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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23일 목요일

유엔 “일본, 위안부 착취 문제 국민에 가르쳐라”


이글은 경향신문 2013-05-22일자 기사 '유엔 “일본, 위안부 착취 문제 국민에 가르쳐라”'를 퍼왔습니다.

ㆍ일 정부에 ‘정치인들 모욕 되풀이 우려’ 공식 표명
 ㆍ조총련 학교 차별도 개선 요구… 일본은 수용 안 해

유엔이 일본에서 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폄하하거나 모욕하는 현상이 되풀이되는 데 공식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유엔은 일본 국민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바른 인식을 갖도록 일본 정부가 대국민 교육에 나설 것을 권고했다. 

유엔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위원회(CESCR·사회권위원회)는 지난 21일 웹사이트에 게재한 공식 견해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증오표현)와 모욕행위를 막기 위해 일본 정부가 국민들에게 위안부에 대한 착취 문제를 교육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또 “(이런 증오표현이) 위안부 할머니의 경제·사회·문화적인 권리 향유와 보상에 미칠 악영향이 우려된다”며 “일본은 위안부 문제를 다루고 할머니들의 경제·사회·문화적인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취하라”고 권고했다. 

사회권위원회는 또 일본이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계열의 조선학교를 고교 수업료 무상화 대상에서 제외한 것도 “차별에 해당한다”며 개선을 요구했고, 일본에 포괄적인 차별금지법을 만들라고 권고했다.

사회권위원회는 유엔의 인권보장 조약인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사회권규약)’ 체결국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견해를 발표하고 있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체결국 정부는 성실하게 받아들일 의무가 있다. 이번에는 지난달 29일부터 5월17일까지 제50차 회의를 열고 일본 정부와 시민단체 양쪽의 의견을 들은 뒤 공식 견해를 발표했다. 

이번 심의에서는 일본 혐한파 록밴드가 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매춘부라고 욕하는 가사가 포함된 곡을 CD에 담아 우송한 사건이 거론됐다고 아사히신문은 보도했다. 다만, 이번 심사는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일본유신회 공동대표의 “위안부는 필요했다”는 발언이나 같은 당에 속했던 니시무라 신고(西村眞悟) 의원의 “일본에는 한국인 매춘부가 아직도 우글거린다”는 말이 나오기 전에 이뤄졌다.

아사히신문은 “위원회가 일본 정치가의 발언을 직접 비판한 것은 아니지만, 일본 사회가 군 위안부 제도를 깊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유엔 고문금지위원회(CAT)도 21일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심사에서 군 위안부 문제를 집중적으로 따져물었다고 ‘일본 여성 전쟁과 평화자료관’ 측이 전했다. 고문금지위원회는 2007년 심사에서는 일본의 ‘성적 노예, 폭행’ 피해자에 대한 구제가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유엔의 지적을 진지하게 수용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衛) 관방장관은 22일 회견에서 “우리 정부의 입장을 (유엔 측에) 새롭게 설명하고, 우리의 노력을 이해시키도록 하겠다”고 말하는 데 그쳤다.


도쿄 | 서의동 특파원 phil21@kyunghyang.com

2013년 4월 27일 토요일

한국이 입국거부한 대만여성, 얼마나 위험하기에...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3-04-26일자 기사 '한국이 입국거부한 대만여성, 얼마나 위험하기에...'를 퍼왔습니다.
[取중眞담] 강정마을을 사랑한 에밀리의 자진 출국
▲ 강정마을에서 평화활동을 했던 왕에밀리(대만, 27)씨에 대해서 한국 정부가 특별한 사유를 밝히지 않은 채 입국을 거부했다. 에밀리는 이에 맞서 26일 정오에 자진 출국했다. ⓒ 김동원


국적과 종교, 피부색은 달라도 누구나 귀하게 여기는 말이 있다. '사랑'과 '평화'다. 사랑은, 생명을 지닌 모든 것들을 존귀하게 여기는 한없는 연민이다. 평화는, 힘으로 상대를 굴복시키려 하지 않고 되레 쌀 한 톨 사이좋게 나눠먹는 것이다. 그래서 사랑과 평화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가 된 지 오래다.

대만 출신 평화활동가 왕 에밀리(27, 이하 에밀리)가 26일 정오 스스로 한국을 떠났다. 그는 24일 저녁 말레이시아를 출발해 인천공항에 도착했지만 한국 정부로부터 입국을 거부당했다. 

공항 출입국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출입국관리법 11조 1항의 3·4호에 따라 입국 거부했다"고 했다. 그렇지만 구체적인 사유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다. 또 한국 정부 어떤 기관이 에밀리의 입국 거부조치를 요구했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에밀리는 대체 얼마나 대한민국에 위협적인 인물이기에 입국을 거부당한 것일까. 출입국관리법 11조 1항의 3·4호는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 "경제질서 또는 사회질서를 해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을 입국 거부 대상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에밀리를 잘 알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이다. 강정마을을 상주취재하다시피 하고 있던 2011년 7월 어느 날, 나는 대만에서 온 에밀리를 인터뷰했다. 국제평화단체인 '개척자들' 회원들과 함께 에밀리는 2011년 6월부터 강정마을에 상주하며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 운동을 했다.(관련기사 : 동티모르 닮은 강정마을..."구럼비여 울지 말아요")
▲ 인천공항에서 입국을 거부 당한 에밀리에게 한국의 벗들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 송강호 박사 제공


당시 불법적으로 강행되고 있던 제주해군기지 공사 현장 앞에서 자신이 그린 그림을 들고 침묵 시위를 벌이던 에밀리, 이 행동이 '대한민국의 공공 안전을 해치는 행동'이었을까? 동네 주민들이 밭일을 도와줘 고맙다며 건넨 아이스크림 한 조각 얻어먹은 에밀리, 이것이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를 해치는 행동'이었을까? 유독 아이들이 잘 따라 강정마을 아이들과 술래잡기 놀이를 즐겨하던 에밀리, 이 아이들과의 놀이가 '선량한 풍속을 해치는 행동'이었을까?

에밀리의 입국 거부 소식을 접한 강정마을 사람들과 벗들이 백방으로 호소했지만 소용없었다. 2박3일 동안 인천공항에서 한국 정부와 황당한 실랑이를 벌이던 에밀리는 결국 "한국 정부가 나를 강제 출국시키기 전에 내 발로 나가겠다"며 자진 출국을 선택했다. 

그리고 법무부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열 준비를 하고 있던 한국의 벗들에게 "대만에 가서 평화의 섬 연대를 시작하겠다"며 "강제 출국 기자회견 마시고 축제를 하시라"고 위로했다. 

생명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라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온전히 품고 사는 이. 그가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권보전지역을 파괴하고 건설하려는 해군기지를 반대했다. 대한민국이 하는 일을 반대하면 오가는 길을 틀어막으면 된다고 강짜를 부리는 정부 당국. 그 행태에서 극악했던 유신 군사독재가 연상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웃나라 간의 평화를 위해서 제주해군기지 건설은 안 된다고 그림 그리고 노래 부르던 에밀리. 그 어떤 폭력적인 행동조차 하지 않은 그를 단지 해군기지 건설이라는 대한민국 국책사업을 반대했다고 입국 거부하는 옹졸한 대한민국을 세계는 어떤 눈으로 바라볼까. 

에밀리가 스스로 한국을 떠난 26일, (민중의소리)는 "유엔 특별보고관이 우리나라를 방문해 한국의 인권 실태를 점검한다"며 "특히 유엔 보고관이 '강정마을 공권력 남용 실태' 등과 관련해 진정을 받은 뒤 한국행을 직접 선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가 우리나라의 인권 현주소를 어떻게 진단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저는 타이완에서 강정마을로 왔어요
강정바다는 매우 아름다워요
저는 타이완에서 강정마을로 왔어요
바위는 따뜻하고 굳세요
사람들은 당신을 구럼비라고 불러요
저는 할망이 고요히 잠든 모습을 봤어요
사람들은 당신을 중덕바다라고 불러요
중덕이와 중덕이 아버지는 흔들림없이 꿋꿋하게 이곳을 지키고 있어요
구럼비의 신음소리가 들려요
구럼비의 신음소리가 들려요
전세계 평화일꾼들이 모여들고 있어요
구럼비여, 울지 말아요." 

- 왕 에밀리 (구럼비의 노래)
▲ 에밀리가 2011년 강정마을에 살면서 그린 구럼비 풍경. ⓒ 에밀리



2012년 9월 11일 화요일

"현병철을 현병철에게 맡길 수 없다"


이글은 미디어스 2012-09-10일자 기사 '"현병철을 현병철에게 맡길 수 없다"'를 퍼왔습니다.
인권활동가, 현병철 인권침해 진정 철회…“유엔에 인권침해 조사 청구”

“도둑놈에게 도둑질에 대한 판단을 맡길 수 없다. 현병철이 있는 국가인권위원회는 현 위원장 당사자의 인권침해 사건을 더 이상 판단할 능력과 상황이 아니기에 진정을 철회한다”
현병철 장애인권침해시민진정인단이 10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 위원장의 인권침해 진정을 철회했다. 현 위원장에 대한 인권침해 조사결과가 ‘문제없음’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대신 이들은 UN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에게 현 위원장의 인권침해 조사를 청구한다는 계획이다.

▲ 10일 인권활동가들이 현병철 위원장을 상대로 접수된 인권침해 진정을 철회했다. 앞서 이들은 2010년 장애들이 농성중인 인권위에 난방과 전기, 엘리베이터 작동을 중단시킨 현병철 위원장을 인권침해로 진정을 접수시킨 바 있다. 그러나 현 위원장이 연임되는 등 ‘문제없음’ 나올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접수를 자진 철회, 유엔에 대신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디어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지난 7월 장애인의 인권을 침해한 당자사로서 현병철 위원장에 대한 진정서를 접수했다”면서 “이 번만큼은 사건을 잘 조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하지만 (현병철 위원장이 연임된)이 시점에서 도둑놈이 대장으로 있는 곳에 도둑질에 대한 진정서를 요청하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이 우스운 상황을 만든 장본인은 이명박 대통령”이라면서 “현병철 위원장의 인권침해 진정을 철회한다. 대신 이 문제제기는 유엔에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원교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 역시 “장애인 인권침해 당사자가 국가인권위원회 수장이 된 지금 국가인권위에 대한 진정을 접고자 한다”고 씁쓸함을 나타냈다. 이 회장은 “1년이 걸리더라도, 5년 10년이 걸리더라도 인권위가 다시 객관성이 확보되면 당시 현병철 위원장의 인권침해에 대한 책임을 다시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명숙 활동가는 “2010년 장애인 농성 당시 전기와 난방, 엘리베이터 작동을 중단시켜 인권을 침해한 사건은 현병철 위원장과 손심길 사무총장을 조사하지 않고는 밝혀지지 않을 것”이라며 “그 둘을 제외한 침해조사는 말이 안된다”고 비판했다.
명숙 활동가는 “현병철 위원장이 지난달 13일 임명이 재가 되고 한 일이 뭐가 있느냐”면서 “장애인 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노숙농성이 한 달이 되어가고 폐지됐던 불신검문이 부활되고 물리적 거세 이야기가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말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새누리당 대통령(박근혜)후보가 사형제 존치를 이야기했으면 인권위에서는 최소한 유감표명이라도 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면서 “정치권 눈치보기, 인권 후퇴는 현병철 위원장이 있는 한 3년간 더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현병철 위원장이 2010년 12월 장애인들의 인권 점거농성 당시 전기·난방·엘리베이터를 중단해 장애인이동권 등 인권을 침해했다는 진정을 지난 7월 접수한 바 있다. 당시 사건 이후, 우동민 장애활동가가 폐렴 증세로 입원한 뒤 목숨을 잃었다.
한편, 이날 연임 이후 현병철 위원장이 첫 번째로 주재하는 인권위원회 전원위원회는 “현 위원장 사퇴”를 위한 인권활동가들의 액션으로 인해 두 차례 정회되기도 했다. 

권순택 기자  |  nanan@mediaus.co.kr

2012년 1월 5일 목요일

[사설]이란 제재 동참 강요하는 미국, 대책 없는 한국


이글은 경향신문 2012-01-04일자 사설 '[사설]이란 제재 동참 강요하는 미국, 대책 없는 한국'을 퍼왔습니다.
미국 의회가 지난해 말 이란의 원유 수출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통과시킨 제재법안(국방수권법)이 신년 벽두부터 동맹국 한국에 무거운 부담을 주고 있다. 지난 2년 반 동안 이 같은 법안의 통과 가능성을 간과한 정부의 무대책이 피해를 더욱 키울 것으로 관측된다.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세계경제에도 고유가의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국방수권법은 이란 중앙은행과 거래하는 금융기관들이 미국 금융시스템과 거래하는 것을 막고 있어 미국과 거래를 하려면 궁극적으로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중단해야 한다.

이번 사태가 우리에게 던지는 의미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막연하게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안이함에 젖었던 한국 정부의 미숙한 대처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010년 6월 이란의 핵활동을 묶기 위해 제재결의 1929호를 발표한 뒤 독자 제재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2010년 8.3%였던 이란산 원유의존율은 2011년 11월 말 현재 9.8%로 되레 올라갔다. 2007년까지만 해도 이란산 원유의존율이 12.1%였던 일본은 국제사회의 흐름을 꿰뚫고 지난해 11월 수입분에서 6.4%로 줄여놓았다. 한국 정부는 이제서야 당국자를 미국에 파견할 요량이지만 일본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워싱턴으로 가 고위급 교섭에 착수했다. 한국은 국방수권법이 규정한 180일의 유예기간 동안 원유수입선을 대체하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짧은 기간 동안의 수입선 교체도 녹록지 않은 일이지만, 그 과정에 동반되는 유가인상과 유가수급의 혼란을 피하기는 어렵다. 외교통상부는 뒤늦게 “우리 경제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노력하겠다”면서 미국의 선처를 호소할 방침이다. 정부의 ‘천수답 외교’ 탓에 국민의 부담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미국 의회의 ‘근육질 사고’가 문제다. 비핵화는 피해 갈 수 없는 국제사회의 공동책무이다. 그러나 그동안 대이란 제재가 얼마나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됐는지는 지극히 회의적이다. 이란 재정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원유 수출을 막으면 이란 국민에게도 고통이 돌아간다. 더구나 중국과 러시아 등 신흥 경제강국들은 미국의 제재에 아랑곳하지 않고 있어 효과가 불투명하다.

미국이 그럼에도 일방주의적인 제재를 강행하면서 하필 동맹국의 고통을 강요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다. 자칫 동맹국 국민들의 반감만 불러일으킬 수 있다. 미국 의회가 올 11월 대선·총선을 앞두고 유대인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법안 통과를 서두른 혐의가 짙기도 하다. 미국은 일방적인 고통분담만 요구할 게 아니다. 진정한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돌아올 수 있는 길을 고민하길 바란다.

2011년 12월 23일 금요일

[기고]얘들아, 높푸른 하늘에 학생인권조례가 펄럭인다


이글은 민중의소리l 2011-12-23일자 기사 '[기고]얘들아, 높푸른 하늘에 학생인권조례가 펄럭인다'를 퍼왔습니다.
"조례 통과 이후의 학생성숙도를 믿는다"

서울학생인권조례 수정안이 19일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진통 끝에 가결됐다. 이 수정안은 이전 주요 쟁점이었던 '성적 지향과 임신 및 출산에 따른 차별 금지', '종교 자유 보장' 등의 경우 원안과 같고 '집회 자유 보장'과 관련해서는 교내 집회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울시 교육의원 최홍이

교문 앞에서 멈춰 서있던 학생인권의 깃발이 창공에 나부낍니다. 축복하는 사람들은 평화롭고 행복합니다. 축복의 대상이 청소년이거나 소수자일 때는 더 아름답습니다. 입시와 경쟁교육에 무너져 가는 학생들의 인권이기에, 조례의 나부낌에 더더욱 가슴이 뿌듯합니다.

'당신의 사위가 여자이길 바란다', '며느리가 남자이면 그때 후회하려느냐?'. '초등학생에게도 임신ㆍ출산을 조장하느냐?', '아이들을 정치판으로 몰고 가느냐?'. '종교의 자유를 왜 가로 막느냐?' 던 무수한 저주와 협박을 기억합니다. 교통법규 제정은 사고를 예방하고 피해자를 구제하자는 것이지 사고를 조장하자는 게 아니잖습니까? 그들은 다름과 틀림을 혼동하고 있습니다.

학생인권조례를 극렬하게 반대한 분들의 우려도 이해합니다. 세상에서 '절대 진리'는 몇 가지 안 되기 때문입니다. 매사에 양면성이 있는 것도 인정합니다. 그러나 극단을 벗어나서 균형적 시각을 갖추면 세계 보편적 진리인 유엔 인권선언을 만나게 되고, 소수자의 인권을 차별하지 말라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권고문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가끔 사회나 학교에서 성 소수자들의 사례를 보게 됩니다. 있는 것을 없다하면 문명사회가 아니잖습니까? 그들이 다수가 아니라고 무시해야 하나요? 그들이 에이즈를 퍼뜨리고 입양보내려고 어린아이를 매매한다고요? 제가 아내와 미혼모의 집을 방문했을 때 그들을 돌보는 수녀님들이 더없이 고마웠습니다. 미혼모들은 아기를 기르며 학교에 가고 싶어 했습니다. 이들을 보듬는 성숙한 온정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합니다. 선진국은 하는데 우린 말로만 선진국입니까? 미숙하여 일으킨 실수나 과오에 우리 사회는 너무 적대적이고 엄격한 게 문제입니다.

스웨덴 방문 때 만난 나까시 지역 교육책임자 린다는 25세의 여성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교육장'에 해당합니다. 약관에 재선의 관록을 묻자 오히려 린다가 어리둥절해 하며 말했습니다. 자기는 고교 1학년 때 스웨덴 중도연합당(현 집권여당)의 청년당원이었고, 그 활동을 인정받아 재선에 성공했노라고. 더 놀란 것은 나까시 시(市)의 예산 60%가 교육재정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극우주의자 브레이빅의 총기 난사에 희생된 젊은이들이 노르웨이 노동당원 연수중인 고교 1년생들이었는데, 약소 정당에 후원금 몇 푼 낸 교사들을 재판에 회부한 우리와는 정치활동 격차가 자동 비교됩니다.


ⓒ민중의소리 지난 17일 오후 서울 종로 청계광장에서 청소년들이 서울시 의회에서 청소년 인권조례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유관순 열사의 3ㆍ1운동이나 4ㆍ19 학생혁명은 그냥 지나간 학생역사일 뿐이고, 아이들이 자기들 먹을 광우병 쇠고기가 불안해 촛불집회에 나가면 불온인 나라. 이 중고생들의 학내집회도 안 된다고 하는 나라. 우리는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합니까? 종교의 자유를 누가 막습니까? 믿지 않을 권리와 다른 종교를 가진 학생들의 인권을 존중하자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더 이상 공존상생을 외면하지 맙시다.

역사는 민주주의 발달사이고 그 척도는 인권입니다. 우리가 우여곡절 끝에 통과시킨 학생인권조례는 유엔인권위로부터 통박당한 인권 후진국 불명예를 떨쳐내는 상징적 노력입니다. 반대하신 분들의 우려를 감안하여 집회나 복장 등은 학칙으로 지도할 수 있게 했습니니다. 이 조례로 하여금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더 성숙하길 소망합니다.

심야 통행금지와 해외여행이 금지된 수십 년의 독재 치하에서, 그게 억압구조인 줄을 모르고 지낸 사람도 있지 않았습니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에 오열하는 북한 사람들을 생각하면 이해가 될까요? 역설적이게도 친위 쿠데타로 집권한 신 군부가 이 두 가지를 풀었는데 우려하던 혼란이나 안보 불안은 없었습니다. 그처럼, 우리는 서울인권조례 통과 이후의 학생성숙도를 믿습니다.

수많은 날밤을 지새우며 주민발의안을 손질한 윤명화, 김형태 의원의 노고와, 김종욱, 서윤기, 김명신, 최보선 의원의 열정, 그리고 김상현 위원장의 지도력에 역사적인 평가를 바칩니다.

얘들아! 저 높푸른 하늘에 펄럭이는 인권의 깃발을 보아라! 그렇게 힘차게 도약 하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