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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23일 토요일

교회 좀 그만가라고 소리쳤다, 그러자 아내는…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2-22일자 기사 '교회 좀 그만가라고 소리쳤다, 그러자 아내는…'을 퍼왔습니다.


[토요판/가족] 사이비 교회에 빠진 아내
당신이 천국에 집착하자 나에겐 지옥이 다가왔다

자주 “외롭다”던 아내는
주님 안에서 삶을 찾았다고 했다
1000만원 대출받아 헌금을 냈다
십오조로 바치는 헌금은
천배로 돌려주실 ‘재테크’란다

도무지 이대론 살수 없어서
하지 말아야 할 손찌검도 했고
교회 좀 그만 가라고 소리쳤다
그래서 아내는 기도원 갔다
이혼 밖에 방법이 없는 걸까

신문 사회면에는 사이비 종교의 폐해가 종종 보도됩니다. 지난해 “악귀를 쫓는다”며 자녀 셋을 굶겨 죽인 부모도 사이비 종교에 빠져 있었죠. 김미영 서울가정문제상담소 소장은 “마냥 남의 일만 같지만 사이비 종교에 빠진 가족 문제로 상담소를 찾는 이들이 꽤 많다”고 하네요. 그는 “의존성이 높은 이들일수록 현실도피적인 종교에 깊이 빠져들기 쉽다”며 “가족 안에서 자기 존재를 찾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아내가 집을 나갔다. 남편의 속이 터지는 건 아내가 따라나선 게 사랑에 빠진 ‘다른 사내’가 아니라 영혼을 구원해준다는 ‘하나님’이란 점이다. ‘갑’도 이런 ‘갑’이 없다. 대체 보이지 않는 신을 상대로 어떻게 싸우란 말인가. 남편은 허공에 대고 맨주먹질을 하는 기분이다. “그놈의 사이비 교회 좀 그만 가라!” 남편이 참고 참다가 던진 이 말 한마디에 아내는 뒤 한번 돌아보지 않고 집을 나가버렸다. 친정에서, 교인 집에서 며칠간 머무나 싶더니 이젠 아예 기도원으로 들어가버렸다. 식구들이야 어찌 되든 관심도 없는 모양이다. 아내는 연락도 없다. ‘대체 어느 하나님이 제 남편도, 아이도 헌신짝처럼 내버리라고 한단 말인가. 이게 다 번지르르한 말로 신자들을 현혹시킨 사이비 목사 탓이다.’ 남편의 분노가 목사에게로도 향한다. 도무지 이대로는 살 수 없다. 남편은 아내와 이혼을 해야 하는 건 아닐까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공부는 뒷전이고 자꾸 엇나가기만 하는 고3, 중3인 두 아이들이 눈에 밟혔다. 아내가 교회에 나가기 시작한 건 신혼 때부터다. 누구나 그렇듯, 처음부터 ‘열성 신자’였던 건 아니다. 그저 일요일에 예배를 드리고, 적당한 헌금을 내는 정도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남편도 두 아이도 함께 교회에 다녔다. 시간이 갈수록 아내의 교회 활동은 범위가 넓어졌다. 아내는 일요일·수요일 아침·저녁 예배는 물론 금요 철야 기도회까지 꼬박꼬박 참석했고, 전도나 봉사 활동에도 열심이었다. 자연히 교회 안에서 차지하는 ‘감투’ 수도 늘어갔다. 아내는 “주님 안에서 내 삶을 찾았다”고 말했다. 아내가 행복함을 찾았으면 됐지 그게 무슨 문제냐고? 그것도 어느 정도껏 할 때 얘기 아닌가. 아내가 교회에 집착할수록 가족들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항상 교회 일이 최우선이었다. 도무지 이해가 안 되지만, 아내는 당당한 이유를 댄다. “우리가 이만큼이나 사는 게 다 하나님 덕분이기 때문”이란다. 새벽부터 교회에 나가느라 아내로부터 아침 밥상을 받아본 지가 언젠지도 모르겠다. 간혹 밥상을 차려도 콘플레이크나 토스트 정도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은 집에서 라면을 끓여 먹거나 주문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기 일쑤였다. 열성적으로 교회 활동을 할수록 아내는 ‘현실’과 멀어지는 듯 보였다. 오로지 언젠가 ‘하나님’이 오실 날, 그날만을 위해 사는 사람처럼 보였다. 아내에게 현실 세계는 타락투성이 지옥이었다. 구원을 받으려면 신의 말씀대로만 살아야 한다고 했다. 세상을 제가 믿는 ‘하나님’(혹은 하나님을 내세운 목사)의 잣대로만 보니 도통 대화라는 게 통하질 않았다. 아내는 아이들이 속상한 일을 겪은 날에도 “하나님이 주신 시련이니 기쁘게 이겨내라”고만 했다. 교회에 가기 싫다고 불평이라도 하는 날엔 “네 속에 사탄이 들어왔다”고 했고, “지옥 불구덩이 떨어지려고 그러느냐”고 어깃장을 놓기도 했다. “엄마와 얘길 해봐야 말이 안 통한다”며 아이들은 입을 닫아버린 지 오래다.

밤새 붉게 빛나는 교회 십자가. 한겨레21 류우종

지나친 헌금 강요, 목사의 전횡…. 아내가 다니던 교회는 사랑과 기쁨보단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남편은 그 모습이 보기 싫어 교회에 발을 끊었다. 아이들도 교회에 나가지 못하게 했다. 아내는 펄쩍 뛰었다. 눈에 불을 켜고 목사의 잘못을 탓하는 사람들을 사탄이라고 비난했다. 아내와의 갈등이 심해졌다. 참다 못해 아내에게 손찌검을 하기도 했다. 아내는 마음을 돌리긴커녕 그럴수록 더 열심히 기도만 했다. 십일조가 아니라 십오조에 버금가는 헌금을, 목사가 원하는 대로 교회에 갖다 바쳤다. “하나님께서 백배, 천배 돌려주실 것이니 이런 재테크가 또 어딨겠냐”고 했다. 그뿐인가. 은행에서 1000만원을 대출받아 헌금으로 낸 일도 있었다. ‘작정헌금’이라나. 매달 교회에 헌금 내듯 은행에 대출금을 갚으면 되는 거 아니냐고 하는데, 두 손 두 발을 다 들어버렸다. 부부가 운영하던 공장 직원들은 어느새 교회 직원들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교회 일에만 빠져 있는데 사업이 잘될 턱이 있나. 부도 위기까지 닥친 상황이다. 어떻게 손을 써보려고 해도, 공장이 아내 이름으로 돼 있어서 어찌 해볼 도리가 없었다. 사업이 휘청거릴수록 아내는 교회에 나가 기도 한 시간을 더 했다. 정말 환장할 지경이었다. 아내는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됐을까. 이제와 돌이켜보니 아내는 늘 붙잡을 걸 필요로 하는 여자였던 것 같다고, 남편은 생각한다. 아버지를 일찍 여읜 탓일까. 아내는 남편에게서도 늘 아버지처럼 의지할 수 있기를 원했다. 하지만 사업이 좀 잘 풀린다 싶었을 때, 남편은 아내에게 모든 걸 떠넘겨놓고 밖으로만 나돌았다. 한때 아내가 펀드 투자에 올인했던 것도 남편 대신 돈에 의지하고 싶었던 불안한 마음 때문이었던 건 아닐까. 그러고 보니 아내는 “외롭다”는 말을 자주 했던 것도 같다. 남편은 아내가 문득 가여워지기도 한다. 지금의 제정신이 아닌 아내는… 생각만 해도 싫다. 남편은 지금이라도, 아내가 그 지긋지긋한 사이비 교회에서 벗어나 준다면, 다시 시작해볼 수 있지 않겠냐고 생각해본다. 하지만 ‘하나님’(혹은 목사님)에게로 간 아내에게선 여전히 소식이 없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2012년 10월 5일 금요일

대출받아 집 하나 샀다가 '깡통' 찼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2-10-04일자 기사 '대출받아 집 하나 샀다가 '깡통' 찼다'를 퍼왔습니다.
[응답하라, 베이비부머·②] 그들은 왜 '깡통주택' 주인이 됐나

깡통주택. 집주인이 집을 팔더라도 대출금이나 세입자 전세금을 다 갚지 못하는 주택을 말한다. 부동산이 올랐을 때, 더 오르리라 예상하고 빚을 내 집을 샀지만, 정작 집값이 하락하면서 생겨나고 있다. 부동산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하우스푸어, 가계대출 역대최고치 등과 맞물려 깡통주택이 문제가 되고 있다.

깡통주택은 1997년 외환위기, 2003년 카드 대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한국경제 위기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 금융전문가 사이에서는 한국의 금융 건전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지표로 평가된다. 깡통주택이 등장했다는 건, 부동산 경기 악화 → 가계부채 심각 → 금융 건전성 위기 등의 도식이 완성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걸 방증한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주택담보대출금과 전세금이 매매가의 80%를 넘는 깡통주택 보유가구가 전체 가구의 3.4%인 18만5000가구로 집계했다. 이들 깡통주택 보유가구가 안고 있는 부채총액은 은행권 전체 주택담보대출액(282조 원)의 20%가 넘는 58조 원으로 추산된다. 비 깡통 거주 가구의 부채는 깡통주택 보유가구의 부채액에 3분의 1 수준이다.

금융회사는 통상 부채 비율이 80% 이상이면 확실한 깡통주택으로 평가하고 있다. 주택경기 침체 시 주택경매 매각가율은 80% 이하로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계에서는 대출 및 전세금 비율이 집값의 70%가 넘는 주택도 사실상 깡통주택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가구주가 집을 팔아도 남는 돈이 없기 때문이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깡통주택 가구는 36만8000가구고 부채는 102조9000억 원이다.

 
▲ 강남 아파트. ⓒ연합뉴스

베이비부머와 겹치는 깡통주택 구입자

혹자는 깡통주택을 지닌 이를 하우스푸어로 생각한다. 부분적으로 맞는 이야기지만 정확한 건 아니다. 깡통주택 소유자가 모두 하우스푸어는 아니기 때문이다. 개념상 약간의 차이가 있다.

하우스푸어는 무리하게 은행 대출을 받아 집을 구입했으나 매달 대출이자를 갚느라 자신의 생활이 안 되는 사람을 일컫는다. 이들이 무리한 대출을 받은 건, 나중에 집값이 오르면 되팔려는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집을 팔지도 못하고 이자만 내고 있어 문제가 된다. 30대 후반 40대 초반에 주로 포진하고 있는 하우스푸어는 자신이 사는 집을 돈벌이 수단으로 사용한 사람들이라고 보면 된다.

반면, 깡통주택 소유자는 자신이 사는 용도보다는 투자의 목적이 더 크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는 전체 깡통주택 보유가구 중 7만9000가구가 자기 집에서 사는 나머지 10만6000가구는 자기 집, 즉 깡통주택을 전세 놓고 다른 집에서 살고 있는 걸로 파악했다. 7만9000가구가 하우스푸어라고 볼 수 있고 나머지 10만여 가구는 투자 목적으로 집을 구입했다고 볼 수 있다.

주목할 점은 깡통주택 보유가구 대부분이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와 겹친다는 점이다. KB금융은 깡통주택 거주 가구의 57%를 40~50대로 보고 있다. 게다가 깡통주택을 다른 사람에게 임대하고 자신은 다른 집에서 사는 가구 가운데 40~5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67.9%나 됐다. 하우스푸어가 30대 후반 40대 초반에 몰렸지만, 깡통주택은 베이비부머에게 몰려 있는 셈이다.

노후대책으로 선택한 부동산, 결과는 참담

그렇다면 베이비부머가 무리하게 부동산에 투자한 이유는 무엇일까. 산업은행이 발표한 '고령화와 은퇴자산의 적정성' 보고서를 보면 베이비부머 가구의 노후생활을 위한 최소자금은 은퇴 시점인 만 55세를 기준으로 27년을 더 산다고 하면 적어도 월평균 148만 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베이비부머 금융자산은 22.2%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부동산 자산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조사한 내용을 보면 베이비부머 은퇴 이후 금융자산 중 저축액은 점차 축소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유는 은퇴 후 실제 연금수령까지 약 10년 동안 공백 기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은퇴연령은 50~55세로 추정되나 연금수령시점은 60~65세다.

연금을 받더라도 연금만으로 생활하는 건 불가능하다. 산업은행 보고서를 보면 베이비부머가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으로 은퇴 전 소득의 40%를 받더라도 파산확률은 41.4%인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베이비부머가 국민연금도 받지 않으면서 현재 소비지출 수준을 은퇴 뒤에도 유지하려 하면 파산 확률은 85%를 넘어설 것으로 분석됐다.

결국, 연금을 받더라도 노후 생활을 보장받을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베이비부머가 노후 대책으로 부동산에 돈을 투자한 이유다. 하지만 영원할 줄 알았던 부동산 상승기가 막을 내리고 주머니에 깡통만 찬 게 지금의 베이비부머다.

부메랑이 돼 돌아오는 부동산

지난 2월 서울대 노화고령연구소가 발표한 전국 베이비부머 4000여 명을 상대로 조사한 베이비부머의 통합은퇴준비지수를 보면 베이비부머는 재무 영역에서 100점 만점에 52.6점을 기록해 가장 낮게 측정됐다. 전체 응답자의 25.4%가 현재 자신의 가계 재무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었다. 반면, 긍정적 평가는 19.5%에 그쳤다.

2007년에 인천 송도 50평대 아파트를 10억에 산 이기성(가명·52) 씨는 아파트를 팔았다. 불어나는 이자에 비례해 내려가는 아파트 가격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은행원인 이 씨는 "퇴직하게 되면 노후가 막막해 노후 대책으로 아파트를 샀다"며 "집값은 절대 내려가지 않는다는 맹신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하지만 집값은 하루가 다르게 떨어졌고, 결국 빚만 지고 아파트를 팔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평생을 부동산으로 재산을 증식해온 세대이기에 노후 생활 자금 역시 부동산에 기댄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부메랑이 돼 그들에게 되돌아오고 있다.

- 응답하라, 베이비부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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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환주 기자

2012년 8월 24일 금요일

가계빚 922조…반년새 또 최대치 경신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8-23일자 기사 '가계빚 922조…반년새 또 최대치 경신'을 퍼왔습니다.


2분기 10조9천억 급증…부채 증가율 성장률의 두배
고금리 비은행권 대출 4조원…1분기보다 20배 많아

민간소비와 주택경기 침체에도 가계 빚의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 1분기에 소폭 줄어든 가계 빚이 지난 2분기에는 다시 크게 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한국은행이 23일 내놓은 ‘2분기 중 가계신용’을 보면, 6월 말 현재 가계신용 잔액은 922조원으로 3월 말보다 약 10조9000억원 증가했다. 1분기에 8000억원가량 줄었다가 다시 큰 폭으로 늘어나는 바람에 지난해 연말의 사상 최대치 기록을 다시 갈아치웠다. 가계신용은 금융권에서 가계에 빌려준 돈과 카드·할부회사가 제공하는 판매신용(외상판매)을 합친 금액이다.6월 말 가계신용(가계부채) 잔액을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5.6% 증가했다. 지난해 2분기 9.1%에 이르던 가계부채 증가율은 3분기 8.8%, 4분기 8.1%, 올해 1분기 7.0% 등 4분기째 떨어지는 추세다. 하지만 증가율이 낮아졌다고는 해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두배 이상 웃돌아 가계부채의 질은 계속 나빠진 것으로 보인다. 소득보다 부채 증가율이 높은 상태가 지속되면 가계의 빚 상환 능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한은은 2분기 가계대출 증가는 예금은행의 적극적인 새 대출상품 출시에다 가정의 달과 같은 계절적 요인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시중은행들이 장기고정금리대출인 ‘유동화 적격대출’을 적극 권장하면서 1분기에 9000억원 증가에 그쳤던 주택담보대출이 2분기에는 3조5000억원이나 늘었다. 그러나 극심한 주택거래 침체를 고려할 때 2분기 중 가계의 주택담보대출 증가는 주택 구입보다는 주로 생활자금이나 사업자금 수요일 것으로 한은은 풀이했다.가계부채의 질적 악화를 반영하는 또다른 지표는 금리가 상대적으로 비싼 비은행 금융권의 대출 증가이다. 2분기에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등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대출은 4조원이나 늘어나 1분기(2000억원)보다 증가폭이 크게 확대됐다.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에선 주택담보대출(1조1000억원)보다 신용대출인 ‘기타대출’(2조9000억원)의 증가액이 상대적으로 컸다. 또 보험, 증권사 및 연기금, 등록 대부사업자까지 포함된 ‘기타 금융기관’의 대출 증가율은 6.8%(2조2000억원)로 전체 증가율을 훨씬 웃돌았다. 비은행권 가계대출은 은행 문턱을 넘기 어려운 저신용자나 원리금 상환부담을 또다른 빚으로 메워야 하는 다중채무자들의 수요가 대부분이다.키움닷컴의 서영수 이사는 “전체 가계대출 증가율이 둔화하더라도 자영업자와 임시직, 다중채무자 등 소득이 불안하고 이미 부채 규모가 임계치에 이른 계층의 부채가 줄어들지 않으면 가계부채의 위험은 해소되지 않는다”며 “한계 가계에 대한 정확한 실태 파악과 채무조정 방안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박순빈 선임기자 sbpark@hani.co.kr

2012년 8월 18일 토요일

대출 받아 집 좀 사세요… MB의 마지막 폭탄 돌리기?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8-17일자 기사 '대출 받아 집 좀 사세요… MB의 마지막 폭탄 돌리기?'를 퍼왔습니다.
[뉴스분석] 예상소득 인정? 정부 ‘보완대책’ 실효성 의문… DTI 비율 80%까지 치솟을 수도

정부가 17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완화하는 ‘보완 방안’을 확정했다. 지난달 21일 열린 ‘내수활성화를 위한 민관합동 토론회’ 논의 결과다. 주택담보대출 DTI를 산정할 때, 순자산과 장래예상 소득도 소득으로 인정하는 등의 내용이다. DTI 규제의 ‘불합리한 측면’을 해소하는 차원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관련기사 : 청와대 마라톤 끝장토론? 결과가 고작 DTI 완화 )

정부는 이날 서울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에서 제3차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고 DTI ‘보완대책’을 논의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당초 8월 말에 논의하기로 했던 DTI 규제의 불합리한 점을 보완하는 방안을 앞당겨 논의하고자 한다”며 “가능한 8월말까지 (보완대책을) 마무리해 성과가 조기에 가시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논의 끝에 확정한 DTI 보완대책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정부는 DTI를 산정할 때, 40대 미만 무주택자에 대해서는 장래예상소득을 인정하기로 했다. 대출 시점의 소득만을 기준으로 했던 것과 달리, “연령대별 평균소득증가율을 기준으로 장래 예상소득을 추산하여, 소득지표로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것이다. 

순자산을 소득으로 인정하는 방안도 내놨다. 증빙 소득이 없는 경우, 대출자 본인이나 배우자 소유의 순자산을 근거로 소득규모를 추산해 DTI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인정되는 소득만큼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이 늘어나게 된다. 다만 정부는 순자산의 소득환산을 통한 주택담보대출은 1건으로 제한하고, 인정 소득 금액도 5100만원으로 제한했다. 

▲ ⓒCBS 노컷뉴스

그러나 이 같은 정부의 ‘보완대책’은 사실상 DTI 규제를 허무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은 “DTI 규제를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대책”이라며 “실제로 DTI 비율이 70~80%까지 올라가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경우 50%, 인천·경기에 60%의 DTI 비율이 적용되고 있지만, 정부가 ‘뒷문’을 열어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예상소득 인정도 논란거리다. 정부는 매년 발표되는 국세통계연보 상의 연령대별 근로자 급여증가율을 근거로 은행들의 자율적 판단에 맡긴다는 방침이지만, 실직 등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 대해서는 언급되지 않았다. 실제 대출자의 소득이 그만큼 인상되지 않을 경우, 언제든 상환 압박이 이어질 수 있다. DTI 비율이 기준치를 초과하게 되는 건 물론이다.

순자산을 소득으로 인정하는 방안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주요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이는 은퇴자들의 경우, 굳이 빚을 더 내서 시장에 뛰어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선 소장은 “시장이 죽어있는 상황에서 빚을 더 내서 주택을 구입할 동기가 있겠냐”며 “투자 관점에서라도 (주택 구입을 촉진하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빚을 더 늘리는 식의 정책으론 해법을 찾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집값이 앞으로도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고, 가계가 더 이상 빚을 낼 여력이 없는 상태에서 이번 보완대책은 ‘쥐어짜기’나 다름없다는 이야기다. 그동안 ‘임기응변식’으로 이어진 정부 정책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 땅에 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폭탄 돌리기’의 우려도 있다. 선대인 소장은 “구조적인 침체 상황에서 단계적으로 하향 안정화를 통해서 해소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의 대책은)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고, 오히려 더 키우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근본적인 ‘암’ 덩어리에 손을 대지 않고, 정부가 진통제만 투입하고 있는 셈이라는 이야기다. 

정부는 이 같은 ‘보완대책’을 9월 중 시행할 수 있도록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1년간 시행 후, 계속 시행 및 보완 여부를 재검토하기로 했다. 

허완 기자 | nina@mediatoday.co.kr  

2012년 6월 7일 목요일

5월 가계대출 다시 급증


이글은 뷰스엔뉴스(Views&News) 2012-06-07일자 기사 '5월 가계대출 다시 급증'을 퍼왔습니다.
대기업 대출은 줄고 중소기업 대출은 늘어

증가세가 둔화되던 가계대출이 지난 5월 다시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한국은행의 `2012년 5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은행의 가계대출은 전월보다 2조2천억원 늘어나 전월(1조3천억원)보다 증가폭이 확대됐다.

그 결과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도 455조8천억원으로 불어났다.

특히 가계대출 증가는 주택담보대출이 주도했다. 모기지론 양도를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은 4월 1조8천억원 증가에서 5월 2조3천억원으로 증가폭이 커졌다.

마이너스통장대출도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 계절적 요인으로 신용카드 결제 자금수요가 생겨 9천억원 증가했다.

반면에 은행의 기업대출은 3조7천억원 늘어 4월(6조3천억원)보다는 증가폭이 축소됐고, 특히 대기업대출은 일부 기업의 대출상환 등으로 증가폭이 4월 6조6천억원에서 5월 3조7천억원으로 줄었다.

중소기업대출은 4월 2천억원 줄었다가 5월에는 5천억원 증가로 돌아섰다.

은행의 수신은 주식 불황 등의 여파로 전월 감소(15조5천억원)에서 5월 증가(12조1천억원)로 반전됐다.

박태견 기자

2012년 5월 24일 목요일

가격 거품 빠지자 버블세븐 지역서 법정 다툼 크게 늘어


이글은 경향신문 2012-05-24일자 기사 '가격 거품 빠지자 버블세븐 지역서 법정 다툼 크게 늘어'를 퍼왔습니다.
ㆍ미분양·재건축·대출 둘러싼 ‘아파트의 역습’

김모씨(34·여)는 2008년 서울 송파구 오금동에 2억원짜리 전셋집을 구한 뒤 남편과 갈등이 생겼다. 남편 명의로 돼 있는 경기 용인시의 아파트 때문이었다. 이 아파트 때문에 김씨 부부는 금리가 싼 전세자금 대출 대신 일반 대출을 받아야 했다. 매달 내는 이자 차이가 10만원이 넘었다. 사실 용인시 아파트는 명의만 남편으로 돼 있을 뿐 김씨 시부모의 것이었다. 김씨는 남편에게 “전세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용인시 아파트를 팔자”고 했다. 하지만 남편은 “아파트값이 살 때보다 너무 많이 떨어졌으니 다시 오를 때까지 조금만 기다리자”고 했다. 하지만 아파트값은 다시 오르지 않았다. 이 일로 다툼이 잦아진 김씨 부부는 결국 얼마 전 이혼했다.

아파트값 하락세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2006년 월평균 11만7000여건이던 아파트 거래량이 2007년 5만여건으로 줄어들어니 올 들어서는 4개월간 평균 3만7000건으로 급감했다. 아파트값은 지난달 기준으로 2007년 말에 비해 경기 과천시와 용인시가 각각 17.1%와 14.7% 폭락한 것을 비롯해 과거 ‘버블 세븐’을 중심으로 크게 떨어졌다.

숨막히는 ‘콘크리트 숲’ 23일 헬기를 타고 내려다본 서울 송파구 잠실운동장 주변에 고층 아파트들이 줄지어 들어서 있다. 국민은행 아파트 가격지수를 보면 지난달 기준으로 송파구 아파트의 가격은 2007년 말에 비해 8.3% 떨어졌다. 김정근 기자 jeongk@kyunghyang.com

오르기만 하던 아파트값의 하락은 국민들의 일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정 불화의 출발이 되기도 하고, 법정 다툼의 원인도 되고 있다. 가히 ‘아파트의 역습’이라고 할 만하다.

이모씨(44)는 아파트값 때문에 빨리 헤어지고 싶던 아내와 더 오래 다퉈야 했다. 이씨는 결혼 10년째이던 2006년 부인의 불륜 사실을 알았다. 이혼소송을 제기해 2008년 이혼 판결을 받고 양육권까지 조정했다. 재산은 이씨가 60%, 아내가 40%를 갖는 것으로 조정됐다. 하지만 아파트값이 문제가 됐다. 이씨 명의로 돼 있던 용인시 죽전아파트를 법원은 5억원으로 계산해 나누도록 했다. 하지만 이씨는 시세가 떨어졌다며 항소했다. 결국 항소심에서는 아파트값을 4억원으로 보고 나눠갖는 것으로 판결이 나왔다. 그 사이 이들 부부는 원치 않는 다툼을 몇 달 동안 더 벌여야 했다.

재건축아파트 조합원이나 분양자들과 건설사의 다툼도 많다. 모두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지는 아파트값이 원인이다.

김모씨(55)는 2008년 용인시 수지구 신봉지구 아파트를 조합원 자격으로 분양받았다. 김씨는 군인공제회 회원이어서 일반분양가보다 10% 싸게 분양받을 수 있었다. 2010년까지 계약금과 중도금을 모두 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로 미분양이 계속되자 군인공제회에서는 일반분양가를 조합원 분양가보다 낮춰 내놨다. 2008년 당시 7억4550만원이던 157㎡ 아파트의 일반분양가가 2010년에는 7억190만원이 됐다. 김씨는 다른 조합원들과 함께 자신들도 할인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해 시간만 낭비한 꼴이 됐다.

서울 강남 아파트 재건축도 시세하락 분쟁에서 예외는 아니다. 최모씨(56)는 강남구 도곡동에 아파트를 갖고 있었다. 2008년 재건축이 시작됐다. 최씨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조합원 분양을 신청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었다. 일반분양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조합원 분담금이 늘었다. 2009년 최씨는 다른 주민들과 함께 입주를 철회하고 대신 청산금을 달라고 했다. 재건축 조합은 “뒤늦게 조합에서 빠지면 설계도 새로 해야 하고, 비용도 오르게 된다”며 거부했다. 소송이 시작됐다. 법원은 최씨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이번에도 문제는 아파트 시세였다. 최씨 등은 소송을 제기한 2009년 시세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들은 결국 고등법원까지 올라가 얼마씩 양보하는 선에서 조정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시행사 측에서 미분양을 해소하기 위해 일반분양 아파트를 임대주택으로 바꾸면서 갈등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삼성물산은 2007년 대구광역시에 5개 동 467가구의 아파트를 분양했지만 초기 분양률이 20%에 불과했다. 결국 2009년 미분양 가구를 임대주택으로 돌렸다. 넓이에 따라 1억3000만~1억5000만원을 내고 2년 동안 살도록 했다. 입주민들은 ”6억원이 넘어야 분양받을 수 있던 아파트가 1억5000만원짜리 전셋집으로 전락했다”며 시위를 벌였다. 삼성물산은 “우리가 사기분양했다고 허위사실을 유포해 신용을 훼손했다”며 비상대책위원장 오모씨(48)를 고소했다. 오씨는 예상치 못한 검찰 수사를 받아야 했고, 2심에서 업무방해로 유죄 판결까지 받았다.

이범준 기자 seirots@kyunghyang.com

2012년 4월 30일 월요일

파업 생활고 "3개월째 월급 0원…대출 받는다"


이글은 미디어스 2012-04-30일자 기사 '파업 생활고 "3개월째 월급 0원…대출 받는다"'를 퍼왔습니다.
'해고 1호' 기자들, 한국일보 팟캐스트 '시사난타H'에서 "통장 돈 제로"

MBC노조와 KBS 새 노조가 '사장 퇴진'을 내걸고 총파업에 돌입한 지 30일로 각각 92일째, 56일째다. 당장의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파업이 장기화됨에 따라 '파업 언론인'들의 생활고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 <시사난타H>에 출연한 이용마 MBC 노조 홍보국장(좌)과 최경영 KBS 새 노조 공정방송추진위원회 간사(우)

이번 파업 기간 중 MBC와 KBS에서 처음으로 해고를 당한 '해고 1호' 이용마 MBC 노조 홍보국장과 최경영 KBS 새 노조 공정방송추진위원회 간사는 27일 (한국일보) 기자들이 제작하는 팟캐스트 방송 (시사난타H)에 출연해 파업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놨다.
이용마 MBC노조 홍보국장은 "저희는 3개월째 월급이 0원이다. 그 전 파업할 때는 주말같은 경우 일을 하지 않아도 근무 일수에 포함되기 때문에 나오는 돈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회사쪽에서 그 부분까지 잘라서 3개월째 통장의 돈이 제로"라며 "그래서 그런지 조합원들이 대출을 많이 받고 있다”고 전했다.
KBS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최경영 KBS 새 노조 공추위 간사는 "MBC 같은 경우 단일 노조이고, 나중에 잘 마무리하고 복귀한다면 단체협상을 통한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저희같은 경우는 방법이 없어서 3억원 가까운 돈을 차입하고, 나중에 그것을 은행에 갚기로 했다. 파업 끝나고 순차적으로 (조합원들 각자가) 월급에서 20~30만원씩 분납하기로 했다"며 "정말 어렵다"고 밝혔다.
최경영 간사는 "KBS는 파업에 참가하는 사람들을 A, B, C, D등급으로 나누는데 A등급 같은 경우에는 거의 월급이 안나온다”며 "당장 A등급을 받은 사람들은 현재 월급의 30~40%라도 보존해졸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최 간사는 "(조합원들의 등급을 매기기 위해) 회사쪽에서 매일 (집회 현장에) 와 있다"며 "거의 사찰팀 같다"고 덧붙였다.
최경영 간사는 "막내기수인 38기들은 이번 월급 실 지급액이 20만원 정도 나왔다”며 "막내기수 한 명은 부모님에게 대학에서 용돈 탈 때도 20만원 보다는 더 받았던 것 같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MBC 노조와 KBS 새 노조는 내달 2일 '공동 노숙 투쟁'에 돌입할 계획이다.
이용마 홍보국장은 "사실 이번 파업을 하면서 외부의 힘에 의존한 측면도 없지 않다"며 "(총선 후) 여소야대가 되었으면 언론장악 청문회나 국정조사 등을 수행하면 우리 싸움에 힘이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마 홍보국장은 “하지만 현재는 우리 힘으로 승리를 따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다”면서 "MBC와 KBS가 힘을 합쳐 단순히 우리만의 싸움이 아니라 전 국민들이 함께할 수 있는 싸움으로 만들자는 취지에서 여의도 공원에 1박 2일 텐트를 쳐 투쟁의 거점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총선보도에 대한 내부 견제가 없어) 방송사 파업이 오히려 정부 여당을 도왔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상황을 잘 모르는 얘기”라며 “(우리도) 최소한의 중립보도가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파업을 안했을 것이다. (파업하지않고) 방송했더라도 지금 나온 방송과 차이가 없게 그대로 보도되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한국일보가 제작하는 팟캐스트방송 는 지난해 10월 17일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28회가 방송됐다. 한국일보 최진주(산업부), 김지은(사회부) 기자가 진행을 맡고 있으며, 아이폰 사용자의 경우 아이튠즈에서 '시사난타H'를 검색해 다운받아 들을 수 있고 인터넷 RSS(http://rss.hankooki.com/podcast/) 혹은 사운드 클라우드(http://soundcloud.com/hankookilbo/)로도 청취할 수 있다.

이승욱 기자  |  sigle0522@mediaus.co.kr

2012년 1월 4일 수요일

[사설] 위기라면서 실효성 있는 서민 대책이 없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2-01-02일자 사설 '[사설]비정규직 대책 허구성 드러낸 공공부문 해고사태'를 퍼왔습니다.
새해 초부터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인천공항세관, 노사발전재단, 서울고법, 서울 구로보건소 등 공공부문 거의 전 분야에서 해고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내놓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이 현장에서 먹혀들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천공항세관에서 수하물에 전자태그를 붙이는 일을 하는 하청노동자 34명은 지난해 12월31일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새로 하청을 맡은 용역업체가 고용을 승계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고용노동부 산하 노사발전재단도 최근 비정규직 31명에게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비정규직 차별 시정 업무를 하는 기관에서 비정규직을 집단 해고한 것은 설립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다. 공공운수노조 등에 따르면 서울고법의 청소용역 노동자 6명, 구로보건소의 방문간호사 2명도 지난해 말 해고됐다.

2011년 현재 공공부문 비정규직은 모두 34만여명이며 이 가운데 29%인 9만9000여명이 파견·용역·외주 등 간접고용 형태이다. 공공부문의 간접고용은 2006년 6만4000여명보다 8.5%포인트 증가했다. 지난해 11월 정부는 2년 이상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한 비정규직을 기간 제한 없이 고용되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고, 용역업체가 교체되더라도 원칙적으로 고용을 승계토록 하는 내용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발표했다. 이채필 노동부 장관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려면 공공부문이 선도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요구를 반영한 것”이라고 자찬했다. 그러나 정부가 내놓은 대책에 공공부문의 간접고용 남발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은 포함되지 않았다. 당시 우리는 ‘공공부문 선진화’란 이름의 잘못된 정책기조 자체를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의 허구성은 일련의 해고 사태를 통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정부는 2년 이상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한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겠다고 했지만, 노사발전재단에서는 무기계약직 전환을 단 4개월 앞두고 있던 노동자를 해고했다. 고용주가 피해갈 수 있는 길을 열어둔 대책은 대책이 아니다.

어제 이명박 대통령은 신년 국정연설에서 “비정규직 차별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같은 일을 하면서 불합리하게 차별받아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발언이 빈말에 그치지 않으려면 정부는 공공부문에 무분별한 해고를 자제토록 하고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을 위한 근본적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2011년 12월 30일 금요일

미소금융, 서민의 돈을 강탈하다


이글은 시사인 2011-12-29일 기사 '미소금융, 서민의 돈을 강탈하다'를 퍼왔습니다.
미소금융 간부와 특혜를 받은 국민포럼 대표가 뇌물 혐의로 조사 받고 있다. 취재 결과, MB 정권 측근들이 주무른 이 사업의 허점이 드러났다. 저소득층을 위한 금융마저 약탈의 대상이었다.

도처에 약탈이 만연해 있다. 크든 작든 ‘경제적 잉여’가 있음직한 곳엔 어김없이 ‘빨대’가 꽂혔다. 대통령이 차명 부동산 투기로 고발당하고 측근 세력과 친인척들이 비리로 구속되는 판국이다. 이런 와중에 대통령을 돕던 뉴라이트 계열 인사들이 저소득층 시민의 돈을 약탈한 혐의로 조사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2월 초부터 미소금융중앙재단 간부인 양 아무개 부장을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수사 중이다. 양 부장에게 뇌물을 준 사람은 민생포럼이라는 단체의 김 아무개 대표. 그 역시 뇌물 공여와 횡령 혐의를 받고 있다. 청와대가 ‘친서민 중도실용 정책의 결정판’이라고 했던 미소금융 시스템에서 불거진 사건이다.

미소금융은 한국형 ‘마이크로 파이낸스’라고 할 수 있다. 마이크로 파이낸스란, 일반 시중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힘든 저신용·저소득층의 자활을 위해 무담보로 소액 자금을 빌려주는 사업. 2006년 방글라데시의 교수 겸 금융가인 무하마드 유누스가 마이크로 파이낸스로 노벨평화상을 받은 바도 있다. 한국에서는 2000년대 초부터 사회연대은행, 신나는조합 같은 시민단체가 민간 차원에서 이 사업을 벌여왔다.

‘위’에서는 크게, ‘밑’에서는 작게? 

그런데 이명박 정부 집권 이후 마이크로 파이낸스는 이른바 ‘친서민 정책’의 지위를 얻게 된다. 이 체계의 중심은 사실상 정부기관인 미소금융중앙재단(미소재단)이다. 미소재단의 재원은 수천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휴면예금과 기업·은행 등의 위탁금. 미소재단은 이 자금을 민간의 ‘복지사업자’들에게 배정한다. 실제 현장에서 대출 희망자를 직접 심사하고 선별해서 돈을 빌려주는 일은 이 복지사업자들의 몫이다. 이런 복지사업자들에겐 당연히 일정한 공신력과 윤리성, 무엇보다 대출 희망자가 돈을 갚을 수 있는 사람인지 가늠하는 심사 능력 등이 필요하다. 그래서 미소재단은 ‘선정심사위원회’를 통해 “서류심사, 면접, 현장실사 등 엄격한 절차를 거쳐 복지사업자를 선정했다”고 공언해왔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16일 미소금융 1주년 기념식에서 진동수 금융위원장(왼쪽에서 네 번째)과 김승유 미소재단 이사장(왼쪽에서 다섯 번째) 등이 박수를 치고 있다.

미소재단의 양 부장에게 뇌물을 준 김 대표의 민생포럼 역시, 미소재단이 이런 ‘엄격한 절차’로 고르고 골라 복지사업자로 선정한 단체다. 검찰에 따르면, 민생포럼 김 대표는 많은 위탁금을 받기 위해 미소재단 양 부장에게 1억원을 주었다. 그 대신 양 부장은 민생포럼에 위탁금 50억원을 배정했다. 민간 복지사업자 중에서 가장 많은 배정금이다. 그런데 김 대표는 민생포럼 이외에 또 하나의 민간단체를 설립해 센터장(실무 총괄)으로 일하고 있다. ‘사단법인 사람사랑’이다. 사람사랑 역시 복지사업자로 선정돼 위탁금 10억원을 받았다. 민생포럼의 주소지는 사람사랑과 같다. 

민생포럼은 2009년 말 미소재단의 복지사업자로 선정된 이후 줄곧 따가운 눈초리를 받았다. 마이크로 파이낸스 부문에서 쌓은 경험이 없을뿐더러 다른 특별한 사업도 알려진 바 없는, 수수께끼 같은 단체였기 때문이다. 더욱이 공익법인(사단법인·재단법인)도 아니어서 이런 단체에 거액을 맡겨도 되는지 논란이 일었다. 공익법인은 남의 돈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반드시 이사회와 감사를 두고 외부 회계감사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민생포럼은 비영리 민간단체에 지나지 않아 이런 감독 체계가 없다. 명색이 서민 대출을 하겠다는 단체인데 홈페이지도 없다. 미소재단이 고르고 골라 가장 많은 돈을 위탁한 복지사업자가 하필 이런 단체였던 셈이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보면 민생포럼은 복지사업자로 선정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단체였다. 2007년 8월,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민생포럼의 발족식은 ‘사회양극화 극복을 위한 민생 대토론회’라는 행사의 2부였다. 1부인 ‘소외층 금융지원 방안’에서는 마이크로 파이낸스 기구의 설립이 제안되었다. 당시 민생포럼이 부스 앞에 내건 플래카드에는 이명박 당시 대통령 후보의 사진이 인쇄되어 있었다. 즉, 이 행사는 마이크로 파이낸스를 이명박 후보·민생포럼과 엮어내는 정치적이고 상징적인 절차였던 셈이다.

이 단체 대표들의 행보를 봐도 정치색이 역력하다. 유선기 초대 상임대표는 대선 전후 이명박 후보의 외곽 조직인 선진국민연대 사무총장으로 옮겼다가 KB국민은행 경영자문, 대한생명 경제연구소 고문 등을 거쳤다. 그 다음 대표인 김오연 전 여의도연구소 연구위원은 예금보험공사 감사로 재직 중이다. 이 자리는 문융식 전 한나라당 부대변인을 거쳐 현재 구속되어 있는 김 대표로 넘어갔다.

검찰은 김 대표에게 뇌물 공여와 함께 횡령 혐의까지 추궁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구체 내용은 밝히고 있지 않다. 이 취재 중 포착한 혐의 내용은, 미소금융 시스템이 돈을 다루는 공적 기구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허술하게 운영되어왔다는 점이다.


2000만원 빌렸는데 2억원 빌린 것으로

‘사회적 기업’인 ㄱ법인은 최근 민생포럼으로부터 2000만원을 대출받았다. 그런데 관련 계약서에는 2억원을 대출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그 연유에 대해 ㄱ법인 관계자는 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민생포럼 측에서 ‘우선 운영비로 2000만원을 주고, 나머지는 이후 필요할 때 시설자금으로 대출해주겠다’고 말하기에 그런 줄 알았다.” 정리하자면 민생포럼은 ㄱ법인에 2억원을 대출해준 것으로 미소재단에 신고하고 사실은 2000만원만 빌려준 것이다. 나머지 1억8000만원은 어디로 갔을까. ㄱ법인 관계자는 사건이 터진 뒤 검찰로부터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ㄱ법인 명의의 도장이 민생포럼 측에 있더라는 것이다. 그러나 ㄱ법인은 민생포럼에 도장을 넘긴 바 없다. 즉, 위조된 도장이다. ㄱ법인 이외 업체의 도장들도 검찰의 압수 수색 과정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가 더 많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시중은행·저축은행 등 다른 대출기관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자금이 들어오고 나가는 과정이 각종 서류를 통해 일상적으로 대조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전산체계로 자금 흐름이 실시간으로 파악되기 때문에 ‘실제 대출금’과 ‘대출한 것으로 기록된 금액’이 다른 경우는 있을 수 없다. 혹시 미소재단은 전산체계도 구축해놓지 않고 사업을 해온 것일까. 이 경우에는, 대출자를 직접 만나 확인하는 방식의 점검이라도 해야 한다. 그러나 ㄱ법인 측 관계자는 “미소재단이 실제 대출금액을 확인한 것은 사건이 터진 뒤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 다른 복지사업자인 ㄴ사를 통해 취재한 바에 따르면 미소재단은 전산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었다. 미소재단이 직영하는 ‘지역 지점’에서는 이미 전산 시스템을 사용해왔다. 웹상에서 관련 도메인에 접속한 다음 자금 운용 내역을 입력하면 된다. 그러나 외부 복지사업자인 ㄴ사의 경우, 이 도메인에 입력해도 내용이 전송되지 않았다. “답답해서 미소재단 측에 여러 번 문의했으나 딱 부러진 대답을 내놓지 않더라” 하고 ㄴ사 관계자는 말했다. ㄴ사는 매월 위탁금 운용 내역을 서면으로 보고한다. 그렇다면 미소재단 처지에서는 서면보고 내용이 사실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대출금 확인과 관련해서는 올해 한 번도 점검받은 적이 없다”라고 ㄴ사 관계자는 말했다. 복지사업자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대형 사고를 낼 수 있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돈을 빌려줬다고 허위로 보고하고 위탁금을 받아내면 된다. 대출자의 도장을 위조하는 일 따위는 땅 짚고 헤엄치기다. 


철저히 정치적으로 설계되고 운영된 사업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은 미소금융 시스템 자체가 철저히 정치적으로 설계되고 운영되었기 때문으로 볼 수밖에 없다(오른쪽 상자 기사 참조). 미소재단의 주요 재원은 휴면예금과 기업 및 은행의 기부금이다. 정부나 한나라당의 돈이 아니다. 그런데도 정부가 미소금융 시스템의 중심으로 진입하면서 특정 정치세력의 영향력 확대나 심지어 사익을 위해 활용되고 이 와중에 ‘서민 약탈’이 자행되는 정황이 발견되고 있는 것이다. 마이크로 파이낸스 부문의 국제 협의기구인 CGAP에서 발표한 ‘마이크로 파이낸스의 원칙’에 따르면, “정부의 임무는 (저소득층) 금융 서비스의 틀을 짜는 것이지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