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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23일 목요일

“영화·만화로 현대사 배워”… 5·18은 알고 5·16은 ‘깜깜’


이글은 경향신문 2013-05-22일자 기사 '“영화·만화로 현대사 배워”… 5·18은 알고 5·16은 ‘깜깜’'을 퍼왔습니다.

ㆍ서울 고3생 한 학급 설문 

“5·18 민주화운동은 유신체제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광주에 모여 민주화운동을 한 사건.” “5·16 군사쿠데타는 박정희 독재정권에 반대하여 일으킨 쿠데타.”

경향신문은 22일 서울 시내 한 고교 3학년 1개반을 대상으로 한국 현대사에 대해 설문조사 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최근 일부 언론과 인터넷에서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해 논란이 된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제대로 된 답변을 한 학생들이 많았다. 그러나 ‘5·16 군사쿠데타’와 ‘87년 민주화항쟁’ 등에 대해선 거의 답하지 못했다.이는 5·18이 최근 논란으로 여러차례 언론보도가 된 데다 지난 몇년간 인기를 끌었던 영화 나 웹툰 등 대중 문화의 소재로 쓰였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5·18이나 5·16, 87년 항쟁 모두 역사 교과서 에 들어있는 내용이다. 학생들이 대중매체의 소재로 많이 다뤄진 5·18에 대해서는 기초적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5·16이나 87년 항쟁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상 영화나 만화 가 학생들의 ‘역사 선생님’인 셈이다.

설문조사 결과 이 반 학생 33명 중 5·18에 대해 맞게 서술한 학생들은 23명이다. 이들은 5·18에 대해 “부당한 정권에 맞서 광주에서 발생한 민주화 운동으로, 많은 시민들이 참여했으며 수많은 사상자와 부상를 냈다”고 서술했다. 잘못된 답변 중에는 “유신정권이나 박정희 독재에 맞섰던 운동”이라는 것들이 많았다.


▲ 화려한 휴가·26년 등 영화·웹툰서 접한 5·18 사실관계 제대로 파악 5·16은 엉터리 답변 많아… 87년 민주항쟁도 잘 몰라

5·16과 87년 항쟁에 대해선 제대로 된 답변을 쓴 이들이 각각 9명, 7명에 불과했다.5·16은 무응답과 오답이 각각 12명이었다. 학생들은 5·16에 대해 “전두환 전 대통령이 정권을 잡기 위해 군대 를 이끌고 들어와 일으킨 사건”, “박정희가 전두환 대통령을 상대로 일으킨 쿠데타” 등으로 잘못 알고 있었다. “전두환이 5월16일에 군사를 이끌고 사람들을 무참히 죽인 것” 등 5·18과 혼동한 내용을 답한 학생들도 있었다.

87년 항쟁에 대해선 무응답이 25명에 달했다. 어느 정도 제대로 된 답을 쓴 7명도 “도시 사람들이 행진하던 영상 , 휴지를 던지던 화이트칼라들의 모습”, “직선제”, “민주화” 등 단편적인 키워드를 아는 수준에 불과했다.

학생들이 5·16, 87년 항쟁에 비해 5·18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는 이유는 대중매체 영향으로 분석됐다. 절반가량의 학생들은 5·18에 대한 내용을 학교 외에 영화 (화려한 휴가)와 만화가 강풀의 웹툰 (26년)이나 이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26년), 인터넷, TV 뉴스 등에서 접했다고 답했다. 2007년 개봉해 73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화려한 휴가)는 5·18 당시 상황을 소재로 했다. 최근 상영된 (26년)은 5·18 피해자 유족들이 26년이 지난 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암살을 모의한다는 내용으로 화제가 됐다.

반면 5·16이나 87년 항쟁에 대해 학교가 아닌 다른 곳에서 들었거나 읽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없다고 답했다.
 

한편 학생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 ” 혹은 “경제발전에 많이 기여했지만 긴 시간 동안 독재를 했던 사람”으로 기억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언론 보도 등에 많이 등장하는 “통장 에 몇십만원밖에 없는 사람” 등으로 답한 학생들이 많았다. “사람들을 억압하고 자기 뜻에 반대하는 많은 사람들을 죽인 사람”이라고 쓴 학생들도 있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2013년 4월 21일 일요일

정지영 감독 “천안함 확신못해 영화 만들었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4-20일자 기사 '정지영 감독 “천안함 확신못해 영화 만들었다”'를 퍼왔습니다.
[단독 인터뷰] 전주영화제 첫 상영 ‘천안함프로젝트’ 제작 “종북·불이익 없을 것”
천안함이 서해상에서 침몰해 46명의 젊은 장병이 희생된지 3년이 지나면서 진실규명의 의지나 관심이 사라진 정치권·언론과 달리 영화계에서 천안함 의혹을 새롭게 조명하려는 움직임이 제기됐다.
우리 사회 모순과 탄압의 실상을 고발한 영화 (부러진 화살)과 (남영동 1985)를 제작해 화제를 뿌렸던 정지영 감독이 이번엔 천안함 사건의 의혹을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 관객들에게 의문을 던진다. 정 감독은 오는 25일부터 개막되는 14회 전주국제영화제에 다큐영화 부문(코리아 시네마스케이프)에서 상영되는 (천안함프로젝트)(감독 백승우)의 제작과 기획을 맡았다.
이 영화는 3년 여 동안 굳혀진 ‘북한 어뢰에 피격된 폭침사건’이라는 정부 발표와 다른 시각과 의문점을 조명하면서도 왜 의문을 제기한 사람들을 종북으로 몰고 고발했는지에 대한 비이성의 실상을 드러낸다.

백승우 감독은 전현직 군 장성·장교들의 고소로 3년째 재판을 받고 있는 신상철 서프라인즈 대표의 법정 공판을 재연하는 구성, 폭발이 아닐 경우 어떻게 군함이 갈라질 수 있는지에 대한 의견을 반영했다고 18일 밝혔다.

영화에선 신상철,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 등 여전히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대표적 인물들이 등장하고, 배우로는 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 ‘가시꽃’ ‘추적자’와 영화 ‘공공의 적’ 등에 나왔던 강신일씨 및 여러 연극인들이 출연한다.

천안함프로젝트는 오는 27일과 5월 1일 전주영화제에서 상영된다. 배우들의 경우 법정신(scene) 재연을 비롯해 감독의 메시지를 대신 전달하는 역할을 한 다큐멘터리 기법으로 제작됐다.

14회 전주영화제에서 27일 상영될 예정인 정지영 감독의 '천안함 프로젝트(감독 백승우)'


14회 전주영화제에서 27일 상영될 예정인 정지영 감독의 '천안함 프로젝트(감독 백승우)'


정치인 뿐 아니라 대부분의 언론에서도 침묵하고 있는 이 사건의 의혹을 영화로 나오기까지는 정지영 감독의 결심이 컸다. 정 감독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에 대해 우파 인사들이 ‘빨갱이’ 운운할 때마다 ‘여전히 의심이 있는데, 왜 저런 말을 함부로 하지, 저건 아닌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부러진 화살)을 찍고난 지난해 초 우연히 신상철 대표를 만났다. 그가 고소를 당해 재판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돼 관심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재판은 명예훼손 사건이기 때문에 사실관계 여부가 확정돼야만 명예훼손 여부를 가릴 수 있다”며 “그래서 다큐멘터리로 찍어봐야겠다고 결심하고 관심을 갖고 있던 백승우 감독에게 연구를 맡겼다. 1년 여에 걸친 제작 끝에 인터뷰 방식과 의문점을 과학적으로 추적하는 기법으로 풀어나가는 작품으로 완성됐다”고 말했다.
그는 (안함프로젝트)를 통해 던지고 싶은 메시지에 대해 “이 영화는 우리사회의 소통의 문제를 얘기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힘있는 자가 (시민들에게) 의문을 더 이상 갖거나 제기하지 못하도록 하면 소통이 막힌다. 우리 사회의 만연된 화두인 소통의 문제를 이 사건이 잘 보여준다”고 밝혔다.
영화가 상영되는 순간 친북 또는 종북 딱지가 붙을 수 있을지 우려가 되지 않느냐고 묻자 정  감독은 “내가 궁금해서 알고 싶다는데 왜 종북딱지가 붙느냐”며 “이미 우리사회가 그렇게 돼버렸다. 하지만 (영화가 상영된다 해도) 불이익이 없을 것으로 본다. 많은 국민들이 천안함 문제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지 못하고, 마음속에 의심이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정 감독은 “국민이 우리를 종북주의자로 매도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지영이 종북주의자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천안함 사건이 겉으로는 해결됐다고 여길지 몰라도 많은 사람의 마음속에는 해결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정지영 감독 이치열 기자 truth710@


천안함의 의문점에 대해 정 감독은 “아직도 내가 의심하는 것은 ‘한국 정부와 국제조사단의 내놓은 결과를 어떻게 많은 사람들이 인정했나, 스웨덴 등 전문가들은 정부발표를 인정한 것인가, 나는 왜 이런 결론에 대해 의심을 품는가’ 하는 것이 의심스럽고 안타까웠다”며 “특히 폭발이었을 때 나타나는 상처와 효과가 없다는 의문의 경우 문제제기할 수는 있으나 반드시 (이런 의문이) 옳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다만 정부 발표에 ‘이게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었을 때 명확한 해명과 의문을 풀 수 있는 해답을 못들었다는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정 감독은 3년 여 동안 진실규명에 무관심해지고 민주당마저 입장이 뒤바뀐 천안함을 둘러싼 사회적 세태에 대해 “무엇보다 언론이 조심스러워한다는 것이 문제”라며 “정치권이야 북한 관련 문제만 생기면 전전긍긍하고, 자칫하면 빨갱이로 몰린다고 여기는 국민들의 눈치를 보느라 그렇다 쳐도 언론은 좀 당당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제작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 역시 이런 사회적 세태와 분위기에 따른 것이었다. 정 감독은 “가장 어려운 문제는 비용문제였다. 나와 회사에서 일부 투자하고, 투자를 받으려 했으나 나서는 사람이 별로 없었고, 그나마 투자의사를 보였던 이들도 발을 뺐다”며 “이런 현실이 좀 슬프다”고 털어놨다. 정 감독은 “하지만 출연에 응해준 배우를 비롯한 여러 인사들에게는 한없이 고맙다. 박수를 쳐줬으면 좋겠다. 이는 당연한 것인데 용기라고 평해야하는 사회가 됐다”고 씁쓸해했다.
정 감독은 천안함 사건의 의문이 조사를 더 해서라도 말끔히 해소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정 감독은 지난 2월 말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지금까지 군사적 충돌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는 이 시점에 영화가 상영된 점에 대해 “이 시점에 이 영화가 나오면 사람들이 욕할 것이라는 걸 나도 다 안다”며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그동안 국민들에게 일종의 학습된 결과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엄격히 얘기해서 나는 북한이 전쟁을 일으킬 능력이 없는 집단으로 본다”며 “북한이 이길 수 없는 싸움을 왜 하겠느냐. 문제는 이길 수 있다는 오판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정부는 어떻게해서라도 북한과 대화하고 소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지영 감독 이치열 기자 truth710@


조현호 기자 | chh@mediatoday.co.kr  

2013년 3월 15일 금요일

일베 회원들, 제주 아픔 다룬 영화 ‘지슬’에 별점테러?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3-14일자 기사 '일베 회원들, 제주 아픔 다룬 영화 ‘지슬’에 별점테러?'을 퍼왔습니다.
포털 영화 코너에 최하위 점수 집단 클릭한 듯… 일베 회원들 게시글 정황 발견

제주 4·3 항쟁의 아픔을 다뤄 선댄스영화제에서 최고상을 수상한 영화 (지슬)이 일간베스트저장소(이하 일베) 사이트 회원들로부터 별점 테러를 당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해 故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의장의 고문 장면을 정면으로 다뤘던 (남영동 1985),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픽션으로 각색한 (26년)에 이어 영화 (지슬)이 일베 회원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주장은 지난 9일 일베 사이트에 한 회원이 영화 (지슬)에 대해 비난하면서 포털 네이버의 영화 평점 코너를 링크해 놓고 "별점 폭탄이나 날려줘라"고 한 뒤 1~10점까지 매길 수 있는 별점 점수에 최하위 점수인 1점을 주는 모습이 계속되면서 시작됐다.
일베 회원은 "좌빨 특유의 감성팔이로 무고한 희생자 만들고 있네"라며 "군인들이 상부 지시에 의해 아무죄도 없는 민간인 학살한 잔인한 사건으로 만들어버림. 근대사라고는 쥐뿔도 모르는 멍청한 좌좀들 선동 할려고 별짓을 다하네"라고 비난했다.
영화 별점을 조직적으로 최하위 점수를 줘서 영화 평점을 깎는 것을 별점 테러라고 하는데 관련 글이 게시된 9일 이후 실제 급격히 1점을 주는 모습이 나타났다.
9일 이전까지만 해도 한줄 문장의 호평과 함께 9점대에서 10점 만점이 줄줄이 달렸던 별점은 9일 이후 1점대 별점이 이어지면서 14일 현재까지 평균 평점 6.88점을 기록하고 있다.
아이디 'just****'는 9일 이후 수십차례에 걸쳐 1점짜리 영화 별점을 줬는데 영화 평에서 "5.18로 충분하면 됐지 4.3사건 까지 미화 하盧?"라고 썼다. "~盧"는 일베사이트에서 회원들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뜻에서 쓰는 일종의 은어다.
아이디 'just****'로 일베사이트 아이디를 검색해본 결과에도 이 누리꾼은 일베 회원일 가능성도 높다.
일베사이트에서 아이디 'just****'로 올린 게시물을 보면 문재인 민주통합당 전 대선 후보를 비난하는 내용의 게시물이 발견되기도 했다.
일베 회원들이 별점 테러를 하고 있다는 정황은 1점을 준 누리꾼들이 영화를 평한 문장에서도 발견됐다. 9일 일베 회원이 자주 사용하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 한 포털의 영화 <지슬>의 영화 별점 코너.

▲ 9일 한 일베 회원이 영화 <지슬>에 대해 '별점 테러'를 독려한 이후 조직적으로 최하위 점수인 1점을 주는 행태가 계속됐다.

지난 9일 올린 일베 회원은 영화 (지슬)에 대해 "감성팔이로 무고한 희생자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는데 1점을 준 누리꾼들의 평을 보면 "감성팔이 선동 영화"라고 쓴 내용이 많다. 
이들은 공통점은 과거 영화 평점 전력에서도 드러난다. 올해 개봉예정인 과 육영수 여사의 일대기를 다룬 (퍼스트레이디)라는 영화에 대해서 호평을 하고, (남영동 1985), (26년)이라는 영화에 대해서는 혹평을 하고 있다는 것이 영화 (지슬)에 최하위 점수를 준 누리꾼 대부분의 일치하는 패턴이다. 

예를 들어 아이디 'lki0****'가 쓴 영화평을 보면 영화 (지슬)에 대해서 "종북은 나라에 비극을 가져오는 암덩어리 같은 존재"라고 비난해놓고 과거 평점 전력을 보면 영화 에 대해서는 "절대 잊어서는 안되는 우리의 역사"라고 호평했다. 또한 영화 (26년)에 대해서는 "쇼를 하고 자빠졌네 영화라 부를 가치도 없는 쓰레기다좌좀들의 피해망상 영화"라고 비난하는 형식이다.
일베 사이트 회원은 그동안 영화 (경계도시)때부터 집단적인 별점 테러를 가해왔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지난해 11월 당시 7점대의 별점을 기록했던 영화 (26년)이 최하위 별점을 무더기로 받으면서 5점대로 떨어지는 일이 발생했고, 그 배후로 일베 사이트가 지목되기도 했다.
영화 (지슬)의 제작을 맡고 있는 자파리필름 측은 "영화 (지슬)은 전국지역에서 개봉하기 전이고 개봉을 하더라도 별점테러를 하고 있는 사람은 안 볼 것으로 보인다"면서 "영화 자체도 선동성이나 이념과 같은 것을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평가를 받고 있어 별점테러와 같은 논란은 큰 문제가 아닐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영화 (지슬)은 지난 3월 1일 제주지역에서 우선 개봉했고 오는 21일 전국 지역으로 상영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재진 기자 | jinpress@mediatoday.co.kr  

2012년 11월 29일 목요일

삼성 백혈병 영화 ‘또 하나의 (26년)


이글은 시사IN 2012-11-28일자 기사 '삼성 백혈병 영화 ‘또 하나의 (26년)’'을 퍼왔습니다.
삼성 백혈병 문제를 다룬 영화가 제작 중이다. 김태윤 감독이 만드는 (또 하나의 가족)이다. 주변에서 투자와 배급을 어떻게 할 거냐며 말렸지만, 오기가 생겼다. 영화 (26년)처럼 모금을 통해 제작비를 모으고 있다

아버지가 김태윤 감독(40)에게 근황을 물었다. 김 감독은 (잔혹한 출근)(2006) 이후, 차기작으로 ‘삼성 백혈병’에 관한 영화를 준비 중이었다. 모두 그를 염려하는 와중에 아버지의 반응이 의외였다. “그래 잘한다. 싸움은 원래 제일 센 놈이랑 해야 티가 난다.” ‘센 놈’은 삼성을 가리키는 말이다. 김 감독은 삼성 반도체 공장에 입사한 지 1년8개월 만에 백혈병 진단을 받은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를 모델로 영화를 제작 중이다. (또 하나의 가족)은 ‘아버지의 이야기’다. 

김 감독은 지난해 여름 (시사IN)에 실린 삼성 백혈병 공판기를 보고 눈물을 훔쳤다(제198호 ‘삼성 백혈병 산재 판정까지의 대장정’ 기사 참조).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산재 판정을 받기까지 진행된 과정이 하나의 시놉시스였다. 딸의 죽음을 통해 처음 백혈병 문제를 세상에 알린 황씨를 주인공으로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이 섰고 노무사를 통해 그를 수소문했다. 

ⓒ시사IN 백승기 영화 <또 하나의 가족>을 제작 중인 김태윤 감독.

중국집에 가서 소주를 한잔하며 황씨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황씨는 긴가민가해했다. 그 뒤로 김 감독은 일주일에 한 번씩 1인 시위 등으로 황씨가 서울에 올 때마다 그를 찾아갔다. 그때만 해도 정확히 반도체가 뭔지 몰랐다. 행정소송이란 게 있는 줄도 처음 알았다. ‘삼성 백혈병’ 공부부터 시작했다. (시사IN) 기자와 시민단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반올림) 관계자를 만났다. 6개월간의 자료조사 뒤 지난 5월 시나리오 작업을 마쳤다. 실화인데도 정말 영화 같은 이야기였다. 아버지의 택시 안에서 딸이 죽는 장면이 특히 그랬다. 


“뭔가에 졸아 있는 게 화가 났다”

충무로에 발을 들인 지 10년째, 첫 영화가 흥행에 실패하면서 좀 더 상업적이고 대중성 있는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이 커졌다. “그러다가 이게 뭐지? 이러려고 영화를 시작한 건 아닌데, 이럴 거면 영화를 안 하는 게 낫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태윤 감독은 좋아하는 이야기, 잘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또 하나의 가족)은 지금껏 쓴 시나리오 10편 중 반응이 가장 좋았다(그는 [인사동 스캔들]의 원안, [용의자X]의 각본을 썼다). 

걱정은 주변의 몫이었다. 동료 감독들은 ‘그러다 다시 못 돌아온다’ ‘끝난다’ 이러면서 말렸고, 스태프들은 투자와 배급을 어떻게 할 거냐며 현실적인 문제를 걱정했다. 어느 순간 화가 치밀었다. “뭔가에 졸아 있는 게 화가 났다. 실제 사건을 영화화하는 건데 못 만들 이유가 뭔가. 그런데도 나를 비롯해 주변 사람을 무섭게 만드는 게 있었다. 오기가 생겼다.” 그런데 쓰고 보니 스태프·배우 모두 반응이 좋았다. 누가 먼저 나서 불을 질러주느냐가 문제였다. 

주연 배우는 박철민이다. 실제 황상기씨와 닮았다며 PD가 추천했다. 웃는 얼굴의 박철민처럼 황씨도 항상 웃는 얼굴이다. 그런 일을 겪고도 밝았다. 밝아야 견딜 수 있는가보다 싶었다. 박철민의 21세 딸은 시나리오를 보더니 아빠에게 직접 권했다고 한다. 황상기씨도, 그의 아들도 시나리오를 마음에 들어했다. 순조롭기만 한 건 아니었다. 어떤 배우는 CF를 이유로 캐스팅에 난색을 표했다. 

염려대로 투자는 난항이다. (또 하나의 가족)은 영화 (26년)처럼 크라우딩 펀딩을 진행 중이다. 굿펀딩(goodfunding.net)에서 5000원부터 20만원까지 모금이 가능하다. 11월15일 현재 1137명이 참여해 5974만원(59%)이 모였다. 목표 금액은 1억원. 순수 제작비로 5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시작 초반에는 하루 1000만원씩 펀딩이 들어오더니 점차 미지근하다. 다음 대통령이 취임 전에 영화를 봐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했다는 김 감독. 그 바람이 이루어질지가 투자에 달렸다.

임지영 기자  |  toto@sisain.co.kr

2012년 11월 28일 수요일

‘26년’ 본 5·18 생존자들…관객석에선 “쏴!”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11-28일자 기사 '‘26년’ 본 5·18 생존자들…관객석에선 “쏴!”'를 퍼왔습니다.

시사회에 참석해 무대인사를 나누고 있는 <26> 제작자인 최용배 청어람 대표와 주연배우 한혜진·배수빈씨, 5·18 생존자인 김공휴씨와 강용주 광주트라우마센터장(오른쪽부터). 광주/연합뉴스·뉴시스

5·18 진압 책임자에 총구 겨눈 장면에…그날의 울분 터져
생존자·유족 200여명, 영화 ‘26년’ 관람
 광주트라우마센터 주관 시사회
여학생 죽을땐 고개 숙이고
“폭도” 대사에선 개탄의 한숨
“사회 통합

“쏴!”갑자기 극장 객석에서 터져 나온 이 말은 32년간 쌓아온 울분처럼 들렸다. 영화에서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의 자녀가 유혈진압 책임자에게 총구를 겨누며 눈물을 흘릴 때, “얼른 (방아쇠를) 당겨!”란 할머니의 소리도 흘러나왔다. 영화 초반에 계엄군의 총에 맞아 여학생이 창자를 쏟아내며 죽는 애니메이션 장면이 나오자 차마 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는 이도 있었다. “그 사람들은 폭도였고, (진압은) 자위권 발동이었다”는 영화 속 전직 대통령의 대사에선 개탄의 한숨이 새어나왔다.“우리 아이 세살 때 남편이 죽었어요.”기자와 만난 60대 여성 관객 황아무개씨는 1980년 광주 거리에서 남편이 군인들한테 몽둥이로 뒷머리를 맞아 2년 뒤 후유증으로 숨졌다고 했다. “영화처럼 전두환 (전 대통령) 얼굴만 텔레비전에 나오면 가슴이 떨리고 화가 났죠. 영화를 보고 가슴이 아팠어요. 영화에 나오듯 피해자들은 계속 아파하고, ‘그 사람’은 나라가 계속 보호해주잖아요.”27일 광주 시내 극장에서 영화 (29일 개봉·감독 조근현)의 시사회가 열렸다. 5·18 생존자·부상자, 희생자 가족들을 포함한 200여명이 관람했다. 5·18 유족들이 진압 책임자를 단죄하러 나서는 내용의 영화를 5·18 당사자들이 처음 보는 행사였다. 제작진은 개봉 전까지 제작비를 후원한 1만5000 시민들과 그 지인들에게 영화를 미리 보여주는 3만1000명 초대 시사회를 진행하고 있다.80년 시민군으로 전남도청을 지킨 김공휴(53)씨는 관람 뒤 “망월동 묘역에 묻힌 영령들이 제작진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을 것”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그 사람을 처단하고 싶은 우리 마음을 표현해줘서 후련했어요. 주인공 ‘진배’(진구)처럼 나도 전두환 전 대통령이 있는 곳으로 습격을 갔다가 붙잡혀 쓰레기 매립장에 버려진 적도 있습니다. 영화에 나오듯 광주 사람들은 폭도도 아니고, 빨갱이가 아닌데도 아직도 폭도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피해 당사자들 중엔 여전히 술에 기대 고통 속에 사는 분들도 있지요.”이번 행사는 5·18 유족과 생존자들의 정신적 후유증을 치유하는 ‘광주 트라우마센터’가 주관했다. 센터 참가자들은 “고문당하는 꿈을 꾸며, 5월의 꽃을 보고 피 흘리던 그날을 떠올린다”며 고통을 호소한다고 한다. “전남도청 앞 나무한테 ‘나무야, 너는 다 보지 않았냐. (우리가 얼마나 죽었는지) 네가 본 걸 말해다오” 하고 하소연하는 이들도 있었다고 한다. 센터 쪽은 “5·18 유혈진압으로 4154명의 사상자가 나왔고, 이후 후유증으로 46명이 자살을 했다”고 밝혔다.전직 대통령에게 총을 겨누는 사격선수 심미진 역을 맡은 한혜진씨는 시사회에 참석해 “유족들의 아픔을 과연 내가 얼마나 공감하고 표현할 수 있을까 두렵고 겁도 났다”고 토로했다. 그는 “영화 마지막에 크레인에 혼자 고독하게 올라 총을 쏘며 총성소리를 들었을 때 너무 커서 무서웠다. 희생자분들은 얼마나 무서웠을까 생각하니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여전히 5·18로 아파하는 분들이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는 마음으로 영화를 찍었다”고 말했다.고등학교 3학년이던 80년에 다리에 총을 맞아 부상을 당한 강구영(51)씨는 “‘그 사람’이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고 반성하지 않고, 영화처럼 5·18 희생자의 자녀들이 직접 단죄에 나설 수밖에 없는 사회는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5·18 때 고등학생으로 전남도청 사수대로 참여한 강용주 광주트라우마센터장도 진압 당사자의 사죄가 필요하다고 했다.“용서를 하느냐 여부는 피해자의 선택 문제이지만, 가해자의 사과는 피할 수 없는 의무입니다. 잘못한 사람이 유혈진압의 진실도 말하지 않고 사죄도 하지 않고 있어요. 우리 사회가 화해와 통합으로 가려면 5·18 유혈진압에 대한 진상규명과 가해자 사과부터 이뤄져야 합니다. 가해자 단죄의 짐까지 5·18의 2세들에게 맡길 순 없어요. 우리 사회가 함께 풀어가야 합니다.”시사회가 끝난 뒤, 배우들과의 대화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극장 화면엔 제작비를 후원한 시민들의 이름이 끝없이 흘러갔다.

광주/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2012년 11월 21일 수요일

전두환 '사면'과 '용서'는 정당한 것이었나?


이글은 미디어스 2012-11-20일자 기사 '전두환 '사면'과 '용서'는 정당한 것이었나?'를 퍼왔습니다.
[법으로 본 미디어]영화 '26년'으로 본 '사면'과 '용서'의 권리

때로는 따뜻하게 우리의 마음을 파고들어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때로는 우리 사회의 부끄럽고 어두운 면모를 적나라하게 드러내어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만화가 강풀. 그의 만화 (26년)이 영화로 제작되어 11월 말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 만화는 1980년 5·18로 인해 아버지, 어머니를 잃고 한스러운 세월을 보내야 했던 주인공들이 5.18의 주범인 전두환이 재판을 받고도 사면되자 힘을 모아 전두환에게 복수한다는 내용이다. 

▲ 11월 29일 개봉하는 영화 '26년' 포스터. 한혜진, 진구, 임슬옹, 배수빈, 이경영 등이 출연한다. 전두환 전 대통령 역할은 배우 장광이 맡았다.

우리는 만화 (26년)의 5·18항쟁이 뿐만 아니라 친일파, 제주 4·3 사건, 군부독재 등 청산해야 할 과거사가 유난히 많다. 그러나 청산을 제대로 논하기 전에 늘 ‘용서와 화해’라는 관용이 목소리가 우위를 점하며 과거사 청산은 매번 꼬리를 내리곤 했다. 만화 (26년)의 상황 또한 마찬가지였다.
만화 (26년) 주인공들의 울분을 치솟게 했던 사면은 국가원수가 자신의 권한으로 범죄인이 받은 형벌 전부 또는 일부를 면제하거나 형벌로 상실된 자격을 회복시켜 주는 행위를 의미한다. 우리의 경우도 사면으로 형 선고 효력을 상실시키는 경우, 형의 집행만을 감면시키는 경우, 복권하는 경우 등을 사면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범죄인에 자비를 베푸는 사면은 얼핏 ‘용서, 관용’이라는 선의의 실천으로 비쳐진다. 그러나 사면에는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요소가 존재한다. 군주국가시대 군주가 제왕적 특권을 행사하여 죄인에게 자비 베풀던 제도가 사면의 기원이다. 권력자가 백성에게 자비를 베푼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권력자가 마음 내키는 대로 행하는 시혜적 행위라는 점에서는 법치주의를 지향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그다지 환영받을 수 없는 존재이다.  근대 시민혁명을 통해 일궈낸 민주주의는 ‘절대왕정’이라는 세습 독재 권력을 힘겹게 몰아낸 끝에 뿌리를 내릴 수 있었다. 그래서 1인에게 집중된 권력구조에서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 삼권으로 권력을 나누고 삼권이 서로 감시하고 통제하도록 했다.
복지국가를 이상 모델로 삼고 있는 현대국가에서는 위와 같은 엄격한 삼권 분립제도가 행정부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으나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는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범위 내에서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는 한계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그렇다면 사법부가 공정한 재판을 거쳐 피고인에게 내린 형벌을 행정부 또는 대통령이 함부로 면제하거나 감형하는 사면제도는 사법부의 결정을 뒤엎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민주주의 원리에 반할 소지가 많다. 이 때문에 외국에서는 한동안 사면제도 자체를 폐지한 적도 있다.
형사정책상 피고인이 충분한 반성을 하고 사회 일원으로 열심히 살아갈 것을 다짐했음에도 계속해서 피고인에게 형벌의 족쇄를 채워 두는 것은 정의롭지 못한 일일 수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처럼 지역, 이념, 계층 간 갈등으로 사회가 분열되어 있는 경우, 갈등을 봉합하고 한 국가, 한 민족의 일원이라는 일체감을 되살리기 위해서 사면제도가 필요한 때도 분명 존재한다. 이 때문에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에서 사면제도를 두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 아직도 많은 이들은 그를 '학살자'라고 부른다. 그러한 평가 이전에 그는 진정으로 사과하고 용서를 구한적이 없다. 그에 대한 사면은 정당한 것이었을까? ⓒ뉴스1

그러나 이러한 사면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사면제도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광복절을 비롯한 각종 경축일, 정권 교체 기념으로 대통령이 자주 사면 시행하는 우리와 달리 같은 대륙법계인 독일은 사면에 대해 매우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독일은 지난 1945년부터 2005년까지 약 60년 동안 단 4차례만 사면을 단행했다.
선진 법치국가인 핀란드는 헌법에 “대통령은 특별한 경우 대법원에 자문해 사면해야 한다”는 조항을 뒀을 정도로 사면제도를 인정하되 행정부가 사법부의 결정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특히 프랑스의 사면 제도는 눈여겨 볼만하다. 프랑스 또한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데 특히 부정부패 공직자와 선거법 위반 사범, 테러와 정치적 차별을 저지른 사람, 15세 미만 미성년자를 때린 폭행범, 마약·밀수 사범, 불법낙태 사범 등과 같이 국가와 사회의 기본가치를 침해한 범법자들에 대해선 사면·복권이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이처럼 오늘날 사면 제도는 필요성이 인정되어 존치하고 있지만 권력분립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하는 면이 있기 때문에 매우 제한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사면법을 보면 사면절차가 대통령과 법무부장관, 검찰총장 등 전반적으로 행정부에서 주도하여 이루어지고 있는데 대통령이 이를 남용할 경우 이를 제한할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만화 (26년)의 상황처럼 대통령이 자의적으로 정치적인 사면권 행사할 때 이를 저지할 방법이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내란죄의 범인으로서 수많은 국민의 목숨을 빼앗은 전두환과 같은 자가 너무도 쉽게 사면될 수 있는 것이다.
전두환을 비롯한 5·18 관련 당사자들을 법정에 세우는 일은 특별법을 별도로 제정해야 할 정도로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법조인, 재야인사, 국민들의 염원과 노력으로 겨우 이들을 역사의 심판대에 세울 수 있었고 마침내 사법부의 공정한 재판 아래 그들이 저지른 과거를 제대로 청산할 기회를 얻었다. 그런데 그들의 범죄, 그들의 과거를 제대로 청산하여 그들이 국민으로부터 불법적으로 취득한 재산을 환수하기도 전에 ‘화해와 용서’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들에 대한 법원 판결서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그들은 ‘용서’ 받았다. 그러나 묻고 싶다. 그들을 용서할 권리는 과연 누구에게 있는 것인가.
우리는 사면을 대통령의 특권쯤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헌법 1조 1항은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임을 선언하고 있다. 그러므로 민주주의원리에 반하는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은 허용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여 문민정부에서는 8차례, 국민의 정부에서는 6차례, 참여정부에서 7차례(2007년 기준)나 사면법 개정 논의가 있었으나 번번이 무산되었다.
무엇보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만화 (26년)의 전두환처럼 이러한 정치적 사면의 대상자들이 과연 사면 받을 자격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들은 모두 국가와 사회의 기본가치를 침해한 자들로서 프랑스법에 의하면 사면 대상자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그에 앞서 정치적 사면을 받은 자들이 피해자가, 대통령이 자비를 베풀어야 할 만큼 스스로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를 구하였는가 하는 점이다.

▲ 송혜교가 주연을 맡았던 이정향 감독의 2011년작 '오늘', 너무 쉽게 용서해서 미안해...란 카피가 인상적이다.

송혜교 주연의 (오늘)이라는 영화를 보면, 진정한 ‘용서’는 용서하는 자, 용서받을 자 모두가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상대방을 향해 다가서려고 노력할 때 이루어진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부모가 아이의 잘못을 용서하는 장면을 상상해 보라. 용서는 용서받을 자가 스스로 철저하게 자신의 과오를 반성한 다음 용서할 사람에게 눈물로써 간절히 용서를 구해야 이루어지는 것이다.
‘용서’라는 이름으로 행해졌던 우리의 ‘사면’은 용서받을 자의 이러한 뉘우침과 반성이 있었는지, 그들을 진정으로 용서할 수 있는 유일한 권리자인 피해자에게 눈물로써 용서를 먼저 구한 적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용서받을 자로부터 철저한 반성도, 진심어린 호소도 없었던 과거사에 얽힌 사면을 반대한다.  

성춘일 변호사는 제51회 사법시험을 합격, 41기로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현재 서울 구로구 구로동에서 41기 동료 여성변호사들과 함께 설립한 합동법률사무소 여송에서 일하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사법위원회와 민생경제위원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청소년 문제에 관심이 많아 청소년폭력예방재단과 서울변협이 함께 하는 청소녀지킴이 변호사단 상담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성춘일 변호사 / 합동법률사무소 여송  |  mediaus@mediaus.co.kr

2012년 10월 13일 토요일

‘당선무효’ 새누리 추재엽, ‘바비큐 물고문’ 등 고문수법 봤더니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10-12일자 기사 '‘당선무효’ 새누리 추재엽, ‘바비큐 물고문’ 등 고문수법 봤더니'를 퍼왔습니다.
한나라당 부대변인 거쳐 구청장 역임.. 영화 ‘남영동1985’와 똑같아

고문을 행하고도 이를 부인한 추재엽(57) 서울 양천구청장이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2002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공천을 받아 처음 양천구청장으로 선출됐던 추씨는 고문 전력 논란이 일자 이를 제기한 재일교포 등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그런 사실이 없다고 증언해왔다.

서울 남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김기영)는 11일 "추씨가 고문에 가담한 것으로 판단되는데도 이런 사실이 없다고 위증하고, 당선을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자신이 명예훼손을 당했다고 다른 사람을 처벌해 달라는 것은 무고에 해당한다"면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유포와 위증 및 무고 등의 혐의로 추씨에게 징역 1년 3개월을 선고했다. 

앞서 추씨는 지난해 10ㆍ26 재보궐 선거에서 자신이 보안사 수사관으로 근무하던 1985년 당시 재일교포 유지길 씨를 불법 연행한 뒤 구금하고 고문하는 등 강압수사를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그는 이 사실을 알리려 한 재일교포 김병진 씨를 간첩이라는 글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리고 유권자들에게 문자로 보냈다. 재일동포 김씨는 추씨의 증언과 문자메시지 내용이 허위라며 고발했고, 검찰도 추씨를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 무고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추재엽, 인간 바비큐 물고문·엘리베이터실 고문 등 '기술자'

ⓒ남영동 1985 故김근태 상임고문의 실화를 다룬 영화 '남영동 1985'의 한 장면

재판부는 고문 피해자인 유지길씨와 이를 제기한 김병진씨가 고문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진술했고 검찰 자료를 봐도 추씨가 고문에 가담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판결문은 추씨 등 당시 보안사 수사관들이 유씨를 수시로 폭행한 것은 물론 잔혹하게 고문했던 상황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판결문에 따르면 추씨 등은 유지길씨에게 간첩 혐의에 대한 자백을 받기 위해 소위 '잠 안 재우기 고문', '인간 바비큐 물고문', '엘리베이터실 고문', '전기고문', '소금밥먹이기 고문' 등 가혹행위를 자행했다.

이 중 '인간 바비큐 물고문은' 통나무를 책상 사이에 올려놓고 수사관 2명이 양쪽 끝에 앉아 이를 고정시킨 후 피해자의 옷을 벗겨 손과 발을 통나무에 묶고, 통나무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피해자의 얼굴에 수건을 덮은 뒤 주전자에 고추가루를 탄 물을 넣어 얼굴에 붓는 방법의 고문이다.

김병진 씨는 당시 상황을 엮은 자신의 저서를 통해 '유씨는 무릎을 꿇어 앉은 모습으로 두 손발이 포승으로 꽁꽁 묶였다. (중략) 유씨의 몸은 등이 아래로 쳐진 모습으로 공중에 매달렸다. 얼굴은 머리가 뒤로 젖혀지고 입이 위에 있었다. 추씨가 젖은 손수건으로 코에서 눈까지를 덮었다. 공기를 마실 구멍이란 입밖에 남지 않았다. (중략) 생명을 이어가고 있는 최후의 구멍에 새빨간 물이 부어졌다. 나는 이 광경을 더 이상은 쓸 수 없다'고 증언했다.

이외에 추씨 등이 저지른 고문기법은 하나같이 잔인하고 악랄했다. '잠 안 재우기 고문'은 밤낮으로 깨어있게 만든 상태에서 심문하는 수법이며, '엘리베이터실 고문'은 피해자의 몸을 묶은 채 엘리베이터고문용 의자에 앉힌 뒤 물속에 잠그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있다. 심지어 엘리베이터고문용 의자는 밑으로 내려가는 레일이 설치된 특수장비로 물이 잠겨있는 지하로 내려갔다가 올라오게 만들어져 있다고 고문 피해자들은 증언하고 있다.

또 추씨 등은 나체로 전신에 물을 끼얹고 전선을 성기에 감아 발전기를 돌리는 '전기고문'과 물없이 소금을 잔뜩 섞은 주먹밥을 먹이는 '소금밥먹이기 고문'등의 가혹한 짓을 유씨에게 행했다.

이 내용에 대해 유씨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와의 면담에서 "나체로 거꾸로 매달고 고춧가루가 든 물을 코에다 부었다. 여러 차례 물고문을 했다. 또 의자에 앉혀서 몽둥이로 가슴과 다리를 비틀고 때렸다. 아침 인사가 손으로 때리는 것이었다. 수사관 모두 다 그렇게 했다. 또 나체로 전신에 물을 끼얹고 전선을 성기에 감고 전기고문을 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고문세력, 여전히 정치권에서 한국사회의 주류로 있다"

ⓒ남영동 1985 故김근태 상임고문의 실화를 다룬 영화 '남영동 1985'의 한 장면

재판부는 추씨가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지 아니하고, 이 사건 각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엄중한 처벌이 마땅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추씨는 끝내 재판부의 선고가 "너무 가혹하다"며 오히려 항변했다.

폭로와 위증을 둘러싼 소송 끝에 반인륜적인 고문행각이 드러났다. 민가협 김현주 사무국장은 "전에 고문 피해자분들을 뵌적이 있는데 이건 인간이 인간에게 행할 수 없는 방식이었다"며 "한 개인에게 짐승한테도 하면 안되는 짓을 해온 고문과 피로 얼룩진 역사가 안타깝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일은 그 당시의 고문을 자행한 독재 세력들이 여전히 정치권에서 한국사회 주류로 건재하다는 걸 보여준다"며 "몇년 전 새누리당의 몰지각한 역사인식에서 공천이 이뤄졌지만 이런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당시 고문을 행한 사람들에 대한 처벌은 물론 다시는 정치권에 들어서지 못하게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추씨는 1981년 9월 30일 국군보안사령부 소속 중사로 전역한 뒤 1984년 9월 15일 대공수사관 보직을 받아 대공처(3처), 수사과(2과), 수사5계에서 근무 후 1985년 10월 15일 의원면직됐다. 그는 보안사에서 전역한 뒤 1991년 서울시의회 전문위원으로 정계에 입문했으며 2001년 한나라당 부대변인을 거쳐 2002년부터 세 차례 양천구청장을 역임했다.

전지혜 기자 creamb@hanmail.net

2012년 10월 8일 월요일

“김근태 고문당할 때,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이글은 한겨레신문2012-10-07일자 기사 '“김근태 고문당할 때,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를 퍼왔습니다.


베일 벗은 ‘남영동 1985’ 배우 박원상

‘김근태 고문실화’ 영화서 김근태역
물 공포증 이겨내며 갖은 고문 연기
“인간 해체시키는 고문 고통 막막해” 
이근안은 ‘국가’란 이름의 폭력 상징 
아픈 과거 반성해야 바른 미래 가능

영화가 끝나자 인재근 민주통합당 의원은 옆에 앉은 배우 박원상씨를 껴안고 흐느꼈다. 27년 전, 개처럼 바닥을 기어가는 모욕과 고문을 당했던 남편의 고통을 재현한 한 배우에 대한 고마움과, 지난해 말 훌쩍 세상을 떠난 ‘남편 김근태’에 대한 그리움이 북받친 것이다.인 의원은 “이미 아는 사실인데도 보는 게 힘들었다”며 “지난해 남편이 갑자기 그렇게 된 것이 전기고문 후유증이라 확신하기에 전기고문 장면에선 눈을 감았다”고 했다. 그는 “짐승처럼 당하고도 우리 곁에 돌아와서 인간에 대한 사랑을 버리지 않았던, 하늘에 있는 나의 짝에게 고맙고 미안했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고문기술자 이근안 경감(극중 이름은 이두한) 역을 맡은 이경영씨는 이어진 무대인사에서 마치 국가폭력에 대해 대신 사과하듯, 인 의원 앞에서 “죄송합니다” 하며 눈물을 흘렸다.부산국제영화제 개막 사흘째인 6일 공식 상영된 (남영동 1985)는 고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1985년 9월 민주화운동청년연합 의장 자격으로 붙잡혀 서울 남영동 옛 치안본부 대공분실 515호에서 22일 동안 고문당한 실화를 극화했다. 고춧가루를 넣은 코와 입 속으로 물을 뿌려 기절시키거나, 전기고문을 하고, 몽둥이로 패는 장면들이 상영 시간 내내 가혹하게 펼쳐진다. 그 끔찍한 상황에서 “나는 헌법을 유린한 (박정희 정권의) 5·16 쿠데타와 (전두환) 군부독재를 부정한다”고 맞서거나, 잔혹한 고문 앞에 결국 허물어진 자신에게 눈물을 흘리면서 “나를 용서할 수 없어”라며 자책하는 ‘김근태’(극중 이름 김종태)의 모습에서 관객의 눈은 뜨거워지고 만다. 사법부를 겨냥한 (부러진 화살)에 이어 정지영 감독이 또다시 사회적 파장을 몰고올 신작을 내보였다.“다른 배우였다면 중간에 도망갔을 것”이란 감독의 말처럼, 실제 얼굴에 물을 퍼붓고, 발가벗은 몸으로 바닥을 뒹구는 고통의 연기를 감당한 박원상씨가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영화다. 특히 그는 “어렸을 때 물에 빠져 죽을 뻔해 평소 물 공포증이 있었다”고 한다. 정작 힘들었던 건 “인간이 인간을 철저히 해체시키는 고문의 고통이 어느 정도인지 참고할 것이 없다는 막막함, 그리고 과연 이 연기와 이 인물을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었다”고 그는 털어놓았다.“나는 (515호실을 재현한) 경기도 양수리 종합촬영소 6세트장에서 연기로 시늉을 내면서도 죽을 것 같았는데, 실제 김근태 상임고문이 고문당할 때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생각하니 너무 힘들었죠.”박원상씨는 군사정권 시절을 “비상식적이었던 야만의 시대”라고 표현했다. (야만의 시대)는 이 영화의 원제목이다. 그는 2012년에 ‘김근태’와 ‘고문’을 관객 앞으로 불러낸 이 영화를 “역사를 기억하는 영화”라고 말했다. “(이 사회가) 기억해야 할 것을 잊고, 짚어야 할 것을 짚지 못하며 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대선 정국에서 ‘과거사 논쟁’ 대신 미래를 설계하자는 정치권 한쪽의 목소리에 대해 “온당치 못하다”고 했다.“부끄럽고 아픈 과거를 반성하고, 잘 정리하고 가야 미래를 향한 올바른 방향을 설정할 수 있는 겁니다.”그는 영화 속 ‘이근안’(이두한)은 “서민과 불특정 다수에게 국가란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성을 상징”한다고 보았다. “누군가는 항상 그런 국가의 폭력성에 대해 끊임없이 용기있게 지적하고 발언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지난 5월 말 영화촬영을 끝내고 그는 김근태 상임고문이 좋아했던 참외와 막걸리를 들고 묘역을 찾아가 “영화 잘 마무리하고 왔습니다”고 인사를 했다고 말했다.이 영화는 대선 직전 개봉을 목표로 한다. 정 감독은 “대선 후보들이 모두 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며 “우리 모두가 아픈 과거와 김근태 같은 분들의 희생을 피상적으로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공유해야 하며, 이런 과거를 극복할 때 통합과 화해로 나아갈 수 있다”고 했다.

부산/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2012년 10월 2일 화요일

영화 26년 개봉, 대선에 어떤 영향 미칠까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10-02일자 기사 '영화 26년 개봉, 대선에 어떤 영향 미칠까'를 퍼왔습니다.
육영수 여사 미화 영화도 동시 개봉… 국가권력 향수 vs 역사퇴행 저지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의미심장한 두 편의 영화가 관객 앞에 놓인다. 고(故) 육영수 여사의 일대기를 그린 와 1980년 광주민중항쟁 당시 학살의 책임자를 저격하는 (26년)이다. (그녀에게)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어머니를, 은 군사독재세력의 만행을 다루며 정치적 메시지를 던질 것으로 보여 투표장에 나설 유권자들에게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녀에게)는 1974년 광복절 행사 도중 49세의 나이로 암살된 육영수 여사의 생을 다룬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영화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퍼스트레이디로서 극적인 삶을 살다간 그녀의 일생에 초점을 맞춘다. 극 중 박근혜는 육영수 여사 사망 이후 가족들이 우는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장년층에게 ‘국민의 어머니’로 인식돼있는 육 여사의 이미지는 영화를 통해 박 후보에게 투영될 가능성이 높다. 

강풀의 만화가 원작인(26년)은 광주학살의 피해자들이 직접 가해자를 사살한다는 내용이다. (26년) 제작을 맡은 ‘청어람’의 최용배 대표는 “영화를 통해 80년 광주의 가해자가 여전히 건재하다는 현실을 보여주며 고통 받은 당사자들이 나서지 않으면 세상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공감하게 만들 것”이라 밝혔다. 

▲ 영화 <26>년의 주인공 한혜진. ⓒ나무픽처스

이 영화는 사실 우여곡절이 많았다. 2008년 제작에 나섰다가 석연찮은 이유로 투자자들이 이탈해 제작을 중단한 경험이 있다. 그 뒤 몇 차례 제작이 무산되다 4년 뒤인 올해 3월에야 비로소 ‘크라우드 펀딩’(SNS를 활용해 프로젝트 후원을 받는 플랫폼)을 이용, 소셜 펀딩업체 ‘굿 펀딩’으로 시민들의 소액 후원을 받아 제작이 가능했다.

이질적인 역사관을 배경으로 한 두 영화가 대선 직전인 11월 말 사실상 동시 개봉하는 점은 상징적이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영미문학, 문화평론가)는 “(그녀에게)는 육영수를 찬양하고 군사독재시절의 복고적 향수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 뒤 “한국사회가 합의하고 있는 민주주의 가치와 과거 박정희 체제의 가치는 공존할 수 없다는 점이 두 영화를 통해 드러날 것”이라 짚었다. 

현재 한국사회 미디어 지형은 과거 국가권력의 향수를 자극하는 쪽과 역사의 퇴보를 막으려는 쪽으로 나뉘는 모양새다. KBS는 지난 달 고(故)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의 일대기를 담은 드라마 (강철왕)을 오는 12월 방송하려 했던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강철왕)은 1970년대 개발독재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자연스럽게 부각될 수밖에 없는 서사를 갖고 있다. 김인규 KBS사장은 “(강철왕)은 올해 안에 제작이 불가능하다”고 해명할 수밖에 없었다. 

KBS는 지난해엔 독재자 이승만 전 대통령과 친일파 백선엽 장군을 미화하는 다큐멘터리 제작에 나섰다가 사회적인 지탄을 받기도 했다. 공영방송의 이 같은 모습은 용산참사의 이면과 진실을 언론의 보도방식으로 다루며 큰 호응을 얻었던 영화 (두 개의 문)과 대조적이다. 

올해 대선에서 혹 역사의 퇴행을 걱정하는 이가 있다면 10월 초 개봉하는 (남영동1985)를 지인에게 추천하는 게 좋다. 영화는 고(故)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민주화운동청년연합 의장이던 1985년,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22일 동안 고문당한 내용을 담았다. 영화는 우리에게 잊고 있던 역사적 자각과 함께 행동을 요구한다. 

정철운 기자 | pierce@mediatoday.co.kr

2012년 9월 17일 월요일

‘무슬림의 무지’, 이것까지도 표현의 자유일까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9-17일자 기사 '‘무슬림의 무지’, 이것까지도 표현의 자유일까'를 퍼왓습니다.
[이안의 컬처필터] 표현이 아니라 모욕이고 공격, 선전포고에 다름없는 영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1988) 이전 까지는 대부분의 영화에서 예수 그리스도는 뒷모습으로만 재현되곤 했다. 인간이 감히 ‘신의 아들’의 모습을 흉내내는 것은 신성모독이라는 금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커다란 교회 건물에 새겨진 조각이며 그림, 스테인드 글래스, 사사로이 부적 삼아 가지고 다니는 십자가며 성패에 원래 생김새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백인 꽃미남 캐릭터로 무수히 재현되어있는 예수 그리스도를 굳이 영화로는 재현하기 꺼려한 것은 그 영향이 현실에 미치는 실제성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금, 14분짜리 영상물 하나가 세계를 발칵 뒤집어 놓고 있다. 독재와 인권 탄압, 정부의 부패 따위에 저항하는 시위의 물결이 이어졌던 ‘아랍의 봄’ 이후 안정을 되찾아가던 중동에서 불붙은 반미 시위와 무장 공격을 일으킨 영상물의 제목은 (무슬림의 무지)로 번역되고 있다. 처음 영어로 배포된 원래 제목은 (Innocence of Muslims).

그렇다면 ‘무지’로 번역되는 ‘innocence’란 어떤 말인가? 대개 ‘무지’보다는 ‘순수’ 또는 ‘순진함’으로 더 많이 알려진 이 말은 키에르케고르에 따르면 선악의 구별에 대한 인식조차 없는 원죄 이전의 상태다. 원죄란 바로 자신이 무지하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라고 한다. 


기독교 문화권에서는 아담이 자신의 무지를 깨닫고 선악을 구분하게 된 이래 모든 인간은 원죄를 지니고 태어나게 되었으며, 예수 그리스도 이후 ‘세례’를 통해서만 죄사함을 받는다고 믿는다. 어찌되었든 종교든 문화든 역사든 인간은 선악을 판단하게 된 인간은 도저히 ‘순수’든 ‘무지’든 ‘innocence’한 상태에 있을 수 없다. 

그렇다면 리비아 미국 대사와 외교관들이 죽음을 당한 것을 시작으로 이집트 카이로 미국대사관이  공격당하고 튀니지, 팔레스타인 등 중동 지역 전역을 넘어 이제 아프리카와 아시아까지 번지고 대상도 미국뿐 아니라 영국, 독일 등 서방 국가들로 반미시위의 불길이 일어나도록 한 이 제목의 영상물은 도대체 무엇인가? 

이집트에서 자생적으로 발전한 기독교 분파 콥트 교도인 유대계 미국인이 제작했다는 (무슬림의 무지)는 이슬람 최고의 선지자 무함마드를 어린 아내 말고도 여러 여자를 탐하는 바람둥이, 변태적인 소아성도착자, 그러다 부인들에게 신발로 등짝을 두드려 맞는 한심한 팔푼이, 심지어 자기 할머니 팔 다리를 찢어 죽이는 거열형에 내모는 잔혹한 괴물로 묘사한다. 

이렇듯 인물의 성격을 비틀고 조롱하는 것을 넘어서서 전세계 인구의 25%나 되는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욕으로 쓰이는 당나귀를 이슬람교도에 비유하는가 하면, 선지자인 무함마드가 ‘남의 아내를 탐하지 말라’는 율법을 어기고 자기 욕망을 채우기 위해 쿠란을 왜곡하는 장면이나, 기독교의 신약성경과 유대교 율법 토라를 짜맞춘 것이 이슬람이라고 말하며 근본을 부정하는 장면까지 나온다. 

제작자 나쿨라 배슬리 나쿨라는 유대인 100명으로부터 500만 달러를 후원받아 이 영화를 찍었고, ‘샘 배실’이라는 지어낸 이름으로 지난 7월에 먼저 14분짜리 동영상으로 압축 편집한 영상물을 유튜브에 올렸다. 만듦새 엉성하고, 내용이며 배경이며 캐릭터까지 허술하기 짝이 없다보니 별로 주목하는 이가 없었다.

그런데 영어로 된 이 영상물을 이슬람 경전을 불태우는 극단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으로 이슬람과 개신교의 갈등과 충돌을 부추기면서 매해 9월11일 ‘국제 무함마드 심판의 날’ 행사를 벌여온 개신교 근본주의자 목사 테리 존스가 앞장서 홍보하자 반 이슬람 운동가들이 아랍어판으로 만들어 퍼뜨리기 시작하면서 아랍권이 분노하기 시작했다. 

뒤늦게 미국 정부는 유튜브 쪽에 동영상 삭제를 요청했으나 유튜브를 소유하고 있는 구글은 지난 13일 성명을 통해 (무슬림의 무지)가 '종교에 근거해 대중을 선동하거나 공격을 하게 하는 연설을 포함한 적대적 연설은 금지한다'는 자체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고 있기 때문에 ‘영상에 대한 제한은 정치적 압력보다는 현지 법률에 따라야 한다’며 삭제를 거부했다. 표현의 자유를 지킨다는 명분이다.

이에 대해 미 합참의장 마틴 뎀프시는 이 영상물은 포르노라고 규정하며 유튜브가 아니라 테리 존스에게 자제를 당부하는 지경이 되었다. 더구나 사태가 이 지경이 되고서야 영상물이 미치는 파장을 알게 된 출연자와 제작진들은 “영화의 각본이 많이 수정되는 등 우리 모두 속았다는 사실을 알게 돼 충격을 받았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처음 제목은 (사막의 전사들)이었으며, 2000년 전에 이집트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관한 영화일 뿐 이슬람을 모독하는 내용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슬림의 무지)는 표현의 자유로 보호받기에는 이미 큰 죄를 저지른 셈이다. 출연진과 제작자를 속여 촬영에 임하게 하더니, 만들어진 영상을 악의적으로 편집해 전 인구의 4분의 1을 모욕하기 위한 목적으로 관람 대상에 대한 아무런 제한이나 안전장치 없이 배포된 것이다. 

더구나 스스로를 ‘이슬람 문제에 관심 있는 아랍 사상가 제작자’라고 밝힌 나쿨라는 미국 대사의 피습 사실은 슬프지만 영화를 만든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며 앞으로 영화 전편을 올리는 것도 생각 중이란다. 그러면서도 정작 자신과 가족이 피해를 볼까 두려워하고 있단다.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르고 만든 영상물이 아니라 바라던 것보다 영향이 더 커진 것이 그가 몰랐던 한 가지고, 그것은 ‘순수’하지도 ‘무지’하지도 않다. 교활하고 파렴치하다.

포르노가 다루는 욕망과 배설과 음탕함이 사적인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무슬림의 무지)처럼 이토록 전방위적으로 공공연히 다른 종교에 대한 적대를 드러내고 부추기는  영상물은 표현의 자유를 넘어 ‘선전포고’에 다름 아니다.

종교적 광기를 자극해 서양 세계의 권력과 부를 체계적으로 구조화하면서 악명 높은 흡혈귀 ‘드라큘라’의 전설을 만들었던 십자군 전쟁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평화가 무너지면 웃음 짓게 될 집단은 무기를 팔아먹어야 배가 부른 현대판 흡혈귀 ‘군수산업’이다. 이 군수산업을 틀어쥐고 있는 나라, 거기에 뒷돈을 대고 있는 세력은 누구인가? 

(아이언 맨)이 중동 무장 세력에게 무기를 팔러 갔다가 자신이 된통 당한 다음에야 정신 차리고 본 것은 군수산업으로 떵떵거리고 살아왔던 자신의 원죄였다. 심장을 다치고서야 평화를 지키려는 아이언맨을 못마땅해 없애려하는 건 군수산업을 유지하고 확장하려는 미국 정부였다. 

지구 평화를 지키는 것, (어벤저스)에게 맡길 수 없는 현실이건만 (무슬림의 무지)는 기어코 분쟁을 도발하는 불을 붙였다. 이런 파렴치한 짓거리를 '영화'의 범주에 넣고 보는 게 참담하다. 이 따위는 그저 불쏘시개일 뿐인 것을.

이안 영화평론가 | angela414@paran.com  

2012년 8월 20일 월요일

맥쿼리, 영화 '맥코리아'에 법적 대응 경고


이글은 뷰스앤뉴스(Views&News) 2012-08-20일자 기사 '맥쿼리, 영화 '맥코리아'에 법적 대응 경고'를 퍼왔습니다.
"일부 내용 왜곡,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 검토중"

서울 지하철 9호선과 우면산 터널 투자사업자인 맥쿼리자산운용이 자사 투자 과정에서의 특혜 의혹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맥코리아'에 대해 법적 대응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맥쿼리자산운용과 영화 '맥코리아' 관계자 등에 따르면 맥쿼리 측은 최근 이 영화를 제작 중인 김형렬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상영금지 가처분 등 법적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고 통보했다.

'맥코리아'는 맥쿼리와 관련된 각종 특혜 의혹을 파헤치려고 현장을 다니는 김 감독과 우면산 터널 계약 의혹을 폭로한 서울시의회 강희용(민주당) 의원 등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영화는 현재 70% 정도 완성됐으며 이르면 10월 중순께 개봉할 예정이다.

맥쿼리 측은 김 감독과의 통화에서 '최근 공개된 예고편의 일부 내용이 심각하게 왜곡됐고 그 내용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증거도 없는 만큼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는 뜻을 전달했다.

맥쿼리는 이명박 대통령의 조카이자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의 아들인 지형씨가 한때 대표로 근무한 회사와 관련돼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일었던 호주계 금융그룹이다.

예고편에는 지형씨와 맥쿼리 간의 관계를 묻는 김 감독의 모습, 이 대통령이 90년대 말 미국 워싱턴에 체류할 당시 자신의 회사에서 매주 세미나를 한 적이 있다는 송경순 맥쿼리인프라투융자 감독이사의 인천공항 매각 관련 국정감사 발언 등이 담겨 있다.

박진욱 맥쿼리자산운용 전무는 "예고편이 암시하는 내용이 예상보다 왜곡이 심했다"며 "소송 입장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예고편 수위대로 영화가 제작되면 가처분 소송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예고편은 법적 검토를 받은 만큼 문제가 없으며, 본 영화에 대해서도 명예훼손 여부에 대해 검토할 것"이라며 "영화가 완성되기도 전에 법적대응 운운하는 것은 사실상 제작 중단을 종용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연합뉴스

2012년 7월 21일 토요일

이상호 “청와대가 문화계 좌파 청산 지시”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7-20일자 기사 '이상호 “청와대가 문화계 좌파 청산 지시”'를 퍼왔습니다.

‘발뉴스’에서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 보고서 폭로
“좌파 집단에 대한 인적 청산 지속 실시” 적혀있어
(괴물) 등의 영화는 좌경화 예로 들어

“영화 (괴물)은 ‘반미 및 정부의 무능을 부각’시켰고 는 ‘북한을 동지로 묘사’했으며 는 ‘국가권력의 몰인정성을 비판’했다”이상호 문화방송 기자가 청와대 지시로 문화계의 진보 성향 인사들을 퇴출하는 작업이 진행됐음을 드러내는 자료를 공개했다. 이 기자는 19일 업로드한 팟캐스트 ‘발뉴스’ 5회분에서 2008년 8월 청와대 기획관리비서관실이 작성한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 보고서를 공개하고 “청와대가 국정원, 민정수석실, 기획재정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물론이고 수구 기득권 언론까지 앞세워 문화계 인사들의 강제 퇴출을 주도해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이 기자가 공개한 보고서는 문화 권력을 “순수 예술활동보다는 문화를 수단으로 하여 일정한 정치적 이념을 실현하고자 하는 이념지향적 세력”으로 규정하고 “선전·선동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좌파에서 조직적으로 활용”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어 진보 성향 인사들이 문화예술계를 끌어가고 있는 현 상황이 빚어진 이유에 대해 “보수를 대표하는 예총이 자리다툼에 치중하여 지리멸렬한 상황”에서 “좌파가 지난 10년간 정부의 조직적 지원하에 문화 권력의 주도 세력으로 부상”했다고 분석한다.이 문건은 특히 영화계의 ‘좌경화’에 대한 우려를 강하게 드러낸다. 큰 흥행 몰이를 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에 대해선 ‘반미 및 정부의 무능을 부각’시켰다고 평하고 있고 박찬욱 감독의 흥행작 (공동경비구역 JSA)는 ‘북한을 동지로 묘사’했다고 설명했다. 이승만·박정희 두 대통령의 이발사를 맡은 한 소시민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효자동 이발사)는 ‘국가 권력의 몰인정성을 비판’했다고 명시했다.이 보고서는 “좌파 집단에 대한 인적 청산은 소리없이 지속 실시”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 “예술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 등 핵심기관의 내부에는 아직 많은 수의 좌파 실무자들이 근무하고 있어 청산이 필요”하다며 “문화부의 지시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위원장을 교체한 이후 위원장이 인적 청산을 진두지휘하고 BH는 민정을 통해 위원장의 인적 청산작업을 지속 감시, 독려”하도록 했다.인적 청산 작업에 언론사까지 끌어 들이려한 정황도 엿보인다. 보고서에는 “메이저 신문과 협력하여 좌파 행적을 밝히는 기획물을 연재”한다는 내용과 함께 “과거 정부의 좌파 지원내역과 산하기관 장악 시나리오에 대한 국정원 조사결과가 나오는 대로 메이저 신문과 기획을 시작”한다는 구체적인 지침이 적혀 있다.자금줄을 끊는 것도 청산의 주요 무기였던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에서는 “대부분의 문화예술인은 정부와 기업의 지원금에 의존하는 점을 고려, 의도적으로 자금을 우파 쪽으로만 배정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여 문화예술인 전반이 우파로 전향하도록 추진”하도록 했다. 구체적으로는 기재부에 “문화부 예산을 정밀 검토하여 좌파 지원예산은 전액 삭감하고, 우파 지원사업에 대규모 예산 지원하고 기업은 별도 협의를 거쳐 기부금 후원금 자체 투자 등의 형태로 문화예술 분야 건전화 지원하라”고 적혀있다. ‘사회 환원이 필요한’ 일부 기업들에 기부를 강제할 것을 지시하는 내용도 담겼다.이 기자는 방송에서 “이 보고서는 이 대통령에게 보고됐으며, 이후 탄력을 받아 대부분 공작이 실제로 진행됐다”며 “21세기 초반에 청와대가 나서 문화계 인사를 국민이 아닌 적대적 정치세력으로 보고 소탕작전을 벌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2012년 7월 18일 수요일

진실에 이르는 문은 하나가 아니다


이글은 대자보 2012-07-17일자 기사 '진실에 이르는 문은 하나가 아니다'를 퍼왔습니다.
용산참사를 이해하는 세 개의 문,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에 기여한 영화

영화 ‘두 개의 문’은 알려진 대로 그동안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았거나 가해자 편으로 치부되었던 현장 경찰특공대의 시선으로 용산 참사를 재구성하려고 노력한다. 촛불시위에 데인 후 이명박 정부가 공언한 무관용 원칙에 장단을 맞추고 출세욕와 공명심에 눈이 멀어, 테러범 잡는 데나 쓰이는 경찰 특공대를 농성 철거민 ‘섬멸’을 위해 투입하면서 진압에 필요한 기초 정보도 안주고 사지로 몰아넣었던 경찰 수뇌부의 악행이 두드러질수록, 말단 경찰들의 처지는 연민과 공감의 대상이 된다.   그리하여 영화는 가해자 격인 국가권력의 말단 하수인으로 치부되었거나, 도심 테러리스트들을 진압하다 사망한 영웅들이라는 극단의 평가에 있거나, 그것도 아니면 어느 누구의 관심도 미치지 못했던 현장의 경찰 특공대도 결국은 피해자라는 결론에 이른다. 하긴 그들은 명령을 충실히 따르도록 자동으로 입력된 기계가 되기를 강요받은 이들이다. 간첩이나 테러 진압 훈련만 받은 그들 눈앞의 존재들은 ‘진압’이 아닌 때려 부숴야 할 ‘섬멸’ 대상에 지나지 않았다. 실제로 특공대에서 사망자도 나왔으니 이들을 국가공권력과 같은 편으로 분류할 수도 없게 되었다.

특공대원들이, 농성자들이 특공대를 향해 부르짖었던 “다 죽어”라는 말이, 당시에는 살상도 마다지 않겠다는 적개심에 불타던 말로 들렸지만 지나고 보니 진압하지 말라는 요청이 아니었을까라고 의문을 품을 때 그들은 더 이상 잔인한 국가 폭력의 말단에 머물러 있지 않다. 물론 여기까지는 많은 이들이 말한 내용들이다. 

영화가, 경찰 특공대원들이 현장 철거민들과 함께 국가폭력의 희생자에 속한다는 깨달음을 강조하는 것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그것도 영화적 상상력이 아닌 수천 쪽에 이르는 수사나 재판 기록을 통해 진실에 육박하려는 노력은 리얼리즘으로 충만한 다큐멘터리의 진수를 보여준다. 

그러나 다른 한편 내게는 영화가 주제를 풀어내는 방식이 다분히 설교적으로도 들리기도 했다. 영화 자체의 문법에 의지하지 않는 방식은 영화와의 틈을 벌어지게 만든다. 인터뷰 대상자들이 누누이 강조한, 말단 경찰들은 진실을 말했다거나, 특공대원들은 진압 현장에서 지옥을 보았다고 했으니 엄청난 후유증과 스트레스에 시달렸을 것이라는 말을 통해서 강조하는 식의 직설적이거나 관객을 가르치려는 주제 전달 방식은 마뜩하지 않다. 변호사나 대책위 관계자 등 굳이 ‘우리’ 편이 관객에게 친절하게 설명해 주지 않아도 건조한 수사나 재판 기록으로도 진실에 닿는 것은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말단 경찰도 피해자더라는 깨달음은 별스러운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 특공대의 증언대로 말단 경찰이 상부의 지시대로 따르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진압 현장에서 농성자들과 함께 사망자도 나왔다.

오히려 내 마음을 끌어당긴 것은 영화가 의도하지 않거나 강조하지 않았던 것들에 있다. 용산참사의 진실에 접근하는 길은 유가족이나 대책위의 절규일 수도 있고, 생각 없는 기계로 길들여져 공권력의 명령을 수행해야 하는 경찰 특공대의 시각이나 진술일 수도 있고,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 편이 될 수 없는 자들의 목소리일 수도 있다. 이 세 번째 경우를 얻은 것이 영화에서 발견한 수확이었다. 

영화가 찾은 재판 기록 중, 재판 도중 검찰이 증인으로 출석한 특공대 제1제대장에게 질문하는 것이 있다. 경찰이 농성자 진압을 위해 컨테이너를 2대 동원했다면 특공대가 (사망자를 내지 않고) 더 안전했을 것이라는 증인의 진술에 대해, 검찰은 컨테이너가 1대가 아닌 2대였다면 특공대의 입장이 아닌 농성자들의 처지에서도 안전했겠냐고 묻는다. 특공대도 아닌 농성자의 시각에서 뜬금없이 질문하니, 증인이 질문의 뜻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고 머뭇거리자 변호사가 질문을 이해하기 쉽게 거들어 준다. 망루에서 살아남은 농성자들에게 결국은 유죄를 때리고 마는, 농성자들의 편을 들어줄 리가 없는 검찰의 입에서 농성자의 안전을 생각하는 질문이 나온 것은 의아한 장면이었다. 

‘우리’ 편이 아닌 검찰 자신도 의도했을 것 같지 않은 태도가 영화를 비집고 나오면서, 영화는 결국 농성자들의 명예회복과 정당성에 힘을 두텁게 실어주는 결론으로 치달았다. 그 위치상 농성자들의 ‘적’으로 결코 치부할 수 없는 말단 경찰의 시선과 입을 통하기보다, 명백한 ‘적’을 통해서 농성자들의 도덕적 정당성을 훨씬 더 굳건하게 입증해 준 것이다. 

당사자 유가족이든, 말단경찰이든, 공권력의 협력자인 검찰이든, 진실에 이르는 과정이 꼭 하나의 문일 필요는 없는 것이다. 영화 ‘두 개의 문’이 갖고 있는 문은 세 개 쯤 된다. ‘두 개의 문’은 피해자나 넓은 의미의 피해자가 아닌 움직일 수 없는 가해자의 입을 통해서 용산참사 피해자들의 명예를 회복하는 데 기여하는 영화다. 

* (대자보) 편집위원, 문학평론가로 [한국문학의 거짓말- 2000년대 초기 문학 환경에 대한 집중 조명](작가와 비평, 2011)의 저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