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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21일 일요일

안철수와 '자격심사'


이글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3-04-09일자 기사 '안철수와 '자격심사''를 퍼왔습니다.
4월의 '르 디플로' 읽기
안철수는 일종의 자격심사를 자처했다. 노회찬씨가 의원직을 상실한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 출마해 국회의원 신분 획득에 나섰다. 안씨가 당선된다면 그의 연대 세력뿐만 아니라 잠재적 적들에게도 환영하는 바가 될 것이다. 비로소 링에 들어와 같은 룰을 적용받을 텐데, 게임은 '뒹굴기'이다. '현실정치인 안철수'가 눈덩이 굴리듯 커지면 새로운 '헤쳐모여'의 지렛대로 활용하기에 딱 좋다. 반대로 그의 뒹굴기가 자신의 외피를 벗기는 것에 그친다면, '과대포장'된 한 대통령 지망생의 좌충우돌기를 감상한 것으로 치면 된다.
안철수씨 개인은 이번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정치도의적으로 얻는 것보다 잃은 게 훨씬 더 많다. 그는 '안전한 제도권 진입'이라는 실리를 위해 대의와 명분을 외면했다. 이번 선거에서 무난히 당선된다 해도 그 승리는 두고두고 그의 정치 행로에 걸림돌이 될 것이 틀림없다. 대인의 면모를 보이지 못한 약점은 그가 거물이 되면 될수록 함께 커질 것이다. 사실 '정치인 안철수'는 '안철수 현상'이라는 외생적 조건이 없으면 탄생하지 못했다. 새 정치에 대한 국민적 갈망과 정치에 대한 환상의 산물이란 뜻이다. 그는 주어진 정치적 영향력에 비해 정치적 역량이 너무 빈약하다는 사실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드러났다. 정치 입문 과정도 그렇다. 주식투자 전문가로 소문난 의사, 힐링과 처세로 유명한 종교인, 원조급 개념 연예인 등이 그의 정치적 '인도자'로 꼽혔고, 대중은 안철수를 연예 버라이어티쇼와 강의 콘서트를 통해 '발견'했다. 그는 의사에서 컴퓨터 전문가로, 벤처사업가에서 국립대학 교수를 거쳐 정계로 진출했다. 명석한 두뇌 소유자의 현명한 사회적 진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분야가 정치에 이르면 그 철학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정치는 의사나 기술자나 사업가의 이해에 비해 너무 많은 사람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정치인 안철수가 국회의원의 부푼 꿈을 안고 노원병을 누비는 동안, 거대 여당과 야당 국회의원 30명이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2명을 의원 자격심사에 '회부'했다. 검찰이 처벌을 목표로 벌인 수사에서도 혐의가 나오지 않자, 아예 입법부 스스로 두 의원을 솎아내기로 '작당'한 셈이다. 검찰이 기소조차 못한 사안을 가지고 다른 당 의원의 자격을 심사하겠다는 것은 다수당의 횡포 수준을 넘어 마녀사냥이나 다름없다. 오죽하면 극우 언론인조차 이를 비판하는 것으로 자기 논조의 건강성을 포장하는 재료로 삼았겠는가.
만약 두 의원이 국가보안법상에 문제가 있다면 검찰이 엄중히 조사해 그것으로 감옥에 보내든지, 북송을 시키든지 하면 된다. 무엇이 어려운가. 윤리적 흠이 있으면 그 또한 국회윤리위 차원에서 다루면 된다. 심재철 의원처럼 누드사진을 보다 들키면 윤리의원직을 물러나면 되는 일이다. 그걸 가지고 심재철 의원의 국회의원 자격을 다루는 심사를 여야 합의로 벌여야 하나? 두 의원이 '종북주의자'란 게 함께 놀기 꺼림칙하다는 것이 속내인 듯한데, 그건 미숙한 지성의 실토일 뿐이다.
민주당은 우스꽝스러운 청부 심사위원 노릇을 하루빨리 그만두기 바란다. 안 그래도 민주당을 지지해야 할 이유가 바닥이 났는데, 그나마 한다는 짓이 겨우 '색깔론 차단'을 위한 사상검증이라니 정말 한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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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인우  한국판 편집장 editor@ilemonde.com

2013년 3월 22일 금요일

갈피 못 잡는 민주당, 당신들은 무사할 것 같나?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3-03-21일자 기사 '갈피 못 잡는 민주당, 당신들은 무사할 것 같나?'를 퍼왔습니다.
[게릴라칼럼] 국정원의 종북놀음과 이석기·김재연 의원 자격심사

하나의 유령이 한국사회를 배회하고 있다. 종북좌파라는 유령이. 원세훈 국정원장은 '종북좌파 척결'의 선봉장을 자임했고, 최고의 정보요원들은 댓글 알바에 투입됐다. 온 나라를 순진무구한 자유진영과 이들을 위협하는 시뻘건 종북좌파로 양분시키는 모양새다. 오랜 식량난과 내외적인 위협에 고립되고 있는 북한은 하루아침에 우리 국민에게 무시무시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존재로 거듭났다. 

도대체 지금이 1948년인지, 1953년지 알다가도 모를 멘탈을 보여주고 있는 이가 대한민국 최고 정보기관의 수장에 앉아 있다. 좌파세력 일각에서 만들어 낸 '종북'에 '좌파', 혹은 '좌빨'이라는 아이디어만 살짝 얹어 만들어낸 종북좌파 놀음은 멀쩡한 단체와 개인을 '내부의 적'이라는 무시무시한 용어로 재탄생시켰다. 

농담으로 치부하기엔 공포심이 남다르다. 우리 현대사는 정권에 대한 비판세력을 국민에 대한 적으로 둔갑시켜 이데올로기적, 물리적 폭력은 물론 소중한 생명까지 앗아간 사례가 부지기수다. 지난 과거사일 뿐이라고? 언론에 흘러나온 원세훈 국정원장님의 '말씀'은 최고 정보기관의 최고 두뇌들이 정권을 위협하는 악의 무리를 소탕하는 데 결연히 나설 것을 진지하게 주문하고 있다. 국민을 거침없이 '적'으로 규정하는 인식이 중앙정보부와 안기부의 후신인 국정원 최상층에 아직도 존재한다. 

민주당의 '이상한 선택'

▲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17일 국회에서 양당 원내대표·수석부대표가 참석하는 '4인 회동'을 열어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최종 합의했다. 회동이 끝난 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박기춘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합의문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제는 국정원만이 아니다. 민주통합당(민주당) 역시 이런 종북좌파 놀음에 거수기 노릇을 자임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지난 17일 새누리당과 정부조직법 개편과 국회운영에 합의하면서 통합진보당 이석기, 김재연 의원에 대한 자격심사를 약속했다. 지난해 6월 국회 개원 협상과 8월 임시국회 정상화 방안 때 자격심사를 약속한 데 이어 세 번째다. 

자격심사의 형식상 명분은 지난해 통합진보당 내부 경선의 부정 의혹이다. 비례대표 경선이 부정이었기 때문에 국회의원으로써의 자격을 자신들이 심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경선과정에서 부정의 당사자로 지목된 두 의원은 지난 6월부터 시작된 검찰의 대규모 수사에서도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지난 통합진보당 사태에 대한 여러 시각이 존재할 수 있지만, 최소한 매우 엄격한 법률적 잣대를 적용하더라도 두 의원에게 부정선거를 조작하거나 지시한 위법적 혐의를 찾을 수 없었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굳이 두 의원에 대한 자격심사를 고집하는 이유는 뭘까? 새누리당 소속 이군현 국회 윤리특별위원장은 19일 이석기, 김재연 의원의 자격심사 건과 관련해 "사법부의 판단 여부가 국회 윤리특위 운영의 전제조건은 아니"라고 말했다. 사법적 판단이 아니라면 정치적인 판단을 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의 정치적 의도란 물어보나 마나 '종북세력 척결'이다. 국정원장이 국민의 일부를 '적'으로 규정하는 인식에서 알 수 있듯이 종북으로 낙인찍은 정치적 반대파를 척결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법률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대상이라도 정치적 우위를 이용해 공격하겠다는 의지. 민주당이 합의해 준 것이 바로 이 의지다. 

민주당으로서는 이미 지난해 합의된 사항이기 때문에 불가피했다는 변명을 늘어놓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애초 지난해의 합의가 이미 그런 의도에 손잡아 준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두 의원에 대한 자격심사에 합의한 것이 더 가슴 아픈 이유는 한국 정치사에서 그들이 차지해온 위상이 허물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군부독재 시절, 민주화운동세력과의 다양한 연대 속에서 무차별한 국가폭력에 대한 일종의 방어막 역할을 수행했다. 이 때문에 많은 정치학자들은 민주당을 자유주의 세력, 혹은 자유주의 개혁세력으로 규정하기도 한다. 이는 동일하게 '자유주의'를 내걸었지만 이 가치를 권력에 저항하는 이들을 공격하는 무기로만 사용한 뉴라이트 무리와는 결이 다른 것이다. 

그러나 두 번의 집권 이후, 자칭·타칭 한국의 자유주의세력은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해 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자유주의적 가치를 배신하는 행태도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지난 통합진보당 사태 와중에서도 자칭 자유주의세력들은 "설령 아무런 잘못이 없더라도 전체를 위해 희생하라"는 주문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었다. 집단을 위해 잘못이 없는 개인이라도 희생하라는 주장은 자유주의 정신과 부합할 수 없다. 

조작된 정치공작에 맞서 정치적 입장과 무관하게 개인의 인권과 진실을 지키고자 했던 프랑스 '드레퓌스'사건에서 자유주의의 정신을 찾았던 이들은, 이제 진실보다는 정치공학을 즐긴다. 지난해 두 의원의 자격심사에 대한 정치적 합의 역시 대선을 앞두고 종북시비에 휘말릴 것을 우려한 민주당의 공학적 선택이 아니었는가? 

새누리당의 주장과 유사하게 민주당 박기춘 원내대표도 19일 KBS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자격심사가 "사법기관의 유죄 인정과 무관하게 헌법이 부여한 국회의 자율권"이라며 "억울한 사정이 있다면 윤리특별위원회 심사과정에서 충분히 소명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때 자유주의세력을 자임했던 정당의 원내대표가 설령 사법적으로는 무죄이더라도 국회의원 자격은 박탈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인식을 보여주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억울하면 소명하면 그뿐이라는 말을 스스로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까?

민주당의 우경화....결국 존재감 사라질 것

▲ 김재연, "자격심사로 사상 검증하냐"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과 이석기 의원의 자격심사 상정은 사상을 검증하겠다는 의도이며 정치보복으로 볼 수 밖에 없다며 자격심사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2007년 대선 패배 이후 지지율이 바닥을 기던 민주당은 2008년 촛불시위와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정국으로 인해 겨우 지지율을 회복했다. 여전히 지난 대선결과에 대한 평가가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대선에서 졌지만 민주당의 힘으로 얻을 수 있는 표보다는 더 많은 표를 얻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민주당 내부가 제대로 선거에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에 패배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오히려 우세하다. 

대선 이후에 보여주는 모습이 더 실망스럽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대선 패배 이후의 우경화는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물론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1992년 대선에서 진보운동세력의 결집체인 전국연합과 정책연대를 추진해 역시 실질적인 진보적 야권단일화를 이뤘던 당시 김대중 후보는 겨우 33.4%만을 득표할 수 있었다. 이후 민주당의 전략은 선거승리를 위해서는 보수연합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이는 1997년 대선과 2002년 대선의 기본 전략이었다. 민주당의 최근 상황은 다시 이런 식의 전략전환이 시도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1997년, 2002년과 앞으로 5년은 조건이 다르다. 과거에는 민주당 이외의 특별한 대안이 없었기 때문에 보수연합에도 불구하고 '미워도 다시한번' 민주당을 지지할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많은 이들이 적극적으로 다른 대안을 찾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이른바 '안철수 현상'이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지난 3월 4~7일 나흘간 전국 성인 123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안철수 신당 창당시 정당 지지도를 묻는 질문에 안철수 신당은 23%의 지지율로, 37%를 얻은 새누리당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민주당의 지지율은 겨우 11%였다. 물론 여기에는 새로움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으로 신생정당의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여론조사의 허수가 끼어 있을 수 있다. 이른바 '신장개업 효과'다. 

그러나 이런 지지율에는 안철수 후보나 안철수 신당의 실체와는 무관하게 기성 정치에 대한 실망과 새로움에 대한 다양한 욕망이 투영되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민주당이 자신 이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는 조건에서 어떤 전략적 선택을 하더라도 진보적 블록이 따라올 수밖에 없었던 과거 상황과는 현실이 많이 달라졌다. 가치와 정체성을 상실한 채 안일한 공학적 판단에만 의존한다면, 민주당의 앞날이 어두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세상을 종북과 선량한 자유시민으로 구분하는 새누리당과 국정원의 시각에서 보자면 민주당 역시 종북세력이다. 민주당 내 많은 이들이 통합진보당과의 관계만 청산하면 종북 시비에서 자유로울 것으로 믿는 듯 하지만 어림없는 소리다. 지난 대선에서도 종북공세는 통합진보당에서 멈추지 않았으며, 지금도 민주당 소속 임수경 의원의 상임위 교체(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대해 종북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으로서는 이번 사안이 단지 통합진보당에게만 국한될 것이라는 안일한 판단을 거두어야 한다. '국회의 자율성'이라는 이름으로 경선부정의 실체적 진실이나 사법적 판단과 무관하게 치러질 이석기, 김재연 의원에 대한 자격심사의 칼끝은 결국 민주당에게 향할 수밖에 없다. 물론 민주당이 새누리당에게 여전히 위협적인 정치적 경쟁대상으로 남아 있는 한에서 말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안은 단지 이석기, 김재연 의원의 의원직 유지 여부만이 아니라 민주당으로써도 큰 갈림길에 서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만일 다수의 힘과 권력으로 누군가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겠다는 발상에 동참한다면, 민주당의 껍데기는 살아 남을지 몰라도 민주당이 추구했던 정신은 함께 죽을 수밖에 없다.  

손우정(roots96)

2013년 3월 19일 화요일

정부조직법 타결안에 왜 통합진보당이 나오나


이글은 미디어스 2013-03-18일자 기사 '정부조직법 타결안에  왜 통합진보당이 나오나'를 퍼왔습니다.
이석기·김재연 자격심사, 무엇을 의미하나

▲ 통합진보당 김재연 의원(왼쪽)과 이석기 의원이 18일 오후 서초 서울중앙지검으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두 의원의 자격심사안을 추진하기로 합의한 것과 관련해 양당 원내대표를 고소하는 고소장을 가지고 들어서고 있다. ⓒ뉴스1

정부조직법 타결안을 보면 긴 목록의 부속합의라는 것들이 존재한다. 생활인들은 직관적으로 볼 때 이것이 정부조직 개편안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정부조직 개편안 문제에서 미래창조과학부의 업무에 대해 거의 원안을 지켜낸 점을 고려하면, 이 부속합의들이 민주당이 새누리당의 제안을 받는 대가로 정치적으로 요구한 것들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이 부속합의들에서 민주당이 얻어낸 성과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4대강 문제에 대해 감사원 조사가 끝난 후 이것이 미흡할 경우 국정조사를 하기로 했고, 국정원 직원 선거개입에 대한 검찰조사가 끝난 후 국정조사를 하기를 했으며, 방송공정성특위라는 것을 만들어 운영하게 되었다. 그런데 엉뚱한 것이 하나 있다.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 부정과 관련하여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자격심사를 하겠다는 대목이 그것이다.
이 자격심사안은 민주당의 성과라기보다는 새누리당의 요구였을 것이다. 민주당이 이런저런 정치적 제안들을 하는 와중에서 새누리당 측 역시 ‘역제안’을 하나 들고 온 것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쌍용자동차 국정조사 문제 등 노동현안에 대해선 민주당이 거의 손을 놓은 상황에서, 이 정도 제안을 얻어내기 위해 굳이 저 제안을 받아들여야 했는지는 의문이다.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 과정에 광범위한 부정이 있었다는 것은 진상조사위 보고서는 물론 검찰조사 결과로도 확인된다. 통합진보당 측은 참여계 후보는 구속기소된 반면 이석기와 김재연은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는 점 등 자신들에게 유리한 몇몇 측면만 부각시켜 해당 사태가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뀐 사기극’이었다는 주장을 앵무새처럼 반복한다.
하지만 검찰조사 결과 총 기소자의 숫자에서는 이석기 측이 제일 많았고 통합진보당이 ‘무죄’라고 거듭 주장한 ‘민중의 소리’ 기자 중에도 기소자가 있다. 참여계 후보 중 오옥만 후보는 구속기소되었지만 노항래 후보의 경우 기소자가 한 명도 없는 유일한 선본이기도 했다.
또 진상조사위 결과 발표 이후 통합진보당 당권파는 계속해서 참여계가 자신들을 그릇되게 중상한다 주장했지만, 그들의 ‘앵무새 소리’ 바깥으로 나오면 당시 비당권파의 요구는 한 정파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비례대표 경선 자체가 문제가 있었으니 그 선거를 통해 뽑힌 사람들은 모두 사퇴하자”는 논리에 근거한 것이었다. 김재연 의원이냐 청년비례대표 선거를 통해 별도로 뽑힌 이이니 논리적으로나마 무관함을 주장할 수 있더라도, 이석기 의원이 그 요구를 ‘특정 정파 죽이기’라 비판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은 말이 되든 안 되든 일단 ‘우기기’ 모드로 일관했다.
그들은 비당권파의 결의가 당적 결정으로 내려진 후에도 그것에 대해 불복했다. 그 결과 비례대표 의원 위주의 그 정당에서 자신들에 대한 제명안에 대해 다수 국회의원들이 찬성하여 의원직을 지키며 탈당하는 ‘셀프 제명’이라는 다소 민망한 방법을 통해 진보정의당이 탄생했다.
하지만 현재의 통합진보당의 상황이 그렇기에, 타정당에서 ‘비례대표 경선의 건’으로 그들의 자격을 심사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자격심사에 들어가면 2/3 의원의 찬성을 통해 그 의원직을 박탈할 수 있다. 사실 다른 정당의 비례대표 경선 문제를 ‘자격심사’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간단한 일이 아니다. 만약 진보정의당 창당 전이었다면 통합진보당의 당적 결의를 따르지 않는 의원에 대한 국회차원의 징계라는 맥락이라도 만들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이석기 의원과 김재연 의원의 당선에 문제가 있었음을 저널리스트가 확신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의원직 박탈을 수반하는 제도적 선택은 저널리스트의 판단보다는 사법적 판단의 절차에 가까워야 한다는 의견이 합리적이다. 이왕 검찰조사에 들어갔고 기소자들에 대한 1심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다른 정당이 ‘의원직 박탈’이라는 결론을 내리려는 것은 성급하다.
더구나 2/3의 찬성을 받아야 의원직 박탈이 가능한 현행 제도에선 군소정당 후보의 잘못은 크게 부풀려지고 거대정당 후보의 잘못은 지적된다 하더라도 묻혀버릴 가능성이 크다. 제도가 오히려 군소정당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이다.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경선 부정 문제가 심각했기는 했지만 진성당원제 정당에 대해 경선 부정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매우 쉽다.
보수정당의 비례대표 공천은 ‘계파 공천’이나 ‘돈 공천’이란 비판을 받고 있는데 이런 문제들을 법으로 잡아내는 것보다는 제1당과 제2당이 협력한다는 전제하에 진성당원제 정당의 경선 부정을 여론으로 지적하고 자격심사로 의원직을 박탈하는 것이 훨씬 쉬운 것이다. 이는 이번 합의가 앞으로 악용될 수 있을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한다.
물론 자격심사가 사법적 판단을 따라야 할 이유는 없다는 견해가 가능하고 제1당과 제2당이 협력하는 상황이 자주 오지 않을 것이기에 역기능보다는 순기능이 더 클 거란 식의 논리도 구성은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논리를 만든다 하더라도 대체 이 제안을 민주당이 부속합의로 받아들인 저의가 무엇인지를 이해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설득력 있는 가설은 민주당 역시 이미 통합진보당과는 야권연대를 파기했음에도 지난 대선 ‘이정희 토론 쇼크’ 등으로 ‘방사피해’를 입는 입장에서 통합진보당과 선을 확실히 긋는 제스쳐가 필요했을 거라는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그간에도 종종 새누리당의 자격심사 요구에 협조할 수 있다는 자세를 보인 적이 있다. 이는 야권 전체에 덧씌워진 ‘종북 논란’을 피해보려는 필사적 노력으로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논리적으로 무리한 일을 이익이 된다고 숫자를 앞세워 처리하는 태도를 취한 후, 나중에 다수 여당의 탄압에 맞서고 있다는 주장을 하면 멋쩍지 않을까.
한 기자는 “이 협상은 민주당 입장에선 향후 6개월 혹은 1년치 협상을 다한 것이다. 그러니까 자기들 입장으론 잘했다고 판단할 것이다. 일 년에 시험을 고르게 네 번 치면 망쳐도 네 번 혼나는데, 일년치 시험을 다 치고 한번에 혼나면 남은 일년 마음이 편할 거라고 생각하는 격이다”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협상의 질이 아닌 부속합의의 길이에 만족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한윤형 기자  |  a_hriman@hotmail.com

2012년 9월 10일 월요일

"횡령·배임 저지른 재벌 총수, 금융업 퇴출"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9-09일자 기사 '"횡령·배임 저지른 재벌 총수, 금융업 퇴출"'을 퍼왔습니다.
새누리, '금융회사 대주주 심사 강화' 발의 예정... 11일께 금산분리 법안 발의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하 경실모)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을 위반한 금융회사 대주주를 퇴출시키는 법안을 발의하기로 했다. 

횡령·배임 등의 범죄를 저지른 금융회사 대주주가 형사처벌을 받게 되면 자신의 일부 지분을 강제매각케 해 대주주의 지위를 사실상 포기하도록 하는 법안이다. 제1금융권에만 한정됐던 정기적인 대주주 자격 심사도 저축은행·보험사·증권사 등 제2금융권으로 확대시켰다. 

이는 경실모의 '재벌 개혁 법안'과 맥이 맞닿아있다. '경제민주화 1호 법안'인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일부 개정안(민현주 대표발의)은 횡령·배임 등 경제범죄를 저지른 재벌총수들에 대한 집행유예 및 특별사면 관행 근절을 위해 관련 처벌을 대폭 강화해놨다. 

앞으로 증권·보험·카드사 등을 계열사로 거느린 재벌 총수들이 횡령·배임 등을 저지르면 자연스럽게 제2금융권에서 퇴출되는 셈이다. 경실모는 또, 현재 은행에만 적용되는 대기업에 대한 금산분리 규제를 증권·보험·카드 등 제2금융권으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 '금산분리 법안'을 다음 주 중 발의할 예정이다. 즉, 재벌의 제2금융권 진입을 막는 동시에 퇴출 근거까지 마련한 것이다. 

"부도덕한 자본가, 금융업 이미 진출했더라도 퇴출시켜야 한다"

경실모 운영위원인 이이재 새누리당 의원은 9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 윌스트리트 점령 시위에서 봤듯, 세계금융위기의 본질은 자본가의 탐욕과 도덕적 해이인데 특히 금융업은 성격상 높은 도덕성이 담보돼야 한다"며 "부도덕한 자본가는 금융업에 진출하지 못하도록 하고 이미 진입했더라도 퇴출시켜야 한다"고 법안 발의 취지를 밝혔다.

개정 대상 법률은 보험업법·저축은행법·여신전문금융업법·자본시장법 등 총 4개다. 경실모는 이들 법률의 대주주 자격 요건에 횡령·배임 등으로 인한 재산상 이득이 5억 원 이상일 때 적용되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규정을 명시키로 했다. 또 증권·보험·카드사 등 제2금융권에도 1~2년마다 주기적으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도록 했다.

이 의원은 "저축은행의 경우,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격이었지만 지난 2010년 각 저축은행의 자산규모에 따라 정기적으로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하도록 했다"면서 "그러나 보험·증권·카드사는 저축은행보다 국민 생활에 더 큰 영향을 주는데도 그동안 설립인가나 변경승인 등 진입 당시의 규제만 있을 뿐 이 같은 정기적 심사제도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불법행위를 한 대주주의 지분 강제매각 비율 등 구체적인 세부내용은 시행령으로 규정하도록 했지만 이를 시행하지 않을 경우 금융당국이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강제력을 갖도록 법안에 명시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법 시행 이전에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에 의해 처벌받은 대주주는 이 법안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최근 횡령·배임 등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한화생명의 지분을 매각할 필요는 없다.

이 의원은 "특정재벌을 겨냥한 게 아니라 건전한 자본시장을 육성하고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하자는 게 개정안의 기본 취지"라며 "헌법의 소급 입법 금지 원칙을 감안, 향후 (재계 측의) 헌법소원에 의해 법 개정 취지의 정당성이 상실될 수 있어 그렇게 결정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민주통합당과도 협조"... 시민사회, "의지 갖고 추진" 환영 

이 의원은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민주통합당 측과도 법안 처리를 위해 협조하겠단 의사를 밝혔다. 민주통합당 '경제민주화추진의원모임'은 지난달 30일 금융회사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강화하는 내용의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김기식 대표발의)을 발의한 바 있다. 

이 의원은 "민주당 법안과의 차이점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위반시 퇴출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이라며 "큰 흐름이 같은 이상, 병합심리를 통해 충분히 합의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시민사회도 이번 법안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김성진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와 한 전화통화에서 "금융기관은 국민 모두의 재산을 갖고 운영하기 때문에 공공성이 필요하다"며 "금융기관이 산업자본에 더 이상 휘둘리지 않게 하거나, 대주주의 개인금고처럼 사용되던 경향을 막을 수 있는 적절한 견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김 부위원장은 "취지는 좋지만 법안 통과 여부가 더 중요하다"며 실천을 강조했다. 그는 "정치권이 생색만 내지 말고 대선 전에 실질적으로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며 "의지를 갖고 밀어붙이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경태(sneercool)

"횡령·배임 저지른 재벌 총수, 금융업 퇴출"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9-09일자 기사 '"횡령·배임 저지른 재벌 총수, 금융업 퇴출"'을 퍼왔습니다.
새누리, '금융회사 대주주 심사 강화' 발의 예정... 11일께 금산분리 법안 발의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하 경실모)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을 위반한 금융회사 대주주를 퇴출시키는 법안을 발의하기로 했다. 

횡령·배임 등의 범죄를 저지른 금융회사 대주주가 형사처벌을 받게 되면 자신의 일부 지분을 강제매각케 해 대주주의 지위를 사실상 포기하도록 하는 법안이다. 제1금융권에만 한정됐던 정기적인 대주주 자격 심사도 저축은행·보험사·증권사 등 제2금융권으로 확대시켰다. 

이는 경실모의 '재벌 개혁 법안'과 맥이 맞닿아있다. '경제민주화 1호 법안'인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일부 개정안(민현주 대표발의)은 횡령·배임 등 경제범죄를 저지른 재벌총수들에 대한 집행유예 및 특별사면 관행 근절을 위해 관련 처벌을 대폭 강화해놨다. 

앞으로 증권·보험·카드사 등을 계열사로 거느린 재벌 총수들이 횡령·배임 등을 저지르면 자연스럽게 제2금융권에서 퇴출되는 셈이다. 경실모는 또, 현재 은행에만 적용되는 대기업에 대한 금산분리 규제를 증권·보험·카드 등 제2금융권으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 '금산분리 법안'을 다음 주 중 발의할 예정이다. 즉, 재벌의 제2금융권 진입을 막는 동시에 퇴출 근거까지 마련한 것이다. 

"부도덕한 자본가, 금융업 이미 진출했더라도 퇴출시켜야 한다"

경실모 운영위원인 이이재 새누리당 의원은 9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 윌스트리트 점령 시위에서 봤듯, 세계금융위기의 본질은 자본가의 탐욕과 도덕적 해이인데 특히 금융업은 성격상 높은 도덕성이 담보돼야 한다"며 "부도덕한 자본가는 금융업에 진출하지 못하도록 하고 이미 진입했더라도 퇴출시켜야 한다"고 법안 발의 취지를 밝혔다.

개정 대상 법률은 보험업법·저축은행법·여신전문금융업법·자본시장법 등 총 4개다. 경실모는 이들 법률의 대주주 자격 요건에 횡령·배임 등으로 인한 재산상 이득이 5억 원 이상일 때 적용되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규정을 명시키로 했다. 또 증권·보험·카드사 등 제2금융권에도 1~2년마다 주기적으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도록 했다.

이 의원은 "저축은행의 경우,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격이었지만 지난 2010년 각 저축은행의 자산규모에 따라 정기적으로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하도록 했다"면서 "그러나 보험·증권·카드사는 저축은행보다 국민 생활에 더 큰 영향을 주는데도 그동안 설립인가나 변경승인 등 진입 당시의 규제만 있을 뿐 이 같은 정기적 심사제도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불법행위를 한 대주주의 지분 강제매각 비율 등 구체적인 세부내용은 시행령으로 규정하도록 했지만 이를 시행하지 않을 경우 금융당국이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강제력을 갖도록 법안에 명시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법 시행 이전에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에 의해 처벌받은 대주주는 이 법안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최근 횡령·배임 등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한화생명의 지분을 매각할 필요는 없다.

이 의원은 "특정재벌을 겨냥한 게 아니라 건전한 자본시장을 육성하고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하자는 게 개정안의 기본 취지"라며 "헌법의 소급 입법 금지 원칙을 감안, 향후 (재계 측의) 헌법소원에 의해 법 개정 취지의 정당성이 상실될 수 있어 그렇게 결정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민주통합당과도 협조"... 시민사회, "의지 갖고 추진" 환영 

이 의원은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민주통합당 측과도 법안 처리를 위해 협조하겠단 의사를 밝혔다. 민주통합당 '경제민주화추진의원모임'은 지난달 30일 금융회사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강화하는 내용의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김기식 대표발의)을 발의한 바 있다. 

이 의원은 "민주당 법안과의 차이점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위반시 퇴출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이라며 "큰 흐름이 같은 이상, 병합심리를 통해 충분히 합의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시민사회도 이번 법안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김성진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와 한 전화통화에서 "금융기관은 국민 모두의 재산을 갖고 운영하기 때문에 공공성이 필요하다"며 "금융기관이 산업자본에 더 이상 휘둘리지 않게 하거나, 대주주의 개인금고처럼 사용되던 경향을 막을 수 있는 적절한 견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김 부위원장은 "취지는 좋지만 법안 통과 여부가 더 중요하다"며 실천을 강조했다. 그는 "정치권이 생색만 내지 말고 대선 전에 실질적으로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며 "의지를 갖고 밀어붙이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경태(sneercool)

2012년 7월 27일 금요일

이석기·김재연 제명안 부결…야권연대 ‘먹구름’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7-27일자 기사 '이석기·김재연 제명안 부결…야권연대 ‘먹구름’'을 퍼왔습니다.

왼쪽부터 이석기, 김재연 의원.

진보당, 또다시 혼돈속으로
 심상정 등 원내지도부 사퇴
새누리 “자격심사 절차 밟자
”민주당에 공동발의 압박

비례대표 경선 부정과 관련해 추진된 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안이 26일 통합진보당 의원총회에서 부결됐다. 새로 선출된 지도부가 두 의원 제명에 실패함에 따라 통합진보당이 극심한 갈등에 휩싸이면서, 대선을 앞둔 야권연대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통합진보당은 이날 국회에서 13명의 재적의원 중 12명이 참석한 가운데 의원총회를 열어 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안을 상정했으나, 찬성표가 6표에 그쳐 부결됐다. 5표는 기권, 1표는 무효처리됐다. 제명안에는 심상정·노회찬·강동원·정진후·서기호 의원 등 6명이 찬성을, 김제남 의원이 찬반표시를 하지 않은 무효표를 던졌을 것으로 당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옛 당권파에 속한 이상규 의원(서울 관악을)은 지방 일정을 들어 표결에 불참했다.두 의원은 이미 중앙당기위원회에서 제명당했으나 국회의원을 제명하려면 당 소속 국회의원 2분의 1 이상의 동의를 얻도록 한 정당법 규정에 따라 13명의 통합진보당 의원 가운데 7명이 찬성해야 제명이 결정될 상황이었다.의원총회가 끝난 뒤 심상정 원내대표와 강동원 원내수석부대표, 박원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전원은 정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두 의원 제명 실패에 반발한 일부 당원들이 탈당 뜻을 밝히는 등 통합진보당은 당분간 분열과 갈등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새누리당은 두 의원에 대한 의원직 제명의 전단계인 국회 윤리위원회 차원의 자격심사 절차를 밟자고 민주통합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김기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민주당이 두 의원에 대한 자격심사를 공동발의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어제 우리가 민주당에 27일까지 공동발의하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민간인 불법사찰 국정조사와 내곡동 사저 특검 등 7월 국회 개원 합의를 이행하기에 앞서 이석기·김재연 의원에 대한 자격심사를 먼저 하자고 요구하고 있다.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공당이 국민에게 약속한 당의 결정사항을 지키지 못한 것은 유감스럽다”며 “통합진보당의 결정이 국민에게 받아들여질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이어 “결정 내용은 존중하지만 그에 따른 결과도 통합진보당의 몫”이라며 “민주당은 당 안팎의 여론을 수렴하고 국민 눈높이에서 관련 사항을 결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석진환 성연철 기자 soulfat@hani.co.kr

2012년 6월 7일 목요일

[사설] 새누리당, ‘종북 논쟁 즐기기’ 끝낼 때도 됐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6-06일자 사설 '[사설] 새누리당, ‘종북 논쟁 즐기기’ 끝낼 때도 됐다'를 퍼왔습니다.

보수진영의 종북세력 낙인찍기 공세가 무차별적으로 확산되면서 다른 문제들은 모두 관심권 밖으로 사라져버렸다. 종북 논쟁은 민생과 복지, 현 정권의 실정과 비리 등 각종 현안과 이슈를 삼키는 블랙홀이 됐다.
이제 심각한 질문을 던져봐야 할 때다. 다른 모든 문제를 제쳐놓고 종북 논쟁에만 매달려야 할 정도로 우리 사회의 가장 절실한 과제가 빨갱이 솎아내기인가. 하루하루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서민들에게 종북 논쟁 진흙탕 싸움이나 벌이는 게 정치권이 그토록 강조해온 새로운 정치인가. 새누리당을 비롯한 보수세력이 겉으로는 우국충정의 주먹을 불끈 쥐고 있지만 뒤돌아서서 콧노래를 부르고 있음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종북 논쟁은 결국 보수세력의 정치전략이요, 대선을 앞둔 프레임 짜기에 불과하다.
새누리당이 이해찬·임수경 의원의 발언을 문제삼아 국회의원 ‘자격 심사’까지 거론하고 나선 것은 비이성적 정치공세의 극치다. 임 의원의 경우 탈북자 비하 발언에 대해 “평소의 소신과 생각이 그렇지 않다”고 분명히 밝혔다. 임 의원이 자신의 진심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 탈북자들에게 더욱 머리 숙여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는 노력을 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소신과 생각’을 분명히 밝혔는데도 자꾸 남의 머릿속을 헤집고 자아비판을 강요하는 것이야말로 공산당식 인민재판이다. 술 마시고 말실수한 것이 국회의원 자격 상실 요건이라면 새누리당에서 옷을 벗을 국회의원은 수없이 많다.
북한인권법에 반대하면 빨갱이라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는 더욱 어처구니없다. 북한인권법은 2005년과 2008년 두 차례 발의됐으나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반대해온 정책적 쟁점 사항이다. 지난해 6월 민주당은 대안으로 북한민생인권법안을 제안하는 등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방법론을 두고는 여야 사이에 오래전부터 차이가 존재해왔다. 그런데도 전임 정권에서 총리까지 지낸 사람을 무작정 종북세력으로 낙인찍는 것은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풍경이다. 이러니 ‘신매카시즘’ ‘신공안정국’ 등의 탄식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명박 대통령까지 가세해 종북 논쟁에 기름을 붓는 모습은 더욱 볼썽사납다. 이 대통령은 어제도 현충일 추념사에서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려는 어떤 자들도 대한민국 국민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이 대통령이 국정을 망친 것은 종북세력 척결에 실패했기 때문이 아니라 ‘측근세력 척결’에 실패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