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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25일 토요일

국토부가 말하는 독일식 모델, 정작 독일에는 없다!


이글은 레디앙 2013-05-24일자 기사 '국토부가 말하는 독일식 모델, 정작 독일에는 없다!'를 퍼왔습니다.
수서발 KTX 경쟁체제 도입은 '철도민영화'로 가는 국토부의 꼼수

23일 국토교통부는 철도산업의 전망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고 몇 차례 열린 민간자문위원회의 권고를 바탕으로 독일식 모델로 철도 산업을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철도 산업의 문제가 독점에 있고 경쟁도입의 필요성에 공감했다는 민간자문위원회의 검토의견을 수렴하여 수서발 KTX를 비롯해 신규 노선에 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 국토부의 입장이다.
세계 철도 산업의 현실을 모르는 국민들에게 선진국형 모델을 제시해 한국철도의 새로운 발전 전망을 여는 것처럼 포장하고 있지만 실상은 현실을 왜곡하고 국민들을 호도하고 있다.
국토부의 보도자료를 보면 신규 사업자 참여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신규노선과 민간참여에 따른 공공성 훼손 논란이 적은 기존 적자선부터 경쟁을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한다.
국토부의 주장의 실제는 신규 사업자 참여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수서발 KTX같은 노선에 경쟁을 명분으로 민영화의 길을 터놓겠다는 것이다.
일단 수서발 KTX의 경쟁체제 도입이 성공하면 이 후에는 얼마든지 철도산업의 각 분야마다 민영화를 도입할 수 있게 되는 길이 열리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적자선의 경쟁 도입 운운은 기존의 수익성 높은 부분에만 민영화를 추진한다는 비판을 피해가는 안전장치 역할도 하고 있다.
한국철도가 당면한 문제는 독점의 폐해가 아니다. 규모의 경제조차 달성하지 못한 채 선로용량 한계로 철도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기형적 운영의 결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은 철저히 무시되었다.
국토부의 꼼수는 보도자료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수서발 KTX는 철도공사가 참여하는 출자회사를 설립하되, 철도공사의 부당한 간섭이 없도록 회계와 경영을 독립시킨다고 했는데 이것은 철도공사에는 부담만 지우고 수서발 KTX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온전히 새로 신설되는 회사의 몫으로 돌리겠다는 것이다.
수서발 KTX에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한국철도의 적자구조를 해소하는데 일조하고 철도 네트워크의 완결적 구조를 이루겠다는 처음의 구상은 사라져버렸다.
민간전문가들의 모임이라고 불리는 자문위원회가 참고한 철도 발전방안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한국 사회에 재앙을 선사해온 한국교통연구원의 연구결과를 기초로 하고 있다.
인천공항철도, 김해 경전철, 용인 경전철 같이 시민들의 혈세를 뽑아먹는 장치로 둔갑한 시설들 모두 한국교통연구원의 장밋빛 전망에서 시작됐다.
민간자문위원회는 어떻게 구성되었는가? 구성 당시부터 철도 민영화를 적극 찬성해온 사람들로 자리를 채우고 일부 인사들을 들러리 세웠다. 회의 과정도 자문을 듣고 대안을 고민하는 게 아니라 국토부의 일방적 주장이 관철되는 행태가 계속되자 일부 위원들은 더 이상 허수아비 역할을 할 수 없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이런 구태의연하고 일방적인 자문위원회가 마련한 안을 마치 철도 전문가들의 고견인 것처럼 치장하는 국토교통부의 행태는 세련된 사기극과 무엇이 다른가?


(* 위 도표 설명 : 경실련에서 2012년 5월 1,000명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중 “정부는 2015년 개통하는 수서역출발 부산행과 목포행이 철도민영화(경쟁체제 도입) 도입의 마지막 기회이므로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반대측에서는 정부가 철도산업발전과 공공성 강화의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과 합의한 후에 철도민영화(경쟁체제 도입) 추진을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합니다. 귀하는 생각은 어떻습니까?”에 대한 답변 비율. 출처 경실련)

독일 철도가 지주회사 방식을 갖고 있다고 한국도 지주회사 체제를 만들면 독일식인가? 독일 철도의 지주회사 방식을 구현 하려면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철도산업 전체를 총괄하는 강력한 국가 주도의 공기업이 존재해야 한다. 독일국영철도공사라고 불리는 DBAG의 일관된 조직체계 안에 철도 운송과 시설을 포함한 모든 기능이 통합된 채 각각의 자회사로 유기적 연관성을 갖고 있다.
철도전문가들은 이미 운영과 시설이 통합된 프랑스의 과거 철도 체계나, 스페인, 스웨덴, 네덜란드의 철도들이 독립적 기구로 분리된 것에 반해 독일 철도는 국영기업 내에서 기능적 역할 분담 체계를 갖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독일식 개혁을 하려면 현재 분리되어 끊임없이 충돌과 잡음을 양산하는 철도공사와 철도시설공단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국영철도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독일은 자국의 가장 중요한 간선 노선들과 독일철도의 얼굴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고속철도 이체(ICE)의 운영권에 대해서는 확고하게 소유,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철도의 10배에 이르는 35800km의 네트워크망을 갖고 있는 독일 철도는 그 규모에 맞춘 운영과 관리 시스템을 갖고 있다.
이런 현실을 호도한 채 3500km에 불과한 협소한 한국 철도망에 다수의 사업자를 진출시켜 철도를 효율화 하겠다는 국토교통부의 정책은 한국철도를 회생불가의 수렁으로 밀어 넣게 될 위험성이 크다.
국토부는 철도 개편 방안이 독일식이라고 주장하지만 시설과 운영이 분리된 채 선별 입찰제도를 통해서 민간 사업자를 진출시키는 것은 이미 실패한 철도라고 불리는 영국식과 다를 바 없다.
국토교통부는 수서발 KTX에 민간지분을 포함시키지 않겠다고 하는데 이것은 민간지분이 포함될 경우 민영화라는 비판을 감당할 수 없는 현실에서 고육지책으로 나온 미봉책에 불과하다.
민간지분이 포함되지 않고 철도 공사로부터 독립된 경영을 하는 회사란 그동안 국토부가 제2철도 공사라는 이름아래 구상했다가 더 큰 비효율을 초래한다는 판단 속에 유보했던 안으로 돌아간 셈이다.
어떻게든 경쟁체제만큼은 도입하고야 말겠다는 국토교통부의 의지가 담긴 고육책이다. 100년 대계의 철도 정책이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결정되고 졸속으로 추진되는 나라는 정상이 아니다.
백번 양보해서 전 세계 어느 나라가 자국의 주요 간선 전체 노선에, 그것도 고속철도를 분할해서 나눠 먹는지 알고 싶다. 철도의 미래와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고 눈앞의 이권과 수익만을 고민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세상이 걱정스럽다.


박흥수

2013년 5월 18일 토요일

“5·18 정신 훼손은 윤창중 성추행 덮으려는 꼼수”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5-17일자 기사 '“5·18 정신 훼손은 윤창중 성추행 덮으려는 꼼수”'를 퍼왔습니다.
[5·18 기획 ②] 윤창중 사태 이후 ‘5·18 의혹’ 봇물…종편 ‘극우 상업주의·선정성’

최근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을 폄훼하려는 움직임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는 것에 대해 보수 세력이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등 정권의 불리한 정치 상황을 전환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특히 종합편성채널(종편)과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와 같은 극우 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5·18 정신’을 훼손하는 목소리가 윤창중 사태가 터진 지난 9일 이후부터 쏟아져 나온 점을 비춰 볼 때 이 같은 주장은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오승용 전남대 5·18연구소 교수는 지난 15일 전남대에서 개최된 ‘5·18민중항쟁 33주년 기념 학술토론회’에서 보수 세력들이 5·18 민주화운동을 왜곡하는 이유 중 하나로 ‘특정한 정세에 개입해 정치 상황을 전환하려는 목적’을 꼽았다.

오 교수는 “2002년부터 2009년까지의 기간 동안 인터넷을 통해 5·18 왜곡 담론이 생산되는 시기와 건수를 조사해본 결과, 각 시기 중요한 정치적 사건이 발생하거나 정치적으로 중요한 전환의 시기에 5·18 왜곡 담론의 생산 건수가 늘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5·18 왜곡 담론의 생산은 보수 세력에 의한 이른바 역사바로세우기라는 보다 큰 맥락에서 이루어지는 집단적 개입임과 동시에 특정한 정세에서 보수 세력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동원되는 상징조작이자 대항담론의 성격을 갖는다”고 분석했다.


▲ 윤창중 전 대변인 응원 지지 카페

오 교수에 따르면 특히 촛불집회라든지, 남북관계와 관련해 민감한 정치적 시기(북한 핵실험, 서해교전, 전시작전권 통제 논란 등)에 5·18 왜곡 담론이 집중됐다. 즉 보수 세력은 냉전 반공논리를 내세우거나 남북 간의 대립을 조장할 필요를 느낄 때마다 5·18 왜곡 담론을 불러내 자신들의 정당화 논리로 내세우거나 보수 세력의 결집을 시도하곤 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5·18 왜곡 담론은 진보세력과 광주시민을 국가정체성 왜곡세력과 폭도로 호명함으로써 정당성을 부정하는 효과를 기대함과 동시에 민감한 정치상황에서는 보수 세력을 결집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이날 오 교수가 발표한 5·18연구소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9년 5·18 민주화운동을 왜곡하는 콘텐츠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곳은 지만원씨가 운영하는 시스템클럽인 것으로 나타났다. 5·18 왜곡 담론을 가장 많이 생산하고 유포하는 곳은 지만원의 시스템클럽이 86.2%로 압도적 많았고, 올인코리아 5.1%, 뉴라이트 폴리젠 2.6%, 뉴라이트 연합 1.8% 순이었다. 

특히 지씨는 출판물을 통해 지속적으로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5·18항쟁에 대한 왜곡 담론을 생산해왔다. 대표적인 출판물을 보면, 2008년 지씨가 그 동안 시스템클럽을 통해서 생산해 온 5·18 관련 자료들을 망라해 시리즈를 발간한 데 이어 2010년에는 을 발간했다.

지씨는 16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종편 방송에 나가고 나서 내가 소개한 책이 서점 정치사회분야에서 1위를 했고 몇천 권 가량이 팔렸다”며 “책 판매로 1천만 원 정도 수익이 생겼고 활동하는 데도 보탬이 됐다”고 밝혔다.


▲ 출처=전남대 5·18연구소 조사보고서(2009)

한편 최근 ‘5·18 북한군 개입설’ 등을 퍼트린 종편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신청한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종편의 상업주의와 보수세력의 정치적 의도가 결합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우리나라 극우는 친일부터 친독재에 걸쳐 뿌리를 두고 있는데 민주화 이후 20년 동안 이를 완전히 바꾸지 못해 뿌리 깊은 극우의 골수 부분이 종편과 결합해 극도의 상업주의적 선정성 드러낸 것”이라며 “극우의 극단적 이념 편향이 종편의 상업주의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이 같은 현상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 보훈처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거부한 것에 대해서는 “정부가 일종의 여론 게릴라전을 하고 있다고 본다”며 “여론 게릴라전을 정부 차원에서 일으켜 비록 지더라도 야권과 민주세력 힘을 분산하는 등 정치적 반사 이익이 있다”고 강조했다. 

남궁협 광주전남 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대표도 “지난 대선 과정에서 종편이 사이비성 정치평론가들로 여론 조작 재미를 본 것 같다”며 “그 여세를 몰아서 이념적으로 보수 세력화를 위한 입질을 해보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 대표는 이어 최근 보수세력의 5·18 정신 훼손 움직임과 관련해 “이는 계급적 성격이라기보다는 거기에 더해 우리 사회의 민주화와 경제발전 과정에서 뒤틀렸던 문제점이 같이 복합적 어우러져 부정적으로 표출되는 현상으로 본다”며 “민주화에 반하는 행동을 했던 기득권 세력들이 실질적인 경제·정치적 이익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과 양심의 가책이 자기 합리화로 뒤틀려 극단적 나갈 때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강성원 기자 |sejouri@mediatoday.co.kr   

2013년 1월 29일 화요일

민주당 “방송정책 정부로 넘기지 않는다”


이글은 미디어스 2013-01-28일자 기사 '민주당 “방송정책 정부로 넘기지 않는다”'를 퍼왔습니다.
정부 개편 논의 상임위 피하고 부칙 개정 꼼수 제기돼

방송정책을 정부부처로 이관하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정부조직개편안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민주통합당은 “방송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당운을 걸겠다”며 적극 저지를 천명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28일 박기춘 원내대표와 면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문방위 소속 의원들은 “방송정책 가운데 어떠한 부분도 독임제 부처로 옮겨갈 수 없고 통신 이용자 보호 역시 방통위의 업무로 남겨야 한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정부조직개편 테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해 인수위의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해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문방위 간사인 유승희 의원이 정부조직개편TFT에 참여해 민주당 정부조직개편안을 만들고 인수위와 여당의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해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유승희 의원은 박기춘 원내대표와 면담직전에 열린 ‘방송통신 정부개편 토론회’에서 “방송과 언론의 공정성과 공영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각오를 밝혔다.

인수위, 상임위 논의 없이 통과 꼼수

대통령직 인수위는 정부조직 개편안을 여러 상임위 논의를 거치지 않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논의만을 통해 국회 통과를 기도하고 있는 의혹이 제기됐다.
행정안전위 소관법률인 정부조직법만을 개정하고 다른 정부부처 관련 법률은 ‘정부조직법 부칙’으로 개정해 국회 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로 짐작된다. 이러한 인수위와 새누리당의 시도가 성공할 경우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다른 상임위 논의를 거치지 않고 국회를 통과할 수 있다.
민주당이 입수한 정부조직법 부칙 개정안에 따르면 인수위와 새누리당은 방송법, 전파법, 전기통신사업법, 방송문화진흥회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 방송광고 판매대행 등에 관한 법(미디어렙법),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등 소관 기관으로 설정된 ‘방송통신위원회’를 ‘미래창조과학부’로 바꾸는 것으로 정부조직법 개정 논의를 마치려고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수위와 새누리당의 바람대로 정부조직 개편이 진행될 경우 EBS의 이사, 감사, 사장 임명과 정관개정 등의 주요사항은 방통위가 보고받고 승인하고 EBS의 영업, 회계 보고는 미래창조부에 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MBC 이사회인 방문진의 경우 역시 영업보고는 미래창조부에 하고 나머지 제반 사항은 방통위가 담당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게 된다.

민주당 “문방위서 방송정책 부처 이관 막는다”

민주당은 “상임위 논의 없는 정부조직법 개정 시도가 인수위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고 마음대로 정부조직을 주무르려 하는 방통위 관료들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부조직법 부칙 개정안은 방통위의 옛 정보통신부 출신 관료들이 만든 것으로 보인다”며 “이 관료들이 자기들 입맛에 맞는 정부조직을 구성하기위해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막강한 인수위가 해당 상임위 논의를 건너뛰기 위한 이런 꼼수부릴 이유가 없다”며 “인수위가 방통위 관료들에게 휘둘리고 농락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 관계자는 “부칙 개정만으로 정부조직을 바꾸기 위해서는 먼저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며 “특별법인 방통위 설치법 개정 없이 일반법인 정부조직법 개정만으로 방통위의 역할을 조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정부조직법안이 문방위로 넘어오면 반드시 방송정책이 정부부처로 넘어가는 것을 막는데 당운을 걸겠다”고 밝혔다.
현행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은 특별법으로 일반법인 정부조직법에 우선한다. 정부조직법을 바꾸더라도 방통위 설치법이 바뀌는 일이 없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인수위가 방통위의 권한과 역할을 축소하기 위해서는 방통위 소관사무를 정하는 설치법 11조와 12조를 개정이 선행돼야한다. 하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도형래 기자  |  media@mediaus.co.kr

2013년 1월 9일 수요일

[사설]비정규직 문제는 꼼수로 풀 사안이 아니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3-01-08일자 기사 '[사설]비정규직 문제는 꼼수로 풀 사안이 아니다'를 퍼왔습니다.

현대자동차가 7일 철탑에서 83일째 농성 중인 비정규직 해고노동자 최병승씨에게 “9일부터 출근하라”는 인사명령을 내렸다. 지난해 2월 대법원이 최씨의 불법 파견을 인정한 지 11개월 만이다. 그동안 대법원 판결에도 꿈쩍도 하지 않던 현대차가 느닷없이 “정규직 시켜줄 테니 출근하라”고 한 배경이 궁금하다. 최씨는 사내하도급 노동자 7000여명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농성을 풀 수 없다고 밝혀왔다. 현대차도 누구보다 이를 잘 알고 있다. 현대차의 사내 규칙에는 7일 이상 무단 결근 시 해고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결국 철탑농성을 압박하면서 강제해고의 명분을 쌓으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회사 측도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씨는 법원의 가처분 결정 때문에 철탑에 오른 대가로 하루 30만원씩의 과태료가 매일 쌓이고 있다. 현대차는 여기에 덧붙여 법원의 농성장 강제 철거명령까지 받아 놓은 상태다. 언제 법원의 집행관이 들이닥칠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 같은 물리적인 압박이나 ‘꼼수’로 문제를 풀겠다는 생각이라면 위험천만하기 짝이 없다. 사태의 본질을 놔둔 채 비정규직 노조를 굴복시키겠다는 발상은 문제를 더 꼬이게 할 뿐이다. 현대차 사내 하도급 문제는 최씨의 복직투쟁 이후 7년여를 끌어온 사안이다. 사내 하도급이라도 근무형태가 다른 데다 해고자 문제까지 얽혀 있어 복잡하기 짝이 없다. 힘으로 밀어붙인다고 해결될 사안도 아니다.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는 어떤 형태로든 노사협의를 통해 풀어야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 밀고 당기는 과정에서 진통이 있을 수 있지만 이런 과정을 거쳐야 노사간에 쌓인 불신과 앙금을 걷어낼 수 있다. 무엇보다 중단돼 있는 노사 협상이 하루빨리 재개돼야 한다. 비정규직을 대신해 회사 측과 협상을 벌일 정규직 노조도 전향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정규직 노조도 그동안 같은 생산라인에서 일하는 동료 비정규직의 설움과 차별을 방조해왔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언제까지 ‘귀족노조’라는 비난을 들을 수는 없지 않은가.

이 문제는 결국 현대차가 해법을 내놔야 한다. 회사 측은 2016년까지 비정규직 3500명을 정규직으로 신규 채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신규 채용은 회사가 원하는 사람만 골라 뽑을 수 있을지 몰라도 사내 하도급을 불법 파견으로 인정한 대법원 판례와도 맞지 않는다. 수년간 현대차를 위해 일해온 노동자들이 과거 경력을 통째 인정받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데 현대차 연간 순익의 6%에 해당하는 2859억원이 든다는 계산도 이미 나와 있다. 현대차는 세계 ‘빅5’의 글로벌 자동차 기업이다. 노동자들의 인건비를 줄여 돈 버는 시대는 지났다. 현장 노동자들의 근로의 질도 글로벌 기업다워야 한다.

2012년 12월 6일 목요일

MB정부 '상수도 민영화', 박근혜 집권하면…


이글은 프레시안 2012-12-06일자 기사 'MB정부 '상수도 민영화', 박근혜 집권하면…'을 퍼왔습니다.
5년 내내 '물 민영화' 꼼수, 이제 어디로 가나?

경상북도 영주시, 현재 영주시의회 앞에서는 시민들이 혹한 속 대설주의보를 뒤로 한 채 얇은 천막 속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이유는 '상수도 민간 위탁' 반대다. 상수도 민간 위탁은 이른바 '물 민영화'의 첫 단계로 의심을 받고 있는 문제다. 영주시 시민단체들은 '영주시 상수도 민간위탁 저지 시민대책위원회'를 만들어 활동 중이다.

영주 지역 시민단체들이 '물 민영화'에 맞서 싸운 것은 한 두 번이 아니다. 이번에도 또 일어선 것이다.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 초반에 영주시는 상수도 민간 위탁을 추진했다. 그러나 당시 시민단체들이 "상수도 민영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반대했고, 시의회도 영주시의 상수도 민간 위탁에 제동을 걸었다. 그러나 시는 시민들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최근 영주시의회에 '영주시 지방상수도 운영관리 위탁 동의안'을 제출해 논란을 자초했다.

한국수자원공사에 영주시 상수도 운영을 위탁하겠다는 것이 동의안의 내용이다. 천막 농성 중인 최락선 영주시민연대 사무국장은 5일 과 통화에서 "수공 위탁은 민간 위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수도 요금 인상 우려도 제기된다.

수공이 지자체의 상수도를 위탁 운영할 경우 곧바로 수도요금 인상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지자체의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주목할 만한 부분이 있다. 수공에 상수도 운영을 위탁한 지자체가 위탁 업체인 수공에 지불하는 '위탁 수수료'는 매년 눈에 띄게 인상되고 있다고 한다.

또 다른 시민단체 관계자는 "경북 예천의 경우 작년에 20% 이상 위탁 수수료가 올랐다. 물가 상승률의 4~5배나 되는 돈인데, 모두 예천 시민들의 세금이다. 이런 식으로 가면 당장 내일 몇 만원 오른 수도요금 고지서가 날아오지는 않겠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예천 시민들의 부담이 늘어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간 업체가 상수도 위탁 운용에 뛰어들 경우 지자체가 부담해야 할 위탁 수수료는 민간 업체에게 들어갈 수밖에 없다. 수도 요금은 지자체 관할이지만, 수수료 인상은 수도 요금 인상 압박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 <영주시민신문>이 보도한 '상수도 민간 위탁 반대 천막 농성 기자 캡쳐 ⓒ영주시민신문

최근 靑 소식지에 "정수장 민간참여 불가능해 '애로'"

상수도 민간 위탁 운영은 물 민영화와 연결되는 문제다. (시사인) 제 273호는 정부가 지난 2010년 10월 정부 부처 합동으로 발간한 '물산업 육성 전략' 보고서를 실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164개 지방 상수도를 39개 권역으로 통합하면서 사업자 간 경쟁을 유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나아가 "민영화 논란으로 직접적인 민간 기업 참여는 곤란, 단순 위탁 및 공기업과의 컨소시엄을 통한 운영 경험 확보"를 통해 민간 기업의 수도 산업 진입을 점진적으로 추진한다고 돼 있다. 즉 상수도 산업에 민간 기업을 투입하도록 정부가 유도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2020년까지 '세계적 물기업' 8개를 육성한다는 '로드맵'도 포함돼 있다.

2008년 촛불집회 당시 전국적인 '상수도 민간 위탁' 붐과 함께 정부와 지자체가 추진한 '물 민영화' 논란은 정부가 "수도는 민영화 대상이 아니다"는 말로 종지부를 찍는 듯 했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2009년, 2010년, 2011년, 그리고 2012년 현재까지도 '물 민영화'로 받아들일 수 있을만한 정황들은 곳곳에 포진돼 있다.

청와대 대통령실이 지난 5월 4일 내 놓은 '청와대 정책 소식지 118호에는 2010년 나온 '물산업 육성 전략' 보고서와 비슷한 방안이 들어 있다.

▲ 2012년 5월 4일 청와대 소식지 118호 10페이지 캡쳐

'물이 새로운 성장 동력입니다'라는 제목의 이 소식지에는 "우리나라 물 산업 육성 전략"이 담겨 있다. 주목되는 부분은 "고도 정수 처리 시설 운영 경험이 있는 공기업 및 지자체와 민간 기업 컨소시엄을 통한 해외 진출 지원"과 관련해 "우리나라는 정수장 운영 민간 참여가 불가능해 해외 토털 솔루션 입찰에 애로"라고 적혀 있다.

즉 우리 물 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정수장 운영에 민간 참여를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민간의 정수장 운영은 곧 상수도 민간 참여를 의미한다. 현재 전국 18개 지자체에 수공이 위탁 운영을 하고 있는데, 수공의 상수도 운영 참여는 민간의 상수도 운영 참여의 명분이 될 수도 있다.

이어서 이 소식지는 "2014년 이후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국가 등을 대상으로 총 13곳 진출 지원-순수 민간 차원에서 해외 정수장 수주 투자 준비 중"이라고 돼 있다. 이게 가능하려면 민간 기업이 국내 상수도 위탁 운영을 통해 노하우를 쌓아야 한다. 즉 2014년까지 국내 민간 기업이 상수도 운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현재 상수도 사업으로 해외에 진출한 기업 중 한 곳이 코오롱이다. 자회사인 EFMC와 수공은 중국 장쑤성 쓰양현에서 현지법인을 세우고 상수도 공급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코오롱은 이명박 대통령의 실세였던 이상득 의원의 '친정'으로 현 정부 들어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물 산업'에 가장 관심을 많이 기울이고 있는 회사다.

시민단체 등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제정을 추진하다 실패한 '물산업기본법' 등이 통과돼 민간의 상수도 위탁 운용 사업이 가능해질 경우 국내 상수도 시장에 뛰어들 기업 1순위로 코오롱을 꼽고 있다. 코오롱이 중국에서 쌓은 노하우를 가지고 들어올 경우 '전문성'이라는 명분도 갖추게 된다.

▲ 상수도 민간 위탁 반대. 이런 시위는 전국 지자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경남 통영시시민단체연대와 물민영화반대책위원회 회원 50여명이 2009년 10월 통영시내를 돌며 통영시 상수도의 수자원공사 위탁에 반대하는 시민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상수도 위탁이 공공재인 물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내용의 피켓을 들거나 유인물을 시민들에게 배포했다 ⓒ연합뉴스

이명박 정부 '물 산업' 관련 교수가 직접 "상수도 민영화" 언급

정부의 은근한 지원을 등에 업고 민간에서는 현재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단적인 예가 한국물학술단체연합회가 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이 후원해 지난 달 29일 서울 논현동 파티오나인에서 열린 '물정책 토론회'다. 이 자리에서 최승일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부총장은 "한국의 물산업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한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은 초보 단계에 불과하다. 상·하수도 민영화 등 차기 정부에서 물 관련 종합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부총장이 '민영화'를 언급한 것은 특히 주목된다. 최 부총장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 대통령 직속 국가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이다. 현 정부의 물 산업 계획 수립 등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 정부의 물 산업 관련 업무를 담당한 교수가 직접 "상하수도 민영화"라는 단어를 쓴 것이다.

당시 국가지속가능발전위원회에는 정도영 상하수도협회 부회장, 최승일 고려대 교수, 현인환 단국대 교수, 윤주환 물환경학회회장. 민경석 경북대 교수, 김응호, 대한상하수도학회장 등 유독 '물 산업' 관련 인사들이 대거 위촉됐다.

이 토론회에서 정부측 패널로 참여한 최종원 환경부 수도정책과장은 "상·하수도 분야는 국내에선 대부분 지방자치단체와 공기업 중심으로 운영된다"며 "외국 기업에 비해 민간 기업들이 운영 및 관리 노하우를 쌓는 게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청와대 소식지에서 언급된 지적과 흡사하다.

현재 상수도 위탁 운용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수공의 민경진 정책경제연구소장은 토론회 기조발표자로 나서 "물산업 증가의 성장세에 힘입어 전 세계에 블루골드(물)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장밋빛 전망을 내 놓기도 했다.

'물 민영화' 프로젝트가 차기 정부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추측도 가능케 한다. 대선 20일 전에 열린 토론회의 주제는 '물산업 정책, 차기 정부에 바란다'였다. 친박계인 정희수 의원은 18대 국회 때 민간 기업의 상수도 사업 진입 물꼬를 터 주는 내용의 '물 산업 육성법'을 대표발의한 적이 있다.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계승하는 '새 정부'가 들어설 경우, '물 민영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과 정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철도 민영화' 세력이 차기 정부를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박세열 기자

2012년 11월 12일 월요일

세금을 세금이라 부르지 못하는 박근혜 후보


이글은 프레시안 2012-11-12일자 기사 '세금을 세금이라 부르지 못하는 박근혜 후보'를 퍼왔습니다.
[김상조 칼럼] 감시 없이 세금 쓰겠다는 '꼼수'

어제(11월 11일) 박근혜 후보가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하였다. 그 핵심은 18조원 규모의 '국민행복기금'을 설치하여 과다 부채와 고금리에 시달리는 서민들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18조원, 어마어마하다. 이것만으로도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가계부채 대책을 압도할 만하다. 그런데 이 엄청난 규모의 기금을 조성하는데, "정부가 직접적인 재원 투입을 하지 않"겠다고 한다. 이게 가능한가? 그 비밀을 밝혀보자.

18조원의 기금 조성 방법은 다음과 같다. 한국자산관리공사(이하 캠코)가 관리하는 부실채권정리기금 잉여금 배당액 출자, 신용회복기금 잔여재원, 그리고 캠코 고유계정으로부터의 차입금 등을 통해 1조 8,700억원의 종자돈을 마련한 후, 이를 기초로 10배인 18조원의 채권을 발행한다는 것이다. 신용회복기금 역시 2008년 9월에 부실채권정리기금의 잉여금을 출연한 것이니, 결국 종자돈의 기원은 두 가지, 즉 부실채권정리기금 잉여금과 캠코 고유계정으로 나눌 수 있다. 그 성격을 하나씩 살펴보자.

첫째, 캠코 산하의 부실채권정리기금은 1997년 외환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조성한 공적자금의 하나로,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을 처리하기 위한 것이다. 부실채권을 장부가격보다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매입하여 일정기간 관리 후 시장가격으로 팔았기 때문에 부실채권정리기금은, 예금보험공사의 (구)예보보험기금과는 달리, 투입액보다 회수액이 더 많았다. 최근 자료를 보니, 부실채권정리기금은 투입액의 약 110%를 회수하였다.

그런데 2003년부터 시행된 공적자금 상환 계획에 따라 캠코(와 예보)가 발행했던 정부보증 채권은 만기가 돌아오면 모두 국채로 전환하여 25년간 나누어 상환하기로 했다. 즉 외환위기에 따른 공적자금 상환 부담은 모두 정부로 넘어갔다. 국민 세금으로 전가된 것이다. 그 결과 부실채권정리기금이 관리 중인 채권을 매각하여 추가로 회수한 돈이 '부실채권정리기금 잉여금'으로 회계처리된 것이다.

원래 이 돈은 공적자금을 상환하는데 사용되어야 하는데, 공적자금 상환 주체가 캠코가 아닌 정부로 바뀌었기 때문에, 한마디로 '눈먼 돈'이 되었다. 박근혜 후보의 국민행복기금은 이 눈먼 돈을 가계부채 대책에 쓰겠다는 것이다. 좋다. 쓰는 건 좋은데, 이걸 국민 세금이 아니라고 우기면 안 된다. 이 눈먼 돈만큼 정부의 일반회계에서 세금이 더 나가기 때문이다.

둘째, 캠코의 고유계정 돈을 쓰는 것은 결국 미래의 세금 부담을 유발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말에 부실 저축은행들을 지원하기 위해 두 차례에 걸쳐 총 1.7조원의 캠코 고유계정 돈을 끌어다 썼다. 당연히 캠코의 재무구조가 악화되었고, 결국 2009년 5월에 캠코는 6,000억원의 증자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 정부가 2,000억원을 추가로 출자하였고, 나머지는 수출입은행 등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출자토록 하였다.

캠코 고유계정 돈은 공적자금관리법상 공적자금이 아니고, 당장은 국민 세금이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정부 일반회계로 증자하거나 아니면 금융기관의 팔을 비트는 관치를 할 수밖에 없다. 즉 국민 부담으로 전가된다.

▲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연합뉴스

결론적으로, 18조원의 국민행복기금을 설치하는데 정부 재원이 직접 투입되지는 않는다는 박근혜 후보의 주장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다. 사실상 국민 세금이거나 미래의 국민 세금이다. 물론 가계부채로 고통 받고 있는 서민들을 지원하는 것은 정말로 중요한 일이지만, 중요한 일일수록 명실상부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할 수 있다. 사실상 세금인 것은 세금이라고 부르지 않고, 사실상 공적자금인 것을 공적자금이라고 부르지 않는다고 해서 본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본질을 은폐할수록 오히려 사회적 비용은 더 커지게 되어 있다. 박근혜 후보의 가계부채 대책에 대해 차입자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차입자의 도덕적 해이보다 더 심각한 것이 캠코 또는 그 뒤에 숨어 있는 정부의 도덕적 해이다. 세금을 쓰는데, 감시 받지 않는 방식으로 세금을 쓰기 때문이다.

하나 더 추가한다면, 국민행복기금의 채권 발행은 결국 캠코의 자체 신용으로 할 수밖에 없는데, 작년 말에 캠코가 발행한 공모사채의 연 이자율이 3.75%였다. 따라서 18조원의 채권을 발행하면 연 6,750억원의 이자가 나간다. 1조 8,700억원의 종자돈으로는 3년도 못 버티고, 결국 캠코는 조만간 증자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차라리 정부보증을 붙이는 것이 발행금리를 낮추어 국민세금을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캠코가 자체 신용으로 채권을 발행하는 것보다 정부보증이 붙은 채권을 발행하는 것이 훨씬 금리가 쌀 테니 말이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

2012년 10월 6일 토요일

김재철의 배짱, 환노위 국감 증인 출석도 회피할 듯


이글은 미디어스 2012-10-05일자 기사 '김재철의 배짱, 환노위 국감 증인 출석도 회피할 듯'을 퍼왔습니다.
5일부터 10일까지 베트남 출장, "재벌 회장 같은 꼼수 쓴 것"

▲ 김재철 MBC 사장 ⓒMBC
김재철 MBC 사장의 배짱 행보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김재철 사장은 MBC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을 갖고 있는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이사회에 삼연속으로 불참한데 이어 환경노동위원회(이하 환노위) 국감 증인에도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환노위는 지난달 27일 김재철 사장과 정영하 MBC 노조위원장을 국감증인으로 채택했다. 환노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MBC 청문회를 열자고 제안했지만 새누리당의 반대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에 신계륜 환노위 위원장은 김재철 사장과 정영하 위원장을 고용노동부 국감 때 증인으로 채택하자고 제안해 여야가 이를 받아들인 바 있다.
하지만 김재철 사장은 5일부터 오는 10일까지 5박 6일 일정으로 (주)MBC나눔에서 주최하는 고엽제 피해자와 관련한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해외 출장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오는 8일 열리는 환노위 국감장에 증인으로 나서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MBC 홍보실 관계자는 "한국-베트남 수교 20주년을 기념해 고엽제 피해 환자들을 계속 치료해 왔다"면서 "이번 출장도 그 연장선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은 (미디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김재철 사장이 5일부터 10일까지 베트남 출장을 간다는 것은 맞다"면서도 "상황에 따라 일정이 변경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재철 사장의 국감 증인 출석 여부에 대해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은 "일정이 변경될 수도 있기 때문에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은 “국감 출석 여부가 결정된 바 없다”고 해명했지만 세차례나 방문진 이사회에 불참했던 김재철 사장이 출장 중에 전격 귀국해 증인으로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민주통합당은 환노위 국감에 김재철 사장을 반드시 세운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환노위 소속 한 관계자는 와의 전화통화에서 "김재철 사장이 8일 출석하지 않는다면 22일 고용노동부 확인국감 때 출석하도록 재의결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재철 사장이 증인으로 나서는 환노위 고용노동부 국감은 8일과 22일 두 번에 걸쳐 진행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김재철 사장의 행보에 대해 "MBC 청문회를 거부하고 국감에서 논의해도 충분하다고 주장한 새누리당의 입장이 실효성을 상실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김 사장이 22일에도 출석하지 않으면 청문회로 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배재정 민주당 의원과  환노위 소속 한명숙 민주당 의원은 5일 공동 성명을 내고 "김재철 사장의 이번 출장은 명백한 국회 출석 회피용"이라며 "환노위 국정 감사에 나오지 않는다면 준엄한 사법적 심판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이번 행사는 굳이 김재철 사장이 참석할 이유도 없다"면서 "베트남에서 열리는 행사는 오는 11월 1일로 김재철 사장은 행사를 준비하는 이들을 한 달 전에 격려 방문하는 촌극을 연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소나기는 피해가면 그만'이라는 식의 상황 인식은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라고 덧붙였다.
배재정, 한명숙 의원은 새누리당에게도 김재철 사장의 국감 출석에 협조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김재철 사장이 국민을 무시하고 국회까지 무시하게 된 데에 공동 책임을 느껴야 한다"면서 "비리자를 계속 옹호하는 정당에 더 이상 집권은 없을 것"이라고 몰아세웠다.
MBC노조도 방문진에 이어 국감 증인 출석을 회피하는 김재철 사장의 행보에 대해 5일 특보에서 "국회 출석을 피하기 위해 재벌 회장 같은 꼼수를 쓴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승욱 기자  |  sigle0522@mediaus.co.kr

2012년 9월 19일 수요일

빚 못 갚겠으면 집 팔면 되지, 이게 대책이야?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9-18일자 기사 '빚 못 갚겠으면 집 팔면 되지, 이게 대책이야?'를 퍼왔습니다.
‘세일앤리스백’은 은행의 ‘꼼수’… 거품 떠받치기, 또 다른 폭탄 돌리기 될 수도

300만원의 월급을 받는 직장인 A씨는 아파트 대출 이자로 한 달에 90만원을 낸다. 월급의 30%다. 그만큼 다른 가계 지출을 줄여야 한다. 더구나 얼마간의 예금과 한 채뿐인 아파트 등 자산을 팔아도 대출금을 갚기 어렵다. 

여기에서의 A씨는 가상의 인물이지만, 현실 속에서 A씨 같은 ‘하우스 푸어’는 108만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모두 가처분소득의 10% 이상을 한 채뿐인 아파트 담보대출 원리금으로 지출하는 이들이다. 가구원까지 합치면 약 374만 명 수준이다. 이들의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 비중은 평균 41.6%에 이른다. 하우스푸어 중 38.4%는 지난 1년간 부채가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었고, 향후 1년간 부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구도 22만5000가구(19.3%)나 된다. (관련자료: [하우스푸어의 구조적 특성], 현대경제연구원 2011.5.23)

▲ ⓒ현대경제연구원

은행이 집 사서 임대해준다?…“또 다른 폭탄 돌리기”

이처럼 하우스 푸어가 한국 경제의 ‘뜨거운 감자’로 지목되면서 관련 대책들도 쏟아지고 있다. 최근 하우스 푸어 지원책으로 묘사되는 ‘세일 앤 리스백’ 제도도 그 중 하나다. 은행이 아파트의 소유권을 넘겨받아 이를 다시 채무자에게 임대하는 방식이다. 채무자는 ‘골칫덩이’로 전락한 아파트를 은행에 넘겨 원리금 상환 부담을 더는 대신, 임대료만 지불하고 계속 거주할 권리를 보장받는 것이다. 향후에 이를 다시 살 수 있는 조항(Buy back)이 포함되는 경우도 있다. 기업들이 자금 확보를 위해 보유 중인 부동산 자산을 리스회사에 매각할 때 쓰이던 방식이다.

이와 비슷한 ‘트러스트 앤 리스’ 제도도 오르내린다. 우리은행이 최근 이 같은 상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5년간 아파트를 신탁회사에 넘기고, 은행은 채무자가 지불하는 임대료 중 일부를 지급받는다. 5년 후 채무자가 빚을 다 갚을 경우 아파트의 소유권을 찾아올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신탁회사가 이를 처분하여 수익금을 은행에 지급하는 방식이다. 새누리당은 금융권이 출연한 기금 형태의 특수목적회사(SPC)나 배드뱅크가 집을 사들인 뒤, 이를 임대하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또 다른 폭탄 돌리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17일 국회 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민주통합당 김현미 의원과 무소속 박원석 의원, 민변 민생경제위원회와 참여연대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다. (자료집 다운로드)

백주선 변호사는 “금융기관이 한 푼도 손실을 보지 않고 문제를 해결해 보려는 의도가 저변에 깔려 있고, 5년의 환매기간 내지 신탁기간 동안 문제를 뒤로 미루자는 안일함이 배어 있다”고 비판했다. 5년 동안 채무자가 주택담보대출 금액을 다 갚을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 자칫 모든 부담을 채무자의 ‘미래’에 떠넘기는 것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 ⓒCBS 노컷뉴스

은행은 왜 책임 안 지나…“은행의 ‘꼼수’”

백 변호사는 은행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소득능력에 다라 대출을 해줘야 한다는 금융의 기본원리를 망각하고, 마구잡이로 주택담보대출을 늘린 게 (하우스 푸어 문제의) 주된 원인”이라는 것이다. 그는 “하우스 푸어를 108만 가구로 추정할 때, 그 10%인 10만 8000가구를 대상으로 전국 주택 평균가격 1억1812만원에 산다고 가정해도 필요한 자금은 12조7000만원에 이른다”며 “(여기에) 공적자금을 집어넣는 것은 무리한 대출을 해 준 은행은 전혀 손해 보지 않고 책임을 면제받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나선 권정순 변호사(서울시 주거재생지원센터 갈등조정관)도 “어느 하우스푸어가 5년 후 원리금을 모두 변제하고 소유권을 회복할 수 있겠냐”며 “결국 위 제도는 현재의 위기상황을 5년 후로 미루는 것에 불과하며, 금융기관이 주도하여 논의를 진행하다보니 금융기관의 손실은 가급적 최소화하면서 담보채무자들이 주로 위험을 부담해야 하는 구조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채무자 입장에선 주택가격 상승이 유일한 ‘희망’인데,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 같은 제도가 은행의 ‘꼼수’라고 지적했다. 은행이 ‘임대료’라는 명목으로 또 다른 ‘거치식 대출’을 유지하면서, 담보인정비율(LTV)을 초과한 부채에 대해 채무재조정을 지연시킨다는 것이다. ‘폭탄 돌리기’인 셈이다. 또 연체 중인 주택담보대출을 ‘거치형 이자납입식’으로 변경해 이를 장부에서 제거함으로써 사실상 ‘분식회계’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한국은행 김용선 거시건전성분석국 팀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LTV 평균이 48%이고, 80% 초과하는 대출이 0.1%밖에 안 된다”며 애초 제도가 도입됐던 미국의 경우와는 달리 “담보 가치가 충분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자기 집을 신탁회사에 맡기거나 은행에 파는 것보다 개인적으로 팔아 채무관계를 해소하는 게 훨씬 더 유리한 상황”이므로 “활성화 가능성에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이라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자금시장과 이형일 과장은 “정부는 현재로서는 상황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 4일"정부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채무자 ‘맞춤대책’ 필요…‘통합도산법’ 개정해야

백주선 변호사는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하면서도 신속하게 채무조정을 통해 채무자를 경제에 신속히 복귀시키는 방안이 하우스 푸어에 대한 대책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서는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내놨다. 소득에 비해 부채 규모가 크지 않은 경우, 기존의 3~5년 거치기간이 끝나면 원금을 일시에 상환하는 형태의 대출을 장기모기지론으로 바꿔 20~30년 동안 원금과 이자를 나눠 갚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기 채권을 주택금융공사 같은 공기업이 매입할 수 있도록 자본금을 확충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 ⓒCBS 노컷뉴스

반면 소득으로 부채를 상환하기 곤란한 하우스 푸어도 있다. 백 변호사는 이 경우에는 주택을 공공이 매입하여 임대주택으로 전환하는 방법이 해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하우스 푸어의 대부분은 임대주택으로 전환이 어려운 아파트 소유자인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손해를 보더라도 아파트를 싼 가격에 내놓고, 일부라도 부담을 더는 게 방법일 수는 있다. 그러나 한꺼번에 이 같은 매도 물량이 쏟아질 경우 주택가격의 폭락으로 경제위기가 도래할 우려가 있다는 게 백 변호사의 판단이다. 

따라서 “원금과 이자를 한꺼번에 채무조정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1가구 1주택자에 한해 개인회생 등 채무조정제도를 이용하게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백 변호사는 “정기적인 소득이 있는 채무자는 개인회생시 3~5년의 변제기간이 끝난 후에도 10년 동안 원금을 나누어 갚고 못 갚는 부분은 면책 받도록 하고, 변제기간 동안에는 채권자가 경매를 진행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채무자(신용소비자)를 보호하는 방안도 시급하다고 백 변호사는 제안했다. ‘주택담보 과잉대출규제법’ 또는 ‘공정대출법’을 제정해 만기일시상환 방식의 대출을 금지하고, 상환능력을 초과하는 대출을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법정 최고이자율 한도를 연 20%로 낮춰, 이를 초과하는 이자뿐만 아니라 원금에 대한 상환 의무도 ‘무효’로 해 은행과 대부업체들의 ‘약탈적 대출’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김효연 국회 입법조사처 금융외환팀 입법조사관은 “하우스 푸어가 도산으로 가기 전 단계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우스 푸어가 채권채무 조정을 진행하기에 앞서 어떤 절차가 본인에게 가장 적합한 것인지 상담할 수 있는 상담제도가 도입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권정순 변호사는 2009년 도입이 무산됐던 ‘통합도산법’ 개정안을 19대 국회가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권 금융기관과 채무자의 이익을 공평하게 조정하면서도 채무조정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법정화된 도산절차”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관련 법안은 19대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박원석 의원 안, 박영선 의원 안, 정부 안)

허완 기자 | nina@mediatoday.co.kr  

2012년 7월 27일 금요일

MB 대국민 사과 뒤 ‘BBK’ 팀장 은진수 ‘가석방’


이글은 뉴스페이스 2012-07-26일자 기사 'MB 대국민 사과 뒤 ‘BBK’ 팀장 은진수 ‘가석방’'을 퍼왔습니다.
네티즌 “‘일사부재리’ 철저 이용 꼼수…사과 쇼였네”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구명 청탁과 함께 거액의 돈을 받은 혐의로 유죄를 선고 받은 MB측근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이 오는 30일경 가석방될 예정이서 비난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은 전 위원은 권재진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거쳐 오는 30일 오전 10시 가석방되는 33명의 모범수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말에 수감중인 MB 측근들이 줄줄이 사면‧가석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은 친인척‧측근 비리에 대해 24일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진정성 없는 사과였다’는 비난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은 전 위원은 부산저축은행 측 로비스트로부터 세 차례에 걸쳐 퇴출저지 청탁과 함께 7000만원을 받고, 자신의 친형을 제주도 카지노업체 감사로 올린 다음 급여 명목으로 매달 1000만원씩 모두 1억원을 받게 한 혐의로 구속됐다. 은 전 위원은 1, 2심에서 모두 징역 1년 6월과 추징금 7000만원을 선고받아 지난해 5월 30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현재 형기의 70% 가량을 산 상황이다. 

은 전 위원은 2007년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 캠프에서 ‘클린정치위원회’ BBK사건 대책팀장을 맡았으며 ‘BBK 사건’을 변호하기도 했다. ‘BBK 가짜 편지’의 실제 작성자인 신명씨는 ‘김경준 기획입국설’과 관련 편지를 기획한 감독은 은 전 위원이라고 말했었다. 대통령직 인수위에서는 법무행정 자문위원으로 일했다. 

또 은 전 위원은 감사원에 재직하던 시절, 정연주 사장 퇴출과 연관된 ‘KBS 감사’ 등은 빠르게 처리하고 ‘4대강 감사’ 등은 고의적으로 지연시켰다는 의혹도 받았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친인척‧측근 비리에 대해 24일 대국민 사과를 했었다(☞ 관련기사). 이 대통령은 “억장이 무너져 내리고 차마 고개를 들 수 없다”며 “모두가 제 불찰이다, 어떤 질책도 달게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오직 겸허한 마음가짐과 ‘사이후이(죽는 날까지 일을 내려놓지 않는다는 뜻의 고사성어)’의 각오로 더욱 성심을 다해 일하겠다”고 제갈량의 ‘출사표’ 고사성어를 인용해 각오를 밝혔었다. 

이같이 사과를 한 날 이 대통령은 자신의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대외직명대사로 언론문화협력대사와 인권대사를 신설하고 오랫동안 자신의 ‘입’ 역할을 했던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을 언론문화협력대사에 위촉했다. 민주통합당 정은혜 부대변인은 “친인척·측근비리로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사과까지 발표한 날, 이런 불미스러운 인사를 한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앞서 최근 검찰 인사에서 민간인 불법사찰 증거인멸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던 김진모(46·사법연수원 19기) 서울고검 검사가 13일 검사장으로 승진됐다. 또 2008년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의 위험성을 보도했다는 이유로 MBC ‘PD수첩’에 무차별 수사를 했던 주역 전현준(47·사법연수원 20기) 대검찰청 범죄정보기획관이 20일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기용됐다. 대선을 앞두고 주요 사건을 담당하는 부정부패 수사 책임자로 기용된 것으로 이재화 변호사는 “대선용 포석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였다(☞ 관련기사). 

은진수 전 위원의 가석방 소식은 주요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계속 오를 정도로 관심을 모았다. 네티즌들은 관련 기사 댓글란과 트위터 등에 의견을 쏟아냈다.

네티즌 ‘vaZ**’은 “돈받은 은진수는 가석방 시키고, 말 몇 마디로 잡아 넣은 정봉주는 만기 채울라고 하나? 적당히들 해 쳐먹어라!”라고 비난했고 ‘자**’은 “법무부장관인 권재진이 누구? Mb 집사죠. 그래서 모든 사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장관을 시켜놓은 것이고..전형적인 독재국가”라고 성토했다. 

‘해심**’은 “민간인 사찰 주범 권재진 장관이 MB 똘마니를 가석방 시키는 어처구니 없는 나라! 김병화가 대법관 되면, 비리 주범들 낮은 형량 받고 거리를 활보하는 미친 나라가 되겠군!”이라며 “성범죄자만 신상공개하지 말고 권력형 비리자도 신상공개하라! 주위에 어떤 범죄자들이 살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라고 울분을 표했다.

‘Tom**’은 “결국 지금 검찰이 수사해서 사법처리 하는 것들이, 일사부재리 원칙을 철저히 이용하기 위한 꼼수라는 거지. 대통령 사면권을 이용해서 적당한 시기에 다 플어줄텐데”라며 “뭐 하긴 위장전입부터 시작해서 인생자체가 편법인데, 대한민국법을 농락하는 재미로 사는 듯”이라고 꼬집었다.

아이디 ‘쥐에겐***’은 “내 추측컨데...이명박과 검찰은 박근혜가 대통령이 된다고 믿고 있는 듯하다. 이번 사면 역시 박근혜와 조율했을 가능성이 크다. 박지만씨와 서향희씨 역시 저축은행 연루 의혹이 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건 자체를 별일 아닌 듯 보이기 위해 저축은행 관련자를 사면하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의구심을 보였다.

네티즌들은 “정말 대단한 X이야. 대국민 사과 하고 나서 바로 사면”(한**), “국민한테 사과한 게 은진수 가석방 시킨다고 사과한 거네ㅋㅋ 지라들한다. BBK 폭로한다고 깜방에서 난리쳤나보네. 정봉주는 언제 나오나”(납자**), “사과문은 쑈였다. 억장은 무너지지만 우리애들은 풀어줘야겠다..ㅎㅎㅎ”(계룡산), “아직 저축은행들에 대한 일련의 사건이 마무리 되지도 않았는데...말이 안나온다”(루비**), “야~정말이지 해도 너무한다, 이명박이 대국민사과가 쇼였군”(대박***), “측근비리 대국민사죄한지 40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비리측근 사면이라...것두 서민들 피눈물 나게 만든 저축은행 비리관련 금품수수자가..”(마*)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진락 기자

2012년 6월 30일 토요일

이명박 정부, ‘이완용 코스프레’ 잠시 보류?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6-29일자 기사 '이명박 정부, ‘이완용 코스프레’ 잠시 보류?'를 퍼왔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이완용 코스프레’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29일 오후 4시로 예정됐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을 일단 연기했다. 일본에 민감한 한반도 군사정보를 내주려던 계획을 당분간 이행하지 못하게 된 셈이다.
성난 민심을 확인하고 백기투항을 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결론을 단언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여야의 요구에 따라 서명 전에 국회에 먼저 설명하기로 했다”며 “7월 2일 국회 개원이 합의됐으므로, 국회와 협의한 후 협정 서명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언론에 밝혔다
국회를 상대로 한 설명 과정을 거친 이후 군사협정 서명을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이는 백기투항과는 거리가 있는 선택이다. 물론 여론의 대세가 정해졌다는 점에서 다시 ‘민심에 반기’를 들 수 있을지는 지켜볼 대목이다.
이번 사태는 ‘독도’ 논란까지 번질 정도로 휘발성이 큰 사안이다. 독도향우회는 29일 성명에서 “군사협정이 체결된 이후에는 독도 근해가 한·일의 군사적 기지로 이용될 가능성이 많다. 대한민국의 영토인 독도 근해에 일본 군함이 북한의 정보수집 명분으로 왕래할 것은 자명하다. 일본은 북한정보를 핑계로 독도수호에 대한 우리 군의 정보만 훔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명박 대통령. ©CBS노컷뉴스

정부가 주목해야 할 점은 이번 선택에 대한 우려 여론이 심상치 않은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가 왜 무리수를 둬 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을 행동을, 일본 정부의 입맛에 맞는 행동을 국민의 눈을 피해 추진했느냐는 의문이 남는다. 미국이 주도하는 동북아 안보전선의 전략에 부응하는 행동, 이를 위해 일본과의 군사협력을 강화하려는 수순이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대선을 6개월 앞둔 민감한 시기에 여론이 싫어할 행위를 정부에서 추진한 것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기는 충분하지 않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사건으로 ‘제2의 이완용’이라는 얘기까지 들을 정도로 수세에 몰렸다. 그러한 위험부담을 감당하면서까지 강행할 수밖에 없었던 숨은 이유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정부는 협정이 비밀리에 국민 몰래 추진되어진 이유와 처리 과정의 문제점을 국민들께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면서 “제1야당을 대상으로 거짓말과 기만을 일삼아온 국방부, 외교통상부에 대해서도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특히 오늘로 국회가 개원한 만큼 외통위와 국방위를 통해서 책임 추궁에 힘을 싣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갈지자 행보로 입방아에 올랐다. 김영우 새누리당 대변인은 정부의 선택을 변론하는 논평을 발표해 입방아에 올랐다. 그는 지난 27일 논평에서 “지금 세계는 자국의 생존을 위해서 또는 국가 이익을 위해서 다른 나라와 다양한 형태의 협력을 하고 있다. 경제문제든, 군사문제든, 나홀로 살아갈 수는 없는 세상”이라고 주장했다.
김영우 대변인은 “한·일 정보보호협정은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 개발 또는 테러집단의 테러활동 등 안보와 관련된 정보를 필요한 경우에 서로 교환할 수 있는 기본적인 근거를 마련하는 협정”이라고 설명했다.
새누리당 대변인 논평은 여론의 뭇매를 자초했고, 여당 의원들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이어지면서 여권의 기류도 흔들렸다. 진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29일 국회 정론관을 방문해 “국민 사이에 반대하는 정서가 있는데다, 절차상 급하게 서둘러 체결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여야가 6월 29일 국회 원구성 협상을 마무리했고, 7월 2일 19대 국회 본회의가 시작된다는 점에서 이번 논란은 핫이슈로 부각될 전망이다. 여야 쪽에서 모두 비판과 우려를 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다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을 강행할 수 있을지는 지켜볼 대목이다.
야권의 대선주자들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관전 포인트다. 민주통합당의 대선주자인 문재인 상임고문은 29일 부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일본이 과거사에 대해, 위안부 문제, 역사 문제를 재대로 청산 안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독도 주장하는 상황에서 일본하고 군사협력 강화하는 것이 국익에 맞는 것인지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인 판단이 든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상임고문은 “절차도 문제다. 이런 중요한 문제는 국민 여론 충분히 수렴해야 하는데, 국민들께 제대로 알리지도 않고 비밀스럽게 국무회의서 통과시켰다. 절차에 심각한 하자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도 28일 성명을 통해 “일본과의 군사협력 추진은 남북한 대화와 동북아 평화에 커다란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정부가 내거는 목적과 달리 국가 안보에 오히려 지대한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면서 “일본이 과거사 문제에 대해 아직도 성의 있는 태도로 임하지 않고 있는 때 한일 양국간 군사 협력은 시기상조”라고 비판했다.

류정민 기자 | dongack@mediatoday.co.kr  

2012년 6월 15일 금요일

[사설] 불법사찰 ‘물타기 홍보’ 나선 뻔뻔한 청와대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6-14일자 사설 '[사설] 불법사찰 ‘물타기 홍보’ 나선 뻔뻔한 청와대'를 퍼왔습니다.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를 두고 청와대가 언론을 상대로 물타기를 시도한 흔적이 드러났다. 청와대 인사가 엊그제 몇몇 언론사에 전화를 걸어 검찰 발표에 노무현 정부의 사찰 사례가 포함될 것이라고 귀띔하면서 이를 비중 있게 다뤄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이다. 삐딱한 사술로 국면을 모면하려는 청와대의 꼼수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이번에도 거기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물타기 시도를 기본 활동이라고 말한 데서는 어이가 없기까지 하다. 이 관계자는 “몇몇 언론사에 연락해 입장을 설명하고 잘 반영해 달라고 부탁했다”며 “기업 홍보실이 그렇듯 우리도 설명하고 부탁한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곧 기업이고 홍보수석실은 기업의 홍보실이란 얘기인데, 기업가 출신 대통령과 아귀가 딱 맞는다. 기업은 수익이 우선이고, 국정은 국민을 먼저 바라보아야 한다. 청와대는 국정과 기업을 혼동하지 말기 바란다.
기업 홍보하듯 물타기에 나선 청와대이니 이번 사건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는 기색이 없는 건 당연하다. 청와대가 서면으로 딱 두 줄 논평을 내어 “송구하다. 다시는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한 것은 이를 잘 드러내 준다. 이명박 대통령은 아직까지 이 사건에 대해 가타부타 언급이 없다. 사안이 중하지 않다고 보는지, 아니면 너무 혼비백산해 뭐라 할 말이 없는지 알 길이 없다.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진솔한 사과부터 하는 게 먼저다.
청와대와 검찰, 법무부 등이 사전에 짬짜미를 한 의혹도 짙다. 검찰은 현 정부의 사찰 내용은 수박 겉핥듯 듬성듬성 발표한 반면, 노무현 정부 때 사찰은 매우 구체적으로 발표했다. 청와대는 이를 어떻게 알았는지 언론에 협조 요청을 했다. 어떤 형태로든 수사 결과가 사전에 청와대로 흘러들어간 것이다. 이런 얄팍한 꼼수로는 국민을 속이지 못한다. 현 정부의 민간인 사찰은 특정 세력이 특정 인사를 겨냥해 별도의 비선 조직을 만들어 광범위하게 이뤄졌다. 노무현 정부 때 총리실의 공무원 직무감찰 위주의 사찰과는 궤를 달리한다.
이 대통령은 최근 국내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곡동 사저 수사를 두고 부실이라고 정치권이 비판하는 데 대해 “그게 바로 정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이 쓸데없이 트집을 잡는다는 얘기다. 퇴임 뒤 사저 문제를 두고 물의를 빚었다면 자신의 허물부터 돌아보는 게 상식일 텐데 남에게 손가락질부터 하는 꼴이다. 민간인 사찰이든 내곡동 수사든 한결같이 적반하장, 무책임의 극치일 따름이다.

2012년 6월 10일 일요일

강제휴무 대형마트, ‘꼼수’ 쓰시네 디테일하게


이글은 한겨레21 2012-06-11일자[제914호] 기사 '강제휴무 대형마트, ‘꼼수’ 쓰시네 디테일하게'를 퍼왔습니다.
[이슈추적] 서울시 강동구 첫 실시 뒤 한 달, 쉬지 않는 점포로 유인하고 할인행사 등 공격적 마케팅…적용 안 되는 업태로 변경 시도도

» 서울에서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의무휴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자, 의무휴업을 무력화하려는 대형마트의 ‘꼼수’가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4월22일 서울에서 처음 의무휴업한 서울 강동구 이마트 천호점 앞에 ‘휴점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한강 천호대교 남단을 지나면 천호사거리가 나온다. 이곳은 한때 서울 동남부의 ‘핫 플레이스’였다. 잠실이 진짜 ‘뽕밭’이던 시절, 천호사거리는 이미 서울시내와 경기 하남·구리·여주·이천 등을 오고 가는 시외버스로 가득했다. 인파가 모이는 곳에는 시장이 서는 법. 천호사거리와 약 300m 떨어진 구사거리에는 1970년대부터 재래시장인 ‘천호시장’이 있었다. 시장 안에는 각지에서 몰려온 상인들이 내놓은 식료품과 옷, 한약재 등을 파는 점포 400여 곳이 있었다.대형마트 4곳·SSM 15곳, 2·4주 일요일 휴업


번성하는 상권을 따라 백화점도 일찌감치 들어섰다. 천호사거리 한복판에는 1984년 ‘유니버스백화점’이 문을 열었다. 롯데백화점 잠실점보다 4년 먼저 세워진 백화점이다. 그 뒤 ‘목산백화점’으로 간판을 바꿔 단 이 5층 건물의 주인은 1992년 ‘신세계백화점’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곧 경쟁자가 나타났다. 바로 옆 건물에 13층 높이의 현대백화점이 들어서자, 신세계백화점 천호점은 2000년 이마트로 변신했다. 대형마트라는 업태가 움트던 당시, 이마트 천호점은 창고형으로 상품을 진열하는 방식 대신 백화점 식품매장을 본뜬 상품 진열을 선보였다. 이 방식은 현재 대형마트 매장 형태의 뼈대이자, 이마트를 대형마트 업계 1위로 올라서게 만든 디딤돌 노릇을 했다.


천호사거리는 도심 유통업 변화의 단면을 보여주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제는 다른 지역에 밀려 과거만큼 상권의 중심지로 주목받지 못하는 이 지역이 최근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4월6일 강동구의회가 서울에서 처음으로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대기업이 운영하는 기업형 슈퍼마켓(SSM) 등)의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을 담은 조례 개정안을 의결·발의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전북 전주, 대전 등에서 먼저 해오던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은 대형마트와 SSM이 매일 자정부터 아침 8시까지 심야영업을 할 수 없으며, 매달 둘째·넷쨋주 일요일을 의무휴업일로 정해 문을 닫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강동구에서는 이마트 천호점과 명일점, 홈플러스 강동점, 이랜드그룹의 2001아울렛 천호점 등 대형마트 4곳과 농협하나로마트, 롯데마켓999,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GS슈퍼마켓 등 SSM 15곳이 지난 4월22일과 5월13일, 그리고 황금 연휴가 끼어 있던 5월27일 문을 닫았다. 강동구를 시작으로 서울시내 구별로 발의되고 있는 대형마트와 SSM의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 관련 조례 개정안은 6월을 넘어서면 서울 대부분 지역에 적용된다.


서울에서 가장 먼저 시행한 대형마트·SSM 의무휴업 한 달의 효과는 어떨까. 지난 5월30일 오전에 만난 이곳 시장 상인의 반응은 예상보다 냉랭했다. 게다가 천호신시장 상인들은 “세 차례의 의무휴업일에 시장도 같이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와 SSM이 쉬는 날, 관내 시장 상인들의 매출이 평소보다 평균 20~30% 올랐다던 강동구청 관계자의 설명과는 사뭇 다른 반응이었다.


천호시장은 건물 소유주에 따라 천호시장, 천호신시장, 동서울시장 구역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천호신시장은 40년 전부터 매달 둘째·넷쨋주 일요일을 정기휴무일로 정하고 쉬어왔다. 실제로 천호신시장 상인 100여 명은 대형마트·SSM 의무휴업이 시작될 무렵인 4월 말, 조례 개정안의 효과를 높이려고 휴무일을 매달 첫째·셋쨋주로 옮기는 것을 묻는 투표도 했다. 그러나 기존대로 하자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중대형 슈퍼 24시간 영업이 더 위협적”


1970년부터 천호신시장에서 정육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춘웅(69)씨도 반대표를 던졌다. 그는 “어차피 대형마트 손님과 시장 손님은 다를 수밖에 없는데, 괜히 휴무일을 바꾸면 그나마 오던 시장 손님들의 혼란만 커질 뿐”이라고 답했다. 이씨는 “대형마트보다는 이미 많이 생겨버린 (의무휴업 대상이 아닌) 중·대형 슈퍼가 24시간 영업하는 게 더 위협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천호시장 바로 옆 건물에는 개인이 운영하는 중·대형 슈퍼가 있다. 이곳은 준대규모점포로 분류되지 않아 의무휴업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이처럼 자조적인 분위기에 대해 천호신시장에서 참기름집을 운영하는 이영덕(45)씨는 “지방과 다르게 서울에는 동네 곳곳에 이미 다양한 종류의 슈퍼가 많이 들어와 경쟁 자체가 안 된다”며 “대형마트까지 의무휴무일의 손해를 만회하려고 온갖 애를 쓰니 도저히 당해낼 재간이 없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대형마트·SSM의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은 시장상인·소상공인 단체가 지난 몇 년 동안 줄기차게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요구한 끝에 얻어낸 결과물이다. 실제로 시장경영진흥원과 소상공인진흥원이 대형마트·SSM의 의무휴업을 시작한 뒤 전국 대형마트 주변 중소 소매업체 904곳과 전통시장 내 점포 417곳을 조사해보니, 5월27일 평균 매출이 전주 대비 12.7%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현장에서 만난 시장 상인들의 반응이 신통치 않은 이유는 뭘까.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의 근거가 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논의가 더디게 진행돼, 개정안 내용이 시장 상인들의 현실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개정안의 허점을 파고들며 시장 상인과 소상공인 보호라는 입법 취지를 따르기는커녕 의무휴업을 무력화하려는 다양한 ‘꼼수’를 펼치고 있는 점도 문제다.


대형마트·SSM의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을 시작된 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대형 유통업체의 공격적인 고객 마케팅이다. 롯데마트가 5월27일 고객들에게 “이번주 일요일(5/27), ○○점 정상 영업합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 문자메시지를 보여주면 금액 할인권과 바꿔주는 행사도 했다. 롯데마트뿐만 아니라 이마트·홈플러스 등 대형 유통업체들은 지난 한 달 동안 의무휴업일에 맞춰 고객 정보에 따라 거주지 근처의 영업 매장과 할인 품목을 안내하는 등 다양한 마케팅을 했다. 아직 조례 개정안을 적용받지 않는 지역의 대형마트로 고객을 유치해, 의무휴업의 효과가 시장 상인과 소상공인에게 옮아가지 못하도록 차단한 셈이다.

» 대형마트와 SSM이 문을 닫은 4월22일, 서울 강동구 천호신시장의 출입문이 닫혀 있다. 천호신시장은 40년 전부터 매주 둘째·넷쨋주 일요일을 정기휴무일로 정하고 쉬어왔다.

농협하나로 마트, 대형마트 영업 제한 계기로 ‘도약’
홈플러스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의 허점을 이용해 아예 의무휴업 대상을 피해가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에는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 대상을 “3천㎡ 이상 대규모점포와 준대규모점포”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규모점포의 범위를 ‘대형마트’로 한정하고 있다. 이에 홈플러스는 최근 대형마트로 등록한 부산, 경남 거제, 충북 청주 등의 점포를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 대상에서 제외되는 쇼핑센터·복합쇼핑몰로 바꾸려는 업태 등록 변경을 추진하다가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소상공인 단체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홈플러스 관계자는 “점포가 입점해 있는 쇼핑센터 건물의 점주가 집객을 함께 하기 위해 업태 등록 변경을 요청한 것”이라며 “해당 지방자치단체에도 이런 점주의 요청을 알리려고 공문을 보낸 것뿐이며, 업태 등록 변경을 진행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개정안의 허점 탓에 농협하나로클럽이 대형마트 의무휴업의 반사이익을 얻는 현상도 벌어졌다. 회원제 대형마트인 코스트코와 이마트 양재점, 하나로클럽 양재점이 모여 있는 서울 양재동의 경우, 지난 5월27일 코스트코와 이마트가 의무휴업을 하자 하나로클럽 양재점에 고객이 평소보다 15~20% 가까이 늘어났다.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에는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 제외 대상으로 “연간 총매출액 중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에 따른 농수산물의 매출액 비중이 51% 이상인 대규모점포 등”을 정하고 있다. 이는 지난 2월 국회 지식경제위원회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논의하며, 국내 농수산업 종사자를 배려하겠다는 이유로 하나로클럽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자 만든 조항이다. 당시 지식경제위원회 회의록에는 하나로클럽 매장이 전국적으로 13곳뿐이라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을 예외의 이유로 들었는데, 정작 하나로클럽은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을 계기로 2020년까지 지점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대형마트·SSM의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 적용을 계기로 최근의 상황을 반영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의 현실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시장경영진흥원이 지난해 10월 작성한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SSM 간 공간적 경쟁구도 분석 및 정책 대응방안 연구’ 보고서는 “대형마트와 SSM의 지속적인 경쟁이 전통시장의 입지를 좁히는 데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SSM 규제 정책이 실효성을 얻으려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과 별도로 전통시장을 보호하고 육성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정책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전통시장 보호·육성할 별도 정책 필요”
대형 유통업체의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 규정을 좀더 강화해야 한다는 움직임도 있다. 지난 5월30일, 이용섭 민주통합당 의원은 대형마트·SSM의 영업시간 제한 범위를 지금보다 강화한 밤 9시부터 오전 10시까지로, 의무휴업일은 매달 3일 이상 4일 이내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일부법률개정안을 발의했다. 인태연 전국유통상인연합회 공동회장은 “이번 조례 개정안 적용에서 나타난 대형마트의 행태를 바탕으로 시장 상인과 소상공인들이 좀더 보호받을 수 있는 유통산업발전법의 폭넓은 재개정 논의를 조만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사진 (한겨레) 류우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