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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8일 화요일

작가들 가슴에 불 지르지 말라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3-01-07일자 기사 '작가들 가슴에 불 지르지 말라'를 퍼왔습니다.
선관위, 문인 137명 고발... 작가 박범신, 황석영, 신경숙, 한강 등 항의칼럼 잇달아

 
▲ 한국작가회의

(사)한국작가회의(이사장 이시영)에서도 선관위와 검찰에게 보내는 성명서를 두 차례나 내고, 고발 취소 등을 요구한 바 있다. 선관위는 이에 대해 다른 입장을 지니고 있다. 홍문표 서울시선관위 조사담당관은 “광고 내용이 위중하다고 본다”며 “고발 취소는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못 박았다.
선관위가 이렇게 거세게 나오자 문인들 반발도 만만치 않다. 작가회의 본회뿐만 아니라 여러 지회에서 이에 항의하는 성명서가 줄줄이 나오는가 하면 인기작가들 항의칼럼도 줄을 잇고 있다. 우리나라 첫 여성 대통령이라는 박근혜 당선인이 집권하는 2013년 새해 들머리부터 불행하게도 문학과 정치가 소매를 걷고 맞붙고 있는 것이다.
작가 박범신(상명대 석좌교수)은 ‘작가들 가슴에 불지르지 말라’(한겨레 1월 2일자)에서 “나는 현실정치와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살려고 노력해왔다. 이번 대선에서도 그랬다”며 “그러나 137명에 달하는 후배 작가, 시인을 범죄자로 몰아붙이는 최근의 사태를 보고는 솔직히 뒷짐 지고 있었던 내가 너무 ‘이기적’인 것은 아니었을까 하고 후회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박범신은 “현대문학은 고통과 상처를 그 자궁으로 삼고 출발했다. 모든 작가는 시대의 고통에 예민하게 반응한다”며 “윤동주는 심지어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고 쓰지 않았던가. 고통에 반응하지 않는다면 그는 이미 작가가 아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컨대 137명의 작가들은 마땅히 제 몫의 할 일을 수행했다는 것”이라고 되짚었다.
그는 “지난번 총선에서 나도 투표한 뒤 ‘인증샷’을 보내주면 선착순으로 사인본 책을 보내준다고 했다가 선관위로부터 ‘경고’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그 ‘경고’ 처분은 나를 조금도 반성시키지 않았다”며 “단언하건대, 이번 경우도 그럴 터이다. 벌써부터 작가들은 벌금 처분이 나와도 ‘몸으로 때우겠다!’며 벼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137명 모두 한국문학의 내일을 짊어질 유망한 작가들”이라며 “그들이 모두 유치장에 간다면 세계인의 웃음거리가 될 것은 물론이고, 자기성찰의 고요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나 같은 사람까지도 유치장 문 앞에서 피켓을 들고 서 있게 될지도 모르며, 수많은 독자들도 아마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적었다.
작가 황석영은 ‘문인에게 표현의 자유 포기하라면… 다시 싸울 수밖에’(한겨레 2012년 12월 27일자)라는 항의칼럼에서 “지난 12월 13일에 137명의 젊은 시인·작가들이 때마침 전국을 휩쓸고 있는 대선정국에 관하여 ‘의사표명’을 했다”며 “이들 젊은 시인 작가들은 용산참사 때부터 독일 문단의 47그룹처럼 ‘비조직적’으로 개개인이 사안에 따라 모이고 흩어지면서 사회적 견해를 표명하기 시작했는데, 거의가 우리 문학의 미래를 끌고 나갈 실력 있는 차세대 문인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들이 정권이 바뀌기를 원했다는 것은 현 정부의 참담한 실정에 분노했기 때문이고 저들의 독자이기도 했던 동시대 사람들의 삶에 주목했기 때문”이라며 “서구에서는 문학과 소설이 모든 사회적 교양의 척도이지만 우리네는 정치인들이 서로의 선동적인 거짓말을 비난할 때 ‘소설 쓰지 말라’고 하면서 문학을 하찮은 것으로 모욕하는 나라”라고 꼬집었다.
그는 “문인들에게 사회적 ‘표현의 자유’마저 포기하라면 이제 다시 싸울 수밖에 없다”며 “말로만 사회통합인가. 진정한 통합 의지가 있다면 승자는 자기를 지지하지 않은 절반의 민심을 다독이는 관용과 여유를 보여야 한다. 상처받은 절반을 제대로 끌어안지 못한다면 도대체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새 정부를 인정할 수 있겠는가!”라고 못 박았다.
작가 한강은 ‘질문의 자유가 위협받는 세상에 반대한다’(경향신문 12월 31일자)라는 항의칼럼에서 “대선을 앞두고 137명의 젊은 시인과 소설가들이 정권교체를 바란다는 내용의 선언을 했는데, 그 때문에 성탄 전야에 한 소설가가 선관위에 의해 검찰에 고발되었다”라며 “비록 그 선언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깊은 충격을 받았다”고 되짚었다.
한강은 “그 선언문의 핵심은 인간의 고통을 향해 몸을 기울이는 어떤 태도라고 저는 읽었다. 공감했음에도 제가 참여하지 않은 것은 다만 저의 조심스러움, 현실정치로부터 조금 거리를 두고 싶은 그저 조심스러운 마음 때문”이라며 “이 소식을 들으니, 결국 그 선언은 이런 방식으로 작가들을 고발할 수 있는 권력, 표현의 자유라는 상위의 원칙을 가볍게 저버릴 수 있는 권력에 대해 발언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 아프게 느낀다”고 썼다.
그는 “모든 불가능성을 가로질러 건너갈 비좁은 통로를 더듬어 찾기 위해 끈질기게 서성거렸을 한 인간의 몸짓에 대해 생각한다”며 “그러한 서성거림과 질문의 자유, 몸짓과 언어의 자유가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는 명백한 사실을, 성탄 전야에 들려온 손홍규 작가의 검찰 고발 소식 앞에서 아프게 손아귀에 움켜쥐어 본다”고 적었다.
작가 신경숙은 ‘젊은 작가들에게도 귀 기울여라’(중앙일보 1월 4일자)라는 항의칼럼에서 “서울시 선관위가 지난 대선 기간에 선거법 위반으로 서울 중앙지검에 고발한 건이 3건이라고 한다. 경고는 7건이라 들었다”며 “그 어느 때보다도 격전을 치른 선거 치고는 선거법 위반 사항으로 고발된 것이 겨우 3건이라는 것에 놀랐다. 그런데 그 3건 중에 젊은 작가들 137명이 신문에 낸 시국선언문이 공직선거법 93조 및 255조를 어겨 고발 대상에 포함돼 있다고 해서 다시 한 번 놀랐다”고 입을 열었다.
신경숙은 “3건 중에 젊은 작가들의 일이 경고도 아니고 고발에 포함돼 있다니? 선거 기간 동안 그 시끄럽고 논란 많았던 일들은 모두 법 안에서 진행된 일이었을까”라고 반문한 뒤 “선거의 당선인이 결정된 이 시점에서 젊은 작가들의 표현을 두고 고발까지 한 선관위의 결정에 나는 부정적”이라고 적었다.
그는 “젊은 작가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데 기자회견 같은 방식을 취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그럴 경우 그들이 전하려고 하는 말들이 요점만 전달될 것을 저어해서 비용까지 각자 출혈해 가며 하고 싶은 말들이 모두 게재되는 광고를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그들은 자신들의 목소리가 가감 없이 소통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을 것”이라고 되짚었다.
그는 “작가들은 각각 하나의 정부라고 할 만큼 독립적이다. 남과 비슷하거나 같다는 말을 좋아하는 작가는 한 명도 없다”라며 “그런 그들을 고발하는 대신에, 그렇게 독립적인 그들이 무엇 때문에 그렇게 많은 숫자가 모여서 작품을 쓰는 대신 시국선언의 목소리를 냈는지를 짚어보는 밝는 눈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지금은 헌정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국정을 도맡을 새 정부가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때이고 세대 간, 지역 간, 계급 간의 통합을 우선에 두고 있는 때”라며 “선거로 인해 산산이 분열된 것들을 모성적 마음으로 품어야 하는 때에 젊은 작가들의 그 정도의 표현을 받아주지 못하고 벌을 주어 통제하려 한다면 앞으로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라고 마무리지었다.
그렇다. 새 정부는 입으로만 ‘통합’을 앞세우지 말고 진짜 통합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차분하게 되짚어보아야 할 때다. 한 시대 양심을 대변하는 시인 작가들을 ‘선거법 위반’이라는 이상한 딱지를 내밀어 구속을 시키거나 벌금을 내린다면 ‘통합’이 아닌 ‘통제’, 곧 ‘독재’로 걸어가는 길이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원문보기 :  www.moonhagin.com/

한국작가회의  |  theotherk@naver.com

2012년 9월 16일 일요일

겁쟁이 MBC


이글은 한겨레21 2012-09-17일자 제928호 기사 '겁쟁이 MBC'를 퍼왔습니다.
[기획 연재] 릴레이기고3- 정상화를 위한 릴레이 기고 3- 겁에 질려 작가들까지 ‘청소’한 이 시대의 집단 참주는 현실을 직면하시라

정성주 드라마작가·(아줌마) (아내의 자격)

“쌤, 이거 진짜 후져요. 작가들 싹 다 청소해버렸대요!” 함께 일하는 젊은 친구들이 숨이 턱에 차서 전해주는 소식에 기사를 봤다. 그리고 이틀 뒤, ‘ 작가 전원 해고’에 항의하는 작가들의 시위에 나온 후배 이정혜의 사진을 봤다. 22년 전, 이정혜는 갓 100일 된 둘째아이를 두고 나와 의 첫 회를 준비했다. 그는 KBS의 다큐멘터리와 등 탐사 프로그램, 종합 구성 프로그램 시대를 연 작가들 중 하나로, 전무후무한 괴력의 여인이다. 두 아이를 시간제 도우미 아주머니한테 맡긴 그 사정을 누가 봐주나. 그러니 괴력을 발휘할 수밖에. 이정혜는 과연 언제 잘까 싶었다. 사진 속 이정혜 곁에서 피켓을 들고 서 있는 젊은이가 22년 전 100일이던 딸 이승현이다.

100일 된 아기가 저만큼 클 동안

이 모녀를 굳이 언급하는 이유는, 그간의 세월이 한심해서다. 100일 된 아기가 저만큼 클 동안, 이 바닥도 웬만큼 컸어야 하지 않나. 드라마나 코미디가 아닌 프로그램에도 작가가 있다는 걸 이해하게끔 설명하는 데 한참이 걸리고, PD들조차 ‘교양프로의 작가란 불러주는 대로 받아쓰고 눈먼 돈 집어가는 사람들 아니냐’는 말을 내뱉던 미개한 시절을 지나 오늘에 이르기까지 작가들은 참으로 많은 일을 겪으며 방송의 한 축을 담당해왔다.
물론 방송작가란 언제든 잘릴 수 있는 직종이다. 대본이 늦게 나오거나 방송에 차질을 초래한다면 잘려 마땅하다. 그런데 이번에 해고된 작가들의 면면을 보면 그런 중대 사유가 도무지 없다. 해고 작가 중 한 명은 행여 에 누가 될까봐 은행 대출도 받지 않았다고 한다. 무책임하지도 게으르지도 않았고 심지어 유능하기까지 했는데 왜 불시에 청소를 당했나 싶어 그간의 전말을 살펴보니, 시사교양 국장이, MBC 경영진이, 이들을 정말 꾸준히 미워한 것이 분명하다. 그 작가들, 노조 파업에 동조하고 해고 및 전보 발령된 PD들과 같은 무리다. 성분이 고약하다. 당연히 밉겠지.
문제는 그 미움이, 단순한 미움이 아니라 두려움이라는 데 있다. 결정권자의 두려움은 시대의 한 불길한 징후로서 민주주의의 탈을 쓴 참주정의 예고란다. 힘을 잃을까 두려워 비판을 수용하지 못하고 그 두려움에 의해 판단하고 결정하곤 한단다. 시사교양 국장을 비롯한 관계자 여러분께서는 이라는 프로에 겁먹은 나머지 작가들까지 ‘청소’한 이 시대의 집단 참주다.
920명의 구성작가들이 대체 작가 거부를 결의했고 이렇게 가다간 10월 방송도 불투명하다는데, 경영진 중 한 명은 작가협회를 방문해 도와달라고 했단다. 복직도 안 되고 사과도 할 수 없지만 ‘이제 그만 화를 푸시라’고 했다. 딱한 노릇이다. MBC는 그렇듯 겁쟁이 참주 체제로 퇴행했다. 아테네 내전 당시 저항군들이 ‘우리가 함께 누리고 살아온 이 도시를, 우리가 꽃피운 모든 것을 배반하지 말자’고 했을 때 30명의 참주들은 폭정을 끝내기로 결단을 내렸지만, 작금의 그들은 좋은 방송을 함께 누려본 경험이 없으니 작가들의 결의를 절대 이해 못할 것이다.

좋은 방송을 함께 누려본 경험이 없으니

많은 사람들이 이 싸움에서 작가들이 이길 수 없다고 말하는데 그렇지 않다. 멀쩡히 계약된 상태로 일하다가 생계와 자존과 이상이 동시에 짓밟힌 작가들은 결의로 뭉쳤고 그쪽은 칼을 쥐고는 있으나 전열이 불안하다. 언제 바뀔지 모르는 그들의 주군은 애초부터 아테네의 주인, 방송의 주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부디 이번 기회에 간도 키우시고 판도 크게 보시라.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가장 빠른 길은 본질과 직면하는 것이다.

정성주

2012년 8월 30일 목요일

‘유령’같이 살면서도…우리가 이짓을 왜 해왔나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8-29일자 기사 '‘유령’같이 살면서도…우리가 이짓을 왜 해왔나'를 퍼왔습니다.
[PD수첩 역대작가 릴레이 기고 ⑥] 장은정 전 PD수첩 작가

2009년 1월 어느 날 밤, PD수첩 편집실
누군가 눈에 모래를 한 줌 뿌려 넣은 것 같은 밤이었다. 나는 이틀 째 편집실에 갇힌 채로 100권 가까운 테이프들과 씨름하고 있었다. 말이 쉬워서 100권이지, 1권에 60분 분량 촬영영상을 꼬박 100시간 동안 앉아서 봐야 하는 ‘고행’. 그러나 작가도 사람인지라, 하다보면 요령도 생기고 꾀가 생겨 보통 그냥 흘러가는 그림은 빠른 배속으로 돌려보곤 한다. 하지만, 이번은 그럴 수가 없었다. 미친 듯이 찾고 싶은 것이 있었다. ‘용역’이었다. 나는 그때, 2009년 새해 벽두에 벌어진 ‘용산 참사’ 관련 방송을 준비하던 중이었다. 현장에 나간 PD들이 취재한 바에 따르면 분명, 경찰특공대 진압 전부터 용역이 철거민들을 괴롭혀 왔다고 했다. 토끼몰이 하듯 빈 건물에 불을 질러 연기를 피워 올리고, 심지어 경찰과 함께 물대포를 쏘며 강제 진압을 거들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하지만 경찰도, 정부도, 언론도, 철거민을 ‘화염병 투척’과 ‘도심테러’의 원흉이라고 바라볼 뿐,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참사 전날부터의 현장모습이 담긴 모든 매체의 촬영 테이프들을 모아들여 산처럼 쌓아놓고, 나는 테이프 한 권 한 권 돌려가며 그 속에 담긴 영상들을 주시했다. 현장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분명 어딘가에 증거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진실의 꼬리는 쉽게 잡히지 않았다. 12시간.. 24시간.. 36시간.. 눈은 충혈 되고, 흔들리는 화면에 멀미가 몰려왔다. 문득, 이게 지금 뭐하는 짓인가, 밑 빠진 독에 물을 채워 넣는 콩쥐도 아니고··· 바닥난 체력에 오만가지 회의가 밀려왔다.

그 밤, 그 여자. 장형운 작가

잠시 찬바람이라도 쐬자 싶어 편집실을 나섰다. 그 야심한 밤, 어둑한 편집실 복도에서, 나는 어깨가 잔뜩 구부러진 그림자와 마주쳤다. 다음날 나갈 PD수첩 방송을 준비 중인 장형운 작가였다. 우직해 요령이라곤 모르는 후배. 연이은 밤샘 작업으로 안 그래도 하얀 얼굴이 투명해져 유령처럼 창백해 보였다. ‘편집실 좀비’라고 불리는, 딱 그 몰골이었다. 내일 방송이 민감한 내용이어서 ‘방송정지 가처분 신청’이 들어올지도 모른다, 대본 한 글자 한 글자가 조심스럽다, 진도는 안 나가고 방송 시간은 다가오니 심장이 타들어가는 것 같다...그녀는 빨갛게 짓무른 관자놀이를 더욱 꾹꾹 누르며 두통약이 있느냐 물었다.
작가들 사이에서 이럴 때면 흔히 하는 농담이 있다. 시사 작가 10년이면 ‘돈· 명예· 권력’ 빼고 모든 걸 얻는다고. 두통, 불면증, 근육통, 위염, 장염, 할부가 끝나지 않은 노트북...그 밤 새삼스레, 그런데도 우리들은 왜 이 ‘짓’을 하고 있는가,..해묵은 고민이 안 그래도 지친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그 밤, 그 남자. 정재홍 작가

형운 작가에게 두통약이나 찾아주자고 들어선 한밤중의 사무실. PD수첩 자리에서 막 촬영을 마치고 돌아온 PD들과 정재홍 선배가 회의 중인 게 보였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걸 보니, 취재가 순탄치 않은 모양이었다. 잠시 후, 무거운 침묵을 깨고 재홍 선배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괜찮다. 다시 찾으면 된다. 뭐 이런 일 한 두 번 겪나.” 재홍 선배는 동료 피디를 위로하며 짐짓 미소까지 지어보였다.
그러니까 지금 선배네 팀은 ‘아이템을 접는’ 순간이었다. 며칠 공들인 취재를 포기하고 새로운 주제를 찾아야하는, ‘위기’의 시간이 찾아온 것이다. 그런데도 재홍 선배는 어깨가 축 쳐진 리서처들을 다독여 집으로 돌려보낸 후 홀로 책상을 정리했다. 방금 접은 아이템 관련 자료인양 산더미처럼 쌓인 신문 자료, 논문 자료, 프리뷰 노트들을 일일이 뒤져보고는 혹시나 다음에 쓸 것들은 남기고, 필요 없는 것들은 이면지 함에 추려냈다.
PD수첩만 (당시) 10년째 집필하고 있던 정재홍 작가를 두고 피디 작가들 사이에선 사람이 아니라는 ‘흉흉한’ 소문이 돌았다. 일본어로 ‘가미상(神님)’ 혹은 ‘부처’라고 불리기도 했다. 매일 매주가 전쟁 같은 PD수첩을 그리 긴 세월 했으니 그가 죽어 화장을 하면 부처님보다 사리가 많이 나올 거다, 우리끼리 우스갯소리도 했었다.

지난 14일 오전 서울 세종로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PD수첩 작가.

‘가미상’ 재홍 선배가 이번엔 노트북을 켰다. 혼자서 이 밤에 새 아이템을 찾는 건가, 싶어 봤더니 가부좌를 튼 채 바둑을 두고 있다. 나는 선배한테 힘들어 죽겠다며 엄살이나 떨어보려던 마음을 접고 조용히 돌아섰다. 방송은 체력전이라며 담배를 끊고, 쉬는 날엔 등산을 가고, 행여 PD수첩에 누가 될까 은행대출조차 한 번 받지 않은 남자. 그의 유일한 ‘오락’이 바둑이었다. 선배의 머릿속이 얼마나 복잡할지, 이 야심한 시간 차마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바둑돌을 놓는 속은 또 얼마나 쓰릴지,  그저 짐작만 할 뿐이었다. 나는 끝내 두통약을 찾지 못한 빈손으로 사무실을 나왔다. 

우리를 'PD수첩 작가’이게 하는 것들

새벽을 향해 가는 시각. 돌아와 다시 편집기 앞에 앉았다. 오늘은 집에 들어가 푹 자고 싶었는데, 나는 왜 아직 여기 있는 걸까. 저들은 왜 이 힘든 프로그램을 떠나지 못하나. 서로 술잔을 기울여도 그런 쑥스러운 이야기는 오간 적이 없기에, 우리는 서로가 이곳에 머무는 이유를 다 알 수 없었다.
낮게 한숨을 쉬며 다시 편집기 플레이 버튼을 누르는 순간, 형운 작가가 자판기 커피를 손에 든 채 편집실 문을 열고 나타났다. “방송 직전도 아니면서 언니는 힘이 남아돌아요? 왜 벌써부터 밤샘이에요. 적당히 하고 집에 좀 가요.” 짐짓 너스레다.
그때 화면 속에선 용산 철거민들이 주저앉아 통곡하고 있었다. 대한민국의 모든 언론이 취재를 나오고, 여야 정치인들이 앞 다투어 현장을 방문하고, 이례적으로 담당 검찰이 현장 조사를 하고, 정부는 신속한 사건 규명과 처리를 선언했지만, 사고 발생 하루가 저물도록 망루에 올라갔던 철거민 가족들은 아빠와 아들, 형제의 생사조차 확인 못 하고 있었다. 혹시나 살아 있을까, 희망과 절망을 오가며 이 병원 저 병원 헤매는 모습이 고스란히 화면에 담겨있었다.
말없이 함께 보던 형운 작가가 내 등을 툭툭 두드렸다. “그래 언니. 오늘도 저랑 같이 밤 새셔야겠네요.” 한마디를 남기고 그녀는 사라졌다. 그랬을 것이다. PD수첩 작가라면 그 화면 앞에서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우리에게 들려오는 아프고, 약하고, 억울한 사람들의 하소연. 그것을 못 들은 체 할 수 없고, 그들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위로하고 싶은 마음. 그것이 ‘고행수첩’인 PD수첩을 3년씩, 5년씩, 12년씩 할 수 있게 만든 각자의 이유였을 것이다. 
그날 새벽이 끝나기 전 나는 결국 물대포를 쏘는 용역 영상을 찾아냈고, PD들은 지독하고도 끈질긴 추적 끝에 그가 모 용역업체의 과장이란 사실을 밝혀냈다. 용역과 전혀 관련 없다 발뺌하던 경찰의 거짓말이 드러나고, 급하게 수사를 마무리 지으려던 검찰은 1차 수사발표를 뒤로 미루고 보충 조사를 약속했다. ‘PD수첩 방송의 파장’ ‘PD수첩이 밝혀낸 진실’... 신문지상을 장식한 큼지막한 활자들을 보며, 나는 뿌듯하기보단 착잡했다. 몇날 며칠 몇 번이고 반복해 보았던 영상 속 망루 위의 철거민들. 건물 아래 기다리던 가족들을 향해, 취재진을 향해 하트를 그려 보이던 참사 전날 그들의 모습이, 그 후로도 오랫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2012년 8월. 이제는 말할 수 없습니다.

그로부터 3년 후 여름. 용산 철거민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두개의 문]을 ‘한때 PD수첩 작가’들과 함께 봤다. 영화가 끝나고, 자리에서 일어나 극장 문을 나서는 내내, 우리는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그날의 영상들이 생생히 떠올랐고, 한편으로는 입이 꽁꽁 묶여버린 지금의 방송현실이 실감났다. 누군가 무심한 듯 한마디 툭 뱉었다. “지금 다시 이런 일이 생긴다면, PD수첩에서 할 수 있을까?” 다시 ‘말할 수 있기’ 위해 시작된 파업이 겨울과 봄을 지나 세 번째 계절을 보내는 중이었다.
6개월 가까운 파업기간 동안, 작가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며 지내는지, 밥은 먹고 사는지, 서로의 안부가 궁금해도 빤한 형편을 생각해 술자리 한 번 갖지 못했다. ‘다시 일 시작하면, 원고료 나오면, 그때 가서 회사 앞 포장마차에서 회포나 풀지’ 미뤄왔던 만남···우리는 일터인 MBC가 아닌, ‘PD수첩 작가 해고 규탄’ 기자회견장과 폭염이 쏟아지는 집회현장에서 항의 피켓을 든 채 재회했다.
그 해를 넘긴 이듬해, 나는 3년을 채운 끝에 PD수첩을 그만 뒀다. 빈자리는 후배작가로 채워졌다. 정재홍 선배는 올해 12년째 한결같은 ‘PD수첩 작가’다. 장형운 작가는 PD수첩 두 번째 고참 작가가 되었다. 파업이 종료되자마자 그들은 사전 통보 한 마디 없이 전원 해고됐다. 이글거리는 아스팔트 위에서 마이크를 들고 눈시울을 붉히는 재홍 선배와 형운 작가의 모습 위로, 그날 밤 편집실의 그녀가, 사무실의 그의 모습이, 자꾸만 겹쳐 떠올라 나는 한동안 가슴이 먹먹했다.
PD수첩 작가들이 거리로 내 몰린지 어느 덧 한 달이 지나고 있다. 이 순간에도 PD수첩은 결방 중이다. 아직도 PD수첩은 ‘말할 수 없다’.
(장은정 작가는 2007~2009 PD수첩을 집필했으며 피디수첩 대표작으로는 (‘용산 참사, 그들은 왜 망루에 올랐을까) )봉쇄된 광장 연행되는 인권) )욕망의 땅 강남 재건축) 등이 있습니다. 현재는 (휴먼다큐 그날)을 집필 중이다.)

장은정 (전 PD수첩 작가) | jinpress@mediatoday.co.kr  

2012년 8월 25일 토요일

“밥줄 끊고 방송 펑크 내는 게 분위기 쇄신인가”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8-24일자 기사 ' “밥줄 끊고 방송 펑크 내는 게 분위기 쇄신인가”'를 퍼왔습니다.
[PD수첩 역대작가 릴레이 기고 ④] 김미라 전 PD수첩작가

찰랑거리던 긴 생머리를 상큼하게 자른 학생이 다가온다. “어, 머리 잘랐네. 실연의 후폭풍?” “아뇨. 개강도 다가오고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여대 교수인 내가 개강 무렵 마주치는 학생들에게 자주 듣는 말이다.
우리는 가끔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머리스타일을 바꾸고, 집안의 가구 배치를 바꾸고, 주머니를 털어 여행을 떠난다. 나에게 ‘분위기 쇄신’이라는 말은 그동안 이런 상황에 주로 쓰는 일상적인 표현이었다. 그런데 고락을 같이 해온 의 작가 전원을 해고하면서 MBC의 한 간부가 처음에 그 이유를 ‘분위기 쇄신 차원’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한국 방송사에 전대미문의 오욕을 남기면서, 방송 제작의 한축인 작가들의 밥줄을 끊고 자존심을 짓밟으며 한 표현치고는 참으로 개념 없고 저열하다.
후배작가로부터 (PD수첩) 전직 작가들의 릴레이 기고에 동참해 달라는 전화를 받고 고민이 깊었다. 방송현장을 떠난 지도 벌써 7년이 넘었고, 내 인생에서 가장 치열하게 살았던 15년을 몸담았던 MBC는 밉든 곱든 친정이나 다름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사태의 주범으로 거론되는 인물들이 함께 부대끼며 (PD수첩)의 명예와 자존심을 지켜왔던 선배이자 동료였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러나 (PD수첩) 22년 역사 가운데 6년 10개월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함께 한 작가로서, 길거리로 내몰린 후배들에 대한 부채의식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불의를 보고 침묵하지 않고 잘못됐다 말하는 것이 지식노동자들의 소임이라면 작가들과 마찬가지로 내가 서있는 학자로서의 길이 또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MBC 사측이 밝힌 (PD수첩) 작가 전원 해고의 ‘진짜’ 이유는 그들이 불편부당성과 중립성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어 공정한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파업에 앞장섰던 PD들을 해고하고 비제작부서로 내몰던 명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동안 현장을 떠나있던 나로서는 최근 (PD수첩)의 분위기나 제작과정을 면밀하게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런 일련의 사태에 사측이 내세운 명분이 곧 공영방송이라는 MBC가 얼마나 허술한 조직인지, 그 실상을 만천하에 스스로 폭로하는 자충수를 둔 꼴이 됐다는 점이다. 속된 말로 ‘자뻑’의 극치를 보는 듯하다. 언제부터 일개 PD가, 일개 작가가 프로그램의 전체 방향을 마음대로 쥐고 흔드는 제작 시스템이 되었단 말인가. 

지난 14일 오전 서울 세종로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PD수첩 작가. 이치열 기자 truth710@

신문이나 방송 등 언론사 조직에는 엄연히 게이트키핑(gatekeeping)이라는 과정이 존재한다. 팀장과 국장이 존재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특히 뉴스를 제작하는 보도국이나 (PD수첩)과 같은 탐사보도 프로그램을 만드는 부서에서 게이트키핑 기능은 필수적인 것이다. 만약 그들의 주장대로 일개 PD의, 일개 작가의 개인적인 편향이 그대로 방송 프로그램에 반영되었다면, 공영방송 MBC의 게이트키핑 기능은 사실상 마비된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PD나 작가가 아닌 팀장이나 국장에게 먼저 직무유기의 책임을 묻는 것이 누가 봐도 타당하다.

얼마 전 종영된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 정확한 단어까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이런 대사가 나온다. 부하 직원에게 폭력을 행사한 클라이언트를 찾아가 계약을 파기한 건축사무소 소장(장동건 분)은 회사의 손실을 염려하는 직원에게 “그건 내 일이야. 내가 너보다 월급 많이 가져가는 이유가 바로 그런 일 해결하라고 그런 거야…” 라고 말한다. 지위와 권력에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이 따르는 법이다. 방송사가 일선의 제작인력보다 팀장이나 국장에게 더 많은 임금과 대우를 하는 것 역시 그동안의 기여도 있겠지만 그가 안고 가야할 책임에 대한 대가도 포함돼 있다. 그런데 자신이 바람막이가 돼 보호해야할 후배PD들이나 비정규직 작가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실로 부끄러운 일이다. 자신보다 힘없는 사람에게 칼을 쓰는 것은 수치라는 고대 철학자의 말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PD수첩) 작가 해고사태는 작가들에게 상처만 준 것은 아닌 듯하다. 칼자루를 쥔 그들의 의도는 정녕 아니었겠지만 작가들의 위상과 존재감을 세상에 알려주는 계기가 되었다. 방송 프로그램을 만드는 두 축은 누가 뭐라고 해도 PD와 작가이다. 이것은 드라마뿐 아니라 모든 장르의 프로그램들이 그렇다.
그런데 그동안 전면에 부상되지 않았던 탐사보도 작가들의 존재가, 역할의 중요성이 불미스러운 사태로 알려진 셈이다. 사측과 보수단체의 주장, 일부 언론보도만 보면 일반인들은 (PD수첩) 작가들이 소위 좌편향의 투사쯤 되는 줄 알기 십상이다. 그런데 내가 아는 한 그들은 대한민국에서 정규 대학교육을 받고 작가로 입문한 지극히 상식적인, 우리 사회에 대해서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이들일 뿐이다. 자신이 우측으로 가있는 것을 모르고 중간에 서있는 사람에게 뚜렷한 근거도 없이 너무 좌로 가있다고 비난하는 형국은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다. 권력도 조직도 감시와 비판이 없으면 부패하기 마련이다. 특히 언론조직은 내부에 끊임없이 이의를 제기하고 다른 의견을 내는 ‘악마의 변론인(devil's advocate)’을 키우고, 그 스스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 악마의 변론인이 되기를 자처할 때 본연의 기능을 다할 수 있다. 
‘도삼이사(桃三李四)’라는 말이 있다. 복숭아나무는 3년, 자두나무는 4년은 길러야 결실을 낸다는 뜻이다. 작가도 다르지 않다. 일정기간 다듬어지고 내공이 쌓여야 비로소 제 몫을 할 수 있다. 방송가에서 (PD수첩) 작가를 한다는 것은 그만큼 실력과 경륜을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이다. 짧게는 4년, 길게는 12년을 (PD수첩) 한 프로그램에서 일했던 작가들은 자신들의 노력도 있겠지만 MBC가, (PD수첩)이 길러낸 소중한 자산이다. 그런데 대체 무엇을 위해 아름드리 재목의 밑동을 스스로 잘라내는 우를 범하는지 나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다. 그들을 내친 결과 21일로 예정됐던 은 결국 전파를 타지 못했다. 노조의 파업 때는 그렇게 ‘시청자의 볼 권리’를 주장하던 사람들이 대표적인 정규프로그램의 결방에는 왜 침묵하는지 묻고 싶다.
정재홍, 장형운, 이화정... , MBC 노조의 파업 이후 벌어지고 있는 살풍경을 지켜본 이들 작가들은 아마 이 싸움에 승산이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을지 모른다. 또 누군가는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면 그만이라고 이들을 회유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더럽고 치사해서 그냥 떠나 버리면 그 절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 이들처럼 질 것을 뻔히 알면서도 해야 할 싸움이 있다면 기꺼이 동참할 때 세상은 아주 조금씩이나마 변화하고 진보한다.
지난 21일에 있었던 정책발표회에서 이번 사태의 핵심인물 중 하나인 시사제작국장은 다시 되돌아가도 같은 결정을 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한다. 의로운 일에 뜻을 굽히지 않는 것은 소신이지만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고집하는 것은 아집에 불과하다. 이쯤 되니 문득 고은 시인의 짤막한 시구(詩句)가 떠오른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그들은 위태롭기 그지없는 그 의자에서 내려설 때에야 정녕 자신이 밟고 올라간 그 꽃들을 볼 수 있을까. 
(김미라 작가는 1994년부터 2000년까지 6년 10개월 동안 (PD수첩)을 집필했으며, 2005년까지 15년을 MBC 전속작가로 활동. 이후 언론학 박사학위를 취득, 현재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로 재직 중 이다.)

김미라·(서울여자대학교 언론영상학부 교수) | jinpress@mediatoday.co.kr 

2012년 8월 23일 목요일

“대선까지 PD수첩 없이 가고 싶은 거 아닐까”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8-22일자 기사 '“대선까지 PD수첩 없이 가고 싶은 거 아닐까”'를 퍼왔습니다.
[PD수첩 작가 릴레이 기고 ③] 이아미 전 PD수첩 작가 “결방되던 날 나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PD수첩을 제작하다보면, 방송 당일까지 취재를 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러다 오늘 방송을 못 내보내는 것은 아닐까, 소름끼쳤던 적도 있었다. 그럴 땐, 팀원들 머리털이 모두 쭈뼛 서 있다. PD는 혀를 깨물고 편집을 하고, 작가는 심장을 멈추고 원고를 쓴다. 이미 애가 다 타버린 PD수첩 팀장은 편집실로 스튜디오로 종합편집실로 막 날아다닌다. 그래도 방송은 늘 제 시간에 나갔다. 그렇다고 끝이 아니다.
무사히 방송을 내보내도, 팀장의 분노는 계속된다. 제작진은 팀장에게 밤새 욕먹고, 다음 날 또 욕을 먹는다. 방송이 제 시간에 나갔지만, 방송이 제 시간에 못 나갈 뻔했다는 이유에서다. 만약 PD수첩이 내부의 사정으로 시청자와의 약속을 깨고 결방 되는 참변이 생긴다면 어떻게 될까. 담당 PD와 팀장은 물론 해당 국장까지 자리를 보전하기 어려울 것이다. 상상만으로도 아찔하다.
어제, PD수첩이 결방됐다. 

MBC 노조가 파업을 잠정 중단한 뒤, PD수첩은 8월 21일 방송을 재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제 때 제 시간에 방송을 못 내보냈다. PD수첩 22년 역사에 이렇게 또 한 번, 오점을 남기게 됐다.
나는 ‘나의’ PD수첩 8년 역사의 여러 팀장들이 떠올랐다. 그들은 마치 제 자식 지키듯 PD수첩을 지켰다. 이상했다. 말랑말랑 온순할 것 같은 PD도 PD수첩 팀장 자리에만 오면 가슴 속에 머리띠를 둘러맸다. 온갖 종류의 외압을 막아냈다. 이루 말 할 수 없는 내부의 복잡한 사정들도 어떻게든 해결해냈다. 그렇게, PD수첩은 제 때 제 시간에 제 목소리로 방송됐다. 그들이 지금 PD수첩의 팀장이라면, 어떤 심정이었을까. 적어도 PD수첩이 결방된 어젯밤, 쉽게 잠들지 못했을 것이다. 아니, 결방이 예상 된 한 달 전부터 쉽게 잠들 수 없었을 것이다.
PD수첩이 결방된 어제, PD들이 PD수첩 배연규 팀장에게 “결방 사태를 어찌할 거냐”고 물었단다. 팀장은 “이 문제는 작가들이 풀어야지, 내가 어떻게 하냐”는 취지의 대답을 했다고 한다. 김현종 시사제작국장은 후배 PD들이 작가들의 편에 서서 자신을 공격하는 성명서를 낸 것에 대해 섭섭함을 토로하기도 했단다. 그 팀장과 국장은 PD수첩이 결방된 어젯밤, 어쩌면 그 섭섭함에 잠을 설쳤을지도 모르겠다.      
야만에 대한 분노
PD수첩 작가 여섯 명을 한꺼번에 내쫓은 지 한 달째다. 결국 작가들을 집단 해고하고 새 작가를 구하지 못한 PD수첩은 결방되고 말았다. 이런 식이라면 다음 주, 그 다음 주 방송 재개도 불투명하다. 이미 900여명의 시사교양 작가들이 PD수첩 대체 작가로 일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대한민국 시사교양 프로그램 구성작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숫자다. 그러니, 어디서 작가를 구해 방송을 재개 하겠는가.     예전, 한 회사가 노동자들에게 휴대폰 문자 메시지로 해고를 통보했던 일을 방송한 적이 있다. 그 때 나는 해고보다, 해고를 문자 메시지로 통보해 버리고 마는 그 야만이 믿기지 않았다. PD수첩 작가들에겐 그마저 없었다. 짧게는 4년 길게는 12년을 일한 작가의 밥줄을 끊어놓고 알리지도 않았다. 뒤꽁무니로 새 작가를 물색하다 들켰다. 시사교양 작가들이 PD수첩 대체 작가를 거부하는 것엔 그런 야만에 대한 깊은 분노가 깔려 있다. 누구든 밉보이면 그렇게 내쳐질 수 있다는 데 대한 아찔함도 배어있다. 

▲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PD수첩이 결방된 어제, MBC 김현종 시사제작국장의 정책 발표회가 있었다. 노조 파업 와중에 승진, 임명된 김현종 국장이 PD와 기자들에게 국 운영에 관한 생각을 내놓는 자리였다. 궁금했다. 김현종 국장은 PD수첩에 대해 어떤 대책을 내놓을까. 김 국장은 한 달 전, PD수첩 작가 사태에 대해 PD들에게 “작가 교체는 전적으로 내가 결정한 일이며,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고 했다. 부디 김현종 국장에게 뱀 같은 지혜가 샘솟아 사태를 해결하고, PD수첩이 정상화되길 바랐다. 정말 진심이었다.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한 판단이었다’
그러나, 복수의 PD와 기자들에게 전해들은 김 국장의 정책 설명회의 주요 내용을 보면 PD수첩은 아마도 그냥 이 상태로 쭉 갈 모양이다. 김현종 국장은 PD 수첩 작가를 전면 교체한 이유로, 노조 파업에 작가들이 지지 성명을 냈기 때문이라고 재차 확인했다고 한다. PD들은 노조원으로 직접 파업에 참가했다. 파업에 참가한 PD가 PD수첩을 하는 것은 괜찮고, 단지 파업 지지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작가가 PD수첩을 하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인가? 정책 설명회에서도 이 문제를 두고 PD, 기자들과 김 국장 사이에 논쟁이 이어졌던 모양이다. ‘논리적 모순’이라는 PD와 기자들의 지적에, 김 국장은 ‘모순이 아니다’라고 했단다. 모순이냐 아니냐, 문자 투표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김 국장은 정책 설명회에서 한겨레21 기사를 읽어 내려가며, 작가가 편향돼 있는 증거라고 주장했다고도 한다. 해당 기사는 정재홍 작가가 해고된 이후 인터뷰한 내용을 담고 있다. PD수첩 팀장과 담당 국장은 정권에 조금이라도 누가 되는 아이템은 갖은 핑계를 들어 못하도록 막았다. PD수첩 작가들이 노조 파업을 지지하며 성명서에 이름을 올릴 수밖에 없었던, 절박한 이유가 담긴 인터뷰다. 불편부당하고 싶다는, 어떤 권력, 어떤 세력, 어떤 집단의 눈치도 보지 않고 방송하고 싶다는 PD수첩 12년차 작가의 바람이 왜 김 국장에겐 편향돼 있는 것으로 보였을까? 누가 가운데 서 있고, 누가 한 쪽 귀퉁이에 서 있는가? 
김현종 국장은 어제, PD수첩 작가 해고가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한 판단’이었다고 했다고도 한다. PD수첩 PD들 뿐 아니라, MBC PD협회, PD연합회는 성명을 내고 PD 수첩 작가 해고의 부당함을 지적했었다. 시사교양 작가들뿐 아니라 드라마, 라디오, 예능 등 각 분야 방송작가 2500명을 회원으로 거느린 한국 방송작가협회도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이 사태에 직접 대응하고 있다. 방송작가협회 소속 회원들이 장르를 망라해 거리 집회에 나선 것도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PD수첩 대체 작가를 하겠다는 작가를 단 한 명도 구하지 못해 결국 PD수첩이 불방 되는 사태에 이르렀는데,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한 판단’이었다니... 나는 역사의 교훈과 시대의 상식을 품지 못한 리더가 외치는 ‘정의’가, 그 ‘정의’가 이루려는 일들이 두렵다.
‘이러다 정말 대선까지 방송을 못 할 수도 있다’는 PD들의 호소에 김 국장은 ‘PD수첩 PD들이 작가 충원에 적극 나서달라’ 했다고 한다. PD들의 깊은 한숨 소리가 애처로울 따름이다.
역시 우리는 낚인 것일까?
작가들이 집단 해고 됐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잠깐 상상했었다. 당분간이라도, 가능하면 대선까지 PD수첩을 결방 시키려는 것 아닐까. 어제의 정책 설명회에서 김현종 국장은 “결방 사태까지 이르게 될 줄 몰랐다”고 했다. 차라리 그 말을 믿고 싶다. 그러나, PD들에게 ‘작가 충원에 적극 나서달라’고 하는 국장에게서 PD수첩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찾아보기 어렵다. ‘방송작가협회가 액션을 철회해야 사태가 해결 된다’고 하는 팀장에게서 PD수첩에 대한 애정을 찾아보기 어렵다. 다시 상상하지 않을 수 없다. 작가들이 보이콧 선언을 하고, PD수첩이 결방 되는 상황을 웃으며 지켜보는 누군가는 존재하는 것일까? 역시 우리 모두는 ‘어떤 그들’에게 낚인 것일까? 그래도 괜찮다. 나는 역사를 믿고, 시간을 기다린다.
이 글을 쓰느라 인터넷 PD수첩 시청자 게시판에 들어가 봤다. 378465번의 제목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파업 끝났으니 모든 걸 파헤쳐 주세요!”

아무래도 시청자는 조금은 더 기다려야 할 모양이다. 이제는 PD수첩을 떠난, 일개 프리랜서 작가인 나는 괜히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이아미 작가는 2002~2010년까지 PD수첩을 집필했습니다. MBC스페셜과 휴먼다큐 사랑, 성공시대 등에서 작가로 활동했습니다. 편집자 주)

이아미 전 PD수첩 작가 | media@mediatoday.co.kr

2012년 8월 9일 목요일

MBC "해고한 PD수첩 작가 복직 시킬 뜻 없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8-08일자 기사 'MBC "해고한 PD수첩 작가 복직 시킬 뜻 없다"'를 퍼왔습니다.
백종문 편성제작본부장 이금림 한국방송작가협회 독대 갖고 MBC 공식입장 전해…작가들은 '부글부글'

백종문 MBC 편성제작본부장이 한국방송작가협회 이금림 이사장과 독대를 갖고 전원 해고한 PD수첩 작가들을 원상 복귀시킬 뜻이 없다고 밝혔다.
백 편성본부장은 8일 오후 3시부터 40분 가량 이금림 이사장과 독대를 갖고 이 같은 입장을 전했다.
백 편성본부장은 PD수첩 작가들을 전원 해고하는 과정에서 절차상 성급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해고가 아니고 교체라고 강조했다. 백 본부장은 또한 이번 해고 사유에 대해 '분위기 쇄신 차원'이라고 밝혔던 입장을 반복해 전했다.
백 편성본부장은 "170일이라는 최장기 파업이 지속되고 시청자들에게 민폐를 끼쳐 시청률도 낮아진 상황에서 PD들도 교체한 마당에 기존 작가들을 두는 것은 맞지 않아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작가 교체를 통보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이금림 이사장은 "장기 파업을 끝내고 나서 파업의 빌미가 됐던 프로그램 중 PD수첩을 입맛에 맞게 바꾸는데 기존 작가들이 부담스러웠던 아니냐"고 반박했다.
또한 이금림 이사장은 "PD수첩을 폐지할 생각이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백 본부장은 "폐지할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이에 이금림 이사장은 "900여명의 구성다큐 작가들이 PD수첩 빈자리에 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는데 프로그램을 어떻게 만들 수 있느냐"고 물었고, 백 본부장은 "(다른 작가들이 오기를)기다리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작가들이 PD수첩 작가로 올 것으로 믿는다'는 백 본부장의 발언은 방송작가들이 자존감에 상처를 입어 한국방송작가협회가 나서 이번 해고 사태에 전면 대응하는 등 심각한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는 단적인 모습이다.

▲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이금림 이사장은 백 본부장의 안이한 상황 인식에 대해 '이런 얘기를 하려면 왜 방문했느냐'고 따져 물었고, 백 본부장은 '지난 6일 MBC 앞에서 열린 집회 현장에 이금림 이사장이 온 줄 몰랐고 알았다면 차라도 대접했을 텐데 결례를 저지른 것 같아서 사과하러 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금림 이사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눈꼽만큼 기대를 갖고 변화를 바랐지만 실망스럽다"며 "원상복직에 대해 뜻이 없음을 공식 확인한 만큼 여러 경로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대응책을 마련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국방송작가협회는 이번 면담을 통해 MBC 경영진이 이번 해고 사태에 대해 해결할 의지가 없다고 판단해 강도높은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방송작가협회는 해고 사태가 터지고 난 이후 확대 집행부 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해왔다. 하지만 원상 복직할 뜻이 없다는 MBC 공식 입장을 확인한 상황에서 대응책의 구속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회의의 위상을 격상시킬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오는 10일 긴급 이사회를 열기로 했다.
한국방송작가협회는 긴급 이사회에서 투쟁조직인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한다는 안건을 올리고 향후 투쟁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해고된 PD수첩 정재홍 작가는 "백종문 본부장의 이번 방문은 완전히 한국방송작가협회를 무시한 것이고 부글부글 끓고 있는 작가들에게 기름을 끼얹은 것"이라고 성토했다.

이재진 기자 | jinpress@mediatoday.co.kr  

2012년 8월 7일 화요일

“정 작가, 이거 당신이 낸 아이템이지?”


이글은 시사IN 2012-08-07일자 기사 '“정 작가, 이거 당신이 낸 아이템이지?”'를 퍼왔습니다.
7월25일 MBC는 작가 전원을 해고했다. MBC 역사상 유례가 없는 보복 인사였다. 12년간 을 지켜온 정재홍 작가를 만났다. 그는 “의 기반을 완전히 허물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170일 파업을 끝낸 MBC에서는 복귀한 노조원들에 대한 보복이 이어지고 있다. 업무 복귀 첫날인 7월18일, 김재철 사장은 파업 참가 조합원들에게 인사 발령을 냈다. 이로 인해 10년차 기자가 건설 현장으로, 아나운서가 전략을 짜는 부서로 출근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보복 인사의 결정판은 7월25일 (PD수첩)의 작가 전원 해고였다. 메인 작가진이 일시에 해고되는 일은 (PD수첩) 22년 역사에 없었다. 물론 MBC 역사에서도 유례가 없는 사태였다. 170여 일간의 파업 기간 비정규직인 작가들은 생업을 잃은 상태였다. PD들의 복귀만을 기다리던 여섯 명 작가에게는 날벼락 같은 일이었다.

ⓒMBC구성작가협의회 7월26일 MBC구성작가협의회가 작가 전원 해고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최승호 PD가 (PD수첩)의 간판 PD라면 정재홍 작가(46)는 (PD수첩)의 간판 작가다. 2000년부터 현재까지 장장 12년간 (PD수첩)을 지키고 있다. MBC 시사교양 PD와 작가를 통틀어 최장기 기록이다. 22년간 총 934회 방송 중 절반 이상이 그의 손끝을 거쳐 만들어졌다. (PD수첩)작가로 2004년 MBC방송대상 구성작가상을, 2009년 한국방송작가상을 수상했다. 최승호 PD가 제작해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검사와 스폰서’ ‘4대강, 수심 6m의 비밀’ ‘한 해군장교의 양심선언’도 그의 작품이었다. 두 콤비의 활약으로 이명박 정부에서 (PD수첩)만이 제 할 일을 한다는 신망을 얻었다. 

하지만 이것이 (PD수첩) 탄압의 빌미가 됐다. 최승호 PD는 지난해 타 프로그램으로 부당 전보된 데 이어 이번 파업 기간 중 해고당했다. 파업이 끝나자마자 정 작가도 해고됐다. 최승호 PD는 “이게 다 그 친구(정재홍)를 쫓아내려고 꾸민 일이다”라고 말했다. 7월27일 정재홍 작가를 만났다. 그는 “이미 각오했던 일이다. 그럼에도 충격적이다”라고 말했다. 


해고 소식을 어떻게 접하게 됐나.파업 중단 소식을 듣고 복귀 준비를 하던 중 한 후배 작가로부터 (PD수첩) 시용PD(계약 체결 1년 후 정규직 채용 여부를 결정)들이 외부에서 새 작가를 물색하고 있다는 전화를 받았다. 바로 (PD수첩) PD에게 전화해 물어봤다. 금시초문이라더라. 나중에 그 PD가 전하기를, 배연규 팀장에게 전원 교체한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당사자도, PD들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해고가 결정됐던 거다. 

이런 식의 해고가 통상적인 것인가.절대 그렇지 않다. 작가에게 ‘교체’란 곧 해고를 의미한다.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그만둔다는 건 생업을 잃고 길거리로 내쫓긴다는 뜻이다. 퇴직금도 한 푼 없다. 그렇기에 통상적으로 작가 교체는 담당 PD와 해당 작가의 의사를 반영해 신중하게 이루어지고, 불가피한 이유로 작가를 교체할 경우에도 다른 일을 구할 수 있는 시간 여유를 주는 것이 관례다. 

회사 측이 밝히는 해고 사유는 무엇인가.김현종 시사제작국장이 딱 한마디 했는데 분위기 쇄신 차원이라더라. 분위기를 쇄신하는 데 왜 작가들이 해고되어야 하는지 물었더니 그 이유는 말할 수 없다고 했다. 

파업 기간 중 (PD수첩) PD 6명이 대기발령·정직 등 중징계를 받았다. 그 사이 시용PD 3명이 (PD수첩)에 새로 배치됐다. 이미 4대강 사업 문제나 민간인 사찰 같은 민감한 아이템을 했던 작가들은 복귀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내가 4대강 관련 아이템을 방송했다. 민간인 사찰 편을 담당했던 작가는 나 다음으로 경력이 많은 후배 작가다. 어쩌면 우리 두 사람은 복귀가 힘들 수도 있겠다 싶었다. 내심 어느 정도 각오를 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자 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전원이 해고됐다는 소식을 들었고 심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단순히 눈 밖에 난 미운 사람 제거하는 차원이 아니라 (PD수첩) 기반 자체를 완전히 허물겠다는 거구나, 이건 완전히 차원이 다른 문제구나 싶었다.  


ⓒ시사IN 윤무영 정재홍 작가(위)는 12년간 을 지켜왔다. 22년 역사의 절반이며 MBC 시사교양 PD·작가를 통틀어 최장기 기록이다.

차원이 다른 문제라니, 무슨 뜻인가.작가라는 존재는 나름대로 선배로부터 계속 노하우가 축적되어온 사람들이다. (PD수첩) 작가 한 명 한 명이 (PD수첩) 20년 역사의 취재나 섭외, 구성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해온 셈이다. 이들 모두를 해고한다는 건 20년간 (PD수첩)이 쌓아온 성과의 기반이 된 인프라를 완전히 무너뜨리겠다는 의미다. 

MBC구성작가협의회의 기자회견(7월26일)에서도 이번 사태를 ‘(PD수첩)무력화의 결정판’이라고 규정했다.김재철 사장 체제 들어와서 제일 먼저 손본 게 PD들이었다. 간판 PD인 최승호 PD, 홍상운 MC, 김태현 팀장, 그리고 오행운·박건식 PD를 한꺼번에 타 부서로 발령냈다. 이어 아이템 탄압이 시작됐다. 권력자가 민감해할 아이템, 정부 여당에 폐를 끼칠 것 같은 아이템, 자본의 비리를 파헤치는 아이템은 철저하게 봉쇄당했다. 저항할 경우 타 부서로 쫓아내는 일이 반복됐다. 황당한 예로, 대북경제협력 중단의 전말을 취재하던 이우환 PD는 취재 중단 지시를 어기고 취재를 계속하다 용인 드라마세트 관리장으로 쫓겨났다. 그런 와중에 계속해서 아이템에 대해 싸우고 문제 제기를 해왔던 이들이 작가였다. 한진중공업 사태 같은 경우 수십 번 (다뤄야 한다고) 제기했다. 그러나 끝까지 거부당했다. 작가와 PD를 흔히 프로그램을 만드는 양대 수레바퀴라고 한다. PD들을 축출했으니 이제 남은 한쪽 수레바퀴마저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손보겠다는 것이 아닌가.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에 걸쳐 (PD수첩) 작가를 한 셈인데 각 정부에 따른 변화가 있었나.DJ 정부, 참여정부, MB 정부 모두에서 똑같은 아이템을 방송한 것이 있다. 낙하산 문제다. DJ 정부의 경우 엄청 불쾌해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까지 영남 정권이었고 그들이 90% 자리를 차지해오다가 이제 호남이 아주 조금 만회했는데 그게 그렇게 문제냐며 항의를 해왔다. 노무현 정부 때는 ‘참여정부에도 낙하산이 내린다’는 방송을 했다. 당시 청와대 인사수석이 눈썹이 곤두설 정도로 진노해 제작진에게 불쾌감을 표했다. 그래서 우리가 맞받아쳤다. ‘그럼 그게 정당하단 말이냐. 그토록 낙하산을 비판하던 당신들이 이렇게 하면 되느냐’고. MB 정부 들어서는 최승호 PD와 지난해 1월에 ‘공정사회와 낙하산’이라는 프로그램을 했다. 방송 이후 모처로부터 들은 얘기로 “PD를 용서할 수 없다”라고 했다고 한다. 그리고 두 달 뒤 최승호 PD가 (PD수첩)에서 쫓겨났다. 탐사보도 프로그램은 숙명적으로 권력과 대척점에 설 수밖에 없다. 그런데 세 정부가 탐사 프로그램을 대하는 태도는 달랐다. 더욱이 MB 정부는 쇠고기 협상 때 작가와 PD, MC와 팀장을 다 체포하지 않았나. 명예훼손 형사소송도 처음 당한 일이었다. 밉보인 PD들은 바로 다른 곳으로 발령을 냈다. 이렇게까지 보복성 조치를 취한 건 이전에는 없었던 일이다. 

보복성 조치는 경영진도 정권과 뜻을 같이했기에 가능했던 것 아닌가.김재철 사장이 부임한 뒤 이런 일도 있었다. 한 아이템을 PD에게 제안했더니 너무 좋은 아이템이라며 팀장한테 달려갔다. 특종성 아이템이었다. 그런데 팀장이 바로 나한테 와서 호통 치듯 따지더라. ‘이거 정재홍 작가, 당신이 낸 아이템이지?’ ‘네. 그럼 안 되나요?’ 했는데 바로 거부당했다. 탐사보도 프로그램이라면 반드시 해야 하는, 국민이 반드시 알아야 하는 사안이었다. 그런데 지난 10년 동안 가능했던 아이템들이 어느 순간부터 불가능했다. 입도 벙긋 못하게 됐다. 이번 사태는 해고된 작가들만의 불행이 아니라 우리나라 방송계의 불행이고 우리 국민의 불행이다.


주진우 기자 | ace@sisain.co.kr 

2012년 7월 31일 화요일

“작가 없이 방송 만들 수 있나” MBC에 보이콧 선언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7-30일자 기사 '“작가 없이 방송 만들 수 있나” MBC에 보이콧 선언'을 퍼왔습니다.
PD수첩 작가 전원 해고 사태에 방송작가들 공동 대응… 방송작가 전체 싸움 확대 양상

PD수첩 작가 6명 전원 해고에 대한 반발이 심상치 않다. 특히 수십 년 일한 일터에서 본인에 대한 통보도 없이 하루 아침에 "분위기 쇄신 차원"이라며 전격 해고한 것은 방송작가의 자존심마저도 짓밟은 폭거라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이번 사태를 수수방관할 경우 이 같은 사태가 방송계에서 재현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강해 오히려 방송작가들이 똘똘 뭉쳐 MBC를 '공공의 적'으로 규정하고 싸우는 형국이 되고 있다.
30일 여의도 MBC 사옥 앞에서 열린 PD수첩 보이콧 작가 결의대회 현장에서 만난 방송 작가들은 방송사 소속을 떠나 연대의 뜻을 밝혔다. 이번 해고 사태가 단순한 고용관계에서 비롯된 문제가 아니라 방송작가를 무시한 처사이면서 시사교양프로그램 작가 길들이기 뿐 아니라 언론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훼손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날 보이콧 서명 운동에 이름을 올린 작가는 778명이다. MBC, KBS, SBS, EBS 시사교양작가 뿐만 아니라 외주제작자사, 케이블, 지방사 소속 작가들까지 포함된 숫자다. 한국방송작가협회에 따르면 현직에서 일하는 시사교양작가 대부분이 서명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두고 작가들의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방송센터 앞에서 열린 PD수첩 보이콧 작가 결의대회 이치열 기자 truth710@

일방 해고통보를 받은 PD수첩의 작가들 뒤로 대체인력 거부에 나선 방송4사의 작가단체 팻말들. 이치열 기자 truth710@

드라마 작가들도 이번 해고 사태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날 결의대회에서는 송지나, 노희경, 김영현, 김은숙, 최완규, 진수완, 김인영, 배유미, 장항준, 김은희 작가들이 보낸 문자와 메일 메시지를 공개했다.
(대장금) (뿌리 깊은 나무) 등 히트 작가인 김영현씨는 "그나마의 계약도 무시하고, 최소한의 동료의식도 내팽개친 MBC의 이번 행태는 전 방송작가들의 연대를 불러오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기 바란다"며 MBC를 비난했다.
(라이터를 켜라) 감독이면서 드라마 (싸인) 작가로 참여했던 장항준씨는 "김재철 사장님, 아무리 생각해봐도 MBC에서 해고되어야 할 사람은 오직 당신 뿐"이라며 이번 사태에 대한 격앙된 입장을 전했다.
드라마, 예능, 라디오, 번역 등 전 부문의 작가들도 동참 여부를 놓고 논의 중이어서 시사교양작가들의 연대를 넘어 향후 MBC에 대한 대대적인 보이콧 운동으로 전개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결의대회에 참석한 방송4사 작가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번에 해고된 정재홍 작가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이 싸움은 방송작가 전체와 MBC 경영진과의 싸움으로 확산될 것"이라며 "절대로 한두번 기자회견을 하고 그만두는 싸움이 아니다. 초유의 싸움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의대회에서도 방송작가들은 이번 사태가 일방적인 해고에 따른 작가들의 '자존심'을 무너뜨린 상징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이며 분노의 목소리를 전했다.
SBS구성작가협의회 박진아 회장은 "서명을 받으러 가면서 느낀 것은 이런 일에 마음을 모으고 있다는 것"이라며 "언제든지 같은 논리로 행해질 수 있다는 것을 누구든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이번 작가들의 대규모 보이콧이 어떤 의미인지 PD수첩 사태를 일으킨 주인공들은 잘 알아야 할 것이다.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BS구성작가협의회 임정아 회장은 "성명서 지지해달라는 문자를 보냈는데 왜 이제서야 왔느냐, 애타게 기다렸다는 반응이 많았다"며 "작가들은 컨베이어벨트에서 찍어내는 대체인력이 아니라는 것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홍 작가는 마이크를 잡고 한동안 말을 잊지 못하다가 "제가 서 있는 뒷 쪽이 17년 동안 의 제 일터였다. 참담하다"면서 "제 개인의 문제라면 깨끗이 그만두겠지만 이번 사태는 방송 작가를 인정치 않는 폭거이자 시사보도프로그램의 정신을 짓밟은 폭거"라고 비난했다.
정재홍 작가에 따르면 현재 MBC는 정식으로 이들에게 해고 통보조차 하지 않은 상황이다. PD수첩 작가들은 MBC PD로부터 PD수첩팀이 작가를 구한다는 얘기를 듣고 배연규 PD수첩팀장에 확인을 부탁하자 '(해고에)재론의 여지가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PD수첩 작가들은 해고 당사자로서 국장을 만나고 싶다고 했지만 '작가에게 할 얘기가 없다'는 얘기만 들었을 뿐이다. 그나마 해고 사유를 밝히라는 요구에 해고도 아니고 계약해지도 아닌 작가를 교체한 것이며 공식적인 이유는 "분위기 쇄신 차원"이라는 납득할 수 없는 답변만 늘어놨다.

http://www.youtube.com/watch?feature=player_embedded&v=4-SEYKvJVVs

정 작가는 "일반 사기업도 아니고 사회적 약자를 대변한다는 공영방송에서 시간도 안 주고 당장 나가라고 하느냐며 재고해달라고 했지만 더 이상 할말이 없다고 하더라"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승준 PD수첩 PD도 이번 해고 사태는 MBC 경영진들이 제작자율성을 침해해 결국 공정방송을 훼손한 사건으로 규정했다.
이 PD는 "6명의 작가는 그동안 PD들과 동고동락한 동료"라며 "이번 문제는 또한 프로그램 완성도와 직결된 문제다. 일선 PD들의 의견도 듣지 않고 제작자율성 원칙을 침해한 것이다. 즉각 해고 조치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옥영 전 한국방송작가협회 이사장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런 방식으로 작가들의 능력을 인정한 것이다. PD수첩을 무력화하는데 전원교체라는 일이 발생한 것은 작가들이 얼마나 기여해왔는지를 말해준다"며 "이번 문제는 작가들의 노동권과 생존권 문제이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 언론의 자유, 공정방송, 우리사회 정의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이사장은 "19세기 광부들이 카나리아를 탄광 속에 데려가는 이유는 일산화탄소에 민감하기 때문인데, 바로 시사교양 작가들이 방송의 카나리아"라면서 "MBC가 카나리아의 목을 조르고 있는데 (우리 사회에)일산화탄소가 얼나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들은 카나리아가 아니라 앵무새를 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최승호 전 PD수첩 PD도 결의대회 현장에 함께하면서 훌륭한 작가들이 없으면 TV저널리즘은 불가능하다며 이번 해고 사태는 이성적인 잣대로 판단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오랫동안 PD수첩을 제작 했었던 최승호 PD가 연대발언 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PD수첩 작가 해고 사태가 방송계 전체 싸움으로 확전되고 MBC 파업 이후 공정방송 싸움으로 이번 문제가 부각될지도 관심사다.
한국PD연합회는 "지금 MBC 김재철씨는 시민사회로부터 전방위 사퇴압력을 받고 있다. 결국 ‘PD수첩 작가 전원 축출’은, 궁지에 몰린 쥐가 된 김재철이 살아남기 위해 빼든 마지막 꼼수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면서 " ‘PD 부당징계에 이은 작가 전원 해고’라는 이번 만행은, 언론의 사명과 자유를 짓밟은 쇠말뚝 테러로 대한민국 언론방송역사에 영원히 기록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국 민주시민연합은 공동성명을 통해 "그들의 해고는 PD수첩을 아예 없애겠다는 시도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면서 "작가적 양심과 시대의 양심을 지켜내기 위해 노력해온 작가들의 해고는 부당하고 부당하다. MBC는 작가들의 해고를 즉각 철회하고, PD 수첩을 정상화시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방송작가협회 박영주 상임이사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당연히 있을 수 없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며 "프리랜서 작가라고 하지만 이런 식으로 하면 안되는 일이다. 작가들은 정말 세상의 등불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인데 함부로 꺼뜨리는 위험한 생각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2500여명의 회원을 가지고 있는 한국방송작가협회는 이번 사태에 대한 규탄 성명을 준비 중이며 드라마 등 각 부문 작가들과 협의해 이번 싸움의 동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재진 기자 | jinpress@mediatoday.co.kr  

2012년 7월 28일 토요일

아! MBC 쪽 팔린다 “고만 좀 하자”


이글은 미디어스 2012-07-27일자 기사 '아! MBC 쪽 팔린다 “고만 좀 하자”'를 퍼왔습니다.
[뉴스브리핑] 한 주를 달군 트위터 타임라인 키워드 ‘MBC’ … 김재철, J씨, PD수첩, 작가

■ 김재철-J씨…“막장드라마”, “점입가경”
■ 이진숙 “쪽 안 팔립니다”…“이진숙이 쪽 팔린다”
■ PD수첩 작가 전원해고…“PD수첩 무력화의 결정판”

한 주 동안 트위터 타임라인을 달군 뜨거운 키워드는 ‘MBC’였습니다. 검색어로 따지면 여러 가지 연관검색어를 독식한 모습인데요. 김재철, J씨, PD수첩, 작가 등 여러 가지 키워드가 트위터 타임라인에서 노출됐습니다.
“김재철-J씨, 일본호텔 같은 방에 투숙”(관련트윗, 1,219건)“피디수첩 작가 6명 전원 퇴출” (관련트윗, 993건)MBC PD수첩 작가 6명 전원 해고 파문(관련트윗, 545건)“J씨 남편, 편지로 ‘김재철, 지체없이 사임하는 게 이로울 것’”(관련트윗, 591건) 언론에 보도된 MBC관련 사안마다 뜨거운 ‘이슈’로 등장했는데요. 무엇보다 김재철 MBC 사장과 J씨의 관계에 대한 그동안의 많은 추측이 조금씩 구체화되는 모양새입니다.
이번에 공개된 J씨 남편의 편지로 인해 MBC 해명과 달리 특수한(?) 관계라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J씨 남편은 불륜을 폭로하며 김재철 사장에게 사장직 퇴진을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트위터리안들의 반응은 “막장드라마”(@bulk*****), “점입가경”(@skpark63) 등 짧지만 강합니다.
“막장드라마가 조금씩 완성도를 높여가며 종영을 향해 치닫는군요”(@bulk*****)“J와 그 가족에 대한 20억 원 넘는 지원이 결국 사적 관계에 따른 특혜란 사실”(@iyon***)“딱 걸렸넹. J의 남편 W변호사... 할 일을 해주기 바람.”(@2bad****)“나가라고 할 때 나가지!!! 이건 뭐라 변명 할래?”(@drkpc****)
이진숙 “쪽 안 팔립니다”…“이진숙이 쪽 팔린다” 트위터 여론은 부정적인데도 이진숙 본부장은 “김 사장이 휴가차 간 일본 현지에서 지인인 정씨를 만나 휴대전화를 빌렸기 때문에 그 번호를 숙박부에 적었을 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곧바로 MBC노동조합은 트위터로 “일본은 로밍이 안 되냐, 사장 핸드폰 비용을 자비로 부담하냐. 고만 좀 하자. 회사 부끄럽다”고 일갈했습니다.


또, 이진숙 본부장은 한 트위터리안이 김재철 사장을 옹호하는 잇단 발언에 대해 “쪽팔리지 않냐”라는 맨션에 “쪽 안 팔립니다”라고 답변했는데요.


반응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김정란 상지대 교수(@pupituu)는 “이진숙이 진상이 된 듯. 전여옥과 나경원의 계보를 잇는군요. 권력에 눈이 멀면 그렇게 앞뒤분간이 안 되나 봐요”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맞다. 얼굴만 팔렸다. 차기 국회로”(@kml****)“쪽 팔리는 것은 이런 자들을 쫓아내지도 못하는 무능한 우리 사회다”‏(@bulk****)“이진숙은 쪽 안 팔리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진숙이 쪽팔린다.”(@tak0518)“오랜 전쟁 경험으로 정신적 내상으로 판단력 상하신듯.”(@hong****)“똥이 된장보고 더럽다 하는 웃기는 세상”(@mt****)
PD수첩 작가 전원해고…“PD수첩 무력화의 결정판” 여기에 또 하나의 사건이 터졌습니다. MBC가 지난 25일 작가 6명 전원을 해고한 겁니다. 26일 작가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비판적 아이템통제, PD수첩 무력화의 결정판”이라고 비판했습니다. MBC쪽 해명은 “분위기 쇄신” 때문이랍니다.


PD수첩의 이김보라 작가(@tvknowhow)가 이런 소식을 트위터에 알리자 트위터리안들은 이김보라 작가의 트윗에 “응원! RT”란 말을 덧붙여 리트윗했습니다. 이렇게 타임라인에 퍼진 트윗은 993건이나 됐습니다. 또, 작가들의 해고 소식을 전하는 기사에 대한 RT도 545건이나 됐습니다. MBC쪽의 설명보다 트위터 민심은 짤린 작가들의 편이었습니다.
작가들이 눈물 흘리면서 기자회견을 했던 날 MBC 이진숙 본부장이 트위터에 “이라크에서 배운 것이 있다면, 생명의 귀중함. 어느 누구도 허위 폭로로 매도되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트윗을 했습니다. 김재철 사장을 옹호하는 트윗입니다.


보다 못한 (한겨레) 허재현 기자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으로 두 차례에 걸쳐 이진숙 본부장을 향해 날선 비판을 가했는데요. 직접 보시죠.
“김재철이 PD수첩 작가들 다 잘랐습니다. 작가들 울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이진숙씨는 ‘이라크서 배운 건 생명의 소중함’ 어쩌고. 토악질이 나옵니다.” “이라크에 가서 공부 다시 하셔야겠어요. 이라크방송사도 노조 파업하면 그렇게 함부로 해고합니까.”


미디어는 스타마케팅 시스템입니다. 기자나 PD가 뜨고, 프로그램이 뜨면 일반적인 언론사라면 더 키워줍니다. 그렇게 상품화해야 시청률도 수익도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MBC는 정반대로 갑니다. 탐사보도 프로그램이란 좋은 평가를 받던 PD수첩 PD를 교체했습니다. 이제 작가도 해고했습니다.
[콘텐츠제휴 : 노무현재단]

뉴스브리핑팀/ 이승경  |  mediaus@mediaus.co.kr

2012년 7월 5일 목요일

MBC ‘PD수첩’ 작가 전원, 떠나거나 쫒겨났다


이글은 미디어스 2012-07-04일자 기사 'MBC ‘PD수첩’ 작가 전원, 떠나거나 쫒겨났다'를 퍼왔습니다.
남아있던 막내작가들도 최근 계약해지 통보 받아

MBC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시사 프로그램의 결방 사태가 6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MBC의 대표적 시사 프로그램 (PD수첩)을 담당하던 작가들 전원이 해당 프로그램을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MBC는 특히 마지막까지 (PD수첩) 팀에 남아있던 막내작가 4명에 대해서도 지난주 “다른 일을 찾아보라”며 계약 해지를 통보해 이제 (PD수첩) 팀에는 작가가 단 한명도 없는 상황이다.

(PD수첩) 담당 부장 “다른 일 찾아보는 게 어떻겠냐”며 갑작스럽게 계약 해지 통보

4일 시사제작국 관계자에 따르면, (PD수첩)을 담당하고 있는 배연규 시사제작3부장은 지난 6월29일 오후 2시경 (PD수첩)막내작가 4명을 불러 “파업이 곧 끝날 줄 알고 있었는데 더 길어질 거 같다. 다른 일을 찾아보는 게 어떻겠냐”는 말로 갑작스럽게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배 부장은 또, 이날 MBC노사가 파업 이후 처음으로 대화를 진행했다는 점에서 “회의에서 파업이 끝날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면 없었던 걸로 하자”는 말도 덧붙였지만, 결론은 바뀌지 않았다. 배 부장은 그러면서 “이번 달까지는 일 해달라”고 말했으나, 29일이 사실상 업무를 볼 수 있는 6월의 마지막 날이었기에 작가들은 곧바로 짐을 싸서 MBC를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해 배연규 부장은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프로그램이 나가지 않는 5개월 동안 월급을 주고 있었다”며 “파업이 끝날 기미가 안 보였고, (작가들이) 다른 쪽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해서 (다른 쪽에 가서) 경력이나 쌓으라고 말한 것”이라고 밝혔다.
파업 이전 작가 13명 있었지만 현재는 아무도 없어
파업 이전, (PD수첩) 팀에는 막내작가 7명을 포함해 총 13명의 작가가 있었다. 그 이후, 파업이 장기화 되면서 일거리가 없어진 작가들은 개인적인 이유 등을 들어 (PD수첩)을 떠났고, 결국 마지막까지 남았던 막내작가 4명마저도 (PD수첩)을 떠나게 됐다. 
노조의 파업 돌입 이후, MBC로부터 사실상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프로그램은 (PD수첩) 뿐이 아니었다. 시사제작국 관계자에 따르면, (불만제로) 작가들은 파업 초반 일찌감치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으며, (MBC 스페셜) 작가들도 파업 초창기에 강제적으로 그만둘 것으로 통보받고 해당 프로그램을 떠났다. 또, (금요와이드)의 경우 현재 방송이 나가고 있긴 하지만 중간에 작가들이 대거 교체되기도 했다.
파업으로 인해 월급을 받지 못한 상황에 놓였던 것 또한 MBC노조원 뿐이 아니었다. (PD수첩) 등 자신이 담당하고 있던 프로그램의 결방되기 시작하면서 작가들의 생계도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작가들의 경우, 방송사가 아닌 각 프로그램에 속해 있는 형태로 고용이 유지되는 프리랜서 신분이다.
특히, 방송 대본 집필 과정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메인작가의 경우, 방송이 나갈 때마다 회당 고료를 지급받기 때문에 사실상 파업 이후 MBC에서는 아무런 수입도 벌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나마 자료 조사 등 작업을 주로 하는 막내작가의 경우, 파업 이후에도 MBC가 해당 프로그램에 책정하는 제작비에서 주당 개념으로 일정 부분을 매달 지급받았다. 그러나 막내작가들 대다수가 열악한 근로 환경에서 일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한 시사교양PD는 “막내작가들의 경우, 초반에 자료조사 등을 하다가 이후 10분짜리 꼭지 하나라도 쓰는 등 경력을 쌓아 입봉을 해야 하는데 그 친구들은 5개월 동안 일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유능한 인력인 그 친구들에게 좋지 않은 거 같아서 파업이 장기화되고 나서는 오히려 나가라고 했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현재 (PD수첩)을 담당했던 작가들은 생계를 위해 다른 일자리를 구하거나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송선영 기자  |  sincerely@media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