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비핵화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비핵화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13년 5월 13일 월요일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석달만에 간판만 남았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3-05-13일자 기사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석달만에 간판만 남았다"'를 퍼와씁니다.
[정세현의 정세토크] 북한 비핵화 포기한 미국, 들러리 선 한국

"손해보는 장사였다." 정세현 원광대 총장(전 통일부 장관)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결과를 한마디로 이렇게 정리했다. 북핵문제 해결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한미정상회담은 미국의 국익과 연관되어 있는 것들에만 논의를 집중한 채, 우리에게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유의미한 결과를 거의 남기지 못한 채 종료되었다. '북한의 완전 비핵화가 미국의 국익에 별 도움이 못될 것이며,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시리아 사태 해결'이라는 미국의 계산이 미사여구 형태로 반영된 회담이었던 것이다.  정 총장은 특히 이번 회담을 계기로 미국의 한반도 정책이 비핵화가 아닌 비확산으로 전환한 점과 박근혜 정부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한 실행 의지가 없는 것이 확인되면서 앞으로 한반도에 평화도 전쟁도 아닌 불안한 상황이 지속될 것을 우려했다. 특히 북한은 추가 핵실험을 실시할 것이며, 핵무기의 소형화·경량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핵보유국의 지위를 확보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또한 미국의 대중 포위전략에 합세하고 한반도에 MD를 배치하는 것에 대한 내용을 공동선언문에 남겨둔 것은 한중관계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제발전을 지속해야 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외교의 다변화 차원에서 한중관계 심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함에도,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외교, 군사적으로 미국 쪽으로의 쏠림을 심화시키는 결과만 남겼다는 것이다.  다음은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평가와 향후 한반도 정세에 대한 정세현 총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편집자)

 
▲ 박근혜(왼쪽) 대통령과 버락 오마바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일(현지시간)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프레시안 : 박근혜 대통령의 이번 방미가 북핵 문제 해결의 시발점이 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았지만 현상 타개를 위한 새로운 시도는 없었습니다. 이번 한미정산회담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정세현 :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대한 손익계산서를 쓰라고 하면 저는 손해 보는 장사였다고 평가합니다. 그것은 우리에게 중요한 얘기인 북핵문제,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기간 중에 공약으로 내세우고 인수위 때도 그 중요성을 확인했던 한반도신뢰프로세스에 대해서 그야말로 외교적인 언사 이상의 지지를 못 받아냈기 때문입니다. 회담 직후 발표한 '한미동맹 60주년 기념 공동선언'을 보면 미국의 관심사항이 주로 거론되어 있고 우리에게 중요한 문제에 대한 언급은 별로 없습니다.

정상회담의 시기가 박근혜 정부에게 조금 불리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올해가 정전협정 체결 60주년이 되는 해인 데다가 최근 미국은 시리아 문제 해결에 외교력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미국 측에서 북핵문제, 한반도 문제를 책임지고 풀어나가야 할 국무부 동아태차관보가 현재 공석입니다. 따라서 우리 쪽 외교라인에서 우리 문제를 미국과 구체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채널이 없었을 수도 있습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4월 한중일을 다녀갔을 때까지만 해도 북핵문제를 풀기 위한 2자회담이나 4자회담을 할 수도 있다는 얘기를 했는데, 그에 대한 우리 쪽의 후속조치가 미흡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반도 프로세스에 대해서 "박근혜 대통령의 접근 방식과 나의 접근 방식이 유사하다"고 했는데 그게 바로 외교적인 언사입니다. 케리 국무장관은 한중일 순방 후 열린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해 "현재 상태에서 실현하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대화를 해가면서 북핵문제를 풀겠다는 것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인데, 미국 측은 대화를 통해 풀 상황이 아니라는 입장을 확인한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교라인으로 미국을 움직이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상회담에서 우리가 강력하게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중요성을 주장하고 "미북대화에 나서 달라"는 식으로 요구했다면, 미국도 공동선언에 그에 대한 표현을 넣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한국 측에서 이러저러한 요구가 있었고, 미국은 이를 충분히 경청하였으며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한 협의를 계속해 나가기로 하였다' 정도의 표현이라도 넣을 수 있었을 텐데, 그런 것이 전혀 없었습니다. 우리 측에서 얘기조차 꺼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런 걸 종합해보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입안했을 때의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남북관계관이 대통령 취임 이후 3개월을 지나면서 바뀌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사실상 간판으로는 걸어놓았지만 그걸 진지하게 추진할 의지가 사라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의지가 정말 강했으면 공동선언 어딘가에 그에 대한 표현이 들어갔었겠죠.

이제 케리 국무장관이 4월 중순에 한중일을 다녀가면서 남긴 얘기 중, "9·19공동성명으로 돌아가야 하며 이를 위해선 6자회담은 물론 2자회담, 4자회담도 가능하다"고 했던 건 흘러간 얘기가 되어버렸고 중국역할론만 남은 상황입니다. 실제로 케리 장관은 중국에 대해 북핵 문제해결에 나서달라고 했어요. 그 말은 자기들은 시리아 문제 때문에 정신이 없으니 북핵문제는 중국이 관리해달라는 얘기인데, 저는 중국역할론이야말로 미국의 착각 중의 착각이라고 봅니다.

세 가지 정도로 볼 수 있는데, 하나는 중국이 북핵문제를 풀기 위해서 미국식으로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근본적으로 북핵문제는 미국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것입니다. 북한이 핵카드를 통해 받아내려고 하는 것들 중 중국이나 한국의 힘만으로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미북수교, 평화협정, 경제지원은 미국이 결심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마지막 하나는 지금 동북아 혹은 아시아 전체의 패권을 놓고 미국과 중국이 경합국면에 들어가는 상황에서, 중국이 미국 심부름이나 하고 있겠냐는 것입니다. 중국역할론은 따지고 보면 미국이 중국에게 심부름을 시키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중국역할론에 대해 우리 정부에서도 기대를 걸고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중국이 북한에 대한 제재를 시작했다, 3차 핵실험에 대한 유엔제재를 충실하게 이행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미국이 얘기한 대로 중국이 적극적으로 움직인다면 북핵문제가 해결될 수 있으니 그때까지 기다려보자'는 쪽으로 입장을 정한 것 같습니다. 정상회담 뒤 진행한 기자회견 일문일답 과정에서도 그런 뉘앙스가 짙게 풍겼습니다.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주면 대화를 할 수 있다고 말하고, 한미가 모두 대화의 문호는 열려 있다는 식으로 얘기했는데 '대화의 문호가 열려 있다'는 표현만큼 소극적인 외교 자세는 없습니다.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고 했는데, 북한을 대화의 문으로 나오도록 하는 요인은 일체 없었습니다. 북핵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이 정부에 없지 않나, 그러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시작도 못하고 마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듭니다. 박근혜 정부 시기의 남북관계가 이명박 정부 시기와 같은 길을 걷게 되는 것인데, 이명박 정부 때는 '비핵개방 3000'을 분명히 내세웠기 때문에 처음부터 기대를 안 했어요. 그건 순서가 뒤바뀐 얘기였거든요. 실망할 것도 없었다고 봐야죠.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이전 정부와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겠다고 공언했고, 인수위 때도 강조했었습니다. 3월 27일 열린 통일·외교부 업무보고에서도 남북대화를 해나가면서 북핵문제 해결의 길도 찾겠겠다고 밝힌 바 있었죠. 이번 정상회담에서 완전히 그 기대를 저버리게 만들었기에 실망이 더 큽니다.

프레시안 : 한국이 손해 본 장사라고 하셨는데, 국내 언론 대부분은 이번 미국 방문이 대단히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정세현 : 그건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우리 외교의 목표를 단순히 한미관계의 유지·발전에 둔다면 손해를 본 건 아니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한미관계가 외교의 전부였던 시절의 관점으로 보면 이번 외교는 성공한 거예요. 하지만 6.25 이후 60년 동안 미국의 안보우산 밑에서 충분히 경제력을 키웠기 때문에 이제는 이 경제를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외교의 다변화가 이루어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한미동맹이 60년이 넘었는데, 언제까지나 똑같은 스타일로 한미관계를 끌어 갈 수는 없는 거죠. 두 세대가 지나갔는데, 이제 제2의 과정을 시작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한국 외교가 지난 60년 동안 미국 중심, 안보 중심으로 여기까지 왔다면 이제 부터는 좀 동북아에서도 외교의 다변화, 주변국들과의 균형외교 쪽으로 가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발표한 한미 공동선언문은 앞으로 한중관계를 풀어나가는 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선언문 내용을 보면 미국의 대중 포위전략에 한국이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식으로 판이 짜여 있어요. 공동선언문을 보면 "21세기의 새로운 안보 도전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동맹을 계속 강화시키고 조정해나갈 것이다"라는 부분이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21세기의 새로운 안보도전'이라는 건 북핵문제를 뜻하는 게 아닙니다. 북핵문제는 이미 20세기말부터 지금까지 현재진행형인 도전이죠. 여기서 말한 새로운 안보 도전은 미국 중심의 동북아 군사질서에 대한 도전을 얘기하는 것입니다. 도전의 주체는 중국일 수밖에 없습니다. G2 반열에 올라온 중국을 얘기하는 것이죠. 박 대통령이 다음 달에 중국을 방문한다고 하는데 앞의 내용 때문에 중국의 의심을 살 수 있고 협조를 받아내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미국과 손잡고 중국의 부상을 억제하겠다는 내용인데, 중국과의 관계에 대한 어떤 고민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지금 중국은 시진핑 시대에 진입한 이후 중화부흥(中華復興)을 공개적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중국몽(中國夢)이란 말도 많이 쓰죠. 과거 천하를 호령하던 중국의 위상을 다시 구축 내지 회복하는 게 중국의 꿈이라는 겁니다. 이게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는 굉장히 위험한 도전인 거죠.

최근 들어 중국의 군사비는 지속적으로 증강하고 있습니다. 세계은행과 골드만삭스는 2025년경 중국이 미국의 GDP 규모를 추월할 것으로 내다봤고, 국제통화기금(IMF)은 PPP(실질구매력)를 기준으로 한 중국의 GDP총액이 2016년에 미국을 앞설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21세기로 넘어오면서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경계심이 부쩍 늘었고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도 그러한 맥락에서 (ON CHINA)라는 책을 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도 그런 전체적인 흐름에 영향을 받았을 것입니다. 2009년 11월에 중국을 첫 방문한 자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앞으로 4년 동안 10만 명의 학생을 중국에 유학 보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실제로 현재 많은 미국 학생들이 단기 연수나 유학으로 중국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중국어를 배우는 미국 고교생들도 늘고 있고, 중국 전문가가 되기 위해 전공을 선택하는 대학생들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이처럼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경계심이 커지는 가운데, 중국은 시진핑 시대로 넘어오면서 미국과 협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미국의 중국 포위전략을 견제하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어요. 아프리카 외교 강화라든가 러시아와의 관계 복원 등도 그 예입니다. 작년에는 한미일 서해 연합함대훈련에 대응하기 위해 서해에서 러시아와 합동 해상군사훈련을 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이 북핵문제를 구실로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미사일방어망(MD) 구축을 얘기하는 것이 중국 입장에서는 대중 포위 압박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죠. 얼마 전 케리 국무장관이 "중국이 나서서 북핵문제를 해결해 비핵화가 이뤄지면 MD를 축소할 수도 있다"는 식으로 본심을 드러낸 적이 있습니다. 이는 동북아 MD 배치가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점을 자백한 거나 다름없습니다. 케리가 순진했죠.

프레시안 :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 해결은 사실상 포기한 반면, 미국의 대중국 포위전략에 끌려들어 가는 등 미국의 장단에 놀아난 셈이다, 이런 식으로 우리가 미국편에 서면 한중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거란 말씀이군요.

정세현 : 겉으로는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격상한다고 모양새를 만들어 놓고 실질적 내용에 있어서는 미국 중심의 외교, 미국의 국익을 증대시키는데 협조하는 결과가 되어버린 겁니다. 우리 문제는 하나도 얘기를 못한 채 말이죠. 공동선언문 중 "북한의 도발로부터 양국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한 공동의 대응 노력과 함께, 정보·감시·정찰 체계 연동을 포함한 포괄적이고 상호 운용 가능한 연합방위력을 지속 강화해나갈 것이다"라는 부분은 사실상 MD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이 내용을 볼 때 미국은 이미 북핵을 원천적으로 없애버리는 비핵화 수준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생각은 접은 것으로 보입니다. 핵의 외부 유출만 막는 비확산을 미국의 정책 목표로 정했기 때문에 MD 얘기를 숨겨놓은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한테는 죽고 사는 문제인 북핵문제 해결에 대해 미국은 막상 늑장을 부리고 중국에게 해결을 맡기면서 자신들은 시리아 문제에 올인 하고 있는 것도 그런 흐름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거나 미국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했다는 것인데, 아마 후자일 거라고 봅니다.

프레시안 : 그렇다면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북핵 문제 해결에 적극적 의지가 없고, 한국 역시 주도적 역할을 할 생각이 없다는 게 확인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까?

정세현 : 그렇죠. 하지만 한국은 그러지 말았어야 했어요. 죽으나 사나 비핵화를 밀어붙여서 미국이 그쪽으로 나오도록 해야 했습니다. 미국의 본심은 비확산일지라도 공식입장은 비핵화였기 때문에 그에 대한 약속을 지키라고 몰아붙였어야죠. 지난번 정세토크에서 "5년 뒤에 '박근혜 핵폭탄'이란 누명을 쓰기 싫으면 평화협정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었는데, 그런 것들에 대한 문제의식이 처음부터 없었던 것 같아요. 박근혜 정부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만 얘기해놓고 그 입구인 남북대화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고만 얘기하고 있습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진행하려면 우리 쪽 대화의 문을 얼어 두여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쪽 문 앞으로 가서 북이 나오도록 불러내야 합니다.

프레시안 : 북핵 문제와 관련해 미국은 비핵화보다는 비확산으로 입장을 정했고, 한국도 주도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이란 게 확실하다면, 앞으로 한반도 상황은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정세현 : 비핵화가 아닌 비확산으로 방침이 굳어져 미국과 그런 방향으로 같이 가게 된다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그 어떤 것도 실행할 수 없을 것입니다. 아마 보수 성향의 박 대통령 지지자들도 이런 식의 상황진전을 반기지는 않을 겁니다. 반대할 가능성이 커요. 북한이 핵을 가지는 조건에서 핵을 머리에 이고 살아야 할 거 아니냐 하는 문제죠. 이 조건에서 무슨 남북대화고 교류협력이냐 하는 반발이 나오게 될 겁니다. 결국 지금과 같은 상태로 가게 되는 것입니다. 북핵문제는 방치되고 남북관계는 막히고...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입구가 남북대화이고 출구는 북핵문제 해결인데, 박근혜 정부가 스스로 나서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작동할 수 없도록 미국의 외교방침에 협조해버렸습니다.

북한은 앞으로 핵무기의 소형화·경량화를 추진해나갈 겁니다. '결국 핵카드를 통해 받아낼 수 있는 건 없어졌다. 이런 식이라면 수교도 틀렸고 경제지원도 평화협정도 기대할 수 없다. 결국 오바마 정부나 박근혜 정부에게 기대할 게 없다'고 생각하고, 금년 초 발표했던 대로 '핵무장과 경공업 발전 병진'이라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어요. 그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그런 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는 식으로 얘기한 적이 있는데, 그런 것에 대해 시비 거는 것도 당국 간 대화 여지를 스스로 차단하는 것입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내정간섭으로 느껴질 수 있죠. 상대방을 인정하려면 그런 노선에 대해서는 시비를 걸지 말아야죠. 속으로는 마음에 안 들겠지만 겉으로 그런 것까지 간섭하려 들면 안 되죠. 북쪽 입장에서는 우리 길을 간다, 마이웨이 하겠다 할 수밖에 없죠. 첫 단추를 잘못 끼웠기 때문에, 앞으로 상황이 바뀐다고 해도 새로 판을 짜기가 어렵지 않겠나 싶습니다.

프레시안 : 오바마 1기가 출범할 때만 해도 미국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기대가 많았는데...

정세현 : 우리가 오바마에게 기대를 걸 수밖에 없었던 게 오바마가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연설을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노벨평화상 수상도 사실 그러한 구상 때문이죠. 그러나 실제로 '핵무기 없는 세상'에 기여한 바는 습니다. 노벨상을 가불해준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그래놓고는 핵무기 없는 세상과는 관련 없이 미국의 군사적해외 개입을 늘려나가는 쪽으로 가면서 북핵문제를 우선순위에서 밀어내더니 나중에는 '전략적 인내'란 말로 정당화했습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2009년 1년 동안 북핵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명박 정부의 반대와 오바마 정부 내 비확산론자들의 벽에 부딪혔다고 볼 수 있습니다. 힐러리 국무장관은 비핵화로 가려 했다고 봅니다. 힐러리 장관의 구상대로 미국이 해준다면 북한이 비핵화를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결국 벽에 부딪혀 비핵화를 포기하고 미국도 전략적 인내로 정당화하면서 상황관리 쪽으로 가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나마 힐러리는 대선후보였기 때문에 오바마 1기 정부에서 발언권이 있었어요. 자기의 판단을 정책으로 발표할 수 있는 힘이 있었는데 케리는 그보다 약한 듯합니다.

프레시안 : 지난번 정세토크에서 매년 봄이면 북한위협론이 제기되는 이유를 미국의 예산심의 일정을 연관시켜 말씀하신 적이 있었는데요.

정세현 : 1983년인가 84년인가, 4월쯤에 한 일간지에 칼럼을 하나 쓴 적이 있어요. "해마다 봄이 되면 북한군 전진배치설이 나온다"로 시작하는 글이었죠. 1980년대는 1961년부터 시작된 남한의 군사정권이 북한의 대남위협 때문에 안보강화를 해야 한다는 논리를 통해 군사정권의 존재 이유를 국민에게 설득하고 인식시키던 시대입니다. 툭하면 북한 핑계를 댔죠. 도발가능성, 북한군 전진배치 등. 그런데 이런 것들은 국내정치적인 필요도 있었지만, 미국의 국방 예산을 심의하기 전에 항상 미국발로 나오던 정보였습니다. 1970년대부터 거의 매년 봄만 되면 전진배치설이 나오는데, "그런 식으로 전진배치 한 걸 모두 합산하면 지금쯤 북한군은 제주도 남쪽에 가 있어야 한다"는 식으로 제가 썼던 일이 있습니다.

이번 박근혜 정부 들어 초기부터 북한의 도발과 위협이라는 것을 언론에서 부각시키지 않았습니까? 어떻게 보면 보수언론에서 박근혜 정부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시작할 수 없도록 상황을 만든 측면도 있었다고 봅니다. 그렇게 된 상황의 원인을 설명하지 않고, 북한의 행동만 보도하면 '저들과 무슨 대화며 신뢰냐' 하는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죠. 그런 주장이 대세가 되면 신뢰프로세스는 못 하게 되는 거죠. 올해 독수리 훈련(3월 1일~4월 30일)이 예년에 비해 유난히 강도가 셌어요. B-52 전략폭격기, B2 스텔스 폭격기, 핵잠수함, 구축함 등이 동원되어 고강도 훈련을 했습니다. 우리 쪽에서는 통상적이고 방어적인 훈련이라고 하지만, 북한 입장에서는 해마다 되풀이되는 위협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남쪽의 새 정부와 미국의 2기 오바마 정부가 새로 출범하면서 세게 나오는 이유가 둘이 손잡고 우리를 정말로 없애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그런 판단을 했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극력 저항을 한 것이죠. 우리 쪽에서 보면 도발 위협이지만 북 입장에서는 저항이자 반발이죠. 그렇게 북한이 극력 저항, 반발할 수 있는 밑자리가 독수리 훈련이 아니었나 싶어요.

그렇다면 미국은 왜 그랬는가? 미국의 예산제도를 보면 매년 5월 15일부터 하원에서 세출예산 심의가 시작됩니다. 그전에 2월 첫째 월요일까지는 대통령이 연방정부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해야 해요. 상하원 각 위원회는 6주 내에 각원 예산위원회에 예산평가보고서를 제출합니다. 정부안을 받아서 실무자들이 1차적인 코멘트를 달아 위원회 위원들에게 제출하는 거죠. 4월 15일까지 상하원에서 예산심의할 것을 결정하는 조치를 취하게 되고, 5월 15일부터 하원에서 예산심의서를 세부적으로 검토하게 됩니다. 6월 30일까지 하원에서 13개 세출예산안을 통과시킵니다. 그리고 7월에는 하원에서 통과시킨 세출예산안을 상원에서 심의하게 됩니다. 7월 15일 대통령이 수정예산안을 제출하고, 9월 30일 대통령이 최종 서명하면서 예산안은 확정됩니다. 그리고 10월 1일부터 새 회계연도가 시작됩니다.

중요한 것은 3월 중순부터 5월 15일까지 두 달은 예산심의 관련한 각종 평가보고서가 나가는 시점이라는 점입니다. 미 국방부 쪽에서는 기존 예산을 삭감당하지 않기 위해서 필요에 따라서는 미군이 나가 있는 지역에서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것이죠. 올해 유난히 훈련강도를 높인 것은 이번 2기 오바마 정부가 재정절벽 상태에서 출범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북한으로 하여금 극력 저항, 반발하게 만들어서 북한위협론을 명분으로 주한미군과 주일미군 예산을 깎지 않게 하려는 계산이 작용했었지 않나 싶습니다.

프레시안 : 하지만 독수리훈련의 강도가 세진 것은 올해 2월 북한이 감행한 3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이었다고 볼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정세현 : 북한이 그 일정을 의식했다고는 보기가 힘듭니다. 그것과는 별개로 움직인 것이죠. 독수리훈련은 북한의 핵실험 이전인 작년 가을부터 계획되어 있던 것이고, 3차 핵실험에 대한 미국의 대응은 유엔 결의안을 통해 결론이 난 것이죠. 3월부터 더해진 것은 재정절벽 상황에서의 예산편성 문제 때문에 국방예산을 삭감당하지 않기 위한 근거자료라고 볼 수 있죠. 미국 정부부처 간 이해관계나 의회 내 삭감파와 유지파 사이의 경쟁 속에서 우리는 곡조도 모르고 대북강경파 논리나 쏟아냈던 거죠.

개성공단 건도 북한으로서는 미국의 동북아 긴장조성에 우리가 협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질러봤던 카드라고 봅니다. 그런데 우리가 거기에 대해 더 세게 나가버리니까 북한의 퇴로가 없어진 것이죠. 이명박 정권 때도 그런 식으로 통행제한을 한 적이 있지만 나중에 풀렸거든요. 하지만 이명박 정권 때는 독수리 훈련이 이렇게 세지 않았었죠. 이명박 정부때 개성공단 문제가 터진 시점이 군사훈련 시기도 아니었고요. 올해 북한이 고강도 독수리 훈련에 대해 반응을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것을 개성공단과 연관시켜 강하게 나갈 수밖에 없었겠죠. 박근혜 정부로서는 운이 안 좋은 측면도 있어요.


▲ 미국 스텔스 전략 폭격기 B-2 ⓒ뉴시스

프레시안 : 그렇다면 앞에서 말씀하신 북한, 그리고 남북관계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이 바뀌게 된 계기가 됐던 게 개성공단 문제일까요?

정세현 : 그럴 거라고 봅니다. 사실은 그 개성공단 문제를 계기로 남북대화를 시작했어야 했어요. 당시 당국 간 접촉이 필요한 상황은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북한이 개성공단에서 종업원 철수 등의 강경조치를 취하게 된 건 김관진 국방장관의 인질구출 얘기라든가, '북한은 돈 때문에 개성공단을 폐쇄하지 못할 것'이라는 보수언론의 달러박스론 등 때문이었는데, 그에 대해 강하게 반응하면 남쪽에서 회담을 하자고 나오지 않겠는가, 그러면 거기서부터 박근혜 정부와 남북관계의 새 판을 짜나갈 수 있지 않겠나 하고 기대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나가면 개성공단 투자도 늘리고 금강산 관광도 재개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며 크게 질렀는데, 이쪽에서 잘라버린 것이죠. 그런 식으로 강하게 나가게 된 것은 독수리 훈련과 관련된 한반도 군사상황, 그에 대한 북한의 격렬한 저항과 반발에 대해 단호한 반응을 보여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으로 한 것 같습니다. 그때 이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사실상 포기한 상태였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프레시안 : 그런 식이라면 미국이 한반도에서 추구하는 전략적 목표는...

정세현 : 핵비확산과 MD라고 할 수 있죠. 그냥 이런 식으로 가게 될 겁니다. 우리는 전쟁도 평화도 아닌 상태에서 분단 극복은 엄두도 못 낼 것이고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도 기대할 수 없을 겁니다.

프레시안 : 북핵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남북이 계속 대치 상태에 있다면, 바로 이런 상황이 미중관계를 더욱 갈등 쪽으로 몰고 가는 요인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드는데요?

정세현 : 북핵문제가 미국이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명분이 되어버렸습니다. 미일동맹 강화 내지는 일본의 방위력 증강, 한미동맹 강화를 통한 안보협력, (공동선언에 있듯이) MD 배치 등을 추진하면서 중국을 견제하면 중국도 대응하기 위해 국방예산을 더욱 증가시킬 것입니다. 우리 입장에서, 안보는 60년 이상 미국에 의존해 와서 쉽게 벗어날 수 없지만, 경제발전을 지속하려면 한중관계를 원만하게 풀어가야 하는데, 이렇게 완전히 미국 쪽으로 쏠린 상황에서 경제 쪽만 중국과 손잡고 잘해보자고 할 수 있을까요? 박근혜 정부는 집권 5년 동안 한중관계를 심화·발전시켜서 경제 면에서 G10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현재 그 입구인 한중관계를 막는 상황이 되지 않았나 하는 우려가 듭니다. 미국의 대중국 압박에 동참하면서 무슨 재주로 한중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겠습니까? 중국이 그것도 못 읽어낼까요? 다음 달 예정되어 있는 중국 방문 계획이 외형상으로 보면 한미관계와 한중관계의 균형을 잡겠다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내용적으로는 이번 한미정상회담 때문에 균형을 잡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미국이 한국을 자기 편으로 확 끌어당겨 버린 것이죠. 앞으로 미중관계에서도 미국의 전략은 북핵문제를 활용해서 군사적으로 중국에 압박을 가하고 포위하는 쪽으로 나가겠죠.


/임경훈 서해문집 편집인(정리)

2013년 3월 7일 목요일

차원이 다른 반발...북한, 정말 도발하나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3-03-06일자 기사 '차원이 다른 반발...북한, 정말 도발하나'를 퍼왔습니다.
[정욱식 칼럼] 북한의 정전협정 백지화 선언과 한반도의 운명

한반도 정세가 벼랑 끝으로 치닫고 있다. 위기는 한미연합훈련인 키 리졸브·독수리 훈련의 실시와 북한의 반발이 맞물리는 매년 3월에 연례행사처럼 반복돼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여러모로 이전과는 차원이 다르다. 

우선 악순환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 올해 1월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채택 →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 유엔 안보리의 추가 제재 합의로 이어지고 있는 악순환은 좀처럼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냉각기를 거쳐 대화 국면으로 접어들었던 과거의 패턴과는 일단 달라진 양상이다. 

북한이 정전협정 백지화를 선언하고 나선 것도 예사롭지 않다. 지난 5일 북한군 최고사령부 대변인은 유엔 제재와 한미합동군사연습 그리고 '선제타격론' 등 남한군 고위당국자의 발언을 맹비난하면서 세 가지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위협했다. 

첫째는 "(미국의 적대시 정책에 맞서) 강력한 실제적인 2차·3차 대응조치를 연속 취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다. 둘째는 키 리졸브 시작일인 "3월 11일 그 시각부터 형식적으로나마 유지해오던 조선정전협정의 효력을 완전히 전면 백지화해버릴 것"이고 "정전협정의 구속을 받음이 없이 임의의 시기 임의의 대상에 대해 제한 없이 마음먹은 대로 정밀타격을 가하고 민족의 숙원인 조국통일대업을 앞당기자는 것"이라는 위협이다. 셋째는 "우리 군대가 잠정적으로 설립하고 운영하던 조선인민군 판문점 대표부의 활동도 전면중지하게 될 것"이고 "판문점 조미 군부전화도 차단하는 결단을 병행해 내리게 된다"는 통보다. 

북한이 위협한 "2차·3차 대응조치"는 유엔 안보리의 추가 제재 결의에 맞선 추가적인 핵실험이나 장거리 로켓 발사를 염두에 둔 표현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정전협정 백지화와 함께 판문점 대표부의 활동 중단 및 이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로 북미간의 군전화 차단을 선언한 것은 사실상 마지막 남은 정전체제 관리기구마저 무력화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의 노림수는?

▲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 2월 23일 평양 인민무력부 청사의 김일성ㆍ김정일 동상 앞에서 '전군당강습지도일꾼회의' 참가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이처럼 올해 들어 초강경 카드를 잇달아 꺼내들고 있는 데는 크게 세 가지 의도가 내포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미국의 적대시 정책과 유엔 안보리의 불공정성을 문제 삼으면서 핵보유국 지위를 굳히려고 한다는 것이다. '핵과 위성'을 김정일의 최대 업적으로 삼고 개정헌법 전문에도 핵보유국을 명시한 김정은 체제는 올해 들어 6자회담의 9·19 공동성명과 한반도 비핵화의 종말을 선언한 상태다. 

둘째는 한반도 위기를 최대한 고조시켜 미국에게 평화협정 협상에 응할 것을 압박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1월 23일 자 외무성 성명을 통해 "앞으로 조선반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대화는 있어도 조선반도 비핵화를 논의하는 대화는 없을 것"이라며 한반도 평화협정 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정전협정 백지화 선언은 '전쟁이냐, 평화냐'를 양자택일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고,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의 위상을 "조선반도의 평화체제수립을 위한 협상기구"라고 언급한 것도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해준다. 

셋째는 김정은 체제 들어 주민들에게 약속한 민생문제 해결이 미국의 적대시 정책으로 당분간 유보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도 내포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지난해 4월 15일 태양절과 올해 신년사를 통해 "인민들이 더 이상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게 하겠다"며 경제발전을 우선시할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올해 들어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위성 발사에 대해 추가 제재 결의를 채택하자 "우리에게 있어서 자주권은 생존권이고 자결권이며 발전권"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허리띠를 졸라매어 핵과 위성을 갖게 됐다"는 화법이 '허리띠를 더 졸라매서라도 자주권을 지켜야 한다'는 화법으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월 22일 오전 당선인 신분으로 서울 용산 한미연합군사령부에 도착해 브리핑실에서 자리에 앉고 있다. 권오성 한미연합사 부사령관(박근혜 대통령 오른쪽), 제임스 서먼 한미연합사 사령관(박근혜 대통령 왼쪽)
ⓒ 인수위사진기자단

초미의 관심사이자 우려 사항은 북한이 실제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다. 여기에는 추가적인 핵실험이나 로켓 발사에서부터 북방한계선(NLL) 무력화 등 국지 도발 시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걸쳐 있다. 

북한이 2009년 3월에 꺼내 든 카드를 다시 선보일 가능성도 있다. 당시 북한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자신의 위성 발사를 한·미·일이 요격하거나 유엔 안보리에 회부하려는 움직임, 한미합동군사훈련 등을 맹비난하면서 개성공단 유출입을 일시적으로 차단하는 한편, 키 리졸브 훈련 기간 동안 북한 영공과 그 주변을 통과하는 남한 민항기들의 "항공 안전을 담보할 수 없게 됐다"고 위협한 바 있다. 특히 북한은 유엔 안보리의 추가 제재가 해운 제재를 포함할 경우, 이를 빌미로 남측의 통행 및 통항을 제한하려고 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실제 행동에 나설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미국이 키 리졸브 훈련에 핵항공모함 전단과 전폭기까지 동원해 무력시위에 나서고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맞물리는 상황이 조성되면 심각한 위기는 피하기 어려워진다. 그렇다고 중국이 북한을 만류하기도 어렵다. 북한의 초강경 움직임에는 유엔 안보리 제재에 동의해온 중국에 대한 강력한 불만이 내포돼 있기 때문이다. 

시시각각 위기가 다가오는 반면, 위기를 수습하고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은 마땅치 않은 게 현실이다. 무엇보다도 북한의 위협적인 언사는 대단히 유감스럽고 또 비판받아 마땅하다.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만발의 대비를 갖춰야 하겠지만, 확전의 위험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무력 충돌 발생 시 잃을 것이 훨씬 많은 쪽은 남한이라는 현실도 간과할 수는 없다. 

오늘날의 위기 상황의 1차적인 책임이 북한에게 있더라도, 한미 양국의 제재 일변도의 대북정책도 그 책임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또한 평화협정 논의를 개시하기로 한 지 7년이 넘게 지나도록 이에 대한 전향적인 자세가 없었다는 점도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제 용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다. 북한은 위협적인 언행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유엔 안보리는 추가 제재 결의 채택을 유보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한미 양국은 합동군사훈련을 취소하거나 그 규모를 대폭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선 비핵화'에 매달리지 말고 평화협정과 비핵화를 창조적으로 융합할 수 있는 지혜를 짜내야 한다. 냉전의 모순이 극에 달하고 있는 오늘날의 한반도가 전쟁이 아니라 평화로 귀결돼야 하지 않겠는가.
덧붙이는 글 | 정욱식 기자는 평화네트워크(www.peacekorea.org)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13년 3월 3일 일요일

"무력 통한 북 비핵화는 위험... 북도 '선군' 버려야"


이글은 한겨레신문디펜스21 2013-02-26일자 기사 '"무력 통한 북 비핵화는 위험... 북도 '선군' 버려야"'를 퍼왔습니다.

결국 북한은 2월 12일 오전, 3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박근혜 정부의 출범과 더불어 북한 문제는 다시금 모두의 화두가 되었다. 그러나 국내에서 북한 문제만큼 진영 논리에 갇히기 쉬운 주제도 없다. 외국의 전문가는 북한 문제에 대해 어떠한 견해를 갖고 있을까? 기자는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싱크탱크인 국제위기감시기구(International Crisis Group)에서 동북아부부장을 맡고 있는 다니엘 핑스턴을 만나 북한 문제에 대한 전반적인 의견을 물었다. 인터뷰는 2월 5일, 종로구 내수동에 위치한 국제위기감시기구의 서울 사무소에서 진행되었다.


다니엘 핑스턴 Daniel Pinkston
- 국제위기감시기구 동북아부부장 (현)
- 제임스 마틴 센터 동아시아 비확산 프로그램 국장 (2005~2007)
- 미 해군대학원 부교수 (2005~2006)
- 고려대학교 방문 교수 (2004)
- 몬트레이 국제대학원 부교수 (2003~7)
- 캘리포니아주립대 샌디에고 국제정치학 박사 (1999)


▶ 먼저 소개 차원에서 신상에 관한 간단한 질문으로 시작하고자 한다. 당신의 이력을 살펴보니, 흥미롭게도 미 공군에서 한국어 어학병으로 복무하고 연세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더라. 한국과의 인연에 대해서 보다 자세한 설명을 부탁한다.

나는 미국 시민권자이고, 1980년에 미국 공군에 자원입대했다. 당시 어학자원을 양성하는 프로그램에 지원했었다. 사실 처음에는 다른 언어를 배우려고 했었다. 국방어학원에서 러시아어, 독일어, 한국어 순으로 지원을 했는데 한국어를 배우게 되었다. 그때부터 계속 한국어를 공부하게 되었다. 4년 정도를 복무하고 나서 학업을 계속하기 위해 제대했다.

▶ 한국에 배치된 적은 없었나?

아, 오산 기지에 1년 정도 근무했었다. 4년 복무하고 제대했고 예비역으로 4~5년 정도를 더 복무했다. 그리고는 한국에 와서 서울대학교에 있는 어학원을 다녔다. 그리고 연세대에서 한국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 후 박사 학위를 따기 위해 캘리포니아 주립대(UCSD)로 진학했다.

▶ 사실 국제위기감시기구(International Crisis Group)은 한국 사람들에게 그리 잘 알려진 곳은 아니다. 그러나 국제위기감시기구는 매우 높이 평가받는 싱크탱크 중 하나이다. 최근에 발표된 2012년 싱크탱크 평가 보고서를 보니 국제안보 관련 싱크탱크 순위에서는 10위를 차지하기도 했다(헤리티지재단은 11위). 국제위기감시기구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국제위기감시기구는 벨기에의 브뤼셀에 본부를 둔 국제적인 NGO이다. 또한 미국에 비영리단체로 등록되어 있기도 하다. 런던, 워싱턴, 뉴욕, 서울, 베이징, 자카르타, 카불 등 세계 곳곳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국제적인 살상 위기를 예방하거나 해결하기 위해 전쟁부터 소형화기 거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안보 문제들을 연구 및 분석한다.

▶ 모든 이들의 이목이 북에 집중되어 있다. 북한이 언제 핵실험을 할 것이라 보는가?

모든 징후들이 핵실험이 임박해 있으며 언제든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어 언제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기가 어렵다. 이는 임신 축하 파티(baby shower)와 같은 것이다.

▶ 임신 축하 파티라니 그게 무슨 뜻인가?

한 여성이 내게 해준 말이다. 서구에서는 출산을 앞둔 여성의 여자 친구들이 모여서 파티를 해준다. 파티에서 축하의 대상인 임산부는 아이가 태어날 날짜와 시간, 그리고 아기의 몸무게와 키를 맞춰본다. 북한 핵실험의 날짜를 예측하는 것도 이와 비슷하다.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김정일 생일 전후로는 핵실험 어려워

몇몇 사람들은 김정일의 생일(2월 16일)을 점치고 있으나 나는 그리 생각지 않는다. 실험을 진행할 과학자나 엔지니어, 인민군 관계자들에게 김정일의 생일이 갖는 상징성이나 관련 행사 참석 등을 고려해 보면 그때 실험을 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나는 2월 15, 16, 17일에는 실험을 할 것이라 보지 않는다. 몇몇은 오바마 대통령의 연두교서 연설 때를 점치고 있고(실제로 북한은 오바마의 연두교서 연설 직전인 2월 12일 핵실험을 감행했다 --편집자주), 박근혜 당선인이 취임하기 전에 핵실험을 할 것이라는 의견에는 일리가 있다. 평양의 지도층이 특히나 싫어하는 이명박 정부에게 마지막 모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핵실험은] 평양과 서울 사이에 힘의 비대칭을 만들어 협상권을 높이고자 하는 전략 원칙을 달성하게 될 것이다.

▶ 작년 12월, 북한은 은하 3호를 성공적으로 발사시켰다. 나로호의 발사 실패 2년 후에 벌어진 일이라 전문가들은 물론이고 일반 국민들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북한의 발사 성공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작은 위성을 지구 궤도에 올려놓는 데에는 성공했다. 핵탄두를 장착한, 믿을 만한 성능을 갖춘 대륙간탄도탄(ICBM)을 개발하려면 여전히 넘어야 할 과제들이 많다. 그런 무기를 사용하려고 하는 것은 자살 행위나 다름없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그러한 무기를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꾸준히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왔다.

▶ 이전에 이란과 북한이 공동으로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는 언급을 트위터(@dpinkston)에 남긴 것을 보았다. 이에 대해서 보다 자세한 설명을 바란다.

이란이 이라크와 전쟁을 하던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북한은 이란에게 스커드 미사일을 지원했다. 그때부터 두 나라는 공동으로 작업을 하기 시작했으며 각기 다른 분야에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아마도 서로 분업을 하면서 정보 등을 교류할 것이다. 여전히 넘어야 할 과제들은 존재하지만 꾸준히 협력할 경우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성공할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

▶ 파키스탄이 북한의 노동 미사일을 복제하여 만든 가우리 미사일의 경우, 지금껏 발사 실험에서 목표물에 명중한 적이 없다는 보도가 있었다. 여전히 북한의 탄도탄 기술에는 정확도가 심각하게 결여되어 있는 듯하다.

아마도 정확도 측면에서는 다른 나라의 무기체계에 비해 떨어질 것이다. 하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북한이 핵탄두를 갖고자 한다고 의심해 볼 수도 있다. 만일 1~2km 정도의 원형공산오차(CEP: Circular Error Probable)를 가진 미사일이라면 일반적인 탄두를 사용할 경우 군사무기로서 가치가 많이 떨어진다. 그러나 핵탄두를 장착하면 상대적으로 부정확한 유도 체계를 가지고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최근에 이집트가 중국과 북한의 기술자들을 동원하여 자국의 스커드 미사일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는 흥미로운 보도가 있었다. 그 외에 북한이 다른 나라와 협력하고 있는 사례가 더 있는가?

과거에 이라크에 미사일 기술을 판매하려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사담 후세인이 북한을 신뢰하지 않았다. 예멘에도 판매하려 한 적이 있었고,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에게도 팔려고 한 적이 있었다. 현재로서는 유엔 안보리 결의로 인해 북한으로부터 어떠한 종류의 미사일이든지 구매하는 일은 불법이 된다. 이는 잠재적 구매자들의 의욕을 꺾는 일로 북한의 무기 시장에서의 입지는 그만큼 위축된 상태이다.

북한 정권은 매우 안정적, 그러나 지속가능하진 않아

▶ 최근 전직 통일부 차관이 북한의 붕괴는 시간문제라고 말한 바 있다. 북한 정권은 불안정한가?

시간을 정해서 말하지는 않았지 않은가... (웃음) 나는 현재로서는 북한 정권이 매우 안정적이라고 본다. 기본적으로 독재 체제는 불안정하다. 독재 체제는 보통 특정한 한 사람에게 의존한다. 단 한 명이 많은 개개인들을 챙기고 그에게 어떠한 일이 생기면 체제가 붕괴하곤 한다. 그러나 북한은 가족 세습을 통해서 이러한 불안정의 문제를 일부 해결했다. 그리고 현재까지는 이것이 잘 작동해 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금 북한의 체제는 영구히 지속가능하지는 않기 때문에 변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붕괴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붕괴의 시점을 정확히 짚기란 어렵다. 매우 안정적으로 보이던 체제도 하나의 쇼크로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보이기 때문이다. 튀니지나 구소련이 그랬다.

북한 변화의 세 가지 단초:
중산층 형성, 정보 유입, 소득 불균형

북한 체제의 변화 또는 붕괴의 조짐(halfway)이라면 하나는 시장경제화(marketization)가 될 것이다. 이미 북한 경제는 상당 부분 시장경제화가 되었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더 많은 중산 계층(white bread)이 생겨나면 북한 국가의 본질을 변화시키거나 허물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정보의 유입이다. 정보의 유입은 인민들이 현 체계의 모순을 발견 또는 폭로하게끔 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또다른 가능성은 매우 최근의 경우이긴 하지만 소득 불균형(income inequality)의 문제이다. 작년에 북한을 방문했을 때 시골 지역 등을 방문해 볼 수 있었다. 지난 5년 동안 평양에 가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보니 평양은 물질적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상당히 나았다. 이런 것이 사회 문제에 대한 감수성을 자극하고, 체제 불안을 야기하거나 또는 체제에 이용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김씨 일가를 무너뜨리기 위해 필요한 행동을 취할 수 있는 도전자가 보이지 않는다. 김씨 일가를 축출하게 되면 쿠데타를 일으킨 군사정부(junta) 또는 해당 세력의 지도자가 김씨 일가에 대한 숭배(cult)에 기반한 정당성을 확보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에 더욱 불안정해질 수도 있다. 그럴 경우 이들은 자신들의 집권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게 될 것이며 그 방법은 분명 경제발전과 자유화가 될 것이다.

▶ 한국의 많은 보수 인사들은 북한 정권이 곧 붕괴할 것이라고 굳게 믿는 듯하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사람들은 북한의 탄력성(resiliency)을 과소평가한 것 같다. 북한은 지금까지 매우 놀라운 탄력성을 보여 왔다. 북한에 체제 불안이 발생할 여지가 없다고 보는 한쪽 극단에서, 올해 안으로 또는 바로 다음 달에 북한 정권이 붕괴할 것이라 보는 다른쪽 극단까지, 사람들의 시각이 크게 요동치는 것도 사실인 것 같다. 이를 예측하기란 기본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정책입안자들은 그러한 환경에서 어떠한 반응이 필요할지를 미리 생각하고 준비할 책임이 있다.

북한이 붕괴할 경우 격렬한 무력 충돌 우려

▶ 어떤 인사들은 북한이 붕괴하게 되면 한반도에 통일이 올 것이라고 믿는 듯하다. 특히 요즘 같은 정세에서 북한 정권이 붕괴하게 되면 어떻게 될 것이라 보는가? 과연 통일된 한국을 볼 수 있을까?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는 일이다. 사람들은 종종 최근의 사건들에 많은 영향을 받지만 나는 1989년에서 1991년까지의 기간에 있었던 급진적인 변화를 떠올린다. 베를린 장벽과 소련의 붕괴, 그리고 그 사건들이 야기한 사회적, 정치적 변화를 겪었을 때, 많은 사람들은 그만한 규모의 변화가 평화롭게 일어났다는 사실을 믿지 못했다. 그때껏 그만한 규모의 정치적 변화는 대규모의 폭력을 수반하곤 했다. 몇몇 사람들은 당시 소련과 동구권에서 발생한 것과 같은 변화가 북한에서도 상대적으로 적은 폭력과 함께 일어날 수 있다고 믿는 듯하다. 어쩌면 그 대가와 폭력이 발생할 가능성을 과소평가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그러한 과정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를 조심스럽게 생각해 봐야 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우리가 지금 시리아에서 보고 있는 사례가 북한에 더 잘 적용될 것이다. 쿠데타가 발생하거나 어떠한 이유로 현재의 지도층이 더는 체제를 이끌 수 없게 되거나 권좌에서 축출될 경우, 동독의 경우처럼 평화로운 과정이 되기보다는 아마도 수많은 무력충돌이 발생할 것이다. 그것도 매우 격렬한 전투가 될 것이라 심히 우려된다.

▶ 작전계획 5029에 대한 이야기도 할 필요가 있다. 본래 개념계획 수준으로만 머물러 있다가 작전계획 수준으로 개발되고 있는 이 계획은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첨예한 논란을 일으킨 것으로, 북한 내부의 급변 사태를 가정하고 이에 대해 군사적 개입을 제안한다. 군사적 개입이 국제법적으로 합당한 것인가? 중국의 반응은 어떠할까? 과연 중국이 미국과 한국이 개입하도록 허용할 것인가?

나는 국제법에 대한 전문가는 아니다. 그러나 군사적 행동을 취하기 위해서는 유엔 안보리 결의가 필요할 수 있다는 의문은 존재한다. 이는 발생할 사건의 성격에 따라 다르다. 한국의 대통령이 유사시에 북한에 군사 개입을 하려고 할 경우를 미리 대비할 필요도 있다. 한국 헌법에 따르면 군사분계선 이북도 대한민국의 영토이다. 현재의 [분단] 상황은 비정상적이고 임시적인 상황이라는 점을 들어 [한국 측에서] 그런 주장을 할 수 있다.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있을 수 있다. 북한 내부에서 전쟁 또는 쿠데타가 발생할 수도 있고, 쿠데타를 일으킨 세력이 중국에 개입을 요청할 수도 있다. 북한 내에서 친중파(pro-Beijing)와 친한파(pro-Seoul)의 두 파벌이 생겨 경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중국으로서도 많은 경우 개입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 일부 매체에서는 경험이 부족한 김정은이 북한의 실질적인 지도자일 리가 없다고 보는 듯하다. 최근에는 장성택이 김정은 연설 중에 다른 행동을 하거나 다른 곳을 보고 있는 사진들을 두고 장성택이 북한의 실권자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한편, 지난달에 김정은이 주재한 국가안전 및 대외부문 일꾼협의회 사진을 보면 장성택의 존재가 보이지 않는다.

북한의 체제는 확립되어 있는 상태이고 김정은이 그 책임자라고 생각한다. 장성택은 분명 내부의 고문(advisor)일 것이다. 김씨 일가에 혼맥을 갖고 있기는 하나, 장성택은 김정은이 장성택을 필요로 하는 것보다 더 김정은을 필요로 한다. 장성택은 김씨 일가와 혈연은 아니지 않는가. 나도 언론에서 말하는 사진과 영상을 보았다. 그러나 사람들이 너무 확대해석(reading too much)을 하는 것 같다. 장성택의 자세 등이 느슨해 보인다 할지라도 그것은 아마 그의 지위가 매우 높기 때문이며 자신의 조카 김정은보다 나이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은 친척 관계이며 따라서 그의 충성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굳이 자신의 조카 앞에서 기강 잡힌 모습(discipline)을 보여줄 필요가 없다. 장성택이 자신의 조카를 앞세워서 뒤에서 보스처럼 명령을 내린다는 이야기를 나는 믿지 않는다.

‘선군’이란 무엇인가

▶ 북한의 외교안보 정책은 ‘선군’이라는 단어로 잘 요약될 수 있다. 선군의 목적은 무엇이며, 선군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무엇보다도 대외정책에서, 선군은 변형된 레닌주의의 관점에서 여러 이론들을 빌려와 짜기운(patch) 이데올로기이다. 근래에 북한에서는 선군사상, 선군정치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여기서 레닌주의란 자본주의 제국주의(capitalist imperialism)에 대한 레닌의 이론과 사상을 뜻한다. 선군은 잉여가치와 자본주의의 착취적 본성에 대한 마르크스의 사상도 빌려왔다. 그런데 마르크스주의의 분석 단위(여기서는 ‘계급’이 된다 --편집자주)를 사용하는 대신, 북한은 세계를 민족국가 단위로 본다. 그리고 자본주의 국가의 본성이 제국주의적이고 약탈적이기 때문에 국제 체제 또한 약탈적으로 본다. 북한은 20세기의 일본을 그런 약탈적인 자본국가의 예로 많이 사용했으며 이제는 미국을 그러한 약탈적 자본국가로 묘사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북한은 권력(power), 그리고 체계 내에서의 권력 분배에 초점을 두는 국제정치학(IR: International Relations)의 현실주의 이론을 빌려온다. 그래서 북한은 권력에 집착한다. 미국과 같은 자본국가의 제국주의적 침략을 막기 위해서 한민족이 이에 저항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유일한 방법은 보다 강한 힘(power)을 갖는 것이다. 국제정치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이는 매우 현실주의적이다. 북한은 힘에 매우 집착한 나머지 힘이 국가안보를 위한 목적에 적용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힘을 얻게 되면 국가로 하여금 다른 목표까지도 이룰 수 있게 한다고 본다. 군사적으로 강력하지 않으면 다른 국가적 목표 또한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 체제의 문제점, 이를테면 경제 안보라든지 에너지 안보에서의 약점에 직면할 때에도 통치(governance)나 경제 정책, 또는 북한 체제의 폐쇄적인 특성 때문이 아니라 강성대국이 되어가는 과정에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선군 이데올로기의 모순

북한은 미국과 그 지지자를 비롯한 외부세계가 북한에 적대적(hostile)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사실은 선군 이데올로기가 적대적인 것이다. 선군 이데올로기는 적대적 국가를 가정한다. 다른 국가라든지 조직, 사람, 기업들은 유사한 목표를 갖고 있을 경우 공동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협력할 수 있다. 그러나 선군사상은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스스로의 무력(power capability)에 의존해야 한다. 다른이들과의 협력 등을 모색하는 것은 나약함의 징후로 받아들여진다. 이것이 바로 그들이 어떠한 형태의 다자간 기구(multilateral institution)도 의심스럽고 비생산적이며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유이다.

북한의 국내 정치가 돌아가는 방식도 마찬가지로 권력에 기반하고 있다. 독재 체제는 지지자들의 규합을 필요로 하지만 반대 의견은 용납하지 않는다. 북한은 전체주의적 체제이며 궁극적인 통제와 권력이 정점으로부터 나오는 권력의 비대칭(power asymmetry)에 기반하고 있다. 다원주의적 체제나 연합(coalition)을 이루는 데에는 관심이 없다.

▶ 과거 정부들의 대북 정책에 대한 평가가 궁금하다.

한국 국민들은 각 정부의 대북 정책들의 공통점 보다는 차이점에 더 집중하는 것 같다. 과거의 대통령들을 두고 북한의 핵개발을 막지 못한 것이나 대북 정책 실패를 두고 비판을 한다. 한 가지 문제점은 평양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한국의 대통령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음을 간과하는 데 있다. 다시 말해, 많은 경우에서 북한은 어찌되었든 의도한대로 했으리라는 것이다.

북한을 비핵화하고 그 호전적인 태도를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세 가지에 대한 합의 또는 타협, 양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안보 차원이다. 북한의 불안정 문제를 종식 또는 경감시킬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평화 협정일 수도 있고 소극적 안전 보장(negative security assurance)일 수도 있고, 군사 훈련을 취소하는 것일 수도 있다. 둘째는 북한의 자존심이나 위신의 차원에서 북한의 불안을 경감시키는 것이다. 외교적인 인정(recognition)이 한 예가 될 것이다. 북한과 미국 사이에 대사관을 연다든지, 외교 관계를 정상화한다든지 하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셋째는 에너지 지원이나 경제적 제재 완화, 식량 지원 등으로 물질적 보상을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여러 명민한 사람들이 가능한 모든 조합을 시도해보았다. 양자간 대화, 4자회담, 6자회담 등등... 그러나 언제나 북한은 어느 정도 협력을 해오다가 결과적으로 거부했다. 선군주의적 접근방식 때문이다. 만일 북한이 ‘큰 틀에서의 합의(grand settlement, 핑스턴 박사는 이명박 정부의 ‘그랜드 바겐’과 이것을 분명히 구분했다 --편집자주)‘를 수용한다면 북한은 자신의 안보를 집단 안보 협정(collective security arrangement)의 기구에 의존하게 된다. 이는 선군사상에 완전히 반하는 것이다.

북한이 먼저 선군사상을 버려야 한다

재미있는 것은, 북한이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에게 적대적인 정책을 버릴 것을 말하지만 실상 선군사상이야말로 적대적이라는 것이다. 선군사상이 자본주의 중심국가는 제국주의적이라고 간주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미국의 소극적 안전 보장을 신뢰할 수가 없다. 선군사상에 반하게 되기 때문이다. 미국이 존재하지 않게 되거나 미국이 선군사상을 받아들이기 전까지는 불가능하다.

▶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예상하고 있나?

북한이 3차 핵실험을 실시하고 미사일 테스트를 계속할 경우 특히 매우 어려워질 것이다. 박근혜 당선자가 포용(engagement)에 대해서 갖고 있던 생각들을 실행에 옮기기는 데 제약이 심각할 것이다. 만일 문재인 후보가 당선이 되었다 하더라도 비슷한 결과를 낳을 것이다. 한동안 냉각기가 계속될 것이다. 난 상당히 비관적이다. 내 생각이 틀리기를 바라지만, 북한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 이상 어떠한 화해나 해결책을 보기가 매우 힘들 것 같다.


▶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단 말인가?

물론 있기는 하다. 오늘 아침(이날 아침 연합뉴스와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 가 공동주최한 심포지엄이 있었다. 윌리엄 페리 전 미 국방장관과 핵물리학자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가 참가했다. --편집자주)에 윌리엄 페리와 대화를 했다. 페리가 오늘 반복해서 강조했던 것은 북한을 있는 그대로 상대해야지 우리가 원하는 모습으로 상대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북한은 국제법을 위반하고, 국제사회에 대한 몇몇 공약들을 어겼으며, 선군 전략을 계속해서 따르고 있다. 핵무기와 같은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계속하고 있다. 북핵은 단지 동북아시아의 평화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평화를 위협한다. 비확산 체제에 대한 도전인 데다가 이란과 기술을 공유하고 있어 이란의 핵보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평양의 일부 인사들은 틀림없이 국제 핵시장에 자신들의 기술과 핵물질을 판매할 용의가 있을 것이다. 가능성은 낮지만 비국가 행위자(non-state actor: 국가 외의 행위 주체, 특히 여기서는 테러리스트 등을 의미 --편집자주)들에게도 판매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 이는 국제안보에 심대한(grave) 위험이자 도전이다.

▶ 이제 퇴임하는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의 인터뷰에서 북한과 중국의 관계의 실상이 언론 보도에 미치지 못한다는 말을 한 바 있다. 특히 최근 들어 북·중관계가 악화되고 있다는 보도가 많이 나왔다. 분명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중국은 대북 지원을 얼마간 중단할 것으로 보이기는 하다. 그러나 과연 중국이 북한으로부터 영원히 등을 돌릴 것인가?

단기적인 마찰 때문에 중국은 별로 [핵실험을] 반기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주요한 국가이익은 변하지 않았다. 중국은 미국의 동북아 지역에서의 행위를 매우 우려하고 있으며 미국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다. [핵실험을 한다 해도] 중국이 북한에 심각한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아마도 얼마 정도 그런 제재를 가하기는 하겠지만 [북한의] 불안정을 야기할 정도는 아닐 것이다.

선군 사상의 오류를 드러내야

▶ 북한을 비핵화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천영우 외교안보수석은 “최상의 방법은 더이상 북한이 감당하지 못할 수준으로 국제사회에 저항한 대가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이 옳을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까지의 비용을 감당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나는 북한이 선군 노선을 수정하지 않는 이상 비핵화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북한을 비핵화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무력을 사용하는 것으로, 결국 전면전이 될 것이다. 무력으로 북한을 비핵화하는 것은 엄청난 비용이 들며 정치적으로도 좋은 방법은 아니다. 다른 하나는 북한이 생각을 바꾸어 선군정책을 폐기하는 것이다. 비용 측면에서 후자가 더 바람직하지만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리기는 할 것이다.

나는 선군 사상의 오류를 드러내는 것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 선군 사상은 우선 군사력을 획득하면 다른 국가 목표 또한 달성할 수 있다고 말한다. 나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북한은 이것이 가능할 것임을 국제사회에 보여주고자 할 것이다. 북한이 군사력을 획득하더라도 다른 국가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불가능함을 국제사회가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이 선군 노선을 추구한다면 경제적 번영과 안보, 그리고 평화롭게 통일되는 한반도는 성취될 수 없다. 이러한 모순을 드러내 보여주어야 한다. 다른 국가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먼저 선군 정책을 폐기하는 것임을 보여주어야 한다.

김수빈 디펜스21+ 기자

우리나라 공군 최초의 패트리어트 작전장교(TCO) 중 하나. 번역서로 , 이 올해 출간 예정.
이메일 : subin.b.kim@gmail.com       트위터 : @delcinabro       블로그 : http://plug.hani.co.kr/thewire

2013년 2월 13일 수요일

북한, 기술적으론 핵보유국… 비핵화 사실상 불가능 우려


이글은 경향신문 2013-02-12일자 기사 '북한, 기술적으론 핵보유국… 비핵화 사실상 불가능 우려'를 퍼왔습니다.

ㆍ3차 핵실험 정치적 의미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대한 기술적 분석이 정확하게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이 스스로 핵무기 소형화, 경량화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북한이 실전에 사용가능한 핵무기 보유에 한걸음 더 다가갔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번 핵실험의 정치적 의미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이전과 판이해졌다는 점이다. 특히 이번 실험이 고농축우라늄에 의한 저출력 핵실험으로 드러날 경우 그 파장은 가늠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이 고농축우라늄을 양산하는 체제에 들어간다면 협상을 통한 북한의 비핵화는 사실상 물 건너가기 때문이다. 게다가 북한은 지난해 말 사거리 1만㎞로 추정되는 장거리 로켓 발사에도 성공한 바 있다. 이번에 핵무기 소형화에 성공한 기술과 합치면 그야말로 미국에 강력한 교섭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위협적 존재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핵실험 성공으로 북한이 곧장 국제사회로부터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천영우 외교안보수석은 12일 정부성명 발표 후 기자회견에서 “핵을 갖고 있는 것과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느냐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인도의 예를 들었다. 인도는 40년 전 핵실험을 통해 핵을 보유한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 되었지만 아직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북한이 국제사회에 핵무기 보유를 과시할 수는 있지만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하에서 상대방이 인정하지 않는 한 핵보유국 지위는 얻을 수 없다. 

다만 북한이 기술적으로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 이 때문에 주변국이 북한을 보는 시각과 접근법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국제사회가 북한 핵을 근원적으로 제거할 수는 없지만, 더 이상의 핵 능력 증대와 핵무기를 다른 나라로 확산하는 것만은 필수적으로 막아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북한의 이번 핵실험은 대미 협상 압박용이라기보다 자신들의 자주와 독립, 존엄을 인정받지 못하는 한 자기가 선택한 길로 가겠다는 의미”라며 “우리가 북한을 보는 시각도 이제 좀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북한이 고농축우라늄탄까지 가질 수 있다는 의심이 이제 근거를 갖는 상황에서는 미국의 핵과학자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가 말한 ‘3 No’(No more bomb, No better bomb, No export)에 주력하는 현실적 접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북한은 얼마 전부터 사용가능한 핵 군비를 갖춰놓고 선택의 여지를 갖는 게 낫겠다는 결정을 한 것 같다”면서 “이제 협상으로 가는 길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송 전 장관은 “미국이나 중국도 북한 핵 문제를 그동안 어느 정도 방치한 것이 사실”이라며 적극적인 대화를 주문했다.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이 되더라도 남북한 간에 군사적 불균형은 야기되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미 연합전력을 업은 남한 군사력은 북한에 비해 월등하다. 단, 남북한 간 비대칭 전력 불균형 문제가 거론되며 국내에서 안보 불안 여론이 일어날 가능성은 있다.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처럼 ‘핵무장론’이 재등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의 핵 보유는 핵 도미노를 막아야 하는 미국 입장에서 결코 허용할 수 없기 때문에 잠재적 한·미 간 갈등요인이 될 수 있다.

손제민 기자 jeje17@kyunghyang.com

2012년 2월 13일 월요일

김현종, 美에 “FTA 개성공단 좌파이슈”…노무현‧김근태 속여


이글은 뉴스페이스 2012-02-12일자 기사 '김현종, 美에 “FTA 개성공단 좌파이슈”…노무현‧김근태 속여;를 퍼왔습니다.
“盧 훈령 어겨…국회가 압박한다 美에 호소”

김현종 당시 협상교섭본부장은 2007년 한미FTA 추진 당시 노무현 당시 대통령과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강력하게 요구했던 개성공단 문제를 철저히 속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3회는 여러 개의 미국 외교문서를 근거로 김 본부장의 ‘이중 행보’를 짚었다. 

한미FTA 찬반 여부를 떠나 개성공단 문제는 자주 언급된다. 추진 당시 개성공단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한미FTA에 함께 포함시키는 문제는 노무현 정부의 큰 관심사였지만 해결되지 못한 해 한미FTA는 타결됐다. 이와 관련해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외교문건에는 개성공단이 왜 협정문에서 빠졌는지 짐작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들이 들어 있다. 

김현종 협상교섭본부장은 2007년 4월 2일 한미FTA 협정 타결 직후 “개성공단 제품도 한미FTA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김 본부장은 “역외 가공 지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데 미 측이 원칙적으로 수용을 했다”며 “이제 남은 것은 양국이 한반도 역외가공지역위원회를 설치하고 이 위원회에서 역외가공지역을 지정하면 한국산과 동일하게 한미FTA 특혜 관세를 적용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대국민 담화를 통해 개성공단을 한미FTA 협상의 대표적 성과로 꼽으며 “앞으로 개성공단 뿐 아니라 북한 전역이 이 근거에 혜택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미국측 입장은 이와는 전혀 달랐다. 바티야 미 무역대표부 부대표는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제품을 현재 한미FTA의 적용을 받지 않게 돼 있다”면서 “개성공단 제품을 미국으로 수출할 때 한국산으로 원산지로 인정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재차 확인했다. 

실제 한미FTA 협정문에는 ‘개성공단’이라는 용어는 찾아 볼 수 없다. 협정 발효 1년 후 한미 공동으로 한반도 역외가공위원회를 설립해 역외가공지역 제품의 한미FTA 적용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 전부인 것으로 나타났다. 결정기준도 북한 비핵화와 역외가공지역들의 노동 임금 조건들이서 결국 미국 손에 달린 셈인 것으로 드러났다. 

개성공단 제품도 한미FTA 포함시키려 한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가장 큰 목표 중 하나였지만 협상 결과는 이처럼 보잘 것 없었던 것이다. 

뉴스타파는 노무현 정부 협상책임자들은 개성공단 이슈 관철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지를 외교문서를 근거로 따져나갔다. 

지난 2007년 3월 당시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이 방한 내용을 기록한 주한 미 대사관 3급 비밀전문에 따르면 김현종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은 폴슨 장관에게 “개성공단 이슈는 노무현 정부의 좌익 지지자들에게 중요한 문제다”라고 말한 것으로 적혀있다. 


ⓒ 뉴스타파 화면캡처

또 김현종 본부장은 “당시 북미 관계의 개선이 통상교섭본부장으로서의 자기 직무를 더 어렵게 만든다”고 말했으며 “국회가 개성공단 제품을 FTA에 포함하라고 자신을 더 세게 압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이 만난 시점은 한미FTA의 마지막 협상을 앞둔 시점이었고 김 본부장의 “개성공단 문제가 좌익들에게 중요한 이슈”라는 언급이 미국 측에 어떤 신호가 됐는지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는 보도했다. 

2006년 6월 14일자 주한미국 대사관 외교 전문은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FTA 1차 협상때 우리측 대표단이 “개성공단 문제를 최초 요구사항에 포함시키라는 정부의 확고한 훈령을 어겼다”는 외교통상부 북미 국장의 발언도 담고 있다. 

한미FTA 초기부터 우리 협상 대표단이 청와대의 입장과 다른 행보를 보였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한미FTA 협상 막바지인 2007년 3월 주한 미 대사관 외교전문은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의 발언도 담고 있다. 

김 의장은 미 대사와 만나 “한미FTA는 더 면밀하게 검토해 다음 정권에서 결론을 내야 하며, 개성공단 제품을 FTA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당시 미 대시 버시바우는 “한미FTA는 지금 아니면 안 되고, 개성공단 관련 요구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퇴임 후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신이 시작한 한미FTA결과에 대해 별로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못했다. 2008년 9월 주한 미 대사관 외교전문에 따르면 버시바우 대사가 이임 인사차 노 전 대통령을 방문해 “무엇보다 한미FTA 타결에 대해 감사한다, 미국에 돌아가 한미FTA 비준 위애 노력하겠다”고 덕담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별 반응 보이지 않았다. 버시바우 대사는 “자신의 성취에 대해선 별로 자긍심을 나타내지 않았다”고 당시 분위기를 기록했다. 

결국 한미FTA는 이명박 정부 들어 더 개악된 채 날치기 통과됐고 노무현 정부 당시 한미FTA 협상 책임자는 삼성그룹 사장으로 갔다. 또 협상과 재협상의 주역은 여전히 통상교섭 업무를 지휘하고 있다.

위키리스크 전문은 지난해 터져 나왔지만 지상파와 기성 언론이 외면하는 상황에서 대안언론 ‘뉴스타파’가 이같이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자 트위플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트위터에는 “뉴스타파 3회 봤다면 왜 노무현 정부가 FTA를 추진했는지 알 게된다. 바로 개성공단 때문이었다. 개성공단을 살려서 남북한이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이기를 바랬다”, “한미FTA와 개성공단.. FTA실무자들은 애초부터 개성공단제품 따위엔 관심이 없었음이 위키리크스 자료 통해 드러났다. 노무현 대통령의 관심과 지시가 있었음에도..김현종,김종훈..와..참 잘했다 니들..”, 

“뉴스타파 3회를 보니 노무현 정부가 한미FTA 국익에 도움되지 않는다면 안해도 된다고 했는데 김종훈 김현종 등 통상외교쪽 몇 놈들의 장난에... 정부의 명령을 어기고..노무현 대통령과 김근태 장관 역시 개성공단제품을 국내 상품으로 인정하는 줄 알았는데...저놈들의 장난이?”, “참여정부 당시 통상관료들이 한미FTA를 추진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에게는 개성공단 제품이 한국산으로 인정된다고 보고하고 미국에게는 인정되지 않는 것으로 협상을 진행했다. 사실상 고의로 대통령 행정명령인 훈령을 어긴 것이다” 등의 비난이 이어졌다. 

김영삼 전 대통령 패러디봇인 ‘김빙삼’은 “결국 노무현대통령은 한미FTA를 통해 북한을 미국과 경제적으로 연결 시키면서 개방하게 하는, 그래서 남북관계 개선을 할라카는 전략을 염두에 둔 것이었구만. 그거를 미국 간첩 김현종이캉 매국노 김종훈이 어그러뜨린기네”라고 일침을 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