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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23일 수요일

통합진보당 경선부정이 간첩단 사건으로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5-23일자 기사 '통합진보당 경선부정이 간첩단 사건으로'를 퍼왔습니다.
[아침신문 솎아보기] 조선 “당원명부가 좌파 족보”…화학적 거세 논란 점화

검찰이 22일 통합진보당 서버관리업체인 스마일서브에서 당원 명부와 당비내역 납부, 선거인 명부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공당의 당원명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초유의 사태다. 이에 대해 한겨레, 경향 등은 “진보정당을 향한 공안몰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타 언론들은 이번 사태를 간첩단 사태로 다루고 있다. “종북 세력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며 검찰 수사에 힘을 보태고 있다. 통합진보당사 진입을 저지한 통합진보당 당원 및 시민들에 대해서도 색출 및 처벌을 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국내에서 최초로 성폭력 범죄자에 대해 ‘성충동 억제 약물치료’가 실시된다. 이른바 ‘화학적 거세’인데, 이것이 성범죄자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투여되는 것인 만큼 일각에서 ‘인권침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국가의 범죄 처벌수위를 둘러싼 논쟁도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23일 아침 전국단위 종합일간지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공안몰이)
국민일보 (검, 통합진보 모든 의혹 수사한다)
동아일보 (아동 성범죄자 첫 화학적 거세)
서울신문 (검, 통진당 ‘종북’까지 칼댄다)
세계일보 (검, 진보당 ‘판도라상자’ 연다 부정경선·비리 수사 전면전)
조선일보 (아동 성범죄자 첫 화학적 거세)
중앙일보 (검찰, 통진당 모든 의혹 수사)
한겨레 (20만명 신상정보 통째로…검찰 ‘진보탄압’의 칼을 쥐다)
한국일보 (검찰 “진보당 수사 전방위로 확대”)

경기동부 ‘정밀타격?’

검찰의 이번 수사는 경선부정 등 비리 의혹에 관련된 것으로 종북과는 무관하다. 조선일보도 이 점을 명시하고 있다. 다만 한상대 검찰총장이 취임 일성으로 ‘종북 척결’을 내세운 만큼 이번 수사의 파장이 결국 종북으로 퍼지지 않겠느냐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리고 그 대상은 당권파인 경기동부연합으로 향할 것이라는 게 언론의 분석이다.

서울신문은 1면 (검, 통진당 ‘종북’까지 칼댄다)제하 기사에서 “검찰은 지난 21일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당원명부를 통해 유령당원이나 공무원·교사 등의 불법 정당가입 여부까지 파헤칠 태세”라며 “특히 구당권파의 주축인 경기동부연합을 ‘종북좌파’로 규정, 수사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보도했다.

▲ 서울신문 5월 23일자. 3면.

서울신문은 또한 3면 (부정경선 배후로 경기동부 정조준, 한상대 정면승부)제하 기사에서 “검찰이 통합진보당 부정 경선·폭력사태 수사를 계기로 진보진영 내 ‘종북좌파’를 찍어내기에 나선 형국”이라며 “겉으로는 통진당의 모든 의혹을 수사할 방침을 천명했지만 속으로는 구당권파의 핵심인 NL계 경기동부연합을 정조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종의 경기동부 정밀타격인데, 문제는 그동안 검찰의 운전미숙으로 볼 때 조준이 제대로 이루어질지 미지수라는 점이다. 타격이 성립되는지 여부도 문제지만 이번 사태는 당원명부라는 ‘리스트’를 쥐고 대대적인 공안몰이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 특히 고위직을 제외한 교사·공무원의 정치참여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국내에서, 이들의 리스트는 사찰용 혹은 개인의 정치적 자유 훼손까지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미 통합진보당 사태는 보수언론에게 간첩단 사건이다. 따라서 이번 검찰의 당원명부 압수는 ‘간첩 조직도’ 파악을 위한 절차다. 조선일보는 3면 (진보당 불법·유령당원, 종북 실체 드러나나) 제하 기사에서 “진보당 당원명부를 통해 사회 각계각층에 진출한 운동권 출신의 면면이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며 “당원명부 자체가 대한민국 좌파 내지는 운동권 족보”라고 밝혔다.

▲ 조선일보 5월 23일자. 3면.

조선일보의 사설 (진보당, 북엔 넘긴 당원자료 대한민국 검찰엔 못준다니)제하 사설도 조선일보의 막무가내 칼춤을 컬러풀하게 보여준다. 조선일보는 사설을 통해 “진보당의 전신인 민노당의 최기영 사무부총장은(중략) 주요 당직자 300여명의 기초 자료와 성향 등을 북 노동당 대외연락부에 넘겼다”며 “북에 넘긴 자료를 대한민국 검찰에 넘겨줄 수 없다며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북 지시는 떠받들어도 대한민국 법률은 인정할 수 없다고 자백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조선일보의 타격 목표는 진보진영 전체를 향하고 있다.

‘공안몰이’

따라서 한겨레, 경향 등은 이번 검찰 수사를 ‘공안몰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경향은 1면 (공안몰이)제하 기사에서 “검찰이 특정 정당의 모든 의혹을 한꺼번에 수사하겠다고 나선 것은 전례가 없다”며 “통합진보당 사태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등에 업고 공안몰이에 나섰다는 분석”이라고 말했다.

이어(‘당원명부’가 뭐기에)제하 기사에서 “당원명부는 당원의 세부 인적 사항이 담겨있다”며 “현 당원 뿐 아니라 탈당한 당원들 신상명세가 들어있다”고 밝혔다. 이어 “(진보정당이 ‘진성당원제’를 근간으로 하는 만큼)수사당국이 당원명부를 갖게 되면 정당과 당원 활동을 속속들이 알게 된다”며 “하지만 진보정당 당원이라는 이유로 피해를 볼 수 있고 당원의 정치참여로 불이익이 생기면 정당 활동이 위축되고 당 기반은 바닥부터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 한겨레 5월 23일자. 1면.

한겨레도 1면 (20만명 신상정보 통째로…검찰 ‘진보탄압’의 칼을 쥐다) 제하 기사에서 “경선 부정 수사와 직접 관계도 없는 당원명부까지 국가 소추기관인 검찰이 통째로 압수한데 대한 비판이 거세다”며 “이런 지적에는 검찰이 압수한 당원명부를 얼마든지 진보진영 탄압의 도구로 악용할 수도 있다는 문제의식이 깔려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검찰의 이번 수사를 비판하는 진영은 최근 통합진보당이 혁신비대위를 출범하고 문제가 된 김재연, 이석기 당선자에 대한 제명조치까지 검토하는 등 자정노력을 기울이는 마당에 검찰이 기습적으로 개입한 것을 지적하며 공안분위기 형성을 위한 의도적 행위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당권파는 또…

이 같은 상황에서 당권파들은 경선자료가 담긴 하드디스크를 미리 빼돌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은 “통합진보당 당권파의 한 인사가 경선 투표와 관련된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빼돌린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검찰은 관련자를 증거은닉 혐의로 사법처리 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 동아일보 5월 23일자. 1면.

동아일보는 1면 (‘통진당 심장’ 확보했지만 ‘당권파 아킬레스건’ 놓쳐) 제하 기사에서 “통진당은 부정 경선의 단서와 증거를 삭제하고 빼돌리는데 성공했지만 ‘당의 심장’이라며 사수했던 당원명부는 검찰의 손에 넘기게 됐다”며 “검찰과 통진당이 ‘장군멍군’을 주고받은 셈”이라고 밝혔다.

검찰 수사로 모든 혁신비대위 활동이 중단된 것처럼 보였지만 강기갑 비대위원장은 김재연, 이석기 당선자 등 당권파 일부 인사들에 대한 출당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경향신문은 2면 (혁신비대위, 이석기 등 4명 오늘 출당 논의)제하 기사에서 “사퇴를 거부하는 당권파 이석기·김재연·황선·조윤숙 등 4명을 징계키로 최종 정리했다”고 보도했다.

인권의 무게드디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른바 ‘화학적 거세’에 대한 얘기다. 법무부 치료감호심의위원회는 22일 “아동 성폭력범죄로 구속 기소돼 현재 경북북부 제3교도소에서 보호감호를 받고 있는 박모씨에 대해 ‘성충동 억제를 위한 약물치료’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박모씨는 지난 1984년부터 2002년 까지 13세 미만 어린이들에 대해 총 4차례 성폭력을 저질렀는데 정신감정을 받은 결과 ‘소아 성기호증(성도착증)’으로 진단되었다. 박씨의 약물치료는 남성호로몬을 억제하고 성적 충동을 줄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한국일보 5월 23일자. 1면.

하지만 화학적 거세가 성폭력 범죄율을 떨어뜨린다는 연구결과는 찾기 어렵다. 또한 인권침해 논란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국일보는 1면 (상습 아동 성범죄자에 ‘화학적 거세’ 첫 실시) 제하 기사에서 “반대론자들은 이들 약물을 성충동 억제제로 사용할 경우 과다투여가 불가피하고 이에 대한 부작용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는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어쨌건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인권 사이에서 처음 실시되는 ‘화학적 거세’를 둘러싼 논쟁이, 국내에서도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광주전남의 선택, 대선주자들의 속내는?

민주통합당 전당대회의 최대 승부처라 불렸던 광주·전남 지역에서 김한길 후보가 이번에도 이해찬 후보를 따돌렸다. 1위는 광주를 텃밭으로 하고 있는 강기정 의원이 차지했다. 지난 2001년 노무현 돌풍의 발원지이자 민주당의 지역기반인 광주전남의 선택이기에 이번 경선 결과가 민주당 내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당장 이는 대선주자들의 향후 행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경향신문은 5면 (초반전 지난 민주당 대표 경선…대선주자 손익계산서) 제하 기사에서 문재인 ‘흐림’, 손학규 ‘기회’, 김두관 ‘부상’, 정세균 ‘주목’이란 성적표를 내놓았다.

▲ 경향신문 5월 23일자. 5면.

경향신문은 “문재인 고문은 이해찬 후보와 파트너십을 형성했지만 코너에 몰렸다”며 “호남 대의원들의 민심은 친노 좌장인 이 후보에게 등을 돌렸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 후보의 등락은 문 고문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며 “세력적 연대에다 ‘이해찬-박지원 담합’ 후폭풍을 함께 맞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상근 기자 | dal@mediatoday.co.kr  

2012년 5월 17일 목요일

구 당권파, ‘조중동 프레임’에 매달리면 살 수 있나


이글은 미디어스 2012-05-17일자 기사 '구 당권파, ‘조중동 프레임’에 매달리면 살 수 있나'를 퍼왔습니다.
여러분을 적절하게 비판한 조선·중앙의 칼럼을 소개합니다

▲ 오늘자 조선일보 39면

“조중동이 만들어낸 거죠”, “이미 과거가 된 일을 현재형처럼 만들어내는 것이 조중동 프레임이다.”, “무서운 세상이다. 게시판에 누가 의혹을 던지고 조중동이 실으면 그게 현실이 된다.” 9일자 한겨레 2면 이석기 2번 당선자의 인터뷰에선 ‘조중동’이 세 번이나 언급된다. 각각 그가 당권파의 실세라는 주장, 종북주의라는 비판, 운영했던 CNP 그룹이 당권파의 자금줄이라는 주장에 대한 해명이다. 오늘 아침 YTN 김갑수의 출발 새아침에선 훨씬 더 심했다. 조중동이 만들어낸 걸 일부 진보언론이 받은 것이 문제고, 자신을 비판한 자당의 이청호 부산 금정구 의원도 조중동의 보도를 통해서만 봤다고 말할 정도였다. 마치 '조중동'이란 단어를 쓰지 않으면 말을 이어갈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이 해명들 중 일부는 사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부정경선 사태 전체가 '조중동의 소설' 안에만 존재한단 말을 누가 믿을 수 있을까. 이젠 참여정부 시절 전가의 보도처럼 '조중동 프레임'이란 말을 쓰던 노무현 지지자들조차도 통합진보당 구 당권파 지지자들이 이 단어를 쓰면 “대체 이 맥락에서 그게 왜 튀어나오냐”며 ‘멘붕’한다.
통진당 경선 부정 문제는 ‘조중동의 소설’ 안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민중의 소리’를 제외한 남한의 모든 언론에서 철저하게 비판받은 문제다. 따라서 “너희들이 ‘조중동 프레임’에 놀아나고 있다”는 구 당권파 일각의 주장은 거론될 가치가 없다. 그러나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생각해보자. 과연 이 문제에 관한 조중동의 칼럼엔 받아들일만한 부분이 없을까?
물론 조중동의 보도기조는 진보언론들에 비해서 볼 때 구 당권파를 친북세력으로 몰고, 그들이 장악한 통진당과 연대를 하는 민주당의 정권교체에 친북의 굴레를 뒤집어 씌우려는 의도가 보였다. 그러나 그런 의도와는 또 별개로, 조중동의 통진당에 대한 비판에도 들을 구석은 있다. 조중동이 이석기 등의 과거가 어땠는지만 가지고 물고 늘어진다면 ‘색깔론’이란 비판도 가능하겠으나, 이석기 등 통진당 인사들의 현재 생각까지 묻는다면 얘기가 또 다르다.
‘북한 3대세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북한 핵무기 개발이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라는 질문에 그들이 보편적 정의와 대중적 상식에 현저히 벗어나는 대답을 하거나 침묵한다면, 그 사실 자체가 언론이 시민들에게 마땅히 전해야 하는 정보가 되기 때문이다. 이석기나 김재연이 끝내 사퇴하지 않는다면 조중동은 그야말로 통진당을 야당세력을 대선 기간 내내 ‘조질 수 있는’ 꽃놀이패로 받아들이고 환호할 것이다. 이 상황도 사실상 그들이 자초한 것이지 무슨 논리나 윤리로 조중동의 행동이 잘못 되었다고 성낼 수 있겠는가.
그러나 이런 일반론을 넘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칼럼에는 진보진영에 대한 훌륭한 고언이나 통진당 구 당권파를 대하는 한국 사회의 바람직한 태도에 관한 성찰이 보이는 것들이 있다(동아일보에선 찾아보기 힘들다). 이석기나 김재연이 후안무치한 모리배 혹은 종교적 광신자라도 한미 FTA를 합당한 논거로 비판할 수 있는 것처럼,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에게도 물론 그와 같은 일이 가능하다. 악마의 신문 조중동은 읽지 않을 통진당 구 당권파를 위해 기자가 손수 몇 개를 뽑아왔으니 밑줄 쳐가며 읽었으면 좋겠다.   
먼저 오늘자 조선일보에 실린 정우상 논설위원의 칼럼이 있다. 라는 칼럼이 있다. 제목부터 가슴을 후벼판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자. (링크) 
당시 민노당 정책실에는 폐쇄적이지 않고 '진보의 현대화'를 고민했던 독종(毒種)들이 많았다. 이들은 '닥치고 반미(反美)' '닥치고 후보 단일화' 같은 이야기를 하면 코웃음을 쳤다. 이들이 만든 정책이 대형마트 규제, 상가 및 주택 임대차 보호법, 복지확대를 위한 조세개혁,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같은 것들이었다. 대형마트 규제는 8년 뒤에 빛을 봤고, 조세개혁과 복지는 지금 정치권의 가장 큰 쟁점이다. 이들은 '자본주의 극복'을 이상으로 삼았지만 아주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을 내놨다. 법과 제도로 피해를 보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 상담하고 그 결과를 정책으로 만들었다.
(...) 지금은 통합진보당이 진보의 대표 행세를 하고 있지만, 진보정당이 현재의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기반을 닦았던 많은 사람들은 진보당과 손을 잡지 않았다. 진보신당에 남은 김종철 부대표에게 주사파들과의 재결합을 거부했던 이유를 물었더니 대답은 "진보정당 오래하고 싶다"는 거였다. 정권교체라는 이유만으로 북한 추종 노선을 묻어두고, 복지문제에는 관심도 없는 세력과 연합하면 진보정당은 곧 사라질 것이란 설명이었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5% 득표율로 낙선했다. 뭐 하러 그 고생을 하며 진보정당을 하는지 물었더니 김종철은 "아직 불쌍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고 답했다.
한국에서 진보의 시작은 주체사상이 아니다. 숨 막히는 골방에서 여공들과 함께 눈물 흘리며 "불쌍한 평화시장 어린 동심 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외쳤던 전태일이다. 진보는 다시 '전태일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당권이니, 야권연대니, '닥치고 뭐니' 하는 권력다툼은 그다음 일이다. 비정규직, 독거 노인, 다문화 가정, 그리고 폭압체제에서 헐벗고 있는 2400만 북한 주민들의 삶에서 다시 진보의 길을 찾아야 한다. 진보가 건강해야 이에 자극받은 보수도 혁신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다.
구구절절하게 옳은 조언이다. 물론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이렇게 말하는 것은 만시지탄이다.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이 당시 민주노동당에 대해 이 정도로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면, 민주노동당의 역사는 달라졌을 수 있다. 그들은 “진보가 건강해야 이에 자극받은 보수도 혁신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란 정론을 알았으나, 보수가 혁신하는 것보단 보수가 집권하는 것을 더 중시했기에, ‘건강한 진보’를 키워내는 것을 거부했다. 그 결과 그들은 정말로 자신들이 원하는, 친북이 진보를 참칭하는 세상에 살게 되었다고 비아냥대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 얘기는 보수언론이 그렇게 했더라도 진보진영에서 자정능력이 있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을 고백하는 것이기에 ‘제 얼굴에 침뱉기’기도 하다.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진보의 처지를 동정하는 세상이 서글프기만 하다.
다음으로 소개할 글은 16일자 중앙일보에 실린 권석천 논설위원의 라는 칼럼이다. 정파지들의 현실에 대한 비판과 자기반성이 눈에 띈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자. (링크)
팩트는 가차 없다. 언젠가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환부는 곪을 대로 곪게 된다. 파이시티 사건과 통합진보당 사태엔 워치독(watch dog·감시견) 역할을 충실히 하지 못한 언론의 책임도 있다. 이런 상황은 지난 4년간 언론이 진영 논리의 포로가 됐다는 비판을 받아온 것과 무관치 않은 것 같다. (...) 정치세력들은 “좌파에 도움을 주려는 거냐” “보수의 프레임에 넘어가면 안 된다”며 그런 상황을 즐겼다. 시간이 흐르자 다른 매체에 뭐가 나와도 “그건 우리가 쓸 게 아닌데…” 하고 넘겨버렸다. 대신 스마트폰 세상에서 유명 인사들의 트윗을 실어 나르는 데 바빴다. (...) 제도권 언론이 보고 싶은 사실에 안주하는 동안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온 것이 ‘나는 꼼수다(나꼼수)’ 같은 유사 언론이었다. 

▲ 16일자 중앙일보 34면

이것이 과연 우리가 중앙일보에서만 보아야 할 글일까? 가령 한겨레 논설위원 중 하나라도 이런 얘기를 하지 않아도 될 만큼 한겨레는 떳떳한가? 이제야 통진당이 진보세력과 나라를 망칠 것처럼 이런 저런 진보언론 지면에 글을 쓰는 진보지식인들은 정말로 떳떳한가? 기자의 생각으론 그런 것 같지 않다.
하나 더 살펴보자. 이번에 소개할 글은 15일자 중앙일보에 실린 이철호 논설위원의 이란 칼럼이다. 다른 건 몰라도 이 칼럼 만큼은 구 당권파들이 반드시 읽었으면 좋겠다. 그들은 그들 사상에 대한 관용과 햇볕정책을 참 좋아하지 않던가? (링크)
진보진영 인사에 따르면 경기동부가 공식회의를 짓밟은 비밀은 따로 있다. 가장 예민한 뇌관이 ‘당원 명부’와 총무실이라고 한다. 그들은 당원 명부가 공안 당국에 넘어가면 끔찍한 탄압이 기다린다는 공포에 사로잡혀 있다. 회계·재정을 주무르는 총무실을 넘기는 것도 악몽이다. 지난 8년간 유령당원, 당비 대납, 광고 몰아주기 등의 온갖 불법이 드러날 수 있다. 자칫 양심범이 아니라 횡령·배임의 파렴치범으로 몰리는 게 두려운 것이다.
이제 경기동부는 주홍글씨가 됐다. 그렇다고 공안 당국의 수사가 능사(能事)는 아니다. 한 번쯤 주사파의 과거를 되짚어 보았으면 한다. 1986년 옛 안전기획부는 구국학생연맹(구학련)의 서울대 법대생 김영환·하영옥·박○○군 등을 체포했다. 김영환은 “내가 강철서신을 썼다”고 자백했지만, 안기부는 “믿을 수 없다”며 끔찍한 고문을 가했다고 한다. 김씨는 “그때의 기억이 골수 주사파가 된 원형질”이라 고백했다. 이후 대학가의 지하서클 수준이던 구학련은 반제청년동맹→민족민주혁명당의 지하당까지 치달았다. (...)
경기동부도 햇살에 노출되자 단박에 거덜이 났다. 민주노총마저 등을 돌릴 분위기다. 하지만 더 이상 순교자를 만들 게 아니다. 당국의 칼날이 어른거리는 순간 ‘공안탄압’의 물타기와 단합의 빌미가 될지 모른다. 오히려 출당(黜黨)이든 봉합이든 진보진영에 온전히 맡겼으면 한다. 이미 국민들은 어느 쪽이 옳은지 충분히 판단하고 있다. 박 변호사의 변신이 증거하듯 나는 우리 사회의 상식과 건강함을 믿는 쪽이다. 

▲ 15일자 중앙일보 34면

체제와 국가보안법의 탄압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 그들의 정당성의 근거를 제공해 주지 않는다. 그들 인생의 험난한 경로와는 별도로, 그들은 탄압을 받음으로서 이렇게 남한 사회의 모든 언론에 등장하는 정치세력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진보진영 일각에서나 했던 얘기들을 이제는 보수언론 칼럼니스트가 하고 있다. 공안당국의 탄압이 사라진 세상을 어떻게 살아낼 것인지 구 당권파가 한 번 더 고민해 봤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칼럼은 16일자 중앙일보에 실린 오병상 수석논설위원의 이라는 칼럼이다. 당권파들의 행동의 근거가 되는 저 유명한 ‘군자산의 약속’이란 문건을 살피면서 그들의 정치적 행동의 원인을 추론해 보는 글이다. (링크) 이 역시 진보진영에서도 나오던 분석이다. 칼럼은 이렇게 끝난다.
10년의 노력 끝에 목표달성을 눈앞에 두고 부정·폭력사태가 터졌다. 무엇보다 정당정치를 수단으로 간주하는 태도가 화근이었다. 통일이라는 지고지순의 목표 앞에서 정당정치의 민주적 절차 따위는 무시됐다. 민주적 정당정치를 부정하면서 제도권 정치참여에 뛰어든다는 생각부터 모순이었다. NL끼리 덮고 감추어 온 모순이 PD와 국민참여당 세력들에 의해 온 세상에 공개됐다. 그간의 성공은 스스로를 감춘 덕분이었다. 언젠가 드러날 모순이었다. 그나마 대통령 선거 이전에 드러나 다행이다.

▲ 16일자 중앙일보 35면

구 당권파여, 당신들은 이 사람의 분석과 결론에 무슨 반론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여전히 할 수 있는 말은 ‘조중동 프레임’이란 말 뿐인가? 진보진영에서 먼저 나오던 말을 중앙일보가 가져다 써도 ‘조중동 프레임’이라면, 대체 그것의 실체는 뭔가?
기자는 제목에서 이 글의 수신자를 구 당권파로 잡았고 다른 독자들에겐 여흥거리를 주는 척 했다. 하지만 사실은 기자가 상정했던 수신자는 그들을 넘어 본인이 진보개혁 세력에 속한다고 믿는 시민들 전체이다. 사실을 말하자면 상대방의 주장을 ‘조중동 프레임’이란 논거(?)로 무시하는 건 한국의 진보개혁 세력이 스스로의 부족한 정당성을 채우는 주요한 핑계 논리 중의 하나였다. 조중동에 의해 비판받으면  무슨 일을 했던 진보개혁 진영을 사수하는 투사가 되었던 것이 아닌가?
통진당 일부 구 당권파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조중동 프레임’이란 핑계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때에, 정도의 차이는 있다지만 그간 우리 진보진영이  ‘조중동 프레임’을 우리의 허물을 감추기 위한 핑계로 남용한 경우는 없었는지 성찰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윤형 기자  |  ahriman@mediaus.co.kr

2012년 5월 16일 수요일

이청호, CNP 추가폭로…이석기‧김재연 사퇴 촉구


이글은 뉴스페이스 2012-05-16일자 기사 '이청호, CNP 추가폭로…이석기‧김재연 사퇴 촉구'를 퍼왔습니다.
당권파 측근 “이석기는 참여당의 유시민 같은 존재”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후보 경선 부정 투표 문제를 공론화했던 이청호 통합진보당 금정구 의원이 16일 금영재 현 CNP전략그룹 대표와의 통화내역과 금씨가 경기동부 패권파에 우호적인 학생들을 학생회에 당선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폭로했다.

이 의원은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이석기 당선자에 대한 마지막 자료 공개합니다’라는 글(☞ 글 보러가기 )을 통해 이같이 폭로하며 “당신들과 패권파로 인해서 대한민국의 진보정치세력과 통합진보당이 매도되지 않도록 해달라”며 이석기‧김재연 당선자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 의원은 “사회의 정의와 진실을 이야기하고 학내 민주화와 반값등록금을 이루기 위해 투쟁하여야 할 대학생들을 자신들의 부조리한 당권을 유지하기위해, 방패막이로 사용하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며 말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당신들과 패권파로 인해서 대한민국의 진보정치세력과 통합진보당이 매도되지 않도록, 대한민국의 청년 학생들이 매도되지 않도록 해달라”며 “명예스럽진 못하지만, 지금 잡고 있는, 그 자리를 놓으라. 버릴때 다 같이 살수 있다”고 호소했다.

이에 앞서 이 의원은 이석기 당선자가 대표이사로 역임했던 CNP 전략그룹의 현 대표이사이자, 총선 당시 이 당선자의 공보담당이었던 금영재씨와의 통화 내역을 공개했다.

이 의원이 지난달 19일 당내 게시판에 ‘비례대표 부정선거를 규탄하며’라는 글을 올려 진보당 비례대표 부정투표 의혹이 제기되기 시작하자, 금씨는 이 의원에게 사과와 해명을 요구하며 메일을 보내고 전화를 걸어왔다고 한다.

이에 이 의원은 “도대체 당신들한테 이석기가 어떤 존재이길래, 통합진보당을 이렇게 추락시켜가면 사퇴를 막는거냐”고 묻자, 금씨는 “이석기씨는 우리에게 국민참여당의 유시민 같은 존재”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 의원에 따르면, 금씨는 “총선에 출마해서 직업적으로 나가서 자신들을 알리는 파트와, 내부에서 출마하는 사람들을 시스템적으로 지원하고 이론적 근거를 마련하는 파트로 나눠져 있는데 이석기 당선자는 10여년 동안 내부에서 그들을 지원하고 그 근거를 마련해 왔다”고 말했다.

금씨는 이어 “이 당선자가 본인의 신념을 바꾸지 않고, 이 일을 지속적으로 해 왔기에 많은 이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다”며 “그런 이유로 이번 총선때 내부토론을 통해 이석기를 비례대표로 나가도록 결정하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금씨가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 소속의 서울지역 학생회 선거를 측면 지원한 숭실대 자료를 공개했다.

이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금씨는 선거 전략전술 수립’이라는 강의를 통해 학생들을 직접 지원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이청호 의원이 이석기 당선자에게 보낸 편지 전문이다. 

통합진보당 금정구의원 이청호 입니다.

저는 이렇게 까지 하면서, 제가 가지고 있는 마지막 자료를 공개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쟁직 경선과정에서, 관행이었건 또는 의도하지 않은 부정이었건 부정선거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습니다.비례대표 부정선거를 밝힌뒤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경쟁부분 당선자인 윤금순, 이석기, 김재연 후보의 명예로운 용퇴를 권유했고, 저 뿐 아니라 전국운영위와 중앙위원회의에서 조차 비례대표 당선자들의 자진사퇴를 권고하는 안을 압도적으로 채택하였습니다.이에 윤금순 당선자는 통합진보당과 국민을 먼저 생각해서, 본인으로서는 관행으로 이어져 오던 현장투표의 문제를 현실적 문제로 판단하고 스스로 용퇴하는 용기를 보여주셨습니다.

하지만 이석기, 김재연후보가 속해있는 패권파에서는 당원총투표를 통해 결정하겠다는 구실로 후보사퇴를 거부하고 있습니다.저는 부정선거를 공개적으로 공론화 하고 난뒤에도 이제까지 그 어느후보도 직접적으로 거명하며, 부정을 저질렀다고 이야기한적 없습니다.본인들은 다소 억울할수도 있겠지만, 국민의 눈높이에서 당과 당원을 생각하는 대범한 모습을 보여주시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하지만 전국운영위와 중앙위원 회의를 필리버스터와 학생당원들을 동원해서 물리력에 의한 폭력을 동원하는 모습을 보고 이제는 더 이상 제가 알고 있는 자료공개를 미룰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전국 대학의 선량한 민주적인 총학생회가 보수 언론에 의해 매도 될수도 있을수 있겠지만, 이러한 문제는 밝혀져야 하고, 또한 밝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사회의 정의와 진실을 이야기하고 학내 민주화와 반값등록금을 이루기 위해 투쟁하여야 할 대학생들을 자신들의 부조리한 패권을 유지하기위해, 방패막이로 사용하는 일은 없어져야 합니다.학생들은 사회의 부조리와 불의에 저항하고 목소리를 높여야하고, 또 세상을 바꾸어 나가기위해 학업과 동시에 사회에 대한 목소리를 내어야 하는것은 당연합니다. 저 또한 대학 시절 그렇게 싸웠었고, 지금까지도 그렇게 살아 왔습니다.

이석기. 김재연 후보는 본인들의 안위를 위해 대한민국의 진보를 10년 이상 뒤로 후퇴시켰습니다.국민들께서 당신들과 패권파의 괴물같은 모습에, 진보정당을 괴물로 인식하게 하는 착시를 일으키게 하였습니다.사회의 부조리와 불의에 곧은 목소리를 내던, 젊은 청년 학생들을 패권파 (경기동부)의 전위대로 인식하게 만들었습니다.당신들은 대한민국 진보 역사에 큰 죄를 지었습니다.

당신들은 당원총투표를 이야기하며, 당원이 뽑아주신 국회의원이므로 당원들의 결정을 통해서만 그 자리에서 내려올수 있다고 궤변을 늘어 놓습니다.통합진보당의 당원들은 비례대표 후보의 순위를 정하고 결정한 것일 뿐이고, 당신들을 뽑아준것은 대한민국의 국민들 입니다.진보정당을 표방한 통합진보당과 우링당의 간판스타인 이정희, 유시민, 심상정, 노회찬을 믿고서 200만표의 표를 주신것입니다.이름모를 수많은 당원들의 열정과 열의를 보고서 통합진보당을 선택해 주신 것입니다.누군가 이야기한 듣보잡(?)인 당신들을 믿고 신뢰해서 찍어준 200만표, 10.3%가 아님을 인식하셔야 합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사죄하십시요.당원들에게 사과하고 사죄하십시요.그리고 명예스럽진 못하지만, 지금 잡고 있는, 그 자리를 놓으십시요,버릴때 다 같이 살수 있습니다. 놓을때 다 같이 살수 있습니다.

당신들과 패권파로 인해서 대한민국의 진보정치세력과 통합진보당이 매도되지 않도록 해주십시요.대한민국의 청년 학생들이 매도되지 않도록 해 주십시요.이제 저는 더 밝힐것도 없습니다.나머지는 당신들의 선택에 달렸습니다.이제까지 대한민국의 부정과 부패를 바로 잡고자 살아왔던 당신들의 자랑스러운 지난 행적까지 보수언론에 의해 매도되지 않도록 해 주십시요.당신들 가슴속에 남아있을 일말의 이성에 마지막으로 호소 합니다.

통합진보당 금정구의원 이청호 올림.

마수정 기자

2012년 5월 15일 화요일

이석기ㆍ김재연 버티면, 연금 포함 '56억' 받는다


이글은 미디어스 2012-05-15일자 기사 '이석기ㆍ김재연 버티면, 연금 포함 '56억' 받는다'를 퍼왔습니다.
'악마'가 된 경기동부, 물불 가릴 게 없어

▲ 이석기·김재연 당선자가 등록완료한 것으로 확인됐다. ⓒ오마이뉴스
통합진보당의 이석기·김재연 두 당선자가 이미 의원 등록을 완료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전국운영위와 중앙위에서 그들의 사퇴 권고안이 통과되고, 중앙위에서의 폭력사태 등에 대한 지지자들의 분노와 함께 통합진보당의 지지율이 반토막난 상황이다. 심지어 이석기 당선자 본인은 당원 총투표를 통해 명분있게 물러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문한 상황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들은 당의 공적 기구의 결의를 무시하고 의원이 되기 위한 ‘버티기’의 길을 택한 것이 거의 확실하다.  
그들이 그 ‘버티기’를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를 따져봐야 할 때다.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는 금전적인 부분만 검토해보자. 국회의원 보수는 일반수당(월 646만원)과 관리업무수당(월 58만원), 정액급식비(월 13만원), 입법활동비(월 313만원), 상여금으로 1월과 7월에 두차례 받는 정근수당(연 646만원)과 설과 추석에 받는 명절휴가비(연 775만원)까지 합쳐서 연 1억 3796만원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회기 하루당 3만 1360원을 받는 특별활동비가 빠져 있다. 회기와 출석일수에 따라 따로 계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 국회는 원칙상으로는 365일 내내 열릴 수 있지만 국회가 공전하면 몇 달 째 열리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국회의원들의 출석률도 썩 좋지는 않다. 물론 진보정당 의원들의 경우, 특히 지역구 관리가 별로 필요없는 비례대표 의원들의 경우는 그래도 출석률이 좋은 편이다. 이석기와 김재연이 200일 동안 출석한다고 계산하면 특별활동비는 627만원이 되고 의원의 연봉은 1억 4423만원이 된다.
국회의원은 세비 외에도 월마다 지원경비를 받는다. 의원실 운영에 소모되는 경비도 국고에서 나온다. 지원경비엔 의원사무실 운영비, 차량유지비, 차량유류대, 정책홍보물유인비·발간비, 공공요금, 정책자료 발송료 등이 있다. 이 금액을 다 합친 월평균액 지원경비액은 약 826만원으로 연액으로는 약 9914만원에 이른다. 의원의 연봉에 지원경비를 합치면 연 2억 4337만원이 나온다.
당연히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국회의원은 인적 지원도 받는다. 국회의원 1인당 4급 보좌관 2명, 5급 비서관 2명, 6급 비서 1명, 7급 비서 1명, 9급 비서 1명과 인턴 2명 등 총 9명의 직원을 둘 수 있다. 인턴을 제외한 7명의 보좌진은 별정직 공무원으로 '공무원 보수규정'에 따라 급여가 지급된다. 이들은 호봉수 적용을 달리받아 연 4급은 6,961만원(21호봉), 5급은 6,042만원(24호봉), 6급은 4,197만원(11호봉), 7급은 3,629만원(9호봉), 9급은 2,801만원(7호봉)을 수령한다. 인턴(비공무원) 급여는 월 133만원으로 근로기준법에 따라 지급되고 있다. 이 9명의 직원에게 지출되는 금액을 합산해 보면 연 3억 9825만원이다.

▲ 국회의원이 받는 세비 및 지원경비 내역 ⓒ국회사무처 2012년 1월 1일 기준

즉 의원 한 명이 원내 입성했을 때 연간 의원실 운영으로 지원받는 금액은 6억 4162만원이고 당권파 10명이 무탈하게 생업에 종사할 수 있다. 의원 두 명이 원내 입성하여 4년간 그 혜택을 받는다 했을 때 혜택을 받는 인원은 최소 20명으로 늘어나고 총액은 51억 3296만원이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10년 통과된 헌정회 지원법, 사실상 국회의원 연금법에 해당하는 법에 따르면 1년 이상 활동한 전직 국회의원은 65세가 넘을 경우 월 13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09년 WHO 기준으로 한국 남녀의 기대수명은 각각 76.8세, 83.3세이므로 편의상 이석기가 12년, 김재연이 18년 이 지원금을 수령할 수 있다고 가정했을 때, 이들에게 지출되는 지원금은 연 1,560만원, 둘이 합쳐 30년 동안 총액은 4억 6800만원이다.
즉 이석기와 김재연이 후보 사퇴를 하지 않고 4년의 임기를 버틸 경우 통합진보당이나 진보정치 블록에 어떤 일이 생기든지 간에 그들에겐 물경 56억원의 혜택이 돌아간다. 그리고 ‘의리’를 중요시하는 그들의 문화로 볼 때 이 혜택은 몇몇 사람에게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경기동부연합 전체에 고루 미칠 것이다.
국고보조금을 받는 통합진보당 내에서의 헤게모니 싸움 같은 문제까지 섬세하게 고려하지 않아도 ‘의석 두 개’는 경기동부연합에게 56억이다. 그들은 이미 한국 사회의 모든 언론에 의해 ‘악마’로 호명되었고 설령 자리를 내려 놓은다 한들 그 평가가 크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 이왕 이렇게 된 이상 챙길 수 있는 걸 챙기겠다는 것이 그들 딴에는 ‘합리적’인 판단인지는 모른다. 국민적 비난의 대상이 된 통합진보당 당권파가 56억을 좇아 여의도에 입성한 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통합진보당 측과 새로운 진보정당을 꿈꾸는 측에게 어려운 숙제로 남게 되었다.  

한윤형 기자  |  ahriman@mediaus.co.kr

2012년 5월 10일 목요일

꽉 막아버린 '경기동부', 소귀에 경읽다 지치는 '진보언론'


이글은 미디어스 2012-05-09일자 '꽉 막아버린 '경기동부', 소귀에 경읽다 지치는 '진보언론''을 퍼왔습니다.
당권파 '버티기'에 대한 진보언론 기자들의 '절망'과 '냉소'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경선 진상조사위원회의 발표결과가 나온 것이 5월 2일의 일이다. 그후 한겨레는 3일자에 사설과 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의 칼럼, 4일자 사설, 7일자 사설, 8일자 정석구 논설위원실장 칼럼, 9일자 사설을 통해 통합진보당 당권파를 비판하고 그들의 사퇴를 종용했다. 3일자 사설과 칼럼은 애정어린 비판이라 볼 수도 있었지만 적어도 4일 이후에는 추상같은 비판이 나왔다. 7일에서 9일까지는 ‘진보정치의 재구성’이라는 제목의 3회 특집 기사까지 실었다.
경향신문 역시 3일 사설, 4일 사설, 7일 사설을 통해 통합진보당 당권파를 집중 비판했고 기사의 경우 한겨레보다 훨씬 직접적으로 당권파를 문제삼는 모습을 보여줬다. 프레시안 역시 3일자 TOP에 이정희를 비판하는 전홍기혜 정치팀장의 데스크 칼럼을 올렸고, 4일 TOP에는 통합진보당 당권파를 2008년 민주노동당 분당 당시 행태와 함께 꼬집는 윤태곤 기자의 기사를 올렸다. 5월 7일에는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의 는 제목의 칼럼을 TOP에 올렸다. 비교적 민주당과 진보정당에 우호적인 편이던 오마이뉴스 역시 사건 발생 이후 통합진보당을 강도높게 비판하는 시민기자들의 기사를 메인에 올려주고, '본업'(?)은 매체비평인 미디어오늘조차 연일 통합진보당을 비판하는 필진의 글을 받거나 코멘트를 따고 있다. 진보언론들로서는 지난 일주일 동안 통합진보당을 이보다 더 센 강도로 비판할 수 없었다고 여겨진다.


▲ 5월 7일자 한겨레 사설(왼쪽)과 경향신문 사설(오른쪽). 진보정치세력이 같은 날 양대 진보언론 사설에서 이 정도 강도로 비판받은 적은 일찌기 없었다.

그런데도 ‘경기동부’로 이름지워지는 당권파는 요지부동이다. 그들은 부정 경선으로 선출된 모든 비례대표 후보 사퇴라는 전국운영위의 쇄신안을 거부하고 있다. 비례대표 2번 이석기는 당원 총투표를 주장하고, 비례대표 3번 김재연은 청년 비례대표 선출은 공정했다고 말한다. 이정희 대표나 우위영 대변인은 진상조사위 보고서가 부실 내지 부주의를 부정으로 바꾸는 오류가 있었다고 역공을 편다. 그 사이 당의 지지율은 반토막 났다. 통합진보당의 비당권파 관계자는 “이번 주 초에 이석기와 김재연이 사퇴했으면 밑바닥을 찍고 반등할 수도 있었는데 고집을 부리니 방도가 없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진보언론 종사자들의 시각은 어떨까. “위기상황 중에 (당권파의) 본질이 드러나는 게 아니겠느냐”는 비판과, “원래 (당권파는) 언론 말을 잘 안들었다”는 한탄이 교차했다. 한 진보언론 기자는 “진보언론 입장에서는 모든 걸 다 했다. 들이댈 수 있는 온갖 관점에서 전반적 비평을 다 했다. 이젠 더 쓸 수 있는 게 없다. 쓰려면 도대체 왜 이렇게 버티는지 그 이유를 분석하는 기사를 써야할 지경이다”라고 한탄했다. 다른 기자는 “언론도 지치게 만들어서 더 이상 안 쓰게 만들려는 전략이 아닐까”라고 반문했다.


▲ 5일자 경향신문 1면 기사. 경향신문은 기사에서 당권파를 정면으로 지목하는 방법을 택했다.

‘버티기’가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말이 엇갈렸다. 한 기자는 “이미 국민적 심판을 받는 상황이다. 이제 이석기까지 호출당했다. 여기서 버티면 더 이상 자기들 조직보호도 안 된다. 그들이 한국 사회에 대해 하려는 뭔가가 있다면, 그 뭔가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근데 왜 버틸까. ‘멘붕’ 상황이라 그런다면 그건 또 이해가 가는데, 혹시 이석기가 흑막이 아니라 배후에 숨겨야 하는 누구 한 명이 더 있기 때문에 저러는 게 아닐까란 생각마저 든다”고 꼬집었다. ‘버티기’를 통해 경기동부도 얻을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이다. 다른 기자는 ‘버티기’의 정치적 의미를 분석했다. 그는 “사실 2008년 민주노동당 분당 국면에서도 진보언론은 NL의 행태를 많이 비판했다. 그런데도 그들은 진보언론의 조언을 무시하고 하고 싶은 대로 했으며, 이어진 총선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그때 상황의 ‘학습효과’가 아닐까 싶다. 지금와서 권력을 놓는다고 진보언론의 지지를 받을 수도 없으니, 현실정치의 차원에서 당장 가질 수 있는 권력을 좇는게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경기동부가 생각하는 바대로 흘러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진보언론 종사자들의 예상이었다. 한 기자는 “사실 언론판에서 여론을 주도하는 건 조중동이다. 근데 이 건은 조중동의 주요한 이슈다. 2008년 분당 사태 때도 조중동이 종북주의를 잠깐 다루긴 했지만 민주노동당이 이 정도 주목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곧 사라졌다. 근데 이번에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과거의 민주노동당엔 ‘친북’의 딱지를 붙이면 붙일수록 외려 그와 별도의 집단인 민주당이 친북과 관련이 없는 정치세력임을 광고해주는 역효과가 날지도 몰랐기에 조중동이 열을 내지 않았다면, 야권연대의 한 축인 통합진보당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다른 기자는 “조중동의 꽃놀이패다. 대선까지 일 년 내내 쓸 수도 있을 거다”라고 진단했다.

▲ 7일자 한겨레 1면. 한겨레는 3부작 특집기사를 통해 진보정치세력의 재구성을 주문했다.

사안 자체가 심각하기 때문에 조중동의 여론전이 극대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었다. 한 기자는 “일심회 같은 간첩단 사건과 이번 부정투표 사건을 비교해보라. 합리적인 일반인이 봤을 때는 사건의 경중이 다르다. 전자에는 색깔공세라는 말을 쓸 수 있지만, 후자는 안 된다. 이 사건은 그들이 절차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조중동도 그들을 그냥 빨갱이로 부르는 게 아니라, ‘이렇게 민주주의를 모르는 이유는 그들이 친북세력에 공산당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말이 꽤 먹힌다. 과거와는 시민여론이 전혀 다르다. 이 부분을 놓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기자는 “유시민·노회찬·심상정 등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당을 깨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인데, 이번엔 그런 얘기가 전혀 없다. 왜이겠는가. 더 이상 갈 데가 없기 때문이다. 이젠 민주당에 가도 안 받아줄 것이다. 이 당에서 이런 사건을 함께 겪었다는 것 자체가 그만큼 흙을 묻힌 상황이란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비당권파가 승리해서 설령 유노심이 전면에 배치된다 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사람들이 그 광경을 어떻게 평가하고, 그들이 말하는 ‘진보’가 뭐라고 생각할까? 결국 통합진보당은 정치적으로 이미 사망한 상태다. 이제부터 전개될 싸움이란 건 식물인간 내부에서의 권력투쟁에 불과하다”라고 까지 설명했다.
결국 경기동부는 통합진보당을 깊은 수렁 속으로 끌고 들어간 셈이다. 이제 와서 출구를 찾는다고 살 길이 생길지는 알 수 없지만, 더 들어선다면 경기동부 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것들이 함께 몰락할 것이라는 것이 진보언론 종사자들의 씁쓸한 예상이었다. 

한윤형 기자  |  ahriman@mediaus.co.kr

2012년 4월 20일 금요일

보수매체 또 색깔론 카드 꺼내...이유는?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4-19일자 기사 '보수매체 또 색깔론 카드 꺼내...이유는?'을 퍼왔습니다.

보수언론들이 또다시 색깔론을 꺼내들었다. 지난 총선에서의 '경기동부' 카드가 소득없이 끝나는 '굴욕'에도 아랑곳않고 통합진보당 지도부에 대한 공격에 나서는 모양새다.

(동아일보)는 18일 "없어진 줄 알았던 민혁당, 민노당 이어 통진당까지 장악"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통진당의 당권을 차지한 세력은 '경기동부연합'이 아닌 민혁당 잔존 세력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고 보도했다. 허현준 남북청년행동 사무처장의 발언을 인용한 해당 기사의 요지는 '민혁당 잔존세력이 경기동부연합을 활용해 신분 세탁을 한 후 통합진보당을 장악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도 19일 "경기동부 뿌리는 민혁당"이라는 기사를 통해 (동아일보)와 같은 요지의 보도를 내보냈다.

보수매체, 근거없는 색깔론 공세 또다시 시작

두 매체는 통합진보당 지도부를 '민혁당 잔존세력'이 장악했다고 주장했지만, 해당 기사 어디에서도 그 근거를 찾기는 힘들다

(동아일보)는 해당 기사에서 허 처장의 발언을 근거로 삼았다. 하지만 그는 기사에서처럼 '운동권 세력에 정통한 전문가'라고 보기 힘든 인물이다. 전북대 88학번인 허 처장은 학생운동을 하다 90년대 중반 활동을 그만둔 후 뉴라이트로 전향한 인물이다. 

(동아일보)의 보도대로라면 민혁당은 97년 해체됐는데, 허 처장이 당시 이미 '운동권'을 떠났기 때문에 이후 상황에 대해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 따라서 허 처장의 주장 자체가 근거를 가지기 힘들지만 는 이를 그대로 '받아쓰기'한 셈이다.

(조선일보)의 기사는 한 술 더 뜬다. (조선일보)는 해당 기사에서 '과거 운동권 관계자들'이 이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기사 어디에서도 '과거 운동권 관계자들'이 누구인지 밝히지 못했다. (동아일보)와 거의 동일한 내용의 기사임을 볼 때, (조선일보)의 기사도 허 처장의 발언을 근거로 했거나 (동아일보)의 기사를 '베껴쓰기'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또한 기사에는 사실을 아예 왜곡한 부분도 눈에 띈다. (동아일보)는 "서울 관악을에 출마한 이상규 당선자도 1992년 민혁당 창당 당시 참여해 ‘수도남부지역사업부’를 이끌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으나, 이는 사실과도 다르다. 이 당선자는 민혁당 사건과 관련해 수사당국에 체포되거나 처벌된 사실이 없다. (동아일보) 보도대로라면 수사당국이 임무를 방기했다는 게 된다. 

이 때문인지 (조선일보)는 이상규 당선자와 관련해서는 (동아일보)처럼 '드러났다'고 명시하지 않고 '알려졌다'는 애매모호한 표현을 썼다. 

통합진보당 지도부를 노린 보수매체들의 색깔론 공세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9대 총선 과정에서도 보수매체들은 '종북파가 진보당 휘어잡고 진보당은 민주당 끌고 간다'면서 '경기동부' 논란을 촉발시킨 바 있다. 

하지만 "대학 1년 때부터 경기동부연합이 이정희를 찍었고, 남편 심재환 등이 대중 선동 능력을 집중적으로 가르쳐 아이돌 스타로 기획”(조선닷컴 2일자)했다고 하다가, "이정희 남편 심재환씨는 경기동부연합의 브레인이자 '이데올로그'...사법연수원 시절 이 대표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조선일보 24일자)고 하는 등 앞뒤 사실관계조차 맞지 않아 '우스갯거리'가 된 바 있다.

색깔론 공격 목표는 '야권연대'...지난 총선과 마찬가지

(조선일보)를 위시한 보수매체들이 총선이 끝난 지금 다시 색깔론 카드를 꺼내드는 이유를 유추하는 건 사실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다. 

일단 오는 5월 지도부 선거가 예정돼 있는 통합진보당을 당권파와 비당권파로 나눠 당내 갈등을 유발하는 것이 1차적인 목적인 것으로 보인다. 제3당으로 자리하게 된 통합진보당이 단일한 지도부를 구성하기전에 당내 갈등을 증폭시켜 영향력 확대를 차단하려는 것이다. 

이같은 의도는 보수매체가 심상정 당선자의 발언을 확대보도한 후 이를 근거로 새누리당이 또다시 "경기동부연합의 실체를 밝혀라"면서 '당권파'와 '비당권파'와의 갈등으로 몰아가려는데서 잘 드러난다. 이에 심 당선자도 19일 "남북관계에 대한 당내 다양한 입장 차가 있고 그에 대해서는 책임있게 풀 일이지, 이념적 공격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라며 "새누리당이 내 발언을 왜곡해 색깔론을 합리화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가보안법 문제는 진보진영에서는 사상의 자유측면에서 접근하기 때문에 논란거리가 되기 힘들다. 따라서 색깔론 공세로 통합진보당 내에서 심각한 갈등이 유발되기는 어렵다는 것을 보수매체라고 해서 모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보수매체가 색깔론을 다시 꺼내든 목적은 통합진보당 내의 갈등 유발보다는 '야권연대'에 대한 공격에 중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총선은 152석을 얻은 새누리당의 승리로 끝났지만, 야권연대는 수도권에서 이긴데다 부산경남에서 약진하면서 보수세력은 대선 승리를 걱정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실제로 야권연대는 득표수에선 12만표나 앞섰고 정당투표에서는 84만표나 앞섰다. 총선 결과를 두고 보수세력내에서는 투표율이 더 올라가는 대선에서는 이대로라면 야권연대가 승리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따라서 보수세력의 입장에서는 야권연대의 결렬은 새누리당 '대선 승리의 보증수표'나 다름없는 셈이기 때문에, 다시 통합진보당 공격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통합진보당을 '종북파'로 몰아 민주통합당이 야권연대에 나서는 것을 부담스럽게 만들려는 것.

지난 총선 당시 (조선일보)를 위시한 보수매체들은 이른바 '경기동부' 논란 등을 통해 통합진보당 지도부를 공격하며 야권연대를 흔들려 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오히려 우스운 꼴이 된 바 있다. 하지만 야권연대가 지속된다면 보수세력이 대선 승리에 이르는 길이 험난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다시 색깔론 공세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셈이다.

정성일 기자 soultrane@vop.co.kr

2012년 3월 28일 수요일

여론이 '중앙' 김진의 ‘색깔론’을 거부한 이유


이글은 미디어스 2012-03-27일자 기사 '여론이 '중앙' 김진의 ‘색깔론’을 거부한 이유'를 퍼왔습니다.
[비평]사실이 없는 색깔론의 무력함

다시, ‘색깔’이다. 선거를 보름여 앞두고, 조중동이 정치를 붉게 물들이고 있다. 소재는 ‘경기동부’다. 구태의연하더라도 다시 ‘주사파’ 타령이다. 시기는 맞춤하고, 의도는 적나라하다. 비판에 합세한 조중동의 흐름은 일치된 것이었고, 기사의 전개는 유려하다. 조중동은 경기동부를 호명하곤, 사실에 대한 확인과 검증을 건너뛰고 곧장 가정과 주장으로 향했다. SNS에 떠도는 이야기들을 최대한 기정사실화해, 상황을 최대한 익숙한 색깔론의 구도로 단순화했다.
26일까지는 조중동 모두에서 ‘스트레이트’가 범람하던 국면이었다. ‘적의 적은 친구’라는 차원에서 진중권 교수의 멘션이 인터뷰 코멘트처럼 널리 인용됐고, 조중동의 구미에 딱 맞는 이야기를 하는 변희재의 발언이 비중 있게 다뤄졌다. 이정희 의원은 ‘쉬리’의 여전사가 연상되는 ‘숙성 괴물’로 묘사되었고, 그녀의 남편은 신비감이 최대한 증폭된 ‘주사파의 이데올로그’로 표상됐다.
하지만 이 대표가 사퇴하고 통진당이 조선일보에 대한 취재거부를 선언한 27일로 접어들며 상황이 좀 변화하고 있다. 소설보다 더 흥미롭던 ‘스트레이트’의 국면이 지나가고, 주장/주의가 난무하는 ‘프로파간다’ 지면이 찾아오자 본색이 드러나고 있다. 


▲ 27일자 김진 칼럼 "역사가 이정희를 거부한 이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중앙일보 김진 논설위원이다. 새누리당 대변인으로 임명된 중앙일보 출신 이상일 대변인이 연일 '색깔론'을 제기하고 있는 가운데 그의 동료였던 중앙일보 김진 논설위원은 이번 ‘색깔론’에 ‘운명’과 ‘영령’까지 끌어들였다. 김진은 ‘역사가 이정희를 거부했다’고 규정하며, “2년 전 유시민을 무대에서 끌어내렸던 국가안보의 영령”을 또 보았노라고 감탄했다.
김진의 논법을 따라 에두르지 말고, 질러 말해보자. 김진이 2년 전 사례를 꺼내들며, 경기동부를 희생양으로 삼아 원하고 있는 것은 새로운 ‘전선’의 구축이다. ‘MB심판론’의 총선이 아니라 ‘야당심판론’의 총선이다. 하지만 살아있는 권력이 버젓한데, 죽은 권력을 다시 심판하자는 건 논설위원 씩이나 되서 주장하기엔 멋쩍은 '프레임'이다. 제 정신을 가진 언론인이 말하기는 힘든 언어 도단다.
김진은 경기동부를 지렛대로 조중동은 죽은 권력을 심판하자는 낙후된 프레임을 버리고, 미래 권력(이 될지도 모르는 이들을) 심판하자는 세련된 논법을 출격시킨다. 실제, 조중동은 경기동부가 등장한 이후 부쩍 통진당이 원내교섭단체가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부각하고 있다. 김진은 아예 이정희를 향해 ‘의회 지도자’라는 표현까지 썼다. 진보정당 대표에 대한 유례없을 융숭한 대접은 역설적이게도 ‘야권 총선 승리=경기동부 미래권력’이란 도식의 구축을 위한 디테일인 셈이다. 
그러나 김진의 이 규정은 무리하다. 무수한 갈래 길과 드넓은 공백이 있다. 한 트위터리안은 이번 사건이 “골방에 있던 운동권 정파 조직이 세상에 드러난 일”이라고 했는데, 김진은 이를 받아 말하자면 “운동권 정파가 세상을 지배할 것”이라고 호들갑을 떨고 있는 셈이다. 그리곤 좌고우면하지 않고, ‘색깔론’으로만 일방 돌진했다. 전매특허의 발현, 전가의 보도, 거침없는 하이킥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잘 먹히지 않는다. 트위플은 ‘주사파의 실체가 드러났다’는 설레발에 비해 여전히 이정희 엄호 양상은 두드러지고, 야권연대에 대한 지지가 공고하다는 점은 여론조사 결과로 확인된다. 왜 일까? 일차적으로 말하면 ‘사실’의 힘이 없기 때문이다. 조중동은 경기동부에 대한 ‘사실’을 갖고 있지 않고, 주사파에 관한 ‘취재’된 진실이 없다. 다만, 누구나 할 수 있는 ‘가정’을 기정사실로 변환하는 논리적 ‘기술’로 사건을 구성하고 있을 뿐이다. 늘 팔아왔던 ‘색깔론’을 도래한 정치의 계절에 다시 팔고 있을 뿐이다.
이건 흡사, 아스팔트 우파라고 불리는 어르신들이 집회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미국이 도와줘 우리가 이만큼 살게 됐다’고 주창하는 안보에 대한 절대적 믿음 같은 것과 다르지 않다. 내용적으로 빈약하고, 효과 면에선 낙제점이다. 실상, ‘색깔론’이라고 하는 전가의 보도가 이렇게 무딘 칼이었단 점은 놀랍기까지 하다. 지난 십 수 년 간 조중동이 휘둘러 온 ‘색깔론’에 비해 조중동 내부에 축적된 내용의 실체는 트위터에서 떠도는 멘션만큼도 안 된다. 조선은 87학번 이정희를 92년에 결성된 전국연합이 육성했다고 할 만큼 부정확하고, 중앙일보 김진은 ‘영령’을 끌어들이지 않고선 논리를 세우지 못할 정도로 감정적일 뿐이다.
경기동부의 실체에 대해 조중동은 거의 아는 게 없다는 점, 김진이 주사파에 관한한 ‘카더라 통신’ 이상의 정보력이 없다는 점은 그 자체로 매우 시사적이다. 이는 조중동이 누군가에겐 잘 들리지만, 대부분의 이들에겐 전혀 소구되지 않는 메아리라는 점을 보여준다. 양질의 정보가 거의 무제한적으로 제공되는 미디어환경에서 늘 같은 얘기를 하지만 별다른 정보는 없는 김진과 같은 언론인의 존재감은 점점 옅어질 수밖에 없다. 


▲ 이정희 대표가 사퇴한 이후에도 조선일보는 계속 '경기동부'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다. 스트레이트를 가장한 '소설'이 범람했는데, 통합진보당은 결국 조선일보에 대한 취재 거부를 선언했다.

그래서, 다시 제기된 ‘색깔’이지만 이번 선거도 ‘색깔’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조중동이 열과 성을 다해 이 대표와 야권연대를 물어뜯는 시간에도 여론은 야권연대를 찍겠단 의지를 다졌다. 김진이 과대망상적 역사를 본 순간,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이정희 대표의 사퇴를 정점으로 여론이 다시 ‘정권심판론’을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과학'을 전했다. 야권이 ‘잡음’을 일으킬 때, 이를 색깔론으로 역공한 조중동의 타이밍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영향력은 신통치 않다. 구성력이 너무 떨어지고, 구성 자체가 견딜 수 없이 진부하다. 단언하건데, 김진이 말한 ‘역사의 비상한 작동’ 같은 건 없다. 경기동부가 호명되고 또 주사파 타령이 울려 퍼지지만 조중동이 원하는 ‘전선’은 도래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영령'을 끌어들이는 것은 이미 '이성'의 영역이 아니라는 자기 고백같은 것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