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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5일 화요일

‘정권 유지’라 쓰고 ‘국익’이라 읽는다


이글은 미디어스 2013-02-05일자 기사 '‘정권 유지’라 쓰고  ‘국익’이라 읽는다'를 퍼왔습니다.
[조윤호의 우파의 시대에 살아가기]댓글 알바 뛰는 국정원 직원의 현실

국정원 요원들을 다룬 드라마 (7급 공무원)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정보기관 요원들의 삶과 사랑을 그린 드라마 (아이리스2)도 곧 방영될 예정이다. 7급 공무원과 아이리스2 이전에도, 국가정보기관 요원들의 삶을 다룬 드라마와 영화는 많았다. 그곳에서 정보기관 요원들은 임무에는 냉철하지만 인간다운 매력을 풍기는, 하지만 국가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치는 멋진 요원들로 묘사된다.

나 알바 아니야, 정직원이야!

하지만 현실에서, 우리 눈앞에 있는 정보기관 요원들의 모습은 어떨까? 재작년 초를 떠올려보자. 한국 무기를 구입하겠다며 방문한 인도네시아 외교사절단의 호텔방에 한국 국가정보원 직원들이 숨어들어 노트북을 훔쳐보다 호텔직원에게 걸렸다. 그리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체포되었다. 당시 여야를 가리지 않고 국정원의 허접한 일처리(?)와 무리한 임무수행을 질타했다.

▲ 이광석 수서경찰서장이 지난해 12월 17일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에서 국정원 직원 불법선거 운동 혐의사건 관련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 이날 발표한 중간 수사 결과는 현재 상당히 뒤집힌 상황이다. ⓒ뉴스1

최근 국정원이 다시 정치권과 언론의 중심에 있다. 국정원이 북한 간첩이라도 소탕한 걸까? 아니면 북한의 핵개발에 관한 주요한 정보라도 입수한 걸까? 아니다. 문제는 인터넷이다. 민주당이 대선을 전후로 국정원 여직원이 집권여당에 동조하고 야당 후보를 비방하는 글을 올렸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처음에는 그런 적 없다고 잡아뗐으나 수사를 통해 사실이 드러나자 국정원은 인터넷 상의 종북주의자들을 감시하는 임무를 수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한겨레)의 보도를 통해 국정원 직원이 진보성향의 인터넷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에 야당후보를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무더기로 올렸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자 국정원은 “대북심리전 활동을 위해 글을 올렸다.”고 말을 바꿨다.
이 사건을 접하고 맨 처음에 든 생각은 “아니, 국가정보기관이 정치적 중립성을 어기고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여론 선동을 하다니!”라는 분노가 아니었다. “그렇게 할 일이 없나.”는 생각이 들었다. 민주당이 최초로 의혹을 제기하며 국정원 직원의 집을 에워쌌던 날, 북한이 미사일을 쐈다. 바로 하루 전날에도 국정원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정황을 알아차리지 못했고 정부는 북한이 미사일을 쏘지 않을 것이라 공식 발표했다. 두 가지 사건이 대비되면서 국정원의 무능함은 더욱 빛났다. 트위터에는 “인터넷에서 ‘너 알바지?’라고 물으면 기분 나빠하는 이유를 이제야 알았다. 알바가 아니라 정직원이었구나.”라는 자조 섞인 유머가 떠돌았다.

종(從)북 vs 종(從)명박

이 사건이 황당하게 느껴지는 본질적인 이유는 자신들의 정치적인 활동을 국가안보, 국익으로 포장하는 국정원의 가증스러움 때문이다. 국정원은 종북주의자들에게 인터넷과 여론이 조작당하지 않도록 대북심리전을 펼친 것이라 주장했다. 국정원 직원은 김정일과 김정은, 북한 정권을 비판하는 글을 많이 올렸다고 한다. 북한에 관련된 글이니 국정원에 이에 대해 개입하는 건 이해할 수 있다 치자. 북한에 관한, 사실과 다른 정보가 인터넷에 떠돌아다니자 국정원이 이에 대응한 거라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지난달 25일 불법선거운동 혐의를 받고 있는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29)가 3차조사를 마친 후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뉴스1

문제는 국정원 직원 김씨가 4대강 사업이나 무상보육 철회, 제주해군기지 철회 등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두둔하고, 이명박 대통령의 해외 순방을 치켜세우는 등 이명박 정권을 옹호하는 글을 많이 작성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야당 인사를 비판하고 박근혜 후보를 띄우는 활동을 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를 칭송하고 박근혜를 치켜세우는 게 종북주의에 대응하는 것과 대체 무슨 관련이 있는 걸까? 그리고 이게 왜 ‘대북심리전’일까? 이명박 정부에 반대하고 박근혜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국가의 적이고, 한국의 적인 북한과 똑같은 놈들이라는 걸까?
대선 직전 (한겨레)는 전직 국가정보원 관계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국가정보원이 2011년부터 4대강 사업 등 국정홍보와 ‘좌파와의 사상전’을 내세워 심리정보국 산하에 안보 1, 2, 3팀을 설치해 ’인터넷 댓글 사업’을 전개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 “국정원 엘리트 70명 ‘댓글알바…자괴감 느껴” ) 이 인터뷰에서 전직 국가정보원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 들어 4대강을 비롯한 치적홍보에 열을 올렸는데, 국정원에서도 처음에는 이런 정권홍보를 위해 조직이 만들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치적 홍보에서 정치적인 것으로 (홍보 활동을) 확장하게 되면서 야당 인사에 대한 비판 또는 이명박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 기사에 반박 댓글을 다는 쪽으로 확장된 것이다”고 전했다.
이 인터뷰는 ‘국정원이 정치적인 활동을 하는 건 나쁘다’는 식으로 전개되었지만, 사실 치적 홍보 역시 ‘정치적 활동’에 가깝다. 특정 정권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국가안보 관련 사항도 아닌 정부정책을 홍보하는데 왜 국가정보원이 동원되어야 하는 걸까? 그리고 홍보처를 통해 정책홍보를 하면 되지 왜 국가정보원을 동원해 여론전을 하는 걸까? 이들은 특정 정권, 특정 정치세력의 이익과 국익을, 특정 정치세력의 정권유지와 국가안보를 혼동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정권의 이익 및 안정과 국익, 국가안보를 동일시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10년 이명박 정부가 천안함 사건을 UN 안보리에 회부했을 때의 일이다. 참여연대가 천안함 사건 관련 정부 발표문에 대한 의문점을 UN안보리에 서한으로 발송했다. 청와대와 보수언론은 참여연대를 난타하며 어느 나라 국민이냐고 물었다. 그 때 어김없이 국익논리가 등장했다. 한국 정부의 발표에 반박을 제기하는 주장을 한 것이 국익을 해친다는 것이다. 정부발표에 의혹이 있다는 말을 하는 게 국익을 해친다고? 국익을 해체는 게 아니라 ‘이명박 정부’가 욕을 먹는 것이 아닌가?
국방부가 나꼼수 등 정부 비방 팟캐스트를 듣는 군인들의 스마트폰을 조사하고, 삭제 조치한 일도 있었다. 군인들이 지키는 건 국가이지 특정 정권이 아니다. 나꼼수 듣는다고 종북이면, 나꼼수를 못 듣게 한 국방부는 종(從)명박이다.

‘정권 유지’라 쓰고 ‘국익’이라 읽는다

이명박 정부만 이렇게 해괴한 국익 논리를 내세운 건 아니다. 노무현 정부 때 벌어진 황우석 사태를 떠올려보자. 황우석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보도한 (PD수첩을 비롯한) 언론은 정치권은 물론 온갖 ‘국민’들의 물리적, 정신적 협박에 시달렸다.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 정치인들은 황우석을 비난하는 건 국익을 해치는 것이라 주장했다. 유시민은 "언론의 자유가 판을 쳐서 악취가 난다"는 말까지 했다. 국익이 침해되는 게 아니라 황우석을 밀어주고 줄기세포 사업을 추진한 정부의 공이 사라지기 때문에 정당한 의혹제기를 막은 게 아닌가? 만약 황우석에 대한 의심이 전혀 제기되지 않다가 나중에 황우석이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한국은 개망신을 당했을 것이고 세계인들의 안주거리가 되었을 것이다. 도대체 누가 국익을 침해한 걸까?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난 국정원의 모습도 유사하다. 정권 유지를 위해 봉사하면서 이를 국익과 국가안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 있다. 정권 유지라 쓰고 국익이라 읽는다. 경찰이나 검찰 등 다른 국가기관이라고 다를까? 보수우파들은 언제나 그들이 하는 일에 국익, 국가안보를 내세운다. 하지만 그들이 내세우는 국익은 누구를 위한 국익이며, 그들이 내세우는 국가안보는 누구를 지키기 위한 것일까. 국정원은 ‘대북심리전’을 한답시고 정권을 비판하는 네티즌들을 상대로 여론전을 펼쳤다. 정권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적’으로 생각하는 국정원은 아마 그런 네티즌들은 국민도 아니고, 지켜야 할 대상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그들이 내세우는 국가안보가 많은 사람들을 지켜줄 수 없는 이유다.

조윤호. 서울시립대학교에서 국제관계학을 공부하고 있으며, 학내 자치언론 (대학문화)의 편집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20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많아지면서 20대라는 이유로 여기저기에 글을 썼다. 지은 책으로 (개념찬 청춘), (별별 차별)(공저)이 있으며, 최근 박근혜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바탕으로 (보수의 나라 대한민국 : 박근혜로 한국사회 읽기)를 출간했다.

2012년 7월 8일 일요일

부끄러워 비공개 뒤로 숨나


이글은 한겨레21 2012-07-09일자 제918호 기사 '부끄러워 비공개 뒤로 숨나'를 퍼왔습니다.
[초점] 협정문 번역 오류 감추고, 비자쿼터 받아내지 못하고… 정보 독점하며 ‘국익’ 해쳐온 외교통상부, 통상절차법에 비공개 요건 추가해

» 외교정보 비공개를 일삼아온 외교통상부는 론스타가 지난 5월22일 제출한 한국의 ‘1호 투자자-국가소송제(ISD) 사건’ 중재의향서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2011년 7월1일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잠정 발효를 축하하는 김종훈 당시 통상교섭본부장(현 새누리당 의원·맨 오른쪽) <한겨레> 김정효 기자

2011년 3월8일 오전 9시30분께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402호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법안심사소위가 열려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논의하려던 참이었다. 핵심 쟁점은 가 잇따라 보도한 한-EU FTA 번역 오류였다. 위원장을 맡은 유기준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심의를 시작하자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의 한 공무원이 귓속말을 했다. 유 의원이 회의실을 쭉 둘러보더니 물었다. “여기, 기자가 있습니까?” 한쪽 구석에 앉아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다가 멈추었다. 외교부 공무원이 기자를 쳐다보며 눈짓을 보냈다. 위원장이 다른 의원들에게 비공개 회의로 전환하자고 제안했다. 결국 기자는 쫓겨났다.

오죽했으면 론스타가 보도자료를

외교부는 비공개를 지향한다. 명분은 외교관계는 공개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FTA 협정문 한글본에 수백 개의 번역 오류를 내고 중요한 외교 문서를 부실 관리해 국익에 뚜렷한 손상을 입힌 당사자들이 당당하게 국익을 팔고 있는 셈이다.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투자자-국가 소송제(ISD)를 제기하겠다고 밝혔을 때도 마찬가지다. 론스타는 지난 5월22일 주벨기에 한국대사관에 중재의향서를 제출했는데, 보도자료를 낸 곳은 외교부가 아니라 금융위원회였다. 엿새나 지난 석가탄신일 휴일에, 그것도 신문사의 초판 마감이 끝난 저녁 6시쯤에. 보도자료의 내용은 암호문 수준이었다.
“2012. 5.22 론스타는 우리 정부의 조처로 인해 대한민국에 대한 투자와 관련해 손해가 발생했음을 주장하고, 이에 대한 협의를 요청하는 문서를 주벨기에 대한민국대사관에 전달했다. 동 문서의 주요 주장 내용은 우리 정부가 론스타의 외환은행에 대한 투자자금 회수와 관련해 자의적이고 차별적인 조처를 했으며, 우리 정부가 론스타에 대해 자의적이고 모순적으로 과세함에 따라 론스타 쪽에 손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보도자료만 읽어보면, 한국의 ‘ISD 1호 사건’이 시작됐음을 감지하기 어렵다. ISD나 국제중재라는 용어가 전혀 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얼마나 답답했는지 론스타가 5월30일 다시 보도자료를 뿌렸다. 한국 정부가 밝힌 ‘협의를 요청하는 문서’가 사실은 ‘ISD 중재의향서’라고, 또 한-벨기에 투자협정(BIT)에 따라 6개월의 냉각(협의)기간이 끝나는 오는 11월에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위원회(ICSID)에 ISD를 정식으로 청구하겠다고.
ISD가 시작됐지만 외교부는 론스타 문제는 금융위원회 소관이라며 발을 빼고 있다. 지난해 ISD가 한국의 공공정책을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때마다 ‘괴담’이라고 몰아붙이던 외교부 공무원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를 일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5월31일 론스타가 보낸 중재의향서 원문을 공개하라고 외교부에 청구했다. 정부의 조세·금융 정책이 외국 투자자에게 공격을 받는데다 국민 세금으로 수백만달러의 법률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사건이니 정보를 낱낱이 공개하는 게 상식적이다. 실제 미국과 캐나다는 외국 투자자가 중재의향서를 접수하면 국무부와 외교부 홈페이지에 곧바로 전문을 올린다.

미국 국무부와 캐나다 외교부에 ‘국익’따윈 없다?

한국 외교부는 이번에도 밀실을 택했다. 민변의 정보공개청구를 지식경제부와 금융위원회로 이송했고, 6월20일 비공개 처분이 나왔다. “공개청구 대상 정보(중재의향서)는 외교관계 등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고, 의사결정 과정 또는 내부 검토 과정에 있는 사항 등으로서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익히 알고 있는 그 레퍼토리다. 한국 정부의 논리대로라면, 19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발효한 뒤 중재의향서를 공개해온 미국 국무부와 캐나다 외교부는 18년간이나 국익에 손상을 입히고 있는 셈이다. 통상법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국민이 알아야 할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관료들이 독점해 언론의 견제나 여론의 형성이 이뤄지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악순환을 부르는 외교부의 밀실 행정은 한두 건이 아니다. 2011년 6월 한-미 FTA 한글본 협정문에서 번역 오류를 296건이나 발견하고도 정오표를 공개하지 않은 게 대표적이다. 비공개 이유는 “미국이 외교문서로 규정”했기 때문이란다. 한국 법원이 국민의 알 권리가 우선한다며 정오표를 공개하라고 판결했지만 외교부는 따르지 않고 항소했다. 1년 가까이 지난 5월24일 갑작스럽게 외교부는 항소를 취하하고 한-미 FTA 한글본 정오표를 공개했다. 이번에도 “미국과의 협의가 완료된 데 따른 것”이란다. 한국 외교부한테는 한국 국민이나 한국 법원보다 미국이 우선인가 보다.
비공개라는 방패 덕에 외교부는 주요 외교서한을 부실 관리한 사실도 5년간이나 숨길 수 있었다. 2007년 6월 한-미 FTA 재협상 때 한국 정부는 전문직 비자쿼터를 미국에서 받아냈다고 발표했다. 전문직 비자란 건축사·엔지니어·회계사 등 전문직 외국인에게 발급하는 미국 비자다. 김종훈 당시 협상 수석대표(현 새누리당 의원)는 “(앞서 미국과 FTA를 맺은) 오스트레일리아(1만500개)보다 더 많은 숫자를 받아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외교부는 이후 “미국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을 바꿨다. 당연히 미국과 주고받은 전문직 비자쿼터 관련 서한도 없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외교부가 없다던 그 서한을 전직 외교관이 개인적으로 보관한 사실이 지난 4월 법원 판결로 뒤늦게 밝혀진 것이다.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민변이 청구한 정보공개청구 소송에서 미국 국무부와 주고받은 외교서한 두 통을 공개했다. ‘한국이 전문직 비자쿼터를 취득하도록 협조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법원은 “김현종 당시 본부장이 미국과의 FTA 협상 과정에서 미국 측으로부터 받았고, 전문직 비자쿼터 서한이 존재하는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외교부의 한-미 FTA 외교문서 수발 대장에 관련 내용이 없어 김현종 개인이 보관하고 있을 뿐, 외교부가 보유·관리한다고 볼 수 없다며 각하 판결했다.
국익이 걸린 외교서한을 부실 관리한 사실, 그로 인해 한국이 전문직 비자쿼터를 끝내 받아내지 못했음이 드러났는데도, 외교부는 변함없이 당당했다. ‘전문직 비자쿼터 서한 관련 행정소송 승소’라는 보도자료를 내어 “법원이 민변이 제기한 소를 각하해 외교부의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만 알렸다. 반성이나 유감의 표현은 전혀 없었다.

“사실상 모든 통상 정보 공개 않을 우려”

외교부는 이제 새로운 무기까지 얻는다. 7월18일부터 시행하는 통상절차법을 보면, 비공개 요건이 추가돼 있기 때문이다. ‘통상협상의 상대국이 비공개를 요청하는 경우’나 ‘통상협상에 지장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도 외교부가 정보를 공개하지 않을 수 있게 됐다. 민변은 “두 가지의 새로운 사유를 들어 외교부가 사실상 모든 통상 정보를 공개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의 밀행성은 당연히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지금 한국에서는 모든 게 뒷걸음질치고 있는 것일까.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2012년 6월 29일 금요일

“을사늑약의 망령” 또 조금만 기다려달랄 건가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6-29일자 기사 '“을사늑약의 망령” 또 조금만 기다려달랄 건가'를 퍼왔습니다.
[아침신문 솎아보기]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오늘 서명 강행… ‘박근혜 공주’ 부산 포스터 논란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문안에 이르면 오늘 오전중 서명해 강행할 뜻을 밝혔다. 국회동의와 국민들의 거센 반대를 무시한 처사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제 강토와 혈육을 짓밟은 역사적 범죄자와 군사적 동지관계를 맺겠다는 파렴치함을 드러냈다는 분노가 크다.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의원이 뼛속까지 친일·친미로 평했다는 미 외교문서가 공개되고, 독도발언 의혹을 낳았던 이명박 정부에 대해 시민들은 “1905년 을사늑약이 따로없다”, “매국노 정권”이라는 조롱도 잇따른다.
이 와중에 한 주요 일간지는 반일감정과 군사이익을 구분해야 한다는 주장을 기사와 사설로 29일자 아침신문에 버젓이 내기도 했다(중앙일보).
정부와 달리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내에서는 절차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와 함께 국익을 우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뒤섞여 나오면서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황우여 대표는 독도를 방문하는 분열적 행태마저 드러냈다.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이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과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에 돈 받은 혐의를 받고 오는 3일 검찰에 출석한다. 측근·친인척 부패의 끝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정권의 말로이다.
다음은 29일자 아침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이상득, 임석 회장에게 수억원 받았다)
-국민일보 (금리 낮추고 원금 분할상환 ‘은행권 프리워크아웃’ 추진/단기연체 저신용자 회생 돕는다)
-동아일보 (이상득, 저축은서 수억원 받은 혐의)
-서울신문 (정부 “한일정보협정 오늘 체결” 야권 “국회 비준 동의 거쳐야”)
-세계일보 (일이 군사협정 먼저 제의?…정부, 거짓말)
-조선일보 (이상득 소환…박지원·정두언도 수사)
-중앙일보 (김찬경 회장에게 수억원 받은 혐의 이상득 내주 소환)
-한겨레 (이상득, 솔로몬저축서 수억원 수수혐의…내달 3일 소환)
-한국일보 (‘대통령 형님’ 결국 검찰 소환)

한일군사협정 오늘 체결 강행 파문

정부와 청와대가 27일 비밀리에 국무회의를 통과시킨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서명을 강행하겠다고 밝혀 파문을 낳고 있다. 야당은 물론 여당 일부와 시민단체들은 협정 내용과 절차적 하자를 들어 협정 체결을 반대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8일 경향신문과 통화에서 “행정부 내에서 논의는 다 끝난 사안이라서 더 고민할 것이 없다”면서 “대통령 재가가 남았다고 하는데, 그것은 그저 행정적 절차만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9일 일본 각의에서 논의하니 (대통령 재가는) 그 전에 해줘야 한다”며 “29일 오전까지 사인하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병제 외교통상부 대변인도 정례브리핑에서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29일 오후쯤 서명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실무선에서는 움직이고 있다”면서 “서명은 도쿄에서 겐바 고이치로 일본 외상과 신각수 주일대사 사이에 이뤄진다”고 말했다.

서울신문 6월 29일자 1면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고위정책회의에서 “한·일 군사협정 체결은 외교부·국방부 장관이 국회와의 약속을 저버려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언주 원내대변인도 “일본과의 정보보호협정은 국회 비준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복회는 성명에서 “우리 민족에게 가한 전대미문의 침략 만행에 대해 일본 정부의 사죄와 반성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군국주의 침략을 자행한 선대의 잘못을 ‘모르쇠’로 일관하는 일본을 상대로, 역대 어느 정권도 군사 관련 협정을 협의하지 않았음을 우리 모두는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참여연대, 민주노총 등 48개 단체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무회의에서 밀실 통과된 한·일 군사협정 체결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독도 기다려달라에서 이젠 을사늑약 망령까지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강행 방침에 대해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은 28일 성명에서 “이명박 정부는 일본 우익보다 더 큰 모욕을 우리 국민과 위안부 피해자에게 했다”며 “위안부 문제에도 법적 해결이 아닌 인도적 해결만 운운하더니 날치기 군사협정을 강행해 ‘뼛속까지 친일’이라는 정체성을 확인시켰다”고 반발했다고 한겨레가 전했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는 트위터에서 “일본을 위해 자위대를 정식 군대로 인정한 매국 이명박-새누리 정권”이라고 비난했다. 박찬종 변호사도 “어째 1905년 을사늑약을 비밀에 부쳤던 망령이 떠오른다”고 비판했다.
이명박 정부의 ‘친일’ 의심 전력은 그동안 여러차례 질타를 받아왔다. 이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이 2008년 알렉산더 버시바우 당시 주한 미국 대사를 만나 “이명박 대통령은 뼛속까지 친미·친일이니 그의 시각에 대해선 의심할 필요가 없다”고 발언했다는 미국 외교전문이 지난해 9월 위키리크스를 통해 공개됐다.

한겨레 6월 29일자 3면

또 이 대통령이 2008년 7월 훗카이도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이 교과서에 독도를 다케시마로 표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당시 후쿠다 야스오 총리에게 “기다려달라”(hold back)는 말을 했다는 내용이 주일 미 대사관의 외교문서를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역사학자 전우용씨는 “김장훈씨 같은 사람들이 제 돈 내서 ‘독도는 한국 땅’이라고 아무리 광고하면 뭐합니까? 일본이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또 주장할 걸 알면서도 군사협정 체결하는 정부가 있는데”라고 말했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북 위협·미국압박·비밀추진…1965년 한일협정’

정부가 이 같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추진하는 과정과 배경이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 때와 유사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향은 “미국 주도의 동북아 질서와 일본의 과거사 문제, 정부의 권위주의적 일 추진 스타일은 47년이 지나도 거의 바뀌지 않았다”고 혹평했다.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한국과 일본에 올 때마다 한·일 간 군사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그는 일본 당국자들에게 과거사 문제에 대해 왜 좀 더 성의 있는 태도를 보이지 못하느냐고 채근하고, 한국을 방문해서는 한·일 군사협력이 왜 필요한지 집요하게 역설했다고 정부 관계자는 말했다.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직전인 1964년 1월 로버트 케네디 미 법무장관과 딘 러스크 국무장관이 방한해 한·일 국교정상화 회담을 조속히 타결하라고 촉구했었다.
권위주의 정권이 밀실에서 추진한 점도 공통된다. 경향신문은 “박정희 정부는 한·일협정을 밀실에서 추진하다 6·3항쟁이라는 국민적 저항에 직면했다. 김종필-오히라 메모 등 밀약설이 끊이지 않았다”며 “2005년 법원 판결로 한·일협정 관련 외교문서가 공개될 때까지 식민지배의 피해자들이 권리를 찾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입으로는 국익, 몸은 독도 방문…황우여의 자가당착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비밀리에 체결한 것을 두고 새누리당의 입장이 우왕좌왕하고 있다. 국민 여론 수렴 부재에 대한 비판과 함께 군사적 이득이라는 목소리가 함께 뒤엉켜있는 형국이다. 특히 황우여 대표 등 지도부는 독도까지 방문하는 자가당착을 드러냈다.
유승민 의원은 28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국가 안보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지를 우선 따져야 하고, 국민 정서에 반하지만 불가피하게 필요하다면 국민을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고 말했다. 남경필 의원도 트위터에 “절차상에서 제기된 지적에 대해 분명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고, 김을동 의원도 “역사의식을 망각한 한·일 군수협정도 체결 추진. 일본 자위대와 함께 손잡고 세계로 나가자는 건가”라고 성토했다.

경향신문 6월 29일자 5면

정몽준 전 대표는 오후 관훈클럽 초청 토론에서 “시기와 절차 다 잘못됐다. 가능하면 협정을 취소해야 한다”며 아예 김황식 국무총리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반해 군 장성 출신인 황진하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우리가 한·미 정보력에 주로 의존을 하고 있는데 부족한 부분을 보충할 수 있다고 한다면 상당히 득이 될 수가 있다”고 주장했다.
황우여 대표 등 지도부는 이날 독도를 방문했다. 경향신문은 “민족적 가치를 최우선시하는 보수정당이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는 일본과의 군사협정 체결을 용인하면서 독도를 방문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신문, 한일군사협정 국회동의는 불필요하다?

한·일 정보보호협정 체결과 관련해 국회 동의 여부에 대해 정치권과 정부가 맞서고 있으나 서울신문은 “전문가들이 국민적으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국회 동의를 구해야 할 사안은 아니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는 분석을 내놓아 배경에 의문을 낳았다.
헌법 60조는 국회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이 필요한 사항으로 ‘상호원조 또는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 중요한 국제조직에 관한 조약, 우호통상항해조약, 주권의 제약에 관한 조약, 강화조약,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을 규정하고 있다.
조병제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28일 브리핑에서 “과거에 체결한 12개의 유사 협정에 대해서도 국회 동의가 필요없다는 의견을 법제처로부터 받았었고 이번 협정에 대해서도 같은 의견을 받았다”고 밝혔다. 국회 외교통상위원회 관계자도 “이번 협정의 경우 이미 법제처가 국회 동의가 필요없는 사안으로 결론지은 만큼 논란의 소지는 없다”고 말했다.
서울신문은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의 말을 빌어 “국민의 신체·자유·생명을 구성하는 요건을 담는 국제조약은 마땅히 국회 동의가 필요하지만 이번 협정은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의 조약이 아니라 정부 간의 약속인 만큼 국회 동의는 필요하지 않다”고 전했다.

“일본이 군사협정 먼저 제의했다는 정부 주장은 거짓말”

‘일본이 2010년 한일간 군사협정 체결을 최초 제안했다’는 정부 발표와 달리 우리 정부는 이미 2008년 일본에 ‘상호군수지원협정’ 체결을 제의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세계일보가 전했다.
세계일보에 따르면, 정부 소식통은 28일 “2008년 국방부가 일본 측에 상호군수지원협정(ACSA)을 먼저 제의한 것으로 안다”며 “이는 우리의 필요에 의해서였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도 “우리나라와 일본이 사용하는 무기가 비슷하다. 특히 탄약은 동일한 탄종이 많은 편”이라며 “탄약 재고가 적은 우리로선 특수탄약 재고가 많은 일본의 도움이 절실했다”며 “을지포커스렌즈 연습 때마다 반복되는 탄약 부족 현상을 메우고 유사시 한반도 급변사태에 대비한 원활한 탄약 공급처로 일본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반일감정 국익과 분리하지 않는한 한일군사협력 어렵다? 중앙일보 어느나라 신문인가

이에 반해 중앙일보는 묘한 논조를 드러낸 기사를 냈다.
10면 머리기사 (한·일 군사협력 논란 끝에 첫발)에서 중앙일보는 한일군사정보협정을 강행하려는 정부에 대해 “정부는 지난 1년6개월간 일본과 협정 체결을 두고 협의한 결과 국내 여론과 한일 관계를 고려해 정보보호협정만 맺고 상호군수지원협정은 보류키로 했다”고 소개해줬다.
중앙은 “우리나라는 미국을 비롯해 과거 공산권 국가였던 러시아·폴란드·루마니아 등 24개국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맺고 있다”며 “일본은 25번째”라고 역설했다.
중앙은 이어 “이를 놓고 국내에선 절차에 대한 논란이 번지고 있다”고 전했다.
과연 절차에 대한 논란만 있는가. 일제 식민지 36년을 포함해 수많은 침략을 당해온 민족의 일원으로 제국주의 전범국가와 군사정보를 교류하는 협정을 맺는다는 끔찍한 행태를 중앙일보는 절차의 문제로만 보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중앙은 기사 뒷부분에서 “결국 과거사 문제에 일본이 전향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또 국내 여론이 반일감정과 국익을 분리해 인식하지 않는 한 한·일 군사협력이 본궤도에 오르기는 어렵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뿐이 아니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도 ‘필요한 한일협정’이라고 표현했다. 중앙은 “일본과의 군사정보협정은 필요하다. 말할 것도 없이 북한의 위협 때문”이라며 “국가안보를 위해 양질의 대북 정보는 다다익선”이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6월 29일자 사설

중앙은 “일본과의 정보보호협정이 왜 필요한지, 이를 통해 우리가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당당하게 밝히고, 국민과 정치권을 설득하면 되는 것”이라며 “과거사, 위안부, 독도 문제 등을 안고 있는 일본과의 군사협정은 신중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지만 과거사나 위안부 문제와 안보 이익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과거사나 독도 문제는 그것대로 대응하면서 협력할 것은 협력하는 게 옳은 자세”라고 거듭 분리 접근을 주장했다.
일본의 과거사 문제에 대한 반성과 사죄는 가해국가인 일본이 가져야할 당연한 태도이다. 그런데도 이 문제와 함께 ‘우리도 반일감정과 국익을 분리해 생각하자’는 주장을 펼치는 것은 과연 중앙일보가 대한민국의 신문인지, 친일 기관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백설공주 옷에 독사과 부산 박근혜 포스터 나붙어

부산 도심에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백설공주 차림으로 박정희 얼굴이 새겨진 독사과를 들고 있는 모습을 그린 포스터 수십장이 부착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8일 부산진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부산 동구, 중구, 진구 등 3개구 버스승강장과 택시승강장 유리벽에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일명 ‘박근혜 풍자 포스터’ 70여장이 나붙었다고 머니투데이, 국민일보 등이 전했다.
가로 60㎝ 세로 80㎝ 크기로 제작된 포스터는 청와대를 배경으로 한 잔디밭에 박 전 대표가 동화 속 백설공주 차림으로 한손에는 박정희 얼굴이 새겨진 사과를 들고 있다.

국민일보 6월 29일자 5면

현재 박 전 대표는 새누리당 비(非) 박근혜 진영 등으로부터 당을 소통 부재 및 비민주적으로 몰고 가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얼음공주’, ‘수첩공주’ 등으로 불리고 있다.
경찰관계자는 “28일 새벽 동구, 중구, 진구로 연결되는 거리에 수십 장의 포스터가 부착돼있었다”며 “포스터를 모두 수거하고 조만간 유력한 용의자를 소환해 조사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상득, 임석 회장에 수억원 받았다…영장 청구 가능성”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77·사진)이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50·구속기소)에게 영업정지를 막아달라는 청탁과 함께 수억원을 받은 정황이 포착됐다고 경향신문이 보도했다. 검찰은 다음달 3일 이 전 의원을 소환조사한 뒤 혐의가 확인되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대검찰청 산하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 부장검사)은 이 전 의원을 다음달 3일 소환조사한다고 28일 밝혔다.
이 전 의원은 ‘참고인성 혐의자’(피내사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다. 검찰이 그의 구체적인 범죄 혐의를 확인했다는 뜻이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이 전 의원은 임석 회장으로부터 솔로몬저축은행의 영업정지를 막아달라는 청탁과 함께 최소 수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최근 임 회장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이 전 의원의 혐의를 뒷받침할 만한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경향은 전했다. 임 회장은 이 전 의원과 같은 소망교회 교인이다.

“이상득, 코오롱 1억5000…김학인에 공천헌금 2억…포스텍 투자과정 개입도”

또한 이 전 의원은 코오롱그룹에서 1억5000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코오롱그룹의 자금 1억5000만 원이 이 전 의원실 박배수 전 보좌관의 계좌에 입금된 사실을 확인했다. 박 전 보좌관은 검찰에서 “코오롱에서 받은 돈은 의원실 경비 등에 사용했으며 이 전 의원에게도 이를 보고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경향은 전했다.
이 전 의원은 이밖에도 18대 총선을 앞두고 김학인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한예진) 이사장으로부터 공천헌금 2억 원을 수수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한예진 전 경리직원 최아무개씨 등으로부터 2007년 11월 김 이사장이 이 전 의원에게 전달하겠다며 2억 원을 승용차 트렁크에 싣고 갔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경향신문 6월 29일자 2면

검찰은 2010년 6월 포스코 계열의 학교법인 포스텍이 부산저축은행에 500억 원을 투재하는 과정에서 이 전 의원이 개입한 의혹도 살펴보고 있다고 경향은 보도했다.

“이상득,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한테도 돈받아”

이 전 의원은 임석 회장 뿐 아니라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한테도 돈을 받았다는 단서가 포착됐다고 중앙일보가 전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김찬경(56·구속기소) 미래저축은행 회장이 이상득(77·얼굴) 전 새누리당 의원에게 수억원대의 정치자금을 건넨 단서를 검찰이 포착해 수사 중이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산하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은 최근 미래저축은행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김 회장 측으로부터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 전 의원이 현역 의원일 때 ‘정치를 하는 데 보태 쓰라’는 취지로 돈을 건넨 사실이 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중앙은 썼다.

조선일보 “임석, 박지원·정두언에도 돈줬다”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이 이상득 전 의원 외에도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와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에게도 돈을 줬다는 단서를 확보해 검찰이 수사중이라고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검찰은 이 전 의원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두 사람에게도 차례로 소환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고 조선은 전했다. 임 회장은 이들 세사람에게 많은 사람은 수억 원, 적은 사람은 1억 원 가량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고 조선은 보도했다.
박 원내대표와 정 의원은 사실을 부인했다.

조현호 기자 | chh@mediatoday.co.kr  

2012년 5월 7일 월요일

“쇠고기 수입중단해도 미국 이의제기 못해”


이글은 시사인 2012-05-07일자 기사 '“쇠고기 수입중단해도 미국 이의제기 못해”'를 퍼왔습니다.
미국에서 또 광우병 소가 발견되었는데도 한국은 별다른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통상 전문 송기호 변호사는 “국제법·국내법상 잠정적 수입 중단은 너무나 당연한 조처”라며 이명박 정부를 비판했다.

촛불시위가 한창이던 2008년 5월, 이명박 정부는 신문광고를 통해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견되는 경우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즉각 중단하겠다”라고 공언했다. 검역단을 미국에 파견할 것도 공언했다. 그런데 올 것이 오고 말았다. 지난 4월24일 미국 농무부가 캘리포니아에서 광우병 소를 발견했다고 밝힌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수입 즉각 중단’도 ‘검역단 파견’도 이행하지 않았다. 농림수산식품부 간부는 브리핑에서 “국익을 생각해봤을 때, 즉각적인 검역·수입 중단은 적절하지 않다”라고 말을 바꿨다. 덕분에 미국 정부로부터 “한국 등이 수입금지 조처를 않기로 한 것에 고맙다”(4월25일, 톰 빌색 미국 농무장관)라고 감사 인사도 받았다. 그런데 과연 ‘미국 광우병 소 발견’이라는 사태를, ‘말 바꾸기’와 ‘공치사’로 고만고만하게 넘겨도 될 것인가. 은 4월26일 통상 전문 송기호 변호사(수륜법률사무소)를 만나 여러 논쟁점에 대해 물었다.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발견됐다. 결론부터 말해달라. 정부는 무엇을 해야 마땅한가.광우병은 치료가 불가능한 병이다. 국가 차원에서 볼 때 ‘대단히 높은 수준’의 위험이다. 동시에 ‘통제하고 관리할 수단이 사실상 없는’ 위험이기도 하다. 이 위험은 미국에서 발생했다. 그 나라 가축의 사육 및 도축 과정에 있는 어떤 결함 때문에 광우병이 발생한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잠정적 중단이다.


ⓒ시사IN 윤무영 송기호 변호사(위)는 “미국산 쇠고기 문제에 국회가 나서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우리 정부가 수입 중단을 기피하는 이유는 뭘까. 그 절차가 대단히 복잡한가.아니다. 아주 간단하다. 정부가 그냥 ‘고시’하면 된다.우리 정부도 ‘광우병 소 발견’ 직후에는 ‘검역 중단’을 검토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내 ‘국익을 위해 적절하지 않다’고 말을 바꿨다.2008년 한·미 간 쇠고기 협상의 내용과 취지에 따르면 ‘검역 중단’은 너무나 당연한 조처다. 당시 합의 사안인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부칙 6항에 따르면, 미국에서 광우병이 추가로 확인되는 경우, 한국은 수입 중단 등 필요한 조처를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런데도 검역 중단을 돌연 취소한 것은 정부 내부에서 뭔가 복잡한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이번 광우병이 어떻게 발생한 것인지, 그리고 어떤 경로로 전파될 수 있는지 등이 아직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들었다. 이런 과학적 증거가 없다면 우리 정부로서도 중대한 결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을지 모른다.과학적으로 광우병의 원인을 정확히 규명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더욱이 규명하기까지 시간도 많이 걸리는데 그동안 무서운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국제법상 ‘과학적 증거가 불충분한’ 경우에는 ‘입수 가능한 정보’를 근거로 잠정적 수입 중단 등의 조처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바로 WTO 위생검역협정 5조7항이다. 지금 같은 상황에 대처하라고 만들어놓은 조항이다. 그리고 지금 ‘입수 가능한 정보’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국제법 차원에서 봐도 수입 중단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뜻인가.그렇다. 미국은 어떤 이의도 제기할 수 없다. 그리고 우리가 주장하는 수입 중단은 ‘잠정적’인 것이지 ‘항구적’인 것이 아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선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일단 수입을 중단하고, 미국에 조사단을 파견해서 광우병의 원인과 전파 경로, 가능성 등을 규명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광우병 통제 시스템에 대한 신뢰성이 충분히 회복된 다음 수입을 재개하면 된다. 물론 이미 수입되어 검역 창고에 있는 물량에 대해서는 수입 중단이 풀릴 때까지 묶어둘 수밖에 없다.국내법에서도 수입 중단의 근거를 찾을 수 있나.예컨대 ‘가축전염병 예방법’이 있다. 이 법 32조2항을 보면, 광우병이 추가로 발생하여 긴급한 조처가 필요한 경우 수입을 중단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2008년 봄, 촛불시위를 통한 국민적 문제 제기 덕분에 만들어진 항목이다. ‘촛불 조항’으로 불러도 된다. 정리하면 국제법으로나 국내법으로나 수입 중단이 가능하다. 이런 상황인데도 이명박 정부가 위험한 미국산 쇠고기를 계속 수입하겠다면 ‘과학적 증거가 불충분하다’ 정도로는 안 된다. 적어도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확신하기 때문에 수입을 중단하지 않는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뉴시스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한시적으로 중단한 서울의 한 마트.

이명박 정부는 2008년에 광우병이 발견되는 경우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즉각 중단하겠다”라는 내용의 광고를 낸 적도 있다.당시 촛불시위가 대대적으로 전개된 이유 중 하나는, 미국에서 추가로 광우병이 발생해도 한국이 스스로 수입 중단 조처를 취할 수 없도록 한 한·미 정부의 합의 때문이었다. 이로써 노무현 정부 때까지 가능했던 수입 중단이 불가능해졌다. 한마디로 국권을 박탈당한 셈이었다. 이로 인한 국민적 분노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이명박 정부가 재협상한 결과가 바로, 아까 말한 ‘수입위생조건 부칙 6항’이다. 그리고 ‘부칙 6항’을 대대적으로 알려 ‘촛불을 끄기 위한’ 수단이 그 광고였던 셈이다. 그렇다면 이 광고는 단순히 정부 정책을 알리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다. 국민의 갈망과 이를 반영한 국제·국내법적 배경이 대단히 강고하게 깔려 있다.이명박 정부가 검역·수입 중단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는 결국 국회가 나서야 하지 않을까.정부가 하지 않으면 국회가 미국에 조사단을 파견해야 한다. 그리고 관련 상임위를 시급히 소집해서 정부가 법령에 따른 권한을 행사하지 않는 이유를 추궁하고 결의안을 내야 한다.

국제 교역·투자 등 부문에서 분란이 잇따른다. 광우병 사태나 지하철 9호선 요금 50% 인상 시도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한·미 FTA 발효로 이런 일이 앞으로도 빈발할 것이라는 예상인데, 국가적차원에서 세울 대응 원칙이 있다면.일차로는 개방과 관련된 여러 이해관계자가 자유롭고 정당하게 자기 집단의 의견을 제출하고 합의할 권리가 법률상 보장되어야 한다. 지금은 외교통상부가 마치 은혜라도 베푸는 것처럼 찔끔찔끔 의견을 묻는 것이 전부다. 이런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제출과 합의 절차가 완료되지 않으면 그 다음 협상 프로세스로 넘어갈 수 없도록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국회의 기능이 강화되어야 한다. 지금은 국회가 국제 협상의 결과를 사후 추인하거나 기각할 수 있을 뿐이다. 즉, 통상 부문에서는 국민의 대의기구도 아닌 것이다. 앞으로는 국회가 협상 개시 여부에서부터 의견을 제출하고 결정할 권한을 가질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국제 협상 관련 정보가 공개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관료가 독점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현행 통상절차법에서, 한국은 상대국(예컨대 미국)이 ‘협상 내용을 공개하지 말라’고 요청하면 이에 따라야 한다. 이렇게 개악된 통상절차법이 이번 한·미 FTA 날치기 과정에서 함께 통과되었다. 이런 악법을 폐지하고 국제통상 부문에도 민주주의 원칙을 관철해야 한다.

이종태 기자 | peeker@sisain.co.kr 

2012년 4월 19일 목요일

"KTX 민영화와 한미FTA, 재앙의 조합"


이글은 프레시앙ㄴ 2012-04-18일자 기사 '"KTX 민영화와 한미FTA, 재앙의 조합"'을 퍼왔습니다.
[인터뷰] 송기호 변호사 "야권, 한미 FTA 개정 요구해야"

고(故) 노무현 전(前) 대통령은 2002년 후보 경선 과정에서 "국민의 정부의 자산과 부채를 모두 인수하겠다"라고 말했다. 김대중 정부의 인기가 추락하던 때였다. 그래서 다른 후보들은 여당과의 차별화에 전념했는데, 노 전 대통령은 예외였다. 집권당의 허물도 고스란히 떠안겠다고 했다. 솔직한 태도였다. 어찌 보면 '바보'같은 짓이었지만, 경선의 승자는 결국 '바보 노무현'이었다.

그리고 10년이 지났다.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다는 이들이 전국 곳곳에서 나타났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서 '바보 노무현'을 찾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반대다. 참여정부의 부채로부터 도망 다니는 이들만 흔하다. '바보 노무현'의 용기와 비춰보면, 안타까운 대목이다.

노무현 정부의 부채 가운데 대표적인 게 한미 FTA다. 노 전 대통령이 임기 중에 추진했지만, 그 역시 퇴임 후에는 입장이 바뀌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바뀐 상황을 고려해서 한미 FTA 협정내용을 고쳐야 한다는 게다. 자신이 추진한 정책의 진행상황을 꾸준히 살피고 고칠 점을 찾는 것은 정치가에게 당연한 일이다. 민간 기업도 제품에 문제가 생기면 A/S를 하거나 반품, 또는 폐기를 한다. 그게 기업의 책임이다. 정책 당국자 역시 다를 게 없다.

그러나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다는 이들은 이런 책임에서 도망치기에만 바빴다. '정권 잡았을 때는 한미 FTA 체결하자더니, 왜 이제 와서 말을 바꾸느냐'라는 비난에 대해 제대로 해명하거나 반박하지도 못했다. 오히려 지난 4.11총선 과정에서 한미 FTA가 쟁점이 되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모양새였다.

물론, 제품이 광고 내용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면 굳이 기업이 책임질 일도 없다. 발효한 달째를 맞은 한미 FTA 역시 마찬가지일 게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한미 FTA를 추진할 당시 홍보 내용과는 거리가 까마득하다. 한미 FTA 발효 이후, 미국산 오렌지와 와인 정도가 값이 떨어졌을 뿐이다. 대미 수출이 늘어날 조짐도, 다른 수입품 가격이 떨어질 조짐도 없다. 오렌지와 와인을 조금 싸게 사먹자고 한미 FTA를 추진한 거였나. 그건 아니었다.

반면, 한미 FTA의 부작용은 슬슬 눈에 들어온다. 총선 이후 급류를 타고 있는 KTX 민영화 움직임, 서울시메트로9호선 요금 인상 시도, 영리병원 설립 등이 관계가 있다. 한미 FTA 협정문에는 '래칫(역진 방지)' 조항이 있다. 이에 따르면, 한번 민영화한 것은 되돌리기 어렵다. 총선 결과에 들뜬 현 정부가 성급하게 철도 민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도, 차기 정부가 해결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서울메트로9호선 요금 인상 역시 정부가 개입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자칫하면 한미 FTA 협정문에 포함된 투자자-국가소송제(ISD)에 걸릴 수 있다. 사실상 포기한 듯 했던 영리병원 역시 총선이 끝나자마자 다시 추진되고 있다. 한미 FTA 체제에선 이를 되돌리기 어렵다. 민영화를 원하는 자본은 날개를 달았고, 정부 입장에선 족쇄가 한 겹 더 채워진 셈이다.

송기호 변호사를 다시 만났다. 독자들에겐 익숙한 이름이다. 그는 한미 FTA 추진 당시부터 꾸준히 문제를 지적해 왔다. 한EU FTA 협정문의 번역오류를 지적한 일은 만만치 않는 파장을 낳았다. FTA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식었을 때도, 그는 FTA에 대한 연구를 늦추지 않았다. FTA를 추진하는 실무부처인 외교통상부 역시 송 변호사의 지적은 가볍게 넘기지 못하는 건 그래서다. 1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수륜법률사무소에서 만난 그는 '책임'이라는 단어로 말문을 열었다. 한미 FTA에 대해 야권이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는 한미 FTA의 실제 효과에 대한 꾸준한 모니터링을 통해 문제를 찾아내고 이를 반영해서 한미 FTA 협정문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미 FTA 추진 책임자였던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이 이번 총선에서 당선됐으므로 한미 FTA가 국민의 동의를 받은 셈이라는 목소리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날 송 변호사와 나눈 이야기를 정리했다.



▲ 송기호 변호사. ⓒ프레시안(손문상)

"한미 FTA 묻어두고 간다는 야권, 무책임하다"

프레시안 : 한미 FTA 발효로부터 한 달 남짓 지났다. 그 사이 치러진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과반수 의석을 얻었다. 또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이 정동영 의원을 누르고 당선됐다. 한미 FTA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세력에게 힘이 실린 모양새다.

송기호 : 일각에선 이번 총선을 통해 한미 FTA가 국민적 동의를 얻었다고 하는데, 나는 전혀 동의할 수 없다. 물론,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이 당선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김 전 본부장이 출마한 지역(서울 강남을)은 한미 FTA에 대한 심판 여부를 물을 수 없는 곳이었다. 또 김선동 의원, 최재천 변호사 등 한미 FTA에 대해 적극적인 반대 목소리를 냈던 이들도 많이 당선됐다. 한미 FTA 추진 세력과 비판 세력이 얻은 전체 득표수를 계산해봐도 팽팽하다. '한미 FTA, 이대로 좋다'라는 게 국민의 뜻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프레시안 : 진보정당들은 한미 FTA 폐기를 주장한다. 어떻게 보나.

송기호 : 이미 발효된 국가 간 협정을 해제하려면, 여러 형태의 부담이 있다. 그걸 넘어서려면 광범위한 국민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한미 FTA에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이들도 많이 있고, 그들 역시 우리 국민이다. 민주 국가라면, 국민 다수를 설득해서 동의를 얻는 작업이 우선이다.

야권은 한미 FTA에 대한 책임감 있는 개정을 주장하는 게 옳다. '재협상'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이는 잘못이다. 이미 협정이 발효된 상태이므로 '개정'이 옳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등은 야권이 한미 FTA에 대해 말을 바꿨다며 비난한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한미 FTA가 쟁점이 되는 걸 꺼리는 분위기가 야권 일각에선 있는 모양이다. 한미 FTA를 묻어두고 가자는 건데, 결코 책임있는 태도가 아니다. 한미 FTA는 이제 현실이 됐다. 국민의 삶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그 영향을분석하고, 문제를 짚어내는 게 정치의 역할이다. 실제로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이걸 국민에게 널리 알리고 동의를 얻어서 한미 FTA를 개정해야 한다.

한미 FTA가 발효된 지금 드러나는 문제에 대해 야권이 과거에는 제대로 알지 못했을 수 있다. 과오가 있다면 인정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게 옳다. 그게 용기 있는 태도다. 과거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있고, 이를 고쳐야 한다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충분한 설명이 있다면, 다수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미 FTA 개정을 요구해야 한다. 물론 압도적 다수의 동의가 있다면 폐기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우선 급한 일은 충분한 설명과 설득이다.

"오렌지 싸게 먹자고 FTA 추진한 거였나"

프레시안 : 지난 한달 사이 드러난 한미 FTA의 문제점이 어떤 게 있을까.

송기호 : 한미 FTA를 추진할 당시 정부가 약속했던 것들과 현실을 비교해야 한다. 그리고 당시 약속한 효과가 실제로 나타나고 있는지 감시해야 한다. 당시 약속 가운데 실제 효과로 나타난 것은 거의 없다. 미국산 오렌지와 와인 가격이 약간 떨어졌을 따름이다. 그러나 한미 FTA가 오렌지 싸게 먹자고 추진한 것은 아니었다. 당시 추진 세력의 약속에는 없던 내용이다. 그렇다면 당시 약속대로 대미 수출이 늘어났을까. 아직 한 달 밖에 지나지 않아서 자료가 충분하지는 않지만, 대미 수출이 늘어나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하다. 통계를 보면, 오히려 줄었다.

기업 입장에서 봐도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달 미국 상무부는 삼성과 엘지의 냉장고에 대해 각각 최고 15.95%, 최고 30.34%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물론, 실제로 관세가 부과되기까지는 단계가 더 남아 있다. (17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는 덤핑 수출 혐의에 대해 기각 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FTA를 맺은 국가에 대해 반덤핑 규제를 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또 반덤핑 규제의 존재는 FTA로 인한 관세 인하 효과를 얼마든지 뒤엎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래서는 미국과 FTA를 맺은 의미가 없다.

반덤핑 규제란 제품을 너무 싸게 파는 행위를 규제하는 조치인데, 이런 장벽을 허물자는 게 한미 FTA를 추진한 취지였다. 실제로 한국 정부는 미국에 대한 무역 장벽을 낮추는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미국은 그걸 하지 않고 있다. 균형이 심각하게 깨진 상황이다. 한미 FTA가 공정하려면, 미국 역시 한국에 대해 반덤핑 규제를 풀어야 한다. 자유무역 이념과 배치되는 반덤핑 규제는 한미 FTA의 본질을 보여준다. 아울러 김현종, 김종훈 등 한미 FTA 추진 세력의 과거 발언이 얼마나 허구적이었는지도 확인시켜 준다.

한미 FTA 협정문에는 미국의 반덤핑 규제에 맞설 수단이 없다. 이 문제는 WTO 산하 기구에서 해결하게끔 돼 있다. 명백히 잘못이다. 미국이 한국에 반덤핑 규제를 푸는 내용이 한미 FTA 협정문에 담겨야 한다. 또 만약 반덤핑 규제를 해야 한다면, 어떤 조건을 충족해야하는지가 구체적으로 명시돼야 한다. 아울러 미국 측이 이를 어겼을 때는 한미 FTA 분쟁조정절차에 따라 해결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

"국익 걸린 외교서한…행방도 모르는 김종훈, 집에 가져간 김현종"

한마디로 한미 FTA를 통해 한국 제도만 바뀌었을 뿐 미국 제도를 바꾸는 데는 실패한 셈이다. 이는 한미 FTA 추진 세력의 허술한 태도와도 관계가 있다. 미국 전문직 비자쿼터 관련 서한을 둘러싼 논란이 이를 잘 보여준다. 전문직 비자란 의료, 법률, 회계,건축 등 분야의 전문 인력이 미국에서 취업하는 데 필요한 비자다. 미국에 유학생을 많이 보내는 한국 입장에선 중요한 이익이 걸린 문제다. 하지만 이를 둘러싼 협상 과정에서 한국과 미국이 주고받은 중요한 외교 서한마저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판결에서 외교부가 지난 5년간 존재 자체를 부인하던 미국 전문직 비자 쿼터 관련 서한과 관련해 "김현종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 협상 과정에서 미국 측으로부터 받았고, 그 서한이 존재하고 있는 사실은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리고 "법원이 비공개로 열람한 한-미 자유무역협정 관련 외교문서 수발대장에 전문직 비자쿼터 서한과 관련한 내용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보면, 김현종 개인이 보관하고 있을 뿐 외교부가 보유ㆍ관리한다고 볼 수 없다"라고 밝혔다.

국익이 걸린 외교서한을 전직 공무원이 개인적으로 관리했는데, 이를 외교통상부가 전혀 몰랐다는 말이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일이다. 중요한 외교서한을 공무원이 정부 모르게 갖고 있다가 퇴임했다는 게 말이 되나. 문제의 서한은 주한 미국대사관을 통해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에게 전달됐으며, 수신자는 김종훈 당시 협상 수석대표로 돼있다. 김현종, 김종훈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 말이다. 이처럼 허술하게 진행된 협상에서 문제가 생기는 건 당연하다.

"9호선 요금 인상, 한미 FTA 체제에선 막을 길 없다"

프레시안 : 총선 이후, 각종 민영화 조치에 탄력이 붙었다. KTX 민영화, 영리병원 등이 이런 맥락이다.

송기호 : 최근 수서발 고속철도 민영화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이밖에도 공공 서비스 민영화 시도가 다양하게 불거지는데, 나는 '민영화'보다 '사영화', '사유화'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고 본다. 이를 가리키는 영어 단어(Privatization)를 봐도 그렇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서, 이런 '사영화' 조치는 되돌릴 수 없게 됐다. 한미 FTA 협정문에 있는 '래칫(역진방지)' 조항 때문이다.

'래칫' 조항은 공공 서비스를 축소하려는 세력에게 무기가 될 수 있다. 서울시메트로9호선 요금 인상 시도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서울시메트로9호선 사업의 경우, 서울시가 일정한 수익률을 보장해주게끔 계약이 돼 있다. 서울시메트로9호선이 적자를 내면,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하는 것이다. 서울시메트로9호선 측이 이런 상황을 악용해서 무리하게 운임을 올려도, 한미 FTA 체제에선 정부나 지자체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자칫하면 투자자-국가소송제(ISD)에 휘말릴 수 있다. 한미 FTA가 다수 국민의 삶을 황폐화시킨다고 했던 것은 그래서였다. 최근 벌어진 여러 상황은 그 조짐을 보여준다.

영리병원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의 한미 FTA 협정문에선 이를 허용할 수 있게 돼 있다. 그러나 미국식 영리병원은 국민건강보험 체제를 근본적으로 흔든다. 일본에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교섭참가를 놓고 논란이 뜨거운데, 일본 의사회가 반대 입장을 취했다. 미국 주도 TPP에 참가할 경우, 국민의무건강보험 체제가 무너진다는 이유때문이다. 미국 주도의 경제‧무역질서에 편입하면 한국‧일본 방식의 건강보험 체제가 위협을 받는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ISD 폐기, 호주 방식을 따르자"

이런 점들을 국민에게 널리 알리고 동의를 얻어서 한미 FTA 개정을 요구해야 한다. 주로 요구할 사항은 크게 네 가지다. 미국의 한국에 대한 반덤핑 규제를 허무는 것, 민영화 조치를 되돌릴 수 없게끔 하는 래칫 조항을 폐기하는 것, 그리고 ISD 조항 삭제와 영리병원 금지다. 이 가운데 ISD 폐기에 대해서는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안다. ISD 폐기에 대해서는 호주(오스트레일리아)의 사례를 따르는 게 좋다고 본다. 호주 역시 미국과 FTA를 체결하는 과정에서 ISD 조항을 거부했다. 외국 투자 자본에 대해 차별하지 않는 입장만 분명하면 된다는 게다. 외국 투자자를 국내와 동등하게 대우하되, 사법주권을 해치는 국재 중재 권한을 주지는 않겠다는 게 호주의 입장이다. 우리도 이런 방식을 따르면 된다.

나머지 세 가지 역시 문제를 제대로 알린다면, 국민의 동의를 얻을 수 있다고 본다. 야권이 한미 FTA 쟁점에서 도망가서는 안 된다. 오히려 야권이 '말바꾸기'를 했다는 새누리당의 프레임에 말려드는 결과가 생길 수도 있다. 야권은 책임감을 갖고 한미 FTA 개정을 요구해야 한다.

"외교 균형 때문에도 한미 FTA 개정 필요"

프레시안 : 한중 FTA 추진 움직임도 있다. 여기에도 다양한 문제가 예상된다.

송기호 : 한미 FTA는 미국이 추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맥락에서 살펴야 한다. 미국은 일본 등 FTA를 맺지 않은 나라뿐 아니라 이미 FTA를 체결한 나라와도 TPP를 추진 중이다. 캐나다, 멕시코 등이 대표적이다. 머지않아 한국에 대해서도 TPP 참가를 요구하리라고 본다. TPP는 미국 중심 경제권이 중화경제권을 견제하기 위한 경제블록을 구성하는 전략으로 봐야 한다. 한국이 여기에 편입된다면, 중국과의 관계는 어떻게 맺어야 할까. 고민이 필요한 대목이다.

만약 한중 FTA를 한미 FTA와 다른 방식으로 맺는다면, 어떤 결과가 생길까. 한국이 미국에게 한 만큼의 양보를 중국에게는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미국에게는 압도적인 이익을 보장해주면서 중국에 대해서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중국을 차별하는 셈이 된다. 그렇다고 해서 한중 FTA마저 중국에게 대폭 양보하는 방식으로 맺을 수도 없다. 내가 한미 FTA 개정을 주장하는 한 이유이기도 하다. 중국과의 관계를 생각해서라도 한미 FTA는 보다 낮은 수준으로 고쳐야 한다. 중국과도 FTA를 해야 한다면, 낮은 수준으로 느슨하게 하는 게 옳다. 그리고 미국과도 그 수준으로 고쳐서 균형을 맞춰야 한다. 그게 장기적으로 옳은 길이다.



/성현석 기자

2012년 2월 27일 월요일

착각, MB는 CEO가 아니었다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02-26일자 기사 '착각, MB는 CEO가 아니었다'를 퍼왔습니다.
국가를 기업처럼 운영하는 대통령은 안 된다

우리는 모든 것을 쉽게 잊고 산다. 5년 전 대통령 선거가 한창일 때 MB는 CEO(최고 경영자:chief executive officer) 출신 후보로서 우리 경제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자기가 당선되면 747(경제 성장률 7%,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경제 대국)이 가능하며 종합주가지수도 3,000이 넘어 주식시장에서도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선언했다.
물론 이 공약들은 예측이었다고 하겠지만 거짓말로 확인되었다. MB가 과연 CEO였는가? CEO 출신이 대통령이 되면 국정을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가? 한번 따져보자. ‘아니다’가 결론이다. 기업의 최고경영층 직함은 회장 사장 대표이사 등이다. MB는 이 모든 직함을 가졌지만 CEO는 아니었다.
기업에서는 책임의 범위에 따라 영업에 대해서 책임지는 수익중심점, 공장 일반관리 등 원가를 책임지는 원가중심점, 영업결과인 매출과 원가의 차이인 이익을 책임지는 이익중심점, 여기에 신규투자나 사업 철회까지 책임지는 투자중심점으로 나누어 조직을 관리한다. 투자중심점 책임자가 기업경영의 최종 책임을 진다. 이 사람이 CEO이다.




대주주인 기업소유자(owner)가 회사의 대표로서 경영에 참여하면 CEO이다. 전문경영인 회장 또는 사장이 CEO인 경우는 POSCO 등 몇 개 회사를 제외하고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주 드물다. 왜냐하면 이들이 투자의사를 결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정 금액 이상의 투자는 반드시 대주주의 허락이 있어야 한다.
MB가 현대건설 대표로 있으면서 고 정주영 회장의 허락 없이 마음대로 투자하거나 사업을 접을 수 없었다. 고 정주영 회장이 바로 현대건설의 CEO였다. 삼성의 이건희 LG의 구본무 현대자동차의 정몽구 회장 등이 CEO이고 이들 재벌 그룹의 자회사 사장들은 CEO가 아니다. 어떤 부도덕한 기업인의 표현을 빌리면 MB는 고 정주영 회장의 머슴이었다.
그러나 5년 전 대통령 선거 기간 동안 국민들은 MB를 CEO라고 오해했고, 언론은 잘못 보도했고, MB는 자신을 CEO라고 착각했던 것 같다.
CEO 출신이라고 일 잘 하는 대통령이 되기는 어렵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기업인 출신이 대통령이나 수상을 지낸 경우가 있으나 성공한 경우는 없다.
최근 불명예스럽게 퇴진한 이탈리아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막강한 재벌 그룹의 총수였다. 재임 중 끊임없이 지저분한 추문에 시달렸고 이탈리아 경제를 엉망으로 만들었다. 태국의 탁신 총리도 마찬가지였다. 대표적인 실례들이다.
CEO들은 본질적으로 사익(private interest) 추구에 익숙하다. 금년에 이익을 얼마 올리겠다고 목표가 정해지면 마련된 전략에 따라서 가지고 있는 자원을 집중하여 목표를 달성하면 된다. 대체로 기업은 경영성과라는 결과를 중시하기 때문에 과정상의 문제들은 CEO 평가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다.
대통령의 임무는 국익이라는 공익(public interest)을 증진시키는 것이다. 공익은 기업의 이익처럼 숫자로 명백하게 제시하기 어렵다. 국가를 경영하는 데는 수많은 이해당사자가 존재하고 이들 간의 이해상충을 잘 조정하는 것이 공익추구의 기본이다. 원만한 의사소통이 필요불가결 하다. 사익추구에 익숙한 CEO 출신이 수많은 이해당사들의 첨예한 대립을 조정하기는 쉽지 않다. 민주주의는 결과는 물론 과정이 중요하다. 공익과 사익을 혼동하는 경우도 많다. 이래서 CEO 출신 국가 원수들이 성공한 사례가 별로 없다.
특히 대통령은 이 시대에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인 시대적 소명을 정립해서 모든 국정을 여기에 맞추어 운영한다. 국가 경영에 관련된 시대적 소명에 충실한 CEO는 역사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해방 후 우리역사에서 많은 CEO 들이 국회의원으로, 대권 도전으로 정치에 참여했다. 성공한 사람이 없다. 자신이 경영하던 기업도 망하고 부패 등의 이유로 개인적으로도 불행하게 끝났다.
MB는 국가를 기업처럼 운영해온 것이 사실이다. 당연히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러니 이해상충이 조정될 수도 없었다. 시대정신이 무엇인지 이해도 부족했고 사익을 공익으로 혼동한 경우도 있었다. 사장 출신 대통령의 한계인지 본인의 자질 문제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매사를 10년 전으로 되돌리고 있다. 역사의 평가를 어찌할 것인가?
오는 4월 11일에 국회의원 선거가 있고 12월 19일은 대통령 선거일이다. 번지레한 말 한마디라도 정확하게 살펴보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 깨어 있는 국민이 희망찬 미래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
탁월한 지도자를 모시는 것은 국가와 국민의 복이다. 그런 지도자를 만들어 내는 것은 국민의 몫이다. 우리 모두 더 이상 착각하지 말자.

2011년 11월 23일 수요일

[사설]한·미 FTA 날치기, 그 반역사적 폭거를 규탄한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1-11-22일자 사설 '[사설]한·미 FTA 날치기, 그 반역사적 폭거를 규탄한다'를 퍼왔습니다.
한나라당이 결국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국회의 비준동의안을 날치기 처리했다. 비준안은 재적 의원 295명 중 170명이 참석해 찬성 151명, 반대 7명, 기권 12명으로 가결됐다. 이명박 정부 들어 다섯 번째 날치기다.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결정짓는 FTA 비준안은 국회의장이 질서유지권을 발동한 가운데 직권상정됐고, 기자석마저 출입을 봉쇄하는 초유의 언론 통제 속에 통과됐다. 당 지도부는 그제부터 날치기를 준비하면서도 24일을 D데이로 띄우는 등 전례없는 연막작전까지 펼쳤다. 5년에 가까운 긴 대치는 불과 4분짜리 여당의 단독 쇼로 막을 내렸다. 가히 ‘11·22 기습작전’이라 할 만하다.

우리는 무엇보다 한나라당의 한·미 FTA 날치기로 증명된 반역사성을 규탄한다. 누차 강조해온 대로 한·미 FTA는 한·미 양국 간 이익 불균형의 차원을 넘어 신자유주의 첨병인 미국식 경제의 틀을 우리에게 이식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한번 체결하면 되돌릴 수 없는 영구적 협정이기에 돌다리도 두드리는 심정으로 재고 또 재볼 것을 촉구해온 것이다. 한·미 FTA로 거대기업과 자본가 등 수혜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피해자는 농어민·노동자·서민 등 다수의 사회적 약자가 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복지체계와 사회안전망이 부실한 우리 현실에서 심각한 사회통합의 위기가 우려되는 것이다. 나아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가의 역할, 공공정책의 중요성이 커진 상황에서 국가 권력을 시장에 넘겨주는 한·미 FTA는 시대의 흐름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반역사성을 지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죽했으면 애당초 한·미 FTA 협상을 시작한 노무현 전 대통령조차 2008년 금융위기 전후에 달라진 상황을 살펴야 한다고 신중론을 제기했겠는가.

한·미 FTA의 문제점은 철저하게 미국 시간표에 맞춰 진행된 비준 과정에서도 드러난다. 한국 내 재협상론에 함구로 일관해온 미 정부는 이명박 대통령이 야당에 발효 후 3개월 내 투자자-국가소송제(ISD) 재협의 카드를 제안하자마자 ‘ISD 논의 가능’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 대통령의 한·미 FTA 밀어붙이기를 측면 지원하기 위한 립서비스일 뿐이지만 여당은 이를 기회로 “할 일 다했다”며 날치기 준비에 들어갔다. 지난달 중순 미 의회가 한·미 FTA를 비준하면서 국내 비준 문제가 최대 현안으로 부상한 것도 마찬가지다. 내년 1월1일 발효는 양국이 공식적으로 합의한 내용이 아니라 수석대표가 암묵적으로 의견을 모은 것일 뿐인데도 정부는 이를 마치 국익이 걸린 시한인 양 오도하며 행동대 격인 한나라당을 채근했다.
민주당 책임론도 간과할 수 없다. 당초 ‘10+2’ 재협상론으로 맞섰으나 말로만 결사 저지를 외쳤을 뿐 무기력한 대처로 일관해 사실상 방조자가 되었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특히 ISD만 폐기 또는 수정하면 국회 비준을 물리력으로 저지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힘으로써 스스로 입지를 축소시켰다. 일부 의원들은 ‘협상파’라는 이름 아래 공공연히 타협론을 제기했고, 저지 전선은 균열의 조짐을 보였다. 한·미 FTA에 대한 민주당의 ‘원죄’ 의식과 철학 빈곤은 전략과 전술 부재를 낳았고, 결과적으로 여당의 강행 처리에 빌미를 제공했다고도 볼 수 있다. 일각에선 일종의 ‘미필적 고의’가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할 정도다.

한·미 FTA 날치기 비준은 다수결을 내세워 민주주의의 본질을 훼손하고, 의회주의를 위기에 빠트린 폭거다. 날치기 무효 논쟁 등 거센 저항은 물론이고 정당정치의 불신 가중 등 걷잡을 수 없는 후폭풍을 몰고 올 공산이 크다. 민주당은 향후 국회 일정을 모두 중단했고, 시민사회단체는 한·미 FTA 폐기 투쟁에 돌입했다. 중대한 국익이 걸린 한·미 FTA 비준을 날치기하는 모습이 국제사회에 어떻게 비쳐졌을지도 짐작하고 남음이 있다. 한나라당은 한·미 FTA 반대를 ‘반미(反美)’로 몰고, 체결은 개방 시대에 불가피하다는 상식 이하의 논리로 강행 처리를 주장한 ‘청와대 편지’의 지시를 차질없이 수행한 거수기였음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그 배후조종자일 수밖에 없는 이 대통령의 FTA 만능주의와 역사의 심판대에 오른 한나라당의 맹목성이 놀랍고도 놀라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