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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22일 수요일

대선주자들이여, 평시 강제징집제 폐지를 말하라


이글은 프레시안 2012-08-22일자 기사 '대선주자들이여, 평시 강제징집제 폐지를 말하라'를 퍼왔습니다.
[박동천 칼럼]김두관 '모병제' 제안이 반가운 이유

대통령직을 수행해서 나라에 봉사해 보겠다고 나선 사람들 사이에 왜 병역제도 개혁안이 안 나오나 궁금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드디어 김두관이 "모병제"를제안하고 나섰다고 한다. 반가운 일이다. 이 주제가 공론장에서 활발하게 뜨겁게 토론되기 바란다.

내가 생각할 때 평시 강제징집제 폐지는 한국에서 여섯 가지 점에서 크게 유익한 일이다. 가시적인 효과에서부터 심층적인 효과의 순서로 나열해 본다.

1. 불필요한 상비군 병력을 감축하여, 남아도는 "졸병"들의 노동력에 의존하던 군대 조직이 기능 중심으로 효율화되지 않을 수 없다.2. 병무 비리를 불러오는 가장 주요한 원인이 원천적으로 제거된다.3. "신의 아들"과 "어둠의 자식들"을 구분하는 사회적 위화감이 줄어든다.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의 병역 기피 때문에 발생하는 소모적인 논쟁도 줄어든다.4. 인생을 설계하고 자신을 계발해야 할 형성기의 청년들에게 시간을 주체적으로 창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준다. 청년 노동력의 사회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5. 스스로 선택하고 스스로 책임을 지는 방향으로 청년들에게 (아울러 청년기 이전의 사회화 과정에서도) 동기를 부여함으로써, 의존 심리에서 탈피할 수 있는 자존심을 배양한다.6. 한국 사회를 전반적으로 몹시 무겁게 압박하고 있는 병영문화를 장차 일소하는 일대 계기가 된다.징병제를 폐지한다고 할 때 유일한 우려는 국방력이 약화되지나 않을까 하는 것인데, 이는 조금만 살펴봐도 부질없는 기우임이 드러난다. 우려가 나올 수 있는 방향은 세 가지가 있고, 이 세 각도 모두에서 우려가 정당화될 이유는 전혀 없다.

1. 현대전에서 상비군 사병의 수와 국방력 사이의 상관관계는 별로 없다. 장비와 조직의 효율성, 그리고 지휘관들의 판단능력이 훨씬 더 중요하다.2. 이 개혁안의 취지는 평시에 강제징집을 하지 않는다는 뜻일 뿐이다. 전쟁이 실지로 발발하거나, 전쟁의 위험이 급박한 상태에서는 징집을 실시해서 필요한 병력을 충원할 수 있다.3. 흔히 하는 말로 "안보 의식 해이"를 걱정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는데, 위험을 장기간 과장해서 (늑대와 소년의 우화처럼) 군대 및 정부 전체에 대한 불신을 키우기보다는, 정직과 효율성으로 국가의 신뢰도를 높여야 안보 의식이 강화된다.

ⓒ뉴시스

이처럼 이치로 따졌을 때, 지금과 같은 형태의 강제징집은 불필요한 것이 분명하다. 이미 이러한 이치를 깨닫고 있는 사람 수도 이 나라 인민 가운데 적지 않게 분포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당장 시행하겠다고 하면 겁부터 집어먹는 사람들이 아주 많을 것이다. 한국 전쟁 이후 60년 동안의 안보 프레임 및 위기 프레임에 젖어 있기 때문이다. 이 프레임은 한국의 시민층 대다수 정치의식의 맨 밑바탕에 완강하게 도사리고 있고, 이것을 건드렸다가는 쉽사리 "빨갱이"라는 낙인을 받기 때문에, 노무현도 기껏 복무기간 단축 정도밖에 손을 대지 못했을 정도이다.

이 주제와 관련해서 한국 사회에 고착되어 있는 공포는 두 가지를 분별할 수 있다. 하나는 징병제를 폐지하면 바로 북한의 공격에 남한이 노출되리라는 공포이고, 다른 하나는 그렇게까지는 되지 않으리라고 생각하면서도 어버이연합이나 보수 언론 그리고 군부가 "안보위기"를 요란하게 선전하면서 폭력적으로 반발할 때 벌어질 내부 투쟁을 염려하는 공포이다. 병력충원제도를 개혁하려는 사람이 중시해야 할 공포는 후자이다. 이 후자에 해당하는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자원병제로의 전환이 오히려 안보를 강화하게 된다는 점을 분명하게 설득할 수 있어야 하고, 아울러 극우 보수세력의 반발을 충분히 누를 수 있는 다수 동맹이 가능하다는 믿음을 심어 줘야 한다. 그래야 시민 가운데 충분한 다수가 이 방향의 개혁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두 가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나는 이 의제를 징병제 대 모병제(즉 자원병제)라고 하는 양자택일로 설정하지 말아야 한다. 김두관이 언급한 프랑스나 독일에서 지금 시행하고 있는 제도는 단순히 자원병제이기만 한 것이 아니다. 전쟁이 발발하거나, 또는 전쟁의 위험이 절박하게 다가올 때에는, 강제징집을 시행한다는 조건이 거기에는 붙어 있다. 그러고 나서, 평시에는 군병력을 직업군인과 자원병으로 충원한다는 얘기인 것이다. 아울러, 직업군인과 자원병의 경우에도 육박전이나 유격전의 능력을 기본 전제로 삼는 것이 아니라, 기능 중심으로 인력을 충원하고 훈련하고 활용한다고 하는 중대한 발상의 전환이 또한 수반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현재 장애인과 여성이라는 이유로 군사 인력에서 제외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직업군인 또는 자원병으로 자신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회가 확장된다는 의미가 강조되어야 한다.

나아가, 이런 종류의 개혁은 2013년에 새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여러 가지 관련 법령을 개정해야 하고, 국회의 토론을 거쳐야 하며, 여론에 대해서도 홍보와 설득이 이뤄져야 한다. 아무리 서둘러도 최소한 10년은 걸릴 수밖에 없는 매우 커다란 개혁 사업인 것이다. 그러므로 예컨대 10년 후에는 평시 강제징집을 완전히 중단하기로 하고, 그 사이에 어떤 식으로 점진적인 준비 단계를 거쳐 갈 것인지 상세한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극우보수 세력이야말로 징병제=안보 대 모병제=위기라는 이항대립 프레임으로 시민들을 협박하려 나설 것이 뻔하므로, 개혁을 원하는 사람들은 바로 이와 같은 무지막지한 프레임 자체를 의제설정 단계에서부터 깨부술 수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는, 이 나라에서 "진보", "민주주의", "개혁", "복지국가", "삶의 질", "경제민주화", "노동의 정당한 가치", "소수자의 인권", "성차별 철폐" 등을 추구하는 모든 세력이 이 문제에서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얼핏 보면 이 주제가 자기들이 각자 추구하는 목표와 상관이 없어 보일 수 있지만, 실지로 안보-위기-공포 프레임은 한국 사회를 지난 60년 동안 지배해온 보수 이데올로기의 핵심적 요소이다. 이를 정면으로 공략하는 과제는 한국 사회를 지배해 온 권력관계를 발본적으로 해체하는 결정적인 계기 가운데 하나에 해당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시기상조" 따위 싸구려 상투어로 이 문제를 회피하려는 태도를 경계해야 한다. 자칭 "진보", "개혁", "복지", "경제민주주의", "인권"을 옹호한다는 사람들이 "시기상조"라는 편리한 구실에 의존해서 이 주제에 관해 명확한 입장표명을 회피하게 된다면, 바로 그것이 보수파에게 협조하는 물타기가 되고 만다. 개인별로는 사안의 본질을 꿰뚫지 못해 확신이 없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럴 때에는 그냥 침묵하든지, 아니면 입을 열어도 "잘 모르겠다"에 그쳐야지, "시기상조" 따위를 입에 담으면 위선과 가식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야 한다. 10년 동안 준비해서 2023년 정도에 가서 평시 강제징집을 중단한다는 것이 "시기상조"라면, 도대체 언제 하자는 얘기냐고 거세게 따져 물어줘야 한다.

김두관의 입장에서 지금 이 주제를 꺼낸 데에는 선거공학적인 측면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 경선 레이스에서 뒤지고 있는 측에서 이 얘기를 꺼내기를 나는 학수고대 하고 있었다. 그동안 아무도 그 얘기를 안 꺼내기에, 사실은 이 칼럼을 통해 병역제도의 발본적 개혁을 제안하려고 준비 중이었다.

문재인, 손학규, 정세균 측에서도 진실로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면, 대통령이 되어 진실로 한국 사회의 도덕적 체질을 개선하고자 원한다면, 이 의제를 자신의 정책으로 수용하기 바란다. 훌륭한 정책 구상에는 저작권이 없다. 박근혜가 "복지국가", "경제민주주의", "내가 꿈꾸는 나라" 등을 베껴간 것은 분명히 일종의 표절이지만, 훔쳐간 정책이라도 제대로 이해해서 시행하기만 한다면 안 하는 것보다 나은 것이다.

아울러 안철수 역시 출마선언에 앞서 이 의제를 깊숙이 연구하기를 바란다. 주변에 정치공학자 참모가 있다면 "너무 앞서 간다"는 식으로 말릴 가능성이 높지만, 스스로 대한민국에 필요한 대통령이 되기를 원한다면, 대한민국에서 남성으로 태어난 사람의 거의 모두를 병영이라는 이름의 감옥식 군사문화와 지배복종 관계에 강제로 끼워 맞추는 제도를 고치는 계기에 동참하기를 바란다.

다시 말하지만 내 주장은 징병제를 당장 폐지하자는 것이 아니다. 전시 징집제는 그대로 두고 평시에는 직업군인과 자원병으로 운영한다는 얘기이고, 그것도 당장이 아니라 최소한 10년의 준비를 거친다는 얘기이며, 애당초 군인의 모델을 조자룡이나 람보에서 찾는 무협지 수준의 사고에서 탈피하자는 얘기이다. 김두관에 이어, 문재인, 손학규, 정세균, 그리고 그들을 이어 안철수까지 이 담론에 동참한다면, 박근혜는 이 훌륭한 개혁안을 베낄 수도 없고 안 베낄 수도 없는 처지로 몰리게 될 것이다.

 /박동천 전북대 교수

2012년 8월 1일 수요일

'YTN 해직사태' 해법 찾기 위한 특별위원회 제안돼


이글은 미디어스 2012-08-01일자 기사 ''YTN 해직사태' 해법 찾기 위한 특별위원회 제안돼'를 퍼왔습니다.
노조, 노사 동수 특위 구성해 합의안 도출 제안…구본홍 "노사대화로 풀어야"

▲ 2008년 10월6일 YTN으로부터 해직 통보를 받은 노조원들(왼쪽부터 조승호, 우장균, 현덕수, 노종면, 권석재, 정유신) ⓒYTN노조

YTN 대량 해직 사태와 관련해 당초 YTN노사는 2009년 4월 1일 "해고자 문제는 법원 결정에 따른다"고 합의했으나, 합의의 당사자였던 구본홍 YTN 사장이 같은 해 8월 갑작스럽게 자진 사퇴하고 뒤이어 사장이 된 배석규 현 사장이 "법원 결정이란 대법원 판결을 의미한다"며 합의를 번복함에 따라 노종면 전 위원장 등 6명은 4년 가까이 해직 상태다.
1일 YTN노조는 "장기 해직사태 해소를 위한 마지막 제안"이라며 YTN 사측에 '해직사태 해소를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을 제안하고 나섰다.
△노사가 각각 10인의 위원 후보 명단을 상호 통보한 뒤 논의를 거쳐 각 5인을 위원으로 최종 선정하고 △노사위원들은 공식 출범 후 30일 이내에 해직사태 해소방안 합의안을 도출하며 △합의안 도출시 사원총투표에 부쳐 그 결과를 조건없이 즉각 이행할 것 △합의안 도출되지 않을 경우 노사 위원들이 각각의 안을 동시에 사원투표에 부쳐서, 다수 찬성을 얻은 합의안을 조건없이 즉각 이행할 것 등이 제안의 주요 골자다.
YTN노조는 특위 구성을 제안한 이유에 대해 "해직문제와 관련해 지속돼 온 불필요한 오해나 진통, 소모전을 줄이고 생산적이고 책임있게 해법을 찾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며 "내부 노력을 통한 해법 모색에 대한 마지막 제안"이라고 밝혔다.
이어 노조는 "위원회가 구성될 경우 논의 방향과 합의 내용, 투표 결과 등을 예상할 수 없어 부담도 매우 크지만, 갈등이 지속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감수하겠다"며 사측을 향해 6일 오전까지 특위 구성에 대한 입장을 밝혀줄 것을 촉구했다.
YTN노조는 "일각에서는 이번 제안이 기존 파업 투쟁과 사장퇴진 투쟁의 종료를 의미하는 것이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집행부는 해직 사태 이후 일관되게 노조가 견지해 온 대로 해직문제는 어떠한 사안과도 연계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며 "사측이 노조의 제안에 정치적 의미를 부여해, 사장 퇴진투쟁 등을 이유로 제안을 거부하지 않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제안에 대해 한정호 YTN 홍보팀장은 1일 오후 "제안의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뒤 (수용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008년 노종면 당시 위원장 등 6명을 동시에 해고한 당사자인 구본홍 전 YTN 사장은 지난달 30일 (기자협회보)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해직자가 낸 징계무효소송의 1심 결과를 수용해 YTN 해직사태를 해결하려 했다"며 노사 대화와 화합을 통해 복직문제가 풀리기를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곽상아 기자  |  nell@mediaus.co.kr

2012년 7월 26일 목요일

재벌을 위한 공공부문 민영화, 브레이크를 걸자


이글은 프레시안 2012-07-26일자 기사 '재벌을 위한 공공부문 민영화, 브레이크를 걸자'를 퍼왓습니다.
[누구를 위한 민영화인가·下] 공공서비스 기본법 제정을 제안한다

임기 말을 맞은 이명박 정부가 논란이 되어온 공공부문 민영화를 끝까지 밀어붙이고 있다. 의료민영화 정책에 이어, 정부는 '경쟁도입'이라는 명분으로 KTX(철도)·가스·공항·면세점, 안전성평가와 KS인증등 민영화 정책 목록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이에 반대하는 여론도 커지고 있다. 공공운수노조는 최근 추진 중인 공공부문 민영화의 성격을 살펴보고 노조와사회운동이 제시하는 대안을 소개한다.  

정부는 왜 민영화를 추진하는가?

최근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있다. "도대체 왜 민영화를 한다고 합니까? 민간이 하면 효율적이거나 무슨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것 아닐까요?"

공공적인 투자가 필요한 이유는 초기 투자비가 크고, 장기투자가 필요하며, 단시간에 이윤을 남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가자본, 즉 국민의 혈세를 투여할 수밖에 없는 것이 공공부문이다. 철도, 항공, 항만, 도로, 가스, 전력 등 국가기간산업-산업발전을 위해 급속히 국가자본에 의해 구축되어야만 했던 인프라-에 지난 수십 년 동안 막대한 국민 혈세가 투입되었다.

삼성이 제 아무리 큰 기업이라 해도, 한전과 철도 등의 자산을 한꺼번에 매입할 수 없고, 운영할 능력도 없다. 잘나간다 하는 재벌기업 혹은 초국적 자본이라도 공항 일부를 매입하거나 공항의 운영권을 탐낼 수는 있어도 공항 인프라 전반을 소유할 수 없고, 필요도 없다. 한전의 송·변전망, 철도의 하류부문인 레일, 가스의 인수기지와 주배관망 등은 그 자체로는 이윤을 남기지 않는다.

그런데 장기간의 투자와 운영 과정에서 비로소 이윤이 창출될 '공간'이 열렸다. 철도의 KTX 수서-평택 혹은 경부선 라인, 가스의 신규 도입·도매 부문, 전력의 복합화력에서 이제는 석탄화력까지, 그리고 인천과 제주공항.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민영화는 장기간의 투자로 이제 비로소 재정적 안정에 도달한 영역 중 "딱 돈이 되는" 일부 영역을 경쟁도입이라는 이름으로 민영화 즉 사유화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왜 민영화를 하냐는 물음에 대한 답은 분명하다. 비로소 돈이 되니까 민간자본이 탐을 내는 것이고, 그러한 민간자본의 요구에 부응해 온 것이 역대 정부와 현 MB 정부의 민영화·사유화 정책이다.

 
ⓒ철도노조

사유화 정책, 도덕적·합법적·사회적 시비를 가려야 할 때이다

1998년 IMF 이후 정부가 성공시킨 공기업 민영화의 결과는 무엇인가? 정부가 항상 민영화 성공사례로 내세우는 한국중공업, 한국통신, 포항제철의 민영화를 보자. 한국중공업은 3조4000억 원에 이르는 기업을 8000억 원대에 경영권 매각 방식으로 두산중공업에 넘겼다. 매각 과정에서 단행한 수많은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했다. 헐값-특혜-폭력적 민영화의 전형이다.

한국통신 민영화는 국민주 방식이었다. 민영화와 경쟁의 결과로 인해 날로 치솟는 통신요금은 별론으로 하자. 현재 KT는 투기적 금융자본의 주요 서식지가 되어 배당성향이 90%가 넘는 기업이 되었다. 배당성향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재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KT를 비롯한 세 통신사들의 재투자 기피, 높은 배당성향과 현재의 이익률은 향후 통신산업의 블랙다운을 가져올 것이다.

포스코 역시 외국인 지분률이 50%가 넘는 초국적 자본이 되었다. 노조말살 정책으로 무노조 회사이자, 이산화탄소 배출 10위권안의 기업이다. 단일 기업으로 전기사용 1위 -낮은 산업용 전기요금으로 인해 엄청난 특혜를 받는-다. 그야말로 공해산업인데, 국가의 규제는 전무하고 특혜만 받는다.

정부가 주장하는 민영화 성공 '신화'는 세 기업을 통해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투기적 금융자본의 잠식, 높은 이윤과 고배당, 재투자 기피, 공해산업, 노조 탄압 정책으로 재벌과 해외자본만 득보는 것이 민영화의 실체이다. 이 밖에도 사례는 많다. 헐값에 대한항공을 인수한 한진그룹, 석유 정제와 판매부분인 유공을 인수한 선경(현재의 SK)은 급성장했다. 하지만 이들은 항공사의 요금정책, 석유 가격에 대한 규제 등 정부의 개입에 대해 '개풀 뜯어먹는 소리'로 취급하고 있다.

국민의 돈으로 세우고 만든 회사를, 정부가 마음대로 민영화ㆍ사유화하는 것은 우선 도덕적으로 적합하지 않다. 국민의 돈으로 구축한 산업을 일부 재벌의, 초국적 자본의 소유로 누구 맘대로 넘겨줄 수 있었는지, 이제 그 시비를 가려야 한다. 일부 정치인ㆍ관료들의 무분별한 공기업 민영화는 명백한 비리이자 심각한 월권행위이다. 이제 도덕성ㆍ합법성 여부를 가리고 따져보아야만 할 때가 되었다. 민영화ㆍ사유화 정책을 추진하려거든 국민의 의사를 묻는 사회적 동의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만 한다.

민영화·사유화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차단조치가 필요하다

MB 정부 말기, 끝까지 챙길 것은 챙기자고 나선다. 그런데 한미 FTA 발효로 인해 민영화 정책은 되돌릴 수 없는 강을 건넌다. 소위 래칫, 역진방지조항으로 인해 시장화된 영역을 공공적으로 회복할 수가 없게 되었다.

그렇다면 정부의 민영화 정책에 근본적으로 제동을 걸고, 한미 FTA의 모든 개방 효과를 방지할 수 있는 법ㆍ제도적 대안이 필요하다. 물론 법과 제도의 재편은, 현재와 같은 보수적인 사회문화 속에서 설령 추진된다할지라도 한계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법ㆍ제도 개편에 대한 고민을 시작으로 민영화ㆍ사유화 정책을 막아내고 또한 공공성을 지켜낼 수 있는 다양한 제도적ㆍ사회적 방어벽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사회공공연구소와 공공운수 법률원, 그리고 민변이 모인 우리가 제안하는 공공서비스기본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철도, 도로, 전기, 가스 등 국민의 기본적 생활 수요 해결과 국민 생산 활동의 토대가 되는 사회기반시설 공공서비스(인프라 서비스)를 무분별하게 사유화 또는 사영화(민영화)하여 국민의 공공복지보다 기업의 영리와 특혜 대상으로 만들려는 것에 대응하는 것이다. 둘째, 이와 같은 공공서비스의 공공성을 법적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무분별한 사유화 또는 사영화를 규제하는 제한적 사유를 규정하고, 이를 절차적으로 통제하는 것이다. 셋째, 불가피한 사유화 또는 사영화시의 고용 보장, 재공영화 절차 추진 등 사유화 또는 사영화로 인한 폐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사회기반시설 공공서비스기본법 주요 내용

(1) 사회기반 시설 공공 서비스의 공공성과 국민의 서비스 접근권을 일차적 가치로 규정하며, 영리와 특혜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을 규정(안 제 4조 제 2항)

(2) 취약 계층의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한 이용 요금 특례를 경영상의 적자로 처리하지 않도록 함(안 제5조 제2항).

(3) 무분별한 사회기반시설 공공 서비스의 사유화와 사영화를 제한함(안 제 6조 제 2항, 제 3항)

(4) 예외적으로 사유화와 사영화를 허용하는 경우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등에 의해서는 국민의 기본적 생활 수요 해결을 위해 필요한 정도의 공급을 국민에게 제공할 수 없는 경우로 한정함(안 제 7조 1호)

(5) 사유화 또는 사영화로 인한 독점 이익 발생을 방지하도록 함(안 제 9조 제 2항)

(6) 사유화 또는 사영화 계약시 재공영화 절차와 조건을 미리 포함하도록 함(안 제 9조 제 3항)

(7) 기존 법률에 근거하여 진행 완료된 사유화 사영화에 대한 추가적 사유화 사영화 금지 조항에 대해선 재산권 침해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2년의 유예기간을 둠(부칙 1조) 공공서비스의 대상은 우선 철도, 전력, 가스, 수도, 도로, 항만 등 주요 인프라 산업으로 출발하였다. 의료, 교육 등 사회서비스 전반에 대해서는 향후 과제로 남겨둔다. 무분별한 사유화와 사영화를 제한해 미래에 대응하는 것과 더불어 기존에 사유화된 영역에 대한 재공영화 즉 재국유화를 가능하도록 하였다. 즉 사유화 및 사영화의 제한조건만이 아니라 재공공화ㆍ재공영화를 위한 절차와 조건을 명시하여 공공서비스의 공공성을 방어하고 확장ㆍ강화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전력산업의 수직통합과 공공성 강화

2001년 4월 2일 한국전력의 발전부문이 한전으로부터 1개 원자력회사와 5개 화력회사로 분할되었다. 오로지 민영화와 매각 대금을 맞추기 위해 분할한 것이 전력산업 민영화ㆍ구조개편의 실체다. 발전분할과 함께 한전의 배전ㆍ판매 부분 분할도 검토되었으나, 2004년 노사정위원회의 중단 결정으로 현재까지 보류됐다. 그러나 전력거래소가 만들어져 발전부문 -공기업과 15% 이상을 차지하는 민간기업-만이 입찰을 하는 기형적 전력거래제도가 만들어졌다. 경쟁체제하에서 발전회사들은 경영효율성 향상 수치를 맞추기 위해 원가절감, 인원감축, 정비기간 단축을 앞다투어 추진하였다. 이로 인한 발전설비의 불안정성은 잇따른 사고를 낳고 있다. 급기야 2011년 9월 15일, 한국사회 초유의 정전사태까지 불러왔다. 반면 민간기업들은 전력거래소의 거래 형태와 조건 -완전 민영화를 위해 설계한 거래시스템- 덕분에 땅 짚고 헤엄치기식으로 큰 수익을 얻는다. 한전의 누적적자가 8조원인데도, 민간발전회사들은 일반상장기업의 수준을 훨씬 상회하는 수익을 얻고 있다. 안정적인 전력공급, 전력산업의 공공성을 위해 전력거래시스템은 중단되어야 한다.

전력산업의 수직적 통합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를 위해 신규 법안인 「전력산업 통합에 관한 법률」과 함께 「전기사업법」 개정, 「사회기반시설에대한민간투자법」 개정 등 3가지 법률의 신설과 개정을 하고자 한다. 「전력산업 통합에 관한 법률」은 오로지 민영화를 위해서 그리고 급박한 발전산업의 민영화를 위해서 추진해온 「전력산업민영화촉진에관한특별법」-효력 만료된 법안- 에 대한 대응이다.「전기사업법」은 전력산업 민영화를 위한 근간이 되어온 핵심 법안이다. 특히 전기위원회, 전력거래소 등 현 제도가 공공성을 위축시키고 민간자본의 이윤추구 논리의 기반이 되어 왔다는 점에서 전면적인 개정을 해야 한다.「사회기반시설에대한민간투자법」의 경우 발전부문 및 전력산어베 전반에 대한 민간기업 허용에 대한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

시장진입 허용 방식의 가스산업 도입ㆍ도매 민영화 정책 중단

1990년대 후반 전력산업과 마찬가지로 민영화의 대상이었다. 가스산업 역시 분할 매각 정책은 중단되었지만 2004~2005년 포스코와 SK가 직접 도입을 하도록 허용함으로써 시장개방 정책으로 선회하였다. 2008년 MB 정부는 가스산업 선진화 정책을 통해 가스산업 민영화 정책을 재추진하고 있다. 도-소매의 수직계열화 즉 에너지재벌에 대한 시장진입 방식의 민영화 정책은 아직 유효하다. 최근 GS가 보령에 천연가스 인수기지를 건설하는 것을 시작으로 직도입 정책을 통한 가스산업 전반의 민간잠식의 길이 열렸다.

가스산업과 관련해서 역시 세 가지 법안이 개정되어야 한다. 우선 「도시가스사업법」의 전면 개정을 통해 직도입을 원척적으로 방지해야 한다. 천연가스의 도입ㆍ도매 직도입은 사실상 시장개입 방식의 민영화 정책이다. 철도의 수서-평택 경쟁도입과 유사하다. 직도입을 가능하게 하는 전제와 조건을 원천적으로 삭제하여 천연가스 도입ㆍ도매의 공공성을 우선 확보해야 한다. 다음으로 전력산업과 마찬가지로 「사회기반시설에대한민간투자법」 중 민간으로 개방된 가스산업 부분의 내용을 삭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외국인투자촉진법」중 소매도시가스 부분에까지, 적어도 도매부분과 마찬가지인 30% 제안 조치 신설을 추진할 것이다.

KTX 민영화 저지와 철도 산업 공공성 강화

철도산업과 관련해서도 크게 세 가지 법안의 개정이 필요하다.「철도산업발전기본법」은 2004년 12월 제정되었다. 기존의 철도청에서 철도공사와 철도시설관리공단으로 분할하는 전제가 된 법이자, 철도산업의 구조개편과 경쟁도입을 목적으로 신설된 법이다. 철도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법이 아니라 철도산업의 경쟁촉진과 사유화를 위한 법에 불과하다. 「철도산업발전기본법」 개정을 통해 철도산업에 도입된, 경쟁창출과 이윤추구 논리를 벗고 비로소 공공성 확보를 최우선으로 하는 산업으로, 제자리를 찾게 해야 한다. 다음으로 「철도사업법」개정을 통해 안전, 유지보수 등 제반 사항에서의 공공성을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이 두 법안을 통해 철도의 소유와 운영을 철도공사가 공공적으로 맡아야 하며, 오로지 민영화를 위해 분할한 철도공사와 철도시설공단의 중장기적 통합이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사회기반시설에대한민간투자법」중 철도부문의 경쟁도입 조항이 삭제되어야 한다.

공공부문에 대한 '국민의' 권리, 애정 그리고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행동

철강, 항공, 도로, 항만, 철도, 전기, 가스, 상수도는 국민의 혈세로 만들어졌다. 국민의 의사도 묻지 않고 사유화하는 것은 도덕적으로도 적합하지 않다. 물, 전기, 가스, 철도는 국민의 것!이라는 촛불의 외침은 여전히 살아있다. 민영화해야 한다는 정부의 호도에 끌려다닐 것이 아니라, 우리의 것을 지키는 마땅한 권리 행사가 필요하다. 법ㆍ제도 개편은 권리 행사의 첫 걸음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공공부문을 공공부문으로, 공공성을 담지하는 공공의 영역으로 지키기 위한 국민의 애정과 행동에 있다.

*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송유나 사회공공연구소연구위원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정책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