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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1일 수요일

노동이 부정되는 학교, 자본이 점령한 교육


이글은 미디어스 2013-05-01일자 기사 '노동이 부정되는 학교, 자본이 점령한 교육'을 퍼왔습니다.
[교육 살펴보기]
몇 년 전, 어느 고등학교 교실에 걸렸다는 급훈 하나가 알려진 적이 있었다. “대학 가서 미팅할래?, 공장가서 미싱할래?” 당시 인터넷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무척이나 씁쓸한 반응을 나타냈다. 단지 입시경쟁에 왜곡된 교육의 현실이 드러났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급훈이 학교라는 공간에서, 공장을 가거나 미싱을 하는 노동이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기 때문이었다.
노동을 천박한 것으로 규정하고, 노동의 가치를 부정하는 교육. 한국 사회에서 노동자와 노동이 언제 존중받아 본 적이 있었느냐만 되돌아 보건대, 교육영역에서 노동의 가치에 대한 폄훼와 부정은 유독 그 정도가 심했다.
87년 6월 항쟁으로 헌법이 바뀌고, 곧이어 노동자 대투쟁이 일어났다. 전국에서 노동조합의 깃발이 휘날렸고, 노동의 권리와 노동자를 옹호하는 목소리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2년 뒤, 교사들은 노조를 만들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출범. 정부와 보수 세력들은 어찌 신성한 스승이 스스로를 감히 비천하고 불온한 노동자라 주장할 수 있냐며, 1519명의 교사를 거리로 내쫓았다. “우리도 노동자요”라는 교사의 목소리가 부정되는 현실 속에 노동에 대한 교육이 학교 안으로 들어오기는 어려웠다.
이런 현실에 맞서 교사들은 노력했다. 교육의 영역 속에 ‘참교육’이란 이름으로 노동에 대한 고민이 조금이라도 들어올 수 있도록 실천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10년 만에 전교조의 합법화가 이뤄지고, 비로소 교사도 노동자라는 그 당연한 요구가 사회적으로 인정되었다. 노동을 보장하는 교육으로 향하는 길이 조금은 열렸다고 보았지만, 전경련 등 자본의 움직임이 전면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 차세대 고등학교 경제 교과서


자본은 먼저 교과서를 분석했다. 그들과 뜻을 함께한 학자들은 사회와 경제, 역사과목 교과서의 내용이 빈부격차 등 시장경제의 한계를 과도하게 지적하고, 대기업의 부정적 측면만을 부각해 기업가정신을 부정하는 등 반시장적이고 좌편향되어 있다고 규정했다. 헌법에서 규정한 노동3권조차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교과서들을 두고 말이다.
이어진 건 교과서의 직접 개발. 그들은 2007년부터 (차세대 고등학교 경제 교과서) 등을 개발하고 일선 학교에 보급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교과서의 내용은 시장과 기업에 대한 찬양 일색일 뿐, 노동을 위한 자리가 존재하지 않았다. 노력의 대미는 2011년 발표된 ‘사회교육과정 개정시안’이었다. 중·고교 사회·경제 교과서의 집필 지침이 되는 시안은 앞서 전경련의 교과서 개발에 참여한 연구자가 주도한 것이었다. 시장의 한계와 정부 개입을 다룬 부분이 삭제되었다. 노동의 사회적 중요성, 노동자의 역할을 다룬 내용도 없어졌다. 노동과 노동자가 사라진 자리를 채운 건 개인금융과 자산관리의 내용이었다. 최종 고시에서는 사회적으로 논란이 빚어졌기에 몇몇 내용들이 수정되었지만, 친기업적인 방향은 결코 수정되지 않았다.
그 와중에 자본은 노동의 교육을 시도하려는 움직임을 경계하는 것 또한 항상 잊지 않았다.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이 노동인권교육 실시에 대한 뜻을 비쳤을 때, “계급적 성향의 교육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념노동운동가 양성을 꾀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비난했다. 이미 자본으로 교육의 영역이 기울어진 현실이지만, 노동의 무게가 조금이라도 늘어나지는 않을까봐 온갖 생색을 부린 것이었다.
자본은 치밀하고 성실했다. 그러나 교육에서 노동의 가치를 옹호하려는 측은 어떠했나. 전교조는 전경련의 경제교과서가 논란이 되었을 때, 민주노총과 함께 노동교과서를 제작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대의원대회 사업으로 통과시켰지만 어찌 된 이유에선지 교과서는 제작되지 못했다고 한다. 대신 노동교과서에 들어갈 내용은 각론 혹은 단행본의 형태로 발표했다고 하나 자본의 모습과 비교되는 건 어쩔 수 없다.
한편, 교육과정 내에서 노동이 부정되는 것과 함께, 교육현장인 학교를 유지하는 노동 역시도 그 존엄을 위협받고 있다. 정교사 수는 그대로인 채 어느새 기간제 교사의 수는 3년 내 50% 이상이나 증가했다. 행정실 등 학교 곳곳이 비정규직으로 채워졌다. 만성적인 고용불안, 저임금 등 열악한 노동조건이 그들의 노동을 옥죄고 있다. 비록 이제 그 주체들이 조직화되고, 조금씩 저항들이 나타나고 있다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또 이젠 전교조 역시도 합법화 14년 만에 정부의 탄압으로 법외노조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있다.
123주년 노동절인 지금 우리에게 놓인 난망한 현실들. 물론 교육이 사회와 분리된 것이 아니기에, 전국 곳곳에서 노동자가 철탑에 올라가도,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도 꿈적 않는 반노동적인 사회의 모습이 교육에서도 자연스레 나타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교육이 사회를 유지하는 재생산기구이기에, 즉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를 결정짓는다는 점에서 지금 현실이 더 암담하다.
앞으로 반전이 있을까. 장담할 수 없다. 오늘 전교조가 노동절을 맞아 공동수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업의 내용으로 비정규직 문제와 노동인권을 다룬다고 한다. 좋은 소식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만족하기 어렵다. 지금은 단기적인 실천을 넘어 조직적이고 지속적인 실천이 필요할 때이기 때문이다. 노동이 존중받는 교육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자본만큼 더 치밀하고 성실해져야 한다.



전누리  |  webmaster@mediaus.co.kr

2013년 1월 25일 금요일

6년간 6번 해고… 특수보조교사 ‘2월의 눈물’


이글은 경향신문 2013-01-24일자 기사 '6년간 6번 해고… 특수보조교사 ‘2월의 눈물’'을 퍼왔습니다.

ㆍ목숨줄 쥐고 있는 특수교사 위해 ‘별짓’ 다했지만ㆍ교육청·학교 무기계약직 전환 꺼려 2년 못 채워

특수교육보조원(교사)인 이명숙씨(52)는 올 2월이면 6번째 해고를 당한다. 이씨는 2007년부터 매년 새 학기가 시작하기 전인 2월28일이면 어김없이 해고를 당했다. 6년간 6번. 그는 해고를 당할 때마다 옆 학교, 그 옆 학교로 옮겨가며 서울 동작구와 금천구의 초·중·고등학교를 전전하고 있다.

이씨가 매년 해고를 당하는 이유는 매년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비정규직이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2년 이상 비정규 계약직으로 계속 일을 하면 사실상 정규직인 무기계약직으로 자동전환된다. 학교 측은 비용이 많이 드는 무기계약직 전환을 피하기 위해 이씨를 매년 해고한 것이다.

6년 동안 여섯 번 해고된 특수교육 보조교사 이명숙씨. | 김기남 기자

2011년 12월 금천구 모 고등학교에서 5번째 해고 통보를 받을 때까지 이씨는 해고를 당연하게 생각했다. 그는 “학교를 1년만 더 다니게 해달라고 요구한 적은 있었지만 학교나 교육청에 항의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계약직이니 어쩔 수 없다 생각했고 다른 학교라도 다니려면 잘 보여야 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더는 참을 수 없었다. 그는 “내 아들도 지적장애가 있기 때문에 특수교육보조교사로서 보람을 갖고 정말 열심히 일해왔는데 해마다 돌아온 것은 어김없이 계약만료라는 해고 통보였다”고 말했다.

같이 해고된 계약직 특수교육보조교사와 학교에 항의도 했다. 학교는 “교육청에서 특수교육보조교사 예산이 안 나온다”고 말했다. 교육청에 문의하니 “특수교육보조교사의 채용은 학교장 재량”이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서로 책임을 떠넘기면서 이씨의 해고는 반복됐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5일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의 사용자는 교육감’이라고 판결했다. 판결대로라면 이씨는 서울시교육청 소속으로 2년 이상 근무한 무기계약직이 된다. 근속기간 3년마다 1만~2만원 오르는 근속수당과 퇴직금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전국 9개 교육청은 이 판결해 불복해 항소를 준비하고 있다.

비정규직 6년. 이씨는 하지 않아도 될 일까지 하는 사람이 됐다. 무기계약직의 꿈을 이루기 위해 언제나 남들보다 30분 일찍 출근했다. 이씨 사전에 “아닌데요”나 “못해요” 같은 말은 없다. 학교에서 어떤 일을 시켜도 “예! 예!”라고 대답했다. 딸 같은 정규직 특수교사가 남자친구 목도리를 떠줄 때는 옆에서 코 빠진 것을 채워줬다. 그도 모자라 커플 목도리로 쓰라고 특수교사 몫의 목도리도 몰래 떠 깜짝 선물로 줬다. 그 특수교사는 이씨에게 목도리 하나를 내밀며 “(계약 연장이) 안되겠는데요”라고 말했다.

이씨는 “아는 특수교육보조교사 중에는 임신한 특수교사의 식판을 날라주거나 김치를 담가주는 사람도 있다”며 “심지어 누룽지를 좋아하는 특수교사를 위해 매일 숟가락으로 밥을 눌러 누룽지를 만들어주는 보조교사도 있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해 10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11만2903명을 2014년까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을 개선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여전히 학교 현장에서는 매년 1~2월만 되면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이씨처럼 해고된다.

올해도 다르지 않다. 근속기간 2년을 채우지 못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해고가 예정돼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것만 경기도교육청 130건, 충남도교육청 167건이다. 전국회계직연합회 학교비정규직본부 조형수 조직국장은 “교육청은 무기계약직이 되면 퇴직금이나 장기근속 가산 수당을 더 줘야 한다는 이유로, 학교 측은 비정규직일 때 더 열심히 일한다는 이유로 무기계약직이 되는 것을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조 국장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해마다 반복되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대량해고 사태에 대해 책임 있는 대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2013년 1월 15일 화요일

실습고교생 다쳐도 성희롱도 “참고 견뎌라”?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1-14일자 기사 '실습고교생 다쳐도 성희롱도 “참고 견뎌라”?'를 퍼왔습니다.

지난해 11월 현장실습 중 금형에 손가락을 짓눌리는 사고를 당한 박철우(가명)군이 사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사고를 당한 박군의 손가락. 김지훈 기자
특성화고 현장실습 현실
 기계에 손가락 끼여 “악!” 
실습학생의 끔찍한 산재 
회사도 학교도 외면했다 

육중한 철제 금형이 느리게 내려왔다. 박철우(가명·19)군은 소형 크레인에 매달린 가로세로 2m 길이의 금형이 제자리에 내려앉도록 조심스럽게 손으로 위치를 조절했다. 갑자기 손가락 끝에서 ‘우지끈’ 소리가 났다. “으악!” 왼손 검지와 중지 끝 1㎝가량이 금형을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다. 목장갑 끝으로 피가 번져나왔다. 의사는 “손가락이 터졌다”고 했다. 30여 바늘을 꿰맸다. 사고가 난 지 두 달이 지난 지금은 손톱이 뭉뚝해져 자라지 않는다. 흉터가 가로세로로 서너 줄씩 나 있다. 가운뎃손가락 끝은 골무를 낀 것처럼 감각이 없다. 박군이 사고를 당한 지난해 11월8일은 또래 학생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보던 날이었다.경기도의 한 특성화고 금형디자인과 3학년인 박군은 지난해 9월부터 경기도 군포시의 한 공단에 있는 금형회사에서 현장실습을 했다. 

회사는 병원비만 내주고는 “후유증이 확인되면 산재 신청을 해주겠다”며 차일피일 산재 처리를 미뤘다. 박군은 회사의 한 간부가 “그 새끼 회사 안 나오려고 일부러 다친 거래지?”라고 말했다는 얘기를 함께 현장실습을 나온 같은 학교 친구에게 전해들었다. 회사의 태도에 질린 박군은 산재 인정 받기를 포기하고 12월 초 실습을 그만뒀다. 박군은 오는 3월 군대에 입대하기 위해 지원서를 냈다.학교는 박군보다는 취업률을 더 걱정했다. 한 교사는 “산재 인정을 받으려면 회사를 계속 다녀야 한다”며 실습을 그만두지 말라고 박군에게 종용했다. 그러나 이 교사의 말은 사실과 다르다. 현행 규정상 업무 중 다친 노동자의 경우 회사에 다니든 안 다니든 사고 발생일로부터 3년 안에 산재 신청을 하면 근로복지공단이 조사해 장해급여를 준다. 지난 9일 기자가 박군을 만난 자리에서 설명을 해주자 그는 “회사를 그만두면 학교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인 취업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나에게 사실대로 말해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학교는 박군의 사고를 경기도교육청에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회사는 박군에게 아침 8시30분부터 저녁 8시30분, 때로는 밤 10시30분까지 하루 12~14시간씩 일을 시켰다. 잔업이 거의 일상화돼 있었다. 주말 하루는 특별근무를 하도록 강요했다. 박군은 잔업과 특근으로 한 달에 법정 근로시간보다 50시간을 더 일하고도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70만~90만원의 월급(실습수당)을 받았다. 회사와 박군이 서명한 표준계약서에는 주 5일, 하루 8시간 일하고 월 130만원을 받기로 돼 있다.교육과학기술부 통계를 보면, 전국의 특성화고는 475곳(지난해 4월 기준)이며, 이들 학교에 재학중인 고3 학생은 10만7000명에 이른다. 특성화고 3학년 학생 가운데 상당수가 박군처럼 산업체에서 현장실습을 한다.

실습생들 하루 12시간 노동…여학생은 성추행 겪기도

잔업 위해 야근에 휴일 특근까지 
법정시간보다 주 50시간 더 일해 
월급은 계약서와 달리 70~90만원 
여학생들은 임원들이 성희롱 
울며 고민하다 퇴사 몰리기도

근로기준법상 청소년인 현장실습생은 본인 동의를 받더라도 하루 8시간 이상 일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1주에 2일 이상 쉬도록 명시돼 있기 때문에 주말 특근도 위법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2월 특성화고 현장실습 학생 1980명(251개 업체)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하루에 8시간 이상 일한 학생이 38.3%나 됐다. 야간에 일한 학생은 31.9%, 휴일에 일한 학생은 29.2%로 조사됐다. 조사 대상 업체 중 31곳은 실습생 120명에게 실습수당을 규정보다 평균 13만3000원씩 총 1606만원을 적게 준 것으로 드러났다.2011년 12월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특성화고 학생 김민재(당시 19살)군이 뇌출혈로 쓰러져 의식불명 상태가 된 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현장실습 학생들의 열악한 현실은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지난달 14일엔 울산 앞바다에서 방파제 공사를 하던 선박이 뒤집히면서, 현장실습 중이던 특성화고 3학년 홍성대(사고 당시 18살)군이 숨졌다. 울산고용노동지청은 홍군에게 초과근무와 야간근무를 시킨 혐의(근로기준법 위반)로 홍군이 일하던 ㅅ건설을 조사하고 있다. 기아차 광주공장의 김군도 주말 특근과 2교대 야간근무에 투입돼 일한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현장실습 학생들의 몸을 위협하는 건 기계만이 아니다. 인천의 한 특성화고 3학년 ㄱ(19)양은 지난해 10월 한 회사에서 현장실습을 하다 남자 임원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 이 임원은 교육 중에 ㄱ양의 무릎에 손을 얹거나, 차를 타고 이동할 때 어깨에 손을 둘렀다. 놀란 ㄱ양은 혼자 울며 고민하다가 학교의 취업 담당 교사에게 얘기했고, 결국 교사가 대신 회사를 찾아가 ㄱ양의 퇴사 절차를 밟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실업교육위원회가 지난해 1월 104명의 특성화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4명이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36명은 ‘성희롱 예방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하인호 전교조 실업교육위원회 부위원장은 “성희롱 사건이 발생하면 교사들이 업체에 항의하지 못하고 오히려 학생에게 ‘참고 견디라’고 하는 경우가 많고, ‘실습을 중단하고 돌아오면 다른 업체로 현장실습을 보낼 때 순위를 제일 뒤로 돌리겠다’는 협박성 발언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학교에서 3년간 배운 전공 분야와 관련 없는 업체로 현장실습을 나가는 경우도 많다. 서울의 한 공업계열 특성화고 자동차정비과 3학년 김원익(가명·19)군은 지난해 11월 경기도의 한 파이프 생산 공장으로 현장실습을 나갔다. “친구들은 9월부터 실습을 나가는데 자동차 쪽으로는 일거리가 잘 안 들어오더라고요.” 김군이 하는 일은 주로 단순 작업이다. 파이프 수를 세거나 파이프를 기계에 넣었다가 빼는 작업, 화학약품으로 파이프 안을 닦는 일을 한다. 전교조 실업교육위원회의 지난해 1월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현장실습 업무와 전공이 관련이 없다’고 답한 학생이 38.5%나 됐다.서울시교육청이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교육청 지원형 특성화고 사업’ 참여 학교 7곳을 대상으로 벌인 감사에서도 현장실습 관리의 문제점이 드러났다.(한겨레)가 유기홍 민주통합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서울시교육청의 ‘2012년 특성화고 운영 실태 정책감사 결과 보고서’를 보면, ㄱ고교의 경우 지난해 현장실습을 나간 학생 63명 중 교사가 사업체로 직접 찾아가 실습 상황을 점검한 학생은 17명뿐인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46명에겐 전화통화로 현장지도를 대신했다. 이 학교는 2011년엔 학생 133명 중 25명에게만 현장지도를 했다. ㅅ고교는 학생들이 현장실습을 나간 업체 41곳 중 12곳에서는 현장지도를 하지 않았고, 현장지도를 나간 사업체에 대해서도 관련 일지를 기록하지 않아 지적을 받았다.시교육청 감사관실은 “현장지도의 목적은 교사가 산업체를 방문해 학생의 근무조건, 임금, 건강 상태를 직접 점검하는 데 있기 때문에 반드시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제2의 기아자동차 현장실습생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현장지도에 대한 교원의 책무성을 강화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2012년 10월 14일 일요일

수업중 찬송가…종교강요민원 75% 학교서 발생


아글은 한겨레신문 종교전문기자 조현기자  블로그 휴심정의 벗님글방 2012-10-10일자 기사 '수업중 찬송가…종교강요민원 75% 학교서 발생'을 퍼왓왔습니다.
민주통합 배재정의원, 국감서 5년간 신고현황분석
교사가 교회영상 방영 ‘다함께 기도하자’ 황당사례
학내 종교차별 17건에 대해 시정조치 및 개선권고 

» 한겨레 자료.

교사가 학생들에게 순번으로 기도를 시키고 기독교 성서의 내용을 설명한다. 수업 중에 찬송가를 부르고 기도를 하는가 하면 교회 영상물을 방영하고 “다함께 기도하자”고 한다. 인터넷 학급홈페이지에 기도방을 만들어 기도하는 학생에 한해서만 동참할 수 있도록 한다.

교회나 성당 이야기가 아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 등 정규교육기관에서 실제 발생한 사례들이다. 배재정 민주통합당 의원은 10월8일 국정감사에서 지난 5년간 문화체육관광부 공직자차별센터에 접수된 신고건수를 분석, “종교차별에 해당된 신고민원의 75%가 학교에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지난 5년간 공직자차별센터에 접수된 민원은 모두 152건, 이 가운데 종교차별로 판명돼 시정조치를 받는 12건 중 9건이 모두 학교에서 발생했다. 개선권고를 받은 68건 중 18건도 학교에서 발생한 민원이었다.

배 의원은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학교내 종교차별의 구체적인 사례도 함께 공개했다. 2011년 12월 광주 A고등학교 영어교사는 학생들에게 특정 교회를 이단이라고 말하며 시사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청취토록 해 시정조치 요구를 받았다. 서울의 B 중학교 수학교사는 수업시간 중 학생들에게 기도할 것을 강요하는가 하면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회 영상물과 찬송가 등 특정종교의 찬양물을 방영하는 등 노골적인 종교차별 행보로 시정조치를 받았다. 2010년에는 수업 중 자신의 신앙심을 내세워 타종교를 폄훼하는 발언을 한 C 공립중학교 교사에 대한 민원이 제기돼 종교차별로 인한 시정조치가 내려지기도 했다.

배재정 의원은 “헌법 제20조 1항에 종교의 자유가 보장돼 있다”며 “교육현장에서 교사가 특정종교를 폄훼하거나 강요하는 행위, 직원채용에서 종교를 고려하는 행위는 없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 의원의 자료를 통해 학내 종교차별 행태의 심각성이 드러나면서 최근 개신교계의 행보가 새삼 눈길을 끌고 있다. 개신교계가 지난 5월부터 국가인권위원회가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을 통해 진행하는 ‘학교내 종교차별 실태조사’를 거부하며 지속적으로 “연구용역 취소”를 주장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조사단체가 불교 관련 단체”라는게 이유지만, 일각에서는 “학내 종교차별 제한이 미션스쿨의 설립취지와 대치됨에 따라 학내 선교활동을 위축시킬까봐 종자연을 빌미삼아 실태조사를 거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적지 않다.

(법보신문) 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 

2012년 9월 6일 목요일

아파트 분양난민 시대](1) 섬 속의 ‘유령도시’ 영종하늘도시


이글은 경향신문 2012-09-05일자 기사 '아파트 분양난민 시대](1) 섬 속의 ‘유령도시’ 영종하늘도시'를 퍼왔습니다.

ㆍ“학교·병원도 없어 입주 못해… 장밋빛 청사진으로 사기분양”

지난 2일 찾은 인천 중구 영종하늘도시는 ‘유령도시’를 연상케 했다. 허허벌판에 고층아파트만 덩그러니 지어져 있을 뿐 학교나 병원, 약국, 상가는 찾아볼 수 없었다. 버스정류장엔 표지판도 없었다. 배차 간격도 30분이 족히 됐다. 내년 1월까지 1만여가구가 입주하는 도시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2009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인천도시공사가 영종도 19.3㎢(585만평)에 아파트 등 4만5000가구를 지어 인구 12만명의 신도시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인천공항과 연계해 자족 기능을 갖춘 항공물류도시로 성장시키고, 58만4000㎡의 부지에 미국 뉴욕의 브로드웨이와 같은 뮤지컬 전용극장 10여곳과 공연예술 테마파크를 갖춘 영종브로드웨이, 이탈리아 밀라노처럼 ‘디자인 시티’를 운영한다는 계획도 속속 발표됐다. 영종도와 청라를 연결하는 제3연륙교를 건설해 이 지역 주민들은 무료로 통행시킨다는 계획도 덧붙였다. 하지만 3년여가 지난 지금 LH와 인천도시공사가 발표한 계획은 아파트가 올라간 것 외에는 아무것도 지켜진 게 없다. 

인천 중구 영종하늘도시의 동보노빌리티를 분양받은 전모씨(55)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건설업체가 사기 분양을 했다”면서 “분양받은 아파트 계약금 10%를 떼이더라도 입주를 하지 않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영종하늘도시 아파트 건설 현장. 분양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아파트 주변에는 병원이나 학교 등 주요 기반시설이 들어서지 않고 있다.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영종하늘도시 아파트 중 지난 8일 첫 준공 승인을 받은 동보노빌리티는 2009년 585가구가 분양됐다. 이 중 절반이 넘는 300여가구가 전씨처럼 입주를 거부하고 있다. 전씨는 33평을 확장비 1400만원 등 3억4900만원에 분양 받았다. 중도금은 시행사에서 후불 이자로 대출해 줬으며, 입주 때 잔금을 치러야 한다. 

그는 “영종도라는 작은 섬에 성냥갑 같은 콘크리트 건물만 우후죽순처럼 세워졌을 뿐 기반시설과 편의시설이 거의 없어 3년 전 분양가보다 아파트 가치가 30~40% 떨어진 탓에 되팔려 해도 집을 보러 오는 사람조차 없다”고 말했다.

11월 입주 예정인 현대힐스테이트를 분양받은 이모씨(44)도 당분간은 입주하지 않고 전세를 놓을 예정이다. 맞벌이를 하는 이씨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야 하는데 중학교는 6㎞나 떨어져 있고 고등학교는 내년에 개교한다”면서 “학교는 그렇다 치고 학원 하나 없는 도시에 어떻게 들어가겠느냐”고 말했다.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영종하늘도시에는 1만가구 정도가 입주해야 하지만 LH의 임대아파트를 제외한 일반분양자는 입주할 사람이 전체의 10%도 안될 것”이라며 “당분간은 거주민이 없는 ‘유령 신도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아파트 분양가보다 10~20% 싸게 매물이 나와도 찾는 사람이 없어 사실상 ‘전체가 매물’ ”이라며 “전세도 20평형은 5000만~7000만원, 30평형은 6000만~8000만원 정도의 헐값에 나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영종하늘도시 인근 GS 영종자이는 1022가구가 분양됐지만 500여가구가 계약금을 포기하고 입주를 하지 않고 있다.

이 아파트는 법원에 의해 공매 처분돼도 낙찰률이 55~60%에 불과한 실정이다. 금호 어울림 아파트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들 아파트는 분양가보다 최고 20~30% 할인된 값에 나와있지만 수년째 빈 곳이 수두룩하다.

입주 예정자 이모씨(45)는 “계약금을 떼이기 싫고 당장 전셋집을 비워줘야 하는 처지에 놓였지만 통행료 생각만 하면 분통이 터져 입주하기가 싫다”고 말했다. 이곳에 거주하면서 인천과 서울에 직장이 있는 경우 출퇴근 때마다 민자로 건설된 인천대교와 영종대교를 이용할 수밖에 없어 값비싼 통행료를 내야 한다. 

왕복 통행료가 인천대교는 1만1600원, 영종대교도 서울로 오갈 때는 왕복 통행료가 1만5400원이나 든다. 그나마 인천 방향은 인천시가 현지인에 대해 통행료를 100% 감면해주고 있지만 내년 3월이면 할인혜택도 종료된다. 기름값까지 계산하면 하루 평균 3만원가량을 도로에 뿌려야 하는 셈이다.

인천 |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아파트 분양난민 시대](1) 섬 속의 ‘유령도시’ 영종하늘도시


이글은 경향신문 2012-09-05일자 기사 '아파트 분양난민 시대](1) 섬 속의 ‘유령도시’ 영종하늘도시'를 퍼왔습니다.

ㆍ“학교·병원도 없어 입주 못해… 장밋빛 청사진으로 사기분양”

지난 2일 찾은 인천 중구 영종하늘도시는 ‘유령도시’를 연상케 했다. 허허벌판에 고층아파트만 덩그러니 지어져 있을 뿐 학교나 병원, 약국, 상가는 찾아볼 수 없었다. 버스정류장엔 표지판도 없었다. 배차 간격도 30분이 족히 됐다. 내년 1월까지 1만여가구가 입주하는 도시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2009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인천도시공사가 영종도 19.3㎢(585만평)에 아파트 등 4만5000가구를 지어 인구 12만명의 신도시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인천공항과 연계해 자족 기능을 갖춘 항공물류도시로 성장시키고, 58만4000㎡의 부지에 미국 뉴욕의 브로드웨이와 같은 뮤지컬 전용극장 10여곳과 공연예술 테마파크를 갖춘 영종브로드웨이, 이탈리아 밀라노처럼 ‘디자인 시티’를 운영한다는 계획도 속속 발표됐다. 영종도와 청라를 연결하는 제3연륙교를 건설해 이 지역 주민들은 무료로 통행시킨다는 계획도 덧붙였다. 하지만 3년여가 지난 지금 LH와 인천도시공사가 발표한 계획은 아파트가 올라간 것 외에는 아무것도 지켜진 게 없다. 

인천 중구 영종하늘도시의 동보노빌리티를 분양받은 전모씨(55)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건설업체가 사기 분양을 했다”면서 “분양받은 아파트 계약금 10%를 떼이더라도 입주를 하지 않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영종하늘도시 아파트 건설 현장. 분양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아파트 주변에는 병원이나 학교 등 주요 기반시설이 들어서지 않고 있다.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영종하늘도시 아파트 중 지난 8일 첫 준공 승인을 받은 동보노빌리티는 2009년 585가구가 분양됐다. 이 중 절반이 넘는 300여가구가 전씨처럼 입주를 거부하고 있다. 전씨는 33평을 확장비 1400만원 등 3억4900만원에 분양 받았다. 중도금은 시행사에서 후불 이자로 대출해 줬으며, 입주 때 잔금을 치러야 한다. 

그는 “영종도라는 작은 섬에 성냥갑 같은 콘크리트 건물만 우후죽순처럼 세워졌을 뿐 기반시설과 편의시설이 거의 없어 3년 전 분양가보다 아파트 가치가 30~40% 떨어진 탓에 되팔려 해도 집을 보러 오는 사람조차 없다”고 말했다.

11월 입주 예정인 현대힐스테이트를 분양받은 이모씨(44)도 당분간은 입주하지 않고 전세를 놓을 예정이다. 맞벌이를 하는 이씨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야 하는데 중학교는 6㎞나 떨어져 있고 고등학교는 내년에 개교한다”면서 “학교는 그렇다 치고 학원 하나 없는 도시에 어떻게 들어가겠느냐”고 말했다.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영종하늘도시에는 1만가구 정도가 입주해야 하지만 LH의 임대아파트를 제외한 일반분양자는 입주할 사람이 전체의 10%도 안될 것”이라며 “당분간은 거주민이 없는 ‘유령 신도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아파트 분양가보다 10~20% 싸게 매물이 나와도 찾는 사람이 없어 사실상 ‘전체가 매물’ ”이라며 “전세도 20평형은 5000만~7000만원, 30평형은 6000만~8000만원 정도의 헐값에 나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영종하늘도시 인근 GS 영종자이는 1022가구가 분양됐지만 500여가구가 계약금을 포기하고 입주를 하지 않고 있다.

이 아파트는 법원에 의해 공매 처분돼도 낙찰률이 55~60%에 불과한 실정이다. 금호 어울림 아파트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들 아파트는 분양가보다 최고 20~30% 할인된 값에 나와있지만 수년째 빈 곳이 수두룩하다.

입주 예정자 이모씨(45)는 “계약금을 떼이기 싫고 당장 전셋집을 비워줘야 하는 처지에 놓였지만 통행료 생각만 하면 분통이 터져 입주하기가 싫다”고 말했다. 이곳에 거주하면서 인천과 서울에 직장이 있는 경우 출퇴근 때마다 민자로 건설된 인천대교와 영종대교를 이용할 수밖에 없어 값비싼 통행료를 내야 한다. 

왕복 통행료가 인천대교는 1만1600원, 영종대교도 서울로 오갈 때는 왕복 통행료가 1만5400원이나 든다. 그나마 인천 방향은 인천시가 현지인에 대해 통행료를 100% 감면해주고 있지만 내년 3월이면 할인혜택도 종료된다. 기름값까지 계산하면 하루 평균 3만원가량을 도로에 뿌려야 하는 셈이다.

인천 |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