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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10일 일요일

열악한 북한인권, 보수는 이용하고 진보는 무관심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6-09일자 기사 '북한 인권, 종북, 북한인권법'를 퍼왔습니다.
[정욱식 칼럼] '한반도' 인권위원회를 제안한다(상)

통합진보당 사태와 민주통합당 임수경 의원의 막말 파문 그리고 이에 대한 수구보수 진영의 막무가내식 색깔론 제기로 '종북'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져가고 있는 가운데, 그 불똥이 북한인권문제로 옮겨붙었다.

발단은 노무현 정부 때 총리를 지낸 민주당 이해찬 의원이 6월 4일 평화방송 라디오에서 "북한 인권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고, "인권단체들이 문제 제기를 하는 건 관계가 없지만" 국가 차원에서 개입하는 것은 "외교적인 결례"이자 "내정에 간섭하는 것"이라는 발언이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다음날 "헌법 가치 중 가장 중요한 게 국민의 인권이자 국가의 자유민주주의 질서"라며 "헌법 훼손이 있을 경우 국회의원으로서의 자격을 심사하는 데까지 이를 수밖에 없다"며 이해찬 의원의 '자격'을 문제 삼았다. 김영우 대변인도 "총리를 역임하고 당 대표가 되겠다는 분의 북 주민에 대한 인권의식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논평했다. 그러자 이해찬 의원은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의 신매카시즘 선동에 맞서겠다"고 받아쳤다.

여야의 설전이 커지면서 새누리당은 19대 국회의 우선적 과제로 북한인권법 제정을 들고 나왔고,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정치적 의도와 이 법안의 실효성을 문제 삼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4·11 총선 이전에 정치권에서 그토록 다짐했던 '민생' 국회는 실종되고 극심한 색깔론과 이념 대결이 판을 치고 있다. 또한, 따뜻한 관심과 진지한 모색의 대상이 되어야 할 북한 인권문제도 정쟁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다.

정쟁에 속박당한 북한 인권문제

북한인권법 논란에서도 확인되듯이, 북한 인권문제는 두 가지 심각한 현실에 직면해 있다. 하나는 북한의 인권 상황이 대단히 열악하다는 '객관적인 현실'이다. 다른 하나는 수구보수 진영의 북한 인권문제의 정치화와 민주진보 진영의 상대적 무관심이 맞물려 있는 '정치적 현실'이다.

국내외 보수파들은 대북강경책을 정당화하고 더 나아가 북한 체제의 붕괴를 유도하기 위해 북한 인권문제를 활용해왔다. 특히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포용정책을 비난하고 민주진보 인사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종북' 딱지를 붙이는 데 북한 인권문제는 '전가의 보도'처럼 악용되고 있다.

민주진보 진영도 반성해야 할 점들은 많다. 남북관계의 현실과 실효성을 들어 북한 인권문제에 소홀한 사이에 수구보수 진영이 이 사안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것은 가장 안타까운 현실이다. 보수진영이 탈북자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비판하면서도 정작 이 문제에 관한 관심과 실천은 부족하기만 하다.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것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합리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안을 찾는데 가장 우선되어야 할 과제는 이 문제를 정쟁의 속박에서 벗어나게 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보수진영의 '탈정치적 진정성'과 민주진보진영의 '지속적인 관심'이 만나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합리적 보수와 진보가 교집합을 넓혀갈 수 있을 때, 양극단의 주장의 설 자리는 좁아지고 실질적인 문제 해결의 공간은 넓어질 수 있다.

북한인권법, 실효성 있나?

그러나 북한인권법을 둘러싼 논란의 양상을 보면, 이러한 합리성을 기대하기란 어려워 보인다. 우선 새누리당이 '종북' 파문에 편승해 또 다시 입법화하려는 북한인권법 자체가 모순투성이이다.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이해와 인권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균형 잡힌 시각이 결여되어 있고, 북한 인권 개선의 근본 토대라고 할 수 있는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도 조건 없는 지원의 필요성 대신 투명성과 모니터링 등의 제약요건을 명시함으로써 인도적 지원을 오히려 제한한다.

특히 법안에 담겨 있는 대부분 내용이 북한주민의 실질적인 인권 개선 효과보다는 인권재단 설립을 통한 대북단체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는 정부 보조금이 남북갈등은 물론이고 남남갈등을 야기하고 있는 삐라 살포 단체나 보수단체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인권법이 북한 인권 개선은 고사하고 남남갈등의 첨예화를 정부예산으로 조장하고 북한 정권 타도 목적으로 정부예산이 사용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은 이러한 맥락에서 나오는 것이다.

한편, 18대 국회에서 민주당이 북한인권법에 대응해 내놓았고 19대 국회에서 재추진을 검토하고 있는 '북한민생인권법안'은 대북 인도적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남한이 북한 인권문제에 관해 취할 수 있는 실질적이고도 즉각적인 조치가 대북 인도적 지원이라는 점에서 북한인권법보다는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북한인권법 상정에 대응해 급조한 측면이 있고, 북한 인권문제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대안이 별로 담겨 있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법안 경쟁보다 차분한 논의 구조부터 만들어야

새누리당이 정치적 목적으로 북한인권법 제정을 시도하고 민주당이 이를 '신매카시즘'의 일환으로 보는 한, 여야의 접점을 마련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국회가 북한 인권문제와 관련해 해야 할 일은 법안을 통한 선명성 경쟁보다는 머리를 맞대고 차분히 대안을 모색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데에 있다.

이와 관련해 국회가 여야 국회의원들과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한반도 인권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을 추진해볼 필요가 있다. 위원회를 구성한다면 극단적인 인사들은 배제하고 합리성과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을 선임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명칭 역시 '북한'보다는 '한반도'라는 명칭을 붙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는 남북관계는 물론이고 남한 내부의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실질적인 논의를 가능케 할 수 있는 실용적인 선택이다. 또한, 시야를 한반도 차원으로 넓혀 북한 인권문제뿐만 아니라 분단과 적대적 대결 때문에 잔존하고 있는 한국의 인권문제도 의제로 다룰 수 있다.

대표적인 한반도 인권문제라고 할 수 있는 이산가족 문제, 자유민주주의의 온전한 구현의 최대 장애물인 국가보안법의 개폐 및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자에게 대체 복무 허용 그리고 많은 탈북자에게 희망의 땅이 아닌 절망의 땅이 되고 있는 남한 내 탈북자 현실 등도 이 위원회에서 다룰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하) 편에서는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대안적 접근을 집중적으로 다룰 예정입니다. 정욱식 기자는 평화네트워크(www.peacekorea.org) 대표를 맡고 있으며 최근에 쓴 책으로 (아카이브, 2012)가 있습니다.

 정욱식 (cnpk)

2012년 6월 7일 목요일

[사설] 새누리당, ‘종북 논쟁 즐기기’ 끝낼 때도 됐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6-06일자 사설 '[사설] 새누리당, ‘종북 논쟁 즐기기’ 끝낼 때도 됐다'를 퍼왔습니다.

보수진영의 종북세력 낙인찍기 공세가 무차별적으로 확산되면서 다른 문제들은 모두 관심권 밖으로 사라져버렸다. 종북 논쟁은 민생과 복지, 현 정권의 실정과 비리 등 각종 현안과 이슈를 삼키는 블랙홀이 됐다.
이제 심각한 질문을 던져봐야 할 때다. 다른 모든 문제를 제쳐놓고 종북 논쟁에만 매달려야 할 정도로 우리 사회의 가장 절실한 과제가 빨갱이 솎아내기인가. 하루하루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서민들에게 종북 논쟁 진흙탕 싸움이나 벌이는 게 정치권이 그토록 강조해온 새로운 정치인가. 새누리당을 비롯한 보수세력이 겉으로는 우국충정의 주먹을 불끈 쥐고 있지만 뒤돌아서서 콧노래를 부르고 있음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종북 논쟁은 결국 보수세력의 정치전략이요, 대선을 앞둔 프레임 짜기에 불과하다.
새누리당이 이해찬·임수경 의원의 발언을 문제삼아 국회의원 ‘자격 심사’까지 거론하고 나선 것은 비이성적 정치공세의 극치다. 임 의원의 경우 탈북자 비하 발언에 대해 “평소의 소신과 생각이 그렇지 않다”고 분명히 밝혔다. 임 의원이 자신의 진심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 탈북자들에게 더욱 머리 숙여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는 노력을 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소신과 생각’을 분명히 밝혔는데도 자꾸 남의 머릿속을 헤집고 자아비판을 강요하는 것이야말로 공산당식 인민재판이다. 술 마시고 말실수한 것이 국회의원 자격 상실 요건이라면 새누리당에서 옷을 벗을 국회의원은 수없이 많다.
북한인권법에 반대하면 빨갱이라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는 더욱 어처구니없다. 북한인권법은 2005년과 2008년 두 차례 발의됐으나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반대해온 정책적 쟁점 사항이다. 지난해 6월 민주당은 대안으로 북한민생인권법안을 제안하는 등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방법론을 두고는 여야 사이에 오래전부터 차이가 존재해왔다. 그런데도 전임 정권에서 총리까지 지낸 사람을 무작정 종북세력으로 낙인찍는 것은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풍경이다. 이러니 ‘신매카시즘’ ‘신공안정국’ 등의 탄식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명박 대통령까지 가세해 종북 논쟁에 기름을 붓는 모습은 더욱 볼썽사납다. 이 대통령은 어제도 현충일 추념사에서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려는 어떤 자들도 대한민국 국민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이 대통령이 국정을 망친 것은 종북세력 척결에 실패했기 때문이 아니라 ‘측근세력 척결’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보수진영 ‘종북 낙인찍기’ 3단계 공격전략은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6-07일자 기사 '보수진영 ‘종북 낙인찍기’ 3단계 공격전략은'을 퍼왔습니다.

김한길 민주통합당 대표경선 후보가 6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새누리당의 색깔론 공세를 비판한 뒤 회견장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쟁점 바꿔치고→전향인사 폭로→무차별 색깔 씌우기

쟁점 바꿔치기 : 경선부정 문제는 제쳐두고 국가관 들먹이며 ‘종북몰이’ 
전향인사 동원 폭로전 : 임수경 방북 등 과거 들춰 ‘너희는 왜 안변하나’ 공격
색깔론 공격대상 확장 : 화해·협력 주장해도 ‘종북’ 다양한 중간지대 인정안해

보수진영의 ‘종북 낙인찍기’ 바람이 거칠어지고 있다. 전형적인 단계들을 착착 밟으며 ‘사회적 증오’의 기운을 확산시키고 있다. 보수진영이 진행하고 있는 왜곡의 과정은 과거의 색깔공세와 다르지 않다.

■ 경선 부정이 종북 논쟁으로 보수진영이 진행하고 있는 왜곡의 1단계는 ‘쟁점 바꿔치기’다. 통합진보당 문제의 출발점은 선거 부정과 이를 가능하게 했던 당내의 패권주의와 민주주의 절차 문제였다. 그러나 보수진영은 이 문제를 종북 논란으로 끌고 갔다. 진보진영 안에서도 북한에 대한 태도가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받아온 이른바 당권파가 타깃이었다. ‘종북’이라는 어둡고 부정적인 느낌이 드는 단어를 차용했다. 종북이란 단어에는 북한의 전근대성, 적대적 기억, 낡은 이념 등 이미지가 묻어 있다. 보수진영은 여기에 기댄다.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1일 “국가관을 의심받는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돼서는 안 된다”며 두 의원의 제명 방침을 밝혔다. ‘경선 부정과 민주주의적 절차’의 원래 문제는 온데간데없어졌다. ‘민주주의의 문제’를 자신들에게 익숙한 ‘이념투쟁’의 구도로, 색깔논쟁으로 치환해 버린 것이다.
야권은 저항하고 있다. 두 의원의 출당을 결정한 통합진보당도 ‘국가관’을 이유로 한 국회의원 제명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민주통합당도 “심각한 투표 부정을 이유로 출당될 경우, 이를 이유로 제명을 검토할 수 있지만, 사상을 이유로 제명하자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태도다. 민주당 관계자는 “두 의원은 투표 부정행위에 대한 책임이 유일한 제명 사유가 될 수 있다”며 “이는 문대성, 김형태 의원을 표절, 성폭행 등의 행동 책임을 물어 제명하자는 것과 같은 논리”라고 말했다.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경선 후보가 6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새누리당의 색깔론 공세를 비판한 뒤 회견장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 막말한 임수경, 과연 종북 인사인가 보수진영은 이번 기회에 민주당에도 붉은색 칠을 하고 있다. 과거를 소환하는 왜곡의 2단계다. 임수경 민주당 의원이 타깃이 됐다. 임수경 의원은 탈북자 대학생과의 술자리 언쟁에서 ‘변절자’라는 단어를 썼다가 ‘주사파’로 공격받고 있다. 한때 ‘사회주의 혁명가’를 자처했던 김문수 경기도 지사는 “임수경, 임종석 다 주사파”라며 공세를 폈다. 전광삼 새누리당 부대변인은 “임수경 의원은 평양 방문 당시 김일성 수령을 ‘아버지’라고 부르고, 남한 정권을 ‘반통일 세력’이라고 단언할 만큼 종북에 대한 확신을 보여줬다”며 “‘대국민 공개 전향 선언’을 촉구한다”고 했다.
그러나 임 의원이 1989년 방북 당시 보여준 행동은 맹목적 북한 추종과는 거리가 멀었다. 임 의원의 한 지인은 “임 의원은 평소 북한과 대화하고 화해해야 하지만, 북한 세습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란 평가를 내리고 있었다”며 “그가 한 막말은 비판받아야 하겠지만, ‘종북’, ‘주사파’로 비난할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임수경 의원의 과거를 현재로 잘못 불러냈다는 것이다.
■ 북한인권법 무엇을 위한 것인가 ‘종북’ 공세의 3단계는 ‘무차별적 덧씌우기’이다. ‘북한을 추종하는 세력’이라는 애초 개념에도 전혀 해당하지 않는 이들에게도 종북이란 ‘딱지’를 붙이는 것이다.
이해찬 민주당 의원은 ‘북한인권법’에 대해 “북한에 인권 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국가 간에 서로 개입할 일은 아니다”라고 반대 견해를 밝혔다. 이 의원은 “북한인권법안은 시작 자체가 북한 인권과 남북관계 발전이 아니라 일부 극우 보수단체의 대북전단 직접 살포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라며 “인권은 오간 데 없고 오직 반북만 부추기는 긴장과 갈등만 초래하는 법”이라고 비판했다. 대신 실질적으로 북한 주민의 생존권을 도울 수 있도록 인도적 지원을 재개하고, 교류를 통해 자연스러운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수언론은 ‘북한 인권을 문제삼는 것은 내정간섭’이란 이 의원의 인터뷰 내용을 ‘종북’이라고 규정했고,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이를 근거로 ‘국회의원 자격 심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남북관계 개선’은 정책적 논쟁의 대상에서 법적 단죄의 대상으로 굴러떨어졌다. ‘적대’와 ‘공포’가 증폭되는 곳에서 ‘정치’의 공간은 점점 협소해지고 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