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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23일 목요일

'여당 편향' 김장겸 MBC 정치부장, 보도국장 영전


이글은 미디어스 2013-05-22일자 기사 ''여당 편향' 김장겸 MBC 정치부장, 보도국장 영전'을 퍼왔습니다.
'PD수첩' 훼손 김철진·김현종 유임…기획국장에 '최측근' 최기화 취재센터장


▲ 김장겸 신임 MBC 보도국장

김종국 신임 MBC 사장이 22일 오후 예능본부장과 국장급 인사를 확정했다. 국장급 인사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았던 '보도국장' 자리는 김장겸 정치부장 차지가 됐다. 김장겸 정치부장이 보도국장으로 승진함에 따라, 황용구 보도국장은 현재 보도국 소속의 사원인 상태다.
제작본부 국장급 인사에서는 MBC (PD수첩)을 망가뜨린 요주의 인물로 꼽히는 김철진 시사제작국장과 김현종 교양제작국장 거취가 MBC 정상화와 관련해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이들은 계속 자리를 유지하게 돼 제작국에서의 내홍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MBC (뉴스데스크)의 공정성이 훼손된 데에 김장겸 신임 보도국장의 '여당 편향성'이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MBC 안팎의 시선이다. 김장겸 신임 보도국장은 김재철 사장 취임 이후 2년 6개월에 가까운 시간 동안 정치부장을 맡으면서 여권에 불리한 뉴스를 지속적으로 누락하거나 축소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MBC 기자회는 김장겸 당시 정치국장의 정치적 편향성을 문제 삼으며 지난해 1월 제작거부를 강행한 바 있다. 제작거부의 1차적 원인 제공자라는 점에서 MBC 내부 구성원들은 김 신임 보도국장을 파업의 단초를 제공한 인물로 인식한다.
정동영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MBC (뉴스데스크)에서 보도됐던 리포트(2012년 12월 15일 보도 [정동영 노인 폄하 글 논란])가 악의적 왜곡을 했다며 김장겸 신임 보도국장을 지난해 12월 검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김장겸 신임 보도국장의 영전, 편성제작본부의 국장 인사 불변 등 이번 국장급 인사를 두고 MBC 내부선 "MBC가 거꾸로 가고 있다"는 절망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박재훈 언론노조 MBC본부 홍보국장은 "PD수첩 등 시사프로그램, 라디오, 아나운서 등이 소속돼 있는 편성제작본부의 주요 국장들은 김재철 체제의 갖은 문제점의 주 원인임에도 전혀 교체되지 않았다"며 "보도본부 주요 국장은 지난 대선 시기 편파방송을 주도했던 인사가 기용됐다"고 설명했다.
박 홍보국장은 "김 사장은 작년 파업에 참여한 사람들을 중용하지 않겠다는 고집을 이어가고 있다"며 "어제의 본부장 인사로 이미 이와 같은 일이 우려됐다. 균형 감각을 갖춘 인사, 폭넓은 능력 위주의 인사 없이는 MBC의 미래는 없다. 거꾸로 가고 있는 현실이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김종국 MBC 사장의 최측근이라고 알려진 최기화 보도국 취재센터장은 MBC 내부 예상대로 기획국장으로 승진했다. 21일 결정되지 않았던 예능본부장직에는 원만식 예능본부장 겸 예능1국장이 발령받았다. 이 밖에도 김수정 경영지원국장은 홍보국장, 김도인 콘텐츠협력국장은 라디오국장, 홍순관 광고국장은 심의국장으로 가게 됐다. 다음은 국장급 인사 명단.
△김도인 라디오국장 △김수정 홍보국장 △김세용 뉴미디어뉴스국장 △김엽 예능2국장 △김원태 경인지사장 △김인규 제작기술국장 △김장겸 보도국장 △김정욱 예능1국장 △김지은 문화사업국장 △성경섭 논설위원실장 △오정우 경영지원국장 △이성근 디지털기술국장 △장만호 뉴미디어사업국장 △최기화 기획국장 △최재혁 미래방송연구실장 △최진섭 콘텐츠협력국장 △한기현 광고국장 △홍순관 심의국장 (가나다순)


김도연 기자  |  riverskim@mediaus.co.kr

2012년 4월 19일 목요일

"KTX 민영화와 한미FTA, 재앙의 조합"


이글은 프레시앙ㄴ 2012-04-18일자 기사 '"KTX 민영화와 한미FTA, 재앙의 조합"'을 퍼왔습니다.
[인터뷰] 송기호 변호사 "야권, 한미 FTA 개정 요구해야"

고(故) 노무현 전(前) 대통령은 2002년 후보 경선 과정에서 "국민의 정부의 자산과 부채를 모두 인수하겠다"라고 말했다. 김대중 정부의 인기가 추락하던 때였다. 그래서 다른 후보들은 여당과의 차별화에 전념했는데, 노 전 대통령은 예외였다. 집권당의 허물도 고스란히 떠안겠다고 했다. 솔직한 태도였다. 어찌 보면 '바보'같은 짓이었지만, 경선의 승자는 결국 '바보 노무현'이었다.

그리고 10년이 지났다.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다는 이들이 전국 곳곳에서 나타났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서 '바보 노무현'을 찾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반대다. 참여정부의 부채로부터 도망 다니는 이들만 흔하다. '바보 노무현'의 용기와 비춰보면, 안타까운 대목이다.

노무현 정부의 부채 가운데 대표적인 게 한미 FTA다. 노 전 대통령이 임기 중에 추진했지만, 그 역시 퇴임 후에는 입장이 바뀌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바뀐 상황을 고려해서 한미 FTA 협정내용을 고쳐야 한다는 게다. 자신이 추진한 정책의 진행상황을 꾸준히 살피고 고칠 점을 찾는 것은 정치가에게 당연한 일이다. 민간 기업도 제품에 문제가 생기면 A/S를 하거나 반품, 또는 폐기를 한다. 그게 기업의 책임이다. 정책 당국자 역시 다를 게 없다.

그러나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다는 이들은 이런 책임에서 도망치기에만 바빴다. '정권 잡았을 때는 한미 FTA 체결하자더니, 왜 이제 와서 말을 바꾸느냐'라는 비난에 대해 제대로 해명하거나 반박하지도 못했다. 오히려 지난 4.11총선 과정에서 한미 FTA가 쟁점이 되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모양새였다.

물론, 제품이 광고 내용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면 굳이 기업이 책임질 일도 없다. 발효한 달째를 맞은 한미 FTA 역시 마찬가지일 게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한미 FTA를 추진할 당시 홍보 내용과는 거리가 까마득하다. 한미 FTA 발효 이후, 미국산 오렌지와 와인 정도가 값이 떨어졌을 뿐이다. 대미 수출이 늘어날 조짐도, 다른 수입품 가격이 떨어질 조짐도 없다. 오렌지와 와인을 조금 싸게 사먹자고 한미 FTA를 추진한 거였나. 그건 아니었다.

반면, 한미 FTA의 부작용은 슬슬 눈에 들어온다. 총선 이후 급류를 타고 있는 KTX 민영화 움직임, 서울시메트로9호선 요금 인상 시도, 영리병원 설립 등이 관계가 있다. 한미 FTA 협정문에는 '래칫(역진 방지)' 조항이 있다. 이에 따르면, 한번 민영화한 것은 되돌리기 어렵다. 총선 결과에 들뜬 현 정부가 성급하게 철도 민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도, 차기 정부가 해결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서울메트로9호선 요금 인상 역시 정부가 개입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자칫하면 한미 FTA 협정문에 포함된 투자자-국가소송제(ISD)에 걸릴 수 있다. 사실상 포기한 듯 했던 영리병원 역시 총선이 끝나자마자 다시 추진되고 있다. 한미 FTA 체제에선 이를 되돌리기 어렵다. 민영화를 원하는 자본은 날개를 달았고, 정부 입장에선 족쇄가 한 겹 더 채워진 셈이다.

송기호 변호사를 다시 만났다. 독자들에겐 익숙한 이름이다. 그는 한미 FTA 추진 당시부터 꾸준히 문제를 지적해 왔다. 한EU FTA 협정문의 번역오류를 지적한 일은 만만치 않는 파장을 낳았다. FTA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식었을 때도, 그는 FTA에 대한 연구를 늦추지 않았다. FTA를 추진하는 실무부처인 외교통상부 역시 송 변호사의 지적은 가볍게 넘기지 못하는 건 그래서다. 1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수륜법률사무소에서 만난 그는 '책임'이라는 단어로 말문을 열었다. 한미 FTA에 대해 야권이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는 한미 FTA의 실제 효과에 대한 꾸준한 모니터링을 통해 문제를 찾아내고 이를 반영해서 한미 FTA 협정문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미 FTA 추진 책임자였던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이 이번 총선에서 당선됐으므로 한미 FTA가 국민의 동의를 받은 셈이라는 목소리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날 송 변호사와 나눈 이야기를 정리했다.



▲ 송기호 변호사. ⓒ프레시안(손문상)

"한미 FTA 묻어두고 간다는 야권, 무책임하다"

프레시안 : 한미 FTA 발효로부터 한 달 남짓 지났다. 그 사이 치러진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과반수 의석을 얻었다. 또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이 정동영 의원을 누르고 당선됐다. 한미 FTA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세력에게 힘이 실린 모양새다.

송기호 : 일각에선 이번 총선을 통해 한미 FTA가 국민적 동의를 얻었다고 하는데, 나는 전혀 동의할 수 없다. 물론,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이 당선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김 전 본부장이 출마한 지역(서울 강남을)은 한미 FTA에 대한 심판 여부를 물을 수 없는 곳이었다. 또 김선동 의원, 최재천 변호사 등 한미 FTA에 대해 적극적인 반대 목소리를 냈던 이들도 많이 당선됐다. 한미 FTA 추진 세력과 비판 세력이 얻은 전체 득표수를 계산해봐도 팽팽하다. '한미 FTA, 이대로 좋다'라는 게 국민의 뜻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프레시안 : 진보정당들은 한미 FTA 폐기를 주장한다. 어떻게 보나.

송기호 : 이미 발효된 국가 간 협정을 해제하려면, 여러 형태의 부담이 있다. 그걸 넘어서려면 광범위한 국민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한미 FTA에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이들도 많이 있고, 그들 역시 우리 국민이다. 민주 국가라면, 국민 다수를 설득해서 동의를 얻는 작업이 우선이다.

야권은 한미 FTA에 대한 책임감 있는 개정을 주장하는 게 옳다. '재협상'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이는 잘못이다. 이미 협정이 발효된 상태이므로 '개정'이 옳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등은 야권이 한미 FTA에 대해 말을 바꿨다며 비난한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한미 FTA가 쟁점이 되는 걸 꺼리는 분위기가 야권 일각에선 있는 모양이다. 한미 FTA를 묻어두고 가자는 건데, 결코 책임있는 태도가 아니다. 한미 FTA는 이제 현실이 됐다. 국민의 삶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그 영향을분석하고, 문제를 짚어내는 게 정치의 역할이다. 실제로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이걸 국민에게 널리 알리고 동의를 얻어서 한미 FTA를 개정해야 한다.

한미 FTA가 발효된 지금 드러나는 문제에 대해 야권이 과거에는 제대로 알지 못했을 수 있다. 과오가 있다면 인정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게 옳다. 그게 용기 있는 태도다. 과거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있고, 이를 고쳐야 한다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충분한 설명이 있다면, 다수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미 FTA 개정을 요구해야 한다. 물론 압도적 다수의 동의가 있다면 폐기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우선 급한 일은 충분한 설명과 설득이다.

"오렌지 싸게 먹자고 FTA 추진한 거였나"

프레시안 : 지난 한달 사이 드러난 한미 FTA의 문제점이 어떤 게 있을까.

송기호 : 한미 FTA를 추진할 당시 정부가 약속했던 것들과 현실을 비교해야 한다. 그리고 당시 약속한 효과가 실제로 나타나고 있는지 감시해야 한다. 당시 약속 가운데 실제 효과로 나타난 것은 거의 없다. 미국산 오렌지와 와인 가격이 약간 떨어졌을 따름이다. 그러나 한미 FTA가 오렌지 싸게 먹자고 추진한 것은 아니었다. 당시 추진 세력의 약속에는 없던 내용이다. 그렇다면 당시 약속대로 대미 수출이 늘어났을까. 아직 한 달 밖에 지나지 않아서 자료가 충분하지는 않지만, 대미 수출이 늘어나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하다. 통계를 보면, 오히려 줄었다.

기업 입장에서 봐도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달 미국 상무부는 삼성과 엘지의 냉장고에 대해 각각 최고 15.95%, 최고 30.34%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물론, 실제로 관세가 부과되기까지는 단계가 더 남아 있다. (17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는 덤핑 수출 혐의에 대해 기각 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FTA를 맺은 국가에 대해 반덤핑 규제를 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또 반덤핑 규제의 존재는 FTA로 인한 관세 인하 효과를 얼마든지 뒤엎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래서는 미국과 FTA를 맺은 의미가 없다.

반덤핑 규제란 제품을 너무 싸게 파는 행위를 규제하는 조치인데, 이런 장벽을 허물자는 게 한미 FTA를 추진한 취지였다. 실제로 한국 정부는 미국에 대한 무역 장벽을 낮추는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미국은 그걸 하지 않고 있다. 균형이 심각하게 깨진 상황이다. 한미 FTA가 공정하려면, 미국 역시 한국에 대해 반덤핑 규제를 풀어야 한다. 자유무역 이념과 배치되는 반덤핑 규제는 한미 FTA의 본질을 보여준다. 아울러 김현종, 김종훈 등 한미 FTA 추진 세력의 과거 발언이 얼마나 허구적이었는지도 확인시켜 준다.

한미 FTA 협정문에는 미국의 반덤핑 규제에 맞설 수단이 없다. 이 문제는 WTO 산하 기구에서 해결하게끔 돼 있다. 명백히 잘못이다. 미국이 한국에 반덤핑 규제를 푸는 내용이 한미 FTA 협정문에 담겨야 한다. 또 만약 반덤핑 규제를 해야 한다면, 어떤 조건을 충족해야하는지가 구체적으로 명시돼야 한다. 아울러 미국 측이 이를 어겼을 때는 한미 FTA 분쟁조정절차에 따라 해결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

"국익 걸린 외교서한…행방도 모르는 김종훈, 집에 가져간 김현종"

한마디로 한미 FTA를 통해 한국 제도만 바뀌었을 뿐 미국 제도를 바꾸는 데는 실패한 셈이다. 이는 한미 FTA 추진 세력의 허술한 태도와도 관계가 있다. 미국 전문직 비자쿼터 관련 서한을 둘러싼 논란이 이를 잘 보여준다. 전문직 비자란 의료, 법률, 회계,건축 등 분야의 전문 인력이 미국에서 취업하는 데 필요한 비자다. 미국에 유학생을 많이 보내는 한국 입장에선 중요한 이익이 걸린 문제다. 하지만 이를 둘러싼 협상 과정에서 한국과 미국이 주고받은 중요한 외교 서한마저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판결에서 외교부가 지난 5년간 존재 자체를 부인하던 미국 전문직 비자 쿼터 관련 서한과 관련해 "김현종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 협상 과정에서 미국 측으로부터 받았고, 그 서한이 존재하고 있는 사실은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리고 "법원이 비공개로 열람한 한-미 자유무역협정 관련 외교문서 수발대장에 전문직 비자쿼터 서한과 관련한 내용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보면, 김현종 개인이 보관하고 있을 뿐 외교부가 보유ㆍ관리한다고 볼 수 없다"라고 밝혔다.

국익이 걸린 외교서한을 전직 공무원이 개인적으로 관리했는데, 이를 외교통상부가 전혀 몰랐다는 말이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일이다. 중요한 외교서한을 공무원이 정부 모르게 갖고 있다가 퇴임했다는 게 말이 되나. 문제의 서한은 주한 미국대사관을 통해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에게 전달됐으며, 수신자는 김종훈 당시 협상 수석대표로 돼있다. 김현종, 김종훈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 말이다. 이처럼 허술하게 진행된 협상에서 문제가 생기는 건 당연하다.

"9호선 요금 인상, 한미 FTA 체제에선 막을 길 없다"

프레시안 : 총선 이후, 각종 민영화 조치에 탄력이 붙었다. KTX 민영화, 영리병원 등이 이런 맥락이다.

송기호 : 최근 수서발 고속철도 민영화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이밖에도 공공 서비스 민영화 시도가 다양하게 불거지는데, 나는 '민영화'보다 '사영화', '사유화'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고 본다. 이를 가리키는 영어 단어(Privatization)를 봐도 그렇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서, 이런 '사영화' 조치는 되돌릴 수 없게 됐다. 한미 FTA 협정문에 있는 '래칫(역진방지)' 조항 때문이다.

'래칫' 조항은 공공 서비스를 축소하려는 세력에게 무기가 될 수 있다. 서울시메트로9호선 요금 인상 시도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서울시메트로9호선 사업의 경우, 서울시가 일정한 수익률을 보장해주게끔 계약이 돼 있다. 서울시메트로9호선이 적자를 내면,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하는 것이다. 서울시메트로9호선 측이 이런 상황을 악용해서 무리하게 운임을 올려도, 한미 FTA 체제에선 정부나 지자체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자칫하면 투자자-국가소송제(ISD)에 휘말릴 수 있다. 한미 FTA가 다수 국민의 삶을 황폐화시킨다고 했던 것은 그래서였다. 최근 벌어진 여러 상황은 그 조짐을 보여준다.

영리병원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의 한미 FTA 협정문에선 이를 허용할 수 있게 돼 있다. 그러나 미국식 영리병원은 국민건강보험 체제를 근본적으로 흔든다. 일본에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교섭참가를 놓고 논란이 뜨거운데, 일본 의사회가 반대 입장을 취했다. 미국 주도 TPP에 참가할 경우, 국민의무건강보험 체제가 무너진다는 이유때문이다. 미국 주도의 경제‧무역질서에 편입하면 한국‧일본 방식의 건강보험 체제가 위협을 받는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ISD 폐기, 호주 방식을 따르자"

이런 점들을 국민에게 널리 알리고 동의를 얻어서 한미 FTA 개정을 요구해야 한다. 주로 요구할 사항은 크게 네 가지다. 미국의 한국에 대한 반덤핑 규제를 허무는 것, 민영화 조치를 되돌릴 수 없게끔 하는 래칫 조항을 폐기하는 것, 그리고 ISD 조항 삭제와 영리병원 금지다. 이 가운데 ISD 폐기에 대해서는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안다. ISD 폐기에 대해서는 호주(오스트레일리아)의 사례를 따르는 게 좋다고 본다. 호주 역시 미국과 FTA를 체결하는 과정에서 ISD 조항을 거부했다. 외국 투자 자본에 대해 차별하지 않는 입장만 분명하면 된다는 게다. 외국 투자자를 국내와 동등하게 대우하되, 사법주권을 해치는 국재 중재 권한을 주지는 않겠다는 게 호주의 입장이다. 우리도 이런 방식을 따르면 된다.

나머지 세 가지 역시 문제를 제대로 알린다면, 국민의 동의를 얻을 수 있다고 본다. 야권이 한미 FTA 쟁점에서 도망가서는 안 된다. 오히려 야권이 '말바꾸기'를 했다는 새누리당의 프레임에 말려드는 결과가 생길 수도 있다. 야권은 책임감을 갖고 한미 FTA 개정을 요구해야 한다.

"외교 균형 때문에도 한미 FTA 개정 필요"

프레시안 : 한중 FTA 추진 움직임도 있다. 여기에도 다양한 문제가 예상된다.

송기호 : 한미 FTA는 미국이 추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맥락에서 살펴야 한다. 미국은 일본 등 FTA를 맺지 않은 나라뿐 아니라 이미 FTA를 체결한 나라와도 TPP를 추진 중이다. 캐나다, 멕시코 등이 대표적이다. 머지않아 한국에 대해서도 TPP 참가를 요구하리라고 본다. TPP는 미국 중심 경제권이 중화경제권을 견제하기 위한 경제블록을 구성하는 전략으로 봐야 한다. 한국이 여기에 편입된다면, 중국과의 관계는 어떻게 맺어야 할까. 고민이 필요한 대목이다.

만약 한중 FTA를 한미 FTA와 다른 방식으로 맺는다면, 어떤 결과가 생길까. 한국이 미국에게 한 만큼의 양보를 중국에게는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미국에게는 압도적인 이익을 보장해주면서 중국에 대해서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중국을 차별하는 셈이 된다. 그렇다고 해서 한중 FTA마저 중국에게 대폭 양보하는 방식으로 맺을 수도 없다. 내가 한미 FTA 개정을 주장하는 한 이유이기도 하다. 중국과의 관계를 생각해서라도 한미 FTA는 보다 낮은 수준으로 고쳐야 한다. 중국과도 FTA를 해야 한다면, 낮은 수준으로 느슨하게 하는 게 옳다. 그리고 미국과도 그 수준으로 고쳐서 균형을 맞춰야 한다. 그게 장기적으로 옳은 길이다.



/성현석 기자

2012년 2월 13일 월요일

김현종, 美에 “FTA 개성공단 좌파이슈”…노무현‧김근태 속여


이글은 뉴스페이스 2012-02-12일자 기사 '김현종, 美에 “FTA 개성공단 좌파이슈”…노무현‧김근태 속여;를 퍼왔습니다.
“盧 훈령 어겨…국회가 압박한다 美에 호소”

김현종 당시 협상교섭본부장은 2007년 한미FTA 추진 당시 노무현 당시 대통령과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강력하게 요구했던 개성공단 문제를 철저히 속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3회는 여러 개의 미국 외교문서를 근거로 김 본부장의 ‘이중 행보’를 짚었다. 

한미FTA 찬반 여부를 떠나 개성공단 문제는 자주 언급된다. 추진 당시 개성공단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한미FTA에 함께 포함시키는 문제는 노무현 정부의 큰 관심사였지만 해결되지 못한 해 한미FTA는 타결됐다. 이와 관련해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외교문건에는 개성공단이 왜 협정문에서 빠졌는지 짐작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들이 들어 있다. 

김현종 협상교섭본부장은 2007년 4월 2일 한미FTA 협정 타결 직후 “개성공단 제품도 한미FTA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김 본부장은 “역외 가공 지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데 미 측이 원칙적으로 수용을 했다”며 “이제 남은 것은 양국이 한반도 역외가공지역위원회를 설치하고 이 위원회에서 역외가공지역을 지정하면 한국산과 동일하게 한미FTA 특혜 관세를 적용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대국민 담화를 통해 개성공단을 한미FTA 협상의 대표적 성과로 꼽으며 “앞으로 개성공단 뿐 아니라 북한 전역이 이 근거에 혜택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미국측 입장은 이와는 전혀 달랐다. 바티야 미 무역대표부 부대표는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제품을 현재 한미FTA의 적용을 받지 않게 돼 있다”면서 “개성공단 제품을 미국으로 수출할 때 한국산으로 원산지로 인정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재차 확인했다. 

실제 한미FTA 협정문에는 ‘개성공단’이라는 용어는 찾아 볼 수 없다. 협정 발효 1년 후 한미 공동으로 한반도 역외가공위원회를 설립해 역외가공지역 제품의 한미FTA 적용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 전부인 것으로 나타났다. 결정기준도 북한 비핵화와 역외가공지역들의 노동 임금 조건들이서 결국 미국 손에 달린 셈인 것으로 드러났다. 

개성공단 제품도 한미FTA 포함시키려 한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가장 큰 목표 중 하나였지만 협상 결과는 이처럼 보잘 것 없었던 것이다. 

뉴스타파는 노무현 정부 협상책임자들은 개성공단 이슈 관철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지를 외교문서를 근거로 따져나갔다. 

지난 2007년 3월 당시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이 방한 내용을 기록한 주한 미 대사관 3급 비밀전문에 따르면 김현종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은 폴슨 장관에게 “개성공단 이슈는 노무현 정부의 좌익 지지자들에게 중요한 문제다”라고 말한 것으로 적혀있다. 


ⓒ 뉴스타파 화면캡처

또 김현종 본부장은 “당시 북미 관계의 개선이 통상교섭본부장으로서의 자기 직무를 더 어렵게 만든다”고 말했으며 “국회가 개성공단 제품을 FTA에 포함하라고 자신을 더 세게 압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이 만난 시점은 한미FTA의 마지막 협상을 앞둔 시점이었고 김 본부장의 “개성공단 문제가 좌익들에게 중요한 이슈”라는 언급이 미국 측에 어떤 신호가 됐는지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는 보도했다. 

2006년 6월 14일자 주한미국 대사관 외교 전문은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FTA 1차 협상때 우리측 대표단이 “개성공단 문제를 최초 요구사항에 포함시키라는 정부의 확고한 훈령을 어겼다”는 외교통상부 북미 국장의 발언도 담고 있다. 

한미FTA 초기부터 우리 협상 대표단이 청와대의 입장과 다른 행보를 보였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한미FTA 협상 막바지인 2007년 3월 주한 미 대사관 외교전문은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의 발언도 담고 있다. 

김 의장은 미 대사와 만나 “한미FTA는 더 면밀하게 검토해 다음 정권에서 결론을 내야 하며, 개성공단 제품을 FTA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당시 미 대시 버시바우는 “한미FTA는 지금 아니면 안 되고, 개성공단 관련 요구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퇴임 후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신이 시작한 한미FTA결과에 대해 별로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못했다. 2008년 9월 주한 미 대사관 외교전문에 따르면 버시바우 대사가 이임 인사차 노 전 대통령을 방문해 “무엇보다 한미FTA 타결에 대해 감사한다, 미국에 돌아가 한미FTA 비준 위애 노력하겠다”고 덕담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별 반응 보이지 않았다. 버시바우 대사는 “자신의 성취에 대해선 별로 자긍심을 나타내지 않았다”고 당시 분위기를 기록했다. 

결국 한미FTA는 이명박 정부 들어 더 개악된 채 날치기 통과됐고 노무현 정부 당시 한미FTA 협상 책임자는 삼성그룹 사장으로 갔다. 또 협상과 재협상의 주역은 여전히 통상교섭 업무를 지휘하고 있다.

위키리스크 전문은 지난해 터져 나왔지만 지상파와 기성 언론이 외면하는 상황에서 대안언론 ‘뉴스타파’가 이같이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자 트위플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트위터에는 “뉴스타파 3회 봤다면 왜 노무현 정부가 FTA를 추진했는지 알 게된다. 바로 개성공단 때문이었다. 개성공단을 살려서 남북한이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이기를 바랬다”, “한미FTA와 개성공단.. FTA실무자들은 애초부터 개성공단제품 따위엔 관심이 없었음이 위키리크스 자료 통해 드러났다. 노무현 대통령의 관심과 지시가 있었음에도..김현종,김종훈..와..참 잘했다 니들..”, 

“뉴스타파 3회를 보니 노무현 정부가 한미FTA 국익에 도움되지 않는다면 안해도 된다고 했는데 김종훈 김현종 등 통상외교쪽 몇 놈들의 장난에... 정부의 명령을 어기고..노무현 대통령과 김근태 장관 역시 개성공단제품을 국내 상품으로 인정하는 줄 알았는데...저놈들의 장난이?”, “참여정부 당시 통상관료들이 한미FTA를 추진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에게는 개성공단 제품이 한국산으로 인정된다고 보고하고 미국에게는 인정되지 않는 것으로 협상을 진행했다. 사실상 고의로 대통령 행정명령인 훈령을 어긴 것이다” 등의 비난이 이어졌다. 

김영삼 전 대통령 패러디봇인 ‘김빙삼’은 “결국 노무현대통령은 한미FTA를 통해 북한을 미국과 경제적으로 연결 시키면서 개방하게 하는, 그래서 남북관계 개선을 할라카는 전략을 염두에 둔 것이었구만. 그거를 미국 간첩 김현종이캉 매국노 김종훈이 어그러뜨린기네”라고 일침을 가했다.

2011년 11월 27일 일요일

한-미 FTA 앞, 국가와 헌법을 묻다


이글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1-11-11일자 기사 '한-미 FTA 앞, 국가와 헌법을 묻다'를 퍼왔습니다.

1. “차종에 대한 비메탄유기가스의 배출량은 캘리포니아 규정집 제13편제1961(b)(1)(A)조에 규정된 것보다 더 엄격하지 아니할 것이다.”(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부속서 9-나 자동차 작업반 부속서한) 시민이 물었다. “환경 기준조차 우리 마음대로 정할 수 없는 것 아니냐.” 정부가 답했다. “우리는 세계적으로 가장 엄격한 기준을 채택하는 미국 캘리포니아 기준을 도입하며, 우리 배출가스 기준을 캘리포니아주가 정하는 것은 아니다.”(지난 11월 2일 외교통상부 대변인) 미국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규정을 바꾸면 어떻게 될까? 한-미 FTA의 맨얼굴이다.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의 자유무역협정’은 조약이다. 헌법상 조약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헌법 제6조). 미국은 다른 나라와 조약이 아닌 행정협정(Executive Agreement)을 체결하기도 한다. 한-미 FTA가 그것이다. 그런데 미 의회는 행정협정 중에서 통상협정(Trade Agreement)에 대해서는 별도의 이행법을 만들어 내용을 규정함과 동시에 효력을 제한한다. 과연 한-미 FTA는 미국의 법과 제도, 행정 조치와 실무 관행을 어느 정도 변화시키는 협정일까? 또박또박 읽어야 한다.
미국의 한-미 FTA 이행법의 핵심은 이렇다. “한-미 FTA 제1장(최초 규정 및 정의), 제11장(투자), 제21장(투명성), 제23장(예외) 및 제24장(최종규정)을 이행하는 데에 행정 조치의 변경은 필요 없다”, “제5장(의약품 및 의료기기)을 이행하는 데에 법, 행정부 규정 및 실무 변경은 필요 없다”, “제7장(관세행정 및 무역 원활화), 제9장(무역에 대한 기술장벽), 제19장(노동), 제20장(환경)을 이행하는 데에 법의 변경은 필요 없다”, “제10장(무역구제)을 이행하는 데에 미국의 반덤핑 또는 상계 관세 법률과 규정을 바꿀 필요가 없다”, “제3장(농업), 제8장(위생 및 식물검역 조치), 제12장(국경 간 서비스 무역), 제13장(금융서비스), 제14장(통신), 제15장(전자상거래), 제16장(경쟁), 제18장(지적재산권)을 이행하는 데에 법이나 행정 조치의 변경은 필요 없다”….
미국은 바뀔 거라곤 없다. 바꿀 필요도 없고 바꿀 생각조차 없었다. 가장 고전적 의미의 순수한 ‘자유무역협정’ 그대로다. 그래서 바뀌는 거라곤 ‘무역관세’와 ‘수수료’다. 관세와 수수료를 인하하면 그만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역관세와 수수료를 인하해야 한다. 실무 관행을 바꿔야 한다. 행정 조치를 바꿔야 한다. 경제질서를 우회전해야 한다. 이미 10개 이상의 법을 바꿨고, 대기 중인 법만도 20여 개다. 세제도 개편해야 한다. 종국엔 국민투표에 의하지 않고 헌법을 바꿔야 한다. 해석 개헌이 아니라, 헌법 아래 있는 조약이 헌법을 치받아, 헌법을 바꿔버리는 꼴이다.
미국은 그대로, 한국만 뒤집어진다
2. 목표가 달랐다. 미 의회와 행정부는 한-미 FTA의 목표를 ‘관세협상이 아니라 규제완화, 민영화를 되돌릴 수 없도록 하는 것’과 ‘비관세장벽 제거’에 두었다. 당연히 미 이행법 제102조는 “미국의 어떠한 법령에 불합치하는 협정의 규정 또는 어떠한 자나 상황에 대한 동 규정의 적용은 효력을 가지지 아니한다”고 정했다. 한국은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이름으로 미국의 통상 목표에 호응했다.
참여정부 시절에 협상 책임자였고 지금은 삼성전자 사장으로 가 있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의 말을 되새겨보자. “한-미 FTA는 낡은 일본식 법과 제도를 버리고 미국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받아들이는 것이다.”(한-미 FTA 청와대 브리핑 제1호·2006). ‘감세, 규제완화, 작은 정부’를 내용으로 삼는 신자유주의 정부, 주주자본주의, 금융자본주의, 시장만능주의에 기반한 미국식 국가 모델을 우리 국가 모델로 채택하자는 것이었다. 어떤 시민주권의 동의조차 없이 통상 관료와 행정부 책임자의 정치적 결단으로 국가 모델을 직수입하는 역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하고 만 것이다. 시민주권에 대한 심각한 모반이었다.


<절망의 무게>, 2011-정용일

삼정전자 사장님의 헌법학
그로부터 2년 뒤 미국에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물론 우리도 1997년 외환위기를 겪었다. 당시 미국이 주도하던 국제통화기금(IMF)의 처방전은 철저히 신자유주의에 기반한 것이었다. 초고금리 정책이었다. 재정적으론 긴축을 요구했다. 강력한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했다. 금융기관은 통폐합되고, 당연히 정리해고가 실시됐다. 그럼에도 국가의 존재 이유를 묻는 이는 드물었다. 그러나 2008년 미국에 대해서는 정반대의 처방전을 내놓았다. 초고금리가 아니라 ‘초저금리’였다. 재정 적자의 나라 미국에서 강력한 재정 투입이 있었다. 대규모 인위적 경기부양에 나섰다. ‘대마불사’(大馬不死)는 정치적 현실이 되었다. 금융기관을 살렸고, 자동차 회사를 국가가 먹여살렸다. 미국식 금융자본주의, 경제에 대한 최소 개입 원칙은 온데간데없었다.
돌이켜보면 한-미 FTA 협상을 시작한 2006년이나 협상을 강압적으로 비준하려는 2011년이나 역사와 현실에 대한 이해는 거의 무지에 가깝다. 같은 점이라면, 미국식 경제 모델과 국가 모델을 역사의 완성태로 이해하려는 점이다.
3. 한국과 미국, 두 나라 간 헌법의 차이가 국가 모델의 차이다. 미국은 계약의 자유를 근본적 권리로서 보호하며 사적 소유권 보호가 철저하다. 지적재산권 보호가 강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협정에서 지적재산권은 미국의 주된 관심사다. 지적재산권을 규정한 제18.10조 27항의 일부다. “(지적재산권) 침해자의 금전적인 동기를 제거하려는 정책에 합치되게, 장래의 침해를 억지하기에 충분한 벌금형뿐만 아니라 징역형 선고를 포함하는 처벌. 각 당사국은 나아가 사법 당국이 형사적 침해가 상업적 이익, 사적인 금전적 이득을 목적으로 발생하는 때에, 실제 형기의 부과를 포함하여 장래의 침해를 억지하기에 충분한 수준에서 처벌하도록 권장한다.”
책도둑은 글로벌 파렴치범
지적재산권은 보호해야 마땅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전통적으로(물론 현실과 합치된다고 강변하고 싶지는 않지만) ‘책도둑은 도둑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존재한다. 미국은 이런 사회 문화조차 바꾸고 싶어 한다. 수단 하나로 형사 절차에 깊숙이 개입하고 싶어 했다. 형의 종류를 형법도 아닌 조약에 규정했다. 입법 재량에 대한 중대한 침해다. 사법 당국에는 강력한 처벌을 주문했다. 우리 대법원은 조약에 이런 내용까지 담긴다는 사실을 과연 알고 동의했을까? 통상교섭본부가 이런 부분까지 약속하도록 시민주권은 미리 위임했던 걸까? 사법부의 양형 재량까지 한-미 FTA가 정해주었다. 미국식 법과 제도와 관행을 받아들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방편이었다.
4. 물론 우리도 계약과 시장에 기반한 사회다. ‘소유권 중심 사회’라는 것 또한 인정한다. 다만 우리 사회는 재산권은 보장하되,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제23조 2항)고 정해두었다. 시민의 기본권은 인정하되,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제37조 2항 전단)고 유보해두었다.
한국과 미국의 헌법 모델에서 결정적 차이는 바로 이 시대의 우상, ‘경제’에 있다. 미국 헌법에는 경제 조항이 없다. ‘정부 편’과 ‘기본권 편’만으로 구성된 것이 미국 헌법이다. 한국에 있는 ‘경제질서 편’이 없다. 계약 조항과 적정 절차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헌법 의식이다. 우리나라는 다르다. 경제질서 편을 두었고, 그곳에 9개 조문을 두었다. 그중에서 결정적 의미는 헌법 제119조 2항에 있다.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한국의 헌법재판소는 경제질서를 이렇게 정의한다. “사유재산제를 바탕으로 하고 자유경쟁을 존중하는 자유시장경제 질서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이에 수반되는 갖가지 규제와 조정을 용인하는 사회적 시장경제 질서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헌재 1996.4.25 92헌바47) 그래서 우리나라 헌법이 정한 경제질서, 즉 이런 헌법의 지배를 받는 국가 모델은 ‘자유시장경제 질서’와 ‘사회적 시장경제 질서’의 조화에 있다. ‘공익’과 ‘사익’의 조화에 있다. ‘개인’과 ‘나라’의 균형에 있다. 특히 경제 영역에서만큼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조화, 제조업과 농·어업의 조화 등 공익적 가치를 추구한다.
어쩌면 한-미 FTA 최고의 수혜자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대변하는 재벌이 될 것이다. ‘시장만능주의’를 추구해온 전경련에 헌법 제119조에서 127조에 이르는 경제 편은 최악의 ‘전봇대’였기 때문이다. 한-미 FTA에 더 이상 농·어민 보호는 없다. 중소기업 보호도 없다. 시민주권에 대한 책임성과 반응성의 원리도 없다. 오로지 투자자의, 투자자에 의한, 투자자를 위한 국가만이 존재한다.
그 중심에 ‘투자자-국가 소송제’(ISD)가 있다. 미국 뉴욕 월가의 초국적 자본이 한국에 투자하는 경우를 예상해보자(미국 자본을 미국인들만의 자본으로 이해하는 것은 지극히 협소한 이해다). 이들은 △우리 중앙정부나 시도 정부가 투자 인가나 투자 계약을 위반한 경우 △직접 혹은 간접 수용으로 인해 자신들의 투자에 손해가 발생했을 경우 국제중재청구를 제기할 수 있다. 투자 계약은 미국이 맺은 FTA 중 어디에도 없다. 그래서 설명이 필요하다. 투자 계약은 한마디로 공공서비스 민영화 계약이다. 사회적 인프라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계약이다.
통째로 삭제되는 헌법 ‘경제편’
이를 ‘투자 계약’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으로 화장했다. “발전 또는 배전, 용수 처리 또는 분배 또는 통신과 같이 당사국을 대신하여 공중에 서비스를 공급하는 권리 또는 정부의 배타적 또는 현저한 이용과 혜택을 위한 것이 아닌 도로, 교량, 운하, 댐 또는 배관의 건설과 같은 기반시설 사업을 수행할 권리”(제11.28조). 즉 상하수도 민영화, 전력 민영화 계약이고 대중이 이용하는 도로나 댐 등에 대한 건설 계약이다. 미국 투자자의 광범위한 참여를 보장했고, 지방정부나 중앙정부가 계약을 위반할 경우 곧바로 소송을 제기하도록 규정했다.
현 정부가 인천공항 민영화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는데, 바뀐 새 정부가 이를 취소했다고 하자. 곧바로 소송감이다. 얻은 건 투자자의 민영화 참여권이요, 잃은 건 공공정책의 재량성이다. 후진할 수 없다. 시민을 위해, 공공복리를 위해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전진이 아니라 후진으로 인정된다. 개방과 자유화를 향해, 투자자를 위한 기업국가만을 목표로 앞으로 내달려야 한다. 브레이크 없는 미국산 자동차에 동승한 형국이다.
대한민국 주권은 투자자에게 있다
5. 간접 수용에 대한 우리 사회의 논란이 거세다. 미국 판례법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법리다. 세상 어느 곳도 헌법에 간접 수용을 명문화한 나라는 없다. 오로지 재산권의 절대적 보장과 계약에 기초한 미국 사회라서 가능한 법리다. 문제는 공공정책의 재량성이다. 공공정책의 무기력화다. 물론 정부는 재량을 충분히 확보해두었다고 방어한다. 일부는 옳고, 대부분 틀렸다. “극히 심하거나 불균형적인 때와 같은 드문 상황을 제외하고는 공중보건, 안전, 환경 및 부동산 가격 안정화(예컨대 저소득층 가계의 주거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를 통한)와 같은 정당한 공공복지 목적을 보호하기 위하여 고안되고 적용되는 당사국의 비차별적인 규제 행위는 간접 수용을 구성하지 아니한다.”(부속서 11-나 수용) 담배에 대해 가격규제 정책이 강화될 수 있다. 한국 정부에는 공중보건이지만 미국 투자자에게는 간접 수용이다.
조약에 대한 해석은 각자 유리하게 하는 법이다. 모든 공공정책은 복합적일 수밖에 없다. 정부 정책이 공중보건 등 4가지 정책에 한정될 수도 없다. 달리 해석될 여지가 충분한 만큼 정부 정책이 소송 대상이 될 여지도 충분하다. 정책의 시민영향성을 고려하기보단 외국 투자자에 대한 영향을 고려해야 할 판이다.
정부는 왜 시장에 대한 조정 권한과 공공정책에 대한 결정 역량을 스스로 축소하길 바랄까. 왜 “경제가 사회적 관계에 포함되는 대신 사회적 관계가 경제 체계 안에 포함돼버리는”(칼 폴라니) 상황을 희망하는 것일까. 왜 시민주권보다 투자자 재산권을 더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인간의 존엄보단 계약의 자유를 최고 가치로 여기는 초시장사회, 초시장국가 모델을 왜 구태여 탐하는 걸까.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흐릿한 먼 곳을 무턱대고 쳐다보지 말고 우리가 서 있는 주변의 복잡한 상황을 잠시 동안 조용히 응시하자.”(토머스 칼라일)

글. 최재천 (변호사) 헌법학 박사, 전 국회의원(17대). 저서로 (2006), (2009)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