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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26일 금요일

MB, 32억 빚내 사저 증축… ‘개인 간 채무’ 26억 주목


이글은 경향신문 2013-04-25일자 기사 'MB, 32억 빚내 사저 증축… ‘개인 간 채무’ 26억 주목'을 퍼왔습니다.

ㆍ대통령 재직 시 무이자로 빌렸다면 ‘뇌물’ 논란 휩싸일 수도
취임 직후에 밝혔던 ‘월급 전액 기부’ 약속도 불이행 의혹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작년에 사인과 은행에서 32억원에 달하는 빚을 내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저를 증축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25일 관보를 통해 이 전 대통령 등 공직자 33명의 재산등록 및 변동신고 사항을 공개했다.

이 전 대통령의 전체 재산은 46억3146만원으로 작년보다 11억6820만원 감소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저. | 경향신문 자료사진


이 전 대통령과 배우자의 예금 은 9억5084만원으로 작년보다 1억7620만원 증가했지만 사저 증축으로 인해 사인 간 채무가 26억원, 농협은행 채무가 6억1270만원 각각 늘어나면서 전체 재산은 감소했다. 

이에 따라 ‘사인 간 채무’ 26억원이 누구로부터 나왔는지, 얼마의 이자를 주기로 약속하고 빌린 돈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전 대통령 부부는 애초 논현동 집을 담보로 농협 청와대지점에서 20억원을 대출받았는데 이 돈을 빌려 갚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6억원은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을 경우 0.5%의 금리만 적용해도 월 이자가 1300만원 에 이른다. 만약 무이자로 이 돈을 빌렸다면 사실상 매달 1300만원을 증여받는 것과 같다. 

대통령 재직 시 무이자로 개인에게 빌렸다면 대가성 여부에 따라 ‘뇌물’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26억원은) 논현동 집을 짓기 위해 필요한 돈이었지만 누구에게 빌렸고 차용증 작성과 이자 지급은 어떻게 약정했는지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기 어렵다”고 전했다. 

또 2008년 대통령 취임 당시 재산신고 때부터 사인과의 채무로 잡혀 있던 2억3800만원은 계속 유지하고 있다. 9억원의 현금성 예금을 보유하고도 이 빚을 갚지 않고 있는 배경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 취임 직후 밝혔던 ‘월급 전액 기부’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증가된 예금액 1억7620만원은 지난해 대통령 연봉 과 거의 일치한다.

이 전 대통령의 채무는 2억3800만원에서 34억5070만원으로 32억1270만원 늘어났다. 하지만 논현동 사저는 증축(기존 건물 멸실 후 신축 )으로 건물 면적이 36.22㎡ 늘어난 363.80㎡가 됐다. 기존에 35억8000만원이던 집 값은 증축 후 54억4847만원으로 18억6847만원 올랐다. 이 전 대통령은 장남의 재산에 대해서는 독립생계유지를 이유로 고지를 거부했다. 

이 전 대통령 외에는 김황식 전 국무총리와 하금열 전 청와대 대통령실 장 등 함께 퇴직한 29명과 주싱가포르 대사를 하다 돌아온 오준 대사 등이 이날 재산변동 내역을 관보에 공개했다.
이상호 기자 shlee@kyunghyang.com

2013년 3월 20일 수요일

한솔 이엠이 "4대강사업 담합했다"


이글은 뷰스앤뉴스(Views&News) 2013-03-19일자 기사 '한솔 이엠이 "4대강사업 담합했다"'를 퍼왔습니다.
"대형건설사 3곳 뇌물 주기도", 야권 "MB실세 E씨에게 전달"

박근혜 대통령이 4대강사업 담합 조사를 지시해 공안당국과 관련부처들이 4대강사업 담합 비리 조사에 본격 착수한 가운데, 4대강사업 공사에 참여한 건설사들 가운데 한솔그룹이 최초로 담합 사실을 시인해 일파만파의 후폭풍을 예고했다.

19일 발간된 월간 (신동아) 4월호에 따르면, 국회가 지난달 26일 제출한 '4대강 수질개선을 위한 총인처리시설 입찰 관련 감사요구안'에 거론된 코오롱워터앤에너지, 효성에바마엔지니어링, 태영건설, 한솔이엠이 가운데 한솔그룹 계열사인 한솔이엠이가 (신동아) 취재에 담합 의혹을 사실로 인정했다.

한솔이엠이의 모그룹인 한솔그룹의 임원은 (신동아)에 "4대강 총인시설과 관련해 한솔이엠이는 담합을 했다. 공정위에 가서도 그렇게 인정했다"며 "4대강 총인시설 시공사 대부분이 담합한 것으로 안다. 이 중 대그룹 계열 건설사 세곳은 뇌물을 준 것으로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담합했다. 담합했고...자진 신고하면 공정위가 과징금을 깎아주잖나. 그래서 저희는 담합했다고 자진신고했다. 저희 회사에 대한 조사는 다 끝났고 저희는 과징금 부과만 기다리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이게 문제가 된 게, 일부 업체들이 담합도 하고 또 뇌물을 주지 않았느냐 이런 의혹도 있다"며 "그래서 검찰조사도 진행중인 것으로 안다. 저희 한솔이엠이도 검찰 조사를 받았다. 저희 회사는 공사금액도 작고 수사에 적극 협조해서 약식기소로 끝났다. 나머지 업체들은 좀..."며 검찰 수사도 진행중임을 밝혔다.

그는 뇌물을 준 건설사가 어디어디냐는 질문에 대해선 "좀 세게 한 데가 규모가 큰 회사들인데 (대그룹 계열사인) A가, B사, C사 이런 데가 크게 걸린 걸로 알고 있다"며 "여기(저희 회사) 자료에는 이렇게 돼 있다. 이 회사들이 크게 걸린 것으로"라며 회사들의 실명을 말했다. 이 가운데는 국회 감사요구안에 실명으로 거론되지 않은 건설사도 있었다.

그는 4대강사업에 참여한 다른 건설사들의 담합 여부에 대해서도 "보통 4대강 주변 지역별로 총인시설 들어갈 때 컨소시엄으로 몇개씩 들어가잖나. 어쨌든 간에 다 했다고 보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신동아)가 입수한 한솔그룹 내부문건에는 "공정위 조사경위 설명. 4대강 총인처리시설 수주 관련 업체간 담합 의혹에 대한 조사(8개 회사). (자사는) 조사에 성실히 임하였으며 리니언시(자진신고). 현재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부과 절차만 남았음. 이와 별도로 관련업체 모두 뇌물 공여 혐의로 검찰 조사 진행. (자사는) 불법행위 미미하여 약식기소 처리"라고 적시돼 있었다.

(신동아)는 4대강 22개 총인시설사업에서 한솔이엠이와 함께 응찰한 건설사들, 뇌물 의혹이 제기된 건설사들에 담합이나 뇌물공여 사실이 있는지 입장을 물었으나 한 건설사는 내부적으로 사정을 알아보고 답을 주겠다고 한 뒤 연락이 없었고 이외 건설사들은 "담합이나 뇌물 공여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4대강 시공사에서 이명박 정권 실세에게 돈이 흘러들어갔다는 주장도 나왔다.

임내현 민주통합당 의원실의 도정호 보좌관은 "4대강 시공사인 D사의 전직 고위층과 지난해 8,9,10,11월 여러 차례 만났는데 이 자리에서 그는 '회사에서 조성한 비자금 중 일부가 이명박 정권의 실세 E씨에게 전달됐다'고 제보했다"고 말했다.

복마전 의혹을 사고 있는 4대강 사업이란 판도라 상자의 뚜껑이 마침내 열리기 시작한 양상이다.

박태견 기자 

2013년 1월 29일 화요일

김용준 "뇌물도 아니고 문제될 것 없다"


이글은 뷰스앤뉴스(Views&News) 2013-01-28일자 기사 '김용준 "뇌물도 아니고 문제될 것 없다"'를 퍼왔습니다.
부동산투기-편법증여-아들들 병역기피 의혹 모두 일축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가 28일 무더기 부동산투기 의혹, 장·차남의 병역 비리 및 편법증여 의혹 등에 대해 “문제될 게 없다”며 일축, 향후 인사청문회 과정에 치열한 공방을 예고했다. 

28일 (문화일보)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무악동 자택 앞에서 (문화일보) 기자와 만나 장·차남이 군 면제 판정을 받은 사유가 석연치 않고 어린 나이에 편법 증여를 받은 의혹이 있다는 질문에 대해 “문제될 게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1970∼1980년대 자신이 전국 8곳에서 투기 목적으로 의심되는 부동산들을 매입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손사래를 치며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어제(27일)는 휴일이라 서류를 뗄 수 없었고, 이제 총리실에서 준비해서 발표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특히 (문화일보) 기자를 만나기 전 누군가에게 “내가 무슨 공금, 뇌물 이런 거랑 상관 있으면 안 되는데 그런 것은 아니잖냐”라며 수차례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박근혜 당선인측 핵심관계자도 이날 인사검증 부실 의혹에 대해 “당연히 김 지명자에 대한 검증이 진행됐다”며 “관련 의혹에 대한 해명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준 국무총리 지명자 인사청문회 준비단’ 관계자도 이날 전화통화에서 “어제(27일) 1차로 해명했지만 (제기된 의혹들은) 대부분 해명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고 (문화)는 전했다.

그러나 한 친박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김 후보자에 대해 무더기 부동산투기 의혹 등이 제기되고 있어 국민들이 과연 문제될 게 없다는 김 후보자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이라며 "특히 김 후보가 인사청문회 과정에 납득할만한 해명을 하지 못하고 문제될 게 없다는 고압적 답변만 할 경우 국민 분노가 폭발하면서 총리 인준도 힘들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박정엽 기자 

2012년 12월 11일 화요일

사기치는 변희재 "박근혜가 받은 6억은 금일봉(?)"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12-11일자 기사 '사기치는 변희재 "박근혜가 받은 6억은 금일봉(?)"'을 퍼왔습니다.
당시 전두환 신분은 합동수사본부장…박 후보가 3억 돌려줬다면 '뇌물'

▲ 박근혜가 전두환에게 6억원을 받고 3억원을 돌려줬다는 기사/1996년 동아일보

변희재 "박근혜가 받은 것은 금일봉"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지난 4일 TV토론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부터 6억원을 받았다고 말한 것과 관련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가 "전두환 대통령이 준 6억원은 대통령 통치자금이므로, 대통령 금일봉의 조의금으로서 과세대상이 아니었다"면고 주장해 논란이 예상된다.
변희재 대표는 이어 "당시 홍수완 등 권투선수들도 금일봉을 받았고 과세 개념 자체도 없었다. 과거의 문화적 문제를 개인의 도덕성으로 단죄하는 건 넌센스"라며 박 후보를 두둔했다.
금일봉은 금액을 밝히지 않고 종이에 싸서 봉하여 주는 상금, 격려금, 기부금 등의 돈을 말한다. 실제로 국가나 지자체로부터 받는 상금과 부상은 비과세 대상이며, 모범공무원에게 수여되는 수당·금일봉에도 세금이 붙지 않는다.
그러나 1979년 10·26 사태 직후 박근혜가 전두환으로부터 6억원을 받은 시점은 전두환이 대통령으로써가 아닌 합동 수사본부장 신분이었을 때다. 따라서 대통령이 아닌 전두환이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의 말처럼 '대통령 통치자금'으로 누군가에게 '금일봉'을 줄 수 있는 신분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다시 이어가면 대통령이 아닌 합동수사본부장 신분이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이 청와대 비밀금고에서 발견해 박근혜 새누리당에게 준 돈은 결코 '금일봉'이나 '조의금'이 될 수 없으며 따라서 이는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의 말과는 달리 과세 대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증여세를 냈는지 말했어야 했다.
더불어 최규하 당시 국무총리도 이를 재가하거나 대신해 허락할 권리도 없었으며 설사 '대통령 통치자금'이 맞다고 하더라도 현재 시세로 300억원에 달하는 청와대 금고에 있던 돈을 전직 대통령의 친인척에게 조의금이라는 명목으로 세금없이 보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새누리당과 여권인사들에 따르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실제 받은 돈이 6억이 아닌 3억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1979년 10·26사태 직후 박근혜가 전두환으로부터 받은 6억 원 중 3억 원을 다시 당시 수사책임자였던 전두환에게 되돌려줘 실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받은 돈은 3억원이라는 것이다.
1996년 3월 19일 동아일보도 3면 '12·12 2차 공판 밝힌 새사실'이라는 기사에서 "전 피고인은 고 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 수사 도중 청와대 사금고가 발견돼 열어보니 9억여 원이 들어있었으며 이 중 6억 원은 고 박정희 대통령의 유족대표인 박근혜씨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전 피고인은 또 박근혜씨가 6억 원 중 3억 원을 '아버지 시해사건을 잘 수사해 달라'며 수사비 조로 가져와 이를 수사비로 사용했다고 말했다"고 전해 박 후보에게 실제 건너간 돈이 3억이고 이를 돌려줬더라도 이번에는 '뇌물'과 '수사청탁'의혹이 발생한다.
재미언론인 안치용씨는 "10·26 당시 수사책임자이던 전두환에게 돈을 준 것은 수사에 영향을 미치려 한 행위로 간주할 수 있으며, 박정희 개인비리에 대한 수사를 막으려 했다는 추측도 가능하다"고 전했다.
이어 "시해사건의 피해자인 박근혜가 수사비 조로 돈을 전달했다는 것은 이해가 잘 안 되는 대목"이라며 "합동수사본부는 정부예산을 통해 운영되는 만큼 별도의 수사비를 전달한 것은 수사에 영향을 미치려는 행위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박근혜 후보가 받은 금액이 실제 6억원이 아닌 3억원이라고 하더라도 당시 강남 은마아파트 15채를 구입할 수 있는 금액으로 여전히 증여세 문제 등이 남는다. 또 박 후보는 “당시 아버지도 그렇게 흉탄에 돌아가시고 어린 동생들과 살 길이 막막한 상황에서 배려하는 차원에서 준다고 했을 때,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 그것을 받았다”고 전했지만 9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한 박근혜 대선후보의 동생 박근령씨는 반박했다.
박근령씨는 지난 9일 밤 서울 가양동에서 (미디어오늘)기자와 만나 "돈의 용처를 알지 못하며, 만져보지도 못했다"며 "언니가 왜 그렇게 이야기했는지 잘 이해가 안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논란이된 조카타살 의혹과 관련해 "왜 유족들이 조사를 안했는지 모르겠다"며 "나도 의혹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변희재는 지난 2009년 "내가 번 돈으로 세금을 국가에 내는 납세자의 한 사람으로서 노무현 전대통령의 장례식에 국민세금은 단 돈 1원도 투입되어서는 안 된다는 게 나의 판단"이라며 다른 잣대를 들이대기도 했다.

이계덕 기자  |  dlrpejr@hanmail.net

2012년 11월 29일 목요일

검찰, 우리가 알고 있는 그 검찰이 맞나


이글은 위키프레스 2012-11-28일자 기사 '검찰, 우리가 알고 있는 그 검찰이 맞나'를 퍼왔습니다.
검찰의 좌충우돌 언제까지 봐야

 

검찰의 좌충우돌이 도를 넘어섰다.

희대의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로부터 억대의 뇌물을 받은 부장급 검사 구속에 이어 곧바로 터진 성추문 신임검사 사건에 검찰 조직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특히 신임검사의 성추문 사건(피해자는 성폭행으로 주장)과 관련해 검찰이 보여준 태도는 과연 우리가 알고 있는 검찰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우왕좌왕 하고 있다.

검찰은 성추문 검사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당했다. 검사실로 여성 절도 피의자를 불러들여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혐의로 청구된 전모(30) 검사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유는 '뇌물수수' 죄목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법원은 "뇌물죄에 한하면 범죄성립 여부에 상당한 의문이 있다"고 밝혔다. 일단 성관계를 뇌물로 볼 수 있느냐는 문제와 합의가 된 성폭행사건(친고죄이기 때문에 합의가 되면 죄를 묻지 않는다)에 대해 기소가 가능한가 하는 문제가 당연히 따라올 수 밖에 없다. 거기다 검찰은 뇌물죄의 공여자 즉, 성관계라는 뇌물을 제공한 측에 대해서는 죄를 묻지 않겠다고 밝힘에 따라서 스스로 구속영장 사유를 약하게 만드는 우를 범하기도 했다.

때문에 이번 구속영장 기각이 검찰의 의도된 '제식구 감싸기' 행보는 아니었는지 의심하는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구속사유를 스스로 부정하면서 구속영장을 신청한다는 것이 도통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기 때문이다. 전 국민이 주목했던 사안에 대해 검찰이 '실수로 성급했든', '고의로 기각을 바랐든' 중대한 오류를 범하며 국민의 실망이 커지게 됐다.

거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검찰 내부통신망에 '검찰 개혁만이 살길이다', '국민 신뢰회복을 위한 검찰 개혁방안'이라는 글을 차례로 실명 게재한 서울남부지검 소속 윤대해(42) 검사는 대형사고(?)를 쳤다. 윤 검사가 개혁안에 대해 동료에게 문자를 보낸다는 것이 모 언론사 기자에게 보내면서 개혁의 목소리가 결국 이미지 메이킹을 위한 '쇼'였음이 밝혀졌다.  

공개된 문자메시지를 보면  "(검찰시민위 실질화, 검찰 직접수사 배제 등) 내가 올린 개혁방안은 별 게 아니다", "일선 검사들이 이렇게 주장하면 진정한 개혁안인 것처럼 비친다. 나중에 총장님이 수용하는 모양새가 효과적이다", "박근혜 후보가 당선될 것인데, 공수처 설치를 공약하지 않았으므로 거기에 대해 언급할 필요가 없다" 등의 문구가 담겼다.

결국 "정치권력에 편파적인 수사, 재벌 봐주기 수사, 수사권·기소권·영장청구권을 독점한 무소불위의 권력,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오만한 권력 등이 검찰의 문제점"이라며 검찰의 개혁방안을 조목조목 열거한 내부망의 글은 '빈말' 또는 '낚시글'이었다는 얘기가 된다.

검찰 한 쪽에서는 비리에 성상납(혹은 성폭행) 사고를 치면서 검찰의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있고 또 다른 쪽에서는 낚시성 '평검사 개혁안'을 올렸다 들통나 검찰에 대한 신뢰를 땅에 떨어뜨리고 있다. 

검찰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는 길은 하나다.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성역 없는 수사를 하고 권력에 빌붙지 않으면 된다. 이를 위해서 내부의 부정과 부패에 더 날선 칼날을 들이대고, 의혹이 불거진 사건에 대해 명쾌하게 밝혀내면 된다. 역사상 검찰이 국민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던 날들을 기억한다면 검찰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명확해진다. 대선을 앞두고 안개속 정국에서 좌충우돌하는 것이 현재의 검찰이라면 국민은 더 이상 검찰의 수사를 신뢰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자정할 능력이 정말 없다고 생각된다면, 자존심을 버리고 외부의 칼날에 스스로를 맡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위키데스크 (editor@wikipress.co.kr) 기자 

2012년 9월 26일 수요일

고리원전 직원들, 뇌물에 마약까지…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9-26일자 기사 '고리원전 직원들, 뇌물에 마약까지…'를 퍼왔습니다.

소방업무 2명 필로폰 투약혐의 구속
최근 금품수수 적발 등 ‘도덕적 해이’

하청업체들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직원들이 무더기로 형사처벌을 받았거나 재판을 받고 있는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발전소의 직원들이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구속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부산지검 강력부는 지난 22일 필로폰(히로뽕)을 투약한 혐의로 고리원전 재난안전팀 소속 김아무개씨 등 2명을 구속했다. 김씨 등은 기장군을 배경으로 활동해온 폭력조직인 통합기장파 행동대장한테서 필로폰을 조달한 것으로 밝혀졌다.구속된 고리원전 직원들은 화재가 났을 때 현장에 출동해 진화를 담당하는 소방대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대원들은 10여명인데 2개조가 맞교대로 업무를 보고 있으며 대부분의 소방대원들은 기장군의 주민 가운데 한국수력원자력이 채용한 것으로 알려졌다.고리원전 관계자는 “직원 개인들을 일일이 단속할 수가 없어서 안타까울 뿐”이라며 “소방대원들이 원전 시설을 직접 운전하는 것은 아니지만 비상사태가 일어나면 제일 먼저 투입되어야 할 직원들이 마약을 했다는 것은 변명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서토덕 반핵부산시민대책위원회 사무처장은 “누구보다 시민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원전 직원들이 오히려 시민들의 목숨을 담보로 마약을 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개탄했다. 그는 “지난 2월 중대사고를 숨긴 것도 모자라 수십명의 원전 직원들이 중고 부품을 새것인 것처럼 납품받으면서 하청업체들로부터 뇌물을 받아 형사처벌을 받았거나 받고 있는 상황에서 마약까지 투약했다는 것은 도덕성이 무너질 대로 무너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2012년 9월 9일 일요일

‘뇌물 먹고 무죄’ 국민의 이름으로 용서치 않겠어


이글은 한겨레21 2012-09-10일자 제927호 기사 '‘뇌물 먹고 무죄’ 국민의 이름으로 용서치 않겠어'를 퍼왔습니다.
[특집] 직장인 847명 설문조사 93% “대가 없어도 뇌물”… ‘부정청탁금지법’, 수천만원 향응 제공받고도 대가성 없다며 무죄받은 ‘스폰서 검사’ 재현 막는다

공무원이 돈을 받으면 무조건 처벌하는 법이 8월22일 입법 예고됐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내놓은 ‘부정청탁 금지 및 이해충돌 방지 법안’(부정청탁금지법)이다. ‘스폰서’나 ‘떡값’ 관행을 뿌리 뽑겠다는 게 입법 취지다. 행정부처·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은 물론 국회의원·검사·판사·공공기관 직원에서 교사까지 모든 공직자가 대상이다. 

» 뇌물수수죄로 기소된 고위 공직자들은 금품을 받았다고 인정하면서도 대가성이 없었다고 무죄를 주장한다. 파이시티 인허가 과정에서 1억6천만원을 받았다는 혐의 등으로 법정에 선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도 마찬가지다. 박 전 차관이 지난 5월 2일 대검에 출두하고 있다. 사진 한겨레 김태형

“사기죄까지 덧씌워 처벌해야”

형법상 뇌물수수죄는 공무원이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받거나 요구·약속하면 처벌받도록 돼 있다. 바꿔 말하면 돈을 받았더라도 직무와 관련이 없거나 대가성을 인식하지 않았으면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것이 정치인이나 공직자가 법망을 빠져나가는 교묘한 수단이다. 국민권익위는 “부패 행위 규제의 사각지대”라고 지적한다.
(한겨레21)이 취업 포털 ‘인크루트’와 함께 직장인 847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했더니 응답자의 83%가 ‘공직자가 금품·향응을 받은 경우 무조건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답했다. 응답자 10명 가운데 8명은 부정청탁금지법을 지지한다는 뜻이다. 특히 법원이 무죄로 결론 낸 뇌물수수 사건(3건)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90%를 웃돌았다.
첫 번째 사례는 8천만원을 받은 옛 해양수산부(현 국토해양부) 공무원의 뇌물수수 사건이다. 그는 2005년 해운회사 대표 등에게서 중국 선박이 운항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힘써달라는 부탁을 받고 8차례에 걸쳐 돈을 받았다. 문제는 중국 선박의 운항 허가는 중국 교통부의 전속 권한이라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해양부 공무원은 운항 허가를 내줘야 한다는 문서를 중국 교통부에 팩스로 보내고 휴가 때 중국을 방문해 해당 공무원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5월 무죄를 선고했다. 외국 선박의 행정처분은 한국의 해양부 공무원이 좌우할 수 있는 일이 아니어서, 직무와 관련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공무상 지위를 이용해 (중국 교통부 공무원과) 사적인 교섭을 했는데 징계 사유가 될 수는 있지만 공무원의 직무상 행위라 보기는 어렵다.” 공무원이 수천만원을 받았어도 ‘직무상 행위’가 아닌 ‘사적 행위’라면 형법상의 뇌물죄로 처벌받지 않는다는 논리다.

해양수산부 공무원은 중국 선박이 운항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힘써달라는 부탁과 함께 8차례에 걸쳐 8천만원을 받았다. 대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한국의 해양부 공무원이 좌우할 수 있는 일이 아니어서, 직무와 관련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상식적으로는 언뜻 이해가 안 되지만 설명하면 이렇다. 애초에 뇌물죄는 부정한 공무원을 처벌하는 법이 아니다. 부당한 공무집행을 처벌하는 게 입법 취지다. 다시 말해 공무집행을 돈을 주고 매수할 수 없도록 해 공무집행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보호해야 한다는 거다. 따라서 8천만원을 받은 공무원은 사람이 잘못해서 징계를 받아야 하지만, 공무집행은 잘못한 것이 없어서 뇌물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는 거다.
이런 법 논리에 동의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한겨레21)이 설문조사를 해보니 94.9%가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답했다. ‘처벌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은 3.8%에 그쳤다. “해양부 소속 공무원이 아니었다면 중국 교통부와 교섭하는 게 아예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걸 알았기 때문에 해운회사 대표가 8천만원이나 주고 청탁한 거다.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인데도 공무원이 돈을 받고 해결해줄 것처럼 속였다면 사기죄까지 덧씌워 처벌해야지 무죄라니 어이가 없다.”(회사원 김승유(33)씨)
두 번째 사례는 경찰청 정보과 경찰관이 중소기업 대표에게서 금품과 향응을 받는 경우다. 이유는 외국인 산업연수생을 관리하는 업체로 선정되는 데 힘을 써달라는 거였다. 대법원은 관리업체 선정은 중소기업중앙회가 맡고 있고, 경찰관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일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첫 번째 사례와 마찬가지로 95.3%가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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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원 이상 받으면 과태료

중소 제조업체에 다니는 박상훈(41)씨는 “법원의 판결이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고 비판했다. “정보를 수집하는 정보과 경찰관이라니까 인맥이 넓을 거라고 생각해 ‘빽’을 써달라고 돈을 주고 술을 사고 했을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돈을 받았지만 애초에 나쁜 짓을 할 능력이 없었으니 면죄부를 준다는 거 아니냐. 경찰이나 검사는 직접 수사하는 이해 당사자만 아니면 접대나 금품을 받아도 된다고 허락해주는 건가?”
세 번째 주인공은 국회의원이다. 옥외광고물 사업자가 2003년 11월 찾아와 제22회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 지원법의 유효기간을 연장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면 자신에게 월 1억원 정도의 수입이 생긴다고 했다. 의원은 승낙했고 관련법이 같은 해 12월 국회를 통과했다. 이듬해인 2004년 2월 사업자는 5천만원의 후원금을 의원에게 전달했다. 또 그 의원이 소개한 테니스협회에도 5천만원을 운영경비로 내놨다. 대법원은 2008년 6월 테니스협회에 기부한 5천만원은 제3자의 뇌물공여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부정한 청탁과 상관없는 동기로 기부행위가 이뤄졌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대가관계가 분명하게 인정되지 않았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역시 응답자의 93.9%가 ‘국회의원이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법원 판결과 국민의 상식 사이에 거대한 강이 흐르고 있다. 부정청탁금지법은 그 강을 건널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다리다. 기존 공직윤리법·형법에서 정한 처벌 대상과 수위를 한 단계 끌어올려 국민의 법상식에 맞닿을 수 있도록 법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첫째, 검은돈은 무조건 불법으로 규제한다.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을 따지지 않는다. 100만원이 넘는 금품·향응을 받으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받은 금액의 5배에 해당하는 벌금형에 무조건 처해진다. 3만원(공무원 행동강령의 접대 상한선)을 넘지만 100만원 이하라면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3만원이라는 기준이 터무니없지는 않다. 미국은 1회에 20달러(1년에 50달러), 캐나다는 1회에 50달러(1년에 200달러)를 공무원의 금품 수수 한도액으로 정하고 있다. 대가성도 미국과 독일에서는 이미 따지지 않는다. 독일의 부패단속법은 뇌물죄와 이익수수죄가 따로 있다. 직무수행과 관련해 공무원이 돈을 받았을 때 대가성이 있으면 뇌물로 처벌하고, 대가성이 없으면 이익수수죄로 처벌한다. 이익수수죄의 법정형은 징역 3년 이하 또는 벌금이다. 미국이 1962년 제정한 ‘뇌물 및 이해충돌방지법’도 공직자가 공무수행 중 미 연방정부 외에 다른 출처에서 돈을 받으면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형을 받도록 한다.
이렇게 되면 2010년 ‘스폰서 검사’ 사건의 재현을 막을 수 있다. 스폰서 검사 4명은 브로커에게 식사와 술 등 향응을 제공받은 사실이 대법원에서 인정됐지만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모두 무죄로 풀려났다.
부산·경남 지역 건설업자였던 정아무개씨는 2008년 12월과 2009년 3월 “아는 검사를 통해 사건을 무마해주겠다”며 경찰에서 수사를 받는 이아무개씨 등 2명에게 2400만원을 받았다. 2003년부터 인맥을 쌓아온 한승철(49) 전 검사장 등이 정씨가 말한 ‘아는 검사’였다. 친분을 맺는 방식은 부서 회식 때 돈을 대신 내주는 거였다. 한 전 검사장도 식사와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사실은 인정한다. 하지만 “정씨가 식당을 열었으니 들르라는 권유를 받고 후배 검사들과 저녁 식사를 하며 우연히 식사를 제공받은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정씨가 체포됐다는 소식에 담당 검사에게 역시 전화를 걸었다. “기록을 잘 검토해달라.” 법원은 검사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향응을 받았지만 그 자리에서 구체적 청탁이 없었기 때문에 뇌물이 아니라고 했다.

» 2010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스폰서 검사'는 대법원에서 모두 무죄로 최종 결론났다. 검사들이 수십만~수백만원의 향응을 받았지만 구체적인 청탁이 없어서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2010년 4월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스폰서 검사 진상규명위원회 첫 회의에 앞서 위원들이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 한겨레 김태형

최초의 부정행위를 그냥 넘기지 말아야

2009년 3월 한 전 검사장과 함께 당시 접대를 받았던 부장검사 이아무개(48)씨도 똑같은 방식으로 정씨의 ‘아는 검사’가 됐다. 한 달 뒤 정씨의 아들 식당에 부서 검사 11명을 데려가 공짜 회식을 했다. 정씨가 브로커 노릇을 하다가 사기와 변호사법 위반으로 경찰 조사를 받자 담당 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 물었다. “내가 아는 사람이 지금 잡혀간다는데 도대체 무슨 사건이냐?”
이 전 부장검사를 따라갔던 이아무개(37) 검사도 같은 길을 걸었다. 이씨는 회식 때 우연히 브로커 정씨 옆에 앉았다. 전화번호를 주고받았고 이후 자주 통화했다. 한 달 뒤에는 저녁 시간에 카페에서 따로 만나 30만원어치의 술도 마셨다. 정씨가 체포됐다는 소식에 담당 검사에게 역시 전화를 걸었다. “기록을 잘 검토해달라.” 법원은 검사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향응을 받았지만 그 자리에서 구체적 청탁이 없었기 때문에 뇌물이 아니라고 했다. ‘명예’를 회복한 한승철 전 검사장은 지난 5월10일 검찰을 떠났다. 그는 ‘나는 영웅이 아니었다. 그러나 영웅들과 함께했다’는 군가 구절을 인용하며 “정의롭고 용기 있는 사람들과 함께했던 시간을 자랑스럽게 간직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의 행동경제학자 댄 애리얼리가 쓴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청림출판·2012)을 보면 ‘부도덕성 바이러스’라는 개념이 나온다. 그는 노골적인 부정행위를 생생히 목격한 사람은 그 전례를 따라 부정행위를 더 많이 하게 된다는 사실을 실험 결과로 확인했다. “삶의 많은 영역에서 사람들은 어떤 행동이 적절한 행동이며, 또 어떤 행동이 부적절한 행동인지 판단할 때 다른 사람의 행동을 준거틀로 삼기” 때문이라고 한다.
‘스폰서 검사’ 사건을 보면, 한국의 공직자는 향응·접대에 상당히 너그럽다. 부서 회식비를 대신 내도 괜찮다는 태도다. 부정 청탁을 그 자리에서 주고받지 않았으면 처벌받을 만한 부정행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빠가 회사 물품인 연필을 한 다스 몰래 가져와 자녀에게 주는 건 괜찮지만, 아이가 옆자리 친구의 연필을 한 자루 몰래 갖는 건 안 된다는 논리와 비슷하다.
건설업체 대표로 일하는 유인상(50·가명)씨는 “공직자의 자기기만”이라고 했다. “이기적인 욕망을 충족하려고 스스로 모른 척하는 거다. 뇌물이라고 공언하며 접대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 아는 사람을 통해 인사를 하고 안면을 튼다. 그 사람과 밥을 한 끼 먹고 술자리를 갖고 골프를 치고 그렇게 돈독한 인간관계를 맺는다. 친밀해지면 은근히 청탁을 넣는다. 브로커 정씨는 전형적인 수법을 따라간 거다. 밥 한 끼도 공짜가 없는 게 세상 이치다. 향응을 제공받았지만 그 자리에서 구체적인 청탁을 하지 않았으니까 무죄라고? 브로커가 할 일 없어서 공직자에게 수백만원어치 밥과 술을 사주나? 검사들이 정씨의 접대를 잇따라 받음으로써 부정한 청탁까지 이어질 수 있는 길이 열린 거다. 향응이 부정한 청탁행위의 출발선이다.”
댄 애리얼리는 “최초의 부정행위를 사소하게 봐넘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사람들은 흔히 누군가 처음 어떤 잘못을 저질렀을 때 용서한다. 처음 저지른 실수이고 또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초의 부정행위가 어떤 사람이 자기 자신 및 그 시점 이후의 자기 행동을 바라보는 방식을 결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라는 자기신호를 보내면 부정직함의 수준이 한 단계 높아지고 또 다른 기만적인 행위를 계속하도록 유도한다는 거다. 공직사회가 작은 반칙을 통해 조직원들이 큰 부정의 초기 단계에 들어가는 것을 극도로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부정한 청탁과 정당한 민원의 경계가 애매하다. 그 경계가 모호해서 공직사회가 더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 검사나 판사의 재량권만 강화되고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수 있다.” 한 부장검사의 엄포다.

소속기관에 가족 채용 못하게 ‘후관예우’도 관리

그래서 부정청탁금지법은 학연·지연으로 얽힌 은밀한 청탁을 아예 금지한다. 직접이든 제3자를 통해서든 공직자에게 위법행위나 권한 남용을 하도록 요구·지시하거나, 정당한 직무수행의 절차를 벗어나도록 압력을 넣으면 부정 청탁으로 규정한다. 그 부정 청탁을 받아들여 일을 처리하면 공직자는 2년 이하의 징역,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하지만 정당한 의견 표명은 허용된다. 사전에 정해진 공식 절차를 밟아 이해 당사자가 투명하게 견해를 전달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연고관계나 사회적 영향력 등을 이용해 은밀하게 하는 청탁 관행만 제재하겠다는 목표다. 그래서 이해 당사자가 아니라 제3자가 공직자에게 부정 청탁을 하는 경우 더 강하게 규제하기로 했다. 이해 당사자의 부정 청탁은 과태료가 1천만원 이하지만, 제3자의 경우는 2천만원 이하다. 그 제3자가 공직자라면 과태료가 3천만원으로 올라간다.
부정청탁금지법의 마지막은 이해충돌 방지다. 공직자가 자신이나 가족의 이익이 걸린 업무를 할 수 없도록 했고, 차관급 이상 고위 공직자라면 가족을 소속 기관에 채용할 수 없도록 했다. ‘전관예우’뿐 아니라 ‘후관예우’도 관리하기로 했다. 민간 부문에서 차관급 이상을 임용하면 재직하거나 자문했던 업체와 관련 있는 직무를 일정 기간 맡지 못한다. 국민권익위 박계옥 부패방지국장은 “공직자의 이해충돌은 부패행위는 아니지만 부패행위의 잠재성을 지니고 있다”며 “적절히 관리하거나 해결하지 못하면 공직남용, 비위행위, 배임 등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국민권익위는 10월2일까지 40일간 부정청탁금지법을 입법 예고해 폭넓은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그 이후에는 국무총리실 규제개혁위원회의 규제 심사, 법제처의 법제 심사를 거쳐 차관회의·국무회의 의결로 정부안을 확정해 국회에 제출한다. 이르면 11월쯤으로 내다보고 있다.
부정청탁금지법을 바라보는 국민과 공직자의 시선 사이에도 거대한 강이 흐르고 있다. 정부 내 다양한 의견을 조율하느라 입법 예고 절차까지 오는 데 14개월이 걸린 것만 봐도 그 강의 깊이를 짐작할 수 있다. 부정 청탁의 처벌 강도를 형벌에서 과태료로 낮추고 법이 공포되더라도 처벌 규정은 2년 뒤에 시행되도록 유예기간을 뒀지만 은밀한 반대자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대표 그룹은 법률가들이다. 법무부는 공직자의 청렴성을 제고한다는 입법 취지에 공감하다고 밝히면서도 직무 관련성이 없는 금품·향응을 받았다고 형사처벌하는 법은 전세계에 유례가 없다고 했다. 미국이나 독일에서도 직무 관련성 요건은 반드시 포함돼 있다는 거다. 또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보다 형법이나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하는 게 나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민 여론에 따라 입법자가 결정할 문제라고 한발 물러섰다. ‘스폰서 검사’로 여론의 눈총을 받아온 법무부가 대놓고 반대하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부정적인 기류는 분명하다. 한 부장검사의 엄포다. “부정한 청탁과 정당한 민원의 경계가 애매하다. 그 경계가 모호해서 공직사회가 더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 검사나 판사의 재량권만 강화되고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수 있다.”

부패인식지수 한국 43위

지난 2월 열린 부정청탁금지법 토론회에서 신은철 국토부 감사관은 “국민들에게 부정청탁방지법을 제정할 정도로 공직사회는 부패한 집단이라는 인식을 심어줘서 대다수 묵묵히 자신의 일을 성실히 수행하는 공직자의 사기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걱정했다. 유국렬 식품의약품안정청 감사담당관은 “모든 공공기관의 공직자를 법안의 적용 대상으로 삼는 것은 지나친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성을 헌법에서 보장받고 있어 부정 청탁에 대한 우려도 공무원 집단의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그러한 노력을 우선 존중하고 필요한 경우 형법을 개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국제투명성기구가 지난해 발표한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를 보면 한국은 전년보다 네 단계가 떨어져 183개국 중 43위에 머물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4개국 중에서는 27위로 완전히 바닥권이다. 국민권익위가 조사한 인식도 조사에서도 56.%가 ‘공직사회가 부패하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공직사회가 부패하다는 인식하는 공직자는 2.9%에 그쳤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2012년 9월 6일 목요일

안철수 측 "새누리당, 뇌물ㆍ여자 협박…불출마 종용"


이글은 프레시안 2012-09-06일자 기사 '안철수 측 "새누리당, 뇌물ㆍ여자 협박…불출마 종용"'를 퍼왔습니다.
"박근혜 캠프 관계자, 9월 4일 전화 걸어 협박"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장의 측근인 금태섭변호사는 6일 기자회견을 갖고 "새누리당 공보단 정준길 공보위원이 안철수 원장에게 대선 출마를 포기할 것으로 종용했다"고 밝혔다.

금 변호사는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정준길 위원이 지난 4일 "뇌물과 여자문제를 폭로하겠다"며 대선 불출마를 종용했다고 말했다.

금 변호사는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이 이렇게 하는 것은 차마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라며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자 국민에 대한 협박이며 중대한 범죄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는 "안 원장에게 확인한 결과 (협박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 한치의 의혹도 있을 수 없다"라며 "새누리당이 범죄 사실에 대해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 공식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반드시 진상규명하고 책임을 묻겠다"고 덧붙였다.

▲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장 ⓒ연합

/서어리 기자

2012년 8월 25일 토요일

‘정당에 헌금’ 막았더니 ‘실세에 뇌물’ 터졌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8-24일자 기사 '‘정당에 헌금’ 막았더니 ‘실세에 뇌물’ 터졌다'를 퍼왔습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친박연대 비례대표 의원직을 상실한 양정례 전 의원(위)과 모친인 김순애씨가 2009년 5월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검찰에 출석하는 서청원 대표의 인사말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시스

[토요판] 뉴스분석 왜?현영희 비례대표 공천 비리 의혹
▶ 새누리당 비례대표 공천 비리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부산지방검찰청이 지난 22일 현영희 의원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현 의원의 구속 여부는 8월30일 국회 본회의 투표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비례대표 공천을 대가로 돈을 주고받는 행위는 단순한 범죄일까, 구조적인 비리일까? 비례대표 공천 비리의 이면을 파헤쳐 본다.비례대표 국회의원을 15대 국회(1996~2000년)까지는 전국구(全國區) 의원이라고 했다. 일부 비아냥거리는 사람들은 돈전자를 써서 ‘전(錢)국구’라고도 불렀다. 돈으로 의원직을 샀다는 의미다. ‘공천헌금’, ‘특별당비’라는 말을 선거 때마다 쉽게 들을 수 있었다. 2000년 2월 선거법 개정으로 전국구 의원은 비례대표 의원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그러나 비례대표를 둘러싼 돈 잡음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에서 비례대표 공천 비리가 터졌다. 어떻게 된 것일까? 도대체 왜 비례대표 공천 비리는 사라지지 않는 것일까?

왜 옛날엔 야당에서 전국구를 팔았을까

전국구 공천헌금과 관련해 1995년 10월5일은 정치적으로 특별한 의미가 있는 날이다. 당시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가 창당 한 달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하면서 전국구 공천헌금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과거에는 전국구 후보에게 특별헌금을 받아 총선을 치르는 것이 불가피했다. 그러나 지금은 당 운영경비와 선거자금을 국고에서 보조하고 있기 때문에 돈을 받을 필요가 없다.”이 발언은 당시 정가에서 큰 화제가 됐다. 그 정도로 야당의 전국구 헌금은 일상화되어 있었다. 김대중 총재는 약속을 지켰을까? 다음해인 1996년 15대 4·11 총선에서 국민회의는 13명의 전국구 당선자를 냈다. 교육자 출신의 정희경,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장 출신의 박상규씨가 기호 1번과 2번이었다. 상위순번 후보들은 “총재님이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래도 우리가 돈을 좀 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술렁댔다. 그러나 결국 공천헌금을 내지 않았다. 그 이전의 공천헌금 실태는 어떠했을까?전국구 의원을 직접 해 본 사람들, 당시 당내 사정을 잘 아는 정치인들에게 물어보았다. 1992년 14대 3·24 총선에서 민주당은 전국구 후보 순번을 정하면서 ‘당선 안정권’은 30억원, ‘당선 가능권’은 15억~20억원씩의 공천헌금을 받았다. 물론 당 지도부와 영입 후보들은 예외였다. 16번 이하는 당선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돈을 받지 않았다. 그런데 선거 결과 민자당이 참패하면서 민주당은 전국구 후보 22번까지 당선되는 이변이 일어났다. 16번부터 22번까지는 ‘공짜’로 배지를 달았다.앞서 1988년 13대 4·26 총선에서 야당의 전국구 당선자는 김대중 총재의 평화민주당 16명, 김영삼 총재의 통일민주당 13명, 김종필 총재의 신민주공화당 8명이었다. 당별로, 사람별로 액수의 차이가 있지만 당선권에 든 후보들은 10억~30억원씩의 공천헌금을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직 대통령이 재벌들 움직여
여당에 돈줄 대주던 시절
가난한 야당선 ‘전(錢)국구 장사’
당선권 후보들에 10억~30억씩
2008년에야 돈 공천 불법화

새누리당, 현영희 사건 번지자
“단순한 개인 범죄” 불끄기
일부선 “영남 공천서도
박근혜 눈치보느라 수사 안해”

이처럼 주로 야당에서 돈을 받고 전국구 자리를 팔았던 것은 당시 정치자금 사정과 깊은 관련이 있다. 여당이었던 민주정의당(민정당), 민주자유당(민자당)은 총재였던 전두환, 노태우 현직 대통령이 직접 재벌로부터 수천억원대의 정치자금을 받아서 당에 내려보냈다. 전국구 순번은 청와대에서 정했다. 여당은 전국구 장사를 할 필요가 없는 구조였다. 그러나 야당엔 돈이 없었다. 기업인이 야당에 돈을 줬다가는 국세청의 세무사찰을 받던 시절이었다. 야당으로서는 선거에 쓸 정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전국구 의원 자리를 재력가들에게 팔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야당가의 반공개적인 전국구 공천헌금 관행에는 몇 가지 규칙이 있었다. 공천헌금을 받은 뒤 공천이 제대로 안 되면 돈을 반드시 돌려주었다. 그래야 분쟁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공천 신청자가 공천을 알선해 준 사람에게 많게는 10억원에서 적게는 2억~3억원까지 ‘소개료’를 주는 경우가 많았다.몇십억원씩의 돈을 내고 전국구 의원을 하려는 사람들은 대략 두 부류였다. 첫째, 돈을 내고 국회의원이 된 뒤 그 이상의 금전적 이득을 챙기려는 사람들이다. 철저한 장삿속이다. 둘째, 이왕 번 돈으로 단순히 명예를 사고 싶은 사람들도 있었다. 어느 경우든 돈을 주고 국회의원 자리를 샀다고 공공연히 떠들지는 않았다. 부끄러운 줄은 알았던 것이다.

서청원·양정례·김노식·문국현의 의원직 상실

8대 의원을 지냈던 ㅅ씨는 1992년 14대 총선에서 40억원을 내고 민주당 전국구 상위순번을 받았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당에는 18억원만 입금됐다. 중간에서 누군가 배달사고를 낸 것이다. 몇 년 뒤 ㅅ씨는 당에 문제를 제기했다. 민주당은 ㅅ씨에게 상임위원장 자리를 주고 무마했다.마찬가지로 14대에 공천헌금 30억원과 소개료 10억원을 주고 민주당 전국구 의원이 된 ㄱ씨가 있었다. ㄱ씨는 국회의원이 되면 40억원 정도는 쉽게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아니었다. 돈 회수는 고사하고 사업이 아예 망하는 바람에 지금은 기원에서 바둑만 두는 신세로 전락했다.1995년에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가 전격적으로 전국구 공천헌금 포기 선언을 할 수 있었던 데는 특별한 배경이 있었다. 야당의 자금사정이 급속히 호전되고 있었던 것이다.정당에 지급되는 국고보조금 규모는 정치자금법이 92년 11월, 94년 3월 두 차례 개정되면서 크게 늘기 시작했다. 92년 이전에 국고보조금은 유권자 1인당 600원씩의 ‘경상보조금’(매 4분기 분할 지급)과 300원씩의 ‘선거보조금’(전국선거가 있는 해에 추가 지급)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 돈을 각 정당에 분배하는 것이 국고보조금이다. 두 차례의 법개정으로 경상보조금과 선거보조금 계상 단가가 각각 800원씩으로 인상됐다. 전국선거가 있는 해에는 거의 두 배 가까이 국고보조금이 늘어난 것이다.당시 국민회의 자금 사정을 아는 인사는 “매달 5억~6억원이 필요했는데 1억원은 당비수입, 3억~4억원은 국고보조금, 나머지 1억~2억원은 김대중 총재가 알아서 마련해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혔다.국고보조금 계상 단가는 2008년 2월 정치자금법 개정으로 소비자물가 변동률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2012년엔 910원까지 인상됐다.그렇지만 야당의 전국구 돈 공천 관행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특히 국고보조금을 거의 받을 수 없어 자금난에 시달리던 신생 정당이 늘 문제를 일으켰다. 2000년 총선을 앞두고 급조된 민주국민당(민국당)은 강숙자씨를 전국구 1번에 배정하고 공천헌금 30억원을 받았다. 민국당은 이 돈을 지역구 출마자 기탁금과 중앙당 비용으로 전액 사용했다.2008년 2월 공직선거법은 정당의 후보자 추천과 관련해 금품수수를 금지하는 ‘47조의 2’ 조항을 신설했다. 공천 대가 금품수수가 마침내 불법화한 것이다. 법원은 이 조항을 매우 엄격하게 적용했다.2008년 18대 4·9 총선에서 친박연대의 서청원 대표는 비례대표 1번 양정례, 3번 김노식 후보에게 모두 32억1천만원을 당에 내도록 했다. 검찰은 이들을 선거법 47조의 2 위반으로 기소했다. 당사자들은 재판에서 대여금이라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공천대가 금품수수로 판단했다. 세 사람은 2009년 5월 대법원 확정판결로 나란히 의원직을 상실했다. 친박연대에서 노철래 의원은 애초 4번을 받기로 했다가 8번으로 밀렸다. 당선을 사실상 포기한 상태였는데 ‘박풍’ 덕분에 기적적으로 당선이 됐다. 8번은 당선권 밖이라 돈을 내지 않았고 그래서 기소되지도 않았다. 노 의원은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경기도 광주에 출마해 당선됐다. 새옹지마다.그런가 하면 18대 총선에서 창조한국당의 문국현 대표는 비례대표 후보 공천을 대가로 6억원의 당채를 저리로 발행해 금전적 이득을 취한 혐의로 2009년 10월 의원직을 잃었다.

이재영 의원이 비례 24번을 받은 경로

법원의 서슬에 놀란 탓일까? 2012년 19대 총선에서 야당의 비례대표 공천 비리는 사라졌다. 그런데 엉뚱하게 집권여당에서 사건이 터졌다.새누리당의 현영희 의원 사건은 과거 전국구 및 비례대표 공천 비리와 양상이 좀 다르다. 무엇보다 돈을 받은 주체가 정당이 아니다. 박근혜 후보는 지난 20일 후보선출 전당대회에서 기자들이 ‘공천헌금 파문’이라는 표현을 사용해서 질문하자, “당에서 받은 것이 아니므로 헌금이 아니라 개인간의 금품수수 비리 의혹”이라고 사건의 성격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실제로 새누리당 비례대표 의원들이 당에 공천헌금을 냈다는 흔적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 혹시 비리가 있었다면 비례대표 순번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실세’들이 개별적으로 금품을 받은 경우라고 봐야 한다.총선 당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례대표 당선권을 대략 22번까지로 보고 매우 세심하게 관리를 했다. 대통령을 노리는 박근혜 후보가 비례대표 공천을 대가로 돈을 받았을 가능성은 없다. 그렇다고 총선 당시 사무총장이었던 권영세 전 의원이 돈을 받을 사람도 아니다. 22번 밖의 순번은 23번 현영희, 24번 이재영, 25번 신경림이었다. 24번 이재영 의원은 13대 민정당 전국구 국회의원을 지냈던 도영심씨의 아들이다. 이재영 의원이 당선권 가까이에 포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도영심씨의 현 남편인 권정달 전 의원의 간곡한 민원이 있었다고 한다. 쉽게 말해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 선정이 조직적인 금품수수에 의해 이뤄졌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얘기다.그러나 당내엔 다른 시각도 있다. 이명박 정부 초기에 정권실세였던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2008년 총선에서 몇몇 실세들이 돈을 받고 지역구와 비례대표 공천에 개입했지만 정권 초기라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지금은 그 주체가 친박인사들로 바뀌었을 뿐 박근혜 후보의 눈치를 보는 수사기관에서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사정에 밝은 또다른 인사는 “집권여당 비례대표 공천은 대개 청와대에서 했는데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정치적으로 무너졌기 때문에 현영희 의원 사건 같은 것이 터져 나오는 것”이라며 “비례대표 공천뿐 아니라 영남 지역구 공천에 친박실세 몇 사람이 깊숙이 개입했고 돈도 챙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런 시각이 사실이라면 현영희 의원 사건은 대대적인 공천 비리 사건의 예고편에 불과할 수도 있다.정당이 조직적으로 공천헌금을 챙기든, 공천위원이나 당 실세들이 뇌물성 돈을 챙기든, 국민들이 보기에는 다 비슷한 공천 비리다. 정당의 공천 비리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이에 대한 해답은 정당이나 정치인들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 차원에서 찾는 것이 빠를 수 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이권이 있으면 돈이 몰린다. 부당한 이권이 사라지면 이를 대가로 오가는 금품도 자연히 사라진다. 정치의 영역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현직 대통령이 재벌에게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거둬들이고, 야당은 전국구 공천 장사를 하던 1990년대까지, 공무원 세계에는 상급자에게 승진청탁 뇌물을 주던 관행이 남아 있었다. 민간영역의 부패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원청업체 임직원은 하청업체의 금품과 향응 제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대한민국 사회 전체의 청렴도는 올라가고 있다. 정당의 비례대표 공천 장사는 거의 사라졌다. 정치인들이 개별적으로 저지르는 공천 비리 정도가 잔재로 남아 있다. 언젠가는 그 잔재도 사라져야 한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2012년 8월 9일 목요일

삼성전자 중국 하청공장 ‘아동노동’…하루 11시간 혹사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8-09일자 기사 '삼성전자 중국 하청공장 ‘아동노동’…하루 11시간 혹사'를 퍼왔습니다.

 
삼성전자의 중국 하청업체인 광둥성 후이저우의 에이치이지(HEG)전자가 미성년자를 고용하고 초과근무를 강요하는 등 노동법 위반행위를 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에이치이지전자 공장에서 일하는 어린 노동자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중국노동감시 제공

“HEG전자, 학생 나이 안묻고 계약…감사회사, 뇌물받고 묵인
”시간당 고작 1400원 주고 하루 11시간씩 한달 28일 일시켜
물·전기 사용료에 소개비도 떼고 아파도 병가 안준뒤 해고
삼성이 감사맡긴 인터텍 불법 묵과…

*HEG전자 :

14살 소녀 우샤오팡(가명)은 회사에서 쫓겨난 것을 설명하면서 통곡했다. 지난 2월부터 일하기 시작한 공장에서 왜 잘렸는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3월께 기숙사에서 공장으로 출근하다 계단에서 넘어져 다쳤다. 하지만 회사는 병원에 갈 시간이나 병가를 허락하지 않았다. 기숙사에서 쉴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는 6일 동안의 임금을 제한 월급을 받았다. 5월에도 너무 아파 병가를 요청했지만 회사는 거절했다. 결국 그는 기숙사에서 휴식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 회사는 다시 월급에서 3일치 임금을 공제했다. 그리고 지난 7월 회사는 아무런 이유를 설명하지 않은 채 그를 해고했다. 우샤오팡은 삼성전자의 중국 하청업체인 광둥성 후이저우의 에이치이지(HEG)전자에서 일했다.미국의 비정부기구인 중국노동감시가 지난 7일 발표한 ‘아동 노동이 있는 삼성전자 하청업체’라는 보고서의 한 대목이다. 중국노동감시는 지난 6~7월 두 달간 한 명은 공장에서 일하면서, 두 명은 외부에서 노동자들을 인터뷰하면서 조사를 벌였다. 이 회사는 삼성전자 등에 납품하는 휴대전화 부품을 생산하거나 디브이디(DVD) 플레이어를 조립한다. 조사 결과, 16살 미만 미성년 노동자가 7명 발견됐다. 또 정확한 수를 파악하기는 힘들지만, 일상적으로 아동 노동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노동법 위반이다.에이치이지전자의 주요 생산라인에는 ‘삼성의 고정자산’(fixed asset of Samsung)이라는 딱지가 붙은 기계들이 설치돼 있다. 이곳에서 2000명가량이 일하고, 그 가운데 미성년 노동자들이 섞여 있다. 삼성전자 소속 노동자도 50명가량 함께 일한다.미성년 노동자들은 방학을 이용해 인턴을 하러 온 직업학교 학생들과 섞인다. 주로 직업학교 교사들이 인턴 학생들과 미성년 노동자들을 한데 섞어 일자리를 구해주는 것이다. 보고서는 “미성년 노동자들이 포장부문에서 일하는 것을 학생들과 노동자들도 확인해줬다”며 “다른 공장에도 아동 노동이 있을 것으로 의심된다”고 밝혔다.미성년 노동자들은 하루 11시간씩 주 6일, 한달에 26~28일을 일한다. 대부분 서서 일한다. 심지어 일하는 동안 구타를 당하기도 한다. 보고서는 “천천히 움직이거나 오작동을 하면 어김없이 팀 리더가 소리를 지르고, 심지어 때리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휴대전화 부품을 화학약품을 이용해 세척하는 경우도 있지만, 관련된 안전 교육은 전혀 없었다. 그렇게 일하는 몫은 시간당 8위안(약 1400원)에 불과하다. 연장근로수당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 대신 기숙사에서 지내면서 물과 전기 사용료 30위안(약 5300원)이나 일자리 소개비로 200~300위안(약 3만5000~5만3000원)이 빠져나간다.중국노동감시는 보고서에서 “인터텍(삼성전자 요청으로 하청업체 노동현장 감사를 벌인)의 감시자들이 공장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하는 대신 불법을 눈감는 사례도 적발됐다”며 “실제로 인터텍의 감사보고서가 이런 문제로 무효가 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삼성전자 입장은

“올 2번 현장조사서 적발못해
재조사해 문제 있으면 시정”

삼성전자는 ‘중국노동감시’의 폭로에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올해 두차례에 걸친 현장조사를 벌이고도 중국 에이치이지(HEG)전자에서 아동노동 등을 적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조사를 나가기 전 해당업체가 미리 조처를 취한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삼성전자는 2007년 10월 전자산업시민연대(EICC)에 가입했다. 전자산업시민연대는 2004년 글로벌 전자업체들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자는 취지로 전자업계의 글로벌 행동강령을 발표하면서 출범했다. 엘지(LG)전자 역시 2010년 8월 가입한 단체로, 회원사는 노동, 윤리, 환경, 안전보건, 경영시스템 등 5개 분야의 행동강령을 준수해야 한다.삼성전자가 낸 ‘2012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의 ‘협력사 시에스아르(CSR)’ 항목을 보면, 아동노동 금지, 근로시간 준수, 임금 및 복리후생, 산업재해 및 질병관리, 대기오염물질 관리 등 준수해야 할 필수사항 20개 문항을 통해 협력업체를 평가하는 등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돼 있다.삼성전자 관계자는 “전자산업시민연대에 따라 매년 협력업체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며 “이번 문제제기에 따라 현장조사를 벌이고 문제가 있다면 적절한 시정조처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에선 삼성전자의 현장조사가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노동조건이나 보건안전 등을 적극적으로 요구하면 협력업체가 불필요한 경영 개입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며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중국노동감시’는

뉴욕·선전에 사무실 둔 NGO
직접 공장에 취업해 실태조사

‘중국노동감시’(China Labor Watch)는 2000년 미국 뉴욕에 설립된 비정부기구(시민단체)로, 그동안 중국 내 공장 노동 실태에 대해 조사를 벌여왔다. 장난감 공장을 비롯해 자전거, 신발, 가구, 의류, 전자제품 등 영역도 다양했다.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하청 생산하는 폭스콘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폭로한 것도 중국노동감시였다. 직접 공장에 취업해 노동 현장을 체험하는 동시에 노동자들과 면담을 통해 과도한 노동시간, 불안전한 노동환경 등을 고발했다.지금은 미국 뉴욕과 중국 선전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뉴욕 사무실에서는 중국 내 노동환경에 관련한 보고서를 내는 동시에 글로벌 기업을 상대로 개선을 촉구한다. 또 선전 사무실에서는 중국 내 노동환경을 감시한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2012년 7월 22일 일요일

올림픽 정신 사고파는 사람들


이글은 Economy Isight 2012-07-01일자 제27호 기사 ' 올림픽 정신 사고파는 사람들'을 퍼왔습니다.
Cover Story: 돈의 향연, 올림픽- ④ IOC 주변을 맴도는 검은 거래들

 
2009년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2016년 올림픽 개최지로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가 선정됐다고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REUTERS

올림픽은 '온 인류의 화합과 평화의 제전'이란 구호를 내세우며 4년마다 열린다. 화려한 개·폐막식, 최고의 힘과 기량을 겨루는 경기들. 시청자는 텔레비전 앞을 떠나지 못한다. 그러나 개최지 선정과 신규 종목 채택 등의 과정에서 막후 거래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청탁, 향응, 검은돈이 오간다는 비판은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1999년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는 정말 큰 시련의 시기였다.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겨울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벌어진 IOC 위원 매수 사건이 만천하에 드러나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언론은 연일 IOC 위원들의 '치사한' 행태를 들춰내기에 여념이 없었다. 미국 의회, IOC의 자체 조사 등이 잇따랐다. IOC는 솔트레이크시티 뇌물 스캔들에 대해 전세계에 사과해야 했다. 향응이나 금전을 받은 IOC 위원 10여 명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위원직을 내놓아야 했다. 한국의 김운용 위원도 구설에 휘말려 국내외에서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IOC 위원장은 직책을 그대로 유지했고,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듯 그대로 치러졌다. 그 사건은 그렇게 잊혀졌다. 그리고 10여 년이 흘렀다. IOC에 대해 구린내 나는 귀가 솔깃할 만한 얘기는 더 나오지 않았다. IOC는 부정부패가 없는 새로운 조직으로 부활한 것인가?
백조가 물 위에서 우아하게 헤엄을 치지만 발은 쉬지 않고 물을 젓고 있다는 평범한 진실을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된다. 최근의 사례로, 우리가 3번이나 도전했던 겨울올림픽 유치 과정을 한번 복기해보자. 2003년 첫 도전 때는 김운용 부위원장과 이건희 위원(현 삼성전자 회장)이 있었다. 하지만 캐나다 밴쿠버라는 강력한 도전자가 있어 완패했다. 김 부위원장이 인정했듯이, 미국의 텔레비전방송과 IOC가 물밑에서 사실상 개최지를 결정한 터여서 애초부터 쉽지 않은 게임이었다.

백조처럼 우아하게 헤엄치지만…

두 번째 경쟁에서 상대는 러시아 소치였다. 평창이 시설 등의 면에서 별로 내세울 게 없었지만 소치는 그보다 더 못했던 듯하다. 당시 독일 좌파 일간지 (타게스차이퉁)은 러시아 관료들과 IOC 위원들이 소치를 개최지로 하기로 협정을 맺었으며, 소치가 평창,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보다 뒤처졌다는 평가위원회의 평가를 올림픽 위원들이 뒤집었다고 보도했다. 소치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았는데 IOC의 고위 간부들이 개입했다는 취지의 보도였다. IOC 위원장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개인 위원들을 임명하도록 돼 있어 위원장이 영향력을 행사하면 가능한 일이다. 러시아가 겨울올림픽 유치에 쓴 돈은 3천만~4천만달러(약 345억~46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언론들은 보고 있다. 체육계의 한 인사는 "IOC 위원들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초청으로 러시아를 다녀왔고, 그 뒤 분위기가 바뀐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모종의 거래가 있었을 것으로 짐작만 할 뿐이다.
러시아는 소치가 유럽인들도 곧잘 가는 유럽과 가까운 흑해 연안의 휴양지란 점을 잘 활용했다. 푸틴은 가스프롬 등 대기업들을 개발에 끌어들였다. 처음에야 돈이 들겠지만 벌써 땅값이 큰 폭으로 올랐고, 나중에 휴양지로 개발이 끝나면 개발이익이 막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슈피겔)은 러시아의 집권층과 기업만이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이익을 얻는 것이 아니라고 분석했다. 외국 기업들도 이미 많은 건설 계약을 체결했고 투자를 준비하는 회사도 많다고 전했다. 기술이 앞선 것은 사실이지만 유럽 기업들의 참여가 꼭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건설공사나 자재 등의 납품 계약을 맺으면서 IOC 위원의 표를 가져오도록 했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기업들이 알아서 표를 모았을 수도 있다. 러시아와 유럽 국가들의 이해관계가 일치했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세 번째 도전에서는 정부나 삼성이나 배수진을 쳤다. 체육계 내부에서는 정부 예산을 받는 공적 기구인 올림픽유치위원회가 쓴 것만도 1천억원은 넘을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여기에다 유치위에 들어가 있던 기업들이 쓴 돈을 합치면 그 몇 배가 될지 쉽게 계산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당시 유치위의 하도봉 사무총장(현재 평창올림픽조직위 기획차장)은 "유치위의 공식 예산은 200억~300억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당시 삼성그룹에서는 이건희 회장뿐 아니라 사장단, 해외 지사장 등이 대거 나서서 물량 공세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진들이 IOC 위원들을 만나 1차 설득을 하고, 갭이 너무 클 경우 이 회장이 나서서 담판하는 경우도 많았다는 후문이다. 이건희 회장이 위원들을 두세 번씩 만났다. 유치 기간 중 그가 외국에 살다시피 했던 점을 감안할 때, 그의 전용기는 공항 격납고에서 편안히 쉴 틈이 없었을 것이다.

자크 로게 IOC 위원장과 집행위원들이 지난 5월 캐나다 퀘벡시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뉴시스 REUTERS

평창올림픽 3수에 들어간 돈은?

한국이나 러시아가 어떤 방법으로 위원들을 구워삶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그전까지 드러났던 사례를 보면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올림픽 뇌물 스캔들의 대표적인 사례인 미국 솔트레이크시티나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에서 일어난 경우를 보면, 선물이나 금품 제공, 여행 경비 제공, 자녀 대학 진학(유학)과 취업, 고가 매매 계약 등이 주로 등장했다. (올림픽의 귀족들)의 저자들은 "어느 나라 올림픽 유치위원회 관계자는 '특정 IOC 위원의 둘째 딸 구두 사이즈를 알고 있을 정도로 IOC 위원들의 선물 목록을 정밀하게 작성했다'고 자랑을 했다"고 적었다. 올림픽 유치 상황을 잘 아는 한 체육계 인사도 "청탁과 금품 제공 등 각종 뒷거래 관행들이 아직도 없어지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올림픽 개최지 결정과 함께 텔레비전 중계권과 광고 스폰서 선정 과정도 일반에게는 알려져 있지 않다. 1972년 뮌헨올림픽 중계권은 750만달러,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은 2500만달러였으나, 로스앤젤레스올림픽 땐 2억2500만달러로 뛰었다. 미국 방송사 (NBC)는 2014~2020년 4번의 올림픽 대회 동안 43억8천만달러에 계약을 맺었다. 한국에서도 방송 3사가 한 신사협정을 파기하고 사태가 발생해 논란이 일어난 적 있다. 이는 중계권료 상승과 시청자의 채널 선택권을 제한하는 악순환을 가져온다.
ISL이라고 있었다. 긴 이름은 'International Sportsculture & Leisure'다. 아디다스의 자회사로 IOC와 국제축구연맹(FIFA),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광고 마케팅을 독점하던 회사였다. 사마란치와 주앙 아벨란제를 등에 업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 회사는 2002년 한·일 월드컵 직전 석연찮은 이유로 망했다. ISL은 IOC와 FIFA에 뇌물을 줬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영국의 탐사보도 전문가 앤드루 제닝스와 바이브 심슨은 바르셀로나올림픽이 시작되기 직전인 1992년 (올림픽의 귀족들)이란 책을 펴냈다. 이들은 결국 IOC 본부가 있는 스위스 검찰로부터 기소돼 벌금형을 받았다. IOC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스포츠계나 학계 등에선 책 내용이 거의 사실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독자들만 공감하며 읽었을 뿐, IOC는 전혀 '개전의 정'을 보이지 않았다. 저자들은 증거를 더욱 보강해 1996년 (올림픽의 귀족들 2)를 출간했다. 제닝스는 2000년 클레어 샘브룩과 공저로 (위대한 올림픽 사기)라는 책을 썼다. 그리고 2006년엔 축구계까지 진출해 (파울! FIFA의 은밀한 세계)를 펴냈다. 제프 블라터 회장이 FIFA를 어떻게 움직이는지 파헤쳤다. IOC나 FIFA가 다 비슷한 메커니즘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한 개인이 기업을 등에 업고 조직을 장악해 전횡을 저지르는 과정이 눈으로 보듯이 그려져 있다.
뇌물 함정취재에 걸려든 FIFA 위원들
제닝스의 책이 예언이 됐다. 단일 종목으로 IOC와 대등한 세력을 가진 FIFA가 발칵 뒤집힌 사건이 2010년 10월 일어났다. 2018년과 2022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을 한 달 남짓 남겨둔 시점이었다. 영국 (선데이타임스) 기자들이 함정을 팠는데, FIFA 집행위원들이 걸려들었다. 돈을 줄 테니 월드컵 축구대회 개최지로 선정해달라는 주문이었다. 아프리카와 오세아니아 집행위원이 뇌물 액수를 구체적으로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물론 축구장 건설 등 대의가 있는 그럴듯한 명분을 걸었다. 그러나 이전의 사례를 보면 대개 개인 박물관이나 재단으로 둔갑하는 경우가 많다. 당시 '함정 취재가 정당한 것이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해당 위원들은 이런 거래에 익숙해 있었기 때문에 먹이가 보이자 진짜인지 가짜인지, 무엇이 들어 있는지 살펴보지도 않고 덥석 물었다. 개최지 선정을 늦추라는 목소리가 높았으나 FIFA는 증거를 대라고 요구하며 선정을 강행했다.
이어 이듬해인 2011년 5월, 이 신문은 또 다른 비리를 폭로했다. 이사 하야투 FIFA 부회장 겸 아프리카축구연맹 회장과 자크 아누마 코트디부아르 축구협회 회장 겸 FIFA 이사가 카타르의 월드컵 개최를 지지하는 대가로 각각 150만달러(약 17억원)를 받았다는 것이다. 일부 집행위원들은 월드컵 유치에 나선 영국에 수십만∼수백만달러의 돈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제안을 받은 당사자가 밝힌 비밀 내용이어서 신뢰할 만했다.
이 사건이 불거지게 된 것은 2018 월드컵 유치에 실패한 영국이 앙심을 먹고 파고들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018 월드컵은 영국·스페인·러시아 등이 경쟁을 펼쳐 러시아로 결정됐다. 또한 2022 월드컵은 한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카타르·미국이 접전을 벌였는데 오일머니를 가진 카타르가 영광의 주인공이 됐다. 이때는 두 차례 월드컵 개최지를 동시에 결정했다. 언론은 폭로하고, 하원이 나서서 청문회를 벌이는 등 양동작전이 펼쳐진 셈이다. 결국 언론이 보도한 내용이 청문회에서 사실로 굳어지는 과정을 거쳤다. 추문이 하나둘 물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더욱이 2011년 6월에는 FIFA 회장 선거까지 겹쳐 혼탁 양상이 더해졌다. 현 회장인 제프 블라터를 공격하기 위해 폭로전을 벌인 것이다. 블라터 회장의 부패와 무능을 드러내는 데는 적절한 무기였던 셈이다. 블라터에 도전장을 낸 무함마드 빈 함맘(카타르)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은 집행위원들에게 돈을 돌렸다는 의혹이 불거져 선거를 불과 사흘 앞두고 낙마했다. 블라터도 비리 사실을 알고도 눈감은 문제로 윤리위원회에 회부됐다. 그러나 그는 이런 공세를 막아내고 4선에 성공했다.

IOC 관계자들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조직위원회 관계자와 함께 경기장 인근 지하철 공사장을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REUTERS

"IOC는 FIFA보다 더하다"

블라터 회장이 기자회견 도중 IOC를 비난하는 말을 했다가 파문이 커지자 자크 로게 위원장에게 개인적인 사과를 한 일은 FIFA가 IOC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블라터 회장은 2011년 초 집행위원들의 뇌물 스캔들과 관련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FIFA는 건전한 조직이다. 오히려 IOC 재정이 훨씬 불투명하다. IOC는 마치 '가정주부'처럼 돈을 받고 그냥 쓴다"고 주장했다. 블라터도 FIFA 회장이 된 뒤 1999년부터 IOC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블라터는 "IOC 위원 정원은 115명이지만 45명만이 스포츠와 관련 있는 사람들이고, 나머지 70명은 개인 자격으로 입성한 사람들"이라고 말한 뒤 "아직도 세계의 왕자와 공주를 찾고 싶다면 대부분 IOC에 있다"고 비난했다. 자신의 조직이 부패조직으로 몰리자 이를 방어하려던 것인데, 너무 큰 상대를 잘못 건드린 것이다. 자신도 IOC 위원인데 자신의 얼굴에 침을 뱉은 꼴이었다.
2011년 말에는 FIFA의 산 증인인 주앙 아벨란제가 비리 문제로 IOC 위원직을 사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FIFA 회장 시절 마케팅 대행사로부터 100만달러의 뇌물을 챙겼다는 제닝스의 주장이 나오면서다. IOC가 그 문제를 밝히기 위해 윤리위원회를 소집하자 곧바로 위원직을 사퇴한 것이다. 윤리위원회는 열리지 않았다. 아벨란제는 1963년 IOC 위원에 피선돼 당시 유일하게 종신위원 자격을 갖춘 인물이었다. 그는 1974년부터 1998년까지 28년간 FIFA 회장을 하기도 했다. 스캔들이 터져도 쉽게 그 실체가 밝혀지지 않는 국제 스포츠 조직의 생리를 어느 정도 엿볼 수 있는 사례다. 그리고 그 정점에 IOC가 있다.

김학준 부편집장 kimh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