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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28일 화요일

검찰, 밖으로는 '변화·쇄신'…안으로는 '제식구 감싸기'

이글은 노컷뉴스 2013-05-28일자 기사 '검찰, 밖으로는 '변화·쇄신'…안으로는 '제식구 감싸기''를 퍼왔습니다.
입버릇처럼 검찰개혁 외치지만 '돈뭉치' 검사 졸속수사에 비판


정치권과 검찰 내부에서 검찰개혁이 한창 추진되는 와중에 검찰이 또다시 '제식구 감싸기' 논란에 휩싸였다.

'돈뭉치' 검사에 대해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고 중징계를 청구하는 걸로 매듭지으면서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대검찰청 감찰본부(이준호 본부장)는 보안점검 과정에서 광주지검 산하 지검 소속 A검사의 책상에서 발견된 700여만원의 출처에 대해 밝혀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A검사는 의문의 돈뭉치에 대해 "수당과 가족에게 받은 용돈을 모은 것"이라고 해명했고 감찰본부는 이를 뒤집을 만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찰본부는 대신 지난해 1월 전 근무지에서 알게 된 지인의 부탁으로 피고소인의 사건을 무단 조회하고 수회에 걸쳐 골프접대를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또 지난해 말에는 또다른 지인의 부탁을 받고 구속 피고인을 검사실로 불러 부당접견을 주선한 것도 밝혀냈다. 

감찰본부는 이런 비위사실을 근거로 '해임'이라는 중징계를 법무부에 요청한 것이다. 

여러 정황상 지인의 여러 부탁을 들어주고 대가로 받은 돈으로 보이지만, 감찰본부 조사는 여기까지 이르지 못했다.

이 때문에 대검의 중징계 청구에도 '제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우선 의심쩍은 돈에 대해 수사를 해보지도 않은 채 A검사의 해명만 듣고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돈 봉투에는 A검사가 전주지검에 전입 오기 전 근무한 검찰청 관할 지역의 기업 이름이 적혀져 있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수사의 단서가 되지는 못했다.

검찰 출신 재경 변호사는 "검찰의 실체를 규명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아직 외부 비리를 대하듯이 내부비리를 대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특이 이런 행태는 채동욱 검찰총장이 시간이 날때마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거듭나야한다"며 검찰의 변화와 개혁을 강조한 것을 무색케한다는 얘기도 적지 않다.

채 총장은 지난달 13일 전국감찰부장회의에서는 1990년대 초 이탈리아 '부패와의 전쟁' 주역이던 디 피에트로 검사가 "내 손이 깨끗해야 남의 허물을 지적할 수 있다"며 전개한 '마니 풀리테(깨끗한 손)'를 예를 들기도 했다.

검찰의 이런 이중적인 모습에 대해 검찰 밖의 반응은 싸늘하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의 이재화 변호사는 "기업체 이름도 있다고 하니 전별금으로 보이는데 수사를 착수도 안했다"며 "전별금도 엄연히 뇌물이고 일반인이라면 당연히 수사를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수사의 칼날을 들이대면 A검사는 유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대법원도 지난 2006년 6월 "직무에 관한 청탁이나 부정한 행위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금품의 뇌물성 성립에는 특별한 청탁이 있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고 판시한 바 있다.

또 민주당 김영주 의원이 최근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과 상관없이 공직자가 일정 규모 이상 금품을 받거나 요구한 경우 처벌하도록 하는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일명 김영란법) 원안을 대표발의 하는 등 뇌물에 대한 기준이 엄격해지는 추세다.

검찰의 내부를 향한 온정주의 관행은 감찰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개선 취지도 '조직 논리'에 불과하다는 불신을 일으키고 있다.

대검찰청은 검사 비리를 집중 단속한다는 명분으로 특별감찰과, 5개 고등검찰청에 감찰부가 각각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결국 몸집을 키우기 위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강해지고 있다.


CBS노컷뉴스 정영철·김수영 기자

검찰, 밖으로는 '변화·쇄신'…안으로는 '제식구 감싸기'

이글은 노컷뉴스 2013-05-28일자 기사 '검찰, 밖으로는 '변화·쇄신'…안으로는 '제식구 감싸기''를 퍼왔습니다.
입버릇처럼 검찰개혁 외치지만 '돈뭉치' 검사 졸속수사에 비판


정치권과 검찰 내부에서 검찰개혁이 한창 추진되는 와중에 검찰이 또다시 '제식구 감싸기' 논란에 휩싸였다.

'돈뭉치' 검사에 대해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고 중징계를 청구하는 걸로 매듭지으면서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대검찰청 감찰본부(이준호 본부장)는 보안점검 과정에서 광주지검 산하 지검 소속 A검사의 책상에서 발견된 700여만원의 출처에 대해 밝혀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A검사는 의문의 돈뭉치에 대해 "수당과 가족에게 받은 용돈을 모은 것"이라고 해명했고 감찰본부는 이를 뒤집을 만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찰본부는 대신 지난해 1월 전 근무지에서 알게 된 지인의 부탁으로 피고소인의 사건을 무단 조회하고 수회에 걸쳐 골프접대를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또 지난해 말에는 또다른 지인의 부탁을 받고 구속 피고인을 검사실로 불러 부당접견을 주선한 것도 밝혀냈다. 

감찰본부는 이런 비위사실을 근거로 '해임'이라는 중징계를 법무부에 요청한 것이다. 

여러 정황상 지인의 여러 부탁을 들어주고 대가로 받은 돈으로 보이지만, 감찰본부 조사는 여기까지 이르지 못했다.

이 때문에 대검의 중징계 청구에도 '제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우선 의심쩍은 돈에 대해 수사를 해보지도 않은 채 A검사의 해명만 듣고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돈 봉투에는 A검사가 전주지검에 전입 오기 전 근무한 검찰청 관할 지역의 기업 이름이 적혀져 있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수사의 단서가 되지는 못했다.

검찰 출신 재경 변호사는 "검찰의 실체를 규명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아직 외부 비리를 대하듯이 내부비리를 대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특이 이런 행태는 채동욱 검찰총장이 시간이 날때마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거듭나야한다"며 검찰의 변화와 개혁을 강조한 것을 무색케한다는 얘기도 적지 않다.

채 총장은 지난달 13일 전국감찰부장회의에서는 1990년대 초 이탈리아 '부패와의 전쟁' 주역이던 디 피에트로 검사가 "내 손이 깨끗해야 남의 허물을 지적할 수 있다"며 전개한 '마니 풀리테(깨끗한 손)'를 예를 들기도 했다.

검찰의 이런 이중적인 모습에 대해 검찰 밖의 반응은 싸늘하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의 이재화 변호사는 "기업체 이름도 있다고 하니 전별금으로 보이는데 수사를 착수도 안했다"며 "전별금도 엄연히 뇌물이고 일반인이라면 당연히 수사를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수사의 칼날을 들이대면 A검사는 유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대법원도 지난 2006년 6월 "직무에 관한 청탁이나 부정한 행위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금품의 뇌물성 성립에는 특별한 청탁이 있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고 판시한 바 있다.

또 민주당 김영주 의원이 최근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과 상관없이 공직자가 일정 규모 이상 금품을 받거나 요구한 경우 처벌하도록 하는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일명 김영란법) 원안을 대표발의 하는 등 뇌물에 대한 기준이 엄격해지는 추세다.

검찰의 내부를 향한 온정주의 관행은 감찰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개선 취지도 '조직 논리'에 불과하다는 불신을 일으키고 있다.

대검찰청은 검사 비리를 집중 단속한다는 명분으로 특별감찰과, 5개 고등검찰청에 감찰부가 각각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결국 몸집을 키우기 위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강해지고 있다.


CBS노컷뉴스 정영철·김수영 기자

2013년 2월 20일 수요일

'당권'이 '쇄신' 덮은 민주당, 혁신과 반성은 어디로


이글은 미디어스 2013-02-19일자 기사 ''당권'이 '쇄신' 덮은 민주당, 혁신과 반성은 어디로'를 퍼왔습니다.
오는 5월 4일 전당대회…새 지도부 임기, 진통 끝에 2년으로 확정

민주통합당 차기 전당대회 일정이 결정되었다. 오는 5월 4일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되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지도부의 임기는 2년으로 정해진다.
민주통합당 정성호 수석대변인은 지난 18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비대위 전당대회 관련 결정사항 브리핑을 통해 “비상대책위원회는 정치혁신위원회에서 제안한 공천혁신 방안을 차기 지도부가 책임지고 실행할 수 있도록 차기 전당대회에서 당헌당규를 개정한다”며 “이와 같은 결정은 오늘 열린 비대위원회의에서 비대위원들의 전원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성호 대변인은 이어 “대선평가위원회가 마련하는 선거평가와 정치혁신위원회가 제출하는 당혁신과제를 전당대회와 향후 당운영에 적극 반영한다”고 덧붙였다.

▲ 민주통합당 정치혁신위원회 정해구 위원장과 고영인 간사는 지난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과감한 혁신을 통해 당을 전면 쇄신하겠다"며 당원ㆍ지지자 중심정당, 민생 책임정당, 역동적인 미래정당, 능력있는 정당 등의 세부적 쇄신 방향 등을 브리핑했다.ⓒ뉴스1

이에 앞서 이날 민주통합당 정치혁신위원회는 △당 조직기반 정비·강화 △계파 ‘나눠먹기’ 방지를 위한 당직·공직후보 선출 구조 결정 △당내 정책연구원 및 정책시스템 정비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온라인 플랫폼 강화 및 대국민·당원 소통 창구 개설 △차기 혁신지도부 산하에 ‘혁신실행위원회’ 설치 등 당 혁신 과제를 발표했다.
지도부 임기 둘러싼 갈등, 핵심은 지방선거 공천권
당초 당 전대준비위는 3월 말에서 4월 초에 임시 전당대회를 열고 임기가 내년 9월(1년 6개월)까지로 정해진 당 지도부를 뽑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정치혁신위는 지도부 임기를 내년 1월까지로 제한할 것을 주장했다.
당내 비주류 측은 전대준비위의 안을, 주류 측은 정치혁신위 안을 지지했다. 2014년 6월 지방선거 공천권 유무를 염두에 두고 각각 다른 안을 내세운 것이다.
‘친노’로 대표되는 당내 주류 세력은 대선 패배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친노 책임론’에 시달리며 당 안팎에서 비토당하는 상황이다. 새 지도부 임기가 내년 1월로 끝나는 경우, 주류 측은 비난 여론이 잦아들 때까지 기다렸다가 새 지도부 선거에 도전하면서 지방선거 공천권을 따낼 수 있다. 반면 비주류 세력이 당권을 쥐고 공천권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지도부 임기가 내년 9월까지 지속되는 편이 유리하다.
이번 비대위 전당대회 관련 결정사항은 위의 두 가지 안을 절충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오는 4월 재보궐선거는 현 문희상 비대위원장 체제 하, 10월 재보궐선거와 내년 6월 지방선거는 새 지도부 체제 하에서 치러진다.
누가 물망에 오르나…주류 김부겸, 비주류 김한길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주자로는 주류 측 김부겸 전 의원, 비주류 측 김한길 의원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지도부 선거의 승패는 모바일투표 경선 방식의 채택·개선 여부에 의해 갈릴 것으로 보인다.

▲ 지난해 9월 5일, 민주통합당 김두관 대선 경선 후보 캠프 측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울산지역 경선 모바일투표에 중대한 오류가 있다"며 당 지도부의 사과 및 임채정 당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의 사퇴와 모바일 투개표 중단 등을 요구했다.ⓒ뉴스1

표면적으로 모바일투표 논란의 쟁점은 국민 여론을 당내 의사결정에 얼마나 반영해야 할지를 둘러싼 ‘대의명분’ 싸움이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지난해 1·6월 전당대회와 대선 후보 경선 등에서 모바일투표를 활용한 ‘완전참여형 국민경선제’가 당권의 향방을 좌우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비주류 세력은 친노가 조직력을 활용해 당을 장악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만큼 모바일투표를 폐지하거나 비중을 낮추어야 한다는 주장에 열을 올리는 반면, ‘친노’ 주류 세력은 이러한 주장에 반발할 수밖에 없다.
반성의 목소리 사라진 자리, 남은 것은 당권 놀음
대선 이후 민주당의 혁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이에 부응하려는 듯 초선 의원들은 지난해 12월 26일 대선 패배에 대한 참회의 의미를 담은 ‘천배 사죄’를 올렸다. 비대위는 지난 1월 15일 광주를 시작으로 전국 민생 현장을 순회하며 대선 패배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하는 ‘회초리 민생투어’를 진행했다. 홍종학 의원을 중심으로 대선 평가 연속토론회를 기획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 민주통합당 초선의원들은 지난해 12월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대선 패배를 사죄하는 의미의 1000배를 올렸다.ⓒ뉴스1

이처럼 대선 패배 이후 2개월 간 반성의 ‘진정성’을 보이고자 하는 화려한 이벤트는 많았으나 이내 모두 사그라졌다. 차기 전당대회의 쟁점은 쇄신 그 자체가 아닌 당권 싸움으로 수렴되는 비본질적인 것들에 대한 힘겨루기로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민주당의 이러한 정체가  전혀 새로운 풍경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승용 전남대 연구교수는 지난 1월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성찰과 모색 제1차 토론회’ 발제문을 통해 2007년 대선 패배 이후 민주당에 “5년 동안 5번의 쇄신 시도와 노력이 있었다”며 “쇄신이 연례행사가 될 정도로 근본적인 쇄신과는 거리가 먼 수사적 쇄신만 이루어졌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평했던 바 있다.
오 교수의 지적대로 민주당의 경우 대체로 쇄신 노력은 결국 “당권경쟁과 중첩되어 전개”되는 경우가 많았고, 이 경우 “쇄신과 당권 간의 주객전도가 자주 일어났다.” 말하자면 지금 민주당의 상황은 고질적인 반성, 오래된 당권 싸움의 재현인 셈이다.
아직 출범도 하기 전인 박근혜 당선인에 대한 지지도가 채 50%를 밑도는 상황이지만, 이에 대한 반대급부가 전혀 민주당으로 수렴되지 않는 이유를 민주당은 알까.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민주당의 전당대회와 차기 당권의 향방을 궁금해 하는지, 해당 논의가 민주당 내부에서만 맴도는 것은 아닌지 민주당은 알고 있을까. 당권 놀음에 정신이 팔려 자명한 사실들을 또 외면하고 있는 민주당의 미래가 어두워 보인다.

윤다정 기자  |  songbird@mediaus.co.kr

2013년 2월 11일 월요일

"민주당 3무 극복해야 수권정당 된다"


이글은 대자보 2013-02-09일자 기사 '"민주당 3무 극복해야 수권정당 된다"'를 퍼왔습니다.
천정배 전 의원 경향시민대학 강연, 민주당 쇄신 및 계파정치 탈피 강조

▲ 지난 2009년 9월 29일 저녁 민생탐방 열엿새 째를 맞아 인천 남동구 구월동 로데오 거리에 차려진 포장마차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천정배 전의원. © 김철관

“민주당은 제대로 된 반성, 자기쇄신, 국가비전이 없는 3무 정당이었다.” 

지난 6일 서울시 중구 경향신문사 12층 강의실에서 열린 경향시민대학 ‘시민을 위한 정치학개론’ 과정 수강생을 대상으로 한 ‘대선평가와 한국정치의 미래’ 주제 강연에서 민주통합당 천정배 전의원의 발언이다. 

천 전의원은 “이런 민주당에게 국민들 48%가 대선에서 표를 줬다”면서 “민주당이 조금만 더 비전과 정책을 갖춘 수권정당의 모습을 보였거나, 조금만 더 내부 기득권을 혁파했거나, 특히 조금만 더 자기반성과 자기쇄신을 이루었더라면, 2%p 정도는 어렵지 않게 더 얻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10년을 되돌아보면 민주당 등 개혁진보정치세력에게 유리한 쪽으로 민심이 빠르게 변화해 왔다”면서 “지역주의와 냉전이데올로기는 무너지고 있고 경제민주화, 민생복지, 정의와 평화,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도 민주당이 국민의 요구를 받아들일 변화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 대선에서도 진 것”이라면서 “48%의 득표도 민주당이 국민을 볼모로 잡아서 얻어낸 것”이라고 밝혔다. 

또 안철수 현상에 대해 그는 “안철수는 멘토가 없어서 졌고, 문재인은 멘토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졌다”면서 “안철수가 누구도 거스를 수 없을 듯하던 ‘안철수 쓰나미 현상’의 수혜자가 되지 못한 것은 훌륭한 멘토가 없었거나 멘토링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략가 윤여준이 안철수를 떠나 문재인에게 간 것은 매우 상징적인 사건으로서 시사하는 바 크다”면서 “반면 문재인은 야권단일후보로서 70%에 이르는 국민의 정권교체 열망을 등에 업고도 민주당과 자신이 속한 계파의 한계를 넘지 못했다”고 피력했다. 

특히 그는 이런 한계에 대해 자신의 책임이 컸다고도 했다. 천 전의원은 “민주당이 이렇게 된 데에는 제 책임이 매우 컸다”면서 “그 동안 당의 쇄신과 변화를 위해 내딴으로는 하느라고 해 왔지만 지금 되돌아보면 참으로 엉터리 짓을 많이 했다, 준비와 실행에 철저하지 못했고 성급했다, 헌신하는 자세도 부족했다”고 실토했다. 하지만 그는 “뼈아프게 반성하고 참회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사죄한다”면서 “실은 이럴 면목마저 없다는 것이 지금의 부끄럽고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천 전의원은 앞으로의 비전도 밝혔다. 그는 “지금부터라도 민주당이 3유 정당으로 변화를 이룩해낸다면 그 과정에서 좋은 지도자도 탄생할 것”이라면서 “내년 지방선거 때부터는 얼마든지 다수 국민의 신임을 얻을 수 있고 5년 뒤 정권교체도 이룩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파패권주의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민주당의 계차정치는 극에 이르렀다”면서 “민주당의 지도급 당원들에게 민주당에 대한 충성심은 사라지고 계파 충성심만 남아 있지 않나 의심이 들 때가 없지 않다”고 ‘계파패권주의’를 극복을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민주당은 쉽사리 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변하기 위해서는 변화의 흐름이 주도권을 이뤄야 한다, 확고한 쇄신의지와 지도력을 갖춘 대표와 지도부를 세우는 것이 관건”이라고 피력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민주당은 ‘확고한 개혁’과 ‘온건한 진보’로 가야한다”면서 “민주당 지도층은 '심재'(마음을 굶기기, 장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1월 14일부터 시작된 경향시민대학 ‘시민을 위한 정치학개론 과정’에서는 지금까지 손호철 서강대교수(1월 14일), 노회찬 진보정의당의원, 박상훈 도서출판 후마니타스 대표, 최재천 민주통합당의원,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 심상정 진보정의당 의원, 한귀영 한겨레 사회정책연구소 연구원위원 등이 강연을 했고, 최대욱 한림국제대학원대 교수(2월 13일), 정동영 민주통합당 고문(18일)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김철관

2012년 12월 5일 수요일

안철수 정치실험은 왜 실패했나?


이글은 프레시안 2012-12-05일자 기사  '안철수 정치실험은 왜 실패했나?'를 퍼왔습니다.
[기고] 쿨하게 문재인 돕고 긴 호흡으로 쇄신해야

새로운 정치를 향한 안철수 후보의 실험은 야권단일화 과정에서 안 후보가 사퇴함으로써 일단락되었다. '안철수 현상'으로 나타난 거대한 에너지에 비해 현실정치의 실험은 결과적으로 너무 싱거웠다. 안철수 후보는 출마선언 이후 줄곧 문재인 후보의 단일화 공세에 수동적이고 방어적인 자세로 일관했으며, 사퇴까지 1%의 지지율도 올리지 못했다. 반면에 문재인 후보는 당내 경선승리 직후부터 사력을 다해 민주당을 통합했으며 안 후보를 민주당에서 격리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문재인 후보는 호남과 40대를 중심으로 관망 층으로 남아있던 유권자들을 흡수하여 지지율을 10% 이상 끌어올렸다.

단일화 과정의 승패에는 문재인 후보 측의 선전(좋은 의미+나쁜 의미)도 있었지만, 안철수 후보 진영의 정치적 미숙함도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안철수 후보에 대한 지지세는 조직과 세력의 절대 열세에도 불구하고 1년 동안이나 흔들림 없이 지속될 정도로 매우 견고한 것이었다. 내용적인 면에서도 안철수 후보는 진보성향, 호남, 20~40대의 다양한 연령의 유권자 층에서 문재인 후보보다 더 강렬한 지지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이처럼 좋은 환경에도 불구하고 안 후보 진영은 자신의 강점을 하나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말았다.

안철수 후보 진영의 한계와 오류는 가치·노선, 조직·리더십, 전략의 세 가지 차원에서 짚어볼 수 있다.

▲ 캠프 해단식에 나타난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의 모습 ⓒ프레시안(최형락)

스타일리시 중도?


첫 번째, 안철수 후보 측은 가치·노선을 확고하게 정립해내지 못했다. 안철수 후보의 지지층은 진보에서 중도, 부분적으로는 합리적 보수에 이르기까지 스펙트럼이 매우 넓었다. 지지층의 스펙트럼이 넓은 것은 누구보다 폭넓은 정치세력을 형성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강점이지만, 이질적 세력들을 통합해내지 못할 때 심각한 정체성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점에서 약점이기도 했다. 그것은 이미 열린우리당의 실패가 우리에게 보여준 바였다.


문제는 이질적 세력들을 어디에 '중심'을 두고 통합하느냐에 있었다. 내 견해로 그 중심이란 '새로운 진보'였다. 안철수 후보의 정책노선이 진보적으로 가야하는 이유는 명확했다. 우리 사회의 산적한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노무현정부와 민주당의 불철저한 노선까지도 극복하고 더 혁신적인 내용의 구체성을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되었기 때문이다. 또 그것이 새로워야 하는 이유는 진영논리, 패권논리, 기득권논리에 사로잡혀 절박한 민생의 문제를 외면해 온 여야의 낡은 정치 틀을 과감하게 깨는 근본적 정치혁명을 요구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철수 후보는 출마선언 직후 중도에 방점을 두는 행보에 치중했다. 안철수 후보는 "좀 더 중도로 이동하라"는 내외의 권유를 너무 쉽게 받아들였다. 먼저 정책의 측면에서 '혁신경제'라는 차별화된 담론을 내세운다는 것이 그만 경제민주화를 분리해냄으로써 참여정부의 '성장동력 육성정책'을 연상시키는 기술주의적 한계 속에 스스로를 가두어 버렸다. 이 때문에 과감한 사회경제적 의제가 한 동안 거의 제기되지 못했다. 이런 관성은 막판 TV토론에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출마선언 직후 안철수 후보의 행보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스타일리시'였다. 진보적 정책과 의제를 충분히 깔지 않은 채 스타일만 앞세우다보니 자연스럽게 중도가 되어버렸고, 문재인 후보보다 개혁성이 뒤처지는 것으로 비치게 되었다. 그런 면에서 안철수 후보의 행보는 우선순위가 뒤바뀐 면이 있었다. 또 초기에 '덧셈의 정치', '통합의 정치'와 같은 담론들이 필요 이상으로 강조되었다. 정치권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려면 권력, 선거, 정당의 패권, 특권, 기득권 구조의 타파를 요구하는 것이 옳았다. 시한폭탄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절박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여야 정치권의 무능과 배신을 질타하고 국회에서 당장 필요한 입법조치를 하도록 압박하는 것이 새로운 정치에 훨씬 가까운 것이었다.


물론 안철수 후보가 이런 문제들을 완전히 간과한 것은 아니었다. 어느 시점부터 안철수 후보는 혁신경제의 담론이 갖는 한계를 인식했으며 경제민주화의 담론으로 다시 복귀하기 시작했다. 재벌개혁위원회의 설치나 계열분리명령제의 도입, 막판에 나온 노동공약은 문재인 후보보다 진보적인 위치로 자리매김 되었다. TV양자토론에서 문재인 후보가 계열분리명령제 도입 공약을 두고 "재벌해체 아니냐?"고 물었을 때는 역공의 찬스였다. 하지만 타이밍이 많이 늦은 것이 문제였다. 게다가 의제의 초점이 정치혁신으로 옮겨진 상태에서 그 같은 변화는 별로 커다란 임팩트를 주지 못했다.


게다가 이 시점에서도 안철수 후보는 적어도 정치개혁공약만큼은 계속 중도적 태도를 유지했다. 그래서 일각으로부터 '반정치' 아니냐는 반발을 사기도 했다. 정치권의 기득권·특권을 내려놓자는 문제제기는 안철수 후보 아니면 생각해 내기 힘든 매우 정확한 방향 설정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총론이 아니라 그것을 실현하는 구체적 방법론에 있었다. 하지만 안철수 후보는 정치쇄신의 문제를 체계적으로 제기하지 못했고, 단일화 협상과정에서 제대로 관철시키지도 못했다. 오히려 '의원정수축소'나 '반값선거비용' 같은 비본질적 문제에 발목이 잡혀버렸다. 특히 이 문제를 가지고 진보적 지식인·언론·시민운동세력과 불화구조를 형성한 것은 치명적이었다. 안철수 후보가 진보개혁진영 내부에서 갈등과 분열을 일으키는 모습에 많은 야권성향 지지자들이 충격을 받고 급격히 동요하게 되었다.


그러는 사이 문재인 후보는 지속적으로 노동, 일자리, 복지 등 경제민주화의 영역을 공략해 나갔다. 진보의제는 어느 사이 조금씩 문재인 후보의 브랜드로 굳어가고 있었다. 문재인 후보에게 '진보개혁'의 영역을 스스로 내준 것은 나쁜 선택이었다. 아직도 한국의 많은 정치전문가들은 선거승패의 최종적 관건은 중도적 유권자를 잡기위한 싸움이라고 믿고 있다. 안철수 캠프 역시도 중도적 무당파 유권자들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데 전략운영의 커다란 비중을 할애했다.


그러나 한국의 중도층은 양극단을 끌어당기는 중위투표자라기보다는 좌우 양쪽의 세력에 의해 견인되는 스윙보터의 성격이 더 강하다. 한국의 선거정치에서 진보적 세력이 외연을 확대하는 가장 유력한 전략은 자신의 핵심지지자들을 결집시켜 그들에게 열정을 불어넣고, 이슈와 바람을 만들어 투표율을 높이는 데 있다. 이는 민주화 이후 치러졌던 수많은 중대선거에서 하나의 법칙처럼 입증된 결과였다. 이슈와 바람이 있을 때는 민주진보가 승리했고, 그것이 소멸되었을 때 보수가 승리했던 것이다.


이렇게 의제를 다루는 데서의 중도주의적 편향, 스타일 정치의 함정을 극복하지 못함으로써 안철수 후보는 지지기반의 응집성과 결집력, 내구력이 크게 약화되었다. 이란 책에 환호했던 많은 진보적 지식인들이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대부분 등을 돌려버리고 말았다. 이런 요인들은 결국 야권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문재인 후보 측이 압박을 가해 왔을 때 버티지 못하고 무너진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


단일화 프레임을 얕봤다


두 번째로는 전략의 한계였다. 안철수 캠프의 지도부는 전략플랜을 갖고 있지 않았다. 즉흥적으로 그때그때의 상황에 대처해 나갔을 뿐이다. 그것을 만들려는 의지도, 능력도 갖고 있지 않았다. 자신들의 능력부족을 메우기 위해 인적 자원을 보강한다든지 하는 생각 따위는 더더욱 없었다. 무엇보다 단일화 프레임의 위력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었다. 필자가 그것의 위력에 대해 5년 전 나름의 경험에 근거해 선제적 대응의 중요성을 누누이 역설했으나 지도부는 안일했다.


안철수 캠프의 지도부는 대중의 정권교체 열망을 과소평가했다. '새로운 정치'와 '정권교체'의 담론을 정교하게 양립시키지 못해 혼선을 빚은 결과 정권교체를 바라는 대중들의 의구심을 사게 되었다. 단일화 전략과 관련해서 안철수 후보는 양극단을 오가는 모양이었다. 초기에 안철수 후보는 단일화에 대해서 너무 늦게 반응했고 방어적으로 대했다. 그러는 사이에 호남, 40대 유권자들이 문재인 쪽으로 쏠리기 시작했고, 안-문간의 격차가 빠르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압박을 느낀 안철수 후보는 결국 11월 5일 광주방문에서 전격적 후보회동을 제의했고, 11월 6일에는 후보등록 전 단일화에 합의했다.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수용은 안 후보의 주도에 의해 이루어진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상 무장해제에 가까운 행동이었다.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을 제어할 수 있는 어떤 장치도 없었으며, 후보단일화 시점을 못 박아버린 것은 스스로의 발목을 옭아매는 결과가 되었다.


단일화 프레임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안철수 후보 측이 일찌감치 '새로운 정치'를 작동시킬 수 있는 상위 프레임을 만들어야 했다. '미래권력론'과 '정당혁신론'으로 새누리당 뿐만 아니라 민주당까지도 기득권 정치의 틀로 묶어놓고, 민주당에 강력한 쇄신압력을 가해야 했다. 문재인 후보와 정책과 정치혁신에서 적극적으로 차별화하면서 최대한 세게 압박하고, 주도권에서의 명백한 우위를 유지해 나가야 했다.


그런 연후에 다음 단계에서는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 민주당과 손잡고 함께 가는 것이 불가피함을 중도 및 무당파층에게 설득하면서 민주당과의 융합을 시도해야 했다. 융합의 방향은 낡은 체제를 넘어 새로운 체제로 가기 위한 수권 가능한 미래권력의 형성을 과감하게 제기하는 것이어야 했다. 미래권력의 형성은 정치쇄신-정당쇄신의 기반 위에서 민주당과 안철수 후보 진영이 결합하는 새로운 미래정당 건설에 합의하는 것이었다. '미래'와 '새로움'이라는 키워드 위에서 민주당과 안철수의 장점을 결합하는 정치세력의 형성이야말로 미래권력을 창조하는 유일한 방안이었다. 이렇게 하면 안철수 후보는 새로움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에 대한 주도권을 잡고 민주당의 테두리에 갇혀있는 야권성향의 지지층에 효과적으로 사다리를 놓을 수 있었고, 동시에 조직과 세력이 없는 불안한 후보라는 이미지를 일거에 걷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안철수 후보 측은 시종일관 민주당에 지나치게 우유부단한 태도를 취했다. 민주당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매우 신중한 태도로 일관했는데, 후보야 좀 점잖게 할 필요가 있었다 치더라도 참모들까지도 후보와 똑같은 수준의 태도를 취했었다는 것은 정말 문제였다. 핵심참모들은 민주당에 거칠게 할 수 없었던 사람들이거나, 아니면 민주당에 반감을 갖고 있었지만 민주당을 잘 모르는 사람들로 이루어졌다. 민주당 쇄신이라는 목표를 일관되게 지향하면서 유연하고도 단호하게 싸울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또 안철수 캠프는 민주당에 정당쇄신을 요구하면서도 그것을 구체적으로 제기하지 않았고, 사실 제기할 능력이 없었다. 정치·정당분야 공약을 끝내 만들어내지 못한 것이 이를 입증했다. 막판에 전남대 강연을 통해 새로운 정치를 통한 '국민연대'라는 방향을 제시하기는 했으나 그것을 강제할 어떤 장치도 없었고, 너무 추상적이었다.


캠프 핵심의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세 번째로는 조직·리더십의 한계였다. 안철수 후보 진영의 조직·리더십은 현장 및 대중의 흐름과 유리되었다. 일반적으로 정치조직은 크게 리더십을 형성하는 코어집단, 활동조직, 추종세력으로 범주를 구분할 수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집단은 바로 코어집단이다. 코어는 철학적 원칙, 역사적 비전과 지식, 기본노선, 실행능력을 공유하는 훈련된 리더십집단이다. 그래서 코어는 철저하게 검증된 사람을 선발하는 것이 절대 필요하다. 개인의 명망을 앞세우는 사람, 자신의 권력을 키우는 데 몰두하는 야심가, 직업적 브로커들을 멀리해야 한다. 미국식 유행을 따라 한국에서도 기본전략을 정치컨설턴트들에게 많이 의존하는데, 그들은 조직의 철학·역사적 원칙에 의해 통제되어야 한다.


만일에 코어가 잘못 짜이면 확장 과정에서 반드시 균열이 생겨 자체의 무게로 인해 쓰러지고 만다. 반면에 활동조직이나 추종집단은 여러 가지 재능과 역할의 필요성을 기반으로 구축된 집단이기 때문에 다소간의 이질성이 불가피하고, 윤리적 수준도 코어집단에 비해 순도가 훨씬 약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코어만 튼튼하면 좀 순도가 떨어져도 용인될 수 있다.


그런데 안철수 캠프에서는 코어와 활동조직·추종집단 간의 관계가 다소 역전된 듯이 운영되었다. 먼저 안철수 캠프의 지도부는 구성의 원칙과 기준이 무엇인지가 불분명한데다 구성되기 이전이나 이후에도 능력을 제대로 검증받은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지도부는 캠프 내외의 비판에서 빗겨나 관대한 대우를 받았고, 반면에 활동조직이나 추종집단은 엄격한 잣대를 요구받았다. 순도가 떨어지거나 생각이 좀 다르다 싶으면 구태정치라고 인식하는 습관이 강했다. 이런 태도는 능력 있는 사람의 진입을 차단하는 결과를 빚기도 했다.


이런 행태는 캠프가 민주주의적 조직운영원리를 잘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생겨난 결과였다. 캠프의 핵심으로 통하는 문은 굳게 닫혀있었고 전문가와 활동조직이 오랜 시간 동안 토론하고 고민해서 올라간 의견은 정반대의 이상한 물건이 되어 최종안으로 내려오기도 했다. 결정하는 윗부분과 토론하고 작업하는 아랫부분이 따로 놀았다. 이런 틈새를 파고들어 자신의 입지를 구축하려고 시도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한편 출마선언의 지연은 가치·노선의 정립과 코어의 팀워크 구축에 필요한 최소한의 절대시간을 허용하지 않았다. 추석 이후 전략기조와 지도부의 신속하고 과감한 교체 내지 보강이 필요했으나 시간적 임박성과 대체 자원의 결여 때문에 타이밍을 잡을 수가 없었다.


출마선언 이후 안철수 후보가 펼친 정치실험에서는 그가 그전에 가다듬어 놓은 생각들이 대부분 굴절되고 증발되어 나타났다. 안 후보 역시 자신의 생각과 현실이 자주 괴리되어 나타나고, 본인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현실이 발전되어 나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는 본성적으로 선한 사람인데다 완벽성, 완결성을 추구하는 강렬한 습관을 가진 사람인 것 같다. 자신이 했던 말이 대중들에게 빈 말이 되는 것을 스스로 용납하지 못하고, 그렇게 되지 않도록 매사에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몸속에 깊이 각인된 것으로 보인다. 의원정수축소 문제에 대해서 그가 강한 태도를 보인 것도 이런 태도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신당 창당 유혹에 흔들릴 게 아니라...


안철수 캠프에 참여했던 나의 지인이 얼마 전 안철수 후보가 DJ와 무척 닮은 것 같다고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러면서 덧붙이기를 안 후보가 DJ와 다른 점도 있다고 했다. 즉 DJ가 현장의 전문가, 이해당사자들과 끊임없이 토론하면서 결정을 해나갔다면, 안철수 후보는 그에 대한 노하우와 네트워크가 시간적, 경험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상당히 적절한 지적이 아닐까 싶었다. 바로 그런 점이 안철수 후보의 정치실험에 나타났던 한계와 오류를 신속하게 정정하지 못하게 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철수 후보가 짧은 시간의 정치실험을 통해 보여준 잠재력은 적지 않은 것이었다. 객관적 현실여건에 비해 그 이상의 능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틀린 것은 아니다. 정치와는 전혀 거리가 멀게 살았던 데다, 사회과학적 인식능력을 훈련할 시간과 기회도 없었던 사람이, 아무리 대중의 열망과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해도, 대통령선거에 뛰어들어 이 만큼 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다. 그것도 조직화된 세력의 뒷받침 없이 거기까지 갔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정치를 꽤 해보았던 노무현 대통령이 후보 시절 했던 숱한 실수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물론 그는 노무현 후보에 비해 너무 정적이고 추상적이며 미괄식 화법을 쓴다는 약점도 갖고 있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그의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그는 앞으로 당분간 가치·노선, 전략, 조직·리더십의 전면적 쇄신을 위해 성찰과 정진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정치실험에서 보여준 것으로는 당장에 어떤 정치실험을 재개해도 기존의 한계와 오류를 반복할 것이다. 앞으로 그의 주위로부터 대선 후 신당을 만들자는 등의 여러 유혹들이 밀려들 것이다. 이런 유혹들에 그가 쉽게 흔들려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야권이 정권교체에 실패했을 경우 그런 유혹은 더욱 강렬해질 것이다. 감히 그에게 제언하건대 당장의 남은 대선과정에서 문재인 후보를 쿨하고 화끈하게 도와주는 것 말고는, 자기성찰과 쇄신의 시간들을 가지면서 때를 기다리는 긴 호흡의 계획들을 짜나갔으면 좋겠다. 


  /고원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기초교육학부 교수 

2012년 10월 23일 화요일

민주당 ‘친노 퇴진’이 잘한 일인 까닭


이글은 미디어스 2012-10-22일자 기사 '민주당 ‘친노 퇴진’이 잘한 일인 까닭'을 퍼왔습니다.
쇄신이나 개혁 아닐 수 있지만 정국 주도권 가져올 것

▲ 오늘자 경향신문 6면 기사. 친노 참모들의 퇴진 선언은 역설적으로 친노세력의 대선에 대한 위기의식을 보여준다.

박근혜의 ‘정수장학회 자폭’에 묻혔지만 민주당에서 어려운 결단이 있었다. 친노계 측근으로 분류되었던 9명의 핵심참모들이 선대위 2선 퇴진을 선언한 것이다. 이들의 퇴진은 다자구도에서 박근혜와 안철수의 지지율에 뒤지는 문재인 후보 측의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결단으로 보인다. 문재인 후보 측 역시 이들의 결단에 감사를 표하면서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이 정치쇄신’이라고 화답했다.
그런데 친노세력에 대한 애정이 많은 문재인 후보의 핵심 지지자들은 이러한 상황을 납득하지 못하고 분통을 터트리기도 한다. 안철수 후보의 내용 없는 쇄신 요구에 민주당의 우유부단함이 만나면서, ‘친노’를 원래부터 안 좋아했던 민주당 내 비노세력들이 이를 기회로 그들을 부당하게 내친다고 보는 것이다. 또 민주당보다 훨씬 구태를 품은 정치세력이라 볼 수 있는 새누리당 측까지 민주당 문제에 간섭하는 말을 꺼내는 꼴을 황당하게 여기는 것 같다.
이런 심정은 이해할만하다. 사실 친노 인사란 꼬리표가 붙은 이들 몇 명을 뒤로 물리는 것이 민주당 쇄신이나 정치개혁과 크게 관련이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해찬 대표나 박지원 원내대표에 대한 2선 후퇴를 요구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지금의 민주당은 당장에 쇄신이나 정치개혁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그런 ‘의지’가 있다는 것만을 보여줄 수 있는 입장이다. ‘쇄신’이 ‘인적 쇄신’이 되고 그 대상이 그간 중심적으로 활동했던 몇몇 인물로 압축되는 흐름 안엔 논리적 타당성은 없지만 국민을 향해 ‘자세’를 보여준다는 의미는 있다.
이런 차원에서 볼 때 친노 인사들의 퇴진이란 선택은 완전히 ‘실기’한 것은 아니지만 이미 늦은 일이다. 완전히 실기한게 아니란 이유는 다행히 아직까지는 새누리당 친박계가 2선후퇴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만일 새누리당이 먼저 인적 쇄신을 내건 다음에 민주당이 따라가는 형식이었다면 이 선택은 효과를 보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미 늦었다는 이유는 지금의 선택도 안철수의 지속적인 요구에 의한 것으로, 문후보의 지지율 상승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 대한 고육지책으로 여겨질 것이기 때문이다. 

▲ 오늘자 경향신문 5면. 문재인 후보는 안철수 후보의 완주의지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단일화'에 대한 막연한 열망에서 벗어나 이전보다 사태를 더 냉정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안철수 후보가 말하는 정치쇄신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마 안철수 캠프에서도 그 내용을 확정짓지 못할 것이다. 그건 그들이 그 내용을 정말로 몰라서일 수도 있고 야권 단일화를 바라는 사람들보다 대선 완주의지가 강해서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안철수 후보나 안철수 후보 측이 의견을 청취하는 그 ‘국민’들이 상상할 수 있는 쇄신이 무엇이냐는 문제가 남는데, 그것이 바로 인적 쇄신이다. 사람 바꾸고, 당명 바꾸고, 색깔 바꾸는 등 사람들의 눈에 보이는 걸 바꾸라는 것이다. 논리적 흐름이 아닌 직관적 연상의 영역이며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효과를 본 그 방식이다. 실현가능성 문제를 보더라도 만들어진지 얼마 안 된 민주통합당을 깨고 다시 만드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면 결국 남는 것은 인적 쇄신 뿐이다. 그렇게 할 때에 문재인 캠프는 안철수 후보 측의 명분을 줄이고 정국의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다.
조기숙 교수 등은 이러한 쇄신책이 ‘친노 왕따’에 동참하는 것이라고 핏대를 올린다. 하지만 대선이 끝나면 결과가 어떻게 정리되든 실제로 일을 해야 할 사람들은 어차피 돌아올 수밖에 없다. 쇄신 대상자들의 정치생명줄을 끊는 일이 아니란 것이다. 국민들은 그 사람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기억하지 못하고, 그저 친노계가 뒤로 물러섰다는 이미지만을 기억한다. 특히 민주당이 정권창출에 성공한다면 이들이 일을 할 기회는 훨씬 많아지는 것인데 몇 개월 간의 백의종군을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문후보가 마음에 맞는 이들과 손발을 맞추지 않으면 일을 하기 어렵다고 항변하기도 하지만 새누리당 사람을 쓰라는 것도 아니고 민주당 내에서 사람을 쓰기가 어렵다고 항의하는 건 궁색한 변명이다. 만일 그게 사실이라면 민주당이 전혀 통제가 안 된다는 얘기일 텐데, 그러면서 정당을 가지지 않은 안철수 후보는 정국 운영을 할 수 없다고 비판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정치공학을 넘어 ‘정치개혁’이 무엇인지 원리적인 고민을 하려 한다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생각해보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개혁엔 어떤 내용이 있었나? 정책적으로 본다면 평검사와의 대화, 열린우리당 창당, 중대선거구제 제안, 대선 임기와 총선 임기를 일치시키는 원포인트 개헌 제안,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제안 등이 떠오를 것이다. 이것들은 정책방향이 일관되지 않은 우충좌돌이며 심지어 자기들끼리 모순되기까지 한다.
가령 열린우리당은 지역주의 구태세력을 청산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창당되었지만 이에 힘을 실어주는 정계개편을 하려다 대통령은 탄핵당했고 그 역풍으로 당선된 수많은 탄돌이들은 몇몇 진국도 있었지만 대부분 수준이 함량미달이었다. 열린우리당은 자신들이 호남토호라고 비판한 민주당보다 하나도 더 개혁적일게 없는 정치세력이었고 삼성 등 기업권력과의 유착문제에선 더 수구적이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문제라는 건 총선 후 대통령이 직접 주도한 4대개혁 입법의 파행으로 드러났다. 의원들이 당론만큼 진보적이지 않아 법안을 통과시킬 수가 없었다.
또한 중대선거구제는 지역정당을 제도적으로 근절하려는 시도였으나 일본의 사례를 검토했을 때는 양당의 기득권을 더 강화하는 제도였다. 소수파 정권의 수난을 겪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선 대선임기와 총선임기를 일치시키는 ‘원포인트 개헌’이 효율적이라 믿었겠지만 우연히 그 임기가 거의 겹쳐졌고 두 번의 선거에서 승리한 대통령이 염치가 없을 때 도대체 얼마나 민의를 거슬러가며 통치할 수 있는지는 이명박 정권이 처절하게 증명한 바 있다. 임기가 끝나가는 상황에서의 대연정 제안이 힘을 발휘할 수가 없었다는 점은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 오늘자 한겨레 9면. 천만관객이 본 영화 <광해>는 오늘날 한국인들이 바라는 개혁군주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것은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을 만들어낸 열망의 흔적이기도 하다. 문재인은 영화를 통해 노무현을 바라보며 안철수는 영화를 통해 자기 자신을 바라본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치개혁에 힘을 쏟았다고 기억한다. 비록 정책의 제안에선 효과가 없고 파행이 있었더라도, 그가 ‘국민을 위한 정치, 기득권을 내려놓는 정치, 탈권위적 리더십이 있는 정치’와 같은 것을 구현하려 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이 오늘날 안철수가 말하는 바라는 점을 생각하면 안 후보의 위치선정은 완벽하게 노무현의 모방이다. 그 역시 자신이 제도개혁안이나 정책 제안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그런 가치들을 추구한다고 말하고 그 지지자들은 그의 ‘진정성’을 믿는다. 물론 안철수 후보 측이 노무현 대통령보다도 훨씬 정책적인 준비가 덜 되어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이 사태의 핵심이라면 노대통령의 ‘진심’과 상관없이 그의 정치개혁 행보를 냉정하게 평가하지 않는 사람에겐, 안후보와 그 지지자들을 비웃을 어떠한 근거도 없는 셈이다.
즉 우리는 노무현과 안철수의 ‘진심’을 넘어 그 진심이 실행되는 방식의 평가 차원에서 정치개혁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한다. 문재인 후보는 이 차원에 도달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가 ‘진심’에서부터 시작한다면 문재인은 노무현의 ‘진심’이 실패한 지점에서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문재인을 ‘참여정부 시즌2’라 욕하지만, 사실 안철수는 참여정부의 출발점에 서 있다는 점에서 퇴행적인 반복이고 문재인은 참여정부의 귀착점에 서 있단 점에서 생산적인 반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반복을 위해서라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자세 낮추기는 중요하다. 친노들이 ‘진리’의 차원에서 정치개혁안을 토론하려 한다면 정치학자들과 할 수 있을 것이고 참여정부 당시의 많은 시책들이 ‘삽질’이었단 걸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반면 그들이 국민을 설득하는 차원에서 정치개혁을 논하려 한다면 당장 영화 의 천만관객이 떠올리는 그 지도자의 이미지를 차용하지 않을 수 없다. 친노 2선 후퇴를 ‘기득권 내려놓기’로 규정한 문재인 후보의 발언은 이에 근접해 있다. 차제에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에 대해서도 용단을 촉구하는 리더십을 발휘하여 안철수 측이 단일화를 회피할 수 있는 핑계를 없앤 후 정치개혁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도 논쟁해야 할 것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 영화 <광해>를 본 문재인 후보의 눈물 ⓒ연합뉴스

한윤형 기자  |  ahriman@mediaus.co.kr

2012년 8월 28일 화요일

[기자메모]목소리 듣겠다며 실명 게시판 고집… ‘현병철식’ 소통법


이글은 경향신문 2012-08-27일자 기사 '[기자메모]목소리 듣겠다며 실명 게시판 고집… ‘현병철식’ 소통법'을 퍼왓습니다.

자질 논란 속에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이 ‘소통’을 내세우며 인권위의 ‘쇄신’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인권위 내부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쇄신의 대상은 바로 현 위원장 본인이라는 것이 인권위 직원들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현 위원장이 소통하겠다며 내놓은 방안들은 직원들의 반발로 이어지고 있다. 현 위원장은 현재 익명으로 운영되는 자유게시판과는 별도로 ‘위원장에게 바란다’는 실명 게시판 신설을 지시했다. “익명으로 의견을 받으니 비방성 글이 많다”라는 것이 이유다. 사실상 소속 직원들의 익명의 ‘쓴소리’에는 귀를 닫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 위원장은 또 직원들과 직접 대화하겠다며 어떤 기준으로 선정됐는지 알 수 없는 직원 20명에게 단독면담 날짜와 시간을 통보했다. 그는 부담 갖지 말고 기탄없이 이야기하라고 하지만 직원들은 일방적인 통보에 황당해하고 있다.

인권위 자유게시판에는 현 위원장의 이 같은 지시에 대해 “진정성이 없다”고 비판하는 익명의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직원들은 단독면담도 거부하고 있다.

현 위원장은 출근 첫날인 지난 14일 평소보다 1시간 빨리 나왔다. 21일에는 환영사를 할 예정이던 ‘난민 인권보호 국제회의’에 돌연 불참했다. 둘 다 그의 퇴진을 요구하는 인권단체들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최근 현 위원장을 둘러싼 일련의 상황들은 청와대가 인권위 직원들과 시민단체, 여야 정치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의 연임을 강행할 때부터 예견됐던 것이다. 인권위 직원 중 89.5%가 “현 위원장 취임 이후 한국의 인권 상황이 후퇴했다”고 평가했지만 청와대는 상관하지 않았다. 한 인권운동가는 “인권위원장으로서의 자질도 문제지만 비판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않으려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 ‘인권’을 빼더라도 한 조직 수장으로서의 리더십이 무너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 위원장은 직원들에게 쇄신을 요구하기 전에 이 같은 사태가 초래된 것이 누구 때문인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이성희 사회부 기자

2012년 8월 25일 토요일

“밥줄 끊고 방송 펑크 내는 게 분위기 쇄신인가”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8-24일자 기사 ' “밥줄 끊고 방송 펑크 내는 게 분위기 쇄신인가”'를 퍼왔습니다.
[PD수첩 역대작가 릴레이 기고 ④] 김미라 전 PD수첩작가

찰랑거리던 긴 생머리를 상큼하게 자른 학생이 다가온다. “어, 머리 잘랐네. 실연의 후폭풍?” “아뇨. 개강도 다가오고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여대 교수인 내가 개강 무렵 마주치는 학생들에게 자주 듣는 말이다.
우리는 가끔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머리스타일을 바꾸고, 집안의 가구 배치를 바꾸고, 주머니를 털어 여행을 떠난다. 나에게 ‘분위기 쇄신’이라는 말은 그동안 이런 상황에 주로 쓰는 일상적인 표현이었다. 그런데 고락을 같이 해온 의 작가 전원을 해고하면서 MBC의 한 간부가 처음에 그 이유를 ‘분위기 쇄신 차원’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한국 방송사에 전대미문의 오욕을 남기면서, 방송 제작의 한축인 작가들의 밥줄을 끊고 자존심을 짓밟으며 한 표현치고는 참으로 개념 없고 저열하다.
후배작가로부터 (PD수첩) 전직 작가들의 릴레이 기고에 동참해 달라는 전화를 받고 고민이 깊었다. 방송현장을 떠난 지도 벌써 7년이 넘었고, 내 인생에서 가장 치열하게 살았던 15년을 몸담았던 MBC는 밉든 곱든 친정이나 다름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사태의 주범으로 거론되는 인물들이 함께 부대끼며 (PD수첩)의 명예와 자존심을 지켜왔던 선배이자 동료였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러나 (PD수첩) 22년 역사 가운데 6년 10개월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함께 한 작가로서, 길거리로 내몰린 후배들에 대한 부채의식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불의를 보고 침묵하지 않고 잘못됐다 말하는 것이 지식노동자들의 소임이라면 작가들과 마찬가지로 내가 서있는 학자로서의 길이 또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MBC 사측이 밝힌 (PD수첩) 작가 전원 해고의 ‘진짜’ 이유는 그들이 불편부당성과 중립성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어 공정한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파업에 앞장섰던 PD들을 해고하고 비제작부서로 내몰던 명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동안 현장을 떠나있던 나로서는 최근 (PD수첩)의 분위기나 제작과정을 면밀하게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런 일련의 사태에 사측이 내세운 명분이 곧 공영방송이라는 MBC가 얼마나 허술한 조직인지, 그 실상을 만천하에 스스로 폭로하는 자충수를 둔 꼴이 됐다는 점이다. 속된 말로 ‘자뻑’의 극치를 보는 듯하다. 언제부터 일개 PD가, 일개 작가가 프로그램의 전체 방향을 마음대로 쥐고 흔드는 제작 시스템이 되었단 말인가. 

지난 14일 오전 서울 세종로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PD수첩 작가. 이치열 기자 truth710@

신문이나 방송 등 언론사 조직에는 엄연히 게이트키핑(gatekeeping)이라는 과정이 존재한다. 팀장과 국장이 존재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특히 뉴스를 제작하는 보도국이나 (PD수첩)과 같은 탐사보도 프로그램을 만드는 부서에서 게이트키핑 기능은 필수적인 것이다. 만약 그들의 주장대로 일개 PD의, 일개 작가의 개인적인 편향이 그대로 방송 프로그램에 반영되었다면, 공영방송 MBC의 게이트키핑 기능은 사실상 마비된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PD나 작가가 아닌 팀장이나 국장에게 먼저 직무유기의 책임을 묻는 것이 누가 봐도 타당하다.

얼마 전 종영된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 정확한 단어까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이런 대사가 나온다. 부하 직원에게 폭력을 행사한 클라이언트를 찾아가 계약을 파기한 건축사무소 소장(장동건 분)은 회사의 손실을 염려하는 직원에게 “그건 내 일이야. 내가 너보다 월급 많이 가져가는 이유가 바로 그런 일 해결하라고 그런 거야…” 라고 말한다. 지위와 권력에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이 따르는 법이다. 방송사가 일선의 제작인력보다 팀장이나 국장에게 더 많은 임금과 대우를 하는 것 역시 그동안의 기여도 있겠지만 그가 안고 가야할 책임에 대한 대가도 포함돼 있다. 그런데 자신이 바람막이가 돼 보호해야할 후배PD들이나 비정규직 작가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실로 부끄러운 일이다. 자신보다 힘없는 사람에게 칼을 쓰는 것은 수치라는 고대 철학자의 말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PD수첩) 작가 해고사태는 작가들에게 상처만 준 것은 아닌 듯하다. 칼자루를 쥔 그들의 의도는 정녕 아니었겠지만 작가들의 위상과 존재감을 세상에 알려주는 계기가 되었다. 방송 프로그램을 만드는 두 축은 누가 뭐라고 해도 PD와 작가이다. 이것은 드라마뿐 아니라 모든 장르의 프로그램들이 그렇다.
그런데 그동안 전면에 부상되지 않았던 탐사보도 작가들의 존재가, 역할의 중요성이 불미스러운 사태로 알려진 셈이다. 사측과 보수단체의 주장, 일부 언론보도만 보면 일반인들은 (PD수첩) 작가들이 소위 좌편향의 투사쯤 되는 줄 알기 십상이다. 그런데 내가 아는 한 그들은 대한민국에서 정규 대학교육을 받고 작가로 입문한 지극히 상식적인, 우리 사회에 대해서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이들일 뿐이다. 자신이 우측으로 가있는 것을 모르고 중간에 서있는 사람에게 뚜렷한 근거도 없이 너무 좌로 가있다고 비난하는 형국은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다. 권력도 조직도 감시와 비판이 없으면 부패하기 마련이다. 특히 언론조직은 내부에 끊임없이 이의를 제기하고 다른 의견을 내는 ‘악마의 변론인(devil's advocate)’을 키우고, 그 스스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 악마의 변론인이 되기를 자처할 때 본연의 기능을 다할 수 있다. 
‘도삼이사(桃三李四)’라는 말이 있다. 복숭아나무는 3년, 자두나무는 4년은 길러야 결실을 낸다는 뜻이다. 작가도 다르지 않다. 일정기간 다듬어지고 내공이 쌓여야 비로소 제 몫을 할 수 있다. 방송가에서 (PD수첩) 작가를 한다는 것은 그만큼 실력과 경륜을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이다. 짧게는 4년, 길게는 12년을 (PD수첩) 한 프로그램에서 일했던 작가들은 자신들의 노력도 있겠지만 MBC가, (PD수첩)이 길러낸 소중한 자산이다. 그런데 대체 무엇을 위해 아름드리 재목의 밑동을 스스로 잘라내는 우를 범하는지 나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다. 그들을 내친 결과 21일로 예정됐던 은 결국 전파를 타지 못했다. 노조의 파업 때는 그렇게 ‘시청자의 볼 권리’를 주장하던 사람들이 대표적인 정규프로그램의 결방에는 왜 침묵하는지 묻고 싶다.
정재홍, 장형운, 이화정... , MBC 노조의 파업 이후 벌어지고 있는 살풍경을 지켜본 이들 작가들은 아마 이 싸움에 승산이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을지 모른다. 또 누군가는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면 그만이라고 이들을 회유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더럽고 치사해서 그냥 떠나 버리면 그 절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 이들처럼 질 것을 뻔히 알면서도 해야 할 싸움이 있다면 기꺼이 동참할 때 세상은 아주 조금씩이나마 변화하고 진보한다.
지난 21일에 있었던 정책발표회에서 이번 사태의 핵심인물 중 하나인 시사제작국장은 다시 되돌아가도 같은 결정을 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한다. 의로운 일에 뜻을 굽히지 않는 것은 소신이지만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고집하는 것은 아집에 불과하다. 이쯤 되니 문득 고은 시인의 짤막한 시구(詩句)가 떠오른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그들은 위태롭기 그지없는 그 의자에서 내려설 때에야 정녕 자신이 밟고 올라간 그 꽃들을 볼 수 있을까. 
(김미라 작가는 1994년부터 2000년까지 6년 10개월 동안 (PD수첩)을 집필했으며, 2005년까지 15년을 MBC 전속작가로 활동. 이후 언론학 박사학위를 취득, 현재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로 재직 중 이다.)

김미라·(서울여자대학교 언론영상학부 교수) | jinpress@mediatoday.co.kr 

2012년 8월 14일 화요일

검찰의 역습… 자기 무덤 판 의원님들


이글은 시사IN 2012-08-14일자 기사 '검찰의 역습… 자기 무덤 판 의원님들'을 퍼왔습니다.
‘특권 내려놓기’ 경쟁을 하던 여야가 검찰의 공세에 허둥지둥하며 불체포 특권 포기 논란을 벌이고 있다. 남용도 문제지만 포기하면 검찰이 입법부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

멀리 던진 줄 알았던 ‘쇄신’의 부메랑이 너무 빨리 되돌아왔다. 그것도 칼이 되어서. 4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의식해 ‘불체포 특권’ 포기 또는 보완 등 ‘각종 특권 내려놓기’ 경쟁을 하던 여야는 그 틈새를 파고든 검찰의 공세에 허둥지둥하고 있다. 

7월31일 오후, 국회는 어수선했다. 새누리당과 검찰에게는 말 그대로 ‘기습’이었다. 그러나 민주통합당(민주당) 처지에서는 ‘신의 한 수’였다. 저축은행 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박지원 원내대표는 세 차례나 검찰 출석을 거부했다. 그러나 박 원내대표가 이날 오후 전격적으로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음으로써 팽팽히 조여오던 긴장의 끈은 맥없이 풀려버렸다. 

박 원내대표가 출석하지 않았을 경우, 다시 한 번 본회의장에서 체포동의안을 표결해야 할 상황이었다. 정두언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이후 불어닥친 비판 여론 때문에 여야는 불체포 특권을 방패로 삼기 어려운 처지였다. 

ⓒ뉴시스 7월31일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왼쪽 세 번째)가 대검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가 그리 간단치는 않다. 불체포 특권은 헌법 제44조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라는 조항에 명시되어 있다. 1948년 제헌헌법 이래 10차 개정헌법인 현행 헌법에 이르기까지 동일한 내용으로 유지돼온 조항이다. 다시 말해 불체포 특권은 의원 개인이나 특정 정당이 마음대로 포기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닌 헌법 개정사항인 셈이다. 김선화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대통령이 권력 유지를 위하여 국회의 기능을 마비시킨 전례를 알고 있는 우리 헌정사에 비추어 보면 불체포 특권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27일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가 1차 회의에서 내놓은 6대 쇄신안 중 하나로 불체포 특권 포기가 포함됐다. 새누리당은 △검찰의 소환조사에 언제든지 응할 것 △체포동의안이 넘어오면 지체 없이 처리할 것 △방탄 국회를 열지 않을 것, 세 가지 원칙에 동의했다. 물론 새누리당이 당론으로 정했다고 해도 헌법에 규정된 권리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불체포 특권의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미 값’에 불과했다. 민주당 역시 7월6일 국회의원 특권 개혁방안 공청회를 열었다. 국회의 윤리특별위원회 기능을 강화해 불체포 특권의 오·남용을 보완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한규 민주당 전문위원은 “선거를 앞두고 분위기에 편승하여 꼭 필요한 제도를 약화시키는 것은 한국 현실에서 매우 바람직하지 못하다”라고 말했다. 


“검찰, 박근혜에게 대놓고 줄섰다”

이 틈새를 검찰이 고약하게 비집고 들어온 것이다. “불체포 특권 포기를 검찰이 원할 때 무조건 국회의원을 구속시킬 수 있다는 걸로 해석하면 안 된다”라는 한 새누리당 중진 의원의 우려가 현실화된 셈이다.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은 정두언 의원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직후인 7월15일 기자회견을 통해 “기득권 포기의 명분에 따라 무조건 체포동의안을 통과시키게 되면 국민의 대표인 입법부가 검찰 통제하에 놓이게 된다”라면서, 법적인 부분을 고치지 않고 불체포 특권 포기를 약속한 지도부는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당직자는 “요즘 여의도에서는 검찰이 박근혜 전 대표에게 ‘대놓고 줄섰다’라는 게 정설이다”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내 소수파로 전락한 친이계 정두언 의원과 제1야당의 원내대표가 19대 국회 들어서자마자 검찰의 표적이 된 것이 단순한 우연은 아니라는 의미다. 민주당의 한 최고위원도 “검찰의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불체포 특권은 특권이 아니라 의무를 다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인데 이를 정쟁의 도구로 쓰고 있다”라며 검찰과 박근혜 후보 측을 싸잡아 비판했다.  

민주당 쪽에서는 ‘한명숙 시즌2’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예민한 기류가 느껴진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검찰의 정치성이 논란이 되는 한, 불체포 특권 포기가 여당보다는 야당 탄압의 도구로 쓰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언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결국 무죄판결이 난다고 해도 검찰에 소환해 포토라인에 세우고 대서특필하는 것만으로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 아니냐”라며 날을 세웠다. 

하지만 검찰의 칼날 앞에 무력하기는 새누리당도 마찬가지다. 새누리당의 한 지역구 초선의원은 “검찰을 의식하면서 발언하게 되는 것 자체가 비정상적인 상황임은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정두언 의원의 체포동의안 부결 이후 몰아친 역풍 탓에 체포동의안이 다시 상정될 경우 부결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휘두르는 칼날을 피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입법부가 ‘제 꾀에 제가 넘어가는’ 블랙코미디를 연출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제헌국회부터 18대 국회까지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사례는 44건 중 9건에 불과하다(부결 12건, 철회 1건, 폐기 22건). 특히 2003년에는 불법자금 수수·공금횡령 등 중죄로 사전 구속영장이 발부됐던 한나라당 박재욱 의원을 비롯한 7명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압도적 표차로 부결되면서 국회의원들의 ‘눈물겨운’ 동료애가 도마에 오른 사건도 있었다.  

이처럼 불체포 특권이 논란이 되는 것은 ‘특권’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국회의원들이 제구실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곧 제도를 악용한 이들에게 책임을 물어야지 무조건 ‘포기’가 능사가 아니라는 말이다. 홍재우 교수(인제대·정치외교학)는 “의원 윤리와 국회 내부 규율에 관한 제도를 보완해야지 이를 특권이라는 관점으로만 접근하면 의회를 지나치게 약화시킬 수 있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장일호 기자 | ilhostyle@sisa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