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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20일 수요일

정부조직개편, '문화 융성의 시대' 쓰러뜨린 정치적 협상


이글은 미디어스 2013-03-20일자 기사 '정부조직개편, '문화 융성의 시대' 쓰러뜨린 정치적 협상'을 퍼왔습니다.
문방위 공중 분해…'창조경제'에 희생된 '삶의 가치'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사를 통해 ‘경제부흥’, ‘국민행복’과 더불어 ‘문화융성’을 주요한 국정 목표로 제시하며 문화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표명한 바 있다. 대통령의 취임사가 임기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비중 있는 메시지이며 정부의 국정 철학과 핵심 정책 방향을 밝힌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의 ‘문화 융성’은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여야가 장기 대치 끝에 정부조직 개편안을 합의한 이후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가 공중 분해되는 상황이 발생, 취임사의 취지는 물론 박근혜 정부의 ‘문화 융성’ 진정성이 의심받는 상황이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광장에서 열린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뉴스1

문방위 공중 분해, 불가피한 선택?

기 대치 끝에 합의를 이룬 정부조직개편안에 따라 여야는 국회는 상임위 구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이하 문방위)가 가장 큰 폭의 변화를 맞이하는 상임위가 됐다. 다른 상임위들이 경합적 쟁점 없이 상임위 이름을 바꾸거나 일부 역할을 조정하는 것과는 달리 문방위는 문화, 체육, 관광은 교육부와 합쳐져 교육문화위원회로 통합되고, 방송통신 정책은 ICT정책과 함께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이에 대해 정부조직법 협상 실무를 담당했던 한 민주당의 관계자는 “시대의 흐름과 지난 대선에서 공약 사항을 보면, 문화를 비중 있게 다루는 것이 마땅했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며 “미래창조과학부라고 하는 거대 부처가 생기는 마당에 문화를 비중 있게 협상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고, 민주당 입장에서는 업무의 연관성 차원에서 문화, 예술 정책을 교육과 묶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문화 융성을 말했던 박 대통령의 언급도 있고 해서, 문화 정책에 대한 정부의 관심을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새누리당은 이 부분에 대해서 전혀 관심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신설 상임위 위원장은 민주당 몫이기 때문에

새누리당이 문방위 공중분해를 초래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애초, 정부조직법 협상 초기 민주당은 문방위의 독립 위원회 신설을 요구했지만 새누리당이 “국회 운영법상 위원회를 신설하면 민주당이 위원장을 맡게 되어 있어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협상 실무진이었던 민주당 관계자는 “협상 초기 문방위 존치와 관련해 이러저러한 요구를 했던 것은 맞지만, (협상에서)크게 이슈가 되지는 않았다”며 “문방위를 남길 경우 민주당이 위원장을 맡게 되는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주장하기 부담스런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민주당 입장에선 SO 방통위 존치와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 등 현안 쟁점을 관철시키는 것이 중요했던 상황에서 문방위 독립을 요구하는 것은 자리를 때문이라고 오인될 수 있어 문방위 존치를 적극적으로 주장하지 못했단 얘기다. 새누리당 역시 문방위 존치의 현실적 필요성이나 당위성보다는 문방위가 존치될 경우 해당 상임위 위원장이 민주당 몫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문방위 존치 또는 독립을 협상 대상에서 제외한 셈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문방위를 살리기 위해서는 문방위 외에 또 하나의 위원회를 만들어 위원장을 나눴어야 했는데, 마땅치 않았다”며 “협상에서 어느 한쪽만 위원장을 맡게 되는 요구를 할 순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입만 열면 '문화' 말하던 정치권이

결국, 문방위 존속 여부에 대해 여야는 모두 가치적인 판단이 아닌 정치적 협상의 유불리 차원에서 접근했던 셈이다. 문화연대 이원재 사무처장은 “한 마디로 문화정책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철학이 여야 모두 없었다는 얘기”라며 “정치권이 입만 열면 ‘문화의 세기’, ‘문화의 시대’라고 말하지만 실제 문화 정책을 어떻게 운용해갈 것이냐에 대해선 아무런 비전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 사무처장은 “정책적 토론이 필요한 사안이 정치적 협상으로 결정된 것”이라며 “문화와 예술은 교육에 붙이고, 방송통신은 미래창조과학에 붙인다는 발상은 문화 행정을 편의적으로 분산한 것에 불과하며 문화를 도구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민주당 관계자 역시 마찬가지 얘기를 했다. “문방위가 사실상 없어진 상황에서 할 말이 없다”면서도 “교육과 문화가 융합적 관점에서 한 상임위에 배치될 수도 있겠지만, 지금 상황은 그런 융합적 방향성이나 과정적 결합에 대한 고민 없이 양당의 이해관계 속에 편의적으로 배치된 것일 뿐”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결국, ‘창조경제’를 위한 미래창조과학부 신설 과정에서 ‘삶의 가치가 되는 문화’는 희생과 소외를 겪었다고 밖에 말할 수 있는 상황이다. 문화를 강조했던 대통령은 국회를 무시하며 원안만을 고수했던 것을 넘어 입법부의 문화행정 진흥, 감시 기능을 근본적으로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여야 역시 문화를 정치적 협상의 우선순위에서 배제하며 문화, 예술을 교육의 하부적 영역으로 격하시키는 선택을 했다.
한 지역 예술단체 정책실장은 “문화와 예술은 한 마디로 낙동강 오리알이 된 것”이라며 “박근혜 정부에서 문화, 예술 정책은 사수를 목표로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자조했다. 문화 융성의 시대는 첫 발을 떼기도 전에 정치에 의해 쓰러지는 모양새다.

김완 기자  |  ssamwan@gmail.com

2013년 2월 25일 월요일

새벽 0시 '박근혜 시대' 알리는 보신각 타종 새 정부 조직은 '반쪽 출범'..."처음 있는 일"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3-02-234일자 기사 '새벽 0시 '박근혜 시대' 알리는 보신각 타종 새 정부 조직은 '반쪽 출범'..."처음 있는 일"'을 퍼왔습니다.
여야, 새 정부 출범 하루 앞두고 정부조직개편 '설전'... 26일 본회의 처리도 불투명

▲ 18대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는 서울 여의도 국회 잔디광장. ⓒ 남소연

박근혜 당선인은 오는 25일 18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한다. 대통령 취임식 준비위원회에 따르면, 취임 행사는 25일 새벽 0시 새 대통령의 임기 시작을 알리는 보신각종 33회 타종으로 시작된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결국 '반쪽 출범'을 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에 취임하더라도 그와 함께 할 새 정부의 조직이 아직까지 완성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하루 전인 24일에도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한 '극적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이날 각각 긴급 최고위원회의, 기자간담회 등을 열며 서로를 압박했지만 이견을 좁히지는 못했다. 여야는 당초 취임식 다음날인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조직 개편안을 처리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이마저도 장담하기 힘든 분위기다. 

핵심 쟁점은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의 방송통신위원회 기능 관할이다. 새누리당은 방통위의 기존 영역인 방송광고·IPTV·뉴미디어·방송편성권·주파수 규제 업무 등을 미래부로 이관하는 것을 주장하는 반면, 민주당은 방통위 존치를 주장하고 있다. 여야는 지난 22일 6인 협상 테이블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헤어졌다. 

"새 대통령 취임하는데 정부조직개편 안 된 건 현 헌법 아래 처음"

▲ 생각에 잠긴 황우여 대표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 권우성

새누리당은 이날 긴급 최고위원회의와 대표 기자회견을 잇따라 열어 민주당을 압박했다. 

특히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주요 쟁점인 미래부의 방통위 기능 관할 여부에 대해 "비보도 방송을 미래부에서 통신과 융합해 관장할 수 있도록 해준다면 새누리당은 추가적으로 방통위가 독립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방통위의 법적 지위를 중앙행정기관으로 격상키겠다"고 타협안을 제시했다. 또 "코바코(KOBACO)를 비롯한 방송광고 판매 부분도 그 규제에 뒷받침하기 위한 수단으로 방통위에 귀속시키는 것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압박도 병행했다. 그는 "내일 국민행복 희망의 새 시대를 여는 박근혜 정부가 시작된다, 대통령은 취임하는데 정부조직법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함께 일할 국무총리와 국무위원도 없다"며 "지금처럼 정부조직개편이 완료되지 않아 새 정부 출범이 차질을 빚은 것은 현 헌법 아래 처음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통신과 방송의 분리는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방통위는 여야 위원회 구조의 특성상 정치적 이해에 휩쓸리고 의사결정 속도가 매우 느려 ICT 산업을 지원하는 데 부적절하다"고도 말했다.

"야당이 대선 패배 이후 관련 입장을 바꾼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황 대표는 "야당도 지난 19대 총선에서 통신과 미디어가 융합된 정보통신미디어부를 신설하겠다고 공약했고 18대 대선에서는 정보, 통신, 미디어, 콘텐츠 전담 부처를 신설하겠다고 공약했다"면서 "야당이 미래부의 관할과 관련해 입장을 바꾸어 방송과 통신정책을 분리시켜 통신부분만 미래부에 주고자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조직개편 협상 안 되는 건 박근혜의 불통 정치 때문"

▲ 민주통합당 박기춘 원내대표가 지난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 남소연

그러나 민주당은 "비보도 방송부분을 미래부로 보내라는 요구는 방송의 공정성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이라며 황 대표의 타협안을 거부했다. 황 대표가 역제안했던 '방통위의 중앙행정기관 격상'에 대해서도 "현재도 방통위는 중앙행정기관인데 마치 없었던 것을 선물 주듯이 이야기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재도 중앙행정기관인 방통위는 독자적인 법령제정권을 가지고 있다, 격상시키는 것은 아니고 현행 유지시키는 것"이라며 "이는 이미 2월 17일 회동할 때 약속했던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또 "황 대표의 말씀은 방송법 제 6조가 천명하는 바와 같이 방송정책에서 보도의 공정성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방송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공정성, 공익성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무엇보다 그는 "인수위 개편안에는 현재 지경부, 문광부, 행안부, 방통위에 흩어져 있는 정보통신기술(ICT) 업무의 60% 이상을 부처이기주의 때문에 제대로 모으지 못했다"며 "정작 모아야 하는 통신은 못 모았으면서 방송을 끌고 가려는 것은 방송을 장악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우 수석부대표는 외교통상부 통상기능의 산업통상자원부로의 이관 문제와 관련해서도 "우리가 주장하는 통상 부문 독립기구화에 대해서도 응답해달라"고 촉구했다.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은 정부조직법 협상 타결을 위해 통 크게 양보하고 인내하면서 기다렸지만 새누리당이 아무런 답이 없다"며 "우리는 박 당선인의 뜻을 존중해 양보할 만큼 양보했다"고 밝혔다. 쉽게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이날 새누리당과 추가 협상 일정도 잡지 않았다. 새누리당이 새로운 수정안을 갖고 연락을 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박 원내대표는 특히, "협상에 진전이 없는 것은 박 당선인의 결재·불통·나홀로 정치의 책임이 크다"며 직격탄도 날렸다. 그는 또 "당선인의 재가 없이는 한발짝도 못 움직이는 집권여당의 무력함, 당선인 눈치보기도 문제"라며 "앞으로도 청와대 지침을 그대로 통과만 시키는 여당의 모습을 보일지 의구심이 든다"고 새누리당을 비판하기도 했다.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에서 "강남스타일"까지 
             미리 보는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24일 대통령취임식준비위원회에 따르면, 박근혜 당선인 취임 행사는 25일 보신각종 33회 타종으로 시작된다. 타종행사에는 대일항쟁·건국·참전용사·산업화·분단극복·한류 등 각각 지역과 계층을 대표하는 국민대표 18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박 당선인은 이 타종행사에는 참석하지 않고 이날 오전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 참배를 마친 뒤 취임식이 열리는 국회의사당 앞마당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공식적인 취임식은 특별초청 인사 3000여 명과 일반인 3만5000여 명 등 총 7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릴 예정이다. 특히 '통합과 전진, 국민의 삶 속으로'라는 콘셉트로 열리는 취임식은 각계 유명인사 및 인기연예인들이 총출동해 대형 콘서트를 방불케 한다. 


오전 9시 20분께부터 열리는 식전 문화공연에는 개그맨 김준호·허경환·신보라·최효종 등이 사회를 맡았고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각 시대를 대표하는 노래들로 공연이 진행된다. 1950~1960년대를 상징하는 공연으로 미스터 브라스의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가 연주되고 트로트가수 장윤정씨는 '노오란 셔츠의 사나이', '님과 함께' 등을 부른다. 1970~1980년대 대표곡으로는 '고래사냥', 1990~2000년대 대표곡으로는 '난 알아요', '오 필승코리아' 등이 꼽혔다. 1990~2000년대 대표곡 공연은 아이돌 그룹 JYJ가 맡았다. 마지막 무대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될 예정이다. 


박 당선인은 식전 문화공연이 마무리되면 국민대표 30명과 동반입장할 예정이다. 본행사는 국민의례·식사·취임선서·의장대 행진 및 예포발사·취임사·축하공연 등의 순으로 진행된다. 애국가는 소프라노 조수미씨와 바리톤 최현수씨가, 축하공연은 국악인 안숙선·가수 인순이·뮤지컬 배우 최정원·재즈가스 나윤선씨 등이 '아리랑 판타지'를 부를 예정이다. 


본행사의 마지막은 박 당선인의 '이명박 대통령 환송'이다. 박 당선인은 이 대통령을 환송한 뒤 국회에서 서강대교까지 카퍼레이드를 펼칠 예정이다. 


식후 행사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다. 박 당선인은 광화문광장에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홈페이지의 정책제안코너에 모인, 국민 의견을 꺼내는 '복주머니 개봉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경태(sneercool)

2013년 2월 22일 금요일

'박근혜 비서당'으로 전락한 집권 여당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3-02-22일자 기사 ''박근혜 비서당'으로 전락한 집권 여당'을 퍼왔습니다.
보수진영에서도 인선 맹비난... '정치력 실종' 당 지도부는 '돌격대'?

▲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와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내정된 진영 정책위의장이 1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정관용 "박근혜 후보는 왜 대통령이 되면 안 됩니까?" (중간 생략)유시민 "저는 박근혜씨가 대통령이 되면 소위 옛날 조선시대로 치면 환관정치, 그러니까 호가호위하는 사람들이 좀 사리에 어두운 권력자를 이용해서…."

18대 대선을 닷새 앞둔 지난해 12월 14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한 유시민 전 진보정의당 의원이 '환관정치'라는 단어를 꺼냈다. 진행자인 정관용씨는 방송에 적절하지 않은 표현이라고 판단했는지, 서둘러 "알겠습니다"라며 유 전 의원의 말문을 막았다. 

이젠 정계를 은퇴한 유 전 의원의 대선 당시 발언을 다시 꺼내든 것이 적절해 보이지는 않지만, 어쨌든 유 전 의원의 말대로 조선시대 '환관정치'가 박근혜 새 정부에서 되살아날지는 아직 두고 볼 일이다. 대신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정부에 '충신'은 없고, '환관'만 보인다는 비판은 일찌감치 회자되고 있다.

'밀봉·깜깜이 인선, 용수철 협상'... '박근혜 입'만 쳐다보는 집권여당

대통령직 인수위원 인선과 국무총리·장관 인선을 보면서 그런 우려는 더욱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스스로 밀봉한 봉투를 뜯어 발표만 할뿐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대변인, 총리·장관 내정자 발표 때까지 당사자 외에는 아무도 모르게 하는 '깜깜이 인선', 그래서 모두 박 당선인의 입만 쳐다봐야 하는 상황이 계속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법과 원칙을 강조하던 박 당선인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여야협의 과정 중에 장관 후보자를 덜컥 발표해버렸다. 스스로 여야 협상 자체에 난관을 조성했고, 새 정부의 정상적인 출범은 어려워졌다. 

사흘 앞으로 다가온 새 정부 출범에 차질이 빚어진 현 상황에 대해 '야당의 발목 잡기'라는 비판이 나올 법도 하지만, 상황은 정반대다. 총리·장관 후보자들의 '양파껍질' 의혹들로 대표되는 인선 검증 시스템의 문제나 정부조직개편안 협상 난항의 모든 책임이 바로 박 당선인에게 있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의 최근 여론 지지율은 이전 대통령들의 절반 수준인 40% 후반까지 떨어졌다.

상황이 이런데도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에서는 누구 하나 공개적으로 나서서 발언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정치력을 보이는 것도 아니다. 야당과의 협의 과정에서 새누리당은 '원안대로 통과시켜 달라'는 말만 반복할 뿐 절충안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우원식 민주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정부조직개편안 협상에 진전이 없는 것을 두고 "새누리당을 보면 '용수철정당'이 되고 있다는 느낌"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정부조직법 개편안 협상이) 좀 진행되다가 박근혜 당선인이 한 마디 하면, 그때마다 처음 입장으로 다시 튕겨와 협상이 계속 제 자리를 맴돌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 인사청문회장에서는 여당 의원들의 낯부끄러운 '쉴드 치기'(후보자 방어) 행태가 버젓이 횡횡한다. 오히려 원내 사령탑인 이한구 원내대표는 "(협의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행동으로 옮겨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날치기' 카드를 꺼내들었다. 박 당선인의 '돌격대'를 자임한 꼴이다. 지난 5년간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해왔던 박 당선인은 "여당이 청와대 거수기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지만, 당내에서는 벌써부터 '거수기 여당'이라는 자조 섞인 신음이 흘러나온다. 

▲ 18일 오후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기획조정분과 국정과제토론회에 참석한 박근혜당선인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인수위사진기자단

"내각 인선 보고 깜짝 놀라... 당과 국회를 우습게 보는 건가?"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지난 20일 당내 중진급 의원들이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총대를 메고 나섰다. 정몽준 의원은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일을 잘하려고 하다 보니 절차상 미숙한 점이 있었다는 점을 야당에서 이해해주시길 바란다"며 야당의 협조를 요청했다.

국회부의장을 지낸 정의화 의원은 원내 지도부의 정치력 부재를 탓했다. 그는 "(야당의 요구 중에서) 수렴 가능한 것이 무엇이 있는지는 원내지도부가 다 알고 있으리라 생각된다"며 "하루빨리 여야가 서로 한발씩 양보해서 타협을 이뤄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실상 야당의 요구를 일부 수렴해 '박근혜 표' 정부조직개편안의 수정을 우회적으로 시사 한 것이다. 

그는 특히 총리·장관 후보자들의 도덕성 문제를 언급하면서 박 당선인의 인사 검증시스템의 문제점을 간접적으로 지적했다. 고액의 보수를 받으며 법무법인이나 무기중개상을 위해 일했던 전직 관료들이 다시 공직을 맡겠다고 나선 것을 비판한 것이다.

그는 "(공직자가 퇴임 후에) 전관예우를 받아서 천문학적 액수의 월급을 받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며 "그런 분이 새삼스럽게 출세까지 하겠다고 하시니 이것이 지금 우리 국민들에게 굉장한 위화감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의 입장에서도 국민들로부터 굉장히 실망을 받게 되는 결과가 되지 않겠나하는 생각이 든다. 제가 그런 기사를 이틀 연이어 보면서 이분들이 우리 국민들을 우습게 알거나, 아니면 대한민국 국회가 청문회라는 것을 분명히 하는 것을 알면서 당과 국회를 우습게 보는 것이 아닌가하는 그런 생각까지 들었다."

그는 "조용히 스스로 잘 판단해서 다시 고액봉급자로 돌아가시는 것은 어떠실지 제가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한다"고 강조했다. 

보수진영에서도 이들을 거들고 나섰다. 보수성향의 시민단체인 선진화개혁추진회의도 이날 논평을 내고 "전관예우로 많은 부의 축적은 고위공직자에게 치명적 결격사유"라라며 "문제가 있으면 스스로 후보지명 수락을 고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조순형 전 자유선진당 의원은 황교안 법무장관 후보를 겨냥 "월 평균 1억 원은 정상적으로 볼 수 없는, 고질적 병폐인 전관예우의 결과"라며 "자진사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전관예우 논란이 있는 내각 후보자는 황교안 후보자 외에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 윤병세 외교장관 후보자,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 서남수 교육장관 후보자 등이다. 퇴임 후 이전 직무와 관련이 있는 법무법인·기업·대학 등에 취업하거나 고문으로 등재한 이들은 월 800만~1억 원에 이르는 고액 보수를 받았다.

▲ 2011년 4월 4일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해 허태열 당시 한나라당 최고위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고소영'도 비웃는 '성시경' 인사... 친박이나 당이나 '비서' 처지

집권여당에서 '쓴소리'가 나오지 않자, 심지어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출신 편중) 인사'로 비판받았던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까지 나서서 '박 당선인의 인사가 더 문제'라고 비판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21일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에 출연해 "지금 정부·시장·시민사회 이 세 축이 잘 균형을 이루면서 조화를 이루면서 혁신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이쪽 시민사회나 시장의 목소리가 국정운영에 너무 반영이 안 되고 정부가 너무 주도하는 모습으로 가면 균형이 깨질 수가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박 당선인 인선에 대해 "인사에 그런(시장·시민사회) 것들이 골고루 반영되는 것이 필요한데 그런 부분의 반영이 (박 당선인의 인선에서는)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박 당선인의 인선이 '성·시·경(성균관대·고시·경기고 출신 편중) 인사'라는 비판을 받는 것에 대해서도 특정 집단이 권력 주변에 모여 있으면 필연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전 수석은 "특정 학력이나 특정 고시 기수, 이런 사람들이 몰려 있으면 사람들이 어떻게 알고 찾아서 권력주변에 스며든다. 그것을 의도적으로 차단하지 않으면, 끼리끼리 문화가 금방 확산되고 퍼진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수년간 박 당선인의 최측근에서 보좌했던 '친박(근혜)계' 의원들의 침묵이 더 노골적이라는 데 있다. '논공행상을 하지 않겠다'는 박 당선인은 인수위와 당선인 비서실 구성 과정에서 친박계 인사를 배제했다. 그러나 이들은 입을 굳게 닫은 채 납작 엎드려 있었다. 박 당선인이 정권 인수 과정에서는 '친박 배제' 원칙을 내세웠지만, 새롭게 출범할 정부에서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근혜 정권 창출 1등 공신인 자신들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박 당선인이 자신들에게조차 아무런 상의 없이 '나홀로 인선'을 강행하다가 김용준 낙마 사태를 초래하고, 정부조직법 개정 여야 합의 과정에서 '존재하지 않는 부처'의 장관 후보자를 지명해 난관을 자초해도, 이들은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 박 당선인의 인사스타일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들은 스스로 '모난 돌'이 되는 상황을 피한 것이다. 

예상대로 박 당선인은 청와대를 친정체제로 구축했다. 친박인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과 유정복 안전행정부장관, 진 영 보건복지부장관 내정자를 발탁한 것. 겉으로 보기에는 자신의 정치적 우군인 친박을 배려한 모양새다. 그러나 친박 인사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발탁된 3인이 '원조 친박'이기는 하지만 친박계를 아우르고 챙겨온 대표성을 가졌다고 보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들 3인은 철저하게 박 당선인의 의중에 따라 움직이는 '비서형'에 가깝다는 게 친박계 인사들의 평가다. 

결국 박 당선인에게 친박계 인사들은 '비서'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셈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이미 '식물 정당'으로 전락한 당이나 친박계 인사들의 신세가 비슷하게 됐다"고 쓴 미소를 지었다.

최경준(235jun)

2013년 2월 6일 수요일

박근혜 불통 덕에 '손 안 대고 코 푼' 민주당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3-02-05일자 기사 '박근혜 불통 덕에 '손 안 대고 코 푼' 민주당'을 퍼왔습니다.
'박근혜 구하기' 나선 새누리당 지도부, 고립무원 자초?

 
▲ '설전' 벌였던 김성환 장관-진영 인수위 부위원장 외교통상부의 통상교섭 기능을 떼어 산업통상자원부로 합치는 대통령직 인수위의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해 '설전'을 벌이며 충돌했던 김성환 외교통상부장관과 인수위 부위원장인 진영 의원이 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듣고 있다. ⓒ 권우성

"어제 강 스파이크 날리셨던데요."

5일 새누리당 확대원내대책회의에서 마주친 이상일 대변인의 말에 진영 정책위의장은 "아, 예..."라며 웃기만 했다. 하루 전 있었던 '혈투'에 대해 진 의장은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은 듯 입을 다물었다. 

'강 스파이크'는 통상 기능 이전에 반대하는 김성환 외교부 장관을 향해 진 의장이 "궤변"이라고 일갈한 것을 뜻한다. 진 의장이 직접 나선 데 대해 '박근혜 정부'의 조직개편안에 대한 반대 여론을 초장부터 꺾으려 한 것이라는 분석이 뒤따랐다. 하지만, 민주통합당은 물론이고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통상 기능이 이전을 반대하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박근혜 당선인과 새누리당 지도부(박 당선인 측근 인사)'가 정부·여당·야당의 반대를 모두 감당해야 하는 구도가 만들어졌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에 대한 국회 표결처리를 주장한 것 역시 반대 여론이 높아 통과 가능성은 요원하다. '박근혜 당선인 + 측근·핵심 인사'만의 고립무원이 더욱 공고화 될 태세다. '주공격수' 자리를 내주고 갈등의 최전선에서 한 발 물러난 민주당은 내심 이같은 기류를 반기는 분위기다. 

구 권력(MB 정부) vs. 신 권력(박근혜 정부) 갈등 전면화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진영 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은 4일 이례적인 '한판'을 벌였다. 외교통상부의 통상 기능 이전을 둘러싼 신경전이었다. 먼저 나선 건 김 장관이다. 그는 "통상과 외교를 분리하는 개정안은 헌법과 정부조직법 골간을 흔들 수 있다"며 갈등에 불을 당겼다. 

이에 진 부위원장이 긴급 브리핑을 자청했다. 그는 "외교부가 헌법상 (통상교섭·조약체결) 기능을 갖고 있는 것처럼 말하는 건 궤변이자 부처 이기주의"라며 맹폭을 쏟아냈다. 김용준 인수위원장의 총리 후보 낙마 후 사실상 인수위 실무 전체를 맡고 있는 진 부위원장이 직접 나선 데에는 박 당선인의 의중이 실린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결국, 구 권력(현 정부 장관)과 신 권력(인수위 부위원장)의 갈등이 전면화된 것이다. 

정부조직개편안을 두고 2차전을 이어가기엔 1차전의 여진이 아직 가시지 않은 상황. 이에 부담을 느낀 듯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이한구 원내대표는 정부조직개편에 대해 말을 아꼈다. '인수위 부위원장'에서 '정책위의장'으로 돌아온 진영 의원 역시 "정부조직개편안 관련 오늘 여야 협의체 2차 논의, 효율적이고 생산적으로 잘 진행될 것으로 믿는다"며 원론적인 얘기에 그쳤다. 

정작 의원 단속에 나선 것은 서병수 사무총장이다. 서 사무총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조직개편은 박근혜 당선인이 15년 의회 활동을 하면서 쌓았던 경험과 정치적 가치, 국정운영의 철학이 담긴 것"이라며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는 통일된 의견이 아니라 개인적인 의견이 나뉜 것은 조금씩 양보해 원래 취지대로 통과됐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소수의 의견' 개진을 자제하고 '대의'에 따르라는 방침인 셈이다. 

그러나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통상기능에 반대하는 의견이 공공연하게 튀어나오고 있다. 4일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정의화 의원은 "대한민국 정부의 대사들이 이미 다 (해외에) 나가 있고, 그 대사들이 (통상) 역할이 있어 (외교·통상이) 지난 15년간 화학적으로 결합돼 있는데 무슨 재주로 나누냐"며 반대 뜻을 분명히 했다. 같은 당 정병국·길정우·김영우 의원 역시 반대 또는 우려의 뜻을 밝혔다. 결국 새누리당 내부에서조차 정부조직개편 '무사 통과'를 바라보기 힘들어진 상황이다. 

새누리당, 의원 개인 의견 단속 나섰지만...

▲ 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는 가운데, 민주통합당 박기춘 원내대표, 문희상 비대위원장, 정세균 의원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권우성

기류가 이같은 방향으로 흐르자, 정작 '절대 반대'를 들고 나서야 할 민주당은 한 발 떨어진 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이동흡 헌번재판소장 후보자에 이어 김용준 총리 후보자까지 낙마시켰다는 이미지가 박혀 있는 민주당으로서는 정부조직개편안에까지 반기를 드는 것에 부담을 느낀 것이 사실. 전면 반대를 외칠 경우 반대의 이유는 사라지고 '야당이 발목 잡는다'는 여론에 휘둘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가 "필요한 부분은 철저히 논의하겠지만 통 크게 협력하겠다"는 기본 방침을 재차 강조해 온 이유다. 

이런 와중에 정부 부처 및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 '통상 기능 이전'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니 민주당으로서는 손 안 대고 코 풀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된 셈이다. 더불어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내에서 불고 있는 대선 패배 책임론, 이전투구도 언론에 조명되지 않는 '반사이익'까지 얻게 돼 민주당으로서는 일석이조다. 

주 공격수에서 빠진 민주당은 '훈수 두기'에 나섰다. 박수현 민주당 원내부대표는 5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조직 개편에서 통상 기능 이관을 둘러싼 신구권력 간 충돌이 도를 넘고 있다"며 "이런데도 박근혜 당선인과 인수위는 이관의 구체적 배경은 한 마디도 설명하지 않고, '외통위 상임위 시절 들은 바가 있다'는 게 전부"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 부처 간의 밥그릇을 두고 벌이는 이전투구에 국민은 불쾌하다"라며 "신구권력 싸움을 그만두고 정부조직개편에 대해 국회의 결정에 맡기라"고 충고했다. 국회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니 '권력 다툼'을 그만두고 국회 결정을 따르라는 것이다. 

국회 외통위 소속 우상호 의원도 이날 오전 SBS 라디오 (서두원의 시사초첨)에 출연해 "여야 외통위 의원들의 일치된 목소리는 '지경부와 붙여서 산업통상자원부로 가는 건 절대 안 된다'는 것"이라며 "특정 산업 분야보다 국가이익의 균형을 판단할 줄 아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만약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통상 관련 업무를 전담하면 사실상 대사들이 통상장관의 지시를 받게 된다"며 "이렇게 되면 외교부를 해체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구하기' 나선 새누리당, 효과는 '글쎄'
 
▲ 생각에 잠긴 황우여 대표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 권우성

새누리당 지도부가 '박근혜 구하기'에 나선 사례는 또 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 동의안을 국회에서 표결처리하자고 나선 것. 표결처리로 급선회도 박근혜 당선인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현실적으로 야당이 지명 철회 및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헌재 소장 임명동의안을 상정하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다. 설령 본회의에 올라간다 해도 새누리당 의원의 뜻이 한 데 모일지도 의문이다.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은 "본회의 표결로 갈 경우 새누리당에서 반대표가 나올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론도 부정적이다. (문화일보)가 지난달 28~29일 여론조사를 한 결과 '이 후보자가 자진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59.2%에 달했다. '국회 표결로 처리해야 한다'는 답변은 34.3%에 그쳤다.(만 19세 이상 1000명 대상 RDD 방식,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황 대표가 국회 본회의 처리를 고집한 것은 박근혜 당선인이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인수위, 새누리당이 책임을 전가하며 '폭탄 돌리기' 하고 있는 이 후보자 문제를 박 당선인이 나서서 해결하면 이 후보자를 지명한 책임이 고스란히 그에게 쏠리게 되는 것. 대신 국회가 그 책임을 떠안으면서 박 후보자 방패막이 역할을 자처한 것이다. 

이 역시 민주당으로서는 "나쁠 것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새누리당이 이동흡 후보자 임명 동의안을 직권상정한다해도 우리에게 나쁠 것은 없다"며 "모든 비난이 새누리당에 쏠릴 테고, 이런 조건에서 우리 당은 나름의 개혁을 실행할 수 있다"며 내심 반겼다. 

민주당은 '엄중한 경고' 선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박기춘 원내대표는 "이동흡 후보자 국회 표결하려면 직권상정밖에 없는데 인사문제를 날치기 하겠다는 것"이냐며 "국민의 심판이 끝난 사안을 놓고 표결 운운 자체가 불쾌하다"고 일갈했다. 

박 원내대표는 "황우여 대표의 (표결 처리) 발언이 박 당선인의 뜻인지 묻고 싶다"며 "꼼수 부릴 생각 말고 이명박 대통령 또는 박근혜 당선인이 이동흡 후보자를 사퇴시켜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권우성(kws21)
이주연(ld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