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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17일 일요일

일본의 조건 ‘ISD는 하지 않는다’


이글은 한겨레21 2013-03-18일자 제952호 기사 '일본의 조건 ‘ISD는 하지 않는다’ '를 퍼왔습니다.
[기획] 3월15일로 한-미 FTA 발효 1년, 미국과 TPP 협상 시작한 일본 다녀온 송기호 변호사 기고… 노무현 정부식의 허위의식 없이 고유의 제도를 유지할 수 있느냐 놓고 논쟁 중

3월15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지 1년이 된다. 성적은 보잘것없다. 정부가 자신했던 장밋빛 경제 효과는 미미한 반면, 우려했던 대로 공공정책이 발목을 잡히는 부작용은 속속 나타나고 있다. FTA 발효 뒤 3개월 안에 미국 쪽에 요구하기로 했던 ‘투자자-국가 소송제’(ISD) 재협상은 감감무소식이다. 정부가 미국의 무리한 요구에 철저히 놀아난 결과다. 이제 막 미국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을 시작하기로 한 일본은 우리와 상황이 다르다. 신중하고 주도적이다. 완전 관세 철폐는 반대하고 주권을 침해하는 ISD도 제외하기로 했다. 건강의료보험·정부조달·금융서비스 따위 주요 부문은 개방하지 않거나 개방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송기호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가 일본의 생활협동조합인 ‘생활클럽’의 초청으로 지난 2월26일~3월4일 일본에 건너가 ‘TPP를 신중하게 생각하는 국회의원 모임’에서 실패한 한-미 FTA의 지난 1년을 설명하고, 일본 정부·의회가 TPP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을 살펴보고 돌아왔다. 한-미 FTA는 일본이 피하려는 반면교사지만, 일본의 TPP는 한국이 주목해야 할 선례가 된 것이다. _편집자 

» 송기호 변호사(맨 앞줄 왼쪽)가 지난 3월1일 일본 중의원 회관에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신중하게 생각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의원·보좌관에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1년 평가’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송기호 제공

일본 도쿄 시내 일본예술원 현관에서는 세 여인을 조각한 입상이 사람을 맞이한다. 일본 조각가 하시모토의 대표작 (화엄)이다. 부처님같이 온화한 얼굴, 부드러운 눈매, 그리고 풍만한 젖이 드러난 몸매를 살포시 감싼 옷을 입고 세 여성이 어깨를 맞대며 나란히 서 있다. 막 깨달음에 이른 듯, 기쁜 미소로 환대한다.

중국을 겨냥한 제2의 탈아론

나는 3명의 동양적 여성상을 보며 이들이 각기 한국·일본·중국 세 나라의 여성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여성의 눈빛과 몸에서 세 나라의 평화의 냄새를 맡고 싶었다. ‘화엄’이란 온갖 꽃으로 장엄하게 꾸민다는 뜻으로 미치지 않는 곳이 없는 깨달음의 비유라고 한다. 그러니 이 작품에 한국이니 일본이니 하는 국적을 갖다붙이려는 내 생각은 부질없는 짓이리라. 하지만 서로 어깨와 몸을 맞대고 평화롭게 나란히 서 있는 여성상에라도 동양 삼국의 평화를 투영하며 위로를 얻고 싶었다. 그만큼 지금 동아시아의 삶은 위태롭다.
오랜 기간 남한에는 미국의 핵무기가 있었다. 아마 일본에도 그랬을 것이다. 벚꽃처럼 짧았던 일본 민주당 정권에서 밝혀졌듯이 미군 핵무기 반입 밀약이 있었다. 오랫동안 북한 사람들은 핵전쟁의 위협을 느꼈을 것이다. 그 결과가 북한의 핵 개발이다. 그러나 북한은 이제 핵으로 남한을 위협한다. 북한은 지난 2월19일, 유엔 회의에서 남한의 잘못된 행동이 ‘최종적 파괴’의 전조가 될 것이라고 협박했다. 지난 3월6일에는 최고사령부 성명에서 미국이 핵을 내세운다면 서울과 워싱턴이 핵 공격으로 불바다가 될 것이라고 했다. 다른 나라의 핵 위협을 이유로 핵 개발을 정당화했던 나라가 이제는 다른 나라를 핵으로 위협하고 있다. 또 다른 핵보유국 중국은 일본과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다. 동아시아의 모습은 화엄의 세 여성이 품고 있는 아름답고 장엄한 땅과 거리가 먼 곳이 되었다.
어떻게 해야 평화롭게 살까? 도쿄 우에노공원에는 ‘히로시마 나가사키의 불’이라는 조형물이 있다. 마치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의 올림픽 성화처럼 이 불은 꺼지지 않고 타고 있다. 아시아에서 식민지로 전락하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서구 문명에 도달한 일본, 그리고 오늘 한국 사람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많은 낱말을 번역해서 동아시아에 도입한 일본은 왜 핵전쟁의 피해국이 되었을까?
일본의 서구 문명 수용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회의’ ‘연설’ ‘경쟁’과 같은 일상 용어를 만든 후쿠자와 유키치를 보자. 일본의 가장 고액권인 1만엔에는 그의 초상화가 있다. 그는 세계를 ‘야만, 반개(半開), 문명’의 세 가지로 구분했다. 그는 1875년에 쓴 (문명론의 개략)에서 “단지 진퇴(進退)라는 두 글자가 있을 뿐이며 일본은 앞으로 나아가 문명을 좇을 것인가, 뒤로 물러서 야만으로 되돌아 갈 것인가”라고 썼다. 그리고 1885년 발표한 사설 ‘탈아론’에서 서구 사회를 문명으로 규정하고 한국과 중국을 스스로는 문명화될 수 없는 비문명으로 규정했다.
일본은 서구 문명을 도입하며, 사회진화론과 서구 근대화론을 극복하지 못했다. 문명화가 되지 못한 조선과 중국을 문명국 일본이 지배하는 것을 적자생존의 사회진화론으로 정당화했다. 그리고 식민주의로 맘껏 달려갔다. 바로 여기에서 일본의 비극은 시작되었다.

“먹고사는 문제”라고 한 한국보다 정직

동양 삼국, 좀더 국제법적으로 정확히 말하자면 유엔 가입국인 북한을 포함한 네 나라 중 어느 나라도 다른 나라를 비문명적이거나 후진적인 사회로 규정해서는 평화를 유지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네 나라 중 어느 나라도 자국을 서구 문명이나 근대화의 선진사회로 파악해서는 안 된다. 일본예술원 현관에서 사람을 맞이한 세 여인이 어깨와 몸을 맞대고 평화를 나누며 서로 나란히 서있듯, 네 나라는 서로를 존중하지 않으면 안된다. TPP의 문제도 동양 평화의 문제다.
나의 일본 일정 중, 일본 언론은 아베 신조 총리의 TPP 참가를 기정사실화했다. 도대체 왜 일본은 TPP를 하려는 것일까? 그것은 동아시아 평화에 이로운가? 아베 총리는 지난 3월6일 일본 참의원 본회의에서, 자유무역 체제를 강화하고 환태평양 지역의 활력을 확보하려면 일본이 적극적으로 국제적룰을 만드는 데 참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발언했다. 이것은 중국을 겨냥한 제2의 탈아론이라 할 수 있다.
아베의 발언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6년 한-미 FTA를 하며 한-미 FTA는 먹고사는 문제이지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고한 것보다 정직하다. 한-미 FTA는 먹고사는 문제가 아니다. 한국이 미국과의 FTA 1년에서 겪었듯 미국과의 FTA는 한국에 경제적 효과가 없다. 2013년 2월20일까지의 정부 통계를 보면 FTA 발효 뒤 1년간 오히려 미국 수출은 줄었다. 한-미 FTA는 한-미동맹 유지를 위해 미국이 요구한 대로 한국사회 제도를 변경하는 것이다. 박주선 의원(무소속)이 지난 2월 정부에 요구해 받은 자료인 ‘한-미 FTA 이행법령 목록 및 주요 내용’을 보면 한국은 법률 23개를 포함해 모두 66개 법령을 바꾸었다.
TPP는 한-미 FTA와 마찬가지로 미국-오스트레일리아의 미국적 사회 질서에 일본이라는 소농적 사회 질서가 편입되는 중대한 사건이다. 성균관대 교수로 한국사 연구의 권위자인 미야지마 히로시 교수가 지난 1월에 낸 라는 책에서 입론했듯, 일본이 메이지유신을 통해 서구 문명을 받아들인 변화는 17세기 소농 사회의 성립을 전후로 하는 동아시아 사회 구조의 대변동에 비한다면 오히려 더 작은 것이다.
즉, TPP가 가져올 일본 사회의 변화는 후쿠자와 유키치가 19세기 후반에 직면한 서구 문명의 도입 문제보다 훨씬 더 거대하고 본질적이다.

농업계·의사회·우정회, 완강하게 반대

일본 체류 일정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일본은 적어도 이런 본질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의 TPP 논의는 한국의 참여정부와 같은 거짓이 없었다. TPP를 하면 미국으로 수출을 더 늘릴 수 있다든지, 미국이 일본의 경제 영토가 된다든지, 일본이 미국을 선점한다든지 하는 노무현 정부식의 허위의식은 없다. 대신 TPP를 하더라도 일본 고유의 제도, 일본 특질의 사회제도를 유지할 수 있느냐를 놓고 논쟁 중이다. 이것은 자민당이 공식화한 일본의 TPP 참가 6대 조건에서도 알 수 있다. 그것은 다음과 같다.

1. 정부가 ‘성역 없는 관세 철폐’를 전제로하는 한 교섭 참가에 반대한다.2. 자유무역의 이념에 반하는 자동차 등 공업제품의 수치 목표는 수용할 수 없다.3. 국민 개(皆)보험제도를 방어한다.4. 먹을거리의 안전·안심 기준을 수호한다.5. 국가의 주권을 손상시키는 ISD 조항은 합의하지 않는다.6. 정부조달·금융서비스 등은 일본의 특성을 살린다.

이런 인식은 일본의 제18대 의사회 회장인 하라나카 가즈유키 회장을 일본 의회에서 만나 의견을 나눌 때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일본 의사회의 ‘일본 의료를 지키는 국민운동’을 이끌고 있다. 일본 의사들은 TPP가 일본의 의료 격차로 이어질 것을 염려해 대대적인 TPP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다. 하라나카 회장은 의회 간담회에서 건강보험제도의 지속성이 일본 사회 유지에 사활이 걸린 문제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일본 사회의 고령화로 2050년이면 노동 가능 인구와 65살 이상 인구의 비율이 1:1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의료비 지출은 65살 이상 인구가 노동 가능 인구보다 5.5배 많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의 건강의료보험제도 유지는 일본 사회 유지에 필수적이다. 그러나 TPP를 하면 미국 제약회사의 이익 추구 앞에 일본의 건강의료보험은 유지되지 못할 것이다.
일본 대장성 국제금융국장을 지냈고, ‘미스터 엔’으로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사카기바라 에이스케 교수와의 만남에서도 “TPP는 일본에 필요하지 않다. 일본의 사회제도가 미국화되지 않도록 일본 고유의 제도를 지켜야 한다”는 의견을 들었다. 일본 외무성 국제정보국 국장 출신의 마고사키 우케루 또한 “TPP는 단순한 자유무역이 아니라 일본 사회를 변경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스스로의 힘으로 서구 문명에 도달하고 사회를 운영한 저력이 있었다.

협상 참가 선언이 오히려 거대한 논쟁의 신호탄

한-미 FTA처럼 일본에서 TPP가 제도화될 것인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아베의 TPP협상 참가 선언은 오히려 거대한 논쟁의 신호탄일 것이다. 자민당의 전통적 지지 기반인 농업계·의사회·우정회는 TPP를 완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지금 일본은 한국에서 한-미 FTA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관찰하고 있다. 일본 국회의원들은 박주선 의원이 제공 받은 한국 법령 개폐 목록에 큰 관심을 보이고 이를 일본어로 번역한 것을 읽고 있었다.
일본의 TPP 결정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만일 일본이 TPP를 수용하는 날, 한국에는 그 수용 여부에 대한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이 자동 편입되는 날, 동아시아는 중국·북한 경제블록과 한국·일본·미국 경제블록으로 나뉠 것이다. 이 틀에서 가장 큰 패자가 누구인지는 명약관화하다. 일본의 TPP 협상은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송기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외교통상위원회 위원장 

2013년 3월 16일 토요일

"괴물, 1년 만에 곳곳서 공공정책 무력화"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3-03-15일자 기사 '"괴물, 1년 만에 곳곳서 공공정책 무력화"'를 퍼왔습니다.
[한미FTA 1년 ④] 송기호 국제 통상전문 변호사 인터뷰

3월 15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지 꼭 1년이 된다. 1년 전 정부는 거대시장 미국으로의 경제고속도로가 연결됐다고 자축했다. 자동차부품과 섬유의류 등을 중심으로 수출이 늘어 국내 기업들이 큰 이익을 볼 것이라고 했다. 반면 국내 농축산업 등의 피해도 우려됐다. 지난 1년 한미FTA는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오마이뉴스)는 중소 수출기업과 감귤농장 등의 현장의 목소리와 전문가 등과 함께 향후 대안을 고민해본다. [편집자말]

▲ 송기호 변호사가 지난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자신의 법률사무소인 수륜법률사무소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갖고 한미FTA 뿐 아니라 한중일FTA·아세안플러스·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각종 통상 협정이 난무하고 있다며 국회나 시민사회가 현재의 외교통상전략이 올바른지 심각하게 논의하고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유성호

"1년이라는 시간이 짧을 수도 있어요. 그래도 한미FTA(자유무역협정)라는 괴물이 어떻게 우리의 민주주의와 정책들을 좌절시켰는지를 보여줬다고 생각하죠. 물론 정부는 이를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항상 느끼지만 그는 말을 조근조근하게 한다. 송기호(50) 변호사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한미FTA가 발효된 지 1년을 맞아 그의 생각이 궁금했다. 그는 국내서 통상법을 전공한 몇 안되는 통상전문 변호사다. 한-EU, 한미FTA 체결과 발효를 두고 사회적 논란이 거셀 때마다 그는 항상 그 중심에 있었다. 

1년 전 그는 기자에게 "이제 한미FTA라는 괴물이 동굴 밖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젠 책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직접 거리를 휘젓고 다니고, 사람들은 실체를 알게될 것"이라고도 했다. 지난 8일, 서울 서초동 그의 사무실에서 마주 앉았다. 그 '괴물'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 송 변호사께서 말씀하신 '괴물'이 활보한 지 1년이 됐다."(미소를 띄우며) 벌써 그렇게 됐다. "

- 어떻게 보셨는가."그동안 꾸준히 FTA 문제점을 제기했던 사람으로서, 과연 그런 문제들이 실제로 얼마나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를 모니터링 해왔다."

- 국민들 사이에선 아직 괴물의 실체가 피부로 크게 느껴지는 것이 없다는 이야기도 있는데."1년이 짧은 시간일 수도 있다. 한미FTA의 본질이 단지 미국과의 수출입 양을 늘리는 숫자의 문제뿐 아니다. 우리 사회의 제도와 문화까지도 바꿀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좀더 유심히 봐야 한다."

"한미FTA라는 괴물의 실체, 정부는 보이지 않게 하려 한다"

그는 말을 이어갔다. 정부의 수출입 통계자료도 내보였다. 이어 "적어도 통계만 보면 한미FTA를 통해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이제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의 말을 옮겨본다.

"관세청이 내놓은 지난 2월 20일까지의 잠정치 통계를 보면 미국과 FTA를 맺기 전인 2011년보다 수출입이 늘지 않았어요. 정부도 1년 치 최종 통계치를 내놓겠지만,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 같아요. 적어도 FTA를 통해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든가,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불과 1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요."

실제 기획재정부가 14일 내놓은 '한미FTA 발효 1년간 주요성과' 자료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3월 15일부터 지난 2월 28일까지 한미 두 나라 사이의 교역액은 969억 달러였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2% 감소한 수치다. 대신 수출액은 570억 달러로 1년 전보다 1.4% 증가했다. 수입액이 399억 달러로 전년보다 9.1%나 줄어 전체 교역 규모가 줄어들었다.

송 변호사의 관세청 자료에는 대미 수출액이 510억8401만 달러(전년대비 -0.6%)였다. 기간도 작년 4월부터 2월 20일 치까지였다. 정부 최종 통계에는 23일 동안의 대미 수출액이 추가로 포함된 것이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한미FTA로 인해 대미 수출이 늘고 무역흑자도 커졌다"고 평가했다.             - 정부는 꾸준히 한미FTA를 통해 수출이 늘고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고 해왔다."그렇게 믿고 싶은 것이다. 미국과 FTA를 맺지 않은 중국이나 일본은 우리보다 대미 수출이 훨씬 늘었다. 요즘 수출기업들 상당수는 FTA보다는 환율에 더 민감하다. 미국과의 FTA 본질은 단지 수출을 늘리는 것이 아니다."

-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미국산 제품 값이 떨어지면서 이익을 보는 측면도 있는 것 같은데."물론 일부 품목들은 관세가 없어지니까 값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우리가 피부에 느낄 정도로 그렇게 떨어졌을까. 오히려 중간에 수입유통업자들 이익만 늘었다. 국가 입장에선 관세라는 세금 수입만 줄어들었다." 

"바뀐 법률 등 66개... 시민 삶을 지탱해주는 정책들, 미국 이익에 맞춰 바뀐다"

- 좀전에 한미FTA의 본질을 말씀하셨는데."(곧장) 잘 알지 않은가. 그동안 한미FTA를 둘러싼 사회적·정치적 갈등이 무엇 때문인가. 우리가 미국이라는 경제영토를 넗히는 차원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다. 일부 수출대기업의 이익이 늘지는 몰라도 대신 우리나라 사회제도·법·문화가 미국식으로 바뀌는 것이다."

그는 기자에게 한미FTA로 바뀌는 법률 목록을 보여줬다. 관세법을 비롯해 지방세법·대외무역법·상표법·약사법 등에 이르기까지 모두 23개 법률이 바뀌었다. 여기에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까지 모두 합하면 바뀌는 제도만 63개에 달한다. 송 변호사는 "민변에서 꼽아본 것이 이 정도지만 누락된 것들도 있다"며 "더 큰 문제는 앞으로 더 많은 법률 등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 법률을 고친다는 것은 말그대로 제도를 바꾼다는 것인데."아마 앞으로 엄청난 변화들이 있을 것이다. 지난번 미국과 재협상으로 시행을 미뤘던 의약품의 특허와 시판 허가를 연계하는 것은 2년 후에 시행된다. 법을 또 바꿔야하는데, 아마 국민 건강권 문제 등도 본격적으로 불거질 것이다."

그는 "이미 1년만에 미국쪽에서 우리의 환경 등 각종 사회정책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송 변호사의 이야기를 좀더 자세히 들어보자.

"환경부가 원래 올해 7월부터 저탄소차 보조금 제도를 하려고 했어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소형차를 사는 사람에게 적게는 50만 원부터 300만 원까지 돈을 주는 거예요. 대신 중대형차에는 부담금을 물리는 것인데, 이것을 미국쪽에서 한미FTA 위반이라고 압력을 넣었어요. 결국 정부는 이와 관련된 법안을 수정해서 시행을 2015년 이후로 연기해 버렸어요."

- 지난해에 미국 자동차 업계에서 반발을 했었다. "문제는 2015년에 정부가 이 제도를 시행할수 있느냐다. 한국수입차협회에서 환경부 장관에게 의견서를 보내서 아예 저탄소차 지원금제도 자체를 도입하지 말 것으로 제안하기도했다."

"저탄소차 지원금 제도 연기 등 사회·환경정책들이 줄줄이 연기되거나 포기"

▲ 송기호 변호사는 "한미FTA를 통해 일부 수출대기업의 이익이 늘지는 몰라도 대신 우리나라 사회제도·법·문화가 미국식으로 바뀌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 유성호

인터뷰 시간이 1시간을 훌쩍 넘었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처럼 보였다. 다시 그의 이야기다. 

"우체국 보험 문제도 마찬가지예요. 2011년 11월에 정부는 우체국 보험의 가입한도를 4000만 원에서 6000만 원으로 올린다고 입법 예고를 했어요. 근데 암참(주한미상공회의소)에서 한미FTA의 약속을 거스리는 것이라고 강력히 반대하면서 결국 좌절됐어요. 대표적인 서민금융인 우체국 보험의 가입 한도까지도 미국 눈치를 봐야하는 것이죠."

뿐만 아니다.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올 2월에 외식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했지만, 미국 기업이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우리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규제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송 변호사는 "우리 국민의 삶을 위한 중요한 환경 사회정책들이 한미FTA라는 덫으로 인해 줄줄이 걸려 넘어지고 있다"고 했다. 

- 미국 쪽은 우리와의 FTA로 어떤 변화는 없나."우리는 FTA를 통해 그동안 미국으로부터 일방적으로 당했던 무역보복조치 등을 바꿔보겠다고 했다. 하지만 과연 그런가. 지난 1년 동안 미국은 우리 삼성과 엘지 등 제품에 대해 반덤핑 상계 관세를 부과했다. 오히려 보호무역주의 성향이 더 강해졌다. 미국 시스템은 적어도 지난 1년 동안 전혀 변한 게 없다."

- 과거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 등 통상당국자들은 미국과의 무역 마찰이 줄어들 것이라고 하긴 했는데."(고개를 절레 흔들며) 현실은 정반대다. 한미FTA로 인해 미국의 개입 여지가 더 커졌다. 통상압력 뿐 아니라 투자자 국가 소송제(ISD) 등을 통해 훨씬더 자기들의 이익을 내세우고 있다."

- 황교안 신임 법무부장관은 ISD가 한국 사법주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했는데."한미FTA 체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싶다. 한미FTA 협정문과 국내법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헌법상 한미FTA가 법이 된다. 문제는 한미FTA로 인한 정부의 공공정책 결정권이나 사법권 등 정당한 주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게 돼 있다는 것이다. 이미 대통령도 이같은 문제를 인식해서 미국과 재협상하겠다고 하지 않았나."

그와의 이야기는 어느덧 2시간째를 향하고 있었다. 그는 어투는 여전히 큰 변화가 없다. 가끔 웃음을 짓기도 했지만 표정은 진지했다. 정부를 향한 비판은 여전히 매서웠다. 그는 "FTA 찬성론자들은 지금 무엇하는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한미FTA 발효된 지 1년이 다 돼가지만 무엇을 어떻게 얻을 것인지 전략과 전술이 나오지도 않는다"고 비판했다. 기자가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까'라고 물었다. 

"지금보면 한중FTA 뿐 아니라 한중일FTA·아세안플러스·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각종 통상 협정이 난무하고 있어요. 그렇다고 하나같이 국민들의 삶과 직결되는 것들인데도 제대로 논의나 소통조차 되지도 않아요. 국회나 시민사회가 현재의 외교통상전략이 올바른지 심각하게 논의하고 재검토해야죠. 정말 앞으로 새 정부 5년이 우리의 미래가 결정될 수도 있으니까..."

김종철(jcstar21)
유성호(hoyah35)

2012년 5월 7일 월요일

“쇠고기 수입중단해도 미국 이의제기 못해”


이글은 시사인 2012-05-07일자 기사 '“쇠고기 수입중단해도 미국 이의제기 못해”'를 퍼왔습니다.
미국에서 또 광우병 소가 발견되었는데도 한국은 별다른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통상 전문 송기호 변호사는 “국제법·국내법상 잠정적 수입 중단은 너무나 당연한 조처”라며 이명박 정부를 비판했다.

촛불시위가 한창이던 2008년 5월, 이명박 정부는 신문광고를 통해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견되는 경우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즉각 중단하겠다”라고 공언했다. 검역단을 미국에 파견할 것도 공언했다. 그런데 올 것이 오고 말았다. 지난 4월24일 미국 농무부가 캘리포니아에서 광우병 소를 발견했다고 밝힌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수입 즉각 중단’도 ‘검역단 파견’도 이행하지 않았다. 농림수산식품부 간부는 브리핑에서 “국익을 생각해봤을 때, 즉각적인 검역·수입 중단은 적절하지 않다”라고 말을 바꿨다. 덕분에 미국 정부로부터 “한국 등이 수입금지 조처를 않기로 한 것에 고맙다”(4월25일, 톰 빌색 미국 농무장관)라고 감사 인사도 받았다. 그런데 과연 ‘미국 광우병 소 발견’이라는 사태를, ‘말 바꾸기’와 ‘공치사’로 고만고만하게 넘겨도 될 것인가. 은 4월26일 통상 전문 송기호 변호사(수륜법률사무소)를 만나 여러 논쟁점에 대해 물었다.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발견됐다. 결론부터 말해달라. 정부는 무엇을 해야 마땅한가.광우병은 치료가 불가능한 병이다. 국가 차원에서 볼 때 ‘대단히 높은 수준’의 위험이다. 동시에 ‘통제하고 관리할 수단이 사실상 없는’ 위험이기도 하다. 이 위험은 미국에서 발생했다. 그 나라 가축의 사육 및 도축 과정에 있는 어떤 결함 때문에 광우병이 발생한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잠정적 중단이다.


ⓒ시사IN 윤무영 송기호 변호사(위)는 “미국산 쇠고기 문제에 국회가 나서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우리 정부가 수입 중단을 기피하는 이유는 뭘까. 그 절차가 대단히 복잡한가.아니다. 아주 간단하다. 정부가 그냥 ‘고시’하면 된다.우리 정부도 ‘광우병 소 발견’ 직후에는 ‘검역 중단’을 검토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내 ‘국익을 위해 적절하지 않다’고 말을 바꿨다.2008년 한·미 간 쇠고기 협상의 내용과 취지에 따르면 ‘검역 중단’은 너무나 당연한 조처다. 당시 합의 사안인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부칙 6항에 따르면, 미국에서 광우병이 추가로 확인되는 경우, 한국은 수입 중단 등 필요한 조처를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런데도 검역 중단을 돌연 취소한 것은 정부 내부에서 뭔가 복잡한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이번 광우병이 어떻게 발생한 것인지, 그리고 어떤 경로로 전파될 수 있는지 등이 아직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들었다. 이런 과학적 증거가 없다면 우리 정부로서도 중대한 결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을지 모른다.과학적으로 광우병의 원인을 정확히 규명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더욱이 규명하기까지 시간도 많이 걸리는데 그동안 무서운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국제법상 ‘과학적 증거가 불충분한’ 경우에는 ‘입수 가능한 정보’를 근거로 잠정적 수입 중단 등의 조처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바로 WTO 위생검역협정 5조7항이다. 지금 같은 상황에 대처하라고 만들어놓은 조항이다. 그리고 지금 ‘입수 가능한 정보’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국제법 차원에서 봐도 수입 중단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뜻인가.그렇다. 미국은 어떤 이의도 제기할 수 없다. 그리고 우리가 주장하는 수입 중단은 ‘잠정적’인 것이지 ‘항구적’인 것이 아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선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일단 수입을 중단하고, 미국에 조사단을 파견해서 광우병의 원인과 전파 경로, 가능성 등을 규명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광우병 통제 시스템에 대한 신뢰성이 충분히 회복된 다음 수입을 재개하면 된다. 물론 이미 수입되어 검역 창고에 있는 물량에 대해서는 수입 중단이 풀릴 때까지 묶어둘 수밖에 없다.국내법에서도 수입 중단의 근거를 찾을 수 있나.예컨대 ‘가축전염병 예방법’이 있다. 이 법 32조2항을 보면, 광우병이 추가로 발생하여 긴급한 조처가 필요한 경우 수입을 중단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2008년 봄, 촛불시위를 통한 국민적 문제 제기 덕분에 만들어진 항목이다. ‘촛불 조항’으로 불러도 된다. 정리하면 국제법으로나 국내법으로나 수입 중단이 가능하다. 이런 상황인데도 이명박 정부가 위험한 미국산 쇠고기를 계속 수입하겠다면 ‘과학적 증거가 불충분하다’ 정도로는 안 된다. 적어도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확신하기 때문에 수입을 중단하지 않는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뉴시스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한시적으로 중단한 서울의 한 마트.

이명박 정부는 2008년에 광우병이 발견되는 경우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즉각 중단하겠다”라는 내용의 광고를 낸 적도 있다.당시 촛불시위가 대대적으로 전개된 이유 중 하나는, 미국에서 추가로 광우병이 발생해도 한국이 스스로 수입 중단 조처를 취할 수 없도록 한 한·미 정부의 합의 때문이었다. 이로써 노무현 정부 때까지 가능했던 수입 중단이 불가능해졌다. 한마디로 국권을 박탈당한 셈이었다. 이로 인한 국민적 분노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이명박 정부가 재협상한 결과가 바로, 아까 말한 ‘수입위생조건 부칙 6항’이다. 그리고 ‘부칙 6항’을 대대적으로 알려 ‘촛불을 끄기 위한’ 수단이 그 광고였던 셈이다. 그렇다면 이 광고는 단순히 정부 정책을 알리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다. 국민의 갈망과 이를 반영한 국제·국내법적 배경이 대단히 강고하게 깔려 있다.이명박 정부가 검역·수입 중단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는 결국 국회가 나서야 하지 않을까.정부가 하지 않으면 국회가 미국에 조사단을 파견해야 한다. 그리고 관련 상임위를 시급히 소집해서 정부가 법령에 따른 권한을 행사하지 않는 이유를 추궁하고 결의안을 내야 한다.

국제 교역·투자 등 부문에서 분란이 잇따른다. 광우병 사태나 지하철 9호선 요금 50% 인상 시도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한·미 FTA 발효로 이런 일이 앞으로도 빈발할 것이라는 예상인데, 국가적차원에서 세울 대응 원칙이 있다면.일차로는 개방과 관련된 여러 이해관계자가 자유롭고 정당하게 자기 집단의 의견을 제출하고 합의할 권리가 법률상 보장되어야 한다. 지금은 외교통상부가 마치 은혜라도 베푸는 것처럼 찔끔찔끔 의견을 묻는 것이 전부다. 이런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제출과 합의 절차가 완료되지 않으면 그 다음 협상 프로세스로 넘어갈 수 없도록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국회의 기능이 강화되어야 한다. 지금은 국회가 국제 협상의 결과를 사후 추인하거나 기각할 수 있을 뿐이다. 즉, 통상 부문에서는 국민의 대의기구도 아닌 것이다. 앞으로는 국회가 협상 개시 여부에서부터 의견을 제출하고 결정할 권한을 가질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국제 협상 관련 정보가 공개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관료가 독점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현행 통상절차법에서, 한국은 상대국(예컨대 미국)이 ‘협상 내용을 공개하지 말라’고 요청하면 이에 따라야 한다. 이렇게 개악된 통상절차법이 이번 한·미 FTA 날치기 과정에서 함께 통과되었다. 이런 악법을 폐지하고 국제통상 부문에도 민주주의 원칙을 관철해야 한다.

이종태 기자 | peeker@sisa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