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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27일 화요일

[사설]주목되는 진보진영의 북한인권 인식 변화


이글은 경향신문 2012-11-26일자 사설 '[사설]주목되는 진보진영의 북한인권 인식 변화'를 퍼왔습니다.

대북 포용정책을 지지하는 진보진영 인사들이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그간의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 시절 남북 화해·협력정책을 주도했던 인사들이 모인 한반도 평화포럼이 지난 주말 창립 3주년에 즈음해 발표한 ‘2013년 체제를 위한 제언’을 통해서다. 제언은 남북관계의 특성을 고려해 북한인권에 대한 문제 제기 자체를 꺼려온 그간의 입장에 대해 국민여론이 공감하지 않고 있다는 성찰에서 출발, 새로운 정책방향을 모색할 필요성을 인정했다. 나아가 북한 주민의 인권(자유권) 신장과 생존권적 기본권 보장이라는 양 갈래의 인권 문제에 대해 등가의 문제의식을 갖고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전향적인 접근과 상시적인 대북 인도적 지원을 추진할 것을 다짐했다. 이를 위해 유엔 인권결의안에 찬성을 표하고 필요시 북한인권 상황에 우려를 표시하겠다는 것이다. 정치권이 이분법적 진영논리를 탈피해 북한인권 문제에서 공감대를 찾을 것을 주문해온 우리는 진보 인사들의 이 같은 변화 모색을 환영한다.

진보진영의 제안은 북한의 수용 정도에 따라 착근하기까지 녹록지 않은 조정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유럽연합과 인권대화를 가져온 북한으로서도 전혀 생뚱맞은 것은 아니다. 북한이 그동안 외부의 인권 문제 제기에 과민한 반응을 보인 것은 자존심을 중시하는 체제의 특성과 함께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기저에 체제붕괴라는 정치적 목적이 있다는 경계심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북한 당국의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권 문제를 정치적, 이념적인 문제와 분리시켜야 한다. 북한의 인권 상황이 결정적으로 악화된 것은 1990년대 중반 만성적인 식량난에 시달리면서부터다. 남측이 상시적인 인도적 지원과 함께 북한인권에 대한 우려를 지속적으로 제기한다면 개선될 수 있는 여지를 갖고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최근 이례적으로 주민들에 대한 일선 인민보안원(경찰)들의 인권유린 행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는 조선중앙통신 보도는 북한 당국 역시 인권침해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유화·강경의 이분법적 접근에서 벗어난 균형잡힌 대북정책의 추진을 공약했다.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대북 인도적 지원을 투명하게 추진할 것도 다짐했다. 하지만 보수진영에서 북한인권 문제를 과도하게 이념화, 정치화하는 한 진보진영과의 공감대 도출은 물론, 북한인권 개선이라는 본연의 목표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박 후보는 인도적 지원과 마찬가지로 북한인권 문제에서도 탈정치화 원칙을 적용해야 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 5년간 북한인권 문제는 최근의 대북 전단 보내기 소동과 같이 일부 소란스러운 반북단체의 정치적 퍼포먼스로 전락했다. 이번 한반도 평화포럼 제안을 진보와 보수가 담을 허무는 계기로 삼을 것을 주문한다.

“진보진영, 북한인권 문제 중시해야” 한반도평화포럼, 전향적 입장 변화 제언


이글은 경향신문 2012-11-27일자 기사 '“진보진영, 북한인권 문제 중시해야” 한반도평화포럼, 전향적 입장 변화 제언'을 퍼왔습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참여했던 대북 포용·화해론자들이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찬성 등 북한인권 문제에 전향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주장하면서도 자유권 등 북한인권 문제에는 내정간섭 또는 북한을 자극한다는 이유로 언급을 자제해온 데서 태도를 전환한 것이다. | 관련기사 4면

한반도평화포럼(공동이사장 임동원·백낙청)은 지난 23일 포럼 창립 3주년을 맞아 낸 ‘2013년 체제를 위한 한반도평화포럼의 제언’에서 “이제 국민 상당수가 북한 눈치를 보느라 북한인권 문제를 등한시한다는 보수세력의 비판에 동의하는 상황”이라며 “민주진영도 새로운 정책방향 모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임동원(왼쪽)·백낙청

포럼은 “기본방향은 북한 주민의 자유권 신장과 생존권적 기본권 보장이라는 두 인권 문제를 동시에 중시하는 것”이라며 “(진보진영도) 북한인권 문제에서 일정하게 전향적 태도를 보이며, 동시에 상시적인 대북 인도주의적 지원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포럼은 구체적으로 정부가 유엔 총회의 북한인권결의안에 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권은 인류 보편적 가치로서 우리가 북한인권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기본 의무이므로 이에 합당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북한의 핵실험 직후인 2006년을 제외하고는 유엔 결의안에 모두 기권했다. 

포럼은 “다만 북한이 인권 문제를 내정간섭으로 간주하는 상황에서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점을 고려해 신중하게 문제제기할 필요가 있다”며 이명박 정부처럼 유엔 결의안에 공동제안국으로까지 참여하지는 않는 것이 좋다고 했다. 

또 북한인권 향상과 인도주의적 지원, 이산가족·국군포로 문제 등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포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북한인권 문제에는 북한주민의 자유권 문제와 북한주민의 기아 극복을 위한 인도주의적 지원 문제, 국군포로·납북자 문제, 이산가족 문제 등 분단으로 발생한 비인도주의적 상황이 있기 때문에 이 문제들을 ‘하나의 북한인권 패키지’로 해결하자는 것이다. 

포럼은 북한에 대한 비료지원, 식량지원, 의약품지원을 상시화하며, 인도주의 정신에 맞게 정세에 영향받지 않고 일관되게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인권법에 대해서는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 등이 제출한 법은 사실상 ‘반북단체 지원안’의 성격을 갖고 있어서 반대하고 민주통합당의 북한인권증진법안을 보완하는 데 찬성하는 입장을 밝혔다. 

한반도평화포럼은 문재인·안철수 후보 단일화 이전에 두 후보에게 제언하기 위해 이 자료집을 만들었다. 

한반도평화포럼에는 공동이사장인 임동원 전 통일부장관과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를 비롯, 정세현·이재정·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 등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 담당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포럼의 이 같은 입장은 최근 경향신문이 보도한 ‘북한인권, 진보와 보수를 넘어’ 기획 등과 함께 북한 인권에 대한 진보 진영 내 새로운 접근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손제민 기자 jeje17@kyunghyang.com

2012년 11월 19일 월요일

[북한 인권, 진보와 보수를 넘어]“북 인권 얘기하며 지원 꺼리면 모순… 진보가 나서 북에 개선 요구해야”


이글은 경향신문 2012-11-19일자 기사 '[북한 인권, 진보와 보수를 넘어]“북 인권 얘기하며 지원 꺼리면 모순… 진보가 나서 북에 개선 요구해야”'를 퍼왔습니다.

ㆍ2030 탈북자 좌담회

탈북자들은 대체로 보수의 눈으로 북한을 본다. 북한 정권을 증오하고, 붕괴시키는 것이 유일한 문제 해결 방식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젊은 탈북자들’은 달랐다. 북한 인권에 대해서도 부모나 남한 내 보수·진보의 시각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분방한 견해를 표출했다. 경향신문은 다각도로 북한 인권문제를 조명하는 차원에서 20~30대 초반 탈북자 4명의 좌담을 마련했다. 

▲ 삐라 보내기 등 보수 방식, 젊은층엔 오히려 반감반대 땐 종북, 찬성 땐 애국 ‘북한인권법’ 극단적 시각남한엔 언론자유 있는데 간첩·종북 검증 받기도

탈북자 박요셉·최장현·동명숙·김영주씨(가명·왼쪽부터)가 지난달 중순 경향신문 좌담회에 참석하기에 앞서 서울 새문안로 서울역사박물관 옆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박씨와 김씨는 북한에 있는 부모형제나 친·인척들의 안전을 고려해 얼굴을 가렸다. | 홍도은 기자 hongdo@kyunghyang.com

- 가장 심각한 북한 인권문제는 뭐라고 보나요.

최장현 = 아무래도 생존권 문제예요. 특히 일한 만큼 보상을 못 받는 농촌 사람들의 생존권 문제가 가장 심각해요. 도시 쪽 사람들은 여유시간이 있어서 장사도 하는데 농사짓는 사람은 장사할 시간이 없습니다. 친척집들을 방문해봤는데 물고기를 잡아먹는 어촌이나 국경 쪽으로 갈수록 그래도 좀 나아요. 북한 지원은 도시보다 농촌으로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박요셉 = 제 생각엔 자유권 침해가 제일 심각하다고 봅니다. 이동의 자유, 의사표현의 자유를 박탈당한다는 게 가장 큰 문제 같아요.

동명숙 = 어쨌거나 저는 고난의 행군 시기에 탈출해서 그런지 다른 자유 문제도 심하지만 먹고사는 게 가장 문제라고 봅니다. 국가가 국민의 생존권 보장 책임을 아예 부정하고 있잖아요. ‘자력갱생하라, 당과 수령에게 충성하라’면서 ‘죽고 사는 것은 너희들 능력에 달렸다’고 합니다.

- 인권 개선이 안되는 이유는 뭘까요.

김영주 = 간단하죠. 주민들이 어떤 걸 당하고 있는지 느끼지 못하니까, 들고일어나지 않으니까 인권이 개선될 여지가 없죠.

박요셉 = 과거에 북한에서 홍명희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을 많이 보여줬어요. 부패한 봉건사회 관가를 향한 농민봉기를 다룬 내용입니다. 그런데 1990년대 중반부터인가 김일성(주석) 죽고 나서 안 나옵니다. 북한 당국이 느끼기에 사회 체제가 의 배경과 맞아서 그런 거 같습니다. 인권 개선이 안되는 이유는 첫째로는 북한 체제 때문이고, 둘째로는 인권 의식이 낮아서죠. 셋째는 외부 정보가 들어가지 않아 비교를 못하기 때문이에요.

최장현 = 1990년대 말 노동신문에 이런 게 났어요. 미국 등에서 인권 압박을 하니까 ‘우리식 인권’이라고 했죠. 미국이 인권을 압박하는 건 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한 것이라고 대학 때 외우게 했어요. 자유권을 든든하게 방어해서 일제 때처럼 식민지 노예가 되지 말아야 한다고요.

박요셉 = 북한에 전체주의적인 ‘자유’는 있을지 몰라도 개인적 자유는 없습니다.

- 요즘 휴대전화 보급도 100만대를 넘었다던데요.

최장현 = 북한을 우물에 비유하면 돼요. 우물 안의 개구리끼리 얘기해봤자지요. 이집트 혁명이 일어났던 것도 그쪽 사람들은 외부와 인터넷을 할 수 있으니까 가능했잖아요. 북한은 국내용 인트라넷만 허용해요.

박요셉 = 배가 덜 고프면 인권문제를 더 생각하게 됩니다.

김영주 = 그전(김일성 시대)엔 잘살았잖아요.

박요셉 = 전엔 중국도 인권 생각이 별로 없었지만 지금은 잘사니까 인권 생각을 하지요.

- 보수진영의 북한 인권문제 제기 방식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최장현 = 삐라 뿌리는 건 반대예요. 효과가 없다고 봐요. 만약 북한 주민들이 봤다고 해도 이미 (북한 당국에 의해) 많이 세뇌당해 효과가 별로일 거고 황해도 쪽 사람들은 외부 정보를 아예 몰라요. 또 농촌 사람들은 컴퓨터는커녕 전기도 없는데 USB 같은 거 뿌려서 어쩌겠다는 건지.

김영주 = 난 효과가 있다고 보는데요. 전에는 삐라 뿌리기를 완강히 반대했는데, 그래도 계속 들어가다보면 효과가 있지 않을까요. 완전히 안된다는 건 없어요.

박요셉 = 보수의 방식은 젊은층에는 반감이 들 것 같아요. 보수단체 사람들이 전철역 앞에서 북한군복 입고 포승줄 묶은 모습을 보여주는데 젊은 사람들은 무서워하며 피하더라고요. 삐라 뿌리는 것도 똑같아요.

최장현 = 책 같은 거 많이 들여보내주세요. 거긴 민주주의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어요. 나는 몰래 들여온 서적들 봤어요. 민주주의가 이런 거구나, 생각할 수 있는 무언가를 좋아했어요.

- 북한 정권 붕괴가 인권 개선의 답이라는 주장도 많아요.

박요셉 = 중국이라는 나라가 있기 때문에 절대 못합니다. 북이 무너지면 다 될 것 같아요? 아니에요.

동명숙 = 북한 주민들의 남한 인식도 과거보다는 많이 좋아졌어요. 개성공단 근로자가 5만명입니다. 개성공단 하나로 먹고사는 거예요. 여기 와서는 하잘것없지만 북한에서는 거기에 보위부, 안전부 등 ‘빽’ 있는 사람들만 들어가 있습니다.

김영주 =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퍼주기만 했다고 하는데 (그때) 북한이 정말 많이 변했어요.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은 북한 입장에선 땅을 내준 거나 같은 거예요.

최장현 = 남포, 청진 항구도 마찬가지예요. 아는 형이 한국 사람 만나서 담배, 달러도 받고 통일 이야기도 했대요. 그러면서 ‘남조선 괴뢰들이 성격도 나쁠 줄 알았는데 참 좋더라’고 했어요.

- 여당의 북한인권법은 실효성이 있다고 보나요.

동명숙 = 탈북자 단체들 먹여살리겠다는 거 같기도 해요.

최장현 = 효과가 있긴 있을 겁니다. 그러나 반대하면 ‘종북’이고 찬성하면 ‘애국’이라고 하는 게 문제죠.

- 탈북자 사회에서 보수와 다른 목소리를 내기는 힘들지 않나요.

박요셉 = 민주통합당 임수경 의원의 탈북자 발언 논란이 있었을 때 백요셉씨도 잘못했다는 글을 올렸는데, 한 교회 장로님이 페이스북에 ‘왜 이런 글을 올려서 큰 혼란을 일으키느냐’고 했어요. 국가보안법이나 대북 지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데 사상 검증을 받는 것 같았죠. 탈북자는 당연히 보수 성향을 가져야 하는데 보수도 아니고, 진보도 아닌 이야기를 한다는 거겠죠. 북한 사회가 싫어서 왔고 여기는 언론의 자유가 있는데 왜 간첩·종북 검증을 받아야 하는지 이해가 안 가요.

김영주 = 나랑 생각이 너무 비슷하네요. 이게 젊은 탈북자 사회의 분위기예요.

박요셉 = 보수냐, 진보냐는 생각을 가지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처음부터 보수에서 많이 도와주니까 탈북자들은 ‘보수가 내 친구구나’라고 생각해요. 북한인권법안 빨리 통과돼야 한다고 하는 어떤 인사가 ‘박원순 시장 후보는 빨갱이’라고 했어요. 왜 빨갱이인가요.

최장현 = 탈북자의 사회적 인식을 가지게 하는 오피니언 리더라고 해서 교회 목사님이나 무슨 단체 회장 등인데, 주입교육 받는 게 많아요. 젊은 탈북자들은 여러 가지 책도 읽고 하는데 어른들은 박원순 빨갱이라고 하면 ‘아멘’ 하는 거예요. 수령님 교시처럼 목사님 말씀을 따르게 됩니다. 남한 사회도 경험해보고 해야 하는데 전혀 안된 상태에서 극단적 성향이 됩니다.

동명숙 = 기존 탈북자들은 삐라를 뿌리든 뭘 하든 잘나가는 사람만 조명을 받았는데 젊은 탈북자 목소리도 들어줬으면 좋겠어요. 어디 감히 탈북자 주제에 국민의 권리 운운하느냐는 사람도 있어요. 들어온 지 10년이 넘었는데도 ‘김정일 죽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계속 물어봐서 미치겠습니다. 마치 탈북자 전체가 삐라 뿌리기를 하는 것인 양 비추니 20~30대 탈북자들이 얘기할 공간이 없어요.

김영주 = 자유의 땅이라고 해서 찾아왔는데 탈북자라는 그물이 쳐져 있더라니까요.

- 북한에 지원한 물품이 전용된다고 하는데요.

동명숙 = 유엔이 탁아소, 유치원, 영유아 시설에 배정하도록 한 쌀, 콩기름, 밀가루가 청진항에 있었어요. 유엔 사람들(조사단)이 사진 찍고 간 뒤에 호위국 차가 와서 가져갔습니다. 사람들이 해도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고 했어요.

최장현 = 국제기구가 지원해주는 양과 비교해보면 한국의 지원 양이 많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러니 북한 입장에서 한국의 지원은 선택사항일 뿐이죠. ‘너희들이 안 해도 국제사회에서 많이 받으니까’라며 자존심 싸움을 하는 거죠.

- 진보진영은 그래도 인도적 지원이 우선이라고 하죠.

김영주 = 북한 인권 얘기한다면서 지원을 꺼리면 모순이지요. 북한 인권을 생각한다면 대북 지원을 해야죠.

최장현 = 아예 지원을 안 해주면 주민들을 수탈할 겁니다. 장세도 올라갈 거고. 북에서 대한민국이라고 포장에 찍힌 쌀을 봤어요. 지원한 것이 다 배급은 안되더라도 시장에 쌀값이 떨어지는 것만 해도 어디에요.

김영주 = 그것도 얼마나 큰 도움입니까. 인권을 말하기 전에 우선적인 게 뭐냐를 알아야 해요. 옆집 사이에 먹을 것도 주면서 똑바로 하라고 해야지 아무것도 주지 않으면서 비판만 하면 더 엇나가죠. 남한이 통일을 이루겠다 하면 직선만 있는 게 아니에요. 좌회전, 우회전, 후퇴 등등…. 그래야 넘어오는 거죠. 어렵게 생각할 것 없지요. 같은 한반도라도 왜 절반은 굶어야 하나요.

- 진보가 더 적극 나서야 한다고 보나요.

동명숙 = 솔직히 북한 정권이 나쁜 건 다들 아는데 ‘나쁜 놈’이라고 백날 얘기한다고 듣겠습니까. 그건 똑 부러진 대응법이 아니라고 봐요. 북한이 반성하고 바른 길로 들어서게끔 개선책을 얘기해야죠. 진보는 북한과 화해의 악수를 해야 한다고 그동안 너무 소극적이었어요. 진보가 나서서 주민의 삶이 실제로 개선되도록 하라고 진정성을 가지고 요구한다면 그걸 북한 정권이 내정간섭이라고 ‘딴지’만 걸기는 어려울 겁니다. 

■ 2030 탈북자 4인

박요셉씨(31)는 함경북도 출신으로 2004년 혼자 들어왔으며, 현재 수의학을 공부하고 있다. 최장현씨(28)는 평양에서 함북 청진으로 쫓겨난 가족과 함께 2007년 탈북해 이듬해 남한에 들어왔다. 아버지는 공장 지배인 출신이다. 함북 청진 출신인 동명숙씨(35)는 고난의 행군(1994~1998년) 시기에 탈북해 2002년 입국했다. 지난달 1일 서울공항의 에어쇼 전날 느닷없이 청와대 경호처가 탈북자란 이유로 참석을 불허해 논란을 빚은 당사자다. 당 간부 아버지를 뒀던 김영주씨(34·가명)는 굶주림을 견디지 못하고 2006년 가족과 함께 남한에 들어왔다. 참석자 2명은 본인들의 요청에 따라 얼굴 사진을 가렸다. 그중 1명은 가명을 사용했다.

■ 특별취재팀 전병역·손제민(정치부), 송윤경(사회부), 심혜리(국제부) 기자

2012년 7월 2일 월요일

친일파 후손 현병철 인권위원장, 그가 연임돼선 안될 진짜 이유


이글은 미디어스 2012-07-02일자 기사 '친일파 후손 현병철 인권위원장, 그가 연임돼선 안될 진짜 이유'를 퍼왔습니다.
[인터뷰]현병철 체제 인권위 뛰쳐나온 인권정책연구소 김형완 소장

현병철 체제의 국가인권위에서 쫓겨난 건 아니다.  ‘양심’상 버티지 못해 뛰쳐나왔을 뿐이다. 그의 이름은 김형완. 그는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정책과장이었으며 지금은 인권정책연구소 소장이다. 4개월만 더 채우면 20년 근속으로 공무원연금 대상자가 돼 노후 걱정 없이 지낼 수 있었던 2010년 9월, 그는 모든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표를 던졌다.

 ▲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의 연임 소식. 2010년 9월 현 위원장 체제에서 자진 퇴사한 인권정책연구소 김형완 소장을 찾아갔다. 6월 29일 오전 인터뷰가 진행됐다ⓒ미디어스

이명박 정부 아래 대통령직속기구화 시도 등 국가인권위 독립성은 크게 훼손돼 왔다. 특히, 국가인권위법에 “위원장은 위원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명시돼 있었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인권위원도 아닌 현병철 씨를 위원장으로 임명해 ‘무자격자’ 논란이 뜨거웠다. 그 후, 국가인권위는 후퇴했다. 

김형완 소장은 “보좌하면 잘 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희망을 가졌다고 한다. 그 이유는 “평생 나는 신문, 뉴스도 안 보고 산 사람이다”, “청와대로부터 내정받고 KBS 9시뉴스를 보기 시작했고 구독도 신청했다”며 “개인교사나 다름없이 가르쳐달라”는 서슴없는 말이 그의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이다. ‘이 엄청난 이야기를 서슴없이 이야기하니 괜찮은 분일 수도 있다’는 일말의 기대감이 있었다는 얘기다. 국가인권위원장으로서 제 1덕목을 “인권에 대한 전문성이 없더라도 권력에 쓴 소리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꼽는 그이기 때문에 가능한 희망이었다.
하지만 그의 예측은 안타깝게도 빗나갔다. 김형완 소장은 “새빨간 위장전술이었던 것”이라고 비판한다. ‘정치적으로 민감하고 사회적으로 혼란스런 사안에 대해서는 입장 표명을 하지 말라’고 지시하는 현병철 위원장이 그 기대를 무너뜨렸다.
김형완 소장은 현병철 위원장의 ‘공’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충실해 국민의 기본권을 외면하고 눈감아 정권으로 하여금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도록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가인권위는 개라고 생각한다”며 국가인권위에 대한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한마디로 국가인권위는 개라고 생각한다. 도둑이 집에 들어왔을 때 짖지 않으면 개로서의 정체성을 상실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인이 잡아먹거나 버리거나 팔아치운다. 국민이 도둑을 지키라고 국가인권위라는 개를 집안에 들여오고 집도 지워주고 1년에 220억 원이라는 돈을 쏟아 붓는다. 그런데 이 개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국민들이 잡아먹거나 아니면 버리거나 내다 팔 것이다. 국가인권위는 이런 사태의 엄중성을 알아야 한다”
김형완 소장은 국가인권위를 사직 한 후, 지난해 4월 국내 첫 민간 인권전담 전문기구인 ‘인권정책연구소’를 개소했다.
현병철 위원장의 연임소식과 함께 는 29일 영등포구에 위치한 인권정책연구소를 찾았다. 김 소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 후, 국가인권위에 있을 당시 날로 후퇴하고 있으나 국가인권정책과장으로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해 직무유기하는 것 같아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지금은 덜 받는 편”이라며 본 기자를 맞아줬다.
아래는 김형완 인권정책연구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국가인권위를 떠나고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나?

▲ 김형완 소장ⓒ미디어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고 국내 인권이 후퇴하는 모습을 보면서 국가인권위에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다. 직무유기였다고 생각하는데 그에 비하면 지금은 스트레스는 덜 받는 편이다…인권정책연구소가 지난해 4월에 만들어진 이후 인권교육교재 개발에 집중해왔다. 인권 관련 저작물이나 번역서가 있기는 하지만 한국 사회가 제기하는 인권적 쟁점이 예각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한계가 있어서 인권과 관련해 강조 또는 이해되어야할 점들이 무엇인지 담았다. 예컨대, 법치주의라고 하면 국가권력이 법을 통해서 국민들을 통치하는 것으로 왜곡돼 왔는데 사실 원 개념은 법을 통해 공권력의 자의적인 오남용을 막고자 하는 데에서 비롯된 것이 법치주의이다. 이런 오해와 왜곡들이 횡행해 바로 잡고자 한다. 학생인권조례와 집회시위의 자유를 이야기하면 상대측에서는 교사의 인권과 경찰의 인권을 들고 나오는데 ‘인권’에 대한 심각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인권은 기본적으로 권력관계를 전제로 성립된다. 학생인권이 신장되고 시민들의 집회시위자유가 신장되면 교사와 경찰관의 ‘직권’이 침해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그들의 ‘인권’이 아니다. 그들이 인권을 주장하려면 주장 대상은 학생과 시위대가 아닌 그들과 권력관계에 있는 이들이 돼야 한다. 사장이 노동자들을 향해 인권을 보장하라는 주장이 어딨나”
MBC 사태에도 적용이 될까? J씨와 관련해 노동자들의 폭로를 사측에서는 프라이버시 침해라고 이야기한다면?
“MBC 사태는 공영방송의 핵심가치인 공정보도의 문제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간다. 국민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노조가 파업을 하는 것이고 사장에 책임을 묻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마치 MBC 내부 이해관계자들이 쌈박질하는 것처럼 이야기를 하는데 ‘공정방송’에 관한 것임을 의도적으로 가리기 위한 주장이다. 사장이 프라이버시침해라고 주장할 수는 있다. 그런데 이렇게 봐야 한다. 국민의 알권리와 공직자의 사생활 침해 문제는 항상 대립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것을 우선할 것이냐. 일정 권한을 부여받고 공적 지위를 가진 사람은 그 지위가 높으면 높을수록 프라이버시보다는 국민 봉사와 복무의 가치가 우선하기 때문에 국민의 알권리가 우선이다. 그래서 청문회 과정에서 고위공직자들의 위장전입, 병역, 성적표 등 다 뒤지는 게 아니냐. 프라이버시를 보호받고자 한다면 공직을 하지 않으면 된다“
현병철 연임 소식 때문에 온 것인데 사설이 길었다
“황당하고 착잡했다. 황당할 것으로 치면 이 분은 인권위원장 직으로 연임은커녕 임명된 것 자체가 개인적으로도 불행일 것이다. 노년에 불명예를 안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고, 국가와 사회적으로도 불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인권위원장 직으로도 부적절하다?
“일제 시절 참의원을 했던 현준호라는 대표적인 친일파가 있었다. 그의 자손이 현병철 위원장이다. 친일세력의 자손이라면 선대의 과오에 대해서 국가와 사회공동체 앞에 자숙하는 모습이 온당한 처신이다. 그런데 그것을 넘어서서 중요한 공직으로 진출한다는 것은 부적절하고 그런 사람을 임용한 인사는 부당하다…두 번째는 불법성이다. 국가인권위법에 보면 ‘위원장은 위원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당시 현병철 위원장은 인권위원이 아니었기 때문에 위원장 자격이 없었던 ‘무자격자’였던 것이다. 참여정부 시절 전효숙 씨가 헌법재판소장으로 내정됐다가 낙마하는 사건이 있었다. 헌법 제111조 제4항 ‘헌법재판소장은 현직 헌법재판관 중에서 임명한다’는 규정에 어긋난다는 게 새누리당의 주장이었다. 애시 당초 이명박 대통령이 불법적인 인사를 한 것이다. 청와대가 연임을 결정한 이유도 터무니없다”
“중립적이고 균형된 시각을 가졌다”, “북한인권문제를 공론화하는데 기여했다”라는 등의 이유로 연임이 결정됐다
“첫째,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 품격을 높이기는커녕 실추시킨 장본인이 현병철 위원장이다. 언론의 자유는 급격히 하락했다. 프랑크 라 뤼 유엔 특별보고관이 한국에 파견됐고 그는 한국의 표현의 자유가 심각히 위축되고 있다고 보고했다. 또, 전세계 국가위원회협의회인 ICC 의장국으로 내정된 기회를 스스로 포기했다. 둘째, 균형적인 인권 정책을 추진했다는데 그 전제는 그 이전까지는 국가인권위가 편향됐다는 얘기다. 편향됐었다면 국제인권사회에서 모범적으로 평가됐을지 되묻고 싶다. 그런 평가로 ICC 의장국으로 추대됐던 것이다. 이는 달리 보면, 청와대가 이야기하는 균형이라는 것은 대통령 코드에 충실하고 권력의 눈치를 보는 인권위로 전락했다는 반어적 표현이다. 셋째, 현병철 위원장이 추진한 북한인권도 실효성이 없는 전시성 사업이었다는 점이다. 현병철 위원장은 직접 독려활동을 하면서 탈북자들로 하여금 인권침해사례를 진정 받았다. 600여건 정도로 알고 있는데, 전부 조사중지 결정을 하거나 아니면 각하시켜야할 처지에 봉착했다. 애당초 주변에서는 북한인권침해 관련해서 진정을 ‘할 수 없다’고 만류했었다. 인권을 정치적 퍼포먼스로 오용한 것이다. 인권의 문제를 정치적 수단이나 도구로 사용한 파렴치한 짓을 한 것이다. 차라리 그 시간에 탈북자들이 남한 정착을 위한 차별금지라거나 실질적은 인권 보장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었는데…. 탈북자들의 신원조회 과정도 불투명하다. 탈북자들은 신분 자체가 불안정한 사람이다. 주소가 노출됐을 때 당할 수 있는 불이익들이 있다. 아주 엄격히 보안을 지켜줬어야 할 부분인데 현병철 위원장은 그들의 주소를 어떤 경로를 통해 입수됐는지 공식적으로 확인이 안 된다”
그렇다면 김형완 소장이 생각하는 북한 인권이 궁금해진다
“북한인권이 심각하다는 점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대한민국에 아무도 없다. 문제는 이를 풀기 위한 방법론의 차이다. 나는 방법론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첫 번째 고려사항은 실효성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북한 주민의 인권을 향상시킬 수 있나. 탈북자들의 인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따라 우선순위가 매겨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소위 북한붕괴를 내세우는 주장들은 필연적으로 북한체제를 긴장하게 만들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본다. 외부의 위협요인은 북한체제에서 이데올로기적 동원으로 정권이 마음대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인권향상에는 반드시 물질적 토대가 구축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인 이익을 가져다줄 때 인권의 실효성도 고양된다. 북한 주민들이 하루 3끼를 먹지 못해 굶어 죽고 있는데 ‘3대세습반대’, ‘공개처형반대’, ‘정치범 수용소 폐쇄’ 주장이 이들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나. 그런 점에서 개성공단 사업은 북한 주민의 접촉면을 확장하고 그들의 물질적 토대를 구축하도록 작용된다는 점에서 북한인권 개선에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북한인권을 이야기함에 있어서 그 전제는 인권 실현 주체가 타인이 아닌 북한 주민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스스로 들고 일어설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을 마련하는 정도에서 그쳐야지 그 역할까지 치고 들어가는 것은 안된다.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북한 주민들이 물질적 풍요를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풍요로운 만큼 욕구 수준이 급상승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병철 위원장 3년간의 평가는 어떠한가?

 ▲ 김형완 소장ⓒ미디어스
“현병철 위원장은 시작과 함께 ‘정치적으로 민감하고 사회적으로 혼란스런 사안에 대해서는 입장 표명을 하지 말라’고 지시했었다. 정치적 논란과 사회적 파장이 예상된다고 해서 안한다면 인권위가 개점휴업하겠다는 것과 다름아니다. 현 위원장은 기본적인 합의제 기관에서 ‘독재라도 할 수 없다’는 말로 회의를 폐회시키고, 코드인사, 설립 역사상 최대 징계를 남발하거나 인권위를 행정기관의 하나로 본다는 등의 독립성을 스스로 부인한 인물이다. 또, 국제인권사회에서도 폐지해야한다고 하는 국가보안법도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깜둥이 발언도 논란이 됐다. 그런데 사실은 ‘평생 나는 신문, 뉴스도 안보고 산 사람이다’, ‘청와대로부터 내정받고 부랴부랴 그때부터 KBS 9시뉴스를 보기 시작했고 동아일보 구독신청을 했다’고 이야기했었다. 처음에는 ‘개인교사나 다름없이 가르쳐달라’고 했다. 이런 엄청난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이야기하기에 괜찮은 분일 수 있다고 생각해 ‘보좌만 하면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새빨간 위장전술이었다”
현병철 위원장의 공은 없다는 얘기인가?
“공 있다. 임명권자인 이명박 대통령에게 충실해 국민의 인권에 대해 눈감아 정권으로 하여금 안심하고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도록 한 것이 그렇다. 국민의 편에 선 것이 아니라 권력의 편에 섰다. 그럼으로 국민들로 하여금 인권위 신뢰를 실추시키게 했다. 나는 한마디로 국가인권위는 개라고 생각한다. 도둑이 들어왔을 때 짓지 않으면 개로서의 정체성을 상실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인이 잡아먹거나 버리거나 팔아치운다. 국민이 도둑 지키라고 국가인권위라는 개를 집안에 들여와 개집도 짓고, 1년 220억을 쓰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이 개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국민들이 잡아먹거나 버리거나 내다 팔 것이다. 이런 사태의 엄중성을 관계자들이 알았으면 한다”
국가인권위의 후퇴, 현병철 위원장만의 문제일까?

“오늘날의 국가인권위 문제에 있어 현병철 위원장과 이명박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지만 본질적으로 인권 시민사회 역량의 부족도 이 사태를 초래하게 했다고 본다. 인권 시민적 토대 허약성이 건강한 발전을 담보하지 못한 꼴이 됐다”
“깜둥이”, “독재라도 어쩔 수 없다”, “아직도 여성차별이 존재하냐”는 등의 발언이 문제가 되기도 했는데 국가인권위원장으로서의 제 1덕목은 뭐라고 보나.
“‘에이즈 때문에 공중목욕탕 가기 꺼려진다’는 말도 했다. 본인은 우스갯소리라고 하지만 인권위원장으로서는 부적절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국가인권위원장으로서 제1덕목은 국가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견제할 수 있는 결연한 의지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인권에 대한 전문성이 없더라도 권력에 쓴소리하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나머지 전문적 영역은 집단지성으로 커버가 가능하다. 하지만 아무리 전문성이 있고 유능하더라도 권력에 눈치 보는 사람은 국가인권위원장으로서 부적절하다. 이것은 장관이나 타 공공기관의 장과 다른 점이다”
- 국가인권위를 그만둘 때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 같다. 몇 개월만 더 채우면 20년 근속으로 공무원연금 대상자가 될 수 있었다고도 알고 있는데….
“정직하게 이야기하면 쥐 죽은 듯 눈감고 그냥 버티자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4달만 버티면 제가 죽을 때까지 혹여는 제가 죽더라도 한 달에 170~180만원을 가족들이 받도록 돼 있었다. 계산도 해봤다. 그야말로 눈 감으면 안정된 노년을 보장받을 수 있었는데…. 양심이나 염치가 견딜 수 없었다. 인권위 내부에 남아 싸워야했다는 비판도 인정하고 스스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잘렸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인권위에 있다면 그에 걸맞은 밥값은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그만두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을 했다. 다만, 나와서는 그런 문제의식을 담고 인권위 10년사를 자료집을 내려고 생각하고 있다”
김형완 소장이 생각하는 ‘인권’이란?
“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장은 ‘인권에는 좌도 우도 없다’고 이야기를 했다. 이영희 선생님은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고 했다 그 말을 응용해서 저의 표현대로 바꾼다면 새는 온 몸으로 나는 것이라고 본다. 그 온 몸에는 날개도 있지만 똥이나 세균, 바이러스도 있다. 불필요한 지방도 있고 잉여도 있다. 마찬가지로 인권에는 이 모든 것이 통합돼 있는 것이라고 본다. 이른바 진영간의 비무장지대라고 이야기를 한다. 합의의 영토인 것이다. 극단적인 의견이 충돌할 때 이런 것들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합의의 영토는 인권이다. 인권 앞에서는 누구나 승복하지 않던가. 이 인권이라는 영토는 수준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주장도 나올 수 있는데 그것도 관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다만, 이것을 미래지향적으로 써먹을 줄 알아야 한다”

권순택 기자  |  nanan@media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