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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2일 수요일

남영동·26년 잇는 다큐 ‘백년전쟁’ 한달만에…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1-01일자 기사 '남영동·26년 잇는 다큐 ‘백년전쟁’ 한달만에…'를 퍼왔습니다.

지난 11월26일 서울 종로구 낙원동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백년전쟁> 시사회에 앞서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사무국장이 관람객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 제공

근현대사 다큐 ‘백년전쟁’ 보셨나요? 소리없이 인기몰이
인터넷공개 한달새 193만명 관람
민족문제연, 이승만·박정희 다뤄
누리꾼들 “역사 바로세우기 실감”

이승만·박정희 두 전직 대통령의 공과를 비판적으로 조명한 다큐멘터리 이 소리없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대선을 전후해 근현대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족문제연구소(소장 임헌영)는 1일 “영상 공개 한달 만에 193만명(지난달 31일 기준)이 을 관람했다”고 밝혔다. ‘근현대사 진실찾기 프로젝트’의 하나로 민족문제연구소가 2011년부터 제작 중인 6부작 다큐 은 본편 4부와 번외편 2부로 기획됐다. 연구소는 지난해 11월26일 첫 시사회를 열어 이승만 전 대통령의 일제 강점기 행적을 다룬 본편 1부 ‘두 얼굴의 이승만’(52분)과 박정희 전 대통령 시기 경제성장의 이면을 다룬 번외편 1부 ‘프레이저 보고서-누가 한국 경제를 성장시켰는가’(40분)를 처음 공개했다.이후 개봉관 없이 유튜브나 ‘역사정의실천 시민역사관 누리집’(http://ibuild.tistory.com) 등을 통해 영상을 무료 공개하고 있는데, 누리꾼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성**’라는 이름의 누리꾼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어 기쁘면서 분노가 일었다. 역사 바로 세우기의 중요성을 다시금 뼛속까지 느끼게 됐다”고 시민역사관 누리집에 감상평을 남겼다. 누리꾼 ‘aws**’도 “부모님, 누님과 같이 보았습니다. (다큐에 담긴 내용을) 처음 알았다고 하시네요”라고 적었다.

다큐 〈백년전쟁〉 포스터.

영상을 공개한 뒤 힘을 보태는 손길도 이어지고 있다. 배우 권해효씨는 원래 여성 피디가 맡았던 ‘두 얼굴의 이승만’편 내레이션을 자청해 영상의 완성도를 높였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을 만들어달라”는 호소글이 누리집에 올라오자 충북 진천의 한 시민은 직접 자막을 만들어 영상 제작을 도왔다. 다큐멘터리가 인기를 끌면서 민족문제연구소의 신규 회원도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 12월 한달 동안 새로 가입한 후원회원만 1570여명이다. 이 가운데 대선 이튿날인 20일 이후 가입한 회원이 720명에 이른다. 1991년 문을 연 이 연구소의 기존 회원이 7500명인 점을 감안하면 폭발적 반응이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사무국장은 “대선 이후 신규 가입한 회원들의 가입신청서를 보면 ‘선거 결과를 보고 역사 인식의 중요성을 절감했다’는 의견이 많았다. 논란의 역사를 누구나 이해하기 편한 방식으로 접근해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열풍을 풀이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앞으로 해방정국과 이승만 하야를 다룬 2부, 박정희 집권 시기를 다룬 3부, 전두환 정권 시기를 다룬 4부, 번외편인 프레이저 보고서 2부 등을 차례로 제작해 공개할 예정이다. 연구소 쪽은 “역사적 사실에 대한 엄밀한 검증이 필요해 영상 공개 시기를 아직 결정하진 못했다”고 밝혔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2012년 11월 29일 목요일

삼성 백혈병 영화 ‘또 하나의 (26년)


이글은 시사IN 2012-11-28일자 기사 '삼성 백혈병 영화 ‘또 하나의 (26년)’'을 퍼왔습니다.
삼성 백혈병 문제를 다룬 영화가 제작 중이다. 김태윤 감독이 만드는 (또 하나의 가족)이다. 주변에서 투자와 배급을 어떻게 할 거냐며 말렸지만, 오기가 생겼다. 영화 (26년)처럼 모금을 통해 제작비를 모으고 있다

아버지가 김태윤 감독(40)에게 근황을 물었다. 김 감독은 (잔혹한 출근)(2006) 이후, 차기작으로 ‘삼성 백혈병’에 관한 영화를 준비 중이었다. 모두 그를 염려하는 와중에 아버지의 반응이 의외였다. “그래 잘한다. 싸움은 원래 제일 센 놈이랑 해야 티가 난다.” ‘센 놈’은 삼성을 가리키는 말이다. 김 감독은 삼성 반도체 공장에 입사한 지 1년8개월 만에 백혈병 진단을 받은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를 모델로 영화를 제작 중이다. (또 하나의 가족)은 ‘아버지의 이야기’다. 

김 감독은 지난해 여름 (시사IN)에 실린 삼성 백혈병 공판기를 보고 눈물을 훔쳤다(제198호 ‘삼성 백혈병 산재 판정까지의 대장정’ 기사 참조).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산재 판정을 받기까지 진행된 과정이 하나의 시놉시스였다. 딸의 죽음을 통해 처음 백혈병 문제를 세상에 알린 황씨를 주인공으로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이 섰고 노무사를 통해 그를 수소문했다. 

ⓒ시사IN 백승기 영화 <또 하나의 가족>을 제작 중인 김태윤 감독.

중국집에 가서 소주를 한잔하며 황씨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황씨는 긴가민가해했다. 그 뒤로 김 감독은 일주일에 한 번씩 1인 시위 등으로 황씨가 서울에 올 때마다 그를 찾아갔다. 그때만 해도 정확히 반도체가 뭔지 몰랐다. 행정소송이란 게 있는 줄도 처음 알았다. ‘삼성 백혈병’ 공부부터 시작했다. (시사IN) 기자와 시민단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반올림) 관계자를 만났다. 6개월간의 자료조사 뒤 지난 5월 시나리오 작업을 마쳤다. 실화인데도 정말 영화 같은 이야기였다. 아버지의 택시 안에서 딸이 죽는 장면이 특히 그랬다. 


“뭔가에 졸아 있는 게 화가 났다”

충무로에 발을 들인 지 10년째, 첫 영화가 흥행에 실패하면서 좀 더 상업적이고 대중성 있는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이 커졌다. “그러다가 이게 뭐지? 이러려고 영화를 시작한 건 아닌데, 이럴 거면 영화를 안 하는 게 낫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태윤 감독은 좋아하는 이야기, 잘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또 하나의 가족)은 지금껏 쓴 시나리오 10편 중 반응이 가장 좋았다(그는 [인사동 스캔들]의 원안, [용의자X]의 각본을 썼다). 

걱정은 주변의 몫이었다. 동료 감독들은 ‘그러다 다시 못 돌아온다’ ‘끝난다’ 이러면서 말렸고, 스태프들은 투자와 배급을 어떻게 할 거냐며 현실적인 문제를 걱정했다. 어느 순간 화가 치밀었다. “뭔가에 졸아 있는 게 화가 났다. 실제 사건을 영화화하는 건데 못 만들 이유가 뭔가. 그런데도 나를 비롯해 주변 사람을 무섭게 만드는 게 있었다. 오기가 생겼다.” 그런데 쓰고 보니 스태프·배우 모두 반응이 좋았다. 누가 먼저 나서 불을 질러주느냐가 문제였다. 

주연 배우는 박철민이다. 실제 황상기씨와 닮았다며 PD가 추천했다. 웃는 얼굴의 박철민처럼 황씨도 항상 웃는 얼굴이다. 그런 일을 겪고도 밝았다. 밝아야 견딜 수 있는가보다 싶었다. 박철민의 21세 딸은 시나리오를 보더니 아빠에게 직접 권했다고 한다. 황상기씨도, 그의 아들도 시나리오를 마음에 들어했다. 순조롭기만 한 건 아니었다. 어떤 배우는 CF를 이유로 캐스팅에 난색을 표했다. 

염려대로 투자는 난항이다. (또 하나의 가족)은 영화 (26년)처럼 크라우딩 펀딩을 진행 중이다. 굿펀딩(goodfunding.net)에서 5000원부터 20만원까지 모금이 가능하다. 11월15일 현재 1137명이 참여해 5974만원(59%)이 모였다. 목표 금액은 1억원. 순수 제작비로 5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시작 초반에는 하루 1000만원씩 펀딩이 들어오더니 점차 미지근하다. 다음 대통령이 취임 전에 영화를 봐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했다는 김 감독. 그 바람이 이루어질지가 투자에 달렸다.

임지영 기자  |  toto@sisain.co.kr

2012년 11월 28일 수요일

‘26년’ 본 5·18 생존자들…관객석에선 “쏴!”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11-28일자 기사 '‘26년’ 본 5·18 생존자들…관객석에선 “쏴!”'를 퍼왔습니다.

시사회에 참석해 무대인사를 나누고 있는 <26> 제작자인 최용배 청어람 대표와 주연배우 한혜진·배수빈씨, 5·18 생존자인 김공휴씨와 강용주 광주트라우마센터장(오른쪽부터). 광주/연합뉴스·뉴시스

5·18 진압 책임자에 총구 겨눈 장면에…그날의 울분 터져
생존자·유족 200여명, 영화 ‘26년’ 관람
 광주트라우마센터 주관 시사회
여학생 죽을땐 고개 숙이고
“폭도” 대사에선 개탄의 한숨
“사회 통합

“쏴!”갑자기 극장 객석에서 터져 나온 이 말은 32년간 쌓아온 울분처럼 들렸다. 영화에서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의 자녀가 유혈진압 책임자에게 총구를 겨누며 눈물을 흘릴 때, “얼른 (방아쇠를) 당겨!”란 할머니의 소리도 흘러나왔다. 영화 초반에 계엄군의 총에 맞아 여학생이 창자를 쏟아내며 죽는 애니메이션 장면이 나오자 차마 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는 이도 있었다. “그 사람들은 폭도였고, (진압은) 자위권 발동이었다”는 영화 속 전직 대통령의 대사에선 개탄의 한숨이 새어나왔다.“우리 아이 세살 때 남편이 죽었어요.”기자와 만난 60대 여성 관객 황아무개씨는 1980년 광주 거리에서 남편이 군인들한테 몽둥이로 뒷머리를 맞아 2년 뒤 후유증으로 숨졌다고 했다. “영화처럼 전두환 (전 대통령) 얼굴만 텔레비전에 나오면 가슴이 떨리고 화가 났죠. 영화를 보고 가슴이 아팠어요. 영화에 나오듯 피해자들은 계속 아파하고, ‘그 사람’은 나라가 계속 보호해주잖아요.”27일 광주 시내 극장에서 영화 (29일 개봉·감독 조근현)의 시사회가 열렸다. 5·18 생존자·부상자, 희생자 가족들을 포함한 200여명이 관람했다. 5·18 유족들이 진압 책임자를 단죄하러 나서는 내용의 영화를 5·18 당사자들이 처음 보는 행사였다. 제작진은 개봉 전까지 제작비를 후원한 1만5000 시민들과 그 지인들에게 영화를 미리 보여주는 3만1000명 초대 시사회를 진행하고 있다.80년 시민군으로 전남도청을 지킨 김공휴(53)씨는 관람 뒤 “망월동 묘역에 묻힌 영령들이 제작진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을 것”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그 사람을 처단하고 싶은 우리 마음을 표현해줘서 후련했어요. 주인공 ‘진배’(진구)처럼 나도 전두환 전 대통령이 있는 곳으로 습격을 갔다가 붙잡혀 쓰레기 매립장에 버려진 적도 있습니다. 영화에 나오듯 광주 사람들은 폭도도 아니고, 빨갱이가 아닌데도 아직도 폭도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피해 당사자들 중엔 여전히 술에 기대 고통 속에 사는 분들도 있지요.”이번 행사는 5·18 유족과 생존자들의 정신적 후유증을 치유하는 ‘광주 트라우마센터’가 주관했다. 센터 참가자들은 “고문당하는 꿈을 꾸며, 5월의 꽃을 보고 피 흘리던 그날을 떠올린다”며 고통을 호소한다고 한다. “전남도청 앞 나무한테 ‘나무야, 너는 다 보지 않았냐. (우리가 얼마나 죽었는지) 네가 본 걸 말해다오” 하고 하소연하는 이들도 있었다고 한다. 센터 쪽은 “5·18 유혈진압으로 4154명의 사상자가 나왔고, 이후 후유증으로 46명이 자살을 했다”고 밝혔다.전직 대통령에게 총을 겨누는 사격선수 심미진 역을 맡은 한혜진씨는 시사회에 참석해 “유족들의 아픔을 과연 내가 얼마나 공감하고 표현할 수 있을까 두렵고 겁도 났다”고 토로했다. 그는 “영화 마지막에 크레인에 혼자 고독하게 올라 총을 쏘며 총성소리를 들었을 때 너무 커서 무서웠다. 희생자분들은 얼마나 무서웠을까 생각하니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여전히 5·18로 아파하는 분들이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는 마음으로 영화를 찍었다”고 말했다.고등학교 3학년이던 80년에 다리에 총을 맞아 부상을 당한 강구영(51)씨는 “‘그 사람’이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고 반성하지 않고, 영화처럼 5·18 희생자의 자녀들이 직접 단죄에 나설 수밖에 없는 사회는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5·18 때 고등학생으로 전남도청 사수대로 참여한 강용주 광주트라우마센터장도 진압 당사자의 사죄가 필요하다고 했다.“용서를 하느냐 여부는 피해자의 선택 문제이지만, 가해자의 사과는 피할 수 없는 의무입니다. 잘못한 사람이 유혈진압의 진실도 말하지 않고 사죄도 하지 않고 있어요. 우리 사회가 화해와 통합으로 가려면 5·18 유혈진압에 대한 진상규명과 가해자 사과부터 이뤄져야 합니다. 가해자 단죄의 짐까지 5·18의 2세들에게 맡길 순 없어요. 우리 사회가 함께 풀어가야 합니다.”시사회가 끝난 뒤, 배우들과의 대화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극장 화면엔 제작비를 후원한 시민들의 이름이 끝없이 흘러갔다.

광주/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2012년 11월 21일 수요일

전두환 '사면'과 '용서'는 정당한 것이었나?


이글은 미디어스 2012-11-20일자 기사 '전두환 '사면'과 '용서'는 정당한 것이었나?'를 퍼왔습니다.
[법으로 본 미디어]영화 '26년'으로 본 '사면'과 '용서'의 권리

때로는 따뜻하게 우리의 마음을 파고들어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때로는 우리 사회의 부끄럽고 어두운 면모를 적나라하게 드러내어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만화가 강풀. 그의 만화 (26년)이 영화로 제작되어 11월 말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 만화는 1980년 5·18로 인해 아버지, 어머니를 잃고 한스러운 세월을 보내야 했던 주인공들이 5.18의 주범인 전두환이 재판을 받고도 사면되자 힘을 모아 전두환에게 복수한다는 내용이다. 

▲ 11월 29일 개봉하는 영화 '26년' 포스터. 한혜진, 진구, 임슬옹, 배수빈, 이경영 등이 출연한다. 전두환 전 대통령 역할은 배우 장광이 맡았다.

우리는 만화 (26년)의 5·18항쟁이 뿐만 아니라 친일파, 제주 4·3 사건, 군부독재 등 청산해야 할 과거사가 유난히 많다. 그러나 청산을 제대로 논하기 전에 늘 ‘용서와 화해’라는 관용이 목소리가 우위를 점하며 과거사 청산은 매번 꼬리를 내리곤 했다. 만화 (26년)의 상황 또한 마찬가지였다.
만화 (26년) 주인공들의 울분을 치솟게 했던 사면은 국가원수가 자신의 권한으로 범죄인이 받은 형벌 전부 또는 일부를 면제하거나 형벌로 상실된 자격을 회복시켜 주는 행위를 의미한다. 우리의 경우도 사면으로 형 선고 효력을 상실시키는 경우, 형의 집행만을 감면시키는 경우, 복권하는 경우 등을 사면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범죄인에 자비를 베푸는 사면은 얼핏 ‘용서, 관용’이라는 선의의 실천으로 비쳐진다. 그러나 사면에는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요소가 존재한다. 군주국가시대 군주가 제왕적 특권을 행사하여 죄인에게 자비 베풀던 제도가 사면의 기원이다. 권력자가 백성에게 자비를 베푼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권력자가 마음 내키는 대로 행하는 시혜적 행위라는 점에서는 법치주의를 지향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그다지 환영받을 수 없는 존재이다.  근대 시민혁명을 통해 일궈낸 민주주의는 ‘절대왕정’이라는 세습 독재 권력을 힘겹게 몰아낸 끝에 뿌리를 내릴 수 있었다. 그래서 1인에게 집중된 권력구조에서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 삼권으로 권력을 나누고 삼권이 서로 감시하고 통제하도록 했다.
복지국가를 이상 모델로 삼고 있는 현대국가에서는 위와 같은 엄격한 삼권 분립제도가 행정부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으나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는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범위 내에서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는 한계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그렇다면 사법부가 공정한 재판을 거쳐 피고인에게 내린 형벌을 행정부 또는 대통령이 함부로 면제하거나 감형하는 사면제도는 사법부의 결정을 뒤엎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민주주의 원리에 반할 소지가 많다. 이 때문에 외국에서는 한동안 사면제도 자체를 폐지한 적도 있다.
형사정책상 피고인이 충분한 반성을 하고 사회 일원으로 열심히 살아갈 것을 다짐했음에도 계속해서 피고인에게 형벌의 족쇄를 채워 두는 것은 정의롭지 못한 일일 수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처럼 지역, 이념, 계층 간 갈등으로 사회가 분열되어 있는 경우, 갈등을 봉합하고 한 국가, 한 민족의 일원이라는 일체감을 되살리기 위해서 사면제도가 필요한 때도 분명 존재한다. 이 때문에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에서 사면제도를 두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 아직도 많은 이들은 그를 '학살자'라고 부른다. 그러한 평가 이전에 그는 진정으로 사과하고 용서를 구한적이 없다. 그에 대한 사면은 정당한 것이었을까? ⓒ뉴스1

그러나 이러한 사면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사면제도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광복절을 비롯한 각종 경축일, 정권 교체 기념으로 대통령이 자주 사면 시행하는 우리와 달리 같은 대륙법계인 독일은 사면에 대해 매우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독일은 지난 1945년부터 2005년까지 약 60년 동안 단 4차례만 사면을 단행했다.
선진 법치국가인 핀란드는 헌법에 “대통령은 특별한 경우 대법원에 자문해 사면해야 한다”는 조항을 뒀을 정도로 사면제도를 인정하되 행정부가 사법부의 결정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특히 프랑스의 사면 제도는 눈여겨 볼만하다. 프랑스 또한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데 특히 부정부패 공직자와 선거법 위반 사범, 테러와 정치적 차별을 저지른 사람, 15세 미만 미성년자를 때린 폭행범, 마약·밀수 사범, 불법낙태 사범 등과 같이 국가와 사회의 기본가치를 침해한 범법자들에 대해선 사면·복권이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이처럼 오늘날 사면 제도는 필요성이 인정되어 존치하고 있지만 권력분립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하는 면이 있기 때문에 매우 제한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사면법을 보면 사면절차가 대통령과 법무부장관, 검찰총장 등 전반적으로 행정부에서 주도하여 이루어지고 있는데 대통령이 이를 남용할 경우 이를 제한할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만화 (26년)의 상황처럼 대통령이 자의적으로 정치적인 사면권 행사할 때 이를 저지할 방법이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내란죄의 범인으로서 수많은 국민의 목숨을 빼앗은 전두환과 같은 자가 너무도 쉽게 사면될 수 있는 것이다.
전두환을 비롯한 5·18 관련 당사자들을 법정에 세우는 일은 특별법을 별도로 제정해야 할 정도로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법조인, 재야인사, 국민들의 염원과 노력으로 겨우 이들을 역사의 심판대에 세울 수 있었고 마침내 사법부의 공정한 재판 아래 그들이 저지른 과거를 제대로 청산할 기회를 얻었다. 그런데 그들의 범죄, 그들의 과거를 제대로 청산하여 그들이 국민으로부터 불법적으로 취득한 재산을 환수하기도 전에 ‘화해와 용서’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들에 대한 법원 판결서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그들은 ‘용서’ 받았다. 그러나 묻고 싶다. 그들을 용서할 권리는 과연 누구에게 있는 것인가.
우리는 사면을 대통령의 특권쯤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헌법 1조 1항은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임을 선언하고 있다. 그러므로 민주주의원리에 반하는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은 허용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여 문민정부에서는 8차례, 국민의 정부에서는 6차례, 참여정부에서 7차례(2007년 기준)나 사면법 개정 논의가 있었으나 번번이 무산되었다.
무엇보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만화 (26년)의 전두환처럼 이러한 정치적 사면의 대상자들이 과연 사면 받을 자격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들은 모두 국가와 사회의 기본가치를 침해한 자들로서 프랑스법에 의하면 사면 대상자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그에 앞서 정치적 사면을 받은 자들이 피해자가, 대통령이 자비를 베풀어야 할 만큼 스스로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를 구하였는가 하는 점이다.

▲ 송혜교가 주연을 맡았던 이정향 감독의 2011년작 '오늘', 너무 쉽게 용서해서 미안해...란 카피가 인상적이다.

송혜교 주연의 (오늘)이라는 영화를 보면, 진정한 ‘용서’는 용서하는 자, 용서받을 자 모두가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상대방을 향해 다가서려고 노력할 때 이루어진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부모가 아이의 잘못을 용서하는 장면을 상상해 보라. 용서는 용서받을 자가 스스로 철저하게 자신의 과오를 반성한 다음 용서할 사람에게 눈물로써 간절히 용서를 구해야 이루어지는 것이다.
‘용서’라는 이름으로 행해졌던 우리의 ‘사면’은 용서받을 자의 이러한 뉘우침과 반성이 있었는지, 그들을 진정으로 용서할 수 있는 유일한 권리자인 피해자에게 눈물로써 용서를 먼저 구한 적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용서받을 자로부터 철저한 반성도, 진심어린 호소도 없었던 과거사에 얽힌 사면을 반대한다.  

성춘일 변호사는 제51회 사법시험을 합격, 41기로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현재 서울 구로구 구로동에서 41기 동료 여성변호사들과 함께 설립한 합동법률사무소 여송에서 일하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사법위원회와 민생경제위원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청소년 문제에 관심이 많아 청소년폭력예방재단과 서울변협이 함께 하는 청소녀지킴이 변호사단 상담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성춘일 변호사 / 합동법률사무소 여송  |  mediaus@mediaus.co.kr

2012년 11월 18일 일요일

정치영화가 오고 있다


이글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2-11-12일자 제50호 기사 '정치영화가 오고 있다'를 퍼왔습니다.

영화 <남영동 1985> 포스터 일부

대선 시즌을 맞아 모종의 정치적 효과를 노린 영화들이 개봉했거나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김재환 감독의 다큐멘터리 (MB의 추억)은 '정산 코미디'라는 홍보 문구대로 이명박 정부 5년을 풍자하기 위해 2007년 대선 유세 당시 이명박 후보의 현란한 공약들과 현재를 비교한다. 박정희 정권의 유신시대를 조망하는 (유신의 추억)이라는 다큐멘터리도 개봉하고, 고 김근태 의원의 실화에 기초한 (남영동1985), 강풀의 원작을 영화화한 (26년) 같은 극영화도 개봉 대기 중이다. 반대편 진영에선 고 육영수 여사의 전기 영화 (퍼스트 레이디)도 제작됐다. 한국 영화 사상 '정치'를 소재로 한 영화가 이렇게 많이 단기간에 쏟아져나온 적이 없다. 누가 봐도 이 영화들은 특정 정파 입장으로 관객을 만나려 한다. 그러나 정치영화의 효과는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다. 이를테면 박근혜 지지자이던 관객에게 모종의 정치적 각성을 일으켜 야권 대선 후보를 찍게끔 심경의 변화를 일으키게 하려는 목적에서, 최소한 부수적 효과를 거두려 특정 영화를 만들 수 있으나 그런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정치영화인가, 보수적 스릴러인가

좌파적 입장으로 만든 정치 소재 영화가 진보적이라는 건 순진한 착각이라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프랑스 사람들이 이 분야에선 선구적이다. 5월혁명(68혁명) 이후 대중을 상대로 한 비평지에서 대학원생들이 읽기에도 어려운 잡지로 변신한 (카이에 뒤 시네마)의 필진들이 이런 주장을 폈다. 이젠 아무도 진지하게 재검토하고 있지 않지만, 당시 (카이에 뒤 시네마) 주필들은 코스타 가브라스의 정치를 소재로 한 (Z) 같은 영화가 진보적 예술처럼 보여도 실은 현실을 바꾸는 데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보수적 형식의 스릴러에 불과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 독재정권 시절, 한 정의로운 검사가 야당 지도자가 암살당한 사건의 배후를 수사하기 위해 장군들을 검사실로 소환해 법대로 심문하는 것이 클라이맥스를 이루는 이 영화는, 정의가 승리하는 듯한 쾌감을 주는 한 편의 흥미로운 스릴러 영화다. 영화 속에서 다룬 그리스 군부독재의 실세들은 법정에서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고, 영화의 끝 자막이 올라갈 때 분명히 그 사실을 자막으로 밝히지만, 관객들은 이 어두운 소재의 정치영화에서 '진실은 부당한 권력을 누르고 반드시 승리한다'는 암시를 받는다. 그것으로 관객은 위로를 삼고 재충전할 수 있지만 이 경쾌한 카타르시스에 정치적 각성 효과가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1960년대 후반 프랑스의 난해하고 깐깐한 글을 쓰는 영화비평가들은 비난했다.
당시 (카이에 뒤 시네마)의 비평가들은 명시적으로 정치를 다루진 않아도 급진적 형식으로 관객의 마음을 뒤집어놓을 수 있는 모더니즘 계열의 영화작가들이 근본적으로 정치적 영화를 만든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도 다소 순진한 것은 마찬가지다. 독일의 장마리 스트라우브나 알렉산더 클루게 등의 감독이 만든 정치적·미학적으로 급진적인 영화들은 참을성 있는 지식인 관객들에게 현실의 정치적 베일을 거둬내서 성찰하게 해주었을지는 몰라도, 일단 소수의 엘리트 관객만 상대해야 한다는 한계를 끌어안을 수밖에 없었다. 프랑스의 저명한 이론가이자 실험영화 감독인 레이몽 벨루어는 지난해 노구를 이끌고 전주국제영화제를 방문해 마스터클래스를 열었는데, 그 자리에 배포된 짧은 발제문에서 그가 1970년대에 만든 실험적 정치영화를 자평하는 대목은 통렬하면서도 슬펐다. 그는 자신이 만든 영화의 정치적 역할에 관한 갑론을박을 스케치한 다음, 오늘날 텔레비전으로도 소개되지 않는 그 영화가 도대체 무슨 정치적 효과가 있겠느냐고 쓸쓸히 자조한다.
조금 다른 각도에서 정치적 각성 효과를 들여다봐도 사정은 비슷하다. (트루맛쇼)로 공중파 텔레비전의 맛집 소개 프로그램이 자행하는 조작 메커니즘을 폭로한 김재환 감독은 '역지사지'라고 이름 붙인 프로젝트 두 번째 영화로 (MB의 추억)을 만들어 개봉했다. 70여 분 상영 분량의 이 소박한 다큐멘터리가 폭로하는 것은 미디어의 이미지 조작 메커니즘에 대한 풍자와 폭로이다. 카메라 앞에 선 이명박 후보가 여타 야권 후보를 압도하는 뛰어난 리액션 연기의 소유자라는 게 감탄할 만큼 증명된다. 5초만 생각해보면 거짓말일 게 뻔한, 맛집 프로그램에서 소개되는 '캐비아 삼겹살' 같은 황당한 메뉴가 사람들에게 인기를 끄는 현실을 김재환 감독은 폭로했다. 그는 "사람들이 멍한 상태로 미디어가 조작 연출한 이미지를 받아들이는 걸 참을 수 없어 '역지사지' 프로젝트 다큐멘터리를 계속 연출하려 한다"고 말했다. (MB의 추억)에서 감독인 그가 절망하고 이명박 정부 5년을 긴 인내심을 갖고 견뎌온 관객도 낙담하게 만드는 것은, 후반부에 나오는 여전히 이명박 대통령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재래식 시장의 상인들 인터뷰 장면이다. 계급적으로는 결코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할 수 없을 듯한 사람들이 '이명박 대통령이 여전히 서민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 공격적이지 않으나, 김재환 감독은 정치가 요제프 괴벨스의 명언 "우리가 그들에게 권력을 강제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우리에게 권력을 위임했다"를 시작과 끝에 배치해 역지사지할 능력이 없는 대중의 멍한 상태를 조롱한다.
(MB의 추억)은 과연 이제까지 MB를 존경하고 지지하던, 약 40%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는 보수적인 대중에게 보여줬을 때 과연 의도한 정치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 감독 김재환을 괴롭힌 것도 이 질문이다. 그는 이 영화를 편집하는 동안 내내 '과연 이 영화는 누구를 위해 만들고 있는가' 자문하면서 은근히 괴로워했다. 이편 저편으로 갈라져서 서로 각자의 확신만 상대에게 주장하고 언론의 편가르기에 자발적으로 동승해 진영 논리의 이데올로기만 재생산하는 숙주로 만족하는 대중의 심리 깊숙이 이 영화가 비수를 꽂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작은 규모로 개봉했으나 비교적 높은 좌석 점유율을 기록했고, 극장 개봉에서뿐만 아니라 IP TV나 온라인 다운로드 시장에서도 선전할 것으로 보는 이 영화의 관객들은 주로 MB에 비판적인 사람들이다. 그들은 이 영화가 좀더 공세적으로 MB의 실정을 건드리지 않은 데 불만을 표시한다. 정작 감독은 MB가 주인공이 아닌 우리 안의 욕망을 공격하려는 것이었는 데 말이다.
앞서 말한 (카이에 뒤 시네마)의 정치영화에 대한 근본적이고 급진적인 정의의 핵심은 곧 영화를 보는 관객의 마음을 겨냥한 것이다. 영화 속에 묘사된 정치 현실과 반대편 정치 진영에 대한 공격을 수행하기 위해 대중적인 스토리텔링의 정석은 우리 편과 상대 편을 정해두고 그 사이의 갈등과 대결을 그리며 궁극에 우리 편이 승리하는 걸 그린다. 설령 지더라도 우리 편이 윤리적으로 옳다는 믿음을 관객에게 심어준다. 관객인 우리는 주인공과 주인공의 편에 쉽게 동화되는 것을 원하고, 주인공 편이 아닌 상대편을 대상화하며 그들을 심리적으로 단죄하면서 쾌감을 느낀다. 이것은 영화 속에서뿐만 아니라 실제 현실에서도 대다수 뉴스를 소비하는 대중의 정치적 심리이기도 하다. 정치를 선과 악의 마니교적 이분법으로 바라보면 소비되는 것은 근본적으로 재미있는 스토리텔링일 뿐이다. 우리는 현실에서 이야깃거리만 건져낼 뿐이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즐긴 뒤에 우리는 일상 현실로 복귀한다. 거기서 다시 지루한 정치적 게임이 순환되고 선한 약자가 악한 강자를 이긴다는 스토리텔링의 판타지는 끈질기게 이어진다.
추창민 감독의 (광해, 왕이 된 남자) 같은 영화를 생각해보자. 이 영화는 매우 영리한 정치영화의 휘발성을 갖고 있다. 천한 계급의 광대가 왕과 비슷한 외모를 지녔다는 이유만으로 궁궐에 왕의 대역으로 캐스팅된다. 여기서 왕의 거처와 왕이 신하들을 알현하는 대전은 모두 근사한 무대이다. 가짜 왕은 궁궐의 모든 사람들을 상대로 연기를 한다. 그가 연기하는 것은 기존 진짜 왕, 신경쇠약에 걸려 총기를 잃은 왕이 아니라 모든 것을 상식과 배려로 접수할 줄 아는 착하고 야무진 왕이다. 광해 역을 연기하는 광대 하선은 진심으로 무대 연기를 즐긴다. 그는 영화를 보는 대중의 소박한 기대 심리를 즐긴다. 왕을 보필하는 허균이 끊임없이 연출자 처지에서 현실정치의 논리를 주입시키지만, 일단 무대가 열리면 허균이라는 연출자는 연기자 하선의 즉흥연기를 제지할 방도가 없다. 연출자 허균의 현실정치 논리는 관객 앞에서 관객이 원하는 대사와 행동을 즐기는 하선의 상식 앞에 무력하다. 그건 영화를 보는 관객이 바라던 바이기도 하다.
거두절미하고 대한민국에서 1천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광해…)는 한국 사회에 유의미한 정치적 각성의 파도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하는 대사와 행동이 삽입되었다 해도, 유력 야권 후보인 문재인 후보가 이 영화를 보고 감읍해 눈물을 흘렸다 해도, 그 모습을 본 어떤 사람들도 따라서 뭉클한 감정을 느꼈다 해도 이 영화를 본 1천만 명의 관객에게 암시된 정치적 메시지는 보편적이고 추상적인 것이며 상식적인 선에서 무난하게 접수될 수 있을 지언정 실제 현실에서 폭발력을 발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일시적으로 무대에 올랐던 착하고 지혜로운 리더의 이미지는 영화 속의 스토리텔링 장치 내에서 소비되었을 뿐이고, 거기서 대립적으로 재현된 이편과 저편의 진영 논리는 구체적인 일상의 정치 현실로 치환되어 구체성을 갖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를 소재로 한 영화는 '영화'의 스토리텔링 메커니즘 속에서 구체적 맥락을 거세당한다.

(남영동1985), 가장 대중적이고 선동적인

'정치'와 '영화'가 근본적인 방식으로 만날 수 있는, 현실의 맥락과 조우할 수 있는 외연을 지닐 방법은 없을까. (부러진 화살)의 정지영 감독은 신작 에서 훨씬 더 구체적인 당파성을 갖고 문제를 다룬다. 고 김근태의 실화에 기초한 이 영화는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김근태가 겪었던 고문의 실상을 상영시간 100여 분 동안 집중적으로 다룬다. 권력이 집행되는 방식으로서 고문의 기승전결 스토리텔링은 매우 정교해 상영시간이 후딱 지나간다. 피해자 처지에서 스토리를 대하는데도 그렇다는 것은 정지영 감독의 감정이입 투사를 꾀한 연출이 매우 뛰어나다고 평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이 영화는 어차피 일방의 편에서 재현된 픽션이다. 고 김근태의 실화에 기초했다 하더라도 이 실화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국민의 절반 가까이 있는 현실에선 더욱 그렇다. 정지영의 연출이 인상적인 것은 해나 아렌트가 정의한 '악의 평범성'의 개념을 이근안이라는 고문기술자의 형상을 통해 대한민국의 구체적인 역사에 기입한 점이다. 이경영이 탁월하게 연기하는 고문기술자 이근안의 캐릭터는 외형적으로 신사이고 한 집안의 가장이며, 국가관이 투철한 공무원이고 모든 면에서 평범함과 정상성의 범주를 넘어서지 않는 인물이다. 악은 다른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우리 이웃의 얼굴을 하고 있고, 이 친근한 일상적 평범함의 굴레 속에 괴물성이 살아 숨 쉬고 있는 형상의 면면은 끔찍하고 충격적이다. 정지영은 (남영동1985)의 끝 장면에서 인상적인 이미지를 제시한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된 김근태가 감옥에서 회개한 이근안을 면회해 용서를 비는 그를 뒤로 하고 떠날 때, 문득 김근태는 고문실에서 고문이 시작되기 전에 (클레멘타인) 곡조를 버릇처럼 불던 이근안의 휘파람 소리를 환청으로 듣는다. 그는 이근안을 향해 뒤돌아보는데 이근안은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 용서를 비는 꼴을 하고 있다. 김근태는 화면을, 카메라를 쳐다보며 불끈 눈을 부릅뜨고 화면에는 그의 두 눈동자가 커다랗게 클로즈업된다. 이 이미지의 당파성은 (광해…)의 추상적이고 보편적이며 상식적인 메시지와는 결이 다른 것이다. 당파적이며 선동적이고 구체적이다. 나는 (남영동1985)가 이제까지 반기득권 편에서 나온 정치영화 가운데 가장 대중적이고 선동적인 영화라고 생각한다.

(지슬), 새로운 정치영화의 가능성

한국에서 정치영화 장르의 역사는 얼마 되지 않았다. 표현의 자유가 확보된 것도 10년이 조금 넘는다. 정치를 오락으로 소비하느냐, 당파성을 갖고 소비하느냐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이는 대규모로 극장 개봉하는 모든 영화의 숙명이다. 더 근원적으로 영화를 보는 관객의 정치적 처지, 확고한 것 같지만 부단히 변화하고 유약하며, 개개인의 욕망에 휘둘리는 위선적 본질을 감출 수 없는 처지를 스스로 성찰하게 만드는 정치영화라야 일정 수준 이상의 미학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오멸 감독의 (지슬)은 제주 4·3사건을 소재로 한 저예산 독립영화인데, 비극의 대부분이 화면 바깥에서 벌어진다. 구체적인 사건을 묘사한 대신, 가해자와 피해자의 반응을 주술적인 카메라로 마치 위로하듯이 훑어 내려간 이 영화에서 나는 새로운 정치영화의 미학이 생겨나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당장 극장 개봉 소식은 없지만 여기까지 쓰고 보니 한국에서 괜찮은 정치영화들을 더 많이 보게 될 날도 머지않은 듯하다. 시절은 여전히 하 수상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 때문이다.

*글 김영진 영상이론 박사(중앙대), 명지대 영화뮤지컬학부 전공 교수. (씨네21) 기자, (필름2.0) 편집위원 역임. 주요 저서로 (이장호 vs 배창호) (평론가 매혈기) (박찬욱)(영문판) (이창동) 등이 있다.

김영진  info@ilemonde.com

2012년 11월 4일 일요일

출중한 MB의 연기력을 보라


이글은 한겨레21 2012-11-05일질자 제934호 기사 '출중한 MB의 연기력을 보라'를 퍼왔습니다.
[크랭크인] 이명박 대통령 1인칭 시점으로 지난 대선을 돌아보는 , 주연배우의 출중한 연기력 돋보이는 5년 기획·제작의 다큐멘터리

» 'MB의 추억'이 개봉 일주일 만에 스크린 수를 11개로 늘렸다. 을 만든 김재환 감독(왼쪽)과 배급을 맡은 고영재 PD. 한겨레TV 제공

예전 같으면 언감생심, 꿈도 못 꾸던 얘기다. 이라는 다큐멘터리 얘기다. 꿈도 못 꿨다는 것은 꼭 엄혹했던 1980년대 시절을 생각해서가 아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시기인 약 5년 전만 해도 그랬다. 예컨대 이런 일화. 봉준호 감독의 (괴물)을 제작한 영화사 청어람이 다시 야심차게 (괴물2)를 기획하고 프로덕션 일정에 착수하려 했으나 돌연 무산됐던 일이 있다. 그 이유는 단 하나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엔 괴물이 한강이 아니라, 청계천에서 출몰한다는 설정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청계천! 이명박 정부에는 금과옥조 같은 존재가 아닌가. 그런데 거기에서 괴물이 나온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청어람은 그간 와신상담해, 현재 (26년)이란 작품을 완성하고 개봉을 준비 중이다. (26년)은 1980년대에 철권통치를 자행했던 군부 독재자를 26년이 지난 현재, 암살하려는 사람들의 얘기를 다룬다.

MB‘에 대한’ 추억이 아니라 MB‘의’ 추억

자, 어찌됐든 으로 다시 돌아오면 얘기는 이렇다. 김재환 감독이 만든 이 다큐멘터리는 4개 영화관에서 상영을 시작해 개봉 일주일 만에 스크린 수를 11개로 늘렸다. 영화 속에는 이 정부에서 최장수 장관의 재임 기간을 가졌던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대통령 선거 유세 과정에서 청계천 사업을 칭송하는 장면이 나온다. (괴물2)를 생각하면 실소가 터지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은 그렇게 긴 설명이 필요한 작품이 아니다. 제목에서 어느 정도 유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MB, 곧 이명박 대통령이다. 그러나 헷갈리지 말아야 할 것은 MB‘의’ 추억이라는 것이다. MB‘에 대한’ 추억이 아니다. 이 대통령과 그의 지난 5년간의 집권 과정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평가하고 등등 하품 나는 시각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 대통령의 시점으로, 곧 그의 1인칭 시점으로 자신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보여줬던 행태와 그것을 지금 시기에 되새겨보는 얘기다. 다큐멘터리는 기본적으로 늘 대상을 객관화한다.은 그 점에 대한 역발상이 돋보인다. MB가 MB 스스로를 돌아본다면 과연 어떤 마음일까. 그걸 구경한다는 건 참으로 재미있는 일이다.
“자칫, 그리고 흔히들, 이 영화는 반이명박 정부의 노선이 엿보이는 작품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물론 그것도 일부 사실이다. 하지만 그건 작은 주제다. 큰 주제는 5년 전에 우리가 치렀던, 그 허무맹랑했던 정치 이벤트가 지금 또다시, 아주 똑같은 모습으로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과거로부터 배운 것이 없는가. 우리는 그 과거들과 조금이라도 달라진 것이 없는가. 지금 이 순간 어느 쪽으로든 정치적 선택을 하는 데 우리가 얼마나 신중해야 하는지를 얘기하고 싶었다. 근데 뭐 꼭 이런 얘기를 하는 것보다, 이 영화 재미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주연배우가 워낙 연기력이 출중하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맛이 아주 괜찮을 것이다.”

익지도 않은 풀빵 강요한 5년

맞다. 이 다큐멘터리, 재미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5년 전 대선 유세에서 시장 상인들을 만나러 다니는 장면 같은 것이 그렇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느 날 풀빵 장수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자신이 직접 풀빵을 구워서 팔아주겠다고 한다. ‘이거 내가 예전에 다 해봐서 아는데’는 대통령의 전매특허다. 그런데 영 풀빵 굽는 실력이 변변치 않다. 다 익지도 않은 풀빵을 사람들에게 강매한다. 그러며 그는 옆에서 옹성거리는 풀빵 장수에게 자꾸만 소리친다. “불이 신통치가 않아, 불이!” 웬 불 탓인가. 생각해보면 그는 늘 그런 식이었던 것 같다.
유세 과정에서 인기를 모으며 이명박 후보의 당선에 나름 기여를 한 국밥집 욕쟁이 할머니와 찍은 광고가, 완벽하게 연출된 것임을 알게 되는 것도 새삼 재미있고 한편으로는 엄청 화나게 만든다. 은 그 광고가 만들어지는 실제 모습, 메이킹 필름을 보여준다. 광고에서 실제 욕쟁이 할머니라고 생각했던 사람은 오랜 경력의 조연급 연기자였다. 모든 것이 다, 미디어를 통한 이미지 조작의 일환이었던 셈이다. 상대편인 정동영 민주당 후보의 모습도 한심하기 그지없다. 당시 이명박 후보는 저잣거리의 음식을 먹어대는 연기라도 잘해냈다. 하지만 정동영 후보는 먹는 것이 영 곤혹스러워 보인다. 자꾸 우유를 권하는 막무가내 아줌마에게 정동영은 같은 말을 반복한다. “연설하고 마실게요.” 그것 참, 그냥 꿀꺽 좀 마시지. 김재환 감독과 그의 다큐팀은 이런 장면들을 처음부터 찍기도 했고, 구입하기도 했으며, 또 우회로를 거쳐 구해내기도 했단다.
영화는 왜 하필 이 시기에 이런 다큐멘터리를 만들었을까, 라는 오해에서 좀 벗어나야 한다. 이 영화는 이미 5년 전에 기획됐고 제작 기간도 그쯤 된다. 1차 완성본은 지난 4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되기도 했다. 전석 매진이었다.
“영화 속 주인공과 출연자, 그리고 그들이 벌이는 퍼포먼스가 매일매일 정신없이 바뀌었다. 요런조런 얘기를 중심으로 작품을 이렇게 저렇게 구성해놓으면 몇 달 가지 않아 이미 너무 낡은 얘기가 돼버렸다. 그러면 또 새로 쓰고, 새로 구성해야 했다. 이 영화는 지난 5년간 계속 만든 작품인 셈이다. 원래는 지금 버전보다 15분 정도 더 길었다. 그 15분에는 많은 조연급 정치인들이 출연한다. 후보들의 주변을 서성였던 불나방 같은 사람들. 그 추악하고 천박했던 모습들. 고민을 거듭한 끝에 그 부분을 다 뺐다. 너무 우울한 느낌이 들 것 같았다.”
그럼에도 엔딩 크레디트 장면에는 본편에는 나오지 않던 전여옥 전 의원의 모습이 나온다. 자막은 ‘전 친박 의원 전여옥’이라고 뜬다. 지금 전 의원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다. 김재환 감독이 왜 이 장면을 굳이 끼워넣었는지, 그 의미가 느껴진다. 아마 전여옥씨는 꽤나 불편한 심기가 들 터이다.

(트루맛쇼)+(워낭소리)

김재환 감독은 이미 (트루맛쇼)라는 작품으로 스타 다큐멘터리스트가 됐다. 그의 언행에는 풍자와 해학, 재기가 넘친다. 이번 의 배급은 고영재 PD가 맡았다. 고 PD는 다큐멘터리 흥행의 전설인 (워낭소리)의 배급에 참여했던 인물이다. 다큐멘터리에 관한 한 스타 감독과 스타 제작자가 만난 셈이다. 이 영화가, 아무리 적은 극장에서 상영되고 있다 한들, 쉽게 종영되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드는 건 그 때문이다.
은 실로 간단치 않은 작품이다. 어떤 사람들은 긴장할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환호할 것이다. 긴장이든 환호든, 분명한 건 두 가지 모두 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 국민의 몫이라는 것이다. 착각하면 안 될 일이다.

대표집필 오동진 영화평론가

2012년 6월 25일 월요일

‘소셜무비’ 전성시대…다큐영화 ‘두개의 문’ 호평쇄도


이글은 뉴스페이스 2012-06-25일자 기사 '‘소셜무비’ 전성시대…다큐영화 ‘두개의 문’ 호평쇄도'를 퍼왔습니다.
‘용산참사’ 다룬 수작…‘야만의 언론’-강풀 원작 ‘26년’도 주목

지난 2009년 일어난 ‘용산참사’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두개의 문’(감독 김일란, 홍지유)이 작지않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저예산 독립영화인데다가 상영관 수도 그리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상에는 호평과 유명인사들의 추천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광주 인화학교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도가니’(감독 황동혁)와 ‘석궁사건’을 소재로 사법부를 꼬집은 영화 ‘부러진 화살’(감독 정지영)에 이어졌던 관심과 더불어 ‘소셜 무비’ 전성시대가 도래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타나고 있다. 

보수언론들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야만의 언론’은 크라우드 펀딩을 성공리에 마치고 여름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5.18’과 관련한 민감한 소재를 다룬 만화가 강풀 원작 영화 ‘26년’(감독 조근현)은 그간 몇 차례의 제작 실패에도 불구하고 최근 주요배역 캐스팅을 마무리 지은 후 크랭크인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김진혁 PD “용산참사에 대한 깊이 있는 시각을 보여주는 수작”

‘두개의 문’은 지난 21일 개봉됐다. 감독들은 공식 블로그에 게재된 ‘디렉터스 노트’에서 “용산참사 뿐만 아니라 재개발과 재판과정에서 인권이 침해돼왔던 일은 한국 사회가 역사적으로 수없이 반복적으로 경험했던 일이라는 결코 새삼스럽지 않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용산이라는 구체적인 현장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가 겪어왔고, 또한 앞으로도 겪을 수 있는 일들에 대해서 서로 무엇을 함께 할 것이지를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 영화 <두개의 문> 공식 블로그

‘두개의 문’의 배급위원에는 다양한 인사들이 참여했다. 정지영 감독, 변영주 감독, 이해영 감독, 배우 맹봉학 씨 등 영화계 인사들과 칼럼니스트 김규항 씨, 정혜윤 CBS PD, 문정현 신부,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지도위원, 심상정 통합진보당 의원, 도종환 민주통합당 의원,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두개의 문’은 23일 오전 현재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영화평점에서 8.68이라는 높은 점수를 기록하고 있다, 트위터 상에는 “영화가 끝난 후 불이 켜져도 관객들이 침묵했다. 박수를 칠수 없는 감동적인 영화”(teodosi****), “당신이 왜 사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면 꼭 보시라”(skylove****) 등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노종면 전 YTN 노조위원장(‘뉴스타파’ 앵커)은 트위터(@nodolbal)를 통해 “이 영화의 성취가 우리 사회의 성취일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영화 저널리스트 최광희 씨(@cinemAgora)는 “이번 주말엔 의자 기부했던 인디스페이스에서 보려고 하는데, 전석 매진이라네. 헐~좋아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라는 글을 남겼다. 

서기호 전 판사(@gihos1)는 “철거민보다 경찰특공대의 시각을 많이 반영한게 놀라웠다. 하지만 그 때문에 무리한 진압작전이었음이 오히려 자연스레 도출됐다”며 “그래서 누구나 선입견 내려놓고 볼만하다”고 평가했다. 

‘두개의 문’의 배급위원으로 참여한 맹봉학 씨(@hagmb003)는 “예매를 서두르세요. 매스컴에서 소개해 주는 이유가 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볼수 있게 주위분들 손을 잡고 매진행렬에 동참해 주세요. 용산CGV에 걸리는 그날까지 상징입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변영주 감독(@redcallas)은 “나는 이 시간에 일어나서 영진위 통합전산망의 ‘두개의 문’과 ‘두결한장’ 어제 관객수를 보고 있는가...두개의 문. 어제 매진매진”이라며 “마니마니 봐주세요!”라고 호소했다.

김진혁 EBS PD(@madhyuk)는 “‘두 개의 문’은 단순히 ‘봐 줘야 할’ 영화가 아니라 용산참사에 대한 깊이 있는 시각을 보여주는 수작이다. 놓치지 마시길”이라고 추천했다. 영화배우 출신인 문성근 민주통합당 상임고문(@actormoon)은 김 PD의 글을 리트윗 했다. 

이른바 ‘번개관람’도 잇따르고 있다. 정동영 민주통합당 상임고문(@coreacdy)은 “‘두개의 문’ 대번개에 깜짝 등장을 부탁드린다”는 트위터리안의 요청에 “넵 가겠습니다”라고 응했다. 

아이돌 그룹 JYJ의 팬들도 단체관람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홍지유 감독(@HongHongjiyou)은 “사실 저는 JYJ 팬분들의 ‘두 개의 문’ 단체관람이 놀랍지 않다. 누구의 팬클럽이기 전에 각자는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바라는 한 사람이니까”라며 “그리고 저도 아주 오래된 JYJ 팬”이라고 화답했다. 

배우 유지태 씨(@youjitae)는 “한국 독립영화를 응원합니다. 독립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분들과의 깜짝 번개! 재개관한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에서 6월 25일 1시 상영작 함께 관람하실 분! 선착순 100분. 신청은 멘션으로. 독립영화에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해요”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영화 제목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유지태 씨가 말한 시각에 인디스페이스에서는 ‘두개의 문’이 상영된다. 그는 “독립영화 깜짝 번개 많은 분들이 신청해주셔서 행복한 고민에 빠졌네요”라며 “25일 인디스페이스에서 만나요!”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두개의 문’은 23일 오전 현재 포털사이트 네이버 영화 평점에서 8.70이라는 높은 점수를 기록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통합전산망에 게재된 일별 박스오피스에 따르면 ‘두개의 문’은 개봉 첫날인 21일과 22일 ‘다양성 영화’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야만의 언론’, ‘두개의 문’ 인기 이어받을까?…‘26년’도 주목

‘두개의 문’에 대한 관심을 ‘야만의 언론’이 이어받을지도 관심사다. ‘야만의 언론’은 조선일보>와 , 그리고 등 이른바 ‘조중동’으로 불리는 보수언론의 문제점을 다룬 다큐멘터리로서 김성재 전 청와대 행정관과 ‘두개의 문’ 배급위원회 기획팀에 참여한 ‘시네마 달’이 제작하고 있다. 

‘야만의 언론’은 지난달 7일부터 이달 16일까지 인터넷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굿펀딩’을 통해 제작비로 사용될 3000만원의 후원금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총 656명이 참여해 3473만원이 모였다. 제작비를 후원한 이들의 이름은 모두 ‘야만의언론’ 엔딩 크레딧에 올라가며 금액에 따라 일정한 리워드가 주어진다. 

김 전 행정관은 21일 ‘야만의 언론’ 펀딩 사이트에 올린 글을 통해 “제작에 힘을 보태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후원해 주신 돈은 모두 다큐영화 제작에 사용될 것이다. 영화제작과 공개가 다 끝나고 나면 여러분들이 낸 돈이 어떻게 쓰였는지 모두 공개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 영화 제작이 끝나더라도 극장에서 개봉 상영될 수 있겠느냐고 묻는 분들이 많다. 유명 정치인들도 벌벌 떠는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는 ‘조중동’의 눈치를 보느라, 상영관들이 개봉을 꺼려할 것이란 걱정 때문이다. 맞다.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단 하루, 단 1회를 상영하더라도 개봉관을 찾아 당당히 상영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김 전 행정관은 “소규모 독립영화관이든, 구청 강당이나 시민단체 회의실이든, 학교 운동장이든, 동네 놀이터든, 어디든 영화를 틀겠다. 인터넷을 통해서도 공개하겠다”며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이 영화를 볼 수 있도록 모든 방법을 찾겠다. ‘조중동’의 패악질과 유해함을 알릴 수 있다면 어디서라도 영화를 상영하겠다”는 각오를 나타내기도 했다.

김 전 행정관은 이에 앞서 와의 통화에서 “‘조중동’에 대한 문제의식이 굉장히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고 본다. 이런 작업을 하는 게 더 많이 알려지면 더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일 것 같다”는 기대를 나타낸 바 있다. 은 올 여름 개봉을 목표로 지난 1월부터 제작되고 있다. 

만화가 강풀 씨의 만화를 원작으로한 ‘26년’은 크랭크인이 가시화 되고 있다. ‘26년’은 1980년 ‘광주의 비극’과 연관된 이들이 26년 후 학살의 주범인 ‘그 사람’을 단죄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펼치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서2008년 투자가 취소되는 바람에 제작이 무산되는 아픔을 겪은 바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현재 ‘26년’은 배우 진구, 한혜진, 임슬옹 등을 캐스팅하고 촬영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두개의 문’, ‘야만의 언론’과는 달리 극영화이기는 하지만 민감한 소재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이들이 어떤 연기를 선보일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수 이승환 씨는 ‘26년’의 음악 뿐만 아니라 제작투자에도 참여할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 의 18일 보도에 따르면 이승환 씨의 소속사인 드림팩토리는 “‘26년’ 원작자인 강풀과 친분이 있는 이승환이 영화음악에 관해 상의하던 중 ‘26년’의 시나리오에 반해 투자를 결정했다”며 “영화음악 및 OST 제작도 맡는다”고 밝혔다. 

특히, ‘26년’이 ‘도가니’와 ‘부러진 화살’ 처럼 평단과 관객들의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도가니’는 영진위가 지난 1월 발표한 2011년 박스오피스 순위에서 전체 8위, 한국영화로는 5위에 오르는 성과를 올렸다. ‘부러진 화살’은 개봉 첫 달인 지난 1월 박스오피스에서 3위에 오른 바 있다.

문용필 기자

2012년 5월 19일 토요일

‘전두환과 5·18’ 다룬 영화 발표회 왜 무산됐나


이글은 경향신문 2012-05-18일자 기사 '‘전두환과 5·18’ 다룬 영화 발표회 왜 무산됐나'를 퍼왔습니다.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 ‘26년’(강풀 원작)이 ‘대국민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3억원 가량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18일 예정된 영화 제작발표회는 무산돼 궁금증을 낳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은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모은다’는 뜻으로 SNS 등의 매체를 활용해 자금을 모으는 투자방식으로 자금이 없는 예술가, 사회활동가 등이 자신의 창작 프로젝트나 사회공익프로젝트를 인터넷에 공개하고 익명의 다수에게 투자받는 것을 말한다.

제작사 ‘청어람’에 따르면 이번 대국민 크라우드 펀딩은 31일까지 진행되며 목표 모금액은 10억원이다. 18일 오전 10시를 기준으로 6370명이 참여해 총 3억10 32만원을 모금했다. 크라우드 펀딩이 원활하게 진행된다면 올해 11월 개봉을 목표로 영화 ‘26년’의 제작에 착수하게 된다.



하지만 5·18 광주민주화운동 32주년을 맞은 이날 ‘26년’의 출연 배우와 연출진이 공식 발표될 예정이었지만 돌연 취소됐다. 영화 홍보사 관계자는 “5·18을 맞아 감독과 배우 캐스팅에 관한 진행 상황을 밝히려 했지만 전날 급하게 내부 문제가 생겨 발표를 미루게 됐다. 조만간 다시 입장을 정리해 밝히겠다”고 설명했다.

앞서 2008년엔 류승범·김아중·변희봉·천호진 등을 캐스팅해 촬영에 나섰으나 투자자들이 돌연 투자를 중단해 제작이 보류됐다. 항간에서는 정치권에서 압력을 넣은 것이 아니냐는 풍문이 떠돌기도 했다. 

인기 웹툰 작가인 강풀의 ‘26년’을 원작으로 한 영화 ‘26년’은 광주민주화운동이 있은지 26년 후 당시 계엄군으로 참가해 어쩔 수 없이 사람을 죽여야 했던 대기업 회장 김갑세가 당시에 죽어간 광주시민의 자녀들과 규합해 전두환 전 대통령을 암살하려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디지털뉴스팀