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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22일 금요일

대한민국, '걸레'들의 나라?


이글은 프레시안 2013-02-21일자 기사 '대한민국, '걸레'들의 나라?'를 퍼왔습니다.
[데스크 칼럼] 로비스트 공직자 금지법을 제정하자!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 청문회가 한창이다. 정 후보자는 평생을 공무원으로 살아온 사람이다. 2004년 6월 법무연수원장을 퇴임하면서 검사로서의 경력을 마쳤지만, 잠시 법무법인에 몸을 담은 기간을 제외하고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 등 계속해서 나라의 녹을 먹었다.

정 후보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을 그만두고 법무법인의 변호사로 근무하며 2년간 6억6945만 원을 받았다. 이 때문에 덩달아 예금도 2년 새 5억4700만 원이나 올랐다. 연봉 수천만 원도 감지덕지인 서민의 입장에서는 이런 극적인 소득 증가에 입이 딱 벌어질 만하다. 하지만 비슷한 경력의 변호사의 수입과 비교해 보면 납득 못할 수준도 아니다.

사실 정 후보자가 일찌감치 대형 법무법인에 들어갔거나 혹은 변호사 사무소를 개업했다면 공무원으로 사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부를 축적할 수 있었을 테다. 이유야 어떻든 그는 그런 부를 축적할 기회를 마다하고, 나라와 시민에게 봉사하는 길을 택했다. 이런 사정을 염두에 두면, 청문회를 계기로 제기된 전관예우 논란이 그로서는 억울할 만하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나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와 비교하면 더욱더 그렇다. 황교안 후보자는 2011년 검사를 그만두고 나서 1년 4개월 동안 한 법무법인에서 16억 원을 벌었다. 거의 매월 1억 원씩을 챙기는 능력을 보여준 셈이다. 김병관 후보자는 '장군'으로 군에서 퇴임 후 무기 중개 업체에서 2억8500만 원을 받았다. 장군이 로비스트로 대변신한 것이다.

법조계 안팎에서 "정홍원은 그래도 양질"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회만 있으면 녹을 먹는 자리로 돌아왔고, 법무부 장관 후보 등으로 계속해서 언급된 탓에 본인이 남다른 "관리"에 노력을 기울였으리라는 뒷얘기도 들린다. 정홍원 후보자의 사정만으로도 시민들 속은 부글부글 끓는데, 그 정도가 "양질"이라면 도대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 ⓒ프레시안(최형락)

이런저런 사정으로 퇴직 공무원에게 무조건 허리를 졸라매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하지만 길게는 수십 년간 국민의 세금으로 밥벌이를 하고, 또 그 과정에서 경력도 쌓고명성도 얻은 사람에게 자기 이름 석 자를 '공공재'로 인식하라는 요구가 과하다고 볼 수도 없다. 시민의 부글부글 끓는 심정도 바로 이런 인식 탓이다.

실제로 법적 제재도 있다. 2011년 5월부터 개정 변호사법은 판·검사 출신 변호사가 퇴직 전 1년간 일했던 법원, 지검의 사건은 1년간 수임하지 못한다. 일반 고위 공무원(4급 이상)은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퇴직 전 5년 동안의 업무와 관계된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에 취업하는 게 2년간 제약된다. 그러나 이런 법적 제재는 현실에서 무기력하다.

참여연대가 2011년 6월부터 2012년 5월까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취업이 가능하다고통보한 퇴직 공무원의 업무와 취업 업체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대상자 172명 중 103명(59.8퍼센트)이 퇴직 전 업무와 관계된 기업 혹은 단체에 취업했다. 61명(35.4퍼센트)은 사실상 취업이 제한되어야 할 곳에 취업했다.

업무의 범위를 너무 축소해 놓아서 또 빈 구멍이 너무 많아서 실효성 있는 규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정식 취업을 하는 대신, 자문 명목으로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의 '용돈(?)'을 받아 챙기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전관예우 금지에도 불구하고 판·검사 출신 변호사가 얽히고설킨 인맥을 동원해 거래를 하는 모습은 한국 영화의 단골 소재가 된 지 오래다.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 것인가? 큰 욕심을 부리지 말고, "로비스트 공직자 금지법" 같은 것부터 만들면 어떨까? 공무원으로 일하다 돈에 혹해서 경력도 팔고, 인맥도 팔고 심지어 정보도 파는 건 일단은 눈감아 주자. 아무리 법망을 촘촘히 짠다고 하더라도 그런 원초적 욕망을 막는 데는 한계가 있을 테니까.

대신에 한 번 그렇게 자신의 원초적 욕망을 날 것으로 드러낸 이들은 절대로 다시 공직에 기웃대지 못하게 하자. 공무원을 퇴직하고 법무법인, 재벌, 초국적기업 심지어 무기 거래상의 로비스트로 활동하다가 다시 장관, 청와대 비서관, 국무총리, 대법관, 헌법재판관 등으로 중용될 가능성을 아예 법적으로 막자는 것이다.

장관, 비서관, 국무총리, 대법관, 헌법재판관을 하다가 알토란같은 정보와 훨씬 더 넓고 깊어진 인맥을 품고서 다시 원래 친정인 법무법인, 재벌, 초국적기업 등으로 돌아가는 일이 일상다반사인 걸 염두에 두면, 이런 "로비스트 공직자 금지법"은 박근혜 당선인이 최우선에 놓고 추구해야 할 국익에도 부합된다.

또 이런 시도는 일종의 사회적 형평성을 높이는 데도 기여한다. 한국처럼 명성 혹은 권력을 얻으면서 치부(致富)가 쉬운 나라는 없다. 더 늦기 전에 그 고리를 끊어야 하는데, 그 첫걸음이 바로 공무원 경력을 이용해 치부를 할 만큼 하고 나서, 뒤늦게 명성과 권력까지 얻으려는 로비스트들의 득세를 막는 것이다.

대선 기간 내내 누구 못지않게 '서민의 아픈 마음을 보듬어 주리라' 목소리를 높였던 차기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과 함께 이 "로비스트 공직자 금지법" 제정에 나서주길 바란다. 그렇다면, 그나마 "양질"이라는 정홍원 후보자는 어떻게 할까? 글쎄, 갑자기 이런 시쳇말이 떠오른다. "걸레는 빨아도 걸레!"


 /강양구 과학환경 전문기자

2012년 7월 27일 금요일

MB 대국민 사과 뒤 ‘BBK’ 팀장 은진수 ‘가석방’


이글은 뉴스페이스 2012-07-26일자 기사 'MB 대국민 사과 뒤 ‘BBK’ 팀장 은진수 ‘가석방’'을 퍼왔습니다.
네티즌 “‘일사부재리’ 철저 이용 꼼수…사과 쇼였네”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구명 청탁과 함께 거액의 돈을 받은 혐의로 유죄를 선고 받은 MB측근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이 오는 30일경 가석방될 예정이서 비난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은 전 위원은 권재진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거쳐 오는 30일 오전 10시 가석방되는 33명의 모범수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말에 수감중인 MB 측근들이 줄줄이 사면‧가석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은 친인척‧측근 비리에 대해 24일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진정성 없는 사과였다’는 비난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은 전 위원은 부산저축은행 측 로비스트로부터 세 차례에 걸쳐 퇴출저지 청탁과 함께 7000만원을 받고, 자신의 친형을 제주도 카지노업체 감사로 올린 다음 급여 명목으로 매달 1000만원씩 모두 1억원을 받게 한 혐의로 구속됐다. 은 전 위원은 1, 2심에서 모두 징역 1년 6월과 추징금 7000만원을 선고받아 지난해 5월 30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현재 형기의 70% 가량을 산 상황이다. 

은 전 위원은 2007년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 캠프에서 ‘클린정치위원회’ BBK사건 대책팀장을 맡았으며 ‘BBK 사건’을 변호하기도 했다. ‘BBK 가짜 편지’의 실제 작성자인 신명씨는 ‘김경준 기획입국설’과 관련 편지를 기획한 감독은 은 전 위원이라고 말했었다. 대통령직 인수위에서는 법무행정 자문위원으로 일했다. 

또 은 전 위원은 감사원에 재직하던 시절, 정연주 사장 퇴출과 연관된 ‘KBS 감사’ 등은 빠르게 처리하고 ‘4대강 감사’ 등은 고의적으로 지연시켰다는 의혹도 받았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친인척‧측근 비리에 대해 24일 대국민 사과를 했었다(☞ 관련기사). 이 대통령은 “억장이 무너져 내리고 차마 고개를 들 수 없다”며 “모두가 제 불찰이다, 어떤 질책도 달게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오직 겸허한 마음가짐과 ‘사이후이(죽는 날까지 일을 내려놓지 않는다는 뜻의 고사성어)’의 각오로 더욱 성심을 다해 일하겠다”고 제갈량의 ‘출사표’ 고사성어를 인용해 각오를 밝혔었다. 

이같이 사과를 한 날 이 대통령은 자신의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대외직명대사로 언론문화협력대사와 인권대사를 신설하고 오랫동안 자신의 ‘입’ 역할을 했던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을 언론문화협력대사에 위촉했다. 민주통합당 정은혜 부대변인은 “친인척·측근비리로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사과까지 발표한 날, 이런 불미스러운 인사를 한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앞서 최근 검찰 인사에서 민간인 불법사찰 증거인멸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던 김진모(46·사법연수원 19기) 서울고검 검사가 13일 검사장으로 승진됐다. 또 2008년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의 위험성을 보도했다는 이유로 MBC ‘PD수첩’에 무차별 수사를 했던 주역 전현준(47·사법연수원 20기) 대검찰청 범죄정보기획관이 20일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기용됐다. 대선을 앞두고 주요 사건을 담당하는 부정부패 수사 책임자로 기용된 것으로 이재화 변호사는 “대선용 포석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였다(☞ 관련기사). 

은진수 전 위원의 가석방 소식은 주요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계속 오를 정도로 관심을 모았다. 네티즌들은 관련 기사 댓글란과 트위터 등에 의견을 쏟아냈다.

네티즌 ‘vaZ**’은 “돈받은 은진수는 가석방 시키고, 말 몇 마디로 잡아 넣은 정봉주는 만기 채울라고 하나? 적당히들 해 쳐먹어라!”라고 비난했고 ‘자**’은 “법무부장관인 권재진이 누구? Mb 집사죠. 그래서 모든 사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장관을 시켜놓은 것이고..전형적인 독재국가”라고 성토했다. 

‘해심**’은 “민간인 사찰 주범 권재진 장관이 MB 똘마니를 가석방 시키는 어처구니 없는 나라! 김병화가 대법관 되면, 비리 주범들 낮은 형량 받고 거리를 활보하는 미친 나라가 되겠군!”이라며 “성범죄자만 신상공개하지 말고 권력형 비리자도 신상공개하라! 주위에 어떤 범죄자들이 살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라고 울분을 표했다.

‘Tom**’은 “결국 지금 검찰이 수사해서 사법처리 하는 것들이, 일사부재리 원칙을 철저히 이용하기 위한 꼼수라는 거지. 대통령 사면권을 이용해서 적당한 시기에 다 플어줄텐데”라며 “뭐 하긴 위장전입부터 시작해서 인생자체가 편법인데, 대한민국법을 농락하는 재미로 사는 듯”이라고 꼬집었다.

아이디 ‘쥐에겐***’은 “내 추측컨데...이명박과 검찰은 박근혜가 대통령이 된다고 믿고 있는 듯하다. 이번 사면 역시 박근혜와 조율했을 가능성이 크다. 박지만씨와 서향희씨 역시 저축은행 연루 의혹이 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건 자체를 별일 아닌 듯 보이기 위해 저축은행 관련자를 사면하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의구심을 보였다.

네티즌들은 “정말 대단한 X이야. 대국민 사과 하고 나서 바로 사면”(한**), “국민한테 사과한 게 은진수 가석방 시킨다고 사과한 거네ㅋㅋ 지라들한다. BBK 폭로한다고 깜방에서 난리쳤나보네. 정봉주는 언제 나오나”(납자**), “사과문은 쑈였다. 억장은 무너지지만 우리애들은 풀어줘야겠다..ㅎㅎㅎ”(계룡산), “아직 저축은행들에 대한 일련의 사건이 마무리 되지도 않았는데...말이 안나온다”(루비**), “야~정말이지 해도 너무한다, 이명박이 대국민사과가 쇼였군”(대박***), “측근비리 대국민사죄한지 40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비리측근 사면이라...것두 서민들 피눈물 나게 만든 저축은행 비리관련 금품수수자가..”(마*)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진락 기자

2012년 3월 6일 화요일

의혹만 남긴 이계철, 방송 ‘모르쇠’·통신 ‘헛발질’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3-06일자 기사 '의혹만 남긴 이계철, 방송 ‘모르쇠’·통신 ‘헛발질’'을 퍼왔습니다.
방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결과…민주당 “로비 통신위원회에 허수아비 위원장 부적격”

“통신 분야의 전문가라는 말도 옛날 얘기다. 방송을 너무 몰라서 방송을 망칠까 걱정된다. MBC 파업, KBS 제작거부와 총파업 예고, YTN 총파업에 대한 대책도 없다. 방통위원장으로서 철학과 소신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을 못 찾겠다. 부적격이다.”
5일 13시간여 동안의 인사청문회를 마무리하며, 김재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 민주통합당 간사는 이계철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를 이렇게 평가했다. 같은 당 전병헌 의원은 “방통위가 로비 통신위원회가 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고, 전혜숙 의원도 “윗분이 시키는 대로 하는 허수아비 방통위원장을 자임한 것 아닌가”라고 촌평했다.
민주당 뿐만이 아니었다. 허원제 문방위 새누리당 간사는 “방송의 언론 기능과 사명, 방송에 대한 공정성 확보 문제에 대해 후보자는 그런 부분에 대해 잘 모르시죠?”라고 말했고, 같은 당 안형환 의원도 “(수신료 관련해 이 후보자의 말이)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공부를 좀 더 해야할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KT 사장 출신인 이용경 창조한국당 의원은 같은 사장 출신인 이 후보자에게 “방송 공정성에 대해서 깊은 이해가 부족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부 의원을 제외하면 여야 모두 관련 보도자료 하나 내지 않았을 정도로 총선을 앞두고 인사청문회 준비에 소홀했지만, 여야에서 이 후보자에 대한 ‘질책’은 끊이지 않았다. 당락을 결정할 정도의 치명적인 폭로는 없었지만 의혹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이 후보자가 방송과 통신쪽 정책에서 제대로 된 자질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6일 국회 문방위가 이 후보자의 적격 여부를 판단하는 인사 청문 경과 보고서를 채택할지, 이명박 대통령이 이번 주 중으로 이 후보자를 임명할지 주목된다.
KT 사장 출신 로비스트 의혹 여전히 ‘솔솔’


▲ 이계철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 이치열 기자 truth710@

의혹의 핵심은 이계철 후보자가 2000년 KT 사장에서 퇴임한 뒤 정부 산하 기관과 각종 업체에 겸직하면서 업계의 로비스트로 활동했다는 것이다. 그는 2002년부터 2010년까지 한국인터넷진흥원,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에 비상임 이사장으로 근무하면서 애니유저넷 고문(2002년), KT 고문(2003년~2005), 에이스앤파트너스 사외이사(2005년), 에이스테크놀로지 사외이사(2006년), BCNe글로발과 글로발테크 고문(2006년~2009년) 등을 겸직해 사기업에서만 총8억 원에 육박하는 고문료를 받았다.
전병헌 의원은 이들 사기업이 KT나 KTF와 계약을 맺었고 이 후보자가 고문을 맡은 이후 비약적인 성장을 한 것을 두고 ‘이 후보자가 로비스트로 활동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 공기업·준정부기관 비상임이사 직무수행 지침, 정부 산하기관 임직원 행동강령 등을 근거로 겸직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후보자는 비상임 이사장으로서 법적인 문제는 없고, 로비를 한 적도 없다며 “로비의 로자도 모른 사람”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사기업 근무 배경을 “정보 통신의 경륜을 필요로 할 때 도움을 주는 마음의 자세를 가지고 있었다”고 설명하며 “제 업무 능력을 전수해주고 모르는 것 답변해주는 것밖에 안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계철 후보자가 KT 사장을 퇴임하고 거쳐간 이들 업체들은 정보통신부 차관 시절의 업무와 당시 겸직한 방통위 산하 기관의 업무와 연관성이 있는 곳이었다. 이 후보자도 이들 업체에 대해 “정통부와 전혀 무관한 곳은 없다”고 확인해 줘, ‘전관예우’·‘로비스트’ 의혹을 증폭시켰다.
특히, 증인으로 출석한 유기석 전 BCNe글로발 사장이 “당시 KTF와 거래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고문이)KT 사장 출신이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밝혀, KT 사장을 지낸 이 후보자가 로비스트로서 활동할 것을 염두에 두고 고문으로 위촉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방송 현안도 정책도 ‘앵무새 답변’…종편? “방송시장 선진화”


▲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사임했지만, 방통위 정책의 기조는 변하지 않고 이어질 전망이다. ©연합뉴스

방송 분야에선 MBC 등 파업 관련한 현안 질의가 가장 많이 제기됐지만, 이계철 후보자는 청문회가 끝날 때까지 비슷한 답변만 반복해 야당 의원들이 목청을 높이며 질타를 했다. 그는 방송사 파업에 대한 질문이 나오면 “내부적 문제”라고 말한 뒤 “국민의 시청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지켜보겠다. 취임을 하면 충실히 논의하겠다”라고 주로 답변했다.
이 후보자는 이날 이용마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 홍보국장의 해고, 최일구 앵커 등의 징계에 대해선 “일단 노조와 사장 간의 문제 아니겠습니까”라며 “노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했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선을 그었다. 이 같은 ‘앵무새’ 답변이 계속 반복되자, 김재윤 의원은 “쪽지를 읽는 것 아니다”, 같은 당 정장선 의원은 “대통령이 후보자의 답변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생각하지 마시고 위원장 후보자로서 답변해보시라”고 질타했다.
문제는 이 후보자가 민감한 방송 현안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을 넘어 대다수 방송 현안과 정책에 ‘모르쇠’로 일관하는 답변 때문이었다.
이날 청문회에서 여당은 주로 KBS 수신료 문제를 거론했는데, 이 후보자는 ‘수신료 산정 위원회’에 대해 “깊이 검토를 안 해 잘 모르겠습니다만, 어떤 방법이 되든지 국회에서 의결한다면 특별한 문제는 아니라고 단적인 생각이 든다”고 답변했다. 정치적으로 민감해 수년 간 국회에서 처리가 지연됐고 국민의 반발도 거센 사안에 대해 이 후보자가 이렇게 답변하자, 안형환 의원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공부를 좀 더 해야 할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 후보자는 방통위에서 진행 중인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사)법의 시행령·고시 제정 작업에 대해선 “완전히 파악했다기보다 설명을 들었다”고 말했고, 지상파·케이블 재송신 제도개선안에 대해선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을 소상히 파악해 상임위와 긴밀히 협의해 원만히 해결하겠다”고 밝혀 구체적인 방향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논란이 되고 있는 전임 위원장의 방송 정책에 대해선 옹호하는 입장을 보여, 향후 방송 정책의 기조 역시 최시중 위원장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임을 내비쳤다. 이 후보자는 김부겸 민주당 의원이 “(방통위에서)법과 원칙이 무너져 종편을 무리하게 밀어붙였다”라고 지적하자, “(방통위는)방송의 다양성, 공익성을 위해 방송 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그는 한선교 새누리당 의원이 최 위원장의 업적을 묻자 “방송시장 선진화”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통신사 규제에 ‘조심조심’, KT에는 ‘더 조심조심’


▲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언론노조 등 공동주최로 열린 이계철 방송통신위원장 내정자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이 내정자의 사퇴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계철 후보자는 KT 사장을 비롯해 최근까지 통신업계에 몸을 담고 있었던 만큼 각종 통신쪽 정책에서 통신업계의 이해와 어긋나지 않는 입장을 보였다.
이계철 후보자는 현재 통신요금에 대해 “요금이 비싸다 싸다 일률적으로 얘기하기 어렵지만 국제적으로 우리나라 통신료는 중간 정도”라고 답변해, 전혜숙 의원으로부터 “방통위원장이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나”라는 질책을 받았다.
그는 “MVNO(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를 활성화하고 단말기를 가입자에게 가져오는 자급제를 하면 일방적으로 달아주는 것보다 좋은 현상이 올 것”이라며 “(블랙리스트)제도를 활성화하면 통신수준이 상당수준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블랙리스트(기기 식별번호(IMEI)를 통신사에 등록하지 않은 휴대폰도 개통이 가능하도록 해 휴대폰 유통 시장을 다변화 하는 제도) 제도가 단말기 유통구조를 바꾸는 것이어서 통신비 요금 인하에 효용이 없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 후보자는 블랙리스트 제도의 효과를 강조할 뿐이었다.
그럼에도 이 후보자는 “제4 이통사는 ‘한다, 안 한다’ 문제가 아니라 신청이 들어오면 심사를 해야 한다”면서 “국가에서 일방적으로 요금을 인하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밝혀 통신3사 구조를 깨는데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경재 새누리당 의원이 통신비 인하 실패의 원인을 “제4이동통신의 진입 실패” 등으로 꼽을 정도로 여당쪽에서도 통신사 3곳의 독과점 문제를 심각하게 제기하고 있지만, 이 후보자는 통신비 인하를 주장하면서도 통신사 독과점에는 ‘헛발질’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KT 관련된 사안에 이 후보자는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김성동 새누리당 의원은 최근 KT가 삼성전자의 스마트TV 인터넷망을 차단해 이용자들에게 피해를 준 것에 대해  “KT가 기업의 이익을 위해 이용 차단을 한 것”이라며 “기업 윤리적으로 보면 매우 경솔한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이병석 의원은 “통신사업자 횡포”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후보자는 “(KT, 삼성전자)양쪽에서 피해 보상을 위해 안을 내놓고 조정 중”이라며 “망 중립성은 세계적 문제”라고 밝혀, 최근 KT에 대한 제재 입장을 보인 방통위 상임위원들보다도 미온적인 입장을 보였다.
또 이 후보자는 최근 방통위가 KT 필수설비(광케이블, 전주 등)를 후발 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고시를 준비 중인 것에 대해서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이용 확대’에 찬성하는지 묻는 질문에 “서로 의견을 조율해야 하는데 국가에서 강제로 할 수 없지 않나”라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단계적으로 설비 개방 범위를 확대하기로 약속했지만 그동안 회피한 KT에 대해 이 후보자가 명확한 입장을 보이지 않는 셈이다. 또 이 후보자가 “경쟁 활성화를 통한 통신비 인하”를 주장하면서도 이번 설비 개방을 통한 경쟁 확대에는 소극적인 입장을 보여 ‘이중 잣대’를 대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장병완 민주당 의원은 “지난 3년간 방통위에서 결정한 230회 안건 중에서 KT의 인허가나 KT 제재에 관한 사안이 33회”라며 “후보자가 KT와의 인연 때문에 업무 처리에서 어떤 오해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