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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22일 수요일

<뉴스타파> ‘국정원 트위터’ 보도, 메이저언론 외면…네티즌 “화난다”


이글은 go발뉴스 2013-05-21일자 기사 '(뉴스타파) ‘국정원 트위터’ 보도, 메이저언론 외면…네티즌 “화난다”'를 퍼왔습니다.
최승호 “여론 일으켜 달라”…김용진 “방송사, 국정원보다 참돔가격이 더 중요”

“국정원과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트위터 그룹의 핵심계정 가운데 하나가 국정원 직원의 계정인 것으로 확인됐다”는 (뉴스타파)의 보도가 나왔지만 몇몇 인터넷 매체 외에 이른바 ‘메이저 언론’으로 불리는 중앙언론사들은 해당 보도를 외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뉴스타파)는 지난 17일 방송한 ‘뉴스타파N’ 12회를 통해 “지난 대선 기간 등의 시기에 트위터 상에서 정치 개입 트윗 등을 집중적으로 게시한 국정원 추정 트위터 그룹의 핵심 계정 nudlenudle 사용자가 43살 이 모씨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이를 바탕으로 국정원에 정통한 여러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신원을 최종 확인한 결과 이 씨는 국정원 심리정보국에서 활동했던 직원으로 확인됐다”며 “이 씨는 지난 4월 중순까지 국정원 심리정보국에서 근무했으며 남재준 신임 국정원장이 부임한 뒤 인사발령이나 현재는 비정보파트 부서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전했다.


▲ (사진=뉴스타파 방송화면 캡쳐)

그러나 21일까지(뉴스타파)의 리포트를 직접적으로 인용보도한 매체는 ‘go발뉴스’를 비롯해 (뷰스앤뉴스), (미디어오늘),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미디어스)등 인터넷 언론들에 불과했다.
이와 관련, ‘뉴스타파N’의 진행을 맡고있는 최승호 앵커(MBC 해직PD)는 자신의 트위터(@MBC_PDChoi)를 통해 “뉴스타파의 대특종, ‘국정원 트위터로 대선개입 최종 확인!’ 아직 아무 언론도 보도하지 않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검찰이 무시하면 그만입니다. 시민 여러분이 여론을 일으켜 주십시오. 정말 중요한 보도입니다”라고 호소했다.
‘자로’라는 닉네임의 한 네티즌은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에 “최승호 PD의 절박한 호소가 담긴 트윗이 SNS를 온통 뒤덮고 있다”며 “하지만 뉴스타파의 핵폭탄급 보도가 나간지 벌써 3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메이저 언론사 중 어느 한 곳도 이를 보도한 곳은 없다. 단지 인터넷 언론사 몇 곳에서만 보도가 나갔을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정말 화가나는 것은 그나마 진실과 가까운 언론이라고 믿고있던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 마저도 이 사건에 대해 아직 이렇다할 보도를 내놓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화가난다”고 덧붙였다.
이 네티즌의 말대로 21일까지 (뉴스타파)의 리포트를 직접적으로 인용보도한 매체는 ‘go발뉴스’를 비롯해 (뷰스앤뉴스), (미디어오늘),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미디어스) 등 인터넷 언론들이다. 트위터 아이디 ‘@winterq****’은 “뉴스타파 특종! 나라가 뒤집어져야할 일인데...언론들이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이 가운데 (미디어스)는 19일 “주말(18~19일) 사이에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 중요한 사실이 확인되고 충격적인 내용의 문건이 폭로됐으나 방송3사는 이를 아예 외면하거나 축소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이 매체는 진선미 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국정원 작성 추정 ‘반값등록금 문건’을 언급하며 “KBS ‘뉴스9’과 SBS ‘8뉴스’는 이를 단신처리했으며 MBC ‘뉴스데스크’는 아예 보도하지도 않았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어 “방송 3사 메인뉴스는 국정원 방송3사 메인뉴스는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 관련 뉴스보다 ‘화장하는 남자 는다’, ‘베란다의 황조롱이’(KBS) ‘양식보다 싼 자연산 참돔’, ‘이제는 관찰예능 시대’(MBC) ‘시원~한 국물? 입맛 버린다’, ‘얼굴 크기만한 동백꽃 활짝’(SBS) 등과 같은 상대적으로 연성 아이템을 다룬 뉴스의 보도 가치가 더 높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승호 앵커는 (미디어스)와의 인터뷰에서 “둘다 매우 중요한 사안이고 검찰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데, 정작 (영향력이 큰) 방송사들은 관련 보도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 특히, KBS와 MBC는 국정원 사건이 박근혜 정부에게도 불리한 이슈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상당히 문제있는 행태”라고 밝혔다.
최 앵커는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은) 민주주의의 근원을 뒤흔드는 중차대한 문제다. 진실을 밝힘으로써 국정원이 다시는 이런 일을 저지를 수 없도록 해야 하는데, 과연 현재 상황에서 검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지 우려된다”며 “뉴스타파는 계속 새로운 사실을 발굴해서 보도하고 있으나 다른 매체들은 소극적이고 특히 (영향력이 큰) 방송사가 관련 보도를 전혀 하지 않아 일반 대중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는 트위터(@kbsmuckraker)에 해당 기사를 링크한 후 “KBS, MBC 메인뉴스는 국정원게이트보다 화장하는 남자와 참돔 가격이 더 중요하다. 이것들이 공영방송을 참칭하고 있으니”라고 비판했다.
한편, (뉴스타파) 초대 앵커인 노종면 YTN 해직기자(@nodolbal)는 21일 ‘방송이 국정원 이슈를 다루는 방식’이라는 제목의 트윗을 통해 “오로지 검찰 받아 쓰기. 국정원 여론조작 문건의 잇단 공개와 작성자의 청와대 근무, 트위터 조작질 계정 신분이 국정원 요원이란 사실은 무시하고 검찰 수사 상황만 전한다”고 꼬집었다.
노 기자는 “검찰수사 외 지상파 방송이 보도한 것: K-박원순 문건만, S-등록금 문건만, M-Nothing..문건작성자 청와대 근무, 국정원 요원 트위터 계정 확인은 K,M,S 모두 침묵”이라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YTN에 대해서도 노 기자는 “보도채널 YTN은? 단신은 지속적으로 쓰는데 리포트는 전무”라며 “이런 양태는 기자의 의욕을 위에서 틀어막는 상황 의심케 함. MBN 등 종편이 차라리 YTN보다 적극 보도”라고 주장했다.



문용필 기자  |  balnews21@gmail.com

2013년 5월 2일 목요일

국정원 비판 심상치 않은 여론… 20대 여성들 촛불 켠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5-02일자 기사 '국정원 비판 심상치 않은 여론… 20대 여성들 촛불 켠다'를 퍼왔습니다.
국정원 압수수색 세계 외신 타진 이슈 파장에 주목, 국정원 비판 자발적 촛불집회로 발전하기도
국가정보원 선거 개입 사건에 대한 여론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지난달 18일 경찰 수사 결과 발표를 재빨리 타진했던 외신들은 검찰의 국정원 압수수색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수사 결과에 따라 정권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외신들도 압수수색에서 어떤 물증이 나올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국정원 선거 개입을 비판하는 자발적인 촛불집회도 앞두고 있다. 
지난 4월 30일 검찰의 전격적인 국정원 압수수색이 있던 날 뉴욕타임스는 "검찰은 국정원이 국가정보원과 고용된 일반 시민 블로거들을 투입해서 지난 12월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와 관련하여 화요일 국정원 중앙 본부를 압수 수색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뉴욕타임스는 "압수 수색은 국정원이 중앙 정보부라는 이름으로 한국 군사 독재자의 정치적 통제의 주요 수단으로 이용되었던 수십년 전에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며 국정원 압수수색이 갖는 의미를 설명했다.
뉴욕타임스는 또한 "한국의 국가 정보원 수장들은 대부분 불명예스럽게 경력을 마쳤다. 그 중 한 명은 박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대통령의 신임을 잃고 미국으로 도피했다가 마지막으로 1979년 파리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목격되었다. 그의 행방은 그 후로 찾을 수 없게 되었다"며 박정희 정권의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 암살 사건까지 거론했다.

20대 여성 친목 모임인 다음 카페 <여성시대>가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의 진상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은 여성시대 카페 대문 화면.


검찰의 국정원 압수수색 소식은 뉴욕타임스뿐 아니라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세계 72개 매체가 보도했다. 그만큼 한국의 정치 이슈 중 국정원 사건이 주는 파장이 클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광우병 촛불 5주년을 맞아 국정원 선거 개입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국정원의 정치 개입 행위를 비판하는 자발적인 촛불 집회 모임도 생기고 있다.
이번 촛불 집회는 특정 단체 주최가 아닌 자발적인 시민들의 뜻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명박 정권 초기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 중단을 외쳤던 촛불집회와 자연스럽게 비교가 되고 있다. 
광우병 쇠고기 촛불집회는 고등학생부터 주부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계층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면서 폭발성을 보였다. 
국정원 사건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모임도 자발적인 움직임을 보이면서 집회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회원수만 38만여명인 20대 여성들의 온라인 친목 카페 (다음 카페)는 최근 플래시몹을 통해 국정원 선거 개입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서울과 부산에서 진행된 플래시몹에는 각각 100여명의 인터넷 커뮤니티 누리꾼들이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그리고 이들은 좀더 조직적인 형태로 모임을 만들 필요성을 제기해 'Not In My Country'라는 단체를 만들고 촛불집회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원세훈 게이트라고 불리우는 국정원의 선거개입 등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부조리하고 비상식적인 일들을 두고만 볼 수 없다는 의견이 모아져 오프라인 모임으로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특히 오는 4일부터 매주 토요일 공직선거법 위반 공소시효가 끝나는 6월 19일까지 서울역 광장에서 촛불문화제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혀 대규모 촛불 집회로 이어질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젊은층을 주타깃으로 한 집회에서는 되도록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국정원 사건을 알리겠다는 취지다. 정청래 민주통합당 의원은 4일 촛불집회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국정원 전경. ©CBS노컷뉴스


집회 주최 측은 "정치에 관심이 없던, 정치에 관심은 있지만 항상 멀리서 지켜보기만 했던 우리 20대 여성들이 국정원 사건을 계기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리고자 한다"고 전했다.
촛불집회를 준비하고 있는 김진아(21)씨는 "주변에 친구들이 국정원 사건에 관심이 없고 다른 나라에서 일어난 사건처럼 대하고 있고 정치라는 것에 굉장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우리 젊은이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지만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번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도 학교에서 배운 3. 15 부정선거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이 사건에 대해 젊은층의 관심을 끌어볼 수 있을까 생각해서 촛불 집회를 기획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진 기자 |jinpress@mediatoday.co.kr 

2013년 4월 16일 화요일

대화 선택한 보수대통령, 지금이 절호의 기회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3-04-15일자 기사 '대화 선택한 보수대통령, 지금이 절호의 기회'를 퍼왔습니다.
[取중眞담] 진보·보수 지지 동시에... 미국도 대화에 적극적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청와대


보수의 아이콘인 박근혜 대통령이 한반도 위기 상황에서 북한과의 대화를 선택하자 진보 쪽에서도, 보수 쪽에서도 이를 지지하는 방향으로 여론이 모이고 있다. 미국도 북한과의 대화에 굉장히 적극적이라는 점에서, 박근혜 정부가 남북관계에 진전을 이룰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인다. 

지난 11일 남한이 대화를 제의한 뒤 북한의 첫 반응은 14일 나온 "교활한 술책" "빈 껍데기"라는 비난이었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이 조선중앙통신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이같이 언급하자 청와대는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의 발표문을 통해 "대화 제의 거부는 유감"이라고 반응했다. 

양측의 설전으로, 전쟁위기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나온 남한의 대화 제의가 허무하게 끝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통일부는 15일 "11일 정부 발표 성명과 같이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와서 자신들이 제기하고자 하는 말을 충분히 하라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대화의 장에 나오라는 제안을 거둬들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까칠한' 반응에도 정부가 이 같은 입장을 지키는 것은, 북한에게서도 어느 정도의 태도 변화를 감지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쟁 위협 내용이 주를 이뤘던 지금까지와는 달리 지난 14일 북한의 비난은 남한 당국의 대화 태도 변화 촉구에 방점이 찍혀있고 "앞으로 대화가 이뤄지는가 마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 있다"는 말로 마무리됐다. 북한으로서도 대화의 가능성을 남겨놓은 것이다. 

무엇보다 남한의 대화 제의 뒤 북한의 '행동'이 '잠시 멈춤' 상태라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대화 제의 이전까지 북한은 개성공단 노동자 철수·중거리 미사일 발사 준비 등을 숨가쁘게 진행해왔고,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추대일인 11일과 북한의 최대명절인 김일성 주석의 생일 15일 사이에 북한의 군사적인 행동 가능성이 점쳐졌다. 그러나 대화 제의 뒤 북한은 중거리 미사일을 '발사 준비' 상태로 두고 있다. 

대화 기조에 보수쪽 반발 의식 "너무 오버해서 해석하지 말길"

청와대의 14일 유감 표명도 그 강도가 강하지 않다는 점과 개성공단 정상화 촉구에 방점이 찍혀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정부가 여전히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점을 같이 고려하면 이날 청와대 메시지는 북한이 아니라 남한 여론을 대상으로 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 청와대에서는 북한과의 대화 노력이 '북한에 굴복한 것'이라는 인상을 주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지난 11일 정부가 북한에 전격적으로 대화를 제의하고 나선 데 대해 당시 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대화 제의를 언론이 너무 오버해서 해석하면 보수 진영에서 크게 반발하지 않겠느냐"고 우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청와대의 우려와는 달리, 박 대통령의 대화 제의는 보수 진영으로부터 별다른 반발을 사지 않았다. 소수 신문이 '북한은 대화로 문제를 풀 상태가 아니다'라는 논조의 기사와 사설을 내보내고 있지만, 아직은 보수성향 언론 중에서도 일부에만 해당한다. 

오히려 납북자가족모임과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 보수성향 시민단체들은 정부의 대북 대화 제의를 지지한다는 뜻을 밝히며 당분간 대북전단 살포를 중단하기도 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만류가 작용했고 일부 단체는 계속할 뜻을 굽히지 않고 있지만, 보수성향 시민단체가 남북대화에 지지를 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진보 쪽도 마찬가지다. 진보성향 언론들은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은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에서 여전히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발언들이 나오고 대통령과 국무총리·장관 등의 입에서 엇박자가 나오는 상황을 비판하긴 하지만, 정부의 대화 기조에 대해서는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진보성향 시민단체들도 대체로 비슷한 입장이다.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지난 13일 "지금까지 박근혜 정부가 신중하게 대응해왔다는 것은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 자신이 신중한 것과는 달리 관료들과 정부에는 아직 이명박 정부의 관성이 남아있어서 의식하지 못한 채로 북한을 자극하는 얘기들이 나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진보·보수 함께 '지지'... 미국도 재차 "우리 선택은 협상"
▲ 지난 12일, 박근혜 대통령이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청와대


현재 상황에서 북한과 대화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정치인들이 흔히 말하는 '국론 통합'이 이뤄진 걸로 보인다. 진보·보수진영 양측 모두 남북간 대화를 현재 위기의 해결책으로 꼽고 있고, 이를 추진하는 박근혜 정부의 방향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모양새다.

북한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로 교류와 협력을 추진했던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당시에는 한나라당(새누리당), 보수성향 언론과 시민단체들이 '북한 퍼주기'를 이유로 반대에 발벗고 나섰다. 적대적 대북정책을 취한 이명박 정부 때는 민주당·진보성향 언론과 시민단체들이 적대정책을 그만두고 북한과 교류협력을 복원시키라고 촉구했다. 

지금은 새누리당 출신 대통령이 북한과 대화를 강조하고 나선 상황인데, 반대 움직임이 거의 없다. 대외협상에서 국내 여론이 일치돼 있는 것만큼 협상력을 높여주는 것도 없다는 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남북관계를 진전시킬 수 있는 기반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이 적극적으로 이번 상황에 대처하고 있다는 점도 박 대통령의 대화 기조가 성과를 낼 수 있는 좋은 조건이 되고 있다.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12일 한국 방문 당시 북한과 대화하겠다는 의지를 적극적으로 밝혔고, 한미 외교장관 공동성명에 "2005년 6자회담 9·19 공동성명에 따른 공약을 이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명시했다. 북한이 요구해온 평화체제도 논의 가능하다는 점을 암시했다. 

북한은 미국의 대화 의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반응을 내지는 않고 있지만, 케리 장관은 재차 협상을 강조했다. 케리 장관은 14일 일본에서 동맹국 방위 의지를 밝히면서도 "우리의 선택은 협상이며, 협상장에 나와 지역 평화를 위한 길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을 향해 "대화의 문을 열어두고 있으며, 다가설 준비가 돼 있다"고도 했다. 

취임 초 40%대 지지율... 보수대통령의 '대화' 선택에 여론도 뭉쳐
▲ "박근혜 대통령, 대북특사 파견하세요"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청년학생본부 회원들이 지난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북한의 전쟁 위협을 우려하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대북특사 파견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박근혜 대통령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역대 정권의 출범 직후 국정 지지도에 턱없이 못 미치는 40%대의 지지도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3차 핵실험과 뒤따른 한반도 긴장고조 상황은 지지도가 낮은 박근혜정부에 큰 부담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우려도 잠시, 보수성향 대통령이 군사적 대응만을 고집하지 않고 대화를 선택했고 북한에 전격 제의하자, 국내 여론이 '대화우선'으로 뭉치는 상황을 맞고 있다. 미국도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데에 적극적이어서 국내적으로도 국외적으로도 박 대통령은 자신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구현할 좋은 기회를 맞고 있다. 

그러나 모든 상황이 좋아도 현재 상황에서 가장 큰 변수인 북한이 남한과 미국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북한이 개성공단 정상화부터 시작해서 대화에 응하느냐 여부가 박근혜 정부의 성패는 물론 남북관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에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3년 1월 30일 수요일

현대차·이마트도 노조원 사생활 감시


이글은 시사IN 2013-01-30일자 기사 '현대차·이마트도 노조원 사생활 감시'를 퍼왔습니다.
국가기관이 민간인을 사찰하고 정보기관이 여론에 개입한다. 삼성·현대차·이마트가 노조원 개인의 사생활까지 감시한다.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범죄가 대수롭지 않게 벌어진다.

내가 후원하는 단체에 도둑이 들었다. 어느 집에나 도둑이 들 수 있지만 이 도둑은 좀 특이했다. 서랍 속의 통장과 카드는 건드리지 않고, 책상이나 책꽂이를 뒤지지도 않고, 외장하드나 노트북, 빔프로젝트, 심지어 현금도 건드리지 않았다. 도둑은 단체 사무실 컴퓨터 세 대의 본체를 모두 열고 CPU와 메모리카드만을 가져갔다. 심지어 이 단체가 다른 단체와 사무실을 함께 쓰는데 이 단체에서만 CPU와 메모리카드를 가져갔다. 누가, 왜 이런 짓을 했을까? 단순히 컴퓨터 부품을 훔쳐 팔아먹으려는 것이었다면 왜 바로 옆에 있던 다른 단체의 컴퓨터에는 손을 대지 않았을까? 어떤 경고의 메시지였을까?

도둑이 들고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연말 송년모임을 하러 사무실에 갔다. 사무실에 긴장감이 흘렀다. 사무실에 도청장치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농담처럼 나왔고, 그런 긴장감은 술이 돌고 배가 부르고서야 누그러졌다. 아직도 그 도둑 사건은 의혹으로 남아 있다.

따지고 보면 그동안 숱한 의혹이 있었고 그와 연관된 정부기관이나 기업들이 있었다. 2009년 국군 기무사령부 수사관들이 민간인의 일상과 정당 활동을 기록하다 들통이 났다(이때 사찰을 당했던 피해자 한 분은 작년 8월 투신자살을 했다). 2010년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민간인들을 불법 사찰해온 사실이 폭로되었다. 지난 대선 때는 국정원 직원이 법으로 금지된 정치활동에 개입했다는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막강한 힘을 가진 국가기관이 자신의 업무와 무관한 민간인을 사찰하고 정보기관이 자신의 신분을 감춘 채 여론에 개입하는 건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아주 큰 사건들이다. 그런데 이런 사건들은 흐지부지 처리되고 곧 언론에서 사라졌다.

ⓒ이우일

비단 정부만이 아니다. 삼성이 노동조합을 만들려는 노동자들을 감시해왔다는 건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2005년 삼성SDI의 전·현직 노동자들이 이건희 등 삼성 관계자들을 불법 위치추적 혐의로 고발했는데, 검찰이 “‘누군가’ 고소인들의 휴대전화를 복제한 사실은 밝혀졌으나, 그 ‘누군가’를 찾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누군가’를 기소 중지”한 코미디 같은 사건은 대표적인 예이다. 삼성만이 아니다. 지난해 연말에는 울산 현대차가 비정규직 노조의 집회와 조합원의 개인동향을 감시해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리고 며칠 전 신세계 이마트도 노조를 사찰하고 개인의 사생활까지 기록해서 상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벌의 노동자 사찰에 관대한 검찰

이 정도면 사찰 공화국이라 불러도 지나치지 않다. 시민 기본권을 짓밟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이런 범죄들이 대수롭지 않게 벌어진다. 자신의 트위터에 북한 매체인 ‘우리민족끼리’ 트위터 계정을 리트윗하고 “김정일 장군님 빼빼로 주세요” 따위 농담을 썼다고 국가보안법으로 유죄판결을 받는 나라이니,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곳이 바로 이곳 한국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런 거대한 범죄들을 묵인할 수는 없다. 더구나 정부는 시민의 삶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반면 응당 자신이 밝혀야 할 공적인 업무에서는 한 발을 뺀다. 선관위 디도스 공격에서부터 봉인 없는 투표함, 버려진 투표용지, 이런 사실들이 버무려져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혹을 낳는다. 사람의 일이니 실수가 있을 수 있다는 건 개인 간의 관계에서는 받아들일 수 있는 관행이지만 공적인 업무에서는 부당한 요구이다.

이런 현실을 보노라면 나는 한국 사회의 절차적 민주주의가 완성 단계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상식을 이해할 수가 없다. 우리가 진정 민주적인 사회일까? 최소한의 절차가 지켜지고 있나? 내가 답할 문제는 아니다. 답할 이는 정부이다. 

하승우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운영위원)

2012년 9월 26일 수요일

심상찮은 부산·경남…야권후보 지지율 급상승 ‘여론 지각변동’


이글은 경향신문 2012-09-25일자 기사 '심상찮은 부산·경남…야권후보 지지율 급상승 ‘여론 지각변동’'을 퍼왔습니다.

ㆍ한가위 대선 민심의 최대 격전지로

부산·경남(PK) 민심이 심상찮다. 대선을 80여일 앞둔 지금 표심 지형이 크게 출렁이고 있다. 야권 후보 지지가 40%대까지 오르면서 전통적 새누리당 지지 기반이던 여론 지각 자체가 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24일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 직후 곧장 부산을 찾아 이곳에서 지방민생 행보를 시작한 것도 이런 위기 징후와 무관치 않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26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는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지역구가 이곳인 까닭에 추석 연휴인 29~30일을 부산·경남에서 보낸다. 부산·경남이 추석 대선 민심의 가장 뜨거운 경쟁지로 떠오른 것이다. 

무엇보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들이 심상찮은 변화를 보여준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21~22일 실시한 조사에서 PK 지역의 경우 다자대결에서 박 후보가 50.7%로 겨우 과반을 점했다. 문 후보 19.4%, 안 후보 20.3%로 야권 후보 지지는 39.7%였다. 한국경제신문의 22일 조사에선 이 지역에서 박 후보 40.1%, 문 후보 29.9%, 안 후보 20.8%로 아예 야권 후보 지지 표심에 추월당한 결과도 나타났다. 

2002년 16대 대선과 비교하면 차이는 뚜렷하다. 당시 이 지역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66.7%(부산)·67.5%(경남)를 얻은 반면 나름 바람을 일으킨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29.9%(부산)·27.0%(경남)에 머물렀다. 그때에 비해 10%포인트 차이가 난다. 당시 표로 환산하면 부산·경남에서만 35만표 정도 여에서 야로 이동하는 결과다. 새누리당 입장에선 70만표를 잃는 효과다. 새누리당 기반이던 이 지역이 대선 패배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는 그래서다. 

이런 이상 흐름은 4·11 총선과 2010년 지방선거에서 이미 일부 확인됐다. 지방선거 당시 야권 성향 무소속인 김두관 후보가 53.5% 득표로 경남지사에 당선됐고, 부산시장 선거에 나선 민주당 김정길 후보도 44.6%를 득표했다. 총선에서도 부산의 경우 정당득표율로 보면 새누리당 51.3%에 민주당·통합진보당을 합친 야권 득표율은 40.2%로 격차가 확연히 줄었다. 부산 지역 새누리당 한 의원은 “소위 낙동강 전선에 지역구가 모두 8개다. 총선에서 5개밖에 못 이겼다. 나를 포함해 이긴 사람들도 모두 4%포인트 정도밖에 표차를 못냈다. 이건 후보 문제가 아니다. 여론 구도 자체가 그렇게 심각하게 변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PK 민심이 출렁이게 된 원인은 야권의 ‘PK 인물론’과 대구·경북(TK)에 비한 ‘지역 홀대론’이 겹쳐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공동으로 만든 TK 정권하에서 저축은행 사태, 가덕도 신공항 무산, TK 편중 인사 등을 보며 민심이 1차 이반했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TK 출신인 박 후보가 나선 반면 야권인 문 후보와 안 후보는 모두 PK 출신인 대선 후보 구도가 민심의 꿀렁임을 더욱 크게 하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PK 정서는 신공항만 (가덕도로) 발표해 버리면 다 정리되는데 그렇게 안한다. TK는 섭섭해 해도 박 후보를 찍을 텐데, PK는 지역 출신인 문재인·안철수 후보 등이 훑고 다니기 시작하면 상황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김광호·강병한 기자 lubof@kyunghyang.com

2012년 9월 18일 화요일

KBS 북한 어린이돕기 생방송 여론살펴 취소?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9-17일자 기사 'KBS 북한 어린이돕기 생방송 여론살펴 취소?'를 퍼왔습니다.
일주일전 돌연 무산 “정부협조 없어서, 타이밍이 아냐”… "구차한 변명"

KBS가 17일 방영할 예정이던 ‘북한 어린이 돕기’ 생방송에 대해 방송 일주일을 남기고 전격 무산시켜 외압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고 있다.
17일 KBS와 KBS 새노조에 따르면, KBS는 지난달 민족화해협력범국민위원회(상임의장 김덕룡·민화협)과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회장 인명진·대북협)의 제안으로 ‘북한 어린이와 함께 하는 한끼 나누기’ 행사를 특별생방송으로 방송하기로 했으나 지난 10~11일께 KBS의 입장 번복으로 행사가 취소됐다.
두 단체는 그간 꾸준히 대북 인도적 지원을 해 온 곳들로 정치적으로도 이른바 좌우 인사들이 두루 있으며 이번 행사도 “순수한 북한 어린이 돕기 행사”라고 밝혀왔다. 이런 취지에 KBS도 공감해 협의해오면서 예능국 제작진의 실무 준비도 거의 마무리된 상황이었다는 것. 그런데 그 공연이 일주일 전에 취소됐다.
홍기호 KBS 새노조 부위원장은 17일 “애초 편성 제작회의에 올릴 목적으로 방송 가안도 잡아놓았는데, 편제회의가 열리기 전에 콘텐츠본부장과 예능국장이 협의해 무산시킨 것”이라며 “외압이 있었던 것인지, 알아서 눈치보기한 것인지는 모르나 아무리 수해지원을 두고 남북간에 불편한 기류가 있다해도 우리가 이렇게 앞장서서 방송까지 무산시킬 필요가 있느냐”고 지적했다.

민화협이 최근 북한어린이돕기 KBS 특별생방송이 취소된 사태를 설명하는 보도자료.

홍 부위원장은 “KBS가 지난 수년 간 천안함이나 G20, 원전수주 등 말도 안되는 정권홍보성 관제프로그램을 방영한 데 비춰볼 때 ‘북한어린이돕기’ 방송을 취소한 것은 잣대조차 일관돼있지 않다는 비판을 사도 할 말이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화협은 최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북한 어린이 돕기 사업에 대한 공감대를 넓히고 국민참여를 확대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가 KBS 사정으로 인해 급작스럽게 취소된 데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특히 KBS가 이번 방송을 돌연 중단키로 한 과정에서 ‘정부에서 협조를 받으면 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가 하면, ‘여론을 살핀 뒤 내린 결정’이라는 엇갈린 설명이 나오기도 했다.
KBS 새노조에 따르면, 전용길 콘텐츠본부장은 방송 취소 사유로 ‘정부가 협조하면 다시 할 수 있다’고 민화협 관계자에 말했다. 이를 두고 배재성 KBS 홍보실장은 17일 “전용길 콘텐츠본부장이 ‘정부에서 허가하면 방송할 수 있다’는 식으로 주최측에 말한 것을 두고 오늘 임원회의에서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정부에서 허락하면 한다는 핑계를 댈 이유가 없는데 그런 언급을 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배 실장은 “처음부터 어린이돕기로 가든지, 아니면 수재민 돕기로 가든지 해야지 이걸 합치니 두눈 부릅뜨고 지켜보는 사람들한테 불만을 낳을 수 있다”며 “KBS 내부와 정치권, 시민단체가 각각 방송여부에 대해 (비공식적으로) 여론을 체크해보니 지금 북한만을 대상으로 ‘북한어린이·수재민돕기’ 방송을 하는 것은 타이밍이 안좋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배 실장은 “(이번 방송을 취소한) KBS도 잘못한 일이지만 인권을 우선한다는 사람들이 대한민국 인권도 못챙기면서 북한 인권 챙기겠다고 하는 것도 말이 안된다”며 “KBS가 대한민국의 굶주린 아이들을 위한 모금방송도 안하면서 북한어린이를 위한 모금방송을 할 수 있느냐는 목소리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해명에 대해 KBS 새노조는 17일 발표한 성명에서 “한 마디로 구차한 변명”이라며 “도대체 북한 수재민 돕기 방송을 먼저 하면 여론이 좋게 않겠다는 판단의 근거는 무엇인가. 보수단체의 반발인가, 정부의 입김인가”라고 비판했다.
KBS 새노조는 ‘정부가 협조하면 다시 할 수 있다’고 말했다는 콘텐츠본부장에 대해 “이 말은 곧 ‘지금은 정부가 협조하지 않으니 할 수 없다’는 뜻이 아닌가”라며 “사측은 과연 정부의 누구에게 압박을 받았는지 밝혀야 한다. 방송에 대한 정부의 직접적인 간섭과 통제가 아닌가? 압박이 있었다 해도 정부가 불편해 한다고 해서 방송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사측의 인식은 더욱 문제”라고 성토했다.
KBS 새노조는 “그동안 KBS에서 천안함, 연평도 사태 등과 관련된 80년대 반공 프로그램을 연상시키는 관제성 방송이 횡행할 때엔 ‘정부의 협조’를 조건으로 내세우지 않더니 조금이라도 정부가 불편해할 방송들에 대해서는 ‘정부의 협조’를 내세우며 막고 있다”며 “굶주리는 북한 어린이를 돕는, 모처럼 KBS가 남북의 평화와 통일에 기여할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 버렸다. 간부들이야 회사를 떠나면 그만이지만 그 죄악을 남아있는 우리들이 어떻게 다 갚으라는 말인가”라고 개탄했다.

조현호 기자 | chh@mediatoday.co.kr  

2012년 8월 6일 월요일

‘80년 해직언론인협의회’ 결성과 활동 언론과 권력 (56)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08-06일자 기사 '‘80년 해직언론인협의회’ 결성과 활동 언론과 권력 (56)'을 퍼왔습니다.

▲ 민청련(민주화운동청년연합) 현판식(1983년 9월 30일), 왼쪽이 김근태 의장, 오른쪽이 장영달 부의장.

전두환 정권은 언론 통폐합과 언론기본법을 통해 여론을 권력에 유리하게 조작하는 길로 치달았다. 그러나 제도언론을 장악한다고 해서 학생, 농민, 노동자, 빈민, 문화예술인 등의 반독재 민주화 운동을 완벽하게 제압할 수는 없었다. 특히 1980년의 5월 항쟁이 표면적인 패배로 끝난 뒤 많은 대학생들은 사회 변혁을 위해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대학생의 상징처럼 되어 있던 배지를 떼어 던지고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의 현장으로 달려갔다. 단순히 기층민중을 계몽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살면서 아픔을 나누고 민중이 주인이 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뜻이었다.
젊은이들이 대학가와 노동 현장에서 치열하게 일하면서 싸우던 1980년대 초반에 재야의 기성세대는 전두환 정권의 철권정치에 짓눌려 과거의 투지를 되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세 해 넘게 계속되던 그들의 침묵은 1983년 9월 말에 깨어지기 시작했다. 결정적인 계기는 민주화운동청년연합(민청련) 결성이었다. 1960년대 후반에 학생운동을 주도했던 사람들이 반군사독재 운동을 본격적으로 전개할 중심 조직이 필요하다고 보고 뜻을 같이 하는 청년들을 모은 것이었다. 조성우, 이해찬, 이범영 등 진보적 청년들은 그해 9월 30일 민청련 창립대회를 열고 김근태를 의장으로 추대했다.
민청련은 당대의 현실을 ‘민족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으로 파 악했다. 또 민청련의 주체로서 민주청년들의 역사적 임무는 ‘민중운동의 흐 름 속에서 양심적인 지식인, 종교인, 정치인, 노동자, 농민들과의 연대를 강 화하면서 민주주의와 민족통일을 위한 새로운 사회 건설에 온몸으로 매진 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212~213쪽)
민청련은 5월 항쟁의 역사적 의미를 조명하고 그 뜻을 이어받는 사업을 펼치는 한편 농민, 노동, 종교, 언론 등 부문운동을 함께 묶어 강력한 반군사독재 전선을 구축하는 데 힘을 쏟았다.
그런 분위기에서 1984년 3월 ‘80년 해직언론인협의회(이하 협의회)’가 결성되었다. 1980년 여름 신군부의 언론인 대량 해직 때 현장에서 쫒겨난 김태홍, 노향기, 이경일, 홍수원, 정상모, 고승우, 현이섭, 이영일, 박우정, 표완수 등 여러 언론사 출신들이 하나의 조직으로 뭉친 것이다. 1975년 3월 동아·조선일보사에서 해직된 언론인 145 명이 참여한 동아·조선투위에 이어 대규모 재야언론단체가 태어난 것이었다.


80년 해직언론인협의회는 ‘창립선언문’에서 ‘민주화는 조속히 실현되어야 하며 언론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고 전제하고 ‘국민 각계각층의 침해당한 생존권에 대한 정당한 회복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부당해직된 언론인들은 즉각 원상회복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1989년 6월 22일자 2호에 1980년 해직언론인 명단을 싣고, 전두환 정권 시기에 본인의 의사에 반해 언론사를 떠나야 했던 사람들을 회원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협의회는 8월 18일 실행위원회를 열어 회장에 최일남(전 동아일보 문화부장), 총무에 최형민(전 중앙일보 사회부 기자)을 뽑고 부산·경남지회 등 전국 8개 지회의 집행부 명단을 발표했다.
협의회는 9월 8일 전국 지회장 회의를 열고 그해 정기국회 중 특별법 제정 을 위해 해직언론인 서명운동을 벌이고 허문도, 이상재, 이원홍, 권정달 등 해직원흉 5인을 해직언론인 전체의 이름으로 고소하기로 했다. 또한 특별법 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여·야당 총재와 원내총무, 그리고 국회 문공 위원 등을 직접 면담하고, 필요시 해직언론인 가족까지 동원하여 원상회복 촉구대회를 열기로 했다.
이후 최일남 회장을 중심으로 한 협의회는 ‘해직언론인 원상회복 특별법 제 정 촉구 서명운동을 벌여 해직언론인 526 명의 서명을 받았다. 이어 협의 회 의장단은 여·야 당직자와 국회 문공위원장 및 위원들을 면담해 특별법 입법을 촉구했다. (·····)
협의회의 줄기찬 노력이 결실을 맺어 10월 23일 야 3당과 무소속 의원 165 명은 80년 해직언론인의 보상 및 복직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국회 에 제출했다. 그러나 이 법안은 당시 여당인 민자당의 반대로 상정되지 못 했고 이후 3당 합당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빛을 보지 못했다.(고승우, ‘6공하의 80년 협의회 투쟁’, , 224쪽)
협의회가 1990년 2월 19일에 발표한 성명서는 1980년 여름의 ‘언론인 대학살’ 이래 해직언론인들이 어떤 고난을 당하면서 어떻게 활동해 왔는지를 여실히 알려준다.
참으로 길고도 서러운 세월이었다.
1천 명이 넘는 언론인들이 전국의 신문·방송사에서 해직당한지 어언 10년, 그동안 우리들은 당국의 감시 아래 생존권을 짓밟혀 왔으며 몇몇 회원은 해직의 충격과 상처로 유명을 달리했다.
우리는 88년 11월 전두환 씨의 사죄와 노 대통령의 약속을 믿고 원상회복 의 그날을 기다려 왔다. 그러나 공무원뿐만 아니라 정부 투자기관·은행·증 권회사 직원 등에 이르기까지 ‘해직공직자 특별법’에 따른 보상 절차가 완 결됐지만 우리 해직언론인들만은 아직도 7백 명 이상이나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정기국회 때 통과됐어야 할 ‘80년 해직언론인 복직·보상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안’이 정부·여당의 억지논리에 부딪혀 빛을 보지 못했다. (·····)
누가 뭐라 해도 80년 언론인 대학살의 본질은 전두환 씨를 정점으로 한 5 공 핵심들이 정권을 탈취하기 위해 저항세력을 제거하려는 첫 시도였다.
이 같은 사실은 국회 언론청문회에서 허문도를 비롯한 수많은 증인들에 의 해 백일하에 드러났다. 그런데도 민정당은 해직사태의 책임이 언론사에 있 는지 분명히 밝히지 않았고 해직언론인은 사기업체의 피고용자이므로 정부 가 보상해 줄 수 없다며 억지논리를 펴고 있다. (·····)
민주사회는 언론자유의 확고한 보장 위에서만 존립한다. 모든 독재정권이 예외 없이 언론자유를 탄압하고 정의로운 언론을 박해하는 것은 언론이 자 유로우면 독재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동아·조선 사태 및 80년 해직언론인들의 원상회복은 잃어버린 언론정신의 회복이자 민주언론 실현의 시발점이다.
한국언론사에 오욕과 수치로 얼룩진 한 시대를 청산하고 참언론, 새언론의 이정표를 마련하자.
그때 한국언론은 거듭나고 조국의 민주화 기반도 튼튼해질 것이다.(앞의 책, 225~227쪽)
한국기자협회는 1991년 1월 17일 운영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해직언론인 원상회복 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추진위는 1차 사업으로 1970년대 이후 언론인 해직사태의 진상을 밝히는 백서 발간 작업을 시작했다.
1993년 4월 26일, 현역 언론인 5천여 명이 서명한 청원서가 국회에 제출 되었는데, 그 내용은 75·80년 해직언론인 복직 및 보상기준 등을 명문화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김영삼 정부는 해직언론인 원상 회복을 위해 해당 언론사들을 상대로 중재를 하겠다고 약속한 뒤 성의 있 는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 1998년 2월부터 2008년 2월까지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에도 해직언론인 원상회복에 관한 법률은 제정되지 않았다. ‘민주 정부 10년’도 해직언론인들에게는 냉담하게만 느껴졌을 것이다.

김종철 (언론인)  |  cckim999@naver.com

2012년 7월 6일 금요일

‘전범국’ 일본, 헌법 해석 바꿔 군사대국 족쇄 푸나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7-05일자 기사 '‘‘전범국’ 일본, 헌법 해석 바꿔 군사대국 족쇄 푸나'를 퍼왔습니다.


집단적 자위권 관련한 일본의 주요 발언 (※클릭하면 큰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집단 자위권, 헌법 해석 재검토
’민주당, 집권 3년만에 태도변화

자민당 압력에 여론도 찬성기류
동맹강화 겨냥 미국도 ‘부채질’

일 방위예산, 프랑스에 버금가
해군함정 규모는 ‘한국의 3배’

일본 총리실 산하 위원회가 ‘헌법 해석을 고쳐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보고서를 작성한 것은 집단적 자위권 행사와 관련한 일본 정부의 공식 견해가 바뀔 조짐을 보여주는 것으로 주목된다.그동안 보수정당인 자민당은 헌법 해석을 고치거나 헌법을 개정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적극 주장해왔지만 민주당은 소극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그런 민주당이 집권한 지 3년 만에, 정부위원회가 자민당과 같은 주장을 하고 나선 것은 민주당의 태도가 바뀔 수도 있음을 강하게 시사하는 것이다.민주당 정부의 태도 변화 조짐은 전부터 있었다. 당 정책을 총괄하는 마에하라 세이지 정책조정회장은 간 나오토 내각에서 외무상을 맡던 무렵부터 집단적 자위권과 관련한 기존 헌법 해석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노다 요시히코 총리는 지난 2월 “현 내각은 기존 정부 해석을 바꾸지 않겠다”면서도 “민주당 안에도 다른 의견이 있으므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 허용을 적극적으로 주창해온 모리모토 사토시 다쿠쇼쿠대학 교수를 노다 총리가 지난달 방위상에 전격 기용한 것은 한걸음 더 나아간 것이었다.민주당의 이런 행보는 ‘미-일 동맹 심화’라는 최근 일본의 외교정책 방향과 맥을 같이한다. 미국은 냉전 체제가 해체된 1990년대 이후 동아시아의 방위에서 일본이 적극적인 구실을 해주기를 요구해왔고, 2001년 9·11 테러 이후에는 요구를 한층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의회조사국은 2010년 5월 ‘일본 헌법이 집단적 자위 참가를 금지한다는 해석이 미-일 사이의 더욱 긴밀한 안보 협력에 장애가 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민주당 정부는 2010년 방위백서에서 지금까지의 소극적, 방어적이던 군사력 운용을 ‘동적 방위력’이란 개념을 통해 적극 활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무기수출 3원칙을 수정하는 등 미국의 요구에 맞춰가고 있다.자민당은 더욱 적극적이다. 자민당은 군대의 설치와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명시하는 내용으로 헌법 개정을 공언하는 한편, 헌법을 개정하지 않고도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안전보장 기본법안’을 지난 4월 마련했다. 집권당이 되면 국회에 제출하겠다는 것이다. 보수세력의 이런 압력과 함께, 냉전 시대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매우 부정적이던 여론이 지금은 많이 바뀐 점도 민주당 정부의 태도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06년 의 조사에서는 49.6%가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긍정적으로 답변했던 데 견줘 지난 4월 와 의 공동조사에서는 62%가 동조했다.일본이 집단적 자위권 행사 금지라는 족쇄를 풀어버리면, 동아시아 국제질서에는 커다란 변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일본의 육군병력은 14만명으로 적은 편이지만, 해군함정은 44만8000t 규모로 한국(18만t)의 2.5배에 이르고 공군 작전기 수도 430기로 한국(570기)과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2009년 일본의 방위예산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구매력평가(PPP) 환율로 환산하면 409억달러로 한국(368억달러)보다 11% 많고, 프랑스(426억달러)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그런 일본이 군사력 행사의 제약을 벗으면, 과거 제국주의 침략을 제대로 반성하지 않은 채 명실상부한 ‘군사강국’으로 다시 떠오르게 된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2012년 7월 5일 목요일

외교안보 현안 흔드는 김태효의 힘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7-05일자 기사 '외교안보 현안 흔드는 김태효의 힘'을 퍼왔습니다.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
차세대전투기 여론 안좋자 관계자들 불러 독려
한-일 군사협정 ‘군사’ 빼는 등 진두진휘 알려져
MB 신임 깊어 정권초부터 ‘대북 강경노선’ 주도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군사정보협정) 밀실 강행과 차세대 전투기(FX) 사업 등 최근 거센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주요 외교안보 현안 강행 과정을 되짚어 보면 곳곳에서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의 영향력이 감지되고 있다.4일 국방 관련 당국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김 기획관은 지난달 26일께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관계자 등을 청와대로 불러들여 차세대 전투기 사업 관련 회의를 주재했다. 김 기획관은 이 자리에서 차세대 전투기 사업에 대한 언론의 반응이 나빠진 상황을 점검했다고 한다. 참석자들을 질책하면서 사업 진행을 독려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 자체는 대외비로 처리됐다. 김 기획관은 “정권을 겨냥해 말이 많이 나오고 있다. 계획을 잘 세워 정권에 부담이 가지 않게 잘 하라”고 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다른 참석자는 “김 기획관이 아니면 이런 회의를 열어 채근할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최근 차세대 전투기 사업이 차기 정부로 넘어갈 것이라는 등의 보도가 잇따르자 김 기획관이 독려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외교안보 사안에 대한 김 기획관의 막강한 영향력 때문에 이번 한-일 군사정보협정도 그가 진두지휘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 5월말 김성환 외교부 장관 주재로 열린 외교안보정책조정회의에서 이번 협정을 6월 중 처리한다는 방침이 정해졌는데, 여기에 김 기획관이 깊이 개입해 있다는 것이다. 지난 4월 한-일 외교당국이 이번 협정안에 가서명을 할 때, 협정 이름에서 ‘군사’라는 대목을 뺀 것도 김 기획관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기획관은 “외교안보정책조정회의에서 6월 처리 방침을 결정했고, 그에 따른 프로세스를 챙긴 것에 불과하다”며 자신이 협정 추진을 지휘했다는 주장을 반박했다.김 기획관은 청와대 입성 이전부터 한-일 안보 협력론자였다. 2003년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시절 ‘한-미-일 안보협력의 가능성과 한계’라는 논문에서 “여론을 자극하지 않는 방법으로 필요한 기능적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한-일 안보협력지침’을 국방 책임자간에 합의하는 게 필요하다”고 썼다. 2006년 쓴 논문에서도 한-일 관계를 ‘민주동맹’으로 거듭나게 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김 기획관이 이처럼 외교안보 사안에 대해 강한 추진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깊은 신임 덕분인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그의 강한 추진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의 신임을 바탕으로 김 기획관은 현 정부 초기부터 외교안보 분야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대북 강경노선을 이끌었다는 평을 들었다. 지난해 5월 대북 비밀접촉에서는 남북 정상회담 추진을 협의하다 북쪽에 돈봉투를 건넸다고 북한이 폭로해 궁지에 몰리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런 논란 속에서도 지난 1월 차관급 대외전략기획관 직제를 신설해 그를 승진 기용했다.

안창현 하어영 기자 blue@hani.co.kr

2012년 5월 30일 수요일

보수언론 색깔론에 숨은 무서운 음모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5-30일자 기사 '보수언론 색깔론에 숨은 무서운 음모'를 퍼왔습니다.
[미디어 초대석] 박원석 통합진보당 새로나기특별위원회 위원장

지난 5월2일, 조준호 전 대표(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결과 발표 이후 통합진보당 관련 보도가 나오지 않은 날이 거의 없다. 역설적 상황이지만 통합진보당은 한 달 가까이 여론의 중심에 서있다.
출발은 비례대표 후보 경선 과정에서 나타난 부실, 부정선거 의혹이었으나 지금은 색깔론에 이르렀다.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사안마다 이념적 색채를 씌워 통합진보당을 종북주의 당으로 낙인찍으려는 보도 형태가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필자는 지난 5월23일 통합진보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강기갑) 산하 새로나기특별위원회(이하 새로나기특위) 위원장을 맡았다. 당원들과 국민들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뼈를 깎는 쇄신의 노력을 해 나갈 것이다.
새로나기특위는 당이 위기 상황에 이르기까지 누적된 근본적 문제들을 진단하고, 현대화 된 대중적 진보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재창당 수준에 버금가는 당의 근본적 혁신 과제를 도출하고 제시하기 위한 특별 기구다.
새로나기특위는 당 혁신을 위하여 첫째, 패권주의와 정파주의를 넘어선 민주적 당 운영을 확립하기 위한 방안 마련, 둘째, 선명한 민생정당, 다양한 진보의 가치에 조응하는 미래지향적 현대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한 당의 가치와 비전, 정책노선 재정립, 셋째, 노동정치를 복구하기 위한 방안 마련, 넷째, 폐쇄적 진보를 극복하고 유연하고 개방적인 대국민 소통능력을 제고할 방안을 마련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중 제일 중요한 게 패권주의와 정파주의를 넘어서는 것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특위 활동의 목표를 두고 ‘종북 청산’이라고 말하는데,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필자는 그와 같은 이념적 프레임에 동의하지 않는다. 지금 우리에게 시급한 혁신의 과제는 당 운영에 있어서 민주주의 확립이라 할 수 있다.
통합진보당은 평화와 통일을 지향하는 정당이며 그와같은 지향이 반영된 정강정책은 종북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다만, 남북관계, 한미관계에 대한 인식과 대응에 있어서 변화하는 국제정세와 동북아 정세를 충분히 반영한 좀 더 실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열린 사고로 논의해 볼 수 있다는 것이 필자의 의견이다.
그런데 이에 대해 언론은 선정적 제목을 붙여 보도한다.

“주한미군 철수 강령 재검토”(SBS, 5.24)“통합진보 ‘종북’ 탈피 돌입, 새로나기 특위 구성”(매일경제, 5.24)“자주파 ‘시대착오적 대북관’ 여전히 침묵·회피로 일관”(경향신문, 5.24)“통진, 애국가 부를 수 있다. 노선투쟁 본격화?”(동아일보, 5.25)심지어 “북 세습 수령 독재 옹호해선 진보 거듭날 수 없다(조선일보, 5.25)”는 제목의 사설도 등장했다.
언론의 과잉 보도는 “오랜 세월 통합진보당을 사랑하는 당원들과 지지자들에게 논란을 야기하고, 당 내 갈등을 증폭시켜 당의 분열과 종국에 분당으로까지 몰아가려는 언론을 통한 공작을 단호히 거부하며, 악의적 왜곡보도가 발생 할 때는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임을 분명히 밝힙니다.”라는 반박 보도자료(5.24)까지 내도록 만들었다.
언론의 색깔론을 신호탄으로 새누리당은 이석기·김재연 당선자를 제명하자고 민주통합당에 공식적으로 제안했다. 검찰 역시 지난 5월 21일 공당의 당원명부를 강탈해 가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를 저질렀다.
보수언론이 프레임을 짜고 검찰과 새누리당이 발빠르게 움직이는 것. 익숙한 장면이다. 통합진보당 죽이기 의도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나아가 야권연대를 흠집내고 깨뜨려 연말 대선에서 정권을 연장하려는 정치공작의 냄새마저 난다.
통합진보당은 진보의 토양이 척박한 한국사회를 대표하는 진보정당이다.
반값등록금, 비정규직 문제, 무상교육, 무상의료 등 한국사회에서 통합진보당이 과거에 해온 역할을 이어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통합진보당의 혁신을 바란다면 선정적 보도나 색깔론이 아니라 사실에 근거한 보도, 애정 어린 비판을 부탁드린다. ‘미워도 다시 한 번’의 마음으로 말이다.

박원석 통합진보당 새로나기특별위원회 위원장 | media@mediatoday.co.kr  

2012년 4월 28일 토요일

[사설]정부, 여론에 귀막고 ‘광우병 촛불’ 부추길 셈인가


이글은 경향신문 2012-04-27일자 사설 '[사설]정부, 여론에 귀막고 ‘광우병 촛불’ 부추길 셈인가'를 퍼왔습니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입제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당에서까지 나오는 마당에 정부는 비판의 목소리를 괴담이나 유언비어 수준으로 폄하하는가 하면, 서규용 농림식품부 장관은 “미국 쇠고기의 안전성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무책임한 주장만 되풀이하면서 정부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다. 4년 전처럼 민심을 무시하고 미국 눈치보기로 ‘광우병 촛불시위’를 부추길 셈인지 묻고 싶다.

농림식품부는 어제 광우병 대응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국내 쇠고기 수급문제, 미국과의 협상, 외국 동향 등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현시점에서 정작 해야 할 긴급 수입제한 조치는 제쳐둔 채 국민들에게 ‘뭔가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전형적인 전시행정의 모습이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그제 2008년 정부가 낸 광고에서 ‘광우병 발생 시 즉각 수입중단하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키라는 시민단체의 지적에 대해 “광고문구는 생략되고 압축적인 것”이며 “괴담식 유언비어는 자제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비판여론을 자극했다. 서 장관은 “가축전염병예방법에 ‘(광우병 발생 시) 수입중단해야 한다’ 대신 ‘수입중단할 수 있다’고 돼 있는 것은 수입중단에 대한 정부의 재량권을 인정한 것”이라며 법 취지를 외면한 주장을 폈다.

정부가 이처럼 국민 건강보다 미국의 이익을 먼저 챙기고, 국민을 상대로 했던 약속을 뒤집는 대응으로 민심이 악화할 조짐이 보이자 여권 인사들까지 나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제한을 주문하고 있다. 2008년 한·미 쇠고기 협상을 이끌었던 정운천 전 농림식품부 장관은 경향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당시 광고에서도 청문회에서도 제가 미국에 광우병이 발생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말했다”면서 정부가 약속을 지킬 것을 촉구했다. 농어촌공사 사장 출신의 홍문표 새누리당 국회의원 당선자도 “선 수입중단 조치 후 미국에 실사단을 파견해 수입재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도 뒤늦게 즉각적인 검역중단을 요구했다.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와 함께 수입제한을 요구하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데도 서 장관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어제 경기도 용인의 한 쇠고기 검역 현장을 방문했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광우병 정보를 신속히 알리겠다”며 하나마나한 얘기를 했다. 2008년 촛불시위의 교훈을 까맣게 잊은 모습들이다.

2012년 3월 28일 수요일

여론이 '중앙' 김진의 ‘색깔론’을 거부한 이유


이글은 미디어스 2012-03-27일자 기사 '여론이 '중앙' 김진의 ‘색깔론’을 거부한 이유'를 퍼왔습니다.
[비평]사실이 없는 색깔론의 무력함

다시, ‘색깔’이다. 선거를 보름여 앞두고, 조중동이 정치를 붉게 물들이고 있다. 소재는 ‘경기동부’다. 구태의연하더라도 다시 ‘주사파’ 타령이다. 시기는 맞춤하고, 의도는 적나라하다. 비판에 합세한 조중동의 흐름은 일치된 것이었고, 기사의 전개는 유려하다. 조중동은 경기동부를 호명하곤, 사실에 대한 확인과 검증을 건너뛰고 곧장 가정과 주장으로 향했다. SNS에 떠도는 이야기들을 최대한 기정사실화해, 상황을 최대한 익숙한 색깔론의 구도로 단순화했다.
26일까지는 조중동 모두에서 ‘스트레이트’가 범람하던 국면이었다. ‘적의 적은 친구’라는 차원에서 진중권 교수의 멘션이 인터뷰 코멘트처럼 널리 인용됐고, 조중동의 구미에 딱 맞는 이야기를 하는 변희재의 발언이 비중 있게 다뤄졌다. 이정희 의원은 ‘쉬리’의 여전사가 연상되는 ‘숙성 괴물’로 묘사되었고, 그녀의 남편은 신비감이 최대한 증폭된 ‘주사파의 이데올로그’로 표상됐다.
하지만 이 대표가 사퇴하고 통진당이 조선일보에 대한 취재거부를 선언한 27일로 접어들며 상황이 좀 변화하고 있다. 소설보다 더 흥미롭던 ‘스트레이트’의 국면이 지나가고, 주장/주의가 난무하는 ‘프로파간다’ 지면이 찾아오자 본색이 드러나고 있다. 


▲ 27일자 김진 칼럼 "역사가 이정희를 거부한 이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중앙일보 김진 논설위원이다. 새누리당 대변인으로 임명된 중앙일보 출신 이상일 대변인이 연일 '색깔론'을 제기하고 있는 가운데 그의 동료였던 중앙일보 김진 논설위원은 이번 ‘색깔론’에 ‘운명’과 ‘영령’까지 끌어들였다. 김진은 ‘역사가 이정희를 거부했다’고 규정하며, “2년 전 유시민을 무대에서 끌어내렸던 국가안보의 영령”을 또 보았노라고 감탄했다.
김진의 논법을 따라 에두르지 말고, 질러 말해보자. 김진이 2년 전 사례를 꺼내들며, 경기동부를 희생양으로 삼아 원하고 있는 것은 새로운 ‘전선’의 구축이다. ‘MB심판론’의 총선이 아니라 ‘야당심판론’의 총선이다. 하지만 살아있는 권력이 버젓한데, 죽은 권력을 다시 심판하자는 건 논설위원 씩이나 되서 주장하기엔 멋쩍은 '프레임'이다. 제 정신을 가진 언론인이 말하기는 힘든 언어 도단다.
김진은 경기동부를 지렛대로 조중동은 죽은 권력을 심판하자는 낙후된 프레임을 버리고, 미래 권력(이 될지도 모르는 이들을) 심판하자는 세련된 논법을 출격시킨다. 실제, 조중동은 경기동부가 등장한 이후 부쩍 통진당이 원내교섭단체가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부각하고 있다. 김진은 아예 이정희를 향해 ‘의회 지도자’라는 표현까지 썼다. 진보정당 대표에 대한 유례없을 융숭한 대접은 역설적이게도 ‘야권 총선 승리=경기동부 미래권력’이란 도식의 구축을 위한 디테일인 셈이다. 
그러나 김진의 이 규정은 무리하다. 무수한 갈래 길과 드넓은 공백이 있다. 한 트위터리안은 이번 사건이 “골방에 있던 운동권 정파 조직이 세상에 드러난 일”이라고 했는데, 김진은 이를 받아 말하자면 “운동권 정파가 세상을 지배할 것”이라고 호들갑을 떨고 있는 셈이다. 그리곤 좌고우면하지 않고, ‘색깔론’으로만 일방 돌진했다. 전매특허의 발현, 전가의 보도, 거침없는 하이킥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잘 먹히지 않는다. 트위플은 ‘주사파의 실체가 드러났다’는 설레발에 비해 여전히 이정희 엄호 양상은 두드러지고, 야권연대에 대한 지지가 공고하다는 점은 여론조사 결과로 확인된다. 왜 일까? 일차적으로 말하면 ‘사실’의 힘이 없기 때문이다. 조중동은 경기동부에 대한 ‘사실’을 갖고 있지 않고, 주사파에 관한 ‘취재’된 진실이 없다. 다만, 누구나 할 수 있는 ‘가정’을 기정사실로 변환하는 논리적 ‘기술’로 사건을 구성하고 있을 뿐이다. 늘 팔아왔던 ‘색깔론’을 도래한 정치의 계절에 다시 팔고 있을 뿐이다.
이건 흡사, 아스팔트 우파라고 불리는 어르신들이 집회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미국이 도와줘 우리가 이만큼 살게 됐다’고 주창하는 안보에 대한 절대적 믿음 같은 것과 다르지 않다. 내용적으로 빈약하고, 효과 면에선 낙제점이다. 실상, ‘색깔론’이라고 하는 전가의 보도가 이렇게 무딘 칼이었단 점은 놀랍기까지 하다. 지난 십 수 년 간 조중동이 휘둘러 온 ‘색깔론’에 비해 조중동 내부에 축적된 내용의 실체는 트위터에서 떠도는 멘션만큼도 안 된다. 조선은 87학번 이정희를 92년에 결성된 전국연합이 육성했다고 할 만큼 부정확하고, 중앙일보 김진은 ‘영령’을 끌어들이지 않고선 논리를 세우지 못할 정도로 감정적일 뿐이다.
경기동부의 실체에 대해 조중동은 거의 아는 게 없다는 점, 김진이 주사파에 관한한 ‘카더라 통신’ 이상의 정보력이 없다는 점은 그 자체로 매우 시사적이다. 이는 조중동이 누군가에겐 잘 들리지만, 대부분의 이들에겐 전혀 소구되지 않는 메아리라는 점을 보여준다. 양질의 정보가 거의 무제한적으로 제공되는 미디어환경에서 늘 같은 얘기를 하지만 별다른 정보는 없는 김진과 같은 언론인의 존재감은 점점 옅어질 수밖에 없다. 


▲ 이정희 대표가 사퇴한 이후에도 조선일보는 계속 '경기동부'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다. 스트레이트를 가장한 '소설'이 범람했는데, 통합진보당은 결국 조선일보에 대한 취재 거부를 선언했다.

그래서, 다시 제기된 ‘색깔’이지만 이번 선거도 ‘색깔’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조중동이 열과 성을 다해 이 대표와 야권연대를 물어뜯는 시간에도 여론은 야권연대를 찍겠단 의지를 다졌다. 김진이 과대망상적 역사를 본 순간,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이정희 대표의 사퇴를 정점으로 여론이 다시 ‘정권심판론’을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과학'을 전했다. 야권이 ‘잡음’을 일으킬 때, 이를 색깔론으로 역공한 조중동의 타이밍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영향력은 신통치 않다. 구성력이 너무 떨어지고, 구성 자체가 견딜 수 없이 진부하다. 단언하건데, 김진이 말한 ‘역사의 비상한 작동’ 같은 건 없다. 경기동부가 호명되고 또 주사파 타령이 울려 퍼지지만 조중동이 원하는 ‘전선’은 도래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영령'을 끌어들이는 것은 이미 '이성'의 영역이 아니라는 자기 고백같은 것이 아닌가.

2012년 3월 27일 화요일

새누리 비례 1번 민병주, 고리원전 승인해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03-27일자 기사 '새누리 비례 1번 민병주, 고리원전 승인해'를 퍼왔습니다.
[SNS 여론]"과학자가 정치해 신뢰? 'MB정권 비리 없어'랑 똑같은 말"

새누리당 비례대표 1번을 받은 민병주 한국원자력연구원(사진)이 고리원전 1호기와 연관돼 소셜네트워크(SNS) 여론에 뭇매를 맞고 있다.
녹색당은 26일 "고리원전 1호기 수명 연장을 결정한 2007년 11월 27일 원자력 안전자문위원회 회의 결과를 입수했다"라면서 "민 연구위원이 안정성 심사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녹색당이 정보공개로 청구한 자료를 보면, 2007년 당시 원자력안전전문위 원자로계통분과 회의에서 '고리 1호기 계속운전 안정성 심사 결의안'을 의결했다. 분과회의에서 의결된 사항은 고리 1호기 수명 연장을 2017년까지 10년간 연장하겠다는 것.
하승수 녹색당 사무처장은 "이번 고리원전 사고에서 문제가 된 부분도 원자로계통분과에서 다룬 내용이 있다"라면서 "민 연구위원은 고리원전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원전 심사과정에도 참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앞서 고리원전 1호기는 지난달 9일 정전으로 12분간 가동이 중단됐으며, 비상디젤발전기도 작동되지 않아 '안전불감증'이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또 정전사태 및 핵연료 인출 등을 은폐했으며, 3개월 전 감사원으로부터 비상디젤발전기의 허술한 부품관리에 대해 강도 높은 지적을 받았으나 시정하지 않아 논란은 확산되고 있다.
이를 두고 트위터 여론은 "새누리의 비례대표 공천 1번이 대체 에너지 전문 과학자가 아닌 것은 원전 포기 안하겠다는 뜻", "비도덕적인 과학자와 비도덕적인 정권의 만남", "김종훈도 그렇고, 시각장애인만 새누리당 공천받나?", "지금 고리원전뿐만 아니라 탈핵 분위기에서 새누리와 MB는 핵안전을 외치는구나?", "파헤치면 한두 놈이냐? 온갖 잡새당" 등 비판이 잇따랐다.
한편, 26일 민 연구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과학자가 정치하니까 신뢰 간다는 말을 듣고 싶다"라는 발언을 두고 한 트위터리안은 "MB가 정권 잡으니까 비리가 없다, 박근혜가 새누리당 잡으니 민주적이다, 전두환이 양심적이니 정권 한 번만 잡는다"라는 식으로 비꼬기도 했다.

2012년 3월 1일 목요일

"2012년 진보개혁의 열망 이루지 못하면 범죄"


이글은 프레시안 2012-03-01일자 기사 '"2012년 진보개혁의 열망 이루지 못하면 범죄"'를 퍼왔습니다.
[정치경영연구소의 '自由人'] 박선숙 의원 "파괴의 불덩이에 찬물을 끼얹겠다"

박선숙 민주통합당 국회의원을 만나고 왔다. 민주화운동, 청와대 대변인, 환경부 차관, 그리고 현재 국회의원까지 운동과 행정부 입법부 모두를 두루 경험한 흔치 않은 이력의 소유자이다. 정치가 무척이나 난무해진 이 때, 하지만 그래서 정치가 더 중요해진 지금 그가 생각하는 정치란 무엇일까 궁금했다.

"나에게 정치란 '끝나지 않는 숙제'이다." 왜냐고 물었다.

"70년대 학번으로 대학생활을 시작하고 유신 체제 하에서 성장하면서 '내가 살아 생전에 민주주의 된 나라를 볼 수 있을까'라는 절망 속에서 최소한으로 숨 쉴 공간을 위해 운동이 필요했다. 민주화 된 세상에서 사는 것만으로 더 바랄게 없다는 생각이 들만큼 힘들었다. 그런데 97년에 정권교체라는 또 하나의 산을 넘으면서 이제는 평범한 생활로 돌아갈 수 있겠구나 했는데 그것도 끝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최근 5년을 보면서는 민주주의가 우리에게 얼마나 끊임없는 시련을 요구하는지, 세상의 변화는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희생과 헌신을 요구하는구나 생각한다."


다만 이 때문 만일까? "정치가 사람을 망치는 것이 아니라, 압력이 굉장히 높고 엄격한시험과 같은 정치라는 영역에 들어서면, 그 권력의 힘 앞에서 각자에게 내재되어 있던 내면의 무언가가 드러나게 된다. 그래서 나는 정치는, 권력은 뢴트겐처럼 사람의 내면을 고스란히 노출시킨다고 생각한다. 지난 17년간 내 내면에서 무엇인가 사사로운 것이 자라나지는 않는가 늘 경계하며 살아왔다. 나에게 정치는 권력이 아니라 시험이자 숙제이다."

그렇다면 그 내면의 것은 무엇일까. "우리가 정답이고 옳다는 도그마에 사로잡히기 시작할 때 내가 괴물과 닮아가는 것은 아닌가 돌아봐야 한다. "우리가 당한만큼 갚아주자"고 하시는 분들이 있다. 이런 말들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분노의 불을 지른다. 반대로 "우리가 당했지만 똑같이 갚아줄 수는 없다."라고 말하는 것은 거기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사람들의 마음에 불을 지를 것인가 찬물을 끼얹을 것인가 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데 나라면 항상 찬물을 끼얹는 쪽에 서겠다."

왜 그런가? "불타오르는 사람들의 분노만 갖고는 긍정적인 내일과 미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들의 분노의 응축이 어떤 상황을 타파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그 다음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할 수 있는 선순환, 혹은 진전을 이뤄내려면 분노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인간, 역사, 진보에 대한 반성적 성찰의 힘이 필요하다."

모두가 변화의 불쏘시개가 되겠다며 불을 향해 달려갈 때, 그게 긍정의 변화가 아닌 파괴의 불덩이로 모두를 태우려하면 그게 우리 편이어도 언제든 찬물을 끼얹겠다며 양동이를 짊어지고 함께 뛰어간다. 그러니 무겁지, 그러니 숙제지, 그래서 고맙지.

"조직되지 않은 다수가 조직된 소수를 당할 수 없는 상태에서 민주주의가 과연 평등한 제도인가 하는 숙제를 늘 안고 생활했다, 어떻게 하면 조직되지 않은 다수가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민주주의의 제도적 허점들을 끊임없이 보완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찬물을 끼얹다 찬물을 되맞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 불과 함께 들판 여기저기를 넘실거리고 싶은 욕망, 양동이 내려놓고 홀가분하게 달리고 싶은 마음을 내버리고 아직도 끝나지 않은 숙제를 끌어안고 씨름하고 있는 그녀가 있어 참 좋다.

민주화운동, 정부(환경부 차관), 국회의원 등 운동과 행정부과 입법부 모두를 다 경험했다. 운동과 행정과 정치가 다른 듯 하지만 같은 것 같기도 하다. 어떤 점에서 다르고, 어떤 점이 같은 것 같나?

학생운동을 시작하고 사회운동도 했지만 정치를 하겠다는 생각은 35살 이전에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어느 날 갑자기 무언가에 떠밀리듯 정치에 들어오게 되었는데, 돌아가신 김근태 선배가 정치계에 입문하고 후배들 몇 사람이 김근태 선배를 돕기 위한 팀을 만들면서 나의 정치인생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넉 달간 함께 일하다가 95년 6월 첫 지방선거 당시 김근태 선배가 나를 부대변인으로 추천했다. 나는 사람들 앞에 나서는 일을 잘 못하는 사람으로, 도저히 못하겠다고 계속 버텼지만, 동의와 설득을 누구보다 중요시 하는 선배가 하도 강하게 말씀하셔서 하는 수 없이 받아들였다. 그때의 결정이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되었다.



▲ 박선숙 민주통합당 의원 ⓒ프레시안(최형락)

그때까지 나는 운동을 하는 것과 정치를 하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했다. 운동은 넓은 의미에서 정치의 변화를 원하는 것이다.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한다는 면에서 운동과 정치, 행정은 같은 맥락에 있지만 활동 영역이 다르다. 운동을 하면서 나는 사회의 변화와 관련하여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역할을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정치에 입문한 이후에는 공개적인, 공식적인 영역으로 들어온 것이고, 이후의 모든 활동이 그러했다. 95년 이후 벌써 17년이다. 그동안 공적인 영역에서 살아온 셈이다.

사회운동과 정부, 정치의 세 가지 영역은 사람을 이롭게 한다는 면에서는 같은 맥락에 있지만 정부와 정치가 제도와 법의 영역에서 이뤄진다면, 사회운동은 좀 더 넓은 범위에서 변화를 추구하는 다양한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현대사에서 1960년, 1987년은 다수의 국민을 따르지 않고 오히려 억압하는 제도정치를 국민의 힘으로 굴복시키는 민주주의의 힘이 분출된 중요한 분기점이었다. 1960년 4.19로 이승만정권이 무너졌고, 1987년 6월 항쟁으로 전두환 군사독재가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사회운동의 힘이 제도화되어 거꾸로 돌아가지 않는 법과 제도로 정착되는 데는 사회운동과 제도권에서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국회나 정부에 가면 사람이 달라진다는 말을 흔히 한다.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권력을 갖더니 달라졌다'라고 이야기한다.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흔히 '정치가 사람을 망친다'고 이야기 하는데 거기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정치가 사람을 망치는 것이 아니라, 압력이 굉장히 높고 엄격한 시험과 같은 정치라는 영역에 들어서면, 그 권력의 힘 앞에서 각자에게 내재되어 있던 내면의 무언가가 드러나게 된다. 그래서 나는 정치는, 권력은 뢴트겐처럼 사람의 내면을 고스란히 노출시킨다고 생각한다. 지난 17년간 내 내면에서 무엇인가 사사로운 것이 자라나지는 않는가 늘 경계하며 살아왔다. 나에게 정치는 권력이 아니라 시험이자 숙제이다.

막스 베버는 직업으로의 정치와 관련하여 때로 정치는 악마적 힘과 거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여기서의 정치나 권력은 악마적 힘이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을 시험이자 숙제라 답했는데, 그렇다면 이런 악마적 힘과 거래하는 과정에서 줄곧 내적인 긴장감을 가지고 있던 것인가?

먼저 어떤 조건에서 무엇을 위하여 어떤 거래를 하는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는 베버의 명제 앞에서 '무엇을 위하여 거래하는 것인가? 도대체 무엇을 원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하고 싶다. 베버의 말을 목표로 하는 종국의 긍정적인 결과를 위해 일정하게 힘을 빌린다거나 수단을 동원하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는 이야기로 해석한다면, 거기에도 기준이 있다고 생각한다. 오로지 거래하거나 빌릴 수 있는 것은 특정할 수 없는 다수 국민의 힘이다. 어떤 목표나 목적을 위해서라도 국민의 힘 말고 다른 어떤 힘과도 타협해서도 거래해서도 안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장기적으로 보면, 국민의 힘은 항상 옳은 방향으로 간다는 낙관론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다수를 이롭게 하는 국민의 힘이라는 기준과 방향을 잃지 않도록 긴장감을 늦추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보면 여론 또는 다수의 힘은 당장의 이해관계나 감정에 치우칠 때도 있다. 그럴 때 다수 국민의 힘에 편승할 것인가, 혹은 때론 대결하면서라도 다수의 이익을 지키는 길을 선택할 수 있는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때로 여론을 거스르는 판단이 필요할 때 어떠한 기준을 가지고 결정하나?


ⓒ프레시안(최형락)
가령 국민의 정부 당시 의료보험 통합과 의약분업의 예를 들어보자. 직장의료보험과 지역의료보험을 통합한다고 할 때 반대가 적지 않았다. 특히 직장의료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분들은 지역의료보험과 통합하면 손해라는 생각을 하는 분들이 많았다. 당연히 여론의 반대도 있었다. 의약분업은 더 심각한 문제였다. 의사협회가 반대하고 나서, 병원들이 진료를 거부하자 문 닫힌 병원 앞에서 아픈 아이 안은 엄마들, 연세가 많은 환자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연일 뉴스에서 병원에도 못가는 현실을 탓하고, 환자와 가족들의 아우성을 보도했다. 정부와 대통령으로선 참 견디기 힘든 여론의 압력이었다. 당시 나도 김대중 대통령께 "더 이상은 버티기 어렵다"고 말씀드렸었다. 그때 김 대통령 하신 말씀이 아직도 생생하다. "견뎌야 합니다. 지금은 고통스럽지만 결국에는 국민들이 이해해줄 겁니다"라고 하셨다. 이외에도 수많은 예들이 있다. 당장의 여론과 종국의 여론 혹은 장기적인 여론은 분명 차이가 있다. 그래서 당장의 여론이 아니라, 근본의 여론이 무엇인지를 늘 고민한다.

운동, 행정, 정치의 각 영역에서 갖는 핵심 가치는? 키워드는?

인간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그 연장선에서 휴머니티라고 하는 동시대인에 대한 애정과 공감이 있어야 한다.

사람이 갖는 입장의 차이는 있기 마련이다. 이러한 입장과 의견, 생각의 차이가 얼마나 근본적인가에 대해서 꼭 질문을 해본다. 하지만 실제로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생각의 차이가 좁혀지기는 정말 힘들다. 운동을 할 때와 정치를 할 때도 마찬가지로 생각의 차이가 늘 존재했고 그것들을 좁혀가는 것이 굉장히 힘들었다. 하지만 이러한 차이를 좁히고자 하는 것이 정치의 과정이 아닌가 싶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의 생각의 차이가 어디에서부터 기인하는 것인가 서로 이해하려고 하는 힘이 필요한 것이다. 가까이 있는 동료의 의견도 이해하지 못하면서 다수인 국민의 생각과 바람을 어떻게 이해하고 대변한다고 할 수 있겠나. 생각의 차이가 있다는 이유로 쉽사리 상대방을 비판하거나 매도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물론 피아(彼我)의 구별은 있어야 한다. 근본적으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있다. 그것이 우리의 오랜 역사 속에서 면면히 흐르고 있는 진보와 보수이다. 하지만 이러한 근본적 차이가 있는 진보와 보수라 할지라도 사생결단으로 상대방을 없애기 위해 싸우지는 말아야 한다. 서로가 더 잘하기 위해서 경쟁해야 하는 것이다. 상대방을 전면적으로 부인하는 싸움을 정치라고 한다면 지금 이명박 대통령이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우리가 민주주의를 하려고 한다면 적어도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비민주적인 사람들과는 달라야 한다.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처럼 된다"고 니체는 말했다. 정치적 노선의 차이, 정책의 차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스스로 인간의 중심을 잃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정치인 같지 않은 정치인, 권력의지가 없는 정치인이라고들 한다. 사실 '내 정치'를 꿈꾸지 않은 상태에서 정치권에 들어왔다."라고 이야기한 것을 보았다, 이렇게 '내 정치'를 꿈꾸지 않은 상태에서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에게 훌륭한, 좋은 국회의원으로 인정받고 있다. 박선숙에게 정치란 무엇인지?

정치를 하겠다는 것 자체가 목표가 될 수 있지만 나의 시작은 조금 달랐다.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하는 일, 좀 더 나은 세상,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 이런 것들이 나를 운동으로 이끌었고 정치의 영역도 그런 길의 연속이라고 하겠다. 70년대 학번으로 대학생활을 시작하고 유신 체제 하에서 성장하면서 '내가 살아 생전에 민주주의 된 나라를 볼 수 있을까'라는 절망 속에서 최소한으로 숨 쉴 공간을 위해 운동이 필요했다. 민주화 된 세상에서 사는 것만으로 더 바랄게 없다는 생각이 들만큼 힘들었다. 그런데 하나의 큰 고개를 넘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끝이 아니고 새로운 시작이어서 끊임없이 새로운 숙제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87년 6월 항쟁을 거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사회적 책임에서 벗어나서 착하게 살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97년에 정권교체라는 또 하나의 산을 넘으면서 이제는 평범한 생활로 돌아갈 수 있겠구나 했는데 그것도 끝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최근 5년을 보면서는 민주주의가 우리에게 얼마나 끊임없는 시련을 요구하는지, 세상의 변화는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희생과 헌신을 요구하는구나 생각한다. 그래서 나에게 정치란 '끝나지 않는 숙제'이다.

ⓒ프레시안(최형락)
내게 '권력의지'가 없다고들 하지만, 나는 커다란 권력의지를 갖고 있다. 더 나은 세상, 사람을 중하게 여기는 세상을 향해 가기 위해 반드시 권력을 잡아야 한다는 개혁과 진보의 집권에 대한 열망을 나는 갖고 있다. 국회에서 진보개혁세력이 다수가 되고, 2012년 대선에서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뤄야 한다. 지금 국민들께서 이렇게 단단하게 결심하고 계시는데, '이루지 못하면 그건 범죄다, 다시 죄를 짓는 거다'고 생각한다. 이미 우리는 역사에 여러번 죄를 짓지 않았는가? 6월항쟁 이후 좀 더 빨리 정권교체를 이루지 못했던 죄, 민주정부 10년에도 불구하고 정권을 잃은 죄 말이다. 그로 인해 지난 4년 국민들이 모진 세월 보내야 했지 않은가? 선거를 잘못한 국민 탓이라고 누군가 말한다. 그러나 그건 제3자들이나 할 수 있는 말이다. 도저히 투표장에 갈 수 없게 만든 건 바로 우리들이었다. 수많은 유권자들이 기권하고,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들도 차마 대통령으로 뽑기에도 부끄러운 후보에게 몰표를 준 건 그가 좋아서가 아니라, 우리로는 도저히 안 되겠다는 심정 때문이 아니었겠나?

다시 권력의지 문제로 돌아가면, 나는 이번에 정권교체를 반드시 이뤄야 한다는 강한 권력의지를 갖고 있다. 그러려면 좀 더 깊은 반성적 성찰과 진술이 필요하다. 두 번의 집권에도 불구하고 잘못한 일들은 무엇이었는지 통절한 고해 위에서 새로운 출발을 약속해야 하지 않겠는가? 김근태 선배가 유언처럼 남긴 '2012년을 점령하라'는 말은 남겨진 우리 모두의 숙제다.

70~80년대를 지나온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당시에는 고문 등 물리적 폭력 또한 일상적이었다고 들었다.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과 닮아간다는 말이 있는데 괴물과 싸우면서도 인간적인 감수성을 잃지 않을 수 있었던 힘이 있었는가. 그 시대를 어떻게 지나올 수 있었나.

분노와 증오가 나를 갉아먹지 않도록 그것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려고 노력했다. 분노와 증오에 먹히면 상대방을 이기는 것 자체만을 목표로 하게 된다. 김근태 선배와 같은 좋은 언덕이 많았다. 그들이 갖고 있었던 용서할 수 있는 힘과 인간에 대한 예의와 애정을 자기 바탕으로부터 잃지 않으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배웠다. 물론 괴물과 싸우다 괴물을 닮아갈 수 있다. 운동이 명분과 가치를 앞세우면서 내부에서 스스로 잔인해질 수 있다. 자신의 행위를 모두 정당화 하면서 스스로 폭력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것들에 대해 부단히 경계하고, 싸우고, 싸우다 비판도 받았다. 김근태 선배와 나 같은 사람들은 민청련을 하는 과정에서나 그 이후, 우리보다 훨씬 이념적이고 전투적인 사람들로부터 너무 유하고 중도적이라는 비판을 끊임없이 받았다. 이러한 비판 앞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성찰할 수 있는 힘이 없으면 그게 가장 위험한 것이다. 우리가 정답이고 옳다는 도그마에 사로잡히기 시작할 때 내가 괴물과 닮아가는 것은 아닌가 돌아봐야 한다.

"우리가 당한만큼 갚아주자."라고 하시는 분들이 있다. 이런 말들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분노의 불을 지른다. 반대로 "우리가 당했지만 똑같이 갚아줄 수는 없다."라고 말하는 것은 거기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사람들의 마음에 불을 지를 것인가 찬물을 끼얹을 것인가 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데 나라면 항상 찬물을 끼얹는 쪽에 서겠다. 똑같이 갚아주자는 것은 악순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불타오르는 사람들의 분노만 갖고는 긍정적인 내일과 미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들의 분노의 응축이 어떤 상황을 타파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그 다음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할 수 있는 선순환, 혹은 진전을 이뤄내려면 분노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인간, 역사, 진보에 대한 반성적 성찰의 힘이 필요하다.

혹시 내 안에 '나도 이런 면이 있구나'하는 것을 발견해 본 적은 없는지?

사람들 마음이 내 마음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 가끔 가까운 사람들에게 화가 날 때가 있다. 이때가 반성할 시간이다. 분노란 내가 반드시 옳다는 것에 대한 지나친 확신 혹은 상대방에 대한 부인이나 부정으로부터 오는 것인데 화가 날 때면 항상 반성한다.(웃음) 나란 사람은 늘 반성하는 사람이다.(웃음)

2011년에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이 선정한 2011년 국정감사 우수 의원상 수상, 대규모 유통업의 거래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정에 기여한 공로로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공로상도 받으셨다. 실제로 의정활동을 함에 있어서 가장 주안점을 두는 부분은 어디인가?

의정활동을 열심히 하는 것은 최소한의 밥값을 하는 것이다.(웃음)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은 국민을 대변하는 입법기관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지만, 지역구 의원은 지역구민들을 주로 대변한다면 비례대표 의원은 불특정 국민을 모두 대변해야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비례대표를 전국구라고들 하지 않나. 전국 유권자가 모두 내 지역구민이니 짐이 굉장히 무겁다.

ⓒ프레시안(최형락)

지역구민으로 분류할 때 제대로 대변되지 않는 사회적 약자, 소수자들이 우리 사회에는 많이 있다. 실제로 숫자가 적어서 소수자인 경우도 있지만 조직되지 못해서, 사회적으로 약한 위치에 있어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들이다. 조직된 소수가 조직되지 못한 다수를 이긴다고 올슨은 말했다. 바로 민주주의의 맹점이다.

내가 속한 상임위는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보훈처 등이 속해 있다. 전국민이 금융소비자인데 그 권리는 누가 대변하는가? 얼마 전까지는 금융소비자라는 말도 생소하지 않았나?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정부가, 금융감독기관이, 금융기관이 '선의의 관리자로서의 주의의 의무'를 다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그러나 금융소비자는 조직되지 못한 개인들이어서 제대로 목소리를 낼 수 없다. 할 일이 많았다. 법과 제도를 바꾸고, 사람들의 생각을 바꿔야 한다. 대기업과 하청업체인 중소기업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나와 같은 상임위에 속한 비례대표들은 특히 할 일 많은 상임위를 만난 셈이다.

조직되지 않은 다수가 조직된 소수를 당할 수 없는 상태에서 민주주의가 과연 평등한 제도인가 하는 숙제를 늘 안고 생활했다. 어떻게 하면 조직되지 않은 다수가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민주주의의 제도적 허점들을 끊임없이 보완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나의 국회에서의 활동의 중심은 조직되지 않은 다수가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통로를 만드는 일, 다수의 이해를 대변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요즘 민주통합당이 슈퍼스타K 방식으로 청년 비례대표후보를 뽑고 있다. 실제로 400여명이 넘는 청년들이 지원했다고 들었는데, 이런 방식의 청년 비례대표제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나?

민주통합당 되기 전 민주당에서 2010년 초부터 1년 내내 청년 비례대표제 등을 비롯하여 쇄신 개혁에 대한 토론이 있었다. 청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는 것 자체가 좋은 이야기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 비판적 토론을 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주로 내가 비판적 발언을 많이 한 사람 중 한 명이다. 청년들에게 기회를 주어 정치영역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게 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들이 과연 청년의 대표성을 얼마나 가질 수 있을까에는 의문이 있었다. 오히려 이러한 발탁이 그들로 하여금 다수의 청년들과 분리시키는 것은 아닌가 생각했다. 이것은 과거 나 자신에게 했던 질문과도 같다. 약관의 나이에 여성이기 때문에 남들보다 앞서 최초로 여성 부대변인을 하고, 청와대에서 일하는 과정 속에서 내게 주어진 자리와 위치에 대한 부담이 항상 있었다. 청와대 대변인이 된다는 것은 나 개인에게는 영광일 수 있겠지만, 오히려 다수의 여성들에게 위로와 격려보다는 박탈감과 상처를 주는 게 아닐까 두려웠다. 그래서 여성으론 처음으로 대통령 수석비서관 겸 대변인을 맡기시겠다는 김대중 대통령 말씀을 거듭 고사했다. 그래도 거듭 설득하시니 어쩔 수 없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갈 수 있는 기회가 나에게 특별히 주어졌을 때, 실패하지 말아야 한다는 중압감이 굉장히 컸다. 혹시 내가 잘못하면 다른 여성들에게 돌아올 기회들이 봉쇄되지는 않을까 하는 중압감 말이다.


ⓒ프레시안(최형락)
청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데는 찬성하지만 제한적으로 실시하고, 그 과정을 엄밀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훌륭한 한 사람을 뽑는 것도 좋지만 동시대의 수많은 청년들을 낙담시키지 않고 그들에게 대표성을 동의 받을 수 있을 것인지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선발된 사람들이 정말로 잘해야 한다. 개인에게는 영광이 될 수 있겠지만 그들이 잘못하면 많은 사람들의 기회를 봉쇄하는 것일 수 있다. 2,30대 청년들에게 청년비례대표제는 기회라고 생각하지만, 아직 자기 분야에서 열심히 일할 기회도 제대로 주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자기 분야를 버리고 나오기는 어렵다고 생각하는 대다수 청년들이 있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물론 연령이 그 사람의 활동의 질과 양을 규정한다고는 생각하지는 않는다.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 정도의 연령이 자기 분야에서의 일정한 경험과 전문성을 가지고 그 연장선상에서 정치적 발언들을 할 수 있는 기초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2,30대는 4,50대와는 다른 종이다. 우리가 아날로그라면 청년들은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다. 청년층에게 어떤 중요한 역할을 맡기고 기대해도 모자라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날로그 세대들과 디지털 세대와의 결합이 얼마나 잘 될 수 있을 것인가가 과제이다.

의원을 포함하여 비례대표 의원들을 보면 복지국가 논의 등 지역구에 함몰되지 않아 전국 단위의 주요 이슈들을 잘 만드는 것 같다. 최근에 석패율 제도 도입 찬반 논쟁이 있으면서 오히려 독일식 정당명부제 도입 여론이 일기도 하였는데, 비례대표제에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다.

청년 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를 하나씩 따로 떼어놓고 보면 전체적으로 제도의 완결성, 대표성에 제한이 있다. 2000년 총선 이후 16대 국회 때 국민의 정부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와 중선거구제, 비례대표의 확대 문제를 국회에 제안했었다. 그러나 당시 통과되지 않았고 참여정부에서 노무현 대통령도 같은 구상을 했었다.

정치가 기본적으로 한 발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대표성의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지역의 대표성과 각 분야의 대표성의 균형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의 20%의 비례대표로는 불가능한 것이다. 10년 전에 이미 비례의석을 100석 정도까지 늘리고 정당명부식으로 접근하는 것을 논의했었다. 그래서 각 분야의 대표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하고 그런 제도 속에서 유권자에 의해 청년들이 선택받도록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다. 이런 제도 없이는 대표성을 충분히 담보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런 제도적 변화는 의원들이 자기 지역구를 내놓을 결심을 하지 않고서는 통과되기 어렵다. 둘 중 하나다. 국민들이 정치제도의 발전을 위해 현재의 지역구를 그대로 두고 비례대표를 100석 정도로 늘리는 결심을 하거나, 현재의 의석수를 묶어놓은 상태에서 지역구 의원들이 스스로 지역구를 줄이자고 결심하는 것이다. 2001년에도 시도했다지만 안됐고 2007년에도 안됐다. 지금도 청년 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 논의가 나오지만 그 베이스에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가 들어가지 않으면 제도 자체로서의 완결성이 없다. 19대 국회의 과제다. 19대 국회 구성되면 곧바로 이런 제도개혁에 대해 논의를 시작해서 빠른 기간 안에 완료했으면 한다.

"약자 향한 연민으로 정치 입문 당 원하면 내년 총선 도전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오는 총선에서 지역구 의원으로 출마할 계획인가?

총선승리와 대선승리를 위해 무엇이든 할 생각이다. 그러나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나의 권력의지는 내가 무엇이 되는 쪽보다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쪽을 향해 있다. 이번 총선의 승리를 낙관하는 분들도 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다수의 유권자들이 이 정부는 안되겠다, 한나라당이건 새누리당이건 안되겠다고 생각하는 건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결코 쉬운 선거가 아니다. 수도권과 영남, 충청권 등에서 접전이 펼쳐질 것이다. 특히 수도권은 1천표 안팎에서 당락이 갈리는 지역구가 수십개가 될 것이다. 심판의 칼날을 피해 이명박 대통령을 감추고, 심지어 과거와의 단절을 이야기하는 박근혜 대표를 앞세우고, 새누리로 간판도 바꾸고, 정책도 바꾸고 있지 않은가? 'MB는 싫어도 박근혜까지 버릴 수는 없는 거 아니야' 하는 정서를 보수는 물론 중도까지 확산시키려 하고 있다. 4대강과 부자감세, 재벌을 위한 규제완화에 동조했던 박근혜 대표가 재벌개혁과 복지를 들고 나오고 있다. 유권자들 가운데 혼동을 불러일으키려 하는 것이다. 여야 어느 쪽이든 다 복지와 재벌개혁을 이야기하니, 둘 중 누구를 선택해도 된다는 심리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중간층 표를 흔들려는 의도다. 이런 시도가 어느 정도 먹히고 있다고 본다. 최근 여당의 지지율은 MB 지지율의 거의 두 배에 이른다. MB의 늪에서 빠져나오고 있는 중이다. 이대로 가면 정말 위험해진다.

ⓒ프레시안(최형락)
그런데 박근혜 대표의 새누리당과 MB의 한나라당은 정말 다른 것인가? 우리는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 박근혜 대표는 누구인가? 문재인 이사장이 던진 정수장학회는 장물이다는 문제제기가 그런 것이다. 박근혜 대표는 MB 4년간 어디에 있었는가? MB 조수석에 앉았던 동승자라는 한명숙 대표의 표현이 그런 질문이다. 박 대표가 협력하지 않았으면, MB는 4대강도 부자감세도 재벌편들기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박 대표의 새누리는 전혀 새롭지 않는 MB 한나라당의 복사판이다. 이런 점들을 끊임없이 드러내줘야 한다.

그리고 이번 선거에서 다수가 되면, 다가오는 대선에서 집권하면 얼마나 잘 할 수 있는지 우리의 실력을 보여야 한다. 그러면 어려운 선거에서 버텨내고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총선승리 위해 할 일이 많다.

정치인 박선숙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지만 개인적인 삶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 같다. 고 김대중 대통령은 의원님을 "겉은 버드나무처럼 부드럽지만 속에는 철심이 있다"라고 표현하셨는데, 공적 영역이 아닌 개인의 삶으로 돌아갔을 때 모습은 어떠한가?

여성들이 사회적·경제적 참여, 특히 정치 참여를 하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육아·보육 시스템이 지금보다 훨씬 좋아지지 않고서는 어렵다. 내가 활동한 지난 25년의 기간은 누군가의 등에 업혀 온 시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아이를 맡기느라 친정어머니와 언니의 등골을 휘게 만들었고 한편으로는 아이에게 못해준 게 많다. 청와대 들어가기 전 3년은 선거를 치르느라 전국을 몇 바퀴나 도는 강행군이었다. 청와대 5년은 정말 중노동이었다. 흔히들 청와대에 들어간 사람들이 힘들어서 이빨이 빠져가지고 나온다고 하지 않나.(웃음) 보통 1년이 지나면 청와대를 그만 두고 나간다. 2년이 지나면 환자가 되어서 나가고 말이다. 그런데 나는 5년이나 있었다. 밤 12시에 집에 들어갔다가 아침 5시 반~6시에 나오니까 깨어있는 아이를 보지 못했다. 어느 날, 아이 사진을 봤는데 아이 얼굴이 달라진 것 같더라. 잠잘 때 본 것과는 달리 얼굴이 약간 균형이 깨져 있었다. 혹시나 해서 치과에 가보니까 송곳니 하나가 나오지 않아서 얼굴이 그리 된 것이었다. 이 송곳니 하나 찾으려고 생 어금니 4개를 뽑았다. 평소에 애를 봐왔으면 조기처치가 가능했을 텐데... 정말 못할 일을 많이 했다. 그 아들이 지금은 25살이고 지난해 군대를 병장제대 했다. 이외수씨가 화천에 사시면서 화천이 영하 22도라고 트위터에 올린 것을 보고 '우리 아들이 작년 2월에 화천에서 제대했어요.'라고 했다. 그러니까 어떤 분이 '아니, 처녀인 줄 알았는데' 그러시더라.(웃음)

그렇게 아이를 키웠다. 가족들의 등에 업혀서... 사실은 동료들이나 가깝게 지내는 비슷한 연배의 선후배들을 보면 다 비슷하다. 아이한테 제대로 못해줘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엄마들이다. 그렇지만 나는 항상 아이에게 미안해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엄마가 나한테 해준 게 뭐 있어'라는 말이 나오지 않게 노력한다. 환경부 차관 그만두고 1년 쉬는 동안 부채 청산한다고 생각하고 아이에게 최선을 다했다. 마침 아이가 대학시험에 떨어지고 재수할 때라...그렇지만 그것은 내 마음 편하자고 하는 거였고.(웃음)

우리집 아이는 자라는 동안에 엄마가 청와대에서 일한다거나 정부에서 일한다거나 하는 것을 주변의 친구들에게 알리지 않으려고 애썼다. 엄마가 영 부담스러웠던 게 아닌가 싶다. 내 입장에서도 만인으로부터 칭찬보다는 비난을 받는 공직, 정치에서 일하니, 엄마의 직업 때문에 아이까지 주위에서 나쁜 소리 듣지 않을까 늘 걱정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걱정의 터널을 지났다. 독립적으로 각자 알아서 산다.(웃음)

아직까지 한국은 남성위주의 사회고 특히 정치라는 영역은 더 그런 것 같다. 이번에 나꼼수의 비키니 응원 논란을 보면서 논란이 많았다. 이 과정을 보면서 어떠했나?

일단 이런 물음을 해본다. 나꼼수가 어느 정도의 책임을 져야 하는 메신저인가 하는 것이다. 나꼼수는 권력을 조롱하는 풍자의 영역에서 등장했다.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에 대해 정색을 하고 논평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꼼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기대가 커지면서 책임이 커졌다고들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우리가 책임지고, 책임 있는 언행을 하겠다'고 하면 그건 나꼼수가 아니지 않은가?

다른 하나는 비키니 사진인데, 그 사진을 보면서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고 기분 나빠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것은 사진을 올린 사람과 보는 사람 간의 생각과 취향의 차이이다. 즉, 개인과 개인의 문제인 것이다. 나꼼수와 관련된 것이 아니더라도 나는 비키니를 보면 항상 놀란다.(웃음) 노출된 사진을 보면 놀라는 사람이니까 '별 게 다 있네.' 그냥 그러고 말았다. 그런데 이후에 주진우 기자의 코멘트가 문제가 된 것 아닌가. 좀더 빨리 '표현이 지나쳤다, 잘못했다'하고 평소에 하던 대로 쿨하게 나가면 좋았을 것이다.

ⓒ프레시안(최형락)

트위터는 수다이다. 트위터 글에 정색을 하고 덤벼드는 경우가 있다. 수다가 너무 힘이 세져서 이제는 그냥 소곤소곤대는 수준이 아니고 너무 큰 목소리가 되었기 때문이다. 정당을 대변하는 논평보다 SNS의 코멘트가 더 힘이 세진 때문이다. 그래서 트위터에 대해 규제와 처벌의 칼을 대려 한다. 하지만 나는 반대다. 트위터의 목소리가 커져도 두려워 할 일 없으면 그만 아닌가? 트위터의 말을 두려워 할 게 아니라, 그런 일들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트위터가 문제가 아니라, 트위터에 오르내리는 정치현실, 경제현실이 문제다. 묶고 막는다고 현실이 없어지는가? 트위터를 막으면 다른 곳으로 터져 나온다. 트위터의 자정능력에 관해 얼마전 한 교수님 말씀이 인상적이었다. 기존 미디어에서 오보를 정정하는 데 걸리는 시간보다 트위터의 자정이 더 빨리 이뤄진다는 취지였다. 트위터에서 일종의 집단지성에 대한 실험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사회 참여나 정치 참여를 함에 있어 여성들은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까?

여성은 남성보다 아름답고 섬세하고 모성도 있다. 이것이 장점이 될 수 있지만 이것을 무기로 삼는 것은 곤란하다. 95년에 처음 정치권에 들어왔을 때 어느 기자가 나에 대해서 "외모가 특별하진 않지만… 실력으로 승부한다"라고 기사를 썼다. 너무 고맙더라.(웃음) 나는 늘 내게 여성으로서 대표성이 있는가 하고 질문해 왔는데 그 근본 질문과 닿아 있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개인의 자질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하면 더 대표성 있게 일할 수 있는가하는 고민이 필요한 것이다. '미모도 경쟁력이다'라는 식의 분위기 속에서는 여성들은 일도 열심히 잘 해야 하고, 외모도 끝없이 경쟁해야 한다는 강제가 들어 있다. 그렇게 유도하면 안 된다.

남성들에게는 인맥과 지연, 학연을 통해서 저절로 주어지는 정보들이 있다. 여성들에게는 대부분 그런 지연, 학연이 없다. 정말 열심히 하는 것 말고는 달리 길이 없다. 어쩌면 그래서 일의 본질에 접근하기 위한 노력을 더하게 되는 지도 모르겠다. 나는 여성들이 인맥 넓히기 등 다른 데 신경 쓰지 말고 오히려 일에 집중하라고 말하고 싶다. 여성들이 인맥이 없어서 문제라고 하는데 그런 인적 네트워크는 일과 관련된 것이라면 일에 집중하면 그 결과로 반드시 오게 된다. 그리고 인간관계에 의존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인간관계는 오히려 좀 더 객관적이고 공정한 정보에 접근하는 것을 방해할 수도 있다. 특정인을 통해 더 많은 정보를 얻게 되면 오히려 균형감각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밥 먹고 술 먹어야 정치가 되는데 여자들은 그런 것을 못해서 핸디캡이 있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다.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밥 먹고 술 먹는 대신, 차라리 세미나를 하고 회의를 하고 스터디를 해야 한다. 국회의원들에게 필요한 첫째는 공부라고 나는 생각한다. 사람들 만나는 일은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사람들 만나는 것 못지않게 공부하는 데 시간을 써야 한다.

가장 사랑하고 존경하던 어른이신 김대중 대통령과 김근태 의장을 2009년과 2011년 연이어 보내면서 힘들었을 것 같다.

김근태 선배와 10년, 김대중 대통령과 10년을 보내면서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기본적인 태도와 심성을 배웠다. 두 분에게서 특별한 기회를 많이 받았고 그것을 어떻게 갚으며 살아갈지에 대한 고민이 있다. 어떤 면에서는 조금 다르지만 최근 수십 년의 역사 속에서 두 분 모두 인간으로서 가장 깊은 분노와 증오를 가질 수밖에 없는 삶을 살아왔다. 그러나 그 두 분의 내면에 개인이 겪은 일에 대한 분노와 증오는 없었다. 대신 본인들이 정말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더 하지 못한 것에 대한 탄식과 많은 이들이 어려운 사람들을 외면하거나 소홀히 함에 대한 분노는 있었다. 무엇보다도 그분들에게는 근본의 힘이 있었다. 김 대통령은 그것을 종교의 힘으로 표현하기도 했지만 나는 끊임없이 '무엇이 그들의 힘이었을까'하고 질문한다. 또한 우리 시대의 정신적인 큰 지주가 없어졌기에 그 자리가 어떻게 메워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박선숙에게 자유란?

공적으로는 '권력으로부터의 자유'이다. 이것이 운동의 시작이기도 했는데 그 때는 누구나 자유로운 시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끊임없이 했다. 그리고 무엇이 우리의 자유를 가로막는가, 어떻게 제거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숙제로 다가왔었다. 개인적으로는 '마음의 평화'와 '영혼의 자유'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마음의 평화'는 여러 가지로 설명할 수 있는데 불의하거나 부정한 것에 마주할 때, 그를 극복하지 못할 때 마음의 평화를 잃게 된다. 내 마음의 평화를 위하여 때로는 싸우고 때로는 분노한다. '영혼의 자유'는 얽매이지 않는 것과 굴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는데 스스로의 자유를 위하여 두려워하거나 굴하지 않으려 한다. 20대 초입에 광주항쟁 이후 직접 경험하지 않은 일이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갔는데도 세상이 그를 외면하고 침묵하는 현실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공포를 경험했다. 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에 걸쳐 조사받고 끌려가고 하는 과정 속에서 또 다른 폭력과 공포의 경험들이 있었다. 그런 순간순간에는 공포 때문에 위축되고 좌절하고 했지만 그 속에서 넘어설 수 있는 힘들이 생겼다. 그런 시대를 거쳐 오면서 굴복하면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자책과 회한의 통로를 뚫고 나오면서 훨씬 단단해졌다. 사람은 지키고자 하는 무언가가 생기면 두려움을 갖게 된다. 나는 마음의 평화, 영혼의 자유 같은 누구도 다칠 수 없는 그런 것 말고는 잃을 게 별로 없는 사람이어서 아마도 큰 두려움 없이 살아갈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프레시안(최형락)

청년 박선숙은 어떠했으며 동시대의 청년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나의 청년기는 공포의 시기였기 때문에 두려움이 나를 좀먹는 것으로부터 내 자신을 지켜내기 위해 몸부림을 쳤다. 운동에 참여하면서 사람 사는 것 같이 살아보려고 노력했다. 물론 지금의 우리 청년들이 가지고 있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가졌었다. 그렇지만 내가 무엇이 될 것인가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도대체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컸다.

20대의 시간은 평생의 자산이 되는 시간이니 무엇이든지 두려움 없이 부딪치고 내가 원하는 것이 정말 무엇인지에 대해서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아야 한다. 두려워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무엇이든 새로운 도전과 시험들 속에서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찾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황금 같은 시간이기에 지금 주어진 공포와 고통조차도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 쉽지 않은 이야기지만 한 발 지나온 선배로서 말하자면, 청년기에 느낀 죽을 것 같았던 공포와 고통이 결국 삶의 중요한 자산이 되었기 때문이다.

(인터뷰 및 정리: 정치경영연구소 김경미, 손어진, 장지선)

정치경영연구소가 하는 일 중의 하나는 '진보적 자유주의'의 한국적 함의를 정치 및 정책적 맥락에서 찾아내는 일입니다. 과연 자유는 진보적인 걸까요? 그렇다면 그 구체적 의미는 무엇일까요? 진보적 의미의 자유를 스스로 누리고 있거나 타인을 위하여 퍼트리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나의 자유와 타인의 자유, 개인의 자유와 사회적 자유, 그리고 자유와 평등은 상호 어떠한 관계에 있어야 하는 걸까요? 정치경영연구소의 청년 연구원들이 자유와 관련된 이 많은 문제들을 현실에서 해결 또는 극복해가고 있는 분들을 직접 찾아 나서기로 작정했습니다.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자유 이론가 혹은 실천가 분들께 (자신과 타인을 위한) 자유를 실천하는 방식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여쭤보겠다는 겁니다. 아마도 그분들은 젊은 저희들에게 자신들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들려줄 겁니다. 앞으로 모든 인터뷰 내용은 잘 정리하여 여기 이 자리에 항상 올려놓겠습니다. 여러분들도 저희와 함께 이 자유의 향연을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 이 연재는 한림국제대학원대 정치경영연구소의 기획, 취재, 집필에 의해 진행됩니다.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정치경영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