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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7월 11일 수요일

"이정희 때문에 입당... 재창당 수준 쇄신해야"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7-10일자 기사 '"이정희 때문에 입당... 재창당 수준 쇄신해야"'를 퍼왔습니다.
[인터뷰] 통합진보당 비례의석 승계받은 서기호 의원..."제왕적 대법원장제 개혁해야"

 
▲ 통합진보당 윤금순 비례대표 의원의 사퇴 건이 9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면서 다음 순번인 서기호 전 북부지법 판사가 의원직을 승계하게 됐다. 지난해 12월 트위터에 '가카 빅엿' 글을 올린 뒤 판사 재임용에서 탈락한 서기호 전 판사는 올해 3월 통합진보당에 입당했다. ⓒ 남소연

"내가 입당한 것은 이정희 대표에 대한 신뢰 때문이다. 진보의 아이콘으로 보여준 모습에 희망을 갖고 입당했다. 심상정, 유시민 대표도 함께 하니 명실상부 진보정당의 대중화 발판이 마련됐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비례대표 경선부정 이후 폭력사태… 승계 가능성이 나오면서 오히려 나는 더 무기력해졌다."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 부정선거 문제로 당이 존폐기로에 섰을 때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이정희가 왜 그래?" 했었다. 평소 젊은 정치인으로 '진보 아이돌'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그가 폭력 앞에 침묵하는 대목에선 다들 아연실색했다.

트위터에 '가카 빅엿'을 날리고 판사복을 벗은 뒤 윤금순 통합진보당 의원의 사퇴로 의원직을 승계하게 된 서기호 '국민판사'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물론 그는 이정희 대표의 추천으로 통합진보당에 입당했고 정치인이 됐지만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지점과는 타협할 생각이 없는 듯 보였다.

서 의원은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기자와 만나 국회의원이 된 첫 심경을 토로했다. 기쁘다거나 즐겁다는 게 아니라 "무겁다". 이것이 그의 첫번째 소감이었다.

그는 "윤금순 전 의원을 비롯한 후보들과 마음 아프게 출당 조치된 조윤숙 후보에 대해서도 미안한 마음"이라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다만, 사퇴를 권고 받았으나 불복한 경쟁명부 비례대표 의원·후보자에 대한 제명은 "불가피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제명당한 분들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지만 법적 책임을 지자는 게 아니고 정치적 책임을 같이 하자는 것이었다, 이를 거부하니 당도 어쩔 수 없었다고 본다"고 밝혔다. 혁신파와 당권파가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제명을 두고 첨예하게 의견이 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혁신파와 궤를 같이 하는 것이다.

"혁신파와 당권파의 조정자 역할 하고 싶다"

그는 "혁신파와 당권파의 조정자 역할을 하고 싶다"며 "어느 정파에도 소속되지 않았기 때문에 누가 대표가 되든 활발한 소통이 가능하다, 적당히 중간을 하겠다는 게 아니라 합리적인 결론 도출을 위해 노력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서 의원의 국회 입성은 이정희 전 공동대표의 추천으로 가능했다. 통합진보당에 입당한 것 자체가 이 전 대표에 대한 신뢰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러나 그 신뢰는 길게 유지되지 못했다. 서 의원은 "이 전 대표가 한 정파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학을 하는 걸 보며 실망했다"라며 "이정희 대표를 믿고 지지한 국민은 어떻게 할 것인가, 굉장히 아쉽다"고 말했다.

관악에서 발생한 여론조사 조작 사건 당시 이 전 대표를 옹호한 것에 대해서도 "구 당권파의 문제에 대해 그 때는 정확히 몰랐다"라며 "당시에는 곽노현 교육감 사건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니 잘못 판단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이정희 대표가 지난 4년 동안 보여준 가능성이 충분히 있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쇄신해 향후에 재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제 의원이 된 그는 대법원장제도 혁신을 준비할 예정이다. 서 의원은 "대통령이 대법원장을 선출하는 방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대통령이 대법원장을 임명하니 정치 권력의 영향을 받고, 법원장은 대법원장 눈치를 보고 판사들은 법원장 눈치를 본다"며 "대법원장 선거를 직선제 또는 간접선거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 의원은 가 처음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 '메인부터 한다'고 얘기했던 것에 대해서는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면서 "방송사나 일간지에서 요청이 오면 우선할 수밖에 없지 않냐는 원론적 차원이었지 매체를 차별하거나 폄하할 의도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판사 재임용 탈락, 개인 문제뿐 아니라 법원 구조적 문제"

다음은 서기호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 전문이다.

- 오늘(9일)로서 국회의원이 됐다, 소감이 어떤가.
"지난주에 트위터, 페이스북에 올렸던 것처럼 기쁘지만은 않고 앞에 사퇴했던 윤금순을 비롯한 후보들과 마음 아프게 출당 조치된 조윤숙 후보에 대해서 미안한 마음이 있다.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

- 판사에서 정치인으로의 변신한 계기는 무엇인가.
"판사 재임용 탈락은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라 법원의 구조적 문제이고 판사들의 소신 판결을 가로막는 측면이 있다. 내 재임용 탈락으로 다른 판사들의 소신 발언을 규제하는 효과가 있다. 사법개혁 관점에서 고쳐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회운동 차원은 한계가 있다. 입법활동을 통해 구체화 될 수 있고 힘을 가질 수 있다. 마침 이정희 대표의 제안이 있었고, 총선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게 됐다."

- 법사위에서 활동하게 될 텐데, 가장 먼저 뭘 하고 싶나.
"법원개혁이나 검찰 개혁이 중요하게 추진돼야 하는데, 이 부분은 개정안을 발의한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다. 개혁 추진 기구를 만들어서 충실하게 논의돼야 한다. 이는 정권교체와도 맞물려 있다. 국회 자체가 여소야대이거나 대통령이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에 의지를 갖고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당장의 성과 내기 어렵겠지만 장기적으로 준비하려고 한다."

- 사법개혁의 가장 큰 주안점은 어디에 있나.
"제왕적 대법원장제를 개혁해야 한다. 일단 대통령이 임명하는 대법원장 선출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대통령이 임명하다보니 정치 권력에 영향을 받게 된다. 법원장은 대법원장 눈치보고, 판사들은 법원장 눈치를 본다. 대법원장 선거를 직선제 또는 간접선거로 실시해 국민들에 의해 선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불어, 판사회의를 강화해야 한다. 내가 재임용에서 탈락한 이후 판사회의가 열려 제도 개선안이 나왔다. 판사들의 자율적인 결정을 이끌 수 있는 판사회의가 실질화 될 수 있도록 하면 소장 판사들에게 힘이 실리고 영향력도 커질 것이다."

- '국민판사'로 불렸다. 부담스럽진 않았나.
"사람들이 나에게 원하는 역할의 모델이 국민 판사다. 잘려도 걱정말고 실망마라, 국민들 편에 선 판사로 역할해달라는 격려 차원이다. 처음에는 부담스럽기도 했다. 이제 전관예우 받는 변호사로서도 활동을 못하게 돼 운신의 폭이 좁아지게 됐다. 평범하게 살지 못하게 됐다. 그러나 나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것이니 열심히 해야 겠다 생각했다."

- 입당을 결심했을 때와 지금의 상황이 많이 다르다. 당의 현 상황 어떻게 보나.
"내가 입당한 것은 이정희 전 대표에 대한 신뢰에서 비롯됐다. 이 전 대표가 4년 의정활동에서 보여준 진성정과 헌신, 진보의 아이콘으로서 모습을 높이 샀고 희망을 갖고 당에 들어갔다. 마침 심상정, 유시민 대표도 함께 하며 명실상부하게 진보 정당이 대중화될 발판이 마련됐다고 생각했다. 거기에 힘을 보태려고 들어왔는데 들어갈 때부터 삐끗했다. 비례대표 순번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부터 계파별 이해관계가 부딪혔다. 당 내부 상황이 생각한 것과 달랐다. 그럼에도 당시엔 희망이 있었고, 비례대표 순번을 14번 받았지만 자부심을 갖고 총선에 임했다. 그런데 비례대표 선거를 두고 폭력 등의 사건이 발생하고 내가 승계될 가능성이 나오며 오히려 더 무기력해졌다."

- 당장 이번 주에 원내대표 및 당 대표가 선출되게 된다. 어떤 지도부가 들어서야 한다고 보나. 혁신을 강조하는 측과 화합을 강조하는 측, 어느 쪽이 더 맞다고 보나.
"양쪽 대표 후보자의 방점이 다르긴 한데 선거 국면이니 그렇게 되는 것 같다. 어느 쪽 후보가 되더라도 충분히 대화로 합의점이 도출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재창당 수준의 쇄신도 필요하다. 한편으로 당이 분열되는 모습도 바람직하지 않다. 적당히 봉합하는 수준의 통합이 아니라 마음의 문을 열고 대화와 타협으로 통합되는 과정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현재는 당 내부 상황에 대해 이렇다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기본적으로 정치에 입문한 지 얼마 안 됐고 진보정당에서 몸담아 온 사람도 아니고 당 내부의 정파에 소속된 것도 아니다. 지금으로서는 지켜보는 단계이고 배우는 단계다."

- 강기갑, 강병기 후보자들의 의견이 나뉘는 가장 첨예한 부분은 이석기·김재연 의원에 대한 제명이다. 이 부분에 대한 합의는 도출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제명 당한 분들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지만 법적 책임을 지자는 게 아니고 정치적 책임에서 총사퇴 결의가 나온 것이다. 그 부분을 위반하는 것에 대한 제명 조치 불가피했다. 의원 총회에서 또 제명을 결정해야 하는데, 제명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궁극적으로 의총 내에서 충분히 논의를 거쳐 합리적인 결론이 나야 할 것이다. 강병기 후보가 대표가 되면 복당 논의가 될 텐데, 성급하게 제명 논의를 해야 하냐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복당은 제명 논의를 마무리 짓고 나중에 얘기할 부분이다."

- 제명 등에 대한 입장을 보면, 혁신파 쪽에 가까운 것 같다.
"내 의견은 그렇다. 그러나 나는 조정자로서 역할을 하고 싶다. 적당히 중간을 하겠다는 게 아니라 합당한 결론 도출을 위해 의견 교환을 해보려고 한다. 나는 어느 정파에도 소속되지 않았다. 때문에 당 대표가 누가 되든 당 대표, 최고위원, 당직자와 활발한 소통을 할 수 있다."

- 당 밖에서 통합진보당을 봤을 때 어떤 생각이 들던가.
"답답한 마음이 많이 들었다. 정파성이 두드러지다 보니 유연성 있는 결정이 안 되고, 정파의 입장에 따라서 대결 국면으로 치닫는 모습을 보였다. 폭력사태가 가장 정점이었다. 대화와 타협이 이뤄지지 못하고 물리적으로 막는 과정들이 국민들에게 이해되지 못했다. 폭력 사태는 너무 심했다."

- 애국가 논란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애국가가 국가라는 건 국민들 사이에서 당연한 것으로 인식된다. 애국가는 국가가 아니라는 발언은 일반 국민과의 인식 차가 너무 크다. 이석기 의원이 그런 취지가 아니라고 해명했는데, 그 취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종북 문제가 논란되는데 왜 하필이면 그 시점에 그런 얘기를 했나 아쉬움이 든다."

"이정희, 정파 대변에 실망... 지금이라도 쇄신해 재기하길"

- 이정희 전 공동대표의 추천으로 비례대표를 받았다. 이에 대한 부담은 없나.
"부담이 있다. 그러나 한 정파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는 걸 보며 실망했다. 그 분이 그렇게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에 일면 이해는 된다. 이 대표가 조직의 지원을 받아 정치에 입문했고, 또 당 대표가 됐다. 정파 사람을 버릴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정희 대표를 믿고 지지한 국민은 어떻게 할 것인가. 국민들은 이정희 대표를 신뢰할 수 있는 정치인으로 받아들이고 있는데 국민적 기대를 저버리는 결과로 나타났다. 굉장히 아쉽다."

- 관악에서 발생한 여론조사 조작 사건 당시에 서 의원은 이정희 대표를 옹호했었다. 지금은 어떻게 보나.
"관악 사건 당시에는 이정희 대표에 대한 신뢰가 굉장히 컸다. 구 당권파의 문제에 대해서 정확히 몰랐다. 그 때는 총선 자체에 미칠 영향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했고 곽노현 교육감 사건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돌이켜 보니 잘못 판단한 것이라고 인정한다. 이정희 대표가 당권파의 지원 하에 당 대표가 된 건 알고 있었지만 어느 정도의 문제이고 어느 정도의 관계인 줄 몰랐다. 이정희 대표가 헤쳐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지 않음을 많이 느꼈다. 다만, 이정희 대표가 지난 4년 동안 보여준 가능성이 충분히 있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쇄신해 향후에 재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 재기에는 관악 사건과 비례대표 경선 부정 사태에서 보인 문제들을 극복하는 것이 전제가 돼야 할 것이다."

- 진상조사 보고서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각자의 입장에 따라 달리 해석되는 것 같다. 1차 보고서의 경우 구 당권파가 조사에 참여하지 않아 신빙성에 문제가 제기될 수 있지만 2차 보고서는 서로가 합의한 외부위원들이 다 합류했다. 2차 보고서도 믿기 어렵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 대선 국면에서 야권연대는 필수적이라고 보나.
"야권연대는 당연히 필수적이다. 다만 지분 싸움으로 가면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 없다. 야권연대의 기본은 서로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통합진보당부터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어느 후보가 당선돼도 그런 요청을 무시하긴 어려울 것이다."

 이주연 (ld84)

2012년 5월 10일 목요일

재야 원로들 "통합진보당 참담... 지지자들 절망"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5-09일자 기사 '재야 원로들 "통합진보당 참담... 지지자들 절망"'을 퍼왔습니다.
희망2013승리2012 원탁회의 성명 발표... 정당 혁신 등 요구

재야 시민사회 원로들이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경선 부정을 둘러싼 당권파의 버티기를 강하게 비판했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함세웅 신부 등 시민사회 원로들로 구성된 '희망2013 승리2012 원탁회의'는 9일 성명을 통해 "정당의 혁신이 필요한데, 통합진보당의 경우는 더욱 참담하다"며 "며 "뒤늦게 드러난 당내 경선과정의 문제점도 그렇지만, 이를 처리하는 과정이 드러낸 당내의 폐습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원탁회의는 당권파를 겨냥해 "지금은 진상규명의 정도가 미흡하다거나 누가 얼마나 억울한가를 따지기 전에 사태의 본질을 꿰뚫어야 한다"며 "국민들이 하나를 내려놓는 반성을 요구할 때, 통합진보당 스스로 둘, 셋을 내던지는 희생을 감내하며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어야 한다"고 전했다.

원탁회의는 "당내의 분란을 조속히 수습하고 재창당 수준으로 갱신함으로써 이번 사태가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도록 노력해줄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고 전했다.

원탁회의는 또한 정당의 혁신을 강조하면서, "정당은 국민들이 세금을 내어 보조하는 헌법기관이다, 국민의 요구를 수용하는 데 능하고 합리적이며 개방적인 좋은 정당을 만들 의무가 정치인들에게 있다"며 "(야권) 지지자들은 야권의 총선 패배 이상으로 총선 이후 벌어지고 있는 사태에 절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탁회의는 정당의 혁신, 진보개혁세력연대의 재구성, 정치과정을 통한 신뢰의 축적만이 오는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야권이 승리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성명 전문이다.

다시 '희망2013'을 말합시다
  
'승리2012'의 첫 관문인 4·11총선에서 야권은 패배했습니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넘쳐났지만, 이명박시대를 극복하고 '희망2013'을 실현할 수권세력으로서 야권이 국민의 신뢰를 얻는 데 실패하였습니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부분의 진보개혁세력이 포괄적이고 전국적인 연대를 이룬 선거라는 점에서 그 결과는 더욱 아픕니다. 그나마 야권의 연대가 더 큰 패배를 막아내고 수도권에서의 의미있는 승리를 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그것만으로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는 없었습니다. 국민은 단순한 연대를 넘어 연대과정에서 감동을 원했고, 정당의 본질적인 혁신과 새로운 시대를 담당할 사람들을 공천할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야권연대를 추동하고 2013년 이후의 희망을 제언한 우리 원탁회의도 책임을 비껴갈 수는 없습니다. 정당들로부터 연대와 함께 더욱 분명한 정책과 비전을 이끌어내고 공천과 정당혁신에 있어 근본적인 쇄신을 하도록 아프게 지적했어야 한다는 반성을 국민 앞에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번 선거의 패배가 '희망2013'을 포기할 이유가 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희망2013'에 걸맞은 혁신과 정책을 내놓지 않고는 '승리2012'가 불가능함을 국민들로부터 뼈저리게 배우는 기회였습니다. 당내 기득권과 타성이 온존하는 야권이 선거연대만으로 승리했다면, 의회권력의 교체는 했을지 몰라도 '승리2012'의 결정적 고비인 12월 대선을 이기는 일은 오히려 더 어려워졌을 수 있습니다. 아니, 어찌어찌해서 정권교체를 이루더라도 희망의 2013년 체제를 가져오기보다 실패의 반복을 낳을 가능성이 높을 것입니다.

그런 까닭에 우리는 이번 선거의 결과가 국민이 진보개혁진영 전체에 주는 또 하나의 기회라고 판단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몸에 좋은 쓴 약이 되기에는 분명한 조건이 필요합니다.

그 첫째는 정당의 혁신입니다.

정당은 국민들이 세금을 내어 보조하는 헌법기관입니다. 국민의 요구를 수용하는 데 능하고 합리적이며 개방적인 좋은 정당을 만들 의무가 정치인들에게 있습니다. 총선을 앞두고 제대로 해내지 못한 정당혁신을 더 이상 미루어서는 안됩니다. 그런데도 지지자들은 야권의 총선 패배 이상으로 총선 이후 벌어지고 있는 사태에 절망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야당들은 패배를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그 원인을 성찰하여 대안을 내놓고 있지 못합니다. 지금 같아서는 총선 당시 선거연대의 재생조차 가능할지 의심스럽습니다.

민주당의 경우, 총선 이후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총선 패배를 지도부 일부가 아닌 전체의 책임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도 없었으며, 거당적으로 패인을 분석하고 반성하는 자리도 없었습니다. 나아가 임시지도부 구성과 원내대표 선거과정에서도 패배의 원인을 극복하고자 하는 참신한 노력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지금까지 드러난 민주당의 나태하고 안이한 태세가 극복되지 않고서는 수권세력으로서 신뢰를 회복하는 일은 요원할 수 있습니다. 새로 구성된 비대위의 활동과 전당대회를 치르는 과정에서 이러한 지적을 뼈아프게 성찰할 것을 촉구합니다.

통합진보당의 경우는 더욱 참담합니다. 뒤늦게 드러난 당내 경선과정의 문제점도 그렇습니다만 이를 처리하는 과정이 드러낸 당내의 폐습은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지금은 진상규명의 정도가 미흡하다거나 누가 얼마나 억울한가를 따지기 전에 사태의 본질을 꿰뚫어야 합니다. 오히려 국민들이 하나를 내려놓는 반성을 요구할 때 통합진보당 스스로 둘, 셋을 내던지는 희생을 감내하며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어야 합니다. 당내의 분란을 조속히 수습하고 재창당 수준으로 갱신함으로써 이번 사태가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도록 노력해줄 것을 강력히 권고합니다.

두 번째는 진보개혁세력 연대의 재구성입니다.

야권연대의 질과 내용이 달라져야 합니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 진보 양당의 연대가 필요하고 불가피한 것이기는 했습니다만, 오로지 자기 몫을 늘리기 위한 공학적•경쟁적 연대와 이를 위한 양당 지도부만의 폐쇄적 협상은 국민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고 생산적인 역할분담을 실현하지 못하게 마련입니다. 더구나 12월 대선에서의 연대는 양당 등 기존 정당들뿐 아니라 아직 정당 구조에 포섭되지 않은 이른바 '안철수 지지세력'까지 끌어안는 연대여야 합니다. 그만큼 복잡한 과정이 될 것이며 정치권의 개방적이고 유연하면서도 확고한 지도력을 요구합니다.

세 번째는 정치과정을 통한 신뢰의 축적입니다.

새로 구성되는 국회가 18대 국회와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함은 물론이고, 대통령 후보를 뽑고 선거공약을 마련함에 있어 '희망2013'의 비전을 국민들에게 확실히 보여주어야 합니다. 낡은 세력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민주, 평화, 복지, 생태 등의 가치가 살아나고 민생문제가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이를 실행할 능력을 검증받을 때 그 어떤 여권 후보도 저절로 호소력을 잃을 것입니다.

우리 원탁회의도 '희망2013'에 대한 기대를 새로이 하면서, '승리2012'의 결전을 향한 성찰과 비판 그리고 조력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2012년 5월 9일

희망2013승리2012원탁회의

백낙청, 김상근, 오종렬, 이창복, 함세웅, 청화, 이선종, 김윤수, 박옥희, 박재승, 이김현숙, 임재경, 윤준하, 정연주, 최영도, 양길승, 성해용, 이수호, 권미혁, 황인성, 박석운, 백승헌.

 선대식 (sundaisik)

2012년 1월 13일 금요일

궁지에 몰린 한나라당, 박근혜의 전략은 ‘시간 끌기’(?)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1-13일자 기사 '궁지에 몰린 한나라당, 박근혜의 전략은 ‘시간 끌기’(?)'를 퍼왔습니다.
‘돈봉투 추문’으로 궁지에 몰린 한나라당이 다시 재창당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정두언 의원을 중심으로 한 친이계 출신 ‘쇄신파’ 들은 재창당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이를 일축하고 있다. 

최근 정 의원은 여러 차례 트위터를 올렸다. 

“한나라당 정강정책을 고친다는데. 솔직히 얘기합시다. 정강정책 본 사람 있어요? 국회의원도 거의 없을 걸요. 지금도 더 고칠 것도 없이 충분히 진보적이죠. 양극화, 비정규직 대책, 유연한 대북정책 등 다 있어요. 문제는 사람이지요.”
“지금까지 기다렸는데 재창당을 뛰어넘는 쇄신이 뭔지 모르겠어요. 지금 하고 있는 게 그거라면 정말 아니고. 그렇담 뭐가 있는지, 언제까지 보여줄 건지, 그러다 결국 안 되면 어떻게 할 건지,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 등에 답이 있어야.”

정 의원의 발언은 ‘재창당을 뛰어넘는 쇄신’을 주장해 온 박 위원장을 노골적으로 겨냥하고 있다. 


ⓒ김철수 기자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오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한 박 위원장의 태도 역시 싸늘하다. 박 위원장은 12일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비대위가 출범하게 된 이유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하는데 한나라당이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벼랑끝에 서 있었기 때문에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비대위가 출범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재창당은 안 된다는 것을 다시 확인한 것이다. 

박 위원장은 또 정강정책에서 보수라는 표현을 삭제하는 문제와 관련하여 제동을 걸었고, 공천 기준과 관련해서는 “16일까지 작업을 마치라”고 지시했다. 박 위원장의 단호한 태도에 따라 비대위는 별다른 논란 없이 회의를 마쳤다. 

변수는 검찰과 시간...어느 쪽도 친이계에 불리

박 위원장이라고 해서 현재의 한나라당 그대로 총선에 임할 수 없다는 점을 모를 리 없다. 당명 개정이나 재창당 같은 형식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묘하게도 한나라당 내부의 논란은 비주류가 재창당을 요구하고, 주류가 ‘질서 있는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 물론 지금의 비주류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한나라당의 ‘오너’였다. 

여기에는 총선을 앞둔 여권의 분열 문제가 놓여있다. 박 위원장으로서는 당의 변화를 꾀하는 것이 필수적이지만, 이것이 여권의 분열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강하다는 것이다. 반대로 친이계로서는 ‘박근혜당’은 싫지만 그렇다고 먼저 나서서 당을 ‘깼다’는 말을 듣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친박계의 한 재선 의원은 “지금 친이계가 자폭 테러를 하면서 주장하는 것은 결국 박근혜가 나서서 당의 깃발을 내리라는 것이다. 그러면 자기들의 운신 폭이 늘어날 것이라 보는 거다”고 설명했다. 그가 지적한 ‘자폭 테러’는 장제원 의원이 거론한 비대위원 비리 의혹, 홍준표 원희룡 의원 등 전 지도부가 거론한 2007년 대선 후보 경선 당시의 돈봉투 의혹 등이다. 이 의원은 “나가고 싶으면 나가면 된다”면서 “이들이 정리되고 나면 그 때야말로 본격적인 쇄신의 시기”라고 내다봤다. 

친이계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이재오 의원과 가까운 한 인사는 “결국 박 위원장이 친이계를 모두 물갈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사태도 공천을 노린 ‘팀킬(같은 편 공격)’이 출발이었다는 것이다. 이 인사는 “어차피 목표는 이재오 등 반대세력”이라며 “이들이 거세되고 나면 다시 천막당사를 치면서 용서를 비는 모습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친이계나 친박계나 모두 공천이 핵심이라는 데는 공감을 하는 셈이다. 

변수는 검찰과 시간 두 가지다. 

이번 사건에서 검찰은 매우 발 빠른 모습을 보여줬다. 처음부터 박희태 캠프로 치고 들어간 검찰은 박 의장의 전 비서인 고명진 씨에 대한 조사와 압수수색에 이어, 원외 조직을 담당했고 이재오 계의 핵심 인사인 안병용 은평갑 당협위원장을 불러서 조사했다. 어떤 쪽에서든 수사 성과가 나오면 박희태 의장은 물론, 김효재 현 청와대 정무수석, 이재오 이상득 등 친이계 실세들까지 연루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시간도 친이계에게 불리하다. 한나라당 해산 이후 헤쳐모여가 되건, 집단적 탈당 이후 신당 창당이 되건 친이계로서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이대로 설을 넘기고 2월 들어 여야의 공천이 본격화되면 공천을 못 받은 ‘루저(looser)’들의 반항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대로 사태를 끌고 갈 경우 박 위원장으로서는 당을 완전히 장악한다고 하더라도 너무 큰 상처를 입은 이후일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당이 조기에 분열되어 보수 경쟁 국면으로 가는 것보다는 낫다는 판단이 깔린 것 같다. 앞서 인용한 친박계의 재선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은 3월 12일이었고, 그해 총선은 4월 15일이었다. 한 달이면 균형을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정웅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