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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21일 목요일

간접광고를 바라보는 시청자의 불편한 시선


이글은 미디어스 2013-03-20일자 기사 '간접광고를 바라보는 시청자의 불편한 시선'을 퍼왔습니다.
[시민권과 미디어]

지난 12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상파 3사의 심의 책임자와 회의를 열고 최근 심의규정 위반사례가 늘고 있는 간접광고와 관련 자정 노력을 촉구했다. 또한 지상파의 PPL  문제가 ‘덕지덕지…낯두꺼워진 드라마속 PPL’이라는 기사 제목으로 뉴스지면에 언급되고 있다. 한마디로 ‘해도 너무한다’는 말이다. 간접광고는 시청자의 시청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자연스러운 노출로 상품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는 효과가 있다. 그런데 최근 TV 프로그램에서의 간접광고는 간접광고가 아닌 직접광고 수준에 이르렀다는 게 문제이다.

▲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캡처ⓒSBS

PPL의 진화 - 홈페이지 상품홍보안내

예를 들면 최근 방송중인 SBS 수목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 남성복 브랜드 파크랜드 매장에서 남자주인공 오수(조인성)에게 양복을 선물하며 오영(송혜교)는 "남자 옷은 우리 브랜드가 최고야"라고 말하고 오수는 "나도 알아"라고 답한다. 뿐만 아니라 오수가 '라네즈' 매장에서 메이크업을 받는 오영을 기다리는 장면을 비롯해 오수가 사용하는 차량(제네시스)과 극중 인물들이 빈번하게 만남을 갖는 카페(디초콜릿), 오수가 입은 등산복(블랙야크)에 이르기까지 노골적으로 노출된다. 드라마 자체가 광고백화점이라고 할 만 하다.
KBS 드라마 ‘광고천재 이태백’의 경우 드라마 홈페이지를 들어가면 ‘이것이 궁금하세요’ 코너에 드라마에 등장한 상품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소개한다. 시청자는 드라마에 등장하는 상품 소비를 강요당하고 있는 것이다. 

사업자에 유리한 상표권 해석

작년부터 지속적으로 드라마나 뉴스 속 간접광고를 모니터 하고 있는 언론인권센터 모니터팀은 최근 방심위에 민원을 냈다. 그 내용은 (내딸 서영이)가 방송법상 협찬과 간접광고 규정이 모호한 것을 이용, 의류업체 ‘지센’에 대해 장소 협찬이라는 명목으로 사실상 간접광고를 했다는 것이다. 또한 (내딸 서영이) 37회는 57분부터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모두 4분여 가량 ‘HOLLYS COFFEE’ 혹은 ‘HOLLYS COFFEE’를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로고들이 지속적으로 노출했다. 언론인권센터는 이러한 간접광고 노출이 전체 방영시간의 1/20을 넘지 못하도록 되어있는 방송법의 간접광고 허용범위를 넘고 있다고 판단했고, 이에 대한 조치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방송화면의 노출크기 및 시간측정을 담당하는 중앙전파관리의 전파보호과(방송서비스 시장의 금지행위 사실조사를 담당하고 있음)는 “방송법 시행령 제59조의3 제1항 5호에 대한 간접광고 노출시간을 산정함에 있어 상표 및 로고가 화면에 전부 노출된 상태에서 이를 식별할 수 있는 정도 크기인 경우에 한하여 노출시간으로 적용하고 있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현재의 간접광고는 로고나 상품이 100%로 노출되지 않았기에 방송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시청자는 드라마 속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모습만 봐도, 카페로고가 조금만 보여도 어떤 브랜드인지 식별이 가능하다. 단순히 상표 및 로고의 노출 정도나 크기가 아니라 식별 가능성 여부를 엄밀히 따져봐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언론인권센터 모니터팀은 상표권에 대한 대법원의 판례를 찾았다.
“상표의 구성 중 식별력이 없거나 미약한 부분과 동일한 표장이 거래사회에서 오랜 기간 사용된 결과 상표의 등록 또는 지정상품 추가등록 전부터 수요가 가에 누구의 업무에 관련된 상품을 표시하는 것인가 현저하게 인식되어 있는 경우에는 그 부분은 사용된 상품에 관하여 식별력이 있는 요부로 보아 상표의 유사여부를 판단할 수 있고…”(대법원2011후774)
사업자들이 상표권을 가지고 다툴 경우의 식별에 대해 대법원의 명쾌한 해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드라마 속 간접광고에 대해서 지나치게 관대한 해석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구체적인 법개정이 필요하다

현재 간접광고 노출의 허용범위 등에 대한 명문화된 가이드라인이 없기 때문에 방송사측에서 자의적으로 간접광고를 남용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규제하고 있지 못하다. 간접광고를 상세하게 규정하는 법개정이 필요하다.
간접광고 노출시간과 노출화면에 대한 세부적 규정 마련이 필요하고, 간접광고와 협찬고지의 조항이 상충되어 있는 것은 조정되어야 한다. 간접광고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하여 협찬(소품, 장소)광고물 노출 등의 개념을 체계적으로 정해야 한다.
그리고 억지 연출로 간접 광고를 하는 경우에 대한 규제 규정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 경우는 간접 광고를 넘어 불법 광고행위로 보고 제재해야 할 것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단순 제품 노출이 아닌 대사와 자막 등을 활용하거나 제품의 고유 기능을 부각시키는 경우는 법령에 위배 될 수 있어 보다 강력히 규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모호한 법규정으로는 솜방망이 규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시민의 의견을 수렴해 간접광고에 대해 더욱 엄격하고 상세한 규정을 시급히 만들 것을 촉구한다.

윤여진/언론인권센터 사무처장  |  webmaster@mediaus.co.kr

2012년 8월 15일 수요일

화면 가득 채운 디지털 전환 TV 자막에 시청자 불만 폭발


이글은 경향신문 2012-08-14일자 기사 '화면 가득 채운 디지털 전환 TV 자막에 시청자 불만 폭발'을 퍼왔습니다.

내년부터 시작될 디지털 TV 방송을 앞두고 아날로그 TV를 디지털 TV로 전환할 것을 안내하는 자막이 화면 일부를 가리던 것에서 전체 화면을 가리는 상태로 확대되면서 시청자들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다음 아고라에 ‘방송통신위원회를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린 누리꾼은 하루에도 수차례 디지털 TV 전환 안내 자막이 약 15분씩 화면을 가려 시청을 방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누리꾼은 “방통위에 민원을 냈으나 정부시책이니 이해해 달라는 답변만 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연속극이나 뉴스 시간만 골라서 이 같은 자막이 나오고 있다”며 “국가기관이 이렇게 막무가내로 국민의 시청권을 빼앗아도 되는 거냐”고 말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아날로그 방송을 보는 사람들에 대한 정부의 자막테러”라고 말했다.

지상파 아날로그 방송은 올해 12월31일 종료될 예정이다. 방통위는 디지털 전환율이 높아 방송 종료 여건이 조성된 지역들 먼저 순차적으로 아날로그 방송을 종료할 계획이다. 전환율이 99%를 넘는 울산 지역은 6월20일부터 TV 화면 전체를 안내 자막으로 가리고 있어 디지털 TV로 전환하지 않은 시청자들은 불편을 겪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디지털 방송 전환 신청이 연말에 몰리는 것을 막으려고 지난 1월부터 화면의 30%를 가리던 자막 크기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울산처럼 신청률이 높고 미전환 가구가 적은 지역은 50%에서 100%로 자막크기를 늘렸다”고 설명했다. 울산 지역는 오는 8월16일 오후 2시 아날로그 방송이 완전히 종료될 예정이다.

방통위는 시청자들의 불만에 대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시청자 본인이 디지털 TV 전환대상인지조차 알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하다”며 “어떤 가구가 디지털 전환이 필요한지 파악하고 개별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불가능해 자막 방송이 이용되고 있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다음 아고라 제공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2012년 6월 16일 토요일

KBS 김철민 앵커, 파업 참가 이유로 원직 복귀 불가


시청자들에 예의라니? 당신들이 공정보도하지 않고 편파보도하는건 그럼 예의가 아니고 뭐냐는.. 즉각 복귀 시켜라!!!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6-15일자 기사 'KBS 김철민 앵커, 파업 참가 이유로 원직 복귀 불가'를 퍼왔습니다.
기자들 “미운털 박혔다고 함부로 쫓아내나”… 사측 “시청자에 대한 예의, 절대 안돼”

KBS 새노조 파업에 동참하려다 뉴스 앵커자리에서 빠진 김철민 KBS (뉴스12) 앵커의 복귀가 불가하다는 KBS 입장에 대해 소속 기자들이 연명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95일 만에 파업을 접은 KBS 새노조 조합원이자 KBS 보도국 뉴스제작3부 소속인 김경래 김나나 류란 박경호 이랑 이철호 정수영 정아연 기자 등 8명은 업무복귀 6일째인 14일 성명을 내어 파업에 동참하고자 뉴스앵커 자리에서 내려온 김철민 앵커의 즉각적인 복귀를 촉구했다. 이들은 KBS가 김 앵커의 12시 뉴스 앵커직 배제방침에 대해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김 앵커에 대해 “숱한 보도본부 중·고참 기자들이 정의로운 투쟁에 동참하기를 망설이던 파업 와중에 분연히 업무를 내려놓고 싸움에 합류한 주인공”이라며 “PD를 비롯한 다른 직종의 고참급 선배들이 보직을 포기한 채 파업에 동참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한없이 부러우면서도 부끄러움을 떨칠 수 없었던 기자 후배들에게 자부심과 희망을 품게 해 준 소중한 존재였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이어 “12시 뉴스는 9시뉴스, 뉴스광장과 더불어 우리 보도를 대표하는 간판으로, 김철민 기자는 지금까지 김정일 사망과 여러 속보와 특보 상황에서도 훌륭하게 뉴스를 진행해왔다”며 “미운털이 박혔다고 함부로 쫓아내고 아무나 자리에 앉힐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김철민(왼쪽) KBS <뉴스12> 앵커

이들은 이화섭 본부장을 비롯한 보도본부 수뇌부에 대해 “김철민 기자를 앵커직에 복귀시키지 않는 작태는 비열한 보복이자 파업 참가를 처벌 대상으로 삼겠다는 노골적인 선포로 해석하지 않을 수 없다”며 “숱한 보도본부 식구들의 희생과 분노 앞에 손톱만큼도 달라지지 않은 이 본부장과 간부들의 모습에 분노를 넘어 경멸을 금할 수 없다”고 개탄했다.
이들은 “김철민 기자를 즉각 파업 동참 이전 보직인 12시 뉴스 앵커직에 복귀시키지 않을 경우 모든 것을 걸고 끝까지 싸울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KBS 경영진은 불가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배재성 KBS 홍보실장은 15일 “당시 본인이 뉴스편집부장과 보도국장 등에게 ‘파업에 나선 동료를 외면하기가 심정적으로 어려우니 앵커에서 물러나겠다’고 하고 파업에 참여했다”며 “뉴스의 간판인 앵커가 파업 때문에 물러났는데, 파업 끝났다고 복귀시킨 일이 없다”고 밝혔다.
배 실장은 “기자들이 뉴스제작하는 것과 달리 앵커는 시청자이 줄곧 보는 뉴스의 얼굴이기 때문에 영속성이 없으면, 다른 이로 대체할 수밖에 없다”며 “그것이 시청자에 대한 약속이고 예의다. 무엇보다 본인이 감수하고 선택한 것인데, 기자들이 왜 자꾸 지켜주려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한상덕(왼쪽) KBS <뉴스12>

이와는 달리 KBS는 지난 7일 노사합의서를 통해 “상호 신뢰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영방송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고 밝혔다. 여러 갈등과 앙금을 넘어 소통하겠다고 해놓고 파업참가자의 앵커 복귀는 안된다는 주장은 배려와 양보 정신과는 거리가 먼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편, 김철민 앵커는 지난달 14일부터 파업에 동참하기로 하고 앵커직에서 내려왔다. 그 대신 한상덕 KBS (일요뉴스타임) 앵커(전 KBS 홍보국장)가 12시 뉴스 앵커를 맡아 현재까지 진행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 chh@mediatoday.co.kr 

2012년 5월 30일 수요일

배현진 "노조 협박과 폭력" vs 이남호 "모욕 마라"


이글은 뷰스엔뉴스(Views&News) 2012-05-30일자 기사 '배현진 "노조 협박과 폭력" vs 이남호 "모욕 마라"'를 퍼왔습니다.
배 "조직내에 공포 분위기 감돌아" vs 이 "시청자 팔지 마라"

MBC 파업 도중에 복귀한 배현진 (뉴스데스크) 앵커가 29일 파업 동안에 선배의 폭력과 협박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이에 대해 파업중인 이남호 기자가 그런 일이 있었으면 고소를 하라며 배 앵커를 질타하는 등 파문이 일고 있다. 

업무 복귀후 SNS 등에서 비판의 대상이 된 배현진 앵커는 29일 MBC인트라넷 자유발언대에 올린 글을 통해 지난 2월 선배 아나운서와 만났더니 파업에 소극적인 자신에게 선배가 "“오늘 화가 나서 부른 거다. 우리가 옳은 일을 하는 것이다. 대의를 위해 사소한 거짓말이나 작은 진실은 덮고 넘어가야 할 때도 있다. 어쩔 수 없는 희생이다. 계속 이런 식이라면 너 같은 아이는 파업이 끝난 뒤 앵커고 방송이고 절대 못하게 하겠다. 어떻게든 내가 그렇게 하겠다”고 협박을 했다고 주장했다.

배 앵커는 더 나아가 "한 달 두달 월급을 못 받고 상황이 악화 될수록 조직 안에 말로 표현하기 힘든 공포 분위기가 감돌았다"며 "아나운서 노조원 사이에서도 투쟁 동력을 떨어뜨릴만한 행위가 이의제기가 서로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때로 불성실한 후배를 다잡기 위해 공공연한 장소에서 불호령을 내리거나 심지어 폭력을 가하는 믿기 힘든 상황도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배 앵커와 연차가 같은 이남호 기획취재부 기자는 즉각 블로그에 올린 반박 글을 통해 "노조의 총파업 돌입을 결의하면 노조원은 따르는 게 순리입니다. 말그대로 노조원이니까요. 아니라면 노조를 탈퇴하면 될 일이지요"라며 "마치 배현진 씨가 처음에 제대로 생각도 안하고 파업에 들어갔던 일을 상황이 그래서 어쩔 수 없었다는 식은. 언론인이 보일 자세는 아닌 것 같군요. 비겁합니다"라고 질타했다.

그는 또한 폭력과 협박설에 대해서도 "도대체 어느 선배를 이야기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 선배가 그랬다고 칩시다. 그러나 왜 그 선배와 노조가 동일시 되어야하는지 모르겠다. 굳이 파업이 아니라 일상 업무 중에도 선후배간 트러블은 빈번한 일. 때로는 그게 납득이 안갈 때도 있지만 그건 드러내놓고 해결하면 될 일"이라며 "그것이 마치 노조가 그런 지시를 내린 것처럼 쓰신 것은 대단히 이해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그는 "폭력 행사가 있었다는 부분은 도대체 누가 어떻게 했다는 건지. 저는 배현진씨와 같은 연차지만 이번 파업을 겪으면서 한번도 그런 일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며 "그런 일이 있었다면 인사위에 부치든 형사적 처벌을 하든 해결책을 찾으시기 바란다. 이런데서 이런 식으로 언급해서 그게 마치 노조 전반의 문화인 것처럼 악용하시지 말고"라고 일갈했다.

그는 "제발 부탁하는데 자신의 생각과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시청자를 끌어들이지 마십시오. 시청자는 '봉'이 아닙니다"라고 힐난하기도 했다.

다음은 배 앵커와 이 기자의 글 전문.

배현진 앵커가 사내 인트라넷에 올린 전문

103일간의 파업 후, 노조 탈퇴, 

방송에 복귀한 후 동료들이 SNS상에 남긴 멘션들이 여럿 기사화 되었습니다. 

저는 분명, 개인적인 고민과 결단에 의해 현업에 복귀하겠다 밝혔을 뿐인데 제 의지보다 더 폭넓은 해석과 의미를 부여하신 듯 합니다.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셨던 그 간의 제 고민에 대해 정직하게 밝히는 글입니다. 

말씀드리지만 일련의 상황을 낱낱이 이야기 하며 제 결정을 다시 설명해야 하는 상황 자체는 안타깝습니다. 

● 파업 참여 과정, 뉴스 하차는 상황에 따른 불가피한 수순

지난 1월 25일 수요일, MBC 보도국 기자회는 보도국장과 보도본부장의 퇴임을 요구하며 사흘간의 제작거부 농성에 돌입했습니다. 뉴스 파행이 예상되는 비상상황에서 보도국 편집부는 수목금, 평일 뉴스데스크를 15분으로 줄이기로 결정했습니다. 뉴스 시간 단축에 따라 co-anchor 에서 one-anchor로 대체 운영하기로 했고 당분간 제가 뉴스에서 빠지기로 협의했습니다. 그런데 보도국 제작거부 농성 첫 날 SNS상에는 ‘사측이 배현진 앵커를 강제 하차 시켰다는 MBC 노조발 멘션이 활발히 리트윗 되고 있었습니다. 

사실이 아니었기에 노조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문의했습니다. 당시 전화를 받은 이용마 노조홍보국장은 “ 몰랐다 미안하다. 확인 후 이름을 지워주겠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무수히 RT가 되어버린 뒤였습니다. 모르는 사이 사측으로부터 탄압받은 여자 앵커가 되었고 ,이용마 국장에게는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것에 제 이름 석자를 동원하지 않아주셨으면 하고 당부 드렸습니다. 

그리고 사흘 뒤 토요일, 노조는 ‘1월 30일 월요일 06시부로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의했습니다. 총파업 찬반 투표는 제작거부 기간 중 함께 진행되었고 결과는 이러했습니다. 

전체 노조원 939명 중 783명이 투표해 533명 찬성, 15명 무효, 235명 반대 69.4%로 찬성 가결. 이전 파업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찬성률이었지만 이미 ‘가결’된 사안이었기에 원칙대로 파업에 돌입해야 했습니다. 물론 제작거부 기간이었기 때문에 뉴스 잔류, 하차 여부를 선택할 기회와 겨를은 없었습니다. 이것이 당초 제 거취를 택할 수 없었던 이유입니다. 

● 배현진, 왜 무엇을 고민하게 됐나

저는 뉴스 앵커로서 편집회의에 참석하고 아이템 결정과정에 참여하고 앵커 멘트를 직접 작성합니다. 적어도 저희가 외압에 굴복해 불공정 보도를 했다면 ‘그냥 그런 것 같다. 마음에 안 든다’ 정도가 아니라 ‘어느 날, 어느 뉴스’ 등의 실증적인 사례를 들어 사죄드려야 합니다. 다소 늦었더라도, 노조 지도부의 결정을 전적으로 지지해야하는 지, 9 시 뉴스데스크의 제작 현장에 있었던 제 경험에 비춰 파업의 명분을 재검토 해야 하는 지 확실히 해야 했습니다. 예컨대 파업의 시점과 파업 돌입의 결정적 사유에 대해서 충분히 설득되지 않은 채 그저 동원되는 모양새는 수긍할 수 없었습니다.

선배들께서는 ‘입사 후 고속으로 뉴스데스크 앵커 자리에 앉다보니 할 필요 없는 걱정까지 한다. 생각을 간단히 하라. 여자들은 군대에 다녀오지 않아서 조직의 생리를 모른다. 그냥 따라와라’며 저의 고민을 일축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파업이라는 최극단의 선택을 100% 이해 못하는 동료들을 많이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입사 5년 차이고, 파업은 네 번째입니다. 연이은 파업 피로를 덜기 위해 많은 문화행사가 기획됐고, 마치 대학 축제 같은 즐거운 파업 분위기가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먼저 황급했던 파업돌입의 이유 등을 공유할 만한 장이 마련됐어야 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 우리의 정치적 중립성에 관하여-

조심스러운 이야기입니다. 지극히 제 개인적 생각임을 먼저 밝힙니다. 

적극적인 집회 참석을 유보해오던 중 아나운서 동료가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받았습니다. 동료들은 큰 충격과 박탈감에 휩싸였습니다. 그 누구도 더 이상 여지를 줄 수 없다는 분위기가 조성됐습니다. 제게도 집회에 성실히 참여해 달라는 압박이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집회에 나가도 마음이 어지러웠습니다. 

야당 측 국회의원과 진보 진영의 저명인사들이 차례로 초청되었고 이른바 소셜테이너로 알려지며 여러 번 정치적 성향을 밝혀온 연예인들이 방문해 파업을 독려했습니다. 초청 인사들의 말씀은 모두 지당한 말씀이었습니다. 공정방송을 지향하기 위해 언론 독립이 이뤄져야 한다. 이 사실에 누가 이의를 달겠습니까. 그러나 비단 ‘진보 인사’이기 때문이 아니라 ‘공정방송’과 ‘완벽한 언론 독립’을 기치로 내건 우리였기에 여야를 막론하고 한 쪽 진영의 인사들에게 무게가 실리는 듯한 모습은 다소 위태롭게 느껴졌습니다. 

집행부인 한 아나운서 선배를 통해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우리가 스스로 실책에 대해 통렬히 반성한 것이라면 다시 일어서는 것도 반드시 스스로여야 한다. 특히 정치적인 힘을 빌리거나 특정 진영과 함께 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선배의 대답은 제 의도를 비껴갔습니다. 

“보수진영 정치인이나 저명인사들이 우리 파업에 지지의사를 보내준다면 당연히 초청할 것이다. 그렇지 않아서 못 부르는 것일 뿐”

진보건 보수건 간에 ‘이미 자립 의지를 잃은 것인가. 허탈했습니다. 4.11 총선 후 노조의 행보는 이전에 비해 고요했습니다. 여기저기서 야당의 총선 패배로 노조가 소위 멘탈 붕괴 상태라는 식의 소문이 돌고 돌아 제게도 들어왔습니다. 물론 노조는 곧 사실무근이라며 공식 반박했습니다. 정말 소문이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언론인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정치적 의사 표현과 참여는 오로지 유권자로서 선거와 투표를 통해서만 가능한 것입니다. 저는 우리의 파업이 이 무게 중심을 잃고 있지 않나 우려됐습니다. 

● 선배의 엄포, 진실의 무게는 과연 잴 수 있는가 의문

아직 찬기가 가시지 않은 2월의 마지막 날, 모 아나운서 선배와 여의도 모처에서 만났습니다. 

이미 많은 선배들이 파업에 적극 참여하지 못하는 저를 염려했었기에 같은 이유시냐 물었습니다. 

“선배님 저 혼란스러워서 제 이름과 얼굴 걸고 당당히 참여하기 힘듦니다. 뉴스 앵커고 공명선거 홍보대사인데 정치적 색채를 가진 구호를 외치거나 그런 성격의 집회 자리에는 갈 수 없습니다. 그리고 노보에 사실확인이 명확히 되지 않은 채 실리는 내용들도 영 마음에 걸립니다. 

“오늘 화가 나서 부른 거다. 우리가 옳은 일을 하는 것이다. 대의를 위해 사소한 거짓말이나 작은 진실은 덮고 넘어가야 할 때도 있다. 어쩔 수 없는 희생이다. 계속 이런 식이라면 너 같은 아이는 파업이 끝난 뒤 앵커고 방송이고 절대 못하게 하겠다. 어떻게든 내가 그렇게 하겠다”

“그런 논리라면 계속해서 진정성에 의심 갖는 제가 이쯤에서 더 귀찮게 묻지 않고 그만 두는 게 맞겠네요”

“...... 그건 안돼. 그렇게 되면 노조가 안 된다. 그리하겠다면 지금 내가 무릎 꿇고라도 말려야 한다. 휴......그만 가자. 소화 안 된다”

만남은 아무 소득없이 이렇게 끝났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진실이란게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 것으로 나눠 말할 수 있는 것일까요. 

묻고 싶습니다. 공정이라는 대의를 쟁취하자고 수단이 거짓이어도 된다는 건 제 상식으론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 이해하기 힘든 동료간 인신 공격. 어떻게 가능해졌나

사상 유례없는 끝장 파업. 최장 파업 기록 갱신. 

한 달 두달 월급을 못 받고 상황이 악화 될수록 조직 안에 말로 표현하기 힘든 공포 분위기가 감돌았습니다. 

방송에 복귀한 뒤 ,또는 등 자극적인 SNS 멘션들이 같은 회사 동료의 입에서 나왔다는 것도 이런 불안한 심리 상태의 방증이라 생각합니다. 

아나운서 노조원 사이에서도 투쟁 동력을 떨어뜨릴만한 행위가 이의제기가 서로 불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때로 불성실한 후배를 다잡기 위해 공공연한 장소에서 불호령을 내리거나 심지어 폭력을 가하는 믿기 힘든 상황도 벌어졌습니다. 

민주적 절차를 실천해야 할 노조 내에서 절대로 목격되어선 안 되는 장면이었습니다. 저 아닌 누구라도 어떤 일에 참여의 의미가 없다 판단될 때 언제든 그만 둘 수 있는 것, 그리고 그 결정을 존중하는 것, 아파도 이것이 민주주의라 생각합니다. 누구도 다른 사람의 생각을 가두거나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함께 고쳐나가자는 건강했던 마음이 일부 변질되고 있다고 저는 판단했습니다. 

● 마지막 고백과 약속

저 또한 바른 방송인, 바른 언론인의 화두를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번 파업 내내 고민한 것입니다. 다수가 속한 조직에서 나오겠다는 결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두려움 때문이었습니다. 파업은 언젠가 끝납니다. 상황을 지켜보며 눈치껏 참여하다보면 더 환영받으며 복귀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점점 더 의의를 잃어가고 있는 제가 눈치 보는 것 또한 비겁이라 생각했습니다. 

자기 소신에 의해 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분들의 뜻, 존중합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제 신분은 비노조원인 MBC 아나운서입니다. 노조에서 나왔다고 어느 정권 편이니 사측이니 하며 편을 가르려는 시도, 그 의도 매우 불쾌합니다. 

여전히 제게 가장 준엄한 대상은 시청자뿐입니다. 

진정성 있는 대의명분과 정당한 수단을 이 두 가지가 완전히 충족되지 않는 한 두려움 등 그 어떤 이유로도 자리를 비우지 않을 것입니다. 

지켜봐 주십시오. 고맙습니다. 

MBC 이남호 기획취재부 기자가 블로그에 올린 글 전문

배현진씨에게 

배현진씨가 무슨 고민을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지금 올린 글은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배현진씨가 그 때 올렸던 글은 아무런 내용도 담고 있지 않고 뉘앙스만 흘리는 말이었습니다. 도대체 어디에 개인적인 고민과 결단이 담겼는데 다른 사람들이 더 폭넓게 해석을 했다는 건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배현진씨가 올린 글을 되짚어야 하는 상황 자체는 저도 안타깝습니다.

-파업참여 과정, 불가피한 수순?

노조의 총파업 돌입을 결의하면 노조원은 따르는 게 순리입니다. 말그대로 노조원이니까요. 아니라면 노조를 탈퇴하면 될 일이지요. 이전에 이미 뉴스를 하차해서 어쩔 수 없었다는 식도 말이 안됩니다.

앵커가 아니면 사원이 아닙니까? 그냥 출근하면 됩니다. 마치 배현진 씨가 처음에 제대로 생각도 안하고 파업에 들어갔던 일을 상황이 그래서 어쩔 수 없었다는 식은. 언론인이 보일 자세는 아닌 것 같군요. 비겁합니다.

그리고 현저히 낮은 찬성률 운운할 필요는 없습니다. 마치 배현진씨와 같은 생각을 가진 노조원들이 지금 억지로 파업에 끌려가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고 싶으신 건지 모르겠습니다만 이제 파업은 노조가 억지로 끌고갈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그야말로 1백일이 넘은 상태니까요. 게다가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들의 수는 지속적으로 늘어났다는 점을 감안하시기 바랍니다 (이같은 발언은 참으로 정치적으로 보입니다)

-배현진, 고민하기는 했나?

뉴스 앵커로서 편집회의에 참석하고 아이템 결정과정에 참석하고 앵커멘트도 결정하는 앵커가 그간의 우리 뉴스가 어떻게 돌아갔는지 실증적인 데이터를 내놔야 납득하겠다? 아닙니다. 

오히려 그 자리에 있었던 앵커가 있었던 잘못들을 더 설명하고 사죄해야하는 게 맞습니다. 적어도 우리 뉴스가 공정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말입니다. 

설마 배현진 앵커가 제작 현장에서 경험했던 우리 뉴스는 공정해보였던 건가요? 혹시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군요. 정말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묻고 싶습니다.

또하나. 노조와 기자회는 그간 불공정보도 사례를 충분히 정리해서 내놓고 사죄했습니다. 지난 총선보도의 문제점도 지적했죠. 노조원으로서 노보를 성실히 읽어보셨다면 그에 대한 오해가 없었을 텐데 아쉽습니다.

-정치적 중립성?

먼저 이번의 언론 공영성 훼손이 어느 정부에서 이뤄졌는지를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야당 인사들이 주로 참여했다고요? 그럼 이명박 정부 인사들이 내려와서 김 사장을 비판할 줄 알았던 겁니까?

배현진 씨의 논리는 오른쪽과 왼쪽을 모두 사용해야하니 오른손으로 오른손을 잡고 왼손으로 왼손을 잡으라는 식의 궤변입니다. 

소위 진보진영이라는 정권이 들어서서 같은 탄압을 한다면 그 때는 반대진영의 이야기를 귀기울이는 게 상식이고 당연한 일입니다. 그리고 정치의 힘을 빌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서야 한다고 하셨는데. 정말 옳은 말씀입니다.

그런데 배현진씨는 스스로 일어나기 위해 무엇을 하셨나요? 본인 스스로 말했듯 제대로 고민도 안해보고 파업에 뛰어들었고 이제는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다시 앵커자리에 앉아있으면서 스스로 언론인이기 위해 무엇을 노력했는지 되묻고 싶습니다.

-선배의 엄포, 진실인가?

도대체 어느 선배를 이야기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만 그 선배가 그랬다고 칩시다. 그러나 왜 그 선배와 노조가 동일시 되어야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굳이 파업이 아니라 일상 업무 중에도 선후배간 트러블은 빈번한 일. 때로는 그게 납득이 안갈 때도 있지만 그건 드러내놓고 해결하면 될 일입니다.

그것이 마치 노조가 그런 지시를 내린 것처럼 쓰신 것은 대단히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런 일이 있어서 제대로 해결하려고 해봤나요? 이 선배는 노조와 입장이 같으니까 노조도 이런 식으로 굴러가는 걸 꺼야. 단정짓고 만 것은 아닙니까?

-인신공격? 불안감?

파업 당연히 불안합니다.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내려놓는 일인데 불안하지 않을 수 있습니까? 그 불안감은 원초적인 것이고 부정할 수 없는 겁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자리에 섰던 것은 그 불안감을 넘어서 찾아야할 가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마치 노조원들이 패배의 공포감에 휩싸여서 여기 저기서 못할 짓을 하고 있다는 식의 지적은 납득할 수 없습니다. 그 가치를 찾아서 불안감을 넘고 있는 사람들을 모욕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폭력 행사가 있었다는 부분은 도대체 누가 어떻게 했다는 건지. 저는 배현진씨와 같은 연차지만 이번 파업을 겪으면서 한번도 그런 일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다면 인사위에 부치든 형사적 처벌을 하든 해결책을 찾으시기 바랍니다. 이런데서 이런 식으로 언급해서 그게 마치 노조 전반의 문화인 것처럼 악용하시지 말고.

-고백도 약속도 남김없이

배현진씨는 시청자를 말합니다. 그러나 시청자는 말이없습니다. 당연하죠. TV는 일방향 소통도구니까요. 그래서 먼저 찾아야하는 건 언론인 본인의 양심입니다. 본인이 이 말을 하면서 과연 진실인지. 옳은 말인지. 따져보는 것이죠. 시청자가 말이 없다고 아.. 괜찮구나 하는 건 자위행위에 다름아닙니다.

배현진씨가 올라가서 며칠만에 한 권재홍 앵커 충격 멘트.. 어떻습니까? 진실입니까? 시청자들이 말이 없어서? 

제발 부탁하는데 자신의 생각과 입장을 대변하기위해 시청자를 끌어들이지 마십시오. 시청자는 '봉'이 아닙니다.

김혜영 기자

2012년 5월 29일 화요일

권재홍 MBC 앵커 복귀… "시청자들이 우습나"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5-28일자 기사 '권재홍 MBC 앵커 복귀… "시청자들이 우습나"'를 퍼왔습니다.
말 바꾸기, 허위 보도 논란에 큰 문제 없다는 입장… 노조, 즉각 사퇴 촉구

권재홍 MBC 보도본부장이 28일 9시 뉴스데스크에 복귀한다. 지난 17일 뉴스데스크에서 노조원들의 퇴근 저지 과정에서 허리 등의 부상으로 인해 뉴스 진행 잠정 중단을 선언한 지 12일 만이다.
MBC와 권 본부장은 MBC 노동조합이 관련 영상을 공개하며 일체의 신체적 접촉이 없었다고 반박하자 허벅지에서 허리로 부상 부위 등을 바뀌고, 노조원으로부터 청원경찰이 밀려 허리, 다리 등을 차문에 끼었다고 말을 바꾼다가 결국 신체적 접촉이 아닌 정신적 충격으로 인한 두통 등의 진단을 받았다고 실토한 바 있다.
특히 권 본부장은 말바꾸기 논란이 커지자 사측의 통보를 통해 “정신적 충격을 가한 것도 폭력이며, 그 정도로 충격을 입을 만큼 심신이 약한 게 문제라면 나는 아무 할 말도 없는 것이냐”고 항변하면서 자신이 피해자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권 본부장의 개인 입장 발표는 오히려 자신의 신체적 접촉에 의한 부상 소식을 다룬 뉴스데스크가 오보임을 스스로 시인한 꼴이 됐다. 권 본부장은 뒤늦게 지난 17일 뉴스 보도를 직접 지시한 당사자로 알려지면서 거짓말 논란과 함께 뉴스 사유화 논란도 불러일으켰다.
MBC 홍보국은 권 본부장의 복귀와 관련해 "지난주에도 복귀 논의가 있다가 오늘 복귀하기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권 본부장은 지난 25일 퇴원해 스트레트성 두통이라는 진단에 따라 약물 치료를 받아왔다고 밝힌 바 있다.
MBC 홍보국 송윤석 부장은 말바꾸기 논란에 대해 "우리가 처음 권 본부장이 허리를 삐긋한 것으로 가지고 타박성이라고 밝혔는데, 병원에서 신체적 접촉에 의한 타박상 부분은 근육이완제를 처방받고 큰 부상이 아니라고 한 것이고 정신적 충격으로 인한 두통과 탈진 등이 메인 증상으로 진단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MBC 노조가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와 손해배상 청구를 낸 것에 대해서도 "방송된 뉴스를 보면 노조원으로부터 직접적인 물리적 접촉이라고 하지 않았다. 정정할만한 성질이 아니다"면서 "노조원 40~50명으로부터 둘러싸인 것을 폭력적인 상황이라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결국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권 본부장의 복귀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 권재홍 MBC 보도본부장 @MBC

이날 뉴스에서도 권 본부장은 앵커직 복귀에 대한 경위 설명을 별도로 하지 않을 예정이다. MBC 관계자는 "이전에 충분히 기사에서 논란이 됐고, 특보를 통해 입장을 밝힌 마당에 복귀의 변을 준비한다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다. 신상발언을 따로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MBC 노조는 하지만 "대체 시청자를 얼마나 우습게 보기에 거짓말의 당사자가 사실과 객관성을 생명으로 하는 ‘뉴스’를 전하겠다고 복귀하는가?"라며 강하게 반발하며 권 본부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MBC 노조는 "명백한 ‘허위-왜곡’ 보도를 하도록 직접 지시했던 당사자가 또 다시 에 얼굴을 내미는 파렴치한 행위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이제 애국가 시청률 밖에 안될 정도로 아무도 안보는 뉴스가 됐으니 누가 무슨 말을 지껄여대도 상관없다는 것인가?"이라고 비난했다.
MBC 노조는 권 본부장이 심신이 약했던 자신이 기자들로부터 저지를 당해 큰 정신적 충격을 입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후배 기자들에게 오히려 성을 내는 등 궁색한 변명과 궤변만 늘어놓았다"며 "그렇게 따지면 해고도 모자라 재산 가압류에다 구속 위협까지 당하고 있는 당신의 후배들은 ‘정신적 충격’으로 이미 몇 달 동안 입원해야 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오는 30일 박성호 MBC 기자회장과 최형문 대변인, 왕종명 기자 등 3명을 시용기자 채용 반대 시위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인사위원회에 회부한 것을 두고도 언론중재위에 정정보도를 청구한 데 대한 보복성 징계로 보고 있다.
MBC 노조는 "기자회의 면담 요구를 무시하고 창사 이래 처음으로 5층 보도국을 폐쇄하고 공중파 뉴스마저 자신의 자리보전을 위해 사유화하는 권재홍이야말로 가장 먼저 인사위원회에 회부돼야 마땅한데도, 또 다시 후배들에게 칼날을 휘두르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MBC 노조는 "공중파 뉴스까지 김재철과 한줌 부역자들의 자리보전을 위한 ‘홍보전’의 도구로 삼은 권재홍은 더 이상 MBC의 얼굴인 (뉴스데스크)를 더럽히지 말라"며 허위 보도에 대한 사과와 앵커직 사퇴를 촉구했다.

이재진 기자 | jinpress@mediatoday.co.kr  

2012년 5월 26일 토요일

MBC 최일구·문지애 앵커 ‘노숙투쟁’


이글은 경향신문 2012-05-25일자 기사 'MBC 최일구·문지애 앵커 ‘노숙투쟁’'을 퍼왔습니다.

ㆍ“뉴스 진행하는데 시청자들이 외면하는 걸 느껴 파업 동참”

“정말 왜 우리가 여기 있는 거지? 왜 여의도 시민공원에 있어야 하는 걸까?”(최일구) 

“이기려고요.”(문지애) 

“추운 겨울 찬바닥에서 파업을 시작했는데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지금까지 복귀하지 못하고 있군.”

“이젠 파업이 익숙해져 일상이 됐네요.” 

MBC 노조 파업 115일째인 지난 23일 오전 11시. 여느 때 같으면 MBC 주말  스튜디오에 있어야 할 MBC 최일구(52)·문지애(29) 앵커는 서울 여의도 한복판 시민공원에 마련된 ‘희망텐트’에 나와 있었다. 마이크를 내려놓은 채 노숙투쟁에 나선 둘은 TV에서 보는 것과 사뭇 달랐다. 분장기 하나 없는 맨얼굴로 파업에 동참하게 된 경위와 소회를 풀어놓았다. 

MBC 주말 <뉴스데스크> 진행자 자리를 내놓고 파업에 참가 중인 최일구(오른쪽)·문지애 앵커가 지난 23일 여의도 시민공원에 설치된 희망텐트 안에서 파업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지난 4일 MBC 보도국 전종환 기자와 결혼한 문 아나운서의 신혼생활로 둘의 대화는 시작됐다. “신혼이 깨소금 맛이냐”는 최 앵커의 물음에 문 앵커는 “집회에서 청첩장을 돌려 너무 죄송했다. 결혼 전에도, 신혼여행에서도, 신혼집에서도 ‘알콩달콩’ 파업 얘기로 산다”고 대답했다. 

최일구(이하 최)=파업이 아니었다면 축의금을 두둑히 챙겨줬을 텐데 미안했지요. 축의금을 두 배는 더 주었을 텐데 파업 때문에 손해를 본 셈이지요(하하). 그런데 문 아나운서는 완전히 ‘좌빨’인가 봐요. 고스톱 쳐보면 성격이 다 나온다고 하는데 파업하는 걸 보니 성격을 알게 되더라고요. 문 아나운서가 결혼식 이틀 전까지 청계천에서 전단을 돌렸는데 대견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론 존경스럽기도 했습니다.

문지애(이하 문)=그렇지 않아도 선배들이 경제적으로 많이 힘들 텐데 부담을 드린 것 같아 죄송했어요. 신혼여행도 조용히 다녀오려 했는데 후배 아나운서가 파업을 접고 뉴스에 복귀했다는 소식이 해외에까지 들려왔지요. 여기저기서 인터뷰 요청 등 전화가 오는데 신혼여행 내내 파업 얘기만 했어요. 숟가락과 젓가락도 어제야 겨우 샀어요. 

최=아닌 게 아니라 파업이 길어지면서 고민이 많습니다(회사 측은 무노동 무임금을 적용해 월급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파업이 4개월째로 접어들면서 월급이 한 푼 나오지 않아 살림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출퇴근은 무료 셔틀버스를 타고 다닌다 해도 문제는 점심시간이에요. 집회가 끝나면 서로들 눈치보기 바쁩니다. 김치찌개와 순댓국을 자주 먹는데 한둘이 아니다보니 선배들도 부담이 돼요. 한번은 어떤 후배가 계산하겠다고 하는데 예전 같으면 말도 안될 소리라고 했겠지만 ‘그럴래’ 하며 얻어먹었어요. 솔직히 고맙더라고요. 

두 사람이 대화하는 도중 소풍을 나왔다는 고등학생들이 알아보고 몰려들었다. 기념사진을 먼저 찍겠다며 아우성치자 최 앵커가 “너희들은 MBC 파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니”라고 물었다. 학생들은 이구동성으로 “김재철 사장이 물러나야 해요”라고 외쳤다. 

최=제가 파업에 나선 이유요? 지난 2년 동안 공정보도를 하지 못한 반성 때문입니다. 껄끄러운 뉴스는 의제 상정도 하지 못했고 화제 집중성 뉴스만 다뤘지요. 주말 뉴스가 끝나면 회사는 왜 시청률이 안 오르느냐고 했지만 뉴스를 제대로 만들었다면 왜 시청률이 안 올랐겠습니까. 가끔은 청와대나 정치권에 따끔한 멘트를 해주고 싶었는데 그러질 못했습니다. 그런 뉴스가 없는데 황당한 얘기가 되니까 말이죠.

문=저도 부끄럽고 창피해서 파업에 동참했어요. 2006년 입사해 방송경력이 10년도 채 안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너무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을 진행했는데, 예전에는 ‘어떻게 하면 취재를 잘할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최근에는 ‘이 내용이 방송에 나갈 수 있을까’를 걱정했어요. 의 핵심 인력들은 모두 비제작부서로 배치됐습니다. 프로그램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시청자들은 등을 돌렸어요. 아나운서는 직접 취재하거나 현장에 나가지 않지만 시청자와 가까이 소통하기 때문에 누구보다 시청자 마음을 빨리 읽을 수 있습니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미련없이 마이크를 내려놓았습니다. 

최=문 아나운서가 파업에 동참한 뒤 나 혼자 8분인가 주말 를 진행하는데 왜 그리 재미가 없는지…. 3명의 보직부장이 파업대열에 동참하겠다고 하는데 ‘나도 이젠 때가 됐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당장(지난 2월23일) 짐을 싸서 노조 사무실로 내려오는데 마음이 그렇게 홀가분할 수가 없었습니다.

문=선배가 파업에 동참하신다는 얘기를 집회 현장에서 들었습니다. 모두들 박수를 치며 얼마나 감사했는지 몰라요. 선배님이 큰 힘이 되셨습니다. 

최=문제는 수사당국의 일처리입니다. 김재철 사장의 법인카드 사용 의혹과 관련해 배임·횡령 혐의로 고소를 했는데 수사를 하지 않고 있어요. 김 사장도 명확하게 해명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회사 내 자체 감사에서 밝히겠다면서 시간만 끌고 있지요. 과연 법인카드로 산 핸드백이 누구한테 간 것인지, 업무상 사준 것이 맞는지 낱낱이 소명하고 공개해야 합니다. 친구 중에 대기업 사장이 있는데 ‘1년에 법인카드를 얼마나 쓰냐’고 물었더니 ‘1억원’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어디에 쓰냐’고 물었습니다. 직원과의 소통을 위해 식사를 하거나 골프접대에 쓴다고 했습니다. 주말에는 아예 집 근처에서는 카드를 쓰지 못한다고 하더군요. 당장 감사실에서 연락이 오기 때문이랍니다. 주말 가족과 외식할 때는 개인카드를 써야 하고, 핸드백을 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깜짝 놀라더군요. 김 사장의 무용가 정모씨에 대한 몰아주기 지원이나 아파트 공동구입 등 국민들은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습니다. 

최일구
문=이명박 정부가 MBC 프로그램들을 얼마나 망쳤는지 헤아릴 수 없지요. 대통령 사저 문제나 한·미 자유무역협정 반대 시위 물대포 진압 등을 주말 뉴스에서 전했던 기억이 전혀 없습니다. 비판적인 기사는 없고 마치 청와대 브리핑을 그대로 옮겨 읽는 것 같았어요. 취재는 했지만 방송은 나가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최 선배님은 제작회의 시간에 ‘이 문제는 보도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씀하셨지요. 

최=언론이 자기검열에 빠지면 위험합니다. 얼마 전 김 사장이 일방적으로 조직을 개편한 것도 큰 문제입니다. 의견수렴도 하지 않고 맘대로 조직을 흔들어놨으니 파업이 끝나도 수습하려면 시간이 걸릴 겁니다. 우리가 개인의 이해득실을 따졌다면 아마 절반 이상은 파업을 접었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100일이 넘는 파업에도 흐트러짐이 없습니다. 정치파업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리비아의 원수 카다피가 최후까지 싸우다가 죽겠다고 했는데 결국 마지막 사진 한 장을 보니 혼자였습니다. 김 사장 친위세력은 제발 끝까지 의리있게 사장을 지켰으면 좋겠습니다. 

모처럼 두 사람이 점심을 같이하기로 했다. 최 앵커는 “후배가 결혼도 했으니 한턱 쏘겠다”고 했다. 대화는 서울 여의도 공원 인근의 음식점에서 이어졌다. 

최=요즘 MBC 앵커들이 화제입니다. 25년 넘게 기자생활을 해왔지만 앵커가 대단한 자리인지 모르겠어요. 제 생각엔 그저 하나의 보직일 뿐인데 정치부장, 사회부장 하듯이 앵커도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진실과 사실의 촘촘한 경계니 뭐니 그런 말을 할 필요가 없지요. 계약직 기자야 파업 중 뉴스를 보도해야 하니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앵커를 계약직으로 뽑는 것은 납득할 수 없습니다. 앵커는 방송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시청자에게도 익숙해야 뉴스 신뢰성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앵커는 ‘영혼’과 ‘색깔’이 있어야 합니다. 계약직 앵커를 에 앉히더니 어느 순간부터 계약직 앵커가 화면에서 사라지더군요. 이런 코미디가 또 어디 있나 싶어요. 

문=얼마 전 파업에서 이탈해 업무에 복귀한 3명의 아나운서가 있었는데 파업대오가 더 단단해졌으면 단단해졌지 흔들리지는 않았다고 봐요. 제게도 파업이 끝나면 돌아갈 자리가 없어서 어떻게 하냐고 걱정을 많이 해주십니다. 공정보도 하자는데 내 자리가 어딨을까를 생각한다면 부끄러운 일 아닐까요. 앵커 자리 걱정은 파업이 끝난 뒤에 할래요. 

최=지난주 에 권재홍 앵커가 퇴근길에 후배 기자들과 몸싸움을 하다 다쳤다는 톱뉴스가 나왔는데 정말 한심했습니다. 앵커가 다쳐서 못 나오는 게 국민들이 그날 알아야 할 그렇게 중요한 뉴스인가 싶습니다. 사내방송도 아니고 뉴스는 순서와 편집이 중요하지 않습니까. 나중에 알고보니 후배 여기자들이 청원경찰관들에게 떠밀려 다쳤더군요. 김재철 사장이나 보도본부장이나 선배답고 어른다워야 하는데, 어떻게 후배기자들의 일터인 보도국을 철문으로 폐쇄할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김 사장이 매일 출퇴근을 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문지애
문=제대로 된 뉴스는 앵커 한 명이 자리를 지킨다고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고 봐요. 제대로 취재하고, 제대로 기사를 작성하고, 제대로 전달하는 앵커가 있어야만 진정 제대로 된 뉴스라고 생각해요. 김재철 사장은 취임 후 노조 집행부 6명에게 해직 통보를 했고 103명을 중징계했지요. 최근엔 결국 기각은 됐지만 노조 간부 5명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되기도 했습니다. 최 선배님도 징계받으셨지요? 

최=전 파업이 끝나도 회사에 3개월 동안 못 나갑니다. 3개월 더 ‘정직’하게 살라고 ‘정직’을 내렸나 봅니다. 오래도록 연락이 끊겼던 친구들이 ‘그 나이에 쉽지 않은 결정인데 힘내라’고 격려 전화를 해주더군요. 요즘 지방에 홀로 계시는 어머님을 자주 찾아뵙고 있는데 파업이 잃었던 가족을 만나게 해주고 아들 노릇도 하게 해주네요. 존 스타인벡의 라는 소설을 보면 아들이 엄마에게 ‘앞날이 걱정되느냐’고 묻는 대목이 나옵니다. 엄마는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한걸음씩 나가는 것밖에 없다’고 합니다. 우리 후배들은 진실과 사실의 촘촘한 간극에서 방황하지 말고 뚜벅이처럼 한걸음씩 걸어나갔으면 합니다. 

문=정치권력으로부터 멀어져 자유롭게 비판을 할 수 있고, 약자의 편에 서기 위해 파업하는 것인 만큼 시청자들께서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려주셨으면 합니다. 무너진 공정방송을 반드시 복구해 더 좋은 모습으로 꼭 돌아가겠습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최 앵커의 얼굴이 싱글벙글이다. “점심값을 계산하려는데 (MBC 라디오 진행자인) 손석희 선배가 대신 내줬다. 돈벌었다”며 특유의 큰 목소리로 호탕하게 웃었다. 뜨거운 한낮, 두 사람의 발걸음은 다시 ‘희망텐트’로 향하고 있었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2012년 1월 30일 월요일

MBC의 파업, 시청자들은 얼마나 알고 있나요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1-29일자기사 'MBC의 파업, 시청자들은 얼마나 알고 있나요'를 퍼왔습니다.
[미디어창] 자기파괴 없인 ‘영혼없는’ 잉여인력 전락

MBC가 한단계 더 성장할 것이냐 다시 후퇴할 것이냐 기로에 놓여 있다. MBC 노동조합의 총파업은 향후 MBC 위상정립에 중요한 이정표를 새기게 될 것이다. 

불공정·편파 방송을 가장 가까이서 제작하며 지켜본 당사자들이 더 이상 인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선택한 최후의 수단으로 재기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을까. 아니면 김재철 사장과 경영진의 강온전략에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게 될까. 무엇보다 이번 파업을 시청자들은 어떤 시각으로 보고 있으며 어떻게 받아들일까.

파업이 장기화 되면 시청자들은 한자리수 시청률에 머물고 있는 MBC 뉴스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청률 30%라고 자랑하는 ‘해를 품은 달’ 드라마를 제대로 볼 수 없을 때는 큰 불만을 나타내게 된다. 다수는 어쩌면 파업의 당위성이나 이유에 대해 이해하려하기 보다는 당장 드라마를 볼 수 없는 불편함과 이에 따른 단순 불만을 쏟아내게 될 것이다.

MBC 방송은 드라마로 존재하는 케이블 방송 정도로 이해해서는 안된다. MBC는 역사의 고비에서 국민의 아픔과 고민을 함께 해 온 공영방송이다. 공익성과 공공성을 최우선 가치로 존재하는 MBC 방송은 정의가 뒤틀리거나 훼손된 사건을 바로 잡고자 노력해왔다. 권력의 부당한 개입, 권력과 재벌의 결탁 등을 고발하며 한국사회의 건강한 감시견 역할을 해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 MBC가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면 그 사연이 무엇인지, 타당한 사유가 있는지 한번쯤 관심을 갖고 살펴보는 것이 시청자의 도리다. 시청자의 지지나 이해없이는 파업이라는 극단적 수단은 성공을 거둘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파업이전에 대화로 타협책을 마련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지만 이번 사안은 좀 다르다고 본다. 그런 일반론을 2012년 MBC 파업에 대입해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시청자의 한사람으로 이번 파업을 지지하는 이유는 적어도 세 가지다.

첫째, 반복되는 불공정 보도, 편파보도에 분노하지않는 저널리스트는 신뢰받을 수 없으며, 존재해야 할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영향력이 막강한 공영방송사에게 주어진 사회감시역할, 의제설정역할을 스스로 포기하거나 망각하는 것은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는 일이다.

MBC 기자들은 스스로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사저 의혹 △김문수 경기도지사 119 전화 등 권력에게 민감하고 불리한 기사들이 잇달아 축소, 누락됐다고 고백했다. 또 반값 등록금, 한미 FTA, 10.26 재보궐선거 같은 첨예한 사안에 대해서는 균형을 현저하게 잃은 불공정 보도가 이어졌다고 자기반성을 했다. 심지어 경쟁방송사인 KBS와 SBS가 다 보도한 내용조차 노골적으로 뺀 사실까지 언급했다. 내부 구성원들이 얼마나 참담한 심정이었을까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둘째, 언론의 자유는 그냥 주어지지않으며 투쟁하고 쟁취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같은 권위주의 사회, 권력을 가진 자가 법위에 존재하며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사회에서는 언론의 자유는 권력이 허용하는만큼만 주어질 뿐이다. 헌법이 보장한 ‘언론의 자유’는 헌법에만 존재할 뿐 막상 이명박 대통령이나 그 측근의 비리의혹을 보도하려하면 안팎으로 막는 손이 너무 많다. 이것이야말로 ‘헌법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지만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넘어간다. 때로는 폭탄주로 때로는 골프 접대로 그렇게 흘러 간다. 그러다가 권력말기나 권력이 바뀌면 ‘진실’운운하며 뒤늦게 요란을 떤다.

MBC 기자들은 스스로 성명서에서 “가장 공정하고 비판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MBC 뉴스가 불과 몇 년 사이 (이렇게) 가장 불공정하고 순치된 언론으로 전락했다”며 “내부의 문제제기는 무시당했고, 취재 현장의 목소리는 묵살됐다”고 탄식했다. “일 잘하고 바른 말 잘한다는 기자들은 소리 없이 한직으로 밀려났고, 소통이 생명인 언론사 내부에서, 언로의 숨통은 그렇게 죽어갔다”고 기자들은 말을 이어갔다. 부끄러운 말이지만 솔직한 현장의 고백이다. 

시청자들은 이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이들의 정당한 분노에 함께 목소리를 높일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시청자들이야말로 올바른 알권리를 요구할 수 있는 민주시민의 권리를 스스로 챙기는 셈이다.

세 번째, 조직의 장이 문제의 근원이 되고 있을 때, 구성원들이 할 수 있는 선택이란 매우 제한돼있기 때문이다. 김재철 MBC 사장은 취임되는 과정에서 이미 정당한 권위와 이미지가 크게 훼손돼 있었다. 취임이후 그의 인사정책에 대해 내부 구성원들의 불만은 매우 높았다. 유능한 제작인력을 비제작부서로 배치시켰다는 비판, PD수첩을 무력화시켰다는 비판 등...회사가 비상한 상황으로 흘러가는데도 그는 일본 패션쇼 참석이라는 외부 행사에 참석했다. 내부소통은 이미 단절됐거나 서로가 인내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모습이다.

MBC가 추락하는데도 침묵하고 있는 자는 비겁하거나 자기의 자리에 연연하는 세력이다. 부당한 개입, 불공정한 보도에도 분노할 줄 모르는 자는 공영방송이라는 명예로운 조직에 어울리지않는 ‘영혼없는’ 잉여인력일 뿐이다.

더 나은 건설을 위해서 때로 파괴는 불가피하다. 고통없이 성장하는 것이 어디에 있던가. 방송의 자율권과 보도의 자유는 스스로 쟁취할 때 값어치는 더욱 빛나는 법이다.

2012년 1월 6일 금요일

미디어렙 폭풍 보도, 비난 자처한 MBC의 무리수


이글은 미디어스 2012-01-05일자 기사 '한나라당, ‘미디어렙 법’ㆍ'KBS 수신료' 모두 날치기 처리'를 퍼왔습니다.
민주통합당, “수신료 소위원회 구성 건은 무효다” 반발

방송광고판매대행법안(이하 미디어렙)과 KBS 수신료 인상 승인안 처리를 위한 소위원회 구성 모두 한나라당 의원들에 의해 표결·강행처리됐다. 두 안건이 가결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17분에 불과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전재희)는 5일 정회를 거듭한 끝에, 밤 10시 37분경 전체회의를 개의하고 두 안건에 대해 모두 강행처리했다. 민주당은 곧바로 “날치기”라고 비판하고, KBS 수신료 소위원회 의결에 대한 무효화 및 소위원회 불참 의사를 밝혔다.
수신료에 이어 한나라당 단독으로 처리된 미디어렙법은 KBSㆍEBSㆍMBC를 공영으로 묶어 1공영 미디어렙을 두도록 했고, 공영 미디어렙 기능을 수행할 기구로는 정부의 전액 출자로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를 설립키로 했다.
종합편성채널의 경우 미디어렙 의무 위탁을 승인일로부터 3년 유예하도록 했다. 종편은 앞으로 최장 2년4개월간 직접 광고영업이 가능하게 됐다. 

SBS에 적용될 민영미디어렙은 방송사 1인의 소유지분 한도를 40%로 했으며, 자산총액 10조 원 이상의 대기업, 일간신문 등의 미디어렙 소유지분은 10% 이내로 제한된다. SBS가 요구해왔던 지주회사는 미디어렙의 주식ㆍ지분을 소유할 수 없다. 이와 함께 법안은 각 미디어렙으로 하여금 지역ㆍ중소 방송 지원을 위해 방송광고를 결합판매할 수 있도록 했으며, 방송광고의 균형발전 등을 위해 방송통신위 내에 방송광고균형발전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했다.


▲ 1월 5일 오후10시 37분 개의된 문방위 회의에서 KBS 수신료 인상안 처리를 위한 소위원회 구성 안건과 미디어렙 법 모두 한나라당 의원들에 의해 강행처리됐다. ‘KBS 수신료 승인안 처리를 위한 소위원회 구성’ 안건 표결에는 한나라당 전재희 위원장과 허원제 간사를 비롯해 강승규, 김성동, 심재철, 이경재, 안형환, 이병석, 이철우, 조윤선, 조진형, 진성호, 진수희, 한선교, 홍사덕 의원과 미래희망연대 김을동 의원이 찬성의사를 밝혀 의결됐다. ⓒ권순택

한나라당, 오후 10시 37분 개의…17분 만에 강행처리
밤 10시 37분 경, 전재희 위원장을 비롯한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 회의장에 들어오자마자 곧바로 개의를 선언, ‘KBS의 공영성 강화를 위한 소위원회 구성의 건’을 표결·처리했다.
‘KBS 수신료 승인안 처리를 위한 소위원회 구성’ 안건 표결에는 한나라당 전재희 위원장과 허원제 간사를 비롯해 강승규, 김성동, 심재철, 이경재, 안형환, 이병석, 이철우, 조윤선, 조진형, 진성호, 진수희, 한선교, 홍사덕 의원과 미래희망연대 김을동 의원이 찬성의사를 밝혀 의결됐다.
이에 회의장 밖에 있던 민주통합당 소속 의원들이 항의하며 “미디어렙 법 먼저 하기로 한 게 아니냐”, “여·야 간사 간 합의하는 사이에 날치기 처리하는 게 어딨냐”, “민주주의가 이런 거냐”라며 반발했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좀, 조용히 해”,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하라”는 등 고성이 오갔다.
민주통합당 김재윤 간사는 “(의결된 안건이) KBS 수신료 인상 소위원회를 구성하자는 것인데, 그렇다면 더더욱 여야 합의를 통해 처리해야 하는 게 아니냐”, “이것이 여러분이 말하는 민주주의인가”라고 비판했다.
전병헌 의원은 “수신료 소위원회 구성 건을 날치기로 처리하는 이유가 뭐냐”며 “KBS 수신료 문제는 한나라당 때문에 더 꼬인 게 아니냐. 한나라당이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도 날치기 처리하고 도청 등 자충수를 두면서 이렇게 됐다”고 지적했다. 또, “오늘도 한나라당이 수신료 안건을 기습상정하면서 틀어진 것”이라고 쓴소리를 던졌다.
여야 의원들 간 고성이 오가면서 회의가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한나라당 안형환 의원은 전재희 위원장에 “회의를 진행하시고 미디어렙 법도 빨리 처리하자. 오늘 내로 처리해야 한다”고 건의, 미디어렙 법안도 한나라당 의원들의 강행으로 처리됐다. 안건의 모두 의결되자, 전재희 위원장과 한나라당 의원들은 곧바로 자리를 떠났다.
오후 10시 37분에 개의된 문방위 회의는 54분에 마무리됐다.


▲ 'KBS 수신료 인상안 처리를 위한 소위원회 구성 건' 등 한나라당 날치기와 관련해 민주통합당 의원들이 '무효화'를 선언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권순택

민주통합당, “KBS 수신료 인상 관련 어떠한 논의도 진척될 수 없을 것”
민주통합당 의원들은 곧바로 기자회견을 마련해 “한나라당이 날치기를 작정하고 들어온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KBS 수신료 소위원회 의결에 대한 무효화, △KBS 수신료 인상을 위한 소위원회 불참 등을 촉구했다.
김재윤 의원은 “오늘 이후로 전재희 위원장의 위원장 자격은 상실됐다”며 “민주통합당은 더 이상 위원장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오늘 처리된 KBS 수신료 소위원회 구성 건은 무효다. 앞으로 관련해서 어떠한 논의도 진척시킬 수 없다는 것을 밝힌다”라고 덧붙였다.
전병헌 의원은 “한나라당이 쇄신한다고 하더니 날치기 기술을 쇄신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KBS 수신료 안건을 상정을 처리하면서 15명의 의결정족수를 채우고 허원제 간사가 김재윤 간사를 데리고 추가협상을 하도록 속임수를 써서 처리했다”고 비판했다. 또, “박근혜 비대위원장에 묻는다. 도대체 수신료와 미디어렙 법을 연계해서 처리할 수 있느냐”며 “수신료 인상은 MB정부의 4년간의 방송실패의 부담을 수신료라는 국민 부담을 통해 메우겠다는 것으로 가당치도 않다”고 날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