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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18일 목요일

부동산 대책이 제기하는 진보정당의 필요성


이글은 미디어스 2013-04-17일자 기사 '부동산 대책이 제기하는 진보정당의 필요성'을퍼왔습니다.
[기자수첩] 정부 부동산대책의 공범자가 된 '민주당'
봄이 오기는 온 모양이다. 길을 걷는 발걸음이 무겁지 않다. 점심을 먹은 후 산책에선 심지어 땀이 나는 것 같기도 하다. 길가의 나무에 제법 꽃도 피었다. 서울의 살풍경, 쌩쌩 달리는 자동차 바람에 꽃나무는 파르르 떤다. 이제는 국회의원이 된 시인 도종환은 꽃은 흔들리며 핀다고 했던가. 흔들리는 꽃나무의 뒤 배경은 높게 선 콘크리트 아파트. 콘크리트와 꽃잎의 조화, 이것이 서울의 봄 풍경이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대책에 일정 정도의 합의를 이뤘다고 한다. 애초 정부는 면적 85㎡ 이하이면서 9억원 이하 기존 주택을 매입한 사람에 대해 양도세 면제 혜택을 주기로 하였는데 민주통합당 측에서 가격기준을 6억원 이하로 하되 면적과 가격 둘 중 하나의 기준만 충족시키면 양도세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이 받아들여졌다는 것이다. 취득세의 경우 면적기준을 없애는 방안도 논의됐다고 한다. 민주통합당이 ‘전용면적 85㎡는 지방 차별’이라는 불만을 제기했다는 후문이다.

▲ 새누리당 나성린 정책위의장 권한대행과 민주통합당 변재일 정책위의장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4.1 부동산대책 후속 입법을 위한 여야정 협의체 2차회의를 마친 뒤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구체적인 내용을 따지기 시작하면 복잡하니 언론의 평가를 보자. 여·야의 합의에 대해 부동산 업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이 합의로 최대 100만 가구가 양도세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용인, 고양. 김포시의 중대형 거래가 증가할 것이라는 보도와 서울 강남권 일부 아파트 등도 수혜 대상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보이는 보도도 있다. 정부 대책이 처음 나왔을 때 ‘불충분한 조치’라며 볼멘소리가 나왔던 것과는 완전히 딴판이다.
특히 강남구 부동산 전문가들의 경우 여·야 합의의 구체적 내용이 보도되기 전까지 그야말로 가슴을 졸였다는 후문이다. 강남3구의 아파트들은 수도권 부동산 시장의 그야말로 중핵으로 전체 부동산 가격의 움직임을 좌우할 수 있는 곳들이다. 부동산 대책의 혜택을 이들이 입을 수 있느냐 여부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애초에 민주통합당 측이 ‘9억원 이하 85㎡’ 기준을 ‘6억원 이하 85㎡’로 바꾸자고 주장했다는 사실을 접한 강남구 부동산 전문가들은 패닉에 빠졌다고 한다. 이 문구만 놓고 보면 양도세 면제 혜택의 범위가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마법은 9억원을 6억원으로 바꾸는 게 아니라 and를 or로 바꾸는 데에서 그 효과가 드러났다. 정부안의 양도세 면제 기준 ‘9억원 이하 그리고 85㎡’였지만 민주통합당이 ‘6억원 이하 또는 85㎡’로 바꾸자고 제안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강남구 부동산 전문가들은 환호성을 질렀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강남구 부동산의 뜨거운 감자인 개포주공재건축단지, 은마아파트, 반포자이, 래미안퍼스티지 등이 면세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게 된다.

▲ 부동산 정책에 대한 여야합의를 보도한 동아일보의 17일자 보도.


민주통합당의 인사들은 그간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해 두 가지 입장을 보여 왔다. 첫 번째는 ‘집은 사는(buy) 것이 아니라 사는(live) 곳’이라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정부의 대책이 ‘강남 살리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민주통합당이 4월 3일 정성호 수석대변인 명의로 낸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강남 살리기 낡은 패러다임’ 제하의 논평은 이런 두 가지 입장을 모두 담고 있다.
문제는 이 두 가지 입장이 서로 상충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패러다임을 전환하자는 주장은 부동산을 통한 경기부양책의 효용을 부정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주장하자는 것이다. 반대로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강남에만 집중된다는 입장은 대책의 효과를 강북과 수도권 일부로까지 넓히는 좀 더 적극적인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아파트 전경. ⓒ뉴스1


앞서 설명한 여·야의 합의는 후자의 입장에 치중된 것이다. 이 합의로 좀 더 많은 주택 소유자들이 면세 혜택을 받아 더 많은 주택을 사고팔며 이득을 남길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만 해놓기는 민망했는지 민주통합당은 전월세상한제 등의 세입자 권익보호 장치 등이 포함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도 합의했다. 이는 앞서의 예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전자의 입장에 치중된 것이기는 하나 근본적 해결책이 되는 것은 아니고, 향후의 합의 내용이 불명확하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민주통합당이 당의 노선을 둘러싼 갈등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모습을 가볍게 볼 수 없다는 생각도 든다. 민주통합당의 일부 인사들은 대선 패배 이후 좌클릭을 해서 졌다는 식의 문제제기를 하며 중도개혁주의 노선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문희상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수차례 중도개혁주의 노선의 필요성을 주장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2012년 총선에서 문제가 됐던 한미FTA 반대 및 재협상 입장에 일정한 수정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공개적으로 제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찌 보면 박근혜 대통령과 밥 한 끼 같이 먹고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등의 임명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도 이런 상황의 방증이라고 평가할 만 한 것이다.
민주통합당의 부동산 대책에 대한 두 가지 입장은 어떤 관점에서 보면 이런 내부의 갈등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부동산 대책을 통한 경기부양 자체에 반대하기는 어렵고, 그렇다고 정부 대책을 그대로 인정하자니 어떤 진보적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 같다는 딜레마가 이런 상황의 원인이 됐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민주통합당이 자신들의 노선을 좌우로 바꾸는 것이야 그들의 자유이니 외부에서 뭐라고 할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종의 비판적 평가는 필요할 수 있을 것 같다. 민주통합당이 2012년 선거에서 (그들의 표현을 빌자면) ‘좌클릭’을 감행한 결과 민주통합당의 좌측에 있던 진보정당들은 ‘야권연대’를 주요 전술로 채택하고 됐고, 그들끼리의 의견대립으로 인해 파탄일로를 걷게 됐다. 진보정당들의 멸망(?)은 그들 자신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것이지만 중도부터 진보까지 존재할 수 있는 모든 정치적 성과를 독점하려고 한 민주통합당에게도 일정한 책임이 있다.
‘집은 사는(buy) 것이 아니라 사는(live) 곳’이라는 슬로건은 한국 부동산 시장의 현실에서 탈피해야 하는 당위를 매우 명확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통합당의 방식을 통해서는 이런 슬로건은 그야말로 슬로건에 그칠 뿐이며 현실에서 부동산은 그저 buy-sell-buy로 이어지는 투기의 대상이 될 뿐이다. 민주통합당이 슬로건을 무엇이라고 내세우든 이제 정부 부동산대책에 대한 합의로 인해 이 체제의 공범자가 됐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민주통합당이 새누리당과 정부안을 걷어 차버려 국회에서 날치기 등이 반복되는 상황을 만들었어야 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우리에게는 여전히 진보정당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실적 한계를 넘지 못하는 보수정당에 끊임없이 이상적 비전을 제시하고 서민의 요구를 정치적 힘으로 만들어 내 이를 무시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게 진보정당의 역할이다. 민주통합당은 보수정당이 될 것인지 진보정당이 될 것인지를 하루 빨리 선택해야 한다. 모든 것을 다 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오히려 현실에서의 정치적 영향력을 스스로 훼손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기만 할 것이다. 민주통합당이 결단을 내려야 남은 소수의 진보정치 세력도 새로운 봄을 맞을 수 있다. 진보의 겨울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김민하 기자  |  acidkiss@gmail.com

2013년 2월 16일 토요일

노회찬 뒤로도 진보 의원들 줄줄이 재판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3-02-15일자 기사 '노회찬 뒤로도 진보 의원들 줄줄이 재판'을 퍼왔습니다.
김선동, 박원석 등... 진보정당 탄압?

▲ '의원직 상실' 회견장 떠나는 노회찬 이른바 '떡값 검사' 실명 공개로 기소돼 대법원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한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가 14일 대법원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힌뒤 착잡한 표정으로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 남소연

노회찬 진보정의당 의원이 대법원에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의 유죄가 확정됨으로써 14일부로 국회의원직을 상실했다. 노 전 의원은 삼성그룹으로부터 떡값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검사 7명의 실명이 담긴 이른바 'X파일'을 공개한 혐의로 기소되었다. 

노 전 의원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 선고 논리는 "떡값 검사들의 이름을 국회 회의에서 거명하거나 보도자료를 통하여 기자들에게 보내는 것은 면책특권이 인정되지만, 인터넷을 통해 일반 국민들이 알게 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것이다.

정말 이해하기 힘든 논리다. 국민적인 관심사였던 삼성 X파일을 공개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는 논리도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그것이 오로지 공익을 위한 것이 명백한데 처벌하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 사실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은 기자들에게 보내는 보도자료를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올려두어 국민들 누구나 보도록 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국회의원은 국민들의 투표에 의해 뽑힌 국민의 대표이다. 보도자료를 통하여 기자에게 알려도 되는 것을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국민에게 알렸다고 불법이라고 하는 주장은 설득력도 없으며,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현대 정보사회의 특성에도 맞지 않다.

언론들도 대체로 노 전 의원에 대한 유죄 선고가 부당하다고 보도했다. 또 새누리당 국회의원 18명을 포함한 159명의 의원들이 대법원 선고를 벌금형은 없고 징역형만 있는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 개정 이후로 연기해 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하기까지 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떡값을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검사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었지만 검사들은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를 폭로한 이상호 MBC기자에 이어 노 전 의원은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런데 검사들은 무혐의 처분하고 노 전 의원과 이상호 기자는 기소한 이 사건을 지휘한 장본인이 13일 박근혜 정부의 초대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당시 황교안 차장검사이다. 

국회에 개정안이 제출되고 국민 여론까지 있어 다른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었지만 결국 결론은 바뀌지 않았다. 진보 정당에 대한 사법부와 정권의 의지를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노회찬 의원직 상실, 다음 타깃은 김미희 의원?

노 의원에 대한 대법원 확정 판결에 이어 통합진보당 김미희 의원에 대한 재판도 진행 중인데 김미희 의원 사건 역시 진보정당에 대한 정치적 판결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힘들어 보인다.

김미희 의원은 4·11 총선 당시 공시지가 990만 원 상당의 목포시 소재 토지 지분을 재산신고에서 누락했다는 이유로 기소돼 지난해 12월 1심에서 당선무효형인 벌금 250만 원을 선고 받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김미희 의원은 선거 과정에서 후보 등록 당일 갑자기 후보가 바뀌는 과정에서 실수로 누락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재판부는 이것이 선거 당락에 영향을 미쳤다면서 유죄를 선고했다. 

990만 원의 재산 누락과 5년간 약 6만 원 정도의 재산세 신고 누락이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도 웃기지만 사실 이는 선거 과정에서 실수로 누락되었음을 토론회 등을 통하여 이미 선거구민들에게 밝힌 상태였기 때문에 당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은 설자리가 없어 보인다. 

게다가 민주통합당 전정희 의원의 경우 1심과 2심 모두에서 법원이 1억8000만 원 상당의 재산신고를 누락하고 수백만 원의 재산세를 납부하지 않았음에도 고의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그런데 그보다 훨씬 적은 990만 원 재산 신고 누락에 대해 벌금 250만 원이라는 당선무효형을 선고한 것에 대해서는 수긍하기가 힘들다. 

노회찬, 김미희 의원 외에도 진보 정당 현역 의원 중 당락 여부를 두고 재판을 받고 있는 의원이 있다. 4·11 총선에서 당선된 13명의 진보정당(당시 통합진보당) 소속 국회의원 중 현재 사법부에 의해서 의원직 유지 여부가 결정되는 의원은 9명에 이른다.

김선동 의원(전남 순천곡성)은 한미FTA 비준안 국회처리에 반대하여 최루가루를 살포하여 총포·도검·화학류 단속법과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되어 징역 4년이 구형된 상황이다.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의 경우 노회찬 의원에게 적용되었던 통신비밀호보에관한법률과 마찬가지로 벌금형이 없어 유죄가 인정되면 바로 의원직이 박탈된다. 또 민노당 회계책임자로 재직할 때 미신고계좌로 144억 원 상당의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위반)로도 기소되었다. 

이 혐의는 오병윤 의원(광주 서구)도 적용되어 있는데, 오 의원은 이 혐의 외에도 2010년 당원 명부가 들어있는 서버를 압수하려는 검찰로부터 이를 은닉했다는 혐의로도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공무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진보정의당 박원석 의원도 기소되어 재판 중이다. 검찰은 지난해 4·11 총선 직후 비례대표 경선 과정을 확인한다면서 압수수색을 시도했는데, 박 의원은 이를 방해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 등)로 그 해 12월 불구속 기소되었다.

박 의원은 압수수색 중인 검찰 수사관을 밀쳐 2주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되었는데, 검찰의 주장대로 공무집행 중인 검찰을 다치게 한 것이 인정되어 특수공무방해죄가 된다면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지게 된다. 형법 제144조(특수공무방해) 제2항은 최소 징역 3년(벌금형 없음)을 정하고 있어 유죄가 인정되면 박 의원도 곧바로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반년 동안 언론을 도배하다시피 하며 장기간 검찰 수사를 받았던 이석기 의원도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런데 그 이유가 언론에 의해 연일 보도되었던 부정경선과 관련된 불법선거운동 혐의가 아니라 이른바 정치자금법 위반과 횡령 혐의 때문이다.

그는 2010년 지방자치선거에서 선거 보전비용 4억여 원을 부풀려 받은 혐의와 회사 대표로 있던 시절 법인자금 2억여 원을 유용한 혐의로 기소되어 1심 재판을 앞두고 있다. 거의 6개월을 부정선거라고 떠들었던 것에 비하면 당시 정치인도 아닌 회사 대표에게 정치자금법을 적용하고 아무 관련도 없는 횡령을 별건 수사로 끼워넣었다는 비난을 면하기 힘든 이유이다.

잔류-탈당 가리지 않고 진보의원 줄줄이 재판

현재 당선된 13명의 당시 통합진보당 의원 중 재판을 받지 않고 있는 의원은 4명인데, 심상정(경기 고양), 강동원(전북 남원), 이상규(서울 관악)와 김재연 의원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석기 의원과 함께 부정경선 당사자로 줄기차게 보도되었던 김재연 의원은 아무런 혐의로도 기소되지 않았지만 여전히 김 의원은 부정경선 당사자로 국민에게 알려져 있다는 점이다.

검찰 기소에 의한 재판은 아니지만, 진보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특수공무방해죄로 형사재판을 받는 것과는 별도로 서기호, 정진후, 김제남 의원과 함께 이른바 '셀프 제명'으로 통합진보당에서 진보정의당으로 옮긴 사건과 관련하여 의원직 유지 여부를 두고 재판을 받고 있다.

현행법은 비례대표의 경우 탈당하면 의원직을 상실하게 되어 있는데 의원직 유지를 위하여 이들 4명의 의원들이 탈당이 아닌 스스로 제명이라는 편법으로 당적을 옮긴 것에 대해서 지난해 10월 통합진보당이 탈당무효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재판 결과에 따라서 박원석, 정진후, 서기호, 김제남 의원 등 4명 모두 의원직을 상실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14일 노 의원의 의원직 박탈에 이어 검찰의 다음 타깃은 김미희 의원으로 보인다. 사실 노 전 의원의 유죄선고에 대한 국민 여론은 결코 사법부에 우호적이지 않았지만 법원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사법부와 정권 분위기로는 김미희 의원도 우호적인 판결을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 이어질 진보 정당 소속의 김선동, 박원석, 오병윤, 이석기 의원 등의 형사 재판에서도 마찬가지다. 

진보정당 소속 13명 중 이미 노회찬 의원 1명의 의원직이 박탈되었고, 재판 중인 8명의 의원 중 과연 몇 명이나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전체 299석 중 13석에 불과한 진보정당에 대해서 검찰권을 앞세운 정권 차원의 공안 탄압이라는 비판이 기우일지는 재판 결과가 말해 줄 듯하다.

김행수(hs1578)

2013년 2월 8일 금요일

지긋지긋한 민주당…니들, 야당 맞니?


이글은 프레시안 2013-02-08일자 기사 '지긋지긋한 민주당…니들, 야당 맞니?'를 퍼왔습니다.
[이철희의 이쑤시개](4) "황폐화된 진보정당, 햇볕이 필요해"

민주당이 오른쪽 깜빡이를 다시 만지작거리고 있다. 대선 패배 요인이 '좌 클릭'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왼쪽으로 갈까, 오른쪽으로 갈까. 민주당은 2007년 대선에 이어 또다시 '갈 지(之)' 자 행보를 하며 이념 논쟁에 빠져 있다. 그래서 못 미더운 것일까.

진보신당 부대표를 지낸 정종권 현 레디앙 편집국장은 6일 팟캐스트 에 출연해 "민주당은 야성이 없다"고 내뱉었다. '야성(野性)이 없다'는 것은 집권당의 견제마 또는 대항마로서의 '야성'과 노동과 민생을 책임지는 '야성' 모두를 꼬집는 말이다. 한마디로 "못 믿겠다"는 불신(不信)이다.

※ 주의 : 통합진보당, 진보정의당, 진보신당, 노동자정당추진회의 및 노동포럼, 사회주의노동자정당건설공동실천위원회(사노위), 녹색당 등 넓게 포진해 있는 진보정당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방송이 자칫 지루할 수 있습니다.(☞바로 듣기)

"전투성 없는 민주당, 선입관 있다"

(이철희의 이쑤시개)는 대선 이후 무너진 야권을 재편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과 정기남 안철수 전 캠프 비서실 부실장을 차례로 만났다. 이들은 18대 대통령 선거의 파트너로 후보 단일화는 이루는데 성공했지만, 운명은 거기까지였다.

그리고 이날, 이철희 소장과 서양호 실장 그리고 김윤철 교수는 야권의 '넘버3' 정종권 편집국장과 함께했다. 대화는 시종일관 진지했다. 질문과 답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전선은 곳곳에서 형성됐다. 제1야당인 민주당과 진보정당의 간극을 다시 확인한 셈이다.

정종권 국장은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문제가 결국 국회 표결로 넘어갈 것이라고 장담했다. 정 국장은 국회에서 형식을 갖추자고 나오는 새누리당에 맞서 "민주당이 과연 끝까지 버틸 수 있을까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민주당은 그런 야성이 없다"는 주장이다.

"요새 (민주당이) '중도' 얘기하는 것을 보건데, 박근혜 새 정부와 새누리당에 맞설 의지가 있느냐에 대해 (의문이다). 쌍용차 국정조사에서 계속 물러서는 모습을 보건데, 그런 전투성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선입관이 있다."

"권력을 장악한 세력과 싸운다"

진보정당의 태동은 2000년 1월 30일, 노동자·민중의 정치세력화를 표방하며 창당된 민주노동당이다. 2011년 12월 국민참여당·새진보통합연대와 합당해 통합진보당이 되기까지 12년 동안 민노당은 우리 사회 '진보'의 한 축을 담당했다.

하지만 대중이 기억하는 민노당은 늘 충돌을 일으키는 '문제아'였다. 미디어법 처리를 반대하며 발차기를 하고(2009년 1월), 한미FTA 강행 처리를 막고자 국회에 최루탄을 터뜨리기도 했다(2011년 11월). 새누리당 집권에서만 문제가 됐던 것은 아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집권했던 시기에도 민노당은 당시 집권당이었던 민주당·열린우리당과 맞섰다.

정종권 편집국장이 보기에, 민주당은 집권 시기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얄미운 정당이다. 장외에서는 노동과 민생을 이야기하면서도, 장내에서는 '합의 처리'라는 이름으로 입장 변화를 일삼기 때문이다. 결국 사회가 '진보(進步)'하는 데 있어 민주당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정 국장은 "(민주당이) 지긋지긋하다"고 했다.

이에 김윤철 교수가 단답으로 물었다.

"새누리당과 비교했을 때 어디가 더 밉습니까?"

정 국장은 즉답을 피했다. 대신 그는 "(진보정당은) 권력을 장악한 세력과 싸우는 것이 1차"라며 진보정당의 정체성을 명확히 했다.

"지난 10년 동안 우리 싸움의 대상은 집권당이었던 김대중·노무현 정부였다. 그리고 이제 이명박 정부 5년을 거쳐, 지금 박근혜 정부 5년을 견뎌야 하는 상황에서 주된 싸움의 대상은 새누리당과 정부다."

'박근혜 정부', MB와 다르다?

정종권 편집국장은 지난 5일 레디앙 칼럼에서 "외형적 수치는 그 때보다 더 많아졌음에도 정치적 힘과 사회적 영향력은 그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초라하다"고 평가했다. 현재 진보정당 출신 국회의원은 열세 명(통합진보당 6명, 진보정의당 7명)이다. 민주노동당은 창당 후 첫 총선이었던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열 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했다.

문제는 '진보정당이 박근혜 정부와 전선을 어떻게 형성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에 비해 '적통 보수'인 박근혜 정부는 다를 것이라는 예상이다. 정 국장은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보다 포퓰리즘 행보를 덜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보수 세력의 기반 하에서 정책과 행보를 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이철희 소장은 "(보수의) 적통임에도 불구하고, 벗어날 수 없는 임계점이 있다"며 박근혜 정부에 대한 과도한 해석을 경계했다. 이 소장은 "(박근혜 당선인이) 복지를 마냥 가지고 갈 수 있을 것이라던가, 대북 정책에서도 근본적으로 포용정책이나, 타협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은 너무 개인에 초점을 맞춘 해석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윤철 교수는 두 사람의 의견 모두를 수용하면서도 국민의 시각에서 본 '박근혜'를 되새겼다. 국민들이 박근혜 정부에게 가질 두 가지의 코드가 있다는 것이다.

"하나는 사회문제 양극화가 있으니까 국가가 주도해서 수혜적 복지든, 뭐든 (살림살이) 좀 낫게 해달라는 것이다. 또 하나는 노무현 정부 때부터 있었던 피로도이다. MB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박근혜 당선인의 기조가 그런데에 부흥하는 면이 있다. 보수가 막 흔들려고 해도 박근혜 정부는 그냥 허약하게 갈 것이다. 거기에 애국주의라든가 하는 점을 다시 환기하면서 갈 수 있는 자원이 있다." 

"황폐화된 진보정당, 햇볕이 필요하다"

정종권 : 결례일 수 있는데, 팟캐스트 문화를 보면서 '세상은 말로 안 바뀐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은) 말의 자극과 공감으로만 바뀌지 않는다. 바뀌기 위한 구체적이 로드맵이 필요하다. 민주당은 비판과 회초리가 필요하고 그 회초리를 통해서 옷을 갈아입혀야 한다면, 진보는 대중들이 가르쳐줘야 할 것 같다. 진보가 대중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진보에 애증을 가진 사람들이 진보를 가르쳐줘야 한다.

이철희 : 대진보 햇볕정책(이 필요하다)?

김윤철 : 격려, 권고(가 필요하다).

정종권 : 내부의 자의식이 아니라, 대중에게 자기의 정당성을 검증받는 자의식이 필요하다.

이철희 : '따뜻한 시선'이 필요하다는 말?

정종권 : 지금같이 황폐되어 있고 폐허가 되어 있는 진보는 더군다나…

서양호 : 우리랑(민주당) 같이 정당 안 해보시렵니까?

이철희 : 뭐야, 안방 내 주는 거야?

(일동 웃음)

▲ <이철희의 이쑤시개> 출연진들, 왼쪽부터 서양호 실장-정종권 편집국장-이철희 소장-김윤철 교수 ⓒ김대현

* 보다 자세한 내용은 프레시안 팟캐스트 (이철희의 이쑤시개) "지긋지긋한 민주당…니들, 야당 맞니?"를 통해 들을 수 있다.

(이철희의 이쑤시개) 바로가기 클릭! http://pressian.iblug.com/index.jsp

/이명선 기자

2013년 1월 27일 일요일

빨간 목도리가 장악한 골목정치


이글은 한겨레21 2013-01-28일자 제946호 기사 '빨간 목도리가 장악한 골목정치'를 퍼왔습니다.
[기획 연재] 레트로 2012 대선 ② 민주당 골목이 비었다 정당 손발인 지역 조직서 새누리당에 크게 뒤진 민주통합당… 생활정치 시도한 진보정당·시민운동 와해 주민자치 활성화로 지역 조직 강화해야

선거는 머리로만 치르지 못한다. 두뇌와 장기, 손발이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이긴다. 대동맥부터 모세혈관까지, 피가 돌지 않는 조직은 괴사한다. 정당의 손발인, 일상적으로 유권자와 접촉하고 이들의 사회·경제적 요구를 중앙당 차원의 것으로 끌어올려야 할 밑바닥 조직은 저절로, 바람으로, 당위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민주통합당은 머리도, 손발도 모두 졌다.

» 여야의 ‘실력 차이’는 중앙당 차원의 선거 전략뿐 아니라 일상적인 ‘생활정치’의 공간에서도 두드러졌다. 지난해 11월 14일 충북 청주의 한 재래시장을 찾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왼쪽)와 11월26일 같은 장소를 방문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한겨레 강창광 기자, 사진공동취재단

지역 직능단체 꽉 잡고 있는 보수

(한겨레21)은 그중 상징적인 지역 한 곳을 찾아 돋보기를 들이대기로 했다.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은 당의 현역 의원이 있는 3곳(청주 흥덕갑·을, 청원)을 포함해 충청북도 8개 지역에서 모두 패배했다. 그중에서도 충북 청주 흥덕을 지역은 공단이 밀집해 있어야권 성향이 강한 곳이다. 유권자도 젊은 층이 상대적으로 많다.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 전 후보 비서실장을 지낸 노영민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4·11 총선에서 3선에 성공했다. 총선에서 노 의원은 53%, 김준환 새누리당 당협위원장은 42%를 얻었다. 약 8600표의 차이가 났다. 반면 대선 개표 결과는 갑·을 지역을 합산해 51% 대 49%였다. 표차는 5천표 정도다. 흥덕을 지역만 보면 새누리당은 대략 13%포인트를 따라잡은 셈이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었을까? 중앙당 차원의 전략적 오류와 후보 변수를 논외로 한다면, 정당의 팔과 다리 노릇을 해야 할 기층 조직의 붕괴가 민주당으로선 뼈아프다. 당원 수로 봐도 민주당이 5700명, 새누리당은 4500명 수준이라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현역 국회의원이 갖는 조직적 프리미엄을 제대로 흡수하지도 못했다. 노영민 의원 사무실의 이상식 사무국장은 “흥덕을 지역에서만 보면 민주당 조직이 양적으로 앞서는 것은 사실이다. 당원들도 상대적으로 젊고 역동적이었다”면서도 “그것은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었다. 노년층이 두꺼운 새누리당에 비해 우리는 노년층 표심에 제대로 호소하지 못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양쪽의 모든 역량이 전면적으로 격돌하는 대선에서 보수가 내세운 이미지와 논리는 강력했다. 이 사무국장은 “최근 지역 당협의 사무국장들이 모여 워크숍을 했는데 새누리당이 내세운 ‘빨갱이’ ‘퍼주기’ 등의 이야기는 유권자에게 쉽게 다가간 반면 우리가 이야기하는 ‘보편복지’는 설명 자체가 참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고 말했다.
중앙당 차원에서 내려온, 정권 교체의 당위성을 중심에 둔 선거 전략도 결과적으로는 패착이었다. 그는 “후보 단일화와 투표율 프레임에 매몰됐던 게 사실”이라며 “지역에서도 당연히 정권교체론과 투표독려운동 등 바람에 의존했다”고 말했다. 지역에서 정당의 조직은 주로 당원협의회 간부들의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이뤄진다. 이 사무국장은 “예전처럼 당성이나 정치성이 곧 조직이 되는 전통적 상황은 와해됐다고 봐야 한다”며 이렇게 설명했다. “옛날과 같은 세밀한 조직화는 쉽지 않더군요. 결국 인간관계에 의존하는 측면이 큽니다. 새누리당이 우리보다 나은 것은 보수적인 분들이 많이 활동하는 지역의 직능단체를 꽉 잡고 있다는 점이에요. 나태했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습니다. 우리가 반성해야겠지요.”

젊은 층 표심 허무는 작업 집중

새누리당 쪽의 승리 요인 분석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새누리당 김준환 당협위원장은 굵직한 단체만 추려도 13개 단체에서 직함을 갖고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소그룹 행사나 직능단체 모임, 동호회나 산악회 등 행사는 꼭 챙긴다”며 “지역 유권자에게서 민원이 들어올 경우 현업이 변호사다 보니 법률적인 부분은 들어주려 노력하고 정책적인 부분은 도당이나 중앙당에 건의하고 있다”고 했다.
30~40대 유권자를 투표장으로 이끌어내는 데 주력한 민주당과 달리, 새누리당 조직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젊은 층의 표심을 허무는 작업에 집중했다. 2008년부터 김준환 위원장을 돕고 있다는 천문자 사무국장은 “50~60대 유권자는 어차피 보수층이 많지 않느냐”며 “한정된 자원으로 젊은 층을 공략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천 사무국장이 주목한 것은 학부모 모임이었다고 한다. 그는 지역의 어머니연합회장을 지냈고, 충북 학교운영협의회 초등학교 이사다. 한 초등학교에선 학교운영위원회 활동도 하고 있다. “충북 지역 전체를 보면 초·중·고등학교가 600개는 될 거예요. 청주 시내에만 120개 학교가 있어요. 그 학부모들을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규모예요. 제가 학교운영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초등학교만 봐도 그래요. 초등학생 부모면 대체로 젊은 분들이잖아요.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그것을 통해 이들이 자신이 아는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새누리당은 투표 참관인도 젊은 층으로만 뽑았다. 천 사무국장의 설명이다. “지역에 46개 투표소가 있어요. 오전과 오후로 나눠보면 새누리당에서만 모두 92명의 참관인이 필요해요. 우리는 대부분 30대로만 했어요. 이들의 배우자까지 생각하면 벌써 200표쯤 되잖아요. 미리 뽑아놓고 계속 관리했어요. 문자메시지도 보내고요. 선관위쪽에서도 놀라더군요. 그동안 투표 참관인들을 보면 민주당은 주로 젊고 새누리당은 노인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새누리당이 더 젊더라고요.”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한 피라미드 구조의 네트워크는 강력하게 작동했다. 당직자들을 제외하고 새누리당 당협이 일상적인 조직 활동을 통해 구축한 열성 지지자 그룹은 약 30명 정도라고 했다. 천 사무국장은 “그중 절반은 당원이고 절반은 당원이 아니다”라며 “이분들은 유세 현장에도 매일 나왔고 각자 수십 명에서 100명 이상씩 자신이 아는 사람들에게 연락을 돌리고 문자를 보내는 등 홍보 활동에도 적극적이었다”고 했다. 당협 차원에서도 이들에게 특별히 공을 들였다. “공보물이 나오면 이분들에게 먼저 보내 내용을 습득할 수 있도록 했어요. 박근혜는 누구인가, 박근혜는 왜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주위 사람들을 이해시키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한 열성 지지자가 200명 마음 움직여”

그 ‘열성적인 지지자’ 중 한 명을 만났다. 청주 흥덕구 봉명동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윤병기(60)씨다. 여성인 천 사무국장은 그를 ‘오빠’ 혹은 ‘오라버니’라고 불렀다. 윤씨는 원래 새누리당을 지지했지만 별다른 정치 활동을 하지는 않았다. 두 사람의 인연은 천사무국장이 2년 전 손님으로 횟집을 찾으며 시작됐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오라버니가 정말 내 스타일이었어요. 대선을 앞두고 도와달라고 애원했지요.” 이 지역에서 새누리당은 야당이다. 중앙당의 지원이나 당협의 규모에서도 민주당에 밀렸다. 상대 진영보다 부지런해야 했다. 천 사무국장은 “저쪽(민주당)이 아침 8시부터 시작하면 우리는 6시30분에 모여 7시에는 움직였다”고 설명했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자 윤씨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아침저녁으로 유세 현장을 찾았다. 운동원들과 함께 율동도 하고, 거리를 지나가는 유권자에게 홍보물도 나눠줬다. “내 평생 그렇게 일찍 일어났던 게 처음이오. 장사 마치고 소주 한잔하고 그러면 항상 퇴근이 늦었으니까. 그래도 하루 일어나고 또 다음날 일어나고 하니까 되더라고. 집사람도 놀랐지. 그렇게 해본 역사가 없는데 말이오. 그래도 힘들거나 생업에 차질이 생기지는 않았어요. 새벽부터 아침 9시까지 원래 자고 있을 시간에 한 일이니까. 나는 정치를 배운적도 없고, 해본 일도 없어요. 이번에는 무조건 박근혜가 되어야 한다는 마음 하나로 도운 것뿐이지요.”
윤씨는 눈이 오는 날에는 먼저 유세장에 나가 눈을 쓸었고, 비가 오는 날에는 가게 손님들이 두고 간 우산을 모아서 가져갔다. 유세 현장만 지원한 게 아니었다. “주변에 공단이 있어서 손님의 90% 정도는 공단 사람들이지요. 그중에 90%는 문재인 지지자더라고. 물론 손님들이니까 표를 내면 안 되겠죠. 민주당 좋아한다고 손님과 싸울 수는 없지 않소. 그래도 박근혜를 칭찬하거나 찍어야 한다고 말하는 손님한테는 슬쩍 가서 술한 병씩 주고 서비스 안주도 주고 그랬어요. ‘아이고, 참 듣기 좋습니다’라고 거들기도 하고요.”
천 사무국장은 “표로 계산하기는 어렵지만 윤 사장님이라면 대략 200명의 마음은 움직이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이런 분들이 곧 당의 자산이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이런 자산을 정말 많이 얻었다”고 했다. 윤씨 같은 적극적인 지지자가 30명이면, 거친 계산이지만 6천 표가 나온다. 전체 유권자가 약 16만 명인 흥덕을 지역에서 보면 적지 않은 수다.

» 민주당은 무너진 기층 조직의 복원보다는 ‘정권 교체’의 당위성을 중심으로 한 ‘투표독려운동’에 주력했다. 또다시 바람에 의존한 선거운동의 결과는 쓰라린 패배였다. 한겨레 김경호 기자

“일상적 조직망에서 새누리와 큰 차이”

윤씨의 ‘조직화 작업’은 일상적인 생활 공간에서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손님이 많이 오가는 횟집의 텔레비전은 하루 종일 보수적인 종편 뉴스 채널에 고정돼 있었다. 가족도 설득했다. “아들이 서른셋인데, 생각이 많이 달랐어요. 싸우기도 많이 싸웠고. 아들은 문재인을 지지했는데 아버지가 박근혜라고 말하니까 ‘알았어요’ 하고 말더라고. 지금도 문재인을 찍었는지, 박근혜를 찍었는지 모르겠어요. 4월에 결혼하는데, 며느리 될 아이는 결국 설득이 안 됐어요. 시아버지 될 사람이 이야기를 해도 ‘도저히 안 되겠다’고 그러대요, 허허. 이번 대선에는 가족 사이에 언성도 높이고 그랬지요.” 그는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에 당비를 내는 책임당원에도 가입했다. 그리고 흥덕을 지역에서 대선 승리에 기여한 당원 중 10명에게만 주는 중 앙당의 표창장도 받았다. 윤씨는 “지금도 뉴스에서 박근혜 얼굴이 나오면 그렇게 흐뭇할 수 없다. 생각 같아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정말 힘있게 일할 수 있도록 다음 총선에서 새누리당 의석을 한 80% 정도는 만들어주고 싶다”고 했다.
일상화된 ‘골목정치’의 메커니즘은 단지 특정 지역에서만 두드러지는 현상이 아니다. 각 지역에서 기존 양당 구조와 별도로 다양한 생활정치 시도를 해온 진보정당과 시민운동의 흐름은 사실상 와해된 상황이나 마찬가지다. 각 계파가 엉성한 형태로 결집해 있는 민주당의 기층 조직은 유명무실했다.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야권 연대의 첫 번째 모델을 성사시켜 주목받았던 고양무지개연대의 이춘열 전 집행위원장은 “일상적 조직망에서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차이는 엄청나다”고 지적한다. “새누리당의 공식적인 조직도 지리멸렬하기는 마찬가지죠. 엄청나게 튼튼하거나 한 것은 아니에요. 다만 당의 하부 조직원들이 갖고 있는 개인적 관계망의 양과 질이 다르다고 봐요. 그렇게 일상적으로 직간접적인 이익을 주고받으며, 그냥 살아가는 겁니다. 평소에는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이나 다 욕하더라도, 선거 때는 그 네트워크를 통해 결집하게 되지요. 그 작업이 여당에 비해 야권은 정말 부족해요. 정권 교체의 대의명분으로는 설득이 안 되는 부분이에요.”
대안은 뭘까. 전문가들은 “민주당이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문한다. 이춘열 전 위원장은 “주민들 속으로 정치가 어떻게 깊게 파고들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할 때 이쪽의 모델은 보수정치의 그것과는 달라야 한다”며 “주민자치 활성화나 작은 공동체 모임을 통한 이른바 공동체 경제의 모델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제적 취약 계층과의 광범위한 관계망 확대가 우리가 추구해야할 풀뿌리 모델이 아니겠느냐. 그것이 이뤄지지 않는 한 일상적으로는 새누리당에 계속 밀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우석훈 성공회대 교수도 대선 이후 발표한 글을 통해 “우리는 스스로를 시민이라고 부르고, 그렇게 정체성을 느끼는 사람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시민의 정부가 온다. 그리고 그게 지금부터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라고 썼다.

정당의 기본에서 다시 시작해야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교수는 “이번 대선이 민주당에 남긴 중요한 시그널은 ‘한 방’으로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시대는 이제 끝났다는 점”이라며 이렇게 분석했다. “유권자 지형이 이미 많이 변했고, 앞으로 더 변해갈 겁니다. 가장 중요한 것이 지역 조직의 복원일 텐데, 그만큼 발품이 많이 들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도 없어요. 그건 기본적으로 면 대 면으로 이뤄져요. 민주당은 너무 오랫동안 이 작업에서 손을 놓고 있었어요. 효율이 낮고 가시적인 성과가 잘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이건 정당의 기본입니다. 현재 갖고 있는 자산을 냉철하게 판단하고 바닥에서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청주=송호균 기자uknow@hani.co.kr 

2012년 11월 6일 화요일

258명 교수들, 문-안 단일화 촉구 진보정당 언급은 전혀 없어


이글은 레디앙 2012-11-05일자 기사 '258명 교수들, 문-안 단일화 촉구 진보정당 언급은 전혀 없어'를 퍼왔습니다.

서울대의 조국, 한신대의 조성대, 상지대의 홍성태, 인제대의 홍재우 교수 4인의 제안으로 국내외 258명의 교수가 “정치개혁과 후보 단일화를 통한 정권교체가 시대정신”이라는 선언문을 통해 문재인, 안철수 대선 후보의 후보단일화를 촉구했다.
5일 오전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 2층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이들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당선은 이명박 정권의 5년간 패정의 연장이자 유신의 부활이며,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서로 협력해 어두운 과거의 부활을 막아내고 정치개혁과 정권교체를 염원하는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들은 “안타깝게도 우리는 지금 두 후보 중 어느 한 후보를 지지하는 행복한 선택을 할 수 없다. 두 후보가 연대하고 협력하지 않으면 정권교체를 이룰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라며 “두 후보는 서로를 외면하고 자기 길을 고집함으로써 국민을 저버리고 배반하는 선택을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

또한 두 후보의 입장과 견해 차이에 대해 “극복하지 못할 차이는 아니라고 믿는다”며 “공동정책과 단일화 그리고 공동정부의 운영에 합의해 서로 다른 입장과 지지자들을 통합해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들은 “서로간의 차이를 조금 뒤로 물리고 기득권을 내려놓은 채 허심탄회하게 만나 정권교체의 실패를 걱정하는 국민들의 불안을 덜어주어야 한다며 “특히 민주당이 먼저 기득권을 내려놓는 가시적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단일화 시기에 대해 “늦어도 11월초가 지나기 전에는 만남이 성사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단일화를 위해 두 후보에게 △빠른 시일 내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만날 것 △기득권을 내려놓고 정치개혁과 후보단일화 논의 △정치개혁을 비롯한 공동정책 마련을 위해 공동정책기구를 결성 △공동정책을 바탕으로 공동정부 구성하기 위해 후보단일화 추진 △공동선대위 구성 등을 요구했다.
또한 이들은 두 후보의 가시적인 반응이 있을 때까지 각계각층과 연대해 오는 6일부터 매일 오후 12시부터 1시까지 광화문 광장에서 단일화 촉구 1인 시위를 벌일 예정이며, 10회 정도 길거리 강연을 할 계획도 있다고 밝혔다.
한편 야권 후보 단일화를 촉구에 있어 진보정의당 심상정,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 등 진보정당 후보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이 다소 문제가 될 소지가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조성대 교수는 “그것이 왜 문제가 되느냐”며 “진보정치 차원에서 어떻게 해나가야 하는 것에 대해 저희로서는 아직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진보정당의 독일식정당비례명부 제안에 대해 “문재인 후보가 제안한 지역구 의원 축소하고 비례명부를 확대하자는 안과 큰 차이가 있나”며 “진보정치와의 연대부분은 각 정치세력들간의 논의를 해야 할 부분이다. 현재로선 문재인,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가 매우 중요하다”고 답변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서울대의 조국, 한신대의 조성대, 성공회대의 김민웅, 건국대의 한상희 교수를 비롯한 약 10여명의 교수들이 참석했다.

장여진

2012년 8월 6일 월요일

강기갑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 패권주의와 결별, 신당 창당


이글은 노컷뉴스 2012-08-06일자 기사 '강기갑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 패권주의와 결별, 신당 창당'을 퍼왔습니다.
"당의 발전적 해체" 필요


강기갑 통합진보당 대표가 6일 "대중적 진보정당을 건설하겠다"며 구당권파와 결별 후 신당 창당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강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당원과 국민들에게 절망과 환멸을 초래한 패권주의와 철저히 결별하고 민주적이며 상식적인 진보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통합진보당이 창당정신인 대중적 진보정당의 가능성을 상실했다는 낭패감을 확인했다"며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떠나고, 당을 지지하는 대중조직은 발길을 돌리고, 국민께 드렸던 정권교체의 비전은 물거품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진보정치의 재건을 위해 남은 길은 통합진보당을 뛰어 넘는, 진보정치가 필요한 노동자 서민을 위해, 진보정치를 지지하는 국민 앞에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이라는 대안을 내 놓아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름을 바꾸고 정강정책을 손보는 정도의 재창당으로는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되찾을 수 없다"며 "진보정치의 재건을 위해 당의 발전적 해소를 포함한 다양한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버리지 않으면 얻을 수 없고, 비우지 않으면 채울 수 없다. 지금 진보정치의 재건을 위해서는 사즉생의 각오만이 필요하다"며 "모든 당원 여러분은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의 길로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CBS 김효은 기자

그날, 진보정당의 미래가 제명되었다


이글은 시사IN 2012-08-06일자 기사 '그날, 진보정당의 미래가 제명되었다'를 퍼왔습니다.
양당제가 고착화되는 가운데 이번 대선은 통진당의 마지막 기회였다. 하지만 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 안건이 부결되면서 통진당의 정치적 협상력은 고갈되었다. 비례대표제 확대 논의도 힘을 잃을 전망이다.

최근 몇 달간 통합진보당(통진당)은 거대한 변곡점을 지나고 있었다. 수면 위에서 신·구 당권파의 정파투쟁이 눈길을 끌었다면, 수면 아래에서는 갈수록 분명해지는 ‘한국 정치의 양당제 경향’이라는 거대한 압력과의 사투가 있었다. 

4월의 19대 총선은 한국 정치를 양당제 구조로 재편하는 선거였다. 무조건 1위 후보자가 당선하는 단순다수제는 소수당의 진입을 어렵게 해 양당제를 만들어내는 경향이 있다. 19대 총선은 자유선진당의 몰락과 통진당의 야권연대에 기댄 생존으로 드러나는 강한 양당제 경향을 보여주었다. 이는 통진당에게 외연 확장은커녕 생존의 문제를 제기한다.

같은 해에 대선이 있다는 것이 사실상 유일한 돌파구였다. 대선이 정치적 빅딜의 마지막 기회라는 위기의식은 노회찬 의원 등을 통해 통진당 내에서 꾸준히 나오는 목소리였다. 대선과 총선의 단순다수제를 결선투표제와 비례대표 확대 등으로 바꿔내야만 양당제가 고착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었다.

7월26일 이석기·김재연 의원에 대한 제명안을 다루는 의원총회에서 심상정 원내대표가 악수를 건네자 이석기 의원(왼쪽에서 두 번째)이 “됐습니다”라고 말하며 웃고 있다.

통진당 혁신 논의도 큰 틀에서는 이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대선을 앞두고 협상력을 갖추려면, 대선 결과에 영향을 끼칠 만한 대중적 지지를 확보해야만 한다. 진보 지지층이 고개를 돌려버린 지금, 당 혁신이 양당제 구조와 연계된 생존 차원의 과제였던 것도 그래서다. 

이 혁신 노력이 7월26일 파산했다. 통진당 의원총회는 당의 의원직 사퇴 요구를 거부한 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 안건을 상정했으나 한 표 차이로 부결됐다. 이·김 의원은 기사회생했다. 대신 통진당의 대(對)민주당 협상력은 고갈되다시피 했다. 양당제는 점점 돌이킬 수 없는 대세가 되어가고 있다. 

조롱거리 된 진보 깃발

두 의원 제명을 위해 필요했던 표는 7표였다. 진보신당계인 노회찬·심상정 의원, 참여계인 강동원 의원, 시민사회 출신 박원석 의원, 옛 당권파의 추천을 받았으나 중앙위 폭력사태 이후 옛 당권파 비판으로 돌아선 서기호 의원, 중립 성향이었으나 제명 찬성으로 기울었던 정진후 의원 등 6표가 고정에 가까웠다. 캐스팅보트는 김제남 의원이 쥐고 있었다. 김 의원은 몇 차례 제명 찬성을 시사하기도 했으나 결국 마지막 순간 기권표를 던져 제명안을 부결시켰다. 김 의원은 비례대표 추천 과정에서 옛 당권파인 이정희 당시 대표가 강력하게 밀어붙인 카드였다. 

제명 부결은 인상적인 순간이기는 하지만 결정적 순간은 아니었다. 5월12일 중앙위 폭력사태야말로 통진당의 정치적 기반을 허물어뜨린 사건이었다. 인터넷으로 생중계된 이날의 폭력사태 이후로 당 지지율은 곤두박질쳤고, 여론 주도층이 통진당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비판적 지지’ 성향을 자주 보이는 진보 성향 여론층은, 승리를 위해 외면해야 했던 진보 정당에 ‘부채감’을 느끼는 경향이 있었다. 이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무시할 수 없는 진보 정당의 자산이었다. 하지만 통진당 폭력사태는 이 부채감을 일순간에 날려버리는 결정적 순간이었다. ‘진보’ 깃발이 갖는 도덕적 권위도 이제는 조롱거리가 됐다. 

통진당은 이미 실질적인 분당 상태다. 제명안 부결 직후 강동원·박원석 의원 등은 “김제남 의원이 제명 처리를 하겠다는 정치적 합의를 어겼다”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김제남 의원 또한 기자회견을 열고 “강기갑 대표의 혁신이 성공할 수 있도록 기권표를 던졌다”라는 알쏭달쏭한 해명을 내놓았다. 신당권파는 불에 기름을 부은 듯 타올랐다. 이지안 부대변인은 자당 의원의 발언을 두고 “한국정치사 최대의 궤변”이라는 센 논평을 내놓았다. 폭력사태가 벌어진 5월12일에도 참여계 천호선 당시 대변인과 경기동부 우위영 당시 대변인은 전혀 상반된 논평을 내놓았다. 이쯤 되면 이미 같은 정당에 속했다고 볼 수 없는 수준이다.

통진당이 본질상 ‘총선용 선거연합 가설정당’이었다는 사실은 당 구성원들조차도 부인하지 못한다. 총선 이후 화학적 결합을 기대했으나, 오히려 갈등만 극단으로 치닫게 되었다. 왜 통진당은 협력보다는 갈등의 길로 나가게 되었을까.

일반론으로 보면, 당의 장기적 생존 가능성이 낮아질수록 내부 투쟁은 격해지는 경향이 있다. 당내 정파들이 서로 협력해서 얻을 것이 없어지기 때문에 각 정파들은 당보다는 각자의 이익을 극한까지 추구하게 된다. 2007년 당시 대선 패배를 눈앞에 둔 열린우리당 제 정파의 분열, 전망이 어두웠던 2008년 총선을 앞둔 민주노동당의 분당이 좋은 예다. 

정확히 같은 상황이 2012년 통진당에서 벌어졌다. ‘야권연대’라는 특수한 정세에 기대 얻어낸 13석은 제3당인 진보 정당이 자력으로 기대할 수 있는 의석수를 훌쩍 넘어서는 성과였다는 평이다. 양당제 경향이 뚜렷해지는 가운데 다음 선거에서 이 정도 성과를 재현해낼 가능성은 높지 않다. 즉, 통진당에게 19대 총선은 ‘예외적인 대승과 어두운 전망’이라는 동전의 양면이었다. 이는 각 정파들이 협력보다는 사익 추구를 택할 최적의 배양조건이 된다.

ⓒ시사IN 조남진 야권 연대는 물 건너갔다는 평가다. 7월16일 강기갑 대표(오른쪽)가 이해찬 민주당 대표를 만나고 있다.

총선 이후 휘몰아친 비례대표 경선부정 국면에서, 통진당 옛 당권파는 진보 진영과 통진당의 장기적 생존 가능성보다 정파적 이해관계를 더 중시하는 태도를 일관되게 보여주었다. 하지만 옛 당권파는 2008년 총선에서는 위기에 처한 당의 생존을 위해 정파 리더들의 비례대표 불출마와 대중성을 갖춘 이정희 카드 발굴이라는 ‘정치적 판단력’을 보여주었던 정파이기도 하다(물론 당시의 민노당은 PD 계열이 당을 떠난 범NL 정당이어서 협력의 유인이 더 컸던 이유도 있다). 그러던 것이 4년 만에 ‘정파 리더의 전면 배치’와 ‘미래보다 현재를 선택하는 태도’로 뒤바뀌었다. 

강한 양당제 경향이 제3당에 협력보다는 내부 투쟁을 강요하면서, 통진당은 협력의 동력이 고갈되어 문제 해결 능력이 없는 정치세력으로 굴러떨어졌다. 당 대표 선거에서 나타난 여론의 압도적 지지에도 혁신안을 관철하지 못한 지도부의 무능도 여기서 나온다는 평이다.

통진당과 진보 진영이 손놓고 ‘양당제의 운명’을 기다리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12월 대선을 앞두고 절박한 기획을 하는 이도 있었다. 양당제를 강요하는 단순다수제를 바꾸는 데 가장 관심이 많은 노회찬 의원은 “12월 대선에서 장관이니 차관이니 하는 자리 요구는 하나도 하지 말고, 총선에서의 정당명부제 혹은 비례대표 확대 하나만 따내도록 집중해야 한다”라고 줄기차게 주장했다. 단순다수제의 한계를 뛰어넘어 지지율이 의석에 제대로 반영되는 제도를 만들지 않으면 결국 제3당은 사멸의 길로 간다는 문제의식에서다. 비슷한 맥락에서 노 의원은 2012년 대선에서 결선투표제를 도입하자는 제안도 내놓았다. 결선투표제는 1차 투표에서 여러 세력의 정치적 의사를 드러낼 수 있어 양당제 경향을 중화하는 효과가 있다. 

8월14일에는 ‘PR(비례대표제) 포럼’이라는 시민운동 단체가 출범한다. 비례성이 높은 선거 제도가 더 정의롭고 민의를 잘 대변하는 데다 복지국가를 건설할 가능성이 높다는 등의 취지를 내건, 비례대표 확대를 요구하는 운동단체다. 역시 대선 국면에서 의제로 만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치학자 수십 명과 시민사회, 청년단체, 정치권이 결합했다. 노회찬·이종걸 의원과 원희룡·천정배 전 의원이 공동대표를 맡는다.

대선이라는 ‘큰 판’을 겨냥한 이런 기획들도 통진당 혁신 실패로 힘이 빠질 가능성이 높다. 일단은 최대 협상 파트너인 민주당의 태도가 싸늘하다. 제명안 부결 다음 날인 7월27일 민주당은 “안타깝고 유감스럽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정리하기 바란다. 지켜보겠다”라는 신중한 논평을 냈다. 

하지만 이날 민주당 최고위 분위기는 훨씬 격앙되었다고 한다. “야권연대는 이미 관심사도 아니었다. 지금 분위기에서 누가 말이라도 꺼내겠나. 박지원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등 임박한 현안 때문에 공개적으로는 삼갔을 뿐, 최고위 분위기는 험악했다. 당에서도 ‘분리수거’니 ‘보트피플’이니 하는 말이 스스럼없이 나오는 수준까지 갔다.” 한 민주당 핵심 당직자의 귀띔이다. ‘분리수거’란 옛 당권파들을 고립시켜 ‘종북’ 이미지를 떨어낸다는 의미이고, ‘보트피플’은 세력 간 연대보다는 통진당 내에서 의미 있는 정치인을 선별 영입한다는 의미다. 


‘분리수거’ ‘보트피플’ 취급

여전히 야권연대를 대선 옵션으로 간주하는 목소리는 듣기 힘들고, 지금의 통진당이라면 연대가 오히려 득표에 손해라는 판단이 대세가 되었다. 옛 당권파가 고민한다는 ‘이정희 대선 출마 후 5%대 캐스팅보트 지지율을 바탕으로 한 후보 단일화 협상’ 시나리오도 민주당에서는 ‘공상 소설’ 취급을 받는다. 

민주당도 사실상 돌아섰지만, 국민 여론도 문제다. 특히 이석기·김재연 두 의원이 국민이 아니라 당이 뽑은 비례대표라는 점 때문에, 비례대표제에 대한 불신은 높아지고 있다. 비례대표제 확대를 주장해봐야 ‘이빨도 안 들어갈 분위기’가 됐다는 평가다. 비록 비례대표 선거제도에도 당보다 국민이 의원을 선택하도록 제도 설계가 가능하지만, 당장은 그런 세부 논쟁에 관심을 가져줄 분위기가 아니다. 

진보 정당에서 손꼽히던 ‘선수’들이 당을 떠나 민주당에 입당하고, 여야의 주요 대선주자들이 하나같이 ‘중도’ 이미지를 선점하려 애쓰는 등, 한국 정치의 거의 모든 차원에서 양당제는 기정사실로 굳어져가고 있다. 따라서 제3당 통진당에게는 그러지 않아도 시간이 많지 않았는데, 7월26일 제명 부결 사태는 당의 전망을 더욱 어둡게 만들었다. 

제명 부결 직후 원내대표직을 사퇴한 심상정 의원은 다음 날 “마지막 기회였다. 국민들이 통진당이 제3당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인가 깊이 회의하게 만들었다”라고 자평했다. 엄살로 들리지 않는다.

천관율 기자 | yul@sisain.co.kr

2012년 7월 30일 월요일

참여당계 “통합진보, 대중적 진보정당 구현 불가능”


이글은 뉴스페이스 2012-07-30일자 기사 '참여당계 “통합진보, 대중적 진보정당 구현 불가능”'을 퍼왔습니다.
천호선 “창당 포함 최대한 빠른 시간내 혁신 방안 모색”

통합진보당내 국민참여당계 전·현직 간부와 당원 200여명은 29일 “수많은 국민들의 열망인 대중적 진보정당 구현은 지금의 통합진보당을 통해 이루어질 수 없음을 확인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오후 대전시 중구 기독교연합봉사회관에서 긴급 모임을 갖고 향후 진로에 대한 난상토론을 벌인 결과 “통합진보당을 통한 대중적 진보정당 구현은 실패했다는 국민적 판단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이같이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들은 “우리는 진보혁신과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 당 안팎을 아우르는 다양한 모색을 바로 시작한다”며 “이미 탈당한 당원들을 포함하여 함께 논의하고, 결정하고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진보 혁신과 국민에게 사랑받는 진보정당 실현의 꿈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가치이며, 이를 위한 우리들의 노력은 중단없이 계속될 것이다”고 결의했다. 

에 따르면 이날 토론에 참석한 천호선 최고위원은 “현재의 통합진보당에 대한 혁신가능성은 포기했다”고 말했다. 

천 최고위원은 “새로운 정당의 창당을 포함한 모든 방안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두고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혁신방안을 모색하겠다”면서 “우선 당 안에서 혁신할 수 있는 과제들에는 무엇이 있는지 정리하는 것부터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천 최고위원은 “오늘 결의문은 국민참여당 출신 당원들만 독자적으로 행동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뜻을 함께 하는 모든 당원들과 함께 움직이겠다는 뜻”이라며 “탈당한 전 당원들을 포함해 이같은 뜻에 동의하는 모든 당원들이 당 안이든 밖이든,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삼삼오오든 대규모이든 어떤 방식으로든 혁신의 방안을 함께 모색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은 전했다. 

이날 긴급 토론에는 당 해산 작업, 집단 탈당 등의 강도 높은 의견도 나왔으나 참여당계는 당장 분당의 길로 가기 보다는 당내 투쟁을 통해 구당권파를 ‘껍데기’로 만드는 당내 투쟁에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35%의 지분을 가진 참여당계는 진보신당계와 강기갑 대표 진영과의 연대 모색에 적극 나서면서 신당 창당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대선 정치 지형상 당장 창당은 힘들어 보인다. 야권연대의 공이 민주통합당으로 넘어간 상황에서 정권교체에 최대한 기여하는 방향으로 진로를 모색할 것으로 예견된다. 

모임에 참여한 당원은 에 “집단탈당 등 격렬한 내용들이 많이 나왔다, 그 내용을 결의문에서 거르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며 “빠른 시간 내에 혁신방안을 모색하고 행동에 들어갈 것이다”고 말했다. 

이날 난상토론에 앞서 유시민 전 공동대표는 당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세 질문에 ‘예스’라는 결론이 날 경우에만 “당의 자살까지 불사하는 세력과 싸우게 될 것”이라고 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안 부결사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관련기사 )

국민참여당 계열이 통합진보당에 합류한 이후 공식적으로 집단 모임을 가진 것은 처음이다. 유 전 대표가 특정 계파를 향한 글을 당 게시판에 올린 것도 통합진보당 합류 후 처음이다. 

3가지 질문으로 유 전 대표는 △대중적 진보정당으로 가자는 통합정신을 살리기 위해 당의 혁신을 도모할 수 있는 수단이나 절차가 더 남아 있는가? △그 수단이나 절차를 통해 다시 혁신을 시도할 경우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가? △그렇게 해서 일정한 성공을 거둔다고 할 경우 그 성공이 국민과 민중의 관점에서 볼 때 의미가 있는 것인가? 등을 던졌다. 

유 전 대표는 “탈당, 당해산 추진, 공개적인 당내 혁신연합 결성, 새로운 진보정당 추진체 설립 등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유 전 대표는 “소위 ‘참여계’ 당원들이 대전에서 모여 이런 문제들을 논의하게 될 것이다, 정당에 가입하기로 결심한 그 초심으로 돌아가서 아무 제한도 성역도 없이 모든 문제를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또 야권연대와 관련 유 전 대표는 “민주당은 통합진보당과 연대하지 않을 것”이라며 “진보진영과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볼 경우 통합진보당을 통하지 않고 민주노총, 농민회, 진보적 시민사회단체와 바로 손잡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유 전 대표는 “출당 조처가 실행되었을 경우 민주당은 두 의원이 의원직을 유지하면서 무소속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했을 것”이라며 “그러나 그분들이 통합진보당 당적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에 야권연대는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유 전 대표는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자격심사를 통한 제명 주장을 민주당이 마냥 배척하기는 어렵게 되었다”며 “민주노총 중집은 다음 주 정도 ‘조건부 지지철회’를 했던 기존 입장을 검토하여 지지철회와 조합원 당원의 조직적 탈당문제를 논의할 전망이다, 다만 개별 연맹이나 단위사업장 노동조합은 독자적인 집단탈당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유 전 대표는 예고대로 이날 모임에 불참했다.

당 상황에 대한 국민참여당 출신 통합진보당 당원들의 결의 

오늘 대전에 모인 200여 명의 국민참여당 출신 통합진보당 당원들은 깊이 있는 토론을 통해 우리의 뜻을 확인하고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 통합진보당 일부 국회의원들이 국민과 당원들의 뜻을 짓밟고 이석기, 김재연 두 사람의 제명을 부결시킨 것은 역사에 중대한 죄를 지은 것으로 우리는 이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고, 두 사람을 우리 당의 국회의원으로 인정할 수 없다. 

- 수많은 국민들의 열망인 대중적 진보정당 구현은 지금의 통합진보당을 통해 이루어질 수 없음을 확인한다. 통합진보당을 통한 대중적 진보정당 구현은 실패했다는 국민적 판단을 무겁게 받아들인다. 

- 지금 온 국민이 가장 바라는 것은 진보혁신과 야권연대를 통한 정권교체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현재의 통합진보당으로는 야권연대도 정권교체도 불가능하다. 이에 우리는 진보혁신과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 당 안팎을 아우르는 다양한 모색을 바로 시작한다. 

- 우리는 우리의 진로에 대해 이미 탈당한 당원들을 포함하여 함께 논의하고, 결정하고 행동할 것이다. 

- 진보 혁신과 국민에게 사랑받는 진보정당 실현의 꿈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가치이며, 이를 위한 우리들의 노력은 중단없이 계속될 것이다. 

2012년 7월 29일국민참여당 출신 통합진보당 전현직간부 당원 200여명 일동

다음은 유시민 전 공동대표가 당 게시판에 올린 글 전문

유시민입니다. 당의 혁신을 원하는 당원이 생각해 볼 문제들첨맘2012-07-29 08:51:06 (**.**.49.22)

당원 동지 여러분, 대의원 유시민입니다.

오늘 국민참여당 출신 당원들이 모임을 열어 향후 행동방침을 의논합니다.우리당은 사실상 '정파'로 구성되어 있는 만큼 모든 정파들이 비슷한 모임을 할 것이라 짐작합니다.소위 '참여계'는 정파이지만 비밀결사는 아닙니다. 공개된 정파입니다. 그래서 오늘 모임에서 나누는 이야기는 다 공개될 것입니다. 오늘 논의를 위해서, 그리고 관심을 가진 다른 당원들을 위해, 당의 혁신을 원했으나 그 소망이 좌절되었다고 느끼는 당원들이 고민해 보아야 할 문제들이 무엇인지 제 생각을 간단히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우리는 문제를 하나씩 차례차례 검토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1. 대중적 진보정당이으로 가자는 통합정신을 살리기 위해 당의 혁신을 도모할 수 있는 수단이나 절차가 더 남아 있는가?

만약 없다는 결론을 얻는다면 다음 질문은 필요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있다는 판단이 든다면 다음 질문을 해야 합니다.

2. 그 수단이나 절차를 통해 다시 혁신을 시도할 경우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가? 

만약 없다는 판단을 할 경우 다음 질문은 필요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있다는 판단이 든다면그 다음 질문을 합니다.

3. 그렇게 해서 일정한 성공을 거둔다고 할 경우 그 성공이 국민과 민중의 관점에서 볼 때 의미가 있는 것인가?

이 세 질문 모두 '예스'라는 결론이 날 경우에만, 우리는 통합진보당의 혁신을 가로막고 작은 기득권을 지키려고 당의 자살까지 불사하는 세력과 싸우게 될 것입니다. 혁신을 추진할 절차나 수단이 더이상 없다면, 있다고 해도 그 방식으로는 혁신에 성공할 가능성이 없거나, 수단이 있고 가능성도 있지만 그렇게 해서 성공한들 그 성공이 별 정치적 의미가 없다고 한다면, 굳이 당 안에서 혁신을 위한 투쟁을 계속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이럴 경우 마지막 질문을 가지고 토론해 보아야 합니다.

4. 당 안에서의 혁신투쟁이 더이상 불가능하거나 성공할 수 없거나 성공해도 의미가 없다고 할 경우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당원게시판을 보면 탈당, 당해산 추진, 공개적인 당내 혁신연합 결성, 새로운 진보정당 추진체 설립 등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무엇을 하든 뜻을 모아서 함께 하자는 권유도 있고 혼자 결정하는 당원도 있습니다. 누가 옳다고 말하기는 어렵겠지요. 어쨌든 오늘 소위 '참여계' 당원들이 대전에서 모여 이런 문제들을 논의하게 될 것입니다. 정당에 가입하기로 결심한 그 초심으로 돌아가서 아무 제한도 성역도 없이 모든 문제를 다룰 것입니다.

'참여계' 당원 동지들께 한 가지 부탁을 드립니다. 저는 오늘 토론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의 판단과는 상관없이, 저의 거취문제를 전혀 고려하지 말고 각자의 입장에서 주체적으로 결정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렇게 합니다. 저는 여러분이 향후 행동방침에 뜻을 모으면 그것이 무엇이든 그대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제가 토론에 참석하면 자칫 여러분이 스스로 자주적으로 결정하는 데 짐이 될까 두려운 마음에 이렇게 미리 제가 진로를 고민할 때 늘 생각하는 질문 몇 가지를 미리 말씀드리는 것입니다.좋은 토론 기대합니다. 그리고 토론 요지와 결과를 대중적 진보정당의 꿈을 지닌 모든 당원들과 공유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사족: 간략한 상황보고를 드립니다.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 모두 채택했고 통합진보당의 2012년 정치방침이었던, 진보통합 야권연대 진보적 정권교체 전략은 효력을 상실했습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과 연대하지 않을 것입니다. 진보진영과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볼 경우 통합진보당을 통하지 않고 민주노총, 농민회, 진보적 시민사회단체와 바로 손잡을 것으로 보입니다. 출당 조처가 실행되었을 경우 민주당은 두 의원이 의원직을 유지하면서 무소속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분들이 통합진보당 당적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에 야권연대는 불가능해졌습니다.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자격심사를 통한 제명 주장을 민주당이 마냥 배척하기는 어렵게 되었습니다. 민주노총 중집은 다음 주 정도 '조건부 지지철회'를 했던 기존 입장을 검토하여 지지철회와 조합원 당원의 조직적 탈당문제를 논의할 전망입니다. 다만 개별 연맹이나 단위사업장 노동조합은 독자적인 집단탈당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글을 쓸 때마다 해오던 사과, 오늘도 드립니다. 통합시의 공동대표로서 대중적 진보정당을 구현한다는 총합정신을 실현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 다시 한번 엎드려 용서를 청합니다.

이진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