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경선부정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경선부정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12년 6월 25일 월요일

이석기 등 진보당 비례후보 대부분 ‘동일 IP서 몰표’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6-25일자 기사 '이석기 등 진보당 비례후보 대부분 ‘동일 IP서 몰표’'를 퍼왔습니다.

‘경선 부정’ 2차 진상조사특위 확인…‘100%득표’ 수두룩
광범위한 대리투표 정황 짙어져…이석기의원 거취 관심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 부정·부실에 대한 당 진상조사특별위원회(위원장 김동한)의 조사 결과, 비례대표 경선의 85%를 차지했던 인터넷(온라인) 투표의 상당수가 동일 아이피(IP)를 통해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동일 아이피 집단 투표가 곧바로 부정선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무실 한곳에서 60~200여명의 당원들이 특정 후보에게 100% 몰표를 던진 사례도 다수 확인돼, 현장에서 ‘대리투표’가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런 사례는 당권파인 이석기 의원을 포함해 비당권파 및 참여당 계열 등 정파에 상관없이 나타났다.24일 가 입수한 통합진보당 비례경선 2차 진상조사특위의 자료를 보면, 최소 30여개의 동일 아이피에서 적게는 60여명, 많게는 200명이 넘는 당원이 투표한 것으로 조사됐다. 동일 아이피에서 투표한 당원이 가장 많은 경우는 모두 286명이 투표한 사례로,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출신 문경식 후보가 100%인 286표를 모두 얻었다. 해당 아이피를 쓴 곳은 농민회 사무실인 것으로 알려졌다. 둘째로 많은 당원들이 같은 아이피에서 투표한 곳은 제주도의 한 건설회사 사무실로, 270명이 이곳에서 같은 아이피를 통해 투표했다. 270명 모두 제주 출신인 참여당 계열 오옥만 후보에게 몰표를 던졌다. 특히 이 건설회사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 고아무개씨는 지난 5월2일 발표된 1차 진상조사위 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다.동일 아이피로 202명이 투표한 노조 사무실도 있었는데, 202명 가운데 131명이 민주노총 출신인 이영희 후보에게 투표했다. 동일한 아이피에서 투표가 진행됐지만 71명은 다른 후보에게 투표해 표가 분산됐다.그러나 이영희 후보의 사례를 제외하고 당원들이 동일 아이피로 투표한 상위 10곳을 분석해보면 5곳에서 100% 특정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등 대부분 특정 후보에게 몰표가 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석기 의원의 경우 동일 아이피에서 82명이 투표한 현대차 한 지역공장의 노조 사무실에서 100%인 82표를 모두 얻었다. 당에서 출당 절차가 진행중인 이 의원의 동일 아이피 집단 몰표에서 부정 행위가 최종 확인될 경우 그의 거취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보건의료노조 출신인 나순자 후보 역시 병원 노조 사무실로 알려진 동일 아이피에서 112명이 투표했는데, 112표 모두를 얻었다.동일 아이피 100% 집단 투표가 주목받는 이유는 특정 사무실에서 당원들을 대상으로 대리투표를 해줬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정 후보의 선거운동원이 미처 투표를 하지 못한 당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그 당원 휴대전화로 날아온 인증번호를 물어본 뒤, 이를 이용해 대리투표를 한 사례( 5월21일치 1면 참조)가 발견된 적도 있다. 진상조사위는 동일 아이피 집단 투표 건수를 집계하긴 했지만, 현장에서 대리투표가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충분히 검증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진상조사특위는 원래 24일 저녁 전국운영위원회에 조사 결과를 보고하기로 했으나, 보고서 작성에 신중을 기한다는 이유로 결과 보고를 연기했다. 조사위는 이르면 27일께 조사 결과를 공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2012년 6월 7일 목요일

보수진영 ‘종북 낙인찍기’ 3단계 공격전략은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6-07일자 기사 '보수진영 ‘종북 낙인찍기’ 3단계 공격전략은'을 퍼왔습니다.

김한길 민주통합당 대표경선 후보가 6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새누리당의 색깔론 공세를 비판한 뒤 회견장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쟁점 바꿔치고→전향인사 폭로→무차별 색깔 씌우기

쟁점 바꿔치기 : 경선부정 문제는 제쳐두고 국가관 들먹이며 ‘종북몰이’ 
전향인사 동원 폭로전 : 임수경 방북 등 과거 들춰 ‘너희는 왜 안변하나’ 공격
색깔론 공격대상 확장 : 화해·협력 주장해도 ‘종북’ 다양한 중간지대 인정안해

보수진영의 ‘종북 낙인찍기’ 바람이 거칠어지고 있다. 전형적인 단계들을 착착 밟으며 ‘사회적 증오’의 기운을 확산시키고 있다. 보수진영이 진행하고 있는 왜곡의 과정은 과거의 색깔공세와 다르지 않다.

■ 경선 부정이 종북 논쟁으로 보수진영이 진행하고 있는 왜곡의 1단계는 ‘쟁점 바꿔치기’다. 통합진보당 문제의 출발점은 선거 부정과 이를 가능하게 했던 당내의 패권주의와 민주주의 절차 문제였다. 그러나 보수진영은 이 문제를 종북 논란으로 끌고 갔다. 진보진영 안에서도 북한에 대한 태도가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받아온 이른바 당권파가 타깃이었다. ‘종북’이라는 어둡고 부정적인 느낌이 드는 단어를 차용했다. 종북이란 단어에는 북한의 전근대성, 적대적 기억, 낡은 이념 등 이미지가 묻어 있다. 보수진영은 여기에 기댄다.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1일 “국가관을 의심받는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돼서는 안 된다”며 두 의원의 제명 방침을 밝혔다. ‘경선 부정과 민주주의적 절차’의 원래 문제는 온데간데없어졌다. ‘민주주의의 문제’를 자신들에게 익숙한 ‘이념투쟁’의 구도로, 색깔논쟁으로 치환해 버린 것이다.
야권은 저항하고 있다. 두 의원의 출당을 결정한 통합진보당도 ‘국가관’을 이유로 한 국회의원 제명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민주통합당도 “심각한 투표 부정을 이유로 출당될 경우, 이를 이유로 제명을 검토할 수 있지만, 사상을 이유로 제명하자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태도다. 민주당 관계자는 “두 의원은 투표 부정행위에 대한 책임이 유일한 제명 사유가 될 수 있다”며 “이는 문대성, 김형태 의원을 표절, 성폭행 등의 행동 책임을 물어 제명하자는 것과 같은 논리”라고 말했다.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경선 후보가 6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새누리당의 색깔론 공세를 비판한 뒤 회견장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 막말한 임수경, 과연 종북 인사인가 보수진영은 이번 기회에 민주당에도 붉은색 칠을 하고 있다. 과거를 소환하는 왜곡의 2단계다. 임수경 민주당 의원이 타깃이 됐다. 임수경 의원은 탈북자 대학생과의 술자리 언쟁에서 ‘변절자’라는 단어를 썼다가 ‘주사파’로 공격받고 있다. 한때 ‘사회주의 혁명가’를 자처했던 김문수 경기도 지사는 “임수경, 임종석 다 주사파”라며 공세를 폈다. 전광삼 새누리당 부대변인은 “임수경 의원은 평양 방문 당시 김일성 수령을 ‘아버지’라고 부르고, 남한 정권을 ‘반통일 세력’이라고 단언할 만큼 종북에 대한 확신을 보여줬다”며 “‘대국민 공개 전향 선언’을 촉구한다”고 했다.
그러나 임 의원이 1989년 방북 당시 보여준 행동은 맹목적 북한 추종과는 거리가 멀었다. 임 의원의 한 지인은 “임 의원은 평소 북한과 대화하고 화해해야 하지만, 북한 세습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란 평가를 내리고 있었다”며 “그가 한 막말은 비판받아야 하겠지만, ‘종북’, ‘주사파’로 비난할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임수경 의원의 과거를 현재로 잘못 불러냈다는 것이다.
■ 북한인권법 무엇을 위한 것인가 ‘종북’ 공세의 3단계는 ‘무차별적 덧씌우기’이다. ‘북한을 추종하는 세력’이라는 애초 개념에도 전혀 해당하지 않는 이들에게도 종북이란 ‘딱지’를 붙이는 것이다.
이해찬 민주당 의원은 ‘북한인권법’에 대해 “북한에 인권 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국가 간에 서로 개입할 일은 아니다”라고 반대 견해를 밝혔다. 이 의원은 “북한인권법안은 시작 자체가 북한 인권과 남북관계 발전이 아니라 일부 극우 보수단체의 대북전단 직접 살포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라며 “인권은 오간 데 없고 오직 반북만 부추기는 긴장과 갈등만 초래하는 법”이라고 비판했다. 대신 실질적으로 북한 주민의 생존권을 도울 수 있도록 인도적 지원을 재개하고, 교류를 통해 자연스러운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수언론은 ‘북한 인권을 문제삼는 것은 내정간섭’이란 이 의원의 인터뷰 내용을 ‘종북’이라고 규정했고,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이를 근거로 ‘국회의원 자격 심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남북관계 개선’은 정책적 논쟁의 대상에서 법적 단죄의 대상으로 굴러떨어졌다. ‘적대’와 ‘공포’가 증폭되는 곳에서 ‘정치’의 공간은 점점 협소해지고 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2012년 5월 24일 목요일

'백토'에서 '이상규'가 유예한 대답이 남긴 '위험성'


이글은 미디어스 2012-05-23일자 기사 ''백토'에서 '이상규'가 유예한 대답이 남긴 '위험성''을 퍼왔습니다.
[비평]통진당 당권파는 더 이상 '진보'가 아니다

통합진보당 파문을 다룬 22일 (100분 토론)(이하 백토)의 백미는 시민논객의 질문이었다. 물론, 토론 내내 열띤 공방이 오고갔다. 패널로 참석한 4명 모두 진보정치에 관한 할 말이 많은 사람들이었다. 이번 파문과 관련해 혼자 강연을 하더라도 100분은 부족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지리멸렬했다. 당권파 때문이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와 김종철 진보신당 부대표가 나름 구체적으로 그리고 집요하게 논점을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당권파를 대표에 나온 이의엽 정책위의장과 이상규 당선인은 앵무새처럼 시종일관 3가지 문장만 반복했다. 22일 백토에서 당권파는 3개의 문장으로 요약되는 대답만으로 거의 100분을 버텼다. 우선, 진상조사위원회 보고서에서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는 ‘확정된 사실이 아니고, 이미 해명이 됐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진조위 보고서 이후에 언론 등을 통해 제기된 의혹에 대해선 ‘일방적인 주장이며, 전체가 아닌 특수한 사례일 뿐’이라고 넘겼다. 경선 부정 이외의 문제들에 대해선 ‘논의 주제에 어긋난다’고 뭉갰다. 특히, 이상규 당선자는 어떤 공세가 오더라도 이 3문장을 적절하게 버무리며 대처했다. 비교적 차분하고 안정된 톤이었다. 그리고 중간 중간 은평에서 자신이 경선에 승복했단 사실을 강조했다. ‘화학적 결합을 이룬 아름다운 사례도 있다’는 낭만적인 얘기로 감정에 호소하기도 했다. 물론, 이의엽 정책위의장의 경우 몇 번의 결정적 ‘실책’이 있었다. 하지만 그 역시 워낙 단출한 논리만 무한 반복했던 탓인지 지엽적인 실수가 있었을지라도 결정적 패착을 저지르진 않았다. 통합진보당 파문에 있어 경선 과정에 총체적 부정과 부실이 있었느냐, 없었느냐의 논란은 이미 지나갔다. 한국 사회에서 오직 통진당 당권파 만이 여전히 이 논란에 집착하고 있을 뿐이다. 도둑이 제 발 저린 다고, 총체적 부정과 부실이 자신들을 탓하는 것으로 받아들인 까닭이다. 이에 대해 진 교수는 “진조위 보고서는 당의 총체적 부정과 부실을 지적하며 당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자는 것인데, 왜 당권파는 이를 당권파의 총체적 부정과 부실로 읽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기도 했다. 진조위 보고서 이후 당권파가 매우 우민한 정치적 판단을 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다. 문제는 왜다. 길게는 십년이상 진보정치를 해온 이들이 어찌하여 이런 결정적 패착을 저지르고 사회적 고립의 외통수에 빠졌는가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단서가 바로 어제 이상규 당선인이 유예한 대답 속에 있다. 어제 시민논객은 3가지를 이상규 당선인에게 물었다. ‘북한 3대 세습에 대한 입장, 북한 핵 개발에 대한 입장 그리고 북한 인권에 대한 견해’였다. 시민논객은 “종북 보다 종미가 문제니 하며 말을 돌리지 말고 분명한 입장을 표명해 달라”고까지 요구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지리멸렬했다. 당권파 때문이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와 김종철 진보신당 부대표가 나름 구체적으로 그리고 집요하게 논점을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당권파를 대표에 나온 이의엽 정책위의장과 이상규 당선인은 앵무새처럼 시종일관 3가지 문장만 반복했다.
22일 백토에서 당권파는 3개의 문장으로 요약되는 대답만으로 거의 100분을 버텼다. 우선, 진상조사위원회 보고서에서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는 ‘확정된 사실이 아니고, 이미 해명이 됐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진조위 보고서 이후에 언론 등을 통해 제기된 의혹에 대해선 ‘일방적인 주장이며, 전체가 아닌 특수한 사례일 뿐’이라고 넘겼다. 경선 부정 이외의 문제들에 대해선 ‘논의 주제에 어긋난다’고 뭉갰다.    특히, 이상규 당선자는 어떤 공세가 오더라도 이 3문장을 적절하게 버무리며 대처했다. 비교적 차분하고 안정된 톤이었다. 그리고 중간 중간 은평에서 자신이 경선에 승복했단 사실을 강조했다. ‘화학적 결합을 이룬 아름다운 사례도 있다’는 낭만적인 얘기로 감정에 호소하기도 했다. 물론, 이의엽 정책위의장의 경우 몇 번의 결정적 ‘실책’이 있었다. 하지만 그 역시 워낙 단출한 논리만 무한 반복했던 탓인지 지엽적인 실수가 있었을지라도 결정적 패착을 저지르진 않았다.  
통합진보당 파문에 있어 경선 과정에 총체적 부정과 부실이 있었느냐, 없었느냐의 논란은 이미 지나갔다. 한국 사회에서 오직 통진당 당권파 만이 여전히 이 논란에 집착하고 있을 뿐이다. 도둑이 제 발 저린 다고, 총체적 부정과 부실이 자신들을 탓하는 것으로 받아들인 까닭이다. 이에 대해 진 교수는 “진조위 보고서는 당의 총체적 부정과 부실을 지적하며 당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자는 것인데, 왜 당권파는 이를 당권파의 총체적 부정과 부실로 읽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기도 했다.
진조위 보고서 이후 당권파가 매우 우민한 정치적 판단을 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다. 문제는 왜다. 길게는 십년이상 진보정치를 해온 이들이 어찌하여 이런 결정적 패착을 저지르고 사회적 고립의 외통수에 빠졌는가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단서가 바로 어제 이상규 당선인이 유예한 대답 속에 있다. 어제 시민논객은 3가지를 이상규 당선인에게 물었다. ‘북한 3대 세습에 대한 입장, 북한 핵 개발에 대한 입장 그리고 북한 인권에 대한 견해’였다. 시민논객은 “종북 보다 종미가 문제니 하며 말을 돌리지 말고 분명한 입장을 표명해 달라”고까지 요구했다.

▲ 22일자, <100분 토론>에서 시민 논객은 이상규 당선인을 향해 '북한 3대 세습, 북한 핵개발 그리고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대답'을 요구했다. 이에 이 당선인은 장광설을 늘어놓으며, 대답을 유예했다.

하지만 이상규 당선인은 분명한 입장을 말하지 못했다. 이석기 당선인이 그랬던 것처럼 동문서답의 장광설을 내놓았다. 이 당선인은 “평양을 방문해보니 도시가 회색빛이라 놀랐다”, “북한 술이 맛은 좋지만 뒤집으면 병뚜껑 기술이 떨어져 술이 떨어 진다”는 뜬금없는 얘기를 하다간 “질문 자체가 색깔론이다. 양심의 자유가 있으니 이 문제에 대해선 대답하지 않겠다”고 답을 유예했다. 이에 진 교수가 “양심의 자유를 지키고자 했다면 선출직에 나오지 말았어야 했다. 정치인은 이념과 사상에 대해 답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되묻고 사회자 역시 “대답을 유예하겠다는 것이냐”고 확인했지만 이 당선인은 끝내 “선거를 통해 검증을 받았다. 대답하지 않겠다”고 버텼다.
이 대답은 당권파가 다른 모든 것을 제쳐두고, 심지어 진보정치 전체가 공멸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는 상황에서도, 정당의 심장이라고 하는 당원명부가 검찰 손에 넘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자신들의 자리보전과 자파의 조직 수호에만 열을 올리는 까닭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들은 시민적 상식의 눈높이에 부응하는 사상을 갖고 있지 않으며, 스스로도 떳떳이 밝힐 수 없을 만큼 이념적 기반을 불투명하다.
당권파가 외부에서 보기엔 ‘패거리 문화’라고 밖에 할 수 없는 행동양식을 공유하며, ‘우리를 지켜줄 수 있는 건 우리 밖에 없다’는 패권적 양상으로 도무지 납득이 가질 않는 행태를 이처럼 오래 벌이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통합'이라는 세련된 외형을 갖춰 시민의 지지를 얻었지만 내재적 신념 체계가 노출되면 안 된다는 두려움, 총론적 진보를 넘어 이슈의 각론으로 들어가며 결코 진보적이지 않은 인식 구조에 대한 불안감이다. 이 검열이 조직을 패쇄적으로 만들고, 이념과 현실의 괴리 사이에서 대중 정치인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욕망의 딜레마를 낳고 있다.
북한 3대 세습에 대한 상식적 대답은 ‘민주적 사회의 운영 원리로 보면 있을 수 없는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라는 문장이면 충분하다. 다만, 남북관계의 특수성과 통일의 당위에 입각하면 ‘반대하더라도 외교적 제스처를 취할 때는 북한 체제의 특수성을 감안한 정치적 판단이 필요하다’를 덧붙일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의 핵개발에 대해선 어떤 이유를 들더라도 진보의 입장에선 결코 동의하기 어렵다. 미국의 제재와 압박에 따라 불가피하다는 논리는 그렇다면 테러리즘은 필연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의 다름 아니다. 다만, 어제 김 부대표도 말했듯 북한이 핵개발을 한다고 해서 이에 대해 군사적 응징이나 보복이 주장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는 점을 말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북한 인권 문제의 경우, 좀 더 예민한 주제일 순 있다. 하지만 인권의 보편성이 천부적인 것이란 점에서 북한 인권 문제 역시 인권의 원칙 일반에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보통 타국의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맥락과 정치적 이유가 체제에 대한 압박이나 정권에 대한 제재 차원에서 제기되는 것이므로 이를 경계하자고 하면 된다. 
이 당선인이 대답을 유예한 질문들은 향후 진보진영 전체에 그리고 다가올 대선에 매우 위험한 문제를 남겼다. 누군가들이 통진당 당권파를 ‘종북주의자’라고 단도리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말하기 전에 통진당 당권파들이 스스로 이념과 사상을 명쾌하게 해줘야 한다. 종북주의라는 딱지가 색깔론의 정치적 공세라는 점에 동의한다. 종북주의자라는 이유만으로 국회의원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 역시 논란의 여지가 충분하다. 개인의 ‘양심의 자유’ 역시 충분히 존중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의 전제는 스스로 그것에 당당할 수 있어야 하고, 이에 따른 정치적 책임을 분명히 질 수 있어야 마땅한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걸 끝내 감추고 통진당 당권파가 계속 억울한 피해자 '코스프레'를 이어간다면, 사회적으로, 공론의 장에서 할 수 있는 얘기는 이제 별로 없다. 인종차별적 테러주의자가 보수의 이름으로 의회에 진출한다면 분명 사회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란 이념과 가치 체계를 분명히 해 정체성의 선택을 유도하는 행위다. 마찬가지 의미에서 반민주적 극우주의자가 진보의 탈을 쓰고 의회의 일원이 되는 것 역시 가당찮은 일이다. 더욱이 그 과정에서 그 정체를 위장하고자, 위장된 정체성을 확대하고자 부정한 방법을 저지르고 이를 반성조차 할 수 없는 이들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어떤 이들은 ‘종북주의자 다음은 좌파 그리고 그 다음은 자유주의자가 배제될 것’이라며 통진당 파문이 종북주의 문제로 전환되는 것을 우려한다. 하지만 온갖 상식적 해법이 제시되고 합리적 정치적 판단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근 한 달 가까이 통진당 사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까닭이 무엇인지의 본질을 파고들면 이 문제를 피해갈 도리 또한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문제야말로 진보정치의 오랜 질환이었단 점이다. 이 썩은 세포에 대한 적출 없이는,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더라도, 누군가들이 ‘우리는 다른 진보다’는 것을 시민에게 설명하기란 난망하고 또 난망한 상황이 될 것이다. 종북은 진보가 아니다. 

김완 기자  |  ssamwan@gmail.com

2012년 5월 23일 수요일

통합진보당 경선부정이 간첩단 사건으로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5-23일자 기사 '통합진보당 경선부정이 간첩단 사건으로'를 퍼왔습니다.
[아침신문 솎아보기] 조선 “당원명부가 좌파 족보”…화학적 거세 논란 점화

검찰이 22일 통합진보당 서버관리업체인 스마일서브에서 당원 명부와 당비내역 납부, 선거인 명부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공당의 당원명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초유의 사태다. 이에 대해 한겨레, 경향 등은 “진보정당을 향한 공안몰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타 언론들은 이번 사태를 간첩단 사태로 다루고 있다. “종북 세력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며 검찰 수사에 힘을 보태고 있다. 통합진보당사 진입을 저지한 통합진보당 당원 및 시민들에 대해서도 색출 및 처벌을 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국내에서 최초로 성폭력 범죄자에 대해 ‘성충동 억제 약물치료’가 실시된다. 이른바 ‘화학적 거세’인데, 이것이 성범죄자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투여되는 것인 만큼 일각에서 ‘인권침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국가의 범죄 처벌수위를 둘러싼 논쟁도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23일 아침 전국단위 종합일간지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공안몰이)
국민일보 (검, 통합진보 모든 의혹 수사한다)
동아일보 (아동 성범죄자 첫 화학적 거세)
서울신문 (검, 통진당 ‘종북’까지 칼댄다)
세계일보 (검, 진보당 ‘판도라상자’ 연다 부정경선·비리 수사 전면전)
조선일보 (아동 성범죄자 첫 화학적 거세)
중앙일보 (검찰, 통진당 모든 의혹 수사)
한겨레 (20만명 신상정보 통째로…검찰 ‘진보탄압’의 칼을 쥐다)
한국일보 (검찰 “진보당 수사 전방위로 확대”)

경기동부 ‘정밀타격?’

검찰의 이번 수사는 경선부정 등 비리 의혹에 관련된 것으로 종북과는 무관하다. 조선일보도 이 점을 명시하고 있다. 다만 한상대 검찰총장이 취임 일성으로 ‘종북 척결’을 내세운 만큼 이번 수사의 파장이 결국 종북으로 퍼지지 않겠느냐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리고 그 대상은 당권파인 경기동부연합으로 향할 것이라는 게 언론의 분석이다.

서울신문은 1면 (검, 통진당 ‘종북’까지 칼댄다)제하 기사에서 “검찰은 지난 21일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당원명부를 통해 유령당원이나 공무원·교사 등의 불법 정당가입 여부까지 파헤칠 태세”라며 “특히 구당권파의 주축인 경기동부연합을 ‘종북좌파’로 규정, 수사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보도했다.

▲ 서울신문 5월 23일자. 3면.

서울신문은 또한 3면 (부정경선 배후로 경기동부 정조준, 한상대 정면승부)제하 기사에서 “검찰이 통합진보당 부정 경선·폭력사태 수사를 계기로 진보진영 내 ‘종북좌파’를 찍어내기에 나선 형국”이라며 “겉으로는 통진당의 모든 의혹을 수사할 방침을 천명했지만 속으로는 구당권파의 핵심인 NL계 경기동부연합을 정조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종의 경기동부 정밀타격인데, 문제는 그동안 검찰의 운전미숙으로 볼 때 조준이 제대로 이루어질지 미지수라는 점이다. 타격이 성립되는지 여부도 문제지만 이번 사태는 당원명부라는 ‘리스트’를 쥐고 대대적인 공안몰이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 특히 고위직을 제외한 교사·공무원의 정치참여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국내에서, 이들의 리스트는 사찰용 혹은 개인의 정치적 자유 훼손까지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미 통합진보당 사태는 보수언론에게 간첩단 사건이다. 따라서 이번 검찰의 당원명부 압수는 ‘간첩 조직도’ 파악을 위한 절차다. 조선일보는 3면 (진보당 불법·유령당원, 종북 실체 드러나나) 제하 기사에서 “진보당 당원명부를 통해 사회 각계각층에 진출한 운동권 출신의 면면이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며 “당원명부 자체가 대한민국 좌파 내지는 운동권 족보”라고 밝혔다.

▲ 조선일보 5월 23일자. 3면.

조선일보의 사설 (진보당, 북엔 넘긴 당원자료 대한민국 검찰엔 못준다니)제하 사설도 조선일보의 막무가내 칼춤을 컬러풀하게 보여준다. 조선일보는 사설을 통해 “진보당의 전신인 민노당의 최기영 사무부총장은(중략) 주요 당직자 300여명의 기초 자료와 성향 등을 북 노동당 대외연락부에 넘겼다”며 “북에 넘긴 자료를 대한민국 검찰에 넘겨줄 수 없다며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북 지시는 떠받들어도 대한민국 법률은 인정할 수 없다고 자백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조선일보의 타격 목표는 진보진영 전체를 향하고 있다.

‘공안몰이’

따라서 한겨레, 경향 등은 이번 검찰 수사를 ‘공안몰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경향은 1면 (공안몰이)제하 기사에서 “검찰이 특정 정당의 모든 의혹을 한꺼번에 수사하겠다고 나선 것은 전례가 없다”며 “통합진보당 사태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등에 업고 공안몰이에 나섰다는 분석”이라고 말했다.

이어(‘당원명부’가 뭐기에)제하 기사에서 “당원명부는 당원의 세부 인적 사항이 담겨있다”며 “현 당원 뿐 아니라 탈당한 당원들 신상명세가 들어있다”고 밝혔다. 이어 “(진보정당이 ‘진성당원제’를 근간으로 하는 만큼)수사당국이 당원명부를 갖게 되면 정당과 당원 활동을 속속들이 알게 된다”며 “하지만 진보정당 당원이라는 이유로 피해를 볼 수 있고 당원의 정치참여로 불이익이 생기면 정당 활동이 위축되고 당 기반은 바닥부터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 한겨레 5월 23일자. 1면.

한겨레도 1면 (20만명 신상정보 통째로…검찰 ‘진보탄압’의 칼을 쥐다) 제하 기사에서 “경선 부정 수사와 직접 관계도 없는 당원명부까지 국가 소추기관인 검찰이 통째로 압수한데 대한 비판이 거세다”며 “이런 지적에는 검찰이 압수한 당원명부를 얼마든지 진보진영 탄압의 도구로 악용할 수도 있다는 문제의식이 깔려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검찰의 이번 수사를 비판하는 진영은 최근 통합진보당이 혁신비대위를 출범하고 문제가 된 김재연, 이석기 당선자에 대한 제명조치까지 검토하는 등 자정노력을 기울이는 마당에 검찰이 기습적으로 개입한 것을 지적하며 공안분위기 형성을 위한 의도적 행위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당권파는 또…

이 같은 상황에서 당권파들은 경선자료가 담긴 하드디스크를 미리 빼돌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은 “통합진보당 당권파의 한 인사가 경선 투표와 관련된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빼돌린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검찰은 관련자를 증거은닉 혐의로 사법처리 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 동아일보 5월 23일자. 1면.

동아일보는 1면 (‘통진당 심장’ 확보했지만 ‘당권파 아킬레스건’ 놓쳐) 제하 기사에서 “통진당은 부정 경선의 단서와 증거를 삭제하고 빼돌리는데 성공했지만 ‘당의 심장’이라며 사수했던 당원명부는 검찰의 손에 넘기게 됐다”며 “검찰과 통진당이 ‘장군멍군’을 주고받은 셈”이라고 밝혔다.

검찰 수사로 모든 혁신비대위 활동이 중단된 것처럼 보였지만 강기갑 비대위원장은 김재연, 이석기 당선자 등 당권파 일부 인사들에 대한 출당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경향신문은 2면 (혁신비대위, 이석기 등 4명 오늘 출당 논의)제하 기사에서 “사퇴를 거부하는 당권파 이석기·김재연·황선·조윤숙 등 4명을 징계키로 최종 정리했다”고 보도했다.

인권의 무게드디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른바 ‘화학적 거세’에 대한 얘기다. 법무부 치료감호심의위원회는 22일 “아동 성폭력범죄로 구속 기소돼 현재 경북북부 제3교도소에서 보호감호를 받고 있는 박모씨에 대해 ‘성충동 억제를 위한 약물치료’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박모씨는 지난 1984년부터 2002년 까지 13세 미만 어린이들에 대해 총 4차례 성폭력을 저질렀는데 정신감정을 받은 결과 ‘소아 성기호증(성도착증)’으로 진단되었다. 박씨의 약물치료는 남성호로몬을 억제하고 성적 충동을 줄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한국일보 5월 23일자. 1면.

하지만 화학적 거세가 성폭력 범죄율을 떨어뜨린다는 연구결과는 찾기 어렵다. 또한 인권침해 논란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국일보는 1면 (상습 아동 성범죄자에 ‘화학적 거세’ 첫 실시) 제하 기사에서 “반대론자들은 이들 약물을 성충동 억제제로 사용할 경우 과다투여가 불가피하고 이에 대한 부작용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는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어쨌건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인권 사이에서 처음 실시되는 ‘화학적 거세’를 둘러싼 논쟁이, 국내에서도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광주전남의 선택, 대선주자들의 속내는?

민주통합당 전당대회의 최대 승부처라 불렸던 광주·전남 지역에서 김한길 후보가 이번에도 이해찬 후보를 따돌렸다. 1위는 광주를 텃밭으로 하고 있는 강기정 의원이 차지했다. 지난 2001년 노무현 돌풍의 발원지이자 민주당의 지역기반인 광주전남의 선택이기에 이번 경선 결과가 민주당 내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당장 이는 대선주자들의 향후 행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경향신문은 5면 (초반전 지난 민주당 대표 경선…대선주자 손익계산서) 제하 기사에서 문재인 ‘흐림’, 손학규 ‘기회’, 김두관 ‘부상’, 정세균 ‘주목’이란 성적표를 내놓았다.

▲ 경향신문 5월 23일자. 5면.

경향신문은 “문재인 고문은 이해찬 후보와 파트너십을 형성했지만 코너에 몰렸다”며 “호남 대의원들의 민심은 친노 좌장인 이 후보에게 등을 돌렸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 후보의 등락은 문 고문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며 “세력적 연대에다 ‘이해찬-박지원 담합’ 후폭풍을 함께 맞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상근 기자 | dal@mediatoday.co.kr  

2012년 5월 22일 화요일

그들이 밉다고 '빨갱이 사냥'까지 박수 칠 건가


이글은 프레시안 2012-05-22일자 기사 '그들이 밉다고 '빨갱이 사냥'까지 박수 칠 건가'를 퍼왔습니다.
[데스크 칼럼] 보수언론 색깔론과 검찰 공안기획을 경계한다

검찰이 21일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 부정 사태와 관련해 당사와 서버관리업체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검찰은 18시간에 걸친 당원들의 격렬한 저항을 뚫고 결국 당원명부와 인터넷 투표관리 시스템및 관련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진보당에 따르면 인터넷 서버 4대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는 과정에서 해당업체 관련자는 물론이고 변호사, 강기갑 비대위원장 등의 입회도 불허됐다. 압수수색에 저항하던 박원석 당선자는 현행범으로 체포돼 건물 내 방안에 격리 감금되기도 했다.

검찰이 원내 정당의 중앙당사 압수수색 한 건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보수 시민단체인 '라이트 코리아'가 지난 2일 부정경선 의혹과 관련한 고발장을 제출할 때만 해도 검찰은 "당 내부적인 문제는 당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게 좋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랬던 검찰이 갑자기 적극 개입 쪽으로 태도를 바꾼 의도가 아무래도 석연찮다.

우선, 검찰의 압수수색은 강기갑 비대위가 못 박은 비례대표 사퇴 거부자들의 사퇴 시한을 불과 1시간 여 앞두고 실시됐다. 당이 자체적으로 풀어갈 수 있는 계기를 틀어막았다는 점에서 검찰의 개입은 사태 해결에 도움을 주기보다 악화, 증폭시키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살만하다.

또한 검찰이 당원명부 확보에 주력한 배경에 모종의 노림수가 깔려있다는 의심도 떨치기 힘들다. 이번 수사가 부정선거 사건에 그치지 않고 전교조 소속 당원 등 통합진보당원 전체에 대한 공안 수사로 확대할 가능성을 열어놓았기 때문이다. 통합진보당 신당권파와 구당권파가 한목소리로 검찰 수사를 '진보정당 와해 책동'으로 규정하고 강기갑 비대위원장이 "당원명부는 당의 심장"이라며 압수수색에 저항한 까닭이다.

보수언론의 집요한 공세로 인해 이번 사건의 본질인 당 내부의 민주주의 절차 문제가 '빨갱이 파동'으로 변질되고 있는 터에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는 점에서 이런 우려는 더욱 짙어진다.

실제로 일제히 이란 타이틀을 달고 통합진보당에 퍼붓는 보수언론의 공세는 '구당권파=주사파=체제부정 세력=적출 대상'이라는 논리 흐름을 가파르게 전개하고 있다. 지난해 8월 국정원이 터트린 '왕재산 사건'의 수사기록까지 들먹인 이들 신문에 따르면 구 당권파는 북한의 꼭두각시나 다름없고, 북한의 계획된 시나리오에 의해 진보통합과 야권연대가 이뤄진 듯 묘사된다.

하지만 보수 언론의 논리는 모두 추론과 비약에 불과하다. 이들이 구 당권파를 주사파로 규정한 근거는 그들이 NL(민족해방)계 운동권 출신이라는 과거 행적에 머문다. 구 당권파를 체제 부정세력이라고 단정할만한 근거도 당연히 없다. 이석기 당선자가 언론인터뷰에서 자신이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과의 통합 논의를 가장 먼저 제기했다고 한 발언은 마치 그가 북한 지령의 충실한 이행자 노릇을 한 것처럼 부풀려졌다. 또한 고작 5명이 체제전복을 꾀했다는 내용의 '왕재산 사건'은 초기부터 무리한 수사 논란에 휘말렸으며, 지난 2월엔 법원이 '왕재산'이라는 반국가단체를 구성했다는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한 사건이다.


▲ 통합진보당 이석기 당선자 ⓒ연합뉴스
물론 보수언론과 검찰이 활개 치도록 사태를 이 지경으로 끌어 온 건 통합진보당 구 당권파의 오기와 아집이다. 그들이 민주주의 절차를 가볍게 무시한 순간부터 오늘의 참화는 예고됐다. 그들은 선거부정을 일삼았고 공개된 부정행위조차 부인하고 있다. 진보진영 전체가 검찰 손아귀에서 회복 불능의 타격을 입게 된 이 시점에도 이석기, 김재연 등 문제가 된 비례대표 당선자들은 사퇴를 거부하고 있다. 진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못난 진보'에 일반적인 국민 정서도 차갑다.

그러나 구 당권파의 패악과 보수언론의 색깔 공세, 검찰의 무리한 개입은 시시비비를 구분해 가려야 한다.

이번 사태를 당내 민주주의의 복원이라는 문제의 본질로 원위치 시키고 원내 제3당으로서의 자정 능력을 증명하는 시작은 구 당권파의 각성이다.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 등은 당장이라도 사퇴를 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론 통합진보당 사태를 매카시즘으로 증폭시키고 있는 보수 언론의 의도에 불온한 정치기획이 깔려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선거를 앞두고 검찰이 이를 공안 사건으로 몰아가려는 건 아닌지도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

제정신 못 차리는 구당권파가 아무리 밉다고 대명천지에 일사천리로 자행되고 있는 '빨갱이 사냥'까지 박수치고 바라볼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임경구 편집국장

2012년 5월 21일 월요일

진보당 온라인 경선부정 첫 물증 나왔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5-21일자 기사 '진보당 온라인 경선부정 첫 물증 나왔다'를 퍼왔습니다.
경선당일 “인증번호 보내라
”당권파의 문자독촉 드러나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후보를 뽑는 온라인투표에서 당권파 쪽 인사가 당원 대신 대리투표를 한 정황이 확인됐다. 사퇴 요구를 거부하고 있는 이석기 당선자 등 당권파 쪽 비례대표 당선자와 후보들은 온라인투표에서 조직적인 선거부정이 이뤄진 증거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통합진보당 경기도당 산하 지역위원회 소속 당원 ㄱ씨는 20일 “(비례대표 후보 경선 마지막날인) 3월18일 같은 지역위 당원 ㄴ씨로부터 ‘(투표에 필요한 휴대전화) 인증번호 문자가 가면 좀 보내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ㄴ씨와 관련해 통합진보당 관계자들은 “당권파인 경기동부연합 쪽 인사”라고 설명했다. ㄱ씨는 “ㄴ씨가 당권파 쪽이라는 걸 최근 (부정경선 파문 이후) 알게 됐지만, 당시엔 몰랐다”고 말했다.
ㄱ씨는 전화를 받을 때까지 투표를 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는 평소 친분이 있던 ㄴ씨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투표에 필요한 인증번호 8자리 등을 ㄴ씨에게 전했다.(사진) ㄴ씨가 “(인증번호) 문자 좀” 전달해 달라며 휴대전화 문자를 통해 세 차례나 독촉한 탓이었다. ㄱ씨의 인증번호는 그의 명의로 대리투표를 하는 데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ㄱ씨는 “내가 투표를 한 게 아니니 내 표가 누구한테 갔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ㄴ씨는 이 지역위 소속 당원으로, 당의 공식적인 직책은 맡지 않았지만 영향력이 적지 않은 인사다. ㄴ씨가, ㄱ씨가 투표 마지막날까지 투표를 하지 않은 사실을 알고 문자를 보내 인증번호까지 요구한 것은, 온라인투표에서는 부정이 없었다는 그간 당권파의 주장과 배치된다. 이정희 전 공동대표는 지난 8일 당권파의 자체적인 공청회에서 “온라인에서 오류가 있다는 점을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 본인이 입증 못 하면 의혹이 있다고 결론 내려서 되겠나”라며 온라인투표 부정 의혹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ㄴ씨는 “누가 그런 얘기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일(인증번호 요구)을 한 기억이 없다. (총선을 앞두고) 야권연대 문제 때문에 바쁜 시기여서 비례대표 경선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2012년 5월 16일 수요일

진보정당이 사는 길, 죽는 길


이글은 대자보 2012-05-16일자 기사 '진보정당이 사는 길, 죽는 길'을 퍼왔습니다.
[김영호 칼럼] 물러날 사람은 물러나고 떠날 사람은 떠나고 새판 짜라

통합진보당 국회비례대표 경선부정은 이제 당내문제를 넘어 진보정당의 향방을 가르는 사태로 발전했다. 진보정당의 존립에 치명적 타격을 준데 이어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야권연대마저 위기국면으로 몰고 갔다. 문제의 발단은 경선부정이다. 일반상식으로도 용납할 수 없는 중대한 사안이다. 그럼에도 당권파가 경미하게 치부하는 바람에 사태를 키웠다. 비례대표 사퇴를 거부함으로써 당내의 갈등구조인 패권주의와 종북주의의 논란을 증폭시킨 것이다. 이제는 비례대표를 사퇴하더라도 사태를 봉합할 단계를 넘어섰다. 진보의 가치를 새롭게 정립하고 진로를 다시 모색해야 할 중대한 기로에 봉착한 것이다. 

진보정당의 고질적 문제는 자주파와 평등파의 갈등구조이다. 2008년 2월 그 대립이 격화되어 민주노동당의 탈당사태에 이은 진보신당의 창당이란 분열이 일어났다. 분단의 현실에서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차이가 문제의 핵심이다. 이른바 자주파는 한국사회의 모든 구조적 모순은 분단에서 발단한다고 믿는 듯하다. 통일이 최우선적 해결과제라는 신념적 확신을 가진 것 같다. 진보의 개념을 이념의 시각에 갇혀 협소하게 규정한 탓이다. 보편적 시각에서 복지, 정의, 평등으로 확장해야 지지기반을 확충할 수 있다. 19대 총선에서 통합진보당의 득표율 10.30%, 의석 13석은 자주파가 일궈낸 성과가 아니다. 그 동안 정치일선에서 치열하게 활동한 인사들과 야권연대의 결실이다. 

2차 세계대전 이전 주축국인 독일, 이탈리아, 일본은 공통적으로 나치즘, 파시즘, 군국주의의 광풍을 겪었다. 그런데 종전 이후에는 상이한 정치발달양상을 보인다. 여기서 공산당의 활동이 보수당의 정치적 영향력과 깊은 상관관계를 갖는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독일은 분단 이후 서독에서도 나치체제하에서 정치활동이 금지되었던 공산당의 활동이 재개됐다. 그런데 소련과 동독을 지지해야 하는 태생적 한계를 지녔기 때문에 당세가 미약했다. 그나마 1956년 독일연방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 따라 해산되었다. 공산당의 조직기반이 취약했던 서독에서는 우파정당인 기독교민주당과 좌파정당인 사회민주당 사이에 원활한 정권교체가 이루어졌었다. 

이에 반해 전후 이탈리아와 일본에서는 공산당이 의회에 진출했고 정치적으로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특이점은 공산당의 활동이 활발할수록 보수정당의 영향력이 증대한다는 점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종전 이전 기민당이 공산당, 사회당과 합세해 반파쇼 연합세력을 구축했다. 그러나 1948년 헌법이 제정된 이후에는 그 기민당이 반공활동의 선봉에 나서 우파보수주의자의 지지를 기반으로 1993년까지 장기집권에 성공했다. 기민당이 우파정당, 중도정당, 사회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함으로써 장기집권이 기능했던 것이다. 그러나 1992년 검찰의 ‘깨끗한 손’이란 이름의 부패정치척결수사에 이어 1993년 비례대표 개편, 1989년 공산주의의 붕괴에 따라 이탈리아의 정치구도는 완전히 재편되었다. 기민당의 절대우위체제가 무너지고 좌우정당간의 정권교체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비슷한 시기인 1993년 일본에서도 자민당의 38년간 장기집권이 붕괴되었다. 종전 이후 자민당의 장기집권은 다수의 국민이 공산화를 우려해 보수정당을 밀었기 때문이다.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이후 미국이 일본을 전쟁수행의 배후기지로 활용하는 군사협력체제의 영향력도 컸다. 1989년 소련과 동구권에서의 공산주의 붕괴와 더불어 이탈리아와 일본에서 공산당의 정치적 영향력이 급격하게 쇠퇴했다. 이에 따라 두 나라에서 우파정당의 절대우위체제도 소멸되는 공통점을 나타낸다. 공산당에 대한 견제심리가 우파정권의 장기집권을 이끄는 지렛대 노릇을 해 온 것이다. 일본 공산당은 민생정치 쪽으로 변모하고 있다. 

18대 총선에서 통합진보당의 약진은 그 반동으로 우익세력에게는 진보정당에 대한 사상검증이란 과제를 던졌다. 이런 현실에서 NL(민족해방노선), PD(민중민주노선), 경기동부연합과 같은 운동권 내부의 노선과 조직이 연일 언론의 도마에 오른다. 평화통일-남북협력의 지향은 주사파와는 성격이 다르고 진보와 종북은 전혀 별개이다. 하지만 이른바 보수언론은 이를 일체화시키고 있다. 분단이라는 한반도의 특수상황과 앞으로 대선국면과 맞물려 엄청난 파괴력을 발휘하며 사상논쟁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야권연대의 반작용이 정권교체란 명제를 위협할 것이다. 민주사회에서도 공산당의 부각은 보수정당의 강세로 이어진다는 점은 이탈리아와 일본의 정당사에도 나타난다. 통합진보당의 경선부정 사태는 진보진영의 협소한 존립기간마저 흔들고 있다. 더 늦기 전에 물러날 사람은 물러나고 떠날 사람은 떠나고 새판을 짜라!


언론개혁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  
언론광장 공동대표
시사평론가
의 저자  본지 고문  

“당권파의 전횡 막자” 시민들 ‘오큐파이 진보당’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5-15일자 기사 '“당권파의 전횡 막자” 시민들 ‘오큐파이 진보당’'을 퍼왔습니다.

강기갑 통합진보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집무실에서 와 인터뷰하던 도중 누군가와 전화를 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진보당 가입해 구태 바꾸자”…‘진보 시즌2’ 공감
“국민 눈높이로 진보운동” 당 누리집·트위터서 지지

비례대표 경선 부정 및 폭력사태 이후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던 통합진보당이 의외의 곳에서 새로운 동력을 얻고 있다. 통합진보당에 가입해 낡은 구태를 바꾸자는 ‘진보 시즌2’ 운동이 번지고 있는 것이다. 평범한 시민들이 통합진보당의 주도권을 장악하자는 뜻에서 ‘오큐파이(점령) 진보당’ 운동이라는 신조어도 만들어졌다.
15일 통합진보당 누리집에는 “통합진보당에 가입해 (평범한 시민들이 당원의) 과반수를 구성해, 당권파의 전횡을 막아보자”는 시민들의 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달빛을 꿈꾸는 하루살이’라는 아이디의 시민은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진정한 진보가 실현됐으면 하는 마음에 (진보당에 새로) 가입했다”고 밝혔다. 또다른 누리꾼 ‘광복군’은 “지금 사태에 대한 분노를 넘어 당원으로 가입했다. 나도 비상대책위원회에 참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지난 주말 당 중앙위원회 폭력사태 직후 참담함과 절망감을 표현했던 시민들이 며칠 지나지 않아 진보정당 개혁의 주역이 되겠다고 팔 걷고 나서는 형국이다.
다른 사람들도 인터넷 게시판·트위터 등을 통해 진보 시즌2 지지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 ‘밝은세상’이라는 아이디의 누리꾼은 “지금은 진보의 위기가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진보정치를 확립할 수 있는 기회”라고 인터넷 게시판에 썼다. 한 트위터 사용자(@aha****)는 “당권파가 아닌 국민파·상식파가 통합진보당을 점령합니다. 시즌2 기대해주세요”라고 했다. 또다른 트위터 사용자(@bulko****)는 “진보 시즌2 운동이 먹물만이 아닌 민중들 삶 안에서 우러나오는 교감어린 연대의 정치가 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지난 13일 정태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의 제안으로 시작된 진보 시즌2 운동에 진보진영 인사들도 적극 화답하고 있다. 지난해 판사 재임용에서 탈락한 후 입당한 서기호 통합진보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은 14일 저녁 자신의 블로그에 “지금 사태는 진보의 씨가 말라버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미래형 진보, 진정한 진보정당 운동이 시작되고 있다고 본다”고 썼다. 이어 “미래형 진보는 정치·정파 논리가 아니라 건전한 상식을 갖춘 국민의 눈높이로 하는 진보정치”라며 “당권파의 폭력사태가 오히려 중간자적 입장에 있던 사람들도 용기있게 나설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도 최근 한 인터넷 언론 기고를 통해 “낡은 진보를 무덤으로 보내고 미래형 진보를 만들어내자”고 제안했다. 소설가 공지영씨 등 트위터 공간에서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유명인들도 관련 트위트를 인용(RT)하면서 응원을 보내고 있다.
이런 흐름에 대해 통합진보당 내부에서는 “절망적인 상황을 반전시킬 기회가 왔다”는 분위기다. 통합진보당 청년비례대표 후보였던 조성주(34) 전 청년유니온 정책팀장은 “시민들이 진보정당에 걸었던 기대가 이 정도로 컸다는 사실을 깨닫고 모두 놀라워하고 있다”며 “시민들의 열망에 답하기 위해서라도 당 분위기를 수습하고, 진보 시즌2 운동에 어떤 내용을 담을지 당원들이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통합진보당에 대한 지지 철회 의사를 밝혔던 민주노총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진보당을 탈당해 새로운 진보정당 창당에 나설지, 아니면 재창당에 가까운 전면적 쇄신에 나설지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대선을 앞두고 신당 창당이 현실적으로 큰 힘을 발휘할 수 없으므로 기존 통합진보당을 쇄신해야 한다는 입장이 있는 반면, 통합진보당은 더이상 진보정당이 아닌 만큼 결별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도 있다. 민주노총은 17일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다룰 것으로 보인다.

이경미 김소연 기자 kmlee@hani.co.kr

2012년 5월 10일 목요일

재야 원로들 "통합진보당 참담... 지지자들 절망"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5-09일자 기사 '재야 원로들 "통합진보당 참담... 지지자들 절망"'을 퍼왔습니다.
희망2013승리2012 원탁회의 성명 발표... 정당 혁신 등 요구

재야 시민사회 원로들이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경선 부정을 둘러싼 당권파의 버티기를 강하게 비판했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함세웅 신부 등 시민사회 원로들로 구성된 '희망2013 승리2012 원탁회의'는 9일 성명을 통해 "정당의 혁신이 필요한데, 통합진보당의 경우는 더욱 참담하다"며 "며 "뒤늦게 드러난 당내 경선과정의 문제점도 그렇지만, 이를 처리하는 과정이 드러낸 당내의 폐습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원탁회의는 당권파를 겨냥해 "지금은 진상규명의 정도가 미흡하다거나 누가 얼마나 억울한가를 따지기 전에 사태의 본질을 꿰뚫어야 한다"며 "국민들이 하나를 내려놓는 반성을 요구할 때, 통합진보당 스스로 둘, 셋을 내던지는 희생을 감내하며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어야 한다"고 전했다.

원탁회의는 "당내의 분란을 조속히 수습하고 재창당 수준으로 갱신함으로써 이번 사태가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도록 노력해줄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고 전했다.

원탁회의는 또한 정당의 혁신을 강조하면서, "정당은 국민들이 세금을 내어 보조하는 헌법기관이다, 국민의 요구를 수용하는 데 능하고 합리적이며 개방적인 좋은 정당을 만들 의무가 정치인들에게 있다"며 "(야권) 지지자들은 야권의 총선 패배 이상으로 총선 이후 벌어지고 있는 사태에 절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탁회의는 정당의 혁신, 진보개혁세력연대의 재구성, 정치과정을 통한 신뢰의 축적만이 오는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야권이 승리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성명 전문이다.

다시 '희망2013'을 말합시다
  
'승리2012'의 첫 관문인 4·11총선에서 야권은 패배했습니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넘쳐났지만, 이명박시대를 극복하고 '희망2013'을 실현할 수권세력으로서 야권이 국민의 신뢰를 얻는 데 실패하였습니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부분의 진보개혁세력이 포괄적이고 전국적인 연대를 이룬 선거라는 점에서 그 결과는 더욱 아픕니다. 그나마 야권의 연대가 더 큰 패배를 막아내고 수도권에서의 의미있는 승리를 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그것만으로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는 없었습니다. 국민은 단순한 연대를 넘어 연대과정에서 감동을 원했고, 정당의 본질적인 혁신과 새로운 시대를 담당할 사람들을 공천할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야권연대를 추동하고 2013년 이후의 희망을 제언한 우리 원탁회의도 책임을 비껴갈 수는 없습니다. 정당들로부터 연대와 함께 더욱 분명한 정책과 비전을 이끌어내고 공천과 정당혁신에 있어 근본적인 쇄신을 하도록 아프게 지적했어야 한다는 반성을 국민 앞에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번 선거의 패배가 '희망2013'을 포기할 이유가 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희망2013'에 걸맞은 혁신과 정책을 내놓지 않고는 '승리2012'가 불가능함을 국민들로부터 뼈저리게 배우는 기회였습니다. 당내 기득권과 타성이 온존하는 야권이 선거연대만으로 승리했다면, 의회권력의 교체는 했을지 몰라도 '승리2012'의 결정적 고비인 12월 대선을 이기는 일은 오히려 더 어려워졌을 수 있습니다. 아니, 어찌어찌해서 정권교체를 이루더라도 희망의 2013년 체제를 가져오기보다 실패의 반복을 낳을 가능성이 높을 것입니다.

그런 까닭에 우리는 이번 선거의 결과가 국민이 진보개혁진영 전체에 주는 또 하나의 기회라고 판단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몸에 좋은 쓴 약이 되기에는 분명한 조건이 필요합니다.

그 첫째는 정당의 혁신입니다.

정당은 국민들이 세금을 내어 보조하는 헌법기관입니다. 국민의 요구를 수용하는 데 능하고 합리적이며 개방적인 좋은 정당을 만들 의무가 정치인들에게 있습니다. 총선을 앞두고 제대로 해내지 못한 정당혁신을 더 이상 미루어서는 안됩니다. 그런데도 지지자들은 야권의 총선 패배 이상으로 총선 이후 벌어지고 있는 사태에 절망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야당들은 패배를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그 원인을 성찰하여 대안을 내놓고 있지 못합니다. 지금 같아서는 총선 당시 선거연대의 재생조차 가능할지 의심스럽습니다.

민주당의 경우, 총선 이후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총선 패배를 지도부 일부가 아닌 전체의 책임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도 없었으며, 거당적으로 패인을 분석하고 반성하는 자리도 없었습니다. 나아가 임시지도부 구성과 원내대표 선거과정에서도 패배의 원인을 극복하고자 하는 참신한 노력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지금까지 드러난 민주당의 나태하고 안이한 태세가 극복되지 않고서는 수권세력으로서 신뢰를 회복하는 일은 요원할 수 있습니다. 새로 구성된 비대위의 활동과 전당대회를 치르는 과정에서 이러한 지적을 뼈아프게 성찰할 것을 촉구합니다.

통합진보당의 경우는 더욱 참담합니다. 뒤늦게 드러난 당내 경선과정의 문제점도 그렇습니다만 이를 처리하는 과정이 드러낸 당내의 폐습은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지금은 진상규명의 정도가 미흡하다거나 누가 얼마나 억울한가를 따지기 전에 사태의 본질을 꿰뚫어야 합니다. 오히려 국민들이 하나를 내려놓는 반성을 요구할 때 통합진보당 스스로 둘, 셋을 내던지는 희생을 감내하며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어야 합니다. 당내의 분란을 조속히 수습하고 재창당 수준으로 갱신함으로써 이번 사태가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도록 노력해줄 것을 강력히 권고합니다.

두 번째는 진보개혁세력 연대의 재구성입니다.

야권연대의 질과 내용이 달라져야 합니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 진보 양당의 연대가 필요하고 불가피한 것이기는 했습니다만, 오로지 자기 몫을 늘리기 위한 공학적•경쟁적 연대와 이를 위한 양당 지도부만의 폐쇄적 협상은 국민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고 생산적인 역할분담을 실현하지 못하게 마련입니다. 더구나 12월 대선에서의 연대는 양당 등 기존 정당들뿐 아니라 아직 정당 구조에 포섭되지 않은 이른바 '안철수 지지세력'까지 끌어안는 연대여야 합니다. 그만큼 복잡한 과정이 될 것이며 정치권의 개방적이고 유연하면서도 확고한 지도력을 요구합니다.

세 번째는 정치과정을 통한 신뢰의 축적입니다.

새로 구성되는 국회가 18대 국회와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함은 물론이고, 대통령 후보를 뽑고 선거공약을 마련함에 있어 '희망2013'의 비전을 국민들에게 확실히 보여주어야 합니다. 낡은 세력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민주, 평화, 복지, 생태 등의 가치가 살아나고 민생문제가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이를 실행할 능력을 검증받을 때 그 어떤 여권 후보도 저절로 호소력을 잃을 것입니다.

우리 원탁회의도 '희망2013'에 대한 기대를 새로이 하면서, '승리2012'의 결전을 향한 성찰과 비판 그리고 조력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2012년 5월 9일

희망2013승리2012원탁회의

백낙청, 김상근, 오종렬, 이창복, 함세웅, 청화, 이선종, 김윤수, 박옥희, 박재승, 이김현숙, 임재경, 윤준하, 정연주, 최영도, 양길승, 성해용, 이수호, 권미혁, 황인성, 박석운, 백승헌.

 선대식 (sundaisik)

2012년 4월 23일 월요일

[사설] 통합진보당, 경선부정 의혹 서둘러 규명해야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4-22일자 사설 '[사설] 통합진보당, 경선부정 의혹 서둘러 규명해야'를 퍼왔습니다.
통합진보당이 비례대표 경선부정 의혹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정희 공동대표가 야권연대 과정에서 참모가 저지른 여론조사 조작 시도 파문의 책임을 지고 서울 관악을 후보직을 사퇴한 데 이어, 또다시 선거부정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진보정당에서 제1의 자산인 도덕성과 정직성을 의심받는 사태가 연거푸 벌어진 것은 몹시 안타깝고 유감스럽다.
이청호 통합진보당 부산 금정구 지역위원장이 지난 18일 당 누리집(홈페이지) 게시판에 글을 올려 공론화한 비례대표 경선 의혹은 크게 두 가지다. 현장투표의 경우 관리가 엉망이어서 “박스떼기 하나 들고 표를 주우러 다닌” 것과 흡사했고, 온라인 투표에선 투표 결과를 알 수 있는 ‘소스코드’가 투표 진행 도중에 세 차례나 열람됐다는 것이다. 두 사안 모두 사실이라면 엄중하게 사과하고 책임을 져야 할 일이다. 비례대표 경선에선 이 밖에도 선거인보다 투표수가 많거나, 투표함 봉인이 부실해 대거 무효표로 처리되는 등 이런저런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통합진보당은 선거부정 의혹에 그다지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청호 위원장이 내부 폭로를 하기 전에도 이미 경선부정 주장이 나왔고, 그 때문에 당은 총선 다음날인 12일 조준호 공동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한 바 있다. 이 위원회가 당원과 국민들의 의구심을 불식시키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다면 공개적인 내부 폭로는 나오지 않았을지 모른다.
아울러 이번 의혹을 통합진보당 내 정파 간 세력다툼으로 해석하려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당 일각에는 6월의 당 대표 선출을 앞두고 비주류(국민참여당 세력)가 주류(민주노동당 세력)에 정치공세를 펴고 있다는 시각도 있는 모양이다. 공교롭게도 문제제기를 한 당사자와 비례대표 경선에서 패한 쪽이 국민참여당 인사들이라 이런 평가가 나오는 것 같다.
하지만 통합진보당이 마주한 현실은 의혹 제기의 동기나 정파적 유불리를 따질 만큼 한가롭지 않다. 철저하게 진상조사를 벌여 사실관계를 분명하게 드러내지 않으면 국민의 신뢰는 땅바닥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누가 당 대표가 되더라도 19대 국회에서 13명의 의석을 보유한 진보정당의 가치를 발휘하기 어렵다.
논란이 커지자 엊그제 당 공동대표단이 5월 초에 1차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책임 있게 약속을 실천한다면 국민들의 더 큰 지지를 기대할 수 있다. 비 온 뒤에 땅은 더 단단하게 굳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