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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7월 2일 월요일

[사설] 박원순 시장의 강제철거 제동, 희망이 보인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701일자 기사 '[사설] 박원순 시장의 강제철거 제동, 희망이 보인다'를 퍼왔습니다.

지금도 우리 기억에 생생하고, 영화 으로 재조명을 받고 있는 용산참사는 강제철거가 낳은 끔찍한 비극이다. 용산참사가 일어난 지 3년여가 지났지만 이들처럼 삶이 뿌리째 뽑힐 처지에 놓인 이들이 제2, 제3의 용산에서 지난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최소한의 이주대책마저 보호받지 못한 봉천동 세입자들이 강제철거의 위협을 받고 있고, 용산참사 현장인 남일당 건물의 도로 건너쪽 용산3구역도 강제철거가 예고돼 있다.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 구역의 이러한 강제철거 현황에 대해 실태 조사를 벌인다고 한다. 서울에 봉천구역처럼 강제철거가 임박한 곳이 있는지 살펴보고, 조합과 세입자를 중재해 강제철거를 막아보자는 박원순 시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앞서 박 시장은 충돌이 예상되던 봉천동 재개발구역의 강제철거는 안 된다며 막고 나서 일단 제동을 걸었다.서울시의 강제철거 개입 방침은, 그동안 세입자 문제는 시행사와 조합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손 놓고 있던 행정기관이 사태 해결에 나섰다는 데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오세훈 시장 재임 때엔 세입자들이 시청이나 구청 앞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면, 당국은 ‘생떼거리를 쓰는 사람은 민주시민 대우를 받지 못하오니 제발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는 펼침막을 내붙였다고 한다.서울시는 구역별로 갈등이 첨예하지 않은 단계엔 서울시 갈등조정담당관이 조합과 세입자 간 타협을 모색하고, 철거가 임박한 곳은 고위 책임자를 직접 협상 중재자로 내세울 계획이라고 한다. 강제철거는 법률에 따라 가능한 조처일 수 있으며, 이미 승인이 나고 관리처분이 이뤄진 이상 시가 할 수 있는 강제력은 한계가 있다. 하지만 수십년 살던 주민들이 하루아침에 길거리에 나앉게 됐는데도 강제철거라는 폭거에 행정편의적으로 눈을 감아온 관행은 바뀌어야 한다. 박 시장은 “겨울은 물론 여름에도 강제철거는 안 된다”며 “정 안되면 임대아파트 같은 걸 제시하면서 협상 폭을 넓히도록 하고 부탁이라도 하겠다”고 했는데 그런 자세가 중요하다.근본적인 문제는 재개발사업이 원주민을 폭력적으로 밀어내는 방식으로 진행돼온 데 있다. 개발이익은 정부, 관료, 건설회사에 돌아갔지 결코 주민이나 세입자에게 돌아오지 않았다. 더욱이 조합이 세입자들의 어려운 처지와 무지를 틈타 보상문제를 얼렁뚱땅 넘어가려 하는 바람에 갈등이 되풀이되고 있다.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행정기관마저 열악한 지위에 있는 세입자 보호에 적극 나서지 않는다면 용산참사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2012년 5월 24일 목요일

가격 거품 빠지자 버블세븐 지역서 법정 다툼 크게 늘어


이글은 경향신문 2012-05-24일자 기사 '가격 거품 빠지자 버블세븐 지역서 법정 다툼 크게 늘어'를 퍼왔습니다.
ㆍ미분양·재건축·대출 둘러싼 ‘아파트의 역습’

김모씨(34·여)는 2008년 서울 송파구 오금동에 2억원짜리 전셋집을 구한 뒤 남편과 갈등이 생겼다. 남편 명의로 돼 있는 경기 용인시의 아파트 때문이었다. 이 아파트 때문에 김씨 부부는 금리가 싼 전세자금 대출 대신 일반 대출을 받아야 했다. 매달 내는 이자 차이가 10만원이 넘었다. 사실 용인시 아파트는 명의만 남편으로 돼 있을 뿐 김씨 시부모의 것이었다. 김씨는 남편에게 “전세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용인시 아파트를 팔자”고 했다. 하지만 남편은 “아파트값이 살 때보다 너무 많이 떨어졌으니 다시 오를 때까지 조금만 기다리자”고 했다. 하지만 아파트값은 다시 오르지 않았다. 이 일로 다툼이 잦아진 김씨 부부는 결국 얼마 전 이혼했다.

아파트값 하락세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2006년 월평균 11만7000여건이던 아파트 거래량이 2007년 5만여건으로 줄어들어니 올 들어서는 4개월간 평균 3만7000건으로 급감했다. 아파트값은 지난달 기준으로 2007년 말에 비해 경기 과천시와 용인시가 각각 17.1%와 14.7% 폭락한 것을 비롯해 과거 ‘버블 세븐’을 중심으로 크게 떨어졌다.

숨막히는 ‘콘크리트 숲’ 23일 헬기를 타고 내려다본 서울 송파구 잠실운동장 주변에 고층 아파트들이 줄지어 들어서 있다. 국민은행 아파트 가격지수를 보면 지난달 기준으로 송파구 아파트의 가격은 2007년 말에 비해 8.3% 떨어졌다. 김정근 기자 jeongk@kyunghyang.com

오르기만 하던 아파트값의 하락은 국민들의 일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정 불화의 출발이 되기도 하고, 법정 다툼의 원인도 되고 있다. 가히 ‘아파트의 역습’이라고 할 만하다.

이모씨(44)는 아파트값 때문에 빨리 헤어지고 싶던 아내와 더 오래 다퉈야 했다. 이씨는 결혼 10년째이던 2006년 부인의 불륜 사실을 알았다. 이혼소송을 제기해 2008년 이혼 판결을 받고 양육권까지 조정했다. 재산은 이씨가 60%, 아내가 40%를 갖는 것으로 조정됐다. 하지만 아파트값이 문제가 됐다. 이씨 명의로 돼 있던 용인시 죽전아파트를 법원은 5억원으로 계산해 나누도록 했다. 하지만 이씨는 시세가 떨어졌다며 항소했다. 결국 항소심에서는 아파트값을 4억원으로 보고 나눠갖는 것으로 판결이 나왔다. 그 사이 이들 부부는 원치 않는 다툼을 몇 달 동안 더 벌여야 했다.

재건축아파트 조합원이나 분양자들과 건설사의 다툼도 많다. 모두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지는 아파트값이 원인이다.

김모씨(55)는 2008년 용인시 수지구 신봉지구 아파트를 조합원 자격으로 분양받았다. 김씨는 군인공제회 회원이어서 일반분양가보다 10% 싸게 분양받을 수 있었다. 2010년까지 계약금과 중도금을 모두 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로 미분양이 계속되자 군인공제회에서는 일반분양가를 조합원 분양가보다 낮춰 내놨다. 2008년 당시 7억4550만원이던 157㎡ 아파트의 일반분양가가 2010년에는 7억190만원이 됐다. 김씨는 다른 조합원들과 함께 자신들도 할인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해 시간만 낭비한 꼴이 됐다.

서울 강남 아파트 재건축도 시세하락 분쟁에서 예외는 아니다. 최모씨(56)는 강남구 도곡동에 아파트를 갖고 있었다. 2008년 재건축이 시작됐다. 최씨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조합원 분양을 신청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었다. 일반분양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조합원 분담금이 늘었다. 2009년 최씨는 다른 주민들과 함께 입주를 철회하고 대신 청산금을 달라고 했다. 재건축 조합은 “뒤늦게 조합에서 빠지면 설계도 새로 해야 하고, 비용도 오르게 된다”며 거부했다. 소송이 시작됐다. 법원은 최씨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이번에도 문제는 아파트 시세였다. 최씨 등은 소송을 제기한 2009년 시세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들은 결국 고등법원까지 올라가 얼마씩 양보하는 선에서 조정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시행사 측에서 미분양을 해소하기 위해 일반분양 아파트를 임대주택으로 바꾸면서 갈등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삼성물산은 2007년 대구광역시에 5개 동 467가구의 아파트를 분양했지만 초기 분양률이 20%에 불과했다. 결국 2009년 미분양 가구를 임대주택으로 돌렸다. 넓이에 따라 1억3000만~1억5000만원을 내고 2년 동안 살도록 했다. 입주민들은 ”6억원이 넘어야 분양받을 수 있던 아파트가 1억5000만원짜리 전셋집으로 전락했다”며 시위를 벌였다. 삼성물산은 “우리가 사기분양했다고 허위사실을 유포해 신용을 훼손했다”며 비상대책위원장 오모씨(48)를 고소했다. 오씨는 예상치 못한 검찰 수사를 받아야 했고, 2심에서 업무방해로 유죄 판결까지 받았다.

이범준 기자 seirots@kyunghyang.com

2011년 12월 8일 목요일

[사설]‘강남’ 부추겨 경기 띄우겠다는 12·7 부동산 대책


이글은 경향신문 2011-12-07일자 사설 '[사설]‘강남’ 부추겨 경기 띄우겠다는 12·7 부동산 대책'을 퍼왓습니다.
국토해양부가 어제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제도 폐지, 재건축 초과이익 부과 2년간 중지, 강남·서초·송파 등 서울 ‘강남 3구’의 투기과열지구 해제 등을 담은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올들어 내놓은 6번째 부동산 대책으로 정부가 주택·건설경기 띄우기에 얼마나 집착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제외한 대부분의 투기억제 장치를 푸는 것이 큰 줄기다. 특히 지금까지의 대책들이 부동산 경기 활성화에 별 성과가 없었기 때문에 시장에 파급효과가 큰 강남을 직접 겨냥한 것이 특징이다. ‘집부자’의 세부담을 덜어주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재건축 거래를 제한하는 투기과열지구의 해제, 재건축 사업의 수익성을 높여줄 재건축 초과이익 부과 중지 등이 핵심이다. 값이 떨어지고 있는 재건축 아파트를 주택경기 활성화의 불쏘시개로 삼겠다는 발상이다.

현재 시행을 유보 중인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의 경우 내년에 제도 회복을 앞두고 매물이 급증하는 것을 막고, 자산가들의 임대용 주택 구입을 촉진해 전세 물량을 늘린다는 명분으로 영구 폐지키로 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여당에서조차 반대하는 ‘부자감세’와 연결되는 데다 중기적으로 투기수요를 자극하는 빌미가 될 우려가 있다. 국민주택기금의 생애 첫 주택구입자금 대출의 연장, 보금자리주택의 임대 물량 확대, 대학생용 전세임대주택 공급 등 서민 주거안정에 도움이 되는 방안도 일부 들어 있다.

하지만 ‘12·7 대책’은 경기를 띄우기 위해 주택대출 완화를 뺀 거의 모든 대책을 쓸어담았다고 할 수 있다. 국토부는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계속 추진하고, 수도권 녹지 등 얼마 남지 않은 토지거래 허가구역도 추가로 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건설업체를 돕기 위해 최저가 낙찰제 확대를 유예하고,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을 떠안아주고, 자금조달을 지원하는 방안도 포함시켰다.

주택거래 부진은 주택 소유개념의 변화와 집값 하락 기대 등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나온 대책들과 마찬가지로 ‘12·7 대책’ 역시 실수요자의 거래 활성화에 얼마나 기여할지는 미지수다. 반면 부동산 투기억제 장치의 ‘완전 무장해제’를 추진하는 셈이어서 중기적으로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우려는 적지 않다. 겉으로는 서민 주거안정을 내세웠지만 여당 텃밭인 강남과 건설업계 부담을 더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어서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제동이 필요하다.

2011년 11월 28일 월요일

[사설] 서민 내세워 건설업자와 투기세력 감싸는 국토부장관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11-27일자 사설 '[사설] 서민 내세워 건설업자와 투기세력 감싸는 국토부장관'을 퍼왔습니다.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이 엊그제 박원순 서울시장의 주택정책에 대해 서울시민을 서울 밖으로 몰아내는 반서민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뜬금없는 권 장관의 발언은 부동산 경기 침체와 전셋값 상승에 따른 불만을 서울시에 떠넘기려는 얕은 속셈이 있는 듯하다. 뉴타운 사업 같은 주택정책의 실패에 대해 책임져야 할 당사자는 정부·여당이다. 서민 주거안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서울시를 겨냥해 반서민 운운하는 것은 더없는 적반하장이다.
권 장관은 서울시가 재건축 규제를 안 한다고 하면서도 지나치게 공공성을 강조해 걱정이라고 했다. 녹지율을 많이 확보하고 경관을 생각해 층수를 제한하면 주택 총량이 부족해져 결국 구매력이 떨어지는 계층은 서울 밖으로 밀려나갈 수밖에 없다고 한다. 최근 서울 강남지역 재건축안이 보류된 것을 겨냥해 입맛대로 몰아친 것이다.
그런데 서울시의 재건축·재개발 정책은 큰 틀에서 변한 게 없다. 임대 비율을 높이고 녹지와 아파트 배치 문제 등에서 공공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유도하겠다는 정도다. 강남 재건축안이 보류된 것은 부동산 시장 침체로 재건축에 따른 수익률이 낮아 스스로 속도조절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서울시가 주택 공급을 줄이겠다고 한 적이 없으며 국토부 또한 전세난민을 방지하기 위해 재건축 속도조절 정책을 펴온 터였기에 티격태격할 일이 없다.
박 시장은 공공주택 공급 확대, 뉴타운 사업 재검토, 서민 주거지원책 확대 등으로 서민의 주거안정 유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임대주택은 비율을 낮추자는 게 아니라 현재 4인 가구 중심의 아파트를 1~2인 중심의 아파트로 지어 공급을 확대하자는 것이다. 임기가 끝나는 2014년 6월까지 공공임대주택을 원래 계획보다 2만가구 이상 늘려 8만가구 공급하겠다고 한다. 또 재개발·재건축 속도를 조절하고 기존 주택개량을 통한 마을 공동체를 형성해나가겠다는 것이다.
일부 재개발·재건축 추진 지역의 집값은 사업이 지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면서 시세가 하락하고 있다. 이는 터무니없는 집값의 거품이 빠지고 투기수요가 사라지는 정상화 과정으로 봐야 한다. 물론 개발이익을 기대한 투기세력이나 건설업계에서는 이런 상황이 달가울 리 없다. 국토부 장관이 서민을 내세워 실제로는 건설업자와 투기세력을 감싸다니 한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