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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21일 목요일

간접광고를 바라보는 시청자의 불편한 시선


이글은 미디어스 2013-03-20일자 기사 '간접광고를 바라보는 시청자의 불편한 시선'을 퍼왔습니다.
[시민권과 미디어]

지난 12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상파 3사의 심의 책임자와 회의를 열고 최근 심의규정 위반사례가 늘고 있는 간접광고와 관련 자정 노력을 촉구했다. 또한 지상파의 PPL  문제가 ‘덕지덕지…낯두꺼워진 드라마속 PPL’이라는 기사 제목으로 뉴스지면에 언급되고 있다. 한마디로 ‘해도 너무한다’는 말이다. 간접광고는 시청자의 시청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자연스러운 노출로 상품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는 효과가 있다. 그런데 최근 TV 프로그램에서의 간접광고는 간접광고가 아닌 직접광고 수준에 이르렀다는 게 문제이다.

▲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캡처ⓒSBS

PPL의 진화 - 홈페이지 상품홍보안내

예를 들면 최근 방송중인 SBS 수목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 남성복 브랜드 파크랜드 매장에서 남자주인공 오수(조인성)에게 양복을 선물하며 오영(송혜교)는 "남자 옷은 우리 브랜드가 최고야"라고 말하고 오수는 "나도 알아"라고 답한다. 뿐만 아니라 오수가 '라네즈' 매장에서 메이크업을 받는 오영을 기다리는 장면을 비롯해 오수가 사용하는 차량(제네시스)과 극중 인물들이 빈번하게 만남을 갖는 카페(디초콜릿), 오수가 입은 등산복(블랙야크)에 이르기까지 노골적으로 노출된다. 드라마 자체가 광고백화점이라고 할 만 하다.
KBS 드라마 ‘광고천재 이태백’의 경우 드라마 홈페이지를 들어가면 ‘이것이 궁금하세요’ 코너에 드라마에 등장한 상품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소개한다. 시청자는 드라마에 등장하는 상품 소비를 강요당하고 있는 것이다. 

사업자에 유리한 상표권 해석

작년부터 지속적으로 드라마나 뉴스 속 간접광고를 모니터 하고 있는 언론인권센터 모니터팀은 최근 방심위에 민원을 냈다. 그 내용은 (내딸 서영이)가 방송법상 협찬과 간접광고 규정이 모호한 것을 이용, 의류업체 ‘지센’에 대해 장소 협찬이라는 명목으로 사실상 간접광고를 했다는 것이다. 또한 (내딸 서영이) 37회는 57분부터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모두 4분여 가량 ‘HOLLYS COFFEE’ 혹은 ‘HOLLYS COFFEE’를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로고들이 지속적으로 노출했다. 언론인권센터는 이러한 간접광고 노출이 전체 방영시간의 1/20을 넘지 못하도록 되어있는 방송법의 간접광고 허용범위를 넘고 있다고 판단했고, 이에 대한 조치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방송화면의 노출크기 및 시간측정을 담당하는 중앙전파관리의 전파보호과(방송서비스 시장의 금지행위 사실조사를 담당하고 있음)는 “방송법 시행령 제59조의3 제1항 5호에 대한 간접광고 노출시간을 산정함에 있어 상표 및 로고가 화면에 전부 노출된 상태에서 이를 식별할 수 있는 정도 크기인 경우에 한하여 노출시간으로 적용하고 있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현재의 간접광고는 로고나 상품이 100%로 노출되지 않았기에 방송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시청자는 드라마 속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모습만 봐도, 카페로고가 조금만 보여도 어떤 브랜드인지 식별이 가능하다. 단순히 상표 및 로고의 노출 정도나 크기가 아니라 식별 가능성 여부를 엄밀히 따져봐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언론인권센터 모니터팀은 상표권에 대한 대법원의 판례를 찾았다.
“상표의 구성 중 식별력이 없거나 미약한 부분과 동일한 표장이 거래사회에서 오랜 기간 사용된 결과 상표의 등록 또는 지정상품 추가등록 전부터 수요가 가에 누구의 업무에 관련된 상품을 표시하는 것인가 현저하게 인식되어 있는 경우에는 그 부분은 사용된 상품에 관하여 식별력이 있는 요부로 보아 상표의 유사여부를 판단할 수 있고…”(대법원2011후774)
사업자들이 상표권을 가지고 다툴 경우의 식별에 대해 대법원의 명쾌한 해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드라마 속 간접광고에 대해서 지나치게 관대한 해석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구체적인 법개정이 필요하다

현재 간접광고 노출의 허용범위 등에 대한 명문화된 가이드라인이 없기 때문에 방송사측에서 자의적으로 간접광고를 남용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규제하고 있지 못하다. 간접광고를 상세하게 규정하는 법개정이 필요하다.
간접광고 노출시간과 노출화면에 대한 세부적 규정 마련이 필요하고, 간접광고와 협찬고지의 조항이 상충되어 있는 것은 조정되어야 한다. 간접광고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하여 협찬(소품, 장소)광고물 노출 등의 개념을 체계적으로 정해야 한다.
그리고 억지 연출로 간접 광고를 하는 경우에 대한 규제 규정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 경우는 간접 광고를 넘어 불법 광고행위로 보고 제재해야 할 것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단순 제품 노출이 아닌 대사와 자막 등을 활용하거나 제품의 고유 기능을 부각시키는 경우는 법령에 위배 될 수 있어 보다 강력히 규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모호한 법규정으로는 솜방망이 규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시민의 의견을 수렴해 간접광고에 대해 더욱 엄격하고 상세한 규정을 시급히 만들 것을 촉구한다.

윤여진/언론인권센터 사무처장  |  webmaster@mediaus.co.kr

2012년 8월 22일 수요일

"복지 비중 낮을 때, 국민은 필연적으로 보수화"


이글은 미디어스 2012-08-21일자 기사 '"복지 비중 낮을 때, 국민은 필연적으로 보수화"'를 퍼왔습니다.
장하준의 경제민주화란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인 문재인 의원의 지지모임인 ‘담쟁이 포럼’은 21일 성공회 서울주교 대성당에서 장하준 캠브리지대학 교수를 초청해 강연회를 가졌다.
신자유주의에 비판적인 장 교수는 ‘사다리 걷어차기’, ‘나쁜 사마리아인들’, ‘쾌도난마 한국경제’ 등의 저서를 통해 명성을 쌓은 대표적 비주류 경제학자로 대중적 지지가 높다. 특히, 최근에는 ‘경제 민주화’가 주된 시대적 요구로 등장함에 따라 기존의 경제 정책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한 장 교수의 책들은 정책결정권자들의 필독서로 각광받고 있다.
이날 강연회에는 문재인 캠프에 관여 중인 관계자들은 물론 참여정부 인사, 전현직 국회의원과 기관장, 대학교수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그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한국 경제가 나아갈 길’이란 제목으로 강연을 진행한 장 교수 역시 시대적 요구를 반영해 경제민주화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규명하는 것과 복지를 둘러싼 현안을 설명하고 비판하는데 많은 시간이 할애했다.

▲ 21일 오후 정동 성공회 서울주교좌대성당에서 열린 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교 교수의 강연에 참석한 문재인 의원과 장하준 교수의 모습ⓒ연합뉴스

'민주당, 책임 인정하는 자세 보여야'

장 교수는 경제 민주화 논의에 앞서 주최 측을 의식한 듯 “한국이 OECD 최고의 자살률과 자영업 비율을 갖게 된 데에는 시장의 자유화와 금융 개방화 노선을 택한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책임이 크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정부 10년 동안 복지 지출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계층 간의 이동이 어려운 경제적 구조를 갖게 된 점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책임을 인정하고 개선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주요 유럽 국가의 현황과 한국의 상황, OECD국가들의 평균을 비교하며 복지 문제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장 교수는 “GDP 대비 10% 수준의  한국의 복지 수준은 OECD 국가 중 가장 가난한 나라인 멕시코 보단 조금 높지만 미국의 절반, 스웨덴의 1/3수준으로 OECD 평균 복지에는 갈 길이 멀다”며 “복지 수준이 낮으면 계층 간 이동이 어렵고, 계급 구조가 고착된다”고 강조했다.

복지는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 

복지에 관한 가장 흔한 오해 가운데 하나인 ‘복지=반성장’ 논란에 대해서도 장 교수는 “신화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시장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복지가 잘 되어있으면 구조 조정이 더 수월하게 이뤄질 수 있고 성장률도 높일 수 있다”며 “성장을 위해 반드시 복지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장 교수는 “복지는 공동구매와 같은 것으로 사기업에 맡겨 놓으면 비쌀 수밖에 없는 것을 세금을 통해 공동으로 싸게 구매하는 것”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장 교수는 복지와 계층 고착의 상관에 대해 “과거, 기회의 땅이라고 불렸던 미국은 복지 비중이 낮기 때문에 계층 이동이 어려워 계급구조가 고착화되어 가고 있는 반면 스웨덴 등 복지 비중이 높은 국가는 상대적으로 부모와 자식 간의 계층적 상관관계가 낮아 기회 실현이 이뤄지고 있다”며 “미국의 자동차 노조들이 조합원의 이익에 목숨을 걸고 싸우며 쟁의를 벌이는 이유 역시 미비한 복지 제도로 인해 일자리를 잃을 경우 모든 것을 잃게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장하준 교수의 강연모습 ⓒ 연합뉴스

핵심은 시민권에 기초해야

최근 가장 뜨거운 이슈인 ‘경제민주화’ 관련해 장 교수는 가감 없는 의견을 표명했다. ‘사다리 걷어차기’를 통해 전 지구적 차원의 경제 민주화 문제를 이미 거론했던 바 있는 장 교수는 “경제 민주화의 핵심은 시민권에 기초한 보편적 복지 국가”라고 규정한 뒤 “기본적으로 1원 1표의 원리에 의해 작동할 수밖에 없는 시장의 논리를 민주주의의 논리인 ‘1인 1표’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장 교수가 규정하는 경제민주화의 수준은 ‘주주자본주의’로 대표되는 ‘1원 1표’의 수준을 뛰어넘는 것으로, 장 교수는 “‘1원 1표’의 주주자본주의는 상식적인 것일 뿐”이라며 “이 정도 수준을 요구하는 것은 경제적 불평등의 상황을 진전시키지 못 한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경제민주화의 추진 과제로 ‘자본 거래세 도입’, ‘인수합병에 대한 규제’ 등을 포함한 ‘자본 시장의 통제’와 기업 경영에 노동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이해당사자 자본주의’ 등을 꼽았다.
세계 최고의 복지 국가로 꼽히는 스웨덴 사민당의 구호 가운데 ‘생활이 안정된 사람이 더 모험적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유명한 말이 있다. 가난한 사람만 도와주는 ‘잔여적 복지’가 아닌 시민권에 바탕 한 ‘보편적 복지’가 실현될 때 전체 국민의 삶의 질이 향상되고 사회적 창발성이 높아질 수 있단 선언적 구호이다.
장 교수는 “우파들의 주장대로 가난한 사람만 도와주는 복지 정책을 펼칠 경우 중산층의 반발로 복지 문제의 정치적 지속성이 떨어지고, 이는 복지의 축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며 “복지 비중이 낮은 국가의 국민은 필연적으로 보수화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완 기자  |  ssamwa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