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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19일 수요일

빚 못 갚겠으면 집 팔면 되지, 이게 대책이야?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9-18일자 기사 '빚 못 갚겠으면 집 팔면 되지, 이게 대책이야?'를 퍼왔습니다.
‘세일앤리스백’은 은행의 ‘꼼수’… 거품 떠받치기, 또 다른 폭탄 돌리기 될 수도

300만원의 월급을 받는 직장인 A씨는 아파트 대출 이자로 한 달에 90만원을 낸다. 월급의 30%다. 그만큼 다른 가계 지출을 줄여야 한다. 더구나 얼마간의 예금과 한 채뿐인 아파트 등 자산을 팔아도 대출금을 갚기 어렵다. 

여기에서의 A씨는 가상의 인물이지만, 현실 속에서 A씨 같은 ‘하우스 푸어’는 108만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모두 가처분소득의 10% 이상을 한 채뿐인 아파트 담보대출 원리금으로 지출하는 이들이다. 가구원까지 합치면 약 374만 명 수준이다. 이들의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 비중은 평균 41.6%에 이른다. 하우스푸어 중 38.4%는 지난 1년간 부채가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었고, 향후 1년간 부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구도 22만5000가구(19.3%)나 된다. (관련자료: [하우스푸어의 구조적 특성], 현대경제연구원 2011.5.23)

▲ ⓒ현대경제연구원

은행이 집 사서 임대해준다?…“또 다른 폭탄 돌리기”

이처럼 하우스 푸어가 한국 경제의 ‘뜨거운 감자’로 지목되면서 관련 대책들도 쏟아지고 있다. 최근 하우스 푸어 지원책으로 묘사되는 ‘세일 앤 리스백’ 제도도 그 중 하나다. 은행이 아파트의 소유권을 넘겨받아 이를 다시 채무자에게 임대하는 방식이다. 채무자는 ‘골칫덩이’로 전락한 아파트를 은행에 넘겨 원리금 상환 부담을 더는 대신, 임대료만 지불하고 계속 거주할 권리를 보장받는 것이다. 향후에 이를 다시 살 수 있는 조항(Buy back)이 포함되는 경우도 있다. 기업들이 자금 확보를 위해 보유 중인 부동산 자산을 리스회사에 매각할 때 쓰이던 방식이다.

이와 비슷한 ‘트러스트 앤 리스’ 제도도 오르내린다. 우리은행이 최근 이 같은 상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5년간 아파트를 신탁회사에 넘기고, 은행은 채무자가 지불하는 임대료 중 일부를 지급받는다. 5년 후 채무자가 빚을 다 갚을 경우 아파트의 소유권을 찾아올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신탁회사가 이를 처분하여 수익금을 은행에 지급하는 방식이다. 새누리당은 금융권이 출연한 기금 형태의 특수목적회사(SPC)나 배드뱅크가 집을 사들인 뒤, 이를 임대하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또 다른 폭탄 돌리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17일 국회 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민주통합당 김현미 의원과 무소속 박원석 의원, 민변 민생경제위원회와 참여연대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다. (자료집 다운로드)

백주선 변호사는 “금융기관이 한 푼도 손실을 보지 않고 문제를 해결해 보려는 의도가 저변에 깔려 있고, 5년의 환매기간 내지 신탁기간 동안 문제를 뒤로 미루자는 안일함이 배어 있다”고 비판했다. 5년 동안 채무자가 주택담보대출 금액을 다 갚을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 자칫 모든 부담을 채무자의 ‘미래’에 떠넘기는 것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 ⓒCBS 노컷뉴스

은행은 왜 책임 안 지나…“은행의 ‘꼼수’”

백 변호사는 은행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소득능력에 다라 대출을 해줘야 한다는 금융의 기본원리를 망각하고, 마구잡이로 주택담보대출을 늘린 게 (하우스 푸어 문제의) 주된 원인”이라는 것이다. 그는 “하우스 푸어를 108만 가구로 추정할 때, 그 10%인 10만 8000가구를 대상으로 전국 주택 평균가격 1억1812만원에 산다고 가정해도 필요한 자금은 12조7000만원에 이른다”며 “(여기에) 공적자금을 집어넣는 것은 무리한 대출을 해 준 은행은 전혀 손해 보지 않고 책임을 면제받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나선 권정순 변호사(서울시 주거재생지원센터 갈등조정관)도 “어느 하우스푸어가 5년 후 원리금을 모두 변제하고 소유권을 회복할 수 있겠냐”며 “결국 위 제도는 현재의 위기상황을 5년 후로 미루는 것에 불과하며, 금융기관이 주도하여 논의를 진행하다보니 금융기관의 손실은 가급적 최소화하면서 담보채무자들이 주로 위험을 부담해야 하는 구조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채무자 입장에선 주택가격 상승이 유일한 ‘희망’인데,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 같은 제도가 은행의 ‘꼼수’라고 지적했다. 은행이 ‘임대료’라는 명목으로 또 다른 ‘거치식 대출’을 유지하면서, 담보인정비율(LTV)을 초과한 부채에 대해 채무재조정을 지연시킨다는 것이다. ‘폭탄 돌리기’인 셈이다. 또 연체 중인 주택담보대출을 ‘거치형 이자납입식’으로 변경해 이를 장부에서 제거함으로써 사실상 ‘분식회계’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한국은행 김용선 거시건전성분석국 팀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LTV 평균이 48%이고, 80% 초과하는 대출이 0.1%밖에 안 된다”며 애초 제도가 도입됐던 미국의 경우와는 달리 “담보 가치가 충분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자기 집을 신탁회사에 맡기거나 은행에 파는 것보다 개인적으로 팔아 채무관계를 해소하는 게 훨씬 더 유리한 상황”이므로 “활성화 가능성에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이라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자금시장과 이형일 과장은 “정부는 현재로서는 상황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 4일"정부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채무자 ‘맞춤대책’ 필요…‘통합도산법’ 개정해야

백주선 변호사는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하면서도 신속하게 채무조정을 통해 채무자를 경제에 신속히 복귀시키는 방안이 하우스 푸어에 대한 대책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서는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내놨다. 소득에 비해 부채 규모가 크지 않은 경우, 기존의 3~5년 거치기간이 끝나면 원금을 일시에 상환하는 형태의 대출을 장기모기지론으로 바꿔 20~30년 동안 원금과 이자를 나눠 갚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기 채권을 주택금융공사 같은 공기업이 매입할 수 있도록 자본금을 확충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 ⓒCBS 노컷뉴스

반면 소득으로 부채를 상환하기 곤란한 하우스 푸어도 있다. 백 변호사는 이 경우에는 주택을 공공이 매입하여 임대주택으로 전환하는 방법이 해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하우스 푸어의 대부분은 임대주택으로 전환이 어려운 아파트 소유자인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손해를 보더라도 아파트를 싼 가격에 내놓고, 일부라도 부담을 더는 게 방법일 수는 있다. 그러나 한꺼번에 이 같은 매도 물량이 쏟아질 경우 주택가격의 폭락으로 경제위기가 도래할 우려가 있다는 게 백 변호사의 판단이다. 

따라서 “원금과 이자를 한꺼번에 채무조정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1가구 1주택자에 한해 개인회생 등 채무조정제도를 이용하게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백 변호사는 “정기적인 소득이 있는 채무자는 개인회생시 3~5년의 변제기간이 끝난 후에도 10년 동안 원금을 나누어 갚고 못 갚는 부분은 면책 받도록 하고, 변제기간 동안에는 채권자가 경매를 진행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채무자(신용소비자)를 보호하는 방안도 시급하다고 백 변호사는 제안했다. ‘주택담보 과잉대출규제법’ 또는 ‘공정대출법’을 제정해 만기일시상환 방식의 대출을 금지하고, 상환능력을 초과하는 대출을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법정 최고이자율 한도를 연 20%로 낮춰, 이를 초과하는 이자뿐만 아니라 원금에 대한 상환 의무도 ‘무효’로 해 은행과 대부업체들의 ‘약탈적 대출’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김효연 국회 입법조사처 금융외환팀 입법조사관은 “하우스 푸어가 도산으로 가기 전 단계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우스 푸어가 채권채무 조정을 진행하기에 앞서 어떤 절차가 본인에게 가장 적합한 것인지 상담할 수 있는 상담제도가 도입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권정순 변호사는 2009년 도입이 무산됐던 ‘통합도산법’ 개정안을 19대 국회가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권 금융기관과 채무자의 이익을 공평하게 조정하면서도 채무조정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법정화된 도산절차”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관련 법안은 19대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박원석 의원 안, 박영선 의원 안, 정부 안)

허완 기자 | nina@mediatoday.co.kr  

2012년 8월 16일 목요일

벙커 잡는 폭탄, 북한 노리나


이글은 시사IN 2012-08-16일자 기사 '벙커 잡는 폭탄, 북한 노리나'를 퍼왔습니다.
최근 미군이 실전 배치한 초대형 관통탄(벙커버스터)의 사용 후보지로 이란과 북한이 꼽히고 있다. 지하 깊숙이 자리 잡은 목표물을 파괴하는 벙커버스터가 발달할수록 상대방의 벙커도 깊어진다는 게 문제다.

미국이 경제위기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와중에 유독 돈을 아끼지 않는 무기가 있다. 바로 미국 공군이 최근 실전 배치한 초대형 관통탄(MOP:Massive Ordnance Penetrator)이다. 미군은 2009년 보잉사와 벙커버스터(관통탄) 20기 구매 계약을 맺고, 지금까지 이 벙커버스터를 위해 3억3000만 달러(약 3700억원)를 투입했다. 2009년이면 글로벌 경제위기가 한창 진행될 때였지만 이처럼 과감하게 큰돈을 쓴 것이다. 설상가상 최근에는 비밀리에 8200만 달러(약 927억원)의 추가 예산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려운 형편에 이런 지출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사용처가 중요하다는 이야기이다. 벙커버스터(Bunker Buster)란 지하 깊숙이 자리 잡은 목표물을 파괴할 수 있는 폭탄을 말한다. 벙커버스터의 역사는 1955년 지하시설물 타격용 핵무기인 B53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미국과 소련의 냉전이 절정에 이르렀던 1962년 10월 쿠바 핵미사일 위기 이후, 미국에 의해 실전 배치되었다. 실전에서 벙커버스터가 쓰인 것은 베트남 전쟁이 처음이었다. 초창기 벙커버스터 모델인 ‘마크84’는 무게 2000파운드(907㎏)로 약 90㎝ 두께의 콘크리트를 관통하는 파괴력을 가졌다. 당시만 해도 콘크리트 구조물은 별로 견고하지 않은 편이었다. 하지만 건축 기술의 발달로 오늘날 구조물들은 강화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만큼 훨씬 더 단단하다. 이에 따라 미국은 이전보다 더 파괴력 강한 벙커버스터가 필요하게 되었다.

ⓒAP Photo 2007년 3월 미국 화이트샌즈 미사일 시험장에서 작업자들이 초대형 관통탄(벙커버스터)을 옮기고 있다.

현대 전쟁사와 함께 발전을 거듭했던 벙커버스터는 보잉사가 제조한 길이 6.25m, 무게 13.6t짜리 초대형 벙커버스터 폭탄의 하나인 GBU-57로 정점에 이르렀다. 이 폭탄은 미군이 현재 보유한 재래식 폭탄 중 가장 덩치가 크다. 90㎝ 정도 두께를 뚫고 터졌던 초창기 벙커버스터와 달리 이것은 60m 두께까지 뚫고 들어가는 가공할 파괴력을 자랑한다. 

“벙커버스터 쓸 준비 되었다”

최근 벙커버스터가 사용된 것은 이라크에서였다. 미군은 이라크 전쟁이 한창이던 2003년 3월20일 밤, 최측근으로부터 후세인과 두 아들이 바그다드의 한 지하 벙커에서 잠자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조지 테닛 CIA 국장과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 리처드 마이어스 합참의장은 부리나케 백악관으로 달려가 부시 대통령에게 빨리 공격 명령을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사담 후세인을 체포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던 미국으로서는 천신만고 끝에 잡은 기회였다. 후세인의 벙커는 무척 견고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따라서 적어도 900㎏짜리 MK-84 폭탄인 벙커버스터로 파괴해야 한다고 럼스펠드 등은 부시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벙커버스터는 미사일이 아닌 만큼 혼자 날아갈 수 없다. 반드시 폭격기가 들고 날아가 상공에서 떨어뜨려야 하는 폭탄이다. 당시 이라크 하늘에는 보름달이 떠서 사방이 환했다. 이라크 공군의 방공망 또한 삼엄해 이 덩치 큰 폭탄을 들킬 위험이 높았다. 결국 미군은 후세인의 위치를 확인하고도 망설인 채 바그다드에 해가 뜨기를 기다려야 했다. 동틀 무렵 카타르 도하에 있는 토미 프랭크스 중부사령관의 명령에 따라 폭격기가 날아가 바그다드의 후세인 벙커를 폭격했다. 하지만 후세인은 이미 벙커에서 탈출한 뒤였다. 

그 뒤 벙커버스터를 나르는 폭격기로 스텔스 기능을 탑재한 폭격기가 주목받게 되었다. 노드롭 그루먼 사가 제작한 B-2 폭격기는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는 스텔스 기능이 있어 미군에게 각광받는다. 적에게 보이지 않는 스텔스와 벙커버스터의 결합은 환상적인 궁합이었다. 덩치 큰 뚱보가 투명 망토를 입고 적진에 뛰어드는 격이었다. 미군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오사마 빈라덴이 은신한 것으로 알려진 산악지대 동굴을 파괴하려 할 때도 벙커버스터를 사용했다고 알려졌다.

최근 미국 국방부가 이 초대형 관통탄을 사용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그 대상이 어디일지에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의 국방뉴스 전문 매체인  보도에 따르면, 마이클 돈리 미국 공군장관은 지난 7월25일 의회 연설에서 “초대형 관통탄을 쓸 수 있게 됐느냐”라는 질문에 “필요하다면 쓸 준비가 돼 있다”라고 밝혔다. 이 말은 수년간 시험한 끝에 초대형 관통탄의 실전 사용이 가능해졌음을 의미한다. 

후보지로는 두 곳이 유력하다. 이란과 북한이다. 핵 개발을 노리는 이란은 현재 북부 포르도의 산악지대에 벙커 요새를 구축하고 우라늄 농축을 시작했다. 이 요새는 바위 속에 들어앉아 있을 뿐 아니라 별도의 콘크리트 방어막으로 둘러싸여 있어 ‘절대로 파괴할 수 없는 요새’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미군 또한 현존하는 벙커버스터가 포르도의 가장 깊숙한 핵시설까지 뚫고 들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그러나 초대형 관통탄이 실전에 배치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현재 이란은 유럽연합과 미국의 제재 강화 움직임에 맞서 세계 원유 거래의 요충지인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두 번째 후보지로는 북한이 거론된다. 지난 2004년 도널드 럼스펠드 당시 미국 국방장관은 핵무기 논란과 관련해 “북한 사례에서 보듯 군사시설을 지하에 건설하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는 만큼 벙커버스터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라며 벙커버스터 개발 의지를 시사한 바 있다. 북한 또한 핵개발 의혹에 휩싸인 나라인 만큼 벙커버스터의 사용 후보지로 꼽히는 것이다.

대량살상무기임에도 규제 없어

벙커버스터는 예산 배정 과정에서부터 논란이 많았다. 과거에는 ‘벙커버스터=핵’을 의미했다. 이 때문에 미국이 핵 확산을 거꾸로 선도한다는 국내외의 거센 반발에 부딪쳤다. 사실 핵개발을 꾀하는 ‘불량 국가’를 응징하기 위해 핵탄두를 장착한 무기를 사용한다는 논리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벙커버스터 사용에 따른 방사능 오염에 대해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져갔다. 결국 2005년 부시 미국 행정부는 핵탄두를 장착한 벙커버스터 개발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이후 미국은 비핵(非核) 벙커버스터 개발에 집중해왔다. 

비록 핵탄두는 포기했어도 벙커버스터는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 미국의 방침이다. 북한이나 이란  같은 나라들의 안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서다. 비핵 벙커버스터의 경우 대량살상무기임에도 불구하고 군비 통제를 위한 국제 조약 등에 따라 개발 및 보유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점 또한 장점으로 꼽힌다. 

미국 현대전의 대표 주자가 된 벙커버스터는 ‘얼마나 더 깊이 파괴할 수 있는지’에 따라 등급이 매겨진다. 미래에도 미국의 군수업체는 ‘가능한 한 더 깊이’ 파괴할 수 있는 벙커버스터를 만들려 할 것이다. 그럴수록 이란이나 북한 같은 나라는 ‘가능하면 더 깊이 핵시설을 은폐할 수 있는 벙커’를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현재의 벙커버스터가 강화 콘크리트를 60m까지 뚫고 내려가 파괴할 수 있다면 이들은 100m, 200m까지 더 깊이 내려가 은폐 시설을 만들 것이라는 얘기다. 

‘걱정하는 과학자 연맹’의 군축 전문가인 스티븐 영은 “벙커버스터는 날로 발달하겠지만 상대의 벙커도 날로 깊어진다면 폭탄의 화력만 세어질 뿐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초대형 관통탄의 실전 배치를 눈앞에 둔 지금, 그리고 앞으로도 쉽게 풀리지 않을 딜레마다.

김영미 국제문제 전문 편집위원

2012년 8월 5일 일요일

건설사 배 채우려 가계부채 폭탄 외면하는 ‘막장’ MB 정부


이글은 한겨레21 2012-08-06일자 제922호 기사 '건설사 배 채우려 가계부채 폭탄 외면하는 ‘막장’ MB 정부'를 퍼왔습니다.
[경제] 가계부채 급증 억제하던 DTI 규제 완화 추진… 실패 가능성 높은 ‘임기응변식 대응’ 비판

‘끝장 토론’이 아니라 ‘막장 토론’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7월21일 주재한 ‘내수활성화 민·관 합동 집중토론회’를 두고 여기저기서 나오는 힐난이다. 정부가 내수를 살릴 아이디어를 구한다고 기업들을 불러놓았는데, 정작 기업들은 각종 민원만 쏟아냈다. 정부는 군 말 없이 다 들어줬다. 내수 활성화를 빙자한 정부의 대기업 민원 들어주기다. 인천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인 카지노 허가, 대형병원 내 호텔 신축, 회원제 골프장의 개별소비세 감면, 미분양 아파트·오피스텔 관광 숙박시설로 전환이 대표적이다. 그중에서도 하이라이트는 건설업계가 줄기차게 요구해온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다. 가계부채 폭탄의 보호장치인 DTI 규제가 내수활성화 대안으로 둔갑했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셈이다. 

» 정부가 각종 부동산 규제를 풀고 있지만 주택 거래는 살아나지 않는다. 썰렁한 부동산중개사무소 앞 모습.

은퇴 자산가·젊은 직장인 주머니 노려

DTI는 ‘규제 완화의 화신’인 이명박 정부조차 쉽게 풀지 못하던 부동산 규제다. 임기 내 진행된 부동산 규제 완화 ‘광풍’에도 DTI 규제는 살아남았다. 부동산 규제이자 몇 안 되는 가계부채 대책인 탓이다. DTI 규제는 대출자의 소득에 비례해 대출한도를 제한하는 제도다. 빚의 규모를 통제해 부동산 시장의 과열과 가계 부실을 막으려고 참여정부 시기인 2005년 8월 도입됐다. 현재는 연간 원리금 한도가 서울지역은 대출자 소득의 50%, 인천·경기는 60%로 정해져 있다. 예컨대 연봉이 6천만원인 대출자가 서울지역에 아파트를 사려고 한다면, 매년 갚아야 하는 원리금이 3천만원을 넘지 않는 수준으로 총 대출한도가 정해진다. 연봉의 절반이 고스란히 빚 갚는 데 들어가지만, 그나마 가계의 파산을 막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이 제도를 도입하기 전엔 버는 돈보다 많은 빚을 끌어다 무리하게 부동산에 몰빵하는 투기가 가능했다. 정부도 DTI 규제가 가계부채 급증을 억제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6월13일 국내외 언론사와 한 인터뷰에서 “DTI를 풀었는데도 부동산 경기가 제자리에 있고 가계부채만 늘리는 게 아닌가 싶어 못한다”고 말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같은 이유로 여러 차례 규제 완화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정부가 이런 DTI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건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대처를 포기하겠다는 의미다. 빚을 더 내도 좋으니 일단 집을 사라는 메시지다. 국내외 경기침체의 골이 깊은 응급상황에선 부동산 거래 활성화가 가계부채 부실보다 더 중요하다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거센데 정부도 할 말이 있단다. 마구잡이로 대출을 늘려주는 게 아니라 빚을 감당할 능력이 있는 계층을 8월 말까지 선별해내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고려 중인 1순위 대상은 은퇴 자산가다. 정부가 나서서 집을 보유하고 있는 고령 자산가들에게 다주택자가 되라고 부추기는 꼴이다. 고정적인 소득이 없는 이들 연령층은 웬만한 자산가가 아니고서는 언제든 빚이 부실화될 수 있다. ‘가계부채 동향 및 서민금융지원 방안’을 보면, 50대의 연체율은 1.42%로 다른 연령에 비해 가장 높았다. 60대 이상(1.16%)도 20대(1.17%)보단 낮았지만 30대(0.6%)나 40대(1.1%)보다는 높았다.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20~30대도 규제 완화 대상으로 오르내린다. 당장의 소득은 적지만 앞으로 꾸준히 돈을 벌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빚을 더 내도 괜찮다는 논리다. 그러나 20~30대는 지금도 학자금대출 상환과 주택자금 마련 등으로 빚을 많이 진 데다, 나이가 들어가며 빚을 더 내야 할 세대다. 또 미래 소득을 담보할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려내기도 어렵다. 요컨대 정부의 주장과 달리, 은퇴한 자산가나 젊은 직장인은 빚을 떠넘길 적당한 ‘물주’가 아니다. 부동산컨설팅업체인 부동산서브의 정태희 컨설팅팀장은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은퇴한 자산가들이야 당연히 집은 있으니까 투자할 목적으로 사라는 거다. 그런데 요즘엔 웬만한 자산가가 아니면 다 집을 줄이는 판이다. 젊은 직장인은 지금도 대출이자가 감당 안 되기 때문에 빚을 더 얻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까지 고약한 MB식 부동산 정책

DTI 규제 완화는 딱 MB 스타일이다. 이명박 정부는 취임 직후부터 경기가 꺼지는 고비마다 부동산 시장을 활용했다. 부동산 거래가 활성화돼야 건설업계에 돈이 돌아 경기가 살아난 듯 보이고, 집 보유자들은 계속 부자인 것처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적으로 부동산 거품이 꺼져갔지만, 이명박 정부는 부동산으로 돈이 계속 흘러들게 안간힘을 썼다. 유일한 방법은 규제 완화였다. 스무 차례 넘는 부동산 대책을 통해 거래 비용은 낮춰주고, 투자수익은 높여줬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는 사실상 무력화시켰고, 투기과열 지역도 차례로 해제했다. 재건축·재개발 기준은 완화했고, 아파트 전매제한도 풀어줬다.
이 과정에서 가계가 빚을 내 집을 사고, 부족한 생활비는 다른 빚으로 감당해야 했다. 가계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가계부채는 MB 집권 직전인 2007년 말 665조원에서 지난 말 912조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부동산 시장에 돈이 부족하면 공기업들을 활용했다. 4대강에 수자원공사가, 보금자리주택사업에 토지주택공사(LH)가 동원됐다.
특히 임기 마지막 해인 올해에는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할 분위기다. DTI 규제 완화를 내놓기 이전인 지난 5월 ‘5·10 대책’을 통해 마지막 남은 규제 대못들을 모조리 뽑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민영주택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 폐지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중지를 입법화하기로 지난 7월 새누리당과 협의를 마쳤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는 새누리당이 반대하고 있지만, 계속 추진하겠다며 일단 국무회의를 통과시킨 상태다. 모두 부동산 거품을 유지시켜 건설사와 부동산 부자들이 계속 돈을 벌도록 도와주는 대책이다. 서민의 삶은 정부의 안중에 없다.
앞서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거래를 활성화하는 데 모두 실패했듯, 이번 규제 완화들도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부양 대책은 투자자나 실수요자들의 욕망에 뒷받침돼야 성공한다. 빚을 내서 투자해도 수익이 나겠다는 확신이 서야 집을 산다. 그러나 시장에서 작년 하반기부터 이런 기대는 완전히 사라졌다.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부동산 가격 하락에 대한 불안감이 극에 달해 거래가 뚝 끊겼다. 서울지역 아파트 거래량은 상반기 기준으로 2008년 4만6873건에서 올해 1만8862건으로 쪼그라들었다. 반토막도 안 된다. 가격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 강남 불패신화의 상징인 대치동 은마아파트 101.7㎡(공급 면적)는 최고점이었던 2006년 11월 11억6천만원에서 현재 8억원대로 내려앉았다. 투자자건 실수요자건, 부동산 가격이 상승·반전할 것이란 신호가 있기 전에는 주머니에 돈을 쌓아놓았더라도 집을 사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이 지경에서 정부가 내놓은 조처들이 “고약하다”고 비판했다. “부동산의 구조가 바뀌고 있다. 집값이 떨어질 거다. 정책 하나로 반전시킬 상황이 아니다. 실물 약화로 소득마저 줄어드는 이때에 과도하게 돈을 빌려서 사라고 하는 건 무책임하다. 정부가 국민의 금융생활을 보호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위태롭게 몰고 간다.”
이 규제 완화들은 부동산 거래도 활성화시키지 못하고 시장만 더 왜곡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미 부동산은 구조적인 침체기에 들어갔기 때문에 정부가 현실을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 가계부채 1천조원을 쌓아놓고 부동산 거품을 아무런 충격 없이 뺄 수는 없다. 부동산 거품을 냉정하게, 점진적으로 빼야 한다. 지금처럼 자기 임기 안에 별 탈 없이 임기응변식으로 버티면 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부자나 건설업계를 살리려고 부동산 활성화를 하다 보면 결국 하우스푸어의 고통만 가중되고, 서민이 다 죽는다.”(선대인 선대인경제전략연구소 소장)

» 922호 한겨레21 경제 아파트

수혜자는 건설사와 은행뿐

이번에도 부동산 규제 완화의 최대 수혜자는 건설업계다. 이들은 마지막 남은 규제들을 모두 풀어달라고 정부에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미분양 아파트가 전국에 6만2천 가구나 쌓여 있는 데다, 최근 주택 거래량도 1년 전보다 30%나 줄어 업계 전체가 고사 위기라는 이유에서다. 물론 건설업체의 과도한 욕심으로 초과공급이 이뤄져 미분양 대란과 아파트 가격 하락이 빚어졌다는 원인 분석은 쏙 뺀다.
건설업계는 관련 기관들을 동원해 정부가 규제를 완화할 수 있게 논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왔다. 그중에서도 DTI 규제 완화를 위한 노력은 눈물겹다. 한국주택협회는 정부의 ‘5·10 대책’ 발표를 앞둔 지난 4월 ‘DTI 폐지 시 기대효과’라는 보고서를 내 “DTI를 폐지하게 되면 실수요자의 주택구매 심리를 촉진하고 주택 거래를 활성화시켜 시장 정상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직전엔 주택산업연구원이 ‘DTI 규제 타당성 검토’ 보고서에서 “DTI 규제가 가계대출을 억제하는 효과가 미미하다”는 근거가 희박한 주장을 펼쳤다. 그 결과로 돌아온 정부의 ‘DTI 규제 부분 완화’ 방침이 건설업계의 목표에는 못 미치지만, 이들은 언젠가 완전 폐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늘 건설사의 손을 들어줬다는 것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주택을 주로 구매하는 연령대가 30~40대이기 때문에 부분 완화는 별 효과가 없다”며 “완전 폐지가 돼야 건설업계도 숨통을 좀 트일 수 있다. 상황이 더 심각해지면 정부도 외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도 부동산 규제 완화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DTI 대출한도가 늘어나면, 은행에는 신규 대출 고객이 생기기 때문이다. 경기가 둔화돼 은행들도 대출 장사를 할 데가 많지 않다. 한 대형은행의 여신 담당자의 말에서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가 읽힌다. “DTI 규제가 실수요자들을 중심으로 완화되면 부동산 거래도 활성화되고, 은행에도 도움이 된다. 은행 전반적으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견해다.”
이명박 정부는 임기가 끝날 때까지 국민 주머니를 털어 기업들 배를 불려주는 일을 멈출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2012년 7월 27일 금요일

부동산 경매, 집주인은 '폭탄' 세입자는 '유탄'


이글은 프레시안 2012-07-27일자 기사 '부동산 경매, 집주인은 '폭탄' 세입자는 '유탄''을 퍼왔습니다.
[현장] 매물만 넘치는 경매 법정 가보니…

오전 9시 30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5계 경매법정. 경매가 시작되기 30분 전이지만 이미 법정 복도는 사람들로 빼곡했다. 모두가 경매에 참여하려는 사람은 아니었다. 제2금융권 대출영업 실장부터경매정보 무료 이용권과 부동산 투자 무료강의 전단을 뿌리는 50대 여성까지. 부동산 관련 '꾼'들의 '호객행위'가 한창이었다.

다른 한편에서는 10여 명이 부동산 경매 전문 강사에게 경매 절차에 관한 '팁'을 듣고 있었다. 양복을 입은 강사는 이날 경매 물건이 몇 건 나왔는지, 경매 신청서는 어떻게 작성하는지, 유의점은 무엇인지 등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었다.

인천에 사는 박명숙(가명·53) 씨는 "요즘 경매 물건이 많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경매를 한 번 해봐야겠다고 생각해서 나왔다"며 "지금은 이래저래 공부하는 수준이다"고 말했다. 아이와 함께 부부동반으로 경매법정을 찾은 이기영(가명·37) 씨도 "틈틈이 경매 사이트에 들어가 부동산 정보를 살펴보고 있다"며 "그간 보아온 쓸 만한 부동산이 얼마에 팔리는지 알아보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불황기 때 호황인 사업 중 하나가 경매 사업이다. 300석 규모의 경매법정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미처 시간에 맞춰 오지 못한 사람들은 좌석 뒤편에 서서 경매 과정을 지켜봤다. 부동산 전문업체 직원부터 백발노인, 20대 여성, 아이와 함께 온 30대 여성까지 다양한 계층과 집단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 서울 송파구 잠실2단지 상가 내 공인중개업소에 내걸린 '급매매' 매물표. ⓒ연합뉴스

넘쳐나는 경매 물건, 하지만 낙찰 물건은 적어

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빚에 허덕이는 '하우스푸어' 주택이 경매에 나오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5월 수도권에서 경매에 나온 아파트는 모두 2842건으로 월간 기준으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2202건)보다 29% 늘어난 수준이다.

1월 2406건이던 아파트 경매 건수는 2월 2455건, 3월 2750건 등 지속해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 영향으로 지난달 단독주택 등을 포함한 전체 경매물건 수도 올 들어 처음으로 1만 건을 넘어섰다. 경매 전문가들은 하우스푸어가 이자 상환과 원금 상환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2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5계 경매법정에 나온 경매물건도 같은 이유였다. 경매에 나온 물건은 61건. 이 중 제2금융권이 채권자인 경우는 29건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그간 쌓인 부채로 은행권 대출이 힘드니 제2금융권으로 대출을 갈아탔지만 그마저도 어려워지면서 집을 경매에 내놓게 된 케이스다.

하지만 이날 경매가 진행된 물건은 단 10건에 불과했다. 나머지 51건엔 신청조차 없었다. 부동산 업체 관계자는 "경매 물건이 많이 나온다는 소식을 접한 사람들이 관심을 두는 건 맞지만, 이것이 입찰 참여와 연결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라 선뜻 경매에 참여하는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다.

경매정보업체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 20일까지 약 6개월간 전국 아파트 경매 응찰자 수는 4만1719명으로 집계됐다. 작년 상반기 6만281명에 비해 30.1%나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복되는 유찰, 결국 낙찰돼도 빚 청산 어려워

매물이 많은데 낙찰되는 물건이 없다는 건 유찰되는 물건이 많다는 의미다. 시세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감정가와 부동산 불황기가 그 이유다. 문제는 유찰되는 횟수가 많을수록 가격은 내려간다는 점이다.

실제 서울 강남 재건축의 상징인 대치동 은마아파트(84m²)는 두 차례 유찰 끝에 감정가 10억5000만 원보다 24% 낮은 7억9235만 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이 아파트가 경매시장에서 8억 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04년 이후 8년 만이다. 매매가가 최고 14억 원까지 치솟았던 2006년과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 떨어진 셈이다.

평균 낙찰가는 감정가의 78% 선이지만 이 수치는 지속해서 내려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전국 평균 낙찰가율은 77.2%로 작년 동기 대비 84.8%에 비해 7.6%포인트 떨어졌다. 200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하지만 이날 진행된 경매 낙찰가는 이보다도 더 낮았다. 성북구에 있는 빌라는 세 차례 유찰 끝에 감정가의 절반 수준에서 낙찰됐고 동작구에 있는 빌라도 두 차례 유찰 끝에 감정가의 64% 수준에서 인수자가 나타났다. 다른 매물도 대동소이했다.

관악구 신림동에 있는 빌라의 경우, 이번에 유찰돼 다음 달에 다시 경매에 나온다. 4차례 유찰돼 입찰예정가는 감정가의 41%다.

▲ 강남 대치동 은마아파트. 이 아파트가 경매로 나와 7억 대에 팔렸다. ⓒ연합뉴스

집주인의 무리한 대출, 유탄 맞는 세입자들

유찰이 반복되면 가격이 내려가 나중에 낙찰된다 해도 가옥주 빚은 청산되기 어려워진다. 이날 유찰된 것 중에는 그런 조짐을 보이는 물건이 상당수 있었다. 경매에 나온 61건의 물건 중 유찰된 물건은 50건이었다.

서초구에 있는 아파트는 최저입찰가가 8억4000만 원, 즉 아파트의 총부채가 8억4000만 원이지만 이날 유찰되면서 아파트는 다음 달 경매로 넘어갔다. 이렇게 되면 입찰예정가는 감정가의 64%인 6억7200만 원이 된다. 결국, 경매로 집이 넘어가도 1억이 넘는 부채가 남는다.

낙찰가가 내려갈 경우, 고통은 세입자에게도 전가된다. 팔리는 금액보다 빚이 더 많으면, 채권자 후순위에 있는 세입자의 보증금이 떼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유찰된강남구 대치동 빌라의 경우, 빚을 청산하려면 집이 4억4800만 원에 팔려야 한다. 하지만 두 차례 유찰돼 다음 달 경매에선 3억5840만 원으로 입찰예정가가 정해졌다.

이 가격대로 낙찰되면 이 집에서 살고 있던 세입자 A씨의 보증금 3000만 원은 고스란히 날아 간다. 채권자 국민은행 대출금액이 4억2000만 원이기 때문이다.

성북구에 있는 빌라도 마찬가지다. 쌓인 빚을 다 갚으려면 빌라가 23억2200만 원에 팔려야 하지만 이 가격은 유찰됐다. 자연히 입찰예정가는 64%인 17억8669만 원으로 내려갔다. 이 금액에 팔리면 여기에 전세 들어 살던 B씨의 전세금 2억 원은 사라진다.

한몫 잡아보겠다고 무리하게 대출받아 투자한 부동산이 자신뿐만 아니라 세입자에게도 손해를 끼치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세입자나 하우스푸어에 관한 구제 방안보다는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완화해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빚에 허덕이는 구조임에도 또다시 빚을 내서 집을 사라고 종용하는 꼴이다.

 /허환주 기자 

2012년 7월 14일 토요일

"우리금융과 KB금융 합병하면 폭탄 터진다"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07-13일자 기사 '"우리금융과 KB금융 합병하면 폭탄 터진다"'를 퍼왔습니다.
민병두 의원, 유로존, 가게빚 경고

정부의 무리한 우리금융 민영화 움직임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며 총파업을 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통합당 민병두 의원도 민영화 반대 여론에 힘을 실는 발언을 했다. 민 의원은 13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첫 상임위에서 "우리금융과 KB금융 합병을 시도하는 것은 '메가뱅크 폭탄'이라는 세번째 폭탄을 만드는 격"이라고 정부의 민영화 정책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그는 "지금 한국경제는 '두 개의 폭탄' 이 터지기 직전의 상황" 이라고 진단했다. 민 의원은 '유로존 폭탄' 과 '가계부채 폭탄'을 크게 우려했다.
민 의원은 이어 가장 우려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유로존 폭탄과 가계부채 폭탄이 동시에 터지는 것"이라고 진단하고 정부의 민영화 정책은 "오히려 2개의 폭탄이 터질 경우 "폭탄의 화력을 증가시키는" 잘못된 정책"이라고 힐난했다.
특히 한국 경제의 심각한 문제인 가계빚과 관련해 "그 폭탄이 이미 1천조원에 육박해 있다. 가계빚 폭탄은 △채무자들의 생활 파산 △부동산 매도 현상과 부동산 가격 폭락 △제2금융권의 부실화 등으로 터질 가능성이 많다"고 밝혔다.
민 의원은 마지막으로 지금 필요한 것은 메가뱅크가 아니라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두개의 폭탄' 을 제거하는 것"이라며 "경제 민주화와 금융 민주화 조치, 금융 안정성 강화"를 위한 법제가 시급하며 "19대 국회 정무위원회는 '두개의 폭탄'을 제거하는 '폭탄제거위원회'가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전문가들도 올해 하반기에 '유로존 붕괴'를 전망하고 있다.
유로존 경제규모 4위인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신청한 데 이어서, 최근 3위인 이탈리아도 구제금융을 신청할지 모른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만약 유로존 붕괴가 현실화되면 외환시장과 주식시장 변동성 위기가 증가해 국내에 있는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르게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

▲ VIX차트는 공포지수로 투자자의 공포심리를 나타낸다

윤경진 기자  |  ykj23@pressbyple.com

2012년 4월 25일 수요일

'최시중 폭탄'에 당황한 검찰 "길게 끌 수사 아냐"


이글은 프레시안 2012-04-24일자 기사 ''최시중 폭탄'에 당황한 검찰 "길게 끌 수사 아냐"'를 퍼왔습니다.
"박영준 10억 줬다" 진술 확보…최시중, 검찰 출두해 '폭탄' 터트릴까?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 의혹과 관련해 "청탁은 없었다"며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자금일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검찰 수사는 '개발 사업 인허가 비리'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최재경)는 24일 "박영준 전 차관에게 파이시티 인허가가 나도록 도와 달라는 부탁과 함께 전달하도록 브로커 이 모 씨에게 10억 원을 건넸다"는 이 모 전 파이시티 대표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전 위원장에게 인허가 청탁 명목으로 수 십억을 건넨 것과 함께, 이 전 대표의 인허가 로비 초기 서울시 정무국장을 지냈던 박 전 차관에게도 돈을 건넸다는 것이다.

앞서 이 전 대표는 2006년부터 지난 2008년 5월까지 브로커 이 씨를 통해 19 차례에 걸쳐 61억 5000만 원을 최 전 위원장과 박 전 차관에게 건넸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브로커 이 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이 전 대표는 서울 서초구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를 복합물류센터로 만드는 사업을 추진했고, 2006년부터 로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 8월 인가 결정을 내렸고, 2009년 사업에 대한 최종 승인이 떨어졌다. 이 전 대표의 로비는 인허가 직전에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



▲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프레시안(최형락)

문제는 최 전 위원장이 브로커 이 씨에게 돈을 받아 대선 자금 성격으로 사용했다고 직접 언급한 부분이다. 최 전 위원장은 전날 "내가 2006년부터 여러 가지 일을 많이 했는데 MB하고 직접 협조는 아니라도 독자적으로 여론조사를 했고 (브로커) 이 씨가 협조를 한 게 있다"고 말했다. "여러가지 협조"는 돈을 받아 썼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 전 위원장은 "정치는 사람하고 돈 빚지는 것 아니냐"고도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상대 검찰 총장은 "길게 끌 수사가 아니다"라고 말했고, 이금로 중수부 수사기획관은 "이번 수사는 대선자금 수사가 아니라 인허가 로비 수사"라고 못을 박았다.

최 전 위원장은 25일 검찰에 소환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최 전 위원장이 대선 자금으로 사용했다고 진술할 경우 검찰 입장은 난감해질 수 있다. 다만 최 전 위원장이 2006년을 언급한 점이 걸린다. 이는 정치자금법 공소시효(5년)를 염두한 발언으로 보인다. 최 전 위원장은 2007년 5월 이전까지만 이 씨에게 대선 자금을 받아 썼다고 주장하면서, 나머지 혐의들은 적극 부인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최 전 위원장의 개인 비리에 집중될 경우, 최 전 위원장이 대선 자금과 관련해 추가 폭로를 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민주 "검찰, '불법 대선 자금' 사건을 '청탁 비리' 사건으로 축소시키나"

민주통합당 박용진 대변인은 "검찰이 최시중 게이트를 단순 인허가 청탁비리 사건으로 축소시키고 꼬리자르기 수사로 일관하려고 한다. 결국 우려했던 대로 검찰이 제한적이고 속이 뻔한 겉치레 수사로 사건본질을 감추려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변인은 "이번 사건은, 청와대가 몸통이고 이명박 대통령이 불법범죄 의혹의 한복판에 서 있는 불법대선자금 사건이다. 이를 외면하려는 검찰의 어떤 꼼수도 좌시하지 않겠다"며 "검찰이 얼렁뚱땅 불법대선자금에 대한 면죄부 수사를 하려한다면 이명박 정권과의 전면전에 앞서 모든 것을 걸고 이명박 정권을 비호하는 정치검찰과 먼저 싸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대변인은 "검찰은 최시중 씨를 즉각 구속하고 불법대선자금 특별수사팀을 구성해서 범죄의혹의 몸통인 청와대를 향해 단호한 수사의지를 보일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박세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