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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6일 토요일

부동산이 노후대책? 재개발 덫에 빠져보니…


이글은 프레시안 2012-10-05일자 기사 '부동산이 노후대책? 재개발 덫에 빠져보니…'를 퍼왔습니다.
[응답하라, 베이비부머·③] 한순간에 날아간 집, 그리고 생계수단

이영섭(가명·56) 씨는 70년대 말께 서울로 올라왔다. 35년 전의 일이다. 고향은 서울에서 400km나 떨어진 시골이다. 왕십리에 터전을 잡았다. 이후 다른 곳으로 이사 간 적이 없다. 여생도 제2의 고향인 왕십리에서 보낼 생각이었다.

서울에 온 이후 소규모 공장에서 일하는 것부터 장사까지, 할 수 있는 일은 닥치는 대로 했다.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90년대 말 건물을 지었다. 5층 규모 주택이었다. 부동산은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는 맹신이 있었다. 그간 모은 돈으로 집 짓는 비용을 모두 감당하긴 어려웠다. 기존에 살던 집을 처분한 돈과 은행 대출, 그리고 전세금 등으로 이를 충당했다. 5층엔 살림집을 꾸렸다.

이 씨는 건물을 노후대책으로 여겼다. 언제까지 장사할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1층 가게에서 도서대여점을 운영하며 지하 공장에서 나오는 약간의 월세를 받으면, 그럭저럭 자식들에게 손 벌리지 않고 살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한순간에 날아간 집, 그리고 생계수단

하지만 이 씨의 노후대책은 서울시의 뉴타운 발표와 함께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은 뉴타운 덕분에 대박이 났으니 한턱 내라고 했다. 실제 자고 나면 집값이 올랐다. 작은 평수의 집을 가지고 있던 이웃은 앞다퉈 투기세력에 집을 팔고 이사갔다. 1000만 원대 땅값이 뉴타운 발표 후 몇 달 사이에 2000만 원을 넘겼다. 2006년사업시행 인가가 떨어진 이후엔 그 갑절로 뛰었다.

처음엔 이 씨도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꿈에 부풀었다. 조합임원이나 OS요원이 조합설립 동의서를 받으러 다닐 때만 해도 뉴타운 재개발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지 못했다. 다만 재개발되면 1:1로 헌 집을 새 아파트로 바꿔준다는 말만 들었다.

ⓒ프레시안(허환주)

하지만 그것은 얼마 가지 않아 깨졌다. 관리처분 총회 날에도 이 씨 건물 가격이 얼마에 책정됐는지 조합에서는 알려주지 않았다. 따져 물어도 '원래 다 그렇게 하는 거다'라는 말만 들었다. 최소한 내 집이 얼마에 평가받았는지는 알아야 팔던가, 아니면 그대로 살던가를 결정할 수 있겠다 싶었다. 관리처분 총회를 마치고 몇몇 이웃과 '알림방'을 만들었다. 최소한 알아야 할 것을 스스로 알아보자는 차원에서였다.

문제는 심각했다. 이 씨 건물은 현재 거래되는 시세를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었다. 조합에서 주변 지역 지가를 고려하지 않은 채 감정평가를 내렸다. 그 금액으론 전세금 돌려주고 나면 자신들이 살 수 있는 집 한 채도 얻지 못했다. 살던 곳에서 멀리 떨어진 외곽 지역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추가 분담금을 내고 새로 지어지는 아파트에 들어가기는 방법도 있었다. 돈도 돈이었지만, 생계가 막막해져 어려웠다. 1층 가게도 사라진 마당에 다시 가게를 얻을 돈도 없기 때문이었다. 한평생 모은 돈으로 노후생활을 생각해 건물을 지었는데 한순간에 이 계획이 재개발 때문에 사라지게 됐다.

재개발 늪에 빠진 베이비부머

이런 일은 이 씨만 겪는 일이 아니다. 노후대책의 일환으로 부동산을 장만한 베이비부머가 재개발이란 늪을 만나 허우적대고 있다.

2002년도부터 시작된 뉴타운 사업은 그동안 개별사업지구단위, 즉 재개발로 이뤄지던 사업을 대규모화한 사업을 일컫는다. 소규모 사업 추진에 따른 기반 시설 부족문제를 해소하고 주택재정비사업을 도시재생 차원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추진됐다.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이 처음 추진했다.

하지만 사업추진은 쉽지 않다. 2008년에 발생한 금융위기가 문제다. 주택시장이 침체상태에 빠지면서 뉴타운 사업도 늪에 빠졌다. 뉴타운 사업이 시작된 2003년부터 2007년까지는 뉴타운 사업이 과열됐지만 금융위기 이후, 다양한 문제가 표출되고 있다.

무엇보다 과도한 추가 분담금이 문제다. 원주민이 서울 도심과 역세권에 가까운 뉴타운 사업 지역 새 아파트에 들어가려면 자신의 집 이외에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2억여 원이 넘는다. 수도권 지역은 이보다 덜하지만,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역세권 지역은 비용부담이 1억~1억5000만 원에 달하고 있다.

이러한 높은 추가비용부담이 나오는 이유는 부동산 경기 하락 때문이다. 과거와 같은 높은 집값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원주민의 집값이 상승하고 그 개발이익으로 신축아파트를 분양받거나 분양권을 전매해 개발이익을 누릴 수 있었던 건 먼 과거의 일이 됐다.

ⓒ프레시안(허환주)

턱없이 높은 추가 분담금으로 다른 지역으로 밀려나

높은 추가 분담금으로 원주민 재정착률은 턱없이 낮다. 서울개발연구원이 미아6구역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현지거주 조합원의 재정착률은 26.8%에 불과했다. 추가분담금을 내지 못하는 이들은 자신의 지분을 보상금으로 받고 다른 지역으로 밀려나는 모양새다.

뒤늦게 추가 분담금을 내야 한다는 걸 알게 된 후발 뉴타운 사업 지역 조합원은 줄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2007년~2010년 3월까지 서울시에서 발생한 재정비사업 관련 소송건수는 212건으로 이중 절반가량이 2009년에 발생했다. 자치구별로는 동대문, 성동, 성북, 서대문구 등 재정비사업이 많은 자치구에서 43.5%로 가장 많은 소송이 이뤄졌다.

하지만 뉴타운 사업을 중단하기란 쉽지 않다. 그간 뉴타운 사업 진행비로 사용된 돈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뉴타운 재개발 조합은 뉴타운 사업이 진행된다는 전제하에 정비회사, 건설회사에서 미리 돈을 빌려 활동비 등으로 사용한다. 문제는 사업이 중단될 경우, 이 돈을 갚을 길이 없다는 점이다. 이 돈은 한 구역당 작게는 몇억에서 많게는 몇십 억에 달한다.

서울시에서 뉴타운 사업 탈출구 방안으로 제시한 뉴타운 지역 해제 정책에 조합 단계는 지역 해제 지역으로 포함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천문학적인 돈을 책임질 수 없기 때문이다.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노후대책

이창무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가 2010년에 발표한 '뉴타운사업에 대한 비판적진단과 해법'을 보면 원주민이 뉴타운으로 걱정하는 것으로 '신규공급 아파트에 대한 부담금이 많아 입주가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30.5%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고급 실내장식, 넓은 평수 등이 부담금을 높이는 원인으로 꼽혔다.

또한, '임대료 수입이 없어져 생계가 막막하다'는 의견도 21.2%나 차지했다. 기존 구역에서 임대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생계유지형 가구 문제가 심각하다는 뜻이다. 이영섭 씨와 같은 사례다. 말년에 찾아온 재개발로 베이비부머의 노후대책은 하루아침에 사라질 운명에 놓이게 됐다.

- 응답하라, 베이비부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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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환주 기자

2012년 9월 25일 화요일

박근혜 "집 걱정덜기' 종합세트에 "실탄은 어디서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09-24일자 기사 '박근혜 "집 걱정덜기' 종합세트에 "실탄은 어디서'를 퍼왔습니다.
부동산금융 종합대책 논란

‘태풍의 눈’이었던 안철수 원장의 대선출마로 ‘대세론’이 사실상 붕괴되면서 궁지에 몰린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서민층을 겨냥한 부동산 금융 종합대책방안을 내놓았다.
방향은 크게 2가지로 우선 은행빚으로 내 집을 마련했지만 집값하락으로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서 집을 날려야 할 처지에 놓인 ‘하우스푸어’에 대해서는 주택지분의 일부를 정부 공공기관이 사들여 ‘발등의 불’을 끌수 있게 했다.
또 당장 살 전셋집이 없는 ‘렌트푸어’를 위해서는 세입자가 거액의 전세보증금 없이 이자만 내고 보금자리를 마련할수 있는 전세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23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집걱정 덜기 종합대책'을 발표, 12월 대선공약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실탄'이 뒷받침되지 않은 자칫 표만 의식한 장밋빛 청사진에 그칠수 있는데다, 하우스푸어 해결을 위해 정부 곳간을 털어서는 안된다는 금융당국의 입장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도입과정에서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하우스푸어, 주택지분 일부 매각해 대출금 상환
우선 하우스푸어 지원방안은 2가지로 나눠진다. ‘지분매각제’와 ‘주택연금 사전가입제’가 그것이다.
지분매각제도는 빚 압박에 쪼들리는 주택대출자를 위해 아파트 등 주택 일부 지분을 정부에 팔아넘기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쏠쏠한 매각대금으로 주택 대출자는 은행등 금융회사의 지긋지긋한 빚을 몇분지 일이라도 갚아 나갈수 있게 하는 제도다.
집은 공동명의가 되는만큼 집주인은 지분을 사들인 정부의 공적 금융기관에 매각지분에 대한 임대료를 지불하면서 자신의 집에 계속 거주하는 형태다. 부동산 경기침체 장기화로 집을 내놓아도 팔리지 않는 상황에서 이 제도가 새누리당의 공약대로 자리를 잡을 경우 빚에 어깨가 눌리는 주택대출자들에겐 그야말로 가뭄의 단비격이 될수 있다.
구체적인 절차는 이러하다.
하우스푸어로부터 지분을 사들인 캠코등 공적 금융기관은 그 지분을 담보로 유동화증권(ABS)을 찍어낸뒤 투자자(금융기관, 공공기관, 연기금, 국민주택기금 등)들을 끌어모은다. 대신 캠코등은 하우스푸어로부터 매입한 지분에 해당하는 임대료를 받아 이를 투자자에게 이자로 지급하고 운영비를 충당하게 한다.
주택이 다른 주인에게 팔리게 될 경우 새로운 주택구입자가 지분공유를 승계하는 것도 가능하다. 대상은 1가구 1주택 보유자로 주택가격은 수도권 6억원 이하, LTV 상한 80% 이하에 해당해야 한다.
주택의 매각 지분율은 시세의 50%와 주택담보대출금액 중 작은 금액으로 한다. 집주인이 납부하는 지분임대료는 이자와 수수료를 합쳐 6%다. '주택연금 사전가입제'는 집을 금융기관에 잡히는 대신 매달 생활비, 즉 연금을 받는 주택연금의 가입조건을 현재 60세 이상에서 50세 이상으로 낮추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조기퇴직으로 금전적 어려움을 겪는 베이비부머의 지원에 초점이 맞춰졌다. 주택연금 사전가입자는 60세부터 받을수 있는 주택연금의 일부를 일시금으로 인출해 빚 갚는데 사용하고, 대신 60세가 되면 인출금을 뺀 나머지 금액을 연금 형태로 받게 된다.
대상은 1가구 1주택자로 주택가격 수도권 6억원 이하(그 외 지역 3억원 이하)의 집이 해당된다. 새누리당은 은행빚 상환이 실질적으로 어려운 전국의 대출자 규모를 28만4000가구, 58조원 규모로 추산했다.
이 가운데 약 10%만 신청을 한다손 치더라도 해택을 받을수 있는 범위는 약 3만 가구, 3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렌트푸어, 보증금 등 부담없이 이자만내고 전세마련
전세값 급등으로 전세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해 당장 살 집을 구하기 힘든 렌트푸어들을 위해서는 은행이자만 내고 보금자리를 마련할수 있는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는 호주머니 사정이 좋지않은 세입자가 아닌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자기명의로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 형식으로 꾸어오는 대신 대출금 이자는 세입자가 떠않는 새로운 방식의 전세제도이다.
세입자가 이자를 내지 못할 경우 공적금융기관이 은행에 이자 지급을 보증하게 된다. 
일단 일정금액(수도권 3억원, 지방 2억원) 이하의 주택임차계약을 원하는 연소득 5000만원 이하의 소득자에게 적용하는 것으로 설계됐다. 대출 부담을 안게 되는 집주인에게는 대출이자상환 소득공제 40% 인정, 3주택 이상 소유한 경우 전세보증금 수입에 대한 면세 등의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당 관계자는 "이 제도가 보편화되면 우리나라에만 있는 전세제도는 점차 사라지고 종국적으로 월세로 가게 된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새누리당은 국가 소유의 철도부지 위에 인공대지를 꾸며서 고층 형태의 아파트·기숙사·복지시설·상업시설 등을 지은 뒤 시세의 2분의 1∼3분의 1 수준에서 월세로 영구임대하는 형태의 '행복주택 프로젝트'도 추진하기로 했다.
'행복주택 프로젝트'는 일본 등지에서 많이 이용되는 서민주택 공급대책으로, 서울과 수도권의 학생,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 20~40대 무주택자에게 쾌적한 환경의 값싼 주거공간을 제공한다는 게 목적이다. 새누리당은 수도권 55개 철도역을 시작으로 이런 프로젝트를 시작할 경우 20만호가 건설되고, 총 50만명에게 혜택이 돌아갈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예산' 얘기가 빠져있는데다 소득공제같은 '푼돈'에 자기이름으로 은행에서 주택대출을 끌어올 집 주인이 많이 있겠느냐는 점에서 새누리당발 서민지원 부동산대책은 대선표를 의식한 사탕발림성 선심 공약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하우스푸어 해결에 정부 곳간을 털어서는 안된다는 금융당국의 입장에 맞서는 것이어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에 허덕이는 `하우스푸어'의 구제 방안과 관련해 "정부 재정이 투입될 상황은 아니다"고 못박았다.

뉴스1  |  webmaster@pressbyple.com

2012년 9월 19일 수요일

빚 못 갚겠으면 집 팔면 되지, 이게 대책이야?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9-18일자 기사 '빚 못 갚겠으면 집 팔면 되지, 이게 대책이야?'를 퍼왔습니다.
‘세일앤리스백’은 은행의 ‘꼼수’… 거품 떠받치기, 또 다른 폭탄 돌리기 될 수도

300만원의 월급을 받는 직장인 A씨는 아파트 대출 이자로 한 달에 90만원을 낸다. 월급의 30%다. 그만큼 다른 가계 지출을 줄여야 한다. 더구나 얼마간의 예금과 한 채뿐인 아파트 등 자산을 팔아도 대출금을 갚기 어렵다. 

여기에서의 A씨는 가상의 인물이지만, 현실 속에서 A씨 같은 ‘하우스 푸어’는 108만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모두 가처분소득의 10% 이상을 한 채뿐인 아파트 담보대출 원리금으로 지출하는 이들이다. 가구원까지 합치면 약 374만 명 수준이다. 이들의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 비중은 평균 41.6%에 이른다. 하우스푸어 중 38.4%는 지난 1년간 부채가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었고, 향후 1년간 부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구도 22만5000가구(19.3%)나 된다. (관련자료: [하우스푸어의 구조적 특성], 현대경제연구원 2011.5.23)

▲ ⓒ현대경제연구원

은행이 집 사서 임대해준다?…“또 다른 폭탄 돌리기”

이처럼 하우스 푸어가 한국 경제의 ‘뜨거운 감자’로 지목되면서 관련 대책들도 쏟아지고 있다. 최근 하우스 푸어 지원책으로 묘사되는 ‘세일 앤 리스백’ 제도도 그 중 하나다. 은행이 아파트의 소유권을 넘겨받아 이를 다시 채무자에게 임대하는 방식이다. 채무자는 ‘골칫덩이’로 전락한 아파트를 은행에 넘겨 원리금 상환 부담을 더는 대신, 임대료만 지불하고 계속 거주할 권리를 보장받는 것이다. 향후에 이를 다시 살 수 있는 조항(Buy back)이 포함되는 경우도 있다. 기업들이 자금 확보를 위해 보유 중인 부동산 자산을 리스회사에 매각할 때 쓰이던 방식이다.

이와 비슷한 ‘트러스트 앤 리스’ 제도도 오르내린다. 우리은행이 최근 이 같은 상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5년간 아파트를 신탁회사에 넘기고, 은행은 채무자가 지불하는 임대료 중 일부를 지급받는다. 5년 후 채무자가 빚을 다 갚을 경우 아파트의 소유권을 찾아올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신탁회사가 이를 처분하여 수익금을 은행에 지급하는 방식이다. 새누리당은 금융권이 출연한 기금 형태의 특수목적회사(SPC)나 배드뱅크가 집을 사들인 뒤, 이를 임대하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또 다른 폭탄 돌리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17일 국회 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민주통합당 김현미 의원과 무소속 박원석 의원, 민변 민생경제위원회와 참여연대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다. (자료집 다운로드)

백주선 변호사는 “금융기관이 한 푼도 손실을 보지 않고 문제를 해결해 보려는 의도가 저변에 깔려 있고, 5년의 환매기간 내지 신탁기간 동안 문제를 뒤로 미루자는 안일함이 배어 있다”고 비판했다. 5년 동안 채무자가 주택담보대출 금액을 다 갚을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 자칫 모든 부담을 채무자의 ‘미래’에 떠넘기는 것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 ⓒCBS 노컷뉴스

은행은 왜 책임 안 지나…“은행의 ‘꼼수’”

백 변호사는 은행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소득능력에 다라 대출을 해줘야 한다는 금융의 기본원리를 망각하고, 마구잡이로 주택담보대출을 늘린 게 (하우스 푸어 문제의) 주된 원인”이라는 것이다. 그는 “하우스 푸어를 108만 가구로 추정할 때, 그 10%인 10만 8000가구를 대상으로 전국 주택 평균가격 1억1812만원에 산다고 가정해도 필요한 자금은 12조7000만원에 이른다”며 “(여기에) 공적자금을 집어넣는 것은 무리한 대출을 해 준 은행은 전혀 손해 보지 않고 책임을 면제받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나선 권정순 변호사(서울시 주거재생지원센터 갈등조정관)도 “어느 하우스푸어가 5년 후 원리금을 모두 변제하고 소유권을 회복할 수 있겠냐”며 “결국 위 제도는 현재의 위기상황을 5년 후로 미루는 것에 불과하며, 금융기관이 주도하여 논의를 진행하다보니 금융기관의 손실은 가급적 최소화하면서 담보채무자들이 주로 위험을 부담해야 하는 구조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채무자 입장에선 주택가격 상승이 유일한 ‘희망’인데,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 같은 제도가 은행의 ‘꼼수’라고 지적했다. 은행이 ‘임대료’라는 명목으로 또 다른 ‘거치식 대출’을 유지하면서, 담보인정비율(LTV)을 초과한 부채에 대해 채무재조정을 지연시킨다는 것이다. ‘폭탄 돌리기’인 셈이다. 또 연체 중인 주택담보대출을 ‘거치형 이자납입식’으로 변경해 이를 장부에서 제거함으로써 사실상 ‘분식회계’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한국은행 김용선 거시건전성분석국 팀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LTV 평균이 48%이고, 80% 초과하는 대출이 0.1%밖에 안 된다”며 애초 제도가 도입됐던 미국의 경우와는 달리 “담보 가치가 충분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자기 집을 신탁회사에 맡기거나 은행에 파는 것보다 개인적으로 팔아 채무관계를 해소하는 게 훨씬 더 유리한 상황”이므로 “활성화 가능성에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이라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자금시장과 이형일 과장은 “정부는 현재로서는 상황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 4일"정부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채무자 ‘맞춤대책’ 필요…‘통합도산법’ 개정해야

백주선 변호사는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하면서도 신속하게 채무조정을 통해 채무자를 경제에 신속히 복귀시키는 방안이 하우스 푸어에 대한 대책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서는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내놨다. 소득에 비해 부채 규모가 크지 않은 경우, 기존의 3~5년 거치기간이 끝나면 원금을 일시에 상환하는 형태의 대출을 장기모기지론으로 바꿔 20~30년 동안 원금과 이자를 나눠 갚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기 채권을 주택금융공사 같은 공기업이 매입할 수 있도록 자본금을 확충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 ⓒCBS 노컷뉴스

반면 소득으로 부채를 상환하기 곤란한 하우스 푸어도 있다. 백 변호사는 이 경우에는 주택을 공공이 매입하여 임대주택으로 전환하는 방법이 해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하우스 푸어의 대부분은 임대주택으로 전환이 어려운 아파트 소유자인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손해를 보더라도 아파트를 싼 가격에 내놓고, 일부라도 부담을 더는 게 방법일 수는 있다. 그러나 한꺼번에 이 같은 매도 물량이 쏟아질 경우 주택가격의 폭락으로 경제위기가 도래할 우려가 있다는 게 백 변호사의 판단이다. 

따라서 “원금과 이자를 한꺼번에 채무조정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1가구 1주택자에 한해 개인회생 등 채무조정제도를 이용하게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백 변호사는 “정기적인 소득이 있는 채무자는 개인회생시 3~5년의 변제기간이 끝난 후에도 10년 동안 원금을 나누어 갚고 못 갚는 부분은 면책 받도록 하고, 변제기간 동안에는 채권자가 경매를 진행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채무자(신용소비자)를 보호하는 방안도 시급하다고 백 변호사는 제안했다. ‘주택담보 과잉대출규제법’ 또는 ‘공정대출법’을 제정해 만기일시상환 방식의 대출을 금지하고, 상환능력을 초과하는 대출을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법정 최고이자율 한도를 연 20%로 낮춰, 이를 초과하는 이자뿐만 아니라 원금에 대한 상환 의무도 ‘무효’로 해 은행과 대부업체들의 ‘약탈적 대출’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김효연 국회 입법조사처 금융외환팀 입법조사관은 “하우스 푸어가 도산으로 가기 전 단계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우스 푸어가 채권채무 조정을 진행하기에 앞서 어떤 절차가 본인에게 가장 적합한 것인지 상담할 수 있는 상담제도가 도입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권정순 변호사는 2009년 도입이 무산됐던 ‘통합도산법’ 개정안을 19대 국회가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권 금융기관과 채무자의 이익을 공평하게 조정하면서도 채무조정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법정화된 도산절차”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관련 법안은 19대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박원석 의원 안, 박영선 의원 안, 정부 안)

허완 기자 | nina@mediatoday.co.kr  

2012년 8월 18일 토요일

대출 받아 집 좀 사세요… MB의 마지막 폭탄 돌리기?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8-17일자 기사 '대출 받아 집 좀 사세요… MB의 마지막 폭탄 돌리기?'를 퍼왔습니다.
[뉴스분석] 예상소득 인정? 정부 ‘보완대책’ 실효성 의문… DTI 비율 80%까지 치솟을 수도

정부가 17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완화하는 ‘보완 방안’을 확정했다. 지난달 21일 열린 ‘내수활성화를 위한 민관합동 토론회’ 논의 결과다. 주택담보대출 DTI를 산정할 때, 순자산과 장래예상 소득도 소득으로 인정하는 등의 내용이다. DTI 규제의 ‘불합리한 측면’을 해소하는 차원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관련기사 : 청와대 마라톤 끝장토론? 결과가 고작 DTI 완화 )

정부는 이날 서울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에서 제3차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고 DTI ‘보완대책’을 논의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당초 8월 말에 논의하기로 했던 DTI 규제의 불합리한 점을 보완하는 방안을 앞당겨 논의하고자 한다”며 “가능한 8월말까지 (보완대책을) 마무리해 성과가 조기에 가시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논의 끝에 확정한 DTI 보완대책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정부는 DTI를 산정할 때, 40대 미만 무주택자에 대해서는 장래예상소득을 인정하기로 했다. 대출 시점의 소득만을 기준으로 했던 것과 달리, “연령대별 평균소득증가율을 기준으로 장래 예상소득을 추산하여, 소득지표로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것이다. 

순자산을 소득으로 인정하는 방안도 내놨다. 증빙 소득이 없는 경우, 대출자 본인이나 배우자 소유의 순자산을 근거로 소득규모를 추산해 DTI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인정되는 소득만큼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이 늘어나게 된다. 다만 정부는 순자산의 소득환산을 통한 주택담보대출은 1건으로 제한하고, 인정 소득 금액도 5100만원으로 제한했다. 

▲ ⓒCBS 노컷뉴스

그러나 이 같은 정부의 ‘보완대책’은 사실상 DTI 규제를 허무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은 “DTI 규제를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대책”이라며 “실제로 DTI 비율이 70~80%까지 올라가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경우 50%, 인천·경기에 60%의 DTI 비율이 적용되고 있지만, 정부가 ‘뒷문’을 열어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예상소득 인정도 논란거리다. 정부는 매년 발표되는 국세통계연보 상의 연령대별 근로자 급여증가율을 근거로 은행들의 자율적 판단에 맡긴다는 방침이지만, 실직 등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 대해서는 언급되지 않았다. 실제 대출자의 소득이 그만큼 인상되지 않을 경우, 언제든 상환 압박이 이어질 수 있다. DTI 비율이 기준치를 초과하게 되는 건 물론이다.

순자산을 소득으로 인정하는 방안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주요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이는 은퇴자들의 경우, 굳이 빚을 더 내서 시장에 뛰어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선 소장은 “시장이 죽어있는 상황에서 빚을 더 내서 주택을 구입할 동기가 있겠냐”며 “투자 관점에서라도 (주택 구입을 촉진하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빚을 더 늘리는 식의 정책으론 해법을 찾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집값이 앞으로도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고, 가계가 더 이상 빚을 낼 여력이 없는 상태에서 이번 보완대책은 ‘쥐어짜기’나 다름없다는 이야기다. 그동안 ‘임기응변식’으로 이어진 정부 정책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 땅에 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폭탄 돌리기’의 우려도 있다. 선대인 소장은 “구조적인 침체 상황에서 단계적으로 하향 안정화를 통해서 해소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의 대책은)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고, 오히려 더 키우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근본적인 ‘암’ 덩어리에 손을 대지 않고, 정부가 진통제만 투입하고 있는 셈이라는 이야기다. 

정부는 이 같은 ‘보완대책’을 9월 중 시행할 수 있도록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1년간 시행 후, 계속 시행 및 보완 여부를 재검토하기로 했다. 

허완 기자 | nina@mediatoday.co.kr  

젊은층에 빚 늘려 집 사라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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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40세 미만 직장인 가상소득까지 인정ㆍDTI 도입 취지 무색… 부실대출 키울 듯

앞으로 40세 미만 무주택 직장인들은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적용받을 때 현 소득에다 ‘10년간 예상소득’이 추가로 반영돼, 은행권에서 돈을 빌릴 때 최대 25%까지 더 대출받을 수 있게 된다. 6억원 이상의 집을 살 때는 현 DTI 규제(서울 50%, 수도권 60%)에 최대 15%포인트의 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역모기지(주택을 담보로 노후자금을 대출받는 것) 대출은 DTI 규제를 아예 받지 않는다. 소득이 없어도 보유한 자산만 있으면 은행이자율만큼 소득으로 인정받는다.

금융위원회는 17일 이 같은 내용의 ‘DTI 규제 보완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위 안은 다음달부터 은행권에 먼저 적용된다. 금융위는 “상환능력을 감안하여 부채를 조달함으로써 가계, 금융기관, 금융시장, 한국 경제의 건전한 성장과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DTI 규제 보완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정부 방안은 국민들의 빚을 늘려 침체된 주택시장을 살려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젊은층에 대해 “주택구매능력을 키워줄 테니 월세 살지 말고 집을 사라”는 촉구도 담겨있다. 젊은층의 월세 선호 현상을 깨 ‘월세 집중→ 주택수요 하락→주택공급 하락→주택경기 침체’의 악순환 구조를 깨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 방안은 DTI ‘틀’을 깨면서 도입 취지마저 무색케 하고 있다. 특히 경제가 회복되지 않으면 늘어난 대출의 대부분은 ‘악성 부실대출’로 바뀌어 한국 경제를 위협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40세 미만 주택 구매자에 대해 적용할 DTI에 10년간 예상소득을 반영키로 한 것은 ‘있지도 않은 가상소득’을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역모기지’에 대해 DTI 규제를 적용하지 않기로 함으로써 ‘노후 안전판’도 깼다.

전문가들은 정부 방안에 대해 ‘시장 역행 조치’라며 주택경기에도 큰 효과를 내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이번 대책은 부채를 늘리는 방식으로 현재의 문제를 뒤로 미루겠다는 발상”이라고 지적했고, 변창흠 세종대 교수는 “국민들에게 더 많은 대출을 받으라는 정부 대책은 시장 안정에 역행하는 조치”라고 비난했다.

김희연·박재현 기자 eggh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