학회’ ‘최필립’)이 주를 이루었으나, 21일 이후에는 ‘강탈’ 키워드가 3위로 떠올랐다. 박 후보의 회견 이후 정수장학회가 강탈된 것이라는 견해가 더욱 힘을 얻은 것이다.

왼쪽 위 (그림)은 정수장학회 관련 트윗의 확산 과정을 시각화한 것이다. 진보 진영의 내로라하는 파워 트위터러들이 총출동해 공세를 가하는 모습이 확인된다. 특히 최전선에는 조국(@patriamea), 아이엠피터(@impeter701), 한상민(@coreacom), 진중권(@unheim), 백찬홍(@mindgood) 등 학계와 활동가를 망라한 공격진이 나선 가운데, 문재인 캠프 공식계정(@mooncamp1219)이 최전방에서 눈에 띄는 게 흥미롭다. 

진보 진영의 유례없는 파상공세

이를 후방에서 지원하는 레인메이커(@mettayoon), 조능희(@mbcpdcho), 고재열(@dogsul), 신경민(@mentshin), 한홍구(@history_hongkoo), 김용민(@funronga) 등의 트윗은 진영 밖 경계에 노출되지 않고, 진영 내부에서 소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후방에서 생산된 이들의 공격 논리는 최전방까지 연결되면서 진보 진영의 이슈 파이팅이 보수 진영을 압도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보수 진영 쪽을 살펴보면, 박근혜 후보 개인 계정(@gh_park)과 캠프 계정(@at_pgh)의 역할이 다소 분리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개인 계정이 최전선에서 이슈를 맞아내고 있다면, 캠프 계정은 지지자들 속에서 옹호 여론의 중심이 되고 있다. 보수 트위터러 중에서는 진보 진영처럼 유명 파워 트위터러의 적극적인 방어를 찾아볼 수 없고,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다수의 계정들이 후보 개인 계정과 캠프 계정을 둘러싼 양상을 보인다. 보수 진영의 경우 후보의 명확한 캐릭터 세팅과 이에 기반한 프레임 설정으로 상대 진영을 약화시키고 자기 진영에 동조하는 사람들을 꾸준히 늘려가기 위한 전략이 절실해 보인다.

이종대 (트리움 이사)

2012년 6월 29일 금요일

“고통스러워도 집값이 빠져야 사람 값이 오른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6-29일자 기사 '“고통스러워도 집값이 빠져야 사람 값이 오른다”'를 퍼왔습니다.
[릴레이인터뷰: ①부동산]선대인 선대인경제전략연구소장 "일본식 장기침체 불가피한 상황"

본격적인 정치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는데 한국 사회는 퇴행적인 종북논쟁이 한창입니다. 보수진영에서 복지 프레임을 끌어안고 나서는 반면 진보진영은 아직도 새로운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과 금융 부실을 해결하고 조세와 재정을 아우르는 경제 정의 어젠더를 누가 선점하고 선도하느냐가 정치 판도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디어오늘은 이명박 정부 5년의 공과를 돌아보고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모색하는 릴레이 인터뷰를 시작합니다. 첫 순서로 최근 선대인경제전략연구소를 개소한 선대인 소장을 만납니다.

최근 정부와 여당이 부동산시장 규제 완화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분양가 상한제와 DTI(총부채상환비율) 등의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 새누리당도 ‘실수요자’를 위한 부동산 규제 완화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며 보조를 맞췄다. 이명박 대통령은 “DTI는 못 푼다”면서도 “주택거래에 대해서는 정부도 적극적으로 활성화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경제지들과 보수신문들도 한 목소리로 부동산 규제완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집값하락→소비위축→장기불황’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논리다. 집값이 10% 하락하면 GDP가 1.3~4% 하락한다는 통계도 제시된다. 건설업계도 목소리를 보탠다. 부동산경기 침체로 건설 일감이 줄어 도산 위기에 내몰린 기업들이 적지 않다는 아우성이다.
‘하우스푸어 구제론’도 나온다. 이자 부담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집이 팔리지 않아 발이 묶여 버린 하우스푸어들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고 있다는 사연이다. 집값 하락에 따라 대출금이 담보인정비율(LTV)을 초과하자 은행들이 원금 일부에 대한 상환을 요구해 ‘상환 폭탄’을 맞은 이들의 사연도 소개된다. 모두 집값 하락이 하우스푸어를 ‘압박’하고 있다는 논리다.
이를 종합하면, 집값 하락이 우리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고 있는 만큼 더 이상의 집값 하락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규제를 완화해 거래를 활성화 시키자는 주장은 여기에서 나온다. 반면 정 반대로 ‘집값을 더 떨어뜨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독립연구소 출범을 준비하고 있는 선대인 선대인경제전략연구소 소장이다.

▲ 선대인 선대인경제전략연구소 소장. ⓒ이치열 기자

그는 ‘부동산 거품을 빼야 우리 경제가 산다’고 주장한다. 이미 너무 많은 돈이 부동산 시장에 묶여 있어 한국 경제의 활력을 저해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선 소장은 또 규제완화 움직임에 대해 “지금 시장 상황이 그런 정도로 활성화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빚을 더 내서 주택을 구입할 수요가 없는 데다가, 고령화로 인한 ‘인구충격’이 본격화 되기 때문이다.
선 소장은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며 “일정한 충격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현재의 높은 집값을 떠받치는 대신,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거품을 빼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는 “일본식의 장기침체는 거의 불가피하다”면서 “한국경제 부동산 시장구조의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해법들을 마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흔히 ‘폭락론자’로 소개되는 선 소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부터 부동산 거품에 대해 꾸준히 경고음을 울려 온 인물이다. ‘선대인경제전략연구소(www.sdinomics.com)’의 공식 출범에 맞춰 그는 지난 19일 서울 대학로 ‘벙커1’ 카페에서 공개 강연회를 열기도 했다. 햇볕이 뜨겁던 25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선 소장을 만났다.
-주택시장이 어렵다는 보도가 계속 나오고 있다. 경제지들은 위기 대응책 중 하나로 주택거래 활성화를 이야기 하고 있다. 집값이 떨어지면 거래가 실종돼 부실이 가계와 은행 전반으로 확산된다는 논리다. 어떻게 보나.
“주택거래 활성화라고 얘기하기 전에 주택거래가 왜 지금 침체에 빠져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이미 일반 가계의 소득수준에 비해서 2000년대 내내 주택가격이 너무 올랐다. 그동안 빚을 내서 주택을 살 사람들도 거의 다 사버렸다. 더 이상 집을 살 수 없는 상황이다. 또 이제 본격적으로 저출산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특히 주택수요 연령대 인구가 줄어드는 시기에 들어간다. 흔히 주택수요 연령대라고 하는 35세에서 54세 인구가 지난해 정점을 찍었고, 이제 줄어드는 시기다. 쉽게 말하면 더 이상 지금 가격대의 집을 사줄 수요는 없다.
따라서 주택거래가 위축되는 건 정상적인 시장 반응이다. 과도한 부동산 거품을 해소해야 장기적인 측면에서 주택시장도 살아날 수 있고 한국경제도 살아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건 자꾸 외면하고 지금의 주택가격을 유지한채 활성화하자고 하면, 그게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결국은 지금 주택가격을 떠받쳐 주자는 주장 밖에 안 된다.”
“현실을 제대로 인식해야…더 빚 낼 사람 없다”
-한편으로는 건설사의 위기와 연관시키는 보도들도 나온다. 중소건설사들이 위기에 빠진 건 사실인 것 같다. 부동산 경기가 활성화 되면 사정이 좀 나아질 거라고 볼 여지는 없나.
“좋은 이야기인데, 그럼 어떻게 활성화 할 건가? 현상을 제대로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부양책을 조금 더 쓰면 마치 활성화가 될 수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지금 시장 상황이 그런 정도로 활성화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이미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지금까지 30여 차례에 걸쳐 크고 작은 부동산 대책이 나왔다. 한결같이 부동산 부양책 기조였다. 그런데도 주택시장이 계속 가라 앉는다. 그게 뭘 말 하나? 부양책을 쓰면 잠깐 살아났다가 다시 가라앉고, 그 때마다 반등하는 폭과 기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결국은 정부 부양책으로 대처할 수 있는 단계를 지났다는 이야기다.
그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오히려 부동산 가격이 안정화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건설업계나 금융기관은 지금까지 (정부가) 충분히 받쳐줬다. 지난 4년동안 엄청나게 돈 퍼부어 줬다. 건설사 미분양 물량 해소해주고, 저축은행에 공적자금 투입했다. 은행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무주택 서민을 중심으로 일반 가계들을 돕는 그런 정책들이 필요하다. 부동산 거품이 가라 앉으면 그 충격파가 있을 것 아닌가. 부동산 거품을 부풀어 오르게 한 책임이 있는 건설업계나 약탈적 대출을 벌였던 금융기관을 자꾸 무작정 도와줄 게 아니다. 그 충격이 있을 때 무주택자, 서민, 저소득층, 취약계층들이 힘들지 않도록 재정 부양책을 아껴놨다가 그 때 써야 한다. 

(그런데도) 자꾸 먹히지도 않는 거래 활성화 대책을 가지고 부동산 거품을 떠받치겠다고 하고 있다. 그렇게 하면 할수록 부동산 가격이 조정되는 시기를 놓쳐서 그만큼 사회 전체적으로도 기회비용이 커지게 된다. 길게 봤을때 한국 전체에 돌아오는 충격의 파장은 커진다는 이야기다. 한국 언론들이 그런 현실을 제대로 못 보고 있다.”

▲ 연령대별 인구구조 변화 및 연령대별 인구 증감률 변화 그래프. ⓒ선대인경제전략연구소

-일단 이명박 대통령이 DTI 폐지는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정부가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내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수요자’에 한해서 일정하게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하고 있다.
“그런 방안이 어떤 게 있나? 지금 실수요자들 중에 주택을 살 수 있는데 못 사는 사람이 있나? 도대체 뭐가 실소유인가? 빚 안지고 자기 소득 수준에 맞춰서 적절한 수준의 주택가격인데 이걸 못 사게 하는 사람이 있나? 없다. 이미 실수요자는 오래전에 바닥 났고, 빚을 내서라도 살 수 있는 사람들은 다 사 버렸다. 어떤 의미의 실수요자가 있다는 건지 모르겠다. 
물론 신혼부부라던지, 조금 더 넓은 의미로 빚을 조금 내더라도 어느 정도 소득이 모여서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조금은 있을 거다. 그런데 과연 그런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그런 사람들이 돈이 있는데도 안 사고 있는 이유가 뭔가? 정부나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대로라면 (지금은) 집값이 떨어져 있으니까 싼 것 아닌가. 못 살 이유가 뭐가 있나. 앞으로도 집값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구입을 미루고 있는 것이다.
(정부나 여당이 이야기하는 건) 말이 실수요자일 뿐이지, 계속 집값이 높은 수준에 있는데 이걸 떠받쳐주겠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또는 정부가 계속 사실상 투기 조장책을 쓰면서 집값이 오를 수 있을 것처럼 분위기를 조성해서 억지로 집을 사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약간의 공포 마케팅, 탐욕 마케팅인 셈이다.”
-아파트값이 빠지면 대출 만기를 연장할 때 그만큼 담보인정비율(LTV)이 재조정되면서 일시상환 부담이 늘어나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언론에서는 ‘일시상환 폭탄’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는데, 어떻게 보나.
“그러면 언론들이 처음부터 그렇게 계속 집 사라고 할 게 아니라, 처음부터 집값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으니까 신중하라고 경고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 건 안 하고 있다가 지금 와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
주택 담보대출 만기상환 문제는 상당 부분 이미 빚을 내서 집을 살 때 발생한 문제다. 그걸 지금와서 막는데는 한계가 있다. 실제로 지금 주택 대출의 거치기간 만기연장을 4년째 해주고 있다. 그런데 언제까지 계속 이렇게 갈 수 있느냐는 거다. 돌려막기가 언제까지 가능할 거냐는 문제다. 불가능 하다. 집값은 계속 떨어질 거다. 일반가계의 소득이 느는 것도 아니지 않나.
거치기간을 연장해주면 해줄수록 거치기간 상환 만기가 도래하는 주택대출이 시간이 갈수록 계속 늘어나게 된다. 이 시뮬레이션을 2009년에 처음 해봤는데, 2010년이 되면 분기별로 만기상환 도래하는 대출이 2009년의 두 배가 되더라. 이미 그렇게 가고 있는 거다. 그런데 몇몇 언론들의 이야기는 계속 만기상환을 연장해주자는 이야기다. 그럼 상환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이 세 배 네 배가 됐을때, 만약 그게 무너지는 상황이 오면 그 충격이 어떻겠나.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지금 일정한 충격은 불가피하다. 다만 한국경제 전반에 돌아오는 충격의 양이 최소화되도록 해야지, 그냥 계속 미루면 나중에 돌아오는 충격의 크기는 더 커진다. 다른 해법이 있나? 어차피 맞아야할 매다. 물론 매를 한 번에 사람이 뻗도록 맞아서는 안 된다. 그 기간과 충격을 단계적으로 분산시켜가면서 맞아야 한다.”
“거품 빼기 착수해야…‘인구 충격’ 곧 온다”
-충격이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분산시켜서 매를 맞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저금리를 이용해서 가계부채 다이어트를 유도해야 한다. 지금 쓸 수 있는 방법은 그렇다. 또 3년~5년 이자만 내다가 원리금 상환에 들어가는 거치식 대출을 균등분할 대출로 전환해야 하고, 현재의 선분양제도 후분양제로 바꿔야 한다. 이게 그동안 투기를 부추겼던 양대 제도다. 이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건설업계와 저축은행에 대한 강력한 구조조정도 시작해야 한다. 특히 금융기관의 약탈적 대출을 규제하는 게 필요하다. 공공임대전세주택이나 사회조합주택 형태의 주택을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막가파식’ 토건 개발, 부동산 개발을 줄이고 기존의 무리한 사업을 정리해야 한다.
자꾸 무슨 부양책을 쓸 게 아니라 한국경제 부동산 시장구조의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해법들을 만들어야 한다. 지난 몇 년 동안 경제지들을 비롯해서 조중동같은 신문에서 부동산 투기를 선동하는 레퍼토리가 있었다. 책()에도 썼는데, 지금 보면 다 거짓말이었다. 정말 무책임한 것 아닌가.
지금 한국의 주택가격이 어디에 와 있냐면, 이미 2006년말 또는 2008년 중반이 고점이었다. 그 때부터 계속 떨어지고 있는 거다. 신체에 비유하자면 머리 꼭대기에서 이미 어깨까지 내려와 있다. 근데 여기서 다시 반등할 것 같나. 어림도 없는 소리다. 바닥까지 내려갈 일만 남았다. 이미 빚을 더 내서 살 수 있는 사람이 없고, 주택수요 연령대(35~54세) 인구가 2011년을 정점으로 감소한다. 인구 충격이 온다.

▲ 전국 및 수도권 부동산 구매력지수 추이(2000~2030년) 추정치. ⓒ선대인경제전략연구소

부동산 업계에서는 인구는 줄어도 오히려 가구수는 늘어나서 주택 수요는 계속 늘어날테니까 집값 안 떨어진다고 한다. 거짓말이다. 가구수가 늘어나는 게 60~70대 연령대다. 문제는 60~70대 인구는 (기존에 살던) 집을 파는 인구라는 거다. 이 가구가 늘어나는 건 수요가 아니라 오히려 주택의 공급이 늘어난다는 의미다.
이게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다. 그러니까 주택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고사하고, ‘이중의 충격’이다. 이와 관련해서 ‘부동산구매력지수’라는 걸 구해봤다. (전국 기준) 그랬더니 2010년대에 거의 비탈길을 내려가듯 떨어진다. 2000년을 100으로 잡았을 때 2010년 91.5에서 2020년에는 67.2, 2030년에는 24.4가 된다. 수도권은 2010년 102.7에서 85.9, 40.7로 급감한다. 2030년의 부동산 구매력이 2010년의 40% 정도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일본식의 장기침체는 거의 불가피하다고 본다.”
-그렇다면 문제가 상당히 심각한데, ‘연착륙’ 방안은 없나.
“저라고 연착륙을 바라지 않겠나. 그러나 이미 한국경제의 부동산 거품이나 가계부채는 상당한 충격을 동반하지 않고는 해소될 수 없는 수준에 와 있다. 하루 아침에 멀쩡하게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나마 지금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모색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연착륙 방안을 찾아야지 아무런 피해 없이, 별 문제없이 넘어갈 수 있는 그런 방안은 이미 물 건너 갔다. 대책 중에서 최상책은 고사하고 상책이나 중책을 쓸 수 있는 단계도 지나갔다. 이미 많이 놓쳤다. 그래서 남아있는 게 하책인데, 하책이라도 제대로 써야 한다.
우선 더 이상은 거품을 이 상태에서 키우지 않는 게 중요하다. 더 이상 하우스푸어같은 사람들을 양산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무작정 부양책을 쓰면 그게 단기적으로는 작동하는 것처럼 보일지는 모르지만, 길게 보면 거품을 더 키우는 길이다. 2008년 이후 계속 부양책을 썼는데 거품이 더 커지지 않았나.”
-‘하우스푸어’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논란이 있다. 언론에서는 ‘피해자’로 묘사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한 쪽에서는 ‘투기 열풍에 편승해 무분별하게 대출을 얻어 집을 산 사람들’이라는 비판도 있는데.
“일단 언론이 미리 경고를 했어야 했다. 더 이상 무리하게 집 사지 말라고 계속 경고를 했다면, ‘하우스푸어’들이 지금보다 훨씬 적었을 것 아닌가. 그런데 언론들이 이제와서는 마치 자기들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양 행동하고 있다. 미안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는데, 이제와서 하우스푸어를 구제해줘야 한다고 한다. 
문제는 겉으로는 하우스푸어 구제론인데 실제로는 건설업체나 저축은행 또는 다주택 투기자들, 부동산 부자들을 구제하자는 이야기라는 점이다. 서민에 가까운 하우스푸어를 구제해주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양도소득세 감면해주자는 얘기나 다주택 소유자 양도세 중과폐지 이런 게 어떻게 하우스푸어 구체대책이냐, 투기꾼들 구제대책이지. 굉장히 의도가 있는 정책들이다.
개인적으로는 하우스푸어가 되신 분들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빚을 내서 무리하게 집을 살 수 있도록 부추기는 구조가 있었다. 정부부터 해서 정치권도 제대로 대응을 못했고, 언론들은 부동산 광고에 눈이 멀어서 오히려 부추겼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제어 역할을 못하다 보니까 일반 가계 입장에서는 충분한 정보가 없었다. 그런 와중에 건설업계나 부동산업계의 선동적인 정보를 접하며서 금방이라도 부자가 될 것같은 환상을 가졌다. 또는 (집값이 계속 오르니까) 지금 집을 사지 않으면 영원히 집을 못 살거 샅다는 생각도 했을 거다. 그렇게 해서 뛰어들었던 건데, 따지고보면 전적으로 개인의 책임만은 아닌 부분이 있다.
그러나 일정한 자기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 결국은 자기 책임 하에 투자했기 때문에 손실을 감당할 수밖에 없는 거다. 다만 상황이 어려워진다면 거기에 맞게 정부가 재정 지원책을 동원해야 한다. 개인파산제도나 신용회복제도를 조금 더 간소화하고 폭넓게 이뤄지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고, 재무 컨설팅을 통해서 부채를 줄여갈 수 있는 노력을 할 수 있게 유도 해야 한다. 이걸 탕감해준다거나, 이들을 구제한다면서 부동산 부양책을 쓰는 방향으로 나가는 건 옳지 않다.”

“부동산 거품 빠져야 경제 활력 돈다.”
-대선을 앞두고 복지국가나 경제민주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반면 여야를 통털어 부동산 문제에 대해 뚜렷한 대책이나 정책을 가지고 있는 정당이 잘 안 보인다.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잘 모르는 것 같기도 하다. 정책적으로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것 같다. 특히 대선주자들이라면 부동산 문제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결하겠다거나, 적어도 큰 틀에서 어떤 기조로 가겠다는 정도는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그런 것 자체를 안 하고 있다.
아마 지금에 와서 부동산 문제를 어떤 식으로 이야기하든 큰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하에 그러는게 절반 정도 있을 것 같다. 또 부동산 문제의 심각성과 실태를 잘 모르고 있거나, 그 해법을 제대로 고민하지 않았기 때문에 답을 못 내는 게 절반 정도 된다고 본다. 안타깝다.
표 떨어지는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경제의 앞날을 내다보고 당장은 좀 충격이 있겠지만 뼈를 깎는 그런 어떤 개혁을 해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면, 그걸 사람들이 이해 못하겠나. 그걸 할 용기를 가진, 그런 비전과 철학을 가진 후보가 없는 것 뿐이다. 제대로 알고 제대로 설득하면 국민들을 납득시킬 수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그런 지도자가 없다.”

▲ 서울 아파트 실질가격 추이(1986~2011). ⓒ선대인경제전략연구소

-정치권을 압박할 주체가 잘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시민’으로 묶기엔 부동산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각자 다르지 않나.
“결국은 일반 가계가 해야 한다. 대다수 가계는 사실 단기적인 충격은 있더라도 부동산 거품이 빠지는 게 좋다. 2000년대 내내 부동산 거품에 돈이 묶여서 생산경제에 돈이 돌지 않았다. 그러니까 기업 활동이 침체되고 일자리는 안 늘어나고, 소득도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떨어졌다. 반면 집값은 천정부지로 올라서 젊은층은 집을 못 사고, 그러니까 연애도 결혼도 마음대로 못하고 애도 못 낳게 된 흐름이 있다. 계속 이렇게 갈 거냐. 당장 충격이 있더라도 지금 부동산 거품을 해소하면 ‘사람 값’은 올라가게 되어 있다.
적어도 길게 보면 부동산 가격이 빠지는 게 한국경제의 고비용 구조를 해소하는 길이다. 고비용 구조가 해소되면 생활물가가 내려가게 되어 있다. 부동산 거품이 빠지면 생산원가도 낮아지고 카페도 당장 임대료가 줄어드니까 그만큼 가격을 낮추거나 고용을 늘릴 수도 있다. 전반적으로 일반 가계가 살아가기엔 더 좋은 구조가 될 수도 있다.
대다수의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부동산 거품 빠지는 게 오히려 좋은 거다, 길게 보면. 그러면 단기적으로 조금 어렵더라도 눈물의 골짜기를 지나서 부동산 거품 빼고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경제 구조를 만들고, 사람 값이 제대로 대우 받는 그런 구조를 만들면 된다. 그렇게 되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실제로 혜택을 본다. 일반 가계들이 결집해야 한다.”
-장애물이 곳곳에 놓여 있을 것 같은데.
“언론이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있다. 언론이 계속 거짓말을 해왔던 것 아닌가. 건설업계나 재벌 대기업들 광고 받아서 일반 가계를 수탈하는 그런 기사들을 계속 생산해왔다. 경제가 한참 좋고 부동산 거품 불기 초기에는 그게 일반가계도 좋아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재벌대기업, 건설대기업들은 좋아지지만 일반 가계들은 점점 실질 가계소득이 하락하고 있다. 언론의 문제가 정말 심각하다.”

허완 기자 | nina@mediatoday.co.kr  

2012년 6월 19일 화요일

강기갑 "애국가 파문, 왜 진보진영 문제냐.. 이석기 신중해야"


이글은 위키프레스 2012-06-19일자 기사 '강기갑 "애국가 파문, 왜 진보진영 문제냐.. 이석기 신중해야" '를 퍼왔습니다.


강기갑 통합진보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최근 불거지고 있는 애국가 파문에 대해 "왜 갑자기 애국가 문제가 진보진영의 문제가 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19일 평화방송(PBC) 라디오 에 출연한 강 비대위장은 "저도 현충원 국립묘지에 가서 애국가 매번 부르고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한 번의 논란 없이 가서 불렀다"며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또한 "한국의 국회의원으로서 공당의 의원으로서 이런 발언을 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며 논란의 당사자인 이석기 의원을 의식한 듯한 발언을 이어갔다.

이어 "운동권에서 했던 발언을 정치일선에서 하면 괜히 엉뚱한 빌미나 오해를 국민들에게 줄 수 있다"며 거듭 자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아울러 강 비대위장은 '이 의원의 발언이 실언이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며 "제가 왈가왈부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한편 강 비대위장은 "노회찬 의원과 심상정 의원의 지지를 받아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하기로 결심했다"며 "신당권파 차원에서 사실상 후보 단일화가 됐다"고 설명했다.

강현석 (angeli@wikipress.co.kr) 기자 

2012년 6월 5일 화요일

임수경 ‘변절’ 폭언에 여권 대대적 공세… 정치권은 사상논쟁 중


이글은 경향신문 2012-06-04일자 기사 '임수경 ‘변절’ 폭언에 여권 대대적 공세… 정치권은 사상논쟁 중'을 퍼왔습니다.

ㆍ대선 6개월 앞두고 사상·대북관 등 보수 가치만 공방

민주통합당 임수경 의원의 지난 1일 술자리 폭언이 정치권에 파장을 낳고 있다. 사적인 자리에서 우발적으로 벌어진 일이지만, 그 안에 야권으로서는 민감한 의제가 내포돼 있다. 통합진보당 사태가 대북관 문제로 비화한 상황에서 또 터져나온 것이다.

임 의원은 서울 종로의 한 식당에서 탈북자 출신 대학생 백요셉씨와 말다툼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근본도 없다” “굴러들어와”라고 하고, 탈북자와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을 가리켜 “변절자”라고 했다.

반주를 겸한 식사 자리에서 벌어진 일이다. 문제는 야권, 진보진영에서 예민하게 반응하는 문제들이 한순간에 터져나왔다는 점이다. 탈북, 북한 인권, 운동권의 전향 문제 등이다.

여권은 총공세를 벌였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4일 백령도 군부대와 천안함 위령탑을 방문한 뒤 기자간담회를 열고 “탈북자는 대한민국 국민일 뿐 아니라 자유와 평화의 사도”라며 “이들 가슴을 아프게 하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들은 후일 통일의 역군이요, 남북의 기본이 될 귀중한 인재들로 존중하고 존경해야 한다”고 했다.

김영우 대변인은 논평에서 “임 의원의 반인권적, 반자유민주주의적 인식이 놀라울 따름”이라며 “임 의원 발언은 탈북자(를 변절자라며) 강제북송을 주장하는 북한 논리와 다를 바 없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색깔론도 제기됐다. 윤상현 의원은 이날 “임 의원도 국가관이 의심스러운 사람”이라며 “종북의 몸통은 민주통합당임이 드러났다. 민주당이 왜 그토록 야권연대에 연연했는지 이유를 알겠다”고 했다.

발언 파문은 예서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심재철 최고위원도 “탈북자가 무엇을 변절했다는 건가”라며 “국회 윤리위에 회부해 발언의 잘잘못을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19대 국회 전반기에서 이 문제를 계속 쟁점화하려는 의도를 명확히 한 것이다.

탈북자단체들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과 민주당사 앞에서 임 의원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당신의 조국 북한으로 가라”고 비판했다. 북한민주화위원회, 탈북자동지회, 자유북한방송, NK지식인연대 등 탈북자단체들은 공개질의서에서 “탈북자를 배신자라고 하는 임수경의 조국은 어디인가”라며 “김일성을 아버지라 부른 사람이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될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

민주당은 당혹해하고 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임 의원의 사과와 반성, 해명을 당이 믿는 만큼 조치할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서둘러 이 사안을 종결코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당대표 경선에 나선 김한길 후보는 SBS 라디오에 출연해 “매우 잘못된 언동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당 차원에서 사실관계 전모를 파악할 것이고, 거기에 합당한 조치가 강구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19대 국회의원 워크숍에서도 걱정이 이어졌다. 한 고위 당직자는 “이 건은 얼마나 갈 것 같으냐”고 물었다. 경기지역 한 초선의원은 “워크숍이 임 의원 사건으로 다 덮인 것 같다”며 “대선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정말 걱정이다. 어떻게 해야 잘 풀 수 있을까”라고 했다.

한 재선의원은 “(임 의원) 발언은 잘못됐고 실수한 것 같은데 저쪽(새누리당)에선 많이 물고 늘어지겠지”라며 “통합진보당 문제 때문에 타이밍이 좋지 않은데”라고 말했다. 당의 고민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대목이다.

19대 총선 직후 통합진보당에서 벌어진 비례대표 부정경선 의혹은 당권파의 대북관 문제로 확대됐다. 그 여파는 야권연대의 상대인 민주당에 닿았다. 이로 인해 야권 전체의 지지도는 떨어졌고, 민주당 내에서도 야권연대 효용성 논쟁이 벌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임 의원 발언은 그렇잖아도 뜨거운 사회적 쟁점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12월 대선을 6개월 앞에 두고 정치권 이슈는 ‘사상’ ‘대북관’ ‘안보’ 등 보수적 가치로 덮여 있다. 지난해 말과 올 초 중심이 됐던 ‘복지’ ‘경제민주화’ 등 민생 관련 의제는 뒤로 밀려 있다.

최우규·임지선 기자 banco@kyunghyang.com

2012년 6월 1일 금요일

"'재벌과 투기자본, 뭐가 더 나쁜가?"


이글은 프레시안 2012-06-01일자 기사 '"'재벌과 투기자본, 뭐가 더 나쁜가?"'를 퍼왔습니다.
['한국경제와 복지국가' 강연] 이종태 "복지국가냐, 주주자본주의냐"

"민영화는 나쁘다. 그 중에서 공공부문이 외국 투기자본에 넘어가는 경우는 최악이다. 그나마 국내 재벌기업에 넘어가는 것은 차악이다. 그런데 일부 진보진영에서는 '재벌기업 민영화'는 극렬히 반대하면서 '투기자본 민영화'에는 침묵한다."

정승일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연구위원이 한 말이다. 국내 재벌들이 적어도 '지속가능한 기업경영'을 고려하는 것과는 달리, 기업의 존폐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주주의 이익에만 봉사하는 투기자본은 국내 사회·경제에 최악의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다. 정 연구위원이 재벌개혁보다는 주주자본주의 규제를 강조하는 이유다.

'금융자본주의와 주주자본주의'라는 주제로 30일 서울 마포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교육실에서 강연한 이종태 (시사IN) 기자는 정 연구위원의 문제의식에 살을 덧붙였다. 정 연구위원과 함께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이하 (선택))의 공저자이기도 한 이종태 기자는 최악의 민영화의 예로 최근 요금 인상 논란을 불러일으킨 서울시 메트로 9호선을 꼽았다.


"메트로 9호선이 수익 낼 수 없는 이유? 주주 탓!"

이 기자는 "아무리 지하철 요금을 올려줘도 메트로 9호선의 경영 상황은 절대 개선될 수 없다"면서 "메트로 9호선의 부실기업화는 주주자본주의의 필연적 귀결"이라고 주장했다. 메트로 9호선의 수익이 주주의 이익에 반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메트로 9호선은 자본금인 1671억 원보다 3배가량 많은 5000억 원을 대출받았고, 적게는 6%에서 많게는 15%에 달하는 고금리 이자를 물면서 '부실기업화'의 수순을 밟았다. 2009년 개통 이후 메트로 9호선이 기록한 순손실 1634억 원 가운데 대출 이자비용은 무려 1000억 원에 이른다.

메트로 9호선이 '울며 겨자 먹기'로 고금리 이자를 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메트로 9호선의 금융계 주주가 곧 채권자들이기 때문이다. 메트로 9호선의 주주인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사, 신한은행 등은 메트로 9호선 운영에 필요한 자본금 5000억 원을 '투자'하는 대신 고금리로 '빌려주기'로 결정했다.

주주들이 메트로 9호선의 순이익을 늘리는 데 관심이 없는 이유에 대해 이 기자는 "메트로 9호선에서 순수익이 발생하면 주주들은 법인세를 제하고 줄어든 배당을 받아야 한다"며 "반면에 적자라면 수익이 없는 만큼 메트로 9호선은 법인세를 낼 필요가 없고, 주주들은 고금리 대출이자를 통해 메트로 9호선이 내지 않은 법인세를 포함한 더 많은 수익을 챙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뉴시스

이 기자는 "문제는 이처럼 기업의 지속가능성에는 관심이 없는 주주자본주의가 전 세계가 돌아가는 법칙으로 받아들여진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기업 입장에서 투자자들은 그저 외부인이었지만 1970년대 후반 이후부터 기업의 주인은 주주라는 분위기가 광범위하게 확산됐다"고 말했다.

이전까지 고용창출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중시했던 분위기도 1970년대를 전후로 오로지 주주에 대한 봉사만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 결과 한국에서도 비정규직 확산, 기업 인수합병 시장의 활성화, 외주화 증대 등 신자유주의적인 변화가 이뤄졌다고 이 기자는 지적했다.

"신자유주의가 태양계라면, 금융자본주의는 태양"

주주자본주의 규제보다는 재벌개혁을 강조한 김상조 한성대 교수, 정태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과 이병천 강원대 교수는 의 저자들과 '신자유주의'에 대한 진단을 어떻게 달리할까.

이 기자는 "정태인 원장, 이병천 교수는 금융자본주의를 신자유주의 현상의 단지 일부로만 간주하는 것 같다"며 "하지만 나를 비롯한 (선택)의 저자들은 신자유주의의 핵심을 주주자본주의, 혹은 (금융자본이 경제를 지배하는 현상인) 금융자본주의라고 본다"고 말했다.

"신자유주의가 태양계라면 금융자본주의는 태양계의 핵심인 태양이다. 노동시장 유연화, 공기업 민영화, 시장 개방 등의 현상은 태양을 둘러싼 행성들이다. 그런데 정태인 원장은 (금융자본주의가 아니라) 노동시장 유연화, 공기업 민영화, 시장 개방 등의 현상을 묶어 신자유주의라고 본다. 그러면서 '재벌 규제 방안'으로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조 설립, 최저임금 인상, 하청기업의 집단교섭권 부여, 공정거래위원회 강화, 소비자권리 강화 등을 제시한다. 그러나 우리는 정 원장이 제시한 '재벌 규제 방안'조차 금융자본주의를 규제하지 않고는 해결할 수 없다고 본다."

다시 말해 금융자본주의를 규제하지 않고는 다른 사회·경제적인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는 (선택)의 저자들이 주주가치에 기반을 둔 운동인 '소액주주 운동'에 비판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소액주주 운동이 금융자본주의 체제에 기여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쟁과 관련해 정태인 원장은 (프레시안) 기고에서 "금융세계화와 주주자본주의가 양극화의 근원이라는 점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원장은 "(선택)이 재벌의 경영권 보호를 제시하고 있을 뿐"이라며 "과연 경영권을 보호해주면 재벌들이 배당금을 줄여서 투자를 늘리고 하청단가도 올려주며 노동자 임금도 끌어올릴까"라고 반문했었다.

정 원장은 또 "한 국가에서 (주주자본주의를 규제하는) 효과를 낼 뾰족한 정책은 별로 없다. (다만) 동아시아 국가들의 공조와 세계적인 금융규제 강화의 진행에 맞춰 주주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시정해야 한다"며 "동아시아가 공동의 환율정책, 외환보유고 관리 정책을 사용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이러한 발언을 소개하며 이 기자는 "동아시아가 공동의 환율정책을 쓰는 것은 자본통제보다 어렵고 시간도 더 걸린다"며 "동아시아 공동 환율정책이 이뤄질 때 주주자본주의를 규제하자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말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정 원장을 비판했다.

"1주10표제 도입해 '창업자 프리미엄' 주자"

강연이 끝나자 청중의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주주자본주의 규제' 방안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나오자 답변에 나선 정승일 연구위원은 기업을 안정적으로 꾸릴 만한 경영자나 창업자에게 이를테면 '1주10표'를 주자고 제안했다.

"우리나라는 1주 1표밖에 허용이 안 된다. 반면에 미국에서는 1주 1000표인 주식도 발행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페이스북이 상장하기 전 주식을 발행할 때, 창업자인 마크 주커버그가 20% 지분을 갖더라도 의결권을 60% 넘게 행사할 수 있게 하는 제도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러면 주커버그는 60%의 의결권에 대한 주식을 시중에 매각하지 않고 1주 1표짜리만 매각하면 된다. 창업자 프리미엄이 발동하는 것이다."

정 연구위원은 삼성그룹을 예로 들며 "삼성의 주주 중 80%가 마음만 먹으면 주주총회에 와서 이건희 회장을 몰아낼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이건희 회장이 대주주 행세를 하면서 주가를 올리고 주주들의 배당금을 높여줬기 때문"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1주 10표제가 법률로 허용되면 이건희 회장은 주주들의 눈치를 볼 필요 없이 배당을 많이 하지 않아도, 자가 주식을 매입하지 않아도 된다"며 "이런 식으로 금융자본주의를 제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종태 기자가 언급한 '메트로 9호선' 사례에 대해서도 정 연구위원은 "오스트리아나영국에서처럼 민영화하더라도 황금주 제도를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금주란 단 1주를 갖고도 적대적 인수합병 등 주요 경영사항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식으로, 주로 정부가 보유한다. 그는 "황금주 제도를 도입하면 서울시가 주식을 많이 안 가져도 메트로 9호선에 대한 의결권을 50% 넘게 만들 수 있다"며 "한국에도 이런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국제 기준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종태 기자는 "대기업 계열사 해체와 약화에 반대하는 의 입장을 재벌 옹호로 오인해서는 안 된다"며 "(선택)의 문제의식은 주주자본주의와 재벌 중에서 양자택일하라는 것이 아니라, 주주자본주의와 복지국가 중에서 양자택일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기업 계열사들을 해체해서 국내 대기업에 대한 주주자본주의의 영향력을 높인다면, 친노동·친중소기업·복지 정책들은 실행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 '한국경제와 복지국가' 강연 시리즈

① "최악의 공황이 온다…우린 정말 재수 없는 세대"  

 /김윤나영 기자

2012년 5월 21일 월요일

진보진영 원탁회의 “기득권 내려놓고 과감하게 쇄신하라”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5-20일자 기사 '진보진영 원탁회의 “기득권 내려놓고 과감하게 쇄신하라”'를 퍼왔습니다.
통합진보당 강기갑 혁신비대위원장, “재창당의 각오로 몸부림 중”

진보진영 원로인사들이 통합진보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 지원 사격에 나섰다. 통합진보당 강기갑 혁신비대위원장은 20일 저녁 ‘희망2013·승리2012 원탁회의’ 인사들과 간담회를 갖고 혁신비대위의 방향에 대한 조언을 듣고 쇄신의지를 다졌다. 원탁회의 원로들은 통합진보당이 재창당 수준의 혁신으로 거듭날 것을 요구하는 지난 회의 원칙을 전달했고 혁신비대위는 이 방향에 동의를 표하며 뜻을 모았다. 

이날 오후 5시부터 1시간 40분가량 서울 중구 정동에 위치한 음식점에서 원탁회의 원로들과 만나 현재 통합진보당이 당면한 혁신 과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원탁회의는 혁신 비대위를 격려하고 지지하면서 “더 강하게 혁신의 방향으로 나가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즉 통합진보당의 재창당 수준은 이전 문제 복구가 아니라 진보 전체가 대대적인 혁신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득권을 더 내려놓고 희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현재 통합진보당의 상황에 대한 국민의 요구는 단순한 봉합이나 내부 정치관계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머뭇거리지 않고 과감하게 쇄신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간담회는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성해용 목사, 박재승 전 변협회장, 김상근 목사 (615공동위 남측본부 상임대표), 양길승 6월 민주포럼운영위원장(녹색병원장), 윤준하 6월 민주포럼대표, 이창복 민주통합시민행동 상임대표, 임재경 전 한겨레신문 부사장,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 황인성 시민주권공동대표, 백승헌 전 민변회장, 박석운 진보연대대표, 청화스님 전 조계종 교육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허심탄회한 의견을 나누며 진행됐다. 

강 위원장은 “특히 양극화가 심화되고 국민들 노동자 농어민들 절규가 터져나오는 상황에서, 진보정당이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막중하고 절박한 시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이러한 큰 과제를 앞두고 이렇게 진보정당이 국민 앞에 좋지 못한 모습으로 무너지고, 심려를 끼쳐 드려 다시 한번 죄송하다”고 사죄를 표했다. 

또 “무엇보다도 혁신을 해내가는 길에 있어서도, 말이 혁신이지 우리가 성찰하고 반성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성찰과 반성을 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진보정당이 다시 집을 짓고 재창당한다는 각오로 혁신의 채찍질을 저희들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몸부림을 치고 있다”며 “어려운 상황을 빨리 수습하고 당심을 하나로 모아내겠다”고 다짐했다.

박새미 기자 | psm@mediatoday.co.kr  

2012년 5월 17일 목요일

구 당권파, ‘조중동 프레임’에 매달리면 살 수 있나


이글은 미디어스 2012-05-17일자 기사 '구 당권파, ‘조중동 프레임’에 매달리면 살 수 있나'를 퍼왔습니다.
여러분을 적절하게 비판한 조선·중앙의 칼럼을 소개합니다

▲ 오늘자 조선일보 39면

“조중동이 만들어낸 거죠”, “이미 과거가 된 일을 현재형처럼 만들어내는 것이 조중동 프레임이다.”, “무서운 세상이다. 게시판에 누가 의혹을 던지고 조중동이 실으면 그게 현실이 된다.” 9일자 한겨레 2면 이석기 2번 당선자의 인터뷰에선 ‘조중동’이 세 번이나 언급된다. 각각 그가 당권파의 실세라는 주장, 종북주의라는 비판, 운영했던 CNP 그룹이 당권파의 자금줄이라는 주장에 대한 해명이다. 오늘 아침 YTN 김갑수의 출발 새아침에선 훨씬 더 심했다. 조중동이 만들어낸 걸 일부 진보언론이 받은 것이 문제고, 자신을 비판한 자당의 이청호 부산 금정구 의원도 조중동의 보도를 통해서만 봤다고 말할 정도였다. 마치 '조중동'이란 단어를 쓰지 않으면 말을 이어갈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이 해명들 중 일부는 사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부정경선 사태 전체가 '조중동의 소설' 안에만 존재한단 말을 누가 믿을 수 있을까. 이젠 참여정부 시절 전가의 보도처럼 '조중동 프레임'이란 말을 쓰던 노무현 지지자들조차도 통합진보당 구 당권파 지지자들이 이 단어를 쓰면 “대체 이 맥락에서 그게 왜 튀어나오냐”며 ‘멘붕’한다.
통진당 경선 부정 문제는 ‘조중동의 소설’ 안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민중의 소리’를 제외한 남한의 모든 언론에서 철저하게 비판받은 문제다. 따라서 “너희들이 ‘조중동 프레임’에 놀아나고 있다”는 구 당권파 일각의 주장은 거론될 가치가 없다. 그러나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생각해보자. 과연 이 문제에 관한 조중동의 칼럼엔 받아들일만한 부분이 없을까?
물론 조중동의 보도기조는 진보언론들에 비해서 볼 때 구 당권파를 친북세력으로 몰고, 그들이 장악한 통진당과 연대를 하는 민주당의 정권교체에 친북의 굴레를 뒤집어 씌우려는 의도가 보였다. 그러나 그런 의도와는 또 별개로, 조중동의 통진당에 대한 비판에도 들을 구석은 있다. 조중동이 이석기 등의 과거가 어땠는지만 가지고 물고 늘어진다면 ‘색깔론’이란 비판도 가능하겠으나, 이석기 등 통진당 인사들의 현재 생각까지 묻는다면 얘기가 또 다르다.
‘북한 3대세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북한 핵무기 개발이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라는 질문에 그들이 보편적 정의와 대중적 상식에 현저히 벗어나는 대답을 하거나 침묵한다면, 그 사실 자체가 언론이 시민들에게 마땅히 전해야 하는 정보가 되기 때문이다. 이석기나 김재연이 끝내 사퇴하지 않는다면 조중동은 그야말로 통진당을 야당세력을 대선 기간 내내 ‘조질 수 있는’ 꽃놀이패로 받아들이고 환호할 것이다. 이 상황도 사실상 그들이 자초한 것이지 무슨 논리나 윤리로 조중동의 행동이 잘못 되었다고 성낼 수 있겠는가.
그러나 이런 일반론을 넘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칼럼에는 진보진영에 대한 훌륭한 고언이나 통진당 구 당권파를 대하는 한국 사회의 바람직한 태도에 관한 성찰이 보이는 것들이 있다(동아일보에선 찾아보기 힘들다). 이석기나 김재연이 후안무치한 모리배 혹은 종교적 광신자라도 한미 FTA를 합당한 논거로 비판할 수 있는 것처럼,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에게도 물론 그와 같은 일이 가능하다. 악마의 신문 조중동은 읽지 않을 통진당 구 당권파를 위해 기자가 손수 몇 개를 뽑아왔으니 밑줄 쳐가며 읽었으면 좋겠다.   
먼저 오늘자 조선일보에 실린 정우상 논설위원의 칼럼이 있다. 라는 칼럼이 있다. 제목부터 가슴을 후벼판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자. (링크) 
당시 민노당 정책실에는 폐쇄적이지 않고 '진보의 현대화'를 고민했던 독종(毒種)들이 많았다. 이들은 '닥치고 반미(反美)' '닥치고 후보 단일화' 같은 이야기를 하면 코웃음을 쳤다. 이들이 만든 정책이 대형마트 규제, 상가 및 주택 임대차 보호법, 복지확대를 위한 조세개혁,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같은 것들이었다. 대형마트 규제는 8년 뒤에 빛을 봤고, 조세개혁과 복지는 지금 정치권의 가장 큰 쟁점이다. 이들은 '자본주의 극복'을 이상으로 삼았지만 아주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을 내놨다. 법과 제도로 피해를 보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 상담하고 그 결과를 정책으로 만들었다.
(...) 지금은 통합진보당이 진보의 대표 행세를 하고 있지만, 진보정당이 현재의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기반을 닦았던 많은 사람들은 진보당과 손을 잡지 않았다. 진보신당에 남은 김종철 부대표에게 주사파들과의 재결합을 거부했던 이유를 물었더니 대답은 "진보정당 오래하고 싶다"는 거였다. 정권교체라는 이유만으로 북한 추종 노선을 묻어두고, 복지문제에는 관심도 없는 세력과 연합하면 진보정당은 곧 사라질 것이란 설명이었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5% 득표율로 낙선했다. 뭐 하러 그 고생을 하며 진보정당을 하는지 물었더니 김종철은 "아직 불쌍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고 답했다.
한국에서 진보의 시작은 주체사상이 아니다. 숨 막히는 골방에서 여공들과 함께 눈물 흘리며 "불쌍한 평화시장 어린 동심 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외쳤던 전태일이다. 진보는 다시 '전태일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당권이니, 야권연대니, '닥치고 뭐니' 하는 권력다툼은 그다음 일이다. 비정규직, 독거 노인, 다문화 가정, 그리고 폭압체제에서 헐벗고 있는 2400만 북한 주민들의 삶에서 다시 진보의 길을 찾아야 한다. 진보가 건강해야 이에 자극받은 보수도 혁신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다.
구구절절하게 옳은 조언이다. 물론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이렇게 말하는 것은 만시지탄이다.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이 당시 민주노동당에 대해 이 정도로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면, 민주노동당의 역사는 달라졌을 수 있다. 그들은 “진보가 건강해야 이에 자극받은 보수도 혁신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란 정론을 알았으나, 보수가 혁신하는 것보단 보수가 집권하는 것을 더 중시했기에, ‘건강한 진보’를 키워내는 것을 거부했다. 그 결과 그들은 정말로 자신들이 원하는, 친북이 진보를 참칭하는 세상에 살게 되었다고 비아냥대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 얘기는 보수언론이 그렇게 했더라도 진보진영에서 자정능력이 있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을 고백하는 것이기에 ‘제 얼굴에 침뱉기’기도 하다.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진보의 처지를 동정하는 세상이 서글프기만 하다.
다음으로 소개할 글은 16일자 중앙일보에 실린 권석천 논설위원의 라는 칼럼이다. 정파지들의 현실에 대한 비판과 자기반성이 눈에 띈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자. (링크)
팩트는 가차 없다. 언젠가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환부는 곪을 대로 곪게 된다. 파이시티 사건과 통합진보당 사태엔 워치독(watch dog·감시견) 역할을 충실히 하지 못한 언론의 책임도 있다. 이런 상황은 지난 4년간 언론이 진영 논리의 포로가 됐다는 비판을 받아온 것과 무관치 않은 것 같다. (...) 정치세력들은 “좌파에 도움을 주려는 거냐” “보수의 프레임에 넘어가면 안 된다”며 그런 상황을 즐겼다. 시간이 흐르자 다른 매체에 뭐가 나와도 “그건 우리가 쓸 게 아닌데…” 하고 넘겨버렸다. 대신 스마트폰 세상에서 유명 인사들의 트윗을 실어 나르는 데 바빴다. (...) 제도권 언론이 보고 싶은 사실에 안주하는 동안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온 것이 ‘나는 꼼수다(나꼼수)’ 같은 유사 언론이었다. 

▲ 16일자 중앙일보 34면

이것이 과연 우리가 중앙일보에서만 보아야 할 글일까? 가령 한겨레 논설위원 중 하나라도 이런 얘기를 하지 않아도 될 만큼 한겨레는 떳떳한가? 이제야 통진당이 진보세력과 나라를 망칠 것처럼 이런 저런 진보언론 지면에 글을 쓰는 진보지식인들은 정말로 떳떳한가? 기자의 생각으론 그런 것 같지 않다.
하나 더 살펴보자. 이번에 소개할 글은 15일자 중앙일보에 실린 이철호 논설위원의 이란 칼럼이다. 다른 건 몰라도 이 칼럼 만큼은 구 당권파들이 반드시 읽었으면 좋겠다. 그들은 그들 사상에 대한 관용과 햇볕정책을 참 좋아하지 않던가? (링크)
진보진영 인사에 따르면 경기동부가 공식회의를 짓밟은 비밀은 따로 있다. 가장 예민한 뇌관이 ‘당원 명부’와 총무실이라고 한다. 그들은 당원 명부가 공안 당국에 넘어가면 끔찍한 탄압이 기다린다는 공포에 사로잡혀 있다. 회계·재정을 주무르는 총무실을 넘기는 것도 악몽이다. 지난 8년간 유령당원, 당비 대납, 광고 몰아주기 등의 온갖 불법이 드러날 수 있다. 자칫 양심범이 아니라 횡령·배임의 파렴치범으로 몰리는 게 두려운 것이다.
이제 경기동부는 주홍글씨가 됐다. 그렇다고 공안 당국의 수사가 능사(能事)는 아니다. 한 번쯤 주사파의 과거를 되짚어 보았으면 한다. 1986년 옛 안전기획부는 구국학생연맹(구학련)의 서울대 법대생 김영환·하영옥·박○○군 등을 체포했다. 김영환은 “내가 강철서신을 썼다”고 자백했지만, 안기부는 “믿을 수 없다”며 끔찍한 고문을 가했다고 한다. 김씨는 “그때의 기억이 골수 주사파가 된 원형질”이라 고백했다. 이후 대학가의 지하서클 수준이던 구학련은 반제청년동맹→민족민주혁명당의 지하당까지 치달았다. (...)
경기동부도 햇살에 노출되자 단박에 거덜이 났다. 민주노총마저 등을 돌릴 분위기다. 하지만 더 이상 순교자를 만들 게 아니다. 당국의 칼날이 어른거리는 순간 ‘공안탄압’의 물타기와 단합의 빌미가 될지 모른다. 오히려 출당(黜黨)이든 봉합이든 진보진영에 온전히 맡겼으면 한다. 이미 국민들은 어느 쪽이 옳은지 충분히 판단하고 있다. 박 변호사의 변신이 증거하듯 나는 우리 사회의 상식과 건강함을 믿는 쪽이다. 

▲ 15일자 중앙일보 34면

체제와 국가보안법의 탄압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 그들의 정당성의 근거를 제공해 주지 않는다. 그들 인생의 험난한 경로와는 별도로, 그들은 탄압을 받음으로서 이렇게 남한 사회의 모든 언론에 등장하는 정치세력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진보진영 일각에서나 했던 얘기들을 이제는 보수언론 칼럼니스트가 하고 있다. 공안당국의 탄압이 사라진 세상을 어떻게 살아낼 것인지 구 당권파가 한 번 더 고민해 봤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칼럼은 16일자 중앙일보에 실린 오병상 수석논설위원의 이라는 칼럼이다. 당권파들의 행동의 근거가 되는 저 유명한 ‘군자산의 약속’이란 문건을 살피면서 그들의 정치적 행동의 원인을 추론해 보는 글이다. (링크) 이 역시 진보진영에서도 나오던 분석이다. 칼럼은 이렇게 끝난다.
10년의 노력 끝에 목표달성을 눈앞에 두고 부정·폭력사태가 터졌다. 무엇보다 정당정치를 수단으로 간주하는 태도가 화근이었다. 통일이라는 지고지순의 목표 앞에서 정당정치의 민주적 절차 따위는 무시됐다. 민주적 정당정치를 부정하면서 제도권 정치참여에 뛰어든다는 생각부터 모순이었다. NL끼리 덮고 감추어 온 모순이 PD와 국민참여당 세력들에 의해 온 세상에 공개됐다. 그간의 성공은 스스로를 감춘 덕분이었다. 언젠가 드러날 모순이었다. 그나마 대통령 선거 이전에 드러나 다행이다.

▲ 16일자 중앙일보 35면

구 당권파여, 당신들은 이 사람의 분석과 결론에 무슨 반론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여전히 할 수 있는 말은 ‘조중동 프레임’이란 말 뿐인가? 진보진영에서 먼저 나오던 말을 중앙일보가 가져다 써도 ‘조중동 프레임’이라면, 대체 그것의 실체는 뭔가?
기자는 제목에서 이 글의 수신자를 구 당권파로 잡았고 다른 독자들에겐 여흥거리를 주는 척 했다. 하지만 사실은 기자가 상정했던 수신자는 그들을 넘어 본인이 진보개혁 세력에 속한다고 믿는 시민들 전체이다. 사실을 말하자면 상대방의 주장을 ‘조중동 프레임’이란 논거(?)로 무시하는 건 한국의 진보개혁 세력이 스스로의 부족한 정당성을 채우는 주요한 핑계 논리 중의 하나였다. 조중동에 의해 비판받으면  무슨 일을 했던 진보개혁 진영을 사수하는 투사가 되었던 것이 아닌가?
통진당 일부 구 당권파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조중동 프레임’이란 핑계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때에, 정도의 차이는 있다지만 그간 우리 진보진영이  ‘조중동 프레임’을 우리의 허물을 감추기 위한 핑계로 남용한 경우는 없었는지 성찰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윤형 기자  |  ahriman@mediaus.co.kr

2012년 5월 16일 수요일

변상욱 “이정희, 방관‧침묵이 나치 학살 만들어”


이글은 뉴스페이스 2012-05-16일자 기사 '변상욱 “이정희, 방관‧침묵이 나치 학살 만들어”'를 퍼왔습니다.
“혐오한 정치가 우리 목 졸라” 국민에도 ‘쓴소리’

변상욱 CBS 대기자는 16일 나치 히틀러의 홀로코스트의 역사적 교훈을 되짚으며 통합진보당 이정희 전 대표에게 “당의 화합과 복원을 위해 침묵을 풀고 백의종군해야 할 시기를 살펴주었으면 한다”고 촉구했다. 

변 기자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의 ‘변상욱의 기자수첩’에서 “침묵을 다른 힘이나 권위가 강제한다면 형벌이 되는 것이지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침묵하겠다고 뒤로 물러서면 그건 묵비권의 행사로 봐야하지 않을까?”라며 이같이 일갈했다(☞ 글 보러가기)

앞서 이정희 전 대표는 12일 폭력사태로 종결됐던 중앙위원회 시작 직전 사퇴를 하고 회의에 불참했다. 이어 전 국민을 경악케 하는 대표단 단상 점거 폭력사태가 발생하자 13일 오전 트위터에 “저는 죄인입니다. 어제 제가 무릎꿇지 못한 것이 오늘 모두를 패배시켰습니다”라며 “이 상황까지 오게 한 무능력의 죄에 대해 모든 매를 다 맞겠습니다. 침묵의 형벌을 받겠습니다. 저를 실패의 본보기로 삼아주십시오”라는 글을 올렸다.

14일 박영재씨의 분신시도 등을 지적하며 변 기자는 “당원들의 극단적인 선택이 재발되지 않도록 또 당의 복원을 위해서 당 내부 책임 있는 사람들의 자중 자애가 필요한 시점이다”면서 “이토록 빈틈을 보이고 국민의 지지가 떨어지면 새로운 공안정국이 등장해 진보 진영의 기반을 얼마든지 흔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변 기자는 “굳이 진보진영의 복원을 강조하는 것은 정파적 관심에서가 아니다”며 “봉건왕조와 식민지배, 종속적인 우익보수정권의 장기지배에 따른 이 나라 근대사의 왜곡을 시정하고 균형을 맞추려면 진보의 목소리는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고 역설했다. 

이어 이정희 전 대표의 ‘침묵의 형벌’과 관련 변 기자는 “이스라엘 부모들은 좀체 아이들에게 매를 들지 않는다. 대신 벌을 주고자 할 때 즐기던 놀이나 텔레비전 시청을 차단한다. 그리고 아이에게 일절 말을 걸지 않는다”며 “격리와 침묵 속에서 스스로 잘못을 찾으라는 요구이다. 그러나 훈계 후에는 반드시 아이를 껴안아준다. 꾸짖는 것도 사랑의 한 노력이라는 걸 알려주는 것이다”고 소개했다.

또 변 기자는 “가까운 역사 속에서 스스로를 정치적 침묵 속으로 밀어 넣은 예는 20세기 독일에서 찾아 볼 수 있다”며 “나치 히틀러의 홀로코스트에 대한 기록을 보면 희생된 사람은 1,100만 명이다”고 역사적 사례를 짚었다.

변 기자는 “그런데 당시 히틀러를 지지했던 사람들은 독일국민의 10%였다”며 “국민 10%의 지지로 어떻게 1,100만 명을 학살할 수 있을까? 그렇게 되도록 90% 독일국민은 뭘 했을까?”라고 반문했다.

변 기자는 “방관하고 침묵했다. 유태인을 실은 기차가 자기 마을을 지날 때 그 소리에서 도망치려고 교회에 모여 찬송을 부르기도 했다 한다”며 “그걸로 일말의 양심을 표현한 것인지는 몰라도 침묵이 답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다수 국민 뿐 아니라 독일의 관료들도 마찬가지. 묵묵히 하라는 일만 하는 것이 정권에 대한 충성인지는 몰라도 국가를 전쟁과 광기로 떠밀어 넣는 결과를 낳았다”며 변 기자는 “공무원이 양심과 직무 사이에서 아무런 갈등 없이 묵묵히 일할 때가 그 나라가 가장 위험한 때임을 이르는 대표적인 예이다, 자기 자신을 침묵 속으로 밀어 넣는 것이 해답은 아닌 것이다”고 뼈아픈 역사적 교훈을 소개했다. 

변 기자는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라며 선택하는 혐오와 기피도 해답은 아니다”며 ““정치를 혐오하면 그 정치가 우리를 목 조른다” 정치에 참여하기를 거부한 사람들의 겪는 형벌이 잘못된 자들의 통치 아래 살아가는 것이다”고 국민들에게도 쓴소리를 했다. 

한편 통합진보당은 강기갑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혁신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이날 1차 인선 명단을 발표했지만 당권파가 별도의 비상대책기구를 만드는 등 극렬한 대치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김재연 비례대표 당선자도 연달아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 중앙위원회의 경쟁부문 비례대표 총사퇴 결의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역구 김미희 당선자까지 나서 기자회견을 하며 “중앙위 성원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것을 포함한 절차상의 하자가 있었다”며 “이러한 적법성 논란 속에서 비례대표 당선자 사퇴와 혁신비대위 구성안을 전자투표로 결정사항은 인정할 수 없다”고 강경 입장을 보였다. 

중앙위 폭력사태에 이어 당권파 당원의 분신시도까지 발생하고 집중폭행을 당했던 조준호 전 공동대표가 전신마비 우려로 목에 인공관절을 삽입하는 대수술을 받게 됐지만 이정희 전 대표는 마냥 침묵하고 있다.

조종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