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공통점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공통점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13년 2월 1일 금요일

박근혜와 ‘타진요’의 공통점은?


이글은 미디어스 2013-01-31일자 기사 '박근혜와 ‘타진요’의 공통점은?'을 퍼왔습니다.
연예인 ‘신상털기’와 공직자 검증 구별 못하는 박당선인

▲ 오늘자 중앙일보 6면. '밀봉인사' 문제에 대한 박근혜 당선인의 인식이 안이함을 알 수 있다.

최근 이동흡 헌법재판소 소장 후보자가 인사 청문회에서 곤혹을 치르고 김용준 총리 후보자도 검증보도만으로 사퇴하는 등 차기정부의 내각구성에 대한 잡음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당선인이 강원 지역 새누리당 의원들을 초대해 가진 비공개 오찬 회동에서 인사 검증과 청문회에 비판적인 시선을 드러낸 데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선인은 “인재를 뽑아서 써야 하는데, 인사청문회 과정이 신상 털기 식으로 간다면 과연 누가 나서겠느냐"라며 우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선인의 이러한 발언은 인사 평가에 있어 ‘능력’과 ‘사생활’을 대비시키고 전자를 중시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직무 수행 능력’을 제외한 다른 모든 것을 ‘사생활’로 여기고 검증을 거추장스럽게 여기는 태도는 박근혜 당선인의 과거 발언과도 모순된다. 유세 과정에서 그녀는 과거 정부의 ‘코드인사’, ‘회전문 인사’, ‘향우회 인사’,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인사’ 등을 비판해왔다.
물론 당선인은 위의 비판이 ‘능력 있는 인사’를 내세우지 못한 전임 정부에 대한 비판이라 여길 것이다. 하지만 곰곰이 따져보면 여기서 비판의 근거가 된 ‘코드’(대통령과의 정치성향 일치 여부)나 ‘회전문’(친분으로 쉽게 내정됨), '향우회‘(특정 지역), ’고소영‘(학벌/교회/지역) 등의 기준은 ’능력‘에 관계된 것이 아니다. 그러한 기준을 충족하느냐와 능력 문제는 별개다. 즉 코드가 맞거나, 친분이 있거나, 특정 지역이거나, 심지어는 소망교회 출신이어도 능력은 출중할 수가 있는 것이다. 박근혜 당선인의 시선이 옳다면 우리는 인사문제를 오직 능력의 관점에서만 논해야 하니, 위의 비판도 무의미해진다.

▲ 오늘자 조선일보 6면. 박당선인이 '밀봉인사'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자 보수언론 역시 그녀의 과거 발언을 환기시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능력’과 ‘사생활’에 대한 이분법에서 ‘공적 생활’의 영역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법철학/사회학과 인권을 연구하는 홍성수 숙명여대 법대 교수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기본적으로 말한다면 사생활과 공적생활을 어떻게 구획할 것인가의 문제다. 그런데 이 문제는 문제 자체로만 따진다면 사실 양자 사이에 겹치는 영역이 많아서 구분이 쉽지는 않다”고 문제를 정의했다.
그는 “그런데 이번에 문제가 된 사안들을 보면,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경우 그가 한 재판, 관용차 사용 부분, 기업이 협찬했다는 의혹, 부동산 문제, 정치자금 후원 등이 문제가 되었다. 이는 사생활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공무수행에서 나타난 문제들이다”라고 말했다. 사생활과 공적 생활의 구분이 쉽지는 않지만 이동흡 후보자의 경우 문제된 사안들이 ‘명백하게 공적인 생활’에 속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의미다.
또 그는 “김용준 후보자의 경우는 약간 애매한 구석이 있다. 가령 부동산 문제의 경우 그 자체로는 사적인 문제이지만, 세금 문제는 공적이라 볼 수 있고, 부당한 이득을 올렸을 경우 집 없고 땅 없는 사람에게 피해를 끼친 측면이 있다. 그래서 사생활 문제지만 공적인 성격이 있어 공직자에겐 더 엄격한 검증을 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리고 그는 “(김용준 후보자의) 아들 병역 문제의 경우 그 자체로는 공적인 부분이나 그 아들들이 어떤 질병 때문에 면제가 되었는지 여부는 사실 사적인 영역이다. 언론들이 면제의 특권 여부에 대해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데, 문제제기를 하면서 질병이 뭔지 파헤치겠다고 추측을 남발하는 것은 당연히 사생활을 침해하는 구석이 있다”고 언론의 태도를 일부 비판했다.

▲ 지난 28일자 동아일보 3면 기사. 물론 김용준 후보자 자녀 병역논란 보도 중에는 이처럼 다소 선정적이거나 지나친 것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런 추측보도가 나오게 된 원인도 소명이 너무 늦었기 때문이다. 가령 박원순 서울시장 사례와 비교했을 때, 학위나 아들 병역 문제 등은 검증이 필요한 부분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부분들을 본인이 정리를 해서 빨리 소명하고 처리를 했다. 그런 점에서 이 추측보도에 대해서도 김용준 후보자 개인의 처신 잘못도 있다. 소명자료를 내놓았는데도 믿지 못하고 계속 의혹을 제기하는 것과 아예 소명하지 않는 사안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다른 사안이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또 그는 “물론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면서 이런 종류의 문제들이 무더기로 나와 국민들을 피곤하게 만드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그런데 그래서 사전검증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문제가 많은 사람은 거르고, 잘못은 없지만 의혹제기할 만한 것이 있다면 미리 소명을 준비했어야 하는 것인데 이런 종류의 검증체계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박당선인의 인사의 허술함을 비판했다. 
이런 구분의 차원에서 본다면 박근혜 당선인이 비호하고 있는 것은 ‘코드인사’, ‘회전문 인사’, ‘향우회 인사’,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인사’보다도 더 나쁘다. 사실 ‘코드가 맞거나, 친분이 있거나, 특정 지역이거나, 심지어는 소망교회 출신’이란 것들은 어쨌든 기본적으로는 사생활에 속한다. 우리는 이 사생활의 요소들이 고위공직자들에 반복되어 나타날 때, 대통령의 인사의 기준이 사생활의 영역에 잠식되어 있으리라는 추측으로 이를 비판하는 것이다. 그에 비한다면 이동흡 후보자와 김용준 후보자에게 적용된 검증의 기준은 그야말로  공적인 것으로 문제가 더 심각하다. 
‘사생활’과 ‘공적 생활’의 구분을 깡그리 무시하는 박당선인의 태도는 어떤 의미에서 보면 “물구나무선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일 수 있다. 즉 ‘타진요’가 자신들이 ‘공인’이라 낙인찍은 연예인의 사생활을 ‘공적 생활’로 환원한다면, 박근혜 당선인은 명백한 공무수행자의 공적 활동을 ‘사생활’로 치부하려 한다.
이러한 양극단의 태도가 있을 때, 보통의 생활인들은 적어도 직관적으로라도 두 입장 모두에게 무리가 있음을 알아챈다. 하지만 정작 양극단에 위치한 이들은 상대방의 오류를 자신의 정당함의 근거로 둔갑시킨다. 즉 박근혜 당선인은 연예인에 대한 누리꾼의 무리한 ‘신상털기’를 인사청문회나 공직자 검증 보도가 문제가 있다는 근거로 활용할 것이다. 한편 ‘타진요’ 성향 누리꾼들은 박근혜 당선인이 ‘사생활’을 근거로 자기 사람들을 비호하는 바로 그 모습을 보면서, 타블로의 사생활을 근거로 자신들을 비판하는 것은 ‘기득권’을 수호하는 일이라 부르짖을 것이다.  
물론 '명백한 신상침해‘와 ’명백한 공적 검증‘ 사이 애매한 영역도 있다. 가령 방송에 나와 ’이주여성‘의 삶을 소개하다 정치인이 된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을 생각해보자. 방송에서 자신의 이력을 다소 과장한 것을 두고 돌을 던지기는 어렵다. 다만 선거공보물에 이력을 쓰면서 허위기재를 한다면 그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자스민의 ’학력위조‘ 의혹이란 건 방송에서 말했던 것과는 달리 공보물에 학력을 ’제대로 기재‘하면서 생겨난 것이기 때문에 ’학력위조‘라고 부르기는 지나친 부분이 있다. 그렇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지만 만일 타블로가 정말로 학력을 위조했다 하더라도 그렇다고 타블로가 ’가수를 사퇴‘ 해야 할 필요는 없었다. 존재하는 것은 그와 대중 사이의 신뢰의 문제였다. 그렇게 본다면 이자스민의 경우는 의원 후보나 의원으로서 잘못한 것은 없다고 볼 수 있다.  

▲ 작년 10월 10일 '제2차 다문화가족정책 기본계획 전문가 공청회'에서 인삿말을 하는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의 모습. 일부 야권 지지자들은 그녀에 대해 '학력위조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뉴스1

누리꾼들이 특정한 판결에 분개하여 그 판결을 내린 판사의 ‘신상’을 터는 것도 애매한 경우다. 한 판사의 지난 판결을 거론하며 그의 시각을 비판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판결은 다른 법조인과 시민사회에 의해 평가받을 수 있다. 그런 와중에 법리해석에 대한 이견이 제기될 수 있고, 법논리를 벗어난 더 근본적인 시선에서 비판받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우리 사회에서는 더 많은 판결문이 공개되어야 하고, 높은 평가를 받은 법관이 중용될 수 있는 제도가 고민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판결문의 논변을 적시해 비판하는 것과 '신상털기'를 하는 것은 또 다른 일이다. 특정한 판결에 분개했다 하더라도 해당 판사의 출신지역·출신학교 등을 까발리고 그가 어떤 인맥 때문에 이런 판결을 내렸을 거라 비난하는 것은 향후 판결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없을뿐더러 일종의 ‘사생활 침해’에 해당한다(그리고 인터넷 세계에서 이 ‘정보’는 종종 날조된다). 이것이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 마음에 들지 않는 판결이 나올 때마다 그 판사가 ‘우리법연구회’ 소속이라고 비난하는 조중동의 보도행태를 볼 때 무슨 느낌이 드는지를 생각해보면 된다(누리꾼들과 마찬가지로 이들 신문 역시 그저 마음에 안 드는 판결을 내린 판사를 실제와는 상관없이 ‘우리법연구회’ 소속이라고 우기기도 한다).

▲ 지난 2010년 2월 19일자 동아일보 10면 기사.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은 마음에 들지 않는 판결이 있을 때 판결문의 내용을 비판하기보다 한 단체 이름을 적시하면서 그의 성향을 문제삼는 태도를 취해왔다.

누군가는 이 ‘애매한’ 영역에 대해 다른 기준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박근혜 당선인의 ‘착각’이 위에서 예시로 든 것과 같은 ‘애매한 영역’이 아니라 ‘타진요’가 그랬듯이 ‘명백한 영역’에 대한 것이란 거다. 그러므로 우리는 박근혜 당선인의 잘못된 인식을 규탄하며, 한국 사회의 공적 담론이 이루어낸 성취를 계속해서 그의 인사에 적용해야 할 것이다. 

한윤형 기자  |  a_hriman@hotmail.com

2012년 8월 15일 수요일

감시, 억압, 돈이 얽힌 ‘핵’의 고리


이글은 레디앙 2012-08-13일자 기사 '감시, 억압, 돈이 얽힌 ‘핵’의 고리'를 퍼왔습니다.
[에정칼럼] 함께 먹고 즐기는 지역축제의 연대 돼야

핵발전소 건설이 추진되는 지역에는 공통점이 있다. 인구가 줄고 고령화되고 있으며 지역경제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핵발전소 건설을 추진하는 측은 핵발전소가 생기면 일자리가 생겨 인구가 늘고 지역경제가 살아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실상은 이와 다르다. 현재 핵발전소가 운영되고 있는 전남 영광과 경북 울진, 경주 월성, 부산 기장 지역은 오히려 핵발전소의 잠재적인 위협에 시달리고, 핵발전소 추가 건설에 따른 이주 등으로 지역공동체는 무너지고 있다.
원전 주변 지역 지원금도 주민들의 삶과는 무관하게 ‘번듯한’ 건물 짓기에 쓰이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지역에 핵발전소가 건설되면 주민들은 빠져 나올 수 없는 미로에 갇혀 버리게 된다.
추가되는 핵발전소 건설에 따라 위험은 증가하지만 고립된 상황에서의 무력감과 피로가 더해져 저항할 힘과 용기는 사라지고, 그나마 늘어난 지원금에 위안을 삼게 되는 악순환은 계속된다.
또한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등 핵발전소 관련 직원들은 어느덧 이웃이 되어 이들을 통한 상시적인 감시는 일상이 되어 버린다. 이처럼 핵발전소와 관련된 관계들이 늘어날수록 반핵단체들과의 연대는 꺼려지고 신뢰는 무너져 간다.
고리핵발전소 1호기가 재가동하기까지 과정에서의 핵심은 부산 기장군 장안읍 주민들의 동의 여부였다. 그렇기에 지식경제부는 집요하게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내는 데에 주력했다.
부산 시민과 반핵시민단체들의 의견은 좀처럼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정부와 지역주민들만이 아는 내용의 검사와 협의로 재가동이 결정됐다.
이후 장안읍이 낸 보도자료는 지금까지의 악순환이 견고하게 지속되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고리 1호기의 수명 연장과 관련해 새로운 산업으로 부상될 것으로 예상되는 수명 연장 기술 분야와 플랜트 해체 분야의 기업을 장안읍 근방에 유치해 지역 주민의 고용창출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지난 8월 1~3일까지 녹색연합은 영덕과 경주, 부산에서 ‘사라지지 않는 개’라는 탈핵 연극을 포함한 문화공연을 했다. 탈핵을 바라는 시민들의 모금과 문화예술인들의 자발적인 재능기부로 성사된 공연이었다.


지역주민과 연대해보고자 하는 이 작은 시도에도 참 어려운 점이 많았다. 첫 공연은 삼척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삼척에서 긴급한 사안이 발생해 공연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삼척에서는 삼척시장을 소환하는 주민투표를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이다. 삼척시장이 주민들의 동의 없이 핵발전을 추진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삼척시장을 주축으로 한 공무원과 관변단체들이 주민소환을 신청한 주민들에게 서명 철회를 협박하는 등 조직적이고 불법적인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영덕 공연에서도 정작 지역주민들을 만나기란 쉽지 않았다. 영덕은 지난해 12월말 신규 핵발전소 예정부지로 선정됐다. 그러나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에 저항하기에는 힘이 부친다.
반핵대책위를 꾸리기 위한 회의에 단지 ‘참석’하는 것도 어려운 결정이고, 비공식적으로 이뤄지는 회유와 협박, 일상적인 ‘사찰’을 힘없는 한 개인이 견뎌내기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탈핵에 관한 공연을 보러 오는 것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경주에서의 공연은 갑작스럽게 공연장소가 취소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애초에 월성 핵발전소 인근 양남면으로 공연장소가 정해지고 지역주민 200여 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공연팀은 기대에 부풀었다.
하지만 공연 3일전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양남면에서의 갑작스런 취소 통보! 이유는 휴가철이기 때문이라는데, 쉽사리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한수원에서의 계속되는 공연 문의와 양남면 주민들이 외부 단체와의 연대를 꺼린다는 이유를 듣고 짐작할 수밖에 없다. 현재 경주 월성핵발전소 1호기는 수명 마감을 90여일 앞두고 있다.

월성1호기 수명연장 반대 1인시위 모습

원자력문화재단은 핵발전을 찬양하는 어린이 뮤지컬 공연을 핵발전 현안 지역을 돌며 진행했다. 지경부는 핵발전소 인접지역에 대한 지원금을 늘리기 위해 군수 등 해당 지역 지자체장이 주변지역 이외 지역에 쓸 수 있는 지원금 비중(현행 50% 이내)을 낮추기로 했다. 지원금이 선거를 의식한 지자체장의 선심성 예산으로 쓰이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지원금의 혜택을 원전 반경 5㎞ 이내 최인접 지역 주민들에게 집중함으로써 외부와의 단절을 더욱 더 견고히 하겠다는 방침으로 의심된다.
지경부와 한수원, 원자력문화재단 등 핵발전과 연관된 조직들은 이렇게 핵발전 현안 지역주민들과의 관계를 고착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핵관련 조직들과 지역주민 사이의 보이지 않는 감시와 관계의 고착화, 이를 곤고히 하는 ‘돈’의 고리를 끊고, 탈핵을 바라는 시민들과 핵발전 지역주민 사이의 연대의 고리를 어떻게든 만들어나가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일본에는 지난 30년 동안 반핵투쟁을 해 온 작은 섬 마을, ‘이와이시마’가 있다. 현재 480여 명이 주민이 살고 있고, 평균 연령은 79세에 이른다. 1982년 이와이시마 정면으로 바다 건너 겨우 4km 떨어진 가미노세키 다노우라 해안이 핵발전소 예정 부지로 선정된다.

일본 이와이시마의 반핵 운동

이후 이와이시마 주민들은 어느 외부 단체의 도움 없이 지역 주민 스스로 매주 월요일마다 반핵집회를 진행해왔고, 지금까지 그 횟수는 1000회를 훌쩍 넘어서고 있다.
가미노세키 지역은 핵발전 추진파들이 많았다. 일본 정부는 주변 지역 9개 어업조합에 보상금을 제시했고, 그 중 이와이시마 조합만 보상금을 거부했다. 대신 가두리 낚시나 관광객 유치, 승객선 운영 등으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와이시마 주민들은 비폭력 직접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전력회사의 작업선을 해상에서 막아내고 원전 부지에 누워 공사 진행을 방해하기도 했다. 또한 주민들이 의회에 항의 방문을 하는 등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데에도 앞장섰다.
이곳도 30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고립돼 있었다. 언론은 침묵했고, 외부와의 소통은 단절됐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이와이시마의 반핵 투쟁 소식이 점차 전해지면서 2년 전부터 외부 사람들이 함께 하기 시작했다.
야마구치현 대학 카약 동아리가 지역주민과 함께 전력회사의 공사진행을 막아내기도 하고, 이와이시마에서 나오는 특산물은 8월이 되면 지지하는 사람들의 주문으로 금방 동이 난다.
이와이시마는 이제 자연에너지 100%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섬 주민회와 도쿄의 환경에너지정책연구소(ISEP)가 함께 진행하는 ‘1% for 이와이시마’라는 프로젝트로 기금을 모아 이와이시마를 자연에너지 100% 섬으로 만드는 활동에 쓸 계획이다.
자연에너지 사업뿐만 아니라 먹거리사업과 자연을 살린 관광업, 문화적 자원을 활용한 예술 사업 등을 구상 중이다.
이와이시마에서의 다양한 활동들은 이제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과정을 잘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이와이시마 사례를 통해 지역주민과의 연대를 위한 다양한 운동과 사업들을 상상하고 적용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전력회사와 핵발전소 추진파들의 공세를 함께 막아내고, 지역에서 나오는 먹거리를 ‘지지’ 구매하거나 단체로 그 지역으로 관광을 가고 지역축제에 참여하거나 문화공연을 기획해 그 지역에서 진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자연에너지 100% 프로젝트와 같은 사업들을 구상해볼 수도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탈핵희망버스나 탈핵순회공연이 앞으로 이런 방향으로 진행되면 좋지 않을까.

권승문 / 녹색연합 녹색에너지디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