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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31일 일요일

이주의 트윗, ‘88만원 세대’ 그리고 6년 후


이글은 한겨레21 2013-04-01일자 제954호 기사 '이주의 트윗, ‘88만원 세대’ 그리고 6년 후'를 퍼왔습니다.

혐오와 희망 공허한 진동
눈부시게 성공하고 참담하게 실패한 (88만원 세대)
입맛에 맞춰 20대를 ‘수꼴’로 부르거나 ‘희망’으로 찬미한 이들

(8만원 세대)를 출간한 지 6년이 되어간 다.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실크 세대 사태’ 가 먼저 떠오른다. 실크 세대란 ‘실크로드 세 대’의 줄임말로 ‘88만원 세대’ 담론이 한창 유 행하던 2008년 말~2009년 초 무렵 (조선 일보)와 변희재씨가 띄우던 세대론이다. ‘88 만원 세대’라는 말 대신 ‘실크 세대’를 써야 하며, 이른바 ‘486세대’를 사회적으로 고립시 켜야 한다는 것이 핵심 주장이었다. 이들이 노리는 정치적 효과가 무엇인지는 명약관화 했기에 나는 일절 대응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필자와 (88만원 세대)를 함께 썼던 우석 훈씨가 갑자기 (한겨레) 지면을 통해 변희 재와 실크 세대론을 지지한다는 글을 발표 한 것이다. 어떤 세대는 유능한데 어떤 세대 는 무능하다는 식의 유사 인종주의적 시각 으로 특정 세대를 배제하자고 선동하는 실 크 세대론은, 청년 세대가 처한 불안정 노동 의 현실을 모든 세대가 연대해 바꾸자고 주 장하는 88만원 세대론과는 이론적으로나 실천적으로나 양립 불가능하다. 나는 곧바 로 우석훈씨의 주장을 반박하고 (88만원 세대)는 결코 (조선일보)류 세대론과 함께 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공저자로서의 인연 도 거기서 사실상 끝났다.
6년이 지나 곰곰 생각해보면 애초에 우석 훈씨가 생각한 세대론은 나의 세대론과는 달랐던 것 같다. 그의 세대론은 특정 세대 에게 선과 악의 낙인을 찍어 한껏 치켜세우 거나 세상에 둘도 없는 말종인 양 비난하는 것으로 비판을 대체해버린다는 점에서, (조 선일보)류 세대론과 본질적으로 동일한 것 이다. 우씨뿐만 아니라 많은 진보적 지식인 들이 그랬다. 촛불시위, 선거 등 중요한 정 치적 국면에서 ‘20대가 보수화되어서 그렇 다’는 식으로 20대 혐오론을 공공연히 유포 했다. 반면 2011년 4·27 재·보궐 선거 직후 에는 20대가 ‘수꼴’이라 욕하던 이들이 돌변 해 20대 찬가를 불러댔다. 진보개혁 진영에 유리한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88만원 세대) 이후 6년 동안 청년 세대에 대한 담 론은 그저 20대 혐오론과 희망론이라는 공 허한 판타지의 양극을 메트로놈처럼 오갔 을 뿐이다. 반면 2009년 대졸 초임 삭감 사 태처럼 청년 세대 전체의 삶을 국가와 기업 집단이 유린하는 중대한 사건이 터졌을 때, 툭하면 “20대의 고단한 삶”을 걱정하며 본 인의 진보성을 과시하던 이들은 대체 어디 에 있었는가.
최근 우석훈씨는 “20대가 책을 읽고도 싸우지 않아서 실망했다”며 돌연 (88만원 세대)를 절판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한 명 의 저자인 나와 한마디 상의도 없이 말이 다. 20대를 도매금으로 묶어 비난하며 절판 의 핑계로 삼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지 만, 고민 끝에 나는 절판에 동의했다. 20대 가 그 책을 읽고 행동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88만원 세대)라는 책의 사회적 역할이 이 제는 끝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88만 원 세대)는 눈부시게 성공했고 참담하게 실 패했다. 애당초 ‘한 방’에 해결될 문제가 아 니었다. 88만원 세대론을 넘어서 더 깊은 고 민과 성찰이 필요한 때다.

박권일 계간 편집위원

» ‘88만원 세대’의 이름으로 벌어진 운동은 있었지만, 아직까지 ‘88만원 세대’의 운명을 바꾸지는 못했다. 2010년 4월 서울 노량진역 광장에서 2030세대의 정치세력화 운동을 벌이는 모습. 한겨레 자료

멘토야 사기꾼이야
‘거짓 멘토링’으로 고소득 올리는 멘토들
차라리 그들에게 갈 돈을 사회구조 개선에 쓰자


“그러니까 남자들은 여자를 멀리하고 자 위를 하는 게 낫습니다.” 클럽에서 자신을 유 혹해오는 여성과 성관계를 맺었다가 돈을 뜯 긴 뒤 여성을 멀리하게 된 미국 래퍼 고 투팍 (2PAC)이 남긴 말이다. 모든 여성이 사기꾼 은 아닐 텐데, 너무 호되게 당했나보다. 여성 을 상대로 마음의 문을 단단히 걸어잠근 걸 보니 말이다. 좀 성급했다는 생각도 들지만, 나 역시 마음을 닫은 대상이 있기에 그 심정 을 알 것도 같다. 일부 ‘사기꾼 스멜(smell) 멘 토’들 때문에 언짢았던 나는, 멘토를 자청하 거나 남들이 멘토라고 치켜세우는 사람들 모 두에게 마음의 문을 닫기에까지 이르렀다.
내가 생각하는 ‘사기꾼 스멜 멘토’는 현 체 제의 문제를 축소하거나 외면하는 이들이다. 이를테면 노력하면 다 할 수 있다는 사람들. 물론 어려운 환경에서 어마어마한 노력을 해 비범한 성취를 이룬 사람도 있지만 이는 극 소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른바 ‘성공’을 이 루는 것이 아니라 그럭저럭 사는 것도 쉽지 않은 저성장 시대다. 점점 ‘괜찮은 일자리’가 줄고 있다. 괜찮은 일자리를 갖지 못하면 내 내 긴 노동시간에 적은 임금만을 받으며 착 취당할 거라는, 그나마도 몇십 년 못하고 잘 릴 거라는 불안감. 이 때문에 괜찮은 일자리 를 갖기 위한 경쟁에 뛰어들고 모두가 죽어 라 노력하니 스펙 과잉 시대가 되고, 들인 돈 은 많은데 본전도 못 찾는 이가 늘어나고.
2007년 발간된 책 (88만원 세대)는 이 런 구조적 문제를 생생히 보여줬고, 그 생생 함 덕인지 청년 현실을 얘기할 때마다 ‘88만 원 세대’라는 용어를 빈번하게 쓰게 됐다. 이 제는 거의 클리셰다. 이 용어가 진부해진 만 큼 청년들이 처한 환경이 어렵다는 건 정설 이 됐고 정치권에서도 청년 걱정을 좀더 하 게 된 것 같다. 그런데도 삶의 불안정성은 여 전하다. 한 치 앞도 안 보인다. 불안하니 찾 나보다. 멘토들 찾아가 얘기 듣고 힐링을 받 거나 꿈을 꾸거나 하며 희망과 위안을 구하 나보다. 그리고 멘토에게 힘 얻어 열심히 자 신을 채찍질하며 다시 달려간다. 가자! 모두 가 향하는 그곳으로! 거기에 뛰어들어 월 88 만원 벌 동안(혹은 ‘열정페이’라는 미명하에 그보다 못 벌 동안) 멘토님들은 연 10억원씩 버실 테다.
누가 멘토에게 10억원을 주는가. 기업에 서 주최하는 강연회에 참석한 멘토는 회당 몇백만원씩 번다 ‘카더라’. 청년들 역시 코 묻 은 돈으로 멘토들이 내는 책을 사준다. 차라 리 그 비용이 사회구조를 개선하는 데 더 쓰 였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투팍의 말을 빌리 자면, ‘청년들은 멘토를 멀리하고 ‘자위’를 하 는 게 낫습니다’. 청년 당사‘자’ 서로가 서로를 ‘위’하고 위로하자는 말이다. ‘자외’도 좋다. ‘자’발적으로 ‘외’치고 서로의 이야기에 귀기 울이자. 서로가 서로의 외로움을 덜어주자. 또한 ‘자위’와 ‘자외’가 축적되면 체제의 모순 을 고발하는 자료가 될 수도 있다. 이를 정책 입안자 면전에 함께 내던지자. 그러니까 모두 제가 만드는 (월간잉여)에 투고를….

최서윤 (월간잉여) 편집장 

2012년 10월 14일 일요일

MBC 1억으로 정수장학회 ‘박정희 사진집’ 발간한다


이글은 한겨레21 2012-10-15일자 제931호 기사 'MBC 1억으로 정수장학회 ‘박정희 사진집’ 발간한다'를 퍼왔습니다.
[표지이야기] 박근혜 멘토 안병훈이 대표인 기파랑의 (사진과 함께 읽는 대통령 박정희)에지난해 MBC 기부금 증액분 그대로 투자… “당연히 로비를 위한 기부금”


MBC가 정수장학회에 대한 기부금 액수를 대폭 증액했고, 정수장학회는 이렇게 확보한 자금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을 미화하는 사업 등에 지원한 사실이 확인됐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줄곧 자신과 “무관하다”고 주장해온 정수장학회가 박 후보를 향한 일종의 로비 창구로 활용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배당금 3천만원, 기부금 20억원

논란의 주인공은 MBC 김재철 사장이다. 사태의 전말을 파악하려면 먼저 정수장학회와 MBC의 독특한 지분 구조를 짚어야 한다. 정수장학회는 MBC 주식 30%(6만 주)와 (부산일보) 주식 100%를 소유하고 있다. MBC의 나머지 주식 70%는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소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MBC는 배당금 명목으로 매년 3천만원을 정수장학회에 지급한다. 문제는 MBC가 기부금 명목으로 정수장학회에 제공하는 돈이다. 이 기부금의 규모는 매년 20억원에 이른다.
1992년 3억5천만원이던 기부금은 매년 10~20%씩 올랐고, 정치권에서 기부금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른 2004년부터 2010년까지는 20억원으로 고정됐다. 그런데 배재정 민주통합당 의원을 통해 (한겨레21)이 입수한 정수장학회 결산 자료와 예산안, 이사회 회의록 등을 종합하면 MBC는 2011년 기부금을 21억5천만원으로 이례적으로 증액한 것으로 돼 있다. 예년보다 1억5천만원이 늘어난 액수다. 정수장학회의 기부금 수입 현황에 따르면 이 돈은 2011년 6월30일과 9월30일 각각 10억7500만원씩 나눠 정수장학회에 지급된다. 기부금 증액이 MBC 이사회에서 결정된 시점은 2011년 5월4일이었다. 방문진이 김재철 사장의 연임을 확정한 것은 같은 해 2월16일의 일이다. 김 사장이 연임에 극적으로 성공한 얼마 뒤 정수장학회에 대한 기부금을 이례적으로 증액한 것이다.
2011년 증액된 1억5천만원의 기부금은 어떤 용도로 쓰였을까. 같은 해 9월21일 열린 정수장학회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그 내역이 상세히 드러난다. 이사회 회의록에 명시된 최필립 이사장의 말이다. “내년 재단 창립 50주년을 맞이하여 설립자이신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을 구상하고 있던 중에 출판사 기파랑에서 박 대통령의 일생을 조명할 수 있는 사진집을 출판하겠다는 계획과 함께 지원을 요청해왔습니다. 1억5천만원을 요청하고 있습니다만 1억원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에 김덕순 이사는 “박정희 시대를 경험하지 못한 젊은이들에게 설립자의 업적을 알리는 좋은 기회도 될 듯합니다”라고 화답한다. 이 안건은 별다른 논의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통과된다. 출판사가 정수장학회에 요청했다는 1억5천만원은 앞서 MBC가 증액한 기부금 1억5천만원과 정확히 같은 액수다. 다만 정수장학회는 이를 모두 출판사에 지원하지 않고 1억원으로 지원금을 한정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사진집 출간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출판사 ‘기파랑’의 대표는 박근혜 후보의 멘토로 잘 알려진 안병훈 전 (조선일보) 부사장이다. 2007년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낸 안병훈씨는 강창희 국회의장, 김용환·최병렬·김용갑 새누리당 상임고문, 현경대 전 의원과 함께 이른바 ‘7인회’ 멤버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 출판사는 안철수 무소속 대통령 후보를 집요하게 공격한 (착한, 너무 착한 안철수)라는 제목의 책을 최근 발간하는 등 극우·보수 성향 학자와 논객의 책을 다수 출간해왔다. 2008년 뉴라이트 계열 인사들이 펴낸 도 이 출판사에서 나왔다. 당시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뉴라이트 교과서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박근혜 후보는 축사에서 “우리 청소년들이 왜곡된 역사 평가를 배우고 있다고 생각하면 전율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것을 바로잡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이 무엇이 있겠느냐”고 힘을 실은 바 있다.

» 정수장학회를 둘러싼 권력의 메커니즘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를 중심으로 작동한다. 박근혜 후보와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 안병훈 도서출판 기파랑 대표, 김재철 MBC 사장(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장학회에 ‘선양사업을 지원’하는 규정

정수장학회의 지원을 받아 발간할 예정인 사진집 제목은 가칭 다. 정수장학회는 지원금 중 절반인 5천만원을 출판사에 이미 지급했다. 기파랑 관계자는 “나머지 5천만원은 책이 나온 이후 지원받기로 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작업 과정에 따라 발간 시점은 유동적이지만 이르면 11월 중에 발간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학사업을 본령으로 삼아야 할 정수장학회가 박정희 전 대통령과 관련된 출판사업을 지원하는 근거는 뭘까. 정수장학회는 정관을 통해 장학회의 설립 목적을 “사회 일반의 이익에 공여하기 위하여 공익 법인의 설립 운영에 관한 법률의 규정에 따라 장학사업·학술·교육·문화진흥사업·도의앙양사업 등을 수행하여 국가 사회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정관은 이를 위해 장학금 지급, 학술연구비 지원 등 정상적인 장학회의 활동 외에도 “학술·교육·문화와 국가 사회 발전에 크게 공헌한 인물의 업적 연구 및 선양사업 장려금 지원”을 명시했다. 최필립 이사장도 이사회에서 “우리 장학회 규정에도 선양사업을 지원할 수 있는 규정이 있다”며 안건 승인을 선언한다. 결국 ‘박정희 사진집’ 출간 지원은 내부 정관에 따른 정상적인 사업일 뿐이라는 게 장학회 쪽의 견해다.
하지만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 박근혜 후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진집 출간 사업을 정수장학회가 지원하는 것을 두고는 정치적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그 지원금은 김재철 사장 체제의 MBC에서 나왔다. 배재정 의원은 “공영방송사가 대선을 앞둔 시점 여당 대선 후보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전직 대통령의 업적을 칭송하는 출판물 간행비를 제공한 것은 매우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2011년의 1억5천만원만이 문제가 아니다. MBC는 올해 5월2일 이사회를 열고 정수장학회 기부금을 27억5천만원으로 높여 책정했다. 예년에 비해 7억5천만원, 전년에 비해서도 6억원이 늘어난 액수다. 이 기부금은 지난 6월과 9월 각각 13억7500만원씩 나눠 정수장학회에 지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기부금을 이례적으로 대폭 증액한 사유가 불분명하다. MBC 쪽은 배재정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영업이익 증가 등을 고려해 2011년과 2012년도 기부액을 책정했다”고만 밝혔다.
김재철 사장의 견해를 대변하고 있는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은 “2011년의 경우 경영 실적이 굉장히 좋았고, 영업이익도 780억원에 달했다”며 “구조적으로 증액의 사유를 정확히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정수장학회 기부금이 20억원으로 묶여 있는 상황에서 그 액수가 너무 적은 게 아니냐는 의견이 반영되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기부금 증액이 정수장학회의 요청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MBC 이사진의 자체적인 결정인지에 대해서 그는 “문건이나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선후 관계를 밝히기는 어렵다”며 “방송계의 여러 행사 등에서 양쪽(김재철 사장과 최필립 이사장)이 교류하고 만나는 과정에서 관련된 이야기가 있었고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기부금 증액을 통해 김재철 사장이 박근혜 후보 쪽에 자신의 입지와 관련된 로비를 시도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이 본부장은 “기부금이 100억원 이상 늘어난 것도 아니지 않느냐”며 “증액 규모만 봐도 얼토당토않은 주장으로 대답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올해 7억5천만원 증액하고 노조에는…

‘영업이익 증가’에 따른 자연스러운 증액이라는 해명은 오히려 의문을 낳는다. 7억5천만원의 기부금 증액이 결정된 올해 5월2일은 ‘김재철 퇴진’을 요구해온 MBC 노동조합의 파업이 한창 진행되던 시점이었다. 이후 회사는 노조에 모두 195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다. 김재철 사장 쪽은 ‘2012년 상반기 경영 현황 분석’이라는 자료를 통해 “1월30일부터 이어지고 있는 파업으로 프로그램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고, 이로 인한 광고손실액 및 회사 피해액은 막대한 수준”이라며 “5월까지 광고매출에서만 전년 대비 98억원의 감소를 보이고 있고 6월 말까지 상반기 예측치로는 282억원의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에서는 “노조의 파업 때문에 경영상의 손실이 발생했다”며 천문학적인 액수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고, 뒤에서는 “영업이익이 증가했다”며 정수장학회 기부금을 대폭 증액한 김재철 사장 쪽 행보는 어지러울 지경이다.
MBC 내부 사정에 밝은 인사들은 한목소리로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용마 MBC 노동조합 홍보국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김재철 사장은 박근혜 후보 쪽에는 인맥이 별로 없기 때문에 그동안 끊임없이 친박에 줄을 대려고 노력해왔다”며 “지난해 늘어난 1억5천만원과 올해의 7억5천만원은 이를 위한 보험금 성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특히 “파업의 손실 명목으로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김재철 사장이 정수장학회 기부금을 대폭 확대한 것은 터무니없을 뿐 아니라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대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문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도 “당연히 로비를 위한 기부금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2011년과 2012년에 걸쳐 증액된 기부금이 모두 장학사업에 쓰인 것도 아니다. 정수장학회의 2011년 결산 자료에 따르면 기부금이 1억5천만원 늘어나는 동안 학생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장학금 증액분은 3천만원도 되지 않았다. MBC 기부금이 전년 대비 6억원 늘어난 2012년 예산안을 봐도 장학금은 1억5460만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대신 정치적 용도로 활용될 소지가 적지 않은 지원사업비는 2억5천만원을 더 책정했다. 수입은 대폭 늘어났지만, 정작 장학회 존립의 핵심 이유인 장학금 지원은 제자리걸음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통해 박근혜 후보와 연을 맺고자 했던 김재철 사장의 ‘눈물겨운 노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김 사장은 지난해 8월과 11월 각각 일본 니가타와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에서 열린 한류 콘서트에 최 이사장을 대동하고 참석했다. 경비는 모두 MBC가 댄 것으로 알려졌다. MBC 대주주인 김재우 방문진 이사장도 동행했다. MBC 사장이 정수장학회와 방문진 이사장을 ‘모시고’ 외유에 나선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정수장학회가 김재철 사장 체제의 MBC를 ‘개인금고’처럼 활용하고 있다는 게 야당의 시각이다. 정수장학회는 기부금과는 별도로 2008년부터 매년 2만달러를 MBC로부터 지원받아 베트남의 비정부기구(NGO)인 ‘국민원조대외조정위원회’(PACCOM)에 장학회 명의로 전달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MBC는 2011년부터 2만달러를 추가로 정수장학회에 지원하고 있다. 이 돈 역시 정수장학회 이름으로 ‘베트남교육진흥기금’(VFPE)에 지원된다. 돈은 김재철 사장의 MBC가, 생색은 정수장학회가 내는 셈이다.

» 서울시 중구 정동에 위치한 정수장학회 사무실. “나와는 무관하다”는 박근혜 후보의 항변에도 정수장학회 문제는 대선 정국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황석주 기자

말 바꾸고 ‘방패막이’ 자임한 이한구

정수장학회를, 그리고 근본적으로는 박근혜 후보를 향한 김재철 사장의 구애는 과연 성과를 거두었을까.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렇다. 지난해 연임에 성공한 김재철 사장의 거취 문제는 지난 4·11 총선 직후 국회 개원을 위한 여야 협상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6월28일 개원 협상을 마무리지으며 “8월 초 구성될 새 방문진 이사회가 방송의 공적 책임과 노사관계에 대한 신속한 정상화를 위해 노사 양측 요구를 합리적 경영 판단 및 법 상식과 순리에 따라 조정·처리토록 협조한다”고 합의했다. 김 사장과 MBC 사태를 대상으로 한 청문회도 열기로 했다. 박근혜 후보 본인이 “MBC 파업이 징계 사태까지 간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라는 의견을 밝힌 것도 그 시점이었다.
정치권과 언론은 이를 사실상 김 사장 퇴진 수순으로 받아들였다. 노조가 170일간의 파업을 끝내고 7월17일 업무에 복귀한 데에도 여야의 개원 합의가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여권 내부에서도 “각종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김재철 사장 체제의 MBC를 떠안고 가는 것은 박근혜 후보 입장에서도 부담스럽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은 터다.
그러나 막상 국회가 열리자 새누리당은 다시 ‘김재철 방패막이’를 자임한다. 총대는 친박 강경파인 이한구 원내대표가 멨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제가 원내대표로 있는 한 그런 일(김재철 사장 퇴진)은 없을 것”이라며 ”그런 (여야의) 합의는 이뤄진 바 없다”고 말을 바꿨다. 여야 원내대표 사이에 MBC 사태 해결을 위한 합의가 있었는지를 둘러싼 진실게임이 벌어졌다. 그리고 8월에는 MBC 사장 임명 권한을 갖고 있는 방문진 이사장에 김재우 전임 이사장이 연임됐다.
정수장학회에 대한 MBC의 전폭적인 지원 확대가 김재철 사장 거취와 관련한 새누리당의 기류 변화에 영향을 끼쳤는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친박계의 한 핵심 인사는 “그런 오해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며 이렇게 말했다. “박근혜 후보가 MBC 파업 사태와 관련해 ‘안타깝다’고 언급한 것은 회사와 노조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준 게 아니다. 파업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순 없고, 그렇다고 어느 쪽을 편들고 싶지는 않았다는 게 박 후보의 솔직한 심정이었다고 본다.” 양문석 방통위 상임위원은 “당시부터 현재까지 친박계 핵심 인사들은 MBC가 저렇게 망가져 있는 것이 대선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며 “김재철 퇴진은 여야 간의 명확한 합의 사항이었다. 이한구 원내대표가 이제 와서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의 ‘침묵’과 새누리당 지도부의 표변의 이유는 김재철 사장의 행보가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김 사장은 MBC의 간판 시사 프로그램인 의 상징적 존재인 최승호 PD와 작가 전원을 해고하는 등 무력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뉴스 보도의 편향성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최근 MBC (뉴스데스크)가 ‘검증’을 명분으로 안철수 후보에 대한 무차별 의혹 제기에 나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최 이사장 2선 후퇴 거부, 그것으로 끝

박근혜 후보는 정수장학회와 자신이 ‘무관한 관계’라고 거듭 강조해왔다. 정수장학회는 공익사업을 위한 법인일 뿐이고, 자신은 이미 이사장직에서 물러났기 때문에 간섭할 수 없다는 논리다. 당내 경선 이후 언론과 한 첫 인터뷰에서 박 후보는 최필립 이사장의 2선 후퇴 촉구를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도 했다. 하지만 최 이사장은 이를 거부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정수장학회는 여전히 ‘대선 후보 박근혜’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그리고 자신의 임기를 대선 이후에도 보장받기를 원하는 한 사람의 불순한 욕망과, 이를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활용하려는 다른 여러 사람들의 욕망이 정수장학회라는 한 지점에서 조우했다. 철학자 이수영은 2009년 발간한 (권력이란 무엇인가)에서 들뢰즈·가타리를 인용하며 “권력이란 존재하기보다 작동한다”고 썼다. 당사자가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정수장학회를 둘러싼 권력의 메커니즘은 박 후보를 중심으로 작동한다. 박 후보와 정수장학회의 관계는, 이수영의 표현을 빌리자면 명사가 아니라 동사다. 존재 여부를 따지기 전에 작동해왔고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나와는 무관하다”는 박 후보의 말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송호균 기자 uknow@hani.co.kr 

2012년 4월 26일 목요일

[사설] 이명박 정권 실세들의 비굴하고 추한 몰골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4-25일자 사설 '[사설] 이명박 정권 실세들의 비굴하고 추한 몰골들'을 퍼왔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 ‘방통대군’ 등으로 불리며 현 정권의 실세로 군림해오던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어제 검찰에 출석해 구속영장 청구를 앞두고 있다. 그런가 하면 또다른 실세로 불리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역시 출국금지와 함께 가택 압수수색을 당했고 ‘영일대군’ 이상득 새누리당 의원도 조만간 검찰에 불려올 처지에 놓였다고 한다.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는 이명박 정권 ‘실세’들의 비리에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다. 아무리 처음부터 이해관계로 맺어진 정권이라 해도 이렇게 처참하게 망가질 수 있는 것인지, 권력무상이란 말로도 이런 황당함을 표현하기에 부족하다.
파이시티에서 받은 돈을 여론조사 등 대선자금으로 썼다던 최 전 위원장은 검찰 소환을 앞두고 돌연 “얼떨결에 한 말”이라며 “개인적인 활동에 썼다”고 말을 바꿨다. 청와대가 나를 보호해줘야 한다는 말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오락가락하는 진술에도 불구하고 형사처벌은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특히 파이시티 대표 ㅇ씨한테서 서울시 등의 중요 심의를 전후해 수시로 현금뭉치를 받았고, 양아들로 불리는 정용욱씨가 파이시티 투자자 모집에 관여했다는 증언까지 나오고 있어 최 전 위원장이 이 사업에 깊숙이 관여하면서 뒤를 봐줬다는 의혹은 커지고 있다.
박 전 차관 역시 이번에는 검찰 수사망을 빠져나가기 어려워 보인다. 민간인 불법사찰과 씨앤케이 주가조작, 이국철 에스엘에스 회장 로비 사건 등 중요 비리 사건 때마다 거론됐으나 한 번도 처벌받은 적이 없다. 그러나 이번엔 그가 서울시 전 정무조정실장에게 전화해 “파이시티 사업이 어떻게 돼가는지 알아봐 달라”고 했다는 당사자의 증언이 나왔다. 어제 자택과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이는 등 검찰 수사가 그를 조여가는 형국이다.
이상득 의원에 대해서도 검찰이 에스엘에스 사건에서 드러난 장롱 속 7억원과 저축은행 구명청탁 관련 4억원 수수 의혹 등에 대해 형사처벌을 검토중이라고 한다. 어제는 그가 박근혜 위원장과의 만찬 자리에서 대선 경쟁자인 이재오 의원과 김문수 경기지사를 험담하며 “대선 필승”을 위한 건배를 제의했다고 한다. 그의 처지가 처지인지라 그런 낯간지러운 발언의 의미가 각별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한때나마 한 나라의 정권을 맡겠다고 나섰던 인사들의 행태치고는 참으로 추하고 비굴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비리를 철저하게 응징하지 않으면 권력부패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역사의 교훈을 되새겨야 할 때다.

2012년 4월 25일 수요일

'최시중 폭탄'에 당황한 검찰 "길게 끌 수사 아냐"


이글은 프레시안 2012-04-24일자 기사 ''최시중 폭탄'에 당황한 검찰 "길게 끌 수사 아냐"'를 퍼왔습니다.
"박영준 10억 줬다" 진술 확보…최시중, 검찰 출두해 '폭탄' 터트릴까?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 의혹과 관련해 "청탁은 없었다"며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자금일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검찰 수사는 '개발 사업 인허가 비리'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최재경)는 24일 "박영준 전 차관에게 파이시티 인허가가 나도록 도와 달라는 부탁과 함께 전달하도록 브로커 이 모 씨에게 10억 원을 건넸다"는 이 모 전 파이시티 대표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전 위원장에게 인허가 청탁 명목으로 수 십억을 건넨 것과 함께, 이 전 대표의 인허가 로비 초기 서울시 정무국장을 지냈던 박 전 차관에게도 돈을 건넸다는 것이다.

앞서 이 전 대표는 2006년부터 지난 2008년 5월까지 브로커 이 씨를 통해 19 차례에 걸쳐 61억 5000만 원을 최 전 위원장과 박 전 차관에게 건넸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브로커 이 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이 전 대표는 서울 서초구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를 복합물류센터로 만드는 사업을 추진했고, 2006년부터 로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 8월 인가 결정을 내렸고, 2009년 사업에 대한 최종 승인이 떨어졌다. 이 전 대표의 로비는 인허가 직전에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



▲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프레시안(최형락)

문제는 최 전 위원장이 브로커 이 씨에게 돈을 받아 대선 자금 성격으로 사용했다고 직접 언급한 부분이다. 최 전 위원장은 전날 "내가 2006년부터 여러 가지 일을 많이 했는데 MB하고 직접 협조는 아니라도 독자적으로 여론조사를 했고 (브로커) 이 씨가 협조를 한 게 있다"고 말했다. "여러가지 협조"는 돈을 받아 썼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 전 위원장은 "정치는 사람하고 돈 빚지는 것 아니냐"고도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상대 검찰 총장은 "길게 끌 수사가 아니다"라고 말했고, 이금로 중수부 수사기획관은 "이번 수사는 대선자금 수사가 아니라 인허가 로비 수사"라고 못을 박았다.

최 전 위원장은 25일 검찰에 소환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최 전 위원장이 대선 자금으로 사용했다고 진술할 경우 검찰 입장은 난감해질 수 있다. 다만 최 전 위원장이 2006년을 언급한 점이 걸린다. 이는 정치자금법 공소시효(5년)를 염두한 발언으로 보인다. 최 전 위원장은 2007년 5월 이전까지만 이 씨에게 대선 자금을 받아 썼다고 주장하면서, 나머지 혐의들은 적극 부인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최 전 위원장의 개인 비리에 집중될 경우, 최 전 위원장이 대선 자금과 관련해 추가 폭로를 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민주 "검찰, '불법 대선 자금' 사건을 '청탁 비리' 사건으로 축소시키나"

민주통합당 박용진 대변인은 "검찰이 최시중 게이트를 단순 인허가 청탁비리 사건으로 축소시키고 꼬리자르기 수사로 일관하려고 한다. 결국 우려했던 대로 검찰이 제한적이고 속이 뻔한 겉치레 수사로 사건본질을 감추려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변인은 "이번 사건은, 청와대가 몸통이고 이명박 대통령이 불법범죄 의혹의 한복판에 서 있는 불법대선자금 사건이다. 이를 외면하려는 검찰의 어떤 꼼수도 좌시하지 않겠다"며 "검찰이 얼렁뚱땅 불법대선자금에 대한 면죄부 수사를 하려한다면 이명박 정권과의 전면전에 앞서 모든 것을 걸고 이명박 정권을 비호하는 정치검찰과 먼저 싸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대변인은 "검찰은 최시중 씨를 즉각 구속하고 불법대선자금 특별수사팀을 구성해서 범죄의혹의 몸통인 청와대를 향해 단호한 수사의지를 보일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박세열 기자

2012년 1월 30일 월요일

KBS는 왜 최시중에 침묵하나


이글은 시사인 2012-01-30일자 기사 'KBS는 왜 최시중에 침묵하나'를 퍼왔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위험하다. 정용욱이라는 최측근이 거액 수뢰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그냥 최측근이 아니다. 최시중 위원장이 정책보좌관이라는 없던 자리까지 만들어 곁에 둔 방통위 실세였고, 최 위원장의 양아들로 불리는 인물이다. 최시중 개인 비서였다가 청와대 행정관이 된 부인과 지난해 10월 같이 사표를 내고 해외 도피 길에 오른 정용욱은 지난달 타이(태국)로 갔다가 최근 말레이시아로 더 깊숙이 숨어들었다. 말레이시아는 범죄인 인도조약이 체결되지 않아 송환이 불가능한 곳이다. 


ⓒ뉴시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세종로 방송통신위원회 기자실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주파수 할당과 EBS 이사 선임에 개입하고, 금싸라기 EBS 사옥 부지를 특정인이 헐값에 차지하도록 힘을 쓰는 데 정용욱 혼자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사건을 ‘최시중 게이트’라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KBS만 봐서는 이런 일을 통 알 수가 없다. 우선 정용욱이란 이름조차 안 나온다(1월8일 KBS 간추린 단신에서 딱 한 번 등장). 취재기자는 실명도 쓰고 속보도 타전하지만 김인규의 KBS는 방송하지 않는다.

부족하나마 김학인 구속(1월3일 밤) 직후 시작된 KBS의 정용욱 수뢰 의혹 보도는 1월6일이 사실상 마지막이었다. 의혹이 구체화되고 사안의 심각성이 커지는데 외려 KBS는 카메라를 꺼버렸다. 케이블 업체에서 5억원을 더 받았다는 의혹도, 검은돈이 최시중 위원장에게 직접 전달됐다는 의혹도, 정용욱이 김학인에게 압수수색 직전에 대비하라고 전화한 사실도 보도하지 않았다(이상 1월11일 기준). 

왜? KBS는 수신료가 걸려 있다. 지난해 방통위가 여론의 반발을 무릅쓰고 수신료 인상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한 빚도 지고 있다. 이런 상식적인 의심을 해소할 책임은 KBS에 있다. 


      ‘용가리통뼈뉴스’는 ‘공갈뉴스’와 싸운다. 어찌 싸우는지 궁금하신 분은트위터에서 @YoToNews를 찾으시라.

2012년 1월 29일 일요일

몰락한 MB정권 탄생 공신 '6인회의'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1-28일자 기사 '몰락한 MB정권 탄생 공신 '6인회의''를 퍼왔습니다.
측근 비리 의혹 등으로 낙마...이명박 대통령 레임덕 가속화



ⓒ민중의소리,연합,뉴시스,청와대 몰락의 길을 걷고 있는 이명박 정권의 실세 '6인회의' 멤버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명박 대통령, 이상득 의원, 최시중 위원장, 김덕룡 의장, 이재오 의원, 박희태 국회의장.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27일 측근 비리 의혹으로 불명예퇴진하면서 이명박 정권 탄생의 1등 공신인 '6인회의' 멤버들 대부분이 몰락의 길을 걷게 됐다. 정권의 방패막이가 됐던 실세들의 몰락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은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MB의 멘토' 최시중 위원장, 이명박 대통령의 형으로 '모든 일은 형으로 통한다'는 뜻에서 '만사형통'으로 불린 이상득 의원, 박희태 국회의장, '왕의 남자' 이재오 의원, 김덕룡 민화협 의장은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의기투합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위원장 등 요직을 맡은 이들 5명과 이명박 후보가 '6인회의' 멤버들이다. 정권 초중반 명실상부한 권력실세였던 이들은 집권 마지막 해에 대부분 측근 비리 의혹 등으로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최시중 위원장은 미디어법, 종편 등 이명박 정부의 방송통신 정책을 총괄하면서 야당의 집중포화를 받았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절대적 신임으로 받아 연임까지 했다. 그러나 양아들로 불린 정용욱 보좌역의 비리 의혹으로 사퇴하기에 이르렀고 검찰의 수사망에도 올라 있다. 

'영일대군'으로 불린 이상득 의원은 측근인 박배수 보좌관이 SLS그룹 등의 구명청탁 대가로 거액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상황에서 8억원의 뭉칫돈이 발견돼 검찰 수사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 의원은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아예 정계를 떠나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박희태 국회의장은 18대 총선 공천에서 탈락하면서 시련을 겪었지만, 양산 재보궐선거 당선에 이어 친이계의 지원을 등에 업고 당 대표까지 했고 이를 발판으로 국회의장까지 됐다. 그러나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이 터지면서 여당에서까지 사퇴 압박을 받았다. 국회의장 임기를 불과 3개월여 앞두고 박 의장은 버티기에 들어갔지만 어떤 형태로든 검찰의 조사를 받을 것으로 예상돼 최대 시련기를 보내고 있다. 

한때 '왕의 남자'로 정권의 2인자로 평가받던 이재오 의원은 18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1년간 미국에 머물러 상대적으로 비리 의혹으로부터는 자유롭지만 당내 무게중심이 친박계로 이동하면서 권력의 중심에서 밀려나 있다. 하지만 심복인 안병용 서울 은평갑 당협위원장이 2008년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으로 구속됐고, 본인은 이번 4.11 총선에서 생존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김덕룡 의장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부인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실형을 받으면서 18대 총선에서 공천에 탈락했다. 진작부터 권력의 중심에서 밀려나 있었기 때문에 권력형 비리로부터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처지다. 4.11 총선을 앞두고 '신당 창당·합류설'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정웅재 기자jmy94@vop.co.kr

2012년 1월 28일 토요일

MB 남은 임기가 불안하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1-28일자 기사 'MB 남은 임기가 불안하다'를 퍼왔습니다.
'6인회의' 몰락과 2선 측근 비리 연루의 교훈 깊이 새겨야

이명박 대통령은 27일 "우리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뛰어 다음 정권에 바통을 넘겨줘야 국가발전이 쉬지 않고 계속 갈 수 있다"고 말했다. 현 정권 최고 실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측근 비리로 불명예 퇴진하는 날 이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공공기관 워크숍에서 임기 말을 `400m 계주'에 비교했다. 그는 "바통을 넘기는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뛰어 바통을 넘겨줘야 다음 선수가 그 속도로 달릴 수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고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27일 전격 사퇴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이 대통령의 '정치적멘토'이자 최측근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실세 중 실세로 통했다. 최 위원장이 측근 비리 등으로 중도 하차함으로써 MB정권 최고 실세그룹인 '6인회의'는 사실상 몰락했다. 지난 대선 때 이명박, 이상득, 최시중, 이재오, 박희태, 김덕룡 등이 발족한 6인회의는 이 후보 캠프의 최고사령탑이자 일등 개국공신 클럽이었다. 이 대통령 당선 뒤 5명의 실세들은 국정과 인사 등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그러나 대통령 임기 1년을 앞두고 이들 몇몇은 비리 연루 혐의 등으로 사법적 심판을 피할 수 없는 입장으로 전락했다. 이 대통령 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은 측근 비리로 곤욕을 치르면서 19대 총선 불출마를 밝혀야 했고, 박희태 국회의장은 돈봉투 사건으로 정치 인생 최악의 상황에 처하면서 의장 자진사퇴 압력에 짓눌려 있다. '왕의 남자' 이재오 의원은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부상과 함께 그 빛이 스러지면서 존재감이 사라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2007년 12월 19일 밤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 앞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화답하고 있다.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6인회의만이 아니다. 이대통령 체제에서 실세 2중대로 군림했던 인사들이 대형 비리 의혹 사건에 휘말리거나 쇠고랑을 찼다. 씨앤케이(CNK)인터내셔널 주가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은 '왕차관' 박영준 (52) 전 지식경제부 차관에 대해 출국금지 조처를 한 것으로 27일 알려졌다. MB 측근이면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윤진식 한나라당 의원이 금품수수 추문에 휘말려 있다. 신재민 전 문광부 차관은 구속상태에서재판을 받고 있다. 

MB 맨들의 악취풍기는 퇴장과 존재감 상실 속에서 이대통령의 레임덕은 대단히 심각한 상태로 진행되고 있다. 한나라당이 박근혜 위원장 체제로 급속히 변화하면서 이 대통령 탈당 까지 언급될 정도로 당이 청와대를 보는 눈은 싸늘하기 그지없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자신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청와대와 거리를 둬야 한다는 결론은 너무 확고하다. 총선과 대선전략의 첫 항목은 청와대와 선 긋기라는 것으로 비춰진다. 

엊그제까지 청와대의 눈짓, 기침소리에 좌지우지되던 한나라당이 언제 그랬느냐 싶게 표변한 것이다. 앞으로 각종 비리 사건의 수사가 진행되고 새로운 권력형 범죄 사건이 터질 경우 청와대는 더욱 고립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 측근들이 연루되거나 이 대통령 본인 연루된 사건들이 줄줄이 검찰 수사 항목에 대기 중이라는 점에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는 가시밭길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유권자가 선출한 대통령이 임기 후반에 식물 대통령이 되는 것은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이런 불행한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한 해법은, 이 대통령을 포함한 역대 대통령이 충분할 정도로 제시한 상태다. 이 대통령의 경우 그의 정치 철학과 인사 정책 등이 오늘날과 같은 불행을 자초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필요하면 여당을 바지저고리로 삼아 국회에서 날치기 처리를 주문하면서 불통의 정치, 완력에 의한 정치를 일삼았다. 정부 고위층 인사에서는 불법, 탈법, 윤리적 일탈 등에 대한 국민적 반감과 혐오감을 무시하는 인선 원칙을 고집했다. 말과 행동이 다른 것도 큰 흠이었다. 정책은 오른쪽으로 급선회하는 쪽으로 밀어붙이면서 말로는 다른방향을 제시했다. 

대통령의 최측근들이 줄줄이 낙마하거나 초라한 모습으로 전락한 것은 그들이 이 대통령과 너무나 닮은 말과 행동을 했기 때문이다. 공직사회가 온통 부정부패의 도가니로 전락한 꼴로 보이는 것도 공직사회의 원칙과 윤리를 대통령이 앞장서 무너뜨린 당연한 결과다. 이 대통령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뛰어 다음 정권에 바통을 넘겨줘야 국가발전이 계속된다"고 말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남은 임기 동안 ‘정치는 정의롭게 도덕적으로 해야 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원칙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