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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9일 수요일

[사설]비정규직 문제는 꼼수로 풀 사안이 아니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3-01-08일자 기사 '[사설]비정규직 문제는 꼼수로 풀 사안이 아니다'를 퍼왔습니다.

현대자동차가 7일 철탑에서 83일째 농성 중인 비정규직 해고노동자 최병승씨에게 “9일부터 출근하라”는 인사명령을 내렸다. 지난해 2월 대법원이 최씨의 불법 파견을 인정한 지 11개월 만이다. 그동안 대법원 판결에도 꿈쩍도 하지 않던 현대차가 느닷없이 “정규직 시켜줄 테니 출근하라”고 한 배경이 궁금하다. 최씨는 사내하도급 노동자 7000여명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농성을 풀 수 없다고 밝혀왔다. 현대차도 누구보다 이를 잘 알고 있다. 현대차의 사내 규칙에는 7일 이상 무단 결근 시 해고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결국 철탑농성을 압박하면서 강제해고의 명분을 쌓으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회사 측도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씨는 법원의 가처분 결정 때문에 철탑에 오른 대가로 하루 30만원씩의 과태료가 매일 쌓이고 있다. 현대차는 여기에 덧붙여 법원의 농성장 강제 철거명령까지 받아 놓은 상태다. 언제 법원의 집행관이 들이닥칠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 같은 물리적인 압박이나 ‘꼼수’로 문제를 풀겠다는 생각이라면 위험천만하기 짝이 없다. 사태의 본질을 놔둔 채 비정규직 노조를 굴복시키겠다는 발상은 문제를 더 꼬이게 할 뿐이다. 현대차 사내 하도급 문제는 최씨의 복직투쟁 이후 7년여를 끌어온 사안이다. 사내 하도급이라도 근무형태가 다른 데다 해고자 문제까지 얽혀 있어 복잡하기 짝이 없다. 힘으로 밀어붙인다고 해결될 사안도 아니다.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는 어떤 형태로든 노사협의를 통해 풀어야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 밀고 당기는 과정에서 진통이 있을 수 있지만 이런 과정을 거쳐야 노사간에 쌓인 불신과 앙금을 걷어낼 수 있다. 무엇보다 중단돼 있는 노사 협상이 하루빨리 재개돼야 한다. 비정규직을 대신해 회사 측과 협상을 벌일 정규직 노조도 전향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정규직 노조도 그동안 같은 생산라인에서 일하는 동료 비정규직의 설움과 차별을 방조해왔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언제까지 ‘귀족노조’라는 비난을 들을 수는 없지 않은가.

이 문제는 결국 현대차가 해법을 내놔야 한다. 회사 측은 2016년까지 비정규직 3500명을 정규직으로 신규 채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신규 채용은 회사가 원하는 사람만 골라 뽑을 수 있을지 몰라도 사내 하도급을 불법 파견으로 인정한 대법원 판례와도 맞지 않는다. 수년간 현대차를 위해 일해온 노동자들이 과거 경력을 통째 인정받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데 현대차 연간 순익의 6%에 해당하는 2859억원이 든다는 계산도 이미 나와 있다. 현대차는 세계 ‘빅5’의 글로벌 자동차 기업이다. 노동자들의 인건비를 줄여 돈 버는 시대는 지났다. 현장 노동자들의 근로의 질도 글로벌 기업다워야 한다.

2012년 11월 21일 수요일

철탑에 올라 그들과 함께 밤새고 싶었습니다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11-20일자 기사 '철탑에 올라 그들과 함께 밤새고 싶었습니다'를 퍼왔습니다.
[현장] 17일 밤 철탑 앞 천막 안에서 노숙... 3차 포위의 날 행사

저는 지난 2000년 7월 초 현대차 사내하청에 입사하여 2010년 3월 15일까지 지금은 변속기 1부가 된 수동변속기 부품 만드는 공장에서 작업했었습니다. 저는 처자식과 먹고살기 위해 잘리고 싶지 않았지만, 현대차 원청에서 새 공정 공사에 들어간다는 이유로 강제로 정리해고했습니다. 정규직 노동자는 1년 유급휴가 주면서 우리는(비정규직 노동자) 왜 자르느냐고 항변도 해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당시 현자노조 간부들도 강 건너 불구경뿐이었습니다. 

저는 2년 넘게 여러 곳을 전전하며 일용직으로 근근이 가족 생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2010년 7월 22일 대법원에서 '현대차 불법파견' 판결이 났다는 소식을 접하고 다시금 비정규직 노조에 가입하였고, 집단소송도 해놓은 상태이며 비정규직 노조의 불법파견 투쟁에 기를 쓰고 동참하고 있습니다. 너무도 억울하고 대법판결이 저에게도 희망이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 기자 말-

▲ 울산,전주,아산 비정규직 노조 대표들. ⓒ 변창기

▲ 원하청 노조 공동 6대 요구안 설명 ⓒ 변창기

지난 16일(금), 오후 5시에 일용직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철탑으로 갔습니다. 오후 6시부터 철탑에 올라가 있는 두 비정규직 노동자의 철탑 농성에 잠시나마 함께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날도 비정규직, 정규직, 정치하는 분들, 사회활동가, 학생, 관심 있는 시민, 다른 기업 하청노동자들이 모여서 31일째 되는 철탑 농성 촛불문화제를 열었습니다. 

"저, 있잖아요. 내일(17일) 3차 포위의 날 행사가 진행되잖아요. 오후에 철탑에 올라가 하룻밤 같이 지내고, 그 소감을 (오마이뉴스)에 좀 올리고 싶은데 올라가도 될까요?"

▲ 철탑해방촌 DMZ... 어떤 분은 "디0라. 몽0 자0아"라고 해석했습니다. ⓒ 변창기

저는 비정규직 노조 담당 간부를 찾아 그렇게 부탁해 보았습니다. 정말로 그러고 싶었습니다. 철탑 위에서 보는 아래는 어떨지 궁금했습니다. 그들은 사방팔방 다 뚫려, 허공에 떠있는 상황과 같습니다. 위로 아래로 옆으로 세찬 바람이 몰아칠 때 그 추위가 어느 정도인지도 궁금했습니다. 저는 두 비정규직 노동자가 왜 올라갔는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이유는 알지만, 31일을 넘기고 있는 지금 두 노동자의 심경은 어떨지도 알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안된다고 하네요. 

"지난번에 기자 분이 올라갔다가 내려온 사실이 있어요. 그 후 철탑의 두 동지가 안전상 이유로 아무도 올려보내지 말라고 했습니다. 미안합니다. 변 동지."

어쩔 수 없죠. 못 올라가게 해서 좀 실망했습니다. 하지만 세 번째로 하는 현대차 포위의 날인데 참석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원래는 토요일 밤 11시에도 24시 마트에서 아르바이트하기로 되어 있었지만, 다른 분께 부탁해 놓았습니다. 

저는 철탑 농성장으로 가서 1박을 하기로 작심했습니다.

▲ 천의봉,최병승 비정규직 노동자. 손을 들어 승리하자고 외칩니다. ⓒ 변창기

금요일 저녁 철탑 집회를 마치고, 집에 와서 쉬다가 밤 10시가 넘어서 마트로 아르바이트를 갔습니다. 오다 말다하던 비는 밤새 내렸습니다. 바닷가 옆이라 그런지, 바람도 많이 불었습니다. 철탑 위에서 고생하는 두 사람이 걱정되었습니다. 현대차가 대법원 법정에서 "현대차는 불법파견"이라고 판결했을 때, 법을 존중해 최병승씨만이라도 정규직으로 전환했었더라면 어땠을까요? 비도 내리고 바람도 부니, 현대차의 불법파견 불인정 노무관리가 미워졌습니다.

17일(토) 밤새 아르바이트를 하고 오전 8시에 퇴근해서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오후 5시 즈음에 일어나니 문자가 와 있었습니다. 

'오후 3시 태화강역에서 현대차 불법파견 정규직화 쟁취를 위한 조합원 결의대회가 있습니다. 참석 바랍니다.'

▲ 노조 재산을 모두 현대차에 차압 당해서 투쟁기금 마련 포장마차를 했습니다. ⓒ 변창기

벌써 2시간이나 지난 후였습니다. 오후 3시 조합원 결의대회는 못 가고 저녁 7시부터하는 3차 포위의 날 행사에나 늦지 않게 가려고 몸을 일으켰습니다. 집을 나서니,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았습니다. 대신 날씨가 매우 쌀쌀했습니다. 오후 7시가 다 되어 도착한 철탑에는 이미 수많은 사람이 복작거렸습니다. 

철탑 주변은 모두 현대차의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철탑 앞 50여미터 마주 보는 곳에 'DMZ'이라는 영어가 크게 그려진 무대가 꾸며지고 있었습니다. 철탑 쪽에는 '철탑 해방촌 문화제'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저는 'DMZ'이란 영어가 그것을 줄임말인 줄 알았습니다. 

최병승, 천의봉 두 비정규직 노동자가 철탑에 올라가면서 3가지를 현대차에 주장했습니다. 첫 번째가 '불법파견 인정하라'는 것이고, 두 번째가 '정몽구 회장 구속하라'는 것이며, 세 번째가 신규채용 중단하라'는 것입니다. 제 생각에는 아마 그 세 가지 사항을 줄여 만든 영어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어젯밤 두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응원엽서를 쓰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 변창기

철탑 옆에는 어려운 비정규직 노조의 활동비를 모으고자 하루 주점 포장마차가 열렸습니다. 현대차의 손배가압류로 조합 통장마저 차압당한 상태라 활동이 어려운 것을 이미 잘 아는 수많은 참석자들이 앞다퉈 투쟁기금마련위한 하루 주점을 이용했습니다. 

또, 여러 노동단체에서 불법파견 투쟁기금으로 쓰라며 모금해서 보내오기도 했고, 어떤 분들은 고구마, 라면, 쌀국수와 같이 먹을 것을 보내오기도 했습니다. "안면도 없는 그런 분들의 후원 덕분에 버틴다"고 박현제 지회장은 그분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잊지 않았습니다. 

▲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진행된 3차 포위의 날 행사... 허리가 아픈지 어떤분은 옆으로 누워 지켜보기도 했습니다. ⓒ 변창기

오후 7시 철탑 고공농성장 앞에서 현대차 불법파견 중단 포위의 날이 시작되었습니다. 현대차 울산, 아산, 전주 수 백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참석했고, 전국에서 노동탄체와 시민단체, 대학생도 많이 참석했습니다. 누구는 1500여 명 된다고도 하고, 어떤 사람은 2000여 명은 안 되겠느냐고도 말했습니다.

다른 지역에서 단식 농성하거나 철탑에 올라 농성 중이어서 오지 못하는 노동자 대표는 영상으로 "현대차 불법파견 꼭 승리하고 건강하게 내려오라"는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방송인 김미화씨도 응원 영상편지를 보내와 많은 박수를 받았습니다. 또, 철탑 위에서의 하루 생활도 동영상을 통해 보여주었습니다. 약 30여미터 되는 철탑과 유일한 물품 연결 통로는 긴 끈이었습니다. 해고자들이 아침, 저녁으로 식사와 필요 물품을 끈에 매달아 올려주고 있습니다. 

저는 잠시 철탑행사장 주변을 돌아보았습니다. 현대차 명촌문 담장 쪽으로 경찰 차량이 10여 대 세워져 있었고, 119 차량과 구급차도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경찰은 무장한 채로 현대차 문 옆에서 경계근무를 서고 있었습니다. 공장 안에는 현대차 노무관리자가 서성거리며 철탑 쪽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 현대차 포위의 날 세번째. ⓒ 변창기

밤 11시경 비정규직 노조 대표단이 횃불을 들고 무대 앞에 섰습니다. 횃불의식이 끝나고 서울에서 왔다는 대학생들이 나왔습니다. 그들은 현대차 불법파견 문제를 항의하는 차원에서 서명도 하고 모금도 했다고 했습니다. 대표 학생이 나와서 말했습니다. 

"비정규직 노조 계좌 압류할 것이 아니라 10년 넘게 착취해 모은 정몽구 재산을 가압류 해야 합니다."

또 다른 대학교 학생도 나와서 이야기했습니다.

"우리도 비정규직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바꾸어 보고자 나섰습니다. 철탑 투쟁의 승리가 곧 우리의 승리임을 확신하기에 우리도 함께하려고 내려왔습니다. 현대차의 불법파견 문제는 현대차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반에 걸친 비정규직과 불법파견의 문제입니다. 힘들겠지만, 꼭 승리하여 정규직 전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불법파견 정규직화 승리 다짐 횃불의식. ⓒ 변창기

다음날 새벽 2시경 행사가 끝났습니다. 주변에는 잠자리용 천막이 수십 동이 있었습니다. 그 안에는 스티로폼과 은박지가 깔려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그 위에서 이야기도 나누고 잠들기도 했습니다. 저도 자리에 누웠습니다. 누워 있으니, 시간이 지날수록 더 추워졌습니다. 밤이 되니 차가운 바람이 더 강하게 불어왔습니다. 대형 천막으로 바람막이라도 해서 다행이었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철탑 위 두 노동자는 얼마나 추위에 떨며 이 차디찬 밤을 지새울지.

▲ 만장기를 들고 행진... 현대차 명촌 쪽문을 통과하고 있습니다. 토요 특근 마치고 일요일 아침 퇴근하는 노동자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 변창기

▲ 현대차 아산로 쪽 문 앞에서 불볍파견에 항의중인 참석자들. ⓒ 변창기

11월 18일 일요일... 철탑농성 33일 차

아침 7시경 노동가가 크게 울려 일어났습니다. 밖에는 진보신당에서 준비한 '희망밥차'가 따끈한 국밥을 배식하고 있었습니다. 밥을 다 먹고, 마지막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모여서 만든 수백 개의 대나무로 만든 만장기. 형형색색 천에는 갖가지 글귀가 쓰여 있었습니다. 

참석자는 모두 만장기를 들고 줄지어 현대차 명촌 문에서 아산로 쪽 문까지 행진했습니다. ㄱ 자로 꺾여 문이 두 개 있었습니다. 넓은 주차장에는 일요일 임에도 수 천대의 차가 서 있었습니다. 오전 8시가 지나서 아산로 쪽 문에 도착했는데, 야간 특근을 마치고 나오는 노동자가 많았습니다.

▲ 18일 오전 행사를 끝내고 비정규직 노조는 주변을 깨끗이 쓰레기를 치웠습니다. ⓒ 변창기

문 안에는 직영 경비인지 업체 경비인지 모르지만 20여 명 서 있었습니다. 비정규직 노조는 아산로 쪽 문에서 항의 집회를 잠시 한 후, 다시 되돌아 철탑으로 갔습니다. 갈 때는 사진을 찍느라 못 본 풍경이 보였습니다. 현대차 명촌 쪽에는 200여 미터 간격으로 철탑이 서너 개 있는데 그 중 아산로 문 쪽과 가까운 철탑이 다른 철탑과 달랐습니다. 

그곳은 철탑으로 접근 못 하게 알루미늄으로 된 칸막이 공사를 해 둔 것이었고, 흉물스럽게도 바닥서부터 10여미터에 이르는 곳까지 철탑 4개 다리를 모두 철조망으로 칭칭 감아 놓았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윗 쪽에는 빙 둘러 몇 겹으로 철조망을 설치해 놓았습니다. 그 뿐 아니라 명촌 쪽문까지도 높은 여닫이문으로 튼튼하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노동탄압, 착취는 할지언정 불법파견은 인정 못 하겠다"고 철탑에 설치된 철조망과 울타리가 말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현대차 노무관리가 불법파견된 비정규직 노동자를 어떻게 여기고 있는지 그 철탑을 보면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철탑에 오른 두 비정규직 노동자를 내려오게 하려면 불법파견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아니면 강제로 끌어내려야 할 것입니다. 

▲ 아산로 쪽 철탑에 이렇게 흉물스런 장치를 해두었네요. ⓒ 변창기

변창기(byun21c)

2012년 8월 29일 수요일

현대차 노동자, 암 걸리든지 골병들든지?


이글은 프레시안 2012-08-28일자 기사 '현대차 노동자, 암 걸리든지 골병들든지?'를 퍼왔습니다.
[오민규의 인사이드 경제] 주간연속 2교대제 논의의 함정

"일요휴무, 장시간노동 근절하여 인간답게 살아보자!"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앞에 붙어 있는 현수막 문구이다. 아하~, 올해 현대차 임단협에서 핵심 쟁점이 불법파견 비정규직 문제와 주간연속 2교대 문제였지? 현대차 자본이 최근 '3000명 신규채용' 안을 내놓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온전한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투쟁이 솟구치자 사회적 쟁점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밤에는 잠 좀 자자" 즉 주간연속 2교대 문제는 덜 주목받아왔다. 지난해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도 국제암연구소의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주야 맞교대는 발암물질"이라고 일갈한 바 있다. 실제로 암 발병의 원인이자 수명 단축 요인이기도 한 심야노동을 철폐하자는 것은 주간연속 2교대 주장의 핵심 근거이기도 하다.

아울러 심야노동을 철폐하고 노동시간을 단축하게 되면, 줄어든 노동시간만큼 일자리를 늘려 실업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보수언론조차 장시간노동 체제를 근절하면 백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생긴다고 홍보해오지 않았던가.


 
ⓒ오민규

'발암물질' 심야노동, 완성차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위 현수막 문구는 좀 이상하다. 생산직 노동자라면 당연히 '심야노동 근절'을 앞세울 텐데 왜 '일요휴무'를 강조했을까? 현수막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레미콘·펌프카 노동자'라고 적혀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니, 레미콘·펌프카 노동자들이 왜 현대차 울산공장 앞에 저런 현수막을 붙여놓았을까?

그동안 건설노동자들은 현장에서 숱한 저항과 투쟁을 통해 '1일 8시간 근무'와 '일요휴무'를 정착시켜 왔다. 그런데 최근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에서 공장증설 및 교체 공사를 하면서 공사기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일요휴무 제도를 깨뜨리려 하고 있다. 이런 연유로 울산지역에서 레미콘·펌프카를 운전하는 노동자들이 며칠 동안 현대차 앞에서 노숙농성을 벌인 것이다.

사실 현대차의 근무형태가 주야 맞교대이기 때문에, 다양한 부품을 납품하는 수많은 부품사들의 근무형태도 동일하게 유지된다. 여기에다 신차가 투입되어 생산라인을 수정하거나 노후 설비를 교체하는 공사가 벌어질 경우에는, 건설노동자들과 플랜트 노동자들의 노동시간도 현대차가 정한 일정에 따라 좌우된다.

이처럼 '슈퍼 갑(甲)' 하나의 근무형태는 수십만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따라서 현대차에서 주간연속 2교대가 어떻게 정착되는가 하는 것은, 단순히 현대차 노동자들만이 아니라 현대차의 생산 시스템에 따라 노동시간이 좌우되는 수십만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결정하게 된다. 현대차에서 발암물질(주야 맞교대)이 없어지지 않으면, 훨씬 넓은 범위의 노동자들에게도 발암물질이 제거되지 않는다.

공장 신설과 신규 채용 때문에 고용불안 발생?

현대차 노사 간에 주간연속 2교대를 논의해온 지 벌써 10년이 되어간다. 매년 머리를 맞대고 협상장에 앉기는 했지만 "2년 뒤에 시행한다", "좀 더 논의하여 내년에 시행한다"라는 결과만 몇 년째 내고 있다. 그래서인지 올해 10년 논쟁의 종지부를 찍자며, 현장의 평조합원들 사이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심야노동을 없애고 주간연속 2교대를 실행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현재 벌어지고 있는 노사 협상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대번에 "아니올시다"라는 말이 나올 상황이다. 최근 현대차 노사 간에 빈번하게 벌어지는 실무협상에서 어떤 대화가 오가는지 나 같은 사람은 접근할 수 없지만, 노사가 공동으로 추천한 학자·교수 등 전문가로 구성된 '근무형태변경추진위 자문위원회'가 내놓은 의견서를 참고하여 분석을 해보도록 하자.

자문위원회는 6월에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는데,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여름휴가 직전인 7월 23일에 타블로이드판 장장 12면에 걸쳐서 이 의견서를 여과 없이 그대로 전 조합원에게 배포했다. 그런데 9면의 하단 부분을 읽으면서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위 그림의 붉은 밑줄은 필자가 그은 것인데, 우선 "공장의 신설과 신규 채용은 공장 간 물량 경쟁 및 고용불안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언급이 등장한다. 내가 제대로 읽은 것일까? 이 문장은 노동시간 단축이 갖고 있는 계급적인 대의명분, 즉 노동시간을 단축하여 일자리를 늘리고 실업을 줄이자는 취지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니 말이다.

게다가 일부 PT(파워트레인 : 엔진과 변속기) 생산 부문의 경우 [8/8+1]/상시야간조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이기까지 한다. 이 얘기는 현재의 주야 맞교대를 3교대 시스템으로 바꾸어, 1조와 2조는 완성차 생산라인과 동일하게 운영하는 대신 3조를 신설하여 상시야간조를 운영하자는 것이다.

상시야간조? 이건 아예 밤낮을 바꿔 일하는 노동자로 한 교대조를 가득 채우자는 말이다. 낮에는 잠을 자고 밤에만 일을 하는 교대조이니 말이다. 바로 그 밑에 "노동자는 올빼미가 아니다!"라며 "야간노동 철폐"라고 적힌 문구가 무색해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단축된 노동시간만큼 더 '빡쎄게' 일해라!

일이 왜 이런 수렁으로 빠져들게 되었을까? 자문위원회 보고서는 각종 수치와 도표, 그리고 세계 자동차산업의 다양한 사례를 들면서 거창하고 유식한 언어로 치장되어 있을 뿐, 사실 하고 싶은 핵심적 얘기는 딱 한 가지뿐이다. "생산성(물량)과 임금을 맞바꾸자."

기존 주야 맞교대에서 심야노동을 없애기 위해 주간연속 2교대를 도입하게 되면, 노동자 한 명당 노동시간은 줄어들게 된다. 이를테면 기존에는 정취근무 8시간에 잔업 2시간을 추가로 해왔으나, 주간연속 2교대가 도입되면 잔업이 사라지게 되어 1일 노동시간은 10시간에서 8시간으로 줄어들게 된다. (노동시간을 단축해야 1일 8시간 노동제가 된다니!)

게다가 주말 휴일특근도 사라지게 되므로 노동자 한 명당 1주일 노동시간은 대략 60시간에서 40시간으로 무려 20시간 가까이 줄어들게 된다. (역시 마찬가지로 노동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해야만 근로기준법이 규정하고 있는 주 40시간 노동제가 된다니!)

이렇게 되면 이론적으로는 현재 총 노동력의 절반가량을 추가로 고용해야만 기존 생산물량을 모두 맞출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조합원 수가 4만3000명이니 무려 2만 명의 추가 고용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자문위원회가 제시한 의견서는 추가 고용 없이 노동시간을 단축하되, 기존 생산물량도 보전하자는 취지이다. 아니,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가? 의견서에 나온 방식은 간단하다. [UPH 향상 + 추가 작업시간] 및 [노동시간 단축 + 가동시간 증가]이다.

UPH(unit per hour)란 시간당 생산대수로서, 완성차 조립라인의 가동 속도를 의미한다. 1시간에 40대의 완성차를 만들어내는 생산라인은 40UPH가 되는 것이다. UPH 수치가 향상된다는 것은 그만큼 라인속도가 빨라지는 것을 의미하므로 노동강도의 강화를 의미한다. 그런데 자문위원회가 제시한 방식이 UPH 향상이라니, 단축된 노동시간만큼 시쳇말로 더 '빡쎄게' 일하라는 말에 다름 아니다.

아울러 UPH 향상으로도 기존 생산물량을 뽑아내기에는 모자라니 추가 작업시간을 확보하자고 한다. 그런데 위 그림에 제시된 작업시간 확보 방안은 ▲조회시간 ▲안전교육 ▲혹서기 휴게 ▲명절 전일 야간조 등의 시간에 생산라인을 가동하자는 것이다.

이미 근로기준법과 단체협약 상에 조회시간과 안전교육은 근무시간으로 인정하도록 되어 있다. 안전교육의 경우에는 산업안전보건법 상 반드시 일정 시간 이상 실시해야 하는 의무사항이기도 하다. 아울러 여름에 날이 너무 더워 작업의욕이 떨어질 때에 한해 10분의 휴게시간을 더 갖도록 단체협약에 규정되어 있다. 명절 전일에는 귀향 편의를 위해 야간에 공장 가동을 멈추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시간에 생산라인을 가동한다? 이건 말이 좋아 '추가 작업시간 확보'이지, 사실은 노동시간 연장에 다름 아니다. 결국 조회와 안전교육은 생산라인 가동을 하지 않는 근무 외 시간에 실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생산에 꼭 필요한 회의와 지침 하달을 하는 조회를 자본이 포기할 리 없고, 법이 의무로 규율하고 있는 안전교육을 실시하지 않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결국 조기출근을 하거나 퇴근 이후에 조회나 안전교육을 실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게 무슨 노동시간 단축이란 말인가?

게다가 [노동시간 단축 + 가동시간 증가]라는 표현을 쓰는데, 이건 숫제 양립 불가능한 얘기를 갖다 붙인 궤변에 불과하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본래 쉬거나 교육에 쓰이던 시간에 생산라인을 가동하자는 것인데, 이게 어떻게 노동시간 단축에 해당하는가? 이런 논리라면 밥도 안 먹고 식사시간에 일을 하면 1시간 일찍 퇴근시켜 주겠다는 것을 두고 '1시간 노동시간 단축'이라 미화할 수 있게 된다.

아마도 3교대를 도입할 PT 부문을 염두에 둔 표현으로 보이는데, 3교대를 도입하게 되면 노동자 한 사람당 노동시간은 단축되지만 공장은 24시간 풀가동을 하게 되므로 가동시간은 증가하게 된다. 그러나 앞서 지적한 것처럼 낮과 밤을 바꿔 살아야 하는, 현재의 주야 맞교대보다 더 비인간적인 상시야간조를 신설하자는 것에 어떻게 '노동시간 단축'이란 말을 갖다 붙일 수 있을까? 심야노동을 없애자고 시작한 논의가 아니었던가!

결국 자문위원회 보고서는, UPH 향상과 추가 작업시간을 확보해 생산라인을 가동하는 것은 결국 임금으로 보전되므로 생산성(물량)과 임금을 교환하자는 논리로 귀결된다. 기존 10시간 일할 때 받아가던 임금을 8시간 일하더라도 그대로 줄 테니, 대신 10시간 동안 만들어낸 생산물량을 8시간 안에 만들어내자는 것이다.

▲ 현대차 노사기획팀이 발간하는 <함께 가는 길> 8월 27일자. 인원 충원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함께 가는 길>

고용 없는 성장, 일자리 창출 없는 노동시간 단축

현재 노사 협상에서 현대차 자본은 주간연속 2교대 도입과정에서 신규 인원 충원은 불가하다고 못을 박은 상태이다. 노동조합은 추가 인원 충원이 전제된다면, UPH 향상과 추가작업시간 확보 등에서 일정하게 양보할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고용노동부조차 자동차산업 장시간노동의 폐해를 지적하고, 심야노동을 없애고 노동시간을 단축하여 신규 일자리를 대규모로 창출하자고 하는 마당이다. 노동시간은 단축되더라도 노동강도가 높아지면 신규 일자리는 전혀 만들어지지 않는다. 지금과 같은 절호의 기회에 대기업노조가 실업 해소를 위해 나서지 못한다면 결국 사회적 고립을 면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물량 보전 방식은, 현대차 전 공장에서 총 30UPH를 높이자는 것이다. UPH와 큰 상관이 없는 전주공장을 뺀다면, 울산과 아산에 총 11개의 생산라인이 있으니 평균적으로 3UPH를 높이자는 얘기가 된다.

현재 11개 라인의 평균 생산대수는 40UPH 수준이다. 여기서 시간당 3대 정도를 더 만들도록(40→43) 라인속도를 높인다는 말인데, 한번 상상을 해보라. 내가 어떤 물건을 시간당 40개 만드는데, 그걸 시간당 43개 만들려면 손놀림이 꽤 빨라져야 한다.

1시간만 그렇게 일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하루 꼬박 8시간씩, 주말을 제외하고 1년 내내 그렇게 만들어내야 한다면 어떻게 될까? 심야노동이라는 발암물질 없애려다 몸에 골병이 들고 말 것이다. 게다가 그렇게 죽도록 일해주는 대신, 일자리는 전혀 늘어나지 않아 사회적 고립만 자초한다면?

게다가 현대차의 근무 시스템이 이렇게 확정되고 나면, 그 여파는 고스란히 부품사로 이전된다. 부품사들 역시 10시간 노동을 8시간으로 줄이는 대신, 노동강도를 대폭 높이게 될 것이다. 노동시간 단축으로 수십만 개의 일자리를 새롭게 만들어낼 수 있는 기회를 끝내 포기할 것인가? 심야노동이란 발암물질 대신 골병이 차라리 낫지 않느냐고?

▲ 현대자동차 담화문. ⓒ현대자동차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

2012년 7월 30일 월요일

경찰도 아닌데 ‘무력’ 진압… 현대판 ‘사병’ 판친다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7-29일자 기사 '경찰도 아닌데 '무력' 진압... 현대판 '사병' 판친다'를 퍼왔습니다.
만도·SJM, 용역 동원 직장폐쇄...'노사관계에 용역개입 금지' 법개정 추진 움직임

http://www.youtube.com/watch?feature=player_embedded&v=YNzKY5fwCm4

자동차 부품업체 만도와 SJM이 용역업체를 동원한 '공격적 직장폐쇄'가 논란이 되는 가운데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관련기사: 문학경기장 집결한 용역들, 어디로 갔을까)

29일 오전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민주노총 등은 국회에서 '기업 용역폭력 진상조사 촉구 및 처벌, 직장폐쇄 관련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두 업체가 저지른 만행은 노동기본권을 파괴하고 민주사회의 근간을 뒤흔든 중대 사건"이라며 "민주주의 위에 군림하려는 기업들이 공모하여 공격적 직장폐쇄를 감행하고, 노동자의 생명까지 위협한 조직적 폭력"이라고 규정했다.

이 두 업체는 지난 27일 전국에서 1500여 명의 용역을 모아 SJM 안산공장과 만도의 평택· 문산·익산 공장에 있던 노조 조합원들을 몰아내고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용역들이 자동차 부품을 던지고 곤봉을 휘둘러 조합원 34명이 머리가 찢어지고 골절상을 입는 등 부상을 입어 치료를 받고 있다. 당시 두 업체 조합원들은 현대자동차 등 완성차 공장에 맞춰 대부분 휴가를 떠나 있었다.

단 하루 파업, 정상업무 예고까지 했는데 직장폐쇄

직장폐쇄는 노조법 상 파업 등 노조가 쟁의행의를 개시한 이후에만 가능하도록 돼 있다. 법원도 이러한 노조의 행위에 사측이 현저하게 불리해지거나 압력이 가해지는 상황에서만 직장폐쇄를 인정하고 있다. 결국 회사가 실적이나 협상에 큰 손해를 입게 되는 상황에서 '방어용'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번 SJM과 만도의 직장폐쇄는 여기서 벗어나 있다.

SJM은 전면 파업은 하지 않은 채 부분 파업 등을 진행해 왔고 당일에는 일부 조합원이 일을 하고 있었다. 만도노조 역시 전면파업을 하지 않다가 현대자동차 등 완성차 공장들이 전부 여름휴가에 들어가는 데 맞춰 27일 하루 전면 파업을 했다. 더욱이 휴가가 끝나는 8월 6일 업무재개를 공고했다. 두 회사 모두 노조 파업으로 큰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아니었으며, 노조는 파업을 해도 회사 사정에 맞춰 하겠다는 상황이었다.

자동차 엔진의 소음을 줄여주는 벨로우즈를 생산하는 SJM은 2007년 80억 원에서 2011년 27억 원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는 이유로 구조조정을 추진했고, 노조가 이에 반대해 협상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국내 자동차 회사 최대 부품 업체인 만도는 단체교섭에서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 등 근로조건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쟁의 찬반투표와 조정절차를 거쳐 파업에 들어간 상황이었다.

전면파업을 하지 않은 사업장(SJM)과 전면 파업에 들어간 지 단 하루밖에 되지 않은, 게다가 휴가가 끝나면 정상업무를 하기로 한 사업장(만도)에 이렇게 전격적으로 '직장폐쇄' 조치를 내리는 일은 흔하지 않다. 또 같은 날, 같은 용역이 움직였지만 두 회사는 자동차 부품 업체라는 것 외에 관련이 없는 기업이란 점에서 양 사측이 치밀한 기획 아래 노조를 탄압하려 한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용역, 경비 업무 벗어나 진압까지... 경찰, 사실상 방조 

▲ 에스제이엠 공장 앞 27일 경기 안산 에스제이엠 공장 앞에서 조합원들이 용역과 대치하고 있다. 용역은 헬멧, 방패, 진압봉 등으로 무장하고 있다. ⓒ 금속노조

공격적 직장폐쇄와 더불어 당일 벌어진 용역들의 폭력 행동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날 1500여 명의 용역들은 서울 월드컵경기장, 인천 문학경기장 등에 집결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헬멧에 보호구를 착용하고 방패와 곤봉을 든 이들은 시위진압에 나선 전투경찰과 다름없었다. 직장폐쇄 시 이들 용역업체들은 공장을 지키는 경비업무를 하지만 그 범위를 넘어서는 진압 역할까지 한 것이다.

경비업법에 따르면 이들은 "타인에게 위력을 과시하거나 물리력을 행사하는 등 경비업무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또 이 법은 "누구든지 경비원으로 하여금 경비업무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를 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 사태에서 용역업체와 이를 고용한 두 기업은 법을 위반했다. 법에 따르면 용역 요원에게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 사측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매길 수 있다.

경찰의 태도도 문제다. 같은 법에 따르면 노사분규 사업장에 용역을 투입할 때 최소 24시간 전에 배치 시간, 용역들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경비원 신임교육 이수증 번호 등을 해당 관청과 지방노동위원회에 제출하게 돼 있다. 절차에 맞게 제출하면 노조도 그 사실을 알 수 있지만 이번에는 노조가 어떠한 통보도 받을 수 없었다.

결국 법을 어기고 기습적 폭력 진압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경찰은 움직이지 않았다. 27일 새벽 SJM에 먼저 들어간 용역들이 조합원들을 폭행하고 유혈사태가 벌어졌지만 경찰은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았다. 직장폐쇄로 경비원(용역)이 들어갈 수는 있지만 폭력에 대한 책임은 따로 있는 것이다. 경찰은 사실상 이를 방조했다.

"이명박 정권에서 늘어난 일자리는 깡패뿐"

▲ 29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 조합원이 지난 27일 SJM과 만도 공장 직장폐쇄 당시 용역들이 던진 자동차 부품과 이 부품에 맞아 다진 조합원들의 사진을 들어보이고 있다. ⓒ 최지용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은 "이번 SJM과 만도 공장에서 자행된 폭력사태는 청와대가 조장하고, 고용노동부가 방치한 것"이라며 "금속노조의 파업을 두고 이명박 대통령이 '고소득 노조가 파업하는 건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말한 건 노동3권을 보장하는 헌법을 위반한 소지가 있으며, 이런 발언을 통해 결과적으로 이날 사태를 유발했다"고 비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SJM과 만도에 용역이 들어간 27일 오후에도 같은 발언을 했다. 이날 청와대에서 김황식 총리를 비롯한 국무의원과 국정현안점검회의를 주제하며 이 대통령은 "귀족노조"를 언급하며 "만도기계라는 회사는 연봉이 9500만 원인데 (노조가 파업해) 직장폐쇄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만도가 직장폐쇄를 공고한 시각은 오후 3시로, 한 사기업의 상황이 대통령에게 거의 실시간으로, 또는 사전에 보고됐음을 유추할 수 있다.

은 의원은 이어 "당시 용역들은 굉장히 뾰족한 자동차 부품을 집어 던지며 돌격 앞으로 했고 놀란 조합원들은 창문에서 뛰어 내리다가 부상을 입었다"며 "언제부터 한국 기업에서 대규모 사병을 양육해 왔나. 언제부터 경찰이 아닌 기업이 그런 사병을 육성할 수 있는 사회가 됐나"고 개탄했다. 그는 "고용노동부는 행정명령을 내려 해당 용역업체를 조사하고 사태의 진상을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원석 통합진보당 의원 역시 "파업이 전면화 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격적인 직장폐쇄를 한 것은 기획된 폭력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민주노총의 총파업을 앞두고 이를 무력화 시키려는 정치적 의도"라고 해석했다. 그는 "고용노동부에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태도로 미뤄봤을 때 정부 차원의 조사가 어려울 것"이라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와 야당들을 중심으로 진상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민주노조에 대한 전면적인 테러행위"라며 "이명박 정권 아래서  양질의 일자리가 비정규직으로 바뀌는 동안 늘어난 일자리는 용역 깡패들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경찰은 인명을 살상할 수 있는 칼날 같이 날카로운 부품이 노동자들을 향해 날아가는 순간에도 그것을 비호하고 있었다"라며 "쌍용자동차 파업 진압이 국가권력의 직접 테러라면 이번 사태는 자본이 국가와 결탁한 테러"라고 맹비난했다.

이들은 직장폐쇄 이후 대체인력 등을 통해 공장을 가동하는 방식의 '부분적 직장폐쇄'와 사업장 내 단체행동 및 쟁의행위 방해를 금지하고, 노사관계에 용역이 개입할 수 없게 하는 '노동조합 및 노사관계 조정법' 개정안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러한 용역들의 노사관계 개입 문제는 지난해 한진중공업 구조조정 사태와 유성기업 직장폐쇄 과정에서도 논란이 된 바 있다.

최지용(endofwinter)

2012년 6월 12일 화요일

사내하청 정규직화 막으려…현대차 꼼수는 ‘직영 계약제’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6-11일자 기사 '사내하청 정규직화 막으려…현대차 꼼수는 ‘직영 계약제’'를 퍼왔습니다.

2년미만 노동자 직접 기간제 채용
비정규직 노조 “해고 더욱 쉬워져”

오는 8월2일로 예정된 개정 파견법 시행을 앞두고 현대자동차가 일부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업무에 대해 하청업체들과 계약을 해지하고, 현대차 소속 기간제 계약직으로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비정규직 노조는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규직화를 피하려는 꼼수’라고 반발했다.
현대차는 11일 사내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가운데 단기 공정 등에 근무하는 1500여명을 ‘직영 기간제 계약직’으로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이를 위해 이날 사내하청업체들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현대차는 해당 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 가운데 희망하는 이들을 7월 말까지 모두 계약직으로 직접 고용할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일부 공정에 기간제 계약직 근로자를 직접 채용함으로써 비정규직 근로조건 개선에 일조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비정규직 노조는 사쪽의 이런 조처가 8월부터 시행되는 개정 파견법과 관련해 ‘불법파견’ 논란을 피하면서 정규직화를 막으려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현행 파견법은 사내하청 노동자의 불법파견 사실이 드러날 경우 2년 이상 근무한 하청 노동자만 원청 사업주가 직접 고용하도록 하고 있지만, 개정 파견법은 근속기간과 무관하게 직접 고용을 의무화했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차지부 비정규직지회 관계자는 “사쪽이 개정 파견법이 시행되기 전에 사내하청 노동자를 기간제 계약직으로 바꿔 놓으면 정규직과 달리 나중에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며 “이렇게 되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2012년 5월 24일 목요일

"술냄새 나는 용역에게 마이크로 폭행 당했다"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5-23일자 기사 '"술냄새 나는 용역에게 마이크로 폭행 당했다"'를 퍼왔습니다.
[인터뷰] 현대차 노조 김홍규 수석 부지부장

▲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김홍규 수석부지부장 2.5센치 머리가 찢어져 꿰맸다고 합니다. ⓒ 변창기

비정규직 노조에 알아보니 5월 23일 아침, 출근 선전전이 현대차 울산공장 정문 앞에서 진행된다고 들었습니다. 마침 시간이 나서 아침 7시 공장 정문에서 가까운 비정규직 교육관에 가봤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아침 선전전 할 현수막을 챙기고 있었습니다.

"혹시 5월 17일 오후 1시 정문 앞에서 폭력 사태가 발생했을 당시 그곳에 있었던 분이 누구인가요? 그날 일에 대해서 물어볼 게 좀 있어서요."

정문 앞에 가니 현자노조 간부 둘이서 선전물을 나눠주고 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회사 안쪽으로 현수막을 펼쳐놓고 선전전을 하고 있었습니다. 같이 간 비정규직 노동자도 모두 회사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뭐야 이거 오늘은 회사 안에서 선전전 하나? 그럼 누구에게 물어보나?'라고 생각하며 두리번 거리고 있는데, 뒤늦게 다른 비정규직 노조 간부가 오길래 물어 보았습니다. 그런데 의외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폭행 당한 당사자에게 직접 듣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당사자는 바로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김홍규 수석 부지부장입니다. 비정규직 노조 간부는 김 수석이 지금 시내에 있는 한 병원에 입원해 있으니 가보라 했습니다. 병실도 알려줬습니다. 저는 곧바로 버스를 타고 그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병원에 가니 뭔가 어수선했습니다. 아침 인지라 병실에 입원한 환자들이 아침 식사를 하는 중이었나 봅니다. 알려준 병실 문을 두드리고 살며시 문을 열었습니다. 김홍규 수석 부지부장은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지난 5월 17일 정문 앞에서 발생한 폭행사태에 대해 궁금한게 있어 비정규직 노조 간부를 만났더니, 폭행 피해 당사자를 만나 이야기 들어 보는 게 좋겠다고 해 갑자기 찾아왔습니다."

김홍규 수석의 이마 위에는 아직도 상처를 덮은 반창고가 있었고 팔목엔 링겔용 주사기가 꽂혀 있었습니다. 얼굴은 부어 있었으며, 코가 오른쪽으로 치우쳐진 것 같았습니다. 김 수석은 조용히 밥을 다 먹고는 밥상을 갔다 놓으러 갔습니다. 걷는 것도 다소 불편해 보였습니다.

꽉 막힌 정문... 밀려난 비정규직 대표단

▲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간부가 23일 수요일 아침 노조선전물을 나누어 주고 있습니다. ⓒ 변창기

저는 김 수석을 만나러 가기 전에 받은 선전물을 보여주며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김 수석은 선전물을 천천히 훑어본 후 말문을 열었습니다.

"5월 17일 오후 3시에 불법파견 교섭이 잡혀 있었어요. 그래서 우리는 사전 회의를 하려고 오후 1시까지 현자노조 회의실에서 만나기로 했지요. 그러려면 비정규직 노조 임원과 상집이 출입을 해야 해서 조직강화실에 이야기 해 실무협의를 하라고 했지요. 
  
실무협의를 하고 비정규직 대표단이 들어 오는 것으로 보고받고 기다리는데, 갑자기 오후 1시에 정문에서 다시 막았다는 겁니다. 이건 또 무슨 경우인가 황당했어요. 노사 대표가 만나 교섭을 진행하려는데, 비정규직 노조 대표단이 없으면 교섭이 무슨 소용이겠어요. 그래서 다른 노조간부들과 함께 정문으로 간 것입니다."
  
정문에 갔을 때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용역 경비와 회사 간부가 몰려나와 있었고, 비정규직 노조 대표단은 길 밖으로 밀려나 있었다고 합니다.

"경비용역의 입에서 술냄새가 났다"

▲ 현대차 울산공장 안 길 옆에서 23일 아침 출근 선전전을 하고 있습니다. ⓒ 변창기

"차가 휙휙 지나다니는데 사람을 찻길로 내몰고 포위하고 있는거 같더라고요. 그것도 2시간 후면 우리와 같이 현대자동차 회사쪽 대표단과 교섭을 진행할 비정규직 노조 대표단을 그렇게 대하는 것을 보고 화가 났어요. 그래서 경비들을 옆으로 비켜 세우고 들어가자고 했지요."

김 수석은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마이크를 잡고 이야기를 하려 했답니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 마이크를 빼앗았고, 그사람은 마이크로 김 수석의 머리를 내리쳤다 합니다. 이마 위 머리를 맞았는데 피가 많이 흘러 내렸다고 합니다.

"제가 들고 있던 마이크를 빼앗아 제 머리를 가격한 사람은 G용역 경비업체 소속 과장 이OO로 확인됐어요. 그사람은 한 때 현대자동차 법규부 출신이었던 것으로 알려졌고요. 밀치는데 술냄새가 많이 나더군요. 그 술냄새는 한 사람 입에서만 나는 게 아니었어요. 여러 용역 경비들 입에서 술냄새가 많이 풍겼어요.
  
저희들은 다 알아요. 누가 용역이고 누가 현대차 간부인지. 마스크 끼고 사원증을 달지 않고 있는 젊은 사람들은 모두 용역 경비들이고, 사원증 달고있는 사람들은 모두 현대차 과장급 이상 직원들입니다. 그들은 소대, 중대로 편성돼 있어요. 그렇게 조직 관리를 하고 있어서 5분이면 1400명까지 동원할 수 있지요. 용역 경비는 운동으로 몸이 단련된 사람들로 확인되고 있어요."
  
사측은 "먼저 때린 건 노조"라고 주장해

▲ 가져간 노조소식지를 전하자 관심있게 읽어보는 김홍규 수석. ⓒ 변창기
현대자동차 노조는 '손바닥으로 하늘 가릴 수 없다'는 제목의 선전물을 배포했습니다. 그 속보에서 현대자동차 노조는 "노동조합과 조합원을 능멸하는 왜곡선전 즉각 중단하라"며 "현대차가 합의서를 위반했다, 회사가 먼저 폭력을 휘둘렀다, 회사가 먼저 도발을 강행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회사 선전물 에는 '어제(5/17·목) 본관 정문에서 발생한 폭력사태에 관한 진실은 이렇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실렸습니다. 

이 글에는 "금속성 둔기(마이크)를 이용해 먼저 폭력을 행사하고 폭력사태의 단포를 제공한 것은 노조"라며 "보안요원은 둔기로 세 차례 후두부를 가격 당했으며, 홀로 둘러싸여 폭행 당했고, 보안요원의 음주사실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에는 당시 사진도 나와 있는데, 김 수석이 마이크를 높이 들고 있는 사진과 노조 간부에게 용역 경비업체 이OO가 둘러 싸여 있는 사진도 있었습니다. 또한, 옷에 피를 묻힌 채 고개 숙이고 있는 사진도 편집돼 있었습니다. 김 수석에게 어찌된 일인지 물어봤습니다.

"저는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수석 부지부장 위치에 있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용역 경비업체 이OO 과장이 개입할 사안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그는 제가 상황 수습하려고 마이크를 잡았더니 마이크를 빼앗았습니다. 노조 비품을 용역 경비가 빼앗으려고 하는데, 가만 있을 사람 어디 있겠어요. 
  
저는 뺏기지 않으려고 한 것 뿐이고요. 회사는 노조 간부가 용역 경비업체 이OO 과장을 둘러싸고 있는 것을 마치 집단 폭행이라도 한 것 처럼 사진을 엮어 내보냈어요. 그 사진은 저와 몸싸움 하는 것을 노조 간부들이 말리는 사진입니다. 나중에 저는 회사에 그 용역 경비과장과 면담을 하고 싶다고 했지만, 아직 답변을 듣지 못했습니다. 자취를 감추고 나타나지 않고 있지요. 자기가 폭행 당했다면 떳떳하게 나타나서 이야기해야지 않겠어요?"

저는 그날 폭력 사태로 얼마나 다쳤는지 궁금했습니다.

"이마 위 머리 부위가 2.5cm 찢어져 꿰맸구요. 코뼈가 부러져 수술을 하게 됐습니다. 목도 많이 아프고, 왼쪽 어깨도 많이 욱신거립니다. 저는 제 몸 다친 것 보다 마음이 더 아파요. 세상은 금력과 권력에 의해 좌지우지 되고 있어요. 현대차가 올해 들어와 벌써 39차례나 노동자를 고소고발했어요. 현대차는 고소고발을 취하하겠다는 조건을 내세워 올 임단협에 대해 양보를 받아 내려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임단협과 불법파견에 대한 그 어떤 내용도 양보할 생각이 결코 없어요. 용역 경비가 노조 임원을 이렇게 집단폭행해 중상을 입힌 일은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노조 위상이 추락된 것 같아 마음이 아파요. 담당 부위원장이 있는데도 수석인 제가 직접 나선 것은 현대차가 단협을 지키지 않는 것에 대해 확실한 경고를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진실은 용역이 노조 간부를 폭행했다는 것"

▲ 건물 2층엔 현대자동차 노조 사무실이 있고, 큰 벽보가 있는 1층 입구가 비정규직 노조 사무실이 있었습니다. ⓒ 변창기

저는 그의 요구 사항이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현대자동차 윤갑한 울산공장장이 공개 사과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번 폭행사태의 책임자 격인 지원실장과 노협실장, 총무실장, 지원사업부장, 경비대장에 대해 엄정처벌을 해야 한다고 요구합니다. 또한, 폭행에 가담한 경비도 처벌해야 하고, 그 용역경비업체에 대한 계약을 해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노조 위상을 지키자면 그정도는 돼야 한다고 봅니다. 안 그러면 회사는 노조를 얕보고 또 어떤 일을 저지를지 모릅니다."

현대차 경비도 아니고 용역경비에게 폭행당해 중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까지 했는데, 현재 그의 심정은 어떨까요.

"회사는 이번 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가르려 하고 있습니다. 노조 수석 간부가 폭행 당해 중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그래서 노조는 특근을 거부했어요. 이 일을 두고 현대차는 비정규직 때문에 특근이 손해를 본다는 식으로 몰고 가고 있어요. 조합원들이 이런 말에 현혹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진실을 바로 알아야죠. 진실은 회사 지시에 의해서 용역업체 경비가 노조 간부를 폭행해서 중상을 입혔다는 것이고, 단체협약 제10조를 위반했다는 것입니다.
  
회사는 더이상 그 진실을 거짓으로 꾸미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특근 하나보다 노동조합 위상을 지키고 단체협약을 지켜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1987년 이전의 세상으로 다시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1987년 이전 노조가 없을 때 우린 어땠습니까. 기계취급 받으며 노예취급 받으며 직장생활하지 않았습니까?"

조합원과 국민에게 하고픈 말이 있을 것 같아 한 마디 청했습니다.

"회사에서 의도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분열'에 현혹되지 말고 노조를 중심으로 뭉쳐야 할 것입니다. 언론을 보면 파업에 따른 기업의 생산손실만 보도하는데, 노조의 위상 훼손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사건 발단이나 원인에 대해서는 일체 보도하지 않고 있습니다. 회사의 이윤만을 위해 언제까지 노동자가 희생양이 돼야 합니까."
덧붙이는 글 | 김 수석의 쾌유를 빕니다. 사전 예고도 없이 갑자기 찾아갔는데도 달갑게 맞아주고, 그날 이야기를 해준 김홍규 수석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변창기 (byun21c)

2012년 2월 24일 금요일

대법 "2년 이상 일한 사내하청 노동자는 정규직"


이글은 프레시안 2012-02-23일자 기사 '대법 "2년 이상 일한 사내하청 노동자는 정규직"'를 퍼왔습니다.
근로자 지위 소송 재판에 영향 미칠 듯…"노동자 스스로 나서야"

대법원이 2년 이상 일한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로써 현대차를 비롯한 상당수 기업들이 고용하고 있는 사내 하청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노동계에 따르면 현대차에는 8000명, 기아차 3000명이 사내 하청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23일 대법원(특별 1부)은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 사내하청으로 일하다 해고된 최병승 씨가 낸 부당해고구제소송에서 현대차 사내하청은 불법 파견이고 2년 이상 일한 최 씨는 현대차 정규직 직원이라고 판결했다.

최병승 씨는 2005년 2월 해고된 뒤 7년 만에 정규직 복직 판결을 받아냈다. 2002년 현대차 울산공장에 사내 하청 노동자로 입사한 최 씨는 노동부 울산노동사무소가 2004년 현대차에 대해 불법 파견이라고 공식 결정하자, 이를 근거로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다 2005년 해고됐다.

최 씨는 2006년 이후 노동위원회와 서울행정법원, 서울고법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냈지만, 모두 기각됐다. 하지만 지난 2010년 7월 대법원이 원심을 깨고 '최 씨는 현대차 직원'이라고 판시하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서울고법도 지난해 2월 결국 최 씨의 손을 들어줬다. 현대차는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재상고를 제기했다.



▲ 대법원 판결 직후, 금속노조는 기자회견을 열고 판결에 대해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프레시안(허환주)

"이름없는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가 오늘에서야 확정됐다"

이날 대법원의 판결에 노동계는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판결 직후 금속노조 주최로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불법파견과 사내하청으로 고통받던 이름없는 노동자들의 너무나 당연한 권리가 오늘 대법원에서 확정됐다"며 "그간 노력한 분들에게 감사를 전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오늘의 판결은 더 이상 노동자를 벼랑으로 몰아가지 말라는 우리 사회의 마지막 브레이크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판결이 뒤집혀졌다면 우리 사회의 가느다란 희망도 사라졌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판결을 개인의 일로만 치부되는 것도 경계했다. 김 위원장은 "현대자동차는 이번 판결을 개인의 사례로만 몰아가면 안 된다"며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계기로 삼는 등 판결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재환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그간 노동계가 주장해온 것이 옳았다는 걸 입증하는 판결"이라며 "사내하청 업체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전체 노동자들이 자신들이 일한 대가를 정당하게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금속노조는 성명을 통해 "사내하청노동자는 조선, 철강, 전기전자, 기계금속업종 등 제조산업 전반과 민간서비스, 공공부문에 위장도급, 불법파견, 그 외 편법적 고용형태 등이 다양하게 존재한다"며 "이번 판결은 사회적 파장과 그 상징적 의미가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금속노조는 "대법원의 오늘 판결로 현대자동차가 자행한 사내하청 불법파견 문제에 대한 사회, 경제적 갈등과 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며 "현대차 자본의 불법적 만행이 단죄되고 서법정의가 구현된 것이다"라고 자평했다.

"올해 현대차 임단협에 최대 쟁점이 될 것"

이번 대법원 판결이 사내하청 노동자에게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크든 작든 간에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우선 현재 소송 중인 재판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 1940명은 2010년 11월 자신이 현대차 정규직 직원인지를 확인해달라는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법원에 낸 상태다. 또한, 기아차 574명, 금호타이어 111명, 포스코 17명, 조선 7명 등도 같은 소송을 냈다.

이들에 대해 정규직이라는 법원 판결이 날 경우, 현재 사내하청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소송이 줄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계에 따르면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사내하청으로 일하는 노동자 수는 조선업계의 경우 7만9160명, 철강업계 29만8912명 등 32만5932명에 달한다. 전체 노동자의 24%에 해당한다.

박점규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집행위원은 "이번 판결은 2004년에 소송을 낸 개인뿐만 아니라 현재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낸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뿐만 아니라 전체 사내하청 노동자에게도 이번 판결은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은 "또한 현대자동차 노조의 경우 올해 임단협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하고 있다"며 "이번 판결 때문에 올해 임단협에서 이 문제는 가장 쟁점이 될 것"이라고분석했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스스로 권리를 쟁취해야"

현대자동차 사측은 이번 판결을 확대 해석되는 걸 꺼리는 분위기다. 앞서 이날 대법원 판결을 연기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판결이 난 직후, 현대차는 판결을 존중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공식적인 입장만 밝혔을 뿐, 사내하청 노동자를 정규직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노동계도 현대자동차가 이번 판결을 계기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할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이해룡 현대자동차지부 부지부장은 "현대차는 오늘의 판결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우리는 원청과 하청이 함께 권리를 쟁취하는 싸움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부지부장은 "우리는 앞으로 비정규직을 조직하고 정규직을 교육하는 과정을 통해 공동투쟁을 전개할 것"이라며 "정권과 자본을 우리는 믿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민규 전국비정규직 연대회의 집행위원은 "이번 결정이 그간 싸워온 사람들을 가슴으로 위로해주고 용기를 찾아줄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 생각한다"며 "이젠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자체 공장 내 비정규직을 조직하고 그들의 권리보장을 위해 나설 때라고 생각한다. 이번 판결로 또 다른 과제가 주어졌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허환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