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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20일 일요일

"쌍용차 국정조사는 정체성 문제… 양보 못한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3-01-18일자 기사 '"쌍용차 국정조사는 정체성 문제… 양보 못한다"'를 퍼왔습니다.
[인터뷰] 민주당 우원식 "민주, 귀족주의-패권주의 버려야"

18대 대선이 끝나고, 쌍용자동차 국정조사가 돌연 정치권의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대선 직후 이어진 해고노동자들의 '절망 자살' 영향이 컸다. 야당은 "쌍용차국정조사는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이라며 대여공세를 폈고, 여당은 "일부 의원의 의견이었을 뿐"이라고 맞섰다.  정치권이 갑론을박하는 사이, 지난 10일 쌍용차 사태와 관련해 의미 있는 합의안이 도출됐다. 쌍용차 경영진과 노조가 무급휴직자 455명 전원 복직에 합의한 것. 여야 모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그러나 쌍용차 문제 해결의 실타래는 더욱 꼬였다. 새누리당은 무급휴직자 복직을 근거로 "희망퇴직자, 정리해고자 문제 역시 노사 합의에 달려있다"며 정치권 개입 반대를 주장하고 나선 것. 이에 민주통합당은 "무급휴직자 복직은 국정조사를 피하기 위한 꼼수"라고 반박하고 있다.  쌍용차 국정조사 문제는 급기야 1월 임시국회 개회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24일 임시국회 개회까지 남은 시간은 불과 5일. 민주통합당 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는 "그럼에도 결코 물러설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지난 17일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절박하다"는 생각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우 수석부대표가 밝힌 '국정조사가 절박하고, 그래서 물러설 수 없는' 이유는 "고통 당하는 99% 사람들에게 필요한 일"이고 "국민의 신뢰와 연결된, 나아가 민주당의 정체성과 결부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잇달아 패배한 민주당의 쇄신 방향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패권주의와 야당 귀족주의를 탈피하고, '싸가지 없는' 태도를 고칠 때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 수석부대표와 인터뷰는 전홍기혜 편집국장이 진행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편집자

"이한구, 대기업 출신 원내대표의 대기업 감싸기"

프레시안 : 쌍용차 국정조사와 임시국회 일정이 여야 이해관계와 얽혀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우원식 : 오늘(17일) 의원총회에서 1월 임시국회 협상과정에 대해 보고했다. 우리는 많이 양보했는데도 새누리가 꿈쩍 않는다. 이에 홍희락 의원이 '민주당의 패배 원인 중 하나가 신뢰 부족이다. 새누리당은 늘 당당하게 협상에서도 다 얻고 우리는 늘 원칙을 관철하지 못한다. 그게 국민들에게 민주당의 신뢰를 잃게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쌍용차 문제도 원내일정 이런 거 다 던지고 끝까지 가야 한다고 하더라.

물론 최종적으로는 의원들의 총의가 모아져야 한다. 국정조사 처리 문제가 나머지 일정과 연계되기 때문이다. 다만 쌍용차 국정조사는 명백히 우리의 정체성에 달려 있는 문제다. 대선 기간에도 우리의 정체성이기 때문에 주장한 것이다. 국정조사를 꼭 해야만 한다.

프레시안 : 새누리당 내 여론은 어떤 것 같나.

우원식 : 협상을 하면서 보니, 일단 이한구 원내대표가 정말 세다. 손톱만큼도 들어갈 틈이 없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개인 의견이다. 새누리당 전체 의견이 아니다. 김무성 전 총괄선대본부장이 선대위를 대표해서 국정조사에 찬성했고, 황우여 대표는 선거 끝나고 당을 대표해서, 또 환노위 간사인 김성태 의원도 환노위를 대표해서 말했다. 심지어 김재원 의원도 친박계인데 선거 공약 지키자는 차원에서 찬성했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원내지도부라고 해서 그냥 관철시키려는 것 같다. '대기업 출신 원내대표의 대기업 감싸기'라고 본다.

이한구 원내대표뿐 아니라 새누리당 모든 의원의 본심이 쌍용차 국정조사 반대일 수도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지금 여러 가지 국정운영에 관한 고민도 있을 거다. 여당이고, 국정운영에 더 큰 책임이 있으니 야당의 요구를 아예 무시할 수도 없다는 입장도 있을 것이다. 초반전부터 야당의 요구 무시하고 단독으로 출범시키기엔 부담이 따르는 게 사실이다. 새누리당 의원이라도 우리랑 같이 (국정조사 건에 대해) 할 수 있으면 연대도 할 수 있으리라 본다.

"쌍용차 국정조사, 국민 신뢰의 문제"

프레시안 : 1월 임시국회 결렬까지 고려하겠다는 입장인 것 같은데, 사실 요즘 당내 의견을 보면 '너무 좌클릭 해서 대선에서 졌다'는 의견도 적지 않은 것 같다.

▲ 민주통합당 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 ⓒ우원식 의원실 제공

우원식 : 나는 당내에서 '좌냐, 우냐' 갖고 싸우는 건 정말 하찮은 논쟁이라고 본다. 열린우리당 초기에도 '실용이냐, 개혁이냐'를 갖고 싸운 적이 있다. 그때 내가 '허생전'에 빗대서 쓴 글이 있다. 허생이 북벌 가는 사람들에게 상투를 자르고 도포도 벗고 가자고 했다. 이것은 굉장한 개혁이지만 현실적인 실용이다. 근데 허생이 나중에 곤궁해지니 말총을 매점매석해서 떼돈을 벌었다. 이는 돈 벌기 위한 실용이지만 반개혁이다. 우리가 경계할 것은 실용을 빙자한 반개혁이다.

사실 가장 실용적인 게 가장 개혁적일 수 있다. 마치 따로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기도 하는데, 가장 실용적인 게 진보다. 몇몇 기득권자들한테 우원식 : 나는 당내에서 '좌냐, 우냐' 갖고 싸우는 건 정말 하찮은 논쟁이라고 본다. 열린우리당 초기에도 '실용이냐, 개혁이냐'를 갖고 싸운 적이 있다. 그때 내가 '허생전'에 빗대서 쓴 글이 있다. 허생이 북벌 가는 사람들에게 상투를 자르고 도포도 벗고 가자고 했다. 이것은 굉장한 개혁이지만 현실적인 실용이다. 근데 허생이 나중에 곤궁해지니 말총을 매점매석해서 떼돈을 벌었다. 이는 돈 벌기 위한 실용이지만 반개혁이다. 우리가 경계할 것은 실용을 빙자한 반개혁이다.

사실 가장 실용적인 게 가장 개혁적일 수 있다. 마치 따로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기도 하는데, 가장 실용적인 게 진보다. 몇몇 기득권자들한테 실용적인 건 보수가 아니라 반개혁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올바른 보수라 하면 그건 진보다.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 같은 친일파가 보수라고 한다. 건전한 보수는 지금 진보로 인정받는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가 그 예다. 본인은 보수라 하는데 가장 진보적인 사람으로 보인다. 결국 우리가 우쪽으로 가자, 좌쪽으로 가자고 하는 건 허상이다. 가장 실용적 관점에서 고통 당하는 99%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게 뭔지를 찾아가야 한다. 쌍용차 국정조사는 우냐 좌냐의 문제가 아니고, 신뢰의 문제고, 국민이 어떤 처지인지를 어떤 시각에서 바라보느냐의 문제다. 좌클릭 해선 안 된다며 국정조사 반대하는 거라면, 뭐하러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을 따로 만들고 있겠나.

프레시안 : 남재일 전 노동부 장관이 (프레시안) 신년인터뷰에서 '민주당은 야당의 역사를 보면 결코 작은 정당이 아니다. 대선 패배원인 중 하나가 원내투쟁을 너무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원내에서 강한 야당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우원식 : 내일(18일) 대한문에 가서 농성자분들에게 협상 상황을 보고하려 한다. 그러면서 우리 자신도 (단단하게) 매는 것이다. 저 사람들(새누리당)은 다 해결됐다고 하는데, 해결된 게 무급휴직자 복직, 그 하나밖에 없다. 이건 꼼수나 다름없다. 민주당이 현장 다니고 국정조사 여론이 확 올라오니까 느닷없이 국정조사 피해가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새누리당이 회사 가서 (쌍용차 노사와 이야기하는) 그림도 만든 것이다. 그러나 쌍용차 경영진의 불법적인 회계조작, 기획부도, 무리한 공권력 투입 등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게다가 2000명이나 되는 희망퇴직자 문제가 남아 있는데 일각을 해결했다고 이런 문제를 덮는 건 우리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물론 당내에서도 국정조사에 호의적이지 않은 그런 기류가 아주 없을 순 없는데, 그러니까 원내 지도부 의지가 중요하다.

프레시안 : 쌍용차 해고 노동자 등 현장에서 만난 노동자들의 가장 큰 요구는 뭔가.

우원식 : 복수노조제가 시행된 이후에 노조파괴행위가 굉장히 심해졌다는 것이다. 내가 17대 때 환노위 소속이었는데 그때랑은 완전히 분위기가 다르다는 게 느껴진다. 전에는 민주노총이 귀족노조여서 내가 민노총에 안 좋은 소리도 하고 그랬다. 그런데 지금 보니 민주노총 소속의 산별노조 사람들이 회사에서 만든 기업노조에 밀린다. 굉장히 심각해 안쓰럽다.

프레시안 : 만약 국정조사가 성사된다 하더라도 성과가 무척 중요할텐데.

우원식: 일단 성사되기만 하면 나머지는 야당에 달려있다. 새누리당이 아무리 비협조적으로 나오더라도 그 다음부턴 우리 몫이다. 벼르고 있으니, 잘 될 거라고 본다.

"민주당 재건하려면, '야당 귀족주의' 습성부터 버려야"

프레시안 : 화제를 조금 돌리자. 민주통합당의 대선 패배, 원인이 무엇이라 보는가.

우원식 : 당내 패거리 문화가 문제다. 친노니, 비노니 하고 가르는데, 아주 웃기는 소리다. 그야말로 패 가름을 위한 가름이다. 친노니, 비노니 하는 패 가름은 결국 선거에서 일대일 구도만 만들면 무조건 이길 수 있다고 하는 근거 없는 낙관론이 만든 허상이다. 그러니 패거리 져서 당내에서 이기려고 온갖 수를 다 쓴다. 편을 먹고 패권을 쥐면 된다, 이거다. 그래서 내용도 안 보고 일단 싸우고 보는 것. 이걸 넘어서야 한다.

민주당의 현주소다. 총선 때도 그랬다. 공천을 누구로 하든지 일대일로만 만들면 된다는 생각으로 엉망진창으로 공천했다. 그래서 국민 신뢰를 못 받고, 당내 갈등도 심해지고 그 여진이 남아 대선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프레시안 : 민주당의 또 다른 문제점들을 짚어달라.

우원식 : 두 번째 문제는 민주당이 현장에 없다는 것. 나는 평민당 시절 때 (정치권에) 들어왔다. 당시에 나는 국회의원 할 생각은 없었고, 그보단 당 개혁해야겠다 싶어서 인권위원회 부국장을 했다. 2년간 인권침해 현장을 다니면서 인권백서도 냈다. 그만큼 현장을 많이 다녔다. 근데 민주당은 지금 그런 게 없어졌다. 당이 어느새 현장에 없다.

▲ 민주통합당 노동대책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7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쌍용자동차 국정조사 촉구 기자회견을 갖기 전 농성장을 방문해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정우 지부장 등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뉴시스

세대별로는 20대부터 40대, 소득별로는 월 200만 원에서 600만 원의 중산층, 이 사람들은 자기 소리를 내는 사람들이다. 국회 안에 앉아 있어도 다 들린다. 근데 진짜 어려운 사람들, 우리가 표를 받아야 할 월 200만 원 이하의 정말 어려운 사람들과 10년 전 노무현을 찍었던 40대, 지금의 50대가 지금 굉장히 불안하다. 직장도 쫓겨나고 불안하고 어려운 사람의 목소리는 국회에 앉아 있으면 잘 안 들린다. 현장에서 신뢰를 얻었어야 하는데, 어려움에 대해 당 사람들이 고민해본 적이 없다. 그런걸 보면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이나 똑같다.

프레시안 : 지난 대선 유세에서 박근혜 후보는 시장 등 서민들이 모이는 장소를 찾아갔다. 유세가 끝나고 나면 수행원들이 상인들이 파는 물건을 한 보따리씩 사줬다더라. 그게 시장 사람들의 입소문을 통해 그 층에 퍼졌다고 한다. 반면 문재인 후보는 광화문 광장 등에서 자기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유세에 집중했다. 그런 작은 차이가 선거판을 좌우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우원식 : 민주당이 현장에서 신뢰를 잃은 이유는 '야당 귀족주의' 때문이다. 10년 집권하는 동안 현장 마인드를 다 잃어버렸다. 일대일 구도만 만들면 되니까 당내투쟁에 몰두하고 현장에서 신뢰를 잃어갔다. 권력 맛을 보고 기득권화되면서 어려운 현장 찾아가는 걸 꺼리고 당 조직도 없어졌다. 인권위나 노동위도 없고, 홍보 같은 지원기능만 남았다. 지구당도 선거운동원 뽑아주는 것 말고 현장에서 하는 일이 없다. 다시 말해 생활정치가 없어졌다. 현장에서 사람들이랑 막걸리 먹으면서 '이명박 나쁜 놈' 소리도 해야 하지만, 그보단 사람들에게 '우리 지역에서 민주당이 저런 일도 하는구나'하는 걸 알려야 한다.

세 번째는, 정말 '싸가지가 없다'는 것. 우리당 사람들이 국민들한테 진지하지 못한 것 같다. 상대방 가슴에 못 박는 소리를 잘한다. 물론 젊은 사람들은 '시원하다'고 팬클럽도 만들고 하지만 대다수의 대중은 그런 태도가 기분 나쁠 수밖에 없다. 근데 이런 태도들이 당에 체질화돼있다. 말 함부로 하고, 사람 규정하는 식의 태도들.

결국 패권주의, 야당 귀족주의, 태도의 세 가지 문제가 민주당을 망쳤다.

프레시안 : 새로 꾸려진 비대위원회 그리고 비대위를 이끄는 문희상 위원장이 앞으로 얼마만큼 제 역할을 할 것 같나.

우원식 : 사실 문희상 위원장에 대해선 당 내에서 말도 좀 있었던 게 사실이다. 범 친노니까 불만을 얘기하고, 나이 많아서 안 된다는 지적도 있고, 되자마자 문재인 끌어내서 사과시키겠다는 얘기 듣고 친노 진영에선 싫어했다. 그런데 사실 문 비대위원장은 아무 사욕이 없으신 분이다. 진정성도 있다.

프레시안 : 새 지도부를 뽑는 다음 전당대회가 아주 치열할 것 같다.

우원식 : 정말 백가쟁명의 생각이 나올 것 같다. 당을 살리기 위한 여러 방안이 제기될 것이다. 이제 새로운 리더십으로 가야 한다. 기존 방식, 기존 인물을 탈피한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서어리 기자(=정리)

2012년 8월 6일 월요일

강기갑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 패권주의와 결별, 신당 창당


이글은 노컷뉴스 2012-08-06일자 기사 '강기갑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 패권주의와 결별, 신당 창당'을 퍼왔습니다.
"당의 발전적 해체" 필요


강기갑 통합진보당 대표가 6일 "대중적 진보정당을 건설하겠다"며 구당권파와 결별 후 신당 창당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강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당원과 국민들에게 절망과 환멸을 초래한 패권주의와 철저히 결별하고 민주적이며 상식적인 진보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통합진보당이 창당정신인 대중적 진보정당의 가능성을 상실했다는 낭패감을 확인했다"며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떠나고, 당을 지지하는 대중조직은 발길을 돌리고, 국민께 드렸던 정권교체의 비전은 물거품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진보정치의 재건을 위해 남은 길은 통합진보당을 뛰어 넘는, 진보정치가 필요한 노동자 서민을 위해, 진보정치를 지지하는 국민 앞에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이라는 대안을 내 놓아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름을 바꾸고 정강정책을 손보는 정도의 재창당으로는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되찾을 수 없다"며 "진보정치의 재건을 위해 당의 발전적 해소를 포함한 다양한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버리지 않으면 얻을 수 없고, 비우지 않으면 채울 수 없다. 지금 진보정치의 재건을 위해서는 사즉생의 각오만이 필요하다"며 "모든 당원 여러분은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의 길로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CBS 김효은 기자

2012년 5월 30일 수요일

보수언론 색깔론에 숨은 무서운 음모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5-30일자 기사 '보수언론 색깔론에 숨은 무서운 음모'를 퍼왔습니다.
[미디어 초대석] 박원석 통합진보당 새로나기특별위원회 위원장

지난 5월2일, 조준호 전 대표(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결과 발표 이후 통합진보당 관련 보도가 나오지 않은 날이 거의 없다. 역설적 상황이지만 통합진보당은 한 달 가까이 여론의 중심에 서있다.
출발은 비례대표 후보 경선 과정에서 나타난 부실, 부정선거 의혹이었으나 지금은 색깔론에 이르렀다.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사안마다 이념적 색채를 씌워 통합진보당을 종북주의 당으로 낙인찍으려는 보도 형태가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필자는 지난 5월23일 통합진보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강기갑) 산하 새로나기특별위원회(이하 새로나기특위) 위원장을 맡았다. 당원들과 국민들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뼈를 깎는 쇄신의 노력을 해 나갈 것이다.
새로나기특위는 당이 위기 상황에 이르기까지 누적된 근본적 문제들을 진단하고, 현대화 된 대중적 진보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재창당 수준에 버금가는 당의 근본적 혁신 과제를 도출하고 제시하기 위한 특별 기구다.
새로나기특위는 당 혁신을 위하여 첫째, 패권주의와 정파주의를 넘어선 민주적 당 운영을 확립하기 위한 방안 마련, 둘째, 선명한 민생정당, 다양한 진보의 가치에 조응하는 미래지향적 현대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한 당의 가치와 비전, 정책노선 재정립, 셋째, 노동정치를 복구하기 위한 방안 마련, 넷째, 폐쇄적 진보를 극복하고 유연하고 개방적인 대국민 소통능력을 제고할 방안을 마련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중 제일 중요한 게 패권주의와 정파주의를 넘어서는 것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특위 활동의 목표를 두고 ‘종북 청산’이라고 말하는데,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필자는 그와 같은 이념적 프레임에 동의하지 않는다. 지금 우리에게 시급한 혁신의 과제는 당 운영에 있어서 민주주의 확립이라 할 수 있다.
통합진보당은 평화와 통일을 지향하는 정당이며 그와같은 지향이 반영된 정강정책은 종북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다만, 남북관계, 한미관계에 대한 인식과 대응에 있어서 변화하는 국제정세와 동북아 정세를 충분히 반영한 좀 더 실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열린 사고로 논의해 볼 수 있다는 것이 필자의 의견이다.
그런데 이에 대해 언론은 선정적 제목을 붙여 보도한다.

“주한미군 철수 강령 재검토”(SBS, 5.24)“통합진보 ‘종북’ 탈피 돌입, 새로나기 특위 구성”(매일경제, 5.24)“자주파 ‘시대착오적 대북관’ 여전히 침묵·회피로 일관”(경향신문, 5.24)“통진, 애국가 부를 수 있다. 노선투쟁 본격화?”(동아일보, 5.25)심지어 “북 세습 수령 독재 옹호해선 진보 거듭날 수 없다(조선일보, 5.25)”는 제목의 사설도 등장했다.
언론의 과잉 보도는 “오랜 세월 통합진보당을 사랑하는 당원들과 지지자들에게 논란을 야기하고, 당 내 갈등을 증폭시켜 당의 분열과 종국에 분당으로까지 몰아가려는 언론을 통한 공작을 단호히 거부하며, 악의적 왜곡보도가 발생 할 때는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임을 분명히 밝힙니다.”라는 반박 보도자료(5.24)까지 내도록 만들었다.
언론의 색깔론을 신호탄으로 새누리당은 이석기·김재연 당선자를 제명하자고 민주통합당에 공식적으로 제안했다. 검찰 역시 지난 5월 21일 공당의 당원명부를 강탈해 가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를 저질렀다.
보수언론이 프레임을 짜고 검찰과 새누리당이 발빠르게 움직이는 것. 익숙한 장면이다. 통합진보당 죽이기 의도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나아가 야권연대를 흠집내고 깨뜨려 연말 대선에서 정권을 연장하려는 정치공작의 냄새마저 난다.
통합진보당은 진보의 토양이 척박한 한국사회를 대표하는 진보정당이다.
반값등록금, 비정규직 문제, 무상교육, 무상의료 등 한국사회에서 통합진보당이 과거에 해온 역할을 이어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통합진보당의 혁신을 바란다면 선정적 보도나 색깔론이 아니라 사실에 근거한 보도, 애정 어린 비판을 부탁드린다. ‘미워도 다시 한 번’의 마음으로 말이다.

박원석 통합진보당 새로나기특별위원회 위원장 | media@mediatoday.co.kr  

2012년 5월 7일 월요일

“당권파, 부정 아니라며 버티는 것보고 소름 끼쳐”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5-06일자 기사 '“당권파, 부정 아니라며 버티는 것보고 소름 끼쳐”'를 퍼왔습니다.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단과 운영위원들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속개될 예정이던 전국운영위원회의장에 들어가려다 가로막는 당권파 당원들에게 막혀 있다. 지난 4일 오후 시작된 19대 총선 비례대표 후보 경선과정 부정의혹 대책 전국운영위원회는 밤새 진행되다 당권파의 방해로 중단돼 이날 전자회의로 속개됐다. 뉴스1

진보정치의 재구성 (상)패권주의 조직 틀 깨야
지지자들 “힘의 논리 안돼” “이름만 진보인 것 같다”
정파적 기득권 버리고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 만들때

“현장에 가보면 활동가들 어깨가 바닥까지 처져 있다. 조합원들이 후원금 돌려달라, 탈당한다 난리란다. 현장이 무너진 자리, 종파만 독버섯처럼 자란다.”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5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통합진보당 부정경선 파문과 4~5일의 전국운영위원회 파행을 지켜보고 쓴 글이다. 김 지도위원은 ‘종파’라는 표현에 대한 팔로어의 문제제기에 대해 “종파가 문제가 되는 건 사실 아닌가요? 그래서 정파가 아닌 종파란 표현을 쓴 거구요. 건전한 활동을 문제삼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김 지도위원처럼 통합진보당에 실망한 이들은 적지 않다. 특히 4·11 총선에서 통합진보당을 찍었던 이들은 참담한 심경을 드러냈다. 30대 회사원 박아무개씨(경기도 성남시)는 “정말 충격이다.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과 다른 게 뭐냐. 진보의 목소리를 키워야 한다는 생각에서 통합진보당을 찍었는데, 이름만 진보인 것 같다. 반성도 제대로 안 하고, 수습책 놓고 싸우고…”라고 했다.
대학 시절 자주파(NL) 쪽에서 학생운동을 했다는 대학원생 김아무개씨는 이렇게 말했다. “당권파의 패권주의가 싫었지만, 그게 그들 나름대로 ‘풀뿌리 정치’의 노하우나 실력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국운영위에서 당권파가) 부정경선 조사 결과를 두고 ‘부정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다’며 버티는 것을 보고 소름이 끼쳤다. 그게 국회 의석 13석의 제3당에서 할 수 있는 말이냐.”
“민주당이 희망을 보여주지 못하니 통합진보당에 기대를 걸었다”는 지지자 이아무개(31·서울 대방동)씨는 “다수가 되면 뭐든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힘의 논리와 스스로를 돌아볼 줄 모르고 잘못해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구시대 운동권의 악습이 엮인 결과”라고 평했다.
통합진보당은 어쩌다 지지자들로부터 이런 얘기를 듣는 처지에 놓인 것일까. 전문가들은 우선, 총선을 앞두고 옛 민주노동당과 옛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탈당파가 모여 당을 급조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통합진보당은 야권연대라는 정치적 기회를 통해 교섭단체까지 만들 수 있다는 전망 아래 만들어졌다. 그러니 이념과 정책·가치를 공유하기보다, 파벌이 연합한 정당의 성격을 띨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는 당권파의 뿌리 깊은 ‘패권주의’와 끼리끼리 모이는 정파주의가 원인으로 꼽힌다. 현재 통합진보당 당권파는 1991년 민중운동 진영이 만든 연대체인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이하 전국연합)에서 출발한 경기동부연합과 광주전남연합 출신이 다수를 차지한다. 1997년 대선 당시 전국연합은 진보 후보인 권영길 ‘국민승리21’ 선거운동본부에 참여했는데, 정작 선거에선 다수가 김대중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후보를 지지했다. 이때 끝까지 권 후보를 지지하고, 평등파(PD)와 손잡고 민주노동당 창당까지 함께한 이들이 바로 경기동부연합이다.
그런데 창당 이후 전국연합이 뒤늦게 민주노동당에 참여하고, 당 규모가 커지면서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졌다. 그 결과 패권주의와 정파 논란이 불거졌다. 추가로 입당한 자주파가 경기동부연합과 함께 빠르게 당을 장악하면서, 이전까지 다수였던 평등파는 6 대 4로 밀리게 된다. 경기동부연합의 근거지라 할 수 있는 민주노동당 수원지구당에서 활동했던 한 관계자는 “국가보안법에 의해서 언제든 붙잡혀 갈 수 있다고 생각했던 이들은 동료에 대한 애착이 무척 강했다. 하지만 같은 정파의 동료 이외에는 자신들의 사상을 지키기 위한 도구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었고, 이것이 결국 다른 세력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패권주의로 드러났다. 민주노동당 시절에도 자기 정파의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대리투표를 하거나 투표함을 옮기며 표를 모으는 일을 했었다”고 밝혔다. 패권주의와 정파에 대한 우려는 일찍부터 당 공식 기관지에서도 다뤄질 정도로 심각했다. 민주노동당 기관지 는 2003년 149호에서 “정파는 분명히 존재하는데, 그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것, 즉 드러나지 않는 권력으로 작동함으로써 결정은 하나, 그 결과는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이 민주노동당 내 정파 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경기동부연합 등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조현연 성공회대 교수는 ‘민주노동당 분당 과정 연구’라는 논문에서 “당은 21세기에 활동하고 있는데 내부 정파구조와 질서는 20세기적 낡은 사고와 전망에 갇힌 채 형성됐다”며 “낡은 정파질서를 타파하지 않고서는 ‘운동권 동창회’를 넘어설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2006년 당대표 선거 직후에도 위장전입, 집단 주소이전, 당비 대납, 대리투표 등의 부정선거 의혹이 공개적으로 제기됐지만, 그럴 때마다 제대로 치유하지 않고 문제를 봉합한 점도 이번처럼 최악의 사태를 불러온 배경이 됐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교수는 “당내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하고 논의하면 자칫 보수 세력에게 공격의 빌미를 주게 되고, 그러면 당 존립 자체가 위험해진다고 판단해 문제가 있다고 여겨도 덮고 넘어갔다”고 말했다. 이번 부정경선 조사 결과를 놓고 당권파가 “조·중·동에 먹잇감을 던져줬다”고 비난하는 것은 이런 인식의 연장선이다. 김윤철 경희대 교수는 “이번 부정경선 파문을 진보정치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이제 국민들이 통합진보당의 정파에 대해 속속들이 알게 됐다. 각 정파들은 근본적인 혁신을 통해 당내 주도권이 아니라, 누가 더 시대적 상황과 국민적 요구에 부합하는 이념·정책·인물을 갖고 있느냐를 놓고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혜정 김보협 김외현 기자zest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