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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27일 수요일

북한 정전협정 무력화 발언의 이면


이글은 시사IN 2013-0327일자 기사 '북한 정전협정 무력화 발언의 이면'을 퍼왔습니다.
북한은 미국의 투자를 받기 위해 평화협정이 필요하다. 이것이 정전협정 무력화 발언의 이면이다. 안 되면 이란에 핵을 팔 것이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지 안갯속이던 지난 2월 초 베이징은 속이 타들어갔다. 핵실험을 막기 위해 당·정·군의 모든 인맥이 동원됐으나 소용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당 중앙 대외연락부에서 북한의 실세로 알려진 장성택 쪽으로 연락을 취했건만, 돌아오는 대답은 마찬가지였다. “그 문제는 내가 뭐라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는 것이었다. 

핵실험 이후에도 베이징과 평양 관계는 예전 같지 않다. 3월8일의 유엔안보리 제재 결의와 이에 맞서는 북한의 도발 위협 등으로 한반도에 전운이 감돌고 있는 데도 이를 완화하기 위한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 외교 소식통은 “지금 베이징은 얘기해봤자 들을 것 같지 않다는 자괴감에 빠져 있다”라고 지적했다. 평양은 평양대로 뻣뻣하다. “베이징에서 다녀가라고 초청이 왔는데 못 간다고 그랬다”라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Xinhua 3월7일 군 감시소에서 망원경으로 서해 5도를 관찰하는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

공식이 다 깨졌다.’ 요즘 북한의 움직임을 보며 정보 소식통들이 하는 말이다. 김정일 위원장 시절에는 북한의 위협이나 도발은 그 자체가 ‘외교’였다. 북한이 문제를 야기하면 시간을 좀 끌다가 중국이 특사를 보내고, 그러면 못 이기는 척 만나주고, 불평불만을 털어놓으면 선물이 주어지고, 그다음 슬그머니 회담장에 복귀하는 식이었다. 중국의 대북 특사는 평양과 국제사회를 연결하는 메신저이자 중재자였다. 

그런데 지금 중재자는 제 기능을 상실했고, 그 대신 ‘성난’ 군부를 앞세워 세상과 맞짱을 뜨는 듯한 젊은 지도자의 불끈 쥔 주먹밖에 보이지 않는다.

수뇌부 메시지 ‘지금처럼은 못 산다’

혹자는 아버지와 아들의 스타일 차이로 보기도 한다. 미국 정부의 한 고위관리는 3월8일 CNN에 출연해 “김정일은 냉정하고 계산적이어서 군사적 긴장상태를 종식시키기 위한 ‘출구(off-ramp)’도 의식하고 있었다. 아버지 김정일이 용의주도한 체스 선수라면 아들 김정은은 권투 선수다”라고 지적했다. 김정은의 자리에 군부를 대입한 국내의 분석 역시 마찬가지다.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조선일보) 기고에서 “(이영호 숙청 이후) 절치부심하던 군부는 지난해 12월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올해 2월에는 핵실험을 강행해 성공했다. 군부가 다시 득세하고 현재의 충성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유의 분석은 아버지 시대에서 아들 시대로 넘어오면서 게임의 패턴을 바꾸고자 하는 북한 지도부 내 새로운 두뇌집단의 움직임을 간과하고 있다. 북한 권력 내부에 정통한 소식통은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현재 북한 수뇌부에 김정은도 군부도 장성택도 아닌 ‘제3의 네트워크’가 작동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들이 “수학적 마인드를 가지고 치밀하게 움직인다. 숫자와 상황을 연결하는 수리적인 면이 발달해 있다”라고 지적한다. 현재 북한 측이 보이는 공세적인 움직임들은 이들의 전략 목표에 따라 기계적일 정도로 정확하게 움직이는 패턴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9월 이후 북·중 관계가 삐거덕거리고 있는 것을 보면 중국도 이들을 놓치고 있는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이들의 목표는 무엇일까. 현재의 긴장 국면을 통해 이들이 달성하고자 하는 건 무엇일까. 최근 여러 루트에서 공통으로 확인되는 내용이 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지금처럼은 못 살겠다’는 것이다. 그것은 북·중 관계와 북·미 관계 모두에 대한 불만으로 터져 나온다. 북·중 관계의 경우 중국은 북한이 굶어죽지 않을 정도로만 도와주고 있는데, 더는 못 참겠다는 것이다. 북·미 관계에 대한 불만 역시 위험수위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북한 측 관계자와 대화를 나눴다는 해외의 한 전문가는 “북한은 매우 단순하다. 지금까지와 같은 지지부진한 상태로는 더 이상 못 간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금처럼 살지 않겠다’는 북한 내부의 열망이 현재의 국면에서 중간 기착지로 삼는 것은 바로 평화협정 체결이다. 그것은 평화협정이 정전협정으로 묶여 있는 북·미 관계의 현상 변경을 의미할 뿐 아니라, 북한 경제의 ‘단박 도약’과 직결되는 종잣돈(시드머니) 마련과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이미 지난 3월5일 김영철 북한군 정찰총국장이 유엔의 대북제재 움직임과 한·미 간 합동군사 훈련에 반발해 정전협정을 백지화하고 판문점대표부 활동도 전면 중지하겠다는 내용의 최고사령부 대변인 성명을 발표하면서 전면에 부각됐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도 3월8일 발표한 성명에서 “조선정전협정이 완전히 백지화되는 3월11일 그 시각부터 북·남 사이의 불가침에 관한 합의들도 전면 무효화될 것을 공식 선언한다”라고 밝혔다. 히라이와 지 일본 간사이가쿠인 대학 교수가 3월10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밝힌 대로 “북한은 정전협정이나 불가침선언 등 ‘38도선 문제’에 집중함으로써 (평화협정을 다루었던) 1997년의 4자회담을 지향”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북한이 원하는 평화협정은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종래의 정치군사적 의미 외에 비즈니스적 함의를 깊게 띠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평화협정 담론이 등장하게 된 경위를 북·미 관계 측면에서 살펴보면, 미국 프로농구(NBA) 선수 출신 데니스 로드먼의 방북(2월26일~3월1일) 직후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데니스 로드먼은 지난 1월7~10일 방북했던 구글 슈미트 회장의 후속타였다. 정보 소식통은 “미국은 슈미트가 평양을 다녀온 뒤에도 북한의 확실한 요구가 뭔지, 진심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로드먼은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보낸 엑스트라 카드다”라고 말했다. 로드먼이 다녀온 뒤에야 평양의 최종 타깃이 평화협정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김정은이 오바마와 전화 통화를 원한다고 한 로드먼의 얘기는 사실 평화협정 논의, 그중에서도 1단계를 시작하자는 뜻이다”라고 앞의 소식통은 말했다.

평화협정 1단계란 무엇을 말하나. 평화협정은 추진 과정을 길게 늘리면 보통 3단계로 나눌 수 있다. 그 1단계는 적대관계에 있던 쌍방이 상대방에 대한 각종 제재를 모두 재검토하고 유예하는 단계이다. 미국은 그동안 북한에 대해 상당히 많은 종류의 제재를 가해왔다. 유형별로는 WMD 확산과 관련한 것에서부터 북한의 핵실험, 인권규범 위반, 공산국가의 지위에 따른 제재 등이 있다. 미국은 2008년 6월 적성국교역법 적용대상에서 북한을 제외했으나 국가위기법, 국제경제위기권한법을 적용해 대통령 행정명령(13466호)을 발동해 북한 자산에 대한 동결조치를 유지하고 매년 연장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도 북한산 완제품은 물론 북한산 부품이나 기술로 만들어진 모든 제품의 미국 내 수입을 금지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새 대북 제재 행정명령을 관보에 게재해 추가로 제재 조치를 취하고 있다. 평화협정 1단계는 바로 이 같은 제재 조치들을 유예하고, 2단계에서 법률 등을 통해 실질적으로 바꾸고, 3단계에서 대표부를 상호 파견하면서 수교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북한이 최고사령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정전협정 무효화를 선언한 것은 그 이면에 바로 평화협정 1단계를 위한 논의를 빨리 시작하자는 뜻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뭔가. 그것은 바로 북한-이란-미국 간 핵 비즈니스와 관련돼 있다. 

경제회생 종잣돈 마련 위한 몸부림

(시사IN)은 지난 제286호 기사에서 북한의 3차 핵실험이 이란의 자금 지원에 의해 이뤄졌으며, 실험 데이터와 고폭장치 등의 국산화 기술, 그리고 고농축 우라늄 등을 거액을 받고 이란에 팔려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미국 역시 지난해 8월부터 국가정보국(DNI) 국가비확산센터의 디트러니 소장이 중심이 되어, GE(제너럴 일렉트릭)와 구글 등 대기업의 대북 투자를 앞세워 이를 막기 위해 움직여왔다는 점을 밝혔다.

ⓒAP Photo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 선 이)은 예전과 달리 북한을 옹호하는 발언을 하지 않고 있다. 베이징과 평양의 관계는 냉랭하다.

이 같은 핵 비즈니스와 평화협정이 어떻게 관련되는지를 들여다보기 위해, 그 이후 새롭게 확인된 사실들부터 살펴보자. 첫째로 이란이 핵실험 결과를 인수하기 위해 지불할 돈은 애초 알려진 50억 달러를 훨씬 넘는다고 한다. 50억 달러는 초기 자금에 불과하고 전체 인수 금액은 약 200억 달러에 이른다는 것. 이란이 이미 지난 2월12일의 핵실험 참관 비용으로 5000만 달러를 북한에 지불했다는 점도 새롭게 밝혀졌다. 

그다음 미국은 GE가 북한과 화력발전소 지원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3월18일 또다시 접촉할 계획이다. 지난 1월10일 접촉에서 오바마 정부가 출범하고 나면 정부 허가를 받고 좀 더 높은 급에서 다시 접촉할 계획이라고 했던 대로 움직이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GE의 화력발전소 계획이 실현 가능성이 별로 높지 않다고 본다. 따라서 채널 유지 차원을 벗어나기 어렵다. 

구글에 대해서는 태도가 다르다. 북한 측이 상당한 기대를 갖고 있다고 한다. 구글의 슈미트 회장이 북한에 제안했다는 내용이 그 뒤 여러 채널을 통해 추가로 확인됐다. 현재 알려진 것은 크게 두 가지인데, 그중 하나는 북한이 당장 먹고살 수 있도록 마그네사이트 광산 개발에 구글이 3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구글이 그동안 소프트웨어를 인도에서 공급받아 왔는데, 그 생산기지를 북한으로 옮길 의향이 있다는 것이다. 인도가 이제 독자 브랜드로 장사하려고 해 공급 기지를 새로 찾아야 하는데,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 20만명을 가진 북한이 이를 할 수 있겠느냐는 제안을 슈미트 회장이 했다고 한다. 북한 측의 답변은 당연히 ‘예스’였고 양측은 더 깊이 토론하기로 했다. 구글은 매년 100억 달러 넘는 비용을 소프트웨어 개발비로 사용해왔다고 한다. 북한이 그중 인도에 지급되던 일부를 맡게 될 경우 그 비용이 그대로 지급된다면 그것만 해도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단기간에 들어오는 광산 개발 투자금 30억 달러에 매년 수십억 달러 수입이면, 현재의 북·중 무역 규모를 뛰어넘는 액수이다. 

그러나 이것이 과연 진실일까? 가장 먼저 걸리는 대목이 바로 미국의 대북 제재다. 미국이 적성국인 북한에 첨단기술인 소프트웨어 제작 기술을 넘기는 것을 상상하기 어려울뿐더러, 당장 슈미트가 약속한 30억 달러 투자조차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당연히 어떻게 투자할 것인지를 구글 측에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해 슈미트 대표단의 대답이 걸작이었다고 한다. 북한이 국제금융을 잘 몰라서 그 방법을 모르고 있다며, 자신은 미국 정부가 제재할 수 없는 자금을 동원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는 것. 보통 자원개발 펀드는 세탁이 필요한 자금이 몰리는 것으로 유명한데, 구글이 자원개발에 뛰어들 경우 이런 자금을 동원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또한 미국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를 하면서 국제적으로 떠돌아다니는 돈이 있는데, 이런 자금도 동원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쨌건 북한은 구글이 돈을 넣겠다고 하니 지켜보겠다는 태도다. 아직 믿기지는 않지만 안 되면 핵실험 결과를 이란에 넘기고 이란으로부터 돈을 받으면 된다. 결국 손해 볼 일은 없다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평화협정 1단계가 결부된다. 미국의 진실성을 시험해보자는 것이다. 

중국에 기대는 것 말고 다른 방법?

구글은 어차피 미국 정부를 대리해 나온 것이므로 미국이 돈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면, 굳이 돌아갈 필요 없이 기존 대북 제재를 유예하기만 해도 된다. 즉 평화협정 1단계 조치를 취하면 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것을 할 수 있다면 미국의 진실성을 믿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사기’라는 게 최근의 정전협정 백지화 주장에 담겨 있는 함의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핵실험 국면이 과연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인지 다시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앞서 북한 내부에 더 이상 이대로는 살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고 했는데, 이는 곧 김정은 체제 등장 이후 추진해온 일련의 경제회생 조처들과 직결된다. 특히 지난해 6월 이후 내부 경제의 혁신과 특구 확대를 통한 외자유치 활동을 본격화한 것도 바로 그런 몸부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결정적인 한 방’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경제회생에 투입할 종잣돈이 없다는 얘기다. 민간에는 그동안의 북·중 무역을 통해 약 40억 달러의 돈이 축적돼 있으나, 국가에는 돈이 없다. 김정일 전 위원장이 2000년대 중반 이후 굴욕을 참아가며 여러 차례 중국을 방문한 것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는데, 중국은 ‘굶어 죽지 않을 정도로만’ 도와주었지, 결코 근본적 도움을 주지 않았다. 

그 과정을 곁에서 지켜봤을 자식들은 결국 아버지와는 다른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을 법하다. 그런 면에서 지금 이란과 미국을 상대로 벌이는 핵 비즈니스는 북한 지도부가 경제회생 종잣돈을 마련하기 위해 벌이는 일종의 보급투쟁이다. 

남문희 대기자  |  bulgot@sisain.co.kr

2013년 3월 11일 월요일

‘북한 핵 확산될까?’ 미국은 초조하다


이글은 시사IN 2013-03-11일자 기사 '‘북한 핵 확산될까?’ 미국은 초조하다'를 퍼왔스니다.
북한은 이란에 핵 폭파기술을 팔 것인가. 미국은 거래를 차단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GE와 구글의 대북 접촉도 그 연장선이다. 핵실험 뒤 더 급해졌다.

북한이 지난 2월12일의 3차 핵실험에서 의도한 폭발력 목표치는 15kt이었다고 한다. 고농축 우라늄을 저효율로 사용한 소형 핵탄두 실험이었고, 실험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애초 목표한 것 이상의 폭발력을 얻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폭발력보다 더 중요한 점이 있다. 이번 실험을 통해 고폭 장치의 국산화를 이뤘다는 점이다. 북한 핵 기술을 추적해온 정보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2006년의 1차 핵실험 때만 해도 북한은 고폭 장치 국산화를 이루지 못했다. 그 1년 전 북한의 핵과학자들은 ‘아직 고폭 장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고 실토했고, 핵실험 6개월 전 분위기가 갑자기 반전되면서 결국 1차 실험에 부분적이나마 성공을 했는데, 그 배경에는 러시아의 기술 지원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로부터 7년. 북한은 더 이상 고폭 장치를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기술로 해결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이 소식을 전한 정보 소식통은 “이것이 바로 이번 핵실험에서 가장 충격적인 대목이다”라고 지적했다. 앞으로는 북한이 맘만 먹으면 몇 차례든 핵실험이 가능해졌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3차 핵실험을 통해 북한과 이란의 핵 커넥션 문제가 불거졌는데, 그와 관련한 일부 외신 보도가 잘못된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미국의 국제문제 전문 인터넷 매체인 (월드 트리뷴 닷컴)은 지난 2월18일자 ‘북한 핵은 주요 최종 사용자인 이란이 재정 지원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북한의 핵실험은 본질적으로 이란의 핵무기 테스트였으며, 이란 정부의 재정 지원 및 과학적 개입이 있었다”라고 주장했다. 이번 핵실험을 마치 ‘이란 핵무기 설계의 효능을 검증하기 위한 것’인 양 몰고 간 것이다. 그러나 앞서의 정보 소식통에 따르면, 이란이 핵실험 자금을 지원했을 수는 있지만 실제로 진행된 것은 이란 핵무기 테스트가 아니라 고폭 장치 등 핵심 기술에 대한 북한의 국산화 능력 테스트였다는 얘기다.

ⓒXinhua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을 찾았다

이 문제는 핵실험 이후 전개될 북한과 이란의 핵 거래의 성격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 만약 이번 실험이 이란의 핵무기 설계를 위한 대리 테스트에 불과했다면, 핵실험 이후 이란과의 관계는 이란이 실험 비용을 지불한 것으로 끝이다. 그러나 정보 소식통에 따르면 이란과 북한의 거래는 핵실험 이후 본격적인 판이 벌어질 전망이다. 즉 북한이 이번에 입증한 고폭 장치 등의 기술을 이란이 얼마를 내고 사갈 것인가 등을  두고 양측 간에 본격적인 협상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란의 핵 비즈니스

북한과 이란이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때부터 이뤄진 혈맹 관계라는 점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중에서도 주로 북한제 미사일의 판매 및 조립시설의 설치, 기술문서의 제공 등을 중심으로 이뤄져온 양측의 대량살상무기 협력은 2000년대 들어 핵무기 분야로까지 확대됐다. 이란은 북한이 우라늄 농축에서 초보적인 수준일 때 이미 P1 타입 원심분리기를 가동해 우라늄 농축 기술을 완성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라크에 있는 중수로(IR-40)를 이용해 플루토늄을 생산할 능력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란의 핵무기 프로그램이 진척되려면 북한이 가지고 있는 플루토늄 재처리 기술과 고폭 장치 등 일련의 폭파기술이 필수적이었다. 반면 북한에게는 핵실험 비용과 석유 등 에너지 지원이 절실했다. 북한 핵개발 비용의 80~90%는 실제로 이란이 지원했다. 

2006년의 1차 실험 때 이미 이란 핵과학자들이 실험 현장을 참관했다는 얘기가 있었고, 특히 2009년 2차 실험 이후 미국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이란이 거의 필사적으로 북한에 매달렸다고 한다. 그리고 본격적인 ‘딜’은 김정일 위원장 사망 이후 시작되어 이제는 과연 얼마에 북한의 국산화 기술을 넘길 것인가 하는 문제만 남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북핵 정보에 정통한 소식통이 전한 액수는 바로 50억 달러다. 북한이 원료와 폭파기술, 즉 실험 데이터와 고폭 기술, 그리고 지속 가능성과 관련된 기술 등을 넘기는 대가로 이란은 50억 달러를 북한에 지불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른바 북한 핵의 대중동 확산인 셈이다. 어쨌건 이로써 이번 북한의 핵실험이 단순한 소형 핵무기 실험에 그치는 게 아니라 북한으로서는 거액의 종잣돈을 마련할 빅 비즈니스라는 점이 분명해졌다. 

디트러니와 GE, 구글의 대북 접촉

3차 핵실험 후 3일이 지난 2월15일, 일본 (아사히 신문)이 민감한 내용을 보도했다. 미국 고위당국자가 2011년 11월부터 지난해 8월 사이 세 차례 비밀리에 방북했으나 미국 측이 일본에 방북 결과를 설명하지 않아 일본이 불만스러워한다는 것이다. 이 중 2011년 11월의 방북에 대해서는 미국이 비공식으로 설명했고 한국전쟁 당시 미군 실종자의 유골 수색을 위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지난해 4월7일과 8월18~20일의 방북에 대해서는 시드니 사일러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한국·일본 담당 보좌관과 조지프 디트러니 국가정보국(DNI) 산하 국가비확산센터(NCPC) 소장이 방북해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만났다는 것 외에 밝혀진 바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본 외무성이 미국 국무부에 물었으나 미국 측은 ‘정보 사안’이라며 설명하지 않았고 “더 이상의 문의는 양국 관계를 해칠 것”이라고 경고까지 했다는 것이다. 

ⓒXinhua 1월9일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왼쪽에서 두 번째) 등이 평양 인민대학습당을 방문했다.

그러자 그로부터 8일 뒤인 2월23일자 미국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마치 (아사히 신문)의 질문에 답하듯이 “미국 당국자들이 지난해 4월과 8월 방북해 북한 새 지도부에 대해 외교정책을 온건화하도록 촉구했다. 지난해 4월 방북단은 당시 미국 국가정보국 산하 국가비확산센터 소장이던 조지프 디트러니가 단장이었으며,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지 말라고 설득했으나 북한이 지난해 4월12일 로켓 발사를 강행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8월의 방북에 대해서는 이 신문 역시 “방북단 단장이 누구였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라고 썼다.  

두 신문의 보도를 통해 2011년 11월과 지난해 4월의 미국 고위당국자 방북에 대해서는 거의 윤곽이 드러났으나 지난해 8월의 경우는 디트러니와 시드니 사일러가 방북단에 포함돼 있었다는 점 외에 단장이 누구였으며 방북 목적이 무엇이었는지조차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우선 이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 조지프 디트러니란 인물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디트러니는 1974년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들어간 이래 정보요원으로 뼈가 굵은 인물이다. 부시 행정부 초기인 2003년 국무부로 자리를 옮겨 대북협상 특사 겸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미국 대표를 맡았고, 6자회담 이후 북핵 담당 특사를 지내다 지난해까지 미국 국가정보국 산하 국가비확산센터의 소장을 지냈다. 그런데 그가 담당해온 국가비확산센터는 업무의 거의 대부분이 북한 핵의 확산 방지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할 정도로 최근 몇 년간 미국 대북 정책의 실질적인 핵심부서 구실을 해왔다. 

그런 그가 왜 지난해 8월에 움직였을까? 바로 그때부터 북한이 이란과의 커넥션 속에서 핵실험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지난해 8월이면 북한의 핵 능력이 이미 완성단계에 돌입한 때였고 이때부터 핵무기의 소형화 및 탑재까지 염두에 둔 시뮬레이션이 시작됐다. 보통 시뮬레이션 기간을 6개월로 잡는데, 지난해 8월부터 계산하면 올 2월12일의 핵실험은 시뮬레이션이 끝난 시점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이처럼 북한의 핵실험 시뮬레이션이 시작된 지난해 8월이야말로, 디트러니 팀이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되는 벼랑 끝 시점이었던 셈이다. 

여기서 한 가지 앞의 언론보도와 관련해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미국 측이 4월 방북까지는 비록 언론을 통해서이긴 하지만 비교적 솔직하게 밝히면서 왜 8월 방북에 대해서는 방북단 단장이 누구였는지조차 얼버무렸을까. 그 이유에 대해서는 “당시의 방북단 단장이 디트러니가 아니라 그보다 상위 직급 인물이었기 때문일 것”이라는 지적이 설득력 있게 제기된다. 이처럼 다른 상급자가 단장을 맡았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는 뒤에 언급할, 디트러니의 그간 활동에 대한 북한 측의 신뢰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추론이 제기된다.

여하튼 8월의 디트러니 방북단이 당시의 실세로 알려진 장성택을 만난 것은 사실이다. 과연 어떤 얘기를 나눴을까. 북한의 핵실험이 50억 달러가 걸린 (이란과의) 빅 비즈니스였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구두로 하지 말란다고 해서 북한이 중단할 상황이 아니었던 것이다. 유일한 길은 미국 역시 그에 상응하는 경제 카드를 제시하는 것뿐이다. 2월12일 북한이 핵실험을 한 이후 최근 워싱턴 일각에서 ‘제2의 제네바 협상이 수면 위로 등장할 것이다’라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거론되고 있는데, 그 효시가 될 만한 아이디어들이 바로 지난 8월의 디트러니 방북에서 쏟아져 나온 것이다. 대표적인 게 바로 북한의 핵실험 직전 (시사IN)이 대북 소식통으로부터 입수해 보도한 ‘미국 대기업의 화력발전소 건설 제안’([시사IN] 제282·283호 ‘북핵 협상의 이면, 화력발전소’ 참조)이다. 그리고 그 뒤 이어진 구글의 슈미트 회장 방북까지 미국의 대북 경제 카드가 우여곡절의 과정을 거치며 윤곽을 드러내게 된다. 

제2의 제네바 합의+버마 사례

먼저 8월에 장성택을 만난 디트러니는 핵실험 결과를 이란에 넘기지 말 것을 요구하며, 그 요구를 들어줄 경우 북한에 화력발전소를 지어주겠다고 제안했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 대기업의 화력발전소 건설 제안 내용에 따르면,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 사는 지난해 9월부터 북한과 접촉을 갖고 북한이 핵을 동결할 경우 매년 50만㎾짜리 화력발전소를 2개씩 3년에 걸쳐 6개 지어주겠다고 제안했다. 물론 GE의 뒤에는 미국 정부, 더 구체적으로 디트러니가 소장으로 있는 국가정보국의 국가비확산센터가 존재했던 것이다. 

ⓒAP Photo 2008년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핵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화력발전소 아이디어 자체가 원래 디트러니의 것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시사IN) 기사에서도 지적했지만 3년에 걸쳐 300만㎾를 지원하겠다는 GE의 화력발전소 건설 계획은 2005년 9월경 미국 국무부 측이 비밀리에 작성한 계획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당시 국무부에서 이 문제를 담당한 이가 바로 대북 담당 특사였던 디트러니였다. 즉 디트러니가 8월에 장성택에게 자신의 화력발전소 대체안을 핵 확산 방지를 위한 보상 방안으로 제시하고 9월에 GE를 보내 북한 측과 실무 접촉에 나서게 함으로써 자기 발언의 신빙성을 보여주려 한 것이다. 당시 미국은 GE의 화력발전소 계획에 더해 금융회사인 JP모건이 북한에 국제 결제은행 시스템을 만들어주겠다는 제안까지 곁들인 바 있다.

그런데 문제는 북한이 미국의 제안을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1990년대 이후 미국이 북한에 했던 약속 중 지켜진 게 거의 없기 때문이다. 디트러니 역시 그 당사자 중 하나였으므로 북한 측에서 볼 때 접촉하기는 좋으나 별로 신뢰할 만한 인물은 아니었던 셈이다. 따라서 그의 화력발전소 제안은 북한 내에서 논란을 일으키게 되고, 그 와중에 디트러니의 협상 파트너였던 장성택이 슬쩍 협상 테이블에서 사라지는 일이 벌어진다. 장성택은 최근까지도 주요 자리에 등장하지 않아, 의도적인 회피라는 얘기와 함께 권력 축소론 등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장성택이 전면에서 사라진 뒤에는 인민군 총정치국장인 최룡해가 전면에 등장해 핵실험을 총괄했다.

북한이 이처럼 반신반의하자 미국은 좀 더 카드를 보완할 필요를 느꼈다. 화력발전소 제안은 그것대로 그 세부안을 지난 1월10일 제시하고, 추가로 구글의 슈미트 회장을 보내 북한이 단기간에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것이 바로 북한산 마그네사이트를 개발해 판매하는 방안이다. 슈미트 회장의 방북과 관련해 대부분의 언론이 인터넷 사업 진출이라는 관점에서 들여다봤지만 이는 구글이 최근 몇 년 동안 자원 개발에 관심을 가져왔다는 점을 간과한 결과이다. 실제로 슈미트는 북한 측에 “세계 최대 매장량을 가지고 있는 마그네사이트를 개발하면 당장 먹고사는 데 전혀 지장이 없을 것이며, 구글이 개발자금을 제공할 용의가 있다”라는 제안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은 또한 북한이 미국 제안대로 핵동결에 협조할 경우 대북 정책을 바꿔나갈 것이라는 점도 암시했다. 제2의 제네바 합의라는 말 자체도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지난해 4월과 8월 디트러니 방북단에 동참했던 시드니 사일러 국가안전보장회의 한국·일본 담당 보좌관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정보기관에서 30년 가까이 북한 문제를 추적해온 미국 내 대표적인 ‘북한 정보통’이자, 1994년의 북·미 제네바 합의에도 깊이 관여했던 인물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제2의 제네바 협상이라는 아이디어 역시 그의 머리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것이 바로 ‘버마(미얀마) 사례’에 대한 언급이다. 2월25일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에 미국 대표단을 이끌고 참석한 톰 도닐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이 지난해 11월15일 워싱턴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세미나에서 밝힌 내용으로 ‘미국의 강력한 제재로 고립 상태에 있던 버마가 국제사회 편입을 통해 경제발전 기회를 얻은 것처럼, 북한도 핵 문제를 해결하면 그런 길을 갈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즉 중장기적으로는 화력발전소, 단기적으로는 마그네사이트 광산 개발을 1+1 상품 형식으로 묶은 ‘제2의 제네바 합의’ 계획에  ‘버마 사례’를 결합한 것이 미국이 북한에 제시한 협상안인 셈이다. 

사실 겉모양은 어떨지 몰라도 워싱턴은 마음이 급하다. 북한이 언제 이란에 실험 결과를 넘길지 모르는 상황에서 미국이 마냥 여유로울 수는 없다. 그래서 ‘4월이면 박근혜 대통령이 대북 개입정책에 나설 것’이라며, 그때 한국과 함께 북한 측과 협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북한과 제2의 제네바 협상이 시작될 경우 그 비용은 누가 댈 것인가. 한국은 그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되는가. 1994년, 회담장에는 들어가보지도 못하고 난데없이 거액의 국민 혈세를 쏟아 부어야만 했던 우리로서는 지금부터 꼼꼼히 따지고 대비해야 한다. 게다가 최근 미국을 방문한 아베 신조 총리는 오바마에게 유엔헌장 7조를 동원해 북한에 압박을 가하자고 채근한다. 이는 미국을 끌어들여 한반도에 긴장을 고조시켜야 본인이 소망하는 한·일 군사보호협정 체결 쪽으로 분위기를 몰아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처럼 핵실험을 전후한 북·미 관계의 본질이 아베가 제시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상황에서 긴장 고조에 부화뇌동하는 국내 일부 여론에 휘둘렸다가는 국익에 치명적 손상을 가져올 수도 있다. 

북한 핵을 둘러싼 국제 정세가 철저하게 이해 당사국들의 ‘국익’ 중심으로 움직이는 만큼, 새 정부나 국민이나 두 눈 똑바로 떠야 할 시점이다. 

남문희 대기자  |  bulgot@sisain.co.kr

2012년 8월 16일 목요일

벙커 잡는 폭탄, 북한 노리나


이글은 시사IN 2012-08-16일자 기사 '벙커 잡는 폭탄, 북한 노리나'를 퍼왔습니다.
최근 미군이 실전 배치한 초대형 관통탄(벙커버스터)의 사용 후보지로 이란과 북한이 꼽히고 있다. 지하 깊숙이 자리 잡은 목표물을 파괴하는 벙커버스터가 발달할수록 상대방의 벙커도 깊어진다는 게 문제다.

미국이 경제위기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와중에 유독 돈을 아끼지 않는 무기가 있다. 바로 미국 공군이 최근 실전 배치한 초대형 관통탄(MOP:Massive Ordnance Penetrator)이다. 미군은 2009년 보잉사와 벙커버스터(관통탄) 20기 구매 계약을 맺고, 지금까지 이 벙커버스터를 위해 3억3000만 달러(약 3700억원)를 투입했다. 2009년이면 글로벌 경제위기가 한창 진행될 때였지만 이처럼 과감하게 큰돈을 쓴 것이다. 설상가상 최근에는 비밀리에 8200만 달러(약 927억원)의 추가 예산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려운 형편에 이런 지출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사용처가 중요하다는 이야기이다. 벙커버스터(Bunker Buster)란 지하 깊숙이 자리 잡은 목표물을 파괴할 수 있는 폭탄을 말한다. 벙커버스터의 역사는 1955년 지하시설물 타격용 핵무기인 B53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미국과 소련의 냉전이 절정에 이르렀던 1962년 10월 쿠바 핵미사일 위기 이후, 미국에 의해 실전 배치되었다. 실전에서 벙커버스터가 쓰인 것은 베트남 전쟁이 처음이었다. 초창기 벙커버스터 모델인 ‘마크84’는 무게 2000파운드(907㎏)로 약 90㎝ 두께의 콘크리트를 관통하는 파괴력을 가졌다. 당시만 해도 콘크리트 구조물은 별로 견고하지 않은 편이었다. 하지만 건축 기술의 발달로 오늘날 구조물들은 강화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만큼 훨씬 더 단단하다. 이에 따라 미국은 이전보다 더 파괴력 강한 벙커버스터가 필요하게 되었다.

ⓒAP Photo 2007년 3월 미국 화이트샌즈 미사일 시험장에서 작업자들이 초대형 관통탄(벙커버스터)을 옮기고 있다.

현대 전쟁사와 함께 발전을 거듭했던 벙커버스터는 보잉사가 제조한 길이 6.25m, 무게 13.6t짜리 초대형 벙커버스터 폭탄의 하나인 GBU-57로 정점에 이르렀다. 이 폭탄은 미군이 현재 보유한 재래식 폭탄 중 가장 덩치가 크다. 90㎝ 정도 두께를 뚫고 터졌던 초창기 벙커버스터와 달리 이것은 60m 두께까지 뚫고 들어가는 가공할 파괴력을 자랑한다. 

“벙커버스터 쓸 준비 되었다”

최근 벙커버스터가 사용된 것은 이라크에서였다. 미군은 이라크 전쟁이 한창이던 2003년 3월20일 밤, 최측근으로부터 후세인과 두 아들이 바그다드의 한 지하 벙커에서 잠자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조지 테닛 CIA 국장과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 리처드 마이어스 합참의장은 부리나케 백악관으로 달려가 부시 대통령에게 빨리 공격 명령을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사담 후세인을 체포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던 미국으로서는 천신만고 끝에 잡은 기회였다. 후세인의 벙커는 무척 견고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따라서 적어도 900㎏짜리 MK-84 폭탄인 벙커버스터로 파괴해야 한다고 럼스펠드 등은 부시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벙커버스터는 미사일이 아닌 만큼 혼자 날아갈 수 없다. 반드시 폭격기가 들고 날아가 상공에서 떨어뜨려야 하는 폭탄이다. 당시 이라크 하늘에는 보름달이 떠서 사방이 환했다. 이라크 공군의 방공망 또한 삼엄해 이 덩치 큰 폭탄을 들킬 위험이 높았다. 결국 미군은 후세인의 위치를 확인하고도 망설인 채 바그다드에 해가 뜨기를 기다려야 했다. 동틀 무렵 카타르 도하에 있는 토미 프랭크스 중부사령관의 명령에 따라 폭격기가 날아가 바그다드의 후세인 벙커를 폭격했다. 하지만 후세인은 이미 벙커에서 탈출한 뒤였다. 

그 뒤 벙커버스터를 나르는 폭격기로 스텔스 기능을 탑재한 폭격기가 주목받게 되었다. 노드롭 그루먼 사가 제작한 B-2 폭격기는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는 스텔스 기능이 있어 미군에게 각광받는다. 적에게 보이지 않는 스텔스와 벙커버스터의 결합은 환상적인 궁합이었다. 덩치 큰 뚱보가 투명 망토를 입고 적진에 뛰어드는 격이었다. 미군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오사마 빈라덴이 은신한 것으로 알려진 산악지대 동굴을 파괴하려 할 때도 벙커버스터를 사용했다고 알려졌다.

최근 미국 국방부가 이 초대형 관통탄을 사용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그 대상이 어디일지에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의 국방뉴스 전문 매체인  보도에 따르면, 마이클 돈리 미국 공군장관은 지난 7월25일 의회 연설에서 “초대형 관통탄을 쓸 수 있게 됐느냐”라는 질문에 “필요하다면 쓸 준비가 돼 있다”라고 밝혔다. 이 말은 수년간 시험한 끝에 초대형 관통탄의 실전 사용이 가능해졌음을 의미한다. 

후보지로는 두 곳이 유력하다. 이란과 북한이다. 핵 개발을 노리는 이란은 현재 북부 포르도의 산악지대에 벙커 요새를 구축하고 우라늄 농축을 시작했다. 이 요새는 바위 속에 들어앉아 있을 뿐 아니라 별도의 콘크리트 방어막으로 둘러싸여 있어 ‘절대로 파괴할 수 없는 요새’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미군 또한 현존하는 벙커버스터가 포르도의 가장 깊숙한 핵시설까지 뚫고 들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그러나 초대형 관통탄이 실전에 배치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현재 이란은 유럽연합과 미국의 제재 강화 움직임에 맞서 세계 원유 거래의 요충지인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두 번째 후보지로는 북한이 거론된다. 지난 2004년 도널드 럼스펠드 당시 미국 국방장관은 핵무기 논란과 관련해 “북한 사례에서 보듯 군사시설을 지하에 건설하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는 만큼 벙커버스터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라며 벙커버스터 개발 의지를 시사한 바 있다. 북한 또한 핵개발 의혹에 휩싸인 나라인 만큼 벙커버스터의 사용 후보지로 꼽히는 것이다.

대량살상무기임에도 규제 없어

벙커버스터는 예산 배정 과정에서부터 논란이 많았다. 과거에는 ‘벙커버스터=핵’을 의미했다. 이 때문에 미국이 핵 확산을 거꾸로 선도한다는 국내외의 거센 반발에 부딪쳤다. 사실 핵개발을 꾀하는 ‘불량 국가’를 응징하기 위해 핵탄두를 장착한 무기를 사용한다는 논리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벙커버스터 사용에 따른 방사능 오염에 대해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져갔다. 결국 2005년 부시 미국 행정부는 핵탄두를 장착한 벙커버스터 개발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이후 미국은 비핵(非核) 벙커버스터 개발에 집중해왔다. 

비록 핵탄두는 포기했어도 벙커버스터는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 미국의 방침이다. 북한이나 이란  같은 나라들의 안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서다. 비핵 벙커버스터의 경우 대량살상무기임에도 불구하고 군비 통제를 위한 국제 조약 등에 따라 개발 및 보유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점 또한 장점으로 꼽힌다. 

미국 현대전의 대표 주자가 된 벙커버스터는 ‘얼마나 더 깊이 파괴할 수 있는지’에 따라 등급이 매겨진다. 미래에도 미국의 군수업체는 ‘가능한 한 더 깊이’ 파괴할 수 있는 벙커버스터를 만들려 할 것이다. 그럴수록 이란이나 북한 같은 나라는 ‘가능하면 더 깊이 핵시설을 은폐할 수 있는 벙커’를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현재의 벙커버스터가 강화 콘크리트를 60m까지 뚫고 내려가 파괴할 수 있다면 이들은 100m, 200m까지 더 깊이 내려가 은폐 시설을 만들 것이라는 얘기다. 

‘걱정하는 과학자 연맹’의 군축 전문가인 스티븐 영은 “벙커버스터는 날로 발달하겠지만 상대의 벙커도 날로 깊어진다면 폭탄의 화력만 세어질 뿐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초대형 관통탄의 실전 배치를 눈앞에 둔 지금, 그리고 앞으로도 쉽게 풀리지 않을 딜레마다.

김영미 국제문제 전문 편집위원

2012년 1월 21일 토요일

이란, 한국 기업에 보복 움직임…제재 동참 반발


이글은 프레시안 2012-01-20일자 기사 '이란, 한국 기업에 보복 움직임…제재 동참 반발'을 퍼왔습니다.
삼성ㆍLG 옥외광고 금지했다 외교부 항의로 철회

우리 정부가 이란 제재에 동참하기로 방침을 정한데 대해 이란 정부가 현지 한국기업에 불이익을 주는 일종의 보복성 조치를 취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2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란 정부가 이달 초 테헤란시에 있는 삼성과 LG 등 한국기업 옥외광고판을 철거하라는 지시를 했다가 우리 현지공관에서 철회를 요구하자 광고금지 조치를 해제했다"라고 밝혔다.

테헤란시 일부 지역에서는 한국 기업 옥외광고에 대한 철거가 실제로 진행됐지만 지난 8일자로 원상 복귀된 것으로 알려졌다.

광고금지 조치가 실행되지는 않았지만 이란이 한국의 원유수입 감축 방침에 반발, 현지 진출기업에 대한 제재 조치를 취하려 했다는 점에 정부 당국은 주목하고 있다.

당시 이란 외무부는 `한국이 미국의 제재에 동참해 이란산 원유수입을 감축키로 했다'는 한국 언론 보도를 인용하며 `그에 대한 대응'이라는 점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2005년 한국이 유엔의 이란 핵 관련 제재 결의에 동참하자 한동안 한국산 제품의 수입을 중단한 전례가 있다.

따라서 한국이 이란산 원유수입 감축에 돌입하면 이란이 우리 기업을 상대로 보복 조치를 실행할 가능성이 있어 당국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지난해 한ㆍ이란 교역액은 185억달러(수출 72억달러, 수입 113억달러)로 전년(115억달러)보다 60% 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수출은 종전 최대치였던 전년보다 56%, 수입은 2010년보다 63% 증가했다.



/연합 

2012년 1월 14일 토요일

"美-이란 전쟁 일어나면 국내물가 7.1%↑"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1-13일자 기사 '"美-이란 전쟁 일어나면 국내물가 7.1%↑"'를 퍼왔습니다.
현대경제연구원, 호르무츠해협 국지전 1년 이상 지속시 시나리오


ⓒ현대경제연구원 호르무츠 해협 위기시 경제적 시나리오

서방의 금수조치에 대해 이란이 호르무츠 해협 봉쇄를 경고하고 있는 가운데 전쟁이 발발할 경우 한국경제 성장률이 2.8%에 그치고, 물가는 7.1%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호르무즈해협의 위기와 경제적 파급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호르무츠 해협에 국지전이 발생해 이란의 반격과 미국의 추가 파병 등으로 호르무즈해협을 통한 원유수송 중단사태가 1년 이상 장기화할 경우 70년대 1, 2차 오일쇼크 당시와 유사한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전망됐다. 

보고서는 "1년이상 장기전 양상을 보이면 국제유가는 210달러까지 폭등하고 세계 경제성장률은 2.9%로 하락하고 국제물가는 5.1%내외까지 오를 전망"이라고 예측했다. 국내 성장률은 2.8%로 떨어지고 물가는 7.1%로 치솟을 것으로 예상됐다.

보고서는 "이란 사태가 해협 봉쇄로 이어지고 전쟁이 일어나면 세계경제는 물론 국내경제도 고유가에 의한 물가상승과 소비침체 등으로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1973∼1974년 1차 오일쇼크 때 세계 성장률은 6.8%에서 2.8%로, 국내 성장률은 14.8%에서 9.4%로 낮아졌다. 국내 물가 상승률은 3.2%에서 무려 24.3%로 폭등했다.

1978∼1980년 2차 오일쇼크 당시에는 세계 성장률이 3.9%(79년)에서 2.4%(80년)로 낮아졌고, 국내 성장률은 6.8%에서 -1.5%로, 물가는 18.3%에서 28.7%로 급상승 했다. 

한편 전쟁이 6개월 내에 끝날 경우 국내 성장률은 3.3%로 하락하고 물가 상승률은 5.5%로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조태근 기자taegun@vop.co.kr

2012년 1월 5일 목요일

[사설]이란 제재 동참 강요하는 미국, 대책 없는 한국


이글은 경향신문 2012-01-04일자 사설 '[사설]이란 제재 동참 강요하는 미국, 대책 없는 한국'을 퍼왔습니다.
미국 의회가 지난해 말 이란의 원유 수출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통과시킨 제재법안(국방수권법)이 신년 벽두부터 동맹국 한국에 무거운 부담을 주고 있다. 지난 2년 반 동안 이 같은 법안의 통과 가능성을 간과한 정부의 무대책이 피해를 더욱 키울 것으로 관측된다.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세계경제에도 고유가의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국방수권법은 이란 중앙은행과 거래하는 금융기관들이 미국 금융시스템과 거래하는 것을 막고 있어 미국과 거래를 하려면 궁극적으로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중단해야 한다.

이번 사태가 우리에게 던지는 의미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막연하게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안이함에 젖었던 한국 정부의 미숙한 대처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010년 6월 이란의 핵활동을 묶기 위해 제재결의 1929호를 발표한 뒤 독자 제재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2010년 8.3%였던 이란산 원유의존율은 2011년 11월 말 현재 9.8%로 되레 올라갔다. 2007년까지만 해도 이란산 원유의존율이 12.1%였던 일본은 국제사회의 흐름을 꿰뚫고 지난해 11월 수입분에서 6.4%로 줄여놓았다. 한국 정부는 이제서야 당국자를 미국에 파견할 요량이지만 일본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워싱턴으로 가 고위급 교섭에 착수했다. 한국은 국방수권법이 규정한 180일의 유예기간 동안 원유수입선을 대체하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짧은 기간 동안의 수입선 교체도 녹록지 않은 일이지만, 그 과정에 동반되는 유가인상과 유가수급의 혼란을 피하기는 어렵다. 외교통상부는 뒤늦게 “우리 경제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노력하겠다”면서 미국의 선처를 호소할 방침이다. 정부의 ‘천수답 외교’ 탓에 국민의 부담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미국 의회의 ‘근육질 사고’가 문제다. 비핵화는 피해 갈 수 없는 국제사회의 공동책무이다. 그러나 그동안 대이란 제재가 얼마나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됐는지는 지극히 회의적이다. 이란 재정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원유 수출을 막으면 이란 국민에게도 고통이 돌아간다. 더구나 중국과 러시아 등 신흥 경제강국들은 미국의 제재에 아랑곳하지 않고 있어 효과가 불투명하다.

미국이 그럼에도 일방주의적인 제재를 강행하면서 하필 동맹국의 고통을 강요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다. 자칫 동맹국 국민들의 반감만 불러일으킬 수 있다. 미국 의회가 올 11월 대선·총선을 앞두고 유대인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법안 통과를 서두른 혐의가 짙기도 하다. 미국은 일방적인 고통분담만 요구할 게 아니다. 진정한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돌아올 수 있는 길을 고민하길 바란다.

2011년 12월 12일 월요일

[사설] 미국의 이란 추가제재에 섣불리 동참 말라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12-11일자 사설 '[사설] 미국의 이란 추가제재에 섣불리 동참 말라'를 퍼왔습니다'
정부가 이란에 대한 미국의 추가적인 경제보복 조처에 서둘러 동참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미국 의회가 강력한 이란 제재 법안을 이번주 안에 통과시킬 것으로 예상되자, 우리 정부도 이에 맞춰 추가제재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한다. 국내 수입 원유의 10% 가까이를 공급하는 이란에 대한 제재는 우리 경제와 안보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주권 국가로서 최소한 자존심과 국민 안위를 고려한다면 섣불리 추가제재에 나서선 안 된다.
미 의회가 마련한 이란 제재 법안은 이란의 대외교역을 봉쇄하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이란 중앙은행과 거래할 경우 다른 나라 금융기관도 미국 금융시스템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국내에선 이란 중앙은행과 거래하고 있는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이 제재 대상이다. 두 은행은 현재 이란과의 교역에서 유일한 결제창구다. 따라서 미국의 이란 경제보복은 국내 기업한테 이란에 진출할 기회를 차단하고 교역관계를 끊게 하는 피해를 가져온다.
우리 정부는 애초 미국 의회의 움직임을 관망하는 듯하다가 이달 초 로버트 아인혼 국무부 조정관이 방문한 뒤 태도가 달라졌다. 그는 지난 5일 기자회견에서 이란 제재와 관련해 “우방국의 빠르고 강력한 통일된 행동을 바란다”며 우리나라의 동참을 노골적으로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의 이란 제재안은 국제사회의 동의를 구하기 어렵다. 이란 제재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도 벗어나는 미국만의 치외법권적 조처다. 명분도 약하다. 미국은 최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발표한 보고서로 이란의 핵무기 개발 의지가 더 뚜렷해졌다고 주장하지만, 보고서에는 직접적인 증거 없이 정황에 따른 의혹만 들어 있을 뿐이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9월 이란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을 폐쇄하는 등의 제재안을 미국 요구에 따라 서둘러 강행했다. 이 때문에 수많은 국내 기업이 큰 피해를 봤다. 여기에 더해 미국의 추가제재안을 받아들이려는 것은 국내 금융기관과 기업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위헌적 발상이다. 이란의 대응조처에 따라 자칫 국내 원유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정부가 진정으로 ‘굳건한 한-미 동맹’을 바란다면 맹목적인 대미 추종외교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제 세계평화와 국민경제의 안정을 위한 실용외교를 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