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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27일 수요일

북한 정전협정 무력화 발언의 이면


이글은 시사IN 2013-0327일자 기사 '북한 정전협정 무력화 발언의 이면'을 퍼왔습니다.
북한은 미국의 투자를 받기 위해 평화협정이 필요하다. 이것이 정전협정 무력화 발언의 이면이다. 안 되면 이란에 핵을 팔 것이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지 안갯속이던 지난 2월 초 베이징은 속이 타들어갔다. 핵실험을 막기 위해 당·정·군의 모든 인맥이 동원됐으나 소용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당 중앙 대외연락부에서 북한의 실세로 알려진 장성택 쪽으로 연락을 취했건만, 돌아오는 대답은 마찬가지였다. “그 문제는 내가 뭐라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는 것이었다. 

핵실험 이후에도 베이징과 평양 관계는 예전 같지 않다. 3월8일의 유엔안보리 제재 결의와 이에 맞서는 북한의 도발 위협 등으로 한반도에 전운이 감돌고 있는 데도 이를 완화하기 위한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 외교 소식통은 “지금 베이징은 얘기해봤자 들을 것 같지 않다는 자괴감에 빠져 있다”라고 지적했다. 평양은 평양대로 뻣뻣하다. “베이징에서 다녀가라고 초청이 왔는데 못 간다고 그랬다”라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Xinhua 3월7일 군 감시소에서 망원경으로 서해 5도를 관찰하는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

공식이 다 깨졌다.’ 요즘 북한의 움직임을 보며 정보 소식통들이 하는 말이다. 김정일 위원장 시절에는 북한의 위협이나 도발은 그 자체가 ‘외교’였다. 북한이 문제를 야기하면 시간을 좀 끌다가 중국이 특사를 보내고, 그러면 못 이기는 척 만나주고, 불평불만을 털어놓으면 선물이 주어지고, 그다음 슬그머니 회담장에 복귀하는 식이었다. 중국의 대북 특사는 평양과 국제사회를 연결하는 메신저이자 중재자였다. 

그런데 지금 중재자는 제 기능을 상실했고, 그 대신 ‘성난’ 군부를 앞세워 세상과 맞짱을 뜨는 듯한 젊은 지도자의 불끈 쥔 주먹밖에 보이지 않는다.

수뇌부 메시지 ‘지금처럼은 못 산다’

혹자는 아버지와 아들의 스타일 차이로 보기도 한다. 미국 정부의 한 고위관리는 3월8일 CNN에 출연해 “김정일은 냉정하고 계산적이어서 군사적 긴장상태를 종식시키기 위한 ‘출구(off-ramp)’도 의식하고 있었다. 아버지 김정일이 용의주도한 체스 선수라면 아들 김정은은 권투 선수다”라고 지적했다. 김정은의 자리에 군부를 대입한 국내의 분석 역시 마찬가지다.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조선일보) 기고에서 “(이영호 숙청 이후) 절치부심하던 군부는 지난해 12월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올해 2월에는 핵실험을 강행해 성공했다. 군부가 다시 득세하고 현재의 충성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유의 분석은 아버지 시대에서 아들 시대로 넘어오면서 게임의 패턴을 바꾸고자 하는 북한 지도부 내 새로운 두뇌집단의 움직임을 간과하고 있다. 북한 권력 내부에 정통한 소식통은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현재 북한 수뇌부에 김정은도 군부도 장성택도 아닌 ‘제3의 네트워크’가 작동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들이 “수학적 마인드를 가지고 치밀하게 움직인다. 숫자와 상황을 연결하는 수리적인 면이 발달해 있다”라고 지적한다. 현재 북한 측이 보이는 공세적인 움직임들은 이들의 전략 목표에 따라 기계적일 정도로 정확하게 움직이는 패턴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9월 이후 북·중 관계가 삐거덕거리고 있는 것을 보면 중국도 이들을 놓치고 있는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이들의 목표는 무엇일까. 현재의 긴장 국면을 통해 이들이 달성하고자 하는 건 무엇일까. 최근 여러 루트에서 공통으로 확인되는 내용이 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지금처럼은 못 살겠다’는 것이다. 그것은 북·중 관계와 북·미 관계 모두에 대한 불만으로 터져 나온다. 북·중 관계의 경우 중국은 북한이 굶어죽지 않을 정도로만 도와주고 있는데, 더는 못 참겠다는 것이다. 북·미 관계에 대한 불만 역시 위험수위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북한 측 관계자와 대화를 나눴다는 해외의 한 전문가는 “북한은 매우 단순하다. 지금까지와 같은 지지부진한 상태로는 더 이상 못 간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금처럼 살지 않겠다’는 북한 내부의 열망이 현재의 국면에서 중간 기착지로 삼는 것은 바로 평화협정 체결이다. 그것은 평화협정이 정전협정으로 묶여 있는 북·미 관계의 현상 변경을 의미할 뿐 아니라, 북한 경제의 ‘단박 도약’과 직결되는 종잣돈(시드머니) 마련과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이미 지난 3월5일 김영철 북한군 정찰총국장이 유엔의 대북제재 움직임과 한·미 간 합동군사 훈련에 반발해 정전협정을 백지화하고 판문점대표부 활동도 전면 중지하겠다는 내용의 최고사령부 대변인 성명을 발표하면서 전면에 부각됐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도 3월8일 발표한 성명에서 “조선정전협정이 완전히 백지화되는 3월11일 그 시각부터 북·남 사이의 불가침에 관한 합의들도 전면 무효화될 것을 공식 선언한다”라고 밝혔다. 히라이와 지 일본 간사이가쿠인 대학 교수가 3월10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밝힌 대로 “북한은 정전협정이나 불가침선언 등 ‘38도선 문제’에 집중함으로써 (평화협정을 다루었던) 1997년의 4자회담을 지향”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북한이 원하는 평화협정은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종래의 정치군사적 의미 외에 비즈니스적 함의를 깊게 띠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평화협정 담론이 등장하게 된 경위를 북·미 관계 측면에서 살펴보면, 미국 프로농구(NBA) 선수 출신 데니스 로드먼의 방북(2월26일~3월1일) 직후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데니스 로드먼은 지난 1월7~10일 방북했던 구글 슈미트 회장의 후속타였다. 정보 소식통은 “미국은 슈미트가 평양을 다녀온 뒤에도 북한의 확실한 요구가 뭔지, 진심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로드먼은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보낸 엑스트라 카드다”라고 말했다. 로드먼이 다녀온 뒤에야 평양의 최종 타깃이 평화협정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김정은이 오바마와 전화 통화를 원한다고 한 로드먼의 얘기는 사실 평화협정 논의, 그중에서도 1단계를 시작하자는 뜻이다”라고 앞의 소식통은 말했다.

평화협정 1단계란 무엇을 말하나. 평화협정은 추진 과정을 길게 늘리면 보통 3단계로 나눌 수 있다. 그 1단계는 적대관계에 있던 쌍방이 상대방에 대한 각종 제재를 모두 재검토하고 유예하는 단계이다. 미국은 그동안 북한에 대해 상당히 많은 종류의 제재를 가해왔다. 유형별로는 WMD 확산과 관련한 것에서부터 북한의 핵실험, 인권규범 위반, 공산국가의 지위에 따른 제재 등이 있다. 미국은 2008년 6월 적성국교역법 적용대상에서 북한을 제외했으나 국가위기법, 국제경제위기권한법을 적용해 대통령 행정명령(13466호)을 발동해 북한 자산에 대한 동결조치를 유지하고 매년 연장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도 북한산 완제품은 물론 북한산 부품이나 기술로 만들어진 모든 제품의 미국 내 수입을 금지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새 대북 제재 행정명령을 관보에 게재해 추가로 제재 조치를 취하고 있다. 평화협정 1단계는 바로 이 같은 제재 조치들을 유예하고, 2단계에서 법률 등을 통해 실질적으로 바꾸고, 3단계에서 대표부를 상호 파견하면서 수교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북한이 최고사령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정전협정 무효화를 선언한 것은 그 이면에 바로 평화협정 1단계를 위한 논의를 빨리 시작하자는 뜻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뭔가. 그것은 바로 북한-이란-미국 간 핵 비즈니스와 관련돼 있다. 

경제회생 종잣돈 마련 위한 몸부림

(시사IN)은 지난 제286호 기사에서 북한의 3차 핵실험이 이란의 자금 지원에 의해 이뤄졌으며, 실험 데이터와 고폭장치 등의 국산화 기술, 그리고 고농축 우라늄 등을 거액을 받고 이란에 팔려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미국 역시 지난해 8월부터 국가정보국(DNI) 국가비확산센터의 디트러니 소장이 중심이 되어, GE(제너럴 일렉트릭)와 구글 등 대기업의 대북 투자를 앞세워 이를 막기 위해 움직여왔다는 점을 밝혔다.

ⓒAP Photo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 선 이)은 예전과 달리 북한을 옹호하는 발언을 하지 않고 있다. 베이징과 평양의 관계는 냉랭하다.

이 같은 핵 비즈니스와 평화협정이 어떻게 관련되는지를 들여다보기 위해, 그 이후 새롭게 확인된 사실들부터 살펴보자. 첫째로 이란이 핵실험 결과를 인수하기 위해 지불할 돈은 애초 알려진 50억 달러를 훨씬 넘는다고 한다. 50억 달러는 초기 자금에 불과하고 전체 인수 금액은 약 200억 달러에 이른다는 것. 이란이 이미 지난 2월12일의 핵실험 참관 비용으로 5000만 달러를 북한에 지불했다는 점도 새롭게 밝혀졌다. 

그다음 미국은 GE가 북한과 화력발전소 지원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3월18일 또다시 접촉할 계획이다. 지난 1월10일 접촉에서 오바마 정부가 출범하고 나면 정부 허가를 받고 좀 더 높은 급에서 다시 접촉할 계획이라고 했던 대로 움직이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GE의 화력발전소 계획이 실현 가능성이 별로 높지 않다고 본다. 따라서 채널 유지 차원을 벗어나기 어렵다. 

구글에 대해서는 태도가 다르다. 북한 측이 상당한 기대를 갖고 있다고 한다. 구글의 슈미트 회장이 북한에 제안했다는 내용이 그 뒤 여러 채널을 통해 추가로 확인됐다. 현재 알려진 것은 크게 두 가지인데, 그중 하나는 북한이 당장 먹고살 수 있도록 마그네사이트 광산 개발에 구글이 3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구글이 그동안 소프트웨어를 인도에서 공급받아 왔는데, 그 생산기지를 북한으로 옮길 의향이 있다는 것이다. 인도가 이제 독자 브랜드로 장사하려고 해 공급 기지를 새로 찾아야 하는데,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 20만명을 가진 북한이 이를 할 수 있겠느냐는 제안을 슈미트 회장이 했다고 한다. 북한 측의 답변은 당연히 ‘예스’였고 양측은 더 깊이 토론하기로 했다. 구글은 매년 100억 달러 넘는 비용을 소프트웨어 개발비로 사용해왔다고 한다. 북한이 그중 인도에 지급되던 일부를 맡게 될 경우 그 비용이 그대로 지급된다면 그것만 해도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단기간에 들어오는 광산 개발 투자금 30억 달러에 매년 수십억 달러 수입이면, 현재의 북·중 무역 규모를 뛰어넘는 액수이다. 

그러나 이것이 과연 진실일까? 가장 먼저 걸리는 대목이 바로 미국의 대북 제재다. 미국이 적성국인 북한에 첨단기술인 소프트웨어 제작 기술을 넘기는 것을 상상하기 어려울뿐더러, 당장 슈미트가 약속한 30억 달러 투자조차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당연히 어떻게 투자할 것인지를 구글 측에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해 슈미트 대표단의 대답이 걸작이었다고 한다. 북한이 국제금융을 잘 몰라서 그 방법을 모르고 있다며, 자신은 미국 정부가 제재할 수 없는 자금을 동원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는 것. 보통 자원개발 펀드는 세탁이 필요한 자금이 몰리는 것으로 유명한데, 구글이 자원개발에 뛰어들 경우 이런 자금을 동원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또한 미국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를 하면서 국제적으로 떠돌아다니는 돈이 있는데, 이런 자금도 동원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쨌건 북한은 구글이 돈을 넣겠다고 하니 지켜보겠다는 태도다. 아직 믿기지는 않지만 안 되면 핵실험 결과를 이란에 넘기고 이란으로부터 돈을 받으면 된다. 결국 손해 볼 일은 없다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평화협정 1단계가 결부된다. 미국의 진실성을 시험해보자는 것이다. 

중국에 기대는 것 말고 다른 방법?

구글은 어차피 미국 정부를 대리해 나온 것이므로 미국이 돈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면, 굳이 돌아갈 필요 없이 기존 대북 제재를 유예하기만 해도 된다. 즉 평화협정 1단계 조치를 취하면 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것을 할 수 있다면 미국의 진실성을 믿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사기’라는 게 최근의 정전협정 백지화 주장에 담겨 있는 함의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핵실험 국면이 과연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인지 다시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앞서 북한 내부에 더 이상 이대로는 살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고 했는데, 이는 곧 김정은 체제 등장 이후 추진해온 일련의 경제회생 조처들과 직결된다. 특히 지난해 6월 이후 내부 경제의 혁신과 특구 확대를 통한 외자유치 활동을 본격화한 것도 바로 그런 몸부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결정적인 한 방’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경제회생에 투입할 종잣돈이 없다는 얘기다. 민간에는 그동안의 북·중 무역을 통해 약 40억 달러의 돈이 축적돼 있으나, 국가에는 돈이 없다. 김정일 전 위원장이 2000년대 중반 이후 굴욕을 참아가며 여러 차례 중국을 방문한 것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는데, 중국은 ‘굶어 죽지 않을 정도로만’ 도와주었지, 결코 근본적 도움을 주지 않았다. 

그 과정을 곁에서 지켜봤을 자식들은 결국 아버지와는 다른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을 법하다. 그런 면에서 지금 이란과 미국을 상대로 벌이는 핵 비즈니스는 북한 지도부가 경제회생 종잣돈을 마련하기 위해 벌이는 일종의 보급투쟁이다. 

남문희 대기자  |  bulgot@sisain.co.kr

2013년 1월 9일 수요일

핵을 사랑한 아버지와 딸, 끔찍하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3-01-09일자 기사 '핵을 사랑한 아버지와 딸, 끔찍하다!'를 퍼왔습니다.
[초록發光] 박정희와 박근혜의 평행 이론

사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비교를 도무지 안 할 수가 없다. 박근혜 당선인의 선거 승리 요인 중 하나가 새마을 시대와 권위주의적 효율성에 관한 향수라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물론 아쉬운 인식이긴 하지만 여하튼 51퍼센트라는 지지율은 누구도 무시하기 힘들다. 하지만 경제 성장이 세상 유일한 가치인줄로만 아는 불통 의식이나 '이것이 구국이다'하는 인식이 중첩되어 나타나고 있는 건 도무지수용하기가 너무 힘들다. 바로 핵에너지(핵에너지)를 보는 시각에서 그것이 드러난다.

얼마 전 발표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는 대표적인 핵공학자이자 한국원자력학회장을 역임했던 인사가 포함되었다. 지난 4·11 총선에서 비례 대표 1번으로 핵공학자를 넣었을 때 이미 암운을 직감하긴 했지만,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는 걸 보고 있자니 참담한 심정이다.

박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핵 발전이나 에너지 정책 관련해 특별한 비전이나 정책을 내놓은 바가 없다. 시대적으로 비전과 정책이 절실히 요청되는 사안에 대해 언급이 거의 없었던 것도 심각하지만, 당선이 되자마자 보란 듯이 '핵 마피아'로 꼽히고 있는 인사를 선발한 것은 끔찍한 수준의 현실 인식이다.

찬핵도, 반핵도 표명한 바 없다고 둘러댈지 모르겠지만, 그건 그에게 투표한 51퍼센트 역시 당선인의 에너지 정책에 찬성했다는 뜻은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따라서 핵 발전과 에너지에 대한 공약을 명확히 걸지 않았다면 지금 새 정부가 추진할 정책은 당연히 사회적 토론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

예민한 사안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가 자신에게 유리한 형국이 되고난 후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건 비겁한 행동이다. 이건 누가 봐도 핵 발전을 확대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고, 국민에게는 혹독한 불통의 리더십이다.

 
ⓒ프레시안

겨울철 전력난이 심해지고 있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는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고 따라서 핵 발전이 대안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때문에 시급히 추진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국민들의 양해를 구하려는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당선인에게 닳고 닳은 '구국의 일념'을 요구한 것이 아니다. 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하는 건 수십 년에 걸친 장기적인 문제고, 따라서 사회가 동의하는 비전이 필요하다. 즉 판단은 국민이 한다.

더 우려스러운 건 문제가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올해는 제6차 전력 수급 기본 계획과 제2차 국가 에너지 기본 계획이 발표된다. 특히 전력 수급 기본 계획은 작년에 발표되었어야 하는데 아직 계획조차 완성되지 못한 상황이다. 따라서 시간이 없는데다가 박 당선인이 찬핵론자를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에 핵 발전이 중심이 된 이전 계획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상태로 나올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전력 수급 기본 계획을 기반으로 작성될 국가 에너지 기본 계획 역시 마찬가지다. 사실 정책 결정권자들이 법으로 정해진 시한을 넘기면서까지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다는 것은 정부가 무능했거나 누가 새로운 권력이 될 것인가 하는 눈치를 보았거나 둘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대선 후보 중 1인은 사실상 찬핵을, 1인은 탈핵을 걸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1~2년 계획도 아니고 십수 년을 목표로 하는 장기 계획이 누군가의 무능이나 눈칫밥으로 좌지우지된다면 그 자체가 난센스다. 내용은 차치하더라도 대체 계획을 세우는 목적이 무엇이냔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런 일련의 과정과 거의 흡사한 일화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1961년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전 대통령은 군정시기였던 1962년에 '원자력 발전 대책 위원회'를 구성하고, '원자력 발전 추진 계획'을 수립했다. 군정 시기답게 국민 동의가 없었던 것은 물론이다. 이것이 핵발전소 밀집도 세계 1위, 전력 사용량 세계 9위, 1인당 사용량 선진국 추월이라는 불명예를 뒤집어쓰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핵 발전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그 결정이야말로 경부고속도로에 버금가는 탁월한 혜안이라며 사또에게 설레발 떠는 이방처럼 성찬할지 모르겠지만, 중앙 집중형 에너지 체계가 지금 우리 사회의 발목을 잡고 있는 핵심 요인이 됐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시대는 변한다. 백 번 양보해서 당시에는 집중된 에너지원이 필요했다라고 하더라도 지금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 발전 추진 양상이 군정 시기와 너무 똑같아 불안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국민적 동의가 필요한 사안에 대해 혼자 판단하고 혼자 추진하는 이런 상황을 다시 5년이나 지켜볼 자신감이 없다. 어쨌든 에너지·기후 변화 문제는 이제 돌려막기가 가능한 수준도 아니기 때문이다.

독일 나치스의 나팔수 역할을 했던 괴벨스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국민들에게 강요하지 않았다. 그들이 우리에게 위임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들은 지금, 그 대가를 치르고 있는 거다."

난 우리의 미래를 그들에게 위임하고 싶은 마음 따위는 추호도 없다.

'초록發光'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와 이 공동으로 기획한 연재입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이 연재를 통해서 한국 사회의 현재를 '초록의 시선'으로 읽으려 합니다. 이런 시도는 이명박 정부의 '녹색 성장'이 아닌 '초록 대안'을 찾으려는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활동의 일부분입니다.

☞바로 가기 :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이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부소장 

2013년 1월 8일 화요일

박근혜, 핵으로 망한 일본 전철을 밟을 것인가?


이글은 프레시안 2013-01-08일자 기사 '박근혜, 핵으로 망한 일본 전철을 밟을 것인가?'를 퍼왔습니다.
[기고] 왜 우리는 핵을 버리지 못할까?

2011년 3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일어난 지 2년이 다 되어 간다. 일본은 이 한 번의 사고로 국가의 운명이 달라지고 있다. 정확한 통계는 나오지 않고 있지만 방사능에 전 국민이 피폭되고 있으니 앞으로 일본 국민의 건강에는 장기적인 악영향이 미칠 것이 확실시된다.


일본의 농산물, 수산물이 방사능에 오염되어 있으며, 이 오염의 정도가 심각한 수준이다. 음식을 통한 일본인들의 피폭량은 굉장한 수준이다. 게다가 내가 보기에 일본 정부는 국민의 피폭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너무 많은 돈이 들기 때문에 충분한 조처를 취하지 못하고 있으며, 국민의 피폭은 앞으로도 수백 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핵 사고 발생 시 가장 많은 양이 나오는 방사성 물질이 요오드와 세슘인데, 세슘의 경우는 반감기가 30년이나 되기 때문에 적어도 열 번의 반감기가 지나는 300년 동안 일본인들은 방사능에 피폭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방사능에 피폭이 될 경우 가장 흔히 발생하는 세 가지 질병이 각종 유전병과 심장마비 그리고 암이다. 심장마비는 이미 문제가 되고 있다는 소식이 지속적으로 전해지고 있고, 10년 정도 지나면 암 환자 수가 급격하게 증가할 것이 확실하다.


단 한 번의 핵 사고로 이렇게 국가의 명운이 바뀌는 이유는 일본은 국토가 좁아서 땅의 대부분이 방사능에 오염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핵 사고가 일어났지만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망하지 않은 것은 땅이 비교적 넓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프레시안(손문상)

전 세계 약 450기의 핵발전소 중 6기에서 핵 사고가 일어났으니 약 75기 중 하나 꼴로대형 핵 사고가 일어났다. 23기의 핵발전소가 가동되는 우리나라에서 핵 사고가 일어날 확률을 내가 계산해보니 약 27퍼센트 정도가 되는데, 만일 우리나라에서 핵 사고가 일어난다면 일본보다 더 심각한 결과가 초래될 것이다. 땅이 일본보다 더 좁기 때문이다.

1986년 체르노빌 핵 사고 이후 전 세계는 탈핵, 혹은 탈원전으로 방향을 잡고 있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는 더욱 이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데, 나는 앞으로 50년 내에 전 세계의 핵발전소는 모두 문을 닫을 것으로 예측한다. 핵 발전을 대신할 대안 에너지 개발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 대안 에너지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이 바로 태양광 발전과 풍력 발전인데, 이 새로운 에너지원은 지금 전 세계 성장률이 엄청나다. 태양광의 경우 세계 성장률이 연간 60퍼센트 이상이고, 풍력도 연간 25퍼센트 이상으로 급성장을 하고 있다. 앞으로 30년 정도 후에는 이와 같은 무공해의 재생 가능 에너지에서 대부분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현재 시점에서 전 세계 통계를 보면 재생 가능 에너지로 생산한 전기가 핵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보다 많다.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20년 이상 핵발전소 개수가 꾸준히 줄고 있었다. 그러나 한국, 인도, 중국 등 몇몇 아시아 국가들이 핵발전소를 새로 지어 그 수를 450기 정도로 유지하고 있었지만 후쿠시마 핵 사고 이후 전 세계 핵발전소 개수는 급격하게 줄고 있다. 후쿠시마 핵 사고 이후 핵 발전을 하는 31개 국가들 중 자국의 핵발전소를 모두 닫기로 결정한 나라들이 벨기에, 스위스, 독일 등 3개 국가이다. 일본은 54기 중 2기만 가동 중이고, 프랑스도 58기 중 약 20기 정도를 폐쇄하기로 결정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왜 우리나라만 이렇게 핵 발전을 고집하는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을 위해서는 돈과 이익의 흐름을 살펴야한다. 사실 정부는 핵발전소의 발전 단가가 낮아서 아주 경제적이라고 선전해왔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정부가 계산한 단가에서 너무나 많은 것들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사용 후 핵연료(고준위 핵폐기물) 처리 비용, 노후 핵발전소 폐로 비용, 사고 발생을 대비한 보험료, 핵발전소 지역 주민들과의 갈등 해결을 위한 사회적 비용, 핵발전소 홍보 비용 등 수 없이 많은 비용들을 계산하지 않은 것이다.

외국의 통계를 보면 모두 핵발전소가 상당히 비싼 것으로 나오는데, 유독 우리나라 통계만 핵발전소가 가장 싼 것으로 되어있다. 심지어는 석탄 화력 발전보다 더 싼 것으로 되어있다. 그러나 핵 발전의 비용은 정부가 지금껏 거짓말을 해온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들어서 핵 발전의 비용을 조금씩 상향시켜 평가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제대로 된 원가는 밝히지 않고 있다.

나는 핵 발전의 원가를 낮게 잡는 바람에 전기 요금이 전 세계에서 가장 싼 나라가 되었고, 이에 따라서 한국전력의 적자폭이 아주 커졌으며, 결국 이 한국전력의 적자는 국민의 세금으로 메우고 있는 현실이 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낮은 전기 요금은 이뿐 아니라 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데, 바로 전기 수요의 폭증이다. 전기 요금이 싸니까 가스, 석유, 석탄 등으로 하던 건물의 난방을 전기 난방으로 바꾸는 상황이 되었고, 기업들 역시 다른 연료에서 전기 연료로 에너지원을 대체하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폭증하는 전기 수요를 감당하지 못할 정도가 되어버린 것이다. 전 세계에서 땅 넓이당 핵발전소 개수가 가장 많은 나라에서 전기가 부족하게 되는 모순이 발생해버린 것이다.

정부는 전기가 부족하니 노후한 핵발전소도 수명 연장을 하고, 새로 핵발전소를 더 지어야한다고 외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길이 아니다. 전기 부족 문제는 수요 관리를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 한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더 많은 전기를 사용하는 나라이다. 수요 관리를 하지 않으면 밑 빠진 독처럼 아무리 전기를 많이 생산하더라도 그 수요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전기 부족 문제는 수요 관리를 통해서 해결하고 위험하고 비싼 핵발전소는 점점 줄여야한다. 이것이 전 세계가 지금 선택하고 있는 올바른 길이다.

우리가 핵발전소를 줄이지 못하는 이유는 사실 다른 곳에 있다. 바로 돈이다. 간단히 설명해 보자. 핵 발전을 늘리면 핵 산업계는 큰돈을 벌게 된다. 그러나 국민은 경제적인 손실을 보게 된다. 핵 발전이 비싸기 때문에 국민들의 부담은 늘기 때문이다. 핵 발전 비용 중 상당부분이 세금으로 충당되기 때문에 국민은 핵 발전 비용을 전기 요금과 세금이라는 두 가지 방식으로 부담하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발전 방식보다 비싼 핵 발전을 하면 핵 산업계에게는 이익이 주어지고 국민들에게는 손실이 주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부라면 위험하고 값비싼 핵 발전을 줄인다는 결정을 하게 될 것이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독일, 벨기에, 스위스 같은 나라들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만일 국민의 이익보다 핵 산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부라면 당연히 핵 발전을 지속하거나 늘리려 할 것이다. 한국, 인도, 중국, 아랍에미리트가 이에 해당한다.

우리가 핵 발전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정부가 국민의 이익보다 핵 산업계의 이익에 더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가 핵 발전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도 역시 한 가지뿐이다. 핵 산업계보다 국민의 이익에 더 관심이 많은 정부를 만드는 방법뿐인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유력한 후보가 탈핵을 정책으로 내놓았지만 선거의 패배로 인해서 그 뜻을 펴지 못하게 되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아직 우리 국민이 핵발전소의 위험성에 대해서, 그리고 비경제성에 대해서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니 앞으로 이 중요한 사실을 국민에게 알리는 일이 급선무라고 할 수 있겠다.

5년 후에는 과연 핵 산업계의 이익보다 국민의 이익을 더 우선시하는 정부가 탄생할 수 있을까?


 /김익중 동국대학교 교수

2012년 12월 2일 일요일

정리해고·비정규직 없는 세상, 전쟁 없는 세상, 핵 없는 세상 투쟁을 건설할 때 가능하다


이글은 레프트21 2012-12-03일자 기사 '정리해고·비정규직 없는 세상, 전쟁 없는 세상, 핵 없는 세상 투쟁을 건설할 때 가능하다'를 퍼왔습니다.

‘1% 천국 99% 지옥’을 예고하는 박근혜

새누리당은 지금 투표율만 높지 않으면 보수 지지층 결집으로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예를 들어, 2008년 총선과 2012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을 포함한 주요 우파 정당이 얻은 득표 합계는 엇비슷하다. 그런데도 2008년에 우파가 얻은 의석수가 30석가량 많은 것은 반우파층의 투표율과 결집 정도가 달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보수대연합’ 색채가 두드러지고 있다. 어차피 반우파 젊은층의 표를 얻기는 힘들 테니 확실한 우파 결집 후 반우파층의 투표율 낮추기 책략으로 가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차떼기’ 이회창, ‘피부관리’ 나경원 등 낡고 부패한 1퍼센트 상징 같은 인물들이 속속 박근혜 주변으로 몰려들고 있다. 
문재인과 안철수가 감동과 비전 없는 단일화 과정으로 반우파층에게 실망을 주면서 박근혜의 행보는 더 탄력을 얻은 듯하다. 
이에 따라, 박근혜와 그 측근들의 반동적 본색도 잘 가려지지 않고 있다. 
김무성은 2008년 촛불항쟁을 두고 “대통령이 공권력으로 확 제압했어야” 한다며 노골적으로 본심을 드러냈다. 
새누리당은 국회에서 투표시간 연장법안과 최저임금 인상 법안을 무산시키더니 제주 해군기지 예산안도 국방위원회에서 날치기했다. 박근혜 정권의 ‘미래’를 화끈하게 미리 보여 준 셈이다. 
박근혜는 지금 문재인을 ‘실패한 노무현 정권의 실세’라는 식으로 비난한다. “비정규직이 그때 양산됐고, 등록금이 폭등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사실이지만 유신독재의 기둥이자 잔당인 박근혜 세력은 그것을 비판할 자격이 없다. 
게다가 노무현조차 너무 ‘친노동’이라며 더한 개악을 주문했던 자들이 바로 오늘의 새누리당이었고, 박근혜가 바로 그 당의 대표였다. 
23명이 억울하게 죽어 갔는데도, 쌍용차 국정조사조차 못 하겠다는 것이 박근혜고, 대법원 판결을 이행하라는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규를 모른 체하는 것이 새누리당이다. 
박근혜가 민생법안이라고 내놓은 ‘사내하도급법’을 두고 노동자들은 ‘정몽구법’이라고 부른다. 이 법안대로면, “현대차는 합법적으로 하청 노동자들을 관리할 수 있게 된다.”(권두섭 변호사)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 8천여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무효화되는 것이다.
박근혜의 ‘법과 원칙’은 우파와 기업주를 위해 노동자를 때려잡는 것이고, 박근혜의 ‘소통’은 불법 사찰과 탄압 따위를 위해 정부의 억압기구와 기업주가 연계하는 것일 뿐이다.
오죽하면, 대선을 앞두고 노동조합들이 여기저기 대선 캠프와 줄을 대고 지지를 선언하는 상황에서도 박근혜를 공개 지지한 곳은 한국노총 내에서도 일부뿐이겠는가.
철두철미하게 ‘유신스타일’을 고수하는 반노동 우파 박근혜의 집권 가능성에 대해 노동자 대중이 강력한 우려를 표하는 이유는 이처럼 명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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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성

2012년 11월 21일 수요일

"핵에 집착하다가는 밥줄 끊어진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2-11-21일자 기사 '"핵에 집착하다가는 밥줄 끊어진다!"'를 퍼왔습니다.
[초록發光] 차기 정부가 정말 해야 할 일

야권의 대선 후보 단일화에 온통 관심이 쏠려 있다. 박근혜 집권이라는 최악을 막자는 생각에서부터 여러 정책의제에서―만족스럽지는 않지만―이들이 내놓은 공약에 대한 기대까지,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한 관심은 여러 가지로 뻗어 있는 듯하다.

탈핵 진영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후보나 안철수 후보 캠프는 나란히 원칙적인 탈핵 입장을 천명하였고, 노후 핵발전소 폐쇄와 신규 핵발전소 건설 중단(?)을 공약하였다. 또 에너지 수요 관리를 강화하고 재생 가능 에너지를 확대시키겠다는 정책 방향을 밝혔다. 두 후보 중 누구로 단일화가 되더라도 '탈핵 후보'라는 이름을 얻을 것이며, '탈핵 후보에게 투표하기' 캠페인의 도움을 받게 될 것 같다.

물론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녹색당은 두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면서 현재 건설 중인 핵발전소를 그대로 승인할 경우, 자신들의 임기 내에 핵 발전 비중이 오히려 증가할 것이라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건설 중인 신규 핵발전소의 중단을 포함하여, 산업용 전력 가격 인상 등에 대한 단호한 태도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두 후보들은 이미 탈핵 정책을 충분히 내놓았다는 듯, 이에 별 호응을 하고 있다.

그러나 두 후보들이 탈핵 정책에 충분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인정하기에는 조심스럽다. 만약 그렇다면 왜 유일한 찬핵 후보인 박근혜 후보를 상대로 핵 발전 의제를 가지고 공략하지 않는지 모를 일이다. 부산 시민 300만 명의 목숨이 달린 고리 1호기의 수명 연장에 대해서 왜 박근혜 후보에게 따져 묻지 않는가? 박근혜 후보와의 대선 토론에서 꼭 지켜볼 일이다.

하지만 야권 대선 후보들이나 탈핵 운동에 나서고 있는 시민 사회 진영이 함께 고민해야 할 점이 따로 있다. 탈핵 에너지 전환의 사회 경제적 토대를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 이 정책을 지지하는 집단들은 어떻게 형성하고 확대할 것인가? 야권 후보가 대선에서 집권하여 진정성을 가지고 탈핵 정책을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아마도 구조화된 수많은 장애물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지난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핵발전소 확대 정책을 추진했던 내부의 찬핵론자부터 시작하여, 소위 핵 마피아로 불리는 핵에너지 산업계, 학계 인사 및 연구자 집단 그리고 정부 관료들의 사회 경제적 동맹의 저항이 강력할 것이다. 그래서 '초록發光'의 한 필자는 "문재인·안철수, '핵 마피아'와 싸울 준비 됐나?"라고 물었던 것이다. (☞관련 기사 : 문재인·안철수, '핵 마피아'와 싸울 준비 됐나?)

그런데 이런 마피아들과 싸움을 하려면 모름지기 자신들과 함께 싸울 세력을 규합해야 가능한 일이다. 만약 야권 후보가 집권을 한다고 하였을 때, 누가 핵 마피아와 맞서 탈핵 에너지 전환을 위해 함께 싸울 세력이 되어줄 것인가?

여기서 질문을 좀 바꿔 보자. 전통적으로 환경 운동은 탈물질적 가치에 기초한 중산층의 운동으로 설명되어 왔다. 먹고살 만한 사람들이 환경 보호의 중요성에 대해서 신경을 쓰고 환경 정책을 지지한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서 먹고살기 바쁜 이들은 환경이 좀 파괴되더라도 (그래서 궁극적으로 자신에게 피해가 돌아온다고 하더라도) 지역이 개발되고 일자리가 늘어나는 성장 정책을 지지하게 된다고 이해되었다.

이런 이해와 설명이 만족스럽지 않지만 많은 점들을 설명하고 있기도 하니, 우선 받아들이자. 그렇다면 사회적 양극화로 인해서 중산층이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제 누가 핵 위험에서 벗어나고 온실 기체 감축을 감축하는 정책을 지지하는 세력으로 남아 있을 것인가?

탈핵 정책을 공약한 야권 후보들이 이를 쟁점화하지 않고, 복지 의제로 쏠리고 있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후보나 캠프 진영이 환경 의식이 부족하다고 탓하고만 있을 일인지 모르겠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 운동 단체인 환경운동연합이 내년으로 창립 20주년을 맞이한다. 이런저런 인연으로 스무 살 난 청년 환경운동연합의 새로운 비전을 만드는 정책위원회의 일원이 되었다. 새로운 의제를 모색하는 과정으로 '녹색 일자리'에 대해서 발표할 기회가 있는데, 놀라웠다. 녹색 일자리 혹은 녹색 경제에 대한 논의는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시작되었으며, 몸담고 있는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도 2009년 창립 때부터 계속 녹색 일자리에 대해서 쓰고 발언해왔다. 그러나 환경운동연합 내에서 녹색 일자리에 대해서 본격적인 토론이나 활동은 거의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활동은 여전히 환경오염이 벌어지는 매체별로 구획되고 현안을 다루기 바빴지, 녹색 사회로 전환하기 위한 사회 경제적 토대를 만드는 문제에 대한 기획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였다. 누가 환경운동단체를 지지하고 참여할 것인가? 그런 지지와 참여의 확대, 유지는 환경 의식을 고양시키는 환경 교육 기획으로 충분한 것인가?

변죽은 그만 올리고 핵심으로 들어가 보자. 탈핵 에너지 전환이 일자리를 만들고 먹고사는 문제도 해결할 수 있고, 그렇게 주장되어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핵발전소가 위험하고 온실 기체가 증가하면 기후 변화가 나타나기 때문에만 탈핵 에너지 전환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 경제를 살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도 탈핵을 주장하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이 처음도 아니며, 관련된 여러 논거들도 이미 충분히 존재한다. 예를 들어 핵에너지와 석탄으로 전력을 공급할 것인지 아니면 재생 에너지로 공급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에 따라서, 한 사회에 공급되는 일자리수가 달라진다. 핵발전소는 10기가와트시 생산당 1.4명의 직접 고용 일자리를 만들어내지만, 태양광 발전소는 8.7명의 일자리를 만들어낸다(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2011년 자료).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에서 우리가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는 분명하다.

▲ 단위 전력 생산당 창출되는 일자리 수 비교. ⓒIRENA

그리고 바로 이런 일자리가 바로 탈핵 에너지 전환을 지지지하는 사회 경제적 토대가 될 것이다. 반핵 운동으로 유명한 미국 원자력과학자회보 최근호는 독일의 탈핵 결정을 분석하는 특집 논문들을 게재하였다. 독일 17인 윤리위원회의 일원이었던 마란다 슈로이어는 탈핵 정치가 진전을 이룰 수 있었던 원인 중에 하나로, 에너지 전환에 사회 경제적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었던 재생 에너지 산업이 크게 성장했다는 점을 꼽았다.

이미 38만 명의 일자리(2011년 현재)를 만들어내고 있는 재생 에너지 산업과 이에 참여하고 있는 농민과 이 분야의 노동자를 조직하고 있는 노동조합이 탈핵 에너지 전환의 주요한 지지 세력으로 굳건히 형성되어 있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재생 에너지의 공급을 위해서 결성되고 확대되어가는 에너지 협동조합과 건물 에너지 효율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노동조합의 여러 조합원들도 강력한 지지 세력이 되고 있다. 이들이 전통적인 환경 운동 세력과 함께 탈핵 전선에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 후쿠시마 사고 이후 발간된 한국태양광산업협회보.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차기 정부가 탈핵을 하겠다고 한다면, 탈핵을 지지할 사회 경제적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노무현 정부가 자신들의 개혁을 지지해줄 사회 세력인 노동자 계급을 약화시키는 비정규직법 등을 통과시키는 바보 같은 잘못을 저질렀다면, 이제는 반대로 행해야 한다. 그리고 더 큰 구상을 통해 노동자 계급과 탈핵 에너지 전환의 대의를 연계시켜야 한다.

심야 노동 철폐를 포함하여 노동 시간이 단축이 에너지 수요를 감축시켜 탈핵의 물리적 그리고 조직적 조건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하며, 재생 에너지 분야에서 노동조합으로 조직화된 괜찮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탈핵 동맹을 제압한 사회 세력을 형성하는 일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또 재생 에너지 협동조합의 확대와 성장은 지역적으로 소유, 관리되는 에너지 설비를 갖게 되면서 지역 경제의 자립성을 강화하고 지역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기여하며, 탈핵 정치의 지역적 토대를 형성해줄 것이다. 그리고 전국의 주택 건설, 개·보수업의 자영업자와 건설 노동자들을 조직하고 그들을 통해서 건물 에너지 효율화 사업을 수행하는 것 역시나 탈핵의 사회 경제적 토대가 될 것이다.

만약 차기 정부가 이런 일에 나선다면, 임기 내의 재생 에너지 발전량 수치와는 또 다른 차원에서 정치적으로 중요한 진전을 이룬 것으로 평가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일은 전통적인 에너지 기후 정책 영역 안에서 다루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닐 것이다. 적어도 노동 정책과 사회적 경제를 위한 정책과 긴밀히 연계되어야 할 것이다.

또 정부뿐만 아니라, 시민 사회 내에서도 노동조합, 협동조합, 환경 운동 진영이 서로 협력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미국의 아폴로 동맹, 호주의 호주노총과 환경보전재단의 협력, 독일의 환경과 노동을 위한 동맹 등과 같이 노동조합과 환경 단체들이 녹색 일자리를 만들어내기 위한 사회적 연대를 구축하는 일이 필요하다. 또 영국, 덴마크 그리고 독일처럼 협동조합이 재생 에너지 산업에 진출하기 위해 환경 단체들과 상호 협력할 필요가 있다.

이쯤해서 우리가 기억해야 것이 있다. 탈핵 에너지 전환은 단순히 에너지원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사회 시스템을 함께 바꾸는 것이라는 점을 말이다.

'초록發光'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와 이 공동으로 기획한 연재입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이 연재를 통해서 한국 사회의 현재를 '초록의시선'으로 읽으려 합니다. 이런 시도는 이명박 정부의 '녹색 성장'이 아닌 '초록 대안'을 찾으려는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활동의 일부분입니다.

☞바로 가기 :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부소장 

2012년 10월 4일 목요일

문재인·안철수, 대통령 되려면 '핵'에 목숨 걸어라!


이글은 프레시안 2012-10-04일자 기사 '문재인·안철수, 대통령 되려면 '핵'에 목숨 걸어라!'를 퍼왔습니다.
[초록發光] 탈핵 프러포즈

대선에 나선 유력 후보에게 '탈핵'을 선언하고, 주요 공약으로 제시할 것을 제안합니다. 이번 대선에서 '탈핵'을 중요한 가치와 정책으로 내세우고, 낡은 체제와 질서를 극복하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밝힌다면, 그 후보의 당선을 위해 자원 봉사라도 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마땅한 후보가 없다면 무효표를 조직하는 '선거 보이콧' 캠페인이라도 나서서 제안하고 싶습니다.

대선 후보들이 밝힌 복지, 평화, 정의, 안전, 상생의 문제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양극화 해소와 일자리, 교육, 주거 문제 등이 매우 시급한 현안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그 구체적인 정책 방안이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것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더구나 '성장'을 얘기하는 대목에선, 고개가 갸우뚱해집니다.

누구를 위한 성장인가?

이제는 정치인들이 성장을 얘기할 때, 그 말에 숨어있는 함정을 직감적으로 느끼게 됩니다. 이명박 정부 기간 내내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던 '성장'은 재벌과 소수 기득권의 전유물이었음을 누누이 확인해 왔습니다. 일례로 '녹색 성장' 한다면서 4대강 사업에 22조 원을 쏟아 부었고, 핵발전소 산업 매출이 이명박 정부 들어 이전에 비해 연간 평균 3조 원 이상 증가했는데, 그 이윤은 대부분 토건 재벌의 주머니로 들어갔습니다.

그 사이 환경은 파괴되고, 양극화는 심화되었으며, 지역 경제는 파탄 났고, 비정규직과 청년 실업률은 급증했습니다. 또 성장을 주장하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농촌을 파국으로 내몰고 있고, 신규 핵발전소의 송전탑을 강행하면서 평생 땅을 일구어 온 농민을 자살로 내몰았습니다.

이웃을 고통에 빠뜨리면서 쟁취한 성장은 정의롭지도 지속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성장론을 넘어 우리네들의 삶과 공동체의 가치를 얘기하는 대통령이 나온다면 행복할 것 같습니다.

누구를 위한 정권 교체인가?

이번 대선을 정권 교체의 문제로 단순화하는 것에 선뜻 동의할 수 없습니다. 정권 교체 자체는 이전 정부에 대한 반발심 외에 어떤 가치도 내포하고 있지 않습니다. 대선 후보들은 저마다 진보와 보수의 대표자임을 자임하거나, 굳이 부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절반의 대표가 아니라 국민 전체를 아우르는 대통령을 만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도자의 철학적 기반이 현실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윤리적으로도 체계를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현세대만이 아니라 미래 세대도 책임감을 갖고 있고, 기후 변화와 빈곤 문제 등 지구촌 국제 협력에도 성찰하는 대통령이었으면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만 잘살면 된다는 식의 논의만 전개되는 대선 과정이 부끄러운 생각이 듭니다. 세계 10대 경제 대국이니, 주요 20개국(G20) 정상 회의를 개최했느니 하는 자랑의 이면에는 이주 노동자들의 인권 문제, 지구촌 빈곤 퇴치에 기여한답시고 공적 개발 원조(ODA)를 수출에 이용하는 문제, 기후 변화에 대응한다면서 제3세계 환경과 인권을 파괴하는 문제 등 '무조건 잘살아 보세' 유의 졸부 근성이 엿보입니다.

그리고 지난 총선에서 핵과학자 민병주 후보를 비례 대표 1번으로 추천한 박근혜 후보는 말할 것도 없고, 2060년에 탈핵을 하겠다는 문재인 후보를 보면서, 미래 세대에 대한 고민이 별로 없구나 하는 생각에 걱정스러웠습니다. 죄송스런 표현이지만 본인이 살아 있을지도 모르는 40년 뒤에나 탈핵하겠다는 것은 이율배반적이고, 대국민 사기에 가깝습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의 핵 발전 정책에 대한 반성은 고사하고, 이웃나라 일본 후쿠시마 핵 사고의 충격에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한 것에 크게 실망했습니다. 이제라도 민주통합당 강령에도 명기된 '핵 발전 정책의 전면 재검토'에 대한 현실적이면서도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감 있는 탈핵 정책을 제시해 주길 기대합니다. 안철수 후보 역시, (안철수의 생각)(김영사 펴냄)의 원론 수준이 아니라 분명한 탈핵 정책을 제시해 줄 것을 요청합니다.

ⓒ프레시안

누구를 위한 핵 발전인가?

후쿠시마 핵 사고의 충격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핵 산업계는 '이대로'를 외치며 핵 발전 확대 정책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모든 정책이 그러하듯, 핵 발전 확대 정책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교육과학기술부 핵 산업 실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핵 발전 매출이 있는 업체는 모두 147개였고, 이들의 매출 총액은 16.8조 원이었으며, 이들이 고용하고 있는 인력은 2만3835명이었습니다. 또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을 제외한 핵 산업체의 매출은 총 4.8조 원이였는데, 이들 기업의 전체 매출에서 핵발전소 관련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9퍼센트에 불과했습니다.

핵 발전은 현재와 미래 세대에게 끔찍한 위험을 초래하지만,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습니다. 더구나 핵 산업 분야 인력의 3분의 2 가량은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 등 공적 영역에 포함돼 있어, 핵 산업체에 종사하는 인력을 핵 폐로 산업으로 전환한다면, 탈핵에 따른 일자리 전환도 큰 문제가 아닙니다.

이에 반해 핵발전소의 경제성, 안전성, 민주성, 지속 가능성은 매우 취약합니다. 국가가 엄청난 보조금을 주지 않는다면, 핵에너지는 매우 비싼 에너지이고,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에서 보았듯이 누출되면 치명적으로 위험합니다. 또 핵발전소 주변 지역의 피해와 밀양과 같이 원거리 송·배전 과정에서 부정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게다가 핵폐기물을 10만 년 이상 안전하게 보관할 현실적인 방법은 없고,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것입니다.

예전에 인기가 높았던 드라마에서 "무릇 장사란 이문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다"라는 대사를 듣고 무릎을 쳤던 기억이 납니다. 대권에 나선 후보들에게 선거를 통해 그리고 정치 과정에서 무엇을 남기려 하는지 다시 한 번 묻고 싶습니다. 이웃나라 일본의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에도 불구하고, 핵 발전만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거짓 선동하는 것에 맞서, '핵은 대안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후보를 만나고 싶습니다.

전체 전력 생산량의 1퍼센트밖에 안 되는 사고뭉치 고리 핵발전소를 즉각 폐쇄하고, 핵발전소 폐로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후보를 기다립니다. 대도시의 신규 핵발전소 송전탑 건설을 위해 평생 평화롭게 땅을 일궈온 농민의 삶을 짓밟는 야만의 시대를 끝내겠다는 후보를 만나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런 후보를 기쁘게 선택할 수 있는 대선이기를 기대합니다.

 /이강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2012년 8월 15일 수요일

감시, 억압, 돈이 얽힌 ‘핵’의 고리


이글은 레디앙 2012-08-13일자 기사 '감시, 억압, 돈이 얽힌 ‘핵’의 고리'를 퍼왔습니다.
[에정칼럼] 함께 먹고 즐기는 지역축제의 연대 돼야

핵발전소 건설이 추진되는 지역에는 공통점이 있다. 인구가 줄고 고령화되고 있으며 지역경제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핵발전소 건설을 추진하는 측은 핵발전소가 생기면 일자리가 생겨 인구가 늘고 지역경제가 살아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실상은 이와 다르다. 현재 핵발전소가 운영되고 있는 전남 영광과 경북 울진, 경주 월성, 부산 기장 지역은 오히려 핵발전소의 잠재적인 위협에 시달리고, 핵발전소 추가 건설에 따른 이주 등으로 지역공동체는 무너지고 있다.
원전 주변 지역 지원금도 주민들의 삶과는 무관하게 ‘번듯한’ 건물 짓기에 쓰이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지역에 핵발전소가 건설되면 주민들은 빠져 나올 수 없는 미로에 갇혀 버리게 된다.
추가되는 핵발전소 건설에 따라 위험은 증가하지만 고립된 상황에서의 무력감과 피로가 더해져 저항할 힘과 용기는 사라지고, 그나마 늘어난 지원금에 위안을 삼게 되는 악순환은 계속된다.
또한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등 핵발전소 관련 직원들은 어느덧 이웃이 되어 이들을 통한 상시적인 감시는 일상이 되어 버린다. 이처럼 핵발전소와 관련된 관계들이 늘어날수록 반핵단체들과의 연대는 꺼려지고 신뢰는 무너져 간다.
고리핵발전소 1호기가 재가동하기까지 과정에서의 핵심은 부산 기장군 장안읍 주민들의 동의 여부였다. 그렇기에 지식경제부는 집요하게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내는 데에 주력했다.
부산 시민과 반핵시민단체들의 의견은 좀처럼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정부와 지역주민들만이 아는 내용의 검사와 협의로 재가동이 결정됐다.
이후 장안읍이 낸 보도자료는 지금까지의 악순환이 견고하게 지속되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고리 1호기의 수명 연장과 관련해 새로운 산업으로 부상될 것으로 예상되는 수명 연장 기술 분야와 플랜트 해체 분야의 기업을 장안읍 근방에 유치해 지역 주민의 고용창출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지난 8월 1~3일까지 녹색연합은 영덕과 경주, 부산에서 ‘사라지지 않는 개’라는 탈핵 연극을 포함한 문화공연을 했다. 탈핵을 바라는 시민들의 모금과 문화예술인들의 자발적인 재능기부로 성사된 공연이었다.


지역주민과 연대해보고자 하는 이 작은 시도에도 참 어려운 점이 많았다. 첫 공연은 삼척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삼척에서 긴급한 사안이 발생해 공연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삼척에서는 삼척시장을 소환하는 주민투표를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이다. 삼척시장이 주민들의 동의 없이 핵발전을 추진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삼척시장을 주축으로 한 공무원과 관변단체들이 주민소환을 신청한 주민들에게 서명 철회를 협박하는 등 조직적이고 불법적인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영덕 공연에서도 정작 지역주민들을 만나기란 쉽지 않았다. 영덕은 지난해 12월말 신규 핵발전소 예정부지로 선정됐다. 그러나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에 저항하기에는 힘이 부친다.
반핵대책위를 꾸리기 위한 회의에 단지 ‘참석’하는 것도 어려운 결정이고, 비공식적으로 이뤄지는 회유와 협박, 일상적인 ‘사찰’을 힘없는 한 개인이 견뎌내기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탈핵에 관한 공연을 보러 오는 것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경주에서의 공연은 갑작스럽게 공연장소가 취소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애초에 월성 핵발전소 인근 양남면으로 공연장소가 정해지고 지역주민 200여 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공연팀은 기대에 부풀었다.
하지만 공연 3일전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양남면에서의 갑작스런 취소 통보! 이유는 휴가철이기 때문이라는데, 쉽사리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한수원에서의 계속되는 공연 문의와 양남면 주민들이 외부 단체와의 연대를 꺼린다는 이유를 듣고 짐작할 수밖에 없다. 현재 경주 월성핵발전소 1호기는 수명 마감을 90여일 앞두고 있다.

월성1호기 수명연장 반대 1인시위 모습

원자력문화재단은 핵발전을 찬양하는 어린이 뮤지컬 공연을 핵발전 현안 지역을 돌며 진행했다. 지경부는 핵발전소 인접지역에 대한 지원금을 늘리기 위해 군수 등 해당 지역 지자체장이 주변지역 이외 지역에 쓸 수 있는 지원금 비중(현행 50% 이내)을 낮추기로 했다. 지원금이 선거를 의식한 지자체장의 선심성 예산으로 쓰이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지원금의 혜택을 원전 반경 5㎞ 이내 최인접 지역 주민들에게 집중함으로써 외부와의 단절을 더욱 더 견고히 하겠다는 방침으로 의심된다.
지경부와 한수원, 원자력문화재단 등 핵발전과 연관된 조직들은 이렇게 핵발전 현안 지역주민들과의 관계를 고착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핵관련 조직들과 지역주민 사이의 보이지 않는 감시와 관계의 고착화, 이를 곤고히 하는 ‘돈’의 고리를 끊고, 탈핵을 바라는 시민들과 핵발전 지역주민 사이의 연대의 고리를 어떻게든 만들어나가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일본에는 지난 30년 동안 반핵투쟁을 해 온 작은 섬 마을, ‘이와이시마’가 있다. 현재 480여 명이 주민이 살고 있고, 평균 연령은 79세에 이른다. 1982년 이와이시마 정면으로 바다 건너 겨우 4km 떨어진 가미노세키 다노우라 해안이 핵발전소 예정 부지로 선정된다.

일본 이와이시마의 반핵 운동

이후 이와이시마 주민들은 어느 외부 단체의 도움 없이 지역 주민 스스로 매주 월요일마다 반핵집회를 진행해왔고, 지금까지 그 횟수는 1000회를 훌쩍 넘어서고 있다.
가미노세키 지역은 핵발전 추진파들이 많았다. 일본 정부는 주변 지역 9개 어업조합에 보상금을 제시했고, 그 중 이와이시마 조합만 보상금을 거부했다. 대신 가두리 낚시나 관광객 유치, 승객선 운영 등으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와이시마 주민들은 비폭력 직접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전력회사의 작업선을 해상에서 막아내고 원전 부지에 누워 공사 진행을 방해하기도 했다. 또한 주민들이 의회에 항의 방문을 하는 등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데에도 앞장섰다.
이곳도 30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고립돼 있었다. 언론은 침묵했고, 외부와의 소통은 단절됐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이와이시마의 반핵 투쟁 소식이 점차 전해지면서 2년 전부터 외부 사람들이 함께 하기 시작했다.
야마구치현 대학 카약 동아리가 지역주민과 함께 전력회사의 공사진행을 막아내기도 하고, 이와이시마에서 나오는 특산물은 8월이 되면 지지하는 사람들의 주문으로 금방 동이 난다.
이와이시마는 이제 자연에너지 100%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섬 주민회와 도쿄의 환경에너지정책연구소(ISEP)가 함께 진행하는 ‘1% for 이와이시마’라는 프로젝트로 기금을 모아 이와이시마를 자연에너지 100% 섬으로 만드는 활동에 쓸 계획이다.
자연에너지 사업뿐만 아니라 먹거리사업과 자연을 살린 관광업, 문화적 자원을 활용한 예술 사업 등을 구상 중이다.
이와이시마에서의 다양한 활동들은 이제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과정을 잘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이와이시마 사례를 통해 지역주민과의 연대를 위한 다양한 운동과 사업들을 상상하고 적용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전력회사와 핵발전소 추진파들의 공세를 함께 막아내고, 지역에서 나오는 먹거리를 ‘지지’ 구매하거나 단체로 그 지역으로 관광을 가고 지역축제에 참여하거나 문화공연을 기획해 그 지역에서 진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자연에너지 100% 프로젝트와 같은 사업들을 구상해볼 수도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탈핵희망버스나 탈핵순회공연이 앞으로 이런 방향으로 진행되면 좋지 않을까.

권승문 / 녹색연합 녹색에너지디자인

2012년 3월 25일 일요일

한국이 사는 길…'원전 수출' 아닌 '폐로 사업'!


이글은 프레시안 2012-03-23일자 기사 '한국이 사는 길…'원전 수출' 아닌 '폐로 사업'!'을 퍼왔습니다.
[후쿠시마 1년, 핵 없는 세상을 꿈꾼다·③] 장정욱 마쓰야마 대학교 교수

, , 평화네트워크는 지난 6일부터 '후쿠시마 1년, 핵 없는 세상을 꿈꾼다' 연속 강연을 진행 중이다. 6일 김종철  발행인, 13일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에 이어 20일에는 서울 중구 장충동  강의실에서 장정욱 일본 마쓰야마 대학 교수의 강연이 열렸다.

장정욱 교수는 '후쿠시마, 겨우 최악의 사태를 막았을 뿐'이란 주제로 사고 1년이 지난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의 현 상태와 그 영향을 점검하는 한편, 핵 안보 정상 회의 개최로 들떠 있는 한국의 안전 불감증에 경고를 던졌다.

장정욱 교수는 일본이 언제든 쓰나미가 발생할 수 있는 지형적 특성을 무시하고 '경제적 이유'로 미국 방식을 도입해, 후쿠시마 핵발전소를 애초에 위험한 곳에 세우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또 이미 과거에 도호쿠 지방에서 일어났던 지진의 시뮬레이션을 토대로, 거대 쓰나미로 인한 핵발전소 침수가 일어날 수 있다는 조사 결과를 2008년에 갖고 있었음에도 적극적인 대처는커녕 보고조차 제때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따라서 도쿄전력이 주장하듯 '천재지변'에 의한 사고가 아니라, 인재에 가까운 사고였다는 것이다.

장정욱 교수는 사고 1년이 지난 현재 핵발전소 사고의 직접적인 피해로 사망한 사람은 많지 않지만, 참극은 두고두고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비단 공기 중으로, 해수 속으로 유입된 거대한 양의 방사능 물질 때문만이 아니다. 피난과 귀향의 불가능함으로 인해 수십 만 명 이상의 삶이 파괴되었고, 배상과 복구 비용 또한 막대해 전 국민이 부담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장정욱 교수는 방사성 물질이 넘나드는 것은 물론이요 국내에서도 비슷한 사고 위험이 있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핵 안보 정상 회의'와 '핵발전소 수출'에 환호하는 한국에 대해서도 고언을 던졌다. 핵발전소 수출이 아니라 '폐로 사업'에 주력하는 것이 한국이 살 길이라고 그는 말한다.

다음은 강연의 주요 내용.



▲ 장정욱 마쓰야마 대학교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온도를 내릴 수 없었던 후쿠시마 핵발전소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왜 일어났는지부터 다시 복기해 보겠다. 2011년 3월 11일 일본 도호쿠 지방에 규모 9.0의 지진이 일어났고, 그 여파로 쓰나미가 왔다.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사고의 경우 두 번째 쓰나미가 문제가 되어 일어났다. 이날 15시 35분에 높이 13.1미터의 두 번째 쓰나미가 왔는데, 이 높이는 어디까지나 도쿄전력의 추정치이다. 핵발전소가 세워져 있는 지면은 해수면에서 10미터 높았고, 따라서 그것보다 파도가 더 높았기에 물이 들어왔다. 이로 인해 ①냉각용의 바닷물을 퍼 올리는 취수 펌프, ②전원을 공급할 터빈 건물 지하에 있던 비상용 디젤 발전기와 배전판 등이 바닷물에 잠겨 누전되어 작동 불능이 되었다.

자주 하는 표현이지만 핵발전소는 '바닷물을 데우는 기계'다. 핵분열로 발생하는 열기를 식히기 위해 1초당 70톤의 냉각수가 필요한데, 그만큼을 데워서 다시 바다로 흘려보내기 때문이다. 원자로에서 나오는 뜨거운 증기를 냉각시킬 때도, 사용 후 핵연료가 담긴 수조를 냉각시키는 데도 해수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 해수를 뽑아내는 펌프가 침수되어 기능을 상실했던 것이다. 또 터빈 건물 지하실이 침수되었다. 이러면 물이 들어와도 바깥으로 내보낼 수 있는 동력 자체가 없어진다. 또 내·외부에서 들어온 전선을 배전시키는 배전판도 다 꺼졌다. 이 중 하나라도 차단되면 안 되는데 이번 사고에선 세 개가 다 기능을 상실한 것이다.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의 원자로 6기엔 가동 중의 핵분열을 이용한 전기(교류)인 내부 전원 외에 비상시의 전원 확보를 위해 ①13대의 비상용 디젤발전기(교류), ②이동식 전원차(직류) ③용량 8시간의 배터리(직류), ④다른 지역의 발전소로 전원을 공급받는 외부 전원(교류)가 준비되어 있었다. 일단 사고로 내부 전원을 잃었고, ④의 경우 지진의 영향으로 송전탑과 변전소가 파손되어 즉시 사용할 수 없었다.

①의 경우 조금 높은 위치에 있었던 6호기의 공냉식 비상용 디젤 발전기 한 대만이 정상으로 가동하여 5, 6호기는 간신히 전원 상실을 모면할 수 있었다. 이동식 전원차(②)의 경우 사고 직후 인근의 그것들을 끌어 모았지만, 지진에 의한 도로 파손 등으로 11일 늦은 밤에야 후쿠시마 핵발전소에 도착했다. 최종적으로 69대가 모였지만, 전원 접속 장치의 규격이 맞지 않아 전선을 벗겨 직접 연결했음에도 전원판 침수, 전선 길이 부족 등으로 사용하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배터리(③)는 냉각재를 공급할 정도의 용량이 없다. 단지 냉각용 배관의 밸브 개폐와 중앙 제어실의 조명 같은 데 사용될 수 있을 뿐이다. 이로써 냉각에 필요한 최소한의 전원조차도 없어진 원자로 1~4호기는 그 연료가 융용에 이르게 된 것이다.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는 바닷가에 터빈 건물을, 내륙 쪽에 원자로 건물을 배치하는 구조이다. 이는 미국에서 핵발전소를 처음 개발할 때 만들어진 미국식 구조다. 미국 핵발전소는 지진이 거의 없는 지역, 쓰나미의 침수를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지역에 입지하고 있다. 그런데 후쿠시마는 어떠한가? 이는 도쿄전력이 초기에 핵발전소를 수입할 때, 일본 특유의 지형적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미국 방식을 답습한 결과이다. 일본이 쓰나미를 고려했다면 핵발전소를 좀 더 내륙 쪽에 세우거나 방수성을 높였을 것이다. 게다가 당초 해면 30미터 높이의 지면을 20미터나 깎아 10미터 높이의 위치에 핵발전소를건설했다. 이유는 해수 펌프가 기능하는 거리를 짧게 하고 핵연료가 드나드는 항만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즉, 경제성을 위해서다. 한국도 마찬가지 이유로 미국 방식을 도입했다. 한국에는 지진 가능성이 없다고 하지만, 그건 아무도 보장하지 못한다.

사고는 인재였나


ⓒ프레시안(최형락)
도쿄전력은 이번 사고 원인에 대해 예상(5.7미터)보다 높은 쓰나미라는 불가항력적인 자연 재해가 원인인 '천재'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비판자들은 '인재'였다고 반박하고 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도쿄전력이 이미 몇 년 전에 높은 쓰나미가 올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대책 비용의 절약을 위해 고의적으로 무시한 일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도쿄 전력이 이미 예상 높이 5.7미터를 넘는 거대 쓰나미가 후쿠시마 핵발전소 지역에 올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계산 결과를 갖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먼저 2006년에는 5.7미터 이상의 쓰나미가 올 확률이 50년 안에 약 10퍼센트이며, 노심 융용을 일으킬 수 있는 10미터 이상의 쓰나미가 올 확률은 1퍼센트라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왔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 원칙이 '10만 년에 1회 가능성'임을 고려했을 때, 이는 엄청난 차이다.

한편, 도쿄 전력은 2008년 ①1896년에 발생한 산리쿠(三陸) 지진(M8.3 규모), ②869년 발생한 죠칸(貞觀) 지진(M8.4 규모)과 같은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경우의 쓰나미 높이를 예상하는 계산을 해 보았는데, 결과는 놀라웠다. ①의 경우 후쿠시마 핵발전소 지역에 최대 15.7미터 높이의 쓰나미가 올 수 있으며 ②의 경우 최대 9.2미터의 쓰나미가 올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도쿄전력은 이를 정부의 원자력안전·보안원에 보고하긴 했지만, 낮은 수치의 결과는 2009년 9월에 보고한 반면 높은 수치의 결과는 핵발전소 사고 발생 불과 4일 전인 2011년 3월 7일에 보고했다. 2008년부터 이 결과를 존중해 즉시 추가 대책이 실시되었다면 지금과 같았을까? 작년 10월에야 공개된 도쿄전력의 계산 결과 자료에는, 2012년 10월까지 대책을 '검토'하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었을 뿐이다.

또 하나의 쟁점이 있다. 이 사고가 정말 '쓰나미' 때문이었냐는 것을 둘러싸고서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격납 용기의 설계에 관여했던 다나카 마쓰히코 씨는, 가동 41년째의 노후 핵발전소 1호기의 경우 쓰나미가 오기 전에 이미 원자로계의 배관이 파손되어 냉각재의 대량 상실이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그는 원자로 밑 부분에 붙어 있는 50톤 무게의 재순환 배관이 지진을 만나 깨어졌으며, 그로 인해 뜨거운 증기가 대량 유출되었고 압력도 올라갔다고 말한다. 실제로 쓰나미가 오기 전에 1호기의 압력이 올라갔던 것으로 파악되었다. 도쿄전력은 아직도 이에 대해 명쾌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 따라서 누구 말이 맞는지는 오리무중이다.

수상이 말한 '냉온 정지 상태'는 없다!

후쿠시마 핵발전소의 현재 상태를 점검해 보자. 지난해 12월 16일 노다 요시히코 일본 수상은 사고 핵발전소 3기 원자로의 밑부분 온도가 섭씨 100도 이하로 내려갔고 방사성 물질 배출량이 감소되었다며 핵발전소가 "냉온 정지 상태에 도달했다"고 대내외적으로 선언했다. 하지만 이는 원래 없는 개념으로, 정치적 판단에 의해 급조된 것이다. 원자력 전문 용어로서 "정상 상태의 핵발전소 원자로의 내부 온도가 섭씨 100도 이하로 낮아진 상태"를 이르는 '냉온 정지'란 말이 있긴 하지만, 원자로 및 격납 용기에서 냉각수가 줄줄 새고 있는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에 해당되지 않는다. 이는 마치 중환자에 대한 수술을 하기도 전에 간단한 응급 조치로 완치되었다는 식으로, 실태를 의도적으로 축소시킨 표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발표 이후 도쿄 전력이 사고의 수습에 관한 중장기 대책을 발표했다. 내용은 ①2013년까지 1~4호기 수조 내의 사용 후 핵연료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는 것, ②핵발전소 건물 내의 제염(오염 지역의 제거) 작업을 하고 파손 부분을 수리하며 오염수를 처리하고, 격납 용기 전체를 물로 채워 냉각하는 것, ③2036년까지 격납 용기 및 원자로의 녹은 핵연료를 추출하는 것, ④2051년까지 핵발전소를 완전 해체하는 것이다.

아무리 낙관적으로 보아도 완전 수습까지 최소 40년 이상이 걸린다. 또한 이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단순히 나열한 것으로, 수습 계획이라기보다는 일종의 노력 목표에 가깝다. 현재 녹은 핵연료의 무게, 형태 및 위치도 알 수 없는 상태다. 게다가 원자로 및 격납 용기도 크게 파손되어 있다. 일단은 약 35미터 위의 격납 용기의 윗부분에서 크레인을 이용해 그 속에 떨어져 있는 최소 100톤 이상의 녹은 핵연료를 끄집어 낼 계획이지만, 경제적·기술적으로 이 작업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체르노빌 핵발전소처럼 시멘트로 핵발전소 건물 전체를 덮는 석관(石棺) 방식이 등장할 가능성도 부인할 수 없다.

피해 원자로에서는 사고 직후만큼 엄청난 양은 아니지만 지금도 여전히 방사능 물질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 물론 2012년 3월 6일 현재 방사능 물질의 시간당 대기 방출량은 1000만 베크렐로, 1년 전인 2011년 3월 15일의 약 8000만분의 1로 감소한 수치다. 1호기의 파괴된 건물 외벽을 완전히 덮는 차폐 시설을 설치했고, 2호기엔 필터가 있는 환기장치를 설치했기 때문이다. 현재 방사능 물질의 배출은 거의 3호기가 그 원인이다.

또한 해양으로의 오염수 유출도 계속되고 있다. 현재 도쿄 전력은 핵발전소 건물 밑에 고여 있는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를 정화하여 약 4킬로미터의 배관을 통해 원자로에 냉각수를 공급하고 있다. 2011년 4월의 계획으로는 그해 말까지 핵발전소 건물 밑에 있는 것을 포함한 25만 톤의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의 대부분을 처리할 생각이었지만,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는 오히려 늘고 있는 실정이다. 지하의 콘크리트에 금이 나서 현재도 오염수가 흘러나가고 있는데, 사람 접근이 불가능하니 어디로, 어느 정도로 나가는지 알 수도 없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건물 지하로 매일 200~500톤의 지하수가 유입된다는 것이다. 지하수가 격납 용기로부터 새어나오는 원자로의 냉각수와 섞여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로 바뀌고 있기 때문에, 유입되는 지하수의 양만큼 처리해야 할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도 늘고 있는 셈이 된다. 원자로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냉각수의 주입량을 늘리면 새어나오는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가 증가하고, 건물 지하의 방사성 오염수를 많이 처리하면 수위 변화로 지하수의 유입이 늘어나는 진퇴양난의 상태다. 지하수를 어떻게 막겠는가. 격납 용기를 완전히 막지 않는 이상 같은 일이 반복될 거다. 이건 체르노빌하고 비교가 안 되는 사태다.

한편, 정화 과정을 거친 후에 늘어나는 저준위 방사성 오염수의 저장 문제도 있다. 현재 고준위 오염수에서 기름과 세슘, 염분을 제거하여 저준위 오염수로 만들고, 이것을 다시 원자로에 투입하고 남는 것을 탱크에 저장하는 방식을 쓰고 있는데, 저장할 공간이 부족한 것이다. 3월 6일 기준으로 저장 용량의 72퍼센트에 달하는 약 12만 톤이 차 있으니 오래 못 가 가득 찰 것이고, 따라서 탱크의 증설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오염수를 정화할 때 쓰는 특수 약품, 필터, 폐기물은 또 어떻게 버릴 것인가.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타개하려면 오염수의 증가 자체를 막아야 하는데, 격납 용기의 파손 부분을 수리하여 한정된 수량에 의한 순환 냉각 시스템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

오염의 완전한 제거, 불가능하다

이제 핵발전소 부지 바깥의 상황, 피해 지역으로 눈을 돌려 보자. 일본 정부는 지난해 9월 말 핵발전소으로부터 반경 2~30킬로미터 내의 일부 구역(긴급시 피난 준비 구역)의 해제를 발표했다. 그리고 오는 4월에 시작될 본격적인 제염 작업을 앞두고 기준을 '피폭선량'으로 하여 오염 구역을 재편할 방침이다. 구역은 ①피난 지시 해제 준비 구역(연간 피폭선량 20밀리시버트 이하), ②거주 제한 구역(21~50밀리시버트), ③귀환 곤란 구역(50밀리시버트 이상, 최소 5년 이상)으로 나뉜다.

'귀환 곤란 지역'이 아니라고 해도, 사실상 그 지역의 삶은 제대로 이어질 수 없다. 지난 1월 31일 가와우치무라(川内村)가 해제된 '긴급시 피난 준비 구역'만을 대상으로 자발적 귀촌 선언을 발표했는데, 돌아온 주민은 원래의 1할에도 못 미쳤다. 인근의 히로노쵸(広野町)는 3월 1일에 군청 사무실만 원래의 건물로 복귀했다. 앞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점차 귀환 선언을 하겠지만 인프라나 관공서, 병원이나 학교 등의 생활 환경이 복구되지 않는 한, 공동체가 유지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어쨌든 본격적인 제염 실시를 앞두고 문부과학성이 방사성 세슘(134와 137)을 조사했는데, 이에 따르면 제염 대상 지역은 1만 1600평방킬로미터로 일본 국토의 3퍼센트에 달한다. 한국 경기도와 서울시를 합친 것보다 넓은 면적이다. 여기에 포함되는 총 115개 시군읍이 제염 대상 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는데, 농업 및 관광업 등의 지역 산업에의 악영향을 회피할 목적으로 지역 지정을 거부한 지방자치단체들도 있다.

제염에는 한계가 있다. 일본 정부가 작년 11월부터 피난 구역 내에서 시험적으로 실시한 제염 작업의 결과를 보면, 토양 및 낙엽 제거에서는 일정 정도 감소 효과가 나타났으나,아스팔트 도로 및 일반 주택의 지붕에서 실시한 고압수 세척의 제염 작업의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또 피폭선량이 높은 귀환 곤란 구역에서는 제염 작업원들의 피폭 문제도 우려되고 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여 우선 50밀리시버트 이하의 두 구역을 2년간에 걸쳐 선량의 50퍼센트 정도로 감소시키는 목표를 정하고 있으나, 실질적인 제염 작업의 효과는 10퍼센트 정도로 나머지 40퍼센트는 자연적인 분산에 기대할 뿐이다.

또 산림 지역의 제염은 거의 불가능하며, 따라서 포기 상태다. 강이나 바다, 갯벌이나 해저도 마찬가지다. 바다의 경우 한국 쪽에도 1년 후에는 오염된 물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오염된 수산물의 먹이사슬을 통한 내부 피폭 가능성도 부인할 수 없는데, 해저 토양 방사능은 법적인 규제치조차 없는 상황이다. 체르노빌의 경우 먹이사슬 피폭의 피크는 사고 2년 뒤였다고 한다. 여러분도 앞으로 생선을 조심하고, 먹을 때는 꼭 뼈를 확실히 발라 먹는 게 좋겠다.

피해 배상은 가능한가?

핵발전소 사고로 피해를 입은 주민들에 대한 보상 측면을 살펴보자. 도쿄 전력은 일단 지난해 4월 말에 일본 정부의 지시에 따라 반경 2~30킬로미터 내 지역 주민에 한해, 세대 당 100만 엔의 임시 배상금을 일률적으로 지급했다. 이후 8월부터 원자력 손해 배상지원 기구를 설치·운영하고 있으며, 분쟁 심사회를 설립해 거기서 중간 지침을 만들어 본격적인 배상을 시작했다. 당사자 간에 배상 문제의 대립이 있을 경우 변호사 150여 명으로 구성된 분쟁 센터가 화해를 조정한다. 그래도 안 될 땐 소송 방법이 있다. 그러나 피난민이 총 16만 명에나 이름에도, 2012년 3월 2일 현재까지 배상 신청은 1181건뿐이며 화해가 성립된 경우는 16건에 지나지 않는다.

일본 정부의 피난 지시 지역에서는 일시불·일률적으로 배상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임산부와 18세 이하의 어린이·청소년에 대해선 특별히 위자료를 더 지급해야 한다는 반발이 있다. 도쿄전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주민들의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줄어들 거라고 주장하지만, 주민들은 반대로 늘어날 거라고 주장한다. 한편, 지난 12월 초 분쟁 심의회가 배상 지침을 확대하면서, 후쿠시마 현내 23 시군읍의 정부가 피난을 지시하지 않았으나 자주적으로 피난한 주민들에 대해서도 배상을 적용함에 따라, 대상자가 종래 15만 명에서 150만 명으로 대폭 늘었다.

게다가 간접적인 피해가 전국적으로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배상 지역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가령 교토 지역에 해외 관광객이 오지 않는다든지, 핵발전소 사고가 일어난 나라의 물건이란 이유만으로 특정 품목의 해외 수출이 금지된다든지 하는 '소문'에 의한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또 앞으로 해양 오염수 때문에 중국이나 한국으로부터 제소가 생길 가능성도 부인할 수 없다.

대체 돈이 얼마나 들까. 일단 실질 피해 주민 보상만 봤을 때 정부는 2013년 3월까지 2년간 4.5조 엔(약 60조 원)의 보상액이 들 것으로 추산한다. 지금까지 일본 정부가 도쿄 전력에 지원한 금액이 약 1.6조 엔이다. 그리고 도쿄전력이 3월 19일 기준으로 실제 지불한 금액이 여기의 4분의 1인 4500억 엔 정도다.

그런데 이뿐만 아니라 제염 작업 비용과 폐로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큰 문제가 제염 비용이다. 대체 어디까지 제염할 건가가 문제다. 일부 학자들은 포기할 지역을 확실히 포기해 쓸데없는 돈을 계속 쓰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농업이 중심인 지역의 경우, 2~3년만 방치해도 회복에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제염 비용을 약 60조 엔으로 보고 있는데 여기엔 산림 지역의 제염이나 처분장 건설 비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런 것까지 포함시키면 제염 작업만으로 100조 엔을 넘을 수도 있다. 이 비용은 사고 이전 일본 정부의 1년 예산에 버금간다. 그러나 배상 책임자인 도쿄전력은, 사고 수습비와 핵발전소 가동 중지에 따른 연료비 조달만으로 실질적 파산 상태다.

배상의 어려움은 이 엄청난 금액 규모에만 있는 게 아니다. 핵발전소 사고로 인한 건강의 변화, 생명에 미치는 영향을 알기 어렵다. 보통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의 직접 피해에 의한 사망자는 그리 많지 않아서 그 부분은 괜찮다는 식으로 얘기된다. 실제로 사망한 사람은 쓰나미가 오기 전, 점검 차 지하에 들어갔다가 사망한 핵발전소 종업원 2명과 사고 후 수습 작업 중 과로사로 인정받은 종업원 1명 등 3명이 전부다.

그러나 사고 당시 피난 과정에서 중환자 14명이 사망했고, 유기농 농민과 무덤으로 피난 간다며 자살한 93세의 노인 등 4명이 자살했다. 또한 핵발전소 30킬로미터 내 13개소의 양로 시설에 있던 사람들이 많이 죽었다. 조사에 따르면 이들 중 사망자는 2009년 89명, 2010년 107명에서 2011년엔 206명으로, 2배나 크게 늘었다. 사망 원인이 뭔가. 환경이 바뀐 데 대한 정신적 쇼크와 스트레스다. 사고 이후 이 환경 변화나 정신적 스트레스로 사망한 사람의 숫자가 후쿠시마에서 621명이다. 이는 쓰나미 피해가 가장 컸던 미야기 현의 환경 변화로 인한 사망자 554명보다 많은 숫자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 이후의 상황을 감안하면, 앞으로 후쿠시마 사고 피해에 의한 사망자는 고령자를 중심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앞으로 4~5년 후부터 어린이의 갑상선암이 나타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일본 핵발전소, 이제 어디로 가나

사고 이후 일본 핵발전소는 어떻게 되었나. 일본 전체 핵발전소 54기 가운데 현재 도쿄전력의 가시와자키 핵발전소 6호기, 홋카이도 전력의 도마루 3호기 등 2기만 가동하고 있다. 지난해 7월 6일 간 나오토 당시 수상은 핵발전소 재가동의 전제 조건으로 모든 핵발전소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 제도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핵발전소가 지진, 쓰나미, 홍수 등과 같은 재해, 그리고 테러 및 항공기의 충돌 등의 사고에 직면했을 때, 이번 사고와 같은 일이 발생할 때까지 핵발전소가 어느 정도 견딜 수 있는지를 체크하는 안전 여유도 검사다. 3월 초 현재 이 테스트에서 일단 1차만 통과한 것이 후쿠이 현의 오오이 핵발전소 3, 4호기와 시코쿠의 이카타 핵발전소 3호기이다. 일본 정부는 오는 여름의 전력 부족을 들먹이면서 오오이 핵발전소의 재가동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이 워낙 반대하고 있어 불투명하다.

또 일본 정부는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별도의 청, '원자력규제청'으로 독립시켰다. 다만 일본의 야당, 주로 자민당은 이를 행정부에서 완전 독립된 제3자 위원회로 구성해야 한다고 반발하며 법을 통과시키지 않고 있다. 이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로 신뢰를 잃은 규제 기관의 재편을 통해 핵발전소의 안전성을 높이려는 정치적인 판단의 결과이지만, 우려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원자력규제청에 필요한 500여 명의 직원이 대부분 원자력안전·보안원에서 그대로 평행 이동할 것이며, 일부의 간부 이외는 여전히 경제산업성 및 문부과학성과의 인사 교류가 허용될 방침이다. 형식적인 조직 개편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다음으로 핵발전소 사고에 대비해 주민들이 행정 기관과 함께 일종의 훈련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방재 구역을 확대할 방침이다. 현행의 원자력 방재 구역은 핵발전소 반경 8~10킬로미터의 지역인데, 이것을 개정하여 약 3배인 30킬로미터로 확대한다. 30킬로미터는 IAEA에서 정한 긴급 방호조치 구역의 기준으로서, 이제야 국제 표준에 따르게 된 것이다. 개정 방재 지침은 또한 특정 사태 발생 시 즉시 피난하는 5킬로미터 내의 예방 방지 조치 구역도 도입한다. 그리고 50킬로미터 이내의 구역까지 요오드제의 준비를 하도록 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국제 표준을 좋아하는 한국은, 이 방재 구역만은 IAEA의 기준을 따르지 않고 여전히 8~10킬로미터에 머무르고 있다. 방재 구역의 개정엔 엄청난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돈 쓰기 싫다는 거다.

또 핵발전소의 수명을 법적으로 정하기로 한 것도 중요한 정책 변화다. 아직 법 통과는 안 되었지만, 수명 40년을 원칙으로 하면서 매우 예외적으로 최장 20년의 연장을 1회만 허용하기로 했다. 일본에 40년을 넘긴 핵발전소는 3기가 있고, 37년 이상 된 게 4기가 있다. 다만 연장에 대해서 아직까지 이렇다 할 기준은 없다. 한국의 경우 핵발전소의 수명이 법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 고리 핵발전소처럼 1970년대에 만들어진 핵발전소는 금속 재질도 안 좋아서 30년 이상 쓰면 안 된다. 일본 정부는 또 백 피트(back-fit) 제도도 도입하기로 했다. 노후 핵발전소라도 최신의 안전 기준을 반영하도록 지시하고, 반영하지 않은 핵발전소의 경우에는 가동 정지를 명령하는 제도다. 이 제도들은 한국 정부도 시급히 따라가야 한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장기적인 측면에서 현재의 핵연료 주기 정책에 변화가 올 가능성이 있다. 일본은 사용 후 핵연료를 100퍼센트 재처리하여 고속증식로의 핵연료로서 플루토늄을 증식시켜 왔는데, 이 노선을 수정하여 직접 처분과 혼합 산화물 연료를 이용하는 플루서멀(Plu-thermal)을 실용적인 노선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이 내용은 오는 여름 제출을 목표로 작성 중인 '에너지 기본 계획 및 원자력 정책 대강'이라는 중장기 계획에서 드러날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무모하다고 비판 받아 온 고속증식로 '몬쥬'는 포기하지 않을까 싶다. 또 현재 3기의 핵발전소가 건설 중인데, 이 3기 이상으로 또 새로 짓는 것은 대단히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거기다 위에서 언급했듯 핵발전소 수명을 40년으로 못 박아 놨기 때문에, 일본은 장기적으로 핵발전소가 축소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전망한다.

MB가 꾸는 '핵의 꿈'을 묻다

3월 26·27일에 서울에서 핵 안보 정상 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여기서 논의될 여러 국가 공동의 핵 안보 가운데 테러 방지라는 측면에서 보면, 아무래도 핵발전소 안전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반대로 내부의 사정과 정보는 점점 더 바깥으로 공표되기 어려워질 것이다. 안전 시설의 강화는 곧 정보 미공개의 강화라는 얘기다. 한편 IAEA, 즉 핵 확산의 감시의 강화가 핵발전소 안전의 강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데 주목하자. 결국 조약이 만들어져도 국가가 거기에 따르는가 아닌가의 문제인데, 중국 등 신흥 발전국들의 경우 안전 대책이 강화되면 크게 반발한다. 또한 핵 사찰의 강화는 기존의 핵 처리 기술 보유국 간의 연계 강화를 의미할 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핵연료 산업계의 득세와 이에 따른 미국의 세계 전략이란 측면이다. 우리가 핵발전소 수출한다고 하면 두산중공업이 돈을 많이 벌겠구나 하지만, 두산중공업은 기계만 만들어 파는 거다. 새로 핵발전소 지을 때 딱 한 번 거래하는 거다. 그런데 핵연료는, 핵발전소 한 번 지어놓으면 40년 동안 팔 수 있다. 핵연료 산업도 석유처럼 메이저가 있는데, 바로 미국이다. 가령 일본은 1970년대까지 핵연료 가운데 3할 이상을 미국에서 사야 하는 규정을 지켰다. 미국의 핵연료 농축 공장을 돌리기 위해서라도 핵발전소는 확산되어야 한다. 이것이 미국의 세계 전략이다.

한편, 핵연료 공급과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의 공동 추진 역시 여러 국가들 사이에서 논의되고 있다. 맨 처음엔 오스트레일리아에 처분장을 건설하기로 했는데 무산되었고, 지난해엔 몽고에서 또 무산되었다. 핵발전소를 돌리는 한 계속 발생하는 폐기물의 문제는 앞으로 점점 더 큰 이슈가 될 텐데, 제발 제대로 알았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 얼마 전 한국방송(KBS)에서 핵 안보 정상 회의와 관련해 이란 스페셜 프로그램을 방송했는데 그걸 보고 화가 많이 났다. 핵연료를 사용 후 재처리 하면 96퍼센트까지 재활용 할 수 있다고 프랑스의 아레바(AREVA)의 입을 빌려 보도한 것이다. 완전히 거짓말이다. 내가 보기에 재활용 할 수 있는 비율은 간단히 계산하면 1퍼센트, 정확히 계산하면 0.1퍼센트 정도밖에 안 된다. 국내 신문사들은 이 과학적 이야기를 제대로 써 주지 않는다. 뒤에 대체 누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국민을 완전히 호도하는 짓이다.

아시다시피 한국은 핵발전소 수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새로운 시장은 터키, 베트남,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인데, 터키나 베트남은 조건이 너무나 좋지 않다. 우리가 건설을 위한 자금을 전부 조달하고 가장 싼 가격을 제시하면 수주한다는 것이다. 말레이시아도 한국 정부가 수주를 위해 힘을 쏟고 있는 나라이지만,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타이도 연기했고, 필리핀은 화산 때문에 IAEA에서도 핵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는 나라다.

핵발전소 수출 시장에 중국도 더 깊이 들어올 것이다. 그런데 시장은 줄어들고 있는 한편 중국은 한국보다 돈도 자원도 많고, 파는 가격도 싸다. 땅 넓은 중국엔 사용 후 핵연료 보관 장소도 있다. 그것까지 받아주는 조건으로 했을 때 한국이 경쟁할 수 있을까? 승패가 빤히 보인다. 이건 결국 우리가 산업 구조를 바꿔야 하는 문제다. 핵발전소를 짓는 사업이 아니라 핵발전소의 폐로 사업에 집중하면 어떨까. 앞으로 문 닫는 핵발전소가 늘어날 것이다. 그게 우리가 살 길이다.



/안은별 기자(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