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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월 23일 월요일

[사설] 통합진보당, 경선부정 의혹 서둘러 규명해야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4-22일자 사설 '[사설] 통합진보당, 경선부정 의혹 서둘러 규명해야'를 퍼왔습니다.
통합진보당이 비례대표 경선부정 의혹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정희 공동대표가 야권연대 과정에서 참모가 저지른 여론조사 조작 시도 파문의 책임을 지고 서울 관악을 후보직을 사퇴한 데 이어, 또다시 선거부정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진보정당에서 제1의 자산인 도덕성과 정직성을 의심받는 사태가 연거푸 벌어진 것은 몹시 안타깝고 유감스럽다.
이청호 통합진보당 부산 금정구 지역위원장이 지난 18일 당 누리집(홈페이지) 게시판에 글을 올려 공론화한 비례대표 경선 의혹은 크게 두 가지다. 현장투표의 경우 관리가 엉망이어서 “박스떼기 하나 들고 표를 주우러 다닌” 것과 흡사했고, 온라인 투표에선 투표 결과를 알 수 있는 ‘소스코드’가 투표 진행 도중에 세 차례나 열람됐다는 것이다. 두 사안 모두 사실이라면 엄중하게 사과하고 책임을 져야 할 일이다. 비례대표 경선에선 이 밖에도 선거인보다 투표수가 많거나, 투표함 봉인이 부실해 대거 무효표로 처리되는 등 이런저런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통합진보당은 선거부정 의혹에 그다지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청호 위원장이 내부 폭로를 하기 전에도 이미 경선부정 주장이 나왔고, 그 때문에 당은 총선 다음날인 12일 조준호 공동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한 바 있다. 이 위원회가 당원과 국민들의 의구심을 불식시키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다면 공개적인 내부 폭로는 나오지 않았을지 모른다.
아울러 이번 의혹을 통합진보당 내 정파 간 세력다툼으로 해석하려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당 일각에는 6월의 당 대표 선출을 앞두고 비주류(국민참여당 세력)가 주류(민주노동당 세력)에 정치공세를 펴고 있다는 시각도 있는 모양이다. 공교롭게도 문제제기를 한 당사자와 비례대표 경선에서 패한 쪽이 국민참여당 인사들이라 이런 평가가 나오는 것 같다.
하지만 통합진보당이 마주한 현실은 의혹 제기의 동기나 정파적 유불리를 따질 만큼 한가롭지 않다. 철저하게 진상조사를 벌여 사실관계를 분명하게 드러내지 않으면 국민의 신뢰는 땅바닥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누가 당 대표가 되더라도 19대 국회에서 13명의 의석을 보유한 진보정당의 가치를 발휘하기 어렵다.
논란이 커지자 엊그제 당 공동대표단이 5월 초에 1차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책임 있게 약속을 실천한다면 국민들의 더 큰 지지를 기대할 수 있다. 비 온 뒤에 땅은 더 단단하게 굳는 법이다.

2011년 11월 28일 월요일

[사설]‘그랜저 검사’ ‘벤츠 검사’ 다음은 무엇인가


이글은 경향신문 2011-11-27일자 사설 '[사설]‘그랜저 검사’ ‘벤츠 검사’ 다음은 무엇인가'를 퍼왔습니다.
검찰이 지난해 이른바 ‘그랜저 검사’ ‘스폰서 검사’로 실망시키더니, 이번에는 ‘벤츠 검사’로 국민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도덕성과 정직성을 생명으로 여겨야 할 검사가 장기간 변호사로부터 고급 승용차인 벤츠와 법인카드, 휴대용 전화를 제공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것이다. ‘벤츠 검사’ 외에 현직 검찰 고위간부 2명도 부장판사 출신인 이 변호사로부터 금품을 제공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시중에는 ‘그랜저 검사’에 이어 ‘벤츠 검사’ 사건이 터지자 앞으로 초고급 승용차의 이름을 붙여 ‘포르셰 검사’ ‘람보르기니 검사’ 사건이 터질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마저 나돌고 있다. 국민의 참담한 심정이 진하게 묻어난다. 

검찰은 자신들의 비리 사건이 터질 때마다 자정과 쇄신을 다짐해왔다. 그럼에도 비리 의혹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검찰이 대외적 발표와 달리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사건 청탁 대가로 승용차를 받은 ‘그랜저 검사’ 사건 때 검찰은 처음 무혐의 처리했다가 나중에 비난 여론에 몰려 해당 검사를 법의 심판대에 회부했다. 그는 징역 2년6월을 선고받았다. 지난 10월 말 사표를 낸 ㅅ검사장 건도 비슷하다. 경찰은 비리 혐의로 내사하다 그가 사표를 내자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사건을 종결 처리한 바 있다. 당시 검찰의 압력행사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다.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에는 특권의식과 집단이기주의가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검사들의 비리가 개인 차원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라는 뜻이다. 

대검은 지난 주말 열린 전국 감찰담당부장회의에서 감찰 강화 방안을 마련했다. 여기에는 감찰 전담 검사 대폭 증원, 감찰 업무 일원화, 청탁 등록센터 등이 포함되어 있다. 또 유흥주점 내 품위 손상행위 제한 규정을 신설하는 등 대검 공무원 행동강령도 개정했다. 하지만 이러한 개선방안들은 검찰의 근본적 의식개혁 없이는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크다. 검찰 비리 의혹을 근절하기 위해 검찰의 자기 정화노력을 기다리기보다는 국가적 차원에서 검찰에 대한 높은 사법적·도덕적 기준을 마련하고 그에 따라 일벌백계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것이 필요한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