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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14일 목요일

적게 쓰면 돈 더내라? 황당 전기요금 개편안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2-13일자 기사 '적게 쓰면 돈 더내라? 황당 전기요금 개편안'을 퍼왔습니다.

겨울철 전력사용량 급증으로 전력 수급 상황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에너지 사용 제한 단속 시행 첫날인 15일 오전 지식경제부와 서울시, 에너지시민연대 등 합동단속반이 서울 명동의 한 호텔 1층에서 실내 온도를 전자온도계로 재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지경부 ‘전기요금 누진제 단계 축소’ 검토
전기 많이 쓰는 사람은 오히려 인하 효과
누리꾼 “산업용 요금 개선은 외면” 비난

전기 사용량에 따라 요금이 높아지는 전기요금 누진제가 올해 상반기 중에 개편될 전망이다. 정부는 전기 사용량에 따라 6단계로 구분된 현재의 누진제를 3~5단계로 낮추는 방안이 검토중인데, 전기를 적게 쓰는 서민층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13일 지식경제부가 지난 4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무역에너지 소위에 보고한 전기요금 현안 자료를 보면, “현행 6단계(최대 요금차이 11.7배)의 주택용 누진제를 3~5단계(요금차이 4~8배)로 단계적 완화를 검토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누진제는 1974년 서민층을 보호하고 전기소비절약을 유도한다는 취지로 주택용 요금에만 도입된 제도로 전기를 많이 쓰면 요금이 올라가는 구조다. 주택용에 비해 월등히 사용량이 많은 산업용·일반용 전기에는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는다.지경부는 최근 냉난방 수요증가, 가전기기 보급 확대 등으로 주택용 전력사용량이 증가하고, 1~2인 가구의 증가로 낮은 단계 요금의 서민혜택 취지가 약화된 것을 근거로 누진제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무더위에 에어컨 사용 증가로 일부 가구의 전기요금이 평소보다 최대 8배 넘게 부과된 ‘전기요금 폭탄’논란도 고려됐다.문제는 현재 검토중인 3~5단계 방안이 추진될 경우 전력을 적게 사용하는 서민가구 전기요금은 인상되고, 많이 쓰는 가구의 요금이 줄어든다는 점이다.지경부의 분석을 보면 3단계의 경우 한달에 평균 50㎾h의 전기를 쓰는 가구는 3121원의 요금을 더 내야하고 150㎾h를 쓰는 가구는 3832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 반면 350㎾h 가구는 5379원을, 450㎾h를 쓰는 가구는 8738원의 요금을 덜내게 된다. 4단계의 경우도 50㎾h가구는 한달에 1984원 요금을 더 내지만, 350㎾h 가구는 1456원을 적게 낸다. 송유나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위원은 “누진제 개편 필요성은 있지만 기본적인 소비 구간은 낮은 요금을 유지하되, 다소비 가정의 요금은 올려 그 수익을 에너지빈곤층에 대한 지원으로 돌리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또 상업용 요금에도 누진제 적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지경부도 이점을 고민하고 있다. 지경부는 “1단계 구간(월 100㎾h이하)을 150~200㎾h로 확대하여 서민층 보호구간을 넓히고, 에너지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할인제도 개선 등 보완대책도 같이 추진돼야 한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전기요금 지원을 받는) 기초수급자가 아닌 저소득층의 경우 요금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현재 검토안은 다양한 분석 가운데 하나에 불과한데, 의견수렴 뒤 상반기 중에 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전기요금 누진 단계 축소 방침이 알려지자 인터넷에선 반발 여론이 일고 있다. 온라인 게시판에서는 “누진제의 단계를 축소하면 결국은 전기를 적게 쓰는 서민들의 부담이 가중될 것인데, 여기에 대한 해법을 가지고 추진하는 정책인지 궁금하다” “(지경부의 방안은) 언뜻 보면 누진제가 개선되는 듯도 한데 결국은 적게 쓰는 사람에게 많은 부담을 지우고 많이 쓰는 사람에겐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뜻으로 밖에 보이질 않는다. 그렇다면 너도나도 직접 난방보다는 전열기구나 전기제품을 쓰려 할텐데, 블랙아웃의 위협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모자라는 전기는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해법은 없어 보인다” 등의 비판적인 반응이 주로 올라왔다.트위터 이용자들도 “재벌·대기업에게 엄청난 특혜를 주고 있는 산업용 전기요금을 현실화하라는 요구는 무시하고 결국 부자들 전기요금 깎아주고 대다수 서민들에게 전기요금을 과도하게 부과하겠다고요?”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가정의 부담은 현재보다 줄고 적게 사용하는 집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 어이없군. 여름에 에어컨 빵빵 틀어주겠다” “이번 기회에 주택용 평균 단가도 내려야지. 왜 누진제만 축소하나?” “서민들을 점점 벼랑으로 모는구나. 정말 살기 힘들다. 거기다 정부는 기름을 붓는구나” 라며 반발했다.

이승준 김규남 기자 gamja@hani.co.kr

2013년 1월 24일 목요일

저소득층이 외면하는 진보정치, 어떡하지?


이글은 미디어스 2013-01-23일자 기사 '저소득층이 외면하는 진보정치, 어떡하지?'를 퍼왔습니다.
계급투표가 실현되도록 할 수 있는 방법과 향후 전망

‘왜 저소득층은 진보정당을 지지하지 않을까?’ 많은 진보정당 지지자들이 스스로에게 던지는 물음이다. 오늘날의 진보정치는 ‘서민은 서민정당을 지지하자’라는 슬로건으로 요약되는 일종의 ‘계급투표’를 전제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실현된 예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앞서 서술한 것과 같은 의문들이 던져지는 것이다. 오랫동안 이러한 의문은 구체적이고 심층적인 연구 등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여론조사 결과나 통계 등을 통해 추론한 결과를 근거로 하고 있었다.
23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강원택 교수가 내놓은 ‘사회계층과 투표 선택’ 연구는 이러한 추론에 또 하나의 근거로 작용하게 됐다. 이 연구에 따르면 통계청이 밝힌 우리나라 2012년 3분기 평균 가계소득(414만 2천원)을 기준으로 하(199만원 이하), 중하(200~399만원), 중(400~499만원), 중상(500~699만원), 상(700만원 이상) 등 5개로 소득계층을 구분할 경우 가장 소득이 높은 상위계층은 18대 대선에서 자신들의 계급적 처지에 충실한 투표를 했다. 상위계층의 57.4%가 박근혜 후보에게 투표한 것이다. 이것은 문재인 후보에게 투표한 경우보다 약 15% 높은 것이다. 이들은 또한 통합진보당, 진보정의당 등 진보세력에 대한 강한 적개심을 갖고 있었다. 이들의 계급적 처지를 고려하면 당연한 결론이다.
하지만 하위 집단에서의 상황은 다르다. 박근혜 후보가 65.7%의 지지를, 문재인 후보는 31.4%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수치를 검토하면 저소득층의 정치적 지향이 보수층에 쏠려있다는 결론을 내기에 충분한 것이다. 즉, 서민을 대변하겠다는 이념적 지향을 갖고 있는 정치세력을 저소득층이 지지하지 않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 민주노총 대변인을 지내며 '노동계의 입'으로 불리기도 했던 '부동산 계급사회'의 저자 손낙구 보좌관. ⓒ권우성(오마이뉴스)

그간 진보진영에서는 여러 방법을 동원하여 이 어려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노력해왔다. 진보진영의 대표적인 브레인으로 꼽히는 손낙구 보좌관(최원식 의원실)의 경우 ‘부동산 계급사회’ 등의 저서를 통해 부동산의 소유 등을 기준으로 계급배반투표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지 여부를 다시 판단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즉, 저소득층이 보수적 지향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저소득층 중 진보진영에 표를 던질만한 사람들이 투표를 포기하는 것이 문제라는 주장이다.

계급배반투표에 대한 진보진영의 대응

그래서 일각에서는 저소득층이 실질적으로 투표를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공직선거법 등을 개정할 필요성이 있다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윤현식 진보신당 정책위원은 2012년 9월 경 한국정치학회의 ‘우리나라 비정규직 노동자 투표참여 실태조사에 관한 연구(2011)’를 인용해 ‘비정규직 노동자의 경우 고용계약 등에 따른 노동조건 때문에, 다시 말해 먹고 살기 위해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 비율이 무려 70%에 육박한다’며 투표시간 연장을 내용으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줄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참고 : , 진보신당 홈페이지)
또 다른 한편에서는 진보진영의 선거전략 자체를 문제 삼기도 한다. 진보정당에서 오랫동안 지역정치 활동을 한 활동가는 ‘선거 때 언론의 관심을 받는 의제들은 저소득층의 마음에 와 닿지 않는 것들이 많다’면서 ‘평소에는 서민을 위한 정책을 말하다가도 선거 때가 되면 관심을 많이 받는 의제들에 집중하게 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특히 2012년 총선 등에서 ‘야권연대’, ‘정권심판’ 등의 의제들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그는 주장했다.
진보정당들이 특정 계층을 겨냥하기 보다는 전체 대중을 겨냥하고 던져온 메시지들이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진보정당의 당원으로 활동하다 최근 잠시 활동을 중단하고 있다는 한 진보정의당원은 ‘계급투표보다는 오랫동안 진보정치가 보수정치보다 깨끗하고 유능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에 더 공감해왔는데 더 이상 그런 주장을 할 수 없는 처지가 돼 실의에 빠져있다’고 고백했다. 소위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 부정 사건’ 등 때문에 진보정치가 깨끗하고 유능한 것이 아니라 더럽고 음모적이라는 인식이 퍼지게 됐다는 것이다.
보수정당에 비해 열악한 지역 조직이 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진보신당의 지역당원협의회 관계자는 ‘보수정치인들은 아파트자치회나 주민자치위원회, 하다못해 성당이나 교회 등에서 자신을 지지하는 주민들을 직접 만나고 그들을 자신의 핵심 지지자로 만들 수 있다’면서 ‘진보정치에게도 자신들이 주체가 될 수 있는 공간들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 구로 민중의 집 내부. 진보신당의 경우 각 지역조직에서 민중의 집 등의 '거점 사업'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참세상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민중의 집 운동’등을 벌이는 경우도 있다. 지난 해 8월 정경섭 마포 민중의 집 대표는 ‘민중의 집 : 술과 이웃 토론과 배움이 있는 세상에서 가장 큰 집’이라는 저서를 통해 이탈리아, 스웨덴, 스페인 등의 서유럽 국가에서 발달했던 민중의 집을 소개한 바 있다. 마포 민중의 집은 ‘동네 주민들과 만날 수 있는 지역 단체들의 사랑방’을 자처하며 방과후 교실, 자전거·독서 등 각종 소모임, 밥상모임 등을 통해 주민들과의 연결고리를 만들고 지역의 대형 마트 입점 투쟁 등에 결합하는 방식으로 주민 조직화를 도모하고 있다.

‘계기’가 없다

이러한 문제의식과 새로운 시도들은 단편적인 차원에서 보자면 그 자체로 제각각의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저소득층이 진보정치를 지지하지 않는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조건들로 충분한 것인가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당장 놓여있는 정치적 상황들이 문제다. 진보정치가 위기 속에서 활로를 찾았던 과정을 돌이켜보면 어떤 ‘계기’가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민주노동당의 경우 2002년 지방선거에서 8%의 정당득표를 얻은 동력을 생산적으로 활용해 2004년 10여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하는 것으로 황금기를 맞이했다. 통합진보당, 진보정의당, 진보신당 등의 진보정당들은 그 당시 확보했던 역량들을 소진하며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해도 큰 무리가 없을 정도다. 그 당시 민주노동당의 성공이 있었기에 위에 서술한 문제의식들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계기가 없는 상황이다. 선거에서 패배한 민주통합당은 그 책임을 놓고 계파별로 대립하며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통합진보당은 실추된 이미지를 다시 회복하기 위한 어떠한 시도도 하지 않고 있다. 진보정의당은 향후의 노선에 대한 내부의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으며 진보신당 역시 대선 대응 실패에 대한 책임론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진보정의당이 쌍용차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국회 로비를 점거하고 진보신당이 지도부 선거에 돌입하는 등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움직임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으나 사람들의 주목을 끌기에는 역부족이고 앞으로의 전망을 예상해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 쌍용자동차 국정조사를 촉구 농성을 벌이고 있는 진보정의당 의원들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가졌다. 심상정 의원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즉, ‘공중전’의 영역에서는 장기간의 시련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계급투표가 실행될 수 있도록 하는 여러 대응들이 단기간에 효과를 거두는 것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예상할 수밖에 없다. 지역에서 거점을 만들거나 투표시간을 연장하는 등의 성과를 거두더라도 '투표할 대안'이 존재하지 않으면 계급투표는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오히려 ‘지상전에서 오래 버티는 것’이 답일 수도 있다. 그야말로 지구전인 셈이다. 지구전에서의 승자가 언젠가 벌어질 공중전에서의 승부에서도 승자가 된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해도 여전히 어려운 싸움이다.

김민하 기자  |  acidkiss@gmail.com

2013년 1월 15일 화요일

실습고교생 다쳐도 성희롱도 “참고 견뎌라”?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1-14일자 기사 '실습고교생 다쳐도 성희롱도 “참고 견뎌라”?'를 퍼왔습니다.

지난해 11월 현장실습 중 금형에 손가락을 짓눌리는 사고를 당한 박철우(가명)군이 사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사고를 당한 박군의 손가락. 김지훈 기자
특성화고 현장실습 현실
 기계에 손가락 끼여 “악!” 
실습학생의 끔찍한 산재 
회사도 학교도 외면했다 

육중한 철제 금형이 느리게 내려왔다. 박철우(가명·19)군은 소형 크레인에 매달린 가로세로 2m 길이의 금형이 제자리에 내려앉도록 조심스럽게 손으로 위치를 조절했다. 갑자기 손가락 끝에서 ‘우지끈’ 소리가 났다. “으악!” 왼손 검지와 중지 끝 1㎝가량이 금형을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다. 목장갑 끝으로 피가 번져나왔다. 의사는 “손가락이 터졌다”고 했다. 30여 바늘을 꿰맸다. 사고가 난 지 두 달이 지난 지금은 손톱이 뭉뚝해져 자라지 않는다. 흉터가 가로세로로 서너 줄씩 나 있다. 가운뎃손가락 끝은 골무를 낀 것처럼 감각이 없다. 박군이 사고를 당한 지난해 11월8일은 또래 학생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보던 날이었다.경기도의 한 특성화고 금형디자인과 3학년인 박군은 지난해 9월부터 경기도 군포시의 한 공단에 있는 금형회사에서 현장실습을 했다. 

회사는 병원비만 내주고는 “후유증이 확인되면 산재 신청을 해주겠다”며 차일피일 산재 처리를 미뤘다. 박군은 회사의 한 간부가 “그 새끼 회사 안 나오려고 일부러 다친 거래지?”라고 말했다는 얘기를 함께 현장실습을 나온 같은 학교 친구에게 전해들었다. 회사의 태도에 질린 박군은 산재 인정 받기를 포기하고 12월 초 실습을 그만뒀다. 박군은 오는 3월 군대에 입대하기 위해 지원서를 냈다.학교는 박군보다는 취업률을 더 걱정했다. 한 교사는 “산재 인정을 받으려면 회사를 계속 다녀야 한다”며 실습을 그만두지 말라고 박군에게 종용했다. 그러나 이 교사의 말은 사실과 다르다. 현행 규정상 업무 중 다친 노동자의 경우 회사에 다니든 안 다니든 사고 발생일로부터 3년 안에 산재 신청을 하면 근로복지공단이 조사해 장해급여를 준다. 지난 9일 기자가 박군을 만난 자리에서 설명을 해주자 그는 “회사를 그만두면 학교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인 취업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나에게 사실대로 말해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학교는 박군의 사고를 경기도교육청에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회사는 박군에게 아침 8시30분부터 저녁 8시30분, 때로는 밤 10시30분까지 하루 12~14시간씩 일을 시켰다. 잔업이 거의 일상화돼 있었다. 주말 하루는 특별근무를 하도록 강요했다. 박군은 잔업과 특근으로 한 달에 법정 근로시간보다 50시간을 더 일하고도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70만~90만원의 월급(실습수당)을 받았다. 회사와 박군이 서명한 표준계약서에는 주 5일, 하루 8시간 일하고 월 130만원을 받기로 돼 있다.교육과학기술부 통계를 보면, 전국의 특성화고는 475곳(지난해 4월 기준)이며, 이들 학교에 재학중인 고3 학생은 10만7000명에 이른다. 특성화고 3학년 학생 가운데 상당수가 박군처럼 산업체에서 현장실습을 한다.

실습생들 하루 12시간 노동…여학생은 성추행 겪기도

잔업 위해 야근에 휴일 특근까지 
법정시간보다 주 50시간 더 일해 
월급은 계약서와 달리 70~90만원 
여학생들은 임원들이 성희롱 
울며 고민하다 퇴사 몰리기도

근로기준법상 청소년인 현장실습생은 본인 동의를 받더라도 하루 8시간 이상 일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1주에 2일 이상 쉬도록 명시돼 있기 때문에 주말 특근도 위법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2월 특성화고 현장실습 학생 1980명(251개 업체)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하루에 8시간 이상 일한 학생이 38.3%나 됐다. 야간에 일한 학생은 31.9%, 휴일에 일한 학생은 29.2%로 조사됐다. 조사 대상 업체 중 31곳은 실습생 120명에게 실습수당을 규정보다 평균 13만3000원씩 총 1606만원을 적게 준 것으로 드러났다.2011년 12월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특성화고 학생 김민재(당시 19살)군이 뇌출혈로 쓰러져 의식불명 상태가 된 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현장실습 학생들의 열악한 현실은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지난달 14일엔 울산 앞바다에서 방파제 공사를 하던 선박이 뒤집히면서, 현장실습 중이던 특성화고 3학년 홍성대(사고 당시 18살)군이 숨졌다. 울산고용노동지청은 홍군에게 초과근무와 야간근무를 시킨 혐의(근로기준법 위반)로 홍군이 일하던 ㅅ건설을 조사하고 있다. 기아차 광주공장의 김군도 주말 특근과 2교대 야간근무에 투입돼 일한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현장실습 학생들의 몸을 위협하는 건 기계만이 아니다. 인천의 한 특성화고 3학년 ㄱ(19)양은 지난해 10월 한 회사에서 현장실습을 하다 남자 임원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 이 임원은 교육 중에 ㄱ양의 무릎에 손을 얹거나, 차를 타고 이동할 때 어깨에 손을 둘렀다. 놀란 ㄱ양은 혼자 울며 고민하다가 학교의 취업 담당 교사에게 얘기했고, 결국 교사가 대신 회사를 찾아가 ㄱ양의 퇴사 절차를 밟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실업교육위원회가 지난해 1월 104명의 특성화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4명이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36명은 ‘성희롱 예방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하인호 전교조 실업교육위원회 부위원장은 “성희롱 사건이 발생하면 교사들이 업체에 항의하지 못하고 오히려 학생에게 ‘참고 견디라’고 하는 경우가 많고, ‘실습을 중단하고 돌아오면 다른 업체로 현장실습을 보낼 때 순위를 제일 뒤로 돌리겠다’는 협박성 발언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학교에서 3년간 배운 전공 분야와 관련 없는 업체로 현장실습을 나가는 경우도 많다. 서울의 한 공업계열 특성화고 자동차정비과 3학년 김원익(가명·19)군은 지난해 11월 경기도의 한 파이프 생산 공장으로 현장실습을 나갔다. “친구들은 9월부터 실습을 나가는데 자동차 쪽으로는 일거리가 잘 안 들어오더라고요.” 김군이 하는 일은 주로 단순 작업이다. 파이프 수를 세거나 파이프를 기계에 넣었다가 빼는 작업, 화학약품으로 파이프 안을 닦는 일을 한다. 전교조 실업교육위원회의 지난해 1월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현장실습 업무와 전공이 관련이 없다’고 답한 학생이 38.5%나 됐다.서울시교육청이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교육청 지원형 특성화고 사업’ 참여 학교 7곳을 대상으로 벌인 감사에서도 현장실습 관리의 문제점이 드러났다.(한겨레)가 유기홍 민주통합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서울시교육청의 ‘2012년 특성화고 운영 실태 정책감사 결과 보고서’를 보면, ㄱ고교의 경우 지난해 현장실습을 나간 학생 63명 중 교사가 사업체로 직접 찾아가 실습 상황을 점검한 학생은 17명뿐인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46명에겐 전화통화로 현장지도를 대신했다. 이 학교는 2011년엔 학생 133명 중 25명에게만 현장지도를 했다. ㅅ고교는 학생들이 현장실습을 나간 업체 41곳 중 12곳에서는 현장지도를 하지 않았고, 현장지도를 나간 사업체에 대해서도 관련 일지를 기록하지 않아 지적을 받았다.시교육청 감사관실은 “현장지도의 목적은 교사가 산업체를 방문해 학생의 근무조건, 임금, 건강 상태를 직접 점검하는 데 있기 때문에 반드시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제2의 기아자동차 현장실습생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현장지도에 대한 교원의 책무성을 강화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2012년 9월 29일 토요일

[사설]새누리당 “투표할 시간 달라” 요구 외면 말아야


이글은 경향신문 2012-09-28일자 사설 '[사설]새누리당 “투표할 시간 달라” 요구 외면 말아야'를 퍼왔습니다.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청년유니온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엊그제 국회 앞에서 ‘나도 투표하고 싶다’ 국민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모든 유권자에게 투표권 행사를 보장하지 않는 것은 보통선거라는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투표하고 싶어도 투표할 수 없는 사람은 최소한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시민사회와 노동계에서 선거일을 유급 공휴일로 지정하고 오후 9시까지로 투표시간을 연장하라는 주장이 높아지고 있다. 이것은 각종 선거의 투표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져 대표성, 정당성 시비를 낳는 현실을 개선하려는 의지의 발로다. 1987년 민주화운동 후 실시된 첫 대선 투표율은 89.2%였다. 그러나 계속 하락해 2007년 대선은 63.0%였다. 20년 만에 26.2%포인트나 떨어졌다. 그 원인으로는 정치 혐오와 정치적 무관심 확산이 꼽히나, 국민선언이 지적한 대로 ‘투표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환경도 무시할 수 없다. 

그 피해자들이 바로 일용직, 임시직, 파견, 용역, 도급직 등 다양한 형태의 비정규직 종사자들이다. 2008년 총선에 불참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64.1%가 기권의 이유로 ‘근무시간 중 외출할 수 없다’ 등 참여가 불가능한 상황을 들었다는 조사가 이미 나왔다. 이런 처지의 노동자들이 축산업계, 택배업계, 고속도로 휴게소, 중소병원 등 곳곳에서 현행 투표 마감시간 때문에 참정권을 포기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렇게 투표를 포기하는 유권자가 500만~6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오후 6시까지로 돼 있는 현행 대선 투표시간은 1971년 정해진 뒤 40년 이상 그대로다.

문제는 다수당인 새누리당이 투표시간 연장 반대를 고집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그 반대 논거들이 별로 설득력이 없다. 이철우 원내대변인은 엊그제 “대선을 코앞에 두고 룰을 바꾸면 상당한 혼란이 야기될 수 있으므로 국회에서 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투표율 저조는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불신 등 다른 곳에 원인이 있다”고도 했다. 이것은 투표시간 문제를 참정권 확대보다는 선거결과의 유불리라는 시각에서 접근한 탓이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후 6~8시 사이 투표율이 가장 높게 나온 것은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박근혜 후보는 이 문제에 대해 아직 구체적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 자신이 내세우는 국민통합이란 과제를 생각해서라도 선거 유불리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이지 말기 바란다. 이번 대선부터 투표시간을 연장해 더 많은 유권자가 투표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2012년 9월 15일 토요일

인혁당 사건이 뭔지 알기힘든 KBS MBC 뉴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9-14일자 기사 '인혁당 사건이 뭔지 알기힘든 KBS MBC 뉴스'를 퍼왔습니다.
[기자칼럼] 유족 목소리도 외면…“박근혜 민주주의 신념 묻지 않는 공중파 방송”

‘인혁당 사건의 판결은 두 개 이며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발언에 대한 비판이 확산되고 있지만 정작 KBS MBC 등 공중파 방송에서는 이 발언이 왜 문제인지, 인혁당 사건이 무엇인지조차 알 수 없는 방송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박근혜 후보의 발언이 문제가 된 것은 지난 11일. 그는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서며 인혁당 (재건위) 사건에 대해 기자들이 묻자 “같은 대법원에서 상반된 판결도 있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 조직에 몸담았던 분들이 최근에도 여러 증언을 하고 계시기 때문에 그런 것까지 다 감안해서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박 후보의 이런 발언을 고문과 조작으로 사형을 언도해 24시간 만에 억울하게 죽음을 맞은 이들의 유족을 두 번 죽이는 일일 뿐 아니라 대선 후보로서 민주주의를 파괴한 정치체제를 미화하는 태도라는 비판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날 KBS와 MBC의 뉴스를 보면 박근혜 후보의 발언이 왜 문제가 되는지 이 사건이 무슨 사건인지 제대로 알 수가 없었다.
KBS는 11일 (뉴스9)에서 “유신 독재정권에 맞선 사람들에게 사형을 집행했으나 사건 이후 33년 만에 무죄가 선고된 인혁당 사건이 대선의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인혁당 사건은 대법원 판결이 두가지라고 말했던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 오늘도 이 사건은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거듭 밝혔다”고 보도했다.

지난 11일 밤 방송된 KBS <뉴스9>

KBS는 이후 유신미화행위를 중단하라는 야당 반응과 민생 문제가 시급한데 과거 이야기만 하고 있다, 다들 배가 불렀다는 여권(이한구 원내대표)의 반응을 나열했다.
MBC도 이날 뉴스데스크에서 “인혁당 사건은 박정희 정부시절 두 차례에 걸쳐 인민혁명당 조직을 적발한 사건으로 지난 74년 2차 때엔 8명이 사형 당했으며 2007년 서울중앙지법은 이들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고만 언급했을 뿐 왜 33년이 지난 뒤에야 무죄 판결이 났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2007년 법원이 인혁당 재건위 사건으로 사형당한 8명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로 선고한 핵심적인 이유는 “당시 진술은 고문, 구타 협박으로 허위 자백을 한 것으로 인정되므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밝혔었다.
유신독재 정권이 조작으로 유죄를 만들어 사형집행을 한 전형적인 국가범죄라는 뜻이다. 박근혜 후보는 고문·구타·협박으로 허위자백을 받아 사형집행한 판결과 이것이 잘못된 판결이라는 재심 판결 두가지가 존재한다는 섬뜩한 주장을 편 것이다.

그런데도 이런 민주주의에 대한 위험한 인식으로 비춰질 수 있는 대선 후보의 발언에 대해 KBS와 MBC는 검증은 커녕 당시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과 사건의 본질에 대해 전혀 짚으려 하지 않은 채 정치권의 공방으로 핵심을 비껴갔다.

지난 11일 밤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

지난 11일 저녁 방송된 SBS <8>

다만, SBS는 이날 (8뉴스) ‘박근혜 역사인식 논란’에서 “유신시대 공안 조작 사건으로 결론 나서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된 인혁당 사건에 대해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법원이 상반된 판결을 내린 거라고 말한 게 정치권의 논란을 불러왔다”며 당시 사건을 영상과 함께 간략히 재구성해 KBS MBC와 차이를 보였다.
SBS는 “지난 1974년 당시 중앙정보부는 유신 반대 투쟁을 벌인 민청학련의 배후 조종 세력으로 북한의 지령을 받는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를 적발했다고 발표했다”며 “8명에게 사형이 선고됐고, 재판이 끝난 지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사형이 집행됐다”고 전했다. SBS는 “지난 2007년 법원은 재심을 통해 사형당한 8명에게 무죄를 선고해 피해자들의 명예가 회복됐다”고 설명했다.
이튿날인 12일 방송3사는 홍일표 새누리당 대변인이 박근혜 후보 발언을 사과했으나 정작 박 후보는 그런 얘기한 적이 없다는 여권 내부의 혼선을 보도했다. 특히 이날 오후엔 사형당한 8명의 희생자 유족들이 새누리당 앞에서 희생자와 유가족을 욕보였다며 박근혜 후보의 사죄를 요구하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유족들의 새누리당 항의방문 소식 역시 SBS만이 영상과 약 30초 동안의 리포트로 방송했을 뿐 MBC는 영상만 4~5초 잠깐 보여준 것이 전부였다. 유족들의 비판과 절규에 대해 KBS는 단 한 컷의 영상도 없었다. KBS 뉴스에선 내내 박 후보를 중심으로한 동선만이 방송됐다.
13일엔 박 후보가 “유족들에게 죄송하다는 얘기를 전부터 많이했다, 지금도 연장선상에서 같은 얘기”, “유족이 원하면 찾아뵙겠다”라고 한 말이 방송3사 주요 뉴스가 됐다.

지난 12일 저녁 방송된 SBS <8>

그러나 방송 3사는 박 후보가 유족들에게 위로와 사과를 한다면서도 ‘판결은 두 개이다’,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말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은 점이나, 유족을 만나겠다는 말에 대해 유족들이 박 후보의 인혁당 재건위 사건에 대한 입장을 먼저 밝히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뉴스에 담지 않았다.
이를 두고 최경영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실위원(KBS 기자)은 14일 “박 후보의 인혁당 발언은 대선 후보의 민주주의 가치에 관한 인식과 신념에 대한 의심을 낳은 사건인데도 민주주의 사회의 언론이 당사자에게 따져묻지 않는다”며 “대변인 멘트가 맞네 틀리네 혼선이 있다고 언급하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최 기자는 “박 후보의 인혁당 발언이 문제가 됐으면, 이 사건이 어떤 사건인지, 33년 만에 왜 무죄 판결이 나왔는지에 대해 시청자들에게 설명해줘야 한다”며 “어떻게 조작됐는지에 대해 방송 뉴스에선 보여주지 않는다. 그저 여야 공방만이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조현호 기자 | chh@mediatoday.co.kr  

2012년 8월 16일 목요일

KBS 시사투나잇 부활 대신 요리프로 신설 논란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8-14일자 기사 'KBS 시사투나잇 부활 대신 요리프로 신설 논란'을 퍼왔습니다.
FD들 “노사합의 위반, 집단행동 돌입”… “탐사보도·시사제작 강화한다더니”

KBS가 파업 이후 노사합의에 따라 추진 중인 일일 시사프로그램 부활 논의에 대해 외면하고 있다는 내부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대신 해당 시간대에 요리 프로그램이 신설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면서 KBS 시사교양 PD들이 집단행동에 나서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KBS 시사교양 PD들은 24일 낮 총회를 열어 KBS 경영진이 과거 ‘시사투나잇’과 같은 일일(데일리) 시사프로그램 부활 약속을 해놓고 사실상 손을 놓은 채 대신 요리 프로그램을 신설하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며 오는 26일부터 팻말농성 등 집단행동에 나서기로 결의했다.

일일시사프로그램에 대해 KBS PD들은 “95일 간의 파업 끝에 ‘탐사보도와 시사제작 기능을 강화한다’는 노사 합의로 추진되던 것으로, 공정방송을 위한 최소한의 틀을 갖춘다는 의미를 갖고 있던 것”이라며 “현재까지 KBS 간부들이 ‘데일리 시사 프로그램’을 두고 보여준 태도는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KBS 시사교양 PD들이 추진중인 시사교양프로그램은 파업 직후 프로그램 제안 공모를 통해 지난달 말 최종 단계까지 통과해 8시에서 8시30분 대에 편성하는 것으로 논의가 진행되던 상황이었으나 2주가 지난 현재 이 같은 논의는 사라진 채 ‘세계의 식탁’이라는 요리 프로그램이 대신 신설된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KBS 시사교양 PD들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데일리 시사 프로그램’이 갈 곳 없이 사라지는 동안 그 자리를 교양국에서 추진 중인 요리 프로그램이 차지했다는 소문이 들려오기 때문”이라며 “‘세계의 식탁’이 오는 9월 23일 첫 방송 날까지 받아서 벌써 제작에 들어갔다고 한다”고 전했다.

KBS PD들은 “이는 도대체 어느 나라 방송국의 편성 기준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노릇”이라며 “사태가 여기에까지 이르게 된 가장 큰 책임은 전용길 콘텐츠 본부장에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제안공모 절차만 통과되면 ‘데일리 시사 프로그램’ 제작에 적극 나서겠다고 이미 여러차례 공언한 전용길 콘텐츠 본부장은 지난달 20일 열린 노사협력위원회도 거듭 확인했지만, 막상 제안 공모를 통과한 지금 ‘시청률이 안 나온다고 한다, 광고가 안 팔릴 것이라 한다’는 등의 피예를 대며 약속을 번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성도 KBS 새노조 정책실장은 24일 “프로그램 공모까지 통과한 시사프로를 놔두고 요리 프로를 하겠다고 현재 해외촬영까지 나가 있는 상태”라며 “내부에 시사프로 부활을 반대하는 기류가 얼마나 강한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실장은 “오는 26일부터 집단행동에 들어가 일일 시사프로 편성을 관철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조현호 기자 | chh@mediatoday.co.kr  

2012년 8월 8일 수요일

15개 시·군 녹조악취 제거시설 없어…‘수돗물 대란’ 오나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8-08일자 기사 '15개 시·군 녹조악취 제거시설 없어…‘수돗물 대란’ 오나'를 퍼왔습니다.

'북한강 녹조방지막 쳤지만…' 7일 오후 경기도 양평군 양서읍 구양수대교에서 바라본 북한강에 녹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녹조 확산을 막기 위해 오탁방지막이 쳐져 있다.  양평/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팔당호·한강 이용 15개 시·군 녹조악취 제거시설 ‘0’
서울도 1곳만 갖춰…정부 “지자체 업무” 지원 외면

남조류가 압도적인 녹조 현상이 북한강과 팔당호, 낙동강 중류에까지 확산됐는데도, 남조류가 대사과정에서 분비하는 수돗물 악취의 원인물질 ‘지오스민’을 제거할 고도정수처리시설을 갖춘 정수장은 수도권과 낙동강 상류에는 거의 없다.재정이 열악한 지방자치단체들은 정수장 1곳당 300억~400억원씩 들어가는 예산 마련이 버거워 엄두도 내지 못하며 정부의 지원을 호소하지만, 정부는 ‘상하수도 시설 관리는 지방자치단체 사무’라며 뒷짐만 지고 있다.7일 경기도와 서울시 등의 말을 종합하면, 식수를 공급하는 경기도 지방정수장 40곳 가운데 고도정수처리시설을 갖춘 곳은 김포와 양평(2곳), 파주 문산, 포천 이동, 동두천 등 6곳뿐이다. 새도시를 만들면서 민간자본을 끌어와 짓거나, 수질 문제가 심각하자 좀더 먼저 예산을 투입한 곳이다.녹조가 번진 팔당호·한강에서 취수한 원수를 처리하는 경기도 15개 시·군의 정수장 22곳 중 고도정수처리시설이 있는 곳은 단 한 곳도 없다.서울시엔 정수장 6곳 가운데 영등포 정수장만 지난해 고도정수처리시설을 갖췄을 뿐이다. 나머지 5곳은 2014년에나 이런 시설을 갖출 예정이다. 서울처럼 팔당호 물을 끌어와 쓰는 인천지역 정수장 4곳에도 고도처리시설은 없다.수돗물 악취 문제를 해결하려면 활성탄·오존 처리가 가능한 고도정수처리시설로 바꿔야 하는데, 1곳당 10만t 기준으로 300억~400억원씩, 경기지역에만 모두 5820억원이 필요하다.경기도는 10여차례 기획재정부와 환경부에 고도정수처리시설 사업비 지원을 요구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균형발전특별법이 ‘상하수도 시설 관리를 지방자치단체 고유 사무로 규정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한강이 낙동강에 견줘 수질이 양호하다’는 것도 거절 이유였다.낙동강 수계에는 정수장 18곳 가운데 14곳에 고도정수처리시설이나 강변여과시설이 갖춰져 있다. 과거 낙동강 페놀 오염 사건이 터지면서 정부가 나서 지원한 결과다. 그러나 이번에 녹조가 확산된 구미정수장을 비롯해 중·상류 쪽 정수장 4곳엔 이런 시설이 아직 없다.환경부는 지난해 녹조 발생 직후 ‘수돗물 냄새 개선대책’을 발표하면서 2015년까지 1조6000억원을 들여 팔당호 취수 정수장의 67%를 고도정수처리시설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계획된 예산을 합산한 것에 불과해 수도권 지자체들은 “중앙정부가 생색만 낸다”고 불만이다.경기도 관계자는 “팔당호와 북한강 물도 이상기온 때문에 차츰 수질이 악화되고 있는 만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겨울이었던 지난해 11월에도 북한강 수계에서 남조류가 발생하는 등 녹조 발생을 예측하기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재정이 열악한 경기도 지자체들은 속이 탄다. 수원·성남·용인·안산시는 고도정수처리시설 설계작업을 마무리해놓고 예산 확보만 기다리고 있다.

박기용 홍용덕 기자 xeno@hani.co.kr

2012년 8월 5일 일요일

건설사 배 채우려 가계부채 폭탄 외면하는 ‘막장’ MB 정부


이글은 한겨레21 2012-08-06일자 제922호 기사 '건설사 배 채우려 가계부채 폭탄 외면하는 ‘막장’ MB 정부'를 퍼왔습니다.
[경제] 가계부채 급증 억제하던 DTI 규제 완화 추진… 실패 가능성 높은 ‘임기응변식 대응’ 비판

‘끝장 토론’이 아니라 ‘막장 토론’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7월21일 주재한 ‘내수활성화 민·관 합동 집중토론회’를 두고 여기저기서 나오는 힐난이다. 정부가 내수를 살릴 아이디어를 구한다고 기업들을 불러놓았는데, 정작 기업들은 각종 민원만 쏟아냈다. 정부는 군 말 없이 다 들어줬다. 내수 활성화를 빙자한 정부의 대기업 민원 들어주기다. 인천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인 카지노 허가, 대형병원 내 호텔 신축, 회원제 골프장의 개별소비세 감면, 미분양 아파트·오피스텔 관광 숙박시설로 전환이 대표적이다. 그중에서도 하이라이트는 건설업계가 줄기차게 요구해온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다. 가계부채 폭탄의 보호장치인 DTI 규제가 내수활성화 대안으로 둔갑했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셈이다. 

» 정부가 각종 부동산 규제를 풀고 있지만 주택 거래는 살아나지 않는다. 썰렁한 부동산중개사무소 앞 모습.

은퇴 자산가·젊은 직장인 주머니 노려

DTI는 ‘규제 완화의 화신’인 이명박 정부조차 쉽게 풀지 못하던 부동산 규제다. 임기 내 진행된 부동산 규제 완화 ‘광풍’에도 DTI 규제는 살아남았다. 부동산 규제이자 몇 안 되는 가계부채 대책인 탓이다. DTI 규제는 대출자의 소득에 비례해 대출한도를 제한하는 제도다. 빚의 규모를 통제해 부동산 시장의 과열과 가계 부실을 막으려고 참여정부 시기인 2005년 8월 도입됐다. 현재는 연간 원리금 한도가 서울지역은 대출자 소득의 50%, 인천·경기는 60%로 정해져 있다. 예컨대 연봉이 6천만원인 대출자가 서울지역에 아파트를 사려고 한다면, 매년 갚아야 하는 원리금이 3천만원을 넘지 않는 수준으로 총 대출한도가 정해진다. 연봉의 절반이 고스란히 빚 갚는 데 들어가지만, 그나마 가계의 파산을 막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이 제도를 도입하기 전엔 버는 돈보다 많은 빚을 끌어다 무리하게 부동산에 몰빵하는 투기가 가능했다. 정부도 DTI 규제가 가계부채 급증을 억제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6월13일 국내외 언론사와 한 인터뷰에서 “DTI를 풀었는데도 부동산 경기가 제자리에 있고 가계부채만 늘리는 게 아닌가 싶어 못한다”고 말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같은 이유로 여러 차례 규제 완화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정부가 이런 DTI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건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대처를 포기하겠다는 의미다. 빚을 더 내도 좋으니 일단 집을 사라는 메시지다. 국내외 경기침체의 골이 깊은 응급상황에선 부동산 거래 활성화가 가계부채 부실보다 더 중요하다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거센데 정부도 할 말이 있단다. 마구잡이로 대출을 늘려주는 게 아니라 빚을 감당할 능력이 있는 계층을 8월 말까지 선별해내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고려 중인 1순위 대상은 은퇴 자산가다. 정부가 나서서 집을 보유하고 있는 고령 자산가들에게 다주택자가 되라고 부추기는 꼴이다. 고정적인 소득이 없는 이들 연령층은 웬만한 자산가가 아니고서는 언제든 빚이 부실화될 수 있다. ‘가계부채 동향 및 서민금융지원 방안’을 보면, 50대의 연체율은 1.42%로 다른 연령에 비해 가장 높았다. 60대 이상(1.16%)도 20대(1.17%)보단 낮았지만 30대(0.6%)나 40대(1.1%)보다는 높았다.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20~30대도 규제 완화 대상으로 오르내린다. 당장의 소득은 적지만 앞으로 꾸준히 돈을 벌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빚을 더 내도 괜찮다는 논리다. 그러나 20~30대는 지금도 학자금대출 상환과 주택자금 마련 등으로 빚을 많이 진 데다, 나이가 들어가며 빚을 더 내야 할 세대다. 또 미래 소득을 담보할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려내기도 어렵다. 요컨대 정부의 주장과 달리, 은퇴한 자산가나 젊은 직장인은 빚을 떠넘길 적당한 ‘물주’가 아니다. 부동산컨설팅업체인 부동산서브의 정태희 컨설팅팀장은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은퇴한 자산가들이야 당연히 집은 있으니까 투자할 목적으로 사라는 거다. 그런데 요즘엔 웬만한 자산가가 아니면 다 집을 줄이는 판이다. 젊은 직장인은 지금도 대출이자가 감당 안 되기 때문에 빚을 더 얻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까지 고약한 MB식 부동산 정책

DTI 규제 완화는 딱 MB 스타일이다. 이명박 정부는 취임 직후부터 경기가 꺼지는 고비마다 부동산 시장을 활용했다. 부동산 거래가 활성화돼야 건설업계에 돈이 돌아 경기가 살아난 듯 보이고, 집 보유자들은 계속 부자인 것처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적으로 부동산 거품이 꺼져갔지만, 이명박 정부는 부동산으로 돈이 계속 흘러들게 안간힘을 썼다. 유일한 방법은 규제 완화였다. 스무 차례 넘는 부동산 대책을 통해 거래 비용은 낮춰주고, 투자수익은 높여줬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는 사실상 무력화시켰고, 투기과열 지역도 차례로 해제했다. 재건축·재개발 기준은 완화했고, 아파트 전매제한도 풀어줬다.
이 과정에서 가계가 빚을 내 집을 사고, 부족한 생활비는 다른 빚으로 감당해야 했다. 가계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가계부채는 MB 집권 직전인 2007년 말 665조원에서 지난 말 912조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부동산 시장에 돈이 부족하면 공기업들을 활용했다. 4대강에 수자원공사가, 보금자리주택사업에 토지주택공사(LH)가 동원됐다.
특히 임기 마지막 해인 올해에는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할 분위기다. DTI 규제 완화를 내놓기 이전인 지난 5월 ‘5·10 대책’을 통해 마지막 남은 규제 대못들을 모조리 뽑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민영주택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 폐지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중지를 입법화하기로 지난 7월 새누리당과 협의를 마쳤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는 새누리당이 반대하고 있지만, 계속 추진하겠다며 일단 국무회의를 통과시킨 상태다. 모두 부동산 거품을 유지시켜 건설사와 부동산 부자들이 계속 돈을 벌도록 도와주는 대책이다. 서민의 삶은 정부의 안중에 없다.
앞서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거래를 활성화하는 데 모두 실패했듯, 이번 규제 완화들도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부양 대책은 투자자나 실수요자들의 욕망에 뒷받침돼야 성공한다. 빚을 내서 투자해도 수익이 나겠다는 확신이 서야 집을 산다. 그러나 시장에서 작년 하반기부터 이런 기대는 완전히 사라졌다.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부동산 가격 하락에 대한 불안감이 극에 달해 거래가 뚝 끊겼다. 서울지역 아파트 거래량은 상반기 기준으로 2008년 4만6873건에서 올해 1만8862건으로 쪼그라들었다. 반토막도 안 된다. 가격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 강남 불패신화의 상징인 대치동 은마아파트 101.7㎡(공급 면적)는 최고점이었던 2006년 11월 11억6천만원에서 현재 8억원대로 내려앉았다. 투자자건 실수요자건, 부동산 가격이 상승·반전할 것이란 신호가 있기 전에는 주머니에 돈을 쌓아놓았더라도 집을 사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이 지경에서 정부가 내놓은 조처들이 “고약하다”고 비판했다. “부동산의 구조가 바뀌고 있다. 집값이 떨어질 거다. 정책 하나로 반전시킬 상황이 아니다. 실물 약화로 소득마저 줄어드는 이때에 과도하게 돈을 빌려서 사라고 하는 건 무책임하다. 정부가 국민의 금융생활을 보호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위태롭게 몰고 간다.”
이 규제 완화들은 부동산 거래도 활성화시키지 못하고 시장만 더 왜곡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미 부동산은 구조적인 침체기에 들어갔기 때문에 정부가 현실을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 가계부채 1천조원을 쌓아놓고 부동산 거품을 아무런 충격 없이 뺄 수는 없다. 부동산 거품을 냉정하게, 점진적으로 빼야 한다. 지금처럼 자기 임기 안에 별 탈 없이 임기응변식으로 버티면 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부자나 건설업계를 살리려고 부동산 활성화를 하다 보면 결국 하우스푸어의 고통만 가중되고, 서민이 다 죽는다.”(선대인 선대인경제전략연구소 소장)

» 922호 한겨레21 경제 아파트

수혜자는 건설사와 은행뿐

이번에도 부동산 규제 완화의 최대 수혜자는 건설업계다. 이들은 마지막 남은 규제들을 모두 풀어달라고 정부에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미분양 아파트가 전국에 6만2천 가구나 쌓여 있는 데다, 최근 주택 거래량도 1년 전보다 30%나 줄어 업계 전체가 고사 위기라는 이유에서다. 물론 건설업체의 과도한 욕심으로 초과공급이 이뤄져 미분양 대란과 아파트 가격 하락이 빚어졌다는 원인 분석은 쏙 뺀다.
건설업계는 관련 기관들을 동원해 정부가 규제를 완화할 수 있게 논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왔다. 그중에서도 DTI 규제 완화를 위한 노력은 눈물겹다. 한국주택협회는 정부의 ‘5·10 대책’ 발표를 앞둔 지난 4월 ‘DTI 폐지 시 기대효과’라는 보고서를 내 “DTI를 폐지하게 되면 실수요자의 주택구매 심리를 촉진하고 주택 거래를 활성화시켜 시장 정상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직전엔 주택산업연구원이 ‘DTI 규제 타당성 검토’ 보고서에서 “DTI 규제가 가계대출을 억제하는 효과가 미미하다”는 근거가 희박한 주장을 펼쳤다. 그 결과로 돌아온 정부의 ‘DTI 규제 부분 완화’ 방침이 건설업계의 목표에는 못 미치지만, 이들은 언젠가 완전 폐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늘 건설사의 손을 들어줬다는 것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주택을 주로 구매하는 연령대가 30~40대이기 때문에 부분 완화는 별 효과가 없다”며 “완전 폐지가 돼야 건설업계도 숨통을 좀 트일 수 있다. 상황이 더 심각해지면 정부도 외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도 부동산 규제 완화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DTI 대출한도가 늘어나면, 은행에는 신규 대출 고객이 생기기 때문이다. 경기가 둔화돼 은행들도 대출 장사를 할 데가 많지 않다. 한 대형은행의 여신 담당자의 말에서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가 읽힌다. “DTI 규제가 실수요자들을 중심으로 완화되면 부동산 거래도 활성화되고, 은행에도 도움이 된다. 은행 전반적으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견해다.”
이명박 정부는 임기가 끝날 때까지 국민 주머니를 털어 기업들 배를 불려주는 일을 멈출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2012년 5월 26일 토요일

MBC 최일구·문지애 앵커 ‘노숙투쟁’


이글은 경향신문 2012-05-25일자 기사 'MBC 최일구·문지애 앵커 ‘노숙투쟁’'을 퍼왔습니다.

ㆍ“뉴스 진행하는데 시청자들이 외면하는 걸 느껴 파업 동참”

“정말 왜 우리가 여기 있는 거지? 왜 여의도 시민공원에 있어야 하는 걸까?”(최일구) 

“이기려고요.”(문지애) 

“추운 겨울 찬바닥에서 파업을 시작했는데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지금까지 복귀하지 못하고 있군.”

“이젠 파업이 익숙해져 일상이 됐네요.” 

MBC 노조 파업 115일째인 지난 23일 오전 11시. 여느 때 같으면 MBC 주말  스튜디오에 있어야 할 MBC 최일구(52)·문지애(29) 앵커는 서울 여의도 한복판 시민공원에 마련된 ‘희망텐트’에 나와 있었다. 마이크를 내려놓은 채 노숙투쟁에 나선 둘은 TV에서 보는 것과 사뭇 달랐다. 분장기 하나 없는 맨얼굴로 파업에 동참하게 된 경위와 소회를 풀어놓았다. 

MBC 주말 <뉴스데스크> 진행자 자리를 내놓고 파업에 참가 중인 최일구(오른쪽)·문지애 앵커가 지난 23일 여의도 시민공원에 설치된 희망텐트 안에서 파업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지난 4일 MBC 보도국 전종환 기자와 결혼한 문 아나운서의 신혼생활로 둘의 대화는 시작됐다. “신혼이 깨소금 맛이냐”는 최 앵커의 물음에 문 앵커는 “집회에서 청첩장을 돌려 너무 죄송했다. 결혼 전에도, 신혼여행에서도, 신혼집에서도 ‘알콩달콩’ 파업 얘기로 산다”고 대답했다. 

최일구(이하 최)=파업이 아니었다면 축의금을 두둑히 챙겨줬을 텐데 미안했지요. 축의금을 두 배는 더 주었을 텐데 파업 때문에 손해를 본 셈이지요(하하). 그런데 문 아나운서는 완전히 ‘좌빨’인가 봐요. 고스톱 쳐보면 성격이 다 나온다고 하는데 파업하는 걸 보니 성격을 알게 되더라고요. 문 아나운서가 결혼식 이틀 전까지 청계천에서 전단을 돌렸는데 대견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론 존경스럽기도 했습니다.

문지애(이하 문)=그렇지 않아도 선배들이 경제적으로 많이 힘들 텐데 부담을 드린 것 같아 죄송했어요. 신혼여행도 조용히 다녀오려 했는데 후배 아나운서가 파업을 접고 뉴스에 복귀했다는 소식이 해외에까지 들려왔지요. 여기저기서 인터뷰 요청 등 전화가 오는데 신혼여행 내내 파업 얘기만 했어요. 숟가락과 젓가락도 어제야 겨우 샀어요. 

최=아닌 게 아니라 파업이 길어지면서 고민이 많습니다(회사 측은 무노동 무임금을 적용해 월급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파업이 4개월째로 접어들면서 월급이 한 푼 나오지 않아 살림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출퇴근은 무료 셔틀버스를 타고 다닌다 해도 문제는 점심시간이에요. 집회가 끝나면 서로들 눈치보기 바쁩니다. 김치찌개와 순댓국을 자주 먹는데 한둘이 아니다보니 선배들도 부담이 돼요. 한번은 어떤 후배가 계산하겠다고 하는데 예전 같으면 말도 안될 소리라고 했겠지만 ‘그럴래’ 하며 얻어먹었어요. 솔직히 고맙더라고요. 

두 사람이 대화하는 도중 소풍을 나왔다는 고등학생들이 알아보고 몰려들었다. 기념사진을 먼저 찍겠다며 아우성치자 최 앵커가 “너희들은 MBC 파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니”라고 물었다. 학생들은 이구동성으로 “김재철 사장이 물러나야 해요”라고 외쳤다. 

최=제가 파업에 나선 이유요? 지난 2년 동안 공정보도를 하지 못한 반성 때문입니다. 껄끄러운 뉴스는 의제 상정도 하지 못했고 화제 집중성 뉴스만 다뤘지요. 주말 뉴스가 끝나면 회사는 왜 시청률이 안 오르느냐고 했지만 뉴스를 제대로 만들었다면 왜 시청률이 안 올랐겠습니까. 가끔은 청와대나 정치권에 따끔한 멘트를 해주고 싶었는데 그러질 못했습니다. 그런 뉴스가 없는데 황당한 얘기가 되니까 말이죠.

문=저도 부끄럽고 창피해서 파업에 동참했어요. 2006년 입사해 방송경력이 10년도 채 안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너무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을 진행했는데, 예전에는 ‘어떻게 하면 취재를 잘할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최근에는 ‘이 내용이 방송에 나갈 수 있을까’를 걱정했어요. 의 핵심 인력들은 모두 비제작부서로 배치됐습니다. 프로그램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시청자들은 등을 돌렸어요. 아나운서는 직접 취재하거나 현장에 나가지 않지만 시청자와 가까이 소통하기 때문에 누구보다 시청자 마음을 빨리 읽을 수 있습니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미련없이 마이크를 내려놓았습니다. 

최=문 아나운서가 파업에 동참한 뒤 나 혼자 8분인가 주말 를 진행하는데 왜 그리 재미가 없는지…. 3명의 보직부장이 파업대열에 동참하겠다고 하는데 ‘나도 이젠 때가 됐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당장(지난 2월23일) 짐을 싸서 노조 사무실로 내려오는데 마음이 그렇게 홀가분할 수가 없었습니다.

문=선배가 파업에 동참하신다는 얘기를 집회 현장에서 들었습니다. 모두들 박수를 치며 얼마나 감사했는지 몰라요. 선배님이 큰 힘이 되셨습니다. 

최=문제는 수사당국의 일처리입니다. 김재철 사장의 법인카드 사용 의혹과 관련해 배임·횡령 혐의로 고소를 했는데 수사를 하지 않고 있어요. 김 사장도 명확하게 해명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회사 내 자체 감사에서 밝히겠다면서 시간만 끌고 있지요. 과연 법인카드로 산 핸드백이 누구한테 간 것인지, 업무상 사준 것이 맞는지 낱낱이 소명하고 공개해야 합니다. 친구 중에 대기업 사장이 있는데 ‘1년에 법인카드를 얼마나 쓰냐’고 물었더니 ‘1억원’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어디에 쓰냐’고 물었습니다. 직원과의 소통을 위해 식사를 하거나 골프접대에 쓴다고 했습니다. 주말에는 아예 집 근처에서는 카드를 쓰지 못한다고 하더군요. 당장 감사실에서 연락이 오기 때문이랍니다. 주말 가족과 외식할 때는 개인카드를 써야 하고, 핸드백을 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깜짝 놀라더군요. 김 사장의 무용가 정모씨에 대한 몰아주기 지원이나 아파트 공동구입 등 국민들은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습니다. 

최일구
문=이명박 정부가 MBC 프로그램들을 얼마나 망쳤는지 헤아릴 수 없지요. 대통령 사저 문제나 한·미 자유무역협정 반대 시위 물대포 진압 등을 주말 뉴스에서 전했던 기억이 전혀 없습니다. 비판적인 기사는 없고 마치 청와대 브리핑을 그대로 옮겨 읽는 것 같았어요. 취재는 했지만 방송은 나가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최 선배님은 제작회의 시간에 ‘이 문제는 보도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씀하셨지요. 

최=언론이 자기검열에 빠지면 위험합니다. 얼마 전 김 사장이 일방적으로 조직을 개편한 것도 큰 문제입니다. 의견수렴도 하지 않고 맘대로 조직을 흔들어놨으니 파업이 끝나도 수습하려면 시간이 걸릴 겁니다. 우리가 개인의 이해득실을 따졌다면 아마 절반 이상은 파업을 접었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100일이 넘는 파업에도 흐트러짐이 없습니다. 정치파업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리비아의 원수 카다피가 최후까지 싸우다가 죽겠다고 했는데 결국 마지막 사진 한 장을 보니 혼자였습니다. 김 사장 친위세력은 제발 끝까지 의리있게 사장을 지켰으면 좋겠습니다. 

모처럼 두 사람이 점심을 같이하기로 했다. 최 앵커는 “후배가 결혼도 했으니 한턱 쏘겠다”고 했다. 대화는 서울 여의도 공원 인근의 음식점에서 이어졌다. 

최=요즘 MBC 앵커들이 화제입니다. 25년 넘게 기자생활을 해왔지만 앵커가 대단한 자리인지 모르겠어요. 제 생각엔 그저 하나의 보직일 뿐인데 정치부장, 사회부장 하듯이 앵커도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진실과 사실의 촘촘한 경계니 뭐니 그런 말을 할 필요가 없지요. 계약직 기자야 파업 중 뉴스를 보도해야 하니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앵커를 계약직으로 뽑는 것은 납득할 수 없습니다. 앵커는 방송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시청자에게도 익숙해야 뉴스 신뢰성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앵커는 ‘영혼’과 ‘색깔’이 있어야 합니다. 계약직 앵커를 에 앉히더니 어느 순간부터 계약직 앵커가 화면에서 사라지더군요. 이런 코미디가 또 어디 있나 싶어요. 

문=얼마 전 파업에서 이탈해 업무에 복귀한 3명의 아나운서가 있었는데 파업대오가 더 단단해졌으면 단단해졌지 흔들리지는 않았다고 봐요. 제게도 파업이 끝나면 돌아갈 자리가 없어서 어떻게 하냐고 걱정을 많이 해주십니다. 공정보도 하자는데 내 자리가 어딨을까를 생각한다면 부끄러운 일 아닐까요. 앵커 자리 걱정은 파업이 끝난 뒤에 할래요. 

최=지난주 에 권재홍 앵커가 퇴근길에 후배 기자들과 몸싸움을 하다 다쳤다는 톱뉴스가 나왔는데 정말 한심했습니다. 앵커가 다쳐서 못 나오는 게 국민들이 그날 알아야 할 그렇게 중요한 뉴스인가 싶습니다. 사내방송도 아니고 뉴스는 순서와 편집이 중요하지 않습니까. 나중에 알고보니 후배 여기자들이 청원경찰관들에게 떠밀려 다쳤더군요. 김재철 사장이나 보도본부장이나 선배답고 어른다워야 하는데, 어떻게 후배기자들의 일터인 보도국을 철문으로 폐쇄할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김 사장이 매일 출퇴근을 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문지애
문=제대로 된 뉴스는 앵커 한 명이 자리를 지킨다고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고 봐요. 제대로 취재하고, 제대로 기사를 작성하고, 제대로 전달하는 앵커가 있어야만 진정 제대로 된 뉴스라고 생각해요. 김재철 사장은 취임 후 노조 집행부 6명에게 해직 통보를 했고 103명을 중징계했지요. 최근엔 결국 기각은 됐지만 노조 간부 5명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되기도 했습니다. 최 선배님도 징계받으셨지요? 

최=전 파업이 끝나도 회사에 3개월 동안 못 나갑니다. 3개월 더 ‘정직’하게 살라고 ‘정직’을 내렸나 봅니다. 오래도록 연락이 끊겼던 친구들이 ‘그 나이에 쉽지 않은 결정인데 힘내라’고 격려 전화를 해주더군요. 요즘 지방에 홀로 계시는 어머님을 자주 찾아뵙고 있는데 파업이 잃었던 가족을 만나게 해주고 아들 노릇도 하게 해주네요. 존 스타인벡의 라는 소설을 보면 아들이 엄마에게 ‘앞날이 걱정되느냐’고 묻는 대목이 나옵니다. 엄마는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한걸음씩 나가는 것밖에 없다’고 합니다. 우리 후배들은 진실과 사실의 촘촘한 간극에서 방황하지 말고 뚜벅이처럼 한걸음씩 걸어나갔으면 합니다. 

문=정치권력으로부터 멀어져 자유롭게 비판을 할 수 있고, 약자의 편에 서기 위해 파업하는 것인 만큼 시청자들께서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려주셨으면 합니다. 무너진 공정방송을 반드시 복구해 더 좋은 모습으로 꼭 돌아가겠습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최 앵커의 얼굴이 싱글벙글이다. “점심값을 계산하려는데 (MBC 라디오 진행자인) 손석희 선배가 대신 내줬다. 돈벌었다”며 특유의 큰 목소리로 호탕하게 웃었다. 뜨거운 한낮, 두 사람의 발걸음은 다시 ‘희망텐트’로 향하고 있었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