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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3일 일요일

우리 아파트에도 초소형 태양광발전기 하나 설치해봐?


이글은 한겨레신문 환경전문 조현기자 블로그 물바람숲 2013-01-30일자 기사 '우리 아파트에도 초소형 태양광발전기 하나 설치해봐?'를 퍼왔습니다.

가전제품처럼 베란다에 간단히 설치, 월 20㎾h 전력 생산
도시의 `에너지 농부' 되고 핵발전 의존 벗어나는 실천 방법

» 아파트에도 초소형 태양 전지판을 설치해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필자의 집에 설치한 태양광 발전기.

대사관이 많은 서울 성북동 일대에는 지붕 위에 태양 전지판을 올린 주택이 제법 많다. 부자 동네인 만큼 전기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태양광을 설치하면 누진요금을 피할 수 있다.

게다가 지식경제부는 매달 600㎾h(킬로와트시) 이상 사용하는 가구를 대상으로 '햇살가득홈' 제도를 마련했다. 이 제도에 따라 태양광 업체가 금융기관 융자를 받아서 전기 다소비 가구에 태양광을 설치해주면, 설치한 가구가 줄어든 전기요금 만큼 시설비를 상환해 나가도록 하는 것이다. 전기를 많이 쓰는 가구에서 자비를 들이지 않고 태양광을 설치할 수 있는 제도인데, 바람직한 방식인지는 모르겠다. 

일반 가정에서 설치하는 태양광은 주로 3㎾급으로 한 달에 300~400㎾h 정도를 생산한다. 한 달에 350㎾h를 사용하는 가구라면 태양광 만으로 전력을 자급할 수 있고, 매달 나오는 전기요금 6만 1250원을 아낄 수 있다.

현재 태양광 1㎾당 설치비는 300만원인데, 지난해까지는 정부와 지자체 지원금이 최대 50%였다. 태양광 패널의 보증기한이 20~25년이고, 앞으로 전기요금 상승까지 감안하면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도시에서 태양광을 설치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점이다. 먼저 자기 집이 있어야 한다. 그것도 양지바른 남향으로 지붕이나 옥상이 있어야 하고, 주변 건물에 태양이 가리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가 태양광으로 집에서 사용하는 전력을 100% 충당한다는 생각을 버린다면 초소형 태양광을 설치해 소비하는 전력의 일부를 충당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태양광을 꼭 3㎾급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법은 없지 않은가.

그래서 서울 성북구의 볕이 잘 드는 2층 전셋집에 사는 나도 드디어 태양광을 설치했다. 85W짜리 태양광 발전기 두 개를 남쪽으로 난 창 두 개에 하나씩 설치했다. 계통연계형 초소형 태양광 발전기(170W)인데, 일반 가정용 3㎾ 용량의 약 18분의 1이니 초소형이라 할 만하다.

한 달에 최대 20㎾h 정도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나처럼 전기를 적게 사용(한 달에 100㎾h 미만)하는 사람에겐 이렇게 작은 발전기가 필요하다. 전기를 더 아껴서 사용하면 사용량의 4분의 1 정도는 충당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물론 이사 갈 때도 떼어 가지고 갈 것이다. 

■ 4년치 전기요금을 한꺼번에 쓴 이유 

» 스탠포드사와 썬 파워사가 개발한 베란다 태양광

이 발전기를 구입해 설치하는 데는 50만~60만원이 든다. 4년치 전기요금이고, 경제성만 따지면 망설여지게 된다. 그러나 밀양에서 송전탑 반대운동을 하는 할머니들을 만나면서 도시에서 무엇인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서울시가 '원전 하나 줄이기' 정책을 펼치는 것을 보고 도시에 적합한 태양광모델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국내외 정보를 찾다 보니 외국에서는 베란다 태양광 제품이 판매되고 있고, 국내에서도 에너지 자립에 관심있는 분들은 이미 초소형 태양광을 설치해 사용하고 있었다. 

더욱이 우리가 내는 전기요금에는 전력생산에 들어가는 사회적, 환경적 비용은 제대로 반영되어 있지 않다. 우리나라 전력의 30%는 위험한 에너지, 원자력으로 생산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전기요금이 터무니없이 저렴한 것은 송전탑 때문에 6년째 싸우고 있는 밀양의 할머니들의 눈물과 원자력신규부지로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는 삼척과 영덕 주민들의 고통이 고려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기요금의 0.037%는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조성된다. 전기요금 3만원을 내는 가정이면 매달 1000원 정도를 이 기금으로 내는 셈이다. 이렇게 내는 돈의 일부는 원자력문화재단의 예산으로 쓰여 아이들에게 "원자력 에너지는 청정에너지이다"라고 홍보하고 교육하는데 쓰인다. 올해도 76억 5000만원이 이런 홍보를 위해 배정되었다.

한국사회가 탈핵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녹색당원이 된 나는 내가 쓰는 전력량에 비례해 그 돈이 원자력 진흥에 쓰인다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태양광을 달았다. 

정부의 ‘절약’ 정책에 동참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조금은 삐딱하게 원전과 대형발전소 공급 중심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태양광을 설치했다. 국민에게 어떤 에너지를 얼마나 쓸지 한번 물어보지도 않고, 원자력만이 대안이라는 식으로 추진해나가는 정책에 동의할 수 없다는 의사표시이다. 

■ 너무 쉬운 태양광발전기 설치 방법

이런 거창한 뜻에서 시작했지만 실제 태양광발전기의 설치 방법은 정말 간단했다. 먼저 해가 잘 드는 곳에 태양전지판을 고정시켰다. 태양전지판을 마이크로 인버터(220W)에 연결하고, 인버터에 달린 코드를 콘센트에 꽂아주면 끝이다. 전지판을 고정하는데 시간이 걸릴 뿐 나머지는 순식간에 할 수 있다. 설치하는데 2시간이면 충분하다. 

» ①태양광 패널 고정

» ② 패널 두 개 연결

» ③태양광과 인버터 연결

» ④인버터 코트 콘센트에 꽂기

태양광발전은 실리콘으로 만든 태양전지에 햇빛이 내리쬐면 직류전기가 발생하고, 이를 인버터로 교류전기로 바꿔 가정에서 사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태양광 패널, 인버터, 전선만 있으면 쉽게 설치할 수 있다.

일반가정에 설치하는 방식은 계통연계형으로 낮에는 전력을 생산해 주택에 전력을 공급하고 여분은 계통을 통해 한전으로 역송전한다. 밤에 태양광으로 전력을 생산 못할 경우 계통에서 부족한 전기를 공급받아서 사용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태양광전기를 콘센트에 꽂으면 바로 우리집 계통전력에 맞물리게 된다. 

■ 태양광발전기를 가전제품처럼 


이건 마치 집에 텔레비전을 설치하는 것과 비슷하다. 텔레비전을 사서 적당한 장소에 두고 텔레비전 코드를 콘센트에 꼽는 거나, 태양광 판넬을 고정시키고 인버터에서 나온 코드를 콘센트에 꼽는 것이나 방법은 비슷하다.

만약에 이런 소형 태양광발전기가 가전제품처럼 보급된다면, 도시에서 에너지 생산자가 많아질 것이고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원전 하나 줄이기' 정책이 잘 추진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세종문화회관이나 월드컵 공원과 같이 상징적인 건물에 태양광을 설치하는 것도 좋지만 시민들이 창가나 아파트 베란다에 초소형태양광을 설치해서 실제로 생활에서 직접 사용하는 것도 늘어났으면 좋겠다. 

그런데 그렇기 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일반 가정에서 태양광을 설치해서 사용하려면 한전의 요구에 따라 태양광 전문시설업자의 시설 설치 확인서가 필요하다.

그런데 내가 설치한 170W 용량의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하려고 전문시설업자가 나선다는 것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크게 된다. 손 기술이 있는 사람은 부품을 사다가 직접 설치하면 된다. 그리고 이 제품을 실제로 세트로 묶어서 판매하는 기업도 있다.

게다가 전기를 생산해 한전에 팔 것도 아니고, 집에서 전량 소비하는데다 전력 생산량이 작아서 계통에도 문제가 안 된다. 만약에 직류에서 교류로 전환해서 사용하는 전기의 품질을 관리해야 한다면 마이크로인버터의 기술기준을 설정하고 품질관리를 하면 될 것이다.

기술 성능 인증을 받은 인버터를 사용하면, 초소형 태양광발전기 설치를 자유롭게 허용하는 것으로 바꾸면 좋겠다. 지금까지 가정용 태양광이 3㎾가 기준이었기 때문에 마이크로인버터의 기술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렇게 설치한 소형 태양광에 대해 한전에 문의를 하면 “초소형이기 때문에 신고할 필요가 없다”에서부터 “모르겠다”, “무조건 설치확인서가 있어야 한다” 등 다양한 답변이 나온다.

정부에서 기준을 만들어서 초소형 태양광발전기가 확산될 수 있도록 해야겠다.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간다면 에너지관리공단의 신재생에너지설비 인증에 '마이크로 인버터' 항목을 넣어 우수한 제품을 구매할 경우, 일정 수준의 지원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현행 가정용 3㎾급 태양광발전기 설치에도 그린홈 100만호 추진사업으로 40%에 달하는 보조금을 주고 있다. 이 제도를 초소형에도 확대 적용한다면 아주 빠른 속도로 확산될 수 있을 것이다. 때마침 서울시에서도 소형 태양광보급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 우리나라 아파트에 초소형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한 모습.

■ 도시의 '에너지 농부'가 되자

도시에서 초소형 태양광발전기가 늘어나는 것은 정의로운 에너지를 위한 ‘연대’라고 생각한다. 신규 핵발전소 건설에 반대하는 삼척과 영덕 주민들의 짐을 덜어주고, 송전탑 건설로 6년째 싸우고 있는 밀양과 청도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눈물을 위로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이다. 이 작은 태양광 발전기를 보급해 일자리가 창출되고, 태양경제가 조금이라도 자리를 잡을 수 있으면 좋겠다. 

아직은 실험이다. 매일 태양 한번 쳐다보고 작은 태양광 발전기사 생산해 내는 전력량을 지켜 보면서 이 일이 확산될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있다.

올해에는 녹색당 당원들과 함께 “원전 하나 줄이기” 같은 생활 활동도 해봤으면 좋겠다. 하승수 녹색당 운영위원장도 초소형 태양광발전기를 달기로 했다.

그렇게 작은 '태양의 씨앗'들이 에너지를 소비만 해온 도시에 뿌려졌으면 좋겠다.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하고 나니 탈핵과 에너지 전환에 대해 더 확신을 가지게 된다. 자신감이 생겼다고나 할까? 2013년 우리 동네 작은 햇빛발전소 운동, 이제 시작이다.  

이유진/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녹색당 공동정책위원장

2012년 1월 22일 일요일

어느 피폭 낙농가의 외침, "히로시마처럼 우리 아이도 차별받겠지요"


이글은 한겨레신문 조홍섭기자 블로그 물바람숲 2012-01-18일자 기사 '어느 피폭 낙농가의 외침, "히로시마처럼 우리 아이도 차별받겠지요"'를 퍼왔습니다.

우유 짜 버리면서 울고, 소 도축하러 보내며 또 울고…
농사 불가능한데 과학자들은 안전 타령만

2012년 1월 13일, 일본의 평화운동단체인 피스보트가 마련한 후쿠시마 답사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다츠시 임시 주거지역을 방문했다. 그곳에서 방사능 오염이 심해 이주를 해온 이이다테무라의 마에다구 전 구장인 하세가와를 만났다.

지난해 3월 11일 후쿠 이후로 이이다테무라에서 어떤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발표 내용을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발표 자료와 설명을 그대로 옮겨적었다. 통역은 에너지정의행동 김복녀씨가 하였다.

참고로 이이다테무라는 후쿠시마 핵발전소의 강제 피난구역인 20㎞ 밖에 있어 처음에는 피난구역이 아니었지만 바람 방향 때문에 방사능 농도가 높아 나중에 계획 피난구역으로 설정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연간 피폭 한도는 1밀리시버트로 시간당 0.114마이크로시버트이다(1밀리시버트=1,000마이크로 시버트). 일본의 행정체계에서 이이타테무라는 촌(무라)에 해당하고, 우리 면 단위와 비슷하다. 촌에는 20개의 구(마을)가 있는데 마을대표를 구장이라고 한다.

▲후쿠시마 사고 피난구역에서 낙농을 하는 하세가와가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이유진.

저는 하세가와입니다. 낙농을 하는 농부이고 이이다테무라 마에다구의 전 구장입니다. 마에다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주민들이 이곳 이다츠 임시거주지역에 살고 있습니다.
저의 발표는 “이이다테무라 낙농가의 외침-3.11 이후의 기록”에 관한 것입니다.



파란색이 이이다테무라이고 가리키는 곳에 핵발전소가 있습니다. 핵발전소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이 45㎞ 지점인데, 거기서도 플루토늄이 검출되었지요.  
제가 살았던 마을 마에다구는 일본에서 제일 가는 '마을 만들기' 모델입니다. 예전에는 마을에 전통적인 방식으로 쌀을 가공하는 헛간이 14개나 있었습니다. 다 사라졌다가 마을 주민이 손수 복원해냈습니다. 또 고사리 농원을 만들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고 성공 모델이 되었습니다.
지진과 함께 핵발전소가 폭발했습니다. 당시 저는 밭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밭이 마치 파도처럼 출렁거렸고, 땅이 갈라졌습니다. 다행히 우리가 사는 곳은 피해가 그다지 크지 않았습니다. 
텔레비전을 보니까 핵발전소가 수상하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3월 12일, 1호기가 폭발하죠. 3월14일에는 3호기가 폭발합니다. 14일 밤 9시, 저는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대책본부로 달려갔습니다. 방사능 측정하는 마을 담당자에게 수치가 얼마냐고 물었습니다.

그 사람은 “하세가와씨 엄청납니다. 시간당 40마이크로시버트가 나옵니다”라고 했습니다. 저는 깜짝 놀라 방을 나가는데 그가 나를 불러 세웠습니다. “하세가와씨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세요. 촌장님이 아무한테도 말해서는 안 된다고 지시했습니다.”  
마을로 돌아와 나는 마을사람들을 전부 마을회관에 모아놓고 내가 얻은 정보를 다 이야기했습니다. “지금 방사능이 터무니없는 상황으로 올라갔다. 밖에 나가지 말라. 아이는 절대는 밖으로 내보내면 안 된다. 나가야 한다면 꼭 마스크를 씌어라. 그리고 밖에 있는 채소는 절대로 먹지 마라. 외출에서 돌아오면 겉옷을 다 벗어라, 겉옷 벗고 욕조로 들어가서 씻고 환기를 시키지 마라고 전했습니다. 



나중에 데이터 영상을 보고 알게 되었는데, 3월 15일 마을회관에서 회의하고 있는 그 시간에 회관에서 가까운 곳에서 시간당 100마이크로시버트가 검출되었습니다. 3월 하순 방사능 확산 모델링 프로그램인 스피디 영상이었습니다. 바람이 딱 이이다테무라 방향으로 불었던 겁니다.

이 방사능 오염지도를 바탕으로 피난지역을 넣어야 하는데, 정부는 동심원 라인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이다테무라를 피난지역으로 넣어야 한다고 미디어에 호소했지만 실현시키지 못했습니다. 
3월 19일 현 차원에서 버스로 집단 피난했습니다. 우리 지구에는 250명의 마을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중에서 35명이 희망해서 피난을 갔습니다. 나머지 분들은 남았어요. 
방사능이라는 것은 냄새도 안 나고, 눈에도 안 보이고, 맛도 느껴지지 않고, 그래서 별 문제 없을 것으로 안심하기 쉽습니다. 3월 15일, 44.7마이크로시버트라는 데이터가 찍힌 사진입니다. 저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우리 지구는 같은 날 100마이크로시버트를 넘어섰어요. 결국 계획 피난지역으로 지정되었습니다.
3월 하순에 교토대학 원자력실험실의 이마나카 교수 그룹이 이이다테무라에 방문했습니다. 방사능이 아주 높게 나왔습니다. 그는 “이런 곳에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너무 놀랍다”고 말했습니다.

이마나카 교수는 데이터를 가지고 이이다테무라 촌장을 만나러 갔습니다. 촌장은 그 데이터를 보고 절대로 그 데이터를 공표하지 말라고 이야기했습니다. 행정에서 이런 은폐가 시작되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일본의 온갖 저명한 학자들이 이이다데무라에 몰려왔습니다. 그리고는 “여러분 괜찮아요. 안전해요.” 이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이다테무라 사람들은 점점 안심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낙농가입니다. 걱정이 되어서 낙농을 하는 집들을 방문했습니다. 하루는 이이다테무라에서 가장 방사능 농도가 높은 지역을 방문하였습니다. 그곳에 있던 저널리스트가 빗물받이 통의 방사능 농도를 재고 있었어요.

빗물이 모이는 빗물받이 통의 방사는 농도는 1밀리시비트, 즉 1,000마이크로 시버트였습니다. 주변을 보니 아이들이 밖에서 놀고 있어요. 빨래도 밖에다 널어놓고, 어른들은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깜짝 놀라 대책본부에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지휘부에서 도대체 뭐하고 있는 거냐, 왜 이 사람들을 피난시키지 않는 것이냐고 강한 어조로 항의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하세가와씨 그렇게 말해 봤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훌륭한 선생님들이, 정부에서 오신 분들이, 괜찮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믿을 수밖에 없지 않겠어요?”
촌을 ‘유령타운’을 만들고 싶지 않다는 이유지만, 결국 사람들은 피난이 늦어져 피폭될 뿐이지요.



이 사진은 제가 3월12일부터 6월9일까지 우유를 버리는 장면입니다. 4월 30일, 낙농가가 전원이 모여서 폐농 결정을 했습니다. 힘든 결정이었습니다.
우리는 구, 현, 촌의 지원이 일체 없었습니다. 우리는 스스로 결정했습니다. 부인들은 울었어요. 소를 데리고 가지도 못하고, 키우지도 못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뒤돌아보지 않고 떠나기로 한 것입니다. 
그런 와중에  현에서 소를 데리고 가서 도축해 보고, 검출이 안 되면 이이다테무라 낙농가 모두 식육고기로 써도 된다고 말했습니다. 낙농가들은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소를 도축장으로 끌고 가는 모습입니다. 도축장으로 가는 소를 붙잡고, 소한테 미안하다,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이 친구는 도쿄 출신입니다. 도쿄에서 나고 자랐지만, 축산을 너무 하고 싶어서 이이다테무라에 와서 축산을 시작했습니다. 딱 10년째인데, 소를 도축장으로 보냅니다. 남자인데도 울지요.
7월 하순, 우리집 빗물받이 홈통에서 잰 방사능 농도는 27.62마이크로 시버트입니다. 이러면서 우리 촌민은 24시간 체제로 방사능을 계측하고, 사람들을 조심시키면서 이이다테무라를 지키고 있습니다. 



보세요. 잡초가 무성하지요. 그저 논만 잡초를 깨끗하게 베어내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렇게 보기 싫은 잡초투성이 농지를 볼 수 없다면서 피폭을 각오하고 잡초를 베어냅니다. 우리는 피난해서 가설주택에 머물고 있습니다. 지진 직전에 주민 모두가 단체 관광을 가 사진을 찍었는데, 다시는 이런 사진을 못찍겠지요.
지금부터는 제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정부는 국책사업으로 핵발전소를 건설해 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고가 나면 잘 대응해 주리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이런 터무니없는 사고가 나니, 국가에서는 아무 대책도 없었습니다.  
지금 제염을 하지만 어떻게 할지,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실험하고 있는 것 뿐이예요. 누구도 이런 사태가 일어나리가 예상하지 않았겠지요. 지금 이이다테무라에서는 한 달에 두 번 같은 곳의 방사선량을 재고 있습니다. 
결과를 보면 10일전 잰 선량보다 오늘 잰 전량이 높아지는 곳이 또 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곳에 많은 과학자들이 왔다 갔습니다. 일본의 학자는 방사능은 땅에 흡착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프랑스, 독일 과학자들은 대부분 흡착되지만 일부는 낮게 떠다닌다고 합니다. 실제로로, 열흘전에 잰 선량보다 오늘 잰 선량이 높다는 것은 그것을 뒷받침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 현 당국은 주변 환경을 2년 동안 제염하겠다, 농지는 5년, 산은 20년 동안 제염하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산에 대한 제염은 당분간 계획으로만 있습니다.
논과 밭을 제염해도 산에서 물이 흘러 내리고, 바람이 불면, 아무리 농지를 제염해도 농가에서 농사를 시작할 수 없습니다. 
정부와 촌에서 이이다테무라로 돌아가라고 하면, 저는 돌아갈 수 있어요. 그런데 아이들은 데리고 갈 수 없습니다. 나는 4명의 손자가 있는데, 이 아이들을 어떻게 데리고 가겠어요?  우리가 돌아가서 평생 살다 죽으면 이이다테무라는 끝나겠지요.

저는 지금 국가에 요구합니다. 제염은 당연하고, 한편으로 촌을 떠나는 시뮬레이션을 만들어야 합니다. 첫째로 제염은 제염대로 하고, 마을을 떠나는 방향도 지금부터 생각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앞으로 4~5년 후 제염을 계속해 갈 때, 만약에 제염해도 안 되면 그 시간은 헛수고 한 거잖아요. 그러니까 지금부터 마을을 떠나는 것도 하나의 선택지로 두어야 합니다.  

저는 지금 전국에서 강연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핵폭탄 투하 이후 히로시마, 나카시키 사람들이 차별을 받아왔습니다. 그와 마찬가지 일이 후쿠시마현 이이다테무라 아이들에 대한 차별이 일어날 것입니다.

우리는 앞으로 차별이 일어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번과 같은 말도 안되는 사고는 잊어버리면 안됩니다. 이상으로 제 말씀을 끝냅니다. 

2011년 12월 1일 목요일

서울의 전력 공급량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면?


이글은 한겨레신문 조홍섭기자 물바람숲블로그  2011-12-01일자 기사 '서울의 전력 공급량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면?'를 퍼왔습니다.
일본 후쿠시마 사고로 전력공급 절반, 시민 절전으로 극복했다 
원전 54기 중 44기 멈춰도 정전 없어



지난 7월 29일 무더위가 한창인 일본 도쿄도 내, 전철역 전광판에는 실시간으로 전력사용량이 발표된다. 약한 냉방에 양해를 구하는 포스터도 붙어 있다.


지하철 티켓 발매기 서너 대 중 한 대의 전원이 꺼져 있고, 엘리베이터 운행 대 수도 줄였다. 밤마다 휘황찬란하던 야경도 한층 겸손해진 느낌이다. 도시 전체가 전기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3월 11일 발생한 동북대지진으로 도쿄도는 심각한 전력난을 겪었다. 도쿄전력이 도쿄 전체의 전력을 공급하는데,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공급능력이 하루 아침에 6,000만㎾에서 3,100만㎾로 줄었기 때문이었다.


추운 날씨가 계속되면서 평균 4,100만㎾의 전기가 필요했기 때문에 급한 대로 절전과 계획정전(도쿄도를 몇 개 구역으로 나눠 2~3시간 교대로 정전을 하는 방식)으로 3월을 보냈다. 문제는 다가오는 여름이었다. 
5월13일, 일본 정부는 국가 차원의 여름철 전력수급대책을 발표했다. 전기사업법에 근거한 전기사용 제한 조처로 7월 1일부터 도쿄전력과 도후쿠전력을 이용하는 전력 다소비업자(500㎾이상 전력사용자)들은 지난해 대비 전력사용량을 15% 줄여야 했다.


의무적으로 절전을 지키도록 한 긴급대책은 큰 효과를 보았다. 도쿄전력에 따르면 여름 최대 전력사용량(4922만㎾h)이 지난해(5999만㎾h)보다 18%나 줄었다. 
500㎾ 이상 대규모 사용자가 전년 대비 29%, 500㎾ 미만 사용자가 19%, 가정에서 6%를 줄였는데, 정부 방침에 대기업들이 적극 동참한 덕분이었다. 도요타 등 자동차 제조 13개사는 7~9월 동안 전력피크를 완화하기 위해 목·금요일에 쉬고, 토·일요일에 공장을 가동하거나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는 등 근무형태도 바꾸었다.


소프트뱅크는 사내에 절전위원회를 설치하고, 7월1일부터 본사 빌딩 30% 이상을 폐쇄하고, 재택근무와 외근으로 전환했다. 일본에서는 제1차 석유파동이 일어난 1974년 이래 37년 만에 실시한 제한령인데, 절전이 단시간에 얼마나 큰 효과를 발휘하는지를 보여주었다. 덕분에 일본은 54기의 핵발전소 중에서 44기가 멈춰 섰는데도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하지 않았다.
일본의 절전 성공요인으로 도쿄도의 노력을 빼놓을 수 없다. 도쿄도는 5월 27일 국가정책과 별도로 '도쿄도 전력 대책 긴급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당장 소비를 줄이기 위해 현장을 찾아가는 방식을 택했다. 전력을 대량으로 소비하는 1,400개 빌딩에 절전 전문가를 파견했고, 중소 규모 사업체 700곳에 무료 에너지 진단 서비스를 제공했다.

초중고생 100만 명을 대상으로 에너지 교육을 해 가정의 전력소비 절감을 유도했다. 도청사부터 전년 대비 25% 절감을 실천했으니 얼마나 절실하게 정책을 추진했는지 알 수 있다.

■ 도쿄도가 시행한 각 부문별 절전 실천 내용

대규모사업체
- 임대 빌딩 등에 전문가를 파견해 절전 어드바이스 실시
- 전력을 대량 소비하는 1,400개 빌딩 절전 전문가 파견
중소규모
사업체
- 3만개 사업소에 절전대책 지도
- 지구온난화방지활동추진센터(JCCCA)가 무료 에너지 절약 진단 실시(700개 사업소)
- 에너지 절약 촉진, 크레디트 창출 프로젝트에 의한 중소기업 노력 지원
- 동경법인회연합회(회원 17만개사) 연계 절전 에너지 진단, 절전 세미나 개최, 사업자 지원
가정
- 학교에서 절전교육실시(공립 초중고, 청소년 100만 명 대상 교육 실시로 가정 에너지 소비 저감 유도)
- 전력회사 가스회사의 교육을 받은 3,000명의 ‘절전 어드바이저’가 100만 세대에 절전 어드바이스 진행
생활양식 변화
- 점포, 오피스 조명 기준 재검토
- 가전제품 에너지절약모드 정착화
도쿄도 시설
- 도청사 관공시설 전년대비 25% 삭감 목표(도민이용시설 15%) → 조명 1/2 소등, 엘리베이터 1/2 정지, 출근시간 분산화
- 병원 등 라이프라인 시설: 도민생활을 지키는 기능을 확보하면서 최대한 절전
에너지절약
설비 보급
- 중소기업의 LED 조명등 개발 지원
- 도 소유시설 에너지 절약 기기 도입
- 교통신호 LED화 정책 조기 실시(3,200개소), 디맨드 감시장치 도입


▲도쿄시내 빌딩 1층에 설치된 전력사용량 현황표.

도쿄도의 에너지 절약정책은 기후변화 정책과 맞닿아 있다. 도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상업 47%, 가정 26%, 운송 25% 순이다. 2006년 온실가스를 2020년까지 2000년 대비 25% 삭감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2010년부터는 강력한 감축정책을 펼치고 있다.

현재 연간 1,500㎘이상의 석유를 사용하는 1,400개 대규모 사업장에는 ‘총량삭감의무’를 실시하고, 70만개 중소규모 빌딩은 ‘환경 감세’와 ‘크레디트 창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가정에서는 고효율 온수기 보급과 100㎾ 태양광 보급정책을 펼친다.
‘총량삭감의무제’는 2010~2014년 동안 도내 주요 초고층빌딩과 관청을 대상으로 연료, 열, 전기 사용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5년간 평균 8% 줄이도록 하는 것이다.


기준배출량이 1만t이면 향후 5년간 4만 6,000t(8% 삭감량 9,200t×5년) 이하를 배출해야 한다. 의무삭감량을 달성한 기업이 달성하지 못한 기업에 배출권을 팔 수 있도록 배출권거래제를 실시하고 있다.
중소 규모 사업소는 재정적인 면에서 투자가 어렵기 때문에 경제적 유인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고효율 냉동기나 설비를 설치하면 세금을 줄여주는 환경감세(사업세 50% 감면)를 실시하고 있다.

에너지 절약 설비를 설치할 때 보조금도 설비의 20~50% 지원한다. 지구온난화 대책 보고서 제도를 통해 중소기업의 에너지 사용량 파악을 지원하고 있다.


 2011년 여름, 원전사고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추진한 대대적인 절전 정책은 앞으로 도쿄도가 기후변화 정책을 실행해 나가는 데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도는 중소기업이 자가발전설비를 갖추는 것을 지원하는 등 도시형 전력 확보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도쿄도의 절전노력은 시민들의 생각과 삶의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다 줄 것으로 보인다. 원자력에너지 사용의 대가를 혹독하게 치렀으며, 도쿄에서 쓰는 전력의 외부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를 체감하게 되었다.

더불어 전력소비를 줄이는 일이 그렇게 힘든 일이 아니며,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도 경험했다. 에너지 절약을 위해 에어컨 사용을 자제했더니, 실외기로 인한 도시 열섬현상이 줄어들었다. 도시생활이 보다 쾌적해진 것이다.

도쿄 시민들은 올해는 정장에서 넥타이를 생략하는 정도만이 아니라 반바지·티셔츠·샌들까지 허용하는 ‘수퍼 쿨비즈’ 운동을 벌였다. 아침 근무(오전 7시~오후 4시)도 적극 활용했다. 에너지를 줄이기 위해 생활 스타일을 바꾸기 시작한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판매량이 늘어난 휴대용 태양광발전기.

벼랑 끝에선 일본 시민들은 놀라울 만큼의 절전량을 달성했다. 일본과 우리는 상황이 다르다고 반문하기 쉽다. 그러나 우리도 9.15 정전을 경험했고, 블랙아웃의 심각성을 학습했다. 그리고 목전에 올겨울 전력대란을 앞두고 있다.

일본과 우리의 상황이 다르지 않음을 인식한다면, 미리 대비하고 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제는 발전시설에 대한 투자가 아니라 에너지 효율개선에 대한 투자를 늘여나가야 하고, 에너지를 줄이는 삶의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이유진/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녹색연합 녹색에너지디자인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