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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6일 수요일

박근혜 불통 덕에 '손 안 대고 코 푼' 민주당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3-02-05일자 기사 '박근혜 불통 덕에 '손 안 대고 코 푼' 민주당'을 퍼왔습니다.
'박근혜 구하기' 나선 새누리당 지도부, 고립무원 자초?

 
▲ '설전' 벌였던 김성환 장관-진영 인수위 부위원장 외교통상부의 통상교섭 기능을 떼어 산업통상자원부로 합치는 대통령직 인수위의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해 '설전'을 벌이며 충돌했던 김성환 외교통상부장관과 인수위 부위원장인 진영 의원이 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듣고 있다. ⓒ 권우성

"어제 강 스파이크 날리셨던데요."

5일 새누리당 확대원내대책회의에서 마주친 이상일 대변인의 말에 진영 정책위의장은 "아, 예..."라며 웃기만 했다. 하루 전 있었던 '혈투'에 대해 진 의장은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은 듯 입을 다물었다. 

'강 스파이크'는 통상 기능 이전에 반대하는 김성환 외교부 장관을 향해 진 의장이 "궤변"이라고 일갈한 것을 뜻한다. 진 의장이 직접 나선 데 대해 '박근혜 정부'의 조직개편안에 대한 반대 여론을 초장부터 꺾으려 한 것이라는 분석이 뒤따랐다. 하지만, 민주통합당은 물론이고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통상 기능이 이전을 반대하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박근혜 당선인과 새누리당 지도부(박 당선인 측근 인사)'가 정부·여당·야당의 반대를 모두 감당해야 하는 구도가 만들어졌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에 대한 국회 표결처리를 주장한 것 역시 반대 여론이 높아 통과 가능성은 요원하다. '박근혜 당선인 + 측근·핵심 인사'만의 고립무원이 더욱 공고화 될 태세다. '주공격수' 자리를 내주고 갈등의 최전선에서 한 발 물러난 민주당은 내심 이같은 기류를 반기는 분위기다. 

구 권력(MB 정부) vs. 신 권력(박근혜 정부) 갈등 전면화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진영 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은 4일 이례적인 '한판'을 벌였다. 외교통상부의 통상 기능 이전을 둘러싼 신경전이었다. 먼저 나선 건 김 장관이다. 그는 "통상과 외교를 분리하는 개정안은 헌법과 정부조직법 골간을 흔들 수 있다"며 갈등에 불을 당겼다. 

이에 진 부위원장이 긴급 브리핑을 자청했다. 그는 "외교부가 헌법상 (통상교섭·조약체결) 기능을 갖고 있는 것처럼 말하는 건 궤변이자 부처 이기주의"라며 맹폭을 쏟아냈다. 김용준 인수위원장의 총리 후보 낙마 후 사실상 인수위 실무 전체를 맡고 있는 진 부위원장이 직접 나선 데에는 박 당선인의 의중이 실린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결국, 구 권력(현 정부 장관)과 신 권력(인수위 부위원장)의 갈등이 전면화된 것이다. 

정부조직개편안을 두고 2차전을 이어가기엔 1차전의 여진이 아직 가시지 않은 상황. 이에 부담을 느낀 듯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이한구 원내대표는 정부조직개편에 대해 말을 아꼈다. '인수위 부위원장'에서 '정책위의장'으로 돌아온 진영 의원 역시 "정부조직개편안 관련 오늘 여야 협의체 2차 논의, 효율적이고 생산적으로 잘 진행될 것으로 믿는다"며 원론적인 얘기에 그쳤다. 

정작 의원 단속에 나선 것은 서병수 사무총장이다. 서 사무총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조직개편은 박근혜 당선인이 15년 의회 활동을 하면서 쌓았던 경험과 정치적 가치, 국정운영의 철학이 담긴 것"이라며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는 통일된 의견이 아니라 개인적인 의견이 나뉜 것은 조금씩 양보해 원래 취지대로 통과됐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소수의 의견' 개진을 자제하고 '대의'에 따르라는 방침인 셈이다. 

그러나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통상기능에 반대하는 의견이 공공연하게 튀어나오고 있다. 4일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정의화 의원은 "대한민국 정부의 대사들이 이미 다 (해외에) 나가 있고, 그 대사들이 (통상) 역할이 있어 (외교·통상이) 지난 15년간 화학적으로 결합돼 있는데 무슨 재주로 나누냐"며 반대 뜻을 분명히 했다. 같은 당 정병국·길정우·김영우 의원 역시 반대 또는 우려의 뜻을 밝혔다. 결국 새누리당 내부에서조차 정부조직개편 '무사 통과'를 바라보기 힘들어진 상황이다. 

새누리당, 의원 개인 의견 단속 나섰지만...

▲ 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는 가운데, 민주통합당 박기춘 원내대표, 문희상 비대위원장, 정세균 의원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권우성

기류가 이같은 방향으로 흐르자, 정작 '절대 반대'를 들고 나서야 할 민주당은 한 발 떨어진 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이동흡 헌번재판소장 후보자에 이어 김용준 총리 후보자까지 낙마시켰다는 이미지가 박혀 있는 민주당으로서는 정부조직개편안에까지 반기를 드는 것에 부담을 느낀 것이 사실. 전면 반대를 외칠 경우 반대의 이유는 사라지고 '야당이 발목 잡는다'는 여론에 휘둘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가 "필요한 부분은 철저히 논의하겠지만 통 크게 협력하겠다"는 기본 방침을 재차 강조해 온 이유다. 

이런 와중에 정부 부처 및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 '통상 기능 이전'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니 민주당으로서는 손 안 대고 코 풀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된 셈이다. 더불어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내에서 불고 있는 대선 패배 책임론, 이전투구도 언론에 조명되지 않는 '반사이익'까지 얻게 돼 민주당으로서는 일석이조다. 

주 공격수에서 빠진 민주당은 '훈수 두기'에 나섰다. 박수현 민주당 원내부대표는 5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조직 개편에서 통상 기능 이관을 둘러싼 신구권력 간 충돌이 도를 넘고 있다"며 "이런데도 박근혜 당선인과 인수위는 이관의 구체적 배경은 한 마디도 설명하지 않고, '외통위 상임위 시절 들은 바가 있다'는 게 전부"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 부처 간의 밥그릇을 두고 벌이는 이전투구에 국민은 불쾌하다"라며 "신구권력 싸움을 그만두고 정부조직개편에 대해 국회의 결정에 맡기라"고 충고했다. 국회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니 '권력 다툼'을 그만두고 국회 결정을 따르라는 것이다. 

국회 외통위 소속 우상호 의원도 이날 오전 SBS 라디오 (서두원의 시사초첨)에 출연해 "여야 외통위 의원들의 일치된 목소리는 '지경부와 붙여서 산업통상자원부로 가는 건 절대 안 된다'는 것"이라며 "특정 산업 분야보다 국가이익의 균형을 판단할 줄 아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만약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통상 관련 업무를 전담하면 사실상 대사들이 통상장관의 지시를 받게 된다"며 "이렇게 되면 외교부를 해체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구하기' 나선 새누리당, 효과는 '글쎄'
 
▲ 생각에 잠긴 황우여 대표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 권우성

새누리당 지도부가 '박근혜 구하기'에 나선 사례는 또 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 동의안을 국회에서 표결처리하자고 나선 것. 표결처리로 급선회도 박근혜 당선인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현실적으로 야당이 지명 철회 및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헌재 소장 임명동의안을 상정하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다. 설령 본회의에 올라간다 해도 새누리당 의원의 뜻이 한 데 모일지도 의문이다.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은 "본회의 표결로 갈 경우 새누리당에서 반대표가 나올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론도 부정적이다. (문화일보)가 지난달 28~29일 여론조사를 한 결과 '이 후보자가 자진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59.2%에 달했다. '국회 표결로 처리해야 한다'는 답변은 34.3%에 그쳤다.(만 19세 이상 1000명 대상 RDD 방식,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황 대표가 국회 본회의 처리를 고집한 것은 박근혜 당선인이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인수위, 새누리당이 책임을 전가하며 '폭탄 돌리기' 하고 있는 이 후보자 문제를 박 당선인이 나서서 해결하면 이 후보자를 지명한 책임이 고스란히 그에게 쏠리게 되는 것. 대신 국회가 그 책임을 떠안으면서 박 후보자 방패막이 역할을 자처한 것이다. 

이 역시 민주당으로서는 "나쁠 것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새누리당이 이동흡 후보자 임명 동의안을 직권상정한다해도 우리에게 나쁠 것은 없다"며 "모든 비난이 새누리당에 쏠릴 테고, 이런 조건에서 우리 당은 나름의 개혁을 실행할 수 있다"며 내심 반겼다. 

민주당은 '엄중한 경고' 선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박기춘 원내대표는 "이동흡 후보자 국회 표결하려면 직권상정밖에 없는데 인사문제를 날치기 하겠다는 것"이냐며 "국민의 심판이 끝난 사안을 놓고 표결 운운 자체가 불쾌하다"고 일갈했다. 

박 원내대표는 "황우여 대표의 (표결 처리) 발언이 박 당선인의 뜻인지 묻고 싶다"며 "꼼수 부릴 생각 말고 이명박 대통령 또는 박근혜 당선인이 이동흡 후보자를 사퇴시켜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권우성(kws21)
이주연(ld84)

2012년 7월 8일 일요일

부끄러워 비공개 뒤로 숨나


이글은 한겨레21 2012-07-09일자 제918호 기사 '부끄러워 비공개 뒤로 숨나'를 퍼왔습니다.
[초점] 협정문 번역 오류 감추고, 비자쿼터 받아내지 못하고… 정보 독점하며 ‘국익’ 해쳐온 외교통상부, 통상절차법에 비공개 요건 추가해

» 외교정보 비공개를 일삼아온 외교통상부는 론스타가 지난 5월22일 제출한 한국의 ‘1호 투자자-국가소송제(ISD) 사건’ 중재의향서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2011년 7월1일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잠정 발효를 축하하는 김종훈 당시 통상교섭본부장(현 새누리당 의원·맨 오른쪽) <한겨레> 김정효 기자

2011년 3월8일 오전 9시30분께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402호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법안심사소위가 열려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논의하려던 참이었다. 핵심 쟁점은 가 잇따라 보도한 한-EU FTA 번역 오류였다. 위원장을 맡은 유기준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심의를 시작하자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의 한 공무원이 귓속말을 했다. 유 의원이 회의실을 쭉 둘러보더니 물었다. “여기, 기자가 있습니까?” 한쪽 구석에 앉아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다가 멈추었다. 외교부 공무원이 기자를 쳐다보며 눈짓을 보냈다. 위원장이 다른 의원들에게 비공개 회의로 전환하자고 제안했다. 결국 기자는 쫓겨났다.

오죽했으면 론스타가 보도자료를

외교부는 비공개를 지향한다. 명분은 외교관계는 공개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FTA 협정문 한글본에 수백 개의 번역 오류를 내고 중요한 외교 문서를 부실 관리해 국익에 뚜렷한 손상을 입힌 당사자들이 당당하게 국익을 팔고 있는 셈이다.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투자자-국가 소송제(ISD)를 제기하겠다고 밝혔을 때도 마찬가지다. 론스타는 지난 5월22일 주벨기에 한국대사관에 중재의향서를 제출했는데, 보도자료를 낸 곳은 외교부가 아니라 금융위원회였다. 엿새나 지난 석가탄신일 휴일에, 그것도 신문사의 초판 마감이 끝난 저녁 6시쯤에. 보도자료의 내용은 암호문 수준이었다.
“2012. 5.22 론스타는 우리 정부의 조처로 인해 대한민국에 대한 투자와 관련해 손해가 발생했음을 주장하고, 이에 대한 협의를 요청하는 문서를 주벨기에 대한민국대사관에 전달했다. 동 문서의 주요 주장 내용은 우리 정부가 론스타의 외환은행에 대한 투자자금 회수와 관련해 자의적이고 차별적인 조처를 했으며, 우리 정부가 론스타에 대해 자의적이고 모순적으로 과세함에 따라 론스타 쪽에 손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보도자료만 읽어보면, 한국의 ‘ISD 1호 사건’이 시작됐음을 감지하기 어렵다. ISD나 국제중재라는 용어가 전혀 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얼마나 답답했는지 론스타가 5월30일 다시 보도자료를 뿌렸다. 한국 정부가 밝힌 ‘협의를 요청하는 문서’가 사실은 ‘ISD 중재의향서’라고, 또 한-벨기에 투자협정(BIT)에 따라 6개월의 냉각(협의)기간이 끝나는 오는 11월에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위원회(ICSID)에 ISD를 정식으로 청구하겠다고.
ISD가 시작됐지만 외교부는 론스타 문제는 금융위원회 소관이라며 발을 빼고 있다. 지난해 ISD가 한국의 공공정책을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때마다 ‘괴담’이라고 몰아붙이던 외교부 공무원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를 일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5월31일 론스타가 보낸 중재의향서 원문을 공개하라고 외교부에 청구했다. 정부의 조세·금융 정책이 외국 투자자에게 공격을 받는데다 국민 세금으로 수백만달러의 법률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사건이니 정보를 낱낱이 공개하는 게 상식적이다. 실제 미국과 캐나다는 외국 투자자가 중재의향서를 접수하면 국무부와 외교부 홈페이지에 곧바로 전문을 올린다.

미국 국무부와 캐나다 외교부에 ‘국익’따윈 없다?

한국 외교부는 이번에도 밀실을 택했다. 민변의 정보공개청구를 지식경제부와 금융위원회로 이송했고, 6월20일 비공개 처분이 나왔다. “공개청구 대상 정보(중재의향서)는 외교관계 등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고, 의사결정 과정 또는 내부 검토 과정에 있는 사항 등으로서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익히 알고 있는 그 레퍼토리다. 한국 정부의 논리대로라면, 19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발효한 뒤 중재의향서를 공개해온 미국 국무부와 캐나다 외교부는 18년간이나 국익에 손상을 입히고 있는 셈이다. 통상법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국민이 알아야 할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관료들이 독점해 언론의 견제나 여론의 형성이 이뤄지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악순환을 부르는 외교부의 밀실 행정은 한두 건이 아니다. 2011년 6월 한-미 FTA 한글본 협정문에서 번역 오류를 296건이나 발견하고도 정오표를 공개하지 않은 게 대표적이다. 비공개 이유는 “미국이 외교문서로 규정”했기 때문이란다. 한국 법원이 국민의 알 권리가 우선한다며 정오표를 공개하라고 판결했지만 외교부는 따르지 않고 항소했다. 1년 가까이 지난 5월24일 갑작스럽게 외교부는 항소를 취하하고 한-미 FTA 한글본 정오표를 공개했다. 이번에도 “미국과의 협의가 완료된 데 따른 것”이란다. 한국 외교부한테는 한국 국민이나 한국 법원보다 미국이 우선인가 보다.
비공개라는 방패 덕에 외교부는 주요 외교서한을 부실 관리한 사실도 5년간이나 숨길 수 있었다. 2007년 6월 한-미 FTA 재협상 때 한국 정부는 전문직 비자쿼터를 미국에서 받아냈다고 발표했다. 전문직 비자란 건축사·엔지니어·회계사 등 전문직 외국인에게 발급하는 미국 비자다. 김종훈 당시 협상 수석대표(현 새누리당 의원)는 “(앞서 미국과 FTA를 맺은) 오스트레일리아(1만500개)보다 더 많은 숫자를 받아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외교부는 이후 “미국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을 바꿨다. 당연히 미국과 주고받은 전문직 비자쿼터 관련 서한도 없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외교부가 없다던 그 서한을 전직 외교관이 개인적으로 보관한 사실이 지난 4월 법원 판결로 뒤늦게 밝혀진 것이다.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민변이 청구한 정보공개청구 소송에서 미국 국무부와 주고받은 외교서한 두 통을 공개했다. ‘한국이 전문직 비자쿼터를 취득하도록 협조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법원은 “김현종 당시 본부장이 미국과의 FTA 협상 과정에서 미국 측으로부터 받았고, 전문직 비자쿼터 서한이 존재하는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외교부의 한-미 FTA 외교문서 수발 대장에 관련 내용이 없어 김현종 개인이 보관하고 있을 뿐, 외교부가 보유·관리한다고 볼 수 없다며 각하 판결했다.
국익이 걸린 외교서한을 부실 관리한 사실, 그로 인해 한국이 전문직 비자쿼터를 끝내 받아내지 못했음이 드러났는데도, 외교부는 변함없이 당당했다. ‘전문직 비자쿼터 서한 관련 행정소송 승소’라는 보도자료를 내어 “법원이 민변이 제기한 소를 각하해 외교부의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만 알렸다. 반성이나 유감의 표현은 전혀 없었다.

“사실상 모든 통상 정보 공개 않을 우려”

외교부는 이제 새로운 무기까지 얻는다. 7월18일부터 시행하는 통상절차법을 보면, 비공개 요건이 추가돼 있기 때문이다. ‘통상협상의 상대국이 비공개를 요청하는 경우’나 ‘통상협상에 지장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도 외교부가 정보를 공개하지 않을 수 있게 됐다. 민변은 “두 가지의 새로운 사유를 들어 외교부가 사실상 모든 통상 정보를 공개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의 밀행성은 당연히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지금 한국에서는 모든 게 뒷걸음질치고 있는 것일까.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2012년 4월 26일 목요일

김종훈, 2008년에는 “광우병 발생하면 수입 중단할 수 있다”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4-26일자 기사 '김종훈, 2008년에는 “광우병 발생하면 수입 중단할 수 있다”'를 퍼왔습니다.


ⓒ한겨레 농림수산식품부와 보건복지가족부는 지난 2008년 5월 8일자 한겨레신문 1면 광고를 통해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견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2008년, 미국에서 광우병 발생하면 즉각 수입 중단하겠다더니···

“광우병이 추가 발생해 국민의 건강이 위험에 처하면 즉각적으로 수입 중단 조치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입장이라는 것을 다시 말씀드립니다.” (김종훈 당시 통상교섭본부장)

지난 2008년 5월 20일, 김종훈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 측과의 쇠고기 수입 관련 추가협의 결과를 공식 발표하며 기자들 앞에서 이같이 말했다.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에 대한 불안감이 전국적으로 퍼지면서 수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정부는 앞서 합의된 한미 수입위생조건의 일부분에 대해 재협상을 벌였던 것이다. 

하지만 외교통상부의 공식 브리핑 자리에 참석한 기자들은 협상 결과 내용이 끝내 못 미더웠는지 김종훈 본부장에게 ‘실제 수입 중단’이 가능한지 재차 물어 확인했다. 미국 측이 이를 받아들일지 의문이 들었던 것. 

김종훈 본부장은 ‘미국의 광우병 발생이 우리나라 국민에게 심각한 위험이라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데 실제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입증할 책임은 분명 우리에게 있으나 상대편(미국)과 입장이 다를 수 있다. 상대편과 협의로 풀어 갈 수도 있고 분쟁으로 될 수도 있다”며 “미국과 우리 사이에 통상에 관한 분쟁 계속 있어왔다. 분쟁은 분쟁으로서 해결할 수 있다”고 답했다. 아울러 “계속 우려가 해소되지 않고, 국민 건강권을 보호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다면 즉각적인 중단 조치 취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여러가지 전제조건이 있는 상황에서 위해성이 입증되지 않더라도 잠정 중단 조치라도 취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광우병이 몇 건 발생했는지 그 건수의 문제이기 보다는 그걸로 인해서 우리 국민의 건강에 위해가 발생했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 중요하다”며 “판단은 우리 정부에서 하는 것이다. 따라서 처음부터 ‘주권적 권리’라고 말씀드리는 것이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주권적 권리에 대해 상대국이 이의가 있다고 하면 상대국과 협의해야 하겠지만, 안 되면 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며 “수입위생조건 5조 7항은 분명히 이러한(수입 중단) 긴급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권한이 GATT 20조에 파생된 권한으로서 보장되기 때문에, 이번 합의문 보면 WTO SPS 협정도 여기에 분명히 명기하면서 조치할 수 있는 권리를 서로가 인정한 것이다”고 수입 중단이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했다.


ⓒSBS 뉴스캡쳐 지난 2008년 5월 20일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외교통상 한·미 쇠고기 추가협의에 대한 결과를 발표했다.

김종훈 본부장의 브리핑에 앞서 정부는 같은 해 5월 8일 조선일보·한겨레 등 일간지신문 1면 하단에 광고를 내 공개적으로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견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농림수산식품부와 보건복지가족부 명의로 게재된 광고는 “국민의 건강보다 더 귀한 것은 없습니다. 정부가 책임지고 확실히 지키겠습니다!”라며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견되면 ▲1.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습니다 ▲2. 이미 수입된 쇠고기를 전수조사하겠습니다 ▲3. 검역단을 파견하여 현지심사에 참여하겠습니다 ▲4. 학교 및 군대 급식을 중지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4년 만에 손바닥 뒤집듯 말 바꾼 정부···시민사회 “즉각 수입 중단하라”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두고 미국 측과 추가협의를 한 지 4년이 흐른 지난 24일(미국 현지시간) 미국에서 광우병에 걸린 젖소가 또 다시 발견됐다. 하지만 정부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던 약속을 뒤엎고 수입 중단은 물론, 검역중단 조치조차 취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전문가자문위원회, 광우병위험감시국민행동,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등 시민사회단체는 정부의 대응에 반발하며 “과거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합의하고, 또 정부가 국민에게 약속했던 바와 같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수입중단 조치와 수입위생조건 재협상을 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번 사건은 미국의 식품순환체계(food chain)내에 여전히 광우병 발병 물질(프리온)이 상존해 있다는 증거”라며 “한국 정부는 국민건강을 지키기 위해 소의 사체를 동물사료로 사용하는(렌더링) 미국의 소 사육체계 전체에 걸친 재검토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현재 미국의 쇠고기 검사비율은 0.1% 미만이다. 이러한 검사비율에서조차 광우병이 발생한 것이 확인되었다면 실제로 미국에서 얼마나 많은 소가 광우병에 걸려있는지 알 수 없다”며 “따라서 지금 정부는 당장 검역중단을 포함해 수입중단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수입중단은 8단계에 걸친 수입금지 해제조치를 다시 거쳐야 하는 조치이고 검역중단은 미국의 해명 후에는 곧바로 수입이 재개되는 조치로 엄연히 본질이 다르다”며 “따라서 정부가 국민 건강과 안전을 지키려면 당장 수입중단을 선언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최지현 기자 cjh@vop.co.kr

2012년 3월 15일 목요일

한미FTA 발효…한국 경제 '소용돌이'


이글은 프레시안 2012-03-14일자 기사 '한미FTA 발효…한국 경제 '소용돌이''를 퍼왔습니다.
[해설] ISD 재협상 기대 낮고 농가 피해 우려는 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숱한 논란 끝에 결국 15일 오전 0시를 기해 발효됐다. 숱한 논란과 사회적 충돌 끝에 한국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새 체제가 도입되지만, 논란은 남아 있다.

특히 투자자-국가중제권제도(ISD)는 정부가 재협상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힌 마당이라 논란의 핵심에 자리하고 있다. 직접적인 피해를 볼 산업에 대한 대비책도 충분치 않아 불씨를 남기고 있다. 새 체제가 발효되지만, 사회적 갈등의 여지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ISD 재협상 결과 기대 말아야

ISD 재협상 문제는 정부가 한미 FTA 발효 절차에 돌입하는 와중에 제기됐다. 시민사회단체는 지난해 말부터 ISD를 폐기하거나 도입 유보를 위한 재협상에 돌입하라는 압박을 정부에 가했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지난달 8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미국 상하원 의장에게 한미 FTA 발효 정지와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서한을 미국 대사관에 전달했다. 최근에는 열린 야권 연대 협상에서 한미 FTA 반대 견해를 재확인했다.

"외교관례상 무리한 요구"라고 버티던 정부는 정치적 마찰을 줄이고 조속한 발효절차에 돌입하기 위해 결국 "발효 후 90일 이내에 미국 측과 ISD 재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정부의 반발 양보로 마무리됐다.

외교통상부는 한미 FTA 발효일자가 정해진 다음 날인 지난달 22일 브리핑을 열어 "협정 발효 후 90일 이내 서비스 투자위원회를 가동해 ISD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같은 정부의 기본 방침에는 아직 변화가 없다. 박태호 통상교섭본부장은 14일 서울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말 국회가 FTA 재협상 결의안을 채택했고, 우리는 이를 ISD 재협상을 하라는 의미로 이해했다"며 "발효 90일 이내에 서비스투자위원회를 열어 미국 측과 재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협의 예상 기일은 "5월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서비스투자위원회는 FTA 발효 후 후속 조치 등을 논의하기 위해 양국 정부의 협의체 중 하나다. 이 위원회에서 ISD의 수정사항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면 한ㆍ미 공동위원회에 결과를 보고하고 수정된 내용대로 두 나라가 이행하면 된다.

그러나 이 위원회는 어디까지나 ISD 재협상 논란이 일어나기 전부터 한미 FTA 협정문에 존재한 장치이지, ISD 재협상 요구안이 받아들여져 신설되는 회의체는 아니다. 이번 재협상이 특별한 성과를 올릴 가능성은 없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당장 한국 정부부터 재협상 의지가 없다. 시민사회가 지적하는 ISD의 문제점을 논의하긴 하겠으나, ISD는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단심제를 재심제로 바꾸거나 투명성을 강화하는 등 절차적인 문제를 수정할 용의가 있다는 정도다.

'독소조항'이라는 시민사회, 야당의 주장과는 온도의 차이가 있다.

박 본부장은 "혹시 우리가 간과한 부분이 없는지를 보고 더 철저하게 하자는 입장에서 ISD를 재협의해야지 한·미 FTA협정을 폐기시켜야 한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내 입장"이라며 "이번에 한국에서 문제로 삼기 전까지는 보편적인 투자자 보호수단으로 논의돼왔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우리가 세밀하게 파고들어서 논의의 장을 열다보니 문제 있는 제도로 (인식)됐고, 그렇게까지 간 것에 대해 안타까운 점이 있다"며 중요한 제도에 대한 사회적 학습이 불필요하다는 듯한 인상마저 내보였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 입장도 마찬가지다. 미국 측이 비록 원론적인 차원에서 "재협의가 가능하다"고 밝혔으나, USTR은 ISD가 "미국의 이해를 위해 대단히 중요한 제도"라는 점을 공식적으로 밝힌 마당이다. 미국이 이미 한미 FTA가 발효된 마당에 자국의 이익을 일부러 줄이기 위해 협상할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는 현재 새누리당 비대위원을 맡고 있는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전망과도 일치하는 부분이다. 김 비대위원은 지난해 12월 8일 CBS 라디오 에 출연해 ISD 재협의에 대한 정부 약속이 "별로 의미가 없다"고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국내 반대 진영을 달래기 위한 형식적 절차에 불과하리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ISD의 성격에 대한 논란은 한미 FTA 발효 직전까지 계속됐다. 정부가 재협상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정부의 태도에서 진정성은 느껴지지 않는다. ⓒ뉴시스

농업, 이대로 버려지나

농업은 제약업과 함께 한미 FTA 발효 시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분야다. 산업 종사자들의 경제적 취약성, 식량산업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이번 협정으로 가장 큰 피해가 확실시되는 분야이기도 하다.

미국산 농산물의 3분의 2는 15일 0시를 기해 곧바로 관세가 사라지고, 콩, 찐쌀, 오렌지,쇠고기 등 민감품목도 수년에 걸쳐 관세율이 매년 내려가 궁극적으로는 사라진다. FTA를 추진한 정부의 발표자료만 봐도 정부는 한미 FTA 발효 후 미국산 농산물 수입액은 FTA가 없었을 때보다 15년간 연평균 4억2400만 달러 늘어나고, 국내 농업생산액은 8150억 원 감소한다. 미국 농무부(USDA)는 한미 FTA 발효로자국산 수출액이 연간 19억3300만 달러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이 때문에 한미 FTA 발효를 준비하며 농심 달래기에 가장 큰 공을 들였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지난해 12월 27일 발표한 농업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농지규모화와 시설현대화를 실시해 가족농의 집단화를 추진하고, FTA 이행지원센터를 통해 특히 농업분야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나가기로 했다.

이와 같은 후속대책을 위해 정부는 지난 2007년, 2017년까지 농축수산업 분야에 22조 원가량을 투입하겠다고 밝혔고 국회 심의과정에서 이 규모는 24조 원으로 늘어났다. 면세유 지원기간 연장 등을 통해 29조 원가량의 세제혜택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부분 대책이 한미 FTA와는 거리가 먼 원론적 농가지원대책인 데다, 그 실효성도 떨어진다고 농업인들은 지적하고 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지난 1월 3일 성명서를 내 "정부의 13개 농업피해지원대책은 그 자체로 농업피해를 충분히 지원할 수 없"다며 △정책자금 금리 1%로 인하 △농림수산업자 신용보증기금 심사시스템 및 지원체계 개선 △고령농 특별소득보전 등의 추가대책을 요구했다.

특히 이명박 정부 들어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쇠고기 산업 대책 역시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축산업은 한미 FTA 발효에 따른 예상 피해액이 4866억 원(정부 전망)으로 농축산어업에서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분야다.

현재 40%인 미국산 쇠고기 관세는 한미 FTA 발효 후 매년 2.67%씩 내려가며, 15년 후에는 완전히 사라진다. 정부는 한우농가를 위한 보호대책으로 협정 발효 15년 간 농산물세이프가드(ASG)를 마련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농가는 이 제도가 무용지물이라는 입장이다.

세이프가드 발동을 위해서는 발효 첫 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이 27만 톤(t)에 이르러야 하고, 이듬해부터는 매년 6000t씩 늘어 15년차에는 35만4000t 이상이 되어야만 한다. 반면, 한국이 미국산 쇠고기를 가장 많이 수입한 2002년 수입량이 22만t에 불과하다. 사실상 세이프가드 발동 요건이 형성될 가능성 자체가 낮다는 얘기다.

전국한우협회는 지난 13일 성명서를 내 "정부의 대책은 우리나라 쇠고기 소비량을 감안할 때 실효성 없는 생색내기용 문구에 불과하다"며 "정부가 자국 산업을 어떻게 보호하고 대책을 마련하는지를 지켜보며 투쟁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송은? 중소기업은?

방송시장 개방도 장기적으로는 한미 FTA가 가져올 큰 변화다. 방송이 한 나라 대중문화에 끼치는 영향을 감안하면, 미국산 방송 콘텐츠의 한국 시장 진출 확대는 단순히 경제적 차원을 넘어 한국인의 생활 기반까지 뒤흔들 수 있는 위력이 있다.

정부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시장 개방에 따른 보완책을 이미 마련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중소 PP를 대상으로 한 디지털 방송콘텐츠 지원센터 건립, 우수 방송프로그램 제작·공급기반 구축, 디지털 유료방송 유통시스템 구축, 운용채널의 개별 PP편성 의무화, 지역종합유선방송사업자(SO)가 PP에게 지급하는 프로그램 사용료 지급기준 개선 등을 대책으로 내놓은 상태다.

그러나 이들 대책 대부분이 구체성은 떨어지고 대책 효율성이 낮아, 미국산 프로그램 범람을 막기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지적이 더 많다. 당장 종합편성채널 등장으로 프로그램 간 경쟁이 더 강화되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부족한 콘텐츠를 미국산 프로그램으로 채워 넣으려는 방송사의 시도는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당장 정부도 정책홍보 홈페이지 에서 "보도, 종편, 홈쇼핑 등을 제외한 PP에 대한 외국인 간접투자가 100%까지 허용되고, 비지상파의 국내물 방송프로그램 편성쿼터가 일부 완화돼 중소 PP, 독립제작사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시인한 상태다.

제약산업도 한미 FTA로 인해 피해를 입을 게 확실시 되는 분야다. 특히 허가-특허 연계제도는 미국산 다국적 제약사의 이익 극대화에 도움을 주는 반면, 소비자의 부담은 크게 늘릴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무역협정국내대책본부는 "특허 분쟁이 일어나는 비율이 10% 미만이며, 제네릭(복제약)의 허가 절차가 3개월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허가 중단에 따른 피해는 미미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반대진영의 입장은 다르다.

지난해 11월 23일 한국제약협회는 "한미 FTA 비준으로 인해 국민 건강권 침해는 물론 제약주권 상실에 따른 국내 제약산업의 피해가 예상된다"며 허가-특허 연계제도에 대한 대응책으로 약품 특허권자의 특허사실이 허위로 판명될 경우에 대한 처벌 강화 등 대응책 마련을 요구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도 "한국에서 의약품 특허가 연장되면 그만큼 값싼 복제약(카피약)이 시판되는 것이 늦어지고 이 부담은 환자들과 국민건강보험 재정의 부담, 즉 국민들이 보험료와 세금으로 지게 된다"며 한미 FTA 발효로 인한 피해는 단순히 제약업계의 차원에만 머무르지 않고, 전 국민이 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대희 기자

2012년 1월 31일 화요일

CNK 주가조작, 보도자료 베껴쓴 언론도 '공범'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1-31일자 기사 'CNK 주가조작, 보도자료 베껴쓴 언론도 '공범''을 퍼왔습니다.
정부-민간 자원협력의 성공모델? 언론 감시기능 부재가 부른 참극

CNK의 대국민 사기극, 주가 조작극은 단 두장의 보도자료로 시작됐다.
지금은 외교통상부 홈페이지에 사라진 지난 2010년 12월 17일자 외교부의 '케메룬 다이아몬드 개발권 획득 관련'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는 이번 다이아몬드 게이트 범죄 행각의 시작을 알리는 서막과 같았다.
CNK 사건 판도라…보도자료 살펴보니
보도자료는 "우리나라 C&K 마이닝社(대표:오덕균)는 카메룬 CAPAM(정부기업)과 공동으로 카메룬 동남부 Yokadouma 지역 다이아몬드 개발 사업을 추진하였으며, 10. 12. 16 개발권을 획득"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Yokadouma 지역은 95년부터 97년까지 조사된 UNDP와 2007년 충남대 탐사팀 탐사 결과 다이아몬드 추정 매장량이 최소 약 4.2억 캐럿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보도자료에서는 기대 효과에 대해서도 ▲다이아몬드 초부가가치 창출 산업(300배 이상) ▲다이아몬드 가공 고용 창출 ▲력셔리 사업 창출 및 해외 관광객 증가 ▲카메룬 내 최초의 대규모 다이아몬드광산 개발권 획득을 계기로 카메룬의 철도, 도로, 항만 등 SOC 분야 및 광물자원 개발사업에 우리 기업의 본격적 진출 추진 등 '신성장 동력 창출' 효과를 한껏 홍보했다.
이어 보도자료는 "민간이 선도하고 정부에서 뒷받침하는 민간 자원개발협력의 바람직한 성공 모델 창출"이라며 C&K 마이닝社를 치켜올렸다.


▲ 2010년 12월 17일 외교부의 '카메룬 다이아몬드 개발권 획득 관련' 보도자료

결국 이 보도자료는 주가를 끌어올려 수십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기는 범죄에 이용됐다.
지난 2010년 12월 10일을 기준으로 CNK 주가는 3200원이었지만 보도자료 발표일에 3980원, 해를 넘겨 2011년 1월 10일에는 1만 6100원을 기록, 한달 사이에 403% 급등했다.
오덕균 대표는 지난 2009년 이후 727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겼고, CNK 계열사 임원 4명도 보도 자료 배포 이후 주식을 매도해 60억원 이상의 차익을 빼돌렸다.
검찰은 김은석 외교부 에너지자원대사가 국무총리실 외교안보정책관으로 있을 당시 해당 보도자료를 주도해 CNK의 주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보고 있는데, 김 대사는 지난 2009년 1월 가족 모임에서 동생들에게 CNK 사업에 대해 얘기하고 동생 2명은 지난해 1월까지 주식 8만여주를 매수해다.
조중표 전 국무총리 실장 여시 본인과 가족 명의로 보유한 CNK 신주인수권부사채 25만 주를 자료 배포 전 주식으로 바꿔 10억여원의 차익을 거둔 혐의를 받고 있다.
CNK 신주인수권부사채 매매계좌를 보유했던 인물도 검찰은 30~50명으로 파악해 정관계 고위급 인사가 있는지도 확인하고 있다.
단 두장의 보도자료는 공무원과 민간기업 업자들의 더러운 거래를 이어주는 역할을 했던 것이다.
보도자료는 언론 받아쓰기용?
그리고 특히 그 거래를 이어준 장본인으로 언론을 빼놓을 수 없다는 것도 자명해보인다.
홍보 위주의 자원외교의 한계가 결국 범죄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보도자료 배포 당시 언론의 보도와 그 이후 보도 행태를 보면 결국 언론이 감시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올만 하다.
언론의 보도자료 베껴쓰기 행태는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지만, 결정적으로 이번 문제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적시한 보도자료를 언론이 받아쓰면서 주가를 급등시켜 사건의 공범이 돼버렸다.
지난 2010년 12월 18일 문제의 보도자료가 배포된 이후 주요 일간지 기사를 보면 언론의 베껴쓰기가 가져온 참혹한 결과를 예견할 수 있다.
국민일보는 경제 9면 "中企가 카메라 다이아몬드 개발권 땄다"는 기사를 통해 한국 기업 최초로 CNK가 카메룬의 다이아몬드 개발권을 따냈다고 보도했다.
국민일보는 외교통상부가 보도자료를 밝혔다면서 "다이아몬드 매장량은 유엔개발계획 조사 기준 약 4억2000만 캐럿 정도로 추정된다"며 "이는 2008년 기준 전 세계 다이아몬드 연간 생산량(1억6000만 캐럿)의 2.6배 규모"라고 선전했다.
이번 감사원 감사 결과 유엔개발계획 조사는 부존 가능성만을 언급했을 뿐이며 추정 매장량에 대한 직접적 근거 자료를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일보는 오덕균 CNK 대표에 대해서도 "카메룬에서 수년간 시금채취 사업을 하면서 학교설립, 축구단 창립 등 사회봉사와 고용창출 등을 통해 카메룬 정부와 높은 신뢰를 쌓아왔다"도 치켜세우기도 했다.


▲ 2010년 12월 18일자 국민일보 경제 9면

동아일보도 2010년 12월 18일자 종합4면에서 "아시아권에서 다이아몬드 개발권을 따낸 건 이번이 처음으로 아프리카에 대한 광물자원 외교를 강화하려는 정부도 그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면서 "이번에 코코(CNK)가 개발권을 따낸 것은 아프리카에 대한 자원 외교를 강화하겠다는 정부 입장에서 보면 기념비적"이라는 김은석 외교통상부 에너지자원대사의 말을 전했다.  동아일보는 이어 "CNK는 이후 5년에 걸쳐 충남대 탐사팀과 함께 요카도우마 지역의 밀림을 탐사하며 다이아몬드 매장 가능성을 점검했고, 이번에 그 결실을 보게 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충남대는 CNK와 연구용역을 체결하긴 했지만 책임교수가 사망한 뒤 연구비를 전액 반납해 탐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보도자료에 따라 중소기업의 '최초' 광물 자원 외교에 주목했을 뿐 민간기업을 통한 홍보성 자원 외교의 문제점은 없는지, CNK 다이아몬드 채굴 사업의 현실성은 있는지에 대해서는 단 한줄도 언급하지 않았다. 보도자료 베껴쓰기의 전형적인 문제점이다.
머니투데이도 보도자료 배포 하루 뒤 4면 기사를 통해 추정 매장량 4.2억 캐럿의 광산 가치는 수십 조원에 달하고 다이아몬드 원석 생산에서 유통에 이르는 부가가치는 수백 조원 이상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오덕균 대표의 말을 충실히 전했다.
경향신문은 박영준 지식경제부 2차관이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권을 획득하는데 막후 역할을 했다고 주목했다. 하지만 광산 채굴권 사업의 신빙성에 대해서는 관심 밖이었다.
경향신문은 정부관계자의 말을 빌려 "박 차관이 카메룬 방문 때 산업광산기술부 차관을 만나 다이아몬드 광산 채굴권을 주도록 강하게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외 대다수 언론들이 분량 차이는 있지만 외교부의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채굴 사업권을 땄다는 소식을 전하면서도 근거에 대해서는 큰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정권-언론 유착관계의 결과
민임동기 시사평론가는 "당시 보도자료를 보면 무슨 근거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했다라는 정도 밖에는 없다. 정부가 검증 부분에 있어서 명시를 했거나 외교부가 발표하면서 근거를 제시했어야 하는데 없는 것"이라며 "당연히 의심을 가져야 했던 부분이다. 외교부를 출입하는 기자라면 이상하다는 정도는 신참 기자를 제외하고 어느 정도 다 아는 상황이었는데 당시 대다수 언론들이 이 정권을 향해서 비판적 사고 방식을 가지지 않은 것"이라고 진단했다.
더욱 큰 문제는 정부 공식 보도자료를 언론이 받아썼다는 것을 백번 양보해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그 이후 충분히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이 전개됐는데도 큰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민임동기 시사평론가는 "CNK가 회사 자체로 보도자료를 돌릴 수는 있다고 하지만 외교부가 주도적으로 발표한 것을 두고 이상한 생각이 들었고, 박영준 전 차관의 전횡이라고 할 정도로 얘기가 나온 상황이었는데 그럼에도 계속해서 최근에 불거지기 전까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언론이 문제를 삼지 않은 것은 심각한 문제"라면서 "고위 공직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얼마나 심한지를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면서도 얼마만큼 이명박 정권이 언론에 유착돼 있는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CNK 사건을 통해 "왜 이 사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물음에 자성어린 답변을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보도자료가 나올 당시 종합편성채널 허가 문제 등 정권과 언론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정권을 건드려봤자 좋을 게 없다'는 인식이 언론의 침묵한 결과라는 이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CNK 사건에서 보여준 언론보도 행태가 출입처별로 정부 기관과 언론이 유착하고, 통제가 가능한 시스템의 한계에서 나왔다는 지적도 있다.
비록 정권과 언론의 유착관계가 굳어진다고 하더라도 기존의 출입처 취재 시스템 이외에 탐사 보도팀과 같이 언론사 내부의 취재 시스템을 강화했더라면 CNK 사건에서 보여준 언론들의 '침묵하기'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민임동기 시사평론가는 "탐사 보도팀을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형태가 아닌 상시 운영 팀을 운용해야 한다"며 "이런 식으로 언론사 내부적으로 취재 시스템을 받쳐주지 않으면 이런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12년 1월 27일 금요일

BW-ODA-크레딧스위스, '다이아게이트' 정권실세 의혹의 열쇠?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1-27일자 기사 'BW-ODA-크레딧스위스, '다이아게이트' 정권실세 의혹의 열쇠?'를 퍼왔습니다.
'다이아게이트' CNK 사건 풀리지 않은 3대 의혹



ⓒ이승빈 기자 CNK인터내셔널

CNK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결과에도 불구하고, 정권 실세 관련 의혹은 결국 밝혀내지 못했다. 감사원은 연루설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2차관을 조사했으나, 구체적인 증거를 찾지 못했다. 

다만 박 전 차관이 문제의 2010년 12월 외교통상부 보도자료 배포를 전후해 김은석 에너지자원대사, 조중표 전 총리실장, 오덕균 CNK 등과 수시로 접촉한 정황만 파악해 검찰에 '수사 참고자료'로 제공하는 수준에 그쳤다. 

박 전 차관을 포함해 핵심 실세 2명의 이름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풀지 못한 핵심 의혹은 ▲이들 정권 실세가 CNK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받았는지 여부와 ▲지난해 초부터 이어진 청와대 민정수석, 총리실, 금융감독원의 조사가 왜 지연됐는지 등이다. 이밖에도 언론에서는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CNK의 거액 자금 조달도 의혹의 대상이다. 

우선 약 248만주의 CNK신주인수권을 오덕균 CNK 회장이 누구에게 제공했느냐는 의혹은 이미 지난해 9월 국정감사 때부터 쏟아져 나온 바 있다. 

당시 국감에서는 박영준 전 차관과 오덕균 CNK대표 등 관련 인물들의 부인들끼리 계모임을 하면서 정보를 나누고 남편들을 소개시켜 줬으며, CNK의 BW가 정권 실세들에게 제공됐다는 주장이 나왔었다. 

우제창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9월 19일 총리실 국감에서 "박영준 전 차관 부인과 오덕균 대표 부인 등이 만나면서 남편들을 소개했고, 박 전 차관이 카메룬 정부와 CNK를 연결해주고, 주가조작 과정 등이 이어지면서 수십억원을 넘게 챙겼다는 의혹이 있다"며 "박 전 차관과 오덕균 대표 등의 부인들끼리 계모임을 한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신건 민주당 의원도 지난해 9월 23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CNK의 전신인 '코코엔터프라이즈'의 신주인수권부사채가 2009년 유통되는 과정에서 정관계 고위 인사에게 특혜가 제공됐다"고 폭로한 바 있다. 

BW관련 의혹을 보면, CNK 사건이 두 차례(2010.12.17, 2011.6.28) 외교부 허위 보도자료를 이용한 단순한 주가조작이 아니라 2009년부터 진행돼 온 '프로젝트'였다고 볼 수 있다. 이와관련 최근에는 한나라당을 탈당한 무소속 정태근 의원이 "권력실세 두 명이 BW 상당 부분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박 전 차관은 CNK 관련 내용은 김은석 에너지자원대사로부터 처음 들었고, 김 대사 소개로 카메룬에 가기 몇 달 전에 CNK를 (당시 총리실 국무차장)집무실로 불러 보고를 받았다고 언론에 밝힌 바 있다. 

박 전 차관은 외교부 보도자료 배포 등 CNK와의 연루설을 부인하고 있으나, 2010년 5월 카메룬 방문 당시 제공한 ODA(공적개발원조)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박 전 차관은 당시 카메룬에 광물실험연구소를 지원하는 명목으로 약 82억원(700만 달러)를 무상으로 지원키로 했다. 이뿐 아니라 정부는 한달 뒤인 그해 6월에는 카메룬의 유일한 무역항인 림베신항 개발사업 협력MOU를 체결하고 8월에는 ODA 지원이 추진됐다. 이 사업은 8억 달러 규모였다. 연이은 카메룬에 대한 ODA 제공 움직임이 카메룬 다이아 사업을 CNK에 주기 위한 특혜 차원에서 진행된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청와대와 총리실, 금융당국 등 사정기관의 CNK주가조작 조사 지연은 사건을 덮는 과정에 권력 핵심부가 동원됐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외교통상부가 지난 2010년 12월 17일 배포한 "CNK가 매장량이 최소 4억2천만 캐럿에 달하는 카메룬의 다이아몬드 개발권을 획득했다"고 알린 보도자료

앞서 지난해 초 금융감독원은 증권가에서 CNK주가가 이상하다는 추문이 일자 3월부터 조사에 나섰고,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이를 보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와대는 외교통상통일부와 지식경제부, 총리실 관계자를 집중조사했으나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그와중에 CNK주가조작을 조사했던 금융감독원 담당 국장은 지난해 4월께 갑자기 다른 자리로 전보됐고, 해당 국장은 박영준 전 차관과 가까운 인사로 교체됐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여권에서는 박 전 차관이 CNK와 연루돼 있다는 보고서가 올라와 해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박 전 차관은 시간을 달라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전 차관은 지난해 5월이 돼서야 물러났다. '은폐 세력'은 또 지난해 6월 2차 보도자료, 8월부터 시작된 감사원 감사에도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태근 의원이 "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하고자 한 세력이 누구인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말한 것은 이때문이다. 

알려져 있지 않은 CNK의 거액 자금 동원도 풀어야 할 의문 중 하나다. 

CNK는 지난해 2월 스위스 투자은행인 크레딧스위스로부터 1천만 달러(약 120억원)를 대출받았는데, 이는 2010년 12월 외교부 보도자료에 이어 또한번 CNK의 주가를 띄웠다. 

오덕균 CNK대표가 지난해 2월 25일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당시 크레딧스위스 싱가폴 지점은 CNK의 주식을 담보로 1천만 달러를 대출하고 500만 달러를 추가로 대출키로 했다. 오덕균 대표는 이에 대해 "크레딧스위스의 글로벌 브랜치들과 애널리스트들의 자료수집 및 카메룬 현장방문 등을 토대로 상당기간 저희 회사를 분석하여 여신을 받게 됐다"며 "크레딧스위스에서는 철저한 조사결과 사상 처음으로 중소기업에 대규모 여신을 결정했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크레딧스위스가 국내 광물개발업체에 어떻게 자금지원이 가능했는지 아직까지 '미스테리'로 남아 있다. 

한편 광물개발업체인 CNK에 조중표 전 총리실장, CNK감사인 서준석 전 청와대 경호과장 등 공직자 출신 인사들이 모이게 된 배경과, 이들이 정권 실세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조태근 기자taegun@vop.co.kr

2011년 12월 23일 금요일

'꼼수'로 美쇠고기 추가 개방, MB정부 '제2의 촛불' 기다리나


이글은 프레시안 2011-12-22일자 기사 ''꼼수'로 美쇠고기 추가 개방, MB정부 '제2의 촛불' 기다리나'를 퍼왔습니다.
"FTA와 쇠고기 수입은 별개"→"추가개방 협의에 적극 임할 것"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는 별개라던 정부의 공언이 결국 거짓말로 확인됐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최근 미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한미 FTA 발효 후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의에 적극적으로 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22일 오후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김 본부장 사퇴를 요구하고 정부에 무리한 한미 FTA 발효 절차와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을 즉시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김종훈 "FTA 발효 후 미국산 쇠고기 추가 개방 협의할 것"

지난 19일 미국의 통상 전문지 는 김 본부장과의 17일 인터뷰를 보도하며 김 본부장이 "미국이 2008년 한미 쇠고기 프로토콜에 따라 한국 시장 추가 개방을 위한 협의를 요구하면, 한국 정부는 일단 한미 FTA가 발효된 후 추가 개방에 관한 협의에 적극적으로 임할 것"으로 말했다고 보도했다.

쇠고기 프로토콜이란 2008년 촛불집회 이후 양국 정부가 맺은 미국산 쇠고기 추가 개방 논의를 말하는 것으로, 당시 양국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한국 소비자의 신뢰가 회복된 후 추가 개방 논의를 하자고 협의한 바 있다.

김 본부장은 특히 인터뷰에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한국 소비자의 신뢰도를 회복시킬 방법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얘기했다. 그는 "우리는 소비자에게 쇠고기 연령 제한이 없어도 미국 쇠고기를 선택하는 데 안전함을 느낄 수 있도록 충분한 증거를 제공해야 한다"며 사료 금지 조치에 대한 과학적 평가를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본부장은 또 한미 FTA가 늦어도 내년 2월 1일에는 발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년 총선 전 FTA 문제를 끝내자는 한국 정부의 초조함이 드러나는 대목으로, 사실상 한미 FTA의 이른 발효를 위해 쇠고기 추가 개방을 협상 카드로 미국에 들이민 것이다.

김 본부장은 이 잡지와 인터뷰에서 김 본부장은 "1월이 되면 (양국 정부의 발효를 위한 준비에) 충분한 시간이 있으며 한 달은 모든 것을 분명히 하는 데 충분한 시간이 될 것"이라며 발효 예정 시기를 2월 1일로 못 박은데 대해서는 특정 월의 첫날 FTA를 발효시키는 게 "상식에 맞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한미 FTA 발효를 서두르는 김 본부장의 태도에 대해 는 "미국의 업계 관계자들이 놀라움을 표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언론은 오바마 대통령이 내년 서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하는 3월 말을 한미 FTA 발효의 데드라인으로 꼽아 왔다.

김 본부장은 또 국내 정치권에서 뒤늦게 문제가 된 투자자국가중재제도(ISD) 개선 방안에 대해서도 "FTA 발효 후 개선하는 방법을 미국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이 잡지는 "김 본부장이 구체적인 개선 방법을 언급하는 것은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결국 거짓말 들통…"김 본부장 물러나야"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 측에 한미 FTA 발효 후 쇠고기 추가 개방 논의 가능성을 띄우고 내년 2월 1일 한미 FTA 발효를 요청했다. ⓒ뉴시스
이 잡지 보도에 대해 한미 FTA 저지 범국본은 이날 오후 외교통상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김 본부장이 그간 국민을 속인데 대해 놀라움과 분노를 표출했다.

범국본은 "이명박 정부가 국민을 속여서 거짓말을 한 사실이 또 다시 드러났다"며 "내년 4월 총선에서 한미 FTA가 이슈가 되지 않도록, 최대한 한미 FTA 발효시기를 앞당기려고 미국에 사정하고, 미국은 그 대가로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전면수입개방을 요구하는 정황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그간 정부는 "한미 FTA와 쇠고기 수입은 별개"라는 기조를 일관되게 유지해 왔다. 당장 국회의 날치기 통과 이전에 열린 한미 FTA 끝장토론에서 김 본부장은 유기준 한나라당 의원이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을 할 수 있는 상황이 거의 없다고 봐도 되느냐"고 묻자 "저도 그렇게 봅니다"라고 답변한 바 있다.

또 남경필 통일외교통상위원장도 이 토론에서 "이명박 정부와 저희 한나라당은 쇠고기 재협상과 관련해 일체 반대하고, 절대 반대하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와의 보도로 인해 이는 모두 거짓이었음이 밝혀졌다.

실제 그간 위키리크스 문서 등을 통해 이미 정부가 미국 측과 물밑으로 쇠고기 추가 개방 논의를 해온 정황이 드러난 바 있다. 버시바우 대사는 지난 2008년 3월 25일 라이스당시 국무장관에게 보고한 2급 비밀문서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참석차 워싱턴에 도착하기 전에 쇠고기 시장 전면 재개방이 필요하다고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08년 5월 29일자로 밝혀진 3급 비밀문서에서도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이 과거 주미대사와 만난 자리에서 "6월 4일 재보선 전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허용되는 것으로 결론이 난다면, 그것이 선거의 주요 이슈가 돼 한나라당 후보들이 패배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한 사실이 드러났다.

"'과학적 조치'는 꼼수"

범국본은 나아가 김 본부장이 강조한 '과학적 조치'도 허술하기 짝이 없는 조치라고 평가절하했다. 범국본은 "미국의 사료조치는 미국 시민단체와 랜더링 업계에서조차도 광우병 위험을 막을 수 없는 허술한 조치라고 평가하고 있다"며 "유럽연합(EU), 일본, 캐나다 등과 비교하더라도 불충분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김 본부장이 강조한 '한국 소비자의 신뢰도를 높일 방법'은 어디까지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위한 정치적 절차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범국본에 따르면 국제수역사무국(OIE)은 지난 2006년 미국 정부에 동물 사료에서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의 사용을 금지할 것을 권고했으나, 2008년 4월 공표된 미국의 사료 규제 조치는 여전히 30개월 이상의 뇌와 척수만을 규제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도축검사에서 불합격한 30개월 미만 뇌, 척수도 사료원료로 사용하도록 허용한 상태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우희종 서울대 교수는 "우리 정부는 미국보다 광우병 유발 위험도가 낮은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 협상에서도 30개월 미만만 수입하도록 합의했으나, 유독 미국과는 30개월령 이상까지 모두 수입하려 하고 있다"며 "오직 한미 FTA 발효라는 정치,경제적 목적만으로 국민의 건강권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기갑 통합진보당 의원은 "이미 파괴된 농가에는 구제역보다 더 무서운 게 한미 FTA 밀어붙이기"라며 "2008년 국민이 촛불로 미국산 쇠고기 추가 개방을 막았다. 하지만 이마저 무너지고 있다. 정권을 심판하기 전에 김종훈 본부장부터 끌어내려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이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